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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5)의 폭로 파장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가족의 옥살이 문제를 논의하려다 지방법원 간부의 ‘노리개(玩物)’가 됐다며 한 주부가 실명으로 고발했다. 펑솨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는 당국 또한 해당 간부를 곧바로 직위해제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23일 신랑왕 등에 따르면 남동부 장쑤성 옌청의 둥(董)모 씨(여)는 21일 웨이보에 최근 범죄조직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은 남편 텅창청(滕長城)과 남동생 둥밍밍(董明明)의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법원 간부 뤄전(羅眞)을 만났으나 이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하는 등 그의 ‘노리개’가 됐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 따르면 뤄전으로 추정되는 안경을 낀 남성이 여성을 껴안고 강제로 입을 맞추고 있다. 텅창청과 둥밍밍은 민간 인터넷 대출 관련 일을 하던 중 당국으로부터 ‘건국 이래 최대 범죄조직’으로 몰려 각각 19년과 21년 형을 선고 받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이 정도의 긴 징역형을 받을만한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있. 둘의 구속 후 둥 씨 가족의 재산은 모두 압류 후 공매 처분됐다. 세 아이의 엄마인 둥 씨 또한 갈 곳이 없어진 상황에서 법적 도움을 얻기 위해 친구의 소개로 뤄전을 만났다가 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둥 씨는 뤄전이 보낸 메신저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당신이 오지 않아 내가 또 취했다’ ‘지금 위로가 필요하다. 올 수 있나?’ 등이다. 둥 씨의 글은 약 10시간 만에 돌연 삭제됐지만 이미 일파만파 퍼진 상태였다. 그러자 둥씨는 웨이보에 ‘무기력하고 무섭다’는 글을 또 올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국은 22일 뤄전을 직위해제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력자의 성비위 사건을 대하는 당국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총리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 장가오리의 사건은 쉬쉬하면서 뤄전은 폭로 후 곧바로 직위해제한 것이 대비된다는 의미다. 온라인에는 ‘중국에서는 직위가 높으면 무죄, 낮으면 유죄’라는 뜻의 ‘상급무죄 하급유죄’란 글이 속속 퍼지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최근 연예계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이 대중의 사치와 향락을 조장할 수 있는 연예인 정보의 유통 또한 금지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23일 ‘연예계 스타 관련 인터넷 정보를 한층 더 규범화하는 업무에 관한 통지(지침)’를 통해 “스타 관련 정보의 발표 및 전파는 법규, 공공질서, 선량한 풍속을 준수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고양하며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사치·향략과 배금주의, 저속한 스캔들, 스타들의 연애 문제 갈등, 스타에 관한 허위 정보 및 비방, 팬클럽 간 상호 비방과 공격, 팬클럽 내 과도한 소비 조장과 불법 자금모금 등에 관한 정보를 유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국은 웨이보 등 주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게도 “유명 연예인 계정에 관한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민감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불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계정은 즉시 폐쇄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라고도 했다. 당국은 상반기 배우 정솽(鄭爽)의 탈세 및 대리모를 고용해 출산한 아이 버리기 논란, 아이돌 그룹 엑소(EXO) 출신인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의 성폭행 사건 이후 대대적 연예계 정풍 운동을 진행해 왔다. 연예인의 호화로운 삶에 대한 각종 정보가 양극화에 대한 국민 불만을 가중시키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 살기)’ 기조에도 반한다는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내년 하반기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전까지는 이런 규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총리 참석’ 관례를 깨고 직접 나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아세안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시 주석은 향후 5년간 아세안으로부터 180조 원가량의 농수산물 수입을 약속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을 기념한 이날 회의에서 “중국은 과거 아세안의 좋은 이웃이자 친구, 파트너였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전략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듯 “진짜 다자주의를 실행해야 하며 협상을 통해 국제적 지역적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단호히 반대하고 아세안에서 패권(헤게모니)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시 주석은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발전을 도울 것”이라면서 “아세안과 함께 ‘간섭’을 배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섭’이란 표현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은 당사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아세안에 공들이고 있는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앞으로 5년 동안 아세안으로부터 1500억 달러(약 178조 원)어치의 농수산물을 수입하기로 했고, 3년간 아세안 경제 회복을 위해 15억 달러(약 1조78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1억5000회분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제공하고 아세안 백신기금에도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1000가지 과학기술을 아세안에 이전하고, 앞으로 5년간 아세안 청년 과학자 300명을 중국으로 초청해 지원하기로 했다. 시 주석이 이처럼 아세안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선물 보따리를 풀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은 중국을 포위해 오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 4년 만에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아세안에 적극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회의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했다. 이 회담 직후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과 아세안만의 정상회의를 따로 열자고 제안했고 한 달 만에 시 주석이 직접 참여한 회의가 열린 것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펑솨이(彭帥)는 중국에서 ‘대스타’다. 그냥 ‘테니스 스타’라고만 부르기엔 부족하다. 중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테니스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테니스 붐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여자 선수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펑솨이가 정점을 찍었다. 2013년 윔블던 여자복식에서 우승했고, 다음 해 프랑스 오픈 정상에도 오르면서 세계 랭킹 1위가 됐다. 그의 활약에 14억 중국인들이 환호했다. 펑솨이는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2일 밤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장 전 부총리가 톈진시 당서기였고, 자신은 톈진시 소속 선수일 때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펑솨이는 “부총리 지위까지 오른 분이라 이 사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 폭로 글은 게시된 지 20여 분 만에 삭제됐다. 웨이보는 곧바로 ‘펑솨이’ ‘장가오리’ 등의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했다. 펑솨이 글은 중국 내에선 게시할 수 없게 됐다. 웨이보는 물론이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도 이 이름이 들어간 내용은 상대방에게 전송조차 안 되도록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특정 이름이 들어간 글의 전송을 막는다고 해보자.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펑솨이의 글은 유튜브나 트위터 등을 타고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이 뉴스를 다루면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알게 됐다. 중국인 대부분은 이 사건을 모르지만 중국의 일부 기자들은 알고 있다. 펑솨이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국제사회가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자신의 개인 트위터에 펑솨이의 이메일과 사진, 동영상 등을 올리면서 그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을 기사로 쓰지 않고 트위터에만 올린 것이다. 일반 중국인들은 트위터에 접속할 수 없다는 걸 노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만리방화벽’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을 가동해 중국인들의 트위터, 유튜브 등 접속을 막고 있다. ‘나팔수’ 역할을 하는 일부 기자들만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다. 중국 기자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지만 되레 의혹만 커지자 결국 22일 펑솨이가 직접 등장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영상 통화를 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펑솨이는 안전하지 않다. 중국에서 ‘펑솨이’는 여전히 금지어이고, 많은 중국인은 이 사건을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중국 매체에 단 한 건의 기사도 없고, 성폭행 의혹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다. 신장, 티베트 등 소수민족 인권탄압 의혹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논란 등 많은 부분에서 국제사회는 중국을 믿지 못한다. 중국이 철저한 통제와 감시 사회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 영향력 있는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수다. 신뢰를 쌓으려면 먼저 ‘만리방화벽’부터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 중국인들이 세계인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때 중국에 대한 신뢰도 쌓일 것이다. 중국은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펑솨이는 안전하지 않다.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미국에 이어 영국도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방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올림픽 보이콧 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 첫해 열리는 ‘글로벌 메가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 장기 집권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중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 간 갈등이 외교, 군사, 무역 분야를 넘어 올림픽으로까지 옮아붙었다. 영국 더타임스는 20일(현지 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이 (외교적 보이콧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보수당 정치인 5명도 존슨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베이징 올림픽에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7월 영국 하원은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의 중국의 인권 탄압 의혹을 지적하며 외교적 보이콧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개·폐회식에 정부 고위 인사 등 공식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에 존슨 총리 등 대표단이 가는 대신 베이징 주재 영국대사만 참석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사설에서 “유럽은 중국 인권문제 대응 차원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올림픽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방을 대표하는 미국과 영국이 먼저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을 최종 결정하면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와 호주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가 높다. 유럽의회 역시 7월 정부 대표와 외교관들이 올림픽 참석을 거부할 것을 EU 회원국에 권고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아시아 지역으로도 올림픽 보이콧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일본 대사를 지낸 윌리엄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이 18일 일본에 베이징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할 것을 촉구했다”고 21일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9일 총리관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지금 단계에선 정해진 것이 없다. 일본의 국익 등을 확실히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조짐에 중국은 미국을 거칠게 비판하며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0일 사설을 통해 “가식적인 미국 당국자들을 올림픽에 초대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 고위 관리를 초청하는 것을 중단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미국을 초대하지 말자는 주장이 중국에서 나온 건 처음이다. 보이콧 확산 움직임에 강도를 높여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초대장은 상대방이 초청을 수락할 의사가 있을 때 보내는 것”이라며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올림픽은 오히려 순수해질 것”이라고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한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엔도 중국을 압박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펑솨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내놓으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펑솨이가 중국 고위 당국자 출신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뒤 실종된 것 같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그녀의 행방과 안전에 대해 검증 가능하고 독립적인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폭행과 관련된 어떤 주장도 조사돼야 하고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여성의 말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비판에 대한 중국의 무관용 정책과 비판자를 침묵시키려고 해온 전력을 미국은 규탄하며 앞으로도 계속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출신의 딕 파운드 IOC 위원은 20일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유엔도 중국을 압박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엘리자베스 트로셀 대변인은 이날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을 검증할 증거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트위터에 펑솨이의 근황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잇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환추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21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청소년 테니스 대회 결승전 개막식에 펑솨이가 나타났다”며 동영상을 올렸다. 앞서 후 편집장은 20일 늦은 밤에도 펑솨이가 코치, 친구들과 식당을 찾은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동영상에서 한 참석자가 “내일이 11월 20일”이라고 하자 펑솨이가 “내일은 21일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중앙(CC)TV 산하 영어 채널인 CGTN 기자도 20일 트위터에 펑솨이가 인형이 가득 놓인 방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놀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펑솨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긴 했지만 아직 본인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밝히진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한테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엔도 중국을 압박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펑솨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있는 증거를 내놓으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펑솨이가 중국 고위 당국자 출신으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뒤 실종된 것 같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그녀의 행방과 안전에 대해 검증 가능하고 독립적인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폭행과 관련된 어떤 주장도 조사돼야 하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여성의 말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비판에 대한 중국의 무관용 정책과 비판자를 침묵시키려고 해온 전력을 미국은 규탄하며 앞으로도 계속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출신의 딕 파운드 IOC 위원은 20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유엔도 중국을 압박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엘리자베스 트로셀 대변인은 이날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을 검증할 증거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트위터에 펑솨이의 근황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잇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청소년 테니스 대회 결승전 개막식에 펑솨이가 나타났다”며 동영상을 올렸다. 후 편집장은 20일 밤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펑솨이가 코치, 친구들과 식당을 찾은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서 한 참석자가 “내일이 11월 20일”이라고 이야기하자 펑솨이가 “내일은 21일이에요”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중앙(CC)TV 계열 영어 채널인 CGTN 기자도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펑솨이가 인형이 가득 놓인 방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놀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펑솨이의 최근 동영상이 공개되긴 했지만 아직 본인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밝히진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대만 대사관 격인 ‘대만 대표처’ 설치를 허용한 발트해 연안 국가 리투아니아에 대해 보복 조치로 외교관계를 격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리투아니아는 중국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대만 대표부 설치를 허용했다”면서 “이는 양국의 수교 약속을 어긴 것이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해치는 난폭한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의 외교관계를 현행 대사급에서 대사대리급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앞서 18일 대만 외교부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주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가 공식 개관했다고 밝혔다. 유럽에 대만 외교공관이 설치된 것은 18년 만이다. 특히 대표처 명칭에 ‘타이베이(Taipei)’가 아닌 ‘대만(Taiwan)’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 수교한 나라들은 중국을 의식해 대만 외교 공관 명칭을 국가를 의미하는 ‘대만’ 대신 도시 이름인 ‘타이베이’를 사용해 왔다. 7월 리투아니아 정부가 ‘대만 대표처’ 개설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중국은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를 소환했고 중국에 주재하는 리투아니아 대사를 추방하는 등 외교적 압박을 가해왔다. 또 리투아니아로 향하는 직통 화물열차 운영을 중단시키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중국 외교부는 “리투아니아가 국제적으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일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해 리투아니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대만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 세력이 아무리 사실을 왜곡해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나라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며 “외세의 도움으로 지위를 강화하고 정치적 농간을 부리는 것은 결국 죽음의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에 이어 영국도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방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올림픽 보이콧 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 첫해 열리는 ‘글로벌 메가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 장기집권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중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 간 갈등이 외교, 군사, 무역 분야를 넘어 올림픽으로까지 옮아붙었다. 영국 더타임스는 20일(현지 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부 장관이 (외교적 보이콧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보수당 정치인 5명도 존슨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베이징 올림픽에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7월 영국 하원은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 중국의 인권 탄압 의혹을 지적하며 외교적 보이콧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개·폐회식에 정부 고위 인사 등 공식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에 존슨 총리 등 대표단이 가는 대신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만 참석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올림픽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방을 대표하는 미국과 영국이 먼저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을 최종 결정하면 영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와 호주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유럽의회 역시 7월 정부 대표와 외교관들이 올림픽 참석을 거부할 것을 EU 회원국에 권고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아시아 지역으로도 올림픽 보이콧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일본 대사를 지낸 윌리엄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이 18일 일본에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촉구했다”고 21일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9일 총리관저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지금 단계에선 정해진 것이 없다. 일본의 국익 등을 확실히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조짐에 중국은 미국을 거칠게 비판하며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0일 사설을 통해 “가식적인 미국 당국자들을 올림픽에 초대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중국이 이번 행사에 미국 고위 관리를 초청하는 것을 중단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미국을 초대하지 말자는 주장이 중국에사 나온 것은 처음이다. 보이콧 확산 움직임에 강도를 높여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초대장은 상대방이 초청을 수락할 의사가 있을 때 보내는 것이다. 미국은 협상할 기회를 놓쳤다”며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올림픽은 오히려 순수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베이징 올림픽 전면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는 톰 코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적 쓰레기처럼 행동한다”고도 했다.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관영매체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초대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에서 올림픽에 미국을 초대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0일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가식적인 미국 당국자들을 초대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중국이 이번 행사에 미국 고위 관리를 초청하는 것을 중단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올림픽에 초청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결국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초대장은 상대방이 초청을 수락할 의사가 있을 때 보내는 것이다. 미국은 협상할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그동안 서방 국가들에서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지만 초대를 하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영국, 일본 등도 미국을 따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 강도 높은 대응을 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총리관저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지금 단계에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일본의 국익 등을 확실히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항상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서 중국을 압박해 왔다”면서 “미국 최고위급 인사들은 올림픽에 다정한 손님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사람들을 환영해선 안 된다. 그들은 악의를 품고 있고 설령 온다고 하더라도 말썽만 피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태도는 올림픽 정신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올림픽은 오히려 순수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보이콧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톰 코튼 미국 상원의원을 직접 거명하면서 “톰 코튼 상원의원은 정치적 쓰레기처럼 행동한다”면서 “몇몇 미국의 정치인들은 극도로 자만심이 강하며 그들은 자신들이 국제 사회를 대표할 수 있고 올림픽의 영광과 수치심을 좌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맹비난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정부가 미국 정부의 ‘비축유 방출’ 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 비축유를 방출하면 리비아 내전이 발발해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의 방출이 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비축유 방출을 요청받고 방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래 비축유는 수급 위기 때 전략적으로 방출한다. 유가 안정 목적에 동참할지 논의하고 있다. 푼다 만다 예단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국 9개 기지에 비축유 9700만 배럴(10월 말 기준)을 두고 있다. 이는 수입 없이 약 106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은 2011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내전 때 미국 등과 비축유를 방출했다. 로이터통신은 인플레이션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에 비축유 방출 요청을 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전략비축유 방출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미국이 유가 안정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것이 비축유 방출을 뜻하는지는 불확실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1기 때 부총리를 지낸 장가오리(張高麗·75)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2일 폭로했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5·사진)의 행방이 2주 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중에 중국 관영매체가 펑솨이가 직접 쓴 이메일이라며 성폭행 피해를 부인하고 자신은 안전하게 잘 있다는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메일의 진위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중국중앙(CC)TV 산하 영어 채널인 CGTN은 17일 밤 트위터에 펑솨이가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에 이메일을 보내 성폭행 피해를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이메일에 따르면 펑솨이는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나는 실종되지도 않았다. 아무 문제없이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또 “WTA가 나에 관한 소식을 전하려면 앞으로는 나와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BC 등에 따르면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성명을 내고 이메일의 진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메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진짜 펑솨이가 작성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사이먼 회장은 “우리가 받은 메일을 실제로 펑솨이가 썼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펑솨이와 직접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와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는 그의 안전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성폭행 의혹 또한 중국 당국의 검열 없이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펑솨이 관련 보도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펑솨이가 웨이보에 올린 최초 폭로 글은 곧바로 삭제됐다. 관련 보도 또한 찾아볼 수 없다. CGTN이 펑솨이의 이메일을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기사를 방송으로 내보내지 않고 트위터에만 올린 것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고 있어 현재 중국에서는 CGTN의 트위터 또한 볼 수 없다. 세계 유명 테니스 선수들은 펑솨이의 안전을 바라는 글을 속속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는 “펑솨이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며 ‘펑솨이 어디 있니(#WhereIsPengShuai)’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했다. 노바크 조코비치 또한 15일 “그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1970, 80년대 테니스 스타였던 미국의 크리스 에버트는 “펑솨이를 14세 때부터 알고 지냈다. 우리 모두 그의 행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1기 때 부총리를 지낸 장가오리(張高麗·75)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2일 폭로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의 행방이 2주 이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 관영매체는 펑솨이가 직접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며 자신이 안전하게 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공개했으나 이메일의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의 행방에 대한 관심만 더 커지고 있다. 중국중앙(CC)TV 산하의 영어 채널인 CGTN은 17일 밤 트위터에 펑솨이가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에 이메일을 보내 성폭행 폭로를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이메일에 따르면 펑솨이는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나는 실종되지도 않았다. 아무 문제없이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또 “WTA가 나에 관한 소식을 전하려면 앞으로 나와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BC 등에 따르면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성명을 내고 이메일의 진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메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진짜 펑솨이가 작성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사이먼 회장은 “우리가 받은 메일이 실제 펑솨이가 썼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펑솨이와 직접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와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는 그의 안전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성폭행 의혹 또한 중국 당국의 검열 없이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펑솨이 관련 보도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펑솨이가 웨이보에 올린 최초 폭로글은 곧바로 삭제됐으며 관련 보도 또한 찾아볼 수 없다. CGTN이 펑솨이의 이메일을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식 기사를 내보내지 않고 트위터에만 올린 점도 수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국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고 있어 현재 중국에서는 CGTN의 트위터 또한 볼 수 없다. 세계 유명 테니스 선수들은 펑솨이의 안전을 바라는 글을 속속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인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는 “펑솨이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며 ‘펑솨이 어디 있니(#WhereIsPengShuai)’란 해시태그를 공유했다. 남자 단식 1위인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 또한 15일 “그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1970~1980년대 테니스 스타였던 미국의 크리스 애버트는 “펑솨이를 14살 때부터 알고 지냈다. 우리 모두 그의 행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3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먼(朝陽門)역 근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간이 백신접종소를 찾았다. 이런 형태의 접종소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올해 초부터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후 한동안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 다시 등장했다.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신규 확진자가 속속 발생하면서 부스터샷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쑹(宋·38)모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나보다 주변인이 더 피해를 본다. 심하면 도시 전체가 폐쇄될 수도 있어 부스터샷을 맞으러 나왔다”고 했다.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도 해당 지역 전체를 봉쇄한다는 중국의 엄격한 ‘제로(0) 코로나’ 정책, 즉 ‘칭링(淸零)’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상상 이상의 ‘칭링’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불과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국은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다. 4일 북동부 랴오닝성 다롄시 좡허(莊河) 지역의 수입 냉동식품 회사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됐다. 당국은 5일 이 지역의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고 주민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서울 구로구 인구와 비슷한 40만 명의 좡허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핵산 검사도 진행했다. 당국은 13일 좡허 지역의 학생회관을 이용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대학생 3291명을 모두 찾아내 하루 만에 호텔에 격리시켰다. 또 이 학생들과 관련 있는 다른 대학생 7884명은 교내 학생회관에 격리 조치했다. 1만 명이 넘는 이 학생들 또한 최소 14일간 호텔과 학생회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 정도를 따져 밀접접촉자, 단순접촉자 외에 ‘시공동반자(時空伴隨者)’란 용어까지 만들었다. 시공동반자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반경 800m² 내에서 10분 이상 동시에 머물렀거나, 확진자가 발생한 고위험 지역에 14일 이내 30시간 이상 머무른 사람을 가리킨다. 인구 2000만 명인 남서부 쓰촨성 청두시 당국은 이달 초 확진자 5명이 발생하자 주민 전체에 대한 동선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8만2000명에게 “코로나19 확진자와 ‘시공동반자’이니 당국에 신고하고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무조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통행증에 해당하는 ‘젠캉바오(健康寶)’가 정상을 뜻하는 ‘녹색’이 아닌 경고를 의미하는 ‘노란색’으로 바뀌어 통행이 제한된다. 지난달 31일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확진자 1명이 발생하자 당국이 관람객 3만4000여 명을 전원 가둬두고 오후 10시 반까지 핵산 검사를 진행한 사건은 서구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1명의 확진자 때문에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갇힌 모습이 ‘초현실적(surreal)’이라며 중국이 방역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비판했다. 시민 불만 속출 이달 초 기준 중국 전체 31개 성·시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1개 성·시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지역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주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남부 윈난성 루이리다. 미얀마에서 유입되는 신규 확진자 때문에 올해 3월 말부터 거듭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도시를 속속 떠나면서 50만 명대였던 인구가 20만 명대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이전 관광 명소로 유명했지만 이 수요가 완전히 끊겨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실제 웨이보에는 “장사는커녕 7개월째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시내 상점의 90%가 반년 이상 문을 닫아 수입이 없다”는 루이리 시민의 하소연이 잇따른다. 수도 베이징의 ‘칭링’ 방역 또한 만만치 않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2주(14일) 격리지만 베이징은 3주(21일) 격리를 고수하고 있다. 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베이징을 벗어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베이징을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오려면 48시간 이내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외곽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통제를 이유로 애완동물이 희생되는 일도 벌어진다. 12일 남동부 장시성 상라오의 주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을 소독하러 온 방역 요원이 자신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둔기로 도살했다고 폭로했다. 당국은 “방역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방역 요원이 해당 반려견을 쇠막대기로 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많은 누리꾼이 분노하고 있다. 9월에도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 주민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격리된 사이 그의 고양이 3마리 또한 안락사됐다.習 3연임 확정까지 ‘칭링’ 고수 당국은 시민들의 불만에도 개의치 않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뜻을 거듭 나타내고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고 같은 해 하반기 제20차 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 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자와 관영언론은 입을 모아 중국 방역의 우수성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최근 쩡광(曾光)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과학자는 “중국의 방역은 세계 최고경지”라며 “중국을 조롱하는 국가에서는 매일 1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만 중국은 100명도 안 된다”고 서방을 겨냥했다.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 또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위드 코로나’보다 경제적”이라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많은 국가에서 신규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의료 자원이 고갈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가세했다. 16일 관영 환추시보 또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고립을 초래했다는 서방의 비난은 전형적인 서구 중심주의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국경 개방 또한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 원사는 “중국의 국경 개방은 중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코로나19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에 달렸다”며 “전 세계가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향후 2, 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민심 이반을 가속화해 시 주석과 공산당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제거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기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먼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많은 중국인과 중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게 경제적, 심리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작업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미중이 협력할 경우 국제 사회의 원유 증산 요구가 더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반영하듯 원유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측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양국 경제협력의 일환으로 국제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해 시 주석에게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문제는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전화 통화에서도 논의됐던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SCMP에 “에너지 공급은 양측 모두에게 긴급한 문제 중 하나”라며 “현재 양측 에너지 관련 부서가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도 국내 수요 등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의 결정과 관계없이 이르면 다음 주 전략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겠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SCMP는 만약 미중이 공동 대응에 나선다면 국제 원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6일(현지 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IEA는 이날 월간 정례 보고서에서 “국제 원유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세의 끝이 보인다”고 밝혔다. IEA는 보고서에서 “아직 국제 원유 시장은 수급이 빠듯한 상태지만 높은 유가가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증산을 강하게 부추기고 있다”며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날 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12달러(0.2%) 하락한 배럴당 80.76달러에 거래됐다. 미중이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해 실제 협력에 나서면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17일 1면을 포함해 5개 면에 걸쳐 엿새 전 중국공산당이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채택한 ‘역사결의’ 전문을 게재했다.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상 세 번째로 채택된 이번 역사결의에서는 1981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2차 역사결의 당시 담겼던 ‘개인숭배 금지’와 ‘집단 지도’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중심의 1인 통치체제가 굳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총 3만6180여 자에 이르는 이번 역사결의에서는 ‘덩샤오핑의 퇴조’가 눈에 띈다. 40년 전 2차 역사결의 때 덩샤오핑은 1976년 사망 때까지 27년간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반성으로 “지도자의 종신제를 폐지하고 그 어떤 형태의 개인숭배도 금지한다”고 명문화했다. 또 “덕과 재능을 겸비한 지도자들의 집단 지도를 통해 마르크스주의 관점을 실행한다”고도 명기했다. 하지만 이번 역사결의에서는 이런 문구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중국공산당은 마오 사후 1인 통치체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9인)이 권력을 나눠 갖는 형태를 택했다.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각각 총리를 지낸 주룽지(朱鎔基)와 원자바오(溫家寶)는 경제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후 모든 권력이 시 주석한테로 몰리면서 권력분점 원칙은 무너졌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또한 전임자만큼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역사결의는 덩의 최대 치적인 개혁개방의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다. 결의문엔 “개혁개방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서도 “배금주의, 향락주의, 극단적 개인주의, 역사 허무주의 등 잘못된 사상 경향이 불시에 등장했고 인터넷 여론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는 내용을 담았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정치 풍파를 초래했다. 당과 정부가 ‘동란(動亂)’에 선명하게 반대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정권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했다”고 했다. 지금의 양극화 문제가 덩 집권기부터 시작됐고 톈안먼 사태에 따른 혼란 역시 컸는데 시 주석이 이를 극복하느라 많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덩을 깎아내리면서 시 주석을 높이 평가해 내년 하반기 제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중국중앙(CC)TV 오후 7시 메인 뉴스는 역사결의 주요 내용을 앵커가 30분 가까이 직접 읽어 나가면서 평소보다 방송 시간이 30분 길어졌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1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1면을 포함해 총 다섯 면에 걸쳐 중국 공산당이 11일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채택한 ‘역사결의’ 전문을 게재했다. 공산당 역사상 세 번째로 채택된 이번 역사결의에서는 1981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2차 역사결의 당시 삽입됐던 ‘개인숭배 금지’와 ‘집단지도’ 문구가 사라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중심의 1인 통치체제가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총 3만6180여 자에 이르는 이번 역사결의에서는 ‘덩샤오핑의 퇴조’가 눈에 띈다. 2차 역사결의 때 덩샤오핑은 1976년 사망 때까지 27년 간 종신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반성으로 “지도자의 종신제를 폐지하고 어떤 형식의 개인숭배도 금지한다”고 명문화했다. 또 “덕과 재능을 겸비한 지도자들의 집단 지도를 통해 마르크스주의 관점을 실행한다”고도 명기했다. 하지만 이번 역사결의에서 이런 문구가 모두 사라졌다. 중국공산당은 마오 사후 1인 통치체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9인)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를 택했다. 특히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 각각 총리를 지낸 주룽지(朱基)와 원자바오(溫家寶)는 경제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후 모든 권력이 시 주석으로 집권되면서 사실상 권력분점 원칙이 무너졌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또한 전임자만큼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역사결의는 덩의 최대 치적인 개혁개방의 문제점도 집중 지적했다. 결의문에는 “개혁개방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서도 “배금주의, 향락주의, 극단적인 개인주의, 역사 허무주의 등 잘못된 사상 경향이 불시에 등장했고 인터넷 여론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덩이 두 번째 역사결의에 넣지 않았던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을 두고 “정치 풍파를 초래했다. 당과 정부가 ‘동란(動亂)’에 선명하게 반대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정권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했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양극화 문제가 덩의 집권기부터 비롯됐고 텐안먼 사태로 인한 혼란도 상당했는데 시 주석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덩을 깎아 내리면서 시 주석을 높이 평가해 내년 하반기 제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략 비축유 방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작업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미중이 협력할 경우 국제 사회의 원유 증산 요구가 더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반영하듯 원유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측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 비축유 방출 요구 사실을 전하면서 “에너지 공급은 양측 모두에게 긴급한 문제 중 하나”라며 “현재 양측 에너지 관련 부서가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SCMP는 “두 나라는 이번 사안을 경제협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는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전화 통화에서도 논의됐던 내용이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도 국내 수요 등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의 결정과 관계없이 이르면 다음 주 전략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겠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SCMP는 만약 미중이 공동 대응에 나선다면 국제 원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6일(현지 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IEA는 이날 월간 정례 보고서에서 “국제 원유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세의 끝이 보인다”고 밝혔다. IEA는 보고서에서 “아직 국제 원유 시장은 수급이 빠듯한 상태지만 높은 유가가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증산을 강하게 부추기고 있다”며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날 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12달러(0.2%) 하락한 배럴당 80.76달러에 거래됐다. 미중이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해 실제 협력에 나서면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서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대만과 인권 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을 두고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백악관은 이날 3시간 넘게 진행된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복잡성과 함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할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전략적 위험을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상식의 가드레일(common-sense guardrails)’을 구축하고 미중 양국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방면에 걸쳐 격한 경쟁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은 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신장, 티베트, 홍콩을 비롯한 중국의 인권 문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활동에 맞서 미국 근로자들을 보호할 필요성도 분명히 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미국의 관여 의지도 확인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훼손하거나 현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세력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만 독립을 부추기는 것은 불을 갖고 노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장난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는 경고도 내놨다. “미국의 정책이 이성적인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말도 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반이성적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는 “양국 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에 있고 지구촌 인류도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담 본론에서는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에 대해 “양측이 적대감을 누그러뜨렸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이 협력 증진을 약속했지만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로라 로젠버거 중국담당 국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이 참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부장, 셰펑 외교부 부부장 등이 자리를 잡았다. 중국 측 회의 배석자 중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바로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딩쉐샹(丁薛祥·59·사진)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측 나머지 배석자들은 그동안 국내외의 정치 외교 무대를 통해 얼굴이 웬만큼 알려진 인물들이었지만 딩 주임은 그렇지 않았다. 1962년생인 딩 주임은 중국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 정치국원(총 25명) 중 3명뿐인 1960년대 이후 태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은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부속실을 합쳐 놓은 기능을 하는 곳이다. 시 주석이 참석하는 거의 모든 행사나 일정은 딩 주임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그는 ‘시진핑의 그림자’로 불리기도 한다. 2017년 중앙판공청 주임에 오른 그는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며 시 주석을 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그가 이번 정상회담에 배석했다는 것은 시 주석이 그를 차기 지도자 그룹으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동안 중앙판공청 주임을 거친 인사들은 대부분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7∼9인으로 구성) 위원까지 올랐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