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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 두고 온) 아내가 임신 3개월이었어요.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자주 말하던 친구였는데….”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무함마드 카티르 씨(36)는 이틀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스리랑카 국적의 고나갈라 씨(28)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나갈라 씨는 이번 참사로 인해 사망한 외국인 26명 중 유일한 스리랑카인이다.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4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 중 외국인 사망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에 따르면 외국인 사망자는 총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 이날 기자는 고나갈라 씨 지인의 안내로 고나갈라 씨가 머물던 이태원동 인근 지하 방을 찾았다. 그의 비보를 듣고 모인 친구들은 고나갈라 씨를 “술·담배도 할 줄 모르고 취미도 없이 오직 가족만을 생각하며 성실하게 일하던 친구”로 기억했다. 3년 전 서울에 왔던 고나갈라 씨는 참사 4개월 전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고국인 스리랑카로 돌아갔다가 돈을 벌기 위해 지난달 다시 한국행을 택했다. 당시 아내는 임신 3개월이었다. 그는 한국에 사는 지인들에게 “돈 많이 벌어와 아내와 아기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구나 암에 걸린 어머니의 치료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처지라 그는 평일에 공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틈틈이 단기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나갈라 씨는 29일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게 아니라 인근에 볼일이 있어 지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밀턴 호텔 인근을 지나다 인파에 휩쓸려 골목에 갇히게 되었고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압사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나갈라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큰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전해왔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이란인은 5명으로 외국인 사망자 중 가장 많다. 이란은 국교가 이슬람이며, 국민의 약 98.8%가 이슬람교도다. 사고가 난 해밀턴 호텔 맞은편에는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있어 평소에도 이란인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다. 이곳은 ‘무슬림거리’로 불리며 할랄 음식 식재료 등 무슬림을 위한 식자재를 전문으로 파는 마트 등도 존재한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이란인 30대 남성 알리 씨와 30대 여성 아파 씨는 소문난 잉꼬부부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한국에 온 이들 부부는 국내 유명 대기업에서 함께 근무했다. 수원에 살던 이들 부부는 주말이면 모국 음식을 먹기 위해 이태원 나들이를 즐겼다. 이들 부부는 박사학위를 얻기 위해 함께 공부하면서도 주변의 이란인들을 살뜰하게 챙기곤 했다. 함께 사망한 이란인 20대 여성 소마예 씨는 한국에 온 지 한 달 남짓 된 학생이었다. 공부하러 온 한국에서 이란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리 씨 부부를 알게 되었고 특히 아파 씨는 소마예 씨를 친동생처럼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이날 알리 씨 부부와 소마예 씨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방문했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외교부 공무원과 사망자를 1대 1로 매칭 지정해 유가족과의 연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제가 잘못했어요. ○○이 손을 놓쳤어요.” 30일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는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사망한 최모 씨(25·여)의 시신이 안치됐다. 최 씨와 함께 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친구 A 씨(25·여)는 최 씨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다 제 잘못”이라며 오열했다. 최 씨 아버지 등이 “네 잘못이 아니다”라며 달랬지만 A 씨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강원 강릉에 사는 최 씨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오후 10시 33분경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고 했다. 최 씨의 아버지는 “(전화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찌직’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끊겼다”고 했다. 몇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사망 소식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 딸, 평생 속 한 번 안 썩이고 착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거의 매일 전화하던 아이가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올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함께 갔던 쌍둥이 중 형만 사망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4명이 사망한 가운데 피해자들이 이송된 수도권 병원 40곳에는 가족과 지인을 잃은 시민들의 통곡이 가득했다.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에선 고교 1학년생 조카(16)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B 씨가 “중간고사 끝나고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겠다고 이태원에 갔는데…”라고 말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외동아들인 조카는 전날 친구 2명과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방 과학고에 다니는 조카는 성적이 우수했고 전교회장을 할 정도로 신망을 얻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B 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간만에 서울 집에 올라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친구 1명은 다쳤고 나머지 한 친구는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흐느꼈다. 같은 삼육서울병원 이모 씨(29·여)의 빈소에서 만난 친구 C 씨(29·여)는 “○○와 같이 이태원에 갔다가 사고 현장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서로 ‘정신 차리라’고 말하다가 선 채로 의식을 잃은 것이 마지막 기억”이라고 말했다. 간신히 빠져나온 C 씨는 현직 간호사라는 사실을 밝히고 닥치는 대로 응급처치를 했다. 그는 “친구 모습이 안 보여서 어디 잘 이송됐구나 싶었는데, 이 씨의 남자친구로부터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간호사이면서도 친구 하나 못 구했다”며 통곡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선 이태원 참사 현장에 쌍둥이 형과 함께 방문했던 동생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생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인파 속에서 흩어졌던 형은 몇 시간 뒤 사망자 명단에서 발견됐다.○ 가족 찾아 무작정 헤맨 유족들서울시가 실종자 신고 센터를 마련한 한남동 주민센터에선 애타게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29일부터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까지 총 4189건(중복 신고 포함)의 실종 신고가 집계됐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접하고 참사 피해자들이 안치된 곳을 무작정 찾아다닌 시민들도 있었다. 시신이 임시로 안치됐던 서울 용산구 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안모 씨(55·여)는 “밤 12시쯤 딸아이가 죽었다고 남자친구가 연락했다. 이곳에 사망자들이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무작정 달려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 씨의 딸은 군 입대를 앞둔 남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남자친구가 심폐소생술(CPR)을 했을 때 잠시 맥박이 돌아왔다가 다시 심정지 상태가 됐다고 한다”며 “핼러윈 다녀오겠다고 용돈을 달라던 모습이 마지막이 됐다”고 오열했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탓에 신원 확인 작업이 지연되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경기 의정부 을지병원에서 만난 한 유족도 “주민등록증이 발견돼서 일단 여기로 왔는데, 조카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지문 채취하면 바로 신원은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라 우리 애가 맞는지 알아볼 수도 없다”고 했다. 미국 언론에는 생일을 맞아 이태원에 갔다가 숨진 한국인 남자친구를 둔 가브리엘라 파레스 씨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의 남자친구 최모 씨는 이날 24번째 생일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최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파레스 씨는 트위터에 “‘내 인생의 사랑’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 내일 한국으로 떠나야 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애통해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어젯밤에 통화를 할 때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서 ‘무슨 소리냐’고 물었는데 찌직 소리가 나며 전화가 끊겼거든요….”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국대병원을 찾은 최모 씨(25)의 아버지는 딸아이와의 마지막 통화를 회상하다 눈물을 훔쳤다. 몇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한걸음에 강릉에서 한남동주민센터로 뛰어왔다. 애타게 딸의 소식을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은 딸의 부고 소식이었다. 최 씨는 “친구랑 이태원 간 건 알았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우리 딸 평생 속 한 번 안 썩이고 착했는데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냐. 매일 같이 전화하던 아이인데 이제는 못하잖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피해자들이 이송된 서울과 경기 시내 병원 39곳에는 가족과 지인을 찾는 애타게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압사 사고 실종자 접수센터가 설치된 한남동주민센터에도 실종 신고를 접수하려는 시민들이 잇따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한남동주민센터에 접수된 실종자 신고 건수는 총 2249건이다.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부인과 함께 한남동주민센터 내 사고 실종자 접수센터를 찾은 서모 씨(67)는 “원래 한두 번 정도 전화를 하면 받는 아이인데 밤 10시 넘어서부터 연락이 안 돼 밤새 아무것도 못 했는데 새벽에 전화하니 경찰에서 습득했다고 전화를 받았다”며 “마흔 넘어 얻은 외동딸이고 이번에 대리 달았다고 좋아했는데 어떡하면 좋냐”며 흐느꼈다. 구조 작업 등으로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압사 사고 피해자들이 안치된 병원을 무작정 찾아온 실종자 가족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5시경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다목적실내 체육관 앞에서 만난 안모 씨(55)는 “오후 4시쯤에 남자친구랑 같이 놀러나간다고 연락했는데 밤 12시쯤 남자친구가 딸아이가 죽었다며 연락이 와 택시 타고 달려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 씨의 딸은 군입대를 앞둔 남자친구와 함께 전날 이태원을 방문했다 변을 당했다. 안 씨는 “남자친구가 심폐소생술(CPR)을 했을 때 잠시 맥박이 돌아왔다가 다시 심정지 상태가 됐다고 한다”며 “딸아이가 여기 있는 건지도 모른다. 파악된 명단만이라도 공유를 해주면 좋을텐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혼 후 수년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첫 형사 고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작년 7월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 이후 첫 사례다.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은 이혼 후 오랜 기간 의도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은 미성년 자녀들의 부모 2명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양해연에 따르면 홀로 아이를 키우는 A 씨는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양육비 1억 2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A 씨의 전남편은 양육비를 10년 넘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작년 8월 법원에서 감치명령(구치소나 유치장에 가두는 것)을 받았고 이후 신상 공개와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이런 조처가 내려진 건 A 씨의 전남편이 처음이었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B 씨 역시 2018년 이혼 후 아이 엄마로부터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양해연에 따르면 B 씨의 전 부인은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고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돈이 없다”며 월 100만원의 양육비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해연은 B 씨의 전 부인은 위장 전입으로 실제 거주지를 숨기고 월급도 현금으로 받는 등 재산을 숨기면서 감치 소송을 피해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양육비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부모를 감치 명령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법이 개정되면서 감치 판결 이후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 공개△강제 징수의 4가지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 양육비를 제때 받지 않아 형사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다. 법원으로부터 양육비 지급 미이행에 대한 제재를 받는다고 해도 실제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된 후 제재를 받은 178건 중 일부라도 양육비를 지급한 건 14건에 불과했다. 양해연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위장전입을 하는 등의 수법으로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며 “감치 명령 이후 추가 제재가 내려졌는데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형사 처벌 선례가 나와야 양육비 미지급으로 미성년 자녀가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해연은 이날 오후 3시 반경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혹시 내 술잔에도 마약이?’ 최근 클럽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타 중독되게 만들거나 의식을 잃게 한 뒤 성범죄 등을 저지르는 ‘퐁당 마약’ 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찰이 음료에 마약이 섞였는지 간편히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검사 키트를 개발해 내년부터 시중에 보급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필로폰과 코카인은 물론이고 ‘데이트 성폭행 약물’로 알려진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속칭 ‘물뽕’) 등 주요 마약 성분을 즉석에서 탐지할 수 있는 마약 검사 키트를 개발해 최근 시제품을 선보였다. 경찰은 2018년 이른바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마약 투약 후 성범죄 예방 필요성을 절감하고 2019년부터 키트 개발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키트를 통해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시는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스티커형 키트에 마약 닿으면 변색… ‘술잔에 몰래 타기’ 막는다 ‘마약 검사키트 내년 시판’ 누구나 쉽게 쓸수있는 휴대용 키트… 스티커형, 폰-가방 등에 붙여 사용손에 음료 찍어 문지르면 바로 확인, 스트립형은 잔에 담가 색 변화 체크경찰-마약수사관용 키트도 개발… 기존 간이 검사보다 정확성 높아 경찰이 일반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마약 검사 키트를 서둘러 개발한 것은 ‘퐁당 마약’ 범죄가 급속하게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13일에는 20대 남성 프로골퍼가 마약을 숙취해소제라고 속여 동료 선수에게 먹인 혐의로 구속됐다. 올 7월엔 서울 강남구의 유흥주점 종업원이 손님이 몰래 마약을 탄 술을 마시고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까지 마땅치 않았다. 이 때문에 유흥업소 종업원 사이에선 “현장에서 뚜껑을 딴 경우에만 술을 마셔라” “맛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뱉어라”라는 등 임기응변식 대처 방안이 공유되는 실정이다.○ 손가락으로 찍어 문지르면 확인 가능경찰청은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 등과 일반인용 마약 검사 키트를 공동 개발했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시제품은 가방과 휴대전화 등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형’과 긴 종이 모양으로 잔에 담그기 쉽게 디자인된 ‘스트립형’ 등 2종류다. 스티커형 키트는 음료가 미심쩍을 때 손가락으로 찍어 스티커에 문지르면 마약 성분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뽕’ 검출용과 필로폰, 엑스터시(MDMA), 케타민, 코카인 등 검출용 2종류가 있는데 물뽕 검출용의 경우 음성이면 스티커의 노란색이 그대로 유지되고, 양성일 경우 스티커 절반이 연두색으로 변한다. 가능하면 동석자 등의 주의를 적게 끌면서 시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스트립형 키트는 리트머스시험지처럼 잔에 담긴 액체에 직접 키트를 담가 색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역시 마약에 따라 2종류가 있는데 필로폰 등 검출용 키트의 경우 양성일 때 키트 중앙에 검은 원이 생긴다고 한다.○ 정확도 높인 현장 경찰용 키트도 개발경찰은 검사 정확도를 높인 ‘현장 경찰용 키트’와 ‘마약 전문수사관용 키트’도 개발 중이다.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급속히 늘면서 경찰이 교통사고 및 강력범죄 현장 등에서도 용의자를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빈번하게 진행하는 만큼, 새 키트가 개발되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경찰용 키트와 마약 전문수사관용 키트는 현재 쓰이는 마약 간이 검사보다 정확도가 한층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사용하는 간이 검사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처럼 음성, 양성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우 이상보 씨가 간이 검사키트의 오류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오명을 썼다가 정밀 검사 후 누명을 벗기도 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현재 사용하는 키트는 마약 투약 ‘가능성’ 정도만 나타내는 수준”이라고 했다. 경찰이 개발 중인 경찰관용 키트는 휴대 가능한 별도의 분석 장치로 시료를 분석하도록 해 정확도를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희선 교수는 “현재 마약 간이 검사 키트는 정확도가 70∼80% 수준인데 개발 중인 키트는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현재 간이 검사 키트가 6종 안팎의 마약을 검출할 수 있는데, 새 키트는 16종까지 검출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정확도가 높은 마약 검사 키트가 보급되면 경찰의 초동 대처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마약류 관련 사건의 경우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이 출동해도 강력계 형사나 마약수사대가 오기 전까지는 실제 음료 등에 마약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마약 투약이 의심돼도 마약수사대가 오기 전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어 신속한 증거 파악과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수사관용 키트는 마약사범의 손이나 주머니 등에 살짝 묻은 극미량의 마약까지 검출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이 키트가 수사에 도입되면 수사관이 은닉된 마약을 찾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배지현 인턴기자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이건 도저히 읽을 수가 없네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 이촌역. 시각장애인 홍서준 씨(42)가 용산 방면 1-2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점자를 만지다 “점자가 많이 오염되고 훼손된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정한 ‘흰 지팡이의 날’(15일·시각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서울시내 전철 역사 내 점자표기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승강장에는 대부분 전철 운행 방향과 승강장 번호를 알려주는 점자가 설치돼 있었지만, 점자에 먼지가 쌓이거나 훼손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촌역처럼 승강장이 야외에 있는 경우 훼손 상태가 더 심했다. 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 등에는 점자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홍 씨는 “효창공원앞역은 3년 전 점검 때도 점자가 없었는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역사 내 모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는 출구 위치를 안내하는 점자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등에는 일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점자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음성유도기 역시 코레일 460개 역사 중 64곳, 서울교통공사 275개 역사 중 36곳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유도기가 설치된 역사에서 특수 제작한 리모컨을 누르면 역사 스피커를 통해 서 있는 위치를 들을 수 있다. 코레일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까지 모든 역사에 음성유도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서울교통공사 측은 “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건 읽을 수가 없네요….”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 이촌역. 시각장애인 홍서준 씨(42)가 용산 방면 1-2 승강장의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점자를 만진 뒤 이렇게 말했다. 홍 씨는 “점자가 크게 오염되고 훼손됐다. 점자에 익숙하지 않은 시각장애인이라면 점자를 인식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지정한 ‘흰지팡이의 날’(15일)을 앞두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서울시내 전철 역사 내 점자표기 실태를 점검했다.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보호와 안전 보장, 자립 등을 상징하는 흰지팡이는 1943년 안과 의사인 리차드 후버 박사가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위해 고안했다.점검 결과 대부분의 승강장엔 운행 방향과 승강장 번호를 알려주는 점자가 설치돼 있었지만, 점자가 오염되거나 훼손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오염되고 훼손된 점자…점자 아예 없는 곳도승강장이 야외에 있는 이촌역의 경우 점자의 오염과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점자와 비슷한 크기의 오염물과 먼지가 점자 주변에 가득했다. 홍 씨가 점자를 훑어 나가자 금세 손가락에 먼지가 묻어나왔다.경의· 중앙선 효창공원앞역 일부 스크린도어는 점자가 아예 없었다. 홍 씨는 “여기는 3년 전에도 없던 곳이었는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라고 씁쓸해했다. 철판 소재의 점자판이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만약 시각장애인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점자를 만지다가는 날카로운 철판에 손을 다칠 가능성도 있었다.역사에서 외부로 나가는 출구 번호를 알려주는 점자 역시 부족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는 출구 위치를 나타내는 점자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사의 경우 손잡이에 ‘직진 4~7번 출구, 우측 9번 출구 방면’이라고만 적혀 있어 정확한 출구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 오모 씨(63)는 “정확한 출구 번호를 알려주는 점자가 부족해 매번 모든 출구를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음성 안내기 없는 역사도 100곳점자가 없거나 훼손된 경우 시각장애인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음성유도기’이다. 음성유도기가 설치된 역사 내에서 특수 제작한 리모컨을 누르면 역사 스피커를 통해 현재 서 있는 위치가 음성으로 흘러나온다.그러나 코레일 460개 역사 중 64개 역사, 서울교통공사 275개 역사 중 36개 역사엔 음성유도기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촌역, 교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2호선은 음성유도기가 설치되지 않은 역사가 많았다.시각장애인 이모 씨(45)는 “몇 년 전 청량리역에서 아무리 리모컨 버튼을 눌러도 음성 안내가 나오지 않았었다”며 “결국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데려다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김훈 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공공건물 내 점자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법에 규정된 점자의 위치나 크기, 간격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까지 모든 역사에 음성유도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서울교통공사 측은 “시각장애인 연합회와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

올 8월 1일 오후 11시, 울산의 한 경찰서에 30대 여성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전에 전화는 끊겼고, 경찰은 곧바로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정확한 장소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여성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고 경찰은 범행 2시간 후 가해 남성이 자수하면서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 여성은 통신 3사(SKT, KT, LG U+)가 아닌 ‘별정통신사’에 가입한 휴대전화, 이른바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휴일·야간’ 위치 조회 어려워긴급구조기관인 경찰이나 소방으로부터 개인위치정보 제공 등의 요청이 있으면 통신 3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와이파이(Wi-Fi) 방식을 이용해 24시간 위치를 확인하고 가입자 정보도 제공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용자는 신변의 위협이나 스토킹 등 위기 상황을 신고해도 정보 확인이 어렵다. 가입자 정보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7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 3사를 통해 유통되는 단말기는 통신사의 전용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있어 곧바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알뜰폰 중 일부는 단말기에 해당 프로그램이 없어 별정통신사로부터 위치 정보를 받는다고 해도 정밀한 위치 확인이 안 된다. 통신 3사를 통해 위치 확인을 하기도 하는데 기지국 기반의 대략적인 위치 정보만 알 수 있다. 경찰과 소방은 별정통신사로부터 받은 피해자 정보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직 근무자가 적은 늦은 밤이나 휴일에는 위치 정보를 빠르게 받을 수 없다.○ 전문가 “사용자 조회 시스템 구축 필요”경찰은 2년여 동안 알뜰폰 사용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을 곧바로 수신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20년부터 ‘알뜰폰 사업자 통신자료 송수신용 QR코드 전자팩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첫해 4억4600만 원이던 예산이 2021년 1900만 원으로 23분의 1 수준으로 삭감됐다. 올해 다시 5억9900만 원으로 증액됐지만 10월 현재까지도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와 일일이 협업을 거쳐야 하고 추가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알뜰폰 사용자의 위치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알뜰폰 통신사도 직접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올 8월 1일 오후 11시, 울산의 한 경찰서에 30대 여성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전에 전화는 끊겼고, 경찰은 곧바로 핸드폰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정확한 장소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여성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고 경찰은 범행 2시간 후 가해 남성이 자수하면서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 여성은 통신 3사(SKT·KT·LG U+)가 아닌 ‘별정통신사’에 가입한 핸드폰, 이른바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휴일·야간’ 위치 조회 어려워 긴급구조기관인 경찰이나 소방으로부터 개인위치정보 제공 등의 요청이 있으면 통신 3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와이파이(WI-FI) 방식을 이용해 24시간 위치를 확인하고 가입자 정보도 제공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용자는 신변의 위협이나 스토킹 등 위기상황을 신고해도 정보 확인이 어렵다. 가입자 정보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7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 3사를 통해 유통되는 단말기는 통신사의 전용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있어 곧바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알뜰폰 중 일부는 단말기에 해당 프로그램이 없어 별정통신사로부터 위치 정보를 받는다고 해도 정밀한 위치 확인이 안된다. 통신 3사를 통해 위치 확인을 하기도 하는데 기지국 기반의 대략적인 위치 정보만 알 수 있다. 경찰과 소방은 별정통신사로부터 받은 피해자 정보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져도 당직 근무자가 적은 늦은 밤이나 휴일에는 위치 정보를 빠르게 받을 수 없다.● 전문가 “사용자 조회 시스템 구축 필요”경찰은 2년 여 동안 알뜰폰 사용자의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을 곧바로 수신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20년부터 ‘알뜰폰 사업자 통신자료 송수신용 QR코드 전자팩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첫해 4억4600만 원이던 예산이, 2021년 1900만 원으로 23분의 1 수준으로 삭감됐다. 올해 다시 5억9900만 원으로 증액됐지만 10월 현재까지도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와 일일이 협업을 거쳐야하고 추가 기술개발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알뜰폰 사용자의 위치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알뜰폰 통신사도 직접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근 발생한 대전 아울렛 화재에서 지하에 설치된 170여 개 격실(칸막이방)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서울 시내 백화점·아웃렛 등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이 시설들의 지하에도 이와 유사한 ‘지하 백오피스’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휴식 및 사무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장소인데 다닥다닥 붙은 채 환기도 안 돼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취약한 ‘지하 백오피스’최근 화재로 7명이 숨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층에 170여 개의 격실(칸막이방)이 조성돼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백화점·아웃렛에서도 유사한 ‘지하 백오피스’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서울 시내 백화점과 아웃렛 등 대형 판매시설 10곳을 둘러본 결과 모두 지하층에 ‘백오피스’를 두고 있었다. 직원들의 휴식 및 사무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장소인데 다닥다닥 붙은 데다 환기도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내부에선 전열기구 사용도 빈번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로처럼 복잡한 지하 백오피스2일 찾은 강남권 백화점. 이 건물 지하층에는 미로처럼 만들어진 백오피스 구역에 15개 이상의 격실이 조성돼 있었다. 각 격실 공간은 5평(약 16.5m²) 내외였다. 한 격실의 출입구 옆에는 ‘박스 적재 절대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물품이 담긴 종이박스 9개와 의류 거치대가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포장재와 의류 등이 통로와 복도 곳곳에 쌓여 있어 성인 한 명이 지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일부 격실에는 소화기가 있었지만 주변 종이상자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 직원은 “매일 다니는데도 헷갈려 길을 잃은 적도 있다”고 했다. 중구의 한 백화점 직원은 “비상구를 통해 지상으로 빠져나가는 데 최소 15∼20분은 걸릴 것 같다”며 “백오피스 내부 전등이라도 꺼지면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어둡고, 환기도 안돼 늘 먼지가 가득하다”고 했다. 아웃렛·쇼핑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일 둘러본 영등포구의 한 쇼핑몰 지하주차장 한 쪽에는 직원 사무 공간과 휴게실이 조성돼 있었다. 창고 옆 10평 남짓한 사무공간에는 7∼8명이 앉아 있었는데 환기가 안 돼 냄새가 퀴퀴했다.○ 전열기 사용 빈번한 휴게 공간직원들은 백오피스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간단히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압력밥솥,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등 전열기구가 다수 놓여 있었다. 휴대전화 충전기 등 개인용품도 있다 보니 멀티탭이 문어발처럼 뻗은 경우가 많았다. 일부 전선은 피복이 벗겨져 있었다. 구로구의 아웃렛에선 노후 전선으로 연결된 멀티탭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도 목격됐다. 시내 대형 백화점에서 건물관리를 담당하는 A 씨(62)는 “휴게실에서 식사를 매일 해결하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필수”라며 “전기는 계속 필요하고 이용자는 많다 보니 멀티탭을 3, 4개씩 연결해 쓴다”고 말했다. 또 “대전 아울렛 사건을 보면서 남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철렁했다”고 덧붙였다. 대전 아울렛 화재를 계기로 일부 개선에 나선 곳도 있었지만 현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하 백오피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쇼핑시설 지하 공간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에선 환기가 안돼 연기 질식으로 인한 인명 피해 위험이 훨씬 크다”며 “사람이 자주 머무는 공간은 가급적 지상에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공학과 명예교수는 “당분간 백오피스를 지상으로 이동시키기 어렵다면 전력이 차단돼도 ‘피난 유도등’이 늘 눈에 띌 수 있도록 적재물을 치워놓고 지상 대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 측이 ‘한 달 가까이 퇴근길 미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는데, 수사 결과 미행자는 유튜브 채널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의 수행 직원은 지난달 28일 경찰에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원 미상의 인물들을 고소했다. 누군가가 계속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한 장관의 퇴근길을 미행하고, 장관의 자택 인근을 맴돌았다는 것. 서울 수서경찰서는 차량 소유자 30대 남성 A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으며, 동승자도 확인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보도를 표방하는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더탐사’ 소속으로, 과거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열린공감TV는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에 대해 이른바 ‘쥴리’ 의혹 등을 주장했다. 시민언론더탐사 측은 “제보 내용과 한 장관의 거주지를 취재하고자 2번 정도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반론보도] 등 관련본보는 2022년 9월 30일 및 10월 1일 사회 섹션에 , 의 제목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측이 한 달 가까이 퇴근길 미행을 당했다고 신고하여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더탐사’ 관계자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이에 대해 시민언론 더탐사 측은 “시민언론 더탐사는 신문법에 따라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정식 언론사이고, 소속 기자가 취재 목적으로 고위공직자인 한 장관의 관용차량을 한 달 내 3차례 추적한 것일 뿐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던 배우 이상보 씨(41·사진)가 혐의를 벗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정 결과 이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했다”고 30일 밝혔다. 국과수 분석 결과 이 씨의 소변과 모발에선 긴급체포의 근거가 됐던 모르핀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 대신 이 씨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향정신성 약과 일치하는 성분이 나왔다. 간이 시약 검사 결과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이날 이 씨는 “정말 마약을 안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 측이 ‘한달 가까이 퇴근길 미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는데, 수사 결과 미행자는 유튜브 채널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의 수행 직원은 한 장관에 대한 미행을 의심해 지난달 28일 경찰에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원 미상의 인물들을 고소했다. 누군가가 계속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한 장관의 퇴근길을 미행하고, 장관의 자택 인근을 배회하며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것.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해 지속 따라다니는 행위는 스토킹 범죄로 분류된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차량 번호를 통해 차량 소유자 30대 남성 A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며 “동승자가 있었고, 신원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보도를 표방하는 유튜브 채널 소속으로, 과거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열린공감TV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이른바 ‘쥴리’ 의혹 등을 주장했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 다음날인 29일 고소인인 한 장관 수행직원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시스템에 등록하고, A 씨에게 고소인 100m 이내 접근을 금지(긴급응급조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최미송기자 cms@donga.com박종민기자 blick@donga.com}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했던 배우 이상보 씨(41)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 씨가 복용한 건 불법 마약이 아니라 우울증 때문에 정식으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정밀감정 결과 이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씨의 소변과 모발에 대한 국과수 정밀감정 결과 긴급체포의 근거가 됐던 ‘모르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검출된 향정신성의약품 성분들은 이 씨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의약품 성분과 일치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이 씨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불송치 결정 통보를 받은 이 씨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마약을 안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심경을 전했다. 앞서 경찰은 10일 ‘마약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이 뛰어다닌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근처에서 이 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경찰은 이 씨의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간이 시약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이후 한 연예매체를 통해 ‘마약을 해 경찰에 체포된 40대 배우’가 이 씨라고 알려졌다. 이 씨는 가족을 잃고 앓게 된 우울증으로 처방받은 약을 먹은 것이라며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씨는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슴에 묻는 것이 쉽지가 않아 신경안정제에 의존해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약배우'가 되어 있었다"며 "마약을 절대 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된 오해를 풀기 위해 경찰 조사에 충실히 임하고 허위 사실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신고를 한 주민이 ‘마약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언급한 점 △현장에서 만난 이 씨가 마약 의심 증세를 보인 점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만큼 긴급 체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과수 정밀감정 결과 최종적으로 이 씨의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으면서 일선 경찰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간이 시약 검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간이 시약 검사 정확도는 80~90% 가량"이라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간이 시약 검사 이후 정밀 검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

“이 동네서 30년을 살았는데 투명한 놈(페트병)만 따로 내놔야 한다는 건 처음 들어봐.” 22일 서울 용산구의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서 만난 주민 정용순 씨(68)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투명 페트병을 일반 플라스틱과 따로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 10개월째를 맞았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2020년 12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12월부터 단독주택에도 확대 적용했다. 투명 플라스틱을 기타 플라스틱과 따로 배출하면 옷, 가방 등을 만드는 섬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환경연합 담당자와 함께 22, 23일 오후 6∼9시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과 종로구 가회동 일대를 돌아본 결과 쓰레기 및 재활용품이 담긴 봉지 150여 개 가운데 투명 페트병이 규정에 맞게 담긴 봉지는 4개에 불과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해 내놨지만 내용물을 비우지 않았거나, 라벨이 붙은 상태이거나, 찌그러뜨리지 않는 등 규정을 지키지 않은 봉지도 5, 6개가량 있었다. 시민들은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들어는 봤지만 분리배출 방법·요일 등을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종로구에 사는 김정인 씨(54)는 “투명 페트병을 따로 내놓기는 하는데 라벨을 떼거나 압축해서 버려야 하는 것까진 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홍보 및 관리·감독 노력 부족으로 제도 정착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계도기간이 끝나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됐지만 투명 페트병이 제대로 분리 배출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 자치구가 과태료(최고 30만 원)를 부과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해도 상당수가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서 다시 일반 페트병과 섞이는 현실 역시 시민들의 동참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재활용 선별장 341곳 중 투명 페트병 선별 처리가 가능한 곳은 올해 3월 기준 57곳(16.7%)에 불과하다.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담당자는 “선별장에 투명 페트병 분리 처리 시설을 설치하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선별장 10여 곳에 분리 처리 시설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지자체를 통해 제도를 적극 홍보하겠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3년 만에 열린 대면 축제인데,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소리치니 너무 좋아요.”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축제에서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던 대학생 최모 씨(24)는 이같이 말했다. 평소 야외 공연을 자주 찾는다는 최 씨는 마스크를 쓴 채로는 노래를 따라 해도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최 씨는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도 춰야 제대로 무대를 즐긴 것 아니겠냐”며 “하루빨리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돼 소중한 일상이 돌아왔으면 한다”고 했다.○ “마스크 벗어 해방감” vs “시기상조”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도입 1년 11개월 만에 전면 해제된 이날 공연과 스포츠 경기 관람에 나선 상당수 시민은 마스크 없이 ‘떼창’과 함성을 즐기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정부는 올 5월 실외 마스크 규제를 일부 해제해 놀이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했지만 50인 이상 집회나 공연, 스포츠 경기에는 여전히 착용이 의무였다. 26일 오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올림픽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열린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선 마스크 없이 응원을 즐기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선수들이 몸을 풀려고 그라운드로 들어서자 팬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거나 나팔을 불었다. 이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축제 ‘청파제’를 찾은 대학생 김이지 씨(21)는 “마스크를 쓰면 덥고 찝찝했는데, 오늘은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 반갑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광장에서 연주를 듣던 이석주 씨(83)는 마스크를 내린 채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 씨는 “이제야 삶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웃었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았는데 실외라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벗기는 불안하다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마스크를 쓴 채 숙명여대 축제 공연을 관람하던 대학생 정수희 씨(20)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옆 사람으로부터 비말이 튈 것 같다”며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는데,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초등생 아들 둘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을 찾은 김모 씨(52)는 “아이들을 데려와 아직 조심스럽다. 답답해도 당분간 실외에서 계속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집회에선 참가자 800여 명(경찰 추산) 가운데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벗고 구호를 제창했다. 마스크를 쓰고 인근을 지나던 직장인 김모 씨(43)는 “좁은 곳에 사람 수백 명이 모여 있으면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인파 밀집 지역은 마스크 자율 착용해야”아직 마스크를 벗는 것은 주변 눈치가 보인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중앙대 축제 공연을 지켜보던 대학생 한모 씨(21)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아 벗고 있기 어색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다수 모이는 곳에서는 자율적인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 강남역 근처처럼 인파가 집중되는 곳에선 실외라도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자율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실외에서도 꾸준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화성=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유명 영화 제작자가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연락을 원치 않는 여성에게 수개월 동안 만남을 요구하는 전화와 문자를 지속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로 영화제작사 대표 A 씨를 이달 8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는 이달 초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A 씨에게 피해자 및 주거지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잠정조치 2호와 전화·문자 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 3호를 신청했다. 법원은 10일 신청을 받아들였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쳤으며, 조사를 위해 A 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피해자가 신고했을 당시 A 씨는 외국 방문 중이었으나, 현재는 귀국해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20일 오후까지 회사에서 업무를 했지만 21일에는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A 씨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동아일보는 스토킹 혐의에 대한 A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되풀이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A 씨는 1990년대부터 영화와 드라마 수십 편을 제작했는데 이 중에는 흥행작도 적지 않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에게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백신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자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걸어 승소한 첫 사례다. 이를 두고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접종 3일 후 뇌출혈, “인과성 인정”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0대 남성 A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29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지 24시간 만에 열이 났고, 이어 다리 저림 및 어지럼증 등이 나타났다. 대학병원에서 뇌출혈과 혈관기형 진단을 받은 A 씨는 “예방접종 피해를 보상해달라”며 질병청에 진료비 330여만 원과 간병비 25만 원 지급을 신청했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신청을 거부했다.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는 “증상 발생 시기가 접종 14일 후로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고 혈관기형을 고려할 때 백신보다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다리 저림 증상이 접종 14일 뒤에 나타났다는 것은 단순 오기(誤記)”라며 “명백한 시간적 밀접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또 “(A 씨는) 접종 전 매우 건강했고 혈관기형 증상이 발현된 적이 없어 증상이 접종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예방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정부가 입증 책임 져야”이번 판결은 개인의 인과성 입증 책임을 완화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코로나19 백신은 예외적 긴급절차에 따라 승인·허가가 이뤄져 피해 발생 가능성과 발생 확률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다른 원인에 의해 이상반응이 발현됐다는 상당한 증명이 없는 한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 신현호 변호사는 “정부는 그동안 개인이 인과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해 왔는데 법원은 정부가 인과성이 없다는 걸 입증하도록 책임을 나눠 지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권근용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의학적 근거와 이상반응 정보를 바탕으로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은 모두 9건(접종 후 사망 6건, 질환 3건)이 진행 중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잠깐의 부끄러움만 견디면 50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직장인 김혜연 씨(27)는 얼마 전부터 틈틈이 카페 식기반납대나 지하철역 쓰레기통을 뒤지며 남이 버린 영수증을 줍는다. 영수증을 온라인 사이트에 인증하면 데이터 수집에 기여한 대가로 적게는 10원, 많게는 50원에 해당하는 포인트가 적립된다. 김 씨는 “처음엔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가만히 있으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시선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김 씨처럼 이른바 ‘앱테크’(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재테크)를 하거나 하루 동안 지출을 아예 하지 않는 ‘무(無)지출 챌린지’ 등을 하며 알뜰하게 돈을 모으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주식 및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를 외치던 젊은층이 대거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나서는 모습이다.○ “욜로는 골로 가는 짓”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차모 씨(27)는 작년까지만 해도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월급보다 100만 원 더 비싼 명품백을 구매하는 등 과시형 소비를 즐겼다. 하지만 입사 6개월 만에 카드 빚이 약 1000만 원에 달하게 됐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까지 오르자 올 1월부터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다. 커피 값도 아까워 텀블러에 집에서 탄 인스턴트커피를 넣어 들고 다닌다. 차 씨는 “비싼 물건을 자랑하는 게 멋져 보여 따라해 봤지만 ‘욜로는 골로 가는 짓’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요즘은 전보다 10배 가까운 돈을 저축하는데 예금 금리까지 올라 뿌듯하다”고 했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3) 역시 3개월 전부터 ‘무지출’에 도전 중이다. 김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매일 비싼 음식들을 먹고 다녔더니, 외식비만 한 달에 200만 원 나왔다”며 “카드 할부 대금을 모두 낼 때까지 최소한의 지출만 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끼니도 저렴한 냉동식품 등으로 때우고 있다”고 말했다. ○ “코인 폭락·고물가에 ‘짠테크’로 선회”상당수의 젊은층은 코인과 주식 폭락 및 물가 급등으로 짠테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직장인 현모 씨(27)는 “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했던 500만 원을 날린 것이 ‘절약 모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코인에 투자하는 것보다 지출을 줄이고 충실히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이해인 씨(23)는 최근 물가 급등 탓에 지출이 매달 10만 원 이상 늘자 앱테크를 시작했다. 이 씨는 “물가가 오르니 아무리 아껴도 한계가 있더라”며 “월급 외에 조금이라도 벌어야겠다 싶어 앱테크 앱을 모조리 내려받았다”고 했다. 이 씨는 걸으면 1원 단위로 적립금이 쌓이는 앱,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100원씩 적립해주는 앱, 보유한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앱 등을 활용해 8월 한 달 동안 20만 원을 벌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짠테크’에 대해 “주식과 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도 연일 오르자, 위험한 투자보다 저축 등을 통해 안전하게 돈을 모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어느 순간 보상심리로 과소비하게 될 수 있다.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합리적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침수 시 보행 가능한 수위는 무릎까지입니다. 수위가 낮아도 물살이 거세면 움직일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으니 물이 흘러오면 즉시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일본 도쿄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중인 ‘호우 시 시민 행동 요령’ 중 일부다. ‘무릎까지’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해 시민들이 위험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최근 폭우와 태풍 등 기상 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한국도 해외 방재 매뉴얼을 참고해 대응 요령 등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 등 재난이 잦은 일본은 방재 매뉴얼이 꼼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도는 행동요령에서 호우 시 지하공간은 절대 피하라고 강조한다. 매뉴얼에는 “지상의 침수로 인해 지하로 물이 흘러 들어올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침수가 되기 쉽고 수압으로 문이 열리지 않아 대피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으니 2층 이상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지하보도처럼 지면보다 낮은 길도 지나지 말라고 했다. 외국인을 위해 영어 버전, 한국어 버전 매뉴얼도 공개돼 있다. 영국 환경청은 매뉴얼을 통해 수위가 6인치(약 15cm) 이상이면 걸으려 하지 말고, 2피트(약 60cm)를 넘으면 차를 운전하려 해선 안 된다고 안내한다. 위험 수위를 구체적으로 정해 설명한 것이다. 또 영국 환경청은 침수 예상 상황을 ‘침수 경계’ ‘침수 경고’ ‘심각한 침수 경고’ 등 3단계로 나눠 단계별 행동 요령을 설명한다. 지역 뉴스 등을 주시하다가 ‘침수 경고’가 발령되면 즉시 가족과 함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는 식이다. 홍수 시 시민들이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24시간 비상전화도 운영한다. 반면 국내 매뉴얼은 지나치게 원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소개된 ‘태풍·호우 시 국민행동요령’에는 “침수 도로, 지하차도, 교량 등에선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침수됐을 때 어떻게 하라는 내용은 없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 행정 편의적으로 만들어진 재난 안전 매뉴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