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뉴욕 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남자가 한 손엔 큰 채찍을, 다른 손엔 ‘비이성적임(irrational)’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돈을 주지 않아도 구걸하는 사람들이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친구처럼 한다면 난 돈을 줄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식으로 말하곤 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73)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을 뉴요커지에 실린 만평을 통해 소개했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과 의사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행동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세일러 교수는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기를 원한다. 포커에서는 물론 그래야 하지만 트럼프가 괜찮은 포커플레이어라고 말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8동아경제포럼 기조 연사로 참석하는 세일러 교수와의 인터뷰는 15일(현지 시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일주일 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자신을 “훌륭한 포커플레이어”라고 주장했다. ―왜 괜찮은 포커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건가. “포커는 원칙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굉장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 척하는데, 난 그게 뭔지 모르겠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트럼프에게 장난을 치고 있을까 걱정스럽다.”―북한 비핵화 협상에 행동경제학 이론을 적용할 수 있나? “트럼프나 김정은 같은 사람들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려고 할 때의 문제는 그들이 이성적이거나 예측 가능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 인간’도, 그렇다고 ‘심리적 인간’도 아니다.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다음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나에겐 ‘이해 불가’다.” 그는 사건 결과를 알고 난 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후견편향(hindsight bias)’를 ‘먼데이모닝 쿼터백킹(주말 미식축구 경기를 본 뒤 월요일 아침 쿼터백 이렇게 공을 던졌어야 한다고 뒷말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북핵 문제를 비판하는 것도 그렇다는 것이다. 세일러 교수는 “트럼프는 어떻게 했을 것이라는 건 말하지 않고 본인이 했으면 좋은 협상을 맺었을 거라고만 말한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정상회담 이후 모두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알맹이가 없을 수 있다. 둘 다 그렇게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보기에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은 통일이다. 고통이 따르지만 결국엔 좋은 일이라는 게 독일 통일의 교훈이다. 김정은이 우리를 얼마나 놀라게 할지 지켜보자. 난 트럼프가 한국에서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한국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으니 희망을 갖자.”―당신을 포함해 11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비판하는 서한을 보냈다. “찬성하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40명의 경제학자들에게 관세 부과에 대해 물었더니 트럼프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100%였다. 자유무역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 올바른 길은 패자를 돕는 방법을 찾는 거다. 값싼 한국산 세탁기를 구입해 이득을 본 모든 사람들은 미국 세탁기 공장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재취업이나 재교육프로그램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경제는 유연해야 한다. 무역정책을 보면 트럼프가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 특성이 나타난다.”―노벨상을 안겨준 넛지(Nudge) 이론의 핵심인 선택설계란 무엇인가. “선택설계는 환경설계다. 환경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축도 선택설계의 작은 사례다. 건물 디자인이 이용자들의 사람들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건축학교에서 인간행동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웹사이트 개발, 학업과정도 선택설계를 이용한다. 책을 쓸 때도 그렇다. 선택설계는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 세일러 교수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의미의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정의했다. 그는 “건물 내부에 우물처럼 공간을 파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계단통을 만들었더니 교수들의 소통이 늘고 운동 효과도 생겼다”고 말했다. ―선택설계 성공 사례는 무엇인가. “미국 퇴직연금(401K) 신청서에 가입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탈퇴하려면 따로 체크하게 만드는 작은 변화로 ‘가입률 90%’의 효과를 봤다.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모든 게 인간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넛지’ 책 제목을 ‘모든 게 중요하다(Everything Matters)’로 지을까 고민한 적도 있다.”―선택의 기본값을 바꾸면 인간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건가. “서점의 책이 500만 권쯤 된다면 선택장애가 일어난다. (온라인서점인) 아마존에는 책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왜 없을까. 선택설계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주제별로 책을 분류하고 구매이력을 참고해 추천해준다.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 선택설계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고객이 떠난다. 금융회사들은 아마존에서 배워야 한다.”―선택설계를 어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나. “당뇨병 환자들이 약을 제때 먹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몸에 장치를 심어 혈당이 떨어지면 스마트폰에 신호를 보내 약을 먹게 해주는 기술이 있다. 혈당이 올라가면 약이 저절로 주입되는 기술은 더 좋다. 우리 모두 주머니에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컴퓨터를 넣고 있다는 사실을 활용하면 많은 기회가 있다. 기술과 행동경제학을 결합하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는 “세계 200여 곳의 정부가 넛지 관련 부서를 두고 실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 인간 선택을 돕고 오류를 막아준다는 건가. “신용카드 발급은 기계적으로 이뤄진다. 기계는 외모, 거주지 등의 편견이 없어 훨씬 공정하다. 결제 대금을 제때 갚을 능력이 있는지만 따진다. 병원의 의사 결정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자율주행차는 훨씬 더 안전하다. 음주운전, 졸음운전도 안 할 거 아닌가. 사고는 나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인공지능(AI)에 대한 걱정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처럼 컴퓨터가 우리를 통제할거라 믿는다. 그건 먼 훗날의 얘기다. 순진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나아질 기회가 위험해질 기회보다 크다. AI 때문에 사라지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반복작업을 하는 톨게이트 요금 징수와 같은 일은 사라지되 사람 손길이 필요한 간병인 같은 일은 남아 있을 것이다.”―우려스러운 부분은 없나? “미국의 선거(2016년 대선)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걱정스럽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가 AI의 영향을 받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조심해야 한다.”―심리적 편향을 이용해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쁜 일을 위해 넛지를 쓰는 것이 안타깝다. 이건 ‘슬러지(sludge)’다. 자동차도 유용한 물건이지만 차량 테러에 이용된다. 끔찍한 일이지만 자동차를 없앨 수는 없다. 기업이 돈을 버는 데만 혈안이 되면 안 된다.”― 강한 규제에 찬성하나? “난 ‘적절한(appropriate) 규제’에 찬성한다. 난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민간 부분은 규제 당국보다 늘 똑똑하다. 은행들은 규제를 피해가는 법을 곧 찾아낼 것이다. 규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보공개와 같은 투명성 개선이 규제보다 낫다. 영국에서 기업이 남녀 임금을 공개하게 했더니 규제 없이도 변화가 일어났다. 남성 임금을 여성보다 세 배나 주는 가게에 여성 고객은 가지 않을 것이다.”―2008년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더 나아졌나 “과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테크버블(닷컴버블)’이 터지고 2008년 위기가 발생하기까지 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이 터지면 교훈을 얻지만 또 다른 일이 일어난다. 2008년 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지났을 뿐이다. 똑같진 않겠지만, 위기는 또 온다.”―지난달 부스 경영대학원에서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 독점 문제를 논의하는 반독점 컨퍼런스가 있었다. “기업이 지나치게 커지는 걸 걱정해야할 이유는 많다. 하지만 크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애플은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지만 품질이 좋아서 성장했다. (기업) 크기를 줄여야 하니 상품을 나쁘게 만들라고 할 수는 없다. 삼성이 열심히 노력해서 가격을 더 낮추고 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으면 세상은 더 좋아진다. 성공했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페이스북보다 애플에 대한 우려가 적은 건 같은 독점이라도 애플 쪽의 해악이 덜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잘 해결하길 바란다.”―트럼프 지지자에게 트럼프 관련 뉴스만 추천하는 식의 뉴스 알고리즘의 문제도 있다. “독점은 위험하다. 미국에는 폭스, CNN, MSNBC가 있어 성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겹치는 부분이 없다. 저커버그에게 조언을 하자면 이용자들이 선호 분야를 조정하게 놔두라는 거다. 난 트럼프 찬양 기사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부분은 잘 했다는 내용의 기사는 읽고 싶다.” ―노벨상 수상소감을 얘기할 때 상금을 최대한 비이성적(irrationally)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투자는 어떤가. “그거야말로 비이성적이다.(웃음) 비트코인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건 100퍼센트 확신한다. 정말 미스터리다. 사람들이 합법적 활동에 그걸 쓸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 불안정한 화폐가 왜 필요한가. 말이 안 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수강 소감대로 비이성적으로 쓴 것이니 하나 사보자. 골프 치러 가서 사람들이 작은 내기를 하자고 하면 ‘오케이, 1 비트코인’이라고 말하겠다.(웃음)” 세일러 교수는 리더의 오류를 막으려면 기록과 글쓰기, 조직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새 책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우리 선발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북한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상회담 준비 작업은 발이 묶였다. 그들(북한)이 전화를 받게 하거나 ‘통신 침묵(radio silence)’을 멈추게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번째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북-미는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접촉을 하기로 했다. 양측 실무진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만나 물자 수송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은 감감무소식이었다.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직후 백악관 고위 관리는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북한의 ‘약속 위반 행적(a trail of broken promises)’을 공개했다. ○ 북한의 비방, “인내 한계 넘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실무 접촉 무산 이후) 1주일 만에 북한과의 첫 소통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공격하고 ‘핵 대 핵의 대결’을 경고한 어젯밤 북한의 성명”이라고 지적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전날 오후 8시경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조롱하고 “핵 대 핵의 대결”로 위협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것이 정상회담 취소의 기폭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NBC,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선희 담화’ 두 시간 뒤인 오후 10시경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내용을 보고받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지 12시간도 안 돼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로 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24일 오전 9시 43분 북측에 전달했다. 정상회담 취소를 논의하는 회의에는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술로 작성됐다. 백악관의 다른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인내의 한계’였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얼뜨기’라고 부른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 믿을 수 없는 북 ‘CVID’ 의지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최단 시간 내에 완성할 것을 북한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강조하는 북한이 화답하지 않자 판을 깼다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 나와 “회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며 회담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직후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핵실험장 폭파를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로 보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전문가들에게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겠다고 폼페이오 장관과 한국에 약속해 놓고 이를 어겼다는 게 백악관의 불만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핵실험장 폐기) 실행을 감식할 증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터널이 향후 다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으로 폭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언급한 것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 “김정은, 다롄 방문 이후 달라져” 중국 배후설 북-미 정상회담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불만도 정상회담 취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한 뒤에 태도 변화가 있었다”며 ‘시진핑(習近平) 배후설’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7일 김 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머물며 시 주석을 만난 뒤 북한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소장은 “미중 무역 분쟁에서 중국이 북한을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무역협상 카드를 활용해 중국에 최대한의 대북 제재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우리 선발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북한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상회담 준비 작업은 발이 묶였다. 그들(북한)이 전화를 받게 하거나 ‘통신 침묵(radio silence)’을 멈추게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번째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북-미는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접촉을 하기로 했다. 양측 실무진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만나 물자 수송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은 감감무소식이었다.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직후 백악관 고위 관리는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북한의 ‘약속 위반 행적(a trail of broken promises)’을 공개했다. ●북한의 비방, “인내 한계 넘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실무접촉 무산 이후) 1주일 만에 북한과의 첫 소통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공격하고 ‘핵 대 핵의 대결’을 경고한 어젯밤 성명”이라고 지적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전날 밤 8시경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조롱하고 “핵 대 핵의 대결”로 위협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것이 정상회담 취소의 기폭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NBC,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선희 담화’ 두 시간 뒤인 밤 10시경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내용을 보고 받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지 12시간도 안 돼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로 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24일 오전 9시43분 북측에 전달했다. 정상회담 취소를 논의하는 회의에는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술로 작성됐다. 백악관의 다른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인내의 한계’였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얼뜨기’라고 부른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 믿을 수 없는 북 ‘CVID’ 의지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최단시간 내에 완성할 것을 북한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강조하는 북한이 화답하지 않자 판을 깼다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 나와 “회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며 회담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직후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핵실험장 폭파를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로 보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전문가들이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겠다고 폼페이오 장관과 한국에 약속해 놓고 이를 어겼다는 게 백악관의 불만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핵실험장 폐기) 실행을 감식할 증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터널이 향후 다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으로 폭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언급한 것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 “김정은, 다롄 방문 이후 달라져” 중국 배후설 북-미 정상회담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불만도 정상회담 취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한 뒤에 태도 변화가 있었다”며 ‘시진핑(習近平) 배후설’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7일 김 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시에서 1박 2일간 머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북한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소장은 “미중 무역 분쟁에서 중국이 북한을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무역협상 카드를 활용해 중국에 최대한의 대북 제재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북-미 회담 취소되기 까지●북한 담화△5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발표△5월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미 정상회담 재고 최고지도부에 건의하겠다” 담화 발표△5월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취소 발표●다롄 회동△5월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중국 방문.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동.△5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중국 배후설 제기△5월 22일/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을 방문 이후 북한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며 재차 중국 배후설 제기●비핵화 조건△5월 8일/ 김정은, 시 주석과 회동 후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바란다”고 발표△5월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 핵무기 미국 테네시로 가져갈 것, 대량살상무기와 핵능력 폐기” 등 ‘리비아식 핵 폐기’ 공식화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타결한 지 하루 만에 미국 내에서 ‘졸속 합의’라는 불만과 함께 통상 라인의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서둘러 봉합된 미중 무역갈등이 다음 달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0일 ABC방송과 CBS방송에 나와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굉장한 진전을 이뤘다”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후속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무역전쟁을 보류하고 새로운 틀을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관세 부과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500억 달러(약 162조 원)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므누신 장관이 TV에 나와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기술 보호를 위해 관세가 중요한 수단으로 남아 있다”는 다른 톤의 성명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상 관료들은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의견 차이를 일축했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내용과 톤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 커들로 위원장 등 ‘현상 유지파’는 금융시장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무역전쟁을 서둘러 봉합하길 원하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은 중국에 의한 첨단기술 탈취 등을 막기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중국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번 미중 협상 과정에서 ‘나바로 국장과 므누신 장관의 충돌설’과 ‘나바로 국장 협상 배제설’ 등이 흘러나왔다. 미국 내에선 ‘현상 유지파’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면서 무역전쟁은 피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졸속 합의’라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미국 측이 요구한 2000억 달러의 무역적자 감축 제안을 거부한 데다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논란이 인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규제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12일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서둘러 봉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중 간 실무 합의를 거쳐 11월 중간선거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종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경파가 득세하거나 북한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진의 합의 내용을 뒤집고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중국의 대형 통신장비업체 ZTE 처리도 변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도움을 얻기 위해 ZTE 문제를 양보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이것은 법 집행의 문제이지 통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커들로 위원장도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처벌을 면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다음 달 8일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가 열리는 캐나다 퀘벡은 프랑스계 주민이 모여 사는 조용한 도시다. 최근 그곳에서 만난 우버 운전사 파스칼은 “도깨비라는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온다”며 인사를 건넸다. 한 공예품 상점 주인도 “한국인인가. 북이냐, 남이냐”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리틀 로켓맨(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달라진 것 같은데, 이제 북한 사람도 퀘벡 관광을 오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한반도의 봄’은 퀘벡의 작은 공예품 상점 주인에게도 관심사였다.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았을 때 전 세계가 놀랐다. 지켜보던 외신 기자들은 박수를 쳤고, 눈물도 흘렸다. 도깨비보다 더 히트한 ‘한반도판 감동 드라마’였다. 사람들은 늘 칭찬을 하다가 마지막에 화를 낸 사람보다 늘 화를 내다가 마지막에 한번 크게 칭찬을 해준 사람을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정상회담 직후 여론조사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생각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65%로 조사됐다. 북한 업무에 능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도 남북 정상회담을 보며 “생각보다 더 분위기가 좋다” “김정은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며 놀랐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 중에 눈길을 끄는 게 있느냐고 묻자, “1992년 비핵화 선언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꼼수에 여러 번 당한 미국 전문가들이 “여기까진 이미 와 봤다”고 냉정하게 평가한 이유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을 위해 보여준 건 핵보유국을 선언하며 용도 폐기된 오염된 핵실험장 폐기 발표 외엔 아직 없다. 북한은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합리적 판단을 하는 ‘이성’이라는 코끼리 기수보다, 더 어마어마한 힘으로 움직이는 ‘감성’이라는 코끼리한테 직접 말을 걸어야 한다는 걸 잘 아는 선전선동의 명수다. 북한이 핵을 여전히 꽉 움켜쥐고 있는데도 국내 정치권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재 완화, 주한미군 감축, 한미동맹 재검토 등 민감한 화두가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건 북한의 ‘코끼리 말 걸기’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신호다. 북한이 자신들이 제안한 북-미 정상회담 취소까지 거론하고 탈북 종업원 송환 등을 요구하며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도 이런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분위기 좋았는데…”라며 한반도의 봄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의 좌절감, 상실감,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틈을 노려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북한의 ‘코끼리 말 걸기’ 공세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이 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은 “낙관적이지만 현실적”이다. 이 말은 베트남전쟁에서 8년간 포로로 잡혔다가 살아 돌아온 미군 장교 스톡데일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톡데일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였다”라고 말했다. ‘곧 나갈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만 품은 포로들은 좌절감과 상심 속에서 죽어갔지만, 곧 나가지는 못해도 희망을 갖고 필요한 일을 차근차근 준비한 현실주의자들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북한 관광객들이 퀘벡에서 전통음식 ‘푸틴’과 단풍나무 시럽이 들어간 ‘메이플 맥주’를 자유롭게 즐길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런 변화는 환호와 박수, 막연한 희망만으론 오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없이는 불가능하며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따지는 현실 감각부터 잃지 않아야 한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우리는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우리가 당신을 보호해 줄게. 우리는 군사력을 제공할 것이고 이 모든 걸 주겠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들어가서 그를 제거(decimate)했다. 이라크에서도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인 17일(현지 시간)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식 북한 비핵화 해법’을 기자들에게 11분간 쏟아내며 ‘몰살’ ‘섬멸’ ‘제거’ 등을 뜻하는 단어 ‘decimation’을 7차례나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선 “리비아와는 전혀 다른 모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달랬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완전한 섬멸(Total decimation)’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위협하며 ‘당근과 채찍’을 휘둘렀다. ○ “완전한 섬멸”, 정상회담 합의 후 첫 대북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배제했다. 그는 “카다피에 적용된 모델은 완전한 섬멸이었다. 우리는 거기에 들어가 그를 무너뜨렸다”며 “우리(북-미)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그 모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만약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그는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통령이 정치적 안전장치 제안과 새로운 위협을 짝지어 ‘미스터 김’(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려고 했다”며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대통령의 첫 번째 직접적인 대북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 “북한 큰 부자가 될 것”, ‘한국 모델’ 제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이것은 김정은과 같이하는 것”이라며 “그는 그 나라를 통치할 것이고 그의 나라는 큰 부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제 보장’과 ‘경제 성장’이 대가로 주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건 사실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 모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납세자가 아닌 미국의 훌륭한 민간 자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미국인들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에너지시설, 농업 등의 분야에 투자해 북한이 자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도울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협상하고 있다”며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어디서 만나고, 어떻게 만나고, 어떤 방에서 만날지 등을 협상 중이다. 곧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 일행이 2차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그게 성공할까 의심스럽다”며 “내가 의심하는 이유는 중국이 너무 버릇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위은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한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배제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체제를 무너뜨린 ‘리비아 모델’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거론한 배경에 중국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약 11분간 북한 문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미국 주도의 핵 사찰-핵시설 해체 및 미 테네시주로 이전’ 등을 뼈대로 하는 2003년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섬멸했다.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국가원수)는 지켜줄 합의가 없었다”며 “리비아 모델은 매우 다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는 미국의 체제 보장 약속을 받지 못해 제거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체제 보장을 제공하는 북한 모델과는 “정반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만나서 어떤 결론이 나온다면 실제로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며 “그(김정은)는 매우 강력한 보호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 매우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한 배경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향력이 깔려 있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이 시 주석을 두 번째 만난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며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정은과 시 주석의 회동이 북-미 정상회담에 방해가 되는 요인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북-중 간 만남으로 인해 우리가 가는 길에 새로운 장애가 생겼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김정은과 시 주석의 회동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도움이 되는 만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방침에 변화가 없으며 회담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문병기 기자}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여전히 희망적이며 우리는 계속 그 길로 가겠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아침(현지 시간) 평소처럼 트윗을 부지런히 올렸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뿐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북한의 발표를 전달받은 뒤에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북한의 발표 직후인 오후 2시경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국무부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한미 군사훈련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언론들도 북한의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사실을 일제히 속보로 전하며 북한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이번 발표가 몇 달간 한반도에서 조성된 해빙 무드에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남측 특사단의 방북 때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어느 정도 놀라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간의 대화가 급진전되는 데 대한 북한 내부의 ‘속도 조절’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70년간 독재정권이 지배하고 있지만 완전히 획일적인 사회는 아니며, 북한에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고 전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북한의 발표가 북-미 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한미 연합훈련을 끝내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전통적 ‘협상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NYT는 많은 전문가가 북한의 이번 발표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엄청난 위협’이라기보다는 도로의 요철 같은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북한의 이번 발표는 한미 연합훈련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임을 암시했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회담 의제를 통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목적이 있다”며 “김정은은 동맹의 균열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위협이 보다 심각한 것일 수 있으며 북한이 한국을 모욕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돌변을 중국과의 관계와 연결 지은 분석도 있었다. 보니 글레이저 CSIS 아시아 선임고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를 다시 논의 대상에 올리도록 의견을 제시했고,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도 CNN에 “이번 주 워싱턴에서 미중 관세협상이 열리는 점을 감안해 북한이 중국에 백악관에 대한 레버리지를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주성하 기자}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핵심 당국자들이 방송에 출연해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벽한 폐기를 전제로 북한에 제공할 경제적 보상책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핵심은 미국의 대규모 민간 투자를 허용해 북한의 경제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을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시 김정은 체제를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북한판 마셜플랜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지만 유·무상 원조 같은 정부 자금보다는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셜플랜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마셜플랜은 2차 대전 후 미국이 유럽의 경제 재건을 돕기 위해 대규모 원조를 제공한 것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투톱’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간)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내밀 ‘당근’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CBS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인의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국의 민간 자본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제적 번영에 견줄 만한 실질적인 경제적 번영의 조건을 북한인을 위해 창출할 수 있다”며 “북한은 에너지 지원, 주민을 위한 전기, 농업 장비와 기술이 절실하다. 우리는 그걸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ABC방송과 CNN에 출연한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한국처럼 경제가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야간에 한반도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밝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은 서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고 설명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최대한 빨리 북한과의 교역과 투자의 문호를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 빈곤의 나라에 무역과 투자가 허용되길 바란다면 이것(완전한 비핵화)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를 더 빨리할수록 다른 세계의 개방과 한국과 같은 정상국가가 되는 길이 빨라질 것”이라며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이행에 대한 대가로 민간 기업의 무역과 투자를 허용할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CNN 인터뷰에서 “나라면 우리에게 경제적 원조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세금 투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들의 발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 전까지 “보상은 없다”고 최대 압박을 다짐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이후 경제 보상의 밑그림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대북 강경파로 유명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전제로 “의회에서 북한에 더 나은 삶과 원조를 제공하고 제재를 덜어주는 데 대한 많은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북 원조 가능성을 언급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 본토로 가져와야 한다는 비핵화 방법론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반출지를 특정한 것은 처음이다.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간) A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절차가 완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비핵화 결정을 이행한다는 것은 모든 핵무기를 해체해 테네시에 있는 오크리지(국립연구소)로 가져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제거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상황에서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양측이 치열한 물밑 신경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4일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비핵화 방법론에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어 볼턴 보좌관은 “북한은 매우 광범위한 (핵)프로그램이 있고, 누구도 이것(북핵 프로그램 폐기)이 쉽다고 믿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비핵화 검증을 위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하고 개방적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북한에 대한 무조건 원조, 즉 ‘마셜플랜’ 식 지원은 불가하며 투자가 지원 모델이라고 못 박았다. 볼턴은 별도로 가진 CNN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나라면 우리에게 경제적 원조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서 비핵화가 시작됐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상원 청문회에 섰을 때 그의 책상에 놓인 문서가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 해체?’라는 의원들의 예상 질문에 “기술기업은 미국의 핵심 자산이며 (페이스북) 해체는 중국 기업을 강화시킨다”는 모범 답안을 적어 놓은 것이다. 영국 정치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회원정보 유출 사태로 궁지에 몰린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쏟아지는 정치적 비난과 사회적 책임을 어디까지 고민했는지 보여준다. 저커버그의 걱정처럼 미국에선 ‘FAANGs(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로 불리는 ‘슈퍼 디지털 플랫폼’의 기술 독과점, 이른바 ‘테코폴리(Techopoly)’ ‘디지털 독점(Digital monopoly)’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1911년 스탠더드오일과 1982년 AT&T 분할처럼 테코폴리 기업들을 강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저커버그 청문회 2주 뒤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집중’을 주제로 ‘반독점 및 경쟁 콘퍼런스’가 열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 콘퍼런스에는 앨빈 로스, 장 티롤을 비롯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디지털 독점 문제 해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반독점 규제에서 테코폴리 기업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콘퍼런스 조직위원장을 맡은 가이 롤닉 시카고대 교수는 “데이터 집중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끼친 체계적인 위험과 손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테코폴리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FAANGs’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홀로 제공하는 ‘슈퍼 플랫폼’이 네이버다. 국내 검색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는 테코폴리를 유지하기 위해 뉴스 서비스를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써왔다.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무대로 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논란은 이 같은 테코폴리 부작용을 보여준 사례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테코폴리의 폐해가 커질수록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반독점 규제를 통한 해법이 국내에서도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슈퍼 플랫폼을 강제로 쪼갤 경우 막대한 개인정보 처리 문제가 생기고 서비스가 축소돼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권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논란을 피하려면 테코폴리 사업자가 스스로 사업 모델을 바꿔 예상되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탕을 움켜쥐고 항아리에서 손이 빠지지 않는다고 울 게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과 영향력을 덜어내고 개인정보 이용과 서비스 투명성은 강화하는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번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뉴스편집 시스템을 개편하는 식의 땜질 대책으로 테코폴리 문제의 본질을 피해 갔다.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고, 댓글을 달게 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사회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형태로 조직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수록 사회에 폐를 끼치는 사업은 오래갈 수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의 덩치가 커질수록 사회적 폐해가 증가한다면 직원들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네이버 해체’에 대한 모범 답안을 준비해야 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회사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섰을 때 그의 책상 위에 놓인 문서가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 해체?’라는 의원들의 예상 질문에 “기술기업은 미국의 핵심 자산이며 (페이스북) 해체는 중국기업을 강화시킨다”는 모범 답안을 적어놓은 것이다. 영국 정치컨설팅회사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회원정보 유출 사태로 궁지에 몰린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쏟아지는 정치적 비난과 사회적 책임을 어디까지 고민했는지 보여준다. 저커버그의 걱정처럼 미국에선 ‘FAANGs(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로 불리는 ‘슈퍼 디지털 플랫폼’의 기술 독과점, 이른바 ‘테코폴리(Techopoly)’, ‘디지털독점(Digital monopoly)’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1911년 스탠더드오일과 1982년 AT&T 분할처럼 테코폴리 기업들을 강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저커버그 청문회 2주 뒤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집중’을 주제로 ‘반독점 및 경쟁 컨퍼런스’가 열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 컨퍼런스에는 앨빈 로스, 장 티롤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디지털 독점 문제 해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반독점 규제에서 테코폴리 기업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논의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컨퍼런스 조직위원장을 맡은 가이 롤닉 시카고대 교수는 “데이터 집중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끼친 체계적인 위험과 손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테코폴리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FAANGs’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홀로 제공하는 ‘슈퍼 플랫폼’이 네이버다. 국내 검색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는 테코폴리를 유지하기 위해 뉴스 서비스를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써왔다. 네이버 뉴스서비스를 무대로 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논란은 이 같은 테코폴리 부작용을 보여준 사례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테크폴리 폐해가 커질수록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반독점 규제를 통한 해법이 국내에서도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슈퍼 플랫폼을 강제로 쪼갤 경우 막대한 개인 정보 처리 문제가 생기고 서비스가 축소돼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권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논란을 피하려면 테코폴리 사업자가 스스로 사업 모델을 바꿔 예상되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탕을 움켜쥐고 항아리에서 손이 빠지지 않는다고 울 게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과 영향력을 덜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번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뉴스편집 시스템을 개편하는 식의 땜질 대책으로 테코폴리 문제의 본질을 피해갔다.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고, 댓글을 달게 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사회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형태로 조직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수록 사회에 폐를 끼치는 사업은 오래갈 수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의 덩치가 커질수록 사회적 폐해가 증가한다면 직원들이 의회 청문회장에서 ‘네이버 해체’에 대한 모범 답안을 준비해야 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라이언파크. 스마트폰에 깔린 도미노스피자 앱으로 피자 한 판과 음료수를 주문하고 결제했다. 30분 후 공원 내 지정 장소인 ‘핫스팟’에 자전거를 끌고 나타난 배달원은 “사람이 많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피자를 건넸다. 배달료 약 3달러(약 3200원)를 지불했지만, 그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원에 앉아 갓 구운 피자를 즐길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집과 사무실 외에 미국 내 공원 해변 박물관 등 1500여 곳의 공공장소로 피자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니스 멀로니 도미노스피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핫스팟 배달은 배달 혁신”이라며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기술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외식업 판도 바꾸는 ‘디지털 배달’ 전쟁 미국에 5700개 매장과 3만 명의 배달원을 두고 있는 도미노스피자는 인공지능(AI) 로봇 ‘돔(Dom)’을 통한 자동응답 서비스를 활용해 주문도 받는다. 전체 주문의 65%가 스마트폰과 AI 자동응답전화 등 ‘디지털 주문’을 통해 접수된다. 주문 처리 비용도 사람이 하는 것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자동차 회사 포드와 손잡고 무인자동차를 이용한 배달과 드론 배달 서비스도 실험 중이다. 약 8000억 달러(약 856조 원)에 이르는 미국 외식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음식 배달서비스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음식점협회(ARA)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음식점의 90%는 종업원 50명 미만이며 70%는 점포 한 곳만 운영한다. 자체 배달원을 두기 어려운 중소 식당들은 그럽허브, 도어대시, 심리스 등의 ‘제3자 음식 배달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럽허브는 뉴욕 증시에 상장됐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뉴욕에 있는 페루음식점 ‘베이비 브라사’의 밀란 켈레스 대표는 “음식배달 회사들은 모든 지역의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전략컨설팅회사 펜털렉트에 따르면 제3자 음식배달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30억 달러에서 2022년 24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공유회사 우버도 ‘우버 이츠(eats)’를 통해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한인 청년들도 식당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앱을 개발해 미국 푸드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런치아이디’는 앱 회원들이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주요 메뉴들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디지털 바우처’를 지급한다. 각 식당은 한 달에 한 번 방문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김국태 대표는 “푸드테크를 활용하면 식당 주인은 무료로 식당을 홍보할 기회를 얻고 뉴요커들은 점심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창업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는 ‘로봇 식당’ 혁명 중 푸드테크는 한국처럼 음식점이 밀집돼 있고 물류 인프라가 뛰어난 대도시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데다 배달 수수료 등의 부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엔 음식을 만들거나 나르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패서디나의 햄버거 체인점 캘리버거 주방엔 지난달 세계 최초로 햄버거 굽는 로봇 ‘플리피’가 등장했다. 센서와 AI 기술을 이용해 햄버거 패티를 집어 그릴에 올려놓거나 뒤집을 수 있다. 플리피를 개발한 미소로보틱스의 데이비드 지토 대표는 “우리의 임무는 요리사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지 그들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엔 커피를 내리는 로봇 바리스타 커피숍과 피자를 굽는 로봇 피자점도 등장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하정우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베어로보틱스는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 ‘페니’를 개발했다. 작은 테이블 같은 모형의 페니는 식당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스스로 돌아다니며 음식을 운반한다. 하 대표는 “음식점들이 로봇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서빙 로봇을 빌려주고 시간당 사용료를 받는 ‘서비스로서의 노동력(Labor as Service)’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Food-tech)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식음료 생산, 음식 조리, 배달, 음식물 쓰레기 폐기 등 식품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기술. 뉴욕·실리콘밸리=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미총기협회(NRA) 행사 연설을 위해 텍사스주 댈러스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 이를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자신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옵션을 준비하라고 최근 국방부에 명령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주한미군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Troops are not on the table)”고 말해 해당 보도를 반박했다. NYT는 3일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역사적 만남 몇 주 전 주한미군 감축 옵션에 대한 준비를 명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주한미군 관련 논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 있기 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NYT의 보도를 ‘완전한 헛소리(utter nonsense)’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옵션을 제출하라고 국방부에 요청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NYT 보도가 알려진 지 약 1시간 만에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관계자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NYT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3일 해당 보도에서 “병력 감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핵무기 프로그램 관련 대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의도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은 NYT 보도가 나온 뒤 백악관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핵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되고 나서 한참 후까지 (주한미군 감축은)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NYT와는 다소 엇갈린 내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취재진과 만나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음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자 문제와 관련해) 매우 좋은 일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3일(현지 시간)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 주장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문 특보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민주평통 뉴욕협의회 주최로 열린 동포 간담회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평화협정 이후에도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과 우리의 국내적 정치적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언급해 ‘주한미군 철수’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이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문 특보는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잘됐는데 한반도가 평화조약을 체결하게 되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게 되고 그 다음 북한과 미국 사이에 국교 정상화가 되면 자연히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에 있는 보수 진영에서도 그것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볼 텐데 이런 걸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문 특보는 “키신저 박사가 ‘한반도가 비핵화, 평화조약 체결, 북-미 수교가 되면 자연히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이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원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다. 문제는 한국 내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씀을 했다”고 소개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룬 한국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이 3년 만에 미국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다시 선다. 디모킴뮤지컬시어터팩토리는 뉴욕 맨해튼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인 플레이라이츠호라이즌스에 있는 피터 제이 샤프 시어터에서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을 공연한다고 2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번 공연은 7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모두 60회 진행될 예정이다. 컴포트 우먼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일본 도쿄 공장에 취업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조선인 소녀 고은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2015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됐으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여러 나라 관객들에게 알려 주목을 받았다. 3년 만에 더 큰 무대에서 재공연을 하게 됐다. 컴포트 우먼의 김현준 연출가는 “2015년 12월에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이 공연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나누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의 한인 예술가들이 참여한 이번 공연은 문아트 컴퍼니와 I.A.Lab이 기획하고 디모킴뮤지컬시어터팩토리가 제작을 맡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제작을 지원했다. 오세준 동서대 교수는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로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한의 국경에 있는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이 있고 중요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장소일까? 그냥 물어보는 거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회담 후보지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제네바가 회담 장소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판문점이 후보지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전부터 물밑으로 백악관에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해 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뒤 이뤄진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 중 하나로 언급했다”며 “미국으로서는 당사자인 남북미가 다 모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여론 반응을 보기 위해) ‘시험풍선’을 띄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참모진도 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5월 셋째 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도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만남(북-미 정상회담)에서 그들(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시험해 보길 원한다”며 협상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이 양보하기 전에 모든 핵무기, 핵연료,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선(先) 핵폐기, 후(後) 관계 정상화’의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매우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면담과 관련해 “그(김 위원장)는 그것(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대화를 하고, 우리가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지도를 펼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장소가 좁혀진 만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조금 빨리 나오지 않겠느냐”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보고 그에 연동해서 한미 정상회담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백악관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상준 기자}
“해체해야 할 게 얼마나 있는지부터 (먼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스크루 드라이버를 들고 회담장에 들어가서 이튿날부터 분해를 시작하는 건 불가능하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월 29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한 것은 미국 주도로 북한 핵탄두와 핵시설 등 폐기 대상을 철저히 확인하고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개발 시설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깜깜이 검증’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도 ‘완전한 비핵화의 검증’에 대한 정상 간 합의가 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깜깜이 비핵화 검증’ 안 한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2003, 2004년 리비아 모델을 아주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며 “리비아의 프로그램이 훨씬 작았다는 차이점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리비아 모델을 근간으로 북한 비핵화 방법론을 가다듬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핵무기,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폐기를 약속한 1992년 비핵화 선언도 모델로 언급했다. 미국이 의도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황 파악이 급선무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 30∼5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핵탄두의 정확한 수량과 핵물질 보유량, 우라늄 광산과 우라늄 농축 시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등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볼턴 보좌관은 “미국과 다른 사찰관들이 검증한 리비아 사례처럼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검증을 통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을 완전하고 총체적으로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보다 미국과 영국이 핵사찰에 나선 리비아 사례처럼 미국과 동맹국 주도의 핵사찰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북-미 정상회담, 눈 부릅뜨고 갈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양이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 검증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이 모델로 꼽은 리비아의 경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선 핵폐기, 후 관계정상화’ 모델을 따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서방의 공습 이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은 리비아 모델 적용의 걸림돌이다. 미국과 구소련 간 핵무기 감축의 경우 수천 개의 핵무기를 줄이는 것이어서 감시가 비교적 쉬웠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거나 시설이 없다는 걸 검증할 수는 있어도 광산이나 핵분열 물질이 북한 어디에도 없다는 걸 검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재적이어야 한다”며 “김정은에게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대화의 주요 의제”라며 “눈을 부릅뜨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대북 감시망도 강화되고 있다. 로버트 카딜로 미 국가지리정보국(NGA) 국장은 CNN에 “정보기관들이 백악관과 미 고위 정책 결정자들에게 (북한에 관한) 정보를 거의 매일 브리핑하고 있다”고 밝혔다. NGA는 위성과 드론, 지도 분석 등을 통해 북핵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NGA는 민간 기업을 통한 대북 감시망도 확대하고 있다. 5월 말부터 1년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위성 이미지와 감지기 등을 이용해 비행장 탄약고 등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해 달라고 지난주 요청했다는 것. 카딜로 국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 이행을 감시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후보자가 미 상원 인준 관문을 통과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몇 주 뒤 열릴 북-미 정상회담 준비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 상원은 26일(현지 시간) 본회의를 열고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후보자 인준안을 찬성 57표, 반대 42표로 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준안이 통과되자 성명을 내고 “폼페이오가 우리나라 최고위 외교관으로 일할 수 있게 상원이 인준해줘 기쁘다”며 “그는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해 왔다. 나는 그를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은 인준안 통과 후 곧바로 취임 선서를 하고 유럽과 중동 순방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백악관은 인준안이 통과되고 몇 시간 뒤 폼페이오 장관이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장면이 담긴 사진 2장을 전격 공개했다. 이 사진을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공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폼페이오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5월이나 6월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에서 만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개방적이고 존중할 만한(open and honorable)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협상 파트너로서 상대를 인정하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협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겠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빈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조속히 만날 것”이라며 “그들이 되도록 빨리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세계를 위해 훌륭한 일”이라며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준비 과정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매우 열려 있으며 우리가 본 모든 것에 비춰볼 때 매우 존중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수년간 많은 약속을 해왔지만 이런 입장을 보인 적은 없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 등으로 부르며 설전을 벌였다.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주민을 굶겨 죽이고 가족을 죽였다는 비난을 받는 사람에게 개방적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매우 개방되고 존경할 만한 방식으로 협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그들이 가진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단순한 합의를 하고 승리를 주장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런 일은 원치 않는다. 그들이 핵무기를 제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와 같은 양보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양보를 논의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반도 전체와 전 세계를 위한 평화와 화합, 안전한 미래를 추구하고자 김정은과 곧 만날 것”이라면서도 “과거 행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 압박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