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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은 모두가 잠든 자정부터 절정을 달린다. APM, 유어스 등 대부분의 도매상가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8시까지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낮에 장사를 하는 소매상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옷가게 소매상들이 밤마다 물건을 사러 동대문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수고비를 주고 구매를 위탁하는데, 옷을 대신 구입해 소매상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사입(仕入)삼촌’이라 부른다. 이러한 위탁 비용을 줄이고자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대기업이 동대문시장의 온라인화를 추진했지만, 도매상들이 소극적으로 반응해 실패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동대문 도매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온라인 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도 두 손 두 발 들고 나온 동대문 도매시장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기는 데 성공한 ‘작은 거인’. 바로 의류 도·소매(B2B) 중개 플랫폼 ‘링크샵스(LinkShops)’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76호(2019년 7월1호)에 게재된 링크샵스의 성장 전략을 요약, 소개한다.○ 동대문시장을 온라인에 담다 2012년 7월 문을 연 이 업체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다. 도매상이 링크샵스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에 옷 사진과 수치, 가격 등의 정보를 올리면 소매상이 제품을 골라 구입할 수 있다. 링크샵스는 수수료를 받고 결제 중개, 구매 대행, 배송 등 거래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오프라인 위주였던 동대문시장의 도·소매 거래에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해 정산과 관리를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동대문 의류 도매상 2만 곳 중 1만 곳 이상이 링크샵스에 가입돼 있으며, 100만 개의 의류 상품이 링크샵스의 앱과 웹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링크샵스는 동대문 도매시장을 어떤 전략으로 공략했기에 국내 최대 의류 도·소매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는 “의류 소매상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통점)’를 하나하나 찾아내 이를 해결해준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소매상들이 토로했던 가장 큰 불편함은 물건 자체를 제때 공수하는 일이었다. 낮에는 옷을 팔고 밤에는 수십∼수백 곳에 달하는 도매상을 방문해 판매할 물건을 일일이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샘플을 구하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소매상들은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전, 고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단 소량만 사보려고 한다. 그런데 도매상들은 기존에 여러 번 거래를 해온 단골을 제외하곤 낱장 판매를 극도로 꺼렸다. 개인 고객과 구별하기 위한 도매상들만의 암묵적 합의였다. 서 대표는 “옷가게가 잘되려면 일단 구색이 다양해야 하는데, 한 제품만 많이 사 놓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소매상에게 낱장 구매는 사업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세금계산서도 큰 골칫거리였다. 소매상은 지출 내역을 증명하기 위해 매달 간이영수증을 모아 세무 처리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소매상 맞춤형 서비스로 초고속 성장 링크샵스는 영업팀, 사입팀, 회계팀, 개발팀, 디자인팀 등을 꾸린 뒤 대형 소매상들부터 섭외했다. 현금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세금계산서를 종이 한 장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래 전 과정을 링크샵스가 책임진다는 것도 어필했다. 서 대표는 “수수료를 갑자기 올려 달라고 한다거나 배송 사고를 일으키는 사입삼촌이 많아서 온라인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소매상들이 이미 많았다”고 말했다. 소매상들을 설득하면서 서비스의 완성도도 높여 나갔다. ‘단골 브랜드’ 기능부터 만들었다. 웹과 앱에 단골 브랜드 메뉴를 클릭하면 소매상이 주로 거래하는 도매상들의 제품을 한눈에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소매상의 제품 검색 및 주문 시간을 줄여주면서 편의를 도모한 것이다. 소매상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낱장 판매’도 가능하게 했다. 옷을 단 한 벌도 구입할 수 있게 해 소매상이 다양한 샘플 제품을 구매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체크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소매상이 주문, 배송과 관련된 정보를 즉각 확인할 수 있게 한 ‘실시간 확인 서비스’였다. 사입삼촌에게 주문을 맡기면 소매상은 이들이 도매상에서 제대로 제품을 수령했는지, 수량은 맞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링크샵스는 앱과 웹을 통해 배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부족한 제품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동대문 클러스터, 해외에 전파할 것” 다수의 소매상을 확보한 링크샵스는 좀 더 많은 도매상을 플랫폼에 ‘탑승’시키려 더욱 노력했다. 특히 이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소매상에게 제품이 노출돼 판로가 대폭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링크샵스의 설득에 도매상들이 늘기 시작했고 매출로 입점 효과가 확인되면서 입소문이 났다. 한 도매상은 2016년 11월, 링크샵스에 가입한 이후 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억 원가량 증가했다. 거래처 역시 3000곳이나 늘었다. 플랫폼의 양 축을 이루는 소매상과 도매상의 가입이 급속도로 늘면서 링크샵스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2016년 30억 원이 채 안 됐던 링크샵스의 월 거래액은 지난해 10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 5월을 기점으로 220억 원을 돌파했다. 링크샵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동대문 의류 클러스터’를 해외 소매상들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서 대표는 “동대문시장은 그 어떤 곳보다 ‘신상’이 빨리, 많이 나오는 ‘패션 클러스터’다. 그만큼 저력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제대로 연결만 해주면 날개를 날 것으로 본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최근 기업들은 조직 밖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을 조직 내부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와 교류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체적인 기업 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 설립을 확산하는 추세다. 그런데 이 같은 스타트업 투자로 기업의 혁신 성과를 높이려면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교류와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 시장 지식을 조직 내부로 가져와 자사의 주력 사업과 연결하고 통합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한 해외 연구진은 미국 내 기업 벤처캐피털 17곳의 사례를 분석해 효과적인 기업 벤처캐피털 운영 방식을 연구했다. 그 결과, 성공적인 기업 벤처캐피털은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 성공적인 기업 벤처캐피털은 모기업보다 스타트업의 이해득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모기업의 주력 사업을 위해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희생시키기보다는 이들의 핵심 기술 자산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전념했다. 이 같은 스타트업의 기술 보호와 적극적인 육성은 적합한 스타트업 발굴에 큰 도움이 됐다. 둘째, 성공적인 기업 벤처캐피털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 비중이 높았다. 기업 벤처캐피털은 일반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 기술이나 사업모델이 구체화된 후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성공적인 기업 벤처캐피털은 잠재력은 있지만 기술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의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이는 스타트업 투자의 심의 과정에서 현재의 기술 완성도나 전략적 가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게 한다. 또 단발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의 발전 상황을 모니터링 해 여러 번의 후속 투자로 연결시킨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기업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 투자의 필요성과 주력 사업과의 상호 보완성을 내부 구성원에게 적극 홍보했다. 스타트업 투자가 기존 사업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기업 벤처캐피털이 좋은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육성에 전념해 가치 있는 투자자라는 평판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전략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존 벤처캐피털이 간과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조직 내부로부터 자원을 할당받고 기존 사업의 자산을 이용하기 위해 기존 사업 조직으로부터 필요성과 정당성도 인정받아야 한다. 이 같은 정당성이 기반이 되면 모기업-스타트업 간 전략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스타트업과 투자 기업을 서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조직 내부에 알릴 수도 있고 필요한 내부 지원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혁신은 크게 ‘탐험적 혁신’과 ‘활용적 혁신’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는 기업이 보유한 기존 지식과 전혀 다른 새로운 지식의 확보를, 후자는 기존 지식을 개선하고 정교화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은 활용적 혁신으로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탐험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을 개척한다. 따라서 기업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여유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대부분 기업은 활용적 혁신에 자원을 할당하고 탐험적 혁신을 도외시하곤 한다. 그렇다면 두 혁신 간 밸런스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공급사슬 측면의 주요 이해관계자들, 즉 공급자나 고객, 경쟁사들이 당장의 성과 창출을 위한 탐험적 혁신은 물론이고 활용적 혁신을 촉진해 주는 지식 제공자 역할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이탈리아 로마대 연구진이 이 같은 가설을 가지고 어떤 외부 지식 원천이 탐험적 혁신과 활용적 혁신의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공급자, 고객, 경쟁사로부터 지식을 탐색하고 확보하는 활동이 두 가지 혁신 중 어느 한 곳에 함몰되지 않고 양자 모두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공급자→고객→경쟁사’의 순서로 영향력이 컸다. 구체적으로 공급자가 개발한 혁신적인 부품이나 제품 또는 공정 기술은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탐험적 혁신)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기존 제품의 원가 절감 및 품질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활용적 혁신)을 한다. 또한 기업은 고객 불만을 분석해 기존 제품을 개선(활용적 혁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해 신제품 아이디어를 획득(탐험적 혁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쟁사는 기업이 품질 개선이나 원가 절감 아이디어(활용적 혁신)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탐험적 혁신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경쟁사를 관찰해 시장에서 필요하지만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공백을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및 기술 환경 변화 역시 경쟁사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지식의 위험을 경쟁사가 대신 검증해주기 때문에 탐험적 혁신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공급자, 고객, 경쟁사는 기업의 탐험적 혁신과 활용적 혁신 모두를 촉진하는 지식 제공자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이들로부터 혁신에 필요한 지식을 얻는 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조직이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아 외부 지식 탐색을 광범위하게 수행하기 어렵다면 균형적인 혁신 활동에 가장 도움이 되는 공급자, 고객, 경쟁사 순서로 외부 지식을 탐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저성장과 소비 위축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는 경영전문대학원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한다. 전통적인 경영 지식만을 다루던 데서 벗어나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교육도 커리큘럼에 반영해 저성장이 일상화된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줘야 한다.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이 9월부터 인공지능(AI) 융합 비즈니스 과정을 신설해 운영하려는 이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2019년 후기 신입생부터 ‘하이테크(Hi-Tech)’ MBA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하이테크 MBA는 기존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이 운영해 오던 헬스케어 MBA, 호스피탈리티(외식경영) MBA에 더해 올 하반기 새로 추가되는 프로그램이다. 신설 MBA 운영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진행한 서 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하이테크 MBA를 신설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금은 ‘무용지식(無用知識)’의 사회다. 변화가 빠르고 산업 간 융·복합이 거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최신 기업 혁신 사례, 특히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와 함께 당장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커리큘럼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하이테크 MBA에선 이 같은 부분을 충실하게 배울 수 있도록 교과목을 구성했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 ‘R’ 같은 통계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AI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AI 융합 비즈니스 전문가를 양성해 낸다는 목표다.” ―다른 MBA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네모파트너스, 한국마케팅협회 등 다양한 곳과 협업해 과정을 만들었다. 특히 DBR가 두 과목을 맡아 기업들의 생생한 혁신 사례를 소개할 계획이다. 일본 오사카의 장수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연구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며, 영국 체스터대 경영대학원(Chester Business School)과 복수학위제도 추진 중이다. 등록금(학기당 약 800만 원)의 실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입학 시 회사 대표나 지도교수, 동료의 추천을 받으면 첫 학기 등록금을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고, 재학 중에도 매 학기 학점 평균이 3.0(4.3점 만점)만 넘으면 ‘반값(학기당 약 400만 원)’에 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료 후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그동안 ‘MBA가 경영학 석사와 차별화가 안 된다’거나 ‘학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정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지적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뛰어난 ‘가성비’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미래 경영 전략들을 배워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목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2019 코틀러 어워드’의 디지털 마케팅 부문 수상 기업으로 선정된 커뮤니티형 플랫폼 공팔리터(0.8L)는 독특한 디지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다. 이 회사는 기업들의 최신 제품을 고객들에게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리뷰를 서로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부터 식품, 의류 업체까지 다양한 업체들과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캠페인에 참여한 고객들은 솔직한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려 많은 사람과 공유한다. 지난해 공팔리터는 500명을 대상으로 뷰티 상품을 체험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시작한 지 6분 만에 마감됐다. 1시간 동안 조회 수만 1만 건을 넘겼다. 현재 공팔리터는 가입자 수 60만 명을 넘어섰고, 3500여 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공팔리터는 중국과 미국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으며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최창우 공팔리터 대표는 “파트너들의 좋은 상품을 쉽고 빠르게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소비자의 솔직한 경험 후기를 통해 평소 상품을 써보지 못한 소비자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리뷰와 상품 정보를 접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최근 몇 년 새 여행 시장은 자유여행객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1485만 명이던 해외 출국자 수는 2015년 1931만 명, 2017년 265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해외여행의 형태도 자유여행의 비중은 2013년 52.4%에서 2017년 67.7%로 늘어난 반면, 패키지여행의 비중은 같은 기간 38.4%에서 25.3%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급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마이리얼트립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 여행객과 해외에 체류 중인 가이드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개인 간 거래(P2P) 중개 플랫폼이다.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의 장점이 결합된 서비스로 개인이 여행을 기획하면서도 일정 시간 현지 가이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지 가이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해외 교민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했다. 주 타깃은 해외에 살고 있지만 가이드가 본업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동시에 마이리얼트립은 각국 주요 도시에서 설명회를 열고 전문 가이드들을 섭외했다. 이렇게 모인 가이드들은 직접 여행 코스를 짜서 마이리얼트립 인터넷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 올렸다. 고객들은 플랫폼에 게시된 상품을 구매한 후 별점과 후기를 올렸고, 이를 참고해 다른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이처럼 가이드들이 고객 만족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특색 있는 여행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직 요리사의 ‘로마 쿠킹 클래스’,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뉴욕 박물관 투어’ 등 기존 패키지 상품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여행 코스가 생겨났다. 덕분에 마이리얼트립은 다양한 상품을 갖출 수 있게 됐고, 이 상품들이 일종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면서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 티켓, 숙박, 항공권 판매로 서비스를 확대한 것도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마이리얼트립은 2016년부터 교통권, 박물관·미술관 입장권 등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마이리얼트립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면 환불해주는 ‘최저가 보장제’도 시행했다. 2017년부터는 숙박 서비스를, 지난해에는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16년 10억 원대에 머물던 월 거래액은 2017년 61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170억 원까지 늘었다. 현재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여행사 중 가장 많은 1만8200개(투어·액티비티, 티켓·패스, 항공권, 숙소 등)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후기 개수도 41만6740개에 달한다. 마이리얼트립은 이 데이터들을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여행객의 개별 니즈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가치 창출은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를 위한 것이 ‘개인화 서비스’”라며 “개별 여행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많은 기업이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경쟁’부터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뜻하는 ‘뷰카(VUCA)’까지 불투명해진 경영 환경을 설명하는 용어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경영 환경 변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기업들은 어떤 방향으로 경영전략과 조직문화를 바꿔야 할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창간 11주년을 맞이해 ‘경영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 최고 경영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달 18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전용욱 숙명여대 미래교육원장, 김용준 성균관대 경영대학 학장, 정구현 서울국제포럼 회장,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의 이유로 기술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꼽았다. 전용욱 원장은 “기술의 융·복합이 굉장한 속도로 전개되면서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나타나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재 교수는 “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요구가 질적으로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요구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이 두 가지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경영 환경의 변화에 맞춰 조직문화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김용준 학장은 “지금은 애자일(agile·기민한)하고 창의적이며 정직한 기업문화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안에서도 40대 이하 젊은층은 달라진 게 많지만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그대로”라며 “톱이 기업문화를 바꿔야 확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재 교수는 대표 이하 임원들이 한데 모여 ‘반드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백지에 서로 써 보면서 변화를 위해 노력한 국내 중견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작은 시도들이 업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결국 시대의 변화에도 맞춰 갈 수 있게끔 조직을 변화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영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전용욱 원장은 “최고경영자(CEO) 주변에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유형’과 ‘해야 할 말이 있는데 혼날 것 같아서 말 안 하는 유형’ 두 가지 부류만 있는 경우가 많다”며 “편하고 입맛에 맞는 말만 하는 사람들, 소위 ‘인의 장막’을 걷어 내야 CEO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더인데도 신입사원처럼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루키 리더십’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전용욱 원장은 “검색 하나면 어떤 정보든 나오기 때문에 내가 가진 지식이 얼마나 되는지는 무의미한 시대”라며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과 나보다 잘 아는 사람과 협업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최근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은 마포경찰서 마약반이 마약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스토리가 주된 내용이다. 영화에서 성과가 부진한 마약반원 5명은 잠복근무를 하기 위해 치킨집을 인수한다. 그런데 이들이 우연히 만든 ‘갈비양념 치킨’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치킨집은 한순간에 ‘맛집’이 된다. 마약반 고 반장도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홍보성 문구까지 만드는 등 인기에 취한다. 이 마약반은 사실 특출 난 인재들을 모은 태스크포스(TF)다. 팀원의 경력을 보면 하나같이 화려하다. 유도 국가대표, 해군 특수전전단(UDT) 요원, 무아이타이 아시아 여자 챔피언, 칼에 12번을 찔리고도 살아남아 ‘좀비’라는 별명을 가진 반장. 그럼에도 팀 성과가 나지 않자 경찰서장은 마약반을 해체하려고 한다. 고 반장도 무력감을 느끼며 잠시 맛집 사장에 ‘빙의’하기도 한다. 리더는 대부분 성급하다. 새로운 조직을 구성했으면 바로 성과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씨를 뿌린 후 바로 싹을 틔우는 법은 없다. 빨리 싹트는 콩나물도 먹으려면 1주일이 걸린다. 그것도 이틀간 물에 불린 콩으로 했을 때의 경우다. 맹자(孟子)가 말한 조장(助長)을 아는가. 논에 벼를 심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손으로 뽑아놓고서 성장을 도왔다고 말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셈이다. 영화의 내용도 이와 흡사하다. 만약 마포구 마약반을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해체했다면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결과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마약반과 강력반은 공조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서로 공적을 가로채기 위해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지나친 내부 경쟁이 조직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무 분장이 항상 명확하면 좋겠지만 신규 추진 업무의 경우 여러 팀에 걸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공적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도 문제고, 서로 자기네 부서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 것 역시 문제다. 더욱이 성과에서 중요하지만 불분명한 것 중 하나가 운의 작용이다. 영화에서 몇몇 범인은 마을버스와 스쿨버스에 부딪쳐 경찰에 검거된다. 이는 경찰이 그간 노력한 덕에 행운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이 노력을 했다 해도 반대로 운이 나빠 버스가 추적을 가로막아 범인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의 성과나 실패로 포상이나 징벌을 하면 운이 좋았던 사람에게 포상을 하거나 운이 나쁜 사람에게 징계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마약반은 그렇게 잘되는 치킨집을 마다하고 왜 경찰로 돌아갔을까. 아마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고 반장과 반원들이 범인의 등장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것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은 이런 사람들을 선발해야 한다. 조직 내 구성원이 그렇지 않다면 선발을 잘못했거나 그렇게 육성하지 못한 것이다. 대기만성형 팀 성과는 여기서 비롯된다. 정선태 인하대 정책대학원 실장(경영학 박사)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맞춰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논어’에서 배움은 경제적 이익 확보나 학위 취득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배움의 기쁨은 배운다는 일 자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배움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기쁨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논어 첫 구절에서 ‘기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열(說)’이라는 글자를 살펴봐야 한다. 논어가 역동적으로 편집되던 한나라 시대 ‘열(說)’은 기쁘다는 뜻의 ‘열(悅)’을 대신해 쓰이곤 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어떤 것이고,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실마리는 바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번째 구절(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찾을 수 있다. 즐거움을 나타내는 ‘락(樂)’과 기쁨을 나타내는 ‘열(說)’의 의미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또 배움에서 오는 기쁨과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일본의 사상가 오규 소라이는 ‘열’과 ‘락’을 모두 배움의 맥락에서 해석했다. ‘학(學)’이라는 글자가 있기에 논어의 첫 번째 구절을 배움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문장을 어떻게 배움의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을까. 소라이는 이를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타인에게 가르치는 상황으로 해석한다. 즉, 두 번째 구절은 먼 곳에서 찾아온 친구에게 자신이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의 과정을 통해 터득한 내용을 가르치는 모습을 묘사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락(樂)’이라는 게 소라이의 해석이다. 그렇다면 ‘습(習)’은 왜 기쁨을 주는가. 중국 송나라 유학자인 사량좌는 실천을 강조했다. 사량좌는 “때맞춰 ‘익힌다(습·習)’는 것은 익히지 아니하는 때가 없다는 말이다. 시(尸·제사 때 죽은 이 대신 앉아 있는 아이)처럼 앉아 있는 것은 앉아 있을 때의 익힘이고, 제(齊·제사 때 엄숙히 서 있음)처럼 서 있는 것은 서 있을 때의 익힘이다”라고 밝혔다. 실천에서 오는 기쁨은 어떤 것일까.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외적 대상을 향한 몰입의 경험이 상당한 만족감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몰입에서 오는 만족감은 특정 대상에 열중할 때 생기는 고양감이다. 그러면 몰입은 어떤 경우에 생기는가. 그는 “몰입은 내면에 관심을 기울일 때보다 목전의 대상에 주목할 때 일어난다”고 역설한다. 이에 따르면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력을 쏟을 때 몰입이 가능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움의 과정에서 몰입의 즐거움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논어의 첫 구절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kimyoungmin@snu.ac.kr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핀테크 영역에서 국내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회사)’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이다. 2015년 2월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송금서비스 ‘토스’를 선보인 후 △신용 조회 △계좌 개설 △대출 중개 등 금융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지난해 11월 누적 가입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촘촘한 규제로 가득 찬 금융 분야에서 토스가 4년도 채 안 돼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첫손에 꼽는다. “다양한 문제와 도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왔지만 그때마다 유연한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 주목받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탄생시킨 비바리퍼블리카의 조직문화에 대해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65호(2019년 1월 15일자)가 분석했다.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 ‘소통’으로 움직이는 조직 비바리퍼블리카엔 직급이나 직위가 없다. 다만 역할만 있을 뿐이다. 팀 리더가 있지만 이들은 팀원에게 지시나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뿐이다. 그 결과 개인들은 소통을 통해 ‘내 일’을 ‘알아서’ 찾는다. 이는 조직 구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기업에선 개발자는 개발자끼리, 기획자는 기획자끼리 ‘기능’ 부서별로 일을 한다. 반면 비바리퍼블리카에선 기능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중심축이 된다. 송금, 카드 조회, 신용 관리 등 서비스별로 팀이 나눠지고, 디자이너와 개발자, 기획자 등이 한데 모여 해당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통한다. 개발자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현한 ‘화면’을 보여주면, 팀원들이 ‘더 좋은 방향이 없을까’를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점심 식사 조 편성 물론 직원들 간 자유로운 소통문화가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더욱이 서로 다른 기능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끼리 스스럼없이 토론하며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스타트업답게 매우 ‘과학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콜라보 런치’가 대표적이다. 사내 직원들의 직군과 조직도를 고려해 친밀도가 가장 낮은 사람들끼리 조합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따라 함께 점심 먹을 조를 편성한다. 모든 걸 ‘기계’에만 의존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수평적 소통 문화를 위해 ‘사람 냄새’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직원 간 다양한 네트워킹 이벤트는 물론 구성원들이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상명하복식 문화에 익숙한 대기업 출신 직원들 대상 교육은 이 대표가 직접 강사로 나설 정도로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 ‘스트라이크’ 날리며 무임승차 방지 비바리퍼블리카엔 정해진 규칙이 없다. 출근시간이나 연차 사용은 15일만 가능하다거나 하는 규칙들 말이다. 휴가도 무제한이다. 한마디로 완전한 자율과 책임 문화를 통해 기업을 키운다. 복잡한 정기 평가제도 대신 동료들의 ‘상시 피드백’을 유도하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직원들끼리 수시로 일하는 방식과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동료들의 평가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조직의 ‘썩은 사과’라고 할 수 있는 ‘무임승차자(free rider)’들을 빨리 솎아내는 데에도 전력투구한다. 마치 스포츠팀과 비슷한데,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범위, 에너지, 시간을 스스로 조정하지만 더 이상 1군에 있을 실력이 안 되면 냉정하게 2군으로 내려보낸다. ‘2군’으로 보내는 의사결정 역시 동료가 내린다. 피드백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경고도 날릴 수 있다. 같이 일하기 힘든 동료들에게는 ‘스트라이크’를 날릴 수 있는데 야구에서처럼 스트라이크 3번이면 아웃이다. 문제 직원이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회사를 떠나라고 권고한다. 이 대표는 “건강한 의미에서 동료들의 압박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 직원들 ‘갑’으로 모시며 ‘일하는 즐거움’ 살려 대부분의 조직은 ‘인간은 일하기 싫어한다’는 가정하에 효율적 관리를 위한 ‘수직적 위계질서’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반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정 자체가 다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하기 좋아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경우 회사는 일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해 ‘일하는 즐거움’을 살아나게 만들어 주는 데 힘쓰게 된다.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직원들에게 무이자로 1억 원의 전세 자금 대출을 지원(6개월 이상 근무 시)해주고 개인마다 법인카드를 지급하며 무제한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건 다 이런 이유에서다. 그 대신 비바리퍼블리카는 채용 시스템을 매우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 회사의 사명에 공감하고 헌신하고자 하는, 정말로 믿을 수 있는 팀원만 합류시키기 위해서다. 불편을 감수하고 거침없이 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도 꼼꼼히 체크한다. 다른 기업들 같으면 ‘반골기질’ 직원으로 분류해 홀대할지도 모를 이들이 비바리퍼블리카에 많은 이유다. 규제가 많아 성장하기 힘든 국내 금융 분야에서 최초의 ‘핀테크 유니콘’ 타이틀을 거머쥔 비바리퍼블리카의 성공 비결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 등 재테크 전문가 12명은 새해 투자 전략의 키워드로 ‘안전’과 ‘신중함’을 꼽았다.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 등 각종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기별로는 상반기(1∼6월)보다 하반기(7∼12월)가 더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종목으로는 주식(펀드), 예·적금보다는 국내외 채권과 금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12명의 전문가는 올해 본격적인 투자 시점을 연초보다는 하반기로 잡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인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어떻게 결론 날지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미국의 성장 속도가 계속해서 둔화되는 점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이 같은 문제들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 기조를 바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는 신호가 나오면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다시 몰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중 무역 전쟁의 완화, 국제 유가의 상승, 달러 가치의 안정화 등 호재가 나타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코스피는 지난해 말 2,000 선 초반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인 만큼 더 떨어지기보다는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와 바이오 업종 투자는 주의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앤스트래티지본부장은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했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바이오 업종 주가도 기업 가치보다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불경기라도 꾸준히 실적이 나오는 통신업종과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조선, 자동차 산업 관련 종목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관심 가져볼 만 금 가격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금값은 1g당 4만597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사이 3.8% 올랐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가시화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김미선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장은 “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 침체기에 투자 상품으로서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며 “금값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 자금이 몰리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적립식 투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달러화는 하반기로 갈수록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멈추고 경기 둔화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유로화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 국내 국공채를 포함한 채권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국내 시장금리는 유지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채권 가격은 변동이 없거나 상승하기 때문에 채권 투자의 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다. 임은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채권형 펀드도 괜찮지만 여력이 되면 국공채나 회사채에 직접 투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2%대 예·적금 상품을 내놓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예·적금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은 만큼 예·적금에 과도하게 많은 돈을 묶어 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정우성 신한은행 신한PWM분당센터 PB팀장은 “예·적금에 넣어 뒀더라도 언제든 깨서 더 좋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박성민·김성모 기자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가나다순)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김미선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장, 김진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손정필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임영실 KEB하나은행 평창동 골드클럽 PB팀장, 임은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압구정PB센터 팀장,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앤스트래티지본부장, 정우성 신한은행 신한PWM분당센터 PB팀장, 조한조 NH농협은행 펀드마케팅팀 차장}
고객 3110만 명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이 다음 달 8일부터 19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다. 성과급 지급과 임금인상률에 대한 노사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유니폼 제도가 폐지됐으니 옷값으로 연간 100만 원씩을 추가로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이에 평균 연봉이 9100만 원에 이르는 국민은행 노조가 무리한 파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3519만 원이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조합원 대상의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 1만1990명 중 1만1511명(96.01%)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국민은행의 파업은 주택은행과 합병 당시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 관계자는 “찬성률이 상당히 높은 만큼 일부 지점은 셔터를 내리는 ‘점포 폐쇄’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지점 문을 닫지 않더라도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가 줄기 때문에 고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노사는 9월부터 12차례나 교섭을 해왔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성과급 지급이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지난해 통상임금 300% 수준의 이익배분(P/S) 성과급을 받았다. 하지만 사측은 이번에 은행이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했을 때만 성과급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ROE 기준을 쓰기로 한 것은 지난해 말에 노사가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과 논의 중이었던 것은 맞지만 합의한 적은 없다. 최근 10년간 ROE 10%를 달성한 바 없는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이 사실상 이익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린다. 노조는 2.6%의 임금 인상(저임금 직군은 5.2%)을 요구한 반면 은행은 직군과 무관하게 2.6% 이내에서 인상하자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사측과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지금보다 1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는데 갑자기 부지점장 이하 직원들은 진입 시기를 당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은 연차가 쌓여도 직급 승진을 못하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페이밴드 제도를 신입 행원들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노조는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지만 사측은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 노조 측은 행원들의 유니폼 착용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연 100만 원의 피복비를 지급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내년부터 유니폼을 완전 폐지하고 단정한 비즈니스 정장을 자율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내년 1월 중순부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치는 일이 사라진다. 또 KB국민, 신한 등 5개 은행에서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등급이 아니라 신용점수(1000점 만점)를 기반으로 대출 한도와 금리를 매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개인신용평가 체계 개선 방안’을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먼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관행이 개선된다. 현재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신용등급이 평균 0.25등급, 저축은행은 1.6등급 하락한다. 하지만 앞으론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 금리가 낮을수록 신용등급 하락 폭이 줄어들도록 평가 방식이 바뀐다. 저축은행은 내년 1월 14일부터, 상호금융 보험 카드사는 내년 6월 이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제2금융권 대출자 62만 명의 신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저축은행 고객 28만 명의 신용등급은 평균 0.4등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14일부터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5개 은행은 고객의 신용평가를 할 때 신용점수제를 도입한다. 현재 등급제(1∼10등급) 방식의 평가가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용점수가 664점인 사람은 6등급에 가깝지만 7등급(600∼664점)으로 묶여 금융회사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2020년부터는 모든 금융권에 점수제가 도입된다. 점수제로 바뀌면 약 240만 명의 대출 금리가 연 1%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연체했다는 이유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관행도 바뀐다. 대출자의 연체 기록을 공유하는 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연체 이력이 있는 149만 명의 신용점수가 41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블랙 크리스마스’의 후폭풍에 국내 증시도 1% 넘게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적 리스크들이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연말은 물론이고 내년 초반까지도 국내외 증시의 약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1%대 하락 성탄절 휴장 이후 26일 개장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포인트(1.31%) 하락한 2,028.0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2,024.46)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전날 미국과 일본 증시 급락의 여파로 2,030 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0.9%), SK하이닉스(―0.5%)를 포함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 20개 중 16개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 투자가들은 각각 3793억 원, 59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4700억 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우며 증시 하락세를 주도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크리스마스 때 세계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여기에다 개인들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고자 해가 바뀌기 전에 보유한 주식을 내다팔면서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지수도 4.05포인트(0.60%) 하락한 665.74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12월 26일(6135억 원) 이후 최대 규모인 3486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전날 5% 넘게 폭락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널뛰기를 한 끝에 0.89% 상승한 19,327.06엔으로 마감했다. 오후 장중 한때 1년 8개월 만에 19,000엔 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 고점에 비해 여전히 15% 이상 떨어진 수치다. ○ 대통령 ‘세일즈’ 효과도 글쎄 코스피는 이달 들어 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15.5% 떨어진 미국 나스닥지수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4.7%),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3.5%)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해서라기보다는 앞서 10월 코스피 2,000 선이 무너지는 등 미리 조정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랙 크리스마스’를 이끈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폐쇄) 장기화 우려가 여전하고 미중 무역전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악재도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 ‘산타 랠리’가 사라진 데 이어 해마다 연초에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변수가 남아 있고 한국의 경기둔화 우려도 내년부터 가시화될 수 있어 증시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증시에 크리스마스 악몽을 선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지금은 미국 주식을 사들일 호기”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미국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들이 있다. 주식을 매입할 엄청난 기회”라고 언급하는 한편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 대한 신임을 표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더 좋아지기 어렵다는 ‘위기론’이 계속 힘을 얻고 있다. 올해 4분기(10∼12월)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 증시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거나 일단 자산을 현금화한 뒤 시장 흐름이 좋아질 때 다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건혁 gun@donga.com·김성모 기자}

임기를 3개월 남기고 연임에 실패한 위성호 신한은행장(사진)이 26일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럽다. 왜 임기 중간에 인사를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위 행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서 21일 단행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신한금융의 5개 주요 자회사 CEO들은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는데 이번에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며 ‘퇴출’이라는 표현을 썼다. 내년 말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을 위해 예비 경쟁자들을 사전에 쳐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을 제외하고 은행, 금융투자, 생명, 자산운용 등 나머지 4개 자회사 CEO가 모두 임기를 남겨 놓고 교체 통보를 받았다. 위 행장은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싶다”며 이번 인사에 불만은 있지만 ‘불복’할 뜻은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위 행장이 내년 말 차기 회장 선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 계열사 노동조합들도 잇달아 이번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는 성명서에서 “구체적인 혁신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이번 인사는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고, 신한금융투자 노조는 “그룹부문장 내정자들이 비전문가다. 은행만을 위한 인사”라고 주장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국내 증시가 약세인 틈을 타 기승을 부리던 ‘정치 테마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본인들과 엮인 테마주에 대해 직접 “관계가 없다”고 부인하자 매도가 쏟아진 것이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유 이사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보해양조는 전 거래일보다 10.95% 급락한 1870원에 장을 마쳤다. ‘유시민 테마주’로 꼽히는 보해양조는 유 이사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면서 최근 4개월 동안 22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SG충방 역시 10.71% 급락한 2625원에 마감했다. SG그룹 계열사들은 이의범 SG그룹 회장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유시민 테마주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22일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서 “그거 다 사기”라며 해당 기업들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제가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돈 갖고 장난치는 거다. 저를 좀 그만 괴롭히시라”고 말했다. 이날 ‘이낙연 테마주’로 꼽히는 남선알미늄도 6.55% 하락한 2640원에 마감했다. 우선주인 남선알미우도 7.16% 떨어졌다. 남선알미늄은 계열 관계인 SM그룹 삼환기업의 이계연 대표이사가 이 총리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말 이후 60% 뛰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2일(현지 시간) 모로코에서 귀국하기 직전 간담회에서 테마주와 관련해 “회사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것이 왜 저하고 관련돼 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말 한 시중은행의 콜센터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연 4.05%의 금리로 48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흘 뒤 같은 번호로 “모바일 신청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한다”며 인터넷 링크가 첨부된 문자가 왔다. 이를 누르자 해당 은행의 모바일 사이트로 연결됐고 A 씨는 별 의심 없이 앱을 내려받았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종 보이스피싱인 ‘전화 가로채기’의 사례다. 악성 앱에 감염된 휴대전화로 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화를 가로채 받은 뒤 피해자를 속여 돈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을 사칭하는 기존 보이스피싱에서 진화한 수법이다. 금융보안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이스피싱 악성 앱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내고 신종 보이스피싱 공격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보안원이 악성 앱 3000여 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최근 발견된 대다수 악성 앱은 ‘com.samsung.appstore숫자’의 이름으로 유포됐다. 이런 이름은 악성 앱일 가능성이 크니 주의하라는 얘기다. 또 보안원이 올해 6, 7월 해당 앱들의 유포 패턴을 분석해 보니 평일에는 하루 40∼80건의 앱이 뿌려졌지만 주말에는 20건 이하만 유포됐다. 악성 앱에 감염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면 은행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대체로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에만 대출 관련 상담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만호 금융보안원 침해대응부장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제도권 금융회사처럼 ‘주5일 영업’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악성 앱으로 사칭한 금융회사는 80% 이상이 국내 대형 은행이었다. 최근에는 대출 안내뿐 아니라 고객 설문조사 등을 가장해 개인정보 입력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 악성 앱의 유포지 서버는 100% 대만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보안원 관계자는 “스마트폰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 감시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터넷 링크를 연결하지 말고 공식 앱 마켓에서만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정부가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도 국민연금에 반드시 가입하게 하고 보험료 절반을 사업주에게 물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일자리 쇼크’가 올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특수고용직을 국민연금 사업장(직장) 가입자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은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지역 가입자’로 연금 보험료를 전부 본인이 부담한다. 이들을 직장 가입자로 재분류하면 사업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내야 한다. 이런 내용은 14일 국민연금 개편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이날 갑작스럽게 추가됐다. 특수고용직은 올해 6월 기준 44만336명으로 추산된다. 보험설계사가 31만 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학습지 교사 5만 명, 골프장 캐디 3만 명, 택배기사 1만 명 순이다. 44만 명 중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18∼59세)이면서 다른 직업이 없는 33만9133명(77%)은 지역 가입자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3만2068명은 수입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고용보험에 이어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까지 추가되면 인건비가 늘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특수고용직 일부를 고용보험 직장 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올해 8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 연세대 이지만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의 국민연금 보험료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할 경우 인건비 부담은 연간 559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의 보험료 부담 가중으로 고용 불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성모·변종국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하향 조정 여파로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와 변동형 금리의 역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 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상품인 혼합형 주담대와 변동형의 대출의 금리 격차가 최대 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혼합형 주담대는 일정 기간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고정금리형 상품’이다. 국민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는 연 2.82∼4.32%로,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 변동형 주담대 금리(연 3.62∼4.82%)와 비교했을 때 하단이 최대 0.8%포인트 낮다.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와 비교해도 혼합형의 최저금리가 0.6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에서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24일부터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전주보다 0.04%포인트 낮은 연 3.10∼4.21%로 적용한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보다 잔액 기준, 신규 기준 모두 최저금리가 0.15%포인트, 0.21%포인트 낮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변동형보다 0.08∼0.26%포인트가량 낮다.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를 혼합형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하나은행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유리하다. 24일 하나은행의 금융채 6개월물 기준 변동금리는 3.205∼4.405%다. 이는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하는 고정형 금리(2.859∼4.059%)보다 0.346%포인트 높다. 보통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혼합형)보다 낮다. 고정형 담보대출이 금리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리스크가 적은 대신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선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가 이달 19일 현재 2.026%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급격하게 오르면서 주담대 변동금리도 덩달아 뛰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신동일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팀장 “현재의 변동금리에는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더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있다면 고정금리로 갈아탈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은 2.3%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이에 따라 내년 기준금리 인상횟수를 당초 밝힌 3회에서 2회로 줄이며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미중(美中) 무역전쟁의 여파가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가뜩이나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마당에 미국발 경기 하강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부메랑이 된 미중 무역전쟁 충격 연준은 1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미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연준은 이날 “노동시장과 경제활동이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연준은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당초 2.5%에서 2.3%로 낮춰 잡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세제개편 효과가 감소하고 미중 분쟁 장기화 등이 미국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2000억 달러(약 226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내년 3월로 연기했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미국 월평균 실업률이 60년 만에 가장 낮은 3%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우려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 금리인상 속도 조절 이날 금리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시장을 느껴라”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비판한 가운데 이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 무엇도 우리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며 금리 동결 압박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3개월 전만 해도 내년 3번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이번에 2번으로 하향 조정했다. 12월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당연시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경기 둔화 조짐과 주식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내년 이후 인상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연준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져도 미국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수출이 감소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고민에 빠진 한국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90% 하락한 2,060.12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8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2%), 홍콩 항셍지수(―0.94%)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정부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꺾일 가능성이 작지 않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불확실성에 빠져 있는 등 세계 곳곳에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 한미 간 금리 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중 통상 갈등, 브렉시트 등 국내에 영향을 미칠 글로벌 경기 동향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