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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합의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위안부 협상 타결 결과를 일본의 진정한 참회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루캉(陸康)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도 위안부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책임 있는 태도로 피해자의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태도가 성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일본의 언행이 일치하는지, 시작과 끝이 일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일본의 합의 이행을 보고 중국도 일본에 협상 제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안부 전문가인 상하이사범대 쑤즈량(蘇智良) 교수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정부도 피해자를 대신해 한국처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이번 합의는 일본의 자각된 양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미국의 압력 속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선택이라는 측면이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랴오닝(遼寧)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은 “일본은 계산된 양보를 한 것이지, 침략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3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박 대통령의 ‘결단’은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위안부 문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합의를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얻은 것 못지않게 잃은 것도 적지 않아 ‘무승부’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3년 동안 엇나갔던 박 대통령-아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한 태도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가해자라는 입장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아베 총리는 한 달 뒤 “침략이라는 정의는 어느 측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맞불을 놓았다. 지난해 4월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가 시작됐지만 원활하지 않았다. 12차례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박 대통령은 고비 때마다 결단을 내리고 지침을 주면서 협상 진전을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는 됐지만 과거사 해결은 되지 않았다”며 “한일 국교 50주년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협상이 타결됐다는 데 상징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내년으로 넘어가면 4월 한국 총선,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보이지 않는 손’ 역할?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한일 정상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 침해”라며 아베 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일본은 ‘미국 개입론’을 흘리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27일 “협상 후 미국 정부가 환영성명을 발표한다”는 등 미국이 위안부 협상에서 일본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물론이고 미 정부도 이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일본이 민관 합동으로 오랫동안 미 정치권과 학계를 대상으로 펼친 전방위 로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위안부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과거사 문제를 넘어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대일 관계 개선을 추진할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국 가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나 “이번 협상 결과가 성실하게 이행됨으로써 한일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시다 외상은 “한미일과 안보협력이 전진할 소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박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부 위안부 피해자와 야권에서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배상금 지급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를 관련 단체와 협의하기 시작하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 역시 한국,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계기는 마련했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 일본 내 극우 세력의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은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타결 직후 서울발 기사로 ‘기념비적 합의’라고 평가한 뒤 “이번 합의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두 동맹인 한일 양국 간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이 본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관련 국가(일본)가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일본에 대한 당부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일본이 아시아 인민들에게 저지른 반(反)인도적 죄행에 대해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고,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워싱턴=이승헌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개혁 개방의 1번지’ 광둥 성 선전의 불법 건축물 대형 산사태 사고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반(半)마비상태’가 중국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연말을 맞아 ‘중동 외교’의 물줄기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22일 중국을 방문한 하이다르 알압바디 이라크 총리와 만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라크 총리의 중국 방문은 5년 만이다. 공동성명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관한 협력과 이라크 경제 재건, 에너지 협력이 포함됐다. 23일에는 왈리드 무알림 시리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24일 무알림 부총리와 만나 시리아에 4000만 위안(약 72억 원)의 인도적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왕 부장은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시리아지원그룹(ISSG)’ 3차 외교장관 회의에서 “시리아의 정부 및 반대 세력 대표들을 중국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시리아 내전 평화협상이 진행되면 그동안 뒷전에 밀려 있던 중국의 역할과 위상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에는 시 주석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중국의 적극적인 ‘신(新)중동정책’은 아랍의 핵심 국가를 아우르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 및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맞서는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 공격적 외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통해 보여준 ‘금융 굴기’, 9월 3일 톈안먼 광장에서 펼친 ‘반(反)파시스트 전쟁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보여준 군사강국 선언과 공통점이 있다. 바로 ‘깨어나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19세기 초 나폴레옹 황제가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 ‘깨어나면 위험하다. 잠자는 사자 중국을 흔들어 깨우지 말라’는 문구를 떠올리는 듯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2010년 위안화의 SDR 편입 심사에서는 미국의 반대에 불만을 표시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SDR 편입에 이어 AIIB가 25일 정식 발족함으로써 미국 금융 패권에 대한 도전은 본격화했다. 중국은 내년에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분담금의 10.29%를 부담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로, 유엔일반예산분담금 비율도 근소한 차로 일본에 이어 3위로 올라선다. 유엔 안에서도 중국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한나라의 명장(名將) 한신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기’ 고사가 보여주듯 실력이 부족할 때는 굴욕도 꾹 참지만, 처지가 달라지면 상응하는 대우를 요구하는 서열 의식을 발동하곤 했다. 시 주석이 23일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의 연례 업무보고용 면담에서 지난해까지와 달리 나란히 앉지 않고 테이블 중앙 상석에 앉은 것은 중국-홍콩 관계에서 ‘양제(兩制)’보다는 ‘일국(一國)’을 강조한 것이자 ‘국가주석과 지방장관 서열’을 확인한 것이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선 중국이 달라진 위상에 맞게 ‘서열 및 치수 조정’을 요구하는 것을 자주 경험하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인접국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소수 민족 정책을 비판한 프랑스 기자가 테러리즘을 옹호한다는 다소 생뚱맞은 이유로 중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몰렸다. 국제사회에선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란이 거세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프랑스 시사잡지 로브스(L‘Obs)의 베이징 특파원 위르쉴라 고티에 기자(사진)에게 기자증을 재발급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과 압박을 받고 있는 고티에 기자는 “파리로 돌아가 중국 관련 기사를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고티에 기자가 추방되면 2012년 ‘알자지라’ 방송의 멀리사 챈 기자가 중국의 불법 노동교화소인 ‘흑감옥’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가 추방된 후 3년 만에 외국인 기자가 추방되는 셈이다. 발단은 지난달 13일 파리 연쇄 테러 직후 중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그의 기사였다. 당시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9월 발생한 탄광 테러 사건도 테러 분자들의 소행이라며 중국도 테러의 피해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티에 기자는 같은 달 18일 기사에서 “파리 테러와 신장 테러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인권 기관 관계자들은 신장 폭력 행위가 위구르족 생활 전반에 걸친 무자비한 억압에 의해 한계에 몰린 젊은층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고 썼다. 중국 정부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이었다. 그는 “특히 50명 이상의 한족 등이 사망한 9월 탄광 테러 사건은 소수인 위구르족이 다수인 한족으로부터 받아 온 학대와 불공평, 착취에 반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3차례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고티에 기자가 응하지 않자 매년 갱신해주는 외신 기자증 발급을 거부했다. 사실상 추방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고티에 기자는 1979∼1989년 베이징대 유학 등으로 체류하다 2009년부터 로브스의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해 왔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고티에 기자가 민간인을 살해하는 테러리즘과 잔혹 행위를 지지하고 기사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며 “그는 더 이상 중국에서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6일 사설에서 “중국의 종합 국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서방 언론의 편견과 오만 등도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를 편들었다. 로브스 측은 “테러리즘을 옹호한 적이 없고, 언론 자유를 지켜왔기 때문에 기사 문제로 사과하거나 어떤 위협을 받고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자들처럼 외국 기자도 통제하려 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외신 기자 추방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신장 지역에 대한 보도를 중국 정부가 얼마나 민감하게 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고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올해 지구촌 크리스마스는 기상이변으로 어둡고 땀나는 크리스마스가 됐다. 중국 베이징의 관문인 서우두(首都) 공항이 대기오염으로 마비상태에 빠졌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 지역은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하며 초여름 날씨의 크리스마스를 맞아야 했다. 미국 중남부 지역에선 때 아닌 토네이도(회오리바람)로 14명이 숨지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맞았다. 25일 오전 9시경 “중국 서우두 공항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돼 공항이 마비됐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하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스모그가 베이징 일대를 온통 뒤덮어 비행기 이착륙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예전에 짙은 스모그로 여객기가 몇 대씩은 운항이 중단된 적이 있지만 수백 대가 뜨고 내리지 못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2008년 개항한 신공항 격인 제3공항으로 가는 공항고속도로. 평소 같으면 1차로 제한속도인 시속 120km를 넘겨 달리던 택시 등 자동차도 짙은 안개로 차폭등을 켜고 시속 70km 이하로 느릿느릿 운행했다. 고속도로 표지판도 희미해 글자를 분간하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공항 안내센터에 도착해 보니 카운터 직원 2명은 몰려드는 승객들의 항공편 확인 요구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카운터 뒤 대형 안내판을 보니 이날 오전 7시 청두(成都)행 CA194편부터 오후 11시 칭다오(靑島)행까지 40편이 취소된 상태였다. 대부분 국내선이지만 미국 댈러스와 시카고, 폴란드 바르샤바 등 국제선도 일부 있었다. 한 남성은 “벌써 4차례나 연기됐다. 뜬다는 거냐 뜨지 못한다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오 무렵 2층 식당가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3시간 늦게 출발한다고 하지만 이러다 취소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기내에서 30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안내방송이 없었다면 바깥이 워낙 뿌옇게 흐려 있어 마치 비행기가 구름 속에 떠 있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주로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시거리가 워낙 짧았다는 것이다. 이날 톈진(天津) 공항도 항공기 이착륙이 일부 중단돼 수도권에 진입하는 항공기들이 주변 공항을 찾거나 돌아가기도 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오전 11시 현재 서우두 공항에서 이착륙할 예정이던 국내외 여객기 554편 중 200편 이상이 취소됐다고 공항 측 웨이보가 발표했다”고 전했다. 짙은 스모그의 급습에 베이징 기상국은 이날 오전 6시 30분을 기해 스모그 2급 주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19일 오전 7시부터 22일 밤 12시까지 1급 적색경보를 발령했다가 해제한 지 3일 만에 또다시 경보 조치를 내린 것이다. 주황색 경보는 공기질 지수(AQI)를 기준으로 3일간 ‘심각한 오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린다. 베이징 지역의 PM 2.5(지름 2.5μm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오전 5시 592까지 올라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m³당 25μg의 24배까지 상승했다. 오후 3시에도 500 이상을 보였다. 시내 전역에서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6차로 도로 맞은편 건물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스모그가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서우두 공항으로 연결되는 1·2공항고속도로는 정상 운행됐으나 베이징과 톈진 주변의 상당수 고속도로는 가시거리가 50m까지 줄어들어 곳곳이 폐쇄됐다. 베이징 교육 당국은 오전 9시 각급 학교에 사실상 휴교를 권고했다. 수도권 이외의 산둥(山東) 성도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더저우(德州) 시 등 4개 도시에서 24일 오전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중국 수도권과 산둥 성의 스모그는 북서풍이 불면 언제든지 한반도로 몰려올 수 있다. 한반도가 ‘스모그 폭탄’을 옆에 끼고 사는 형편이 됐다. 이달 초 중국 수도권의 스모그는 바람이 남쪽으로 불어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등 창장(長江) 강 삼각주 지역으로 내려갔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중국 대륙을 뒤덮은 스모그가 26일에야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과 캐나다 동부 지역은 눈에 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파란 잔디 위에 싱그러운 봄꽃이 피는 ‘그린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24일 뉴욕의 기온은 초여름 기온인 22.2도까지 치솟았다고 ABC가 보도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71년 이후 뉴욕의 크리스마스이브 최고 기온은 1996년의 17.2도였다. 워싱턴(21.6도)과 보스턴(20도)도 역대 최고 기온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미 동부 곳곳에서 동백 같은 봄꽃이 피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시민도 많이 목격됐다. 기상 리포터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시작된 슈퍼엘니뇨의 영향 때문이라면서 “산타클로스가 땀 흘리지 않으시려면 버뮤다 반바지(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를 입으셔야겠다”는 농담을 던졌다. 뉴욕 북쪽에 위치한 캐나다 수도 오타와도 17도로 1996년 기록한 최고 기온보다 두 배 이상 기온이 치솟았다고 캐나다 CBC가 보도했다. 몬트리올도 1957년의 최고 기온 8.3도보다 두 배 가까이로 높은 16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퀘벡의 유명 스키장인 아울스헤드는 문도 열지 못한 반면 동한기를 맞아 한산해야 할 골프장은 따뜻한 날씨 속에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들로 붐볐다. CBC는 이 같은 ‘그린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캐나다인이 전 국민의 8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남부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주에선 23일과 24일 강력한 토네이도로 14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지역에서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고속도로 폐쇄, 학사 일정 취소 조치가 내려졌고 일부 공항에선 비행기 운항도 취소됐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권재현 기자}
중국에서 40대 여성 가사도우미가 단지 월급을 빨리 받으려는 목적으로 70세 노인 등 8명을 ‘살충제 주사기’로 연쇄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난팡두스(南方都市)보 등에 따르면 가사도우미 허톈다이(何天帶·45) 모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파견 근무 4일째 되던 날 인력 파견회사 소개로 파견돼 돌보고 있던 노인 A씨를 3가지 방법을 동원해 살해했다. 새벽 4시경 독극물과 수면제를 탄 고기 국물을 먹여 잠이 들자 이어 주사기에 같은 고기 국물을 채운 뒤 배와 엉덩이 두 곳에 주입했다. 약 2시간이 지난 6시경에는 노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허 씨는 날이 밝자 A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A씨가 사망했다며 한 달치 월급 2300위안(약 41만원)을 요구했다. A씨 아들은 모친이 갑자기 사망한 데다 모친의 예금통장 2개와 귀고리가 없어진 것 등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체포한 허 씨의 몸에서 A씨의 통장과 귀고리 뿐만 아니라 의심스러운 액체가 담긴 병과 주사기, 주사 바늘 17개를 압수했다. 주사기 바늘에서는 살충제의 일종인 디디브이피(DDVP)와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허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23일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면서 허 씨의 엽기적인 범행이 알려졌다. 허 씨는 근무 한 달이 되지 않아도 A씨가 사망하면 한 달치 월급을 받기로 사전에 A씨 가족과 약속했기 때문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허 씨가 2013년 6월¤2014년 12월 가사도우미로 일할 때도 비슷한 수법으로 7명을 살해하고, 2명은 미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 가족들은 자연적인 사망으로 생각해 공안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덧붙였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20일 산사태가 일어난 중국 광둥 성 선전에서 사고 발생 67시간 만에 청년 한 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인명 구조가 가능한 시간인 ‘골든타임’(사고 발생 후 72시간)이 끝나기 5시간 전에 극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23일 중국신원왕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경 선전 광밍(光明)신구 류시(柳溪)공업원 부근의 산사태 현장에서 충칭 출신의 19세 남성 톈쩌밍 씨가 구출됐다. 왼쪽 팔에 일부 골절상을 입었지만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출 직후 톈 씨는 중국 언론에 “사고 직후 주위에 떨어진 과쯔(瓜子·해바라기씨 등에 소금과 향료를 넣고 볶은 것)와 유자 등을 먹고 버텼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향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반드시 빠져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오전 3시 40분경 흙 파는 중장비 소리를 듣고 있는 힘을 다해 벽에다 돌을 두드려 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무너진 건물의 대들보에 깔렸던 그는 대들보가 토사를 막아준 덕분에 어둠 속에서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는 전날부터 생명체 신호를 감지한 뒤 집중 수색 작업을 벌여 이날 오전 3시 30분 8m 아래 흙더미 속에서 톈 씨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의 다리가 건물 잔해에 눌려 있어 약 3시간의 작업 끝에 구조 통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구조에 참여했던 한 경찰관은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가 잔해를 일일이 손으로 치운 뒤 구조했다. 기적의 생환이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구조대는 톈 씨의 동료 1명도 발견했지만 그는 이미 숨진 뒤였다. 중국 당국은 열 감지기 및 지진 탐지기 등을 동원해 생존자 흔적을 찾고 있다. 상당수 실종자는 가난한 시골 출신의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33개 동의 공장과 기숙사가 흙더미에 파묻힌 이번 사고는 20일 오전 11시 40분경 건축 폐기물 등으로 쌓아올린 쓰레기 산이 무너지며 발생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동에서의 주도권을 미국과 러시아에 뺏길 수는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슬람국가(IS)’ 대처를 놓고 공동 전선을 모색하는 등 중동 문제 개입을 확대하자 중국도 ‘중동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 문제 해결의 주요국 입지를 굳게 다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2일 중국을 방문한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와 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3일 전했다. 공동성명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관한 협력과 이라크의 경제재건, 에너지 협력 등이 포함됐다. 이라크 총리의 중국 방문은 5년 만의 일이다. 23일에는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중국 방문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정부와 반정부 대표간의 협상이 베이징(北京)에서 시작될 것을 예고한다고 전했다. 앞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시리아지원그룹(ISSG)’ 3차 외교장관 회의에서 “시리아의 정부 및 반대세력 대표들을 중국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민이 IS에 인질로 잡혀 참수되거나 IS의 테러로 희생되는 등 피해를 당했음에도 미국과 러시아처럼 공습 등 직접적 개입은 꺼려 왔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테러 타격에 참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혀 왔을 뿐이다. 하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8일 시리아 평화협상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는 등 중동 질서 구축에 적극 개입하면서 중국도 보다 적극적 참여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의 서아시아 아프리카 연구소 인강(殷¤) 연구원은 23일 환추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정세와 국가이익의 필요상 중국이 시리아의 평화협상과 이라크의 재건 작업에 적극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아사히신문은 22일 시 주석이 내년 1월 이집트 방문을 최종 조율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방문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하게 되면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2009년 2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국빈방문 이후 처음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0일 중국 개혁 개방의 1번지인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의 공단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종자는 91명으로 늘어났다. 사고 현장에서 한 누리꾼이 촬영한 2분 2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짙은 버섯구름 모양의 먼지가 주변 하늘을 온통 뒤덮고 4층 건물이 불과 3초 만에 중간에 균열이 생기며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한 근로자는 “우리 공장이 모두 무너졌다. 없어져 버렸다”고 다급하게 외쳤다. 선전 재난관리당국은 시 광밍(光明)신구 류시(柳溪)공업원 인근에서 20일 오전 11시 40분 경 발생한 산사태로 91명이 실종되고, 공업원의 공장 14개 건물과 2개 사무실 33개 동이 매몰됐다고 밝혔다. 서부의 가스를 동부로 수송하는 천연가스관(西汽東輸管·서기동수관)도 산사태로 부서져 가스가 폭발했다. 토사가 흘러내려 덮은 면적이 6만 m²가 넘고 깊이도 평균 6m 안팎으로 깊어 인명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는 채석장이었던 산 중턱 사이에 지난 2년여간 건축물 쓰레기와 토사 등을 불법으로 쌓아올렸다 균형을 잃어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과 접경한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과 다롄(大連)을 잇는 ‘단다(丹大) 고속철도’가 17일 개통됐다. 이로써 북-중 접경 지역의 주요 도시와 내륙을 잇는 3개 고속철도가 올해 모두 연결돼 양국의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중국고속철도망(高鐵網) 등에 따르면 단둥∼다롄 간 290km 구간의 고속철도가 17일부터 본격 운행에 들어갔다. 단둥은 중국 최대의 대북 교역 도시다. 지금까지 단둥∼다롄 구간은 선양(瀋陽)을 거쳤기 때문에 3시간 40분 걸렸지만, 이날부터 2시간으로 단축됐다. 단다 고속철도는 동북 3성의 최대 항구인 다롄과 피커우(皮口) 좡허(庄河) 하이양훙(海洋紅) 단둥 항 등 보하이(渤海) 만 항구들을 연결하며 여객 운송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도 겸해 항만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중국철도총공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단다 고속철도는 9월 1일 개통한 선양과 단둥 간 ‘선다 고속철도’와 함께 북-중 교역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총공사는 2012년 12월 하얼빈(哈爾濱)∼다롄 고속철도를 개통한 뒤 선다 및 단다 고속철도까지 개통해 동북지방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빅 트라이앵글’ 철로망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자를 쓰는 아시아 국가에서 올 한 해를 대변하는 한자는 국가마다 달랐다.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이하 협회)는 15일 대표 한자에 대한 의견 공모 결과 12만9647표 중 ‘안(安)’이 5632표(4.34%)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15일 밝혔다. 협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아래에서 안보법(安保法) 제정·개정을 두고 국론이 양분돼 국회 주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安’이 선택된 배경을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연합조보가 최근 2주간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부 리콴유(李光燿)의 한자 이름 마지막 자인 ‘빛날 요(耀)’자가 선정됐다. 3월 23일 리 전 총리의 서거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조보는 9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눈부신 승리’를 거둔 것, 7월 싱가포르 식물원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성과도 이 한자가 선정된 이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고생’ ‘고난’ 등을 뜻하는 ‘고(苦)’자가 선정됐다. ‘말레이시아 중국인단체연합회(FCAM)’와 ‘말레이시아 한(漢) 문화중심(HCCM)’이 주도한 한자 선정 행사에는 세계 65개국과 지역에 사는 말레이시아인 1만4078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苦’자는 약 16%를 얻었고, 이어 관리들의 부패를 비판하는 탐(貪)과 새로운 소비세 도입에 반대하는 세(稅)가 각각 15%와 14%를 얻었다. 중국은 21일 발표 예정으로 35년 만의 전면적 ‘두 자녀 허용’을 나타내는 ‘얼하이(二孩)’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간 분단 후 첫 회담을 뜻하는 ‘시마후이(習馬會)’ 등이 후보로 올라 있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17일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이 대만에 2조원 이상의 무기 판매를 결정하자 중국이 무기 판매 관련 미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나섰다. 미중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무기 판매 갈등’이 불난 곳에 기름을 뿌리는 형국이다. 미 국무부는 16일 18억3000만 달러(약 2조1594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하고 의회에 통보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2011년 9월 59억 달러를 판매한 이후 4년 4개월만이다.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는 페리급 전함인 USS 게리호와 USS 테일러호 등 퇴역한 유도미사일 구축함 두 척, 레이시언과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5700만 달러 규모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2억6800만 달러 규모의 TOW 2B 대전차 미사일, 2억1700만 달러 규모의 스팅거 지대공 유도무기, 수륙 양용차 AAV7 등이다. 미 의회는 앞으로 30일간 행정부의 무기판매 계획을 검토하지만 AP통신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최신형 F-16 전투기는 판매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6일 케이 리 중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항의했다. 정 부부장은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철회해야 하고 양측 간 군사적 관계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무기 판매와 관련된 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이어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매우 민감하고 심히 해롭다는 점을 미국이 심각하게 이해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가 계속 일관적이었기 때문에 대만의 국방 수요에 충실한다는 것 외에 우리가 따로 전할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마일스 캐긴스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6개 행정부를 거치면서 일관성 있게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 1979년 1월1일부터 수교하면서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해 4월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 왔다. 앞서 2010년 1월 미국이 대만에 64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했을 당시 중국은 군사 교류를 10개월 간 중단했으며 2011년 8월 다시 무기 판매가 이뤄졌을 때는 반발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몇 차례 군사 교류가 연기됐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올해 계속 충돌해온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이견만 확인한 뒤 양국 사이에 노골적인 견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중국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유도탄 장착 구축함 2척을 판매하는 것을 이르면 이번 주 승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미 의회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판매하려는 구축함은 2척에 1억7600만 달러(약 2080억 원) 규모로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페리급 구축함을 최대 4척까지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실제 판매가 이뤄진다면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지 4년 만이다. 구축함 판매 보도가 나오자 주미 중국대사관은 논평을 내고 “미국이 대만에 어떤 무기라도 판매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미중 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미국이 중국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대만 간 양안 관계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활용해 대만의 군사력 증강을 측면 지원하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군사 굴기를 견제하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30여 년 만에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이날 보도했다. 1월부터 주로 지상 고정물 공격에 써왔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함선 공격용으로 개조하는 데 착수해 몇 년 안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 미 해군은 항공모함을 통한 제공권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그간 함대함 전투력 강화에는 신경을 덜 썼다. 실제 미 해군의 함대함 미사일은 1977년에 실전 배치된 하푼 미사일이 유일하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함과 교전 상황이 벌어질 경우 압도적 우위를 확보해야 중국의 도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둥펑 DF-21D 탄도미사일과 YF-18 순항미사일 등이 항공모함을 타격해 미 해군의 제공권 우위를 상실하는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그런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중국해에서 영역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 기업인 중국석유화학집단(시노펙)은 14일 남중국해 시사(西沙) 군도(파라셀 제도) 융싱(永興) 섬의 종합 부두에 2000m³ 규모의 석유비축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혀 베트남 등 인근 국가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융싱 섬은 하이난(海南) 성 싼사(三沙) 시 시청 소재지다. 싼사 시는 중국 정부가 2012년 7월 시사 군도와 난사(南沙) 군도(스프래틀리 제도) 등을 한데 묶어 만든 행정구역으로 주민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석화는 싼사 시에 속한 9개 섬과 암초에서 수년간 사용할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우선 3개월 내에 주유소를 건설하고 비축시설은 1년 안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여행사들은 2013년부터 융싱 섬 등 40여 개 시사 군도의 섬을 관광하는 4박 5일 여행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석유저장 시설 건설과 함께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대내외에 재차 확인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이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 외환시장이 열린 날인 14일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환율 인상)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이 잇따라 위안화 절하를 시도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환율전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4495위안으로 고시했다. 하루 전 환율(6.4358위안)보다 위안화 가치가 0.21% 떨어졌다. 이로 인해 위안화 가치는 6거래일 연속 절하됐고 2011년 7월 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 유도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높고 중국과 수출을 두고 경쟁하는 아시아 각국의 통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가디언은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라이벌 국가들과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 안에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6위안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런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달러가 아닌 다른 여러 나라 화폐까지 포함한 통화바스켓에 연동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국가정보원은 북한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이유가 김정은에 대한 찬양 일색 공연 내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정보위 관계자에 따르면, 모란봉악단의 리허설에서 김정은에 대한 숭배로 일관된 공연 내용을 확인한 중국이 관람자의 격을 낮췄다. 이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공연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공연 취소 이틀이 지났으나 북한과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가장 유력한 설로 나오고 있는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 때문이라는 설에 대해서도 장롄구이(張璉괴)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추측일 뿐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비핵화를 많이 강조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수소폭탄 발언까지 하면서 엇나가니까 중국에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여기에 공연 내용과 관람자들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연 준비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의 오해를 살 만한 실수를 했고 이것이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려 귀국을 지시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무산된 직후 중국이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병력을 증파했다고 홍콩의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가 14일 밝혔다.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군 퇴역 인사의 말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12일 저녁 돌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북-중 국경지대로 2000명의 병력을 증파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과의 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쑹타오(宋濤) 부장이 10일 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했던 최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부 제1부부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해 공연 취소에 대한 중국의 우회적인 불만 표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중국 언론에서는 공연단 단원 중 2명이 탈북을 기도해 베이징 한국영사관으로 들어와 공연이 취소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본보가 영사관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런민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14일 사설에서 “모란봉악단의 전격적인 철수가 중조 관계에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부정적 영향이 일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환추시보가 중국 관영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사태를 다루기는 했지만 악단이 도착했던 10일 1면에 평양에서 출발할 때의 단체 기념촬영 사진을 싣고 3면에 “조선(북한)의 유명한 양대 예술단이 중국에 와서 공연하는 것은 우호를 전하는 신호”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는 아예 ‘모란봉’을 치면 기사 제목만 보이고 내용은 열리지 않는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모란봉’이나 ‘모란봉 취소’ 등의 검색어를 치면 ‘관련 법률에 따라 검색을 제한한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우경임 기자}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중국 베이징(北京) 공연이 12일 첫 공연 시작 불과 몇 시간 전에 전격 취소되는 국가 간 외교에서 보기 힘든 촌극이 벌어졌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총애를 받는 모란봉악단은 당초 이날 오후 7시 반부터 사흘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전원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중 관계 해빙의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공연이 전격 취소되면서 최근 해빙 무드였던 북-중 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집권 3년이 지나도록 성사되지 못한 김정은의 방중도 상당 기간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란봉악단 단원 등 10여 명은 이날 정오경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함께 나타난 뒤 오후 4시 7분 평양행 고려항공 JS152 편을 타고 귀국했다. 국가대극원 측은 공연 예정 시간 3시간여 전인 오후 4시 반경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취소됐음을 알렸다. 모란봉악단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던 북한 공훈국가합창단도 이날 오후 10시 열차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의 환대 속에 방중해 리허설까지 마친 공연이 막판에 갑자기 취소되자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오후 10시 22분 “(중국과 북한 간) 업무 측면에서 ‘소통 연결’에 원인이 있다”고만 간단하게 밝혔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이 취소 배경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모란봉악단 관련 기사의 댓글들이 삭제되는 등 보도 통제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북한 매체는 공연이 취소된 것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베이징 소식통들은 모란봉악단이 베이징에 도착한 날(10일) 나온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공연을 보기로 했던 최고 지도자급 수위를 부부장급(차관급)으로 하자 북한이 불만을 제기했고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철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며 취약하다고 판단한다” “관련 당사국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길 희망한다”며 김정은의 수소폭탄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을 바꿔 자의적인 평가절하 의혹을 사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의도를 나타내 주목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1일 홈페이지에 ‘위안화 환율은 바스켓 통화를 통해 봐야 한다’는 글을 통해 앞으로 위안화 가치 평가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로만 평가해 왔지만 앞으로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13개 교역대상국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 지수를 통해 산정하겠다는 것. 런민은행은 “바스켓 통화 지수가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면서 “위안화 가치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위안화 환율 결정에서 달러의 연관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결국 위안화의 추가 가치 하락을 이끌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라는 것. 무엇보다 16일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유도해 미 금리 인상에 대한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안화 약세의 길을 닦았다’는 해설기사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강(强)달러 기조가 이어지면 위안화 가치가 같이 오르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3.77% 떨어졌지만 런민은행이 발표한 바스켓 지수로 보면 2.93% 오른 것으로 산출된다. 이런 논리하에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도 인위적 절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FT는 “중국은 수출 활성화를 위해 위안화 약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는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를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을 대표하는 문화사절 성격의 모란봉악단이 전격적으로 베이징 공연을 취소한 것은 정상적인 국가 사이에선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단순한 문화공연이 아니라 북-중 간 ‘대형 외교활동’으로 인식돼 큰 관심을 불러 모았기에 그 충격도 더 컸다.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가 가져올 외교적 파장을 잘 알고 있는 북-중 양국은 막판까지 막후협상을 벌였지만 파국을 막지 못했다. 공연장으로 예정되어 있던 베이징(北京) 국가대극원을 기자가 찾은 때는 12일 오전 9시. 남문 쪽 주차장에는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버스 2, 3대가 주차돼 있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공연이 예정대로 준비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오경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갑자기 서우두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베이징이 발칵 뒤집혔다. 이날 낮 12시 55분 출발 예정이던 고려항공 JS152편은 단원들을 태우기 위해 공항에서 계속 대기하다 오후 4시 7분에야 이륙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단원들을 공항으로 철수시키고 이륙하는 비행기까지 3시간 남짓 잡아놓으면서 양측이 끝까지 협상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단원들이 베이징을 떠난 지 20여 분이 흐른 오후 4시 반경에야 국가대극원 측은 공연 취소 공고를 인터넷에 올렸다. 초청 티켓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때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자로부터 표를 얻었거나 암표를 산 시민들은 오후 6시경 국가대극원에 왔다가 취소 사실을 알고 허탈해했다. 이번 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외교 리더십에도 상처가 생겼다. 그래서인지 북한 대표단을 초청한 시 주석의 측근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막판까지 북한 측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실제로 단원들이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시간인 12일 오후 이들이 투숙했던 호텔에는 중국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인 왕자루이(王家瑞·66) 전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드나드는 것이 목격됐다. 지 대사는 오후 8시 반경에야 전용차를 타고 호텔을 나갔으며 오후 10시 10분 베이징 기차역을 출발한 공훈합창단원들을 전송했다.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쑹 부장이 주도한 이번 공연은 북-중 관계를 종전의 혈맹에서 정상국가 관계로 조정하기 위한 ‘시진핑 대북 외교’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양국 관계 냉각은 물론이고 시 주석의 외교 리더십까지 구겨졌다. 북한의 돌연한 변화의 원인은 10일 나온 김정은의 ‘수소폭탄’ 발언에 대한 중국의 불만과 이에 따른 중국 고위층의 ‘공연 참관 보이콧’이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의 발언은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한 핵개발 반대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이에 중국이 공연 참관단의 격을 낮췄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공연 취소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시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 혹은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서열 5위의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적어도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 중 일부의 공연 참관을 줄곧 원했다. 중국은 한때 정치국원급의 참관을 받아들였으나 김정은의 수소폭탄 발언이 나온 이후 ‘부부장급(차관급)’ 참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김정은 찬양 일색의 공연 내용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이 내용 변경을 요구하자 북한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공연 형식에는 합의했으나 세세한 내용까지는 미처 조율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김정은을 띄우기 위해 3대 세습 정당화 등을 중심으로 내용을 짰으나 중국 정부가 거부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 대사와 최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이 평양에 이를 보고했고 전격 철수 지시가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올해 10월 류윈산의 방북으로 해빙 무드에 들어갔던 북-중 관계는 상당 기간 냉각이 불가피해졌다.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경험한 중국이 북한을 더더욱 믿지 못하는 상황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연을 수시간 남겨놓고 공연단을 전격 철수시킨 북한의 행동은 외교적 결례를 떠나 몐쯔(面子·체면)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微博)에 김정은을 비하하는 표현과 공연 취소 비난 글을 올리고 있다. 북-중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자 진위를 알 수 없는 주장도 난무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13일 홍콩 인권단체인 중국인권민주화운동뉴스센터를 인용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석유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음을 전달하고 중국군 신속대응 부대 2000명을 국경에 긴급 증파했다”며 “이에 김정은이 격노해 베이징에서 12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모란봉악단 공연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대한 도발’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이런 제재 조치를 북한에 통보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교도통신도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우경임 기자}

북한 모란봉악단은 베이징 체류 55시간 37분(2박 3일) 동안 중국 한국은 물론이고 외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단원들은 줄곧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공연을 꼭 보러 오라”며 상냥한 말씨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11일 오후에는 공연을 할 국가대극원에서 첫 리허설을 하는 등 순조롭게 공연 준비를 했다. 이들의 리허설 장면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묵었던 민쭈(民族)호텔 1층에는 기자들이 진을 쳤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옛 애인’ ‘첫사랑’으로도 알려진 단장 현송월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공연은 일반인들에게 표를 팔지 않고 중국의 당정군 주요 인사들에게만 공산당 대외연락부와 문화부가 표를 배분해 초청하는 형식이었다. 티켓 앞면에는 ‘증정표이니 남에게 양도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으나 일부는 암표로 판매됐다.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암표 가격이 1만5000위안(약 271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12일 오후 7시 30분으로 예정된 공연을 3시간여 앞두고 오후 4시 7분 고려항공 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가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던 중국 관객들은 “거액을 주고 표를 샀는데 이럴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모란봉악단 단원들로서는 2012년 7월 김정은의 특별 지시로 창단된 이후 첫 해외 공연이었지만 제대로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무산됐다. 한 자유평론가는 인터넷에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은 북한의 ‘국보급’이라고 하더니 역시나 쉽게 그들의 공연을 볼 수는 없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창설된 모란봉악단이 해외 첫 공연을 위해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뒤부터 중국에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1시 반 베이징 민주(民族)호텔 1층 로비. 군복 차림의 악단 단원들이 호텔 로비 왼쪽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먼저 내려온 여성 단원들은 5분가량 로비에 서 있었으나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취재진의 카메라에서 터지는 플래시와 쏟아지는 질문에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카키색 군복을 입은 이들은 예행연습을 위해 호텔 정문에 세워진 버스 두 대에 나눠 탔다. 이들은 버스에 타서도 취재진을 가리키며 밝은 표정을 보여줬다. 이들은 베이징의 예술문화의 전당인 국가대극원에 도착한 뒤 곧바로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동작을 맞추며 여성미를 한껏 자랑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취재진과 현지인들은 이날 오전부터 모란봉악단 단원을 보기 위해 호텔 1층 로비로 모여들었다. 올 10월 이후 한때 해임설이 나돌았던 현송월 단장도 악단을 이끌고 이 호텔에 투숙했다. 그는 이동하는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조중 친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뜨거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짧게 말한 뒤 급히 지나갔다. 다른 여성 단원들은 점심시간에 호텔에서 식사를 주문하며 노출을 피했다. 한 북측 인사에게 “공연을 보고 싶은데 일반인들은 볼 수 없다”고 하자 “중국 문화부에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중국은 이번 공연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당정군 인사 2000명으로 관람을 제한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이 모란봉악단을 중국에 보낸 것은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이 11일 말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모란봉악단 공연은 대형 외교활동으로 선의를 표현하는 특수한 방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4차 핵실험만 하지 않으면 중조 관계는 한발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