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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북의 가족들을 직접 보지 못했어요. 만약 제가 만나지 못한다면 제 아들 세대에는 북에 어떤 가족이 살았는지 전혀 모른 채 살아갈 겁니다. 가족의 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이산가족 상봉이 꼭 필요하다는 마음입니다.” ‘이산가족 3세대’인 장여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57)에게 이산가족 상봉은 이루지 못한 꿈이다. 6·25전쟁 때 북한의 할머니와 헤어진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시 만나지 못한 할아버지나, 2000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딱 한 번 자신의 어머니를 다시 만난 아버지처럼 애절한 그리움은 아니지만 북한의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매한가지다. 장 교수는 설 연휴를 앞두고 동아일보와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명절에 가족을 못 보는 아쉬움도 이렇게 큰데 70년 가까이 떨어져 지낸 이산가족들의 슬픔은 오죽하겠느냐”며 “화상으로조차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심정을 많은 사람이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할아버지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 장기려 박사(1911∼1995·사진)다. 평양 김일성대 의대 교수였던 장 박사는 6·25전쟁 도중 아내, 5남매와 생이별한 채 둘째 아들만 데리고 월남했다. 피란 온 부산에서 천막을 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 진료했고 이후 평생 봉사의 길을 걸었다. 장 박사는 아내와 자녀들을 잊지 못했지만 1985년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혼자 특혜를 누릴 수 없다”며 마다했다. 1991년 미국의 친지를 통해 가족이 북한에 살아 있다는 소식과 함께 부인의 사진, 편지를 받고 재회를 꿈꿨지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 박사가 못 이룬 꿈은 아들인 고 장가용 박사(1935∼2008)를 통해 이뤄졌다. 장 박사가 2000년 8월 평양에서 열린 1차 이산가족 상봉에 의료지원단장으로 동행하면서 북한에 남은 90세 노모, 형제들과 3시간 남짓한 만남이 성사된 것. 상봉 1년 뒤인 2001년 장 박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남은 인생 동안 그간 못한 효도를 하며 같이 사는 것이 나의 마지막 소망”이라며 사모곡을 공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재회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장 박사의 어머니 김봉숙 씨는 2004년 사망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봉사정신과 북한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손자인 장 교수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장 교수는 할아버지의 봉사 정신을 계승해 만든 블루크로스(청십자)의료봉사단을 이끌며 의료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장 교수는 “북한에 있는 할아버지의 손자 17명 중 11명이 의사라고 들었다”며 “북의 사촌들과 의료봉사를 함께하며 남북 교류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은 2018년 8월 21차 상봉을 끝으로 2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로 화상 상봉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8일 이산가족 단체장들과 만나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전국 13곳에서 하루 40가족씩 화상 상봉이 가능하다”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안보협력체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 개최를 조율하고 나선 것은 한국을 뺀 아시아 동맹국들과 협력해 정상 차원의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일 한미 정상 통화 결과를 전하는 백악관 발표에서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표현이 빠진 것과 맞물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자칫 한미동맹의 무게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여전히 있다”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도 연일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전직 관료들도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 의지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미중 갈등 격화 조짐 속에 북한과 중국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엇박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美의 中 견제 쿼드·인도태평양, 한국은 빠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부터 추진한 ‘쿼드’는 2019년 9월과 지난해 10월 외교장관 회의만 두 차례 열렸다. ‘쿼드’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방향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3일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 벵갈루루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미 폭격기가 인도에 착륙한 것은 1945년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다. 5일(현지 시간) 미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인도태평양 안정을 위협한다”고 중국을 작심 비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아예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인 미국의 정책을 구축해 나갈 토대”라고 했다. ‘인도태평양’과 ‘쿼드’가 바이든 행정부 중국 견제 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지난해 11월 당선인 시절 통화 때 거론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린치핀)” 대신 “동북아의 핵심축”이라고만 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를 의식해 ‘쿼드’ 등 중국 견제 전선 참여에 미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동맹의 범위가 인도태평양이 아닌 동북아로 국한되는 건 미국 입장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北 비핵화 의지 있다”는 정의용에게 “증거 없다” 북핵 등 대북정책과 한미 연합훈련 등 동맹 현안에 대한 한미 간 온도차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사가 있다”는 정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미 국무부는 5일(현지 시간) 본보에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한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를 여전히 목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존 서플 아태담당 대변인은 정 후보자 발언에 대한 본보의 논평 요청에 “존 커비 대변인의 지난달 28일 브리핑 발언을 참조하라”며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갈망을 잘 알고 있다”는 해당 브리핑 내용을 첨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성급하게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기보다 대북 억지와 추가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미국 측에 북-미 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실패로 규정한 트럼프 시대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기댄 대북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요구하고 나서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간극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우리 정부가 이란 정부에 의해 나포된 지 29일 만인 2일(현지 시간) 석방된 ‘한국케미’호 한국인 선원이 설 연휴 전후로 귀국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외교부가 7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란 측이 석방 의사를 밝힌 한국인 선원 4명 가운데 몇 명이 언제 귀국할지 선사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설 연휴 전 귀국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이란 내 출입국 절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등에 시간이 걸려 귀국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사 측 관계자는 “선박 운항이 재개될 경우 최소 13명을 선박에 투입해야 하는데 현지에서 교대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란 측은 한국인 선원 4명을 포함해 선원 19명을 석방하면서도 한국인 선장과 선박은 자국 내 사법 절차가 끝날 때까지 풀어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종주 통일부 인도협력국장(49·사진)이 7일 통일부 대변인에 임명됐다. 통일부가 여성 대변인을 발탁한 것은 1968년 창설 이래 처음이다. 통일부는 이날 “신임 이 대변인은 통일부 주요 직책과 주미 대사관 참사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등을 역임하면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며 “인사 운영의 균형과 화합 차원에서 여성을 과감하게 기용했다”고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통일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여성 관리자 확대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신임 대변인은 2009년 정부 부처 첫 여성 부대변인으로 발탁된 바 있다. 당시 남북관계 주요 현안에 대해 조리 있는 설명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초부터 미중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 시간)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상견례 성격이었음에도 두 장관은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미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중국도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보도자료를 냈지만 내용은 크게 달랐다. 양 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각자 선택한 정치제도를 존중하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주권 및 영토와 관련된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라며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회원국인 일본과 호주, 인도와 4개국 온라인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이 7일 보도했다. 기존의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정상 간 회담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으로, 개최 시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계는 북핵 대응 등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국무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보의 질의에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이와 관련된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권오혁 기자}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통화에서 “포괄적인 대북 전략의 조속한 마련에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강조한 것은 미국과 대북 정책 조율을 빨리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전략” 채택을 공식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폐기를 시사하자 서둘러 미국과 조율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북-미 협상 재개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백악관은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조속한”이라는 표현 없이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서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성급하게 정책을 결정하기보다 한국과 이견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무리하게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시절의 ‘싱가포르 북-미 합의’ 존중을 설득하려 할 경우 한미 간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靑 “포괄적 대북 전략의 조속한 마련” 강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자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 자료에는 청와대가 밝힌 ‘포괄적인 대북 전략’이나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과 같은 구체적인 표현이 없었다.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북한 체제 보장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병행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선뜻 동의하지 않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과 관련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통화 후 백악관은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美, 한미동맹에 ‘인도태평양’ 대신 “동북아 린치핀” 백악관이 통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핵심축)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한 대목도 눈에 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통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도태평양” 표현을 쓰면서 “중국 대응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스가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미일 동맹을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코너스톤)”이라고 표현했고 백악관은 “중국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전하는 발표에 중국 논의 대목은 없었다. 백악관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가리키는 ‘인도태평양’ 대신 ‘동북아’라고 표현하자 일본 호주 등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인 ‘쿼드’ 참여 국가와 달리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 쿼드 참여 등 중국 압박에 미온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심국이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민주주의·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핵심축”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밝혀 백악관과 온도차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레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린치핀 정도가 아니라 수레 위에 한미동맹이 같이 올라타 있는 더 업그레이드된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이 미얀마의 민주주의 즉각 복원을 위한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했다. 미얀마 얘기는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이 한국에 반중(反中) 연대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권오혁 기자}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에 대해 미국 국방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연합훈련의 성격에 대해 ‘도발적이지 않다(non-provocative)’는 표현까지 이례적으로 써가며 훈련 실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3일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한미 훈련 연기” 이인영에 美 반박2일(현지 시간) 존 서플 국방부 대변인은 이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연합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한 본보의 입장 질의에 “군사적 준비태세는 국방부의 최우선 순위”라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한반도와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의 훈련은 연합 동맹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훈련들은 도발적이지 않고 완전히 방어적이며 오늘밤에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도록 동맹의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그는 “연합훈련의 규모와 범위, 타이밍에 대한 결정은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한미) 양측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불가피한 이유가 아니라면 군사훈련을 연기 혹은 축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이미 시작하지 않았느냐”며 “이 장관 같은 인사들이 훈련 연기 주장을 내놓은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3일에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군사훈련 문제가 한반도에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도, 북한도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연한 대처’를 강조해 재차 연기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이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밝힌 추가 대북 제재 구상에 대해 “추가 제재를 이야기하려면 그동안의 제재가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는가, 이런 점도 한 번쯤 평가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 이 장관은 “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란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 국방부는 한국 국방부가 2일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일본을 기존의 ‘동반자’에서 ‘이웃나라’로 격하해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서플 대변인은 “한미일 삼각 협력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해 역내 평화와 번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공유된 관점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공유된 위협에 맞서기 위한 협력 확대의 모든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정의용은 美 회의적인 “종전선언 논의” 정 후보자는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의 일부로서 종전선언 논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점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입구로 삼을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 달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전략”을 거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 폐기를 시사한 상황이다. 정 후보자는 “4·27 판문점선언, 9·19 공동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서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이보다 더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권오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한 2018년 5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도 북한에 화력발전소 등의 건설을 추진하는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 정부 각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에너지 지원 등 각종 남북 경협 아이디어를 청와대가 주도한 범정부 기구인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에 냈다는 것. 이런 분위기가 과열되자 이행추진위원회 주무 부처였던 통일부가 각 부처에 “차분하고 신중하게 아이디어를 내달라”며 톤다운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기관인 한국동서발전은 2018년 5월 ‘발전분야 대북 협력사업안’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중기 과제로 북한 비무장지대(DMZ)에 복합화력발전소인 ‘평화발전소’를 건설하는 안이 담겼다. 장기 목표로는 해주시 등 북한의 주요 공업지구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 방안을 검토했다. 단기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됐다. 동서발전 측은 “남북 경협 여건이 충족됐을 때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해당 문건을 자체 검토했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2018년 12월 작성한 ‘북한의 에너지 현황 및 천연가스사업 협력 방안 연구’ 문건에서 원전 건설안에 대해 “설비 투자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현재 북한 전력 설비 실태를 감안할 때 수용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산업부와 동서발전 보고서 등 정부 각 부처의 남북경협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 5월은 청와대가 이행추진위원회를 가동해 각 부처에 남북 정상 합의에 따른 협력 아이디어를 주문하던 시기다. 그해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사전 조사 연구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행추진위원회는 회의에서 결정된 남북 협력 안건에 대해 통일부가 정부 각 부처의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정부 소식통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도 회의에서 보고 안건이 결정되면 실무회의에서 관련 부처에 요청해 의견을 취합해 오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각 부처가 각종 남북 경협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것. 당시 이행추진위원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통일부 차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들을 내놓을 게 아니라 차분하고 신중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각 부처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권오혁 hyuk@donga.com / 세종=구특교 기자}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문재인 대통령), “국익을 훼손하는 위험한 정치.”(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선거 때만 되면 북한 공작을 기획하는 보수 야당의 고질병.”(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제안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두고 1일 하루 동안 여권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원전 논의는 없었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당정청이 일제히 야당을 향한 맹폭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논란을 마무리 짓기 위해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의 내용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 “정치 후퇴”까지 언급하며 격앙된 文 야당의 의혹 제기에 들끓는 청와대 기류는 이날 여과 없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문 대통령을 향해 “이적 행위”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잔뜩 날이 서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 후퇴’까지 언급할 정도로 의혹 제기를 이어가는 야당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직접 겨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브리핑을 언급하며 “북한 원전 건설이 정부 정책으로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흘도 못 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야당의 문제 제기를 향해 “처음부터 가짜, 상상 쟁점”이라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도 “야당이 정부를 향해 이적 행위라는 공세를 하는 것 자체가 공작 정치이고 망국적 색깔 정치”라며 “(김 위원장이) 당내 통제가 안 되니 북풍(北風)이라는 낡은 수단을 꺼냈다”고 비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보고받고 확인한 바로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 내용 중에 원전의 ‘원’자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 USB메모리까지 공개 고심하는 靑 여권 안에서는 의혹의 대상이 된 관련 문서들을 아예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는 취지다. 그동안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서 공개를 거부했던 산업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측에 건넨 USB메모리 내용까지 공개하자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당시 언론에서도 (USB메모리에 담긴) 신경제협력 방안이라는 게 어떤 건지라는 것들에 대한 내용들이 상당 부분 공개가 됐다”며 “필요하다면 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한 문건 공개를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법적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남북 정상 간 주고받은 자료를 대외적으로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상 간 관행을 깨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야당의 요구에 섣불리 응했다가 2013년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파문과 같은 혼란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2013년 6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재점화하자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대화록 전면 공개를 역제안했다. 여야 합의 끝에 의원들이 대화록을 열람했지만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권오혁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일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장관은 1일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 개인적으로, 정치인의 입장에서 군사훈련이 연기돼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쪽으로 물꼬를 틀 수 있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합훈련을) 지혜롭게, 또 유연하게 풀어 나간다면 상반기 중으로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가능성은 전혀 꿈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문제에 대해 “개인적, 정치인의 입장”을 앞세워 연기를 주장하자 남북 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남북 정상회담이 한 번 더 이뤄져 한반도 평화의 과정이 돌이킬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도 밝혔다. 여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서는 “답방하겠다는 합의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본다”며 “내년에 대선이 있으므로 올해 안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일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장관은 1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 개인적으로, 정치인의 입장에서 군사훈련이 연기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쪽으로 물꼬를 틀 수 있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뮬레이션 정도에서 훈련을 할 수 있을지 여러 검토가 될 것”이라며 “(연합훈련을) 지혜롭게 또 유연하게 풀어 나간다면 상반기 중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가능성은 전혀 꿈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장관이 한미동맹의 핵심이자 남북관계에서 민감한 주요 현안인 한미 연합훈련 문제에 대해 “개인적, 정치인의 입장”을 앞세워 연기를 주장하자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한반도만큼 군사훈련이 중요한 곳이 없다”며 훈련의 정상적 시행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올해) 상반기에 남북 관계를 어느 정도 복원하고 하반기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본격적인 궤도로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한 번 더 이뤄져 한반도 평화의 과정이 돌이킬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는 것까지를 (그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고도 밝혔다. 여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서는 “답방하겠다는 합의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본다”며 “내년에 대선이 있으므로 올해 안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현재 시점에서 북한이 백신을 받겠다고 나올 가능성은 제로(0)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북한 지원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한 데 대한 한 대북 소식통의 반응이다. 이 소식통은 “2019년 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상당하다”며 “아무리 백신을 준다고 해도 대화조차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2019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남북 당국 간의 대화 채널은 물론이고 민간단체 간의 교류도 사실상 전부 차단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우리 당국이 제안한 보건 협력에 대해 ‘비본질적 문제’라며 공개적으로 거부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들을 남북관계 개선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서 “백신이 남을 경우 제3의 어려운 국가 혹은 북한에 백신을 제공할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백신 확보 상황까지 언급하며 지난해 11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백신이) 좀 부족해도 부족할 때 나누는 것이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통일부는 정 총리의 발언 다음 날 “정부 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원 관련)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검토조차 없이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발언을 한 것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지만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백신을 언제 접종받을 수 있을지, 확보된 백신 물량은 충분한 건지, 부작용은 없을지 등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다. 우리 국민에 대한 구체적인 백신 접종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불쑥 제기되는 백신의 북한 지원론은 여러 전제를 덧붙였다고 해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북한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리 없다. 실제 지원을 고려한다면 대북 제재 저촉 여부에 대한 검토 등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2019년 초 추진된 타미플루 20만 명분 지원도 남북 간 합의에는 도달했으나 북한으로 약을 보낼 화물차량의 제재 면제 문제로 유엔사가 불허해 결국 무산됐다. 당시 북한 측은 약을 받기 위해 두 달간 개성에 머물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조급증으로 설익은 제안을 던지는 것은 여론의 반발과 함께 당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만 키울 수 있다. 국민적 공감, 한미 간의 조율, 북한의 호응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남북 교류협력의 성사 가능성도 커진다. 임기 만료를 1년여 앞둔 현 정부가 조바심으로 무리수를 둔다면 결국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권오혁 정치부 기자 hyuk@donga.com}
모즈타바 조누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의 화상 면담에서 “한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을 신속히 돌려주면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 해제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 고위 인사가 억류된 한국 선박과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의 연계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란은 그동안 한국 선박 억류는 “환경오염 때문”이라며 외교적 이슈가 아닌 사법적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조누르 위원장은 한국 선박을 나포한 이란 혁명수비대 최고지도자실 부대표를 지낸 인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이다. 31일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조누르 위원장은 송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아직 한국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누르 위원장은 “한국 선박이 억류된 건 순전히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이란 당국의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양국 간 신뢰 형성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4일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던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뒤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에 억류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그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국내에 동결된 자금의 해결을 다각도로 요구하면서 자금 동결이 선박 억류의 실질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송 위원장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누르 위원장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넌지시 (두 사안의 연계성을) 시사했다”며 “선박 억류와 자금 동결 건이 분리됐다는 게 이란과 우리 당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송 위원장은 “국내에 동결된 이란 대금을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통해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이란에도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달 28일에는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와 만나 조누르 위원장의 화상 면담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SHTA는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대금을 스위스로 보낸 뒤 스위스에서 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고 그 대금을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이란 간 직접거래는 없는 셈이지만, SHTA 방식의 성사 여부도 대(對)이란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달려 있다.권오혁 hyuk@donga.com·강성휘 기자}

모즈타바 조누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의 화상 면담에서 “한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을 신속히 돌려주면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 해제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 고위 인사가 억류된 한국 선박과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의 연계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란은 그동안 한국 선박 억류는 “환경오염 때문”이라며 외교적 이슈가 아닌 사법적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조누르 위원장은 한국 선박을 나포한 이란 혁명수비대 최고지도자실 부대표를 지낸 인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이다. 31일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조누르 위원장은 송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아직 한국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누르 위원장은 “한국 선박이 억류된 건 순전히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이란 당국의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양국 간 신뢰 형성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4일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던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뒤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에 억류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그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국내에 동결된 자금의 해결을 다각도로 요구하면서 자금 동결이 선박 억류의 실질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송 위원장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누르 위원장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넌지시 (두 사안의 연계성을) 시사했다”며 “선박 억류와 자금 동결 건이 분리됐다는 게 이란과 우리 당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송 위원장은 “국내에 동결된 이란 대금을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통해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이란에도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달 28일에는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와 만나 조누르 위원장의 화상 면담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SHTA는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대금을 스위스로 보낸 뒤 스위스에서 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고 그 대금을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이란 간 직접 거래는 없는 셈이지만, SHTA 방식의 성사 여부도 대(對)이란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달려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통일부가 2019년 진행된 탈북자 인권조사 결과 보고서를 지난해 12월 발간한 뒤 비공개 조치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간된 2017년, 2018년 보고서에 이어 3년 연속 인권조사 보고서를 비공개 처리한 것. 정부가 인권문제에 민감한 북한을 의식해 인권 문제 제기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통일부에 따르면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9년 북한인권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3급 비밀’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일부 비밀취급인가를 받은 사람만 보고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3급 비밀 지정 이유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정착 노력에 저해될 수 있다는 점과 탈북자 신상정보 보호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가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북한인권법 2조를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일각에선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한 공개 보고서 발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별도의 대외공개용 보고서를 낼 계획은 없다”며 “추후 센터장 임용 뒤 다시 검토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내 북한 인권조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센터장 자리는 현재 임용 절차가 진행 중으로 공석 상태다. 통일부는 올해 탈북자 정착지원 교육기관인 하나원 입소 탈북자에 대한 인권조사 연구용역을 외부기관에 맡기지 않을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탈북자가 크게 줄어들어 올해 인권조사는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만으로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하나원 입소 탈북자 인권조사에서 배제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등 민간단체는 올해도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북한인권단체들은 북한인권조사가 정권의 대북정책에 관계없이 충실히 진행되기 위해선 정부가 조사를 독점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할수록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소지가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인권조사 보고서 비공개 조치에 대해 “북한 정권이 불편한 사안은 철저히 외면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통일부가 앞으로도 북한인권 조사를 독점하고 20년 넘게 국내외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려온 민간단체의 조사를 막는다면 향후 북한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바이든 정권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2014년 10월 압록강변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에 체포된 김국기 씨” (납북 피해자) “2000년 1월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김동식 목사 납치에 가담한 조선족 김학수” (납치 가해자) 28일 공개된 웹사이트 ‘풋프린트(발자국)’에 담긴 북한 정권에 의한 납치·감금 사례 일부다. 풋프린트에는 북한 정권에 의해 납치되거나 강제 구금된 사례 2만 여 건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다. 국내 비영리 인권단체 전환기워킹정의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물망초 등과 스위스 비정부기구 휴리독스(HURIDOCS) 등 9개 단체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납치·구금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과 사진뿐 아니라 UN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WGAD), UN 강제적·비자실적 실무그룹(WGEID),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에 제출한 진정서와 북한당국의 혐의 부인 답변기록 등도 열람할 수 있다. 피해자와 목격자 증언을 담은 동영상 자료도 포함됐다. 현재는 6·25전쟁 국군포로나 1969년 납북된 대한항공(KAL) 여객기 탑승자 등 1950년부터 2016년까지 확인됐거나 추정되는 납북 피해자 2만여 명의 기록이 수록돼 있고 앞으로 피해자 7만여 명의 데이터를 더 추가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국무부의 후원으로 2017년 시작됐다. 국내 인권단체들이 관련 사례 수집했고 휴리독스 측이 기술 지원을 맡았다. 피해가족단체 중 하나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납북인사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기록을 정리하는 일은 수십 년간 끝없는 일이었다”며 “소중한 기록이 온라인상에 체계적으로 보존되니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6·25전쟁 국군포로 등 납북 피해자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정부가 이 문제를 방치한 상황에서 민간단체들이 합심해 통합 자료를 구축하게 됐다”며 “이 자료들이 향후 피해자와 가족들의 유엔 진정과 소송 제기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인영 통일부 장관(사진)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단을 요구한 3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 심각한 군사적 긴장으로 가지 않도록 지혜롭고 유연한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화를 시사한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대북) 제재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우리 구상”이라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나 중단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도 강조한 것. 이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아직까지 남북미가 서로에게 긴장을 조성하는 부분에 대해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쪽의 시각도 유연하게 열려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훈련 여부와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도쿄 올림픽 개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방향, 전시작전권 환수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통일부 고위 당국자도 “대북 제재를 시행한 지 시간이 꽤 지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 제재를 유연하게 구사해 비핵화 등 촉진 과정으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세 변화를 관망하기보다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설을 계기로 화상 상봉이라도 하기를 바라고 남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에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관계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적십자 회담도 개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가 다음 달 설을 계기로 화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 개최를 조만간 북한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남북 통신선이 모두 끊겨 있는 상황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북한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80)의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가 2019년 9월경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같은 해 7월 한국으로 탈출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와 비슷한 시기에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잇따라 망명한 것. 대북 소식통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해외의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대북 제재 지속으로 외화벌이가 어려워진 데 따른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25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급이던 류 전 대사대리는 가족과 함께 입국해 현재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지낸 전일춘으로 알려졌다. 전일춘은 김정일의 중고교 동창으로 김정일 김정은 2대에 걸쳐 김정은 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인물로 2017년 39호실장에서 물러났다. 노동당 39호실은 최고지도자와 당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다. 주로 중동지역에서 근무했던 류 대사대리가 있던 쿠웨이트 대사관은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을 관할하면서 중동 지역 무기 거래와 해외 근로자 송출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쿠웨이트 대사관은 중동지역 내 외화벌이를 총괄하는 중점 대사관 중 하나”라며 “대북 제재 전까지는 외화벌이 규모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고 했다. 이 때문에 류 전 대리대사도 근로자 임금과 무기수출 대금이 39호실로 흘러가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전 대사대리에 이어 류 전 대사대리까지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드러나자 해외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 소식을 들은 외교관들이 김정은 체제와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이 커진 것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외교관 출신 대북 소식통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던 외교관들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와 송금이 어려워진 데 대한 스트레스가 한층 더 커졌다”며 “이 때문에 해외 공관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됐다”고 전했다. 쿠웨이트도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9년에만 노동자 900여 명을 내보냈다. 해외 근로자들의 북한 송환 시한인 2019년 12월을 앞두고 근로자 임금 명목의 외화를 북한에 송금해야 하는 대사관에 대한 압박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류 전 대사대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고려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혁 hyuk@donga.com·최지선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단을 요구한 3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 심각한 군사적 긴장으로 가지 않도록 지혜롭고 유연한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화를 시사한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대북) 제재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우리 구상”이라고 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나 중단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도 강조한 것. 이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아직까지 남북미가 서로에게 긴장을 조성하는 부분에 대해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쪽의 시각도 유연하게 열려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훈련 여부와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도쿄올림픽 개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방향, 전시작전권 환수 측면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통일부 고위 당국자도 “대북 제재를 시행한 지 시간이 꽤 지나고 있음에도 이렇다할 성과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 제재를 유연하게 구사해 비핵화 등 촉진 과정으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세 변화를 관망하기보다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설을 계기로 화상 상봉이라도 하기를 바라고 남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에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관계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적십자 회담도 개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가 다음달 설 계기 화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 개최를 조만간 북한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남북 통신선이 모두 끊겨 있는 상황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북한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금고기지’ 역할을 한 전일춘(80)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2019년 9월경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같은 해 7월 한국으로 탈출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에 비슷한 시기에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잇따라 망명한 것. 대북 소식통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해외의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대북 제재 지속으로 외화벌이가 어려워진 데 따른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25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관급이던 류 전 대사대리는 가족과 함께 입국해 현재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지낸 전일춘으로 알려졌다. 전일춘은 김정일의 중·고교 동창으로 김정일, 김정은 2대에 걸쳐 김정은 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인물로 2017년 39호실장에서 물러났다. 노동당 39호실은 최고지도자와 당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다. 주로 중동지역에서 근무했던 류 대사대리가 있던 쿠웨이트 대사관은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을 관할하면서 중동 지역 무기 거래와 해외 근로자 송출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쿠웨이트 대사관은 중동지역 내 외화벌이를 총괄하는 중점 대사관 중 하나”라며 “대북 제재 전까지는 외화벌이 규모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고 했다. 이 때문에 류 전 대리대사도 근로자 임금과 무기수출 대금이 39호실로 자금이 흘러가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전 대사대리에 이어 류 전 대사대리까지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드러나자 해외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 소식을 들은 외교관들이 김정은 체제와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고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 대북 소식통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던 외교관들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와 송금이 어려워진 데 대한 스트레스가 한층 더 커졌다”며 “이 때문에 해외 공관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됐다”고 전했다. 쿠웨이트도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9년에만 900여 명의 노동자를 내보냈다. 해외 근로자들의 북한 송환 시한인 2019년 12월을 앞두고 근로자 임금 명목의 외화를 북한에 송금해야 하는 대사관에 대한 압박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류 전 대사대리는 “자녀의 미래를 고려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