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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출장 나간 게 언제야?”요즘 외교부 직원들 안부 인사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나면서 국민 개개인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고 정부 업무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외교부는 그중에서도 직격탄을 맞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올해 공개 화상회의를 11번, 1·2차관은 14번 할 만큼 외교부 고위급 당국자도 대면회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 간 관계도 인간관계와 비슷해서 자주 만날수록 손발이 맞는다. 외교관들은 “화상회의 10번보다 대면회의 1번이 훨씬 유익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공무상 방문이어도 아직 자가 격리 면제가 되지 않는 나라가 많다. 현장 방역지침 때문에 동선도 한정적이다. 출국도 어렵지만 도착해서도 일정을 알차게 채우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대국 카운터파트와 한 번도 대면 협의를 하지 못한 본부 외교관이 많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하지만 한국이 처한 외교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은 높아진 국제사회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도 시급한 과제다. 외교부 당국자는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대면과 비대면, 이 두 가지를 섞은 ‘하이브리드 외교’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화상회의가 ‘뉴노멀’ 된 외교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외교는 ‘뉴노멀’이 됐다. 8월 진행된 아세안 연쇄 외교장관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화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다자 안보포럼이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2018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악수를 청하며 담소를 나눴고, 미국 측 당국자가 리 외무상에게 내용물이 알려지지 않은 서류 봉투를 건네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자회의가 자연스러운 북-미 간 만남의 장이 됐던 것. 하지만 올해는 이렇게 직접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화상으로 ARF에 참석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는 10분 동안 원론적인 공개 발언만 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다자회의에서는 모든 나라가 이른바 ‘떡보다 콩고물’에 더 관심이 많다. 다자회의 그 자체보다 다른 참석국과 인사를 나누거나 개별 회담 기회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한데 화상회의에선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코로나19 상황을 외교적으로 이용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미국이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100% 비대면’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한 것.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들었지만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코로나19 백신 독식 등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코너에 몰릴 사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결국 회원국들의 요청으로 대면, 비대면을 섞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에 대면으로 참석한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은 잡지 못했다. 대면 참석을 해도 코로나19 이전의 유엔총회처럼 활발한 정상 외교가 이뤄지기 어려워진 것이다. ○ “인터넷 연결 끊기면 최악 의전 실수” 청와대에는 의전비서, 외교부에는 의전국이 따로 있을 만큼 외교의 꽃은 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 때는 매분 매초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 양국 정상이 등장하는 시간, 동선, 발언하는 순서, 공동서명 때 사용하는 볼펜까지 미리 준비해 둔다. 실수가 큰 외교 결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2019년 문 대통령이 금주 국가인 브루나이에서 국왕에게 건배 제의를 해 결례 논란이 일었고 2018년 싱가포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 시간이 엇갈려 문 대통령이 회담장에 10분 이상 덩그러니 대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벨기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이동 동선 착오로 문 대통령이 정상 단체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대형 의전 사고였다. 한-스페인 전략대화 때 구겨진 태극기를 건 외교부 담당 과장은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주요 회의들이 화상으로 대체되면서 이 같은 의전 실수에서는 자유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네트워크 연결 상태’라는 새로운 의전 변수가 생겼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가장 최악의 의전 실수는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것”이라면서 “다자회의에서는 국가 발언 순서가 중요한데 연결이나 소리가 끊기면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실제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연 기후정상 화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녹화 발언이 기술 결함으로 중단됐다. 다음 차례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넘어갔지만 푸틴 대통령은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두리번거리다가 뒤늦게 발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교부 화상회의 기술 지원을 맡고 있는 정지훈 VEC 대표는 “코로나19 초기 화상회의에서는 나라마다 인터넷 환경이 다 달라서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거나 음향이 들리지 않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면서 “사기업 화상회의보다 실무진 리허설을 배로 꼼꼼히 한다”고 했다.○ “화상회의로는 상대 화났는지 몰라” 화상회의가 일반화됐지만 여전히 대면이 아니면 논의가 어려운 사안들이 있다. 북핵 협상이 대표적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올해만 6번 공개 대면회의를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안이 필요한 북핵 협상 특성상 화상회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긴밀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서는 직접 만나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다자, 양자 관계에서 ‘외교술’을 발휘하려면 대면회의가 필요하다고 외교관들은 말한다. 한 외교관은 “화상회의로는 그 나라의 비언어적 표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어떤 이야기를 꺼냈을 때 불쾌한 반응을 보였는지 등 상대국을 직접 만났을 때만 쌓을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이 있다”고 했다. 다자회의에서는 화상으론 우방국 간 ‘협공’이 어렵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ARF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건설적이지 못하다”면서 중단을 요구했지만 한국과 미국은 이를 반박하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면으로 이뤄졌더라면 왕 부장 발언 뒤 한미 실무진이 긴급히 만나 메시지를 조율했을 것”이라면서 “현장이 없으니 돌발 상황에서 발 빠른 대처가 어렵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외교’ 시도 불필요한 출장과 의전 준비가 사라진 건 비대면 외교의 장점이다. 하지만 대면회의가 불가피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둘을 섞은 ‘하이브리드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 8일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는 외교부가 최초로 시도한 하이브리드 회의다. 한국과 올해 메콩국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서울에서 함께 회의를 주재했다.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외교장관은 화상을 통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에는 모두 화상으로 진행됐다. 정의혜 아세안국 심의관은 “참가국이 전부 대면으로 만났다면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야 했을 것”이라면서 “방역 부담은 최소화하되 한-메콩국 간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의장국을 초청해 접촉면을 넓혔다”고 말했다. 방한한 프라크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별도로 대면 회담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실무진은 화상으로 협의하고 최종 마무리만 대면회의를 하는 하이브리드 형식이 계속될 것 같다”면서 “현지 공관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당국자는 “대면회의와 의전을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신입 외교관들을 교육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최지선 정치부 기자 aurinko@donga.com}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3일 북한의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관여, 외교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국-호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최근 핵 일부 활동 재개, 또 3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같이 핵·미사일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한미 간 공조 하에 북측의 의도, 제원 등에 대해 상세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유감이나 우려 표명은 없었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부 장관은 “(순항미사일) 발사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추측하지 않겠다”면서도 “호주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비핵화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이행할 것임을 분명히 해 왔다”고 말했다. CVID는 북한이 “패전국에나 쓰는 것”이라면서 강한 거부감을 표해온 용어다. 북한 도발과 대북제재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주 미국 등 5개국 기밀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페인 장관은 “한국과 호주는 이미 믹타, 주요20개국, 경제동반자협정, 동아시아정상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다”면서 “전략적 파트너십도 하나의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참여 가능성에 즉답을 피하고 거리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장 국정감사를 중단했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올해 해외 공관에 대한 ‘대면’ 국감을 재개하기로 했다. 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외통위는 위원들로부터 △미주반(미국 등) △아주반(중국 일본 동남아 등) △구주반(유럽 등) 등 희망 지역 신청을 받았다. 감사 기간 및 규모 등은 해외 감사를 진행했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통위는 지난해는 국감 부활 32년 만에 처음으로 감사를 국내에서만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방역 지침을 강화한 데다 국내 자가 격리 기간 등을 고려하면 해외로 나가는 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정부 소식통은 “국내에서 해외 국감을 진행하면서 현장감이나 집중도가 떨어졌고 해외 공관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대면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해외 국감을 반드시 진행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인 9일 0시에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복 차림으로 열병식을 관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연설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0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했다. 오후 6시에 시작된 올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과 0시에 시작된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포함해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세 번의 야간 열병식을 잇달아 치른 것이다. 두 달 전부터 준비한 앞선 두 번의 열병식과 달리 이번엔 준비 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이번 열병식은 전략·전술무기를 갖춘 정규군 대신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격인 사회안전무력 소속 병력과 무기가 동원됐다. 오토바이와 트랙터를 탄 노농적위대 기계화부대가 동원돼 눈길을 끌었다. 트랙터에는 122mm 다연장로켓과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가 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맡는 비상방역종대가 주황색 방역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채 행진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이번 열병식은 1월 규모의 절반 수준인 8000여 명의 병력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참가한 무기 및 장비 규모도 1월 열병식의 절반 미만”이라고 전했다. 이날 열병식을 보도한 노동신문은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는 표현을 썼다. 열병식 사열도 이례적으로 군 간부가 아닌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맡았다. 집권 이후 11번째 열병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 대신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 연설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전략무기나 대미, 대남 관련 메시지도 없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 장기간 봉쇄로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 기간 해외 공관 등에 대한 ‘대면’ 감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는 화상으로 대체했지만 올해 다시 해외에 나가기로 한 것.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선 하루 2000명대에 이르고 세계적으로 재확산 추세인 상황에서 굳이 방역 리스크를 안고 해외까지 가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외통위는 해외 공관 등을 대상으로 대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외통위원들로부터 희망 지역도 이미 받았다. 감사 기간 및 규모 등은 해외 감사를 진행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미주반(북중미 등) △아주반(중국, 일본, 동남아 등) △구주반(유럽 등) 등 세 팀으로 나누고, 팀마다 5, 6명의 위원들이 소속된다. 피감 지역 방역 상황 등에 따라 보좌진 등 일부 규모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중진 의원이 다수 포진해 있는 외통위는 통상 ‘상임위 위의 상원(上院)’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외통위는 지난해는 국감 부활 32년 만에 처음으로 감사를 국내에서만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국이 방역 지침을 강화한데다 국내 자가격리 기간 등을 고려하면 해외로 나가는 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올해 다시 해외로 나가기로 한 건 우선 ‘원격 감사’ 시 아무래도 현장감이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외통위 의원실 관계자는 “화상으로 하다보니 준비한 발언을 한 뒤 의원들의 현장 반박이나 추가 질의 등이 쉽지 않았다”며 “특히 올해는 미국 등 지역에서 공관 비위 문제나 집중 질의할 사항이 많은 만큼 현장에 가는 게 좋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해외 공관 등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대면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해 확진자 현황 및 방역 상황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꼭 해외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해외로 갈 경우 시간이 크게 늘어나는데다 수억 원의 비용까지 발생한다. 현장의 피감 기관에서 의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국감 대상인 피감 기관 관계자는 “올해는 방역 등 변수가 많아 코로나19 전보다 준비할 게 2배는 늘었다”면서 “당연히 소모될 비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최근 19년 만에 ‘돈표’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표는 외화와 교환해 사용하도록 하는 종이 화폐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제한하고 정부가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전문가들은 돈표 발행에 대해 대북제재로 외화고가 바닥나자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까지 긁어모으려는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관련 인터넷 매체 프리덤 앤 라이프는 7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2002년 폐지했던 돈표를 최근 다시 발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입수한 5000원 권 돈표 사진에는 ‘주체110(2021년)’이라고 쓰여 있다. 다만 북한 노동신문 등은 돈표 발행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표 발행 여부와 규모가 확인돼야 한다”면서도 “최근 북한 환율이 급락한 것과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4분기에 1달러 당 8000원에서 5000원 선으로 20% 가량 급락했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교역이 안 되고 외화가 감소했다면 환율이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졌다. 주민들의 외화를 흡수하기 좋은 환경을 일부러 만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일동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부장도 “북한 당국이 외화가 바닥난 상황에서 어떻게든 확보할 방법을 마련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정권 수립 73주년인 9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7일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1만여 명의 병력과 장비가 동원된 열병식 준비 정황을 볼 때 9일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가드레일(RC-12X) 정찰기 3대가 이날 최전방 지역에 투입되는 등 한미 정보당국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평양 상공에 전투기의 야간비행이 포착돼 지난해 10월 당 창건 열병식과 올 1월 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 이어 또 다시 야간에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와 대남 타격용 전술무기를 대거 동원해 한미 양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까지 미림비행장 인근에서 신형 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열병식 당일에 깜짝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강경 메시지를 내놓을 개연성도 베재할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열병식에 앞서 군부 인선을 재정비했다. 노동신문은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공보를 통해 박정천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원수 계급으로 북한군 서열 2위였던 박정천은 6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서 ‘중대한 사건’을 초래했다며 차수로 강등됐다. 하지만 두 달 여 만에 깜짝 승진하며 군 서열 1위로 올라섰다. 노동당 상무위원은 북한 권력서열 5위 안에 드는 핵심 직책으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실각하며 한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이를 박정천이 메우며 상무위원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총리 등 5인 체제를 다시 갖췄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다음 주 초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 방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왕 부장이 방한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왕 부장의 방한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 가능한 어젠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하는 것은 처음이다. 왕 부장은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에 기울지 말고 중국과 협력하자는 메시지도 한국에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미국 의회가 영미권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 참여국을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일부 미 전문가들로부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미국의 파이브아이스 참여국 확대 추진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던진 엄포일 수 있다는 주장과 미국이 직접 나서서 밀어붙이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왔다. 우리 정부는 “일단 지켜보겠다”며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에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해 최고 수준의 정보 수집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4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미국이 파이브아이스를 주도하고 있지만 새로운 회원국을 추가하려면 모든 회원국(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이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브아이스가 최고 수준의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정보 보호 차원에서 기존 회원국 간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 결국 미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회원국 반대에 직면해 참여국 추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맥스웰 연구원은 또 “파이브아이스가 중국에 맞서는 동맹이란 인식이 있는 만큼 한국이 (참여) 제안을 해도 받아들일 지 미지수”라고 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한미연합사령부가 우리 군에 공유한 자료가 국내 언론에 보도된 몇 년 전 사례를 언급하며 “파이브아이스 회원국은 민감한 정보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나라들”이라며 “문화가 다르고 언론에 유출되는 것에 덜 신경 쓰는 나라들과 공유한 정보의 비밀이 유지될 지가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는 파이브아이스 참여국 확대와 관련해 6일 “아직 미측으로부터 관련 요청이나 문의도 받지 못했다”며 “언급하기엔 시기상조”란 기조를 유지했다. 미 의회가 국방수권법안 개정안에서 파이브아이스 확대 내용을 언급했지만 실제 가입까지 가려면 미 상하원 표결 및 행정부의 승인, 기존 참여국의 동의 등 절차가 남은 만큼 일단 동향부터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가입 의사를 타진해야 하는데 중국 눈치를 보느라 관망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정부 관계자는 “한국, 일본의 (파이브아이스) 참여는 중국 입장에서 차원이 다른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 입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외교 소식통은 “파이브아이스는 단순 안보를 넘어 미래 정보기술(IT) 공유 측면에서도 핵심 정보 동맹”이라며 “중국, 북한과의 관계 등을 의식해 계산하려고 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보수 진보를 떠나 제대로 된 민주 사회라면 누군가는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 입안 시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7일 우리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이라며 수정을 촉구한 것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서한은 국회로 전달됐고 여당은 개정안 처리를 한 달 미뤘다. 유엔에 언론중재법의 문제를 알리고 칸 보고관의 서한을 이끌어낸 데는 30대 MZ 세대인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39)과 류제화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37)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24일 칸 보고관에게 탄원 서한을 보냈다. 류 변호사가 국내 헌법을, 미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신 분석관이 국제법을 담당해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신 분석관은 3일 본보 인터뷰에서 “탄원 서한을 보내자마자 칸 보고관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체 원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칸 보고관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응답한 것에 류 변호사는 “30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기 전에 유엔 차원에서 개입해야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본회의 통과 이후에는 대통령에게 비토권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데 국제기구로서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분석관은 “유엔 측에서 향후 국회의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국회 상황을 낱낱이 알릴 예정이다. 정치권이 유엔에서 이 문제를 곧 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보편적 핵심 가치라 미국에서도 대법원 판례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어렵게 했다. 언론중재법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도 “언론중재법은 사회의 숨 쉴 구멍을 막는 법안”이라면서 “법안이 처리되면 저부터도 굉장히 답답할 것 같았다”고 서한 발송 계기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며 처음 의기투합했다. 류 변호사는 “우리 국민의 인권이 유린될 동안 국가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역시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에 우려 서한을 발송했다. 두 차례 유엔의 반응을 이끌어 낸 두 사람은 ‘자유와 인권을 위한 워킹그룹(가칭)’ 결성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법안이나 조치가 국제 규범과 맞지 않을 때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권과 이념을 떠나 제대로 된 사회라면 자유, 인권, 법의 지배에 대해 누군가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grave risk)이 될 수 있다”며 정부에 “국제인권 기준에 맞게 수정을 촉구”한 서한이 1일 공개됐다. 그는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언론의 자체 검열을 초래하고 공익 문제에 대한 토론을 억압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 제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홈페이지에 칸 보고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에 보낸 공식 서한 전문을 올렸다. 유엔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칸 보고관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적법성, 필요성, 비례성 측면에서 모두 부적절하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칸 보고관은 ‘가짜 뉴스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규범상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 보건 및 도덕을 보호하기 위할 때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한해야 한다”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런 보호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에 지나친 재량권을 부여해 (법률의) 자의적인 이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칸 보고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필요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규정한 30조 2항에 대해 “매우 모호한 표현(vague language)이 쓰였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 지도자, 공인 등에 대한 비판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내년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정보 접근과 자유로운 생각의 전달이 특히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처벌의 비례성’에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항목이 “언론 보도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면서 “완전히 불균형적(utterly disproportionate)”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호한 조항을 (법원이) 자의적으로 적용해 언론에 출처를 누설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등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칸 보고관은 “당국의 의도는 미디어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개정안이 변화 없이 채택되면 (그 의도와)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도 했다.○ “언론중재법 아닌 다른 접근법 고려하라” 칸 보고관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정보공개법의 채택이나 강화, 독립적인 팩트 체크 촉진 등 다른 접근법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또 “법률 초안을 다시 한번 검토해 달라”면서 “국회 표결에 임할 의원들과도 이 같은 의견과 우려를 공유해 달라”며 정부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정부는 60일 이내에 유엔에 입장을 보내야 한다. 유엔은 최근 각국에서 ‘가짜 뉴스’ 문제 해결을 내세워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늘어나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언론중재법이 세계적으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신속하게 우려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4일 유엔 측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를 알리는 서한을 보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유엔은 한국의 선례가 다른 나라들에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중재법 개정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grave risk)이 될 수 있다”며 정부에 수정을 촉구한 서한이 1일 공개됐다. 그는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언론의 자체 검열을 초래하고 공익 문제에 대한 토론을 억압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 제한”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홈페이지에 칸 보고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에 보낸 공식 서한 전문을 올렸다. 유엔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칸 보고관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적법성, 필요성, 비례성 측면에서 모두 부적절하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칸 보고관은 ‘가짜 뉴스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규범 상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 보건 및 도덕을 보호하기 위할 때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제한해야 한다”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런 보호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에 지나친 재량권을 부여해 (법률의) 자의적인 이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칸 보고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필요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규정한 30조 2항에 대해 “매우 모호한 표현(vague language)이 쓰였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 지도자, 공인 등에 대한 비판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어느 사회에서나 자유롭고 검열, 제약을 받지 않는 언론과 매체가 필수적이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주춧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내년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정보 접근과 자유로운 생각의 전달이 특히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처벌의 비례성’에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항목이 “언론 보도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면서 “완전히 불균형적(utterly disproportionate)”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호한 조항을 (법원이) 자의적으로 적용해 언론에 출처를 누설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등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칸 보고관은 “한국 정부의 의도는 미디어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개정안이 변화 없이 채택되면 (그 의도와)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도 했다.● “언론중재법 아닌 다른 접근법 고려하라”칸 보고관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정보공개법의 채택이나 강화, 독립적인 팩트 체크 촉진 등 다른 접근법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또 “법률 초안을 다시 한번 검토해 달라”면서 “국회 표결에 임할 의원들과도 이 같은 의견과 우려를 공유해 달라”며 정부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정부는 60일 이내에 유엔에 입장을 보내야 한다. 유엔은 최근 각국에서 ‘가짜 뉴스’ 문제 해결을 내세워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늘어나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언론중재법이 세계적으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신속하게 우려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4일 유엔 측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를 알리는 서한을 보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유엔은 한국의 선례가 다른 나라들에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중재법 개정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개한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된 영변 핵시설 내 냉각수 배출 정황은 5MW 원자로 재가동을 보여주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7월 초부터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난달 27일 연례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이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이 재가동의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후속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원자로를 다시 가동함에 따라 임기 말 남북 대화와 북-미 간 북핵 협상에 속도를 내려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기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자로 가동 후 폐연료봉 재처리 가능성 38노스는 “(인근)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방출 수로를 통해 냉각수가 방출되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냉각수 방출을 위해 새 통로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성사진에는 원자로에서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흘러나온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수로로 흘러가기 전 난류(亂流)를 형성한 장면이 보인다. 또 구룡강 남쪽으로 댐도 보인다. 38노스는 “이 댐 위에서 5MW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용 저수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몇 달간 지속돼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상 발전용 원자로의 노심에는 핵연료(우라늄)를 채운 다량의 핵연료봉이 들어간다. 이후 핵분열(연쇄반응)을 통해 핵연료가 연소되면서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식히는 데 물이나 가스 등이 냉각재로 사용된다. 뜨거워진 냉각재를 다시 식히는 과정에 사용된 냉각수는 외부(바다, 강)로 배출된다. 이런 과정이 한 치 오차 없이 진행돼야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1986년부터 가동된 영변 원자로는 실험용 ‘흑연감속로’로 이산화탄소를 냉각재로 사용한다. 원자로 노심을 통과한 고온의 이산화탄소를 식히는 데 사용된 냉각수는 인근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구조다.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의 냉각수 배출 정황이 포착된 것은 ‘2018년 봄(spring)’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원자로 가동의 유력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원자로가 가동됐다면 폐연료봉(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수순도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발전용이 아닌 영변 원자로의 가동 목적은 핵물질(무기급 플루토늄) 생산뿐이기 때문이다. 연소가 끝난 폐연료봉을 꺼내어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로 옮겨 화학공정을 거치면 순도 90% 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군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원자로 재가동이 맞다면 대미 협상용보다 핵 능력 증강 목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 일각에선 영변 원자로에서 일반 핵무기의 5∼10배 폭발력을 갖는 증폭핵분열탄용 ‘트리튬(tritium)’의 추출 가능성을 제기한다. 트리튬은 반감기가 12년에 불과해 주기적 증산이 필요한데 북한에선 영변 원자로가 유일한 생산시설로 지목된다.○ 靑 “대북 관여 시급 방증”이라 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북 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보고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화와 외교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미 당국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하반기에 대화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이후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생산 프로그램의 첫 단계인 원자로 재가동을 시위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도발에 보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정부는 2017년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고 있겠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국내외 각계의 비판 속에 일단 강행이 중단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단기간에 수정을 거듭하며 ‘누더기 입법’이 됐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핵심 위헌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한 개정안은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에 앞서 30일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전체를 삭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포함하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언론중재법 처리에 나선 7월 이후 개정안을 6차례나 수정했다. 민주당은 당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으로 언론사의 불법행위 등까지 포함해 6가지 요건을 만들었다가 비판이 일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4개로 줄였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추정 요건 중 ‘피해 가중’이라는 표현만 빼고, ‘보복’ ‘반복’ 등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표현들은 그대로 뒀다. 민주당은 수정 과정에서 위헌적 조항을 일부 빼기도 했지만 거꾸로 위헌성이 더 큰 조항으로 바꾸기도 했다. 법사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명백한 고의·중과실’ 문구에서 ‘명백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적용 대상을 더 포괄적으로 바꿔 언론의 불이익을 강화한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 국내외 인권·언론 기관들은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명의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앞서 24일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특별보고관들에게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서한을 보낸 지 1주일이 안 된 시점이다. 특별보고관들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서한은 민주당에도 전달됐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는 31일 성명을 내고 “악법은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분칠을 해도 악법일 뿐이다. 누더기 악법이 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여야의 협의체 합의는 충돌과 표결 처리를 한 달 뒤로 미룬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면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방출되는 모습이 25일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고 밝혔다. “영변 5MW 원자로가 재가동된 징후를 파악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이다. 38노스는 “5MW 원자로가 재가동된 것으로 보이는 추가 증거”라며 “지난달 25일부터 영변 원자로에서 인근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수로를 따라 냉각수를 방출하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냉각수 방출은 원자로가 가동된다는 핵심 지표 중 하나”라면서 “이번 활동은 2018년 봄 이후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첫 징후”라고 전했다. IAEA도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북핵 관련 상황을 파악한 지난달 27일 연례 보고서에서 냉각수 방출을 거론하며 “5MW 원자로 재가동 징후와 일치한다”고 했다. 38노스는 “(냉각수 방출 이후) 차량 움직임이 원자로 주변에서 포착됐다”며 “원자로 유지 보수나 다른 원자로 가동을 위한 활동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또 “지난 몇 달간 5MW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를 위한 저수지 건설이 진행돼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가동뿐 아니라 북한이 영변 이외 지역에서 핵연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만들기 위한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고 있는 정황도 적시했다. 보고서는 평양 외곽의 강선 연구단지에서 “지속적인 활동 징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선은 미국이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로 지목한 곳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개한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된 영변 핵시설 내 냉각수 배출 정황은 5MW 원자로 재가동을 보여주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7월 초부터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난달 27일 연례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이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이 재가동의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후속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원자로를 다시 가동함에 따라 임기 말 남북 대화와 북-미 간 북핵 협상에 속도를 내려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기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로 가동 후 폐연료봉 재처리 가능성38노스는 “(인근) 구룡간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방출 수로를 통해 냉각수가 방출되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냉각수 방출을 위해 새 통로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성사진에는 원자로에서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흘러나온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수로로 흘러가기 전 난류(亂流)를 형성한 장면이 보인다. 또 구룡강 남쪽으로 댐도 보인다. 38노스는 “이 댐 위에서 5MW 원자로와 실험용경수로용 저수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몇 달간 지속돼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상 발전용 원자로의 노심에는 핵연료(우라늄)를 채운 다량의 핵연료봉이 들어간다. 이후 핵분열(연쇄반응)을 통해 핵연료가 연소되면서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식히는데 물이나 가스 등이 냉각재로 사용된다. 뜨거워진 냉각재를 다시 식히는 과정에 사용된 냉각수는 외부(바다, 강)로 배출된다. 이런 과정을 한치 오차없이 진행돼야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가동할수 있다. 1986년부터 가동된 영변 원자로는 실험용 ‘흑연감속로’로 이산화탄소를 냉각재로 사용한다. 원자로 노심을 통과한 고온의 이산화탄소를 식히는데 사용된 냉각수는 인근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구조다.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의 냉각수 배출 정황이 포착된 것은 ‘2018년 봄(spring)’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원자로 가동의 유력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원자로가 가동됐다면 폐연료봉(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수순도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발전용이 아닌 영변 원자로의 가동목적은 핵물질(무기급 플루토늄) 생산뿐이기 때문이다. 연소가 끝난 폐연료봉을 꺼내어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로 옮겨 화학공정을 거치면 순도 90% 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할수 있다. 군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원자로 재가동이 맞다면 대미 협상용보다 핵 능력 증강 목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 일각에선 영변 원자로에서 일반 핵무기보다 5~10배의 폭발력을 갖는 증폭핵분열탄용 ‘트리티움(Tritium)’의 추출 가능성을 제기한다. 트리티움은 반감기가 12년에 불과해 주기적 증산이 필요한데 북한에선 영변 원자로가 유일한 생산시설로 지목된다. ● 靑 “대북 관여 시급 방증”이라 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북 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보고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화와 외교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미 당국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조건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밖에 않은 만큼 하반기에 대화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이후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생산 프로그램의 첫 단계인 원자로 재가동을 시위하면서 셈범이 복잡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도발에 보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정부는 2017년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고 있겠지만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지난달 초부터 영변의 5MW 원자로를 2년 반 만에 재가동하기 시작한 사실을 우리 정부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 1년여간 차단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미국과 공조를 통해 실시간으로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 동향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아래 북한 핵·미사일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통신선 복원 전부터 북핵 협상의 중요한 변수인 원자로 재가동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만 강조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인 원자로 재가동에 대해 우려나 유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7일 북핵 관련 보고서에서 원자로 재가동과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의 5개월 가동을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고 “깊은 유감”을 표한 것과 상반된다. 이런 가운데 북핵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현지 시간) 미국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 긴요한 시점”이라며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 인도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패키지를 만들어 가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대북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냉엄한 현실을 외면한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 구애의 끝은 결국 돌고 돌아 또다시 ‘핵’이었다”면서 “대북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北, 바이든 향해 ‘영변 핵’ 시위… “美외교정책에 새로운 난제” 정부 “한미, 영변 재가동 이미 파악”북한이 지난달 초부터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포착되면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2년 반 만에 ‘영변’이 북핵 협상의 핵으로 다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 해제와 대북제재 완화 등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하노이 회담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시위를 시작한 것으로 봤다. 우리 정부는 원자로 재가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임에도 우려나 유감 표시 없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변 핵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교환을 기초로 하는 이른바 ‘스몰딜+α(플러스알파)’ 협상을 미국에 설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제안한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일단 “대화의 시급성을 보여준다”며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정부 “영변 폐기-제재 완화부터 시작하자”영변 핵시설은 하노이 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내밀었던 회심의 카드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할 테니 민생 관련 유엔 제재 5건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뿐 아니라 북한의 핵시설 전체를 신고해야 한다고 맞서 협상이 결렬됐다.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은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된다고 해도 첫 조치로 영변 폐기 이상은 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라며 “영변 핵시설 전부가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때 제기한 영변 폐기안에서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영변 핵시설의 폐기 의사를 밝힌 만큼 회담이 결렬된 지점에서 북-미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를 한미 공조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든 중요한 것은 북을 대화로 견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도발이 영변 폐기를 협상 시작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정부 구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美 언론 “바이든에게 새로운 난제 될 것”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영변 카드’를 다시 꺼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적 노출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북제재 완화 등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해 핵물질 비축량을 늘리겠다는 위협이라는 것. 미국에 “하노이 때 놓친 영변 카드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미국에 영변 핵시설 재가동의 책임이 있다는 시위”라고 했다. 또 “핵협상에서 상징성이 큰 영변을 다시 꺼내 북핵 협상을 자신들이 주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5MW 원자로가 이미 협상 카드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은 영변 외에 평양 인근 강선을 비롯해 전역에 핵무기의 또 다른 원료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트럼프 시기에 퇴짜 맞은 영변 고물 핵시설을 들이밀며 미국에 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를 종용하고 있다”면서 “영변보다는 (북한이 감추고 있는) 우라늄 고농축시설이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본보에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대화와 외교의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면서 “(재가동) 활동 및 비핵화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북한과 대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원자로 재가동이 “바이든 대통령 외교정책에 새로운 난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에 대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방백서 “北 영변 원자로서 플루토늄 50kg 생산” 1년 가동땐 플루토늄 4kg 추출… 나가사키급 핵폭탄 만들수 있어軍소식통 “北의 전쟁 억제력 언급… 영변 핵물질 비축 재개 의미 가능성”2018년 말 이후 멈춰 섰던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의 재가동 징후가 포착되면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량 등 위협 수위가 주목된다. 1986년부터 가동된 5MW 원자로는 100% 출력으로 운용하면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매년 8kg의 무기급 플루토늄(Pu)을 생산할수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가동된 지 30여 년이 지난 원자로의 노후도를 감안할 때 1년 동안 생산 가능한 플루토늄 양은 4kg 수준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21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플루토늄탄인 ‘팻맨’에는 약 6.2kg의 플루토늄이 사용됐다. 단순 계산으로는 5MW 원자로의 연간 플루토늄 생산량은 20kt급 핵폭탄 1발을 제작하기에도 충분치 않은 양이다. 하지만 북한이 30년간 축적한 핵기술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은 수백 차례의 고폭실험과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폭탄 제조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폭발렌즈와 뇌관 수 증가, 코어(핵물질 위치부) 방식 개선 등 진보된 핵탄 설계기법을 적용하면 같은 양의 핵물질로도 폭발효율을 25%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고도화 수준을 감안할 때 3, 4kg의 플루토늄으로 20kt급 핵폭탄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6년 5MW 원자로 가동 후 재처리를 통해 50여 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걸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 외무성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최강의 ‘전쟁 억제력’을 비축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 원자로 재가동을 통한 핵물질 비축을 의미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영변의 5MW 원자로는 원자폭탄보다 수십, 수백 배의 폭발력을 가진 증폭핵분열탄(수소폭탄)의 핵심 원료인 삼중수소의 생산 거점이라는 의심도 받아왔다. 리튬6을 채운 연료봉을 원자로에 넣고 대량의 중성자를 쬐여주면 삼중수소가 생산된다. 북한에서 이런 작업이 가능한 시설은 사실상 영변의 5MW 원자로뿐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사용한 수폭급 원폭도 5MW 원자로에서 생산한 삼중수소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산하 육군부는 지난해 7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 중이고 매년 6개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에 이미 100개까지 늘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정보당국도 영변 핵시설과 강선 등 북한 전역의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연간 수백 kg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7일 북핵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달 초부터 북한 영변 핵시설의 5MW(메가와트)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배출되는 등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consistent with) 징후가 발생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과거 5MW 원자로를 가동해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북한이 2018년 12월 이후 2년 반 만에 플루토늄 핵무기 개발의 핵심인 5MW 원자로를 재가동하면서 북핵 문제가 다시 한반도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29일 입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관련 9월 연례 이사회 보고서는 “북한은 2018년 12월 초부터 올해 7월 초까지 5MW 원자로 가동 징후가 없었다”며 이같이 적시했다. 27일 IAEA 이사회에 제출된 이번 보고서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의 상황을 담았다. IAEA는 북한과 이란 등의 핵개발 상황을 감시·사찰하는 국제기구다. IAEA가 올해 5MW 원자로 재가동 징후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는 또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화력발전소가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개월가량 가동됐다”며 “이는 이전의 폐기물 처리나 유지보수 활동보다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5개월이라는 가동 기간은 북한이 과거 밝힌,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기 위한 기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방사화학실험실은 5MW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북한이 올해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보고서는 평양 인근의 강선에서도 내부 건설 작업이 이어지는 등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선은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IAEA는 보고서에서 5MW 원자로 재가동과 방사화학실험실의 5개월 가동이 “새로운 징후(new indications)”라며 “심각한 문제(deeply troubling)”로 규정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deeply regrettable)”고 비판했다.北, 영변 핵능력 건재 과시… ‘對美 핵협상 카드’ 재활용 나선듯北, 영변 핵시설 재가동북한이 2년 반 만에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대화 재개를 요구하는 미국에 핵무기 생산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7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최근 5개월간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이 지속적으로 가동된 점에 주목했다. 5개월은 북한이 과거 5MW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 전체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데 걸린다고 밝힌 시간이다. 북한이 올해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감시해온 IAEA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재가동을 “새로운 징후(new indications)”라며 “심각한 문제”로 명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IAEA, 플루토늄 추출시설 ‘5개월’ 가동 주목 평안북도 영변의 5MW 원자로는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북한의 핵심 핵시설이다.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을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은 영변 핵시설 가운데 핵무기에 탑재하는 플루토늄 생산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거나 이를 외부에 과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2007년 북핵 6자회담 합의에 따라 5MW 원자로 불능화를 약속하고 2008년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바 있다. 이후 핵시설 신고와 검증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하다가 ‘불능화 중단’을 선언한 뒤 2018년까지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12월부터 가동을 중단하다가 올해 7월 초 돌연 가동을 재개한 징후를 IAEA가 포착한 것이다. IAEA 보고서는 특히 방사화학실험실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약 5개월간 가동된 사실을 파악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1992년 IAEA에 5MW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 5개월이 걸린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2003, 2005, 2009년에 각각 약 5개월 동안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를 실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 기간 동안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2016년 4월에도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이 포착된 뒤 5개월 만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다. 보고서는 평양 인근의 강선과 실험용 경수로 내부에서도 건설 작업 등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北, 美에 ‘영변 카드’ 다시 내미나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재가동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를 요구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방한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은 채 지난달 초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이다.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을 재개한 2월 중순은 바이든 행정부가 뉴욕채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조건 없이 마주 앉자”는 의사를 전달한 때다. 북한은 이때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화 제의에 응하는 대신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핵능력은 더 발전한다. 빨리 협상을 재개할 조건을 가져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변’을 다시 북핵 협상 카드로 내미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직접 나서 “미국이 제재를 일부 해제하면 영변지구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회담은 결렬됐다.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과 대응 방침을 논의한다. 영변 원자로에 플루토늄 추출 시설… ‘북핵 심장부’북 핵개발 단지 영변은…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와도 같은 곳이다. 과거 북한 핵위기 때마다 핵물질의 생산 거점이자 최우선 비핵화 대상으로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평양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곳에 조성된 영변 핵시설은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약 891만 m²) 규모의 부지에 1963년 도입한 소련제 연구용 원자로(IRT-2000) 등 400여 개의 부속 건물로 이뤄져 있다. 가장 핵심 시설인 5MW 원자로는 영국의 콜더홀 흑연감속로를 모델로 1979년 착공해 1986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연소시킨 뒤 나온 폐연료봉(사용 후 핵연료)을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에서 재처리하면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2002년 이후 최소 네 차례 이상 재처리를 통해 확보한 플루토늄 일부를 핵실험용 폭탄 제조에 사용했고, 현재 50여 kg을 보관 중인 것으로 한미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미 정찰위성은 5MW 원자로의 열기와 증기 방출 여부 등을 추적 감시하면서 재가동 징후를 파악해 왔다. 방사화학실험실은 길이 190m, 폭 20m의 6층 건물로 폐연료봉에 든 핵물질을 화학적으로 추출하는 퓨렉스(PUREX) 공정을 갖추고 있다. 영변 핵시설에는 2차 북핵 위기를 촉발시킨 우라늄 농축시설도 있다. 북한은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이 시설을 서방세계에 처음 공개했다. 당시 헤커 박사는 “영변에 설치된 2000개의 원심분리기에서 연간 40kg 정도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에 이 시설의 규모를 두 배가량 확장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폭우로 영변 핵시설 인근의 구룡강이 범람해 핵시설의 냉각수 공급을 위한 펌프시설 등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2년 반 만에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대화 재개를 요구하는 미국에 핵무기 생산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7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최근 5개월간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이 지속적으로 가동된 점에 주목했다. 5개월은 북한이 과거 5MW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 전체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데 걸린다고 밝힌 시간이다. 북한이 올해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감시해온 IAEA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재가동을 “새로운 징후(new indications)”라며 “심각한 문제”로 명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IAEA, 플루토늄 추출시설 ‘5개월’ 가동 주목 평안북도 영변의 5MW 원자로는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북한의 핵심 핵시설이다.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을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은 영변 핵시설 가운데 핵무기에 탑재하는 플루토늄 생산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거나 이를 외부에 과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2007년 북핵 6자회담 합의에 따라 5MW 원자로 불능화를 약속하고 2008년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바 있다. 이후 핵시설 신고와 검증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하다가 ‘불능화 중단’을 선언한 뒤 2018년까지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12월부터 가동을 중단하다가 올해 7월 초 돌연 가동을 재개한 징후를 IAEA가 포착한 것이다. IAEA 보고서는 특히 방사화학실험실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약 5개월간 가동된 사실을 파악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1992년 IAEA에 5MW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 5개월이 걸린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2003, 2005, 2009년에 각각 약 5개월 동안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를 실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 기간 동안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2016년 4월에도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이 포착된 뒤 5개월 만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다. 보고서는 평양 인근의 강선과 실험용 경수로 내부에서도 건설 작업 등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北, 美에 ‘영변 카드’ 다시 내미나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재가동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를 요구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방한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은 채 지난달 초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이다.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을 재개한 2월 중순은 바이든 행정부가 뉴욕채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조건 없이 마주 앉자”는 의사를 전달한 때다. 북한은 이때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화 제의에 응하는 대신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핵능력은 더 발전한다. 빨리 협상을 재개할 조건을 가져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변’을 다시 북핵 협상 카드로 내미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직접 나서 “미국이 제재를 일부 해제하면 영변지구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회담은 결렬됐다.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과 대응 방침을 논의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해진 시간에 맞춰 ○○로 오라.” 디데이(D-Day)는 24일. 비상연락망으로 급박하게 버스 집결 시간과 장소가 통보됐다. 작전 대상자는 모두 365명. 앞서 자력으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진입에 실패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우리 정부의 현지 재건 활동에 협력했던 아프간 현지인과 그 가족들. 절반가량은 10세 이하 어린아이들로 이달 태어난 갓난아기도 있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조력자’지만 탈레반은 이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주요 거리마다 촘촘하게 세워진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하는 건 이들에게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당국자는 “검문소가 그들에겐 ‘지옥문’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에서 일했던 한 아프간 남성은 “탈레반은 누가 한국 정부와 일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탈레반 검문소는 지옥문” 작전을 지체할 여유는 없었다. 현지에 있는 미군이 이달 말 철군하기로 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것. 정부 관계자는 “현지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27일을 사실상 (구출) 마지노선으로 봤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달 초 아프간 조력자 구출 계획을 세운 뒤 외교부를 중심으로 국방부, 법무부 등이 공조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66명의 특수임무단을 태운 우리 군 수송기 3대가 투입된 건 23일 새벽. 한국행을 희망한 391명에겐 20일 공항 집결 디데이(24일)를 알리고 공항 게이트 안까지 오라고 통보했다. 관건은 탈레반의 위협을 뚫고 이들이 무사히 공항에 올 수 있을지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틀이 지나도 공항에 도착한 사람은 26명에 불과했다. 자력으로 공항 주변에 밀집한 탈레반 검문소를 뚫고, 수천 명의 인파가 운집한 공항 안까지 진입하는 게 그만큼 힘들었다. 고민하던 우리 정부의 시야에 ‘버스’가 포착됐다. 미국이 22일 탈레반과 협의해 버스로는 외국 정부 조력자를 카불 공항까지 이송하는 것을 허용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바로 여러 채널로 미국을 설득해 운용 가능한 버스 6대를 확보했다. 버스 확보 즉시 아직 공항에 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시 버스 집결지와 시간을 통보했다. 그렇게 한국행 희망자 전원이 시간에 맞춰 버스 6대에 나눠 탑승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공항 도착 직전 몇몇 탈레반 검문소에서 “통과 못 한다”고 위협한 것. 우리 공관원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행증명서를 보여주자 “원본이 아니다”라며 우기는 탈레반도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에선 다 이렇게 한다면서 실랑이한 끝에 겨우 다시 이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작전명 미라클… 378명 한국 땅 밟아 26일 마침내 아프간 조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한국 땅을 밟았다. 정부가 아프간에서 이들의 탈출 계획을 세운 지 한 달여 만이다.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탑승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오지 못한 나머지 13명(3가구)은 27일 오후 한국에 온다.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속을 마친 아프간인들은 오후 6시 6분경 입국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친 기색이 보였고 히잡과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눈빛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 당황해하는 사람도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내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한 젊은 형제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었다. 이들은 버스 15대에 나눠 타고 공항 내 별도 공간으로 이동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등 방역 절차를 거쳤다.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은 2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자가 격리 기간(14일)을 포함해 6∼8주가량 지내며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후 정부가 마련한 다른 시설로 옮겨진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26일 TBS 라디오에서 “(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했지만 천운이 따랐다”고 했다. 이번 현지인 수송 작전명을 ‘미라클’(기적)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 처해 있던 아프간 현지인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8월 초부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침착하게 상황을 주시하던 문재인 대통령도 아프간인 안전이 확보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안도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