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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나뭇잎 하나 없이 빼빼 마른 나뭇가지 신세였던 백 중앙 대마가 백 ○로 인해 물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곳은 흑이 차지했어야 정상인데 전보에서 흑의 느슨한 수 때문에 백에게 돌아왔다. 흑 93으로 보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참고도 흑 1로 잡으러 가면 백 2∼6으로 천지대패가 난다. 우변에서 백이 살자고 하는 팻감이 부지기수여서 흑이 곤란한 모양이다. 백 94, 96이 단순 응수타진인 것 같지만 백 대마의 삶과 연관이 있다. 흑의 포위망에 흠집을 남기면서 백의 안형을 확보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물론 흑 99로 외부로의 탈출로는 확실히 차단됐다. 얼핏 봐서 백이 중앙에서 두 집을 내는 것이 쉽게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하지만 최철한 9단은 백 ○ 이후로는 살아가는 수를 봐둔 듯 자신감 넘치게 돌을 내려놨다. 생사가 갈리는 순간은 찰나와도 같아서 빈사 상태였던 백이 이젠 보따리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을 듯한 태세다. 백이 중앙에서 손을 세 번이나 빼고 우하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흑의 중앙 백 공격은 대실패라고 할 수 있다. 형세 역전까진 아닌 게 다행이다. 이젠 백이 어떻게 두 집 내고 살아가는지를 한번 지켜보자.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옥한음 하용조 이동원 목사와 함께 개신교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목사로 꼽히는 홍정길 목사(74)가 최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동아일보에 이메일로 보내왔다. 그는 이메일에서 "평생 목회와 교회 관련 일을 하던 사람으로서 공개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러하기에 수많은 고심 끝에 이 글을 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눈은 아무리 더러워진 거리일지라도 하얗게 덮어 그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라며 "비록 춥고 어지러운 시국이지만 국민의 하나된 마음과 진리가 눈이 되어 우리의 염원처럼 깨끗해지길 원한다"라고 밝혔다. 홍 목사는 숭실대 철학과와 총신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총무로 일했다. 1975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남서울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활동하다가 장애인 전문 목회를 위해 안정적인 남서울교회를 떠나 1996년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남서울은혜교회를 개척하고 밀알복지재단을 세웠다. 그는 사단법인 '남북나눔'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힘썼다. 은퇴 후에도 기독교윤리실천본부 이사장, 밀알학원 이사장 등을 통해 대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전문 ▼ 박 대통령님, 하야가 최선입니다. 이 글을 올리는 저는 은퇴한 목사로서, 정치적인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해본 기억조차 없는 순수한 전도자로 평생을 산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대통령께서 물러나신 다음 야기될 몇 가지 큰 문제가 염려가 되셔서 하야하시지 못 하겠다는 생각에 감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첫째, 이번 일로 국가의 격이 무너지는 일이 생길 염려가 있을 수 있다 생각됩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북한의 굶주린 아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남북나눔운동'의 이사장으로 대북 교류 관계를 23년 동안 해 왔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처음 북한 사람들을 접촉할 적에 가끔 체제에 대한 논쟁들을 걸어올 때가 많았습니다. 단순히 한국교회의 심부름을 하는 제게 그 시비는 늘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북측의 한 분이 제게 이렇게 질문해 왔습니다. "홍목사님, 남녘이 민주화, 민주화하는데 뭐가 민주화요?" 그때 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마디 했습니다. "국가 최고 책임자라 할지라도 잘못했으면 감옥 가는 것 입니다." 그분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지고 아무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20여 년간 남북 교류 활동을 하면서 아무도 체제에 대한 논쟁을 저에게 해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답변은 한 터키 사람이 제 마음에 준 깊은 확신에 의해 비롯되었습니다. 업무 차 한국에 온 그 분과 제가 함께 식사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식사장소에서 마침 노태우 前대통령께서 감옥으로 가시는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식사 내내 실황중계가 되자 저는 자국민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또 창피해서 '당신네들이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서 6.25 때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 아직 한국이 이 모양이라 부끄럽고, 그 귀한 터키인들의 피 값을 제대로 살리지 못 해서 죄송하다.' 그랬더니 그분이 제게 매우 충격적인 말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상황이 눈물 나올 정도로 부럽습니다. 국가 최고 책임자가 잘못했다고 감옥 가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너무 부럽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우리나라가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사실 이런 반응은 터키뿐 아니라, 이 사실을 들은 중국, 러시아, 심지어 미국과 영국에서도 동일하게 있었습니다. 대통령님, 안심하고 하야하셔도 됩니다. 최고 책임자가 잘못했을 적에 동일하게 법적인 제재를 받는 나라,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입니다. 둘째, 아버님께서 하신 그 모든 일들이 이제는 치욕으로 바뀌고 역사 속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염려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염려하지 마십시오. 역사는 반드시 시간이 지나면 바른 평가를 내립니다. 저는 4.19 때 대학교에 입학을 했고, 곧이어 5.16이 되어서 학교는 휴교령을 맞아 최루탄과 곤봉으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박정희' 그 이름은 제 마음속에 깊은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CCC라는 기독교학생 단체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로 살면서 김준곤 목사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습니다. 유신 때 저는 김준곤 목사님이 박정희 대통령과 가까운 것을 보고 한번은 너무 가슴이 아픈 나머지 목사님께 대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목사님, 지금 학생들이 감옥에 가고 피투성이가 되어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학생들을 핍박하는 대통령을 가까이하십니까? 이러다가 학생 전도 단체인 CCC의 전도길이 막힐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김 목사님은 조용히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분이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매우 어려울 때 먼저 나를 불러 마음속 이야기 좀 나누자고 요청을 했네. 나는 목회자로서 한 영혼을 향한 배려 때문에 찾아 가겠다고 했네." 그때도 저는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왜 일본에서 버리는 공해산업인 폐기물을 한국으로 받아들입니까? 이것이 이 민족 장래를 향해서 바른 일 아니지 않습니까? 산업폐기물은 받아들이지 않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김준곤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 홍 군, 나도 그 말을 대통령께 전했네. 대통령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그 공해는 내가 다 마실 테니 우리 백성이 배만 곪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보았네." 제가 그 말을 듣자마자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얼어붙었던 마음이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감춰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따님 되시는 대통령께서 직접 앞장서셔서 아버지 명예 회복을 위해 표면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PERIKLES)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많은 국가적인 업적을 남겼습니다. 아마 그분보다 더 위대한 정치가는 그리스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그분이지만 당시 유명인이라면 의례적이던 자신의 동상 하나 없었습니다. 주변인들이 왜 동상을 세우지 않느냐는 말을 계속할 때마다 그의 대답은 딱 하나였습니다. "'왜 이따위 사람의 동상이 세워졌는가?'라는 말을 듣기보다, '왜 이런 귀한 분이 동상도 없는가?' 나는 그 후자를 택하고 싶소." 그렇습니다. 진정한 존경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 광화문에다가 박정희 前대통령 동상 세운다고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는 반드시 모든 업적 평가를 정확하게 해 줄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하야하십시오.셋째, 대국민 담화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는가?' 그 탄식소리를 들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때 국가를 위해 진실한 마음의 선서를 하셨을 줄 압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라시'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모두 현실이 되었고, 비서실장께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소도 웃을 일을 행하셨습니다. 이제 이 국민은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글을 맺으며 역사에서 실수와 잘못을 한꺼번에 해결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그 에 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The State Hermitage Museum)에 가면 렘브란트가 그린 '눈이 멀게 된 삼손'이라는 큰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의 주인공인 삼손은 이스라엘의 민족영웅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여인의 유혹에 넘어져 한 순간에 큰 범죄를 행했고, 그 일로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셨던 엄청난 힘을 빼앗아 가셨습니다. 결국 삼손은 원수들에게 붙잡혀가서 눈을 뽑히고 감옥에 갇혀 연자 맷돌을 짐승처럼 돌려야 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치욕의 삶을 살던 어느 날 블레셋의 축제일을 맞았습니다. 그 날도 많은 사람들이 원형경기장에 모여서 가장 무서운 원수였던 삼손을 조롱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경기장 주춧돌 위에 세워진 큰 기둥의 쇠사슬에 묶인 삼손은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밀었습니다. 그러자 그 큰 경기장은 무너졌고 왕을 비롯한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것을 성경은 삼손이 평생 전쟁터에서 죽인 적군의 수보다 그 하루에 죽인 적군의 수가 더 많았더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님, 하야하십시오! 이 나라를 농단하고 당신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운 모든 사악한 세력들과 함께 무너지십시오. 이것이 대통령께서 짧은 시간에 실수를 회복하실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유라시아의 거대한 대륙의 끝자락인 이 작은 한반도가 열강들과 공산주의의 엄청난 위세 앞에서도 오늘날까지 자유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첫 단추는 바로 이 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독재는 물러가라." "아, 우리 젊은이들이 아직 살아 있군. 백성이 원하면 물러나겠다." 국민의 마음을 하늘처럼 받들어 초연히 경무대를 떠났던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이 오늘에 다시 역사의 메아리로 들려옵니다. 이 일이 있었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 1조를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의 하야는 국가를 위한 최선의 헌신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을 믿습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80부터 다시 보자. 흑은 당연히 백이 중앙을 보강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흑에 백 80은 충격 그 자체였다. 중앙 백 말이 바람 앞의 촛불인데 한가롭게 우하 보강을 하며 실리를 챙기다니…. 이건 흑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 ‘중앙 백 잡으면 돌 던질게’ 하는 ‘배 째라’ 전술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백 80으론 참고 1도 백 1로 뛰어나가는 것이 정수. 하지만 나중에 흑이 ‘가’로 치중하는 수가 있어 우하 귀 백의 생사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백 80으로 버틴 것. 기분을 확 잡친 흑은 ‘반드시 대마를 잡고 말리라’는 각오를 다진다. 그 첫 펀치가 흑 81. 두말할 필요 없는 급소다. 이어 83으로 퇴로를 차단해 백을 완전 포위했다. 안에서는 아무리 봐도 사는 궁도가 나오지 않는데 최철한 9단은 묘착을 준비하고 있을까. 흑 89가 실족. 참고 2도 흑 1을 선수했다면 백의 횡사로 바둑이 끝났을지도 모른다. 흑 89로 반 박자 늦춰 주는 바람에 백 90 같은 끈끈한 수가 등장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방대한 화엄경 80권을 그림 하나에 담았다? 가능한 일일까. 경북 예천 용문사에 가면 ‘그 어렵다는 일을 해낸’ 불화를 볼 수 있다. ‘화장찰해도(華藏刹海圖)’다. “화엄경의 방대한 가르침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으려면 경전 80권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최근 펴낸 ‘사찰불화 명작강의’(불광출판사)에서 이 그림을 소개한 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는 “조선 후기 최고의 불화로 꼽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세상을 하나의 커다란 연꽃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작은 연꽃으로 표현했다. 대우주 속에 소우주가 있다는 연기의 법칙과 모든 것이 제석천의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는 불교 원리를 잘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화장찰해도’를 비롯해 전남 강진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경남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 대구 동화사 ‘극락구품도’, 경남 하동 쌍계사 ‘노사나불도’, 충북 보은 법주사 ‘팔상도’ 등 10개 그림을 꼭 봐야 할 명작으로 소개했다. 강 교수는 그림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그림이 표현하려고 한 불교의 세계도 함께 설명해 불교 교리 책 못지않은 깊이가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분노는 흔히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분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걸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 거죠.” 그럴 듯하게 들리는데 알 듯 모를 듯하다. 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 거기에 빠지거나 싸우려고 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 이게 티베트 명상 ‘렛고(Let Go)’의 시작입니다.” 국내에 티베트 불교를 소개해 온 용수 스님(47)의 말이다. 그는 최근 ‘안 되겠다, 내 마음 좀 들여다봐야겠다’(나무를심는사람들)라는 긴 제목의 책을 냈다. 그는 티베트 불교의 명상법을 풀어낸 이 책에서 화를 내거나 꾹 참는 것, 자기를 비하하는 것, 남 탓하고 상대를 바꾸려는 것, 나만 아끼는 것, 삶의 고통을 부인하는 것,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등 6가지의 잘못된 마음 습관을 알아차리고 훈련을 통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노를 허용하고, 슬픔을 환영하고, 두려움에게 미소를 지어라’라는 말이 있어요. 이런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는 훈련을 통해 ‘나쁜 것이 아니다. 있어도 괜찮다’라고 받아들여 우리를 괴롭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최근 붐을 일으킨 ‘힐링’ 책에 대해선 주의해야 할 점을 당부했다. “대개 그런 책들이 ‘자기 긍정’을 강조하는데 자기 비하나 패배감에 빠진 사람에게 효과적일 수 있어도 이걸 너무 내세우면 ‘오만함’에 빠질 수 있거든요. 긍정과 부정을 모두 껴안고 가는 중도(中道)가 불교의 정신입니다.” 용수 스님은 9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가 유타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01년 달라이라마의 강의를 들은 뒤 불교에 귀의해 이듬해 티베트 역경원의 창시자인 페마 왕겔 린포체에게 계를 받고 티베트 승려가 됐다. 이후 4년간 남프랑스 티베트 불교 선방에서 4년간 수행했고 2008년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세첸코리아’라는 단체를 만들어 티베트 불교를 전파하고 있다. “제가 어릴 때 ‘삶은 이래야 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강박이 강했어요. 하지만 티베트 불교를 받아들인 뒤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명상을 통해 깨어 있는 용기를 찾았어요. 전 지금 행복합니다.” 그는 자신을 ‘스님이 되는 중(ing)’이라고 중의적으로 칭했다. 그는 “아직 ‘내 행복’을 찾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만 스스로 청정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 수행 경험이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번 기보를 보면 흑은 중앙에, 백은 우하에 대부분 돌을 놓았다. 왜 이런 이상 현상이 발생한 걸까. 그 전말은 흑 71부터 시작된다. 71과 같은 대세점을 흑이 차지한다는 게 지금의 형세를 웅변한다. 백은 73의 곳에 받는 게 정수지만 지금은 평이한 진행으로는 반전의 흐름을 찾기 힘든 상황. 최철한 9단은 백 72로 우하 귀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여기서 흑은 여러 방법으로 받을 수 있는데 가장 평범한 게 참고도 흑 1이다. 이건 나중에 백이 ‘가’로 단수하고 흑 ‘나’ 때 백 ‘다’로 준동하는 수단이 있어 별로 내키지 않는다. 조한승 9단은 아예 백 72를 무시하고 흑 73으로 중앙 공격부터 하고 나섰다. 흑 73이 중앙 백을 위협하는 선수라고 굳게 믿은 것. 하지만 최 9단은 조 9단의 믿음을 철저히 배신했다. 중앙을 돌보지 않고 백 74로 우하에서 실리를 챙긴 것이 배짱 넘치는 승부수. 흑 73이 외면당하자 흑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일단 흑 75, 77로 응급처치를 한 뒤 흑 79로 더 강력한 공격에 나섰다. 중앙 백이 그로기 상태처럼 보이는데 여기서 최 9단은 또 한번 반전의 카드를 꺼내 들어 검토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16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제7회 충룽산빙성(穹륭,山兵聖)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오유진 3단(18)이 우승 소식을 전했다. 그로서는 생애 첫 우승이다. 그는 중국의 왕천싱 5단에게 18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오 3단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뉴에이코 초단,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과 리허 5단을 모두 반집으로 꺾는 짜릿한 승부를 연출했다. 우승상금은 30만 위안(약 5100만 원). 반면 같은 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4강전에선 박정환 9단과 신진서 7단이 모두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닥친 우상 귀 접전은 흑백이 각자 사는 것으로 끝났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결말이다. 그렇다면 서로에게 불만도 없는 결과일까. 흑 57부터 우상 변화의 파장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우상에서의 각생은 이미 우변에서 손해를 보고 전투에 임한 백에게는 밑지는 장사였다. 흑은 57, 59로 중앙 백을 자연스럽게 압박하며 우변을 접수했다. 백 62 때 참고도와 같은 흑의 반격은 잘 되지 않는다. 백 12까지 흑의 요석인 석 점이 잡힌다. 백은 64, 66 등이 악수지만 일단 중앙 말 수습부터 챙긴다. 이래서 초반 흐름이 흑에게 돌아갔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모든 수를 승률로 계산하는 알파고가 나오기 전에는 ‘기세의 한 수’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계산할 순 없지만 반드시 둬야 할 자리를 의미했다. 백 48이 바로 그런 수다. 백이 우상 귀를 지키다 이곳을 빼앗기면 패배보다 더 아프기 때문에 백 48을 꼭 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흑 49의 급소 치중이 뻔히 보인다. 그러나 귀의 백은 잡히더라도 최소한의 고기 값은 받아낼 수 있기에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백 48의 자리를 흑에게 빼앗기면 희망조차 없다고 프로기사들은 여긴다. 인간이 이걸 어떻게 확률로 계산할 수 있을까. 흑 51로 먼저 자신의 삶부터 돌본 건 정수. 참고 1도 흑 1로 잡으러 가면 백 2가 좋아 수상전은 백 유리. 귀의 수상전을 하다가 갑자기 백 52로 중앙 쪽에 둔 것이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이건 흑의 계략. 흑이 서둘러 귀를 잡고자 참고 2도 1을 두면 이게 오히려 독이 된다. 백 18까지 패가 나는데 지금 어디에도 팻감이 없다. 결국 백 56까지 각생은 불가피했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끊은 수는 최철한 9단이 생각한 최강수. 그는 이 수로 흑의 응수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함정은 너무 쉬운 곳에, 바로 옆에 있었다. 흑 39로 느는 수였다. 최 9단이 대국 후 ‘수읽기를 끝까지 하지 못했다’고 한탄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가끔 프로들도 너무 쉬운 수를 놓친다. 알파고에겐 있을 수 없는 인간적 실수다. 흑 39가 놓이자 백이 갑자기 답답하게 보인다. 백은 ○ 대신 참고 1도 1을 둬야 했다. 일단 상변을 넘어가 확실한 안정을 취한 뒤 흑 6의 공격에는 7로 받아 슬슬 빠져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 수순을 놓치면서 백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게 됐다. 백 40을 선수한 뒤 백 42로 젖혀 흑 두 점을 압박해 본다. 하지만 흑 43에 백 44로 후퇴해야 하는 게 백으로선 아픔이다. 흑 45, 47로 젖혀 있자 귀의 백말이 사는 궁도가 나오지 않는다. 흑 47로 안전하게 둔답시고 참고 2도처럼 두면 백도 한숨 돌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큰 싸움이 시작됐다. 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최철한 9단을 상대로 조한승 9단이 먼저 도발한 것이 의외였는데, 조 9단은 미리 준비한 구상이 있는지 흑 31, 33을 자신 있는 손길로 내려놓았다. 백 34가 기로. 우선 참고도 백 1이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는 곳. 흑 14까지 결과에 대해 아마추어들은 기둥 역할을 하던 백 6점이 잡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손해 없는 절충이다. 선수를 뽑아 백 15로 달리면 우상에서의 손실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9단은 기풍상 이렇게 무력하게(?) 돌을 내주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참고도가 옳았을까. 흑 35를 선수하고 37로 잇자 백이 급히 둬야 할 곳이 여러 개 생겼다. 여기서 백이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꼬리를 보인 채 물러나면 이리저리 쫓기다 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백 38로 끊어간 것이 기백이 넘치는 수. 물론 흑이 축으로 모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 9단은 국 후 한숨을 쉬며 백 38을 후회했다. “수읽기를 하긴 했는데 끝까지 하진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가 깜빡 놓친 흑의 다음 수는 무엇이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조한승 9단은 흑 19라는 변칙 수를 들고 나왔다. 날일자 행마는 종종 봤어도 눈목자까지 달리는 건 미지의 수법이다. 백도 기존 정석을 답습하면 흑 19가 좋은 수로 변한다. 백 20으로 귀를 쳐들어가는 것이 간격을 넓게 벌린 흑 19의 단점을 노리는 수. 먼저 변칙을 구사한 흑도 이제 평범한 정석을 쓰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참고 1도 흑 1은 너무 안이하다. 백 12까지 귀와 변을 모두 백에게 빼앗긴 모습이다. 그래서 흑 23이 최선의 강수다. 백 24, 26은 이런 모양에서 흑에게 최대한 약점을 남기는 행마다. 흑 29로 중앙부터 이어 앞으로의 싸움에 대비한다. 예상대로 최철한 9단이 백 30으로 끊어가자 반상엔 초반부터 심상찮은 전운이 감돈다. 백 30으로 참고 2도 백 1로 물러서는 건 너무 나약하다. 귀에서는 백 집이 통통하게 붙지만 흑 4, 6으로 우변 백이 절망에 빠진다. 흑 19의 변칙수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대형 변화를 몰고 왔다. 백 30 이후 흑의 행마는?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조한승 9단이 55기 도전기에 윤준상 이세돌 강동윤 원성진 9단 등 쟁쟁한 기사를 꺾고 올랐다. 최철한 9단은 지난 기에서 이창호 9단을 22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시킨 ‘국수전의 사나이’. 국수전과의 인연만 놓고 보면 최 9단은 우승 3번(47, 48, 54기), 준우승 1번(49기)을 했고 조 9단은 46기 때 준우승을 1번 했을 뿐이다. 최 9단이 우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도전 5번기는 박빙으로 흘러 2-2 동률이 됐다. 2011년 11월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도전기 최종국이 열렸다. 좌상 정석은 당시만 해도 흔한 정석이었지만 올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결 이후에는 자취를 감췄다. 이 정석의 허와 실이 그 대결 때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 우변 정석도 평범하다. 두 대국자가 막판을 의식해서인지 초반에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통해 탐색전을 하고 있다. 흑 17 때 많은 갈래의 정석이 있다. 실전처럼 백 18에 두는 것과 참고도 백 1로 뛰는 것이 대표적이다. 참고도 흑 6까지는 자주 등장하는 정석. 그러나 최 9단은 백 18로 붙여 정석을 유도한다. 흑의 선택지는 보통 A나 B, 혹은 C가 있는데 조 9단은 좀 다른 구상을 하고 있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173 이후 20여 수 가까이 진행됐으나 승부와는 관계없었다. 최 9단은 이 바둑에서 어딘지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그는 승부처에서 주춤거리거나 작전의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지난 기(55기)에서 조한승 9단에게 타이틀을 빼앗기고 이번에 리턴매치를 가졌으나 0-2로 뒤진 상황. 한 판이라도 건져야 하는데 이 대국을 둘 당시 최 9단의 컨디션은 최악에 가까웠다. 참고 1도 1∼3이 실전 107∼109다. 흑 1이 승착. 이 수로 상변에 잡힌 흑을 연결하는 수와 참고 2도가 맞보기다. 참고 2도는 상변 흑이 잡히지만 우변에서 크게 집을 낼 수 있어 흑이 절대 우세하다. 결국 실전에선 참고 1도 백 2(실전 108)로 받았으나 흑 3으로 살아가선 이 역시 흑 우세. 여기서 승부가 사실상 갈렸다. 조 9단의 2연속 우승. 100=81. 197수 끝 흑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의 80.5%가 총무원장 직선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스님들의 직선제 찬성률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내년 10월로 예정된 총무원장 선거 방식을 놓고 종단 주류와 일반 스님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장직선제선출제특별위원회(직선제 특위)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7∼26일 승랍(출가 햇수) 10년 이상의 비구(534명)·비구니(466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일 중앙종회에서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구 79.4%, 비구니 81.8% 등 80.5%가 직선제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승랍 10년 이상 스님 중 비구 중덕·비구니 정덕 이상의 스님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직선제 특위의 안에 대해서는 84.3%가 찬성을 표시했다. 중덕과 정덕은 3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스님을 뜻한다. 이번 여론조사는 올 4, 5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의 직선제 투표 결과 61%가 찬성으로 나온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주류 측의 의견을 반영해 실시됐다. 당시 투표 참가자의 60%가량이 비구니와 재가자(신도)여서 전체 스님의 뜻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중앙종회는 8일 열린 종회에서 직선제특위가 내놓은 직선제 안건과 ‘염화미소법’ 등을 모두 내년 3월로 이월시켰다. 염화미소법은 현행과 같은 간선제지만 선거인단을 311명에서 706명으로 확대하고, 선거인단이 뽑은 후보 3명 중 한 명을 종정이 무작위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불교계에선 스님의 80% 이상이 직선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종단 주류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직선제 특위는 100인 대중공사 이후 스님은 물론 재가자들까지 요구하고 있는 직선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종회를 90% 가깝게 장악한 종단 주류가 내년 3월 종회에서 염화미소법이나 직선제를 둘 다 폐기하고 현행 선거법으로 차기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직선제를 강력히 주장해 온 천장사 주지 허정 스님을 연임시키지 않은 것도 일종의 ‘본보기’를 보여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직선제에 대한 스님들의 열망이 확인돼 직선제로의 변경 주장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불교계 인사는 “대다수가 직선제를 찬성하는 것은 현재의 종단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다는 뜻”이라며 “구심점만 생기면 종단 안팎에서 직선제를 위한 압박이 거세지고, 갈등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9일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한미 관계가 우리의 외교안보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향후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발전을 돈독히 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관진 대통령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위한 한미의 강력한 대북제재 압박 기조가 미 차기 행정부하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관련 참모들에게서 미국 대선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외교와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고 한다. 또 박 대통령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청와대로 초청해 ‘최순실 사태’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자승 스님은 이 자리에서 불교 경전 화엄경의 ‘수목등도화 사재능결과(樹木等到花 謝才能結果) 강수류도사 강재능입해(江水流到舍 江才能入海)’ 구절을 인용하며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지혜로 삼아야 할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과 정치권에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서 벗어나 국정 수습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계종 관계자는 “자승 스님이 박 대통령과 면담 전에 수십 명에게서 의견을 들었고 현 시국에 대한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자승 스님의 말을 경청하면서 특별한 언급이나 당부는 하지 않았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서정보기자}

흑 ●를 두지 않고 반상 최대의 곳인 참고 1도 흑 1을 두면 어떻게 될까. 백 2 이후 흑 13까지는 외길 수순인데 흑이 한 수 늘어진 패. 어차피 팻감이 흑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변화해도 흑은 겁날 게 없다. 하지만 흑 ○로 보강한 건 약간이라도 께름칙한 뒷맛을 없앤다는 차원이다. 그런데 백 60이 마지막 패착의 누명을 쓰게 됐다. 어차피 지금 백이 끝내기로 뒤집기는 힘든 형세. 그렇다면 좌하 흑을 어떻게든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검토실이 제시한 그림은 참고 2도. 백 5까지 칼을 뽑아든다. 물론 이 흑은 쉽게 잡힐 돌은 아니지만 여기서 승부를 보지 않는 한 더이상 기회는 없었다. 흑 61, 63으로 완생하자 이젠 끝내기만 남았다. 백 68로 제일 큰 곳을 차지했지만 흑 71, 73으로 한 점을 잡은 것도 그에 못지않다. 점점 흑의 승리가 굳어지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철한 9단은 일단 우변을 손대지 않고 백 42, 44로 두어 끝내기부터 시작한다. 우변은 한 수 늦은 패가 나는데 섣불리 손대면 불발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보한 것. 백 44 때 이곳 모양만 보면 참고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일반적 진행. 하지만 지금은 중앙이 얽혀 있어 안 된다. 긴 수순이지만 외길이다. 결국 백 22까지 중앙 흑 대마가 끊겨 살 길이 없다. 흑이 두터워 보이는 곳에서도 이런 의외의 변화가 숨어 있다. 백 46, 48은 최 9단의 결단. 실리로는 흑 49, 51을 당해 손해인데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어 두터움을 확보해 놓으려는 전략이다. 멀리는 좌하 쪽 흑을 겨냥하고 가깝게는 우변 패의 폭발력을 높이려는 것. 그러나 조한승 9단은 다 구상해 놓은 바가 있다는 듯 흑 53부터 척척 모양을 잡아나간다. 순식간에 우변 흑이 안정적 모양을 갖춘 뒤 선수를 잡아 마지막으로 찜찜했던 우변을 흑 59로 가일수하며 쐐기를 박는다. 백으로선 얄미운 노릇이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가톨릭과 개신교 원로들을 만난 것은 종교계와의 소통을 통해 ‘최순실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추스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사교(邪敎·사이비종교)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종교계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국 수습을 위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청와대가 ‘책임총리제’ ‘2선 후퇴’에 대해 야당과 다른 견해를 밝히면서 수습 방안을 둘러싼 혼선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염수정 추기경과 김장환 김삼환 목사를 각각 40여 분간 만났다. 청와대는 정진석 추기경, 김희중 대주교에게도 만나자는 의사를 전했으나 정 추기경은 건강상 이유로, 김 대주교는 해외 체류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김장환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 순종하라’는 의미를 담은 성경 로마서 12장을 읽었다고 한다. ‘민심을 잘 읽고 따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는 박 대통령에게 “죽으면 산다”며 자신을 내려놓으라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고 한다. 김삼환 목사는 “충심으로 직언해줄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말씀을 새겨듣겠다”며 경청했지만 원로들의 조언에 구체적인 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대국민 담화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이비 종교 관련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종교계 일각에선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원로들만 초청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개신교 목사는 “박 대통령이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하는데 아직도 폭이 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여론 수렴’ 행보를 이어가며 추가 해법을 내놓지 않는 사이에 정국 수습 방안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헌정 중단 사태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의 탄핵이나 하야 목소리에 대한 반응이다. 이어 “총리에게 현행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주겠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책임총리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 모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개헌이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에서 물러나 일하는 그런 상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2선 후퇴라는 게 법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업무 수행 과정에서 총리가 실질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야당은 청와대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책임총리제 비슷하게 해서 재가를 본인이 계속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거국내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치는 물론이고 외치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서정보 기자}

《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에게선 나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1920년생으로 교과서에서나 보는 윤동주 시인과 평양 숭실중 동기다. 김 교수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현 시국의 흐름을 꿰뚫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시대의 현자다. 6일 오후 경기 과천교회에서 진행된 특별강연을 지켜본 뒤 그를 인터뷰했다. 》 ○ 대통령… 말 잘듣는 사람만 쓰다보니 민심 제대로 못읽어… 개헌 제안도 국민관심 돌리려는 수단으로 비쳐 ―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대통령은 자기에게 편하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줄 친구가 많아야 합니다. 그게 정치인의 기본이죠.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고백하듯 친구가 없었습니다. 스스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최순실 같은 특정인하고만 같이한 거죠. 그러니 민심을 알 수 없었고, 판단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번 사태로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 지도층의 문제점이 크게 드러났습니다. “우리 사회에 지도층이 부재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두꺼운 지도층에서 대통령감도 나오고 국회의원, 장관이 나와야 하는데 엉뚱한 사람이 지도자 위치에 선 거죠.” ―이번 사태로 국정 운영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났는데…. “무엇보다 대통령이 큰 일, 작은 일 혼자 다 하려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장관으로 쓰기보다는 자기만 바라보는 사람을 쓴 거죠. 이승만 대통령 당시도 초기 내각을 보면 훌륭한 인재가 많았죠. 그러나 비서조직을 아첨하는 사람들로 쓰다 보니 유능한 장관들이 다 나갔죠. 큰 그릇이 소인배들과 같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우려보다 경제 부문 등에서 비교적 성공한 것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장관에게 전권을 줬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자기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만 썼죠. 용인(用人)에 실패한 겁니다.” ―대통령의 사과를 어떻게 보셨나요. “4일 대통령의 2차 사과는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사과가 아니라 자기중심적 사과였습니다.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말만 했을 뿐 ‘충심을 가지고 나라를 위했는데 제대로 안 됐다’는 식의 사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죠. 지금은 자기를 모두 내려놓는, 진솔한 사과가 필요했습니다. 개헌 제안도 그렇습니다. 국민은 그걸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정치적 수단으로 본 겁니다.” ―어쨌든 지금의 혼란한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무엇보다 외교 안보 등 외치를 뺀 모든 권한을 총리에게 맡긴 뒤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해야 합니다. 새 총리가 내정도 알아서 하고, 세월호 사건도 알아서 처리해야겠죠. 이건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원래 이렇게 해야 합니다. 개헌 하면 이원집정부제 얘기가 가장 많은데 현행 헌법에서도 충분히 가능해요. 개헌이 아니라 나라의 살림살이 방식만 바꾸면 되는 겁니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만합니다. 하지만 상황을 수습하는 방식은 아니죠. 대통령이 하야하면 두 달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등 실질적 법적으로 많은 곤란한 문제가 생겨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 정치권… 與친박 지도부 물러나고 비박과 혁신 힘 합쳐야… 野신경 90% 대권에… 욕심 안버리면 국민 떠날것 ▼ ―야당은 김병준 총리 후보자에 대해 우선 사퇴를 요구하는데요. “현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사퇴한 뒤 새 총리 후보자를 야당과 협의해 정하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혼란과 국정 공백 사태가 지속됩니다. 김 후보자나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모두 과거 야당에 몸담았던 적이 있는 만큼 야당과 속내를 털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당은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자중지란으로 붕괴 직전입니다. “우선 대통령이 새누리당에서 탈당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만큼이나 ‘친박’의 책임이 큽니다. 지난 총선 때도 친박은 국민이 크게 실망할 만한 행보를 보이며 패했잖아요. 대통령은 탈당하고 문제가 많았던 친박 지도부도 물러나야죠. 그런 뒤 친박, 비박이 힘을 합쳐 여당의 혁신을 이뤄내야 합니다.” ―야당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합니까.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의 사고방식이나 목표의 90%쯤은 대권에 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국민 여론이 그들 편인 것 같지만 이런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이 떠납니다. 야당은 이번 사태에서 대권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 국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선의가 담겨 있음을 진심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의 큰 길을 걸어야 하는데 자꾸 득실만 따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죠. 국민의 분노가 그만큼 큰 상황인데요. 평생 철학자로서 ‘행복’을 말씀해 오셨는데 국민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아까 말한 대로 대통령 하야나 퇴진 주장이 충분히 나올 만한 상황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그런 걸 외칠 수 있고요. 나라꼴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그 뜻을 살려줘야 청와대가 살고 정치권이 삽니다. 이처럼 큰 시련이 우리나라 발전의 또 다른 계기가 되도록 정치권이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6) ::△1920년 평양 출생 △1943년 일본 조치(上智)대 철학과 졸업 △연세대 철학과 교수(1954∼1985) △김태길(2009년 별세) 안병욱(2013년 별세) 교수와 3대 철학자로 꼽힘 △올해 8월 출간한 수필 ‘백년을 살아보니’는 베스트셀러로 화제 △백수(白壽·99세) 앞둔 나이에도 기업 학교 등에서 ‘현자(賢者)’와의 대화 등 강연 활동주요 저서‘고독이라는 병’ ‘현대인의 철학’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등과 공저)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31부터는 외길 수순. 수상전이다. 흑 37까지는 당연한 수순인데 백 38이 정교하지 못했다. 최철한 9단이 전보부터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듯 실수가 잦다. 백 38은 좀 이상해 보인다. 참고 1도 백 1로 한번 밀고 들어간 뒤 백 3으로 두어야 했다. 그래야 백 11까지 한 수 늘어진 패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백 38로 단순히 두는 바람에 수가 줄어들었다. 물론 참고 1도처럼 뒀다고 해서 백이 불리한 건 바뀌지 않지만 좀 더 버텨볼 수는 있었다. 그런데 조한승 9단도 장단을 맞추듯 흑 41로 실수를 저지른다. 흑은 여기서 바둑을 끝낼 좋은 기회였다. 참고 2도 흑 1로 젖힌 뒤 3으로 뒀으면 승부가 끝난다. 흑 5, 7로 유가무가 불상전. 아마 백이 돌을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흑 41 실착으로 백은 아까처럼 한 수 늘어진 패를 만들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당장 패를 들어가면 팻감 부족. 백은 다른 곳을 두면서 팻감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