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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미래를 이끄는 여자대학이 되려면 여성들의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됐던 것들에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여학생들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시대의 변화를 이끌 분야로 인도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5월 31일 이화여대 제16대 총장이 된 김혜숙 총장(64)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김 총장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파문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학교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화여대 131년 역사상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돼 높은 관심을 받았다.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총장은 “지난 1년을 이화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썼다면 남은 임기는 이화의 도전하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했는데 지난 1년이 어땠는지…. “학교가 좋은 상황일 때 취임했다면 성과라든지,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상황이 상당히 어지러웠던 터라 학내를 안정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유라 씨 사태를 겪으면서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화여대에 대한 비난에 여혐(여성혐오)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런 부분을 보듬고 치유하는 데 역점을 뒀다. 최근에는 학생들 상황이 많이 안정됐다고 느낀다.” ―학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총장이 됐는데, 교수일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실 교수는 다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공부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문제의식과 지적 호기심을 좁게 정의된 전문영역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발전시키면 된다. 총장은 다르다. 교수, 학생, 직원, 용역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내가 익숙했던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하게 된 셈이다. 막상 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 공부가 제일 쉬웠다(웃음).” ―정유라 씨 사태 이후 이화여대의 위상 하락에 대한 우려도 많았는데…. “학내 구성원들도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입시철에 입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나왔는데, 걱정과 달리 2018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들의 점수가 오히려 올라갔다. 앞으로 여성 교육에서 이화여대의 임무를 더욱 정교하게 정립하고 미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에 이화여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간 이화여대는 우리나라의 여성 고등교육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끌어 왔다. 세계적으로 이화여대만큼 긴 역사와 큰 규모를 가진 여자종합대학이 없다. 단 1명의 학생에서 시작한 학교가 2만5000명의 재학생과 22만 명의 동문을 가진 학교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이화여대 출신 교수 수가 3000명을 넘는다. 국내 100대 그룹의 비오너 출신 여성 임원 가운데 이화여대 동문이 가장 많다. 역대 여성 국회의원 중에서도 이화여대 출신이 압도적이다. 그만큼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할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정신을 살려 이화여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찾고 그 의미를 보여줘야 한다.” ―총장으로서 강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이다. 이화의 힘은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을 깨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 여성이라고 해서 억압받거나 주눅 들지 않고 이화라는 공간을 통해 자유롭게, 재밌게, 열심히 학생들이 자신을 펼치길 바란다. 도전하는 길에는 언제나 힘든 일이 생긴다. 그래도 꿋꿋하게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힘들 때면 항상 엄마 세대를 생각한다. 끔찍한 전쟁을 겪고도 자식을 봐서 버텨 온 분들이 엄마들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 그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어떠한 난관도 뚫고 이겨낼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미투’, ‘여혐’ 등 남녀 갈등 구도 속에서 ‘펜스룰’ 등 사회에 진출한 여학생들의 어려움이 큰데…. “참 어려운 문제다.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리리라 본다. 남성이 여성을 대할 때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태도를 먼저 익혀야 한다. 그런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여성 인권의식이 높다.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돼 있어 역반응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우리가 겪어야 하는 문제다. 힘들어도 잘못된 것엔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이공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현재 이화여대에서 가장 큰 단과대는 공대다. 과거에는 인문대나 사범대였지만 이제는 공대가 제일 크다. 미래를 이끄는 여자대학으로서 이화여대가 살아남으려면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여성들의 분야’나 ‘여성들의 직업’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시대의 변화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인간의 문명을 이끌어갈 대학의 지적 동력을 스스로 창출해 내야 한다. 지금은 기술 주도 사회다. 문과든 이과든 기술 역량은 기본이 돼야 한다. 여성이 이 변화에서 뒤처지면 여성들은 또다시 사회의 후발 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여학생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가 빨리 가야 한다.” ―투자에 걸맞은 성과가 있었나. “최근 몇 년간 이화여대가 리서치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앞으로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매년 100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을 10년 동안 지원받아 물리학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양자 나노 과학을 연구할 별도의 연구협력관도 짓고 있다. 여학생들은 물리학에 약하다는 그런 사회적 편견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나노 화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솔베이, 바스프 등과 긴밀한 연구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집중 투자할 것이다.” ―창업 등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화 52번가’라고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사업 모델이 있다. 학교 정문 바로 옆에 죽어가던 뒷골목 상권이 있었다. 과거 잘나가는 패션 상권이었는데 권리금이 오르고 상권이 이동하면서 점포가 텅텅 비는 등 지역경제의 문제가 됐다. 여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학교와 지역이 합심해 ‘청년 스타트업의 창업 공간’으로 꾸몄다. 학교에서 배출한 예비창업자들에게 이 공간을 제공했다. 건물 임대료의 안정화를 위해 학교 자금으로 5년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폐허나 다름없던 골목이 청년 창업가들의 트렌디한 레스토랑, 디자인 상점, 갤러리 등으로 채워지면서 과거보다 2배 이상 유동 고객이 늘었고 공실률도 50%에서 5% 밑으로 떨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둘러보고 ‘이게 바로 내가 원한 모델’이라고 했다더라.” ―남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디지털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나 강의실 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지금의 대학 환경은 3차 산업시대에 맞춰져 있는데 앞으로는 커리큘럼도 문·이과가 교차로 복수전공을 할 수 있도록 바꾸려 한다. 우리 학교가 진지한 연구 집단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리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새로운 대안적 지식과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도록 하고 싶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사실 10년 가까이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우리뿐 아니라 많은 우수한 대학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최근 동문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월 1만 원씩 기부하는 ‘선배라면’이란 소액 장학금 기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려 24억 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이 돈은 학교 안에 쌓이는 것이 아니고 들어오는 즉시 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빠져나간다. 선배의 1만 원이 후배에게 직접 장학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 선배들이 더 많은 후배를 끌어주길 바란다.”인터뷰=강수진 부국장·정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대학이 성적이 만점인 학생들로만 채워진다면 아주 재미없는(boring) 공간이 될 겁니다. 신입생을 뽑을 때 학문적 재능뿐 아니라 경험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지요. 각기 다른 배경의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협력하고 급변할 미래에 대비하게 하는 것이 미래 대학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명문 대학인 미시간대를 이끄는 마크 슐리셀 총장의 미래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아시아 지역 미시간대 동문 행사 참석차 방한한 그를 26일 서울에서 만났다. 다음은 슐리셀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은 대입제도 개편 논쟁이 뜨겁다. 미시간대는 학생을 어떻게 뽑나. “우리는 결코 시험 성적이나 등급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한 종류의 학생만으로 대학이 가득 차는 것은 교육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모습에서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배운다. 더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의 전체적인 면을 평가한다. 점수나 등급뿐 아니라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경험과 활동을 했는지를 본다.” ―한국도 비슷한 선발제도(학생부종합전형)가 있지만 사회적 불신이 크다. 기득권에 유리하단 지적도 있다. “공감한다. ‘좋은 교육을 받은 부모의 자녀가 또다시 고등교육의 기회를 갖는 데 유리한’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한다. 그들은 더 똑똑한(smarter) 게 아니다. 부모가 부와 인맥을 통해 교육을 지원해주는, 운이 좋은(luckier) 학생일 뿐이다. 이럴수록 대학은 교수나, 정치가나, 자본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학생 선발 과정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비판에 대해서는 소통해야 한다. 나도 미시간대에 불합격한 학생의 부모에게서 불만의 편지를 많이 받는데 직접 답장을 쓴다.” ―학교를 이끌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적 환경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등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 안의 19개 스쿨 및 칼리지가 서로 협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우리가 2년 전 시작한 ‘빈곤 퇴치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경영, 법, 공공정책, 교육, 경제, 의학 등 모든 영역의 교수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경쟁적 대학문화에서는 협력이 쉽지 않은데…. “확실한 인센티브를 준다. 새로운 리서치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재정 지원을 하는데 조건을 붙인다. 각기 다른 3개 분야의 교수 3명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서로 협력해 팀의 성과를 높여야 좋은 성적을 받는다.” ―한국은 대학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미래 공동체를 위해 함께 투자하는 것이란 확신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대학 졸업자가 많은 주일수록 주의 전체 소득 또한 높다는 조사가 있다. 교육적 성과는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최고의 대학들에 장기적 관점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우리와 달리 지금 학생들은 일생 동안 여러 개의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넓은 분야를 이해하는 유연한 교육을 받고 새롭게 생겨나는 기술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또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옆집 사람처럼 교류하는 시대인 만큼 모든 한국 학생이 (국제 공용어인) 영어를 편안하게 쓰도록 가르치고, 수학과 기술 교육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리라고 본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요즘 대치동은 분위기가 어때요?” “내신에 ‘올인’이죠 뭐. 지금 믿을 건 내신뿐이잖아요.” 최근 입시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내신 얘기가 오간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생부종합전형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1년째 흔들기만 하는 사이, 내신은 입시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가 학교 시험성적(내신) 위주로 가는 ‘학생부교과전형’(41.5%), 또 하나가 내신에다 교과 외 활동까지 보는 ‘학생부종합전형’(24.4%), 마지막이 ‘수능’(20.7%)이다. 선발 비중이 가장 높은 데다 정부가 유일하게 손을 안 댄 안전한 전형이 교과전형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내신 따기에 전력 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과전형은 얼핏 보면 제법 괜찮은 선발 방식 같다. 학교 시험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받은, 성실하고 우수한 학생을 뽑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좋아한다. 학교 시험은 교사가 출제권을 가진 데다 학종에 비해 이것저것 써줘야 하는 부담도 적어서다. 하지만 학창시절 공부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내신시험이야말로 진짜 아이들을 ‘미치게 하는’ 경쟁이란 것을 안다. 철마다 돌아오는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학생들은 피가 마른다. 지금까지 잘 달려왔다 해도 한 번의 고사, 한 과목이라도 망치면 내신으로 원하는 대학 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한 문제에 죽고 사는 판인데 ‘창의적인 발상’, ‘남과 다른 도전’을 했다가는 필패(必敗)로 가는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내신 경쟁은 아이들을 몹시 치졸하게 만들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 달리는 ‘전국구 시험’인 수능과 달리 내신은 당장 내 옆자리 친구, 내 옆 반 학생을 이겨야만 한다. 제 아무리 교육과정을 바꾸고 과정 중심 평가를 해도, 이런 전쟁에서 ‘친구와의 협업’ 같은 건 윤리 교과서에나 나올 소리다. 수능도 출제 수준이 낮다는 비판을 받지만 내신 문제 수준은 그보다도 더 낮은 편이다. 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출제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전혀 가르치지도 않은 어려운 문제를 내고 손쉽게 학생을 줄 세우는 교사도 있다. ‘고난도 선행 문제’가 섞여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학생들이 내신 관리를 위해 학원을 찾는 이유다. 그럼에도 올 초 교육부의 한 간부는 “학교 시험에서 가르치지도 않은 문제를 내는 그런 간 큰 교사가 있냐”며 “나도 한때 교사를 했지만 그런 선생님은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다른 별’에 사는 걸까. 교육부의 현실 인식이 이상주의에 머물러 있는 동안 요즘 학원들은 ‘학교별 과목별 맞춤형 내신 관리’를 내걸고 과거보다 더 세분화된 형태의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3, 4명에서 많게는 7, 8명의 소그룹 규모로 학원비는 비쌀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 등 교육특구 지역의 일부 강좌는 이런 내신 대비반의 과목당 강의료가 1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마치 마트의 ‘3+1 행사’처럼, 국영수 세 과목을 한 학원에서 들으면 300만 원에 사회탐구나 과학탐구까지 끼워주는 경우도 있단다. 학원가 한 관계자는 “우리도 ‘이게 다 뭔 짓인가’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아이들은 수십만, 수백만 원을 지불하며 학교 시험을 위해 학원으로 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모든 교육 개혁이 교육부와 학원연합회의 ‘짬짜미’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학교 교육과 입시의 전체 틀을 종합적으로 길게, 현실적으로 보지 않은 교육 개혁의 그늘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101세 모친상, 가족끼리 모여 조용히 2일장 지난해 인상 깊은 장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 선생님의 모친상이었는데 가족끼리만 모여 2일장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부고조차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니 노모가 101세에 돌아가신 데다 본인도 팔순이 넘어 번잡스럽게 알릴 필요 있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는 먼저 세상을 떴고, 고령의 올케와 본인만 남아 가족끼리 작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더군요. 식구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하고 다음 날 화장을 하니 자연스럽게 2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 은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장까지 지낸 분이라 충분히 많은 문상객이 올 수 있었을 텐데, 남들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평소 성품대로 장례를 치른 셈이죠. 한편으론 ‘이게 고령화시대의 장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대로 모셔야지, 빈소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하지만 화려하게 꽃 장식을 하고 손님을 많이 받는 3일장을 한다고 장례의 의미가 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소한 장례는 불효일까요? ■ 3일 내내 허둥지둥… 추모할 틈 없어올 초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김모 씨(39)는 아버지를 3일장으로 모셨다. 3일장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김 씨는 “한국에서 장례는 무조건 3일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께 올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부고도 많이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정작 안치실의 아버지 얼굴은 몇 번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밤낮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지인만 모여 뜻깊은 예식을 올리는 간소한 장례식도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마지막에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막상 내가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법의 의미보다 형식과 크기에 치중하는 한국의 장례는 조문객에게도 부담이다. 영업직인 김진표(가명·37) 씨는 매주 한두 번은 꼭 문상을 간다. 그는 “내가 가는 상가 중 고인을 직접적으로 알거나 유족과 친밀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부의 봉투를 내고 ‘얼굴도장’을 찍으러 간다. 일의 연장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환(가명·32) 씨는 “얼마 전 혼자 지방의 상가에 갔는데 조문객들이 계속 이어져 정작 상주를 위로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혼자 민망하게 육개장 한 그릇 먹고 얼른 일어섰다”고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고인의 추모와 유족의 위로’라는 장례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살리려면 손님 받기 위주로 진행되는 3일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우리처럼 3일장을 치르지만 조문객을 받는 시간을 제한한다. 서동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소장은 “일본에 가보니 3일장의 첫날은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을 정해 조문객을 받더라”며 “초청 규모도 50∼100명 정도로 적었다. 추모예식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내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우리나라 특유의 장례 문화인 셈이다. 본래 장례식장 식사 문화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여를 나를 때 상여꾼들과 멀리서 온 조문객에게 밥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장례 한 건당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식대”라며 “식사 문화만 바꿔도 장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의금을 받지 않고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자연스레 장례 기간이 2일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을 할 수 있다. 2일장은 가장 짧은 형태의 장례인 셈이다. 서울 한 중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고모 씨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늘다 보니 현재 우리 병원 장례 10건 중 1건은 빈소를 차리지 않는 1박 2일장”이라며 “조문객 없이 3일장을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가족장이나 장례식 없이 곧바로 화장만 하는 직장(直葬)이나 1일장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2일장 등 ‘간소한 장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장례 기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장례 예식 문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인상 깊은 장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 선생님의 모친상이었는데 가족끼리만 모여 2일장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부고조차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니 노모가 101세에 돌아가신 데다 본인도 팔순이 넘어 번잡스럽게 알릴 필요 있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는 먼저 세상을 떴고, 고령의 올케와 본인만 남아 가족끼리 작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더군요. 식구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하고 다음 날 화장을 하니 자연스럽게 2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 은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장까지 지낸 분이라 충분히 많은 문상객이 올 수 있었을 텐데, 남들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평소 성품대로 장례를 치른 셈이죠. 한편으론 ‘이게 고령화시대의 장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대로 모셔야지, 빈소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하지만 화려하게 꽃 장식을 하고 손님을 많이 받는 3일장을 한다고 장례의 의미가 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소한 장례는 불효일까요?올 초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김모 씨(39)는 아버지를 3일장으로 모셨다. 3일장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김 씨는 “한국에서 장례는 무조건 3일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께 올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부고도 많이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정작 안치실의 아버지 얼굴은 몇 번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밤낮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지인만 모여 뜻깊은 예식을 올리는 간소한 장례식도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마지막에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막상 내가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법의 의미보다 형식과 크기에 치중하는 한국의 장례는 조문객에게도 부담이다. 영업직인 김진표(가명·37) 씨는 매주 한두 번은 꼭 문상을 간다. 그는 “내가 가는 상가 중 고인을 직접적으로 알거나 유족과 친밀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부의 봉투를 내고 ‘얼굴도장’을 찍으러 간다. 일의 연장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환(가명·32) 씨는 “얼마 전 혼자 지방의 상가에 갔는데 조문객들이 계속 이어져 정작 상주를 위로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혼자 민망하게 육개장 한 그릇만 먹고 얼른 일어섰다”고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고인의 추모와 유족의 위로’라는 장례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살리려면 손님 받기 위주로 진행되는 3일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우리처럼 3일장을 치르지만 조문객을 받는 시간을 제한한다. 서동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소장은 “일본에 가보니 3일장의 첫날은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을 정해 조문객을 받더라”며 “초청 규모도 50~100명 정도로 적었다. 추모예식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내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우리나라 특유의 장례 문화인 셈이다. 본래 장례식장 식사 문화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여를 나를 때 상여꾼들과 멀리서 온 조문객에게 밥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장례 한 건당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식대”라며 “식사 문화만 바꿔도 장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의금을 받지 않고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레 장례 기간이 2일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을 할 수 있다. 2일장은 가장 짧은 형태의 장례인 셈이다. 서울 한 중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고모 씨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늘다 보니 현재 우리 병원 장례 10건 중 1건은 빈소를 차리지 않는 1박 2일장”이라며 “조문객 없이 3일장을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가족장이나 장례식 없이 막바로 화장만 하는 직장, 1일장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2일장 등 ‘간소한 장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장례 기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장례 예식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전국 대학에 똑같은 대입전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다.” 국가교육회의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는 서울 A대 입학처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립대-사립대, 상위권대-하위권대, 수도권대-지방대, 일반대-전문대 등 대학들은 각각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 대입전형을 차별화하고 있다”며 “각 대학의 대입전형은 오랜 기간 대학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것인데 공론화를 통해 하나의 모형으로 만들면 혼란이 크다”고 우려했다.○ 획일화된 대입전형 강요하는 공론화 현재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학생 선발방법 및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입학정원과 예산을 무기로 대입전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으나 그 과정에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도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비전문가인 시민참여단에 전권을 위임했다. 이들의 결정에 대학들의 학생 선발권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는 18∼21일 서울 소재 대학 5곳과 수도권 및 지방 소재 대학 각각 1곳, 전문대 1곳 등 8개 대학 입학처장의 솔직한 의견을 익명을 전제로 들어봤다. 입학처장들은 공통적으로 획일화된 대입전형이 강제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현재로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 △수시 정시 통합 △수능 절대·상대평가를 조합한 단일한 최종 모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학종 비율이 높아 정시 비율 확대를 요구받고 있지만 나머지 대학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방대는 학생부교과전형(내신) 위주로 선발하고, 전문대는 수능을 보지 않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A대 입학처장은 “획일적인 대입전형을 정해 주고 ‘따르라’고 하면 오히려 대학별 경쟁력은 사라지고 전국 대학이 서열화된다”고 했다. 영남권 B대 입학처장은 “전 국민을 아우르는 입시제도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상위권 대학은 상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각각 자기 대학에 맞는 대입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C전문대 입학처장은 “이번 대입제도 개편에서 학종과 수능 비율만 쟁점이 되고 있는데 전문대 신입생의 80∼90%는 아예 수능을 응시하지 않는다”며 “일부 상위권 학생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나머지 학생들은 희생을 감수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줘야” 서울 D대 입학처장은 “대입은 하나를 바꾸면 나머지 다른 부분이 영향을 받는 생태계”라며 “촉박한 일정에 무리한 결정을 내려 자칫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 정말 큰일 난다”고 우려했다. 대입은 초중고교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사교육 시장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조금만 바뀌어도 파급력이 매우 크다. 서울 E대 입학처장은 “어떤 가이드라인이 나오든 대학은 적응한다. 문제는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사교육 시장만 커져 그 피해를 학생들이 본다는 것”이라며 “변화가 가장 적은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공론화 방식으로 대입제도를 결정하는 데 대해선 모두 부정적이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입은 신고리 원전 재가동과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수도권 F대 입학처장은 “원전은 정답이 있는 과학인 반면 교육은 정답이 없는 철학의 문제”라며 “주관적 가치가 많이 개입되는 공론화로 조율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G대 입학처장은 “대학은 우수학생을 뽑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대학으로선 자율성을 부여하면 가장 좋다”며 “그것이 어렵다면 큰 틀에서 몇 개의 가이드라인을 주되 세부적인 전형은 대학이 각자 특성에 맞춰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H대 입학처장은 “절차가 아니라 결론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대학들이 집단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조유라·임우선 기자}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의 최종 방향을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 400명이 결정한다.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일반인에게 공평한 참여 기회를 준다는 취지지만 시민참여단이 복잡한 대입제도를 이해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 공론화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공론화위는 6월까지 학부모 교사 등 이해관계자와 교육 전문가 20∼25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4, 5개의 개편 시나리오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비율을 얼마로 할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지 등의 시나리오를 추리는 셈이다. 시나리오가 정해지면 7월까지 TV토론회와 권역별 토론회 등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학생들의 의견은 ‘미래세대 토론회’를 열어 따로 듣기로 했다. 이렇게 모아진 의견을 두고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 의견을 제시하는 몫은 만 19세 이상 성인들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에 주어진다. 이희진 공론화위원은 “지역과 성(性), 연령을 고려해 2만 명을 우선 선정하고 이 중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400명의 시민참여단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가 8월 초까지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를 대학입시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에 전달하면 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개편 권고안을 만든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공론화 절차 설계 원칙은 국민과 이해관계자의 참여”라며 “공정성 중립성 책임성 투명성 확보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결국 시민참여단에 결정을 넘기겠다는 것인데 갑자기 뽑힌 이들이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이해와 판단을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박근혜 정부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포상에서 제외됐던 교원들이 15일 열린 제37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대거 상을 받았다.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법에 명시된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및 집단행위 금지 위반 행위를 사실상 용인해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스승의 날을 기념해 교육 발전에 헌신한 교원 3366명에게 정부 포상 및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이날 시상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가해 2016년 스승의 날 포상에서 제외됐던 교원 300명 중 230명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해 스승의 날 상을 받은 57명 및 이미 퇴직교원 포상을 받아 제외된 13명까지 2016년 시국선언 관련 포상 제외자 300명 전원이 상을 받게 됐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시국선언 관련자에 대해 향후 포상 등 배제 행위를 하지 말 것’이라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권고와 ‘2016년 스승의 날 표창 제외 대상자들이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지난해 말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이행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교육계 일각에서는 법에 근거해 행정을 해야 할 교육부가 정권에 따라 춤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나왔을 당시 교육부는 설명 자료를 내고 “시국선언 및 연가투쟁 등은 국가공무원법상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복무의무 위반 행위”라며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이 같은 불법 집단행위 참여 교원을 훈·포장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여 만에 말을 뒤바꾼 것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서는 ‘법을 어긴 교사라서 상을 줄 수 없다’던 교육부가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법 해석과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의 정치적 행위와 관련한 현 정부의 철학을 두고 앞으로 교육계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스승의 날이다. 이제는 ‘학생 대표’가 아닌 학생들은 종이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선생님께 건넬 수 없는 날이 됐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께 음료수 한 캔만 드려도 ‘위법한’ 시대다. 이런저런 뒷말이 싫어서 아예 스승의 날 휴교를 하는 학교도 있다.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말도 나온다. 한국 사회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스승의 날,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카네이션마저 금지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근간에는 오랜 시간 골이 깊었던 우리 사회의 ‘불신의 프레임’이 반영돼 있다. ‘카네이션을 받은 교사들은 카네이션을 준 학생과 주지 않은 학생을 차별할 것이다’라는 교사에 대한 불신이 하나요,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준 학생·학부모는 감사해서라기보다는 ‘잘 봐주세요’라는 의미로 주는 것이다”라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불신이 또 하나다. ‘카네이션=부정청탁’ 공식은 이렇게 나왔다. 김영란법은 카네이션 금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궁극의 깨끗함’을 추구하려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요즘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사심 없이 전할 기회를 경험하기도 전에 꽃 한 송이조차 법에 정해진 규정을 따지고 들어야 하는 각박함부터 배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영란법의 전제대로라면 선생님들은 꽃 한 송이를 줬느냐 안 줬느냐에 따라서 특정 학생을 편애할지도 모르는 의심스러운 존재들이다. 실제 교사들이 카네이션 금지를 불쾌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체 우리를 뭐로 보느냐는 것이다. 교사들은 “카네이션을 못 받아서 기분 나쁜 게 아니다. 그까짓 것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다. 김영란법 이전에도 이미 안 받았다. 그런데 그걸 받으면 아이들을 차별할 거라는 그 전제가 불쾌하다”고 말한다. 교사에 대한 이런 사회적 불신의 프레임은 학령기 내내 학생 학부모의 인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선생님이 날 혼내는 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날 미워해서다’라고 의심한다. ‘뭘 덜 해드려서 그런가’ 생각하기도 한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선생님이 적은 평가에 대해서도 믿지 못한다. 일부 문제적 교사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다른 대부분 교사의 진정성마저 의심하는 불신의 프레임 속에서 교사들은 존경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학원 선생님보다 못 가르치고 인격적 수준마저 낮다면 대체 그 소용이 어디 있단 말인가. 교사들은 이 사회가 고작 교사를 그 정도로밖에 안 보면서 교사의 헌신이나 참교육을 운운하는 게 우습다. 일부 교사는 ‘사회가 교사를 교육자가 아닌 공무원으로 만든다’고 항변하며 나태를 합리화한다. 내심 ‘그래, 그냥 아무 관계도 맺지 말자. 나도 더도 덜도 말고 딱 정해진 시간 동안 최소한의 수업만 하련다’ 식인 경우도 많다. 시스템이 소수의 문제 교사들을 걸러내지 않다 보니 교사라는 집단 전체가 갈수록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을 산다. ‘불신 지옥’의 악순환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지인은 어제 ‘선생님께 드려야지∼’라며 색종이로 꼬깃꼬깃 접은 카네이션을 가방 속에 챙겨 넣는 아이를 보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넌 학생 대표가 아니라서 못 드려’라고 할 수도, 색종이 카네이션마저 법으로 금지한 우리의 한없이 낮은 사회적 신뢰도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편해졌을지는 몰라도 아름답지는 않은, 꽃 한 송이마저 없는 이 시대의 스승의 날이 아쉽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msun@donga.com}

■ 언제부터인가 나이 생각에 망설여지네올해 우리 나이로 팔십 하고도 둘입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아직 스스로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교회나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도 젊은이들 못지않지요. 그런데 딱 하나, 요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상가(喪家) 조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게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조문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디다. 특히 천수를 누리다 보니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는 게 영 곤혹스럽습니다. 동년배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예요. 가보면 대부분의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당최 불편합니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날 며칠 우울해집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 친구는 “칠십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까. 슬픈 일 당하면 위로하는 게 사람 구실 하는 거 아닙니까. 고령화 시대의 조문 예법, 어찌해야 좋을까요.■ 올해 백수 맞은 김형석 교수의 원칙 들어보니예부터 한국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장례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예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평생을 믿어 온 이 예법을 두고 노인이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계순 씨(85·여)는 “장례식장에 가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친한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게 됩디다. 나 같은 노인네가 남의 빈소에 가 있는 모습이 뭐 좋겠나 싶더라고요.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안 가는 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안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수종(가명·73) 씨는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소중한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노인이 돼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큰 고민 없이 문상을 가는데 언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끼는 이의 문상조차 꺼리게 된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조문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먼저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제외하고 가급적 문상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가족들이 날 보면 ‘이렇게 건강하신 분도 있는데…’ 하며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내가 아끼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제자들이나 조문객들이 없을 늦은 밤에 갔죠. 밤에도 조문객이 있을 것 같으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공개된 장례 예배에 가서 마음을 전했어요.” 김 교수는 “그래도 90세가 넘고 나니 문상은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4, 5년 전부터는 아들을 대신 보내 조문한 뒤 나중에 내가 위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상주도 노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상주를 배려하는 예법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른 황병석 씨(71)는 “장남이라 쉬지도 못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60대에 아버님 상을 치를 때와는 또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조문객과 맞절을 하는 우리 장례 예법이 큰 부담이었다”며 “고령화 시대엔 맞절보다 목례 정도가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장례식장은 고령의 상주와 조문객들을 감안해 식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은 분향소와 접객실을 좌식이 아닌 모두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척추와 고관절이 불편한 노인 조문객을 위한 배려”라며 “신발을 벗지 않고 묵념으로 조문하고, 식사도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도 지난해 말 입식 빈소를 도입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장무 운영팀장은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리모델링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식 빈소를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노수경 사무장은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6%에서 지난해 47%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사망자가 고령이면 조문객도 고령이 많다 보니 갈수록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분향소 안에 상주나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는 것이나 빈소의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도 고령화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올해 우리 나이로 팔십 하고도 둘입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아직 스스로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교회나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도 젊은이들 못지않지요. 그런데 딱 하나, 요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상가(喪家) 조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게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조문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디다. 특히 천수를 누리다 보니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는 게 영 곤혹스럽습니다. 동년배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예요. 가보면 대부분의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당최 불편합니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날 며칠 우울해집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 친구는 “칠십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까. 슬픈 일 당하면 위로하는 게 사람 구실 하는 거 아닙니까. 고령화 시대의 조문 예법, 어찌해야 좋을까요. 예부터 한국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장례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예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평생을 믿어 온 이 예법을 두고 노인이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계순 씨(85·여)는 “장례식장에 가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친한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게 됩디다. 나 같은 노인네가 남의 빈소에 가 있는 모습이 뭐 좋겠나 싶더라고요.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안 가는 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안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수종(가명·73) 씨는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소중한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노인이 돼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큰 고민 없이 문상을 가는데 언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끼는 이의 문상조차 꺼리게 된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조문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먼저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제외하고 가급적 문상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가족들이 날 보면 ‘이렇게 건강하신 분도 있는데…’ 하며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내가 아끼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제자들이나 조문객들이 없을 늦은 밤에 갔죠. 밤에도 조문객이 있을 것 같으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공개된 장례 예배에 가서 마음을 전했어요.” 김 교수는 “그래도 90세가 넘고 나니 문상은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4, 5년 전부터는 아들을 대신 보내 조문한 뒤 나중에 내가 위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상주도 노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상주를 배려하는 예법을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른 황병석 씨(71)는 “장남이라 쉬지도 못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60대에 아버님 상을 치를 때와는 또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조문객과 맞절을 하는 우리 장례 예법이 큰 부담이었다”며 “고령화 시대엔 맞절보다 목례 정도가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장례식장은 고령의 상주와 조문객들을 감안해 식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은 분향소와 접객실을 좌식이 아닌 모두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척추와 고관절이 불편한 노인 조문객을 위한 배려”라며 “신발을 벗지 않고 묵념으로 조문하고, 식사도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도 지난해 말 입식 빈소를 도입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장무 운영팀장은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2008년 리모델링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식 빈소를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노수경 사무장은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6%에서 지난해 47%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사망자가 고령이면 조문객도 고령이 많다 보니 갈수록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분향소 안에 상주와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는 것이나 빈소의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도 고령화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올해 백수(白壽)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노년기 조문 예법 ▼1. 아주 가까운 사람의 장례를 제외하고 나보다 젊은 사람의 장례에는 가지 않는다. 자칫 유족에게 더 큰 상실감을 줄 수 있다.2. 그럼에도 꼭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조문객이 적은 시간을 택해 간다. 그래야 조문객들이 덜 불편해 한다.3. 꼭 가야할 자리가 아니라면 가급적 아들을 통해 조문하고 전화로 위로를 전한다.4. ‘호상(好喪)’이라는 표현을 조심해서 쓴다. 아무리 나이가 많은 이의 장례라도 가족과 친구들에겐 슬픈 일이다.}
2019학년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7% 이상이 취약계층 특별전형으로 선발된다. 교육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법전원에 대한 취약계층의 입학 기회 확대와 학생 선발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뤄졌다. 먼저 과거 신체적·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던 법전원 특별전형 대상에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새로 포함시켰다.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자녀·손자녀 등이 포함될 근거가 마련됐다. 또 기존에는 특별전형의 선발 비중을 ‘5% 이상으로 권고’했던 것을 이번 개정에서 ‘7% 이상 선발 의무화’로 바꿨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사법시험 폐지로 법전원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 만큼,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특별전형 대상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선발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보완했다. 블라인드 면접 의무화, 면접위원 구성 시 외부위원 위촉, 선발 결과 공개 등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법전원 입학전형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6월 열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설 진보진영 단일화 경선에서 이겨 출마가 확정됐다. 그러나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 경쟁 후보 측에서 “온라인 투표 관리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며 경선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만 13세 이상 청소년을 투표에 참여시킨 경선 방식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중학생을 선거 정치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꾀해온 ‘2018 서울촛불교육감 추진위원회’는 조 전 교육감과 이성대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진 경선에서 조 전 교육감이 승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경선의 투표는 서울시민과 서울 소재 직장인 등 만 13세 이상은 누구나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경선단으로 등록해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선 투표에는 온라인 방식으로 1만2702명, 오프라인 현장 투표로 242명 등 총 1만2944명이 참여했다. 각 후보 득표율 등 구체적인 경선 결과는 후보 간 합의로 공개되지 않았다. 선거 결과 발표 후 조 후보는 “오늘의 승리는 본선 승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경선을 통해 ‘촛불교육감’에서 ‘시민교육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총 투표인 수와 득표수 합산 수치가 42명이나 차이 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선거였다”며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온라인투표 관리 업체가 즉시 로그인해 투표 수치를 임의로 수정하는 등 신뢰성이 전혀 없었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로 중도파인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만 13세 이상 청소년을 경선인단에 포함시킨 방식에 대해 “중학생을 정치 진영의 선거에 활용한 비교육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히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경선 선거인단에는 만 13세 이상∼18세 이하 청소년 916명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524명(57.2%)이 투표했다. 공직선거법상 교육감 선거에는 만 19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 본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청소년들을 경선 선거인단에 포함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열린 경기도교육감 진보진영 단일화 경선에서는 송주명 한신대 교수가 승리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가 2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이 확정될 경우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이 사라질 전망이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교육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이 (새로) 고시될 경우 이미 고시된 초등학교 사회 교육과정도 이에 맞춰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교육과정이란 학교 교육의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과목편제 및 교과서 제작, 수업내용 등 모든 교육내용의 근간이 되는 지침이다. 평가원은 “기존의 2015 개정교육과정(박근혜 정부 때)에 따른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은 교과서 국정화 등을 염두에 둔 교육과정”이라며 “초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평가원은 최근 새로운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내놓으며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꾸고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빼는 등 수정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만약 중·고교 역사·한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면, 용어의 통일성 측면에서 초등 사회교과서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교육과정에 따른 사회교과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에 적용된다. 초등학교는 따로 역사 교과서가 없고 사회교과서에서 역사를 배운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 처음으로 촛불집회 사진을 싣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서술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솔직히 말해 그간 한 번도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투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일단 교육감이 뭘 하는 사람인지를 제대로 몰랐다. 명칭을 보아 교육 관련 감투인 것 같긴 한데 이미 대학까지 졸업한 기자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다. 딱히 교육과 직결되는 나이의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출마한 후보 중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표를 던지느니 차라리 누구도 찍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건 2년 전 교육 분야를 맡고서다. 서울시교육청을 출입하며 보니 교육감이란 실로 엄청난 자리였다. 흔히 서울시교육감을 10만 명의 인사권과 9조 원의 예산권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 좀 더 생활형으로 설명하면 내 아이의 교사가 될 사람을 얼마나 뽑고 어떻게 배치할지, 내 조카의 교장과 담임을 누구로 할지 최종 결정하는 이가 교육감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아이들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놓을지, 아니면 체육관 리모델링을 할지 판단하는 이도 교육감이다. 아이들에게 학교 안 놀이시간을 얼마나 줄지,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볼지, 학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줄지, 교사의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교육감이 정할 수 있다. 영어를 어떻게 가르칠지, 공립유치원을 몇 개나 늘릴지, 특수학교 돌봄교실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특목고와 자사고 신입생을 어떻게 뽑을지 등 학부모가 관심 있는 모든 사항이 교육감의 손에 달렸다. 건물에 비유하자면 골조는 교육부가 세울지 몰라도 그 안의 인테리어와 층 배치 등 실질적인 모든 건 교육감이 결정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보다 힘이 세다. 학생 시절 ‘한없이 낙후된’ 한국의 학교와 교육에 시시때때로 분개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을 두고 ‘아무나 되세요’란 마음으로 방관한 건 어른으로서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역대 교육감 선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늘 낮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에 처음 당선된 2009년 선거의 투표율은 12.3%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추대된 김 부총리의 득표율은 40.9%였다. 경기도민 100명 중 5명의 지지로 교육감이 정해진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2007년 ‘교육자치’를 표방하며 도입됐다.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통합 실시하면서 투표율은 50%대로 올랐다. 그러나 투표자 중 교육감 후보의 면면을 따져보고 심사숙고해 투표한 이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교육감 후보들은 선거에 무관심한 국민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뭉텅이 표가 있는 정치세력을 잡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교육 이슈는 온데간데없고 진보니 보수니 하는 ‘색깔팔이’에 열중하는 후보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주민에 의한 교육자치가 아닌, 일부 정치세력에 의한 ‘교육정치’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선제 폐지론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당장 교육감 선거가 없어질 것 같지 않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게 모든 선거의 가장 큰 난제지만 ‘최선의 인물’이 없다면 ‘차악의 인물’이라도 뽑아야 한다. 자꾸 그렇게 따지고 들어야 국민과 교육만 생각하는 진짜 교육감이 나온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60대인 나를 꼬부랑 노인 취급해 불쾌 “아유, 나 원 참 불쾌해서….” 얼마 전 외출을 다녀오신 어머님이 상기된 얼굴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주 기분 나쁜 일을 당하셨다는 겁니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러시더군요. “아니 글쎄, 나보다 다섯 살 정도밖에 안 어려 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할머니! 길 좀 물을게요’ 하는 거 아니겠니.” 67세인 어머님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그 행인을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저도 맞장구를 쳐드렸지만 솔직히 의아했어요. 저희 어머님, 손자가 4명이니 진짜 할머니 맞거든요. 조심스럽게 “그렇게 기분 나쁘셨느냐”고 묻자 다시 한번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노인의 기준이 65세인 것도 잘못됐다면서요. 그러고 보면 74세인 아버님 역시 스스로를 노인이라기보다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는 듯해요. 지하철 노약자석에 자리가 나도 절대 앉지 않으시더라고요. 할아버지라는 호칭도 물론 싫어하시고요. 100세 시대, 노인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 젊게 사는 실버족 호칭 바꿔보면… 한국에서 법으로 정한 노인은 만 65세 이상이다. “난 젊다”며 아무리 저항해도 피할 도리가 없다. 다만 이 기준은 1964년부터 5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기대수명이 9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반세기 전 기준을 그대로 들이대니 ‘젊은 노인’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 사는 이숙자(가명·73·여) 씨는 집 근처 노인종합복지관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여성회관까지 가 노래를 배운다. 이 씨는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노인복지관에 가면 그걸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미자 씨(69·여)는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구분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약자석에 앉을 때마다 ‘내가 벌써 노인인가’ ‘왜 노인들을 한구석에 몰아넣나’ 싶어 서글퍼집디다. 그래서 일반석에 앉으면 이번엔 젊은이들이 ‘왜 여기에 앉나’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영 불편해요.” 노인에 대한 규정과 호칭이 못마땅하기는 남성 노인들도 다르지 않다. 한기정 씨(76)는 “‘어르신’이라는 호칭도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그는 “60세만 넘겨도 장수했다고 여긴 조선시대에나 65세 이상이 노인이지 지금이 어디 그러냐”며 “내가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80대 중반 이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78.3%는 적정한 노인 연령 기준이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사회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니 당장 호칭부터 꼬이기 일쑤다. 노인들을 자주 접하는 공무원이나 서비스직 직원들은 호칭 고민이 만만치 않다. 2004년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민원인 호칭 개선안을 발표해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 ‘고객님’이라고 부를 것을 권장했다. 호칭으로 인한 복잡한 판단을 미루고 민원인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시민들을 고객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 민원실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칭은 ‘OOO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나이를 어림짐작으로 미루어 ‘어르신’ 등으로 불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판단을 배제하고 민원인의 이름에 ‘님’자를 붙인다는 것이다. 안면이 있는 나이 지긋한 주민이라면 ‘선생님’ 또는 ‘어르신’ 등으로 상황에 맞춰 혼용해 부른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떤 호칭을 원할까. 50∼80대 회원들로 구성된 독서모임 ‘메멘토모리’ 멤버인 고광애 씨(81·여)는 “모임에서도 호칭 얘기가 몇 번 나왔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더라”라고 했다. “우리도 ‘미즈(Ms·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의 이름이나 성 앞에 붙여 부르는 경칭)’ 같은 표현이 있으면 좋은데 없어요. ‘선생님’은 중국식 표현 같고 프랑스어인 ‘마담’은 술집 마담 같고…. 우리끼리는 ‘누구 엄마’ ‘누구 할아버지’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자고 했어요.” ‘60대 노파’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 1990년대에는 노인을 일컫는 예의바른 호칭의 대안으로 ‘어르신’ ‘노인장’ ‘노형’ 등이 거론됐다. 노인장이나 노형은 분명 높임말임에도 한 노인에게 노인장이라고 했다간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국립국어원은 젊은 노인을 호칭하는 말로 ‘선생님’을 추천했다. 국어원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중국식이라는 건 오해”라며 “조선시대에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선생이란 표현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현·황태호 기자}

“아유, 나 원 참 불쾌해서….” 얼마 전 외출을 다녀오신 어머님께서 상기된 얼굴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주 기분 나쁜 일을 당하셨다는 겁니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 묻자 이러시더군요. “아니 글쎄, 나보다 5살 정도밖에 안 어려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할머니! 길 좀 물을 게요’ 하는 거 아니겠니?” 67세이신 어머님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그 행인을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저도 맞장구를 쳐드렸지만 솔직히 의아했어요. 저희 어머님, 손자가 4명이니 진짜 할머니 맞거든요. 조심스럽게 “그렇게 기분 나쁘셨느냐”고 묻자 다시 한번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노인의 기준이 65세인 것도 잘못됐다면서요. 그러고 보면 74세인 아버님 역시 스스로를 노인이라기보다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는 듯해요. 지하철 노약자석에 자리가 나도 절대 앉지 않으시더라고요. 할아버지라는 호칭은 물론 싫어하시고요. 100세 시대, 노인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한국에서 법으로 정한 노인은 만 65세 이상이다. “난 젊다”며 아무리 저항해도 피할 도리가 없다. 다만 이 기준은 1964년부터 53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기대 수명이 9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반세기 전 기준을 그대로 들이대니 ‘젊은 노인’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 사는 이숙자(가명·73·여) 씨는 집 근처 노인종합복지관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여성회관까지 가 노래를 배운다. 이 씨는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노인복지관에 가면 그걸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미자(69·여) 씨는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구분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약자석에 앉을 때마다 ‘내가 벌써 노인인가’ ‘왜 노인들을 한 구석에 몰아넣나’ 싶어 서글퍼집디다. 그래서 일반석에 앉으면 이번엔 젊은이들이 ‘왜 여기에 앉나’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영 불편해요.” 노인에 대한 규정과 호칭이 못마땅하기는 남성 노인들도 다르지 않다. 한기정 씨(76)는 “‘어르신’이라는 호칭도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그는 “60세만 넘겨도 장수했다고 여긴 조선시대에나 65세 이상이 노인이지 지금이 어디 그러냐”며 “내가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80대 중반 이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78.3%는 적정한 노인 연령 기준이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사회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니 당장 호칭부터 꼬이기 일쑤다. 노인들을 자주 접하는 공무원이나 서비스직 직원들은 호칭 고민이 만만치 않다. 2004년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민원인 호칭 개선안을 발표해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 ‘고객님’이라고 부를 것을 권장했다. 호칭으로 인한 복잡한 판단을 미루고 민원인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시민들을 고객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 민원실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칭은 ‘OOO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나이를 어림짐작으로 미루어 ‘어르신’ 등으로 불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판단을 배제하고 민원인의 이름에 ‘님’자를 붙인다는 것이다. 안면이 익숙한 나이 지긋한 주민이라면 ‘선생님’ 또는 ‘어르신’ 등으로 상황에 맞춰 혼용해 부른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떤 호칭을 원할까. 50~80대 회원들로 구성된 독서모임 ‘메멘토모리’ 멤버인 고광애(81·여) 씨는 “모임에서도 호칭 얘기가 몇 번 나왔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더라”고 했다. “우리도 ‘미즈(Ms·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의 이름이나 성 앞에 붙여 부르는 경칭)’같은 표현이 있으면 좋은데 없어요. ‘선생님’은 중국식 표현 같고, 프랑스어인 ‘마담’은 술집 마담 같고…. 우리끼리는 ‘누구 엄마’ ‘누구 할아버지’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자고 했어요.” ‘60대 노파’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 1990년대에는 노인을 일컫는 예의바른 호칭의 대안으로 ‘어르신’ ‘노인장’ ‘노형’ 등이 거론됐다. 노인장이나 노형은 분명 높임말임에도 한 노인에게 노인장이라고 했다간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국립국어원은 젊은 노인을 호칭하는 말로 ‘선생님’을 추천했다. 국어원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중국식이라는 건 오해”라며 “조선시대에도 선생이란 표현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서울시 자치구에선 노인 민원인을 어떻게 부르나▽구로구=2000년대 중반엔 ‘고객님’이라고 많이 불렀는데, 지금은 ‘실명(OOO님)’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어르신’이나 ‘선생님’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있음▽관악구=할머니 할아버지 구분 없이 ‘어르신’이란 호칭이 기본. 다만 일부 지역에선 젊은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아버님, 어머님’을 쓰고 있음▽마포구=어르신 민원인을 ‘실명(OOO)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음. 자원봉사하는 시니어들께도 ‘선생님’이라고 부름. 안면이 익숙한 여성분을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음▽서초구=구청 민원실은 ‘선생님’으로 통일. 동 주민센터에서는 아직 ‘어르신’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음▽양천구=직원이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판단해 부름. ‘어르신’ 또는 ‘선생님’이 많음▽용산구=어르신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선생님’ ‘실명(OOO)님’도 사용▽은평구=통일된 규칙은 없으나 연세가 많은 분들은 보통 ‘어르신’이라고 부름※자료: 각 자치구(가나다순)노지현 기자isityou@donga.com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교육의 실타래는 아무도 못 풉니다. 장관은커녕 대통령도 못 풀어요. 하나님은 풀 수 있을까요? 아뇨,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하나님도 못 풉니다.” 예전에 취재 중 만난 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얘기다. 그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평생을 교육계에서 보낸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니 우울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저희 애들은 어려서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인걸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풀 수는 없어요. 그냥 단박에 끊어야지요. 메시아적인 혜안을 지닌 사람이 나타나 앞뒤 양옆 재지 말고 끊고 새로 시작해야지요.” 그걸 누가 하겠냐고 묻자 그는 “아무도 못 하죠. 그러니까 한국 교육은 계속 엉키고 망해갈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정말로 우울한 얘기였다. 그날 그가 지적한 한국 교육의 끊겨야 할 실타래는 다음과 같았다. ①교육의 결과로 입시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 입시 자체가 교육을 규정한다. ②입시가 유일무이한 현안이 되다 보니 모두가 입시 정책만 들여다볼 뿐 어느 누구도 교육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르치는 내용과 수업을 하는 교사는 계속 30년 전 수준이다. ③대학과 아이들은 바뀐 세상에 맞는 새 교육을 원하는데 학교가 고인 물 신세다 보니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간다. 이 과정에서 경제력에 따라 입시가 갈라진다. ④정부는 사교육으로 도망간 아이들을 붙잡고 대학의 고삐를 죄기 위해 다시 입시제도를 흔든다. 종합하면 결국 ①번부터 ④번까지가 계속 ‘무한 반복’되는 셈이다. 16일 열린 국가교육회의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 브리핑’을 보며 잊고 있던 교장선생님과의 오래된 대화가 떠오른 이유는 국가교육회의의 움직임이 정확히 교장선생님의 분석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통해 이해한 국가교육회의는 ‘대한민국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짜는 교육 브레인’ 정도의 위상이었다. ‘입시’라는 꼬리에 ‘교육’이라는 머리를 잡아먹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교육해야 할지 고민하지 못하는, 자꾸만 왔다 갔다 하는 미시정책만 내놓는 교육부를 대신해 한국 교육의 크고 긴 그림을 그릴 조직이 국가교육회의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던진 첫 질문은 ‘학종과 수능 비율을 몇 대 몇으로 할까요’였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학교가 불만이고 교사가 미덥잖다는데 ‘비율’이나 물으려고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하긴, 교육계에서는 처음부터 “애초에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백년지대계를 그릴 요량이었다면 교육계가 인정하는 전문가 한 명 없이 ‘장관의 정치적 동지’만으로 위원을 구성하진 않았을 것”이란 자조적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엄정하게 관리할 공론화 관리 조직을 구성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론화 추진을 통해 입시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의장님의 ‘머리말씀’을 내놨다. 한자 한자 따져보면 나쁜 말이 하나도 없는데, 합쳐서 읽어보면 몇 번을 읽어도 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흡사 여론조사기관의 다짐인가 싶기도 한, 그런 머리말씀이었다. 벌써부터 교육계에서는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가 내놓는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주는 조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 안에서조차 “새 입시제도는 논쟁만 일으키다 결국 현행 제도랑 비슷한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결국 또 교육이 입시에 먹혔다. 한국 교육에 메시아는 없었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는 하고 싶은데 국민 여론을 보니 정시 확대는 해야겠고, 절대평가 방식의 수능으로는 변별력이 없어 정시 확대가 힘들다 보니 결국 13년 전 없앤 수능 원점수 제공 카드까지 꺼낸 것 아니겠나.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대한 교육계의 해석은 대체로 이같이 요약된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렇게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책은 처음”이라며 “뭘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절대평가-정시확대-원점수 부활 ‘모순 세트’ ‘수능 절대평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신념과도 같은 정책이다. 김 부총리는 11일 “장관이 된 후에는 (수능 절대평가 지지에 대해) 말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가 수능 폐지론자에 가깝다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에서 “수능 같은 방식의 입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 진학 방식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아주 나쁜 방식”이라며 “수능은 대입 자격고사처럼 운영하고 대입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공개했다가 철회한 수능 개편안은 1안과 2안 모두 절대평가 확대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10점 단위로 등급을 끊는 절대평가 방식 수능은 변별력이 매우 낮아 사실상 수능으로 뽑는 정시 전형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상황에서 김 부총리의 수능 정책이 여론을 급속하게 악화시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 주문이 이어졌다. 그러자 교육부는 전혀 예정에 없던 수능 원점수 카드까지 들고나왔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예외적으로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해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능 원점수가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이미 2005년에 없어졌다는 점이다. 원점수란 수능 시험지에 적힌 문항별 배점을 채점 결과에 따라 그대로 더한 것이다. 점수에 따라 이른바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해 변별력 확보가 쉽다. 그러나 과목 간 난이도 유·불리를 반영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예컨대 생물 70점(응시자 평균점수 90점)을 받은 A학생과 물리 50점(응시자 평균 40점)을 받은 B학생 중 진짜 시험을 잘 본 학생은 B인데도 원점수만 보면 A의 점수가 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평가전문가인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는 “원점수 체제에서는 어떤 선택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돼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며 “수능 원점수를 수능 절대평가의 대안인 것처럼 제시한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대학의 선발 방식 비율을 국민에게 정하라니”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공론화를 통해 결론 내 달라고 요청한 ‘학종-정시 간 적정 비율’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어떻게 국민에게 물어서 정하느냐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 비율 조정은 대학이 정하도록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다”며 “이걸 교육전문가도, 교육부도 아닌 국민에게 물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립대 부총장 역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국민들이 답할 수 없는 걸 답하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내년 신학기부터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부모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학부모 정보를 적을 수 없다. 수상경력 항목도 삭제된다. 교육부는 11일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시안을 발표하고 “사교육 경쟁을 유발하는 항목은 없애고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가 기록되게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학생부 기록을 바탕으로 학생을 뽑는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전형이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을 받아온 데 따른 조치다. 시안에 따르면 먼저 학생부의 ‘인적사항’과 ‘학적사항’ 항목은 ‘인적·학적사항’이라는 하나의 항목으로 통합되며 기존에 적던 부모의 이름과 생년월일 및 가족 변동사항 등은 삭제된다. 수상경력 항목도 삭제된다. 교육부는 “여론 수렴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 모두 가장 삭제돼야 할 항목으로 꼽은 게 수상 경력”이라며 “과도한 경쟁 및 사교육 유발 문제가 있다고 봐 모든 대회 관련 사항은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존의 진로희망사항 항목도 삭제된다. 초중고 학생부의 총 11개 기재항목에서 3개 항목씩이 줄어들 예정이다. 교과학습 발달상황 항목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지역 간 편차가 큰 방과후 학교활동은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창의적체험활동상황(창체)에 포함됐던 자율동아리 활동도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소논문(R&E)활동은 정규수업 중에 지도한 경우에만 적을 수 있게 했고, 청소년 단체활동 역시 학교 안에서 이뤄진 것만 단체명을 적도록 했다. 봉사활동은 실적만 적고 특기사항은 적지 않는다.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상황은 기재는 하지만 대입자료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이라는 항목 이름을 ‘성취기준 및 세부능력(성세)’으로 바꾸기로 했다”며 “앞으로 교사들은 모든 학생에 대해 성세를 적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창체 항목의 특기사항 글자수를 3000자에서 1700자로 줄여 교사들의 기재 부담을 줄였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