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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노후생활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가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서 70% 또는 80%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동아일보가 복지 전문가 50명에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물어본 결과 10명 중 8명꼴인 82%(41명)가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료율 9%를 유지하면 2060년에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된다. 이때가 되면 젊은 세대가 내는 돈을 노인에게 바로 지급하는 부과방식을 도입하고 보험료율을 21%대까지 올려야 한다.○ 현 정부가 보험료 올려야? 절반에 가까운 전문가(42%, 21명)는 국민연금의 파국을 막으려면 박근혜 정부가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당장 13%까지 올려야 한다. 인상을 미래 세대에 미룬다면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져 요율을 올리기가 더욱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민연금 요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2009년 OECD 회원국 평균 공적연금 요율은 19.6%로 한국의 2배가 넘는다. 한국은 핀란드(21.6%), 스웨덴(18.9%)은 물론이고 일본(15.4%)보다 낮다. 요율 인상이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금 고갈까지 47년이나 남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이 보험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반론이다. 정부도 소극적이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요율을 올리면 지금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계층은 계속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없다”고 우려했다. 21일 열린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공청회에서도 2017년 이전부터 요율을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견해와 2043년까지는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적립기금이 제로가 되는 ‘2060년 위기’가 과장됐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공적연금은 적립기금이 없는 대신 부과방식으로 잘 운영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궁극적 해법은 출산율 높이기? 일각에서는 적립기금이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크므로 고갈 예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한다. 올해 적립기금은 약 417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1.1% 정도다. GDP 대비 비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35년이 되면 50%까지 육박한다. 세계적으로 GDP 대비 기금 비율이 30%를 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적립기금이 막대하다 보니 투자방향에 따라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한국이 적립기금으로 투자한 주식과 자산을 2043년 이후 팔아서 연금을 지급한다는 공공연한 영업비밀을 전 세계가 아는 판에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올리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과)는 “미래의 연금재정 지출을 안정시키려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지금의 저출산 기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40여 년이 지난 2030년이 되더라도 노인 10명 중 4명만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초연금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은 전망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박완주, 양승조 의원이 주최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을 받는 노인 비율은 29%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30년엔 노인의 40.9%가 국민연금을 받는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이 40여 년이 흘러도 여전히 절반이 넘는 노인에게 노후소득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2050년 68.4%, 2060년 78.6%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크다. 노인 중 상당수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20∼64세 인구 중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실질 가입자’ 비율이 영국 90.0%, 미국 88.2%, 캐나다 78.3%로 높은 편이다. 한국은 실질 가입률은 48.6%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 교수는 실질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들 중 상당수가 보험료를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12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총 가입자는 1982만 명이지만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1440만6000명으로 약 73%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연금소득만으로는 빈곤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노인들이 받는 평균 연금액은 30만 원 수준이다. 이론적으로는 국민연금에 40년간 가입하면 소득 대체율이 40%지만 이 정도로 오래 가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앞으로도 20∼2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복지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서 후퇴하더라도 지급 대상자들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똑같이 지급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재원을 조달하기 힘드니까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려면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당시 약속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금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복지 전문가 50명에게 물었다. 》 이들 중에서 70%(35명)는 ‘기초연금 공약이 후퇴하더라도 차등 지급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최대 지급액을 20만 원으로 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액수를 줄이자는 얘기다. 어떤 기준으로 달리 지급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36%(18명)는 소득이 많으면 기초연금을 적게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34%(17명)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줘야 한다고 밝혔다. 20만 원을 일괄 지급해야 한다는 전문가는 24%(12명)였다. 이에 앞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행복위)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 노인을 소득하위 70% 또는 80%로 줄이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는 20만 원 일괄 지급과 차등 지급이라는 복수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최종안을 이르면 8월 말 발표한다.○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면 소득을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으로 삼는다면 정부가 노인 소득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소득으로 인정되는 항목이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 공적이전소득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와 달리 자영업을 하는 노인의 소득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하므로 정부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은퇴자의 재산도 마찬가지다. 소득 파악의 어려움은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정할 때도 나왔던 문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과)는 “소득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노인이 저축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편법을 동원해 소득을 숨기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에 오랫동안 가입한 국민은 비교적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재산을 많이 모았을 수 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노인은 소득의 상당 부분이 연금 수령이다. 이 소득이 많아 기초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준이라면 보건복지부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이다. 연금 수령액을 파악하기가 쉽고 재원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이 최대 금액(20만 원)을 받는다는 점. 역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넘으면 기초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중 20년 이상 가입자는 19만5513명에 불과하지만 202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다. 국민연금 장기체납자(125만3000여 명)는 보험료를 계속 내지 않으려고 버틸 개연성도 짙다. 실제로 올해 2∼6월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3만9205명이 탈퇴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기초연금에 기댈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하면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이 국민연금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세대 갈등 심화도 우려스러운 대목. 현재의 20∼40대 대부분은 은퇴시기가 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게 돼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김연명 교수는 “젊었을 때는 기초연금을 떠받치다가 오히려 노인이 되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면 현재로서는 차등 지급안이 유력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20만 원 일괄 지급안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야당이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차등 지급안에 비해 재원을 너무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 당정 모두 부담스럽다. 2020년 기준으로 20만 원 일괄 지급안은 국민연금 기준 차등 지급안보다 재원이 1.4배가량 필요하다. 이 격차는 2040년에 약 2배, 2060년에는 약 3배로 급격하게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액수를 늘리는 식으로 노인연금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수완 강남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하면 지원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급 대상은 생활이 어려운 하위 50% 이하로 줄이되 지급액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전문가 50인 명단(가나다순) 강제헌(인제대) 김미혜(이화여대) 김상균(서울대) 김수영(부산복지개발원) 김수완(강남대) 김양균(경희대) 김연명(중앙대) 김용하(순천향대) 김원식(건국대) 김재경(공무원연금공단) 김재칠(자본시장연구원) 김재현(상명대) 김종숙(경기복지재단) 김진욱(건국대) 김찬우(가톨릭대) 문진영(서강대) 문창진(한국건강증진재단) 박능후(경기대) 박윤형(순천향대) 박찬용(안동대) 배준호(한신대) 백종만(전북대) 석재은(한림대) 신영석(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건조(고려대) 유길상(한국기술교육대)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홍식(인하대) 이규식(연세대) 이미숙(배재대) 이봉주(서울대) 이삼주(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상규(단국대) 이상이(제주대) 이수연(세종대) 이용하(국민연금연구원) 이정우(인제대) 전광희(충남대) 정기택(경희대) 정익중(이화여대) 정형선(연세대) 조중근(장안대) 조흥식(서울대) 최균(한림대) 최병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준욱(한국조세연구원) 홍경준(성균관대) 홍백의(서울대) 홍선미(한신대) 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오신혜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삼성서울병원은 100억 원을 들여 응급실 시스템을 정비하고 19일부터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작업은 2월부터 4개월여 진행했고 이달 18일까지 시범운영도 마쳤다.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응급실 개편은 환자 1명이 1시간 이내에 각 진료 분야 전문의로부터 원스톱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1+1+1’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많이 몰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적정한 치료를 제때 받기 어려운 상황을 개선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진료구역을 질환별로 △내과 △외상 △소아환자 △중환자 등으로 나눴다. 의료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실시간 응급의료 정보시스템도 새로 갖췄다.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실에 있는 환자 수와 혼잡도, 체류 예상시간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허벅지 둘레가 1cm 줄어들 때마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남자는 8.3%, 여자는 9.6%씩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0∼79세 남녀 32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러한 상관관계가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학연구소(KMI)에서 2009∼2011년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시행됐다. 남성은 허벅지 둘레가 43cm 미만이면 60cm 이상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4.0배 높았다. 여성은 허벅지 둘레가 43cm 미만이면 57cm 이상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5.4배 높았다. 지 교수는 “허벅지가 굵다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해 근육량이 늘어났다는 뜻”이라며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낮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 교수는 16만 명의 KMI 자료를 분석해 ‘신체 계측치를 이용한 당뇨병 위험도 모형’을 만들었다. 나이와 허벅지둘레, 허리둘레 등 체격 측정치만으로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으로 정확도는 81.1%로 나타났다. 앞으로 KMI는 건강검진을 받는 고객들에게 당뇨병 위험도 정보를 제공하는 이 모형을 활용할 예정이다. 지 교수는 “이 기술은 혈액 검사 없이 간단한 체격 측정만으로 개인의 당뇨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어 향후 당뇨병 예방과 관리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라며 “후속 연구를 계속해 연구 결과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겠다”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기혼여성 10명 중 7명은 추가로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결혼 및 출산동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5%는 추가로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추가로 낳겠다’는 비율은 19.3%였고 ‘생각 중’이라는 비율은 3.2%였다. 보사연은 2012년 현재 20∼44세인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실시했다. 이미 자녀가 둘 이상 있는 기혼여성들은 대부분이 더이상 출산 계획이 없었다. 자녀가 둘인 가구는 95.9%가, 셋인 가구는 98.7%가 자녀를 더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세 자녀 이상을 둔 ‘다둥이 가족’을 꿈꾸는 여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자녀가 한 명인 가구는 62.1%가, 없는 가구는 14.0%가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추가 출산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혼여성의 약 절반은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가 25.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양육비가 많이 들어서’ 20.4%, ‘계획한 만큼 자녀를 다 낳아서’ 18.8%, ‘나이가 많아서’ 10.4% 순이었다. 대체로 소득이 적을수록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자녀를 더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월 가구소득이 500만 원 이상이 37.9%였다. 그 반면에 100만∼200만 원 미만 61.8%, 200만∼300만 원 미만은 62.3%, 300만∼400만 원 미만은 63.4%였다. 자녀가 한 명도 없는 기혼여성은 자녀를 원하지 않는 이유로 ‘건강관련’이 25.7%, ‘나이가 많아서’가 15.2%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자녀 양육과 교육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면 추가 자녀를 갖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아울러 난임의 진단과 치료 지원 대상 및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임신과 출산이 어려울 때 입양을 적극 고려할 수 있도록 홍보와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결혼할 때 신랑 쪽이 신부 측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동향 조사’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은 여성이 2883만3000원이었지만 남성은 9588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20∼44세 기혼여성이 있는 가구 중 최근 1년간 가족 구성원이 결혼했다는 응답자 418명을 조사한 결과다. 결혼비용 중 당사자들이 스스로 마련하는 금액은 남성이 46.3%, 여성은 50.3%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아들을 장가보낼 땐 5144만9000원, 딸을 시집보낼 땐 1432만6000원을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의 결혼비용이 많은 이유는 신혼집을 신랑이 준비하는 관행이 퍼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신랑 측에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을 조사한 결과 ‘신혼주택 비용’이 75.0%로 가장 높았다. 반면 신부 측은 결혼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을 ‘신혼살림’이라고 답한 비율이 4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랑 측 예단(14.7%), 신혼주택 비용(11.6%), 결혼식비(7.2%) 순이었다. 결혼비용은 신랑-신부의 나이가 많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랑-신부의 연령대가 20∼24세일 때 평균 결혼비용은 1856만5000원이었지만 25∼29세는 3447만1000원, 30∼34세는 6536만6000원, 35∼39세는 7182만7000원이었다. 결혼 때 신랑-신부의 최종학력이 중학교 이하이면 평균 1468만1000원을 결혼비용으로 썼다. 고교 졸업이면 2859만7000원, 대졸 이상이면 5206만7000원을 지출했다. 결혼비용은 해가 갈수록 점점 치솟는 추세였다. 결혼 연도가 2010년인 응답자의 평균 결혼비용은 3741만6000원이었지만 2011년은 4453만7000원, 지난해는 7058만4000원으로 올랐다. 연구진은 “신혼주택 비용과 신혼살림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과 범국민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소득계층을 불문하고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에선 모든 교수님이 친절하고 상세하게 교육해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이곳은 마음껏 실험실에 남아 연구할 수 있어 자는 시간을 빼곤 매일 연구에 매달리다 보니 향수병에 시달릴 틈도 없었답니다.” 개발도상국의 인재를 데려와 4년여간 학업과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는 ‘이길여 펠로십’의 첫 졸업생인 몽골 출신 엥크자르갈 바르샤르한 씨(31·여)의 소감이다. 가천대에서 엥크 씨로 불리는 그는 이달 21일 졸업하는 대로 몽골로 돌아가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한다. 이길여 펠로십은 2008년 가천길재단 출범 50주년을 기념해 시작했다. 국내 의료환경이 열악했던 1960년대 미국에 가서 연수를 받았던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의 뜻이었다. 개발도상국에 의료봉사를 하는 것을 넘어 해당 국가의 의료인재를 길러내자는 취지였다. 이 회장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의 인재들을 최고의 의사, 의과학자로 길러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게 애국이자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재단은 개발도상국의 국립의료원 병원장들로부터 인재를 추천받았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엥크 씨가 첫 번째 수혜자로 선발됐다. 당시 몽골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레지던트였던 그는 “몽골에선 암을 조기 진단하지 못해 많은 환자들이 안타깝게 죽는다”며 “암 연구를 위해 외국에서 선진의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엥크 씨는 재단을 통해 연간 1000만 원에 이르는 학비와 생활비 월 130만 원, 연구 재료비 약 5억 원을 지원받았다. 한국에 4년 반 동안 머물면서 가천대 대학원에서 분자의학을 전공하며 석박사학위를 땄다.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에서 지도교수인 이봉희 유전·단백체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총 6편의 SCI급 논문에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립암센터로부터 6억 원을 지원받아 공동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졸업논문도 제출했다. 그의 영향을 받아 여동생 델기 바르샤르한 씨(23)도 한국에 와서 지난해 8월부터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가천대 대학원은 기초의학을 공부하면 전액 장학금을 준다. 동생은 학비는 무료로, 생활비는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에서 연구보조원으로 받는 수당을 통해 해결한다. 엥크 씨의 또 다른 지도교수인 변경희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많은 몽골 의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엥크 씨에게 연락해 학회 발표 등을 부탁한다”며 “떠나보내기 아쉬울 정도의 인재인 만큼 앞으로 몽골 의학계의 큰 인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몽골 국립암센터는 앞으로 ‘분자병리실’이라는 실험실을 열어 엥크 씨에게 맡긴다. 한국에서 배운 우수한 지식을 활용해 몽골의 의료기술을 한 단계 높여 달라는 요청이 담긴 지원인 셈이다. 엥크 씨는 “언젠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한국의 연구기술이 얼마나 앞섰는지 꼭 알리겠다”며 “더 많은 몽골 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면서 밝게 웃었다.인천=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동화약품이 급성 설사치료제 ‘락테올’을 만들 때 신고 내용과 다른 원료를 사용하면서 20여 년간 정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락테올캡슐, 락테올정, 락테올과립 등 3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판매중단과 회수 조치를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이 약을 만들었던 동화약품에는 제조업무 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형사 고발키로 했다. 락테올은 1988년 정부 허가를 받으면서 프랑스에서 수입한 원료로 만들었다. 당시에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는 ‘틴달화 아시도필루스’라는 유산균 균주(菌株)를 사용한다고 했다. 실제로는 ‘퍼멘텀’ 균주와 ‘델브뤼키’ 균주 혼합물을 사용해 약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원료 개발업체는 동화약품이 허가받은 원료와 실제 원료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2005년에 이를 동화약품에 통보했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이를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락테올의 첫 복제약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시점은 1992년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56개의 복제약이 나왔다. 동화약품이 원료의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아 국내 제약사들은 공개된 허가 정보의 내용대로 틴달화 아시도필루스를 사용해 복제약을 만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 중인 락테올 복제약은 32개다. 1992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오리지널약과 다른 복제약을 생산했다는 얘기다. 오리지널약과 성분이 달라 치료효과를 인정하기 어려워서 식약처는 복제약에 대해서도 잠정적으로 판매중단과 회수 조치를 내렸다.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에 사용된 원료는 모두 유산균인 만큼,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급성설사 증상 때문에 락테올이나 복제약을 복용하던 환자는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일반 지사제(止瀉劑)나 다른 유산균 제제를 복용하면 된다. 락테올에 들어간 유산균 원료는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설사 치료제에 사용한다. 복제약에 들어간 아시도필루스는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식품에 두루 사용되는 유산균이다. 그러나 급성 설사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실히 검증할 때까지 생산을 중지시킬 방침이다. 식약처는 락테올에 대한 프랑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약효를 평가하기로 했다. 이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자문한 뒤 이르면 10월 말까지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복제약에 대해서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재평가팀을 만들어 문헌조사와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식약처는 락테올과 복제약 제품이 원활하게 반품되도록 대한약사회와 제약협회, 도매협회, 제약사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아울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회수대상 의약품의 목록을 통보해 병·의원 및 약국에서의 처방과 조제를 제한하기로 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동화약품이 급성 설사약 '락테올'을 만들 때 신고내용과 다른 원료를 사용하면서 이를 정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락테올캡슐, 락테올정, 락테올과립 등 3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판매중단과 회수조치를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이 약을 만들었던 동화약품에는 제조업무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형사고발키로 했다. 락테올은 1988년 정부 허가를 받으면서 프랑스에서 수입한 원료로 만들었다. 당시에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는 '틴달화 아시도필루스'라는 유산균 균주(菌株)를 사용한다고 했다. 실제로는 '퍼멘텀' 균주와 '델브뤼키' 균주 혼합물을 사용해 약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원료 개발업체는 동화약품이 허가받은 원료와 실제 원료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2005년에 이를 동화약품에 통보했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이를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락테올의 첫 복제약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시점은 1992년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56개의 복제약이 나왔다. 동화약품이 원료의 변경사실을 알리지 않아 국내 제약사들은 공개된 허가 정보의 내용대로 틴달화 아시도필루스를 사용해 복제약을 만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 중인 락테올 복제약은 32개다. 1992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오리지널약과 다른 복제약을 생산했다는 얘기다. 오리지널약과 성분이 달라 치료효과를 인정하기 어려워서 식약처는 복제약에 대해서도 잠정적으로 판매중단과 회수조치를 내렸다.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에 사용된 원료는 모두 유산균인 만큼,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급성설사 증상 때문에 락테올이나 복제약을 복용하던 환자는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일반 지사제(止瀉劑)나 다른 유산균 제제를 복용하면 된다. 락테올에 들어간 유산균 원료는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설사 치료제에 사용한다. 복제약에 들어간 아시도필루스는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에서 두루 사용되는 유산균이다. 그러나 급성설사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실히 검증할 때까지 생산을 중지시킬 방침이다. 식약처는 락테올에 대한 프랑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약효를 평가하기로 했다. 이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르면 10월 말까지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복제약에 대해서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재평가팀을 만들어 문헌조사와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판매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식약처는 락테올과 복제약 제품이 원활하게 반품되도록 대한약사회와 제약협회, 도매협회, 제약사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아울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회수대상 의약품의 목록을 통보해 병·의원 및 약국에서의 처방과 조제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 식약처는 유산균 제제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의약품에 쓰인 유산균 종류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제품의 국내·외 허가사항을 5년마다 평가하는 '주기적 품목갱신제'도 운영하기로 했다. 국가간에 의약품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는 2015년 가입할 예정이다.이샘물 기자evey@donga.com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피아제가 한 실험에서 물감 뭐하고 뭐하고 섞으면/되겠는데 어떻게 찾아내냐면 ㅗ기했는니?/시행착오적인 문제해결 접근을 ㅏ게된다면/ 에이하고, 비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하고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농대연)의 A 씨는 얼마 전 강의시간에 도우미를 통해 위와 같은 문자통역을 받았다. 문자통역은 소리를 못 듣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강의 내용을 노트북 타자로 쳐 주는 방식. A 씨는 통역 내용으로는 도무지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농대연은 1999년 생긴 단체. 농아 대학생 500여 명이 회원인데 성의없는 문자통역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우미 교육 미흡한 현실 장애대학생 도우미는 지체장애인의 외출을 돕거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통역을 한다. 주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에서 뽑는다. 정부와 대학의 지원으로 활동비를 받으며 봉사시간도 인정된다. 수화통역사나 속기사가 아닌 일반 도우미에겐 한 달에 최대 30만 원을 장학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다. 봉사시간은 대학별로 결정한다. 청각장애인은 주로 문자통역 서비스를 받는다. 동덕여대에 다니는 청각장애인 임보미 씨(22·여)의 경우, 같은 학과 친구들이 도우미로 나서 문자통역을 한다. 임 씨는 “전문 통역사가 아닌 친구들이 통역하다 보니 느리고 부정확할 때가 많다. 친구들이 타자를 치다가 놓치는 내용은 나도 놓친다”고 말했다. 도우미가 사명감을 갖고 성실히 하면 그나마 낫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사례가 있다. 임 씨는 “단순히 활동비를 받으려고 통역을 해 주면서 수업 끝나면 땡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임하는 도우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대연 소속의 다른 학생은 “통역을 맡은 도우미가 수업 도중에 개인적인 약속이 있다며 5, 6차례나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그는 3시간이나 되는 전공수업 중 1시간 반만 통역을 받았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한성대 학생인 이재정 농대연 부회장(23·여)은 “도우미에 대한 교육과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대학에서 도우미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는 한다. 장애 대학생 도우미 지원 사업을 하는 대학은 도우미와 장애 학생에게 학기별로 1시간 이상 사전 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보통 단체로 교육하지만, 장애 학생이 10명 미만인 대학에선 개별 교육도 가능하다. 그러나 농아 대학생들은 교육을 형식적으로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애 학생이 적은 곳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고 말한다. 이 부회장은 “어떤 대학의 담당자는 도우미들에게 참고 자료도 주지 않고 장애 학생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된다고만 얘기했다. 어떻게 도우면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활동하는 도우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특성과 고충 좀 더 이해해야 농대연은 도우미 활동을 하려면 장애의 특성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은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으며 말뜻을 파악한다. 큰 소리로 말해 주기보다는 천천히 말하며 입 모양을 보여 주는 게 좋은 이유다.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착용했다고 해서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한다. 대화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내용을 이해한 것은 아니니 한 번 더 설명하는 식이 효과적이다.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일반인’이나 ‘귀머거리’ ‘불구자’와 같은 표현은 써선 안 된다. 청각장애인이 말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너 청각장애인 아니지?”라고 물어도 곤란하다. 당사자에겐 불쾌하고 민감한 질문이다. 또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왜 구화(말)를 더 잘 익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느냐”라고 질책하면 안 된다. 상명대에 다니는 청각장애인 김수진 씨(25·여)는 “도우미와 장애 학생 사이에 종종 갈등이 생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 살 때 청력을 상실한 그는 지난해에 농대연 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학교의 교육 지원 체계가 부실해 자퇴를 택하는 농아 대학생을 종종 봤다고 한다. 김 씨는 대학과 정부가 장애 학생의 교육뿐 아니라 취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강이나 취업 프로그램에 도우미의 통역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산 한도가 정해져 있기에 상당수 대학에서는 도우미가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통역을 해주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김 씨는 “우리도 취업을 준비하고 진로를 고민하는데 취업 프로그램에서 소외될 때가 많다”며 “이런 까닭에 농대연이 자체적으로 대학생을 모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여성가족부는 ‘제13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행사를 27∼30일 대전시와 공동개최한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한인 여성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로 대전 유성구의 대전컨벤션센터와 유성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된다. 37개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는 여성 리더 5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박테리아에 오염된 분말이 나온 해외업체의 제품이 국내에 수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낙농업체 폰테라의 뉴질랜드 하우타푸 공장에서 지난해 3,4월과 올해 2월에 생산된 유청(乳;淸)분말 340t이 수입됐다고 6일 밝혔다. 앞서 폰테라는 지난해 5월 생산된 유청분말 40t톤이 '클로스트리디움 보튤리늄' 박테리아에 오염됐다고 4일 발표했다. 이 박테리아에서 나오는 독소인 보튤리늄은 구토나 신경마비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문제의 분말은 중국 등 6개국에 수출돼 분유나 단백질 음료에 쓰였다. 유청분말은 우유를 치즈로 가공할 때 나오는 부산물이다. 당시 식약처는 뉴트리시아의 카리케어 분유는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입신고 목록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하우타푸 공장의 제품이 표기방식을 다르게 하는 바람에 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생산지의 명칭을 하우타푸가 아닌 상위 행정구역으로 표시한 까닭에 확인과정에서 누락됐다는 얘기. 해당 유청분말은 국내의 A 분유업체에 공급됐다. 식약처는 혹시 모를 소비자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폰테라의 유청분말 재고인 56t을 모두 회수해서 검사하기로 했다.이샘물 기자evey@donga.com}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정부 공식 통계에서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다문화가정 학생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6년의 9389명과 비교하면 7년 만에 6배로 늘어난 셈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늘어나면서 정부도 교육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학생 증가세에 비해 공교육 인프라나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교육통계(4월 1일 기준)에서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은 5만576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체 초중고교생의 0.86%로 지난해보다 8813명(18.8%) 늘어난 규모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이 3만9423명(70.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중학생이 1만1235명(20.1%), 고등학생이 4827명(8.7%)이었다. 나머지는 각종 학교나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부모의 국적은 중국(중국동포 포함)이 1만9126명(34.3%), 일본이 1만3067명(23.4%)으로 과반수에 이르렀다. 이어 필리핀 8616명(15.5%), 베트남 6322명(11.3%), 태국 1308명(2.3%), 몽골 1131명(2.0%) 등의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국내에서 태어난 국제결혼 자녀가 4만5674명(81.9%), 외국에서 태어나 중도 입국한 국제결혼 자녀가 4931명(8.8%), 외국인가정 자녀가 5162명(9.3%)이었다. 교육부는 급증하는 다문화학생을 위해 이들이 정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예비학교를 계속 늘릴 방침이다. 예비학교는 지난해 26곳에서 올해 50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예비학교를 벗어나 정규 학교로 편입되는 순간 교육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 현장에 다문화 전문가가 부족하고 교사들도 다문화학생 지도에 필요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윤상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부소장은 “교사들의 다문화학생에 대한 인식과 지도방법이 전문화돼야 한다. 교사들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문화학생을 위한 지원 정책이 시혜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사회교육과)는 “지금까지는 다문화학생들에게 생계 지원, 학습 지원, 문화체험, 학용품 지원처럼 베푸는 차원으로 접근했다”면서 “이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자 일꾼으로 키우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요청했다.김희균·이샘물 기자 foryou@donga.com}

《 안간힘을 썼다. 대답하지 않으려고. 한국전력공사 직원은 집요했다. 출생지, 신분, 재학 중인 대학교, 사는 곳을 계속 물었다. 송전탑이 건설되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고 싶었는데 한전 직원은 왜 나의 신상을 확인하려는 걸까. 나는 대학생이다.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4학년. 한전과의 전화는 올해 1학기에 들었던 ‘언론법’ 수업과 관련이 있다. 과목을 담당하는 손태규 교수님이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는 과제를 내면서였다. 정보공개청구? 처음 듣는 단어였다. 자료를 찾아 보니 공공기관이 어떤 일을 하고 예산을 어디에 쓰는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려는 제도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1996년에 제정 및 공포되면서 2년 뒤에 시행된 제도다. 교수님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우리들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공무원이 제대로 일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과 제도의 정비 못지않게 중요한 건 공무원의 의식이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도자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인식이 없다….” 지도자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인식이 없다? 무슨 뜻인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내가 공무원을 직접 상대하기 전까지는…. 》○ 수수료 200원을 아끼려면? 어떤 내용에 대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할지 고민하는데 송전탑 보도가 떠올랐다. 한전이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 송전탑을 설치하려 한다는 내용. 주민이 우려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정보를 한전과 밀양시에 청구했다. 웹사이트에 이름(이미나) 등을 입력해 가입하고 정보공개청구 신청을 했다. 며칠 지나서 한전 직원이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친절했다. 하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나의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기 때문이다. 출생지, 신분, 재학 중인 대학교, 사는 곳…. 그는 “그냥 물어보는 건데, 얘기 좀 하면 안 되냐”고 말했다. 할 수 없이 다 대답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정보 청구 목적을 알고 싶다고 했다. 약간 당황해서 “그냥 궁금해서요…”라고 얼버무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직원은 황당하다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정보공개청구를 한 이유가, 그냥 궁금해서? 알겠습니다.” 그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상의한 뒤 연락하겠다고 했다. 같은 수업을 들었던 박하영(21)은 공무원이 가장 민감해하는 항목을 건드리고 싶다고 했다. 사회과학대 부학생회장이라 학교행정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평소에도 많았던 친구. 등록금 사용 내용, 실험실습비…. 그런데 등록금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쓰는 정부에는 어떤 정보를 청구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공무원의 업무추진비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포털에서 검색했더니 업무추진비는 여러 종류였다. 직책급, 정원가산, 기관운영, 시책추진, 부서운영 등…. 다섯 가지 항목을 모두 청구했다. 경기 용인시와 수지구는 물론이고 경기도와 지사를 대상으로 했다. 서초구청도 추가했다. 현금으로 지출되는 업무추진비를 매일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침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접해서다. 정말 투명하게 공개할지 알고 싶었다. 하영이는 5월 29일 새벽, 정보공개청구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정보공개를 신청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학생은 교육자료나 연구 목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소속 기관장의 확인을 받아 청구하면 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영이 역시 교육적인 목적으로 청구하기에 수수료를 감면받으려고 했다. 자꾸 에러 메시지가 떴다. 30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을 머금고 신청을 포기해야 했다. 전산상의 문제가 아니라도 수수료를 감면받기는 쉽지 않다는 걸 후배 신지연(21)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지연이는 경기도에 경기도 도의원의 겸직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하면서 수수료 감면을 신청했다고 한다. 수수료는 200원. 소액이지만 감면받으려면 소속기관장의 확인이 필요하다. 강의계획서를 첨부하면서 수수료 감면을 요청했더니 도에서는 총장 확인서를 보내라고 했다. 지연이는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법인총무과→총무과→사회과학대 교학행정1팀→교학행정과장. 미로 찾기처럼 전화를 돌렸다. 지연이는 정보공개청구 신청서를 인쇄해 교학행정과장을 찾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학장의 확인만으로 수수료를 100원 감면받았다. 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00원 때문에 이러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이렇게 하느냐.” 그에게 되묻고 싶은 말이었다. 200원 때문에 왜 이렇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냐고.○ 밤중과 주말에 전화를 거는 이유? 하영이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일주일 정도가 돼야 연락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는 달랐다. 29일 오전 9시부터 담당 공무원들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이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부재중 전화가 기관별로 3∼5통씩 왔다. 어느 기관은 8통이나 걸었다. 공무원들은 친절했지만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일이 번거로우니 청구를 취하해 달라.”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서초구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보를 청구한 이유는 뭔가. 일부 업무추진비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나머지 업무추진비는 수십 개 부서에 요청해서 받아야 해서 복잡하다. 교육 목적으로 요구하는 노동력이라 보기엔 좀 심하지 않냐.” 하영이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집요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연락했다. 어느 공무원은 오후 10시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으니 공무원들은 다른 번호로 걸기도 했다. 하영이는 기자에게 말했다. “공무원들은 자신이 급할 때는 업무 외 시간에도 전화를 걸더라고요. 결국 마음이 약해져서 정보공개를 철회했어요.” 하영이가 겪은 일은 약과였다. 같은 수업을 들었던 조원동 선배(25)에 비하면 말이다. 선배는 전국의 광역시에 공무원의 해외연수와 해외출장 내용을 요청했다. 며칠 뒤 대전시청이 선배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공무원은 아들이 어느 대학을 다니는지, 지금 학생인지, 왜 이런 자료를 요구하는지를 물었다. 어머니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줄도 몰랐기에 인적사항만 얘기했다. 공무원은 그 다음에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학생이냐, 리포트에 쓰려고 요구하는 거냐고 물었다. “언론사 입사시험에 대비해 기획기사를 연습해보려고 한다”고 대답했더니 “언론사에 투고하는 거냐, 다른 곳에도 자료를 요구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정보 하나를 얻으려면 공무원의 질문공세를 견뎌야 했다. 어느 학생은 기자가 전화를 걸자 이름과 청구기관명을 인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공무원이 어떻게든 자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어떻게든 해를 끼치지 않겠느냐면서. 손 교수님은 정보공개청구 실습을 4, 5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시켰다. 법이 조금씩 개정되고 공무원의 태도 역시 조금씩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확실히 느낄 정도로 개선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교수님은 특히 공무원이 무슨 권리로 청구인의 신상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신상을 물어보면 사람이 위축된다. 우리나라처럼 관존민비 사상이 있는 곳에서는 겁이 나지 않겠느냐. 더욱이 집에 전화해 부모에게 학생의 신상을 물어 보면 부모로서는 가슴이 내려앉을 일이다.”○ 내가 공무원이 된다면? 하영이가 용인시청에 청구한 정보공개는 ‘즉시공개’ 처리가 됐다. 내용은 안내사항 몇 줄이 전부였다. ‘귀하께서 정보공개 신청한 단체장, 부단체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은 용인시 홈페이지(www.yongin.go.kr)에 기공개 중에 있사오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관련 사항은 용인시 회계과(031-324-2175)로 문의하여 주시면 성실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어느 친구는 여성가족부에 한부모가정 실태와 지원항목, 사업계획에 대해 청구했더니 비공개 결정이 났다고 한다. 이유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담당 공무원은 말을 다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다시 걸어 왜 말하는 도중에 끊었냐고 물었더니 공무원은 “실수였다”고 해명하면서 “내 소관이 아니다. 아는 바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한다. 하영이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행정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상당수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잖아요. 그 친구들이 합격해 공무원이 되면 이렇게 일처리를 하겠지라는 생각에 서글퍼지더라고요. 내가 공무원이 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자신이 솔직히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굳게 다짐했습니다. 어디에 취직해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한테 전화했던 공무원들처럼 되진 말아야겠다고요.” 미래 세계에서의 국민통제를 다룬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 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 다니는 홍제원 씨(26·우주공학 4학년·사진)는 올 여름방학 중 70일을 자전거팀 ‘일리나이4000’ 회원 21명과 함께 보냈다. 자전거팀은 ‘암과의 전투’라는 피켓을 달고 미국 대륙을 횡단했다. 암 환자나 그 가족을 만나면 사연을 메모하고 사진을 찍었다. 웹사이트와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서다. 이 전시는 암 환자를 위한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홍 씨는 올해 초 자전거 가게에 들렀다가 일리나이4000을 소개받았다. ‘타인을 위한 여행’이란 말에 매료돼 곧장 지원했다. 팀원이 되기 위한 면접도 치렀다. 여행은 5월 24일 뉴욕시에서 시작했다.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진 기부여행은 화려하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숙소는 동네 주민센터나 학교, 종교기관에 부탁해서 해결한다. 참가비 500달러의 조촐한 여행. 팀원은 개인당 3500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으겠다고 서약해야 한다. 홍 씨는 “지인들에게서 기부금을 받거나 학기 중에 기부 이벤트를 열고, 기업체에 친필 편지를 쓰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금액을 채운다”고 말했다. 일리나이4000의 기부여행은 2007년 처음 시작됐다. 매년 면접을 통해 참가자를 선발한다. 현재까지 126명이 참가해 50만 달러를 모았다. 기부금은 전미암협회, 데이먼러니언 암연구재단, 리브스트롱재단, 메이요클리닉 암연구센터에 보냈다. 암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를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자전거팀의 부팀장인 홍 씨는 팀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는 미국의 기부문화가 뿌리 깊은 나무와도 같다면서 이런 일화를 전했다. “작은 동네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더군요. 암 환자를 위한 기부여행이라고 하니, 눈물을 글썽이면서 주머니 속의 지폐를 내주셨습니다. 가진 게 이것밖에 없다면서요. 본인도 형편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팀원들은 전공도, 꿈도 다양하다. 고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유학한 홍 씨의 꿈은 한국의 주도로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발사하는 일. 우주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싶어 한다. 홍 씨를 포함한 자전거팀은 7월 3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름다운 여정을 마무리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남자아이는 몇 살까지 목욕탕 여탕에 출입할 수 있을까.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와 일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여탕에 들어갈 수 있는 남자아이의 나이를 낮추는 문제가 거론되면서 새삼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은 목욕실 및 탈의실에 만 5세 이상 남녀를 함께 입장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차엔 경고, 2차엔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는다. 네 차례 위반하면 영업장 폐쇄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만 5세가 넘는 남자아이를 여탕에 들여도 벌칙을 부과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출입금지 나이는 2003년 만 7세에서 만 5세로 낮춰졌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이 쑥쑥 크면서 만 5세라도 여탕에서 짓궂은 행동을 하는 일이 잦아지자 여성들이 ‘징그럽다’며 불편을 호소해왔다. 어떤 업주는 ‘남자 어린이 5세 이상은 남탕으로 데리고 가세요. 5세가 되면 알 건 다 압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써 붙이기까지 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는 조만간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출입금지 연령기준을 낮춰달라고 건의하기로 했다. 김학원 한국목욕업중앙회장은 “한국 유아들이 과거보다 정신연령도 높아졌고 체격도 좋아졌다”며 “연령기준을 만 5세가 아닌 ‘5세(만 3∼4세)’로 내려 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목욕업중앙회는 2010년에 이미 연령기준을 낮춰 달라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부모가정 등 아버지가 없는 집에선 어머니가 만 5세 남자아이를 여탕에 데려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이 더 우세했던 탓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충남 태안군 해병대캠프 사고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등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22일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협회 등에 즉각 협조를 요청해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상세 정보를 정부가 운영하는 ‘청소년활동정보서비스’(www.youth.go.kr)에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공개 시점은 올해 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정부가 운영하는 구립청소년문화센터, 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정보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민간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운영자는 신고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캠프나 프로그램이라도 지자체와 수련시설협회 등의 협조를 받아 세부내용을 조사해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종 청소년 프로그램들이 신고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과연 얼마나 상세하게 정보를 모아 공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성부 관계자도 “모든 프로그램의 정보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여성부는 앞으로 청소년활동정보서비스에서 공개하는 프로그램의 상세 정보도 좀 더 체계화하기로 했다. 현재 제공하는 운영 시기와 장소 참가비용 활동횟수 모집기간 활동종류 같은 정보는 물론이고 배치 인력과 과거 실적 등도 공표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개할 세부 항목과 구체적 시기는 지자체 등과 협의한 뒤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22일 나승일 차관 주재로 전국시도교육청 교육국장회의를 열어 앞으로 체험활동 때 교사가 현장에 동행해 지도하지 않으면 징계하는 등 강력히 제재하기로 했다. 나 차관은 “체험활동 때 교사의 현장방문 지도를 원칙으로 했는데도 이번 사고에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지침을 위반하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라고 밝혔다. 나 차관은 또 계약 전이나 시행 직전 체험활동 현장의 사전답사를 의무화하고 수련활동 때 반드시 안전교육을 실시하라고 당부했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도 이날 실국과장 회의를 열고 수련활동 때 교사들의 행동강령을 만들어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이 안전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믿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지난해에도 민간업자가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지만 정부는 사건이 터진 뒤에야 청소년활동진흥법을 개정해 이동형 숙박캠프에 지자체 신고의무를 부과했을 뿐이다.이샘물·김희균 기자 evey@donga.com}
박모 씨(27)는 ‘안면견갑 상완형’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렸다. 얼굴과 어깨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증상이 심해지면 휘파람을 불지 못하고 팔을 높이 들 수 없는 근육병이다. 외할아버지와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3대가 고생하는 유전병이다. 고교생 때인 16세부터 증상이 나타나 서울의 대학병원을 꾸준히 찾았지만 전문가의 상담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도 같은 병을 앓을까봐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발병 후 11년이 지난 올해 5월에야 처음으로 상담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한국희귀질환재단의 도움을 받았다. 체외수정을 하면 병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을 상담하면서 알게 됐다. 박 씨는 “가족력 때문에 상세한 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유전상담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유전병에 시달리는 환자를 위해 정부가 ‘유전상담사’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다음 달 23일 심포지엄을 열어 유전상담사 도입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박현영 질병관리본부 심혈관·희귀질환과장은 “유전상담사 제도를 어떻게 도입하면 좋을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연세대의 손명세 교수팀(의료법윤리학연구원)에 의뢰해 ‘국내 유전상담사 제도 운영모델 개발’에 관한 연구용역을 이미 마친 상태다. 미국의 경우 미국유전상담위원회(ABGC) 인증을 받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따고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면 유전상담사로 인정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5월 말 취임한 이후 줄곧 ‘미래를 위한 창조의료’를 강조해 왔다. 창조의료란 진단과 치료 중심인 현재의 의료 모델에 첨단 의료기술을 기반으로 한 ‘질병 관리 및 예방 프로그램’을 융합한 것으로 의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뜻한다. 오 원장은 질병 치료에만 관심을 갖던 시대에서 건강수명 연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 원장은 의학 패러다임이 △예측(Predictive) △맞춤(Personalized) △예방(Preventive) △참여(Participatory)의 ‘P4 의학’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P4 의학을 실현하려면 연구와 진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고 첨단 융·복합 의료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래 창조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의 중개연구와 임상연구를 총괄하는 의생명연구원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개연구란 산학연이 융합해 기초과학의 연구 성과를 임상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걸 뜻한다. 서울대병원은 임상의학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해 1991년 의생명연구원의 전신인 ‘임상의학연구소’를 설립해 임상연구를 선도해 왔다. 서울대병원의 연구역량의 근간은 우수한 인력에 있다. 최근에도 세계적인 의과학자들을 영입하는 등 인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 병원은 올해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걸 계기로 더욱 도약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적정 비용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연구중심병원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수준의 연구역량과 산업화 성과를 내려 한다. 또 산학연을 포괄하는 연구개발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10년 안에 세계 톱5 연구중심병원에 진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기초연구에서 산업화까지 아우르는 연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방형 혁신 연구 시스템을 마련하고 국내외의 다양한 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공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 공간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혁신적 지식을 창출했다면 이를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 치료기술 등으로 ‘창조’해 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이 바로 임상시험이다. 서울대병원은 1995년에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센터를 세워 국내 임상시험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지난 한 해에만 210건의 임상시험을 실시해 국내 의료기관 중 1위를 차지했고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실적을 냈다.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총 20건 중 15건의 임상시험이 처음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수행됐다.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데에도 앞장서왔다.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임상시험센터는 지난해에 정부로부터 5년간 연구비 지원을 받는 ‘초기임상시험 글로벌선도센터’로 선정됐다. 올해에도 세계적인 다국적회사, 임상시험수탁기관(CRO)들과 제1상 임상시험 실시에 관한 협력을 끌어내 세계적인 입지를 굳건히 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은 국제적인 의학연구기관으로 발전해 왔다. 2012년 한 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랜싯, 사이언스, 네이처 등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포함해 2200여 편의 SCI 논문을 발표했다. 올해 6월에도 새로운 폐암표적치료제인 ‘크리조티닙’의 최초 3상 임상시험 결과를 NEJM에 발표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을 입증했다.▼“타대학과 협력·융합 통해 P4 의학 실현하겠다”▼지난달 9일 취임한 방영주 의생명연구원장(종양내과·사진)은 세계적인 항암제 임상시험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위암연구와 초기임상시험에서 발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대 암연구소장, 국제암연구소(IARC) 학술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과 대한암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항암제 개발 임상시험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보건산업기술대상 대통령상 등 여러 학술상도 받았다. ―서울대병원 의학연구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에 있다. 어느 분야에 힘쓸 생각인가. “서울대병원 연구의 양대 축은 중개연구와 임상연구다. 이를 중심으로 조직과 인력을 재배치하고 연구행정 서비스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여 연구자들이 좀 더 쉽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서울대병원 연구역량 중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 연구에 대한 순수한 동기와 열정을 지닌 우수한 연구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중개연구와 임상연구를 연계할 수 있는 국제적인 인프라와 인력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것 또한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서울대병원만의 연구로는 힘들 텐데…. “융합을 통한 새로운 의학지식과 의료기술 창조를 핵심 키워드로 삼을 생각이다. 서울대 의대는 물론이고 다른 대학들과도 협력하고 융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겠다. 이를 통해 P4 의학 실현에 기여하겠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