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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 트레인’ 추신수(39)의 신세계 도착은 24일에도 화제였다. 추신수와 부산 수영초 동기동창인 이대호(39·롯데)는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추신수가 한국에 꼭 한 번 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수 생활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실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덕담을 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와 14차례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는 롯데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33)도 “추신수가 KBO리그에서는 처음 뛰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굉장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로 알고 있다”면서 “고향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의 맞대결 성적은 타율 0.364(11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으로 추신수의 우위였다. 추신수와 같은 팀에서 뛰게 된 투수 이태양(31)은 자신의 등번호를 내놓았다. 이태양은 지난해 한화를 떠나 SK에 둥지를 틀면서 17번을 쓰기 시작했다. 추신수 역시 클리블랜드 시절인 2007년부터 17번을 달았다. 이태양은 “구단도 추 선배님도 등번호 얘기를 먼저 얘기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내가 먼저 ‘17번을 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등번호를 드렸으니 투수들 힘이 날 수 있게 홈런 많이 쳐주시고 타점도 많이 올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야구팬 사이에서는 추신수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복귀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음주운전 전력도 거론됐다. 추신수는 2011년 5월 2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201%인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현지 경찰에게 적발된 적이 있었다. 추신수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뒤 대표팀 차출을 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팬들도 있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추신수는 국위선양도 많이 한 선수”라고 이야기한 게 도화선이었다. 박찬호(48), 이승엽(45), 김병현(42) 등은 미국, 일본에서 뛸 때도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추신수는 광저우 대회 이후 개인 및 팀 사정 등을 이유로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다. 올해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린다면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크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뜻. 이제 국내에 돌아온 만큼 자신을 둘러싼 비판적인 목소리도 추신수 본인이 직접 헤쳐 나갈 부분이다. 4월 3일 KBO리그 개막이 다가올수록 팬들의 시선이 그에게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를 시작으로 스포츠계에 ‘학교 폭력(학폭)’ 폭로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합숙소가 학폭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숙 훈련은 한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이끈 요람 역할도 했지만 관리 소홀로 지도자, 선후배 간 폭력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합숙 폐지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폐쇄적인 공간에서 벗어난 열린 합숙소로의 변신도 시도되고 있다. “선수가 시합 전에 합숙하는 것 같은 경우에는 적어도 그들이 평상(平常)에 지불하는 식비는 내게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1923년 5월 23일자 동아일보에 박석윤(1898∼1950)이 중앙체육단 주장 자격으로 기고한 ‘선수론(選手論)’ 가운데 일부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때도 적어도 대회 전에는 운동선수가 합숙을 하는 게 그리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광복 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북한에서 사형을 당한 박석윤이지만 한국 야구사를 논할 때는 그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일본 동경제국대 출신인 박석윤은 그해(1923년) 휘문고보(현 휘문고) 야구부 감독을 맡아 이 학교를 전일본중등야구선수권대회, 현재는 흔히 고시엔(甲子園)이라고 부르는 일본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으로 이끌기도 했다. 당시 이 대회 본선은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나루오(鳴尾) 구장에서 열렸다. 만선(滿鮮·만주와 조선) 대표로 이 대회 본선에 참가한 휘문고보뿐 아니라 일본 각지 대표로 참가한 학교 역시 이 구장 인근에서 합숙을 해야 했다. 현재도 이 대회에 참가하는 학교는 고시엔구장 인근에 숙소를 잡고 대회를 치른다. 예나 지금이나 대회가 있는 한 선수에게 합숙은 숙명인 셈이다. 일제강점기에도 이렇게 대회 참가 차 합숙을 하는 일 이외에 ‘합숙 연습’이라는 개념 역시 존재했다. 1936년 1월 21일자 동아일보는 손기정 선생(1912∼2002) 등이 일본 가마쿠라(鎌倉)에서 베를린 올림픽 대비 합숙 훈련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다. 단, 이때 합숙 훈련은 현재로 치면 ‘전지 훈련’에 가까워 ‘합숙 훈련’과는 개념이 다르다. 요컨대 한국 스포츠에서 존재하는 합숙 훈련이라는 개념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현재 일본에서는 학기 중에 학교 운동부가 합숙 훈련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방학 중에 단기간 합숙 훈련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한국 학교의 합숙 훈련 관행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관행이 된 합숙 2011년 체육과학연구원(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펴낸 ‘학교운동부 합숙훈련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학교 운동부에 합숙 훈련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대학 입시에 체육특기자 제도가 도입된 1972년부터다. 당시에는 ‘전국대회 4강’처럼 학교 성적을 바탕으로 선수에게 체육특기자 자격을 부여했다. 이 때문에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이유로 상시 합숙 훈련이 관행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각급 전국대회 역시 합숙 훈련을 학교 운동부 관행으로 만든 이유다. 고교 운동부는 각 시도 대표 자격으로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운동부 역시 2019년 대회 폐지 전까지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각 시도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 ‘거점 도시’에 있는 각 종목 명문 학교에만 운동부가 있는 경우가 많아 학생 선수는 운동부를 찾아 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진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최근 학교 폭력 사태를 촉발시킨 여중 배구부는 서울에 세 팀, 경기와 충북에 각 두 팀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도에는 딱 한 팀씩 총 20개 팀밖에 없다. 게다가 지방에 사는 학부모와 학생 모두 집에서 가까운 학교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수도권 학교를 선호한다. 거꾸로 기량이 떨어지는 수도권 학생은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스포츠혁신위원회 역시 2019년 학교 운동부 합숙소 전면 폐지를 권고하면서도 원거리에서 통학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탓에 이름만 ‘기숙사’로 바꾼 채 ‘합숙소’를 유지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 합숙 생활은 ‘생활’을 공유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선수 간 ‘서열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9년 12월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원하지 않는 각종 심부름, 빨래, 청소를 대신 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이 지목한 가해자 가운데 선배 선수(42.6%)와 또래 선수(11.6%)가 절반 이상(54.2%)을 차지했다. 합숙 경험이 있으면 선수 사이에 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올라간다. 고등학교의 경우 합숙을 하지 않을 때는 신체 폭력 가해자 가운데 31.2%가 선배 선수였지만 합숙을 하면 41.7%로 10.5%포인트 늘어난다. 고교 남자 운동부는 아예 감독(9.9%)이나 코치(32%)보다 선배 운동선수(44.9%)가 피해자를 때린 경우가 더 많았다. 한 배구 선수 출신은 “학교 운동부에서는 실력 좋은 선수가 ‘왕’이다. 만약 이 선수가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하면 지도자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쓴 책인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능력주의는 일종의 폭정 혹은 부정의한 통치를 조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던 문제점이 한국 학교 운동부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합숙이 이뤄지고 있는 초중고 운동부에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도입해 폭력 등 전반적인 훈육의 결핍을 막는 것”이라면서도 “폭력적 관행이 오래도록 이어져온 학교의 경우에는 합숙 문화 자체를 철폐해 폭력의 굴레를 끊어내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합숙소 폐지 vs 유지 실제로 합숙 훈련 철폐 효과를 노리는 학교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부터 중학교 운동부의 기숙사 운영을 전면 금지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중 축구부도 16년 넘게 이어온 기숙사를 폐지했다. 옛 기숙사 건물은 학생들의 휴식 공간 겸 라커룸으로 바뀌었다. 휴식 공간에서는 같은 학년끼리 같은 방을 쓰도록 정했다. 동선을 구분해 선후배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이현우 신림중 축구부 감독은 “훈련이 끝나면 바로 귀가시키기 때문에 학교 폭력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훈련에 참여한 신림중 축구부 학생들 14명의 표정은 매우 밝아보였다. 경기 부천시에서 통학 중인 신림중 3학년 김서진 군(15)은 “기숙사에 살 때는 휴대전화도 못 쓰게 하고 빨래 등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통학 거리가 멀어져서 힘든 점은 있지만 즐겁고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숙소 폐지에 따라 훈련 효과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하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기숙사 운영이 폐지되면서 훈련 후 단체 전략 회의나 선수 개인 상담 등이 어렵게 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훈련이 끝나면 전자파일 형식으로 전략 지도 문서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훈련이 없는 날 회의가 필요하면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하기도 했다.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은 지역 연고 유소년 시스템을 활용해 프로 및 실업팀에서 직접 학교 운동부를 관리하도록 하면 학폭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문제를 일으킬 경우 상급 학교 운동부 진학이나 성인 무대 진출이 불가능해 운동을 관둬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줘 학폭을 예방하는 방식이다. 한 프로팀의 관리를 받는 수도권 A고 축구부가 창설 이후 13년 동안 합숙 훈련을 진행해 오면서도 학교 폭력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던 비결 역시 여기 숨어 있다. 이 학교는 매년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학부모 공개 설명회를 열어 선수 인성과 관련된 폭력 등 문제가 발생할 때 학교에서 계속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공지한다. 내부적으로는 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경찰 조사를 거쳐 진상을 파악하는 매뉴얼도 마련했다. 그렇다고 ‘말’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A고는 38명에 달하는 선수들을 기숙사 3개 층 20여 개 방에 나눠 관리한다. 각 방은 2인 1실로 같은 학년끼리 사용하도록 하고, 각 층마다 감독과 코치진이 돌아가며 상주한다. ‘훈육의 결핍’은 이 학교에선 남의 나라 얘기다.황규인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선수들끼리 ‘5할 승률은 맞추고 시즌 마무리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현대캐피탈 허수봉(23)은 팀이 삼성화재에 3-0 완승한 19일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대전 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남자부 6위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13승 17패를 기록한 채 5라운드 일정을 마감했다. 6라운드 여섯 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면 선수들 바람처럼 5할 승률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그런데 이게 정말 팀에 좋은 일일까? 여기 바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딜레마가 숨어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팀이 이기는 건 당연히, 물론, 원래 좋은 일이지만 ‘리빌딩’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많이 이기는 게 꼭 좋은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리빌딩 vs 세대교체한국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리빌딩을 세대교체와 거의 똑같은 의미로 쓴다. 단, ‘rebuilding sports’라고 구글링을 해보면 검색 결과에 위키피디아 ‘탱킹(tanking)’ 페이지가 나온다. 탱킹은 리그에서 하위권 팀에게 주는 어드밴티지를 누리고자 일부러 경쟁력이 약한 팀을 꾸리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을 꾸려 시즌을 치르는 게 탱킹이다.‘리그에서 하위권 팀에 주는 어드밴티지’가 존재한다는 건 해당 리그에 ‘차등 신인 지명권’이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나 미국 프로 스포츠 대부분 리그처럼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를 통해 선수가 리그에 합류하는 리그를 흔히 ‘폐쇄형 리그’라고 부른다. 이런 폐쇄형 리그에서는 성적이 나쁘면 이듬해 드래프트 때 다른 팀보다 먼저 신인 선수를 선발할 수 있기에 우수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반면 유럽 축구 리그는 신인 선수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개방형 리그’ 형태가 대다수이고 이런 리그에는 드래프트 제도가 없다. 유럽 축구에서 탱킹이라는 개념을 접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다. ‘총알’만 있다면 성적을 희생하지 않고도 계속 유망주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팀 성적이 좋을수록 총알을 확보하기도 쉽다.거꾸로 드래프트 전략과 무관하게 그저 실력이 뛰어난 = 몸값이 비싼 선수 대신 그저 몸값이 저렴한 선수로 라인업을 채우는 행위 역시 엄밀하게 말해 리빌딩이라고 보기 어렵다. 리빌딩은 원래 있던 건물 등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작업을 뜻한다. 따라서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과정 역시 리빌딩에 꼭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리빌딩을 추진하는 팀은 대부분 즉시 전력감인 선수를 다른 팀에 내주고 상대 팀 유망주 = 드래프트 순위가 높은 선수를 받아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망주가 아니라 아예 지명권을 받아오는 방법도 있다. 리빌딩을 추진하는 팀은 이를 통해 과거 시즌 성적이 나빴다면 누릴 수 있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이 사전적인 의미로 쓰는 리빌딩에 딱 들어맞는 길을 걸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개막 전 김재휘(28)를 KB손해보험에 내주면서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이 지명권은 전체 1순위가 됐고 지난 시즌 3위 현대캐피탈은 ‘최하위 효과’를 누리면서 신인왕 1순위로 평가받는 김선호(22)를 지명할 수 있었다.이어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과 신영석(35) ↔ 김명관(24)이 뼈대를 이루는 트레이드를 했다. 김명관은 2019~2020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이다. 따라서 현대캐피탈은 이 트레이드 두 건을 통해 (물론 출혈이 있었지만) 2018~2019, 2019~2020 두 시즌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해야 입단시킬 수 있던 유망주를 확보했다. ● 현대캐피탈 리빌딩 성패 한국전력에 달렸다?현대캐피탈은 이와 함께 한국전력에서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도 받았다. 팀이 못할수록 지명 우선순위도 올라가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이 못하면 못할수록 ‘귀하고 좋은’ 지명권을 받아온 셈이 된다. 거꾸로 한국전력이 잘하면 잘할수록 현대캐피탈이 손해 본 장사를 하게 된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카드에 0-2로 뒤지던 경기를 3-2로 뒤집은 4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체육관 바깥에서 만난 최 감독은 “(5위) 한국전력과는 순위가 바뀌어도 지명 순번에 영향이 없다. 순위를 한 계단 더 끌어올리는 게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현대캐피탈 관점에서 문제는 한국전력(승점 49)이 여전히 순위는 5위지만 2위 우리카드(승점 53)와 비교해도 승점 4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3위 KB손해보험(승점 52)과 4위 OK금융그룹(승점 50)은 폭력 사태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이 결국 3위 이상으로 시즌을 마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현재 순위 그대로 시즌을 마치게 되면 현대캐피탈이 1순위 지명권을 따낼 확률은 50%가 된다. 6위 현대캐피탈이 30% 확률, 5위 한국전력이 20% 확률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전력이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면 이 확률은 34%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전력이 4위일 때도 38%로 현재 수준과는 차이가 크다.이번 시즌 드래프트 때 현대캐피탈은 KB손해보험 확률 30%, 3위를 차지한 자기 팀 확률 4%로 1, 3순위 지명권을 잡았다. 다음 시즌 때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확률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현대캐피탈은 당연히 한국전력이 못하면 못할수록 좋다.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 순위를 끌어내릴 수 있는 첫걸음은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 다섯 차례 맞대결 3승 2패로 앞서고 있다는 것도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요소다.거꾸로 한국전력은 순위가 오르면 오를수록 ‘남는 장사’를 한 셈이 된다. 이렇게 좋은 기회라면 얼른 잡는 게 당연한 일이다. 4, 5라운드 성적만 따지면 한국전력은 승점 23으로 우리카드와 함께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다. 과연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웃는 팀은 어디가 될까? 두 팀의 6라운드 맞대결은 현대캐피탈 안방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23일 오후 7시에 막을 올린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3·흥국생명)은 요즘 팬 사이에선 ‘파파미’로 통한다. 딱 한 번 만난 체육계 후배가 입원했다는 소식에 직접 병문안을 가고, 국제선 비행기에서 짐칸에 손이 닿지 않아 고생하는 승객을 먼저 말없이 도와주는 등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뜻이다. 만 21세에 장학회를 만들었던 김연경이다. 배구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인성이 좋은 게 아니라 그 착한 심성이 뛰어난 실력으로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현대캐피탈 허수봉(23)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서 블로킹, 서브, 후위 공격을 각 3개씩 성공하면서 개인 통산 첫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전체로 따졌을 때는 역대 200번째로 나온 트리플 크라운이었다.프로 스포츠에서 통산 기록을 따질 때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기록을 따로따로 기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트리플 크라운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정규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나온 트리플 크라운은 187개가 전부다. 나머지 13개는 당연히 ‘봄 배구’에서 나왔다.트리플 크라운은 김건태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이 제안해 프로배구 두 번째였던 2005¤2006 시즌부터 시상하기 시작했다. 첫 기록 주인공은 LIG 이경수(42·현 KB손해보험 코치)였다. 이경수는 2005년 12월 3일 구미 경기에서 상무를 상대로 블로킹 3개, 서브 4개, 후위 공격 5개를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 시대를 열었다.○…허수봉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버킷리스트에서 하나를 지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남자부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작성한 53번째 선수다. ‘토종’ 선수만 따졌을 때는 18번째로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전체 트리플 크라운 200개 가운데 156개(78%)를 외국인 선수가 남겼고 나머지 44개가 토종 선수 기록이었다. 트리플 크라운을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가스파리니(37·슬로베니아)다. 가스파리니는 현대캐피탈에서 5번, 대한항공에서 14번 트라플 크라운 기록을 작성했다. 우리카드(10번)와 현대캐피탈(6번)에서 총 16번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한 파다르(25·헝가리)가 뒤를 이었다.토종 선수 가운데서는 문성민(35·현대캐피탈) 송명근(28·OK금융그룹) 정지석(26·대한항공)이 6번으로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성민은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무릎 부상을 안고 뛰고 송명근은 코트 복귀가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정지석이 단독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개인 통산 트리플 크라운 1위 가스파리니는 2013년 2월 27일 인천 방문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면서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는 대한항공 김학민(38·현 KB손해보험) 역시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한 경기에서 선수 두 명이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작성한 건 이 경기가 처음이다.통산 2위 파다르는 현대캐피탈 시절이던 2019년 2월 26일 대전 방문 경기에서 팀 동료 전광인(30·현 상근예비역)과 함께 나란히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같은 팀 선수 두 명이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남긴 건 이 경기가 처음이다. 그해 11월 29일 안산 경기에서는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조재성(26)이 ‘토종 콤비’ 1호 동반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남겼다.그밖에 총 7경기에서 선수 두 명이 동시에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했다. ○…소속 선수가 트리플 크라운을 가장 많이 작성한 팀은 대한항공(44번)이다. 이어서 △OK금융그룹 35번 △현대캐피탈 29번 △삼성화재 26번 △우리카드(이하 드림식스 시절 포함) 한국전력 각 23번 △KB손해보험 20번 순서다. OK금융그룹은 2013~2014 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한 신생팀이지만 무서운 속도로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남겼다.거꾸로 상대 팀 선수에게 트리플 크라운을 가장 많이 허용한 팀은 한국전력(40번)이다. 그 뒤로 △KB손해보험 35번 △우리카드 29번 △삼성화재 27번 △현대캐피탈 23번 △대한항공 21번 △OK금융그룹 18번 △상무 7번 차례다.구장별로는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트리플 크라운이 가장 많이 나왔다. 대전에서 작성한 트리플 크라운은 총 38개. 이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삼성화재 선수가 18개를 남기는 동안 상대 팀 선수가 20개를 기록했다.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현대캐피탈이 프로 원년부터 안방 구장으로 사용했지만 트리플 크라운이 19번(현대캐피탈 12번, 방문팀 7번)밖에 나오지 않았다.전체 트리플 크라운 200번 가운데 160번(80%)을 이긴 팀 선수가 기록했다. 또 당연히 경기를 오래 치를수록 트리플 크라운 달성 확률이 올라갔다. 5세트 경기에서 79번 트리플 크라운이 나왔고, 4세트는 69번, 3세트는 52번이었다.○…허수봉은 트리플 크라운에 서브 득점 하나만 남겨 놓은 상황에 대해 “의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허수봉처럼 세 항목을 전부 딱 3개씩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한 경우는 총 3번이었다.어떤 선수가 블로킹, 서브, 후위 공격 가운데 두 항목에서는 3개 이상을 기록하고 하나는 2개에 그쳤을 때 흔히 ‘트리플크라운급 활약을 선보였다’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정규리그에서 이런 기록이 나온 건 총 342번이었다. 서브가 하나 부족해 트리플 크라운에 실패한 케이스가 169번이었고 블로킹이 모자란 실패한 사례가 158번으로 뒤를 이었다. 후위 공격이 2개라 실패한 사례는 5번밖에 되지 않았다. (OK금융그룹 시몬은 후위 공격 23개를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남기기도 했다.)이렇게 ‘한 끗’이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에 실패한 사례가 제일 많은 선수는 박철우(36·현 한국전력)였다. 박철우는 총 20경기에서 기록 하나가 부족해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10번이 서브 한 개가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에 실패한 사례였다. 2009년 대표팀 시절 폭행 당한 상처를 다시 드러낸 이번 강서브는 에이스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여자부에서는 이날까지 총 64번 트리플 크라운이 나왔다. 여자부 정규리그 경기에서 한끗이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실패한 건 47번이다. 이 중 제일 유명한 경기는 2015년 3월 9일에 나왔다.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에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선 채 맞이한 3세트 24-17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흥국생명 이재영(25)은 서브와 후위 공격은 각 3개를 성공했지만 블로킹은 2개에 그친 상태였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 순간 작전 타임을 불러 ‘수비(서브 리시브)에 성공하면 공격하지 말고 그대로 공을 상대 코트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나중에 현대건설 감독이 되는 이도희 당시 해설위원은 이 장면에 대해 ‘박 감독이 이재영의 트리플 크라운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공격을 시도해야 이재영이 남은 블로킹 한 개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박 감독 지시를 충실히 따랐지만 블로커 터치 아웃에 이어 서브 범실로 경기가 끝나면서 이재영은 끝내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2월 20일 경기에서 블로킹 4개, 서브 3개, 후위 공격 5개를 성공하면서 이날 한을 풀었다.대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25)의 학교 폭력 가해 사실 인정 이후 4연패 늪에 빠졌던 흥국생명이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마침내 라운드 첫 승을 신고했다. 흥국생명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안방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3-1(25-18, 22-25, 25-17, 25-22)로 물리쳤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승점 53을 기록하면서 2위 GS칼텍스(승점 48)를 승점 5 차이로 따돌리게 됐다. 반면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한 번도 흥국생명을 꺾지 못한 팀으로 남게 됐다. 이날 쌍둥이 자매의 빈자리를 채운 건 외국인 선수 브루나(22·브라질·사진)였다.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뒤 곧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V리그 데뷔 이후에도 5경기에서 평균 4득점에 그치면서 ‘불운아’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브루나는 이날 30득점(공격 성공률 45.6%)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 고군분투하던 김연경(33)도 24점을 보탰다. 김연경은 경기 후 “올 시즌 가장 감동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모든 것과 모든 상황에 대해 마음이 너무 무겁다”면서 “브루나가 오자마자 팀 상황이 좋지 못한 데다 본인도 부진했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브루나가 힘든 것을 이겨낸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도 모든 선수가 서로를 조금씩 도와가면서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V-클래식매치’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3-0(26-24, 25-19, 25-17)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블로킹에서 15-1 우위를 점하면서 1시간 21분 만에 승리를 따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23)은 블로킹과 서브 그리고 후위공격 각 3개를 성공하면서 개인 통산 첫 번째 트리플크라운 기록을 남겼다. 남자부 역대 통산 200번째 트리플크라운이다. 허수봉은 “형들이 도와준 덕에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울 수 있었다. 상금(100만 원)은 형들에게 한턱 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학폭 가해자로 지목받았던 삼성화재 센터 박상하(35)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화재 구단 역시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박상하의 주장에 신뢰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날 때까지는 박상하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박상하는 이날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다.대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아니라고 펄쩍 뛰더라고요. 부모님도 바로 학교에 가서 학교생활기록부를 확보해 보내주셨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41)은 학교 폭력 연루 의혹이 불거진 박상하(35·센터)와 면담을 거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9일 오후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박상하 삼성화재 선수 이야기입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중학교 시절 박상하를 비롯해 6명에게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4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 측에서는 교내 봉사활동으로 징계를 끝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5라운드 안방 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만난 고 감독은 “박상하가 해당 게시물에 이름이 거론된 다른 친구들과 알고 지낸 건 맞지만 피해자를 괴롭힌 적은 절대 없다고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 측 기록을 봐도 게시물에 나온 징계를 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구단 차원에서 게시자와 명확한 사실 확인을 거친 건 아니다. 명확한 사실 관계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박상하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게 도리에 맞다고 판단해 박상하는 오늘 체육관에 함께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단도 경기 시작 전 같은 내용을 담아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여러 건의 폭행 사건에 실망한 배구 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거짓으로 내용을 지어냈다고 하기에는 주장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거다. 실제로 게시자는 박상하를 비롯해 자신을 때렸다고 주장한 이들의 이름과 당시 재학 중이던 학교, 폭행을 당한 장소와 시간까지 하나하나 특정했다. 다른 프로 구단 관계자는 “배구 커뮤니티 반응을 보니 ‘못 믿겠다’는 반응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면서 “배구계가 잘못한 일은 분명 있지만 사실이 아닌 일까지 안고 갈 필요는 없다. 그러면 괜한 오해만 더 쌓일 뿐이다. 만약 허위 사실이라면 한국배구연맹(KOVO) 차원에서 게시자에 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에 0-3(24-26, 19-25, 17-25)로 완패했다. 한편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은 전날에 이어 박철우(36·한국전력)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2009년 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를 폭행한 사실이 있는 이 감독은 “죄인은 시간이 지나도 죄인이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거듭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 역시 이 감독이 박철우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대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 박철우(36)는 팀이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3-1(20-25, 25-21, 25-15, 25-19)로 이긴 뒤 인터뷰실을 찾았다. 박철우는 작심한 듯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배구 대표팀 시절 자신을 폭행했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5·당시 대표팀 코치)에 대해 여전히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경기에 앞서 박철우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박철우는 이 스물네 글자를 제외하면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지만 이 감독을 향해 쓴 글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 수훈 선수가 인터뷰실을 찾는 게 관례다. 박철우는 “오늘 꼭 이겨서 이 자리에 오고 싶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예견됐던 것만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분께서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황당했다.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간신히 (마음속에) 가라앉혔던 모래알 같은 것들이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 나 스스로가 뿌옇게 변하는 느낌”이라며 “참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기사를 보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고 말했다. 박철우가 언급한 ‘기사’는 이 감독이 전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 전 ‘최근 배구계의 학교폭력(학폭) 파문에 대해 할 말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한 언론 보도 내용이었다. 이 감독은 “나는 (가해) 경험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인과응보라는 게 있더라. 나 역시 우리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우에게는 이 감독의 이 같은 대답이 잊고 싶었던 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 박철우의 작심 발언은 최근 배구계를 강타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등이 일으킨 학폭 파문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이 감독이 경험자라고 언급한 것은 과거 폭행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 당사자가 박철우였다. 2009년 9월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앞둔 배구 대표팀에서 이 감독은 태릉선수촌 합숙훈련 도중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였던 박철우를 피멍이 들도록 얼굴과 복부를 때렸다.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박철우는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대한배구협회가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대한체육회는 협회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태릉선수촌장 명의로 형사 고발까지 진행했다. 박철우는 “나는 고소를 취하했고, 그분이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기를 바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감독은 2년 만에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 자격으로 코트에 돌아왔다. 재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배구인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게 KOVO 측 설명이었다. 배구협회 징계가 1년도 안 돼 풀리면서 이 감독은 2012년부터 모교인 경기대 지휘봉을 잡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KB손해보험 감독을 맡아 프로배구 코트로 돌아왔다. 폭행 사건 당시 그는 KB손해보험 전신인 LIG 코치였다. 박철우는 팀 동료들과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전제하면서 아픈 상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경기대) 감독이 된 이후에도 ‘너는 철우만 아니면 지금 처맞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주먹으로 못 때리니까 모자 등으로 겁을 준다’는 이야기도 계속 들렸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감독의 고교 지도자 시절 선수 폭행 사례까지 폭로했다. “우리 때만 해도 ‘사랑의 매’를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우리 또래 중 부모님 앞에서 안 맞아본 선수가 없을 거다. 그러나 사랑의 매도 정도가 있다. 그분처럼 학생을 기절시키고 고막을 터뜨리는 건 정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본다.” 그는 “그런데도 인터뷰에서 마치 ‘내가 한 번 해봤다’는 식으로 한순간의 감정을 못 이겨 실수를 한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며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면 돌파하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내 이미지도 나빠질지 모르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며 “나는 그분의 처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그저 한국 배구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감독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과하고 싶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철우는 “이미 11년이 지난 일이다. 사과를 받고 싶지도 굳이 그분을 보고 싶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안산=황규인 kini@donga.com / 강홍구 기자}

GS칼텍스가 러츠(27·미국) - 이소영(27) - 강소휘(24) 삼각편대를 앞세워 한국도로공사에 완승을 거뒀습니다.GS칼텍스는 17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방문 경기에서 안방 팀 한국도로공사를 3-0(26-24, 25-14, 25-17)로 물리쳤습니다.이 경기에서 GS칼텍스 세터 안혜진(23)은 세트(토스)를 총 79개 시도했는데 러츠에게 33개(41.8%), 이소영에게 19개(24.1%), 강소희에게 13개(16.5%)를 띄웠습니다.이날까지 안혜진은 세트를 총 2367개 기록했으며 세 선수에게 분배한 비율은 △러츠 40.3%(954개) △이소영 23.2%(549개) △강소휘 17.8%(421개)였습니다.이 순서는 세 선수가 안혜진의 세트를 받아 스파이크를 때렸을 때 기록한 공격 효율 순서와도 일치합니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이제부터 나오는 공격 효율은 주전 세터 세트를 연결했을 때 남긴 기록입니다. 다른 팀 주전 세터(팀 내 세트 시도 1위)는 어땠을까요? IBK기업은행 조송화(28) 역시 안혜진과 같은 패턴으로 공을 띄웠습니다.날개 공격수 세 명 라자레바(24·러시아) - 표승주(29) - 김주향(22) 순서로 공격 점유율이 높았고 공격 효율 역시 같은 순서였습니다.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점유율 3위까지 잘라서 그래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조송화는 육서영(20·레프트·10.4%), 김희진(30·센터·10.2%)에 이르기까지 총 다섯 명에게 최소 10%가 넘는 세트를 배분했습니다. 이번 시즌에 이런 기록을 남긴(남겨야만 했던?) 주전 세터는 조송화 한 명뿐입니다.계속해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를 한 묶음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두 팀 주전 세터 이고은(26)과 염혜선(30) 역시 일단 공격 효율이 가장 좋은 외국인 라이트에게 공을 가장 많이 띄웠습니다. 단, 두 팀에서는 세 번째로 공격 기회를 많이 받은 센터가 공격 효율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일반적으로 센터는 날개 공격수보다 공격 시도는 적고, 공격 효율은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선택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센터는 공격 시도가 적기 때문에 공격 효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고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현대건설은 재미있는 팀입니다. 김다인(23)은 전체 세트 시도 가운데 19.3%를 센터 양효진(32)에게 띄웠습니다. 날개 공격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숫자입니다. 양효진은 김다인의 세트를 받아 공격 효율 0.341로 연결했습니다. 센터와 날개 공격수를 오가며 활약한 정지윤(20)도 김다인의 세트 가운데 19.6%를 받아 공격 효율 0.281을 기록했습니다. 양효진이 워낙 대단한 기록을 남겨서 그렇지 공격 효율 0.281 역시 시즌 전체 기록으로 따졌을 때 현재 7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그리고 가장 예외적인 팀 흥국생명이 있습니다.‘배구 여제’ 김연경(33)은 이다영(25)의 세트 가운데 31.8%를 받아 공격 효율 0.380을 남겼습니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18명 가운데 가장 높은 공격 효율을 남긴 선수가 김연경입니다.그러나 이다영은 김연경보다 쌍둥이 언니 이재영(25)에게 공을 더 많이 띄웠습니다. 자기 세트를 받은 이재영이 김연경과 비교할 때 4분의 3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격 효율(0.292)을 기록하는 데 그쳤는데도 그랬습니다. 날개 공격수 점유율과 효율이 이렇게 엇갈린 팀은 여자부 6개 팀 가운데 흥국생명이 유일했습니다.이렇게 예외적인 기록을 남긴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흥국생명이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없이 계속 코트로 나서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다영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에 합류한 뒤 “사람들이 그래도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하는데 열 필요도 없다”면서 자신만만해했습니다. 심지어 김연경이 팀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전인데도 그랬습니다.그러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다영은 계속 뚜껑을 열어볼 기회조차 잃고 말았습니다. 과연 이번 시즌 맨 마지막 뚜껑을 열었을 때 흥국생명을 기다리고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요?흥국생명은 19일 안방 구장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역시 주전 세터가 남은 경기를 소화할 수 없게 된 KGC인삼공사와 만나 이번 시즌 25번째 뚜껑을 엽니다.위에서 확인하신 그래프를 팀 순위 역순으로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학교폭력 폭로 사태가 배구계를 강타한 뒤 ‘합숙 훈련’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합숙 훈련 시스템은 도입 초기인 1970년대부터 이에 반발하는 선수가 계속 등장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유야무야되면서 현재까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주공격수였던 박인실(69)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 개막을 석 달 앞둔 그해 4월 “더 이상 이런 짐승 같은 생활을 못 하겠다”며 태릉선수촌을 떠났다. 박인실은 서울 중앙여고 졸업 후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하는 대신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로 진학한 ‘공부하는 선수’였다. 많은 원로 배구인은 국제대회 등에서 선수단 통역까지 맡았던 똑똑한 선수로 박인실을 기억한다. 합숙 훈련을 거부한 죄로 박인실은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가 “김연경 이전 한국 최고 여자 공격수”라고 평가한 박인실은 그렇게 코트를 떠난 뒤 잠시 교편을 잡다가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2000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수영 대표 장희진(35)이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선수촌에서 합숙은 할 테니 학교에서 오후 7시까지 수업을 듣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게 이유였다. 이를 거부당한 장희진이 선수촌을 떠나자 대한수영연맹은 “나라를 생각하는 희생정신이 없다”며 징계를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장희진은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듬해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제는 아예 한국에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미국식 교육’ 시스템을 선택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경북 문경에 자리한 글로벌선진학교 출신으로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입단에 성공한 진우영(20)이 대표적이다. 미국식 커리큘럼에 따라 운영되는 글로벌선진학교는 야구부뿐 아니라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야구부 학생 역시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영어로 수업을 듣고 공부해야 한다. 야구부 일과에 아예 ‘숙제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합숙 훈련은 선수가 자기가 원하는 만큼 훈련할 권리를 빼앗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선수 인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합숙 훈련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어떤 이유에서든 학교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체육인이자 팀을 이끄는 사령탑으로서 많은 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58)이 고개를 숙였다. 흥국생명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안방경기를 치렀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이상 25)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린 뒤 치르는 첫 번째 경기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7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모일 만큼 큰 관심이 쏠렸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솔직히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내지는 못했다. 선수들도 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하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면서 “선수들 모두 한 시즌을 치르고자 열심히 준비했다. 선수들에게 ‘그 시간이 헛되지 않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주장 김연경(33) 등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중에도 김연경과 김세영(40) 등 베테랑 선수들은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도 “괜찮다”고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김연경은 득점에 성공할 때마다 코트에 있는 선수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손바닥을 부딪치면서 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날 IBK기업은행에 1시간 11분 만에 0-3(21-25, 10-25, 10-25)으로 완패해 4연패에 빠졌다. 이번 시즌 최다 득점 차(34점) 패배다. 흥국생명은 17승 7패(승점 50)로 여전히 선두지만 2위 GS칼텍스(15승 9패, 승점 45)와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김연경은 12점을 올렸다. ‘흥벤져스’라는 평가를 받던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의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팀 내 갈등으로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다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자 배구계 안팎에서는 ‘김연경을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이 과정에서 두 자매의 어머니이자 전직 국가대표 세터 출신인 김경희 씨(55)가 흥국생명의 팀 훈련을 ‘참관’했고, 김연경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갈등이 생겼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듣고 무척 당황했다. 여기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동네 배구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프로 팀 훈련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외부인이 훈련에 개입한다는 건 나뿐 아니라 모든 프로 지도자들에게 실례가 되는 얘기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불화설이 나왔을 때 관리를 잘했으면 이번 사고가 터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예나 지금이나 나는 현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당황스럽다”고 답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날 3시간 넘는 비상대책회의 끝에 학교폭력(성범죄 포함) 연루자의 신인 드래프트 참여를 전면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드래프트 지원 시 해당 학교장의 확인을 받은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관련 내용이 허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선수에게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다만 징계 규정은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해 학폭 가해가 드러난 이재영-이다영과 OK금융그룹 송명근 심경섭 네 선수에 대한 연맹 차원의 추가 징계는 없다. 또 대한민국배구협회와 연맹이 공동으로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과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익명 신고가 가능한 피해자 신고센터를 설치해 피해자 보고 및 사실 확인을 할 수 있게끔 했다. 배구협회는 이재영-이다영의 지도자 자격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남자부 경기에서는 선두 대한항공이 6위 현대캐피탈에 3-0(25-20, 25-20, 25-19) 완승을 거뒀다.인천=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여자 선수들은 사흘만 풀어놓아도 엉덩이에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긴 다이마쓰 히로후미 감독(1921∼1978)이 남긴 말이다. 다이마쓰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고문을 맡았다. 대표팀에서 당시 선수들에게 1주일간 휴가를 주자 “어쩌려고 그렇게 오래도록 놀게 하느냐”면서 이렇게 말한 것. 이렇게 노골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지도자는 이미 오래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자 프로배구, 프로농구 선수에게 ‘합숙’은 일상이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팀 대표로 나온 선수가 감독에게 ‘우승하면 투박(2일간 외박)을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바깥 공기’ 쐬기도 쉽지 않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게 일반적인 같은 종목 남자 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남자 팀과 여자 팀을 오가면서 프런트로 일한 관계자는 16일 “여자 선수들은 프로가 되어도 고교 생활의 연장이나 다름없다. 처음 여자 팀에 왔을 때 지도자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합숙을 당연하게 생각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학창시절부터 쌓인 경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운동부에 합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옛 체육과학연구원)에서 펴낸 ‘학교운동부 합숙훈련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대학 입학 특기자 제도가 생긴 1972년 이후로 대입을 목표로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목적으로 고교 운동부에 합숙훈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체육대회와 맞물려 상시 합숙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합숙소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교육부는 2004년부터 합숙훈련 제한 규정을 시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중학교 이하 운동부는 합숙을 금지하지만 고교 운동부는 ‘통학 거리가 먼 학생을 대상으로’라는 전제를 달아 합숙을 허용하고 있다. 합숙훈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 사실에 가깝다. 하지만 합숙소가 학교 폭력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9년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숙 경험이 있는 경우 학교 폭력 피해자가 10%포인트 정도 늘었다. 최근 프로배구를 강타한 학교 폭력 폭로 사건 역시 대부분 합숙소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합숙소를 “지옥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체육학)는 “합숙 훈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합숙소 생활이 통제가 되지 않는 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만약 지도자가 ‘에이스 선수’의 폭행을 눈감아주면 그 세계 안에서는 합법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라면서 “학생 선수를 기숙사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게 하는 등 합숙 시스템을 제도권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고 최숙현 선수 사망을 계기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1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학교 및 실업팀 등의 체육시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6월부터는 실업팀들이 합숙소 운영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실업팀은 합숙소 운영 시 인권을 보장해야 하고, 인권 보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실업팀 운영규정을 마련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계 폭력과 관련해 16일 국무회의에서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해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전날에 이어 재차 당부했다.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 피해 폭로는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 이날에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나를 괴롭혔던 선수가 프로배구 팀에 신인 선수로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팀에 연락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팀 관계자는 “아직 자세한 사항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이원홍 전문기자·박효목 기자}

“여자 선수들은 사흘만 풀어놓아도 엉덩이에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1964년 도쿄(東京)올림픽 때 일본 여자 배구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긴 다이마쓰 히로부미(大松博文·1921~1978) 감독이 남긴 말이다. 다이마쓰 감독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고문을 맡았다. 대표팀에서 당시 선수들에게 1주일간 휴가를 주자 “어쩌려고 그렇게 오래도록 놀게 하느냐”면서 이렇게 말한 것. 이렇게 노골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지도자는 이미 오래 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자 프로배구, 프로농구 선수에게 ‘합숙’은 일상화되어 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팀 대표로 나온 선수가 감독에게 ‘우승하면 투박(2일간 외박)을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게 일반적이 된 같은 종목 남자 팀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같은 모기업을 둔 남자 팀과 여자 팀을 오가면서 프런트로 일한 관계자는 “여자 선수들은 프로 입단 후에도 계속 고교 생활을 이어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처음 여자 팀에 왔을 때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도 합숙을 당연하게 생각해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학창시절부터 쌓인 경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초중고 운동부에게 합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옛 체육과학연구원)에서 펴낸 ‘학교운동부 합숙훈련 실태조차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대학입학 특기자 제도가 생긴 1972년 이후로 대입을 목표로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목적으로 고교 운동부에 합숙훈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체육대회와 맞물려 관행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고교 운동부는 전국체전에 시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고, 이런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시도 내 ‘거점 도시’에 한두 곳만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 선수가 집을 떠나 합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 된 것이다. 합숙 훈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합숙소가 학교 폭력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9년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숙 경험이 있는 경우 학교 폭력 피해자가 10%포인트 정도 늘었다. 운동 뿐 아니라 생활도 함께 하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될 우려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체육학)는 “국가대표 선수촌 성공 사례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합숙 훈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합숙소 생활이 통제가 되지 않는 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만약 지도자가 ‘에이스 선수’의 폭행을 눈감아주면 그 세계 안에서는 합법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라면서 “학생 선수를 기숙사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게 하는 등 합숙 시스템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폐쇄회로(CC)TV 설치를 통해 피해 예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고 최숙현 선수 사망을 계기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1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학교 및 실업팀 등의 체육시설에 CCTV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6월부터는 실업팀들이 합숙소 운영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실업팀은 합숙소 운영 시 인권을 보장해야 하고, 인권보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실업팀 운영규정을 마련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16일에도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시절 3년간 나를 괴롭혔던 선수가 프로배구 팀에 신인 선수로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고 해당 팀에 연락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팀 관계자는 “아직 자세한 사항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 선수는 고교 시절 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합숙 시스템과는 큰 관련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계 폭력과 관련해 이날 국무회의에서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해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프로배구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운동선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SNS보다 ‘쓰는 사람’ 문제일 때가 더 많다. 류현진이 2013년 SNS에 남긴 메시지가 이를 증명한다. “(변화구가) 더 어렵지만 치기만 한다면 더 많은 회전이 담겨 더 멀리 날아갑니다. 지금 힘들고 어려운 변화구가 날아오고 있습니까? 축하드립니다. 당신에게 홈런을 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주어졌군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요즘 친구들은 그래도 인터넷이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땐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회사원 A 씨(41)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반이었던 B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세월이 흘러 B 씨는 모던록 밴드 멤버로 유명인이 됐다. A 씨는 “그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다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그 사람 노래만 들려도 치가 떨렸다. 하지만 그냥 혼자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젠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적어도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는 낼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학교폭력 미투’(학폭 미투)는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MZ세대가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는 게시물 형식 가운데 하나가 ‘썰’이다. ‘말씀 설(說)’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표현은 자기 경험담을 뜻할 때가 많다. 이 썰로 가장 유명한 인터넷 공간 ‘네이트 판’이 학투 운동 중심지로 떠올랐다. 2006년 문을 연 판은 익명 기반이라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로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피해자들이 (학폭 피해를) 개인적인 상처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면 최근 몇 년간은 학폭 사실이 밝혀지며 실제로 퇴출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폭로가 가져온 실제 결과들을 보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포츠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침묵의 카르텔’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비로소 깨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로는 치유로 가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피해자 입장에서 폭로 역시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감이 동반되는 것”이라며 “상처 회복은 폭로만으론 이뤄질 수 없다. 피해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피해자의 용서로 이어질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연예인이 주요 대상이었던 학폭 미투가 체육계 특히,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건 여자 배구선수의 매체 노출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잊고 살아 가려고 했던 과거의 상처를 가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 상처가 되살아나 강한 심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심리는) 가해자들이 꼭 처벌을 받아야 한다기보다 ‘최소한 너무 많은 걸 가지려 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흥국생명 이다영(25)의 경우 너무 활발하게 SNS를 이용한 탓에 피해자들을 자극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익명으로 올라온 폭로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판에는 거짓 내용도 많고 소설 같다고 해서 ‘판춘문예’(판+신춘문예)라는 신조어로 불리기도 한다.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로 유명했던 김병지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51)은 판에 올라온 아들의 학폭 관련 의혹 때문에 서둘러 유니폼을 벗어야 했지만 결국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학교 체육에서 대물림되는 폭력 사태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합숙’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한 OK금융그룹 송명근 선수(28) 역시 고교 시절 ‘맞는 게 싫어서’ 합숙소를 떠나 사흘간 가출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이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운동선수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군부대 내무반보다 못한 방에서 함께 부대끼며 선배들 잔심부름을 하는 게 현실”이라며 “집에서 등하교만 해도 폭력 문제가 크게 줄어들 거다.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황규인 kini@donga.com·김태성 기자}

“요즘 친구들은 그래도 인터넷이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땐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회사원 A 씨(41)도 서울 한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반이었던 B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세월이 흘러 B 씨는 모던 록 밴드 멤버로 유명인이 됐다. A 씨는 “그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다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그 사람 노래가 들리면 치가 떨렸다. 하지만 그냥 혼자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젠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적어도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는 낼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학교폭로 미투(학투)’는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MZ세대가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는 게시물 형식 가운데 하나가 ‘썰’이다. ‘말씀 설(說)’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표현은 경험담을 뜻할 때가 많다. 이 썰로 가장 유명한 인터넷 공간 ‘네이트 판’이 학투 운동 중심지로 떠오른 이유다.2006년 문을 연 판은 익명 기반이라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로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피해자들이 (학폭 피해를) 개인적인 상처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면 최근 몇 년간은 학폭 사실이 밝혀지며 실제로 퇴출되는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폭로가 가져온 실제 결과들을 보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로는 치유로 가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피해자 입장에서 폭로 역시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감을 동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상처 회복은 폭로만으론 이뤄질 수 없고 피해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가 피해자의 용서로 이어질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연예인이 주요 대상있던 학투가 체육계 특히,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건 여자 배구선수가 매체 노출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들이 잊고 살아가려고 했던 과거의 상처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그 상처가 되살아나 강한 심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심리는) 가해자들이 꼭 처벌을 받아야 한다기보다 ‘최소한 너무 많은 걸 가지려 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물론 익명으로 올라온 폭로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판에는 거짓 내용도 많아 소설 같다고 해서 ‘판춘문예’(판+신춘문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실제로 국가대표 골키퍼로 유명했던 김병지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51)은 판에 올라온 아들의 학폭 관련 의혹 때문에 서둘러 유니폼을 벗어야 했지만 결국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한편 학교 체육에서 대물림 되는 폭력 사태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합숙’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한 OK금융그룹 송명근 선수(28) 역시 고교 시절 ‘맞는 게 싫어서’ 합숙소를 떠나 사흘간 가출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이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운동선수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군부대 내무반 같은 방에서 함께 부대끼며 선배들 잔심부름을 하는 게 현실이다”며 “부모들 시선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상태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어렵다. 집에서 등하교만 해도 폭력 문제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현대캐피탈이 5054일 만에 프로배구 남자부 통산 승률 1위 자리를 되찾았다.현대캐피탈은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안방 경기에서 OK금융그룹에3-2(25-16, 25-14, 20-25, 20-25, 15-12) 진땀승을 기록했다.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V리그 정규리그 통산 378승 179패(승률 0.679)를 기록하게 됐다. 그러면서 통산 승패가 똑같은 삼성화재와 함께 남자부 통산 승률 공동 1위로 올라 섰다.현대캐피탈이 통산 승률에서 삼성화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건 2006~2007시즌 마지막 경기를 펼친 2007년 3월 14일 이후 13년 10개월 28일 만에 이날이 처음이다.한국배구연맹(KOVO)에서 2011~2012 시즌부터 도입한 현재 방식으로 누적 승점을 계산하면 현대캐피탈이 1117점으로 삼성화재(1116점)에 1점 앞선다.현대캐피탈이 누적 승점에서 삼성화재에 앞선 것 역시 2007년 3월 14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 선수(이상 25)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재영 선수는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면서 “좋은 기억만 가득해야 할 시기에 저로 인해 피해를 받고 힘든 기억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며 자필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다영 선수도 인스타그램에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썼다. 흥국생명도 이날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 소속 선수의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한 인터넷 게시판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학교폭력)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네 명은 중학교 배구부 시절 두 선수가 자신들을 괴롭혔다고 주장하며 가해 사실을 열거했다. 이들은 “가해자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글을 (자기 SNS 계정에) 올렸더라”면서 “본인도 가해자이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으면서 저런 글을 올렸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면서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 쌍둥이 자매는 당시 다니던 중학교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뒤 그 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여자배구 간판인 두 선수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소속팀뿐 아니라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국가대표팀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은 11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 결장할 예정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대표팀에 선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서도 학교폭력에 연루된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구한말 조선을 찾은 서양 선교사들은 집집마다 ‘천자문(千字文)’과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해마다 설날이 되면 토정비결을 가지고 새해 운세를 점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사실 토정비결은 그저 올해 운이 좋다, 나쁘다란 사실만 알려주지 않는다. 모든 점괘는 결국 성실하게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끝난다. 그렇기에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이 지난 올해도 토정비결 점괘가 아무 의미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새 시즌 맞을 준비에 한창인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의 신축년 새해 토정비결을 알아봤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NC 이동욱 “차라리 늦게 시작함이 도리어 좋은 결과를 낳게 되리라.” NC는 지난 시즌 사실상 줄곧 1위 자리를 지킨 끝에 창단 후 처음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올해 타이틀 방어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토정비결은 이 감독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두산 김태형 “까치가 뜰 나무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 좋은 소식이 없으랴.” 김 감독은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KS)로 이끌었다.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K)이 떠났어도 여전히 정상권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이 올해도 KS 티켓을 차지할까. KT 이강철 “재물이 길 위에 있으니 나아가 구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정규시즌 2위에 올라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 KT는 안방경기 승률(0.611)은 2위였지만 방문경기 승률(0.521)은 5위에 그쳤다. 더 높게 가려면 객지에서 자주 웃어야 한다. LG 류지현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큰 사람을 보아야 이로우리라.” ‘승진운’을 나타내는 이 점괘대로 류 감독은 사령탑에 앉았다. 토정비결은 류 감독에게 “7, 8월에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과연 LG가 올해는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까. 키움 홍원기 “보배 솥에 단사(丹沙)를 지지니 신선의 약이로다.” ‘단사’는 진한 붉은색을 띠고 다이아몬드 광택이 나는 광물. 키움 역시 비슷한 컬러인 ‘버건디’가 상징색이다. ‘초보 감독’이 말 많고 탈 많았던 이 팀 감독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롯데 허문회 “마음은 정직하나 운이 따르지 않아 홀로 노력하고 수고하겠다.” 롯데는 지난 시즌 ‘감독과 프런트 고위층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올해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비슷한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배를 탔으니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롯데의 운명은 과연? KIA 윌리엄스 “맑은 바람 밝은 달에 미인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프로야구 감독 10명 가운데 운세가 가장 좋다. ‘가을 야구’가 열리는 음력 9, 10월 운세도 ‘이름을 사방에 떨친다’ ‘세상만사가 태평하다’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단, 물 조심, 불 조심을 강조한다. 삼성 허삼영 “길한 일은 있으나 이름만 있고 실속이 없다.”새로 영입한 오재일은 안방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089를 기록했다. 오재일이 이 구장에서 강했던 건지 아니면 삼성 투수진에 강했던 건지에 따라 허 감독 올해 운세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 SK 김원형 “활짝 핀 꽃 위로 꿀벌이 내려앉으니 얼마나 화평한 정경인가.” 김원형 감독은 ‘친정팀 감독’으로 돌아와 시즌을 개막하기도 전에 팀 주인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이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기도 했던 게 사실. 토정비결은 일단 ‘잘된 일’이라고 진단한다. 한화 수베로 “육리나 되는 청산, 눈앞에 별다른 세계가 있다.”지금까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도 즐거운데 앞으로 더욱 좋은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화는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응원하는 팀’에서 ‘이제는 현재를 보고 응원하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 선수(이상 25)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재영 선수는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며 “좋은 기억만 가득해야 할 시기에 저로 인해 피해를 받고 힘든 기억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며 자필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다영 선수도 인스타그램에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썼다. 흥국생명도 이날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 소속 선수의 행동으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한 인터넷 게시판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학교폭력)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네 명은 중학교 배구부 시절 두 선수가 자신들을 괴롭혔다고 주장하며 가해 사실을 열거했다. 이들은 “가해자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글을 (자기 SNS 계정에) 올렸더라”면서 “본인도 가해자이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으면서 저런 글을 올렸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면서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 쌍둥이 자매는 당시 다니던 중학교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뒤 그 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여자배구 간판인 두 선수는 학교폭력 사실 인정에 따라 소속팀 뿐 아니라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국가대표팀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은 11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 결장할 예정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대표팀에 선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있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 뒤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서도 학교폭력에 연루된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