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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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무용 스타부터 일반인까지… 뜨거운 춤판 펼쳐진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제42회 서울무용제가 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다. 대표 시리즈 ‘무.념.무.상(舞.念.舞.想)’이 개막 무대를 장식하며, ‘춤판 시리즈’ ‘명작무극장’ ‘4마리 백조 페스티벌’ 등에서 중견·신진 안무가와 일반인들이 흥겨운 춤판을 선보인다. 시·도립무용단을 이끄는 예술감독 4인은 무용수로 ‘무.념.무.상Ⅰ’(12일) 무대에 오른다. 정혜진 서울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혜림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 이정윤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성용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관록의 춤을 선보인다. 초청공연으로는 ‘무.념.무.상Ⅱ’(14일)와 ‘명작무극장’(17일)이 마련됐다. ‘무.념.무.상Ⅱ’는 이재우 박예은(사진), 안근남 박휘연, 정보경 그르메 등 무용계 스타들이 듀엣 무대를 장식한다. 국내 작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명작무극장’에선 5개의 산조춤을 만날 수 있다. ‘춤판 시리즈’(13∼18일)는 젊은 무용가와 안무가가 꾸미는 ‘열정춤판’을 비롯해 중견 무용가들의 무대인 ‘남판여판춤판1, 2’로 구성됐다. 일반인들이 경연을 벌이는 ‘4마리 백조 페스티벌’(5일)과 무용 전공생들의 ‘대학무용축제’(8일)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경연 부문(19∼26일)에는 LDP, 고블린파티 등 한국을 대표하는 8개 무용단이 신작을 선보이며 경쟁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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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디와 바그너, 그리고 오페라[책의 향기]

    서울대 작곡과 교수인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려는 이들을 위해 쓴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책이다. 이번 수업의 주인공은 주세페 베르디와 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의 대가로 꼽히는 두 작곡가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비롯해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친 당대 철학 사조와 주변 인물과의 일화 등을 쉽게 풀어썼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문답 형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 출신인 베르디와 바그너는 모두 1813년에 태어났다. 두 동갑내기 음악가는 활동 시기도 거의 같다. 서로의 존재는 알았지만 평생 한 번도 마주친 일이 없다. 저자는 오히려 두 사람이 상대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무시하는 사이였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음악 스타일과 작품 내용이 크게 달랐던 만큼 세상은 둘을 끝없이 비교하고 견주었다. 저자는 “베르디가 흙냄새 나는 민중의 보호자였다면 바그너는 독선적 탐미주의자”였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주요 곡 관련 설명에 QR코드를 덧붙여 오페라 음악과 영상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달랐던 두 사람은 인류사에 길이 남는 오페라 걸작을 만들었다. 그들이 만든 오페라 곡은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오늘날 뮤지컬 등 공연예술에도 짙은 향기를 남겼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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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배우 섭외 비결은?”… 신예 홍의정 감독과 영화 수다

    “밤새워 얘기해도 모자랄 만큼 귀엽고 끔찍한 영화입니다. 이 훌륭한 배우들은 다 어떻게 찾으셨나요?” 28일 제6회 충무로영화제의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이 장편영화 ‘소리도 없이’로 주목받은 신예 홍의정 감독에게 건넨 질문이다. “묘한 뉘앙스가 가득한 재미난 영화”라며 작품을 칭찬하던 봉 감독은 여러 촬영현장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고충도 털어놓았다. 홍 감독은 “신경 썼던 작은 부분들까지 물어봐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이날 봉 감독은 미국 시카고에 체류 중인 홍 감독과 화상으로 즐거운 영화 수다를 벌였다. 두 감독의 만남을 네이버TV 생중계로 지켜본 팬들은 “오랜만에 봉 감독님 얼굴 봐서 좋다” “최고 거장과 최고 신예의 조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홍 감독은 지난해 10월 개봉한 그의 첫 장편 ‘소리도 없이’로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백상예술대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이 유괴된 열한 살 소녀 ‘초희’(문승아)를 억지로 떠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괴, 인신매매 같은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정작 영화 속 인물들은 천연덕스럽고 해맑게 그려진다. 지난해 상영관에서 작품을 봤다는 봉 감독은 “스토리를 압축하면 한 페이지 안에 모든 게 담기는 앙상한 영화가 있는 반면 이 작품은 뉘앙스가 너무도 풍부하다”며 “알록달록한 색채로 칠해진 화면에서 선악의 경계를 해맑게 넘나드는 이들 사이로 기묘한 서늘함이 흐른다. 그 서늘함이 이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자신이 보고픈 것만 보려는 세태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당장 우리 눈앞에 안 보이는 끔찍함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봉 감독은 영화의 세 축을 이루는 주연 배우 유아인, 유재명, 문승아는 물론 조연 배우들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았다. “이 배우들을 어떻게 알고 섭외했느냐”고 물으며 “감독에게 좋은 배우만큼 힘이 되는 존재가 없다. 놀라운 앙상블 캐스팅”이라고 칭찬했다. 특히 유재명이 홀로 긴 대사를 내뱉는 장면이 NG 없이 한 번에 촬영된 사실을 듣고 “와!”라고 감탄했다. 유아인에 대해선 “짧은 머리에 그을린 피부 톤까지 스스로 연출해 냈을 것 같다. 표현력이 풍부한 배우”라고 했다. 홍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서 물탱크에 통째로 세트를 짓고 촬영한 감독님에 비하면 저는 소소한 수준”이라고 말하자, 봉 감독은 “영화란 게 좋게 말하면 마술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며 웃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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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카’ 윤여정, 대중문화 첫 금관문화훈장

    대한민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74)이 대중문화 분야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8일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윤여정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은관문화훈장이 가장 높은 단계의 수훈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이 주어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윤 배우의 올해 해외 수상은 의미가 있다고 특별히 판단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금관을 수여하게 됐다”며 “윤 배우의 수상으로 한류 콘텐츠 주목도가 높아졌으며, 국내 대중문화 산업계 전반에 혜택이 돌아갔다. 향후 후배 연기자들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도 높아졌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에서 인상적인 할머니 연기로 올 4월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미국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상 등을 휩쓸었다. 현재 영화 촬영차 미국에 체류 중인 그는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이 훈장을 받아도 되나 고민이 많았는데 오래 열심히 일해서 받는 상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겠다”며 “대중문화 분야에서 금관문화훈장은 제가 처음이라고 들었다. 앞으로 많은 영화인들이 함께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중문화예술상은 한 해 동안 대중문화 분야에서 국내외 활동과 사회 공헌도, 인지도 등을 종합해 뛰어난 공적을 보인 예술인에게 주어지는 정부 포상이다. 올해 대중문화예술상은 가수, 배우, 희극인, 성우, 방송작가, 연주자 등을 통틀어 문화훈장(6명), 대통령 표창(7명), 국무총리 표창(7명),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9명) 등 총 29명에게 수여됐다. 은관문화훈장은 1970년대 포크 붐을 일으킨 1세대 싱어송라이터 이장희와 한국 영화계의 부흥기를 이끈 영화제작자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받았다. 배우 박인환, 배우 고 송재호,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보관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통령 표창은 배우 김영철과 정우성, 가수 김연자와 이적, 김태호 PD, 드라마 ‘빈센조’의 작가 박재범, ‘달려라 하니’ 성우인 최수민이 받았다. 국무총리 표창은 배우 이정은과 한예리, 가수 웅산, 피아니스트 정원영, 음악감독 김문정, 성우 안경진, 예술감독 김설진에게 돌아갔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은 NCT DREAM, 오마이걸, 배우 이제훈과 오정세, 희극인 안영미, 성우 최덕희, 베이시스트 서영도,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모델 최소라가 수상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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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대중문화 분야 최초로 금관문화훈장 받는다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74)이 대중문화 분야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는다. 28일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개최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배우 윤여정이 금관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대중문화 분야서는 지금까지 ‘은관문화훈장’이 가장 높은 단계의 수훈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이 수여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윤 배우의 올해 해외 수상은 의미가 있다고 특별히 판단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금관을 수여하게 됐다”며 “윤 배우의 수상으로 한류 콘텐츠 주목도가 높아졌으며, 국내 대중문화 산업계 전반에 혜택이 돌아갔다.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도 높아졌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대중문화예술상은 한 해 동안 대중문화 분야서 국내외 활동과 사회 공헌도, 인지도 등을 종합해 뛰어난 공적을 보인 예술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대중문화 분야 최고 권위를 가진 정부 포상이다. 아울러 올해 대중문화예술상은 가수, 배우, 희극인, 성우, 방송작가, 연주자 등을 통틀어 문화훈장(6명), 대통령 표창(7명), 국무총리 표창(7명),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9명) 총 29명에게 수여된다. 은관문화훈장은 1970년대 포크 붐을 일으킨 1세대 싱어송라이터 이장희와 한국 영화계의 부흥기를 이끈 영화제작자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받는다. 배우 박인환, 배우 고 송재호, 드라마작가 노희경은 보관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통령 표창은 배우 김영철, 배우 정우성, 가수 김연자, 가수 이적, 김태호 PD, 박재범 드라마 ‘빈센조’ 작가, 최수민 ‘달려라 하니’ 성우가 받는다. 국무총리 표창은 배우 이정은, 배우 한예리, 가수 웅산, 베이시스트 정원영, 김문정 음악감독, 안경진 성우, 김설진 예술감독에 돌아간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은 NCT DREAM, 오마이걸, 배우 이제훈, 배우 오정세, 희극인 안영미, 최덕희 성우, 베이시스트 서영도,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모델 최소라에게 주어진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6시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튜브 및 ‘더케이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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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1년 만에 온라인 콘서트 열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약 1년 만에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났다. 방탄소년단은 24일 오후 6시 반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온라인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를 열어 전 세계 팬클럽 아미와 만났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기쁨의 축제’. 공연명과 같은 노래 ‘퍼미션 투 댄스’의 노랫말처럼 누구나 함께 춤추는 것을 허락받았다는 메시지와 기쁨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대면 공연은 아니지만 함께 파티를 열어보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준비해 찾아뵐 수 있어 큰 영광이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연습 중 종아리 근육 부상을 입은 멤버 뷔는 “큰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재밌게 공연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안무를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함께 무대를 꾸몄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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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공연 매력에 푹”… 러브콜 쏟아진다

    팬데믹 전까지 세계 무대를 누비던 한국 공연 예술인들이 해외 초청 공연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초청 공연이 중단된 지 약 1년 반.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던 ‘K공연’은 9월부터 러시아, 영국, 벨기에 등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로 무대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에서 공연 관련 방역 기준을 완화함과 동시에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라별로는 러시아의 초청이 가장 많다. 지난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공연들이 연기됐다가 올해 다시 마련됐기 때문. 김재덕 안무가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은 이달 8,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체호프 국제연극제의 폐막 공연작으로 ‘다크니스 품바’를 공연했다. 무용수, 제작진 12명이 함께한 공연단은 몇 달 전부터 백신 접종과 항공편 예약을 마쳤다. 하지만 공연 5일 전 항공사가 이유 없이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모던테이블의 이미진 PD는 “추가 비용을 내고 시간이 몇 배 더 걸리는 경유 비행기에 하루 먼저 탑승했다. 공연 성사가 이토록 불투명했던 때가 없다”고 털어놨다. 추가 비용은 체호프국제연극제 측이 지불했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후 연극제 측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관객들이 이토록 좋아할 줄 알았기에 행사를 취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문고, 판소리를 곁들인 컨템퍼러리 국악 그룹 ‘블랙스트링’도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3회 공연을 마쳤다. 이달 말에는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공연을 위해 떠난다. 거문고 명인이자 블랙스트링 리더인 허윤정은 “해외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만큼 객석은 안정된 분위기지만 여전히 무대는 긴장된다”며 “관객층이 젊어졌고 매회 기립박수가 나오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공연에 대한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현대무용 안무가 허성임과 무용단 ‘시나브로 가슴에’도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공연을 마쳤다. 컨템퍼러리 국악 그룹 ‘첼로가야금’과 ‘악단광칠’은 각각 유럽, 미주 투어를 앞두고 있다. ‘안은미컴퍼니’는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유럽 8개 도시에서 공연 중이다. 해외 공연은 초청 국가의 방역 기준은 물론 귀국 후 국내 방역지침도 따라야 하기에 공연 외적으로도 신경 쓸 일이 많다. 출국 전 수시로 받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기본. 72시간 내 PCR 진단검사 음성 확인서와 백신 접종 증명서도 필수다. 방역지침, 출국시점, 공연일자가 하나라도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를 감수하고서도 해외로 향하는 건 무대에 대한 갈증이자 예술인으로서의 정체성 때문. 허윤정은 “세계에 우리 음악을 알리는 책임감과 자긍심은 그대로다. ‘우리를 잊진 않았을까’ 걱정도 되지만, 한류 열풍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우리 공연을 마주할 관객 반응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고 답했다. 공연단이 귀국 후 한국에서 자가 격리할 비용까지 지불하겠다고 밝힌 주최 측도 많다고 한다. 악단광칠의 천재현 대표는 “한류 콘텐츠 사랑이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이정은 공연예술유통팀장은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처럼 한국 아티스트와 공연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져 내년엔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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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표정도 담는 온라인 공연… 장르 편차는 과제

    극단 학전이 1994년 처음 선보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 무대로 들어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네이버는 공연계에서 상징적 위상을 지닌 이 작품을 자체 플랫폼인 네이버TV로 송출하기 위해 2018년부터 학전과 접촉했다. 하지만 김민기 학전 대표는 저작권 침해를 우려했고 공연의 현장성을 영상에 제대로 담을 수 없다며 고사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작품이 관객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상황도 달라졌다. 2021년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 초청받은 ‘지하철 1호선’은 처음으로 네이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김 대표도 마음을 바꿨다. 저작권 침해 우려가 큰 녹화 중계보다는 실황 중계를 택했다. 학전 측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고민하던 끝에 대표님도 온라인 송출에 동의하셨다”고 했다. 팬데믹 중 현장 공연의 대체재로 급성장한 온라인 공연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공연을 있는 그대로 촬영해 송출하는 데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첨단 카메라, 과학 장비를 동원해 보다 섬세한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의 표정을 잡아내는 클로즈업, 배우들 사이를 휘젓는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 고화질 영상은 새로운 보는 맛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달 28일부터 네이버TV를 통해 선보인 ‘아르코 온라인 극장’에는 작품별로 평균 4000명의 관객이 몰려든다. 특히 지난달 30일 선보인 연극 ‘너를 만난다’는 온라인 공연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감염병이 창궐한 미래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은 8월 서울 서초구 소극장에서 3일간 공연을 마쳤고 이를 촬영하고 가공해 한 달 뒤 온라인 관객과 다시 만났다. 프로젝션 매핑, 레이저 파사드 같은 신기술을 결합한 무대, 조명 연출이 카메라에 오롯이 담겼다. 관객 참여형 공연을 표방한 작품의 매력을 담기 위해 중계 카메라는 현장 관객이 고민하는 표정까지도 담아내 재미를 더했다. ‘아르코 온라인 극장’은 이 밖에도 40편의 연극, 무용, 뮤지컬, 전통 공연을 매주 2회씩 네이버TV를 통해 송출할 예정이다. 온라인 공연의 질적 향상은 관객의 인식 전환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몇몇 공들여 찍은 영상은 ‘생각보다 볼만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아예 유료 온라인 공연을 기획한 공연제작사도 생겨났다. 공연 실황, 비하인드 영상을 무료로 공개하던 게 관행이었으나 “온라인 공연을 누가 돈 내고 보냐”던 인식도 차츰 변화했고, 온라인 공연에 열광하는 관객도 생겨났다. 제작사들도 고가의 촬영 장비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MK엔터테인먼트, CJ ENM 등이 선보이는 인기작의 경우 온라인 유료 공연 2, 3회로 1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공연 제작사 신스웨이브가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보였던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147개국의 관객 3만5000여 명을 끌어모았다. 곽기영 한국영상연합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유료 온라인 공연이 세 배가량 늘었다. 제작사도 온라인 공연과 현장 공연을 병행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공연이 수익을 내는 건 소수의 대형 뮤지컬에 국한되고 있다. 장르별 편차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정호 아르코예술기록원 공연 영상화 사업 총괄담당은 “온라인 공연이 현장 공연과는 또 다른 장르로 거듭났다. 특히 연극, 무용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더욱 공들인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 플랫폼 다각화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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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아트센터, 역삼 시대 마무리… 마곡 시대 막 올린다

    2000년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개관한 LG아트센터가 내년 10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새롭게 문을 연다. 그간 이곳을 찾은 관객은 450만 명. 작품 867편, 공연 횟수 6300회를 기록한 LG아트센터는 ‘기획공연 시즌제’ ‘초대권 없는 공연’으로 국내 공연 문화를 선도해 왔다. ‘회전문 관객’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심우섭 LG아트센터 대표는 20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관객과 함께 가는 공연장’을 지향점으로 내세우며 “지금껏 예술가와 관객이 저희에게 보여준 사랑이 마곡의 LG아트센터에서 잘 피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식물원 내에 위치한 LG아트센터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4년 6개월에 걸쳐 약 250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건설된다. 현재 1100석 규모의 극장보다 더 큰 1335석 대극장과 함께 365석 규모의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 한 곳이 들어선다. 현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내년 2월 공연을 마치면, 3월부터 본격 이전을 시작해 시범 운영 기간 6개월을 거친 뒤 10월에 공식 개관할 계획이다. LG아트센터는 개관 이래 줄곧 세계 공연계를 선도하는 거장의 작품을 소개했다. 피나 바우슈, 매슈 본, 로베르 르파주, 이보 판 호버, 레프 도딘, 피터 브룩,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등 유명 연출가와 아티스트의 작품이 공연됐다. 클래식, 재즈는 물론이고 국내 예술가들과 협업한 기획공연 시리즈도 LG아트센터의 강점으로 꼽힌다. 2001년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9개월 동안 공연하는 장기 대관 공연을 처음 시도해 국내 뮤지컬 시장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술인들은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을 표했다. 연극 ‘오이디푸스’를 공연한 배우 박해수는 이날 공개된 영상을 통해 “이 공간이 제게는 극장이 아니라 전쟁하러 가는 곳이었다. 배우로서 제 시작점이자 깨질 수 있던 곳”이라고 했다. LG아트센터를 즐겨 찾던 박찬욱 감독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수준의 공연이 1년 내내 펼쳐질 만큼 최고의 예술성을 가진 공간에서 어마어마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며 “더도 말고 해오던 대로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현존 러시아 최고의 극 연출가로 꼽히는 레프 도딘은 이곳에서 ‘세 자매’ 등을 선보였다. 그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LG아트센터의 훌륭한 프로그래밍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독보적 위상만큼 극장 이전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현정 공연사업국장은 “새 공연장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며 기존 관객 거주지를 살펴보면 서울 강남권에만 몰려있지 않다. 관객 유치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결국 믿고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방법뿐이다”라고 말했다. 단관 공연장의 한계에서 벗어난 LG아트센터는 주변 소음과 진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대극장과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에서 더욱 실험적이고 예술적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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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누가 언론의 입을 막는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국 프로 레슬링을 호령하던 노령의 스타 헐크 호건이 다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2012년 링 밖에서였다. 미국 언론사 ‘고커(Gawker)’가 그의 섹스 비디오를 공개하면서 한물갔던 스타는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호건은 사생활 침해 및 정신적 피해 보상을 이유로 이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조차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는 게 결코 쉽지 않던 2007년. 고커는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피터 틸이 동성애자라는 폭로를 자사 블로그에 올렸다. 고커라는 공통분모 외에 전혀 다른 삶의 궤도를 살아왔던 호건과 틸은 2016년이 되고 나서야 한 배를 탔음이 밝혀진다. 플로리다 법정이 고커로 하여금 호건에게 1억4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가장 기뻐했던 이 중 하나는 틸이었다. 그는 과거 동성애자 폭로로 입은 자신의 피해에 보복하기 위해 10년 넘게 호건에게 소송 비용을 은밀하게 지원해 왔다. 유명인의 위선과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사회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던 고커는 결국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한다. ‘컨스피러시’는 한 자산가가 어떻게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는 음모를 꾸몄는지 그린 책이다. 저서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를 집필한 칼럼니스트이자 기업의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고커 소송 이면에 도사린 음모를 파헤쳤다. 법의 허점을 이용한 틸이 거대 자본을 무기로 언론·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위배했다고 봤다. 국내에도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까지 국회에서 공회전하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자유를 침해할 독소 조항을 안고 있다. 자본가, 기업에 의해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도 가능케 할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틸의 순자산에서 0.3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돈이면 언론사를 쫓아낼 수 있다”고.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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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아트센터, 공연 지원 프로젝트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NEXT)’ 출범

    쇼케이스 및 시범공연 수준까지 만든 공연을 상업 공연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새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팬데믹으로 침체된 공연계엔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가 기획한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NEXT)’는 우승자에게 작품개발비 2000만 원을 지원하고 2022년 2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선정 후 지원금만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평가단이 참여해 우승자를 가리는 일종의 경연 형태로 기획됐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9일 열린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NEXT)’에서는 뮤지컬 ‘앨리스 스튜디오’가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은 주인공 로라가 드랙퀸(여장남자)인 앨리스가 운영하는 앨리스 스튜디오에 방문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수자로 살며 사회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를 풀어내 관객심사위원단과 전문심사위원단이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앨리스 스튜디오와 경합을 펼쳤던 다른 두 작품 ‘바이칼 로드: 세 개의 시간’과 ‘보이즈 인 더 밴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창작뮤지컬어워드 넥스트(NEXT)는 시범공연 단계까지 도달했지만 공식적인 상업 공연으로 이어지지 못한 창작 뮤지컬을 경연을 거쳐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초기 기획 및 제작 단계부터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그간 여러 기관, 단체에서 여러 차례 기획했으나 어느 정도 완성된 작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공연계에서 드문 편이다. 최명준 충무아트센터 공연사업팀장은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침체돼 흥행작을 무대에 올리기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대형 작품과 일부 소극장 인기작으로 시장이 크게 양분한 상황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는 작품이 많다”고 했다. 이어 “초기 제작 단계부터 지원하는 사업은 여러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충무아트센터는 시범 공연 단계까지 완성한 작품을 그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공공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연은 짧은 시간에 여러 작품을 공연해야 하는데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낭독공연 형태로 이뤄졌다. 앞서 충무아트센터는 5월부터 경연에 출품할 작품을 공모했다. 전문 심사위원 6명이 세 차례에 걸쳐 33개 작품을 평가했고, 최종 3개 작품이 관객 평가를 받을 경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중순에는 공개 모집한 60여 명의 관객심사위원단도 직접 우승작 투표에 참여했다.김기윤기자 pep@donga.com}

    •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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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 대한민국 SNS 대상’ 2년 연속 최우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1 대한민국 SNS 대상’ 공공부문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네이버TV,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5개의 온라인 채널 및 소셜네트워서비스(SNS) 를 운영 중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다양한 문화예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조회수 및 노출수가 가장 높았던 네이버 블로그 및 포스트에서는 ‘아르코 온라인극장’ ‘슬기로운 문화생활’ ‘창작산실/창작공연’ ‘공공미술/작은미술관’ 등 여러 문화예술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하고 있다. 가장 성과가 좋은 네이버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가 817만 명으로 조회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0만회를 넘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게시된 콘텐츠 조회수도 지난해 각각 345만 회, 195만 회로 나타났다. 한국소셜콘텐츠진흥협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플루언서산업협회가 후원하는 2021 대한민국 SNS 대상은 올해로 11회를 맞는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SNS 활용 현황을 평가해 시상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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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샛별들, 미래의 꿈 향해 도약

    “같은 여성으로서 마리 퀴리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의 집념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음악관에서 열린 제5회 동아뮤지컬콩쿠르 본선 경연 및 시상식에서 대학·일반부 금상을 수상한 김윤지 씨(24·이화여대 졸업)는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중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그는 “작품 속 마리 퀴리의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빠져들었다. 이 곡으로 나중에 실제 공연 무대까지 오르는 게 목표”라며 환하게 웃었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연기가 부족하고 노래만 잘할 것’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어서 이번 수상이 더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 본선 경연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이 강세를 보였다. 금상을 배출하지 못한 고등부를 포함해 부문별 금·은·동상은 모두 여성 참가자 8명에게 돌아갔다. 중등부 금상은 ‘위키드’의 ‘마법사와 나’를 부른 김하랑 양(13·심석중 1학년)이 수상했다. 김 양은 “이 곡을 알게 된 뒤로 꼭 동아뮤지컬콩쿠르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고등부에서는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 ‘호프’를 노래한 허찬화 양(18·대구 구암고 3학년)이 은상을 받았다. 허 양은 “감정이 북받쳐 표현이 격해진 점이 아쉽지만 제 실력에 맞는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비틀쥬스’의 ‘Dead Mom’을 불러 동상을 받은 홍승희 양(17·부산여자상업고 2학년)은 “함께 음악을 공부했던 친한 언니가 부산 여러 시장을 뒤져가며 구한 원단으로 경연 의상을 만들어줬다. 좋은 성과로 이어져 뿌듯하다”고 했다. 본선 심사는 이성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 홍유선 안무가, 김정한 연출가, 성두섭 류수화 배우가 맡았다. 이성준 심사위원은 “여성 참가자들의 섬세한 표현력, 연기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중등부 참가자들이 일반부와 견줄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김정한 심사위원은 “고등부의 경우 예년 금상 수상자만큼 뚜렷하게 실력을 드러낸 참가자가 없어 아쉬웠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의 노래 표현력, 발성, 무대 장악력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동아뮤지컬콩쿠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이 마스크 착용 후 입장, 자가진단표 작성, 발열 검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치러졌다. 시상식을 포함한 모든 과정은 무관객으로 진행됐다. 본선 채점표와 참가자들에 대한 개별 심사평은 동아뮤지컬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al)에 이달 중 게시될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대학·일반부 △금상 김윤지 △은상 이은지(단국대 4학년) △동상 김은아(서울예대 3학년) △장려상 이승민(단국대 1학년) 양요한(서경대 3학년) 유건우(서울대 졸업) 송유진(국민대 2학년) 김보람(명지대 졸업) 염동언(경희대 졸업) 정예은(단국대 3학년) 한지희(서울예대 3학년) 서재홍(동국대 2학년) ▽고등부 △은상 허찬화 △동상 홍승희 △장려상 김도영(가정고 3학년) 성낙용(서울공연예술고 3학년) 송태희(대전괴정고 2학년) 이온유(성사고 3학년) 윤소민(서울 중앙여고 1학년) ▽중등부 △금상 김하랑 △은상 양수현(경기 광주 신현중 3학년) △동상 장소연(경기 고양 중산중 3학년) △장려상 유수민(국립전통예술중 1학년) 이지은(언주중 1학년) 김태이(경기 광주 신현중 3학년)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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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삶이 오징어게임”… 지친 현대인들 ‘생존게임’에 공감[인사이드&인사이트]

    《UFC 정찬성 선수의 유튜브 채널 ‘코리안 좀비’와 카카오TV는 ‘파이트 클럽’ 시리즈를 함께 내보내고 있다. ‘배틀 로얄 실사판’을 표방하는 이 콘텐츠는 4일 1화를 업로드한 뒤 일주일 만에 두 채널을 합쳐 조회수 280만 회를 기록했다. 11일 공개된 2화는 공개 10시간 만에 100만 회를 넘겼다. 파이트 클럽은 14명의 참가자가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총 1억 원을 걸고 일대일 격투를 통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콘텐츠다. 승리한 자는 한 단계 위로 승급하거나 상대의 상금을 빼앗을 수 있다. 최고 등급에 오른 참가자가 다른 최고 등급의 참가자와 싸워 이길 경우 지금껏 모은 상금을 챙겨 파이트 클럽을 떠날 수 있다. 간단한 규칙과 혈투만이 존재하는 이 콘텐츠에 시청자들은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열광하고 있다.》 극한으로 치닫는 생존 경쟁이 2021년 콘텐츠 업계를 휩쓸고 있다. 예능, 드라마, 유튜브 콘텐츠 등 장르와 플랫폼도 다양하다. 파이트 클럽을 비롯해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등 올해 시청자에게 ‘먹힌’ 콘텐츠는 공통적으로 ‘생존’이라는 코드를 갖고 있다. 특수부대 간 대결을 통해 우승자를 가린 채널A의 ‘강철부대’, 약 4억8000만 원의 상금을 두고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펼친 유튜브 콘텐츠 ‘머니게임’까지. 이 흐름을 타고 MBC와 웨이브는 생존 서바이벌 ‘피의 게임’ 10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2021년 우리는 왜 이토록 생존에 목매는가.① 공정한 규칙? 기계적 평등, 보상, 자발성으로 포장…사회에 던지는 비판적 메시지 ‘규칙만 따르고 우승하면 누구든지 상금과 영예를 얻는다.’ 생존 게임 콘텐츠들은 공통적으로 이 전제 조건을 갖는다. 참가자들 모두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전해 듣고, 주최 측이 마련한 판에서 승리하면 달콤한 보상이 따른다. 목숨까지 한번 걸어볼 만큼. 그런데 판을 열어 보면 생존 경쟁은 결코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다. 동일한 시공간에서 같은 종목의 게임을 벌이는 수준의 기계적 평등에 가깝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통상 격투기에서 따지는 체급 차이는 고려되지 않는다. 부상자는 오히려 더욱 집요하고 가혹하게 괴롭힘 당하는 환경에 노출된다. ‘강철부대‘는 부대별 다른 주특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미션에 따라 임무 수행 능력에 큰 편차가 발생한다. 모든 게임이 공정하다 믿었던 오징어게임 안에서도 의사 출신의 참가자는 비밀스러운 거래를 통해 게임을 미리 파악하는 편법을 쓴다. 이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겉은 공정해도 속은 불평등한 현실 세계와 똑같다”며 분개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불합리, 불공정은 자발성에 의해 전부 정당화된다. 생존 게임에 참여한 모든 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는 룰에 동의했기 때문.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투표를 거쳐 과반수 의견을 따라 게임을 한 차례 중단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게임이 싫으면 스스로 포기하라”는 시청자의 반응도 많다. 실제 부상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게임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언제든 ‘싫으면 그만해도 된다’는 게임 특성상 모든 과정에는 개인의 자발적 의지가 포함돼 있고, 게임은 정당한 듯 보인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생존을 다룬 콘텐츠는 ‘룰은 공정하다’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2030이 늘 공정을 외치듯 게임과 사회의 룰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② 극한 상황 속 적나라한 인간 심리 묘사 2009년 CJ ENM이 선보인 ‘슈퍼스타K’ 시리즈가 성공한 이후 한국 콘텐츠 업계는 10년 넘게 오디션에 골몰해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참가자를 ‘생존’ 아니면 ‘탈락(죽음)’이라는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 프로그램이 현재 생존 코드의 콘텐츠다. 극한으로 내몰린 인간 군상은 천차만별이다. 위기를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인간 심리, 본성에 대한 묘사는 콘텐츠의 묘미로 꼽힌다. 선과 악을 명확히 가르기 힘든 입체적 캐릭터들은 몰입도를 높인다. 시청자들은 “승진 경쟁을 앞두고 처절하게 싸우는 우리 직장 상사들 같다”거나 “역시 사람은 믿을 수 없다”며 공감한다. 오징어게임에서 명문대 출신의 조상우(박해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차비를 건네는 아량을 베풀다가도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엔 그를 배신한다. 늘 팀을 먼저 생각하던 성기훈(이정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결국 상대 오일남(오영수)을 속인다. 머니게임은 인간의 ‘바닥’ ‘악’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양변기도 없고, 물도 나오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참가자들은 몸싸움하고 욕설을 마구 내뱉는다. 파이트 클럽 참가자들은 약한 상대를 택해 쉽게 돈을 챙기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이터가 약자만 골라 싸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고심한다. 주로 팀 대결로 진행된 강철부대 안에서는 승부보다 뒤처진 팀원을 챙기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동료를 거칠게 몰아세우며 “네가 계속 이러면 다 같이 망한다”며 나무라는 모습도 보였다.③ 왜 이렇게까지? “바깥은 더 지옥” ‘오징어게임이 존재한다면 참가하겠습니까?’ 근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설문조사 글이 다수 올라왔다. 여러 설문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456분의 1 확률에 베팅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의견이 다수지만, ‘참가하고 싶다’고 응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드라마처럼 극한으로 몰린 상황에 놓여 있다면 한번 걸어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오징어게임 속 어떤 캐릭터와 내가 닮았는지 측정하는 ‘성격 테스트’ 콘텐츠까지 나왔다. 가상의 생존 게임이 시청자를 고민에 빠지게 할 만큼 몰입감이 높은 이유는 각 인물에게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한 서사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과거 ‘배틀 로얄’ 등 데스 게임 부류의 콘텐츠에서 참가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게임을 하며 서로 죽이고 죽는 내용과도 차이가 있다. 생존 게임에 참여하는 주된 현실적 이유는 돈이다. 생존 위협, 빚, 도박, 주식 손실, 생활고 등 각자의 이유로 나락으로 몰린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한 방에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은 게임이 유일해 보인다. 강철부대, 파이트 클럽에서는 돈뿐만 아니라 명예와 자존감도 이들이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참가자들은 “상대를 눌러야 내가 산다”며 승리를 정당화한다. 고된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캐릭터의 서사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이 고난을 극복했을 때 카타르시스도 느낀다. 생존 게임 콘텐츠를 즐겨 본다는 자영업자 이한준 씨(34)는 “목숨을 건 게임을 하다 끝내 난관을 극복한 우승자를 보고 울컥했다”고 했다.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직장인 이성민 씨(32)는 “현실을 매력적으로 그린 ‘계급 우화’ 같다”고 평했다. 결국 생존 게임 콘텐츠가 이토록 각광받는 건 처절한 경쟁에 처한 우리 현실을 빼다 박은 듯 치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영미 평론가는 “삶은 지옥이고 삐끗하면 다 죽는다.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조심 가는 우리의 모습이 콘텐츠에 녹아들었다”고 분석했다. 오징어게임 속 오일남의 대사는 이를 한마디로 여실히 보여 준다. “여기(현실)가 더 지옥이야.” 김기윤 문화부 기자 pep@donga.com}

    •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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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5회 인촌상 시상식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5회 인촌상 시상식이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유지를 이어 나가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매년 시상식을 열고 있으나, 올해는 대체공휴일인 관계로 8일에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수상자는 △아주자동차대학(교육) △박세은 발레리나(언론·문화) △이종화 고려대 정경대학장 겸 정책대학원장(인문·사회)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부 교수(과학·기술)로 각각 상장과 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 이용훈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로 탄생 130주년을 맞은 인촌 선생은 ‘국권을 빼앗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천하셨다”며 “이 자리의 주인공들도 남다른 열정과 신념으로 사회에 이바지한 분들이다. 인촌상 수상이 더 큰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작은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안병영 인촌상 운영위원장은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운영위원회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후보군을 추린 뒤 7, 8월에 수차례 회의를 열고 최종 수상자를 확정했다. 충남 보령시 아주자동차대학은 ‘세계 수준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을 목표로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기술인들을 26년간 양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병완 총장(62)은 “근대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 인재 양성으로 민족 자강을 성취한 인촌 선생의 뜻을 기려 세계적 전문가를 배출하도록 열심히 달리겠다”고 했다. 박세은 발레리나(32)는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로 올해 6월 지명됐다. 박세은은 “겸손하게 뒤에서 남의 공로를 드높여 주신 인촌 선생을 본받아 상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예술인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시즌 공연 중인 박세은을 대신해 시상식에는 모친 최혜영 씨가 참석했다. 이종화 교수(61)는 인적 자본과 경제 성장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거시 경제학 분야의 대표 석학이다. 이 교수는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경제학자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연구와 사회봉사로 인촌 선생의 뜻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차전지 양극 소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선양국 교수(60)는 “제 작은 노력과 연구가 우리 후손과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정진하겠다. 과학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라는 격려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수상자 4명과 이 이사장, 안 위원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 형식으로 열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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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 구성-연출-연기까지… 죽음의 골짜기 걷는 기분”

    “진짜 힘들어서 죽고 싶어요. 내가 왜 이 큰일을 벌이겠다고 했는지….” 배우 윤석화(65)의 입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하소연에는 몇 달 내내 품고 있던 근심과 부담감이 짙게 묻어났다. 구성, 연출, 출연을 전부 도맡아 관객 앞에서 홀로 그려 나갈 그의 ‘자화상’에 대해 “해봤던 작품들이지만 채우고 고쳐 나갈 게 많다”며 너덜너덜해진 두툼한 대본을 보여줬다. 연기는 물론이고 그간 제작자, 연출가로 활동하며 공연엔 도가 튼 베테랑에게도 “관객과 동료들에게 항상 확인받고 싶다”는 열망엔 변함이 없었다. “연극은 참 외롭고 힘든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연기 인생 46년을 맞은 윤석화가 그의 ‘연기 고향’인 소극장 산울림으로 돌아온다. 20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그가 산울림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엮은 아카이빙 공연 ‘윤석화 아카이브Ⅰ―자화상’로 관객과 만난다. 윤석화의 30대를 밝게 빛냈던 세 작품 ‘하나를 위한 이중주’(1988년) ‘목소리’(1989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1992년)를 엄선했다. 4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만난 윤석화는 “다행스럽게 산울림에선 지금도 ‘젊은 연극’이 올라오고 있지만, 이를 꾸준히 유지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는 걸 안다”며 “연극계 선배로서 산울림에 고마움을 표하고, 역사성을 되새길 방법을 고민하다 판을 벌였다”고 했다. 이어 “공연계가 어렵고 제작비가 부족하다 해도 저 혼자 들고 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짓일 줄 몰랐다. 죽음의 골짜기를 걷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이번 공연은 윤석화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세 작품의 명장면을 엮었다. 과거 공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안무, 노래를 곁들여 작품을 재해석했고, 그의 과거와 현재 연기 장면을 중첩해 보여주는 영상도 곁들인다.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안에 완전히 다른 세 캐릭터를 밀도 있게 선보이는 셈. 실컷 넋두리를 늘어놨어도 밑줄이 잔뜩 그어진 대본을 넘기는 순간 그의 눈망울이 다시 빛났다. 특히 영국의 유명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가 집필해 산울림에서 세계 초연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리자 눈시울도 붉어졌다. 1992년 3월부터 약 9개월간 장기 공연의 신화를 써내려간 작품이다. 단 한 번의 암전 없이 90분 동안 윤석화가 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연기를 펼친다. “기립박수가 흔치 않은 시대였어요. 어느 날 무대 제일 앞줄에서 휠체어를 탄 관객 한 분이 조금이라도 일어서려고 팔에 힘을 주고 들썩거리던 모습을 잊지 못해요.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늘 저를 채찍질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침체된 시기 “극장을 찾는 관객은 다 예뻐 보인다”는 그는 작은 이벤트도 기획 중이다. “가진 재산은 사람뿐”이라며 원로인 박정자 손숙부터 박상원 최정원 전수경 배해선 송일국 이종혁 박건형 박해수 등 배우 20여 명에게 산울림의 일일 하우스 매니저를 부탁했다. 이들이 공연 시작 전 직접 책자를 관객에게 나눠주고 마이크를 잡고 안내방송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유명 배우들 덕분에 제 부족한 연기도 조금은 상쇄될 것 같다”며 웃었다. 산울림에서 이번 공연을 마치면 윤석화는 서울 예술의전당, 대학로에서 다른 대표작들을 선보이는 아카이브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옛 기억을 되살려 내는 것보단 끝없는 도전에 목말라 있는 듯했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니까요.” 전석 4만 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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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그램으로 되살린 100년전 광대놀음에 스며들어 보시죠”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진행한 월드투어 콘서트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미국, 유럽, 아시아를 거친 투어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다감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곡 ‘Epiphany’에서 빛과 조형물을 활용해 시공간의 역행을 표현한 장면, ‘Singularity’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듯 왜곡된 공간감을 표현한 무대, ‘Dionysus’에서 12m 대형 표범 동상을 앞세워 빛, 불꽃과 함께 펼친 군무가 압권으로 꼽혔다. 음악, 춤, 영상, 세트가 어우러진 투어에서 명장면을 연출한 이는 ‘장면술사’로 불리는 유재헌 유잠스튜디오 대표(47·사진). BTS에 앞서 서태지, 넬, 비, 싸이, 블랙핑크 콘서트부터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화제가 된 ‘인면조 인형’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공연, 전시, 콘서트 등 놀이판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 그가 국립정동극장 신작 ‘소춘대유희_백년광대’의 무대·영상 아트디렉터로 참여한다. 그는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객이 그저 공연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장면 속으로 스며드는 개념으로 작업했다. 미디어아트 기술을 과하게 부각하지 않으면서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작은 1902년 근대식 극장 원각사(圓覺社)에서 첫 유료공연을 펼친 ‘소춘대유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감형 콘텐츠다. 팬데믹으로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원들 앞에 100년간 공연장을 지킨 백년광대와 오방신(극장신)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연 당시에도 ‘호열자(콜레라)’로 공연이 중단돼 팬데믹이 덮친 오늘날 시대상과도 닮았다. 옛 원각사를 계승한 무대가 국립정동극장이기에 의미도 남다르다. 멀티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딥페이크 등의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실제 배우들의 연기와 100년 전 옛 광대놀음을 함께 구현한 게 특징이다. 지금까지 대형 미디어아트를 주로 선보인 그는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무대를 맡았다. 그는 “규모는 개별 작품의 특징일 뿐이다.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는 전통 공연이야말로 현대적 표현 방식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스튜디오를 차린 뒤 콘서트를 비롯해 오페라, 무용극, 뮤지컬에 이어 김연아의 아이스쇼 무대까지 진출했다. “예전에는 제 일을 ‘세트 디자인’으로 불렀는데 요즘에는 ‘시닉(scenic·무대장치)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관객은 시각, 후각, 청각을 구분해 장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 순간을 기억하죠. 그래서 저는 스스로 ‘기억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대표는 상품성보다 경험을 우위에 두고 창작한다. 그는 “BTS는 팬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그룹”이라며 “그만큼 팬덤과 아티스트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팬의 경험에 집중해 작품을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온갖 장르를 섭렵한 그가 고수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매뉴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해왔던 매뉴얼이 아닌 매번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요.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사실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늘 모든 감각과 시야를 열고 고민할 뿐입니다.” 22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전석 4만 원, 8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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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한 치안-정겨운 시골-한국 직장생활… 외국인 유튜버 ‘찐 한국’에 꽂혔다

    구독자가 약 28만 명인 유튜브 채널 ‘Cafe Juseyo’를 운영하는 멕시코인 리비에르 고메스(31)는 한국에서 벌어진 범죄, 치안, 경찰 수사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스페인어로 제작하는 영상은 남미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댓글에는 “밤에도 자유롭게 밖에 다닐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부럽다”는 반응이 많다. 멕시코 법무부에서 근무했던 고메스는 치안이 좋은 한국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됐고 얼마 뒤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 경기대에서 범죄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케이팝, 드라마, 영화 등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폭발하는 한류 전성시대. 외국인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며 관련 유튜브 콘텐츠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 일부 외국인 유튜버들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칭찬하는 식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자국인을 상대로 한국의 다양한 면모를 비추는 경우가 많다. 우수한 치안부터 정겨운 시골, 일반인들의 평범한 라이프스타일까지, 외국인 유튜버들이 느낀 한국의 매력은 다양하다. 이들은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특정 키워드를 주제로 영상을 만들면 조회수가 잘 나온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풍부한 한국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고메스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에 비해 범죄 발생 비율이 낮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치안 수준을 유지하는 한국의 비결이 궁금했다. 멕시코에선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사이버 범죄, 폭력에 대해 한국 경찰은 풍부한 수사 노하우도 갖고 있다. 이를 영상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고국에 돌아갔을 때 멕시코가 더 안전해지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인 바트 판 헤뉘흐턴(29)은 한국의 시골에 꽂혔다. ‘한국의 낯설고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네덜란드인’을 표방한다. 구독자 약 9만 명의 유튜브 채널 ‘iGoBart’에서 그는 자전거를 타고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는 영상을 올린다. 네덜란드에서 회사를 다니던 그는 스페인 여행 중 한국인을 만나 한국에 호기심을 느꼈고, 한국에 왔다가 매료돼 2019년 아예 정착했다. 최근에는 약 두 달 동안 홀로 2000km 정도를 다녔다. 그는 “지리학을 전공해 한국 사회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남들과 다른 교육적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한국 시골의 아름다움과 주민들의 따뜻함을 알리는 보람도 있다”고 밝혔다. 잠시 네덜란드에 귀국했을 때는 이웃에 사는 6·25전쟁 참전용사를 만나 인터뷰도 했다. 일제강점기 흔적이 남은 한국의 유적지도 찾았다. 그래서인지 채널 구독자 중엔 한국인 비율도 30∼40%에 달한다. 이들은 “우리도 모르고 살았던 한국의 역사까지 전해줘 고맙다”는 댓글을 남긴다. 구독자 11만 명을 보유한 채널 ‘Jake the Korean Dream’을 운영 중인 프랑스 출신의 제이크는 자신의 ‘서울살이’를 유쾌하게 전한다. 특히 한국 직장생활을 꿈꾸는 외국인들을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스타트업이나 직장 생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한다. 구독자 43만 명의 유튜브 채널 ‘Oh, My friend!’를 운영 중인 브라질 출신의 아만다는 한국 사람들의 인생, 인간관계, 패션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다룬다. 제이크는 “케이팝이나 영화뿐 아니라 한국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한국의 매력을 더 많이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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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월드투어-평창 인면조 연출한 ‘장면술사’, 이번엔 근대극 재해석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진행한 월드투어 콘서트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미국, 유럽, 아시아를 거친 이 월드투어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다감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음악, 춤, 영상이 어우러진 이 월드투어에서 수많은 장면을 관객 눈앞에 찍어내듯 펼쳐낸 이는 ‘장면술사’로 불리는 유재헌 유잠스튜디오 대표(47)다. BTS에 앞서 서태지, 넬, 비, 싸이, 블랙핑크의 콘서트부터 평창올림픽 개회식서 화제가 된 ‘인면조 인형’ 쇼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공연, 전시, 콘서트 등 놀이판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 그가 이번에는 22일 개막하는 국립정동극장 신작 ‘소춘대유희_백년광대’에 무대·영상 아트디렉터로 참여한다. 유 대표는 4일 인터뷰에서 “관객이 그저 공연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장면 속으로 스며든다는 개념으로 작업했다. 미디어아트 기술을 과하게 부각하지 않으면서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한국에서 일반 관객을 상대로 선보인 첫 근대 유료공연 ‘소춘대유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감형 콘텐츠다. 팬데믹으로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원 앞에 100년 동안 공연장을 지키며 살아온 백년광대와 오방신(극장신)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공연이 펼쳐졌던 근대식 극장 원각사(圓覺社)를 계승한 무대가 현재 국립정동극장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멀티프로젝션, 맵핑, 홀로그램, 딥페이크 등 기술로 실제 배우들의 무대와 100여 년 전 옛 광대의 놀음을 컴퓨터그래픽(CG)처럼 함께 구현한 게 특징이다. 여러 공연, 전시에서 대형 미디어아트를 선보인 그가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무대서 작품을 만든다. 그는 “규모가 줄어든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개별 작품의 특징일 뿐”이라며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는 전통공연이야말로 현대적 표현방식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연은 호흡과 같다. 제가 만든 공간에서 관객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에너지를 돌려받으면서 저 역시 유기적으로 호흡한다”고 설명했다. 집안에 음악가가 많아 어려서부터 음악을 많이 듣는 동시에 순수미술도 접해온 그는 2000년 스튜디오를 차린 뒤 서태지, 싸이, 빅뱅, 2NE1, 아이유 등 여러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를 맡았다. 오페라, 무용극, 뮤지컬은 물론 김연아의 아이스쇼까지 놀이판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었다. “예전엔 제 일을 ‘세트 디자인’으로 불렀는데 ‘시닉(Scenic) 디자인’이란 말이 생겼어요. 관객은 시각, 후각, 청각을 구분해 장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 순간을 기억하죠. 그래서 저는 스스로 ‘기억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설명합니다.” 유 대표는 상품성보다는 경험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창작한다. 그는 “BTS 이후로 팬덤과 아티스트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BTS는 팬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팀인데 팬이 느끼고 경험하는 내용에 집중하도록 연출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장르에서든 가상과 현실을 결합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건 익숙한 풍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온갖 장르를 섭렵한 그가 끝까지 고수하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매뉴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해왔던 공식, 매뉴얼이 아닌 매번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요.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사실 규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늘 모든 감각과 시야를 열고 고민할 뿐입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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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BTS ‘봄날’이 추모곡으로 들리는 이유

    리얼리즘 미술, 리얼리즘 문학은 있는데 리얼리즘 음악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으로도 리얼리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대 작곡과(이론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선 방탄소년단(BTS)이 2017년 발표한 ‘봄날’을 사례로 언급한다. 느리게 반복되는 서정적 선율, 절절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가사 등 곡이 가진 느낌과 음향은 듣는 이로 하여금 추모의 감정이 느껴지게 한다. BTS가 이 곡에 대해 ‘세월호 추모’에 관한 내용이라고 콕 집어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곡을 듣는 이라면 현실에서 벌어졌던 한 사건을 머릿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재현해낸다. “음악은 결국 사회를 품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여러 곡이 가진 아름다움과 그 의미에 대해 풀어냈다. 이를 음악미학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철학의 한 분야인 미학과 음악학이 만나는 학문이다.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이 개념에 대해 저자는 드뷔시의 ‘달빛’, 슈베르트의 ‘송어’ 등 익히 알려진 클래식부터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BTS의 ‘봄날’을 사례로 들며 이해를 돕는다. 예시로 든 곡들이 귀에 익다고 해도 독자에게 책은 다소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다. 휴대전화 속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접하는 시대에 “적절한 연주가 음악적 의미를 만든다” “음악이 정신을 자유롭게 한다”거나 “회화는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할 수 없지만 음악은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철학적 사유는 우리가 늘 듣던 음악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곱씹게 한다. 아도르노, 니체, 루소 등 유명 철학자들이 음악의 가치에 대해 평가한 내용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음악의 미래 변화에 대해서도 짚었다. 앞으로 음악은 어떻게 진화할까. 인류가 축적한 음악 이론을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하는 인공지능(AI) 작곡가가 등장하는 시대. 저자는 “아직 인간의 작곡법을 모방하는 수준”이라면서도 “AI가 대중화되면 음악 창작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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