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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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기에, IS 原電테러 주의보

    이슬람국가(IS)의 벨기에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테러 이후 벨기에 원자력발전소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뤼셀 테러 수사팀은 IS가 벨기에 원전을 공격하거나 침입해 파괴하는 등의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고 판단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했다. 22일 브뤼셀 테러 발생 몇 시간 만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원전 직원들을 귀가시킨 데 이어 25일에는 원전 1, 2곳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의 출입증을 회수했다. NYT는 그동안 벨기에 원전에서 여러 차례 안전관리에 실수가 있었다며 테러조직원 다수가 이미 벨기에 내부에 침투해 있는 사실과 대(對)테러 당국의 능력이 약한 점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 일간 DH는 26일 이틀 전 벨기에 동부 티앙 주 원자력발전소에서 보안요원이 살해되고 출입증이 탈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살해 동기와 출입증 탈취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DH는 브뤼셀 테러범들이 벨기에 핵프로그램 연구 책임자의 집을 10시간 정도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브뤼셀 테러범들이 핵시설 공격 및 방사성물질 폭탄 테러까지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23일 런던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IS가 핵무기를 확보할 위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위협”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IS가 고농축 우라늄을 획득해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보다는 일반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섞어 터뜨리는 ‘더티 봄(dirty bomb)’을 제조하거나 원전에 침투해 가동을 중단시키는 방식의 테러는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질 드 케르쇼브 유럽연합(EU) 대(對)테러조정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테러범들이 원전 내부에서 폭탄을 터뜨리거나 비행 물체를 타고 발전소 내부로 침투한 뒤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벨기에 원전과 그 밖의 주요 기간산업 시설들이 사이버 테러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NYT에 따르면 2012년 벨기에 둘(Doel) 원전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은 직장을 그만둔 뒤 시리아 강경 이슬람 조직에 가담했다가 IS 대원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같은 부대에서 활동했다. 한 명은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2014년 테러 관련 죄로 벨기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풀려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들이 벨기에 원전의 주요 정보를 IS에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벨기에 연방검찰은 26일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3명의 용의자를 테러 단체 가담과 테러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기소된 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은 파이살 셰푸로 22일 공항 테러 당시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3명의 용의자 중 1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경찰은 24, 25일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여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12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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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기에 원전테러 가능성 고조…보안요원 살해·출입증 탈취 사건

    이슬람국가(IS)의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테러 이후 벨기에 원자력발전소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뤼셀 테러 수사팀은 IS가 벨기에 원전을 공격하거나 침입해 파괴하는 등의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고 판단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했다. 22일 브뤼셀 테러 발생 수 시간 만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을 귀가시킨 데 이어 25일에는 원전 1,2곳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들의 출입증을 회수했다. NYT는 그동안 벨기에 원전에서 여러 차례 안전관리에 실수가 있었다며 테러조직원 다수가 이미 벨기에 내부에 침투해 있는 사실과 대(對)테러 당국의 능력이 약한 점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 일간 DH는 26일 이틀 전 벨기에 동부 티앙주 원자력발전소에서 보안요원이 살해되고 출입증이 탈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살해 동기와 출입증 탈취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DH는 브뤼셀 테러범들이 벨기에 핵프로그램 연구 책임자의 집을 10시간 정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찍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브뤼셀 테러범들이 핵시설 공격 및 방사성 폭탄 테러까지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23일 런던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IS가 핵무기를 확보할 위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위협”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IS가 고농축 우라늄을 획득해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보다는 일반 폭탄에 방사능 물질을 섞어 터뜨리는 ‘더티 밤’(dirty bomb)을 제조하거나 원전에 침투해 가동을 중단시키는 방식의 테러는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유 드 케르쇼브 유럽연합(EU) 대(對)테러조정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테러범들이 원전 내부에서 폭탄을 터뜨리거나 비행 물체를 타고 발전소 내부로 침투한 뒤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벨기에 원전과 그 밖의 주요 기간산업 시설들이 사이버 테러를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NYT에 따르면 2012년 벨기에 둘(Doel) 원전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은 직장을 그만둔 뒤 시리아 강경 이슬람 조직에 가담했다가 IS 대원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파리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같은 부대에서 활동했다. 한 명은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2014년 테러 관련 죄로 벨기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풀려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들이 벨기에 원전의 주요 정보를 IS에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벨기에 연방검찰은 26일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3명의 용의자를 테러 단체 가담과 테러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기소된 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은 파이칼 셰푸로 22일 공항 테러 당시 공항 폐쇄회로(CC) TV에 찍힌 3인의 용의자 중 1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경찰은 24~25일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여 벨기에 테러와 관련 12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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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전승훈]벨기에 ‘분열의 정치’가 키운 테러 온상

    벨기에 당국은 브뤼셀 고향 집 근처에 은신해 있던 파리 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을 왜 넉 달 동안이나 잡지 못했을까. 압데슬람이 18일 체포된 직후 “새로운 테러가 준비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는데도 왜 나흘 뒤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막지 못했을까. 22일부터 브뤼셀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이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비롯해 2500여 개 국제기구와 기업이 몰려 있는 ‘유럽의 심장’이다. 서유럽 국가 중 인구 대비 이슬람국가(IS) 전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유럽 지하디스트의 수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벨기에의 테러 대응 능력에 국제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벨기에 형법의 ‘9 to 5’ 조항이다. 벨기에 경찰은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가택 수색을 할 수 없다. 1969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라지만 외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찰과 달리 테러범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14일 브뤼셀 몰렌베이크로 잠입했다. 당시 벨기에 당국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한밤중에 바로 습격하지 못하고 16일 아침에야 은신처를 덮쳤다. 이미 압데슬람이 도망간 뒤였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샤를 미셸 총리는 당시 국회 연설에서 18가지의 새로운 조치를 담은 ‘대(對)테러 법안’을 제안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테러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될 경우 경찰이 언제든지 가택 수색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후 벨기에 정치권은 차일피일 법안 통과를 미뤘고, 4개월 뒤 결국 브뤼셀 테러가 일어나 31명이 숨지고 330여 명이 부상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브뤼셀 테러의 근본 원인을 ‘벨기에의 정치 실패’로 규정했다.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독일어 언어권으로 분열된 벨기에 정치권은 매번 총선과 연정 구성 협상 때마다 권력을 지방으로 복잡하게 배분하는 ‘나눠 먹기 협상’을 벌여 왔다. 브뤼셀 수도권특별지역만 해도 치안을 19개 자치시와 6개 경찰서가 나눠 맡고 있어 테러범에 대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IS의 발호 이후 세계는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47년 묵은 ‘9 to 5’ 법도 개정하지 못하는 벨기에의 무능한 정치권을 보면서, 자신의 표밭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싸움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브뤼셀에서전승훈 특파원·국제부 raphy@donga.com}

    • 201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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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 들어서자 아랍어 간판 즐비… 청년들 절반이 실업자

    한때는 활기찬 공장지대로 ‘리틀 맨체스터’라 불리던 도시. 하지만 지금은 ‘테러범의 소굴’로 눈총받는 곳. 유럽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수도로 불리는 벨기에 브뤼셀 근교 몰렌베이크이다. 23일 정오(현지 시간) 몰렌베이크 시청 앞 녹색광장을 찾았다. 종탑에서 슬픈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광장에 모인 1000여 명의 시민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이날 몰렌베이크를 포함해 벨기에 국민들은 전날 발생한 브뤼셀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1분간 추모 묵념을 올렸다. 추도식에는 히잡과 터번을 두른 아랍계 주민들이 많이 보였다. 인구 10만 명의 몰렌베이크는 무슬림 인구가 3분의 1이 넘는다. 몰렌베이크는 ‘자생적 테러리즘의 고향’ ‘이슬람국가(IS) 전사 양성소’ ‘테러의 허브’로 불린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이어 이번 브뤼셀 테러에서도 이곳 출신들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발생 후부터는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광장 주변에 배치됐다. “우리 아이도 브뤼셀 지하철에서 폭탄테러가 난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몰렌베이크 사람들도 똑같이 눈물을 흘리며 두려워하고 있다.” 주민 이카즈반 씨는 ‘테러범 양성소’라는 오명이 억울하다고 했다. 대학생 빌랄 벤제마 씨(21)는 18일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이 이곳에서 붙잡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테러범이 잡혔으니 안심해도 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나흘 뒤 브뤼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히잡을 쓴 주민 미리암 씨(32·여)는 “압데슬람이 우리 동네에 은신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랐다”고 했다. 몰렌베이크는 브뤼셀의 구도심에서 불과 2.6km,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신시가지에서 5km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그러나 카페와 바가 화려한 불빛을 뽐내는 운하를 건너 몰렌베이크의 골목길로 들어선 순간 마치 북아프리카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야채가게와 정육점엔 아랍어로 된 간판이 즐비했고, 찻집 주변에선 청년들이 웅성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기자가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40년간 이곳에 살았다는 자말 씨(62)는 “일부 일탈이 있다고 해서 테러범의 소굴은 아니다. 법을 지키는 평범한 무슬림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몰렌베이크 인구는 2000년에는 2만4000명이었다. 지금은 아랍계 이주민이 몰려오면서 10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아 실업률이 30%가 넘는다. 청년실업률은 50%다. 벨기에는 서유럽에서 인구 대비 지하디스트 배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벨기에 출신 지하디스트 130명 중 85명이 몰렌베이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프랑스어권과 북부 네덜란드어권으로 나뉜 벨기에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과 정치권 분열도 테러범 확산을 방치하는 요인이다. 얀 얌본 내무장관은 미국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브뤼셀은 인구가 120만 명인데도 경찰 관할 구역이 6개, 지방자치단체가 19개로 쪼개져 있어 정보 수집과 집행에 애를 먹는다. 인구 800만 명인 뉴욕의 경찰 관할구역이 1개로 통합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테러 대응 능력은 브뤼셀 자살폭탄 테러범 중 한 명이 지난해 IS에 가담하려다 터키 당국에 체포돼 강제 추방당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3일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뤼셀 공항에서 자폭한 테러범 이브라힘 엘 바크라위(29)가 지난해 6월 터키에서 강제 추방된 사실을 공개했다. 바크라위가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들어가려 한 것으로 파악하고 벨기에 정부에 체포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국인 테러 전사’라고 알려줬는데도 벨기에 당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를 풀어줬다”고 주장했다. 쿤 헤인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벨기에 공영방송 VRT에서 “그때는 그의 테러 의혹에 대해 알지 못했다. 가석방 중인 일반 범죄자였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몰렌베이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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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증오”…유럽 시민들 ‘사랑의 찬가’ 합창

    23일 오전(현지 시간)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주변. 전날 아침 출근길에 폭탄테러가 발생했던 말베이크 지하철역 주변에는 1km 전방부터 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경찰이 심각한 얼굴로 제지했다. 브뤼셀의 관광명소인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이 있는 ‘그랑 플라스’와 주변 식당가에는 평소엔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이날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상점들도 낮부터 문을 닫았다. 시내 곳곳에서는 밤새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간간이 울려 퍼졌다.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 테러범 중 1명이 현장에서 자폭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소식에 대대적인 검거작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집 안에 대피했던 시민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하나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증권거래소 앞 ‘라 부르스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벨기에 당국의 권고에도 시민들은 광장에서 꽃과 촛불을 바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광장 바닥은 흰색, 붉은색, 푸른색 분필로 쓴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들로 가득했다.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영어 아랍어 키릴어로 쓰인 애도 문구 중에는 ‘사랑으로 증오와 싸우자’ ‘살자, 살게 하자’ ‘사랑은 나의 종교’ 등 사랑을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지난해 1월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 나왔던 ‘나는 샤를리다’라는 문구를 빌려 ‘나는 브뤼셀이다(Je suis Brussel)’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들었다. 한 무리는 벨기에 국가와 프랑스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로 불렀다.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브뤼셀을 위해 기도해주세요’와 같은 문구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음악을 공부하는 한 젊은 청년이 첼로를 들고 나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곡을 연주하자 광장에는 엄숙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한 청년이 피아노로 존 레넌의 ‘이매진’을 연주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광장에는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뿐 아니라 경계와 분노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브뤼셀 자유 대학생인 에스텔 씨(23·여)는 “지난해 파리 테러 이미지의 ‘데자뷔’(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때문에 우리가 이미 테러를 경험한 듯한 느낌”이라며 “가장 최악은 어떤 테러가 발생해도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계단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우리도 튀니지, 케냐, 파리처럼 테러가 일상화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세바스티앙 씨(46)는 “브뤼셀은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며칠간 학교와 상점 등 브뤼셀을 완전히 폐쇄하고 테러범 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폭탄테러를 막지 못했다”며 예고된 테러를 막지 못한 정부를 성토했다. 미국의 테러 전문가들도 미 관련 기관들이 사전에 테러 가능성을 벨기에 당국에 수차례 경고했음을 지적하며 “벨기에 정부의 대테러 역량은 어린애 수준”이라고 혹평했다고 미 온라인신문 데일리비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이날 밤 광장에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찾아와 헌화했다. 파리 에펠탑을 비롯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들은 적·황·흑색의 벨기에 국기를 상징하는 조명을 건물 외벽에 밝히며 애도와 연대의 뜻을 표했다.브뤼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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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폭장치 감추려 한손에만 장갑… 불발탄 1개 발견

    22일 오전(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자벤템 국제공항 출국장과 유럽연합(EU) 본부 인근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가 ‘이슬람국가(IS)’의 소행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IS가 이날 밤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3일에는 이번 테러의 범인들이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의 잔당임이 밝혀졌다. 아침 출근 시간대를 노린 이번 동시다발 테러로 31명이 숨지고 270여 명이 다쳤다. 벨기에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프레데리크 판 레이우 검사는 자벤템 공항 자살폭탄 테러범 2명 중 한 명이 이브라힘 엘 바크라위(30)이며 말베이크 지하철역 자폭 테러범은 그 동생인 칼리드 엘 바크라위(27)라고 23일 밝혔다. 레이우 검사는 자벤템 공항의 다른 자폭 테러범 1명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체포설이 돌았던 ‘IS의 폭탄제조범’ 나짐 라크라위(25)의 체포 사실을 부인했다. 바크라위 형제는 18일 체포된 파리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26)과 함께 브뤼셀의 한 아파트에 은거해 왔다. 동생 칼리드 명의로 임대된 이 아파트는 이달 15일 벨기에 경찰이 급습하는 과정에서 압데슬람의 지문과 라크라위의 DNA가 발견된 곳이다. 파리 테러 이후 4개월 동안 숨어 다니던 압데슬람은 지문으로 꼬리가 잡혀 사흘 뒤 검거됐다. 바크라위 형제는 압데슬람과 같은 몰렌베이크 출신으로 각각 환전상 강도 및 경찰관 총격(2010년)과 차량 절도(2011년)로 9년형과 5년형을 선고받은 전과자이다. 벨기에 경찰은 22일 자벤템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테러 용의자 3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벨기에 언론은 이 중 검은색 윗옷 차림의 2명이 바크라위 형제이고 오른쪽 흰 점퍼 차림에 모자와 안경을 쓴 인물이 라크라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가운데 검은 복장의 인물만 바크라위 형제 중 형 이브라힘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2명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BBC가 보도했다. 공항에 설치된 폭탄은 원래는 3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벨기에 경찰은 22일 자벤템 공항 내에서 폭발하지 않은 3번째 폭탄을 발견해 해체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 3인조를 공항까지 태워준 택시 운전사의 제보를 받아 브뤼셀 서북쪽 스하르베이크 시에 있는 이들의 은신처에서 못이 포함된 폭발장치와 화학물질 그리고 IS 깃발을 발견했다. 인근 쓰레기통에선 이브라힘의 유언을 남긴 랩톱 컴퓨터도 발견했다. 유언장에는 가중되는 경찰의 체포망이 좁혀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토로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이 3인조 폭탄테러범 사진에서 IS의 ‘지문(指紋)’에 해당하는 3가지 증거를 찾아냈다고 22일 보도했다. 첫째는 검은색 윗옷을 입은 2명이 모두 왼손에만 검은 장갑을 낀 점이다. 폭탄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탄이 파리 테러에서도 사용된 ‘TATP(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라고 단정했다. ‘IS 테러리스트는 한 손에는 AK-47 소총을, 다른 한 손에는 TATP 사제폭탄을 쥐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TATP는 IS가 애용하는 폭탄이다. ‘사탄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TATP는 전기 자극을 가해 폭발시킨다. 이때 그 전선과 연결되는 기폭 장치를 손바닥에 장착하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그 손에만 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다. 둘째 3인조는 모두 카트에 큰 가방을 싣고 이동 중이었다. 폭탄 전문가인 지미 옥슬리 로드아일랜드대 교수는 파리 테러 때 조끼폭탄의 위력이 개당 TATP 1파운드였다면 이번 폭탄 테러에선 개당 TATP 30∼100파운드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자살조끼보다 더 많은 폭약이 들어가는 가방폭탄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못과 같은 날카로운 금속을 장착한 ‘못 폭탄’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3인조의 수염은 짧다. IS는 수염을 깎거나 다듬는 것이 서구 기독교의 문화라면서 허용하지 않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 암약하는 대원들에 한해 정체를 숨길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이 때문에 파리 테러의 주범들은 세련된 유럽 남성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브뤼셀=전승훈 특파원}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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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테러 주범 체포 4일만에… 출근시간대 노려 ‘쾅’

    22일 오후(현지 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주요 도로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도심 전체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폭탄 테러가 발생한 말베이크 역 부근에는 음식점과 쇼핑센터, 빵집까지 모두 문을 닫았다. 말베이크 역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삼성전자 박동식 부장은 “폭발 이후 창밖을 내려다보니 인도에 커버로 뒤덮은 사망자들과 수많은 부상자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파리 테러에 이어 4개월 만에 유럽이 또다시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벨기에 당국과 언론은 이번 테러 공격이 지난해 파리 테러의 주범이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인 살라 압데슬람(26)을 체포한 데 대한 ‘보복 테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테러범 일부가 현장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의심 가는 장소들을 상대로 가택 수색을 벌이고 있다. ○ 러시아워를 노린 참혹한 테러 이날 오전 8시 무렵 브뤼셀(자벤템) 공항 출국장 내 ‘SN 브뤼셀 에어라인’과 ‘아메리칸 에어라인’ 창구 인근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하면서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첫 폭발은 중량 초과 수하물에 대한 추가 비용을 내는 곳에서, 두 번째 폭발은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몰려 있던 스타벅스 카페에서 일어났다. 강력한 폭발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유리창이 산산이 깨졌다. 천장이 무너지면서 건축자재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공항 이용객 수백 명이 폭발 직후 공포에 질려 도망쳐 나오고, 피를 흘린 채 치료를 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확산됐다. 폭발 당시 출국장에 있던 스카이뉴스 기자 알렉스 로 씨는 “폭발음을 들었을 때 빌딩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엘리베이터에 핏자국이 가득했으며 다수의 부상자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첫 폭발로부터 1시간 10여 분 뒤인 오전 9시 11분경 유럽연합(EU) 본부에서 가까운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도 폭발이 일어나 최소 20명이 숨졌다. 얼굴에 피를 흘린 승객 알렉산드르 브란스 씨(32)는 AP통신에 “지하철이 말베이크 역에서 슈만 역으로 향하던 중에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며 “지하철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벨기에 당국에 따르면 3량짜리 열차가 말베이크 역을 출발할 때 폭탄이 터졌다. 가운데 객차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뤼셀 당국은 폭발 직후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즉각 EU 본부 건물을 폐쇄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자택에 머물러 있을 것을 권고했다. ○ IS의 보복 테러 추정 이날 브뤼셀 테러는 ‘11·13 파리 연쇄테러’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이 도주 4개월 만에 체포된 지 4일 만에 발생했다. 또한 IS 폭탄 전문가로 파리 테러에 가담한 공범인 나짐 라크라위가 공개 수배된 상황이기도 하다. 벨기에 벨가 통신은 공항 출국장에서 첫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총성이 먼저 울렸고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아랍어로 외쳤다고 전했다. 이 아랍어 외침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일반적으로 자살 폭탄이나 총격 테러를 벌일 때의 구호인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파리 테러와 유사하게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소프트타깃’형 테러라는 점은 IS가 사건에 연관됐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공항 출국장에선 IS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과 폭발하지 않은 자살폭탄 조끼까지 발견됐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는 테러단체는 나오지 않았으나 IS 지지자들과 관련된 웹사이트들에서는 브뤼셀 테러를 찬양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일부는 ‘브뤼셀이 불에 타고 있다(#Brusselonfire)’는 의미의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했다.브뤼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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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뤼셀서 연쇄테러… 최소 34명 사망

    유럽이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이어 이번엔 ‘유럽의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이 테러 공격을 받았다. 벨기에 언론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2일 아침 출근시간대를 노린 동시다발 테러로 최소 34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첫 폭발은 이날 오전 8시경(현지 시간) 브뤼셀에서 동북쪽으로 11km 떨어진 브뤼셀(자벤템)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발생했다. 공항 출국장 인파를 노린 두 차례의 폭탄 테러로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벨기에 검찰은 공항 폭발 2건 중 1건은 자살폭탄 테러였다고 밝혔다. 오전 9시 11분에는 유럽연합(EU) 본부 인근 말베이크 지하철에서 한 차례 폭발이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졌다. 이날 테러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지난해 ‘11·13 파리 테러’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이 18일 벨기에 몰렌베이크에서 체포된 지 나흘 만에 발생했다. 특히 압데슬람은 4개월간의 도피 행각 중 테러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테러 공격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IS의 ‘보복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항 출국장에선 지난해 파리 테러에서도 사용됐던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이 발견됐다. 벨기에 지하드 전문가 피터르 판 오스타에이엔 씨는 “이번 브뤼셀 테러에는 IS의 특징(hallmark)이 잘 나타나 있다”며 “매우 조직화된 테러”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 국민의 피해 유무를 확인 중이다. 정부는 22일 밤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외국민안전대책회의’를 열고 교민 안전 확보와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브뤼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조숭호 기자}

    •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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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의 보복? “브뤼셀 동시다발 테러…최소 29명 사망”

    유럽이 또 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이번엔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이 테러 공격을 받았다. 22일 아침 출근시간대를 노린 동시다발 테러로 최소 29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첫 폭발은 이날 오전 8시경(현지 시간) 브뤼셀에서 북동쪽으로 11km 떨어진 자벤텀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발생했다. 공항 출국장 인파를 노린 두 차례 폭탄 테러로 최소 14명이 사망했다고 벨기에 RTL방송이 보도했다. 벨기에 연방 검찰은 브뤼셀 공항 폭발이 자살폭탄 테러였다고 발표했다. 이로부터 1시간 20분 뒤 유럽연합(EU) 본부 인근 말베이크 지하철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 15명이 숨지고 55명이 부상했다. 이날 테러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지난해 ‘11·13 파리 테러’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이 지난 18일 체포된 지 나흘 만에 발생했다. 압데슬람은 4개월간의 도피 행각 중 테러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테러공격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IS의 ‘보복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시민들이 출근하는 ‘러시아워’에 공항과 지하철에서 발생해 일반 시민과 관광객 등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파리 테러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전국에 테러경보를 3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시켰다. 유럽항공관제기구인 유로콘트롤은 브뤼셀 공항을 전면 폐쇄했고,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도 공항 경계를 강화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피해여부를 확인 중이다. 정부는 이날 밤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외국민안전대책회의’를 열고 교민안전 확보와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외교부는 테러 위협이 높아진 벨기에에 지난해 11월 ‘여행자제’에 해당하는 황색경보를 발령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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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재계 거물 다소그룹 회장, 불법 재산 은닉 혐의로 재판

    프랑스 재벌이자 상원의원인 세르주 다소 다소그룹 회장(90)이 외국에 불법으로 재산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1일 수사 소식통을 인용해 다소 회장이 프랑스 공공투명성기구(HATVP)에 신고 없이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에 수백만 유로의 자금을 숨겨둔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고 전했다. 첫 공판은 7월 4일로 예정됐다. 프랑스의 금융사법 당국(PNF)은 2014년 초부터 다소 회장의 재산은닉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다소 회장의 회계담당자는 당시 수사당국에 “5300만 유로(약 688억 원)의 현금을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다소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다소 회장은 프랑스 상원이 면책특권을 박탈하면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다소 회장의 해외 재산은닉 문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그가 유권자의 표를 매수한 혐의로 조사받던 중 처음 불거졌다. 다소 회장은 1995~2009년 자신이 시장으로 재임했던 파리 부근 코르베이 에손 시장 선거에서 금품을 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소 회장의 선거운동 책임자였던 제라르 리마는 2014년 검찰당국에 “2010년 지방선거 캠페인을 위해 룩셈부르크에 있는 두개의 비밀계좌에서 돈을 찾아 선거운동원들에게 지급했다”고 진술했다고 르몽드가 보도했다. 다소 회장은 라팔 전투기를 만드는 다소사의 대주주이며 프랑스 최대 보수신문인 르피가로 회장이다. 우파 공화당(LR) 소속 상원의원이기도 한 그는 136억 유로(17조74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해 프랑스에서 네 번째 부자로 꼽힌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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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데슬람, 추가 테러 모의 은신처서 무기 다량 발견”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26)이 벨기에 브뤼셀에 숨어 지내며 새로운 테러를 모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디디에 렝데르 벨기에 외교장관은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보안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 “압데슬람이 추가 테러를 계획했고 실제로 실행할 수도 있었다고 수사당국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압데슬람의 은신처에서 중화기를 비롯한 다량의 무기를 발견했고 브뤼셀에서 압데슬람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테러 네트워크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또 파리 테러에 연루된 인물이 최소 30명이며 이 중 또 다른 핵심 용의자 2명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렝데르 장관은 영국 가디언에 “파리 테러에 관여한 ‘테러범 조직망’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고 말했다. 당국이 쫓고 있는 모로코계 벨기에인 모하메드 아브리니(32)는 파리 테러 직전 압데슬람과 테러 현장에서 자폭한 압데슬람의 형제 브라힘을 차에 태우고 프랑스와 벨기에를 두 차례 오갔으며 파리 테러범들에게 은신처를 물색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파리 테러의 총책으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자신을 “90명의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특공대)의 사령관”이라고 말했다고 프랑스 대테러 당국이 내무장관에게 전달한 55쪽짜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일회용으로 사용한 뒤 수시로 버리는 방법을 썼다. 특히 이들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휴대전화로 이메일 송수신이나 채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리 테러를 지원한 방대한 규모의 네트워크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6개국에서 18명이 테러리스트들을 도운 혐의로 붙잡혔다. 이들은 국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유럽은 물론 중동을 거의 자유롭게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8일 벨기에 몰렌베이크에서 압데슬람과 함께 검거된 공범도 위조된 시리아 여권으로 난민을 가장해 유럽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범은 지난해 9월 20일 그리스 레로스 섬을 통해 유럽에 들어왔으며 ‘모니르 아흐메드 알아즈’라는 이름으로 된 가짜 시리아 여권과 ‘아민 초크리’ 명의로 된 벨기에 위조 신분증을 지니고 있었다. 약 4개월간의 도피 끝에 벨기에에서 체포된 압데슬람은 프랑스로의 송환을 피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압데슬람의 변호인인 스벤 마리는 “압데슬람은 현재 벨기에 수사당국에 협조하고 있다. 프랑스로 송환될 이유가 없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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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테러’ 주범 압데슬람, 127일만에 벨기에서 생포

    지난해 11월 13일 터진 ‘파리 테러’의 주범이었던 살라 압데슬람(26·사진)이 18일 오후 벨기에에서 생포됐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유럽 ‘이슬람국가(IS)’ 잠복조직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압데슬람은 130명이 사망한 파리 테러의 주범 9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 127일 동안 경찰 포위망을 따돌리고 도주했던 ‘유럽 제1의 수배범’이다. 그가 붙잡힌 곳은 벨기에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구역에 있는 고향의 부모 집에서 불과 450m 떨어져 있어 유럽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직후 승용차를 타고 벨기에로 도주하는 동안 경찰의 검문을 유유히 통과했다. 경찰의 대대적 수색에도 4개월간 잡히지 않자 시리아나 모로코로 달아났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벨기에와 프랑스 경찰은 이달 15일에야 그의 행방을 추적할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브뤼셀 몰렌베이크 인근 포레스트 지역에서 의심스러운 아파트를 순찰하다 압데슬람의 지문이 묻은 유리잔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은 압데슬람의 부모 집에서 450m 떨어진 한 아파트에서 피자 주문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8일 오후 5시경 급습했다. 조력자 3명과 함께 현장에 있던 압데슬람은 체포 과정에서 다리에 총을 맞았으나 중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부 장관은 “압데슬람이 은신하도록 도와준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압데슬람의 생포로 프랑스와 벨기에 경찰은 IS의 파리 테러 전모뿐 아니라 유럽 내 IS 조직의 은신처나 잠복 조직원의 실체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19일 “압데슬람의 체포는 유럽 내 IS에 큰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압데슬람이 프랑스 경찰에서 조사받도록 벨기에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프랑수아 몰랭 파리 검사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압데슬람이 11월 13일 파리 북부 교외 생드니에 있는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자폭할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고 벨기에 경찰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모로코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압데슬람은 당시 범행에 사용된 폴크스바겐 폴로 승용차를 벨기에에서 직접 빌렸고 3형제가 모두 이번 사건에 가담해 핵심 용의자로 꼽혔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19일 압데슬람 검거 후 공범 일당들이 유럽 내 은신처를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며 각국에 국경 검문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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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인권 다룬 책 ‘고발’ 불어번역출간 피에르 리굴로 사회역사연구소장

    “과거 소비에트 연방도 수만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위협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북한 주민의 자각이라는 것을 이 책이 보여줍니다.” 14일 오후 프랑스 파리 센 강 주변에 있는 ‘퐁뇌프 카페’. 북한 주민의 고통과 인권 문제를 다룬 재북 작가의 ‘고발(La D´enonciation·사진)’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한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 사회역사연구소장(72)의 출판기념회에 프랑스 언론인과 출판계 관계자 30여 명이 모였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북한에도 솔제니친 같은 작가가 있다”는 톱기사로 이 책을 소개했고, 프랑스 앵포(Info)·RFI 등 라디오 방송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고발’은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작가 반디(가명)가 쓴 것으로 알려진 단편소설집이다. 작가의 사촌 동생이 탈북해 원고를 한국으로 반입했고 2014년에 책이 출간됐다.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이번에 프랑스어 번역본이 나왔다. 리굴로 소장은 ‘고발’에 대해 “구소련 시절 작가였던 알렉산드르 지노비예프(1922∼2006)가 특유의 블랙 유머로 현실을 비판했던 작품 ‘밝은 미래’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에서 선전선동의 상징인 천리마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전력 부족으로 갑자기 정전되면서 김일성 수령을 위해 조성된 제단을 비추던 조명이 끊어지자 당혹해하는 간부의 모습을 그린 장면은 유머러스한 필체를 통해 더욱 슬프고 어두운 현실을 깊이 느끼게 해 줍니다.” 리굴로 소장은 ‘68혁명’ 당시엔 마오이즘 신봉자였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스탈린주의에 신물을 느끼면서 30년간 공산주의와 전체주의 체제의 역사를 연구해 오며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7년 ‘공산주의 흑서(黑書·공산주의의 만행을 기록한 책)’의 북한편을 저술했고, 2000년에는 탈북인 강철환 씨와 북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일상을 담은 ‘평양의 수족관’을 프랑스어로 냈다. 그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 주민들이 더 고통을 겪게 됐다는 우려에 대해 “북한 정권은 원래 국민의 삶과 행복에 관심이 없었으며, 제재가 있으나 없으나 주민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리굴로 소장은 1990년대 말부터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된 ‘프랑스 지성인 성명’을 여러 차례 주도했고 유엔이 주최하는 북한 인권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 그는 “프랑스 지성인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앙가주망(현실참여)의 전통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정작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좌우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1월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와 같은 국가적 위협 앞에서 좌우파가 없이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개발 위협에도 좌우파가 이념 대립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권 문제를 외치는 데 좌우파가 따로 있겠습니까.”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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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 보유했던 소련도 자멸…北 위협 두려워할 필요 없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도 수 만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위협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북한 주민의 자각이라는 것을 이 책이 보여줍니다.” 14일 오후 프랑스 파리 센강 주변에 있는 ‘퐁네프 카페’. 북한 주민의 고통과 인권 문제를 다룬 재북 작가의 ‘고발(La D¤nonciation)’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한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 사회역사연구소장(72)의 출판기념회에 프랑스 언론인과 출판계 관계자 30여 명이 모였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북한에도 솔제니친 같은 작가가 있다”는 톱기사로 이 책을 소개했고, 프랑스 앵포(Info)·RFI 등 라디오 방송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고발’은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작가 반디(가명)가 쓴 것으로 알려진 단편 소설집이다. 작가의 사촌 동생이 탈북 해 원고를 한국으로 반입했고 2014년에 책이 출간됐다.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이번에 프랑스어 번역본이 나왔다. 리굴로 소장은 ‘고발’에 대해 “구소련 시절 작가였던 알렉산드르 지노비에프(1922~2006)가 특유의 블랙 유머로 현실을 비판했던 작품 ‘밝은 미래(L’Avenir radieux)‘를 연상케 한다 ”고 평가했다. “북한에서 선전선동의 상징인 천리마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전력 부족으로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김일성 수령을 위해 조성된 제단을 비추던 조명이 끊어지자 당혹해하는 간부의 모습을 그린 장면은 유머러스한 필체를 통해 더욱 슬프고 어두운 현실을 깊이 느끼게 해줍니다.” 리굴로 소장은 ’68혁명‘ 당시엔 마오이즘 신봉자였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스탈린주의에 신물을 느끼면서 30년간 공산주의와 전체주의 체제의 역사를 연구해오며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7년 ’공산주의 흑서‘의 북한편을 저술했고, 2000년에는 탈북인 강철환 씨와 북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일상을 담은 ’평양의 수족관‘을 프랑스어로 냈다. 그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 주민들이 더 고통을 겪게 됐다는 우려에 대해 “북한 정권은 원래 국민의 삶과 행복에 관심이 없었으며, 제재가 있으나 없으나 주민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또 “서구 기자들은 ’왜 북한 내부에서는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지 않느냐‘라고 순진한 질문을 하는데 북한 정치범 수용소나 처형 시설 등 삼엄한 감시 체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리굴로 소장은 1990년대 말부터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된 ’프랑스 지성인 성명‘을 여러 차례 주도했고 유엔이 주최하는 북한 인권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그는 “프랑스 지성인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앙가주망(현실참여)의 전통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정작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좌 우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1월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와 같은 국가적 위협 앞에서 좌우파가 없이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개발 위협에도 좌 우파가 이념 대립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권 문제를 외치는데 좌우파가 따로 있겠습니까.”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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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의 트럼프’ 페트리 ‘난민맘’ 메르켈에 일격

    ‘난민들의 엄마’ vs ‘독일의 도널드 트럼프’. 13일 독일 3개 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유럽의 여제(女帝)’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이 유권자들의 냉대를 받았다. 반면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극우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주요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fD의 대승을 이끈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41)에 대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못지않은 반(反)난민 발언을 쏟아 내 ‘독일의 트럼프’로 불린다고 전했다. 난민 정책을 둘러싼 두 여걸의 맞대결에서 페트리 당수가 승리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11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독일로 밀려든 이후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대한 첫 심판 무대로 평가됐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 주에선 24.2% 득표율(독일 공영 ARD와 ZDF의 공동 출구조사)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기민당)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24.2%는 2013년 창당 이후 AfD가 선거에서 거둔 최고 기록이다. 이는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2∼5%포인트 높은 득표율로 AfD의 거침없는 약진세를 보여 줬다는 평가다. AfD는 인구 1072만 명으로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주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득표율 15.1%로 3위를 차지했다. 또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12.6%를 득표하며 3위에 올랐다. AfD는 이날 선거에서 3개 주의회 진입에 모두 성공했다.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절반인 8개 주의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부의장은 선거 승리 이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명한 난민 정책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투표한 유권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베를린에서 개최된 AfD 승리 축하 행사에선 ‘메르켈 퇴진(Merkel must go)’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 일단 지지층이 두꺼운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득표율 27%로 녹색당(30.3%)에 밀려 2위에 그쳤다.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지지율 31.8%로 역시 사민당(37.5%)에 밀려 2위였다. 그나마 작센안할트에서는 가까스로 1위에 올랐지만 역대 최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독일 빌트지는 AfD의 약진은 메르켈 총리의 정책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라며 이번 선거가 메르켈 총리에게 “공포의 날(day of horror)이 됐다”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에게 일격을 가한 페트리 AfD 당수는 1975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나 10대 때 독일이 통일되자 가족과 함께 서독으로 들어왔다. 페트리는 지난해 7월 AfD의 당권을 잡은 뒤 AfD를 ‘유로화 반대’ 정당에서 극우 ‘반(反)난민 민족주의’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페트리는 드레스덴을 거점으로 번진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페기다)’ 운동에 동조하고 나서 독일 정치권의 금기를 무너뜨렸다. 네 자녀를 둔 주부인 페트리는 1월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난민을 막아야 한다”며 “국경 관리 요원들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독일 사회에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페트리 당수는 독일이 이민자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자녀를 3명씩 갖자고 촉구하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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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전승훈]누가 프랑스 교육이 평등하다고 했나

    지난해 10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 일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고 조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는 “일반고를 부흥시킬 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자사고부터 없애려 한 것은 성급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대부분 ‘진보 교육감’이 평준화 교육, 대학 서열화 폐지를 거론할 때는 프랑스가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조 교육감도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프랑스의 공립학교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두 아이를 키워 보니 프랑스가 ‘평준화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프랑스 교육부는 바칼로레아(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률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전국 고교의 서열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달 16일에도 2015년 전국 4300개 고등학교(공사립 일반고, 직업고 포함)를 각 도별로 1등부터 꼴찌까지 매긴 리스트를 내놨다. 올해 순위에서 프랑스 최고 명문 고교인 ‘루이 르그랑’과 ‘앙리 4세’가 공동 2위에 올랐고, 파리 15구의 사립고교 ‘자닌 마뉘엘’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사립고교는 물론 공립고교도 평준화가 아니다. 학군마다 있는 1, 2개의 명문고가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 ‘루이 르그랑’은 프랑스 전역에서 최고 학생을 선발한다. 대부분의 고교에 우열반이 편성돼 있고 매년 성적 미달 학생의 10%는 유급된다. 등록금이 없는 파리의 국공립 대학은 1부터 13까지 숫자가 매겨져 있다.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집 근처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대학은 서열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일반 대학 위에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 하나 더 있다. 전국 상위 5%의 수재들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대다. 에콜폴리테크니크(이공계), 국립행정학교(ENA), 고등상업학교(HEC·상경계) 등의 그랑제콜에 입학하려면 고교 졸업 후에도 보통 2년간의 준비반(프레파)을 거쳐야 한다. 프레파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하느라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두더지’로 불린다. 1시간에 100유로(약 14만 원)짜리 고액 과외도 받는다. 프랑스에 사교육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누구든 돈이 없어도 대학까지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키워내는 소수 엘리트 교육도 함께 존재한다. 그랑제콜 졸업생은 초봉이 일반 대학 졸업생의 2, 3배나 되고 프랑스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프랑스 학부모들이 명문고나 그랑제콜에 대해 질투하거나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뛰어난 인재라면 특혜를 줄 테니 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데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사고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조 교육감이 최근 ‘일반고 전성시대’ 2라운드에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고교체계개편 보고서에서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 국제고까지 일반고에 통합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반고를 명문고로 키울 방안도 없이 잘나가는 학교부터 끌어내리고 보자는 그의 전략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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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피 마르소, 佛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거부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49·사진)가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수상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마르소는 8일 트위터에 “지난해에만 154명을 처형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에게 이 상이 수여됐다. 이것이 내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라고 밝혔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12일 보도했다. 마르소는 1980년 개봉된 영화 ‘라 붐’에 출연해 청순한 외모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4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환경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에는 동거녀와의 결별로 이어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열애 스캔들에 “올랑드는 비열한 겁쟁이”라며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올 1월 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수를 처형했다.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불과 2개월 뒤 당시 처형을 주도한 인물에게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여해 인권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사우디 국영통신 SPA는 6일 내무장관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가 프랑스를 방문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운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무함마드가 4일 올랑드 대통령을 만났다고만 했을 뿐 훈장을 수여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 나폴레옹 1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만든 상으로 국가에 크게 공헌한 군인과 일반인에게 수여된다. 그동안 제라르 드파르디외, 카트린 드뇌브,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퍼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 훈장을 받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도 작년에 올랑드 정부를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2006년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레지옹 도뇌르 그랑 크루아 훈장을 수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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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슈비츠 생존자 세계 최고령男에…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세계 최고령 남성이 됐다. 1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현재 이스라엘 하이파에 사는 이스라엘 크리스탈 옹(翁)이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날로 그의 나이는 112세 178일이 됐다. 폴란드 자르노프에서 전통 유대교를 믿는 가정에서 태어난 크리스탈 옹은 1939년 나치의 침공 이후 가족과 함께 폴란드 도시 우치의 유대인 거주 지역으로 이주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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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피 마르소, 프랑스 훈장 거부 “내가 수상 거부한 이유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49)가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수상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소피 마르소는 8일 트위터에 “지난해에만 154명을 처형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에게 이 상이 수여됐다. 이것이 내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라고 밝혔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12일 보도했다. 소피 마르소는 1980년 개봉된 영화 ‘라 붐’에 출연해 청순한 외모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4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환경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에는 동거녀와의 결별로 이어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열애 스캔들에 대해 “올랑드는 비열한 겁쟁이”라며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난 1월 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테러 혐의를 받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수를 처형했다.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불과 2개월 뒤 당시 처형을 주도한 인물에게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여해 인권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사우디 국영통신 SPA는 6일 내무장관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가 프랑스를 방문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운 공로’로 프랑스 정부에게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무함마드가 4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만났다고만 했을 뿐 훈장을 수여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2년 나폴레옹 1세(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만든 상으로 국가에 크게 공헌한 군인과 일반인에게 수여된다. 그동안 제라르 드파르디외, 카트린 드뇌브,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 훈장을 받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도 작년에 올랑드 정부를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2006년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레종 도뇌르 그랑 크루아 훈장을 수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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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생존자, 세계최고령 남성 등극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세계 최고령 남성이 됐다. 1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현재 이스라엘 하이파에 사는 이스라엘 크리스탈 옹(翁)이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날로 그의 나이는 112세 178일이 됐다. 폴란드 자르에서 전통유대교를 믿는 가정에서 태어난 크리스탈 옹은 1939년 나치의 침공 이후 가족과 함께 폴란드 도시 우치의 유대인 거주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와 아내는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 노역을 했다. 아내는 그곳에서 처형됐고, 그는 다른 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계속 했다. 1945년 연합군에 의해 발견됐을 때 그의 몸무게는 37㎏이었다. 가족 중 홀로 살아남은 그는 1950년 두 번째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해 가업(家業)이던 제과사업을 하다 은퇴했다. 크리스탈 옹은 기네스북 증명서를 받으면서 ‘장수의 비결’은 알지 못한다며 “모든 것은 위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나보다 더 똑똑하고 강하고 잘 생긴 사람이 있지만, 우리가 할 일은 열심히 일하고 잃어버린 것을 재건하는 것 뿐”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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