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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0억 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이 허술한 탓에 거액이 직원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는데도 첫 범행 이후 10년 동안이나 포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우리은행 본점 차장급 직원 A 씨가 27일 오후 10시 10분경 경찰에 자수해 업무상 횡령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앞서 같은 날 오후 6시 15분경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과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는 A 씨는 2012년 10월과 2015년 9월, 2018년 6월 등 3차례에 걸쳐 은행 자금 약 6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개선부는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부서다. A 씨가 횡령한 돈은 우리은행이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이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받아놓은 계약금으로 추정된다. 당시 매각이 무산되자 우리은행은 몰수된 계약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해 왔다. 이 사건에 대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진행 중이라 소송 결과에 따라 우리은행이 엔텍합에 계약금을 돌려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자수하고 약 4시간 뒤인 28일 오전 2시경 A 씨의 동생이 경찰서로 찾아와 자신도 “자수하겠다”라고 했지만 진술서 작성은 거부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범행 수법과 공범 유무 등에 관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29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A 씨 동생을 불러 범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올 들어 오스템임플란트와 서울 강동구청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이어진 데 이어 자금 관리가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마저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거액의 자금이 A 씨 계좌로 빠져나갔는데 은행 측이 알아차리지 못한 걸 두고 금융권에선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 통제 체계가 어느 부분에서 허점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규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 번 드셔보고 가세요!” (대형마트 시식코너 직원) “팝콘을 먹으면서 보니 영화 볼 맛 나네요.”(영화 관람객 이모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금지됐던 실내 다중이용시설 및 교통수단 내 취식이 허용된 첫날인 25일. 대형마트, 영화관 등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활기가 돌았다. 유통업계는 실내 취식 허용으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시식 행사 문의 폭증” 이날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선 식료품 판매대 앞 시식·시음 코너가 부활했다. 시식대는 방역 지침에 따라 서로 3m 이상 떨어져 설치됐다. 영등포구의 한 마트에서는 “시식하고 가세요”라는 직원의 말에 이끌린 고객들이 잠시 마스크를 내린 채 종이컵에 담긴 양념 돼지고기를 맛봤다. 직원은 손님들이 1m 간격을 지키도록 안내했다. 이 마트를 찾은 윤모 씨(58)는 “시식대에서 먹어보니 고기 맛이 좋아 바로 한 팩 구매했다”며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다시 생겨 반갑다”고 했다. 고기 시식코너 직원 A 씨는 “시식 후 바로 제품을 구매한 손님이 오후에 10명 정도 됐다”고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달 중순 거리두기 해제 일정이 발표된 뒤부터 식음료 업체들의 시식 행사 문의가 폭증했다”면서 “곧 매장 분위기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시식 정상화로 식품 매출이 전보다 20~30%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열차·학원서 먹을 포장 주문 이어져 영화관에서도 이날부터 식음료 취식이 가능해졌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영화관을 찾은 이모 씨(37)는 “팝콘과 콜라를 들고 상영관에 들어가니 새삼 영화 보는 기분이 났다”고 했다. 이 영화관 직원은 “오늘 ‘상영관 안에서 팝콘 먹을 수 있냐’고 묻는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서울역사 내 음식점은 이른 아침부터 열차에서 먹을 음식을 주문하는 이들로 붐볐다. 한 매장 직원 남성순 씨(58)는 “오전 6~7시 사이 매출이 보통 10만 원 선이었는데, 오늘은 20만 원을 넘었다”며 웃었다. KTX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태현 씨(33)는 “기차에서 아침을 해결할 수 있게 돼 출근 준비가 더 여유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내 매점에서도 버스에서 끼니를 때우려는 승객들의 포장음식 주문이 이어졌다. 학원, 독서실 등에서 취식이 가능해지면서 학원가 주변 식당에도 활기가 돌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주혁 씨(36)는 “학부모들이 자녀가 학원에서 먹을 간식을 포장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 풍경도 확 달라졌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백화점 립스틱 매장에선 손님들이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립스틱을 면봉에 묻혀 입술에 발랐다. 전날까진 매장 자체 규정상 손등에만 바를 수 있었다. 향수 매장에서도 손님들이 마스크를 잠시 벗고 향기를 맡는 모습이 보였다. 25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437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확진자 수가 3만 명대로 감소한 건 올 2월 8일 이후 76일 만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거리 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후 코로나19 유행이 감소 중”이라고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24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선 재한 우크라이나인 등 300여 명(경찰 추산)이 “러시아를 규탄한다” “전쟁을 멈추라” “우크라이나를 살려 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로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는 ‘우크라인 긴급구호연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손팻말을 든 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 분수대를 출발해 서울광장을 거쳐 다시 출발지까지 약 2.1km를 행진했다. 23, 24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300명 이상 참석한 집회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적용됐던 ‘집회·시위 참가 인원 299명 이하’ 제한이 사라진 후 첫 주말이라 다양한 단체가 세를 모아 거리로 나선 것이다. 경찰은 다음 달 1일 노동절(메이데이) 전후에 대규모 시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여의도서 ‘검수완박’ 맞붙어23일 서울 여의도와 대학로에선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찬반 집회가 맞붙었다. 전날 여야가 검찰 수사권 단계적 폐지 등을 담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참가자들은 이날도 집회를 통해 각자의 주장을 이어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은 이날 오후 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약 1500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검수완박’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가 끝난 후 오후 7시에는 시민단체 ‘밭갈이운동본부’가 “검찰 개혁을 촉구한다”며 역시 국회 앞에서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해 집회를 벌였다. 이날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선 ‘촛불전환행동’ 회원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검찰 개혁 법안 통과’를 촉구했고, 같은 시간 바로 옆에선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가 확성기를 동원해 ‘검수완박 폐기’를 주장하는 집회를 벌였다. 양측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진 않았다. 이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약 4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노동절이 대형 집회 기점 될 듯”경찰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이 다음 달 1일 주최하는 노동절 집회를 주시하고 있다. 민노총은 올해 근로자의 날을 맞아 ‘차별 없는 노동권’ 요구 집회를 5000여 명 규모로 개최할 예정이다. 민노총은 해당 집회를 서울광장에서 열려 했지만 서울시는 광장 사용을 불허한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가 이뤄질 경우 광장에 새로 심은 잔디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 불가피하게 불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노총은 노동절 집회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겠다면서 정확한 장소는 전날인 이달 30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거리 두기 해제로 갈수록 도심 집회 및 시위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 노동절은 일요일이라 주말 도심이 집회, 시위로 매우 혼잡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MZ세대의 소소한 기부는 유행처럼 늘고 있다. 자른 머리카락을 기꺼이 내놓고, 걸을 때마다 적립되는 돈도 기부한다. 여행지에서 봉사활동도 함께 한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가능한 이색 기부를 알아봤다.》MZ세대 생활 속 나눔문화 “머리를 기르고 기부하는 데 돈이 드는 건 아니잖아요. 제 머리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참으로 기뻤습니다.” 하진솔 씨(29)는 최근 3년간 길러온 머리카락을 30cm가량 잘라 암과 싸우는 어린이들의 가발 제작에 쓰도록 기부했다. 전남 목포의 한 극단에서 배우로 일하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연이 멈춰서면서 설 수 있는 무대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 씨는 “주머니는 가벼워져도 머리카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기부를 하면 더욱 뜻깊을 것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기부, 봉사가 위축됐지만 큰돈이나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나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적지 않다. 걸을 때마다 적립되는 소소한 금액을 기부하고 여행을 떠난 관광지에서 쓰레기를 줍는가 하면, 해외로 가는 김에 입양되는 유기견을 함께 데리고 가기도 한다.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이들은 “기부와 봉사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머니 가벼워도 나눌 수 있어요”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에도 ‘어머나운동본부’(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에는 기부자가 크게 늘었다. 2018년 1730명이던 기부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2020년 2만2260명으로 늘었다. 모발 기부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와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분 ‘머리카락 기부 인증’ 바람의 덕을 보기도 했다. 4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 30cm를 잘라 지난해 12월 어머나운동본부에 기부한 신윤하 씨(28)도 SNS에서 우연히 본 머리 긴 초등학생의 사연을 보고 모발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머리카락을 기부하겠다면서 주변 친구들이 놀리는 와중에도 꿋꿋이 머리를 기른다는 내용이었어요. 귀여우면서도 기특했지요.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취업준비생인 나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신 씨는 “취준생이라 심적, 경제적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며 뿌듯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유튜브에서도 머리카락 기부 경험을 다룬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서 ‘모발 기부’ ‘머리카락 기부’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결과물이 5000건 이상 나온다. 발레를 하며 14세 때부터 긴 생머리를 고수해 온 김모 씨(29) 역시 최근 머리카락을 40cm가량 잘라 기부했다. 발레리나는 긴 머리를 유지하다가 무대에 오를 때 단단히 묶는 것이 보통이다. 코로나19로 설 수 있는 무대가 1년가량 전무했던 것이 도리어 기부의 기회가 됐다. 김 씨는 “내겐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긴 머리칼이 어린 암 환자들에게는 절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걸음 기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측정된 걸음 수를 토대로 소액을 적립할 수 있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다. 앱 이용자가 걸은 걸음만큼 캠페인 후원 기업이 비영리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게 된다. 이용자들은 걷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5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A 씨는 “걷는 게 공황장애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매일 5000∼6000보를 걷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일주일 동안 5만 보를 걸으며 기부 앱으로 일정액을 적립해 유기동물보호센터에 기부했다”고 했다. A 씨는 “치료 삼아 걷기를 시작했는데, 아픔이 있는 다른 동물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뿌듯함까지 느낀다”면서 “코로나19 기간의 우울한 감정을 덜어내는 데도 걸음 기부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놀며, 운동하며 하는 봉사여행이나 운동 등 취미생활과 동시에 할 수 있는 봉사활동도 각광받고 있다. 김하운 씨(28)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니던 실내수영장이 문을 닫자 즐기기 시작한 등산이 봉사가 됐다. 김 씨는 1년 전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쓰레기봉투를 들고 등산을 한다. 그는 “환경 문제가 화두인데 등산하는 김에 산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 좋겠다 싶어 ‘등산 플로깅(Plogging)’을 하고 있다”면서 “하산 뒤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버릴 때면 등산로를 깨끗이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줍다’와 ‘조깅’을 합성한 말로 ‘조깅하며 쓰레기 줍기’를 뜻한다. 전국 명산을 찾아다니며 ‘등산 플로깅’을 한다는 김 씨는 “운동하는 김에 눈에 보이는 대로 쓰레기를 주우면 취미생활에 봉사를 살짝 곁들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바다에서도 플로깅을 한다. 김은지 씨(29)는 최근 강원 속초 해변에서 ‘서핑 플로깅’을 즐겼다고 했다. 평소 서핑을 할 때면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 밀려든 쓰레기들이 눈에 밟혔다는 김 씨는 “쓰레기들이 보일 때마다 하나씩 줍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가져갔던 가방이 가득 찼다”며 “앞으로도 서핑할 때 해변 쓰레기를 주울 생각”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6개월 전부터 ‘출퇴근 플로깅’을 시작했다. 서울 관악구 집과 서울 용산구 직장 사이를 달리기로 출퇴근하는 이 씨는 최근 손목에 쓰레기봉투를 달고 다닌다. 이 씨는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까지 주우니, 약간의 노력만으로 출퇴근길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더욱 보람차다”고 했다.○ 비행기 타며 유기견도 함께코로나19로 해외여행의 제약이 컸던 상황에서 해외 파견 근무나 이민, 유학 등을 위해 어렵게 비행기에 오른 기회를 활용해 ‘유기견 해외 이동 봉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이정현 씨(33)는 한국을 방문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면 유기견과 함께한다. 최근에도 한국에 온 이 씨는 ‘미국으로 돌아갈 때 유기견 한 마리를 데리고 가 달라’는 유기견 해외 입양 지원 단체의 제안을 지인을 통해 받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유기견 입양 지원 단체가 동물들의 비행기 탑승 비용과 서류 등을 준비하고, 봉사자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수속 및 출국 절차를 돕는다. 봉사자는 도착한 공항에서 기다리는 입양자에게 유기견을 넘겨주면 된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넘는 데 제약이 생기면서 반려견의 해외 입양이 수월치 않은 상황이어서 입양 지원 단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씨는 “따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유기견이 무사히 입양돼 새 주인 품으로 가는 걸 돕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을 오갈 때마다 유기견 해외 이동 봉사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에서 직장을 구한 김민경 씨(30) 역시 6개월 전 스페인행 비행을 처음 보는 강아지와 함께했다. 김 씨는 “출국 전 평소보다 1시간 정도 공항에 일찍 도착해 유기견과 먼저 만나 인사하면 되고, 품도 크게 들지 않아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서 “지인들에게 이 봉사활동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기부와 봉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로 각종 활동이 제약된 가운데 젊은 층이 공력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도 심리적 만족감과 즐거움, 의미를 동시에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나 봉사활동은 육체적 노력이나 시간을 상당히 소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서 “실용성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MZ세대는 기부와 봉사에서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본인들의 즐거움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사회적,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려면 ‘경건함’과 책임감이 동반돼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참여에 심리적 벽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요즘 세대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작은 일이라도 주저 없이 실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기부와 봉사문화도 다양한 기준에 따른 여러 방식이 실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음식배달 주문 때 “일회용품 빼주세요” 생활 속 작은 실천 2022 기부 트렌드 들여다보니울진산불 때 무료식사 식당에… MZ세대 ‘돈쭐’ 기부도 줄이어 ‘일상 속에서 가볍게’, ‘가치에 맞게’, ‘재밌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기부가 각자의 가치에 맞는 재미를 추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 사랑의열매가 발간한 ‘2022 기부 트렌드 보고서’는 MZ세대가 △일상 속 실천도 기부로 여기고 △가치 있는 소비나 투자처럼 기부를 대하며 △거창한 기부보다 재미와 자기만족을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돈쭐’(돈+혼쭐·구매로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은 이 같은 특성에서 생겨난 새로운 기부 문화다.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의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12월 ‘돈쭐’이 났다. 이 게임사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생겨난 수익 일부를 이용자들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하자 MZ세대들이 “이용자로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자”며 기부에 나선 것. 이용자들이 게임사가 운영하는 사회공헌재단에 각자 5000∼5만 원을 기부하면서 일주일 만에 1만2000건, 약 3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지난달에는 경북 울진 산불 당시 소방대원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 식당에 ‘돈쭐’ 행렬이 이어졌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한 뒤 “음식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식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환경 문제 등의 해결에 도움이 되려는 것도 MZ세대의 문화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빼 달라”고 요청하거나 카페 이용 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쓰레기, 폐기물 등을 남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기도 한다. 2월 발간 사랑의열매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부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착한 소비’ 등을 실천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을 내봤다는 응답자는 30%에 못 미쳤다. 울진 식당에 대한 ‘돈쭐’ 행렬에 참여했던 대학생 이준성 씨(26)는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특정 기관에 다달이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때그때 작은 행동에 동참하면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아직 회복되려면 멀었죠. 그래도 2주 전보다 지난주가 나아요. 지난주보단 이번 주가 낫고요.” 20일 오후 3시 행인이 많지 않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리어카를 끌고 나타난 한규섭 씨(48)는 ‘요즘 장사 좀 되느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그러니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지 않겠어요?”라며 가스 불을 켜고 재료를 정리하며 분주히 장사 준비에 들어갔다. 명동에서 노점상으로 붕어빵을 팔며 8년을 일했던 한 씨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손님이 없어진 탓에 1년 6개월 동안 장사를 쉬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말 명동에 노점을 재개했다. 한 씨는 “노점을 쉬는 동안 ‘노가다’(건설 일용직)부터 택배 상하차까지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는데,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다 보니 만만치 않더라”며 “그저 명동으로 돌아와 장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웃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사라졌던 명동 노점상들이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주말인 16일 명동은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고 노점상 30여 곳이 리어카에 달린 전구를 켜고 손님을 맞았다. 그러나 휴업으로 인해 입은 타격이 단번에 회복될 순 없는 노릇. 명동 거리에서 기자와 만난 노점상들은 “내일은 나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버텨 나간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30년 동안 군밤을 팔았다는 주재봉 씨(60)도 최근 2년 가까이 노점을 쉬었다가 최근 다시 매대를 세웠다. 주 씨는 “쉬는 동안 벌이가 거의 없었던 탓에 300만 원 넘는 빚까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리어카를 매달 25만 원씩 내고 인근 건물 지하주차장에 보관했는데, 보관비가 300만 원 넘게 밀렸다는 것이다. 주 씨는 “30년 가까이 일했는데 이곳이 그립지 않았겠나. 매일 나오고 싶었다”며 “거리 두기도 해제된 만큼 자리를 다시 지키면서 상황이 회복되길 기다리고, 조금씩 빚도 갚을 것”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노점상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반가워했다. 액세서리를 파는 A 씨(37)는 “2년 전 자주 보던 얼굴들을 다시 마주한 것만 해도 감개무량했다”고 명동으로 돌아온 소회를 밝혔다. 장사를 쉬는 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는 A 씨는 “일이 익숙지 않아 자주 컵을 깨먹었다”며 “결국 난 장사꾼이다 싶어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우울증을 겪었고, 한동안 술까지 달고 살았다는 그는 “나와서 장사를 다시 하며 손님을 맞고, 그동안 늘었던 ‘술 살’도 빼겠다”며 웃어 보였다. 일부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도로점용료’ 납부를 중구청이 연기해줘야 한다고 했다. 명동복지회(명동노점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그때 이후로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노점을 여는 대가로 내는 도로점용료는 연기해줬으면 한다”며 “아직 명동 거리와 노점상들이 옛 모습을 찾으려면 멀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아직 회복되려면 멀었죠. 그래도 지지난 주보다 지난주가 나아요. 지난주보단 이번 주가 낫고요.” 20일 오후 3시 행인이 많지 않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리어카를 끌고 나타난 한규섭 씨(48)는 ‘요즘 장사 좀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그러니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낫지 않겠어요?”라며 가스불을 켜고 재료를 정리하며 분주히 장사 준비에 들어갔다. 명동에서 노점상으로 8년을 일했던 한 씨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유행하면서 손님이 없어진 탓에 1년 6개월 동안 장사를 쉬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말 다시 명동에 노점을 폈다. 한 씨는 “노점을 쉬는 동안 ‘노가다’(건설 일용직)부터 택배 상하차까지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는데,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다 보니 만만치가 않더라”며 “그저 명동으로 돌아와 장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사라졌던 명동 노점상들이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주말인 16일 명동은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고, 노점상 30여 곳이 리어카에 달린 전구를 켜고 손님을 맞았다. 그러나 휴업으로 인해 입은 타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최근 명동에서 기자와 만난 노점상들은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텨 나간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30년 동안 군밤을 팔았다는 주재봉 씨(60)도 최근 2년 가까이 노점을 쉬었다가 최근 다시 가판대를 세웠다. 주 씨는 “쉬는 동안 벌이가 거의 없었던 탓에 300만 원 넘는 빚까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리어카를 매달 25만 원씩 내고 인근 건물 지하주차장에 보관했는데, 보관비가 300만 원 넘게 밀렸다는 것이다. 주 씨는 “30년 가까이 일했는데 이곳이 그립지 않았겠나. 매일 나오고 싶었다”며 “거리두기도 해제된 만큼 자리를 다시 지키면서 빚을 갚고, 상황이 회복되길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노점상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반가워했다. 액세서리를 파는 A 씨(37)는 “2년 전 자주 보던 얼굴들을 다시 마주한 것만 해도 그동안 잘 살아있었다 싶다”고 명동으로 돌아온 소회를 밝혔다. 장사를 쉬는 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는 A 씨는 “일이 익숙지 않아 자주 유리잔을 깨먹었다”며 “결국 난 장사꾼이다 싶어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우울증을 겪었고, 한동안 술까지 달고 살았다는 그는 “나와서 장사를 다시 하며 손님을 맞고, 그동안 쪘던 ‘술 살’도 빼겠다”며 웃어보였다. 일부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상반기 ‘도로점용료’를 중구청이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노점을 여는 대가로 냈던 도로점용료는 돌려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명동복지회(명동노점상인연합회)는 이 얘기를 꺼내며 “명동거리 노점이 옛 모습을 찾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1일 아침부터 출근길 서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본격 재개한다. 전장연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 예산 확보 요구를 전하고 이튿날부터 시위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전장연은 20일 “인수위가 (이날까지) 밝힌 정책은 장애인의 기본적인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너무나 부족하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했다”며 “이에 시위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내년 장애인 탈(脫)시설 자립 지원 시범예산 807억 원 편성 △활동 지원 예산 1조2000억 원 증액 △평생교육시설 예산 134억 원 편성 등을 요구하면서 인수위가 ‘장애인의 날’인 20일까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에 대해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장애인) 예산을 확정하거나 예산에 넣는 건 새 정부의 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이라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21일 오전 7시부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등 3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이후에도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는 전장연 회원 등 장애인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하는 시위가 개최됐다. 시위를 주최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인 권리 보장법’과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장연이 이날 오후 6시 반경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의도역 방향으로 행진을 하던 중 여의대로 양방향 8∼10개 차로를 점거하면서 잠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전장연 회원 150여 명은 이후 경복궁역사 내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예약 문의가 몰려 향후 2주 치 예약이 벌써 꽉 찬 상태예요. 재료 주문을 50% 늘리고, 직원 채용 공고도 올려뒀습니다.” 서울 용산구에서 테이블 18개 규모의 술집을 운영하는 김영규 씨(43)는 18일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하기로 했다며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25개월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가 18일 사라진다. 김 씨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자유의 날’을 하루 앞둔 17일 늘어날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희망 품은 자영업자들…단체 활동도 기지개단체 손님 위주로 영업하던 업소들은 이어지는 예약 문의에 활기찬 모습이다. 경기 가평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 씨(40)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회사 워크숍에, 대학생 엠티(MT)까지 단체 예약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를 오늘만 10통 정도 받았다. 지난 2년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환영했다. 경북 경주시에서 유스호스텔을 운영하는 박모 씨(41)도 “그동안 정말 ‘나 죽었다’ 하고 있었다”며 “(거리 두기 해제 소식 이후) 9월에 수학여행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심야 영업을 하지 못했던 ‘24시간 영업장’도 원상 복귀 움직임이 분주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볼링장을 운영하는 A 씨는 “그동안 손해가 엄청났는데, 18일부터 24시간 영업을 하기로 했다”며 “야간에 일할 직원도 세 명 뽑아뒀다”고 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B 씨는 “회원들로부터 24시간 영업을 언제부터 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 24시간 영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고대했던 야외 단체 활동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광주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박모 씨(48)는 “2년 만에 체험학습을 다시 하려고 전남 담양군 딸기농장을 예약해뒀다”며 “밖으로 나간다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귀가 전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정모 씨(27)는 “서울에서 수원 가는 버스가 밤 12시면 끊겨 대체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막차 시간을 1시간이라도 늘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일단 지하철 막차 시간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얼마 전 심야버스 노선을 확대한 데 이어 현재 자정인 지하철 막차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거리 두기 해제 시점 두고 혼선도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시점을 두고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안내가 달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 밤 12시까지인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과 10명까지 허용되던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다음 주 월요일(18일)부터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18일 0시부터 해제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카드 뉴스 등을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후 기자단 질의응답 과정에서 “(식당 카페 등의) 운영시간 제한 조치는 18일 오전 5시까지 적용된다”고 밝혔다. 지자체 공지와 달라 혼선이 빚어지면서 17일 밤 영업을 준비했던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17일 밤샘 영업을 하려고 했다가 김샜다” “18일 오전 5시부터면 영업시간 해제는 19일부터라고 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남건우 기자 woo@donga.com}

18일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되면서 집회·시위 제한도 사라지게 됐다. 서울 도심에서 집회 금지·제한 조치가 해제되는 건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현재 정부는 최대 299명까지 집회·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번 정부 지침으로 해당 경찰서에 신고만 하면 인원 제한 없이 집회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다수가 모인다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 마스크 의무화 조치는 유지된다.○ 경찰 “대규모 집회 늘어날 것”인원 상한이 풀리면서 대규모 집회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방역 제한조치가 완화되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집회·시위 개최 건수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공사 중으로 7월 재개장 예정인 광화문광장을 제외하고 서울 도심 주요 행사 장소인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의 경우 거리 두기 종료 사실이 알려진 지난주부터 사용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당장 다음 달 1일 노동절 전후로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이달 30일 서울광장에서 약 5000명이 모이는 ‘세계노동절기념문화제’를 열겠다며 지난달 말 서울시에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했다. 서울시는 다른 행사 일정과 겹치는지 등을 검토 중이다. 서울광장 관련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신고자가 서울광장의 사용 목적과 일시, 예정 인원 등을 제출하면 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이를 승인해야 한다. 문화예술 행사만 허용하는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행사가 집회나 시위로 변질되지 않을까 고민이 깊다. 문화행사로 신고한 뒤 집회·시위로 전환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리 행사계획서를 받긴 하지만 문화예술행사와 집회·시위를 사전에 완전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앞두고 시위 극성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집회·시위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는 1인 시위 등 연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까지 사라지면서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로 옮기기 전까지 인수위 사무실 주변에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차기 정부에 전하려는 이들이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도 대통령 취임 전후에 대규모 집회·시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경찰 일부에선 방역지침 위반 행위를 살피지 않아도 돼 부담을 덜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참가 인원이 299명을 넘는지 일일이 셀 수도 없는 노릇인데 지침은 있으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시위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주 하루 평균 확진자가 약 13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어 아직까지 대규모 집회를 푸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회사 워크숍에, 대학생들 엠티(MT) 문의까지 단체 예약 문의가 하루에 10통 정도 오고 있어요.” 이달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가 발표되자 경기 가평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 씨(40)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2년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숨통이 트일 것 같네요”라며 거리두기 해제 조치를 반겼다. 코로나19 확산 25개월 만에 영업 시간과 사적모임인원 등을 제한하는 거리두기 조치가 18일부터 해제된다. ‘자유의 날’을 하루 앞둔 17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숙박업소와 식당, 볼링장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앞으로 늘어날 손님을 기대하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15일 오전에 만난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갈빗집 직원 A 씨(65)는 다음 주에 손님이 몰릴 것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냉면 육수와 찌개용 두부, 알루미늄호일 등도 추가로 주문했다. A 씨는 “앞으로 손님들이 더 오면 매출도 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경주시에서 숙박업소를 운영 중인 박모 씨(41)도 “수학여행 문의가 조금씩 오고 있다”며 “그동안 ‘나 죽었다’ 하고 있었는데 점점 나아질 거라고 본다”고 했다. 24시간 영업을 하던 가게들도 25개월 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볼링장을 운영하는 B 씨는 “아직 단체 예약 문의는 없지만, 24시간 운영 재개하느냐고 묻는 손님들은 꽤 있다”며 “야간 아르바이트생 3명도 미리 뽑았다”고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야외 단체 활동을 준비 중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박모 씨(48)는 “2년 만에 체험학습을 다시 하려고 전남 담양군 딸기농장을 예약해뒀다”며 “밖으로 나간다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개인 방역에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코로나19 확산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서는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법원은 참가자 간 거리 두기 등 각종 방역 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자율 준수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 개최 조건, 현장에선 안 지켜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해왔다. 하지만 주최 측이 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경우 법원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이유로 일부 인용하면서 ‘조건부 허용’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방역을 위해 법원이 내건 조건은 다양했다. 시기에 따라 참가자 인원 제한을 비롯해 1∼2m 이상 거리 두기, 명부 작성, 신분증 및 코로나19 음성 결과서 지참, KF94 등급 이상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현장 코로나19 자가검사 등의 조건이 부과됐다. 차량 시위에는 창문 개방 및 구호제창 금지 조건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0년 8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등이 주최한 서울 광화문 집회가 대표적이다.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벌인 대규모 집회 때도 법원은 △체온 측정과 손소독제 사용 후 집회 장소 입장 △참석자 간 2m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어깨가 마주칠 정도로 붙어서 집회를 했고,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거나 음식물을 섭취했다.○ “마스크 종류까지 확인 못 해”경찰은 현장에서 법원이 내건 조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집회를 관리하는 기동대 소속 한 경찰관은 “시민과 집회 참가자의 안전 확보, 교통 통제 등이 최우선 과제인데 마스크 종류, 거리 두기 간격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방역 수칙 위반으로 신원 확인을 거쳐 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지자체도 역부족인 건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방역 수칙 위반이 너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위반을 확인해도 계도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방역 지침이 점차 완화되는 중이다 보니 집회 주최 측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대규모 집회 참가자는 “정치, 스포츠, 문화 행사는 허용 범위가 확대되는데 유독 집회만 계속 강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정부가 거리 두기를 차츰 완화하면서 방역을 명분으로 한 집회 제한 규제의 근거가 약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15일 방역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거리 두기 완화 수준에 맞게 집회 인원 및 방역 수칙에 대한 완화가 이뤄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13일 서울 도심에서 방역 지침상 가능한 참가 인원(299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4000여 명(경찰 추산)이 집결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민노총 산하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 기습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 정책을 규탄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경 지도부가 집회장소를 긴급 공지하자 여의도, 종로 일대에 있던 노조원들이 공원으로 모여들면서 순식간에 인원이 불었다. 공간이 부족하자 일부 참가자는 공원 인근 주택가 골목에까지 자리를 잡았다.○ 방역 지침, 법원 결정 어겨이날 민노총 집회는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집회를 허용하면서 조건으로 내건 장소와 시간, 참가 인원 제한을 모두 어겼다. 법원은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과 가까운 경복궁 고궁박물관 남쪽 인도와 1개 차로에서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299명 이하만 참석해 집회를 열도록 허용했다. 당초 민노총은 ‘1만 명 집결’을 예고하며 인수위 사무실 앞, 광화문광장, 여의도 등 서울 도심 60여 곳에 참가 인원 299명씩 집회 신고를 했다. 그러나 대규모 인원 집결을 우려한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이들 집회를 8일 일괄 금지 통보했다. 민노총은 서울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12일 일부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법원은 △체온 측정과 손 소독제 사용 후 집회 장소 입장 △참석자 간 2m 이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 조건도 제시했지만 집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상당수 참석자 간 거리는 한 뼘이 채 되지 않아 이동 시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다.○ “윤 당선인 정책 불평등 악화시킬 것”민노총은 이날 연 ‘차별 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결의대회’에서 윤 당선인의 정책이 ‘반(反)노동적’이라고 규탄했다. 민노총은 “윤 당선인이 예고한 근로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노동개혁 정책을 규탄한다”면서 “민노총과의 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연사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시장만능주의 정책은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노정 교섭 쟁취하자”, “불법 파견 척결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윤 당선인은 (민노총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 해도 귀를 열어야 국민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기습 집결 막지 못해불법 행위 시 엄정 대응을 예고했던 경찰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주변을 경찰차벽으로 둘러싸고 세종대로 등을 중심으로 펜스를 치는 한편 도심에 134개 중대 8500여 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민노총이 종묘광장공원에 기습 집결하는 바람에 집회를 막지 못했다. 경찰 기동대는 불법 집회임을 고지하며 자진 해산을 요청했지만 집회는 오후 4시 반까지 계속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광장에서 5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 전국농어민대회’를 개최했다. 전농 집회 역시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전 신고된 제한 인원(299명)을 한참 넘겼다. 서울시는 이 집회는 참가 인원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사전에 금지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집회를 강행한 민노총, 전농 소속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채증 자료를 분석하고 책임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경찰 부실 대응으로 비판받은 지난해 11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출동 경찰이 ‘보디캠’을 착용했음에도 현장 영상이 확보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부 차원에서 보디캠을 정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디캠은 몸에 착용하는 카메라로, 경찰이 사용할 경우 현장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찰은 2015년 10월 보디캠 100대를 시범 도입했지만 관련법 미비 탓에 정식 도입은 6년 넘게 미뤄지는 상황이다.○ 경찰, 자비로 보디캠 사 써현장 경찰관 중에는 20만∼25만 원 수준인 보디캠을 자비로 구입해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한국경찰연구’에 발표된 조사에선 지구대·파출소 근무 경찰 151명 중 35.1%(53명)가 보디캠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취객을 상대할 일이 많은 서울 강남지역 파출소의 A 경위는 “경찰에 대한 폭행,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입증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B 경장은 “보디캠은 과잉 또는 부실 대응 논란이 있을 때 경찰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된다”고 했다. 보디캠 영상은 경찰 폭행 등의 혐의로 8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의 아들 래퍼 장용준(활동명 노엘·22) 재판에서 폭행을 입증하는 증거로도 활용됐다. 경찰 부실 대응 논란이 있었던 2019년 1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 흉기난동 사건에선 보디캠 영상 공개 이후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며 여론의 흐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경찰관이 임의로 구입해 사용하는 보디캠의 경우 관리 의무가 없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보디캠 저장 용량이 가득 차 현장 상황이 녹화되지 않았지만 출동 순경이 자비로 사 쓰던 보디캠이어서 관리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법적 근거 없어 도입 지연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보디캠은 시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폐쇄회로(CC)TV 등 고정형 카메라에 찍힌 영상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만 규정하고 있다. 보디캠 관련 규제는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 동의 없이 촬영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며 “보디캠 영상 수집, 관리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디캠 사용 근거를 마련할 관련법 제정·개정안 3건이 2020∼2021년 국회에 발의됐지만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해외에선 보디캠을 적극 운용 중이다. 미국 뉴욕주는 2020년 경찰의 보디캠 착용을 의무화하고 용의자가 사망 또는 중상 시 3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보디캠 관련법을 마련해 경찰이 보디캠 녹화 내용을 임의로 들여다볼 수 없도록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누명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경찰관을 보호할 수 있고, 반대로 과잉 대응을 자제하도록 유도해 시민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평소보다 매출이 300% 이상 늘어난 것 같아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날이네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인근 편의점. 점주 이소현 씨(48)가 음료 등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손님 9명을 앞에 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4월 ‘벚꽃 시즌’에 서울의 대표 벚꽃 명소 윤중로가 개방된 것은 3년 만이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영상 22도까지 오른 덕분에 대부분 겉옷을 한 팔에 걸친 채 연인 및 가족과 나들이를 즐겼다. 영등포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취식 전면 금지’를 조건으로 개방했지만 곳곳에서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윤중로를 찾은 김철근 씨(34)는 “딸이 두 살인데 봄날 축제 분위기를 처음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주말에 나왔다”며 “사람이 많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서울 사람이 다 모인 것 같다”며 웃었다. 윤중로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는 종일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오후 5시경 찾은 인근 유명 냉면집에는 대기 손님만 100명이 넘었다. 냉면집 사장은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2∼3배 긴 상황”이라고 했다.○ 인파 몰린 벚꽃 명소, 명동도 활기윤중로뿐 아니라 서울 곳곳의 벚꽃 명소는 주말 내내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9일 낮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은 김모 씨(24)는 “숲 중앙에 있는 벚꽃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박지수 씨(21)는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를 오랜만에 느꼈다. 저와 같이 온 친구들이 모두 완치자라 사람이 많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며 문 닫는 점포가 줄을 이었던 서울 중구 명동 거리도 조금이나마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10일 오후 2시 애플스토어 ‘애플명동’ 내부에서는 방문객 100명 이상이 제품을 보거나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날 명동극장 앞 중심가에는 노점상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노점을 운영하는 주재봉 씨는 “나들이 인파가 명동으로도 조금씩 오는 것 같다”며 “사이판이나 괌 등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명동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자정 넘어도 푸드트럭에 줄9, 10일은 방역당국이 사적 모임 기준을 최대 10명,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간을 밤 12시까지로 완화한 이후 맞은 첫 주말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든 터라 일몰 이후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입구와 서울 용산구 이태원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인파가 몰렸다. 9일 오후 11시경 홍대입구역 앞에선 파란 옷을 입은 남성이 어깨에 기타를 메고 버스킹 공연을 시작하자 시민 70여 명이 모여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다. 인근에서 만난 정소현 씨(22)는 “그동안 일찍 집에 돌아가야 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진짜 ‘노는 느낌’이 난다”며 즐거워했다. 일부 시민은 자정 이후까지 한강변에 남아 봄날 밤을 즐겼다. 10일 0시 10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시민공원 인근 푸드트럭 앞에는 음식을 사려는 시민 17명이 줄을 서 있었다. 김성현 씨(27)는 “음식점 영업이 제한된 자정 이후에 더 즐기고 싶어 한강으로 나왔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 반경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된다. 국방부 청사 인근 집회·시위 금지는 윤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10일 0시부터 적용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국방부 청사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반경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대상인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의 관사(官舍)뿐 아니라 집무실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반경 100m’의 기점을 어디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경우 현재 외곽 담장을 기점으로 100m를 금지구역으로 보고 집회·시위를 막고 있다. 경찰은 집시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한 해석이란 입장이다. 1962년 이 조항이 포함된 집시법 제정 당시 대통령 집무실과 숙소가 같은 건물(청와대)에 있었던 만큼 ‘관저’는 집무실과 숙소를 아우르는 용어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를 숙소(관사)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실제 집회·시위 금지 시 관련 소송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다음 달 10일 0시부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가 가능해진다.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청와대 앞 집회·시위를 막을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청와대 바로 앞에서 집회·시위가 허용되는 건 60년 만이다. 경찰은 1962년 집시법 제정 후 지금까지 청와대 100m 이내에선 어떤 경우에도 집회·시위를 허용하지 않았다. 현재 금지구역은 서쪽으로는 효자치안센터, 남쪽으로는 자하문로16길 21, 동쪽으로는 팔판동 126에 이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에서 반경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된다. 국방부 청사 인근 집회·시위 금지는 윤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10일 0시부터 적용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국방부 청사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상 반경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대상인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의 관사(官舍) 뿐 아니라 집무실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반경 100m’의 기준을 어디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경우 현재 외곽 담장을 기점으로 100m를 금지구역으로 보고 집회·시위를 막고 있다. 경찰은 집시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한 해석이란 입장이다. 1962년 이 조항이 포함된 집시법 제정 당시 대통령 집무실과 숙소가 같은 건물(청와대)에 있었던 만큼 ‘관저’는 집무실과 숙소를 아우르는 용어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를 숙소(관사)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실제 집회·시위 금지 시 관련 소송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다음 달 10일 0시부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가 가능해진다.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청와대 앞 집회·시위를 막을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청와대 바로 앞에서 집회·시위가 허용되는 건 60년 만이다. 경찰은 1962년 집시법 제정 후 지금까지 청와대 100m 이내에선 어떤 경우에도 집회·시위를 허용하지 않았다. 현재 금지구역은 서쪽으로는 효자치안센터, 남쪽으로는 자하문로16길 21, 동쪽으로는 팔판동 126번지에 이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

“벚꽃시즌에 윤중로가 열려 평소보다 매출이 300% 이상 늘어난 것 같아요.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 날이네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인근 편의점. 점주 이소현 씨(48)가 음료 등을 사려는 대기 손님 9명을 앞에 두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벚꽃 시즌’에 서울의 대표적 벚꽃 명소 윤중로가 개방된 것은 3년 만이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22도까지 올라 시민 대부분 겉옷을 한 손에 걸친 채 나들이를 즐겼다. 만개한 벚꽃 덕분에 이날 윤중로는 친구와 연인, 가족 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취식 금지를 조건으로 개방됐지만 도보 한쪽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는 시민도 곳곳에서 보였다. 가족과 함께 윤중로를 찾은 김철근 씨(34)는 “아이가 2살인데 처음 이런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주말에 나왔다”며 “예상은 했지만 서울 사람이 다 모인 것 같다”고 했다. 윤중로 벚꽃길 마지막 구간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붐비는 사람들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인근 카페 아르바이트생도 손님들에게 “지금 주문하면 2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카페 인근 유명 냉면집에는 100명 넘는 대기 손님이 줄을 서 있었다. 이 가게 사장은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2~3배 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중로 뿐 아니라 서울 곳곳의 벚꽃명소가 마치 축제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은 김모 씨(24)는 “중앙 벚꽃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20분 이상을 대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길을 찾았다는 박지수 씨(21)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같은 분위기를 오랜만에 느꼈다. 저도 그렇고 같이 온 친구들도 완치자라 사람이 많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날은 방역 당국이 4일부터 사적 모임 기준을 최대 10명, 다중이용시설 이용시간을 밤 12시까지로 완화한 후 첫 주말이기도 했다. 확진자 수 감소까지 겹쳐 해가 진 후부터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인파가 몰렸다. 오후 11시경 홍대입구역 앞에서 파란색 의상을 입은 남성이 어깨에 기타를 메고 버스킹을 시작하자 70여명의 시민이 모여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보냈다. 인근에서 만난 정소현 씨(22)는 “그 동안 일찍 집에 가야 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진짜 노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자정 이후까지 한강변에 남아 나들이를 즐겼다. 10일 0시 10분 경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시민공원 인근 푸드트럭 앞에는 음식을 사려는 시민 17명이 자정 넘어서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공원을 찾은 김성현 씨(27)는 “아직까지는 영업 제한이 있는 만큼 남은 시간을 이어서 즐기고 싶어 공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푸드트럭은 오전 2시까지 영업을 이어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최근 서울과 경기 남양주시 등에 걸쳐 있는 수락산, 불암산 봉우리 5곳의 정상석과 안전로프 1개를 잇달아 훼손한 사건은 대학생 A 씨(20)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1일 붙잡힌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산 정상에 올라 정상석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배가 아팠다”며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훼손 보도 보며 “기분 좋았다”… 충동적 재범 남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그의 첫 범행은 지난해 12월 말 서울 노원구 수락산 도솔봉에서 벌어졌다. A 씨의 취미는 등산. 여느 때처럼 산에 오른 그는 도솔봉 정상에서 정상석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봤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던 A 씨는 정상석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A 씨는 잠시 등산객이 없는 틈을 타 도솔봉 정상석을 슬금슬금 밀었다. 생각보다 쉽게 ‘탁’하며 정상석이 쓰러지자 그는 산비탈 아래로 정상석을 굴려버렸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범행 당시 “묘한 희열을 느끼며 한결 기분이 나아진 상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심리학자인 배상훈 경찰대 외래교수는 “사회성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박탈감을 느끼면서 이것이 물건을 향한 공격성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대인 공격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데, A 씨는 그 단계로 가기 전에 잡히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범행은 더 대담했다. 첫 번째 범행을 저지르고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인 올 1월 말. 그는 접이식 톱을 챙겨 수락산 기차바위의 안전로프 6개를 잘라 끊어버렸다. 기차 바위는 약 30m 높이 가파른 경사의 암벽이어서 안전 로프를 잡고 오르내려야 하는 구간이다. A 씨는 이 범행 역시 “등산객들이 정상에서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2월말 수락산 도정봉 정상석을, 3월 중순 수락산 주봉 정상석을 흔들어 빼낸 뒤 비탈 아래로 굴렸다. 이웅혁 건국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A 씨의 범행에 관해 “다른 사람들의 행복감을 방해하고 차단했다는 성취감과 범행 당시 느낀 좋은 기분에 어느 정도 중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락산 정상석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3월 17일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언론에 보도된 자신의 범죄를 보며 “기분이 좋았다”고 진술했다. 방에 가만히 있을 때도 이따금씩 정상석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며 재범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동시에 “이러다 잡힐까 걱정이 돼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범행 발생 전 정상석의 사진을 지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범인은 이어 3월 22일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과 3월 27일(추정) 수락산 국사봉 정상석을 훼손했다. 정상석 ‘실종’ 사태가 반복되면서 사건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 더 커져갔다.●시민 제보가 검거의 결정적 단서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날다람쥐’ 같은 등산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일반인이 3~4시간가량 걸리는 수락산 등산 코스를 그는 1~2시간 만에 완주할 정도였다. 그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주로 이른 아침과 같은 시간대를 노렸다. 겨울철에는 등산객들의 하산 시간대가 이른 점을 이용해 늦은 오후에 범행을 저지르고 빠르게 내려오기도 했다. 범행에 사용한 장비는 노루발못뽑이(빠루)와 접이식 톱이었으며, 하산 중 산 중턱에 버려 증거를 인멸했다. 경찰은 꽤나 골머리를 앓았다. 범행 장소는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여러 봉우리였고, 등산로나 산봉우리 주변엔 폐쇄회로(CC)TV도 흔치 않았다. 경찰은 수차례 현장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단서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한 시민이 경찰에 결정적 단서를 제보했다. 3월 21일 경찰은 ‘노랑머리를 한 사람이 불암산의 애기봉 정상석을 끌어안고 수상한 행동을 한다’는 신고를 받았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A 씨를 추궁했지만 A 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당시엔 애기봉 정상석도 큰 이상이 없었다. 경찰은 일단 A 씨의 신원을 파악한 뒤 돌려보냈다.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A 씨는 다음날인 22일 다시 불암산에 올랐다. 이윽고 애기봉의 정상석이 사라졌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경찰은 전날 파악한 인적사항을 토대로 A 씨의 동선을 추적했다. 등산로 초입 도로 인근부터 그의 거주지까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며칠에 걸쳐 샅샅이 뒤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집에서 나갈 땐 노루발못뽑이를 들고 나갔다가 돌아올 땐 빈손인 경우가 많았다. 또 엘리베이터 CCTV 영상에 녹화된 A 씨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엘리베이터 후면 거울에 반사된 그의 휴대폰 화면에서 정상석 사진 등을 검색하는 듯한 모습이 비쳐졌다. 경찰은 A 씨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바로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31일 오전 A 씨는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등산이라는 건강한 취미를 가진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정상석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지자 함께 사는 A 씨의 부모님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경찰, “평생 할 등산 이번에 다해” 증거물 확보는 여전히 숙제다. A 씨의 자백이 있다 해도 증거가 확보돼야 혐의를 더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노루발못뽑이와 접이식 톱, 아직 회수하지 못한 정상석 1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정상석이 어디까지 굴러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데다 몇 개월 동안 쌓인 낙엽과 흙이 정상석을 덮고 있을 소지가 크다. 남양주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일주일에 3일씩, 갈 때마다 6시간씩 산을 살펴보는데 증거물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일반 강력범죄보다도 증거물 찾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담당 수사관들은 “평생 할 등산을 이번에 다 하고 있다”면서도 “증거를 정 못 찾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모방범죄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여전히 등산로, 산 정상 주변에 CCTV가 없는 곳이 많아 사실상 모방범죄에 무방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날이 풀려 등산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등산로 입구와 정상 부근에는 CCTV를 설치한다면 비슷한 범죄를 예방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고려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31)의 대학 입학 허가를 2월 말 이미 취소했다고 7일 밝혔다. 고려대는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올 1월) 대법원 판결문을 확보했고 2010학년도 입시 전형을 위해 본교에 제출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조 씨로부터) 제출받았다”면서 “검토 결과 법원이 허위 또는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등교육법 규정 및 고려대 모집요강에 따라 2022년 2월 22일 입학 허가를 취소하는 것으로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심의 결과에 따른 입학 취소 처분 결재가 2월 25일 완료돼 28일 조 씨에게 통보했으며, 3월 2일 수신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의 결정은 올 1월 대법원이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등 조 씨가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 전형에 응시하면서 활용한 4가지 스펙이 허위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5일에는 부산대가 조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고려대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북부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6일 서울 동대문구 푸드뱅크에서 만난 기초생활수급자 A 씨는 즉석밥과 요구르트 등 식품을 양손 가득 받아갔다. A 씨는 “저렴한 나물로 반찬을 해 먹는데, 가장 좋아하는 머윗잎도 최근 한 묶음에 기존보다 3배가량인 6000원으로 올라 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엔 점심 배식 전부터 330여 명이 몰려 약 50m의 대기 줄이 생겼다. 배식 시작 20분도 안 돼 식사 310인분이 동났다. 김모 씨(68)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특히 이용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나도 얼마 전에 밥을 먹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 넘게 상승하며 서민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과 원자재값 부담이 큰 중소기업이 ‘고물가 직격탄’을 받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세밀하고 발 빠른 물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당 음식가격 500∼1000원씩 올라” 평범한 직장인들의 외식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순두부 요리 전문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한모 씨(40)는 “근처 식당 상당수가 최근 가격을 500∼1000원씩 올렸다”며 “예전엔 별생각 없이 먹던 메뉴도 요즘은 어디가 더 싼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46)도 “아이 셋과 10만 원으로 만족스럽게 외식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물가 부담에 주부들 사이에선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모 씨(55)는 “한 팩에 5000원 하던 방울토마토가 요즘은 9000원으로 올라 경악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 햇반(210g) 가격을 1950원에서 2100원으로 약 8% 올렸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빼빼로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 올렸다. 농심은 지난달부터 새우깡, 꿀꽈배기 등 스낵제품 22종의 출고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농심 관계자는 “주 원재료인 팜유와 소맥분의 국제시세가 3년 새 급등해 감내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 뾰족한 대책 찾기 어려운 정부 문제는 물가 고공행진이 당분간 멈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이달 오른 데 이어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국제유가도 최근 오름세여서 물가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이 제조업 생산자 물가를 단기적으로 3.6%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최대 5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면 시중에 돈이 더 풀려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마른수건 쥐어짜듯 물가대책을 내놓고 있다. 5일 다음 달부터 석 달간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하청업체들의 납품단가가 적절히 조정됐는지 확인하는 긴급 조사에 나섰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으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따라오지 못해 물가가 세계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값이 전방위적으로 치솟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정책만으론 물가를 통제하기 힘든 셈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는 오르는데 저성장 상태인 ‘슬로플레이션’에 가까워지고 있어 금리로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금융·재정당국이 상황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