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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 역사학자들이 미국역사협회(AHA) 학회지에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 기술한 미국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는 연명 서한을 발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10월 미 연구기관과 학계에 왜곡된 과거사를 담은 영문 서적 2권을 배포한 데 이어 저명한 학회지에까지 왜곡된 주장을 하는 등 일본 우익의 대미 로비가 날로 심해지는 것이다. 야마시타 에이지 오사카시립대 교수 등 일본 역사학자 50명은 AHA 학회지인 ‘역사에 대한 전망’ 12월호에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게재한 연명 서한에서 맥그로힐 출판사가 출간한 역사 교과서에 대해 “위안부와 관련해 기술된 불과 2개 문단 26개 줄에서 무려 8개의 명백한 사실적 오류가 발견됐다”며 “만일 미 정부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교과서 저자와 출판사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과서에는 ‘일본 육군이 여성들을 일왕의 선물로 병사들에게 줬다’거나 ‘전쟁의 말미에 병사들이 위안소 운영을 감추기 위해 위안부들을 대거 학살했다’는 문구들이 있지만 역사적인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정부는 교과서 기술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명백한 실수가 발견됐거나 그것이 한 국가의 존엄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면 국가가 그것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한편 10월 ‘역사 전쟁(History Wars)’ ‘극복하기(Getting Over It!): 왜 한국은 일본 때리기를 중단해야 하는가’ 등 영문 서적 2권을 미 학계에 배포한 데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쿄신문은 “취재 결과 책을 보낸 곳은 산케이신문 출판부였다”며 “자민당과 산케이의 밀월 양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東京)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 발생한 사제 폭탄 폭발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으로 알려진 20대 한국인 남성이 8일 보도된 일본 방송과 통화에서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폭발 사건을 묻는 질문엔 “모른다”고 답해 혐의를 부인했다. 일본 경시청이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는 27세의 이 남성은 올해 3월 공군 하사로 전역한 이후 전북 군산의 한 원룸에서 거주하다 두 달 전 모처로 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TV 계열 뉴스 네트워크인 NNN은 이 남성이 군산에 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집을 찾아갔으나 두 달 전에 이사해 만나지 못했다면서 이후 입수한 휴대전화로 통화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 외에도 일본의 여러 기자가 일본 경시청 정보를 바탕으로 이 남성과의 인터뷰를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고 밝힌 이 남성은 야스쿠니신사 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냥 구경하러 간 것이고 도쿄를 둘러보러 간 김에 신사를 방문한 것”이라며 “뭐라고 해야 하나, 별로 볼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취재진이 ‘야스쿠니신사 폭파 시도와 관련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예? 모르겠는데요”라고 짧게 대답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지난달 22일 일본 중부 사이타마(埼玉) 현과 군마(群馬) 현 경계의 강에서는 74세 남성과 81세 여성이 시체로 발견됐다. 강변에서 저체온증 상태로 발견된 이들의 딸 나미가타 아쓰코(波方敦子·47)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간병에 지쳤다. 저금도 연금도 없다. 아버지가 ‘다 함께 죽자’고 해 세 가족이 차를 타고 강으로 들어갔다”고 말해 일본에 충격을 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미카타 씨는 10년 전 쓰러진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직장을 그만두고 밤낮으로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최근 들어 딸을 몰라볼 정도로 악화됐다. 여기에 신문 배달로 매달 18만5000엔(약 180만 원)을 받아 가계를 지탱하던 아버지가 병으로 일을 그만두면서 생계가 막막해지자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6일 전에는 후쿠시마(福島) 현의 한 주택에서 91세인 시어머니 간병에 지친 며느리(62)가 같이 죽을 생각으로 불을 질렀다가 본인만 살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간병에 지친 가족이 환자를 죽이는 ‘간병 살인’이 일본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간병 중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은 2007∼2014년 371건이나 일어났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고령 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충분치 않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마이니치신문은 “경찰청이 간병 살인 44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20건의 경우 가해자가 불면증으로 심신이 지친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치매와 중병 환자는 시도 때도 없이 도움을 청하는데 이 때문에 간병을 맡은 가족이 심각한 수면 부족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20건 중 8건은 가해자가 범행 후 정신감정에서 우울증 또는 적응장애 판정을 받았다. 신문은 “20건 외의 가해자가 불면증에 시달렸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던 가해자의 비율은 실제로는 더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올 6월 일본에서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신칸센 열차에서 분신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이는 평소 연금 수급액이 적다고 불평하던 71세 노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35년 동안 연금을 부었고 그 대가로 노후에 월 12만 엔(약 113만 원)을 받았다. 이는 그가 거주하던 도쿄(東京) 스기나미(杉竝) 구의 생활보호대상 기준보다 2만 엔(약 19만 원) 이상 적은 금액이었다. ‘하류노인-1억 총 노후 붕괴의 충격’의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씨는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칼럼에서 이 사건을 두고 “범죄는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평생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일해 연금을 붓고 일본 경제성장에 기여한 인물이 이렇게 비참한 말로를 맞이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제목 중 1억 총이란 일본 인구의 대부분을 의미한다. 후지타 씨는 도쿄 인근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빈곤지원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NPO) ‘호토 플러스’의 대표다. 그는 ‘생활보호대상 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럴 위험이 있는 고령자’를 ‘하류노인’으로 정의하고 그 수를 600만∼700만 명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책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다음은 한 사례다. 가토(加藤·76) 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자위대를 거쳐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40대에 부모의 건강이 악화됐고 10년 동안 간호하느라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닐 수 없었다. 양친이 모두 돌아가시고 50대 중반이 된 그는 간호 일을 하다 정년을 맞았다. 은퇴 후 그에게 주어진 연금은 9만 엔(약 85만 원). 월세가 5만 엔이다 보니 생활비는 늘 부족했고 모았던 돈 500만 엔(약 4700만 원)은 금세 사라졌다. 상담을 의뢰했을 때 그는 길가에서 산달래를 캐 먹거나 노숙인 배급소에서 밥을 먹으며 연명하는 처지였고 키가 180cm인데 몸무게는 50kg에 불과했다. 저자를 찾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 수입이 직장인 평균인 400만 엔(약 3800만 원)인 이들도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후지타 씨의 지적이다. 중산층이 하류로 전락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먼저 병이 들거나 사고를 당해 고액의 치료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녀가 연 수입 200만 엔(약 1900만 원) 이하의 ‘워킹 푸어’이거나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여서 부모에게 의지할 경우 하류 전락 가능성은 더 커진다. 황혼이혼을 하거나 당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전하는 경제대국 일본의 그늘은 심각한 수준이다.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같은 연령대 소득 중간값의 50% 이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고령자 중 저축액이 200만 엔 이하인 이들이 30% 이상에 이르며 절반 이상이 ‘사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문제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생활보호 신청을 부끄러워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일본 사회에 무언의 반발과 은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 제도를 만드는 정부도 실제로는 해당자들이 모두 활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6월에 출간된 후 화제를 모으며 일본에서 10만 부 이상 팔렸다. 빈곤층 노인 문제를 고민하는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지난 달 22일 일본 중부 사이타마(埼玉) 현과 군마(群馬) 현 경계의 강에서는 74세 남성과 81세 여성이 시체로 발견됐다. 강변에서 저체온증 상태로 발견된 나미가타 아츠코(波方敦子·47)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간병에 지쳤다. 저금도 연금도 없다. 아버지가 ‘다 함께 죽자’고 해 세 가족이 차를 타고 강으로 들어갔다”고 말해 일본에 충격을 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는 10년 전 쓰러진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직장을 그만두고 밤낮으로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최근 들어 딸을 몰라볼 정도로 악화됐다. 여기에 신문 배달로 매달 18만5000엔(약 180만 원)을 받아 가계를 지탱하던 아버지가 병으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생계가 막막해지자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6일 전에는 후쿠시마(福島) 현의 한 주택에서 91세인 시머어니 간병에 지친 며느리(62)가 같이 죽을 생각으로 불을 질렀다가 본인만 살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간병에 지친 가족이 환자를 죽이는 ‘간병살인’이 일본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간병 중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은 2007~2017년 371건이나 일어났다. 일주일에 한 번 꼴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고령 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충분치 않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자체적으로 간병살인 44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20건의 경우 가해자가 불면증으로 심신이 지친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치매와 중병 환자는 시도 때도 없이 도움을 청하는데 이 때문에 간병을 맡은 가족이 심각한 수면 부족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20건 중 8건은 가해자가 범행 후 정신감정에서 우울증 또는 적응장애 판정을 받았다. 신문은 “20건 외의 가해자가 불면증에 시달렸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던 가해자의 비율은 실제로는 더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의 제3야당인 유신당이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2야당인 공산당도 협력하겠다고 밝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유신당은 이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임시 당 대회에서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대표를 차기 대표로 재선출하고 민주당과 연내 통합을 목표로 협의하기로 했다. 마쓰노 대표는 이르면 7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와 만나 당 통합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노 대표는 “개혁세력을 결집해 정권 교체를 노리겠다”는 의지를 조였다. 유신당은 제2야당이었으나 최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세력이 이탈하는 바람에 양원을 합쳐 국회의원 26명인 제3야당이 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131석을 갖고 있다. 제2야당인 공산당(32석)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야당 연대에 적극적이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5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보법을 폐지하고 입헌주의를 지키도록 야당이 협력해 연립정권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안보법 통과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50%에 육박한다. 정당 지지율도 자민당 지지율이 30%를 넘는 반면 야당 중에서 가장 높은 민주당의 지지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야당 연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5일 일본 도쿄(東京)의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일 김장 대축제’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참석해 직접 김치를 담갔다. 아키에 여사는 한국 요리 연구가 최성은 씨의 설명에 따라 절인 배추에 양념을 꼼꼼히 채웠다. 첫 회였던 2013년에 이어 2년 만에 이 행사에 참석한 그는 “한국 요리는 일본인이 모두 좋아한다”며 김치 담그기에 열성을 보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절임 발효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김장 행사는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김치는 그냥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지론을 밝히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한때 한류의 열성팬이었으며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해 지금도 간단한 내용을 읽고 말할 수 있다. 김장이 끝나자 유흥수 주일 대사의 부인 박혜자 여사가 한 입 크기로 김치를 돌돌 말아 아키에 여사의 입에 넣었다. 아키에 여사는 “맛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남편이 오늘 이와테(巖手) 현에 갔는데 사흘 정도 뒤에 이 김치를 먹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담근 김치를 밥상에 올리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왕족인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 비(일왕 사촌의 부인)와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부부도 참석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최근 한 행사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로부터 들은 에피소드이다. 그가 2005년경 YS를 만났을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거론하며 “그가 앞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손을 저으며 단번에 “무리”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YS를 다시 만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YS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내가 틀렸네”라며 웃었다고 한다. 그는 “얼버무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는 그런 인품의 소유자”라고 회고했다. 한편 이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로 유명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도 참석했다. 고노 전 의장의 아버지인 고노 이치로(河野一郎) 전 농림상은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1965년 한일협정에도 관여했다. 고노 전 의장은 “한일협정 협상 당시 김종필(JP) 의원을 만나고 온 아버지가 ‘한국에는 젊고 훌륭한 정치가가 많다.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고노 전 의장 자신은 DJ와 깊은 우정을 나눴다. “DJ를 처음 만났을 때 아버지가 말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던 그는 DJ가 도쿄(東京)에서 납치됐을 때 구명을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퇴임을 앞둔 DJ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이 수술을 받은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 서울행 비행기를 탄 적이 있을 정도였다. DJ가 세상을 떠났을 때 고노 전 의장은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친구를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한국 정치의 거인이었던 ‘3김’은 때로 일본이 마음에 안 든다며 얼굴을 붉힐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마음 맞는 정치인들과는 흉금을 터놓고 지냈다. DJ와 JP는 물론이고 재임 시절 일본의 잇단 과거사 망언에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했던 YS조차도 일본어가 유창했고 퇴임 후 재임 당시 파트너였던 일본 총리를 초청해 식사를 하곤 했다. 이는 휘발성이 강한 수많은 현안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했던 비결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선 한국 내에 일본어가 유창하거나 일본을 잘 아는 정치인들이 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친한 일본 정치인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외부에 노출하기 민감한 내용을 조율할 막후 라인도 사라졌다. 정치인들이 인기영합적인 일본 때리기에 나설 때 “국익을 먼저 생각하자”며 다독일 사람도 이제는 거의 없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과거 한국에 최소한의 부채의식을 가졌던 일본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일련의 이런 변화가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밀실에서 대일 청구권 금액을 합의한 ‘김종필-오히라 메모’ 같은 일은 생길 수 없는 환경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정점을 찍었던 한일관계가 이후 정권을 거치며 계속 악화됐다는 점은 한일 양국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협의 시스템을 아직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YS 서거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거인(카리스마형 리더)이 사라진 시대에 필요한 것은 소인들의 협치’라는 표현을 썼다. 소통과 대화를 통해 집단지성을 모으고 현안을 점진적으로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지혜는 작금의 한일관계 해법을 찾을 때도 유용한 것이 아닐까. 주일 한국대사관에 차려진 YS 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든 생각이었다.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의 제3야당인 유신당이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2야당인 공산당도 협력하겠다고 밝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유신당은 이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임시 당 대회에서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대표를 차기 대표로 재선출하고 민주당과 연내 통합을 목표로 협의하기로 했다. 마쓰노 대표는 이르면 7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와 만나 당 통합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노 대표는 “개혁세력을 결집해 정권 교체를 노리겠다”는 의지를 조였다. 유신당은 제2야당이었으나 최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세력이 이탈하는 바람에 양원을 합쳐 국회의원 26명인 제3야당이 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131석을 갖고 있다. 제2야당인 공산당(32석)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야당 연대에 적극적이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5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보법을 폐지하고 입헌주의를 지키도록 야당이 협력해 연립정권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안보법 통과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50%에 육박한다. 정당 지지율도 자민당 지지율이 30%를 넘는 반면 야당 중에서 가장 높은 민주당의 지지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야당 연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5일 일본 도쿄(東京)의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일 김장 대축제’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참석해 직접 김치를 담갔다. 아키에 여사는 한국 요리 연구가 최성은 씨의 설명에 따라 절인 배추에 양념을 꼼꼼히 채웠다. 첫 회였던 2013년에 이어 2년 만에 이 행사에 참석한 그는 “한국 요리는 일본인이 모두 좋아한다”며 김치 담그기에 열성을 보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절임 발효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김장 행사는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김치는 그냥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지론을 밝히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한 때 한류의 열성팬이었으며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해 지금도 간단한 내용을 읽고 말할 수 있다. 김장이 끝나자 유흥수 주일대사의 부인 박혜자 여사가 한 입 크기로 김치를 돌돌 말아 아키에 여사의 입에 넣었다. 아키에 여사는 “맛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남편이 오늘 이와테(岩手) 현에 갔는데 사흘 정도 뒤에 이 김치를 먹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담근 김치를 밥상에 올리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왕족인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 비(일왕 사촌의 부인)와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부부도 참석했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올 6월 일본에서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신칸센 열차에서 분신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이는 평소 연금 수급액이 적다고 불평하던 71세 노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35년 동안 연금을 부었고 그 대가로 노후에 월 12만 엔(약 113만 원)을 받았다. 이는 그가 거주하던 도쿄(東京) 스기나미(杉竝) 구의 생활보호대상 기준보다 2만 엔(약 19만 원) 이상 적은 금액이었다. ‘하류노인-1억 총 노후 붕괴의 충격’의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씨는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칼럼에서 이 사건을 두고 “범죄는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평생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일해 연금을 붓고 일본 경제성장에 기여한 인물이 이렇게 비참한 말로를 맞이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후지타 씨는 도쿄 인근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빈곤지원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NPO) ‘호토 플러스’의 대표다. 그는 ‘생활보호대상 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럴 위험이 있는 고령자’를 ‘하류노인’으로 정의하고 그 수를 600~700만 명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책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다음은 한 사례다. #가토(加藤·76) 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자위대를 거쳐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40대에 부모의 건강이 악화됐고 10년 동안 간호하느라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닐 수 없었다. 양친이 모두 돌아가시고 50대 중반이 된 그는 간호 일을 하다 정년을 맞았다. 은퇴 후 그에게 주어진 연금은 9만 엔(약 85만 원). 월세가 5만 엔이다 보니 생활비는 늘 부족했고 모았던 돈 500만 엔(약 4700만 원)은 금세 사라졌다. 상담을 의뢰했을 때 그는 길가에서 산달래를 캐 먹거나 노숙자 배급소에서 밥을 먹으며 연명하는 처지였고 키가 180cm인데 몸무게는 50kg에 불과했다. 저자를 찾아온 이들은 하나 같이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 수입이 직장인 평균인 400만 엔(약 3800만 원)인 이들도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후지타 씨의 지적이다. 중산층이 하류로 전락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먼저 병이 들거나 사고를 당해 고액의 치료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녀가 연 수입 200만 엔(약 1900만 원) 이하의 ‘워킹 푸어’거나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여서 부모에 의지할 경우 하류 전락 가능성은 더 커진다. 황혼이혼을 하거나 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가 전하는 경제대국 일본의 그늘은 심각한 수준이다.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같은 연령대 소득 중간값의 50% 이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고령자 중 저축액이 200만 엔(1900만 원) 이하인 이들이 30% 이상에 달하며, 절반 이상이 ‘사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문제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생활보호 신청을 부끄러워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일본 사회에 무언의 반발과 은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 제도를 만드는 정부도 실제로는 해당자들이 모두 활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6월에 출간된 후 화제를 모으며 일본에서 10만 부 이상 팔렸다. 빈곤층 노인 문제를 고민하는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東京)의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폭탄 테러를 시도한 용의자가 27세의 한국인이라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일본 경찰이 지난달 30일 용의자가 머문 호텔을 압수수색했으며 숙박 명부에서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일본 경찰은 공식 발표를 않은 채 수사 내용을 언론을 통해 연일 흘리는 모양새다. 이 신문은 용의자가 지난달 21일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으로 입국해 폭발 사건 당일 오후 같은 공항을 이용해 일본을 떠났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영상 분석 결과 용의자가 사건 하루 전에도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했다”며 사전 답사 가능성을 거론했다. 일본 경찰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용의자에 대한 인도 요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은 범죄자 인도 조약을 맺고 있지만 정치범이거나 자국에서 재판을 진행하기로 한 경우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이처럼 신사 폭탄 테러 용의자가 한국인으로 알려지자 일본 우익 세력의 반발이 표면화되고 있다. 4일 아침 일본 우익으로 추정되는 5, 6명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찾아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비 담당 경찰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후에도 일본 우익 세력의 항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4일 영사콜센터 홈페이지에 “일본에 거주하거나 방문할 예정인 국민께서는 야스쿠니신사 및 일본 우익들의 시위 현장에 대한 접근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대응을 자제하는 등 신변 안전에 최대한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공지했다.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일본 도쿄(東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지난달 23일 폭탄 테러를 시도한 범인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3일 일제히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검은 옷의 수상한 남성이 한국인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배낭을 메고 안경을 쓴 이 남성은 사건 발생 직전 쇼핑백을 들고 남문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쇼핑백 없이 나왔으며 이후 화장실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찰이 CCTV를 추적해 용의자가 걸어서 인근 호텔로 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호텔을 덮쳤으나 그는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후였다. 지지통신은 “이 남성은 20대 후반으로 사건 며칠 전 입국해 사건 당일 오후에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폭발에 사용된 건전지가 한국산”이라고 전했다. 사건 당일 오전 10시경 폭발음이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화장실 천장에 가로세로 약 30cm의 사각형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금속형 파이프 4개를 수거했다. 바닥에는 기판과 도선 및 디지털 타이머가 있었고 한글이 표기된 건전지와 전지 케이스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조사 중이기 때문에 범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범죄자 인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반론을 전제로 “수사 공조 요청을 포함해 법과 증거에 따라 적절히 조사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일본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일본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사건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경찰청 관계자는 “일본 경시청 책임자와의 통화에서 ‘왜 이런 기사가 났는지 당황스럽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이 악화되면서 한일 관계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외곽 스가모(巢鴨)역 남쪽 출구 인근 상가. “여기인가 봐.” “문을 안 열었네.” 파카를 입은 여성 두 명이 셔터를 내린 건물 앞에서 속삭였다. 간판도 없어 겉으로는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이 식당은 전날 ‘미슐랭 가이드’가 별을 준 라멘(라면)집 ‘쓰타(조·담쟁이덩굴)’. 1900년부터 발행된 세계 최고 권위의 음식점 정보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가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별을 준 라멘집이다. ‘미식의 바이블’로 꼽히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는 그 식당을 찾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는 탁월한 식당, 별 2개는 여정을 변경할 가치가 있는 맛있는 식당, 별 1개는 그 분야에서 특히 맛있고 서비스도 좋은 식당을 말한다. 별을 1개라도 받은 식당은 ‘미슐랭 스타’로 불리며 엄청난 명성을 누리게 된다. ‘쓰타’는 이번에 별을 1개 받았지만 고급 음식점도 아닌 1000엔(약 9500원) 안팎인 라멘집이 미슐랭 스타가 된 것은 이례적이어서 일본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가게는 매주 수요일이 정기휴일인데 이 원칙은 미슐랭 별점을 받은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지켜졌다. 혹시나 해서 찾아온 일본 취재진과 라멘 애호가 30여 명이 가게 앞에서 북적였지만 문을 열 조짐은 없었다. 가게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근처에 살면서 깔끔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라멘집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몰랐다”며 “항상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먹어야지 했는데 앞으로 먹기 더 힘들어졌다”며 웃었다. 2012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카운터를 따라 배치된 좌석이 9개뿐인 초미니 식당이다. 일반 테이블은 아예 없다. 손님들은 카운터 너머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로 볼 수 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올해 36세의 오니시 유키(大西祐貴) 씨다. 그는 남다른 장인정신으로 작품을 만들 듯 라멘을 만드는 것으로 소문난 인물이다.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는 와카야마(和歌山) 현과 나가노(長野) 현의 삼나무통에서 2년 동안 숙성시킨 세 종류의 간장을 섞어서 만든 850엔(약 8100원)짜리 ‘쇼유(간장) 소바’다. 엄선한 일본산 밀 4종류를 맷돌로 갈아 직접 면을 만들고 국물에는 이탈리아산 송로버섯(트러플) 오일을 뿌려 풍미를 더했다. 일본 언론이 ‘850엔의 예술’이라고 극찬할 정도다. 이렇게 고집스럽게 라멘을 만드는 것은 오니시 씨의 신념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 현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가 운영하는 라멘집에서 5년 정도 일하다 흥미를 못 느끼고 의류 회사로 옮겼다. 바이어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음식을 맛보던 중 ‘세계의 맛을 한 그릇의 라멘에 담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3년 전 식당을 차렸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제목이 ‘생애 라면과의 단판승부’일 정도로 라멘은 그에게 신앙과도 가까운 존재다. 그의 집념은 라멘 애호가들의 인정을 받았고 가게는 2시간가량 줄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인기 식당이 됐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다. 보통 오후 4시경에 문을 닫는다. 오니시 씨는 1일 미슐랭 스타 발표회에서 “라멘이라는 요리가 인정받아 기쁘다”며 “별 3개를 목표로 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수상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감사하다”를 연발하며 손님들이 너무 오래 줄을 서 기다리는 수고를 막기 위해 번호표를 도입하거나 매장을 옮길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몸에 걸치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 주는 ‘입는 화장품’(사진)이 일본에서 선보였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섬유 및 소재기업인 데이진은 입기만 하면 피부 보습을 유지해 주는 화장품 ‘라휘난’을 내년 3월부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건강한 피부가 세균 번식 방지 등을 위해 약산성 상태를 유지하다가 땀을 흘리거나 건조해지면서 알칼리성으로 변해 피부 트러블이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했다.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은 식품이나 화장품에 쓰이는 ‘사과산’이다. 이 성분을 폴리에스테르 섬유에 스며들게 했다. 제품을 입기만 해도 피부를 약산성으로 만들어 촉촉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여성용 속옷 등 6종으로, 가격은 1500∼4000엔(약 1만4000∼3만8000원)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10월 27일 새벽 일본 북부 아오모리(靑森) 현 시모키타(下北) 반도에서는 국적불명의 목선이 발견됐다. 이를 시작으로 아키타(秋田) 현, 니가타(新潟) 현, 홋카이도(北海道) 등 동해와 인접한 지역에 목선이 잇달아 발견됐다. 지난달 20일에는 이시카와(石川) 현 앞바다에서 목선 3척이 목격됐는데 그 안에는 시신 10구가 놓여 있었다. 배에는 북한 국기로 보이는 천 조각 일부와 ‘조선인민군’이라는 표시가 남아 있었다. 이틀 뒤 후쿠이(福井) 현 앞바다 100km 지점에서 전복된 목선과 시신 7구가 발견됐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탈북자가 타고 온 배와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해당 선박이 북한에서 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부 배에는 한글로 표시된 부분이 남아 있었으며 한글이 쓰인 담뱃갑과 페트병도 발견됐다. 교도통신은 해상보안청 발표를 인용해 두 달 사이에 발견된 목선이 10척, 시신은 23구에 이른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표류한 배는 길이가 최대 15m이며 폭은 2~3m 정도였다. 시신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연령은 20~70대로 다양했다. 해상보안청은 배 안에서 집어등과 어망, 오징어잡이용 어구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볼 때 간첩선이나 탈북선이 아니라 어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산물 어획량을 늘리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조업에 내몰리는 바람에 최근 표류하는 배가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마다 요시히코(山田吉彦) 도카이대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10월부터 시베리아에서 일본으로 차갑고 강한 바람이 분다”며 “북한 목선이 무겁고 낡은 데다 엔진도 약해 바람을 거슬러 돌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인민군’ 표시에 대해서는 북한 군부가 운영하는 수산사업소에 소속된 배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29일 창당 60주년을 맞아 도쿄재판 등 일본 근현대사를 검증하는 조직을 정식 발족시키면서 역사 왜곡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같은 날 “(미군) 점령기에 만들어진 구조를 바꾸야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본 집권세력이 ‘전후 체제(2차대전 패전국으로서 지게 된 평화헌법 체제) 탈피’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모양새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자민당은 이날 청일전쟁(1894∼95년) 이후의 역사를 검증하는 ‘역사를 배우고 미래를 생각하는 본부’를 총리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역사검증 본부는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을 핵심 검증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일본이 태평양전쟁으로 돌입한 경위,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난징(南京) 대학살 논란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을 검증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간사장이 본부장을 맡았고 아베 총리의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정무조사회장이 본부장 대리를 맡았다. 이나다 본부장 대리는 도쿄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강경 우익 성향의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창당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60년 전 선인들은 대의 아래 자민당을 창당했고 그 대의는 일본의 재건”이라며 “점령기에 만들어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헌을 위한 본격적인 수순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또 개헌의 교두보가 될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거론하며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며 “빛나는 승리를 거둬 자민당의 다음 60년을 향해 큰 일보(一步)를 내딛자”고 밝혔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9일 일본 도쿄의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총회에서 와타나베 히데오 회장 대행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가 대독한 축사에서 “역사 직시와 선린우호 정신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한 양국은 서로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축사를 보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보도로 우익들의 협박에 시달리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57·사진)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강의를 하던 대학에서 물러나 한국 가톨릭대에 초빙교수로 부임한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26일 삿포로(札幌)의 호쿠세이가쿠엔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학기를 마친 뒤 내년 3월부터 가톨릭대 초빙교수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4월부터 호쿠세이가쿠엔대에서 비상근 강사로 근무해 왔으며 매년 계약을 갱신해 왔다. 그는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한국 언론에 앞서 처음으로 보도했으며 이후 일본 우익들로부터 끊임없는 협박과 공격을 받아 왔다. 지난해 1월 우익 성향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이 “우에무라 기자의 위안부 증언 기사는 날조”라고 보도한 뒤 협박은 더 심해졌다. 교수로 임용될 예정이던 대학에 협박이 이어져 임용이 무산됐고 열여덟 살 딸이 다니는 학교에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장이 날아와 경찰이 등하교 때 경호를 해야 했다. 호쿠세이가쿠엔대에도 항의가 쏟아지면서 대학 측은 지난해 ‘계약 중단’을 검토했지만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외부 여론에 따라 계약을 1년 연장했다. 그런데 대학 측은 올해 다시 ‘경비 비용이 훨씬 커졌다’며 계약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에 우에무라 전 기자가 이직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가톨릭대와 호쿠세이가쿠엔대는 교환학생 제휴를 맺고 있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가톨릭대에서 주 1, 2회 ‘한일교류의 역사’를 주제로 강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는 1년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애플이 미래의 아이폰 모델에 처음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택한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독보적인 OLED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8’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로 OLED를 채택하기로 하고 이를 최근 부품 협력사들에 통보했다. OLED를 이용하면 기존 LCD보다 더 선명한 화면 구현이 가능하다. 또 휘어지거나 둥근 형태로 디스플레이를 디자인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화웨이를 비롯한 다른 스마트폰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OLED를 채택했지만 애플은 LCD를 고집해 왔다. 애플이 그동안 OLED를 채택하지 않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수급 문제였다. OLED의 안정적인 생산은 삼성만 가능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94.2%(올 4∼6월 기준)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중국 제조사들로 판로를 넓히면서 올 3분기(7∼9월) 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OLED 패널 수급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계약을 염두에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도 애플과 긴밀히 거래해 온 LG디스플레이는 아예 중소형 OLED용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26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경기 파주시 공장에 신규 ‘P10’ 라인 건설을 위한 투자안건을 통과시켰다. 투자 규모는 최대 4조∼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현재 애플에 LCD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에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소형 LCD 시장은 LG디스플레이(17.1%)와 소니 히타치 도시바가 공동으로 설립한 저팬디스플레이(16.2%), 샤프(14.7%) 등이 선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소형 시장에 진입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일본 기업들은 상황이 다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