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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칼럼100%
  • IS “백악관 불태울것” 美테러 협박

    이슬람국가(IS)는 말리 인질극에 앞서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도 가했다. 워싱턴에 있는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에 따르면 자신들을 IS 대원이라고 밝힌 아랍계 남성 두 명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대한 테러를 다짐하는 6분 분량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중무장한 대원은 동영상에서 “시작은 프랑스였지만 끝은 백악관이 될 것”이라며 “폭탄 벨트와 차량 폭탄으로 (백악관을) 태워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아직 파리 테러와 유사한 공격이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믿을 만한 첩보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추가 테러 가능성을 부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추가 테러에 대비해 IS 연루 의심자 40여 명을 전자장비 등을 이용해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는 여객기 수색 소동으로 승객들이 3시간 45분이나 발이 묶였다. 한편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IS 격퇴를 위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19일 제출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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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늘했던 美-러, IS격퇴 어깨동무… 러 “락까 폭격” 사전통보

    ‘신(新)냉전’ 대결을 벌여 왔던 미국과 러시아가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를 폭격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협력 자세를 보임에 따라 반(反)IS 공조 전선이 확대될 조짐이다. AP통신은 17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 지역에 대한 장거리 폭격을 감행하면서 카타르 소재 미군 중부사령부에 폭격 정보를 사전에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의 태도는 기존과는 다른 것”이라며 “미국과 러시아의 공조가 IS와의 전쟁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도 “아직 군사적으로 러시아와 본격적으로 협조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필요한 정보는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공조 사실을 확인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16일 “미국이 적극적으로 러시아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워싱턴 안팎에서도 ‘전략적 연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파리 테러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의 ‘왕따’ 신세에서 대테러전의 ‘실세’로 바뀌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의 사전 통보는 전날 파리를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시리아 휴전안’을 거론한 뒤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미국 기자들에게 “시리아에서 휴전과 정치체제 이행이 있기 전까지는 (국가 간) 협력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의 희망사항을 건드렸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집권 세력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금까지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미국이 알아사드 정권의 유지를 전제로 한 휴전 카드를 꺼내면서 러시아가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관측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미-러의 공조를 가장 바라는 나라는 테러 피해국인 프랑스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정전이나 휴전 없이 ‘다에시’(Daesh·IS가 사용을 금지한 IS의 아랍어 이름)와 싸우겠다”고는 했지만 미-러의 도움 없이는 장기전을 이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행선지를 러시아로 돌려 26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군사작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반IS 연합군에 가담하게 되면 전쟁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17일부터 IS 거점인 락까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18일에도 러시아는 Tu-95MS 전략폭격기 등 장거리 폭격기 25대를 본토에서 시리아 상공으로 보내 락까 등에 순항미사일 34발을 발사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유럽 최대 항공모함인 ‘샤를드골’함을 19일부터 걸프 만에 전진 배치하면 시리아와 이라크에 산재한 IS 거점들은 ‘융단 폭격’에 가까운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미-러 공조가 일시적인 전략적 협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 수십만 명을 학살한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시리아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란 등 시리아 인접 국가도 알아사드 정권에 동조하기 때문에 해법은 간단하지 않다. 국제 정치컨설팅기관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군사 전문매체인 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수니파인 IS를 공격하면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을 결과적으로 도와주게 되는 골치 아픈 역설 때문에 미-러가 계속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러시아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IS가 락까 주민들을 볼모로 ‘인간 방패망’을 만드는 등 방어에 치중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한편 시리아 반정부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사흘간 이어진 프랑스의 락까 공습으로 IS 조직원 33명이 사망했다”고 18일 밝혔다. SOHR는 또 “락까의 IS는 연합군과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를 앞두고 주민 이탈을 막는 한편 조직 지도부와 가족들은 안전한 이라크 모술로 피신시킨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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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새벽 훈련-무슬림 혐오 폭력… 테러가 흔든 미국

    파리 테러가 미국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 도심 한가운데에서 전례 없이 테러 대비 새벽 항공훈련이 진행되는가 하면 테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속에 무슬림에 대한 혐오 폭력도 나타나고 있다. 북미지역 영공 방위를 맡고 있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18일(현지 시간) 0시부터 오전 2시 30분까지 워싱턴 상공에서 테러 대비 항공훈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군 F-16 전투기와 민간항공 초계부대 전투기, 해안경비대 소속 MH-65 돌핀 헬리콥터 등이 동원돼 테러 위협을 사전에 적발하고 진압하는 훈련이다. NORAD가 워싱턴 도심을 특정해 훈련을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슬림에 대한 반감도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17일 텍사스 주 오스틴 외곽 이슬람 사원에서는 누군가가 인분을 버리고 꾸란을 찢은 뒤 달아나기도 했다. 이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일리노이 주 시카고로 향하던 항공기에서는 중동계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승객 4명이 의심을 받고 강제 하차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캐나다에서도 16일 토론토에서 남성 2명이 무슬림 여성 1명을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14일에는 이슬람 사원 방화사건도 일어났다. 미국 비영리단체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사회 각 분야에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변해 동성애자 68%, 흑인 63%, 히스패닉 56%, 여성 53%를 훨씬 앞섰다. 워싱턴 시내는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16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는 사회자가 이례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미리 알려드린다”는 말을 해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파리 테러 후폭풍으로 대선 지형까지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재직 시절 유약한 외교정책 때문에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집단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반면 IS에 대한 강경 조치, 난민수용정책 재검토 등을 주장하는 공화당 대선주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맞대결을 가정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40%대 후반에서 중반으로 떨어졌고, 루비오 의원은 40% 초반에서 중반으로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파리 테러 이후 난민 수용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이 히틀러의 유대인 인종청소로 이어지기 직전인 1938년과 1939년 유대계 난민 입국에 대한 거부감과 비슷할 정도로 높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재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한 미국 주는 전체 주의 절반을 넘는 31개까지 늘었다. 여기에 워싱턴 정가에 4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장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시리아 난민 수용 거부 법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회와 백악관이 정면충돌 양상까지 치닫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난민 수용 거부는 과잉 반응이며 미국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백악관이 난민 거부 의사를 표시한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설득하고 있지만 별 무소득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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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선포한 올랑드 “佛 영혼은 야만인이 망치지 못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연쇄테러 배후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전시(戰時) 지도자’로 변신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베르사유궁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면서 “현재 프랑스는 전쟁 중”이라며 “IS와 맞서 테러리즘을 궤멸시키겠다”고 역설했다. 이를 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이라는 평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9·11테러 이후 내놓은 정치적 수사(修辭)와 비견되는 역사에 남을 연설”이라고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연설 내내 IS 대신 지난해부터 프랑스 정부가 써 온 ‘다에시’(Daesh·IS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낮춰 부르는 아랍어. ‘짓밟다’는 뜻의 다샤(daasha)와도 비슷하다)라는 표현을 썼으며 그들을 ‘야만인’ ‘적’이라고 불렀다. 중도좌파 사회당 출신인 올랑드 대통령은 평소 갈등을 회피하는 유약한 이미지로 ‘마시멜로(부드럽고 물렁물렁한 양과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선 “이 전쟁은 문명사회의 일원이 아닌 세계를 위협하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야만인들이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공격해 와도 프랑스는 변함없이 프랑스로 남을 것이다. 그들은 절대로 프랑스의 영혼을 망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IS 격퇴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도 요구했다. 연설이 끝나자 정부 각료 및 상하원 의원들은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으며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공화정이 설립된 1848년 후 베르사유궁에서 대통령이 연설한 것은 프랑스 역사상 세 번째”라며 이번 연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헌법 개정 등 국가적 중대사를 논의할 때만 프랑스 상하원은 베르사유궁에 모인다. 올랑드 대통령이 ‘11·13 파리 연쇄테러’ 사건 직후 ‘전쟁’을 선포한 것은 프랑스군을 시리아나 이라크로 깊숙이 보내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였다. 프랑스군이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위권이나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전쟁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 이웃 국가를 향해 “유럽연합(EU)이 국경 통제를 하지 못하면 결국 EU가 해체될 것”이라며 국경 강화를 요구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행보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먼저 화답했다. 케리 장관은 16일 파리를 깜짝 방문해 프랑스와 함께 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후 파리 시내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다에시와 그들의 비열한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세력을 모두 분쇄하고 처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두 파리지앵”이라며 “프랑스와 미국은 동맹을 넘어 친구이며 가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는 1만여 명의 잠재적 테러 용의자 정보를 담은 ‘S파일’의 관리를 미국과 정보 공유를 통해 강화할 계획이다. 파리 테러범들이 이미 S파일에 포함돼 있었지만 당국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의 ‘전시 행보’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는 프랑스 라디오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전쟁’을 언급한 것은 실수”라며 “IS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어줄 뿐만 아니라 과거 중동 정책의 실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와 맞서 싸우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까지 주장하자 “너무 나갔다”는 말이 쏟아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공격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중 국적자의 프랑스 시민권 박탈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외국인의 신속한 강제추방 등을 골자로 한 테러 대응 계획을 내놓았다. 프랑스는 16일에 이어 17일 새벽에도 자국 내 테러조직 은신처 128곳을 급습해 23명을 체포하고 로켓 발사기를 포함한 무기류 31개를 압수했다. 프랑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6일 시리아에서 귀국하는 모든 자국민을 가택 연금하고 엄중 감시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날 “증오를 설파하는 모스크를 해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마뉘엘 발스 총리도 ‘극단주의자를 숨겨주는 모스크’의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압박해 프랑스의 ‘톨레랑스(관용)’ 전통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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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戰後 세계질서 흔들어… 美, 러와 손잡고 IS격퇴 나서야”

    16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반,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회의실. 이날 열린 ‘글로벌 안보’ 포럼의 마지막 특별 좌담회 주인공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등장하자 회의실 안팎의 500여 명이 일제히 기립 박수로 맞았다. 리처드 닉슨 정부 시절 핑퐁외교로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국제정치의 현인(賢人)’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92·사진)이었다. 당초 그는 이란 핵 협상에 대해 언급할 계획이었으나 화제는 온통 ‘이슬람국가(IS)’가 주도한 프랑스 파리 테러로 모아졌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팡이에 보청기까지 끼고 나타났지만 고령을 무색하게 하는 특유의 통찰력으로 1시간 동안 파리 테러의 국제정치적 의미를 진단하고 미국 등 서방 세계의 대처 전략을 조언했다. 공교롭게도 IS가 다음 테러 목표로 워싱턴을 언급한 직후라 회의실 주변에는 차가운 불안감이 감돌았던 것도 사실. 좌담회 전에는 경찰이 테러 가능성을 의심해 CSIS 인근 워싱턴 시내 차도를 잠시 통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특강을 들은 참석자들은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절세 고수인 ‘요다 스승’의 고견을 들은 것 같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키신저 전 장관이 존 햄리 CSIS 소장과 나눈 좌담회와 그 후 동아일보 등 일부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나눈 대화를 엮어 일문일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파리 테러를 접하고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지금껏 살면서 이것저것 다 본 나도 매우 놀랐습니다. 폭력의 잔혹성, 특히 희생자들의 처참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테러는 뉴욕의 9·11 테러(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2004년), 영국 런던 테러(2005년 7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는 그야말로 ‘근본적인 도전(fundamental challenge)’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그는 “파리 테러를 접한 뒤 ‘나는,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되돌아보게 되었다”며 “수십 년간 외교 현장에 있던 나 스스로에게도 ‘어디로 가야 하는가(Where do we go from here)’라고 자문했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왜 파리가 두 번이나 공격당했을까요. “파리는 그냥 한 나라의 수도가 아닙니다. 현대의 공화국 제도를 만든 ‘정치 혁명의 어머니’ 같은 곳이고 서방 세계 정신의 한 축입니다. IS는 이걸 매우 잘 알고 있었고 ‘파리’를 공격함으로써 우리에게 충격파를 던지려 한 것이죠. 어쨌든 우리는 기존의 국제 질서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할 분기점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도전’에 맞닥뜨렸다고 했는데 그게 무엇인가요. “IS가 기존 그 어떤 테러 조직보다 더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것은 폭력의 잔혹성뿐만 아니라 국제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1, 2차 세계대전 후 형성된 국경, 그러니까 지금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물리적 틀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거죠. 그들은 시리아, 이라크에 점령지를 만들고 자기 마음대로 국경을 그어 국가를 선포하면서 지금까지 누구든 지켜야 했던 최소한의 국제정치 질서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IS가 위험한 본질적 이유입니다.” ―그런 IS에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적의 적은 나에게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우선 러시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30여 년 전 중동 지역의 통제권을 사실상 미국에 내준 뒤 조용히 있었지만 IS가 등장한 뒤 시리아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IS가 이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면 시리아에서 북쪽으로 멀지 않은 러시아 국경도 침범할 수 있고, 이는 러시아 정세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이런 고민을 활용해 미국이 과감하게 손을 잡는다면 중동 지역에서 IS에 대한 효과적 대처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가 IS를 공격하면서 동시에 시리아 반군을 공격해 (오바마 정부가 몰아내려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돕는 것으로만 이해하는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IS를 몰아내는 게 더 급선무입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했던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IS의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대화 채널 확대 등 정보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유럽은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유럽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서방세계에 진정하고도 역동적인 멤버로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기존처럼 사안에 따라 서로 입장이 달라 결과적으로 방관할 게 아니라) IS가 세계에 던진 근본적인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파리 테러 이후 미 대선 주자들이 IS 대처와 관련해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내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대선 주자들에게 조언하신다면…. “정치권이든 정부든 IS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재와는 다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저 편하게 기존 정책을 반복하거나 정치적 슬로건을 즉흥적으로 낸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IS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당장에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상황을 길게 보고 대처해야 해법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헨리 키신저 ::1923년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계로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를 마치고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1971년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으로 발탁돼 미중 수교 등 현대 외교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1973년에는 베트남전 평화 협상을 주도한 공적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77년 국무장관 퇴임 후에도 미 대통령들에게 외교 전략을 조언해 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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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킹 어려운 ‘소니 PS4’로 테러 모의… 西方 감시 따돌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기관들이 테러 조직을 감시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글로벌 안보’ 포럼에 참석한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ICA) 국장은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 파리 테러를 CIA도 사전에 몰랐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브레넌 국장은 “기술 혁명은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테러를 전면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번 참사는 정보기관의 대테러 역량이 혁신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경종(wake up call)을 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 수장의 고백처럼 이번 테러 후 미국에선 “9·11테러를 겪은 뒤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하는 등 대테러 역량을 몇 배나 강화했는데 어떻게 이 같은 테러 징후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느냐”는 지적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엔 파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워싱턴 등 미국 도시들도 언제든지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는 왜 이렇게 IS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디지털 정보전에서 완패 미 대테러 전문가들은 IS가 글로벌 테러단체로 발전하면서 서방 정보기관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이버 정보 능력을 강화했지만, 정보기관들은 이에 걸맞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매슈 올슨 전 미 대테러센터(NCTC) 소장은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IS 테러범들이 정보기관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암호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테러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3년 미국의 대테러 감청을 총괄하는 국가안보국(NS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무차별 감청을 폭로한 뒤 IS가 기존의 감청에 걸리지 않는 다양한 메신저 앱을 활용해 기밀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존 밀러 미 뉴욕 경찰국 대테러담당 부국장도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IS가 사용하는 기밀 통신용 앱은 일정 시간 후 자동 삭제되거나 폐기되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감청에 웬만해선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보기관이 테러 조직이 사용하는 앱을 찾아내더라도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앱의 승인이 필요하고, 이때 앱은 다시 사용자에게 이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IS는 다른 앱으로 옮겨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고 이를 뒤쫓는 정보기관은 한발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이날 “IS는 테러 공격 모의와 대원 모집에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보다 해킹 가능성이 적은 일본 소니사 게임인 ‘플레이스테이션4(PS4)’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날 보안 전문가를 인용해 “IS가 킥(Kik), 슈어스폿(Surespot), 위커(Wickr), 텔레그램(Telegram)과 같은 각양각색의 암호화된 메신저 앱도 사용하고 있어 정보기관조차도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대테러 활동 위축된 서방 정보기관 이처럼 IS의 정보력은 날로 강해지는 반면 미 정보기관들의 대테러 활동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서방세계의 정보 감찰을 주도하며 필요하면 관련 정보를 프랑스, 영국 등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 이후 NSA가 민주당 등 정치권의 견제를 받아 왔고, 결국 올해 6월 NSA 등 정보기관의 무차별 감청을 금지하는 ‘자유법’이 통과되면서 대테러 정보활동이 이전보다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S는 디지털 정보전 외에도 인적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서도 서방과의 정보전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헬 데일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IS 정보력 분석 보고서’에서 “IS는 디지털 정보력 강화와 동시에 특수인력을 양성해 테러 관련 정보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를 길러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핵심 지령 전달과 테러 대상 교란 등 디지털상에서는 하기 어려운 고도의 첩보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IS는 역사상 최고 부자 테러조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IS는 지난해 이라크 주요 도시와 시리아 유전지역을 점령하면서 원유 밀매로 막대한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 지역 수니파 부자들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게다가 IS는 점령 지역의 고대 유물을 밀거래해 현금화하고 심지어는 디지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으로도 자금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IS의 자산을 최소 20억 달러(약 2조34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국립안보문제연구소(INSS)에서 사이버전 분석 총괄 조정관을 맡고 있는 다니엘 코헨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IS는 잔혹한 폭력성뿐만 아니라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디지털 테러조직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미국 등 서방세계가 원점에서 다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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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이슈, 경제에서 테러로

    전대미문의 프랑스 파리 테러가 미국 대선 정국도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중산층 살리기, 불법 이민자 정책 등에 집중됐던 대선 이슈가 삽시간에 대테러 이슈로 집중된 것. 14일 미 아이오와 주 디모인의 드레이크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2차 TV토론은 시작부터 파리 테러가 이슈로 다뤄졌다.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갖고 시작한 토론에서 검은색 의상을 입고 나온 선두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과격 지하디스트 이데올로기 같은 것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결연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IS는 봉쇄가 아니라 철저하게 격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테러 발생 하루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IS 격퇴전과 관련해 “이제 IS는 어느 정도 봉쇄됐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집권하면 IS 격퇴에 군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그러자 클린턴을 추격 중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클린턴이 상원의원 시절인 2001년 이라크전쟁 승인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거론하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역사상 최대의 외교 실패였다. 이라크 침략이 중동 지역을 완전히 헝클여 놨고, 알카에다와 IS의 발호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클린턴은 “이라크 침공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IS와 같은) 극단적 테러리즘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IS 정책에 맹공을 퍼부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텍사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폭격을 해서라도 IS는 뿌리 뽑아야 한다”며 “내가 집권하면 시리아 난민을 한 명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내가 1년 전부터 경고했던 일이 결국 유럽에서 터졌다. 미국도 IS 테러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테러로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에 지상군 투입을 본격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우리의 IS 척결 노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벤 카슨은 14일 “지금 당장 지상군을 시리아에 투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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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U 사기 높인 오바마의 연설

    12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연회장인 이스트룸. 군복을 입은 채 긴장한 표정의 한 젊은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군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을 받는 플로렌트 그로버그 예비역 대위(32)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들어서자 그와 반갑게 악수를 하더니 곧장 마이크를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라는 그로버그 대위의 애칭을 사용하며 그의 성장기부터 소개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플로는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때 미국에 이민 온 뒤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살았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뛰는 것을 좋아했죠. 단거리든 중거리든 가리지 않고 모든 경쟁자들이 항상 그의 뒤에 있었습니다.” 그로버그 대위의 군 생활도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듯 소개했다. “플로는 메릴랜드대에 가서도 육상을 계속했고 졸업 후 군에 지원해서도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훈련, 정신력(gut) 팀워크, 이게 바로 플로를 훌륭한 육상 선수이자 군인으로 만든 자질이었습니다.” 그로버그 대위는 2008년 입대 후 아프가니스탄전에 파병된 뒤 2012년 8월 중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자세하게 설명했다. “플로는 아프간에서 미군과 아프간 현지 지도자들의 정례 회의를 주관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날도 그런 회의가 열렸죠. 회의장에 가려고 다리를 건너는데 수상한 사람 두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리로 접근했죠. 플로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말을 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자의 몸에 이상한 물체가 있었죠. 플로는 순간 폭탄임을 직감하고 순식간에 그에게로 달려가 밀기 시작했어요. 가급적 그를 멀리 밀쳐내야 피해가 적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죠.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결국 폭탄이 터졌습니다.” 그로버그 대위의 영웅적 행동에도 폭탄 테러로 미군 4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도 왼쪽 허벅지 근육이 절반 이상 떨어져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의 대처가 없었다면 최소 30여 명이 즉사했을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의 영웅적 조치로 미군의 피해가 이 정도로 그쳤습니다. 사고 뒤 33번의 수술 끝에 이 자리에 선 플로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군 최고 통수권자로부터 눈앞에서 10여 분간 자신의 성장기와 공적 설명을 들은 그로버그 대위는 눈이 충혈돼 별다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행사 후 국방부를 통해 “오늘처럼 제복을 입은 게 자랑스러운 순간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또 하나의 감동적인 연설로 제복 입은 미군의 사기를 고취시켰다”고 보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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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승헌]‘의사당 숙식’ 美하원의장의 국민 소통

    요즘 미국 의회는 미국 정치에서 ‘40대 기수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폴 라이언 신임 하원의장 띄우기에 한창이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서열 3위인 그가 “공화당에 정책 비전이 없다”고 한 취임 일성은 CNN을 틀면 반복해서 나온다. 최근 그에 관한 언론보도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밤에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잔다는 것이었다. 하원의장 집무실은 별도로 제공된다. 그것도 내실(內室)이 딸린 제법 호화로운 집무실이다. 하지만 라이언 의장은 이를 마다하고 자신이 사용해 온 ‘롱워스 하우스’ 의원회관 내 사무실을 취임 후 그대로 쓰고 있다. 밤에는 퇴근도 하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자면서 말이다.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자고 주말엔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 제인즈빌로 돌아가 가족과 지내는 일상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며칠 전 가 본 그의 집무실은 안내 데스크 한쪽엔 보좌진 사무실, 다른 한쪽엔 3∼4평 규모의 의원 사무실이 있었는데 간이침대는 그 안에 있었다. 라이언 의장이 24시간 사무실에 머물며 간이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하원의장실이 언론에 ‘흘렸다’는 게 정설이다. 사실 미 의회에서는 라이언 의장처럼 사무실에서 잠자며 일하는 의원이 많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35명의 하원의원 중 50명 정도가 간이침대 신세를 지고 있다. 이는 ‘일 중독’이라기보다 살인적인 워싱턴 집값 탓도 크다. 하지만 하원의장실이 언론을 통해 이런 것을 알리는 과정을 보며 느낀 것은 남들도 다 하는 것을 자기만 하는 것처럼 포장한다기보다 ‘홍보 쇼’를 해서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노회한 중진들이 맡던 하원의장 역할 모델을 라이언 의장이 바꿀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정치 혐오를 줄여 보려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엇비슷한데 이에 대처하는 자세는 천지차이 같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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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발전을 보라… 희생 잊혀지지 않을 것” 미국 참전용사들 부산 향해 경례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11일(현지 시간) 오후 3시 워싱턴 내셔널몰 안에 있는 6·25전쟁 참전 용사 기념 공원.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윌리엄 웨버 6·25전쟁 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예비역 대령) 등 참전 용사들과 가족 50여 명이 일제히 몸을 서쪽으로 돌렸다. 태평양 건너 한국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향한 것. 6·25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소속 11개국 참전 용사들이 안장된 곳이다. 국가보훈처가 기념재단 등과 함께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마련한 ‘부산을 향하여(Turn to Busan)’라는 추모 행사에서다.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웨버 이사장은 힘겹게 왼손을 들어 경례를 했다. 역시 참전 용사인 래리 키너드 6·25전쟁 참전용사협회(US-KWVA) 회장은 기념사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진 참전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6·25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다만 ‘잊혀진 승리’라는 것은 한국의 발전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웨버 이사장은 마침 행사에 참석한 아산정책연구원 산하 아산서원 학생 30여 명에게 “한국의 젊은 세대를 보면서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던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웨버 이사장은 6·25전쟁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선 현재 추진하고 있는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25전쟁에서 전사하거나 부상한 참전 용사들과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유리벽을 기념공원 내에 조성하겠다는 것. 하지만 사업 추진을 결정할 미 의회의 관심이 적어 관련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하원 H.R.1475, 상원 S.1982 법안)의 처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이미 설계도까지 나와 있는 만큼 미 의회에서 현재 관련 법안을 승인만 하면 된다”며 “내년이면 90세인데 죽기 전에 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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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 대선토론 와이파이 패스워드는 ‘스톱 힐러리’

    “후보들의 막말 공세가 주류였던 공화당 대선 레이스가 이제 제정신을 차린 것 같다.” 10일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공화당 대선 경선 4차 TV토론 뒤 워싱턴포스트는 이렇게 평가했다. 인신공격보다는 불법 이민자 문제, 군사비 증액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는 것. 토론회 직전까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서로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은 비난을 자제했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지율 급상승 중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향한 공격 대신 자신의 정책을 알리려 애썼다. 이유는 대세론을 다시 형성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경각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토론주자들은 이날 “대선에서 힐러리를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힐러리를 이길 적임자”라고 입을 모았다. 공화당은 이날 토론회가 열린 밀워키극장 내 무선인터넷용 비밀번호도 ‘StopHillary(힐러리 멈춰)’로 설정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 대책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은 법치국가다.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는 되돌려 보내야 한다.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책임지고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시 전 주지사는 “클린턴 진영에서 트럼프 말을 들으면 (히스패닉 표를 모을 수 있어)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할 것”이라며 “제발 현실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카슨은 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최근 제기된 청소년기를 과장되게 포장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정직한 사람이란 것을 안다”며 일축했다. 미 언론은 이날 토론회의 실질적인 주제는 ‘클린턴’이었다며 트럼프와 루비오가 비교적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카슨의 선두 체제하에 루비오가 뒤를 잇는 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트럼프, 카슨에 대해 11일부터 공식 경호를 시작했다. 경호 요원들의 무선통신 코드명으로 트럼프는 ‘모굴(Mogul·재벌이란 뜻)’, 카슨은 ‘엘리(Eli)’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한 코드명을, 카슨은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 사무엘을 키운 제사장을 일컫는 표현을 통해 영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골랐다고 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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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누가 당선되든 ‘대북 전략적 인내’는 없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북핵 문제에서 더이상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이 ‘차기 정권에서 북핵 이슈가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견해차는 있지만, 제재와 대화를 반복하다가 북한의 핵개발 능력만 높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지난달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전략적 인내는 (더이상) 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에 위협” 한목소리 미 대선 레이스는 아직 초반이라 주요 주자들의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세 중 발언만 봐도 누가 당선되든 지금과는 다른 대북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우 오바마 정부 내에서도 비교적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된다. 그는 이달 6일 뉴욕 연설에서 북한을 적시하며 “러시아 이란과 함께 ‘전통적 위협’”이라고 했다.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에선 “북한은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빈약한 자원을 핵무기 개발과 이웃과의 대결에 소진하는 정권”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의 견해가 이러한데 오바마의 대북 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공화당 주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가 대북 정책이라며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향해 “미치광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9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뭔가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장 큰 외교 안보 위협은 북한 이란과 같은 ‘불량 국가(rogue states)’”라고 못 박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이중 잣대 중국에 대해서는 공화당 민주당 주자 모두 거친 언어를 불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내 소유의 빌딩에 입주한 중국계 은행이 나를 존경하듯, (내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도 내 말을 듣게 될 것” “미국 경제 때문에 중국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데 중국이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면 망할 것”이라는 막말 수준의 반중(反中) 발언을 했다. 루비오도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국빈이 아니라 실무 방문으로 격을 낮춰야 한다”며 자칫 외교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클린턴도 최근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의 모든 것을 해킹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도 “중국군은 매우 신속하게 우리와 동맹을 맺은 필리핀을 위협하는 군사시설을 (남중국해 인근에) 세우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정부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실무 집행을 맡았던 당사자였기 때문에 중국은 현재 클린턴의 움직임을 대단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선 주자들의 중국관은 한 꺼풀 벗겨 보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지층 결집과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겨냥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셰일 호로위츠 밀워키 위스콘신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이러다 언젠가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지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게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의 이런 심리를 겨냥한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거칠어지겠지만 결국 미중 간은 협력하며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작성한 e메일에서 중국에 대해 “물주(物主)한테 심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중국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국 경제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 호텔 사업의 중국 시장 개척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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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분간 SNL 휘젓고 다닌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사진)는 7일 밤 미 NBC방송의 유명 시사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진행자로 나서 1시간 반 동안 그야말로 TV를 휘젓고 다녔다. 트럼프는 NBC에서 2003년부터 12년 동안 ‘어프렌티스’라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며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바 있어 방송에 익숙하다. 어프렌티스 진행을 그만둔 뒤 1년 만에 방송무대에 다시 선 트럼프는 마치 자신의 대선 홍보 프로그램인 양 자유자재로 소재를 넘나들며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등장하자마자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고 한 트럼프는 발언 도중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흉내 내던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로부터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야”라는 고함을 들었다. 트럼프의 히스패닉 비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로서는 다소 당황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트럼프가 개의치 않고 “당신 왜 그러냐”고 묻자 데이비드가 “녹화장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하면 5000달러(약 570만 원)를 준다 해서 그랬다”고 하자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트럼프는 “사업가로서 당신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받아쳐 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녹화장 밖에는 트럼프의 SNL 출연을 반대하는 히스패닉 등 시위대들이 ‘트럼프를 버려라(Dump Trump)’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된 것을 가상한 콩트에서 참모들이 “요즘 미국이 너무 잘 돌아가 별로 할 일이 없다”고 하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기는 미국(Winning America)’이 일상화돼 식상해질 거라고 그랬잖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자신의 장녀이자 대선 캠프에서 핵심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모델 겸 트럼프그룹 부회장 이방카 트럼프를 내무장관 역할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날 선글라스를 끼고 춤도 췄으며 초대 가수인 인기 여가수 ‘시아’를 직접 소개하며 감각이 젊다는 것을 과시했다. 지난달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 프로그램에 바텐더로 잠시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잡은 만큼 1시간 반 동안 프로그램을 휘어잡은 트럼프에게 이번 출연이 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다시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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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경제 → 테러 → 변화… 2016년은 다시 ‘경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이 캐치프레이즈가 2015년 대선 정국에서 다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경제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04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9·11테러로 상징되는 안보 이슈로 재선에 성공했고,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슈는 ‘미국의 변화’였다.○ 경제 이슈가 외교·사회 이슈 압도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미국 시민은 ‘중산층 활성화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할 후보를 대선에서 선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4일 발표된 NBC-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여론조사에서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슈가 뭐냐’(복수 응답)는 질문에 60%는 경제라고 답했다. 인종 갈등 등 사회 문제(28%)와 외교안보(23%)는 경제의 절반도 안 됐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서인지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대선 주자는 하나같이 자신이야말로 ‘경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무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외교 이슈가 자신의 주 종목이지만 각종 유세나 TV 토론에서는 복잡한 외교 이슈를 자제하고 자신이 중산층 살리기의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을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자 거부(巨富)’라고 소개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반대하며 “미국의 국부(國富)가 중국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내가 당선되면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일자리 창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가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도 결국은 주한미군 배치에 따른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경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같은 이슈라도 당별로 중요도 달라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떤 주요 이슈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공화당, 민주당 지지자들 간에 엇갈리고 있다. 같은 경제 이슈라도 각 당 지지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지난달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정치 양극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경제’라고 답한 비율은 공화당 지지자가 89%, 민주당 지지자가 79%였다(이하 복수 응답). 10%포인트 차로 경제 이슈가 공화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셈.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71%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12%포인트 낮은 59%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환경과 보건 이슈를 중요하게 평가했다. 환경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자는 74%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지만, 공화당은 그 절반 수준인 37%였다. ‘오바마 케어’로 상징되는 보건 이슈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82%, 공화당은 66%로 큰 차이가 났다. ○ 인종 이슈도 뇌관 이와 함께 미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인 인종 갈등 문제도 대선 정국에서 폭발력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양당 경선에 백인은 물론이고 히스패닉계(공화당 마코 루비오 후보), 흑인(공화당 벤 카슨 후보) 등 미국의 3대 주류 인종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퍼거슨 사태 후 인종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면서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대선 정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계기로 히스패닉 표심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그동안 급증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워낙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 선거 때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트럼프 막말 파동을 계기로 미국 내 히스패닉 사회가 급격히 정치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최대 히스패닉계 방송인 ‘유니비전’ 등에선 트럼프 낙마 운동을 벌이는 등 대선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는 2002년엔 1450만 명이었지만 2014년에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2520만 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작 투표율은 낮아 2010년 중간선거에선 31.2%에 그쳐 백인(48.6%) 흑인(44.0%)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거꾸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 지지층으로 만들 수 있는 ‘정치적 잠재력’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히스패닉 정치 전문가인 마크 로페즈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든 2008년 대선이 흑인들의 무대였다면 2016년 대선은 히스패닉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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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릿’ 오바마에 실망한 유권자들 ‘이기는 미국’ 리더십 원해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을 새 백악관 주인을 뽑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 11월 8일 열린다. 벌써부터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결로 뜨겁지만 판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갯속이다. 민주당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대세론이 주류이긴 하지만 ‘힐러리 염증’ 여론도 높고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의 ‘빅2 아웃사이더’ 구도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클린턴과 카슨은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똑같이 47%를 얻었다(4일 발표된 NBC-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 클린턴과 트럼프는 47% 대 38%였다. 여기에 그 어느 대선 때보다 무당파(無黨派·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리)가 급증하면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높아가고 있다. 미 대선을 1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주제로 3회 시리즈를 싣는다. 마지막 편은 유력 후보들의 ‘한국과 동북아’관(觀)이다. 》 요즘 가는 곳마다 미국인들이 대선 이야기를 곧잘 화제로 올리는 것을 보면 점점 대선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요즘 미국을 과연 하나의 ‘합중국’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민주 대 공화’로 갈라지며 전 사회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턴은 지난달 13일 민주당 TV 토론에서 “적이 누구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서슴없이 “공화당”이라고 답해 지지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미 선거 전문가들도 요즘 구도는 과거 선거 때마다 흔히 벌어졌던 양당 대결 구도를 넘어 지지자들 간 ‘정치적 양극화(Polarization)’가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비율은 39%로 20년 전 같은 조사에 비해 10%포인트나 줄었다. 정적(政敵)조차도 곧잘 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관용에 익숙했던 미국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 벼랑 끝 공화당 무엇보다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에게 2009년부터 정권을 내준 공화당의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요즘 공화당 지지자들은 정권을 되찾아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쉽게 읽힌다.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민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만 해도 공화당 지지자의 57%가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36%는 정치에 대한 새 아이디어와 색다른 접근 방식을 꼽았다. 반년 뒤인 9월에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29%만이 풍부한 경험을 중시했고, 65%가 새 아이디어를 갖춘 후보를 내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답한 것. 기성 정치인들로는 클린턴을 꺾기 어려우니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와 카슨 같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워싱턴 아웃사이더’들이 부상한 배경인 셈이다. 앨런 리크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차대전 후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공화당도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기성 정치권에서 나왔는데 ‘아웃사이더’들이 공화당 대선주자로 부상해 이렇게 오랫동안 선두권을 유지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했다.○ 강력한 리더십 이런 상황에서 민주, 공화당 지지자 모두 도덕성이나 유권자와의 공감 능력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본선에서 ‘이기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트럼프와 카슨 지지자들도 이들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4일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중 29%가 트럼프가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 24%는 카슨이 그렇다고 봤다. 트럼프가 유세 때마다 말하는 게 ‘이기는 미국(winning America)’이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67%가 클린턴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우드로윌슨센터 로버트 달리 선임연구위원은 “선거에서 다른 당 후보를 꺾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해야 할 미국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리더십이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강한 리더십에 대한 갈망은 ‘햄릿’으로 불리며 한동안 우유부단한 리더십을 보여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늘어나는 무당파 현재 미국인들의 대선에 대한 관심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공화당의 정권 교체 열기가 더 뜨겁지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의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1년 전인 2007년 공화당 지지자 중 “대선에 관심이 있다”는 비율은 69%, 민주당 지지자들은 72%였는데 올해 9월 공화당 지지자들은 81%가 대선에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도 8년 전과 비슷한 71% 선이었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당분간 지지 후보 결정을 미루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이다. 갤럽 및 퓨리서치센터 공동 조사에서 자신을 무소속이라고 밝힌 유권자는 1992년엔 36%였는데 2015년 9월 현재는 39%로 늘었다. 민주당이 32%에서 33%로 거의 변동이 없고, 공화당이 28%에서 23%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퓨리서치센터 캐럴 도허티 정치분석실장은 “어느 때보다 혼전인 상황에서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무당파가 무투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 누군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표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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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의회조사국 “오바마 행정부, 日견제-협동 균형 잘 잡았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일 동맹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일본을 조용히 압박해 역내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왔다고 미 의회조사국(CRS)이 평가했다. CRS는 4일 공개한 최신 ‘미일 관계 보고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각료들이 논란이 있는 역사적 이슈들에 대해 보여주는 언행이 역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며 “미 정부 각료와 의회 관계자들은 아베 정권이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로 되돌아가도록 독려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의 지속적인 불화는 역사 문제에 집중돼 있다”고 적시한 뒤 “한국 지도자들은 아베 총리와 각료들의 언행이 20세기 초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부인하고 심지어는 미화하는 것으로 보고 반발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선 “ TPP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재균형 정책의 주요 부분”이라며 “TPP가 성공하면 양국은 무역의 걸림돌을 해결하며 경제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반면 실패하면 관계 후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일본은 많은 외교영역에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이며 특히 중국의 군사적 굴기를 대비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일 동맹은 안보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RS는 이어 “미일 동맹과 방위협력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과 분쟁도서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대결 등 새로운 안보 도전에 대응하면서 최근 수십 년간 개선되고 진화됐다”고 평가한 뒤 “9월 일본 의회의 안보법제 처리는 집단자위권 행사의 금지를 완화함으로써 글로벌 안보라는 측면에서 일본 자위대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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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책 ‘불능의 미국’에 드러난 美 백인 보수층의 속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3일 ‘불능의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란 제목의 도발적인 책(사진)을 냈다. 제목은 자신의 대선 캠페인 구호에서 따온 것이다. 169쪽 분량의 책은 트럼프 특유의 독설과 거친 논리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를 지지하는 미 보수층 일각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엔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수백 명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미 언론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한 책에 드러난 트럼프의 말을 통해 그의 생각, 더 나아가 그를 지지하는 미국 보수층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①외교는 이기는 것이다=“외교에서 이기는 정부가 필요하다. 내가 만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사업했다면(이란과의 핵협상을 지칭), 나 스스로 그만뒀을 것이다.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처럼 얼굴에 주먹이 닿기 전에 (피하든 공격하든) 계획이 서 있어야 한다.” ②정치인들은 패배자이다=“미 의회는 수년간 하는 일 없이 교착 상태이다. 정치인들은 패배자처럼 일하고 있다. 기성 언론, 워싱턴 정치권, 미국 사회의 이른바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건 그들의 기대와 달리 내 지지율이 꺼지지 않고 1위를 유지하자 겁먹어서 그런 것이다.”(한편 퓨리서치센터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정치권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은 역대 최고 수준인 75%에 달한다) ③한국 도울 필요 없다=“독일과 일본, 한국은 모두 힘이 있고 부유한 국가들인데 우리가 이들 국가를 보호하면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2만8500명의 훌륭한 미군을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주둔시켜 매일매일 위험한 상황에 놔두고 있지만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 우리에게 제품을 팔고 많은 수익을 얻고 있으며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를 왜 도와주어야 하는가.” ④우주 개발할 돈 있으면 미시시피 다리부터 고쳐라=“현재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낡아빠진 사회간접자본(SOC)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우주 개발보다 더 급선무는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 철도, 상수도 등을 고치는 일이다. 과거 미국은 건설 기술을 수출하던 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예산도 없고 정치권의 리더십도 없다 보니 노후 시설이 방치되고 있다. 다른 나라 방어해줄 돈이 있으면 국내 건설에 써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트럼프타워 같은 큰 건물을 지어본 자신이야말로 ‘미국 재건설’의 적임자라는 주장) ⑤교육개혁 하려면 교원 노조부터 없애라=“미국의 공교육은 교육부와 교원 노조 때문에 엉망이 됐다. 교육부 통제를 벗어나 학교들이 서로 경쟁해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교원 노조 때문에 질 낮은 학교를 폐쇄하거나 능력 없는 교사들을 해고할 수 없게 됐다. 문제아들이 다른 학생들의 시간을 빼앗지 못하도록 면학 분위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트럼프는 사립 중고교를 다녔다) ⑥부자들은 사회보장 혜택을 포기하라=“사회보장제도가 잘 작동하려면 부자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나 같은 고소득층이 받는 사회보장 혜택을 저소득층에게 돌려줘야 한다. 아마 많은 부자들이 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⑦나도 민주당원이었다=“민주당은 과연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다 수년 전 당적을 공화당으로 바꿨다. 나는 큰마음을 가진 보수적 공화당원이다. 세상이 변했고 거기에 맞춰 나도 변했다.” ⑧친환경 정책은 사기이다=“기후변화를 강조하며 만든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친환경 정책은 일부 자연보호주의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값비싼 사기 정책이다.” ⑨이혼은 모두 내 탓=“일이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었다. 나는 언제나 밖에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비교적 좋은 아버지였지만 좋은 남편은 되지 못했다.”(트럼프는 1977년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와 결혼했다가 1992년 이혼했으며 이듬해 모델 말라 메이플스와 결혼했다가 1999년 헤어졌다. 2004년 속옷 모델 멜라니아 크나우스와 세 번째 결혼해 10년 넘게 살고 있다) ⑩신은 언제나 나와 함께하신다=“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신은 매일 나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계신다.” 트럼프는 이날 재산 공개도 했다. 개인 재산은 100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에 65건의 부동산과 보잉 757, 세스나 시테이션 X 등 상업용 비행기, 시코르스키 76 헬리콥터 3대 등 항공기만 5대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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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표적 동성애자 앤디 코헨 “앤더슨 쿠퍼와 성관계 없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성애자 방송인인 앤디 코헨 브라보TV 부사장이 또 다른 대표적인 동성애자 방송인인 CNN 앤더슨 쿠퍼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그동안 쿠퍼와 코헨이 어떤 관계인지를 놓고 각종 추측성 보도를 해왔다. 미국의 철도 재벌인 ‘밴더빌트’가의 후손이기도 한 쿠퍼는 명문 예일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지난달 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회를 진행한 CNN의 간판 앵커 중 한 명이다. 코헨은 1일 브라보TV의 한 라이브쇼에서 모델이자 배우인 앰버 로즈가 “앤더슨 쿠퍼와 성관계를 하는가. 궁금해 죽겠다”고 돌직구를 던지자 황당해하면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도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 키스도 한 적 없다”며 “20년 전 앤더슨과 소개팅을 할 뻔 했는데 기회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우리는 데이트를 하지 않았고, 아주 좋은 친구가 됐다”며 “한번도 성관계를 한 적이 없고 옷을 벗은 것도 서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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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젭 부시 “대선 유세 상황 안좋다…계속 싸울 것”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에서 졸지에 군소 주자로 전락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스스로 그동안의 실패를 인정하며 다시 신발끈을 졸라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부시 전 주지사는 1일 미 NBC 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대선 유세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고 인정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일을 잘하지 못했을 때 나는 일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더 나아진다”며 “(대선 풍향계 지역이자 내년 2월 예비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 주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시 전 주지사는 대선 출마 후 별다른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다가 최근 일련의 TV 토론에서 기대 이하의 콘텐츠를 드러내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선거 캠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예산을 40% 가량 줄이기도 했다. 내년 첫 경선이 열리는 아이오와 주에서는 자원봉사자를 4명 모으는 데 그쳐 체면을 구겼다. 부시 전 주지사는 또 “항소 등 사형제와 관련한 절차가 너무 길어 사형수와 범죄 피해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형제 개혁을 이슈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전 주지사가 대선 후보로 나선 이후 사형제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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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공화 ‘40대 흙수저’ 루비오 급부상

    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에서 ‘40대 기수론’의 대표주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4·사진)이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벤 카슨이 여전히 지지율 ‘빅2’를 형성하고 있지만 막말과 빈곤한 콘텐츠로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루비오에게서 ‘제3의 길’을 찾고 있는 것. 루비오는 지난달 28일 공화당 3차 TV 토론에서 트럼프, 카슨이 부진한 틈을 타 탁월한 토론 실력을 보여주며 주목을 끌었다. 특히 ‘정치적 스승’ 격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로 자신을 비판하자 “대선에 나선 것이지 부시와 싸우려고 나온 게 아니다”라며 카운터펀치를 날려 “부시의 대안은 루비오”라는 여론 조성에 성공했다. 3차 토론 후 지난달 31일 발표된 IBD/TIPP 공동 여론조사에서 루비오는 11%를 얻어 처음으로 10%대를 넘으며 트럼프(28%), 카슨(2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방해하려던 엘리엇 펀드의 창업주 폴 싱어는 최근 기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선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후보는 루비오”라고 밝혔다. 공화당이 루비오에게 주목하는 것은 그가 폴 라이언 신임 하원의장과 더불어 공화당 내 ‘젊은 리더’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어머니는 가정부, 아버지는 바텐더로 일하며 루비오를 마이애미대 로스쿨까지 보냈다. 그런 루비오는 일찍 정치에 뜻을 둬 플로리다 주 의회에서 시작해 주 하원의장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까지 차지했다. ‘흙수저(경제·사회적으로 낮은 계층)’ 출신으로 일종의 ‘백인 오바마’ 이미지를 갖춘 것이다. 여기에 쿠바 이민자 출신이라 공화당이 취약한 히스패닉 표 흡수력도 있다.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는 내년 미 대선의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중간선거 당시 2130만 명이던 히스패닉 유권자는 2014년 말엔 2520만 명으로 4년 새 390만 명이 증가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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