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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잠정폐쇄와 국가부도 협상 과정에서 최고의 화제를 몰고 다닌 인물은 단연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3·공화·텍사스)이다. 상하원 지도부가 아니라 크루즈 의원이 가는 곳에 기자와 화제가 몰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강경 보수세력(티파티)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그는 10개월 경력의 초선 의원인데도 하원 공화당을 막후 조종해가며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폐지를 예산안 통과의 조건으로 내거는 정치술을 발휘해 상황 판단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6일 통과된 합의안에서 오바마케어가 폐기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없지만 그동안 쌓아올린 여론 독점 효과를 통해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 자리를 예약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케어 폐지가 최대 목표인 티파티 운동권에서는 ‘영웅’으로 등극했다. 16일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티파티 당원들 사이에서 크루즈 의원 지지율은 올 7월 47%에서 10월 74%로 치솟았다. 그는 합의안 통과 후에도 “오바마케어 폐지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중도파 사이에서도 그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원의원 출마 당시 그를 지지했던 지역신문 휴스턴 크로니클은 16일 “크루즈 의원 같은 사람 때문에 정치권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중국이 미국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제사회 역할론’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급속한 경제성장에 걸맞게 인권, 국제법 준수, 지식재산권 및 기후변화, 위안화 절상, 사이버 보안 등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해왔다. 이 같은 미국의 주장을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해왔던 중국이 디폴트 사태를 맞아 미국에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미국에서는 ‘운명의 반전’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자격이 있나’ 등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3일자 사설에서 “이제 세계는 탈(脫)미국화를 해야 한다”며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축통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설은 “미국은 슈퍼파워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며 “세계가 위선적인 나라(미국)에 운명을 의지하지 말고 탈미국화(De-Americanize)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5년 중국 무역흑자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로버트 졸릭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이 “글로벌 어젠다를 설정하는 데 ‘책임 있는 당사자(res-ponsible shareholder)’가 되라”고 주문한 뒤 미국은 중국에 수많은 요구를 해왔고 중국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반발해왔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 면전에서 “미국은 참을 만큼 참았다”며 “중국은 이제 어른이 돼야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자주 중국 인권문제를 거론해 중국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올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해킹의 진원지라고 날을 세웠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요구에 반발하지만 결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약간의 ‘성의’라도 보이는 식으로 대처해왔다. 올 6월 미 국가정보국(NSA)의 비밀 정보수집 실태가 공개된 후 중국은 미국에 “국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를 그만두라”고 비난하며 공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내정간섭 비판까지 감수해가며 디폴트 비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은 미국 최대 채권국으로 당연한 우려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펼치며 군사 정치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와 디폴트를 막기 위한 미 정치권 협상이 예고시한 마지막 날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한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을 즉시 강등하겠다고 15일 경고했다. 피치는 현재 미국에 가장 높은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1년 8월 부채 증액 협상이 막판에 타결됐으나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돼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2011년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전날 미 상원 지도부가 연방정부 잠정폐쇄와 디폴트를 막기 위한 합의안을 거의 마련했으나 하원 공화당은 15일 자체적인 별도의 타협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 타협안은 백악관과 상원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세력의 지지조차 얻지 못하면서 폐기됐다. ‘하원이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상원 지도부는 다시 협의를 재개했으나 디폴트 예고 시점을 하루 앞둔 16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워싱턴=정미경·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ickey@donga.com}
올 3월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행보에 미국 내 보수 가톨릭층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동성연애자 권리를 옹호하고, 교리에 매몰되지 말라고 설파하는가 하면, 여성 신도의 발을 씻기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수 가톨릭 신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수 가톨릭층은 피임이나 낙태, 동성연애 등의 이슈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교황에 대한 이들의 반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WP는 “전임 두 교황이 교리에 충실하고 공개 발언을 삼갔던 것과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론 인터뷰에 즉흥적으로 응하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는 듯한 언행을 보이고 있다”며 “보수 가톨릭 신자들은 ‘전임 교황이 그립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 신자들 사이에서는 ‘교황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교황 때문에 힘들다’ 등의 온라인 글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 반대 발언을 강화하고 여성 사제 서품을 옹호하는 사제를 파문하는 등 보수 가톨릭층의 반감을 해소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이란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로 화해 모드가 조성된 가운데 이란 핵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15, 16일 개최됐다. 서방 측을 대표하는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은 지난해 4월 이후 5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번 협상은 올 6월 서방과의 화해를 표방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 협상은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과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15일 브리핑에서 “이란은 신뢰 구축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란 우라늄 프로그램의 농축 범위, 투명성, 보관 문제가 3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5+1은 올 2월 카자흐스탄 알마티 협상에서 고농축우라늄 생산 중단, 이미 생산한 고농축우라늄의 안전한 국외 반출, 포르도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을 중단하면 유럽연합(EU)의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우라늄 농축 권리를 주장하는 이란은 우라늄 생산 중단과 국외 반출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하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란은 이번 협상에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란은 농도 20%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제안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에 대한 불만이 사법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네브래스카 주 연방지방법원 리처드 코프 판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의회가 제대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사법부를 파괴시키고 있다”며 “의회에 ‘꺼져라’라고 말할 때”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정부 폐쇄 중에도 연방법원 판사들은 ‘핵심인력’으로 분류돼 정상 업무를 하지만 행정인력은 일시 해고된 상태다. 법원은 예산을 임시 편성해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지만 17, 18일에는 이 예산마저 고갈될 예정이다. 판사들은 올 초 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시퀘스터)으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 폐쇄까지 겹쳐 불만이 극도에 달했다.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 시작(17일)을 나흘 앞둔 13일 미국 상원의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가 대화를 재개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년 이상 미국 정치 현장을 지켜온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73·네바다)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71·켄터키)는 이날 한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대화 모드를 이어나갔다. 리드 대표는 이날 “공화당과의 대화가 생산적이고 실질적이었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수세에 몰린 공화당은 내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정부 예산을 현재 수준으로 배정하고 국가 채무 상한도 증액하는 방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공세로 돌아섰다. 최대 걸림돌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일부 양보하기는커녕 공화당이 올해 최대 정치 성과로 여기는 연방정부 시퀘스터를 풀자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N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국가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혼란이 올 것이며 경기 후퇴를 맞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의 족집게 투자자인 마크 스피츠나젤 헤지펀드 유니버사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은 부채 조정 실패가 아니라 이미 엄청나게 늘어난 부채 규모 자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도 외국 중앙은행들은 미국 국채 매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2조9370억 달러로 2주 전보다 89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이 희박하고 미국의 상황이 과거 디폴트가 발생했던 그리스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과는 다르기 때문에 미국 국채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17일로 예상되는 미국의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6주간 증액하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협상이 10일(현지 시간)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계속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곧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중진 의원 20명은 백악관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단기증액안’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앞서 베이너 하원의장은 별다른 조건 없이 6주간 부채상한을 증액해 국가 디폴트를 일시 차단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로 열흘째인 연방정부 잠정폐쇄 해결방안이 단기증액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난색을 표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백악관은 단기증액안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이 정부폐쇄 해결 전에 부채상한 조정 협상에 나서면 안 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 오바마 대통령도 마음을 바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전했다. 공화당이 비록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부채상한 증액이라는 양보안을 내놓은 것은 정부폐쇄와 디폴트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WSJ-NBC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53%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31%)보다 높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45)의 어머니 배명희 씨(68·사진)가 11일 평양에서 아들과 만났다. AP통신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어머니 배 씨는 “오늘 오전 병원에서 아들을 만났다”며 “(아들의 상태가)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평양에 5일간 머물 예정인 배 씨는 아들과 몇 차례 더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배 씨는 북한에 11개월 동안 억류 중인 아들을 만나려고 전날 중국 베이징(北京)발 비행기를 이용해 평양에 도착했다. 케네스 배 씨는 지난해 11월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어머니 배 씨는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케네스 배 석방 운동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올 7월 감옥에서 한 아들의 인터뷰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아들을 빨리 만나 안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모자 상봉을 이용해 미국과의 접촉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 당사국들끼리 해결하자.”(리커창·李克强·중국 총리) 9, 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케리 장관과 리 총리가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앞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존재감에 눌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케리 장관은 아세안 회의에서는 작심한 듯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리 총리는 중국과 아세안 간의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은 참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케리 장관은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폐쇄 사태로 참석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아세안과의 파트너십은 오바마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아세안이 ‘행동강령(COC)’ 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행동강령은 모든 아시아 국가들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세안은 남중국해 충돌을 막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행동강령 제정을 중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갈등 당사국 간 양자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행동강령 협상을 위해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 관련국들이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처음 만났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이 끝났다. 리 총리는 “남중국해 갈등은 직접 관련이 있는 당사국 간에 협상과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에 ‘나서지 말라’는 경계 메시지를 보냈다. 또 인권 등 문제에서 중국에 서방 기준을 적용할지가 쟁점이 됐다. 리 총리는 케리 장관과 가진 75분간의 별도 회동에서 “중국은 아직 발전한 국가가 아니므로 서방과 같은 기준을 중국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국 간 핵심 현안인 인권과 경제 협력 등에서 중국에 서방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케리 장관은 “그 같은 비교는 정확하지 않다”고 곧바로 반박하며 “중국의 발달 수준은 리 총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으며 모두가 세계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아세안 회의에서 경제 협력을 집중 강조하며 영유권 갈등은 잠깐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는 “올해는 중국-아세안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은 지 10주년”이라며 “‘황금의 10년’이 흘렀다면 앞으로는 향후 ‘다이아몬드 10년’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2가지 분야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문, 과학기술 등 7개 영역에서는 합작을 추구하자는 ‘2+7 합작 패러다임’을 자세히 설명했다. 공감대는 △합작 추진의 근본 이유는 상호 전략적 신뢰를 심화하기 위한 것 △경제 발전에 집중해 상호 이익과 공영을 확대하는 것이 합작의 핵심이라는 점이다.워싱턴=정미경·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ickey@donga.com}

‘세계인에 대한 감청 기관’으로 불리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사진)를 짓고 있지만 전기 합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준공이 1년 이상 지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NSA가 솔트레이크시티 남쪽의 유타 사막지대에 짓고 있는 9만 m²(약 2만7200평)에 이르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원래 지난해 10월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0차례 전기 합선이 일어나 이달로 예정된 준공 일정은 또다시 1년 연장됐다. 더욱이 아직 전기 합선의 정확한 원인도 찾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기 배선은 미 육군공병단(ACE)이 담당하고 있다. NSA는 워낙 광대한 시설이라 과부하가 걸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선에 불꽃이 튀고 금속이 녹아내리며 비상 발전기, 냉각 시스템 등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WSJ는 ‘세계 최강의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춘 NSA가 전기 고장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NSA 데이터센터는 미 의회 도서관 정보량의 최대 10억 배에 이르는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된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14억 달러(약 1조5000억 원)가 투입됐다. 이 센터가 가동되면 NSA의 비밀정보 수집 능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시한을 열흘 앞둔 7일에도 팽팽한 신경전을 지속하자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금융계로 확산되고 있다. 디폴트 위험 고조로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76.12로 전날보다 14.38포인트 하락했다. 온라인 베팅업체 패디파워가 전망한 디폴트 가능성은 전날보다 4%포인트 오른 25%를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매일 제시하는 디폴트 시계는 5단계 중 위험 상황을 알리는 3단계 진입 직전이다. WP는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로 인해 미국 경제가 받을 영향이 그리 크지 않지만 디폴트가 닥치면 ‘재앙’에 가까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실패해 디폴트를 선언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4.2%포인트 급락하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디폴트를 일으키는 것은 미친 짓이지만 더이상 가능성이 0%라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라보냐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채한도 협상이 17일 시한을 넘기는 것은 거의 확실하며 정부 현금 고갈 예상 시점인 31일쯤에야 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부채한도 협상은 디폴트 직전에 협상이 타결된 ‘2011년 8월 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시 미 의회는 시한을 이틀 앞둔 7월 31일 간신히 합의에 성공해 채무 불이행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5일 뒤 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전격 강등해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금융시장은 장기 부진에 빠져 약 반년 뒤인 이듬해 1월 말과 2월 초가 돼서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위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이번에도 미국 디폴트의 동반 피해자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시리아 정책 혼선과 정부폐쇄 사태로 국제 신뢰도를 잃은 미국 정치권에 ‘디폴트를 막을 의지가 있기는 하느냐’는 비난이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7일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는 정부폐쇄 책임이 공화당에 더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 힘입은 백악관과 민주당이 ‘강온 양면’ 전술로 공화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WP와 ABC뉴스 여론조사 결과(10월 2∼6일) 예산안 관련 협상을 다루는 공화당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4%, 찬성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70%를 나타냈다. 백악관은 처음으로 국가채무의 단기 증액안 수용 의사를 내비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은 이날 한 토론회에서 “경제 확실성과 일자리를 위해 (부채상한 증액) 기간이 길수록 좋지만 전적으로 그들(의회)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이라도 국가채무 한도를 올려 디폴트를 피하고 협상하는 ‘스몰딜’ 방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 백악관과 민주당은 동시에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철회나 유예 등의 조건이 붙지 않은 ‘클린 예산안’을 하원에 즉각 상정하라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압박했다. 하원의 민주당 의원 200명과 내심 연방정부 정상화를 원하는 공화당 온건파 20여 명이 투표하면 가결 정족수인 217명을 넘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최근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공화당 초선 상원의원 3인방에게 “너무 튀지 말라”고 충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드 크루즈(43), 랜드 폴(50),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2)을 향해 “초선 의원으로 주목받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논란거리를 만들지 마라. 극단적 주장을 하면 언론에 나고 정치후원금도 많이 들어온다. 그렇지만 나라를 위해서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목한 상원의원 3명은 모두 강경보수 계열 티파티의 지지를 받으며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로 각광받는 인물들이다. 최근 의회에서 21시간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반대 연설 시위를 벌인 크루즈 의원은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폴 의원도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하고 있으며 올 3월 의회에서 13시간 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무인기) 정책 반대 연설을 벌인 적이 있다. 루비오 의원은 정부 폐쇄 사태에서는 별로 앞에 나서지 않는 대신 이민정책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도 초선 상원의원 출신이지만 의원 생활을 하는 동안 튀려거나 언론에 나서려고 애쓴 적은 없다. 그냥 묵묵히 일만 했다”고 강조했다. 2004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승리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전면 취소하자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이 위기에 빠졌다”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방문 취소를 초래한 미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분석가 페페 에스코바 씨는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는 중국이 이탈리아제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로 쌩쌩 달리는 반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고장이 잘 나고 덜컹거리는 미국차 쉐보레 신세”라고 비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일 “‘아시아 회귀가 ‘셧다운 디벗(Divot·골프장에서 움푹 파인 곳)’에 빠졌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타로 APEC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일정을 소화하는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 듯 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 각료회의에서 “미국은 아시아에 대한 책임과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오바마 대통령이 개별 아시아 국가 방문은 포기하더라도 APEC 정상회의에는 참석했어야 했다”며 “순방 취소로 아시아 회귀 정책이 3가지 외교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은 레버리지(지렛대)를 잃게 됐다. 아세안과의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며 이들을 지지해 왔던 미국은 이번 대통령 순방 취소로 중국이 영토 분쟁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은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 4개국과 ‘영토분쟁 행동강령(COC)’ 논의에 합의하며 협상 주도권을 확보해 가고 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동력을 잃게 됐다. 처음부터 TPP 협상에 미온적인 아세안 국가들을 설득할 기회를 상실하고 중국과 아세안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진전시킬 기회만 제공했다는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무역 규모를 1조 달러(약 1071조 원)로 확대하고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캄보디아 등 인권 취약 국가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최대 약점인 인권을 간접 비판할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까지 동반해 APEC 정상회의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APEC 회의 참석에 앞서 중국 지도자 사상 최초로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연설하고 인도네시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15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에 합의하는 등 연달아 ‘통 큰 거래’를 성사시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취소가 대(對)아시아 정책의 결정적 위기는 아니다”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조슈아 컬랜칙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이 오바마 순방 취소의 이유를 이해하고 있으며 아시아 회귀 정책이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관계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중국의 일시적 화해 제스처로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마티 나타레가와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끝나자마자 “아세안은 중국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중국 앞에서 단결할 것”이라며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 강화를 경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지난달 19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의 5MW급 원자로 냉각시스템 배수관에서 온배수(溫排水)가 배출됐다고 밝혔다. 온배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수증기 냉각에 사용한 뒤 하천에 방출하는 따뜻한 물을 말한다. 38노스는 “온배수는 북한이 영변의 흑연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증거”라며 “이 뜨거운 폐수는 인근 구룡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연방정부 폐쇄 첫날인 1일 미국 수도 워싱턴은 평소의 부산한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 부처와 기관 청사는 오전에는 공무원들이 출근해 정부 폐쇄에 따른 지침을 통보받느라 바삐 움직였지만 이들마저 귀가하자 오후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일시 해고된 비핵심 인력은 언제 업무가 정상화될지 몰라 불안한 기색이었고 업무가 유지되는 핵심직 공무원들은 늘어난 업무량을 걱정했다. 연방항공국(FAA)의 관리 분석가 필립 대븐포트 씨는 17년 전인 1995∼96년 정부 폐쇄 때와 비교하며 “당시에는 급여를 받건 말건 일단 모두 출근해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해고 인력은 엄격하게 구분돼 출근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짐을 챙겨 가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오면서 워싱턴 시내에는 이날 오전 평소보다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낮 12시가 되자 사무실 자료와 소형 화분 등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았다. 랑팡 플라자, 페더럴 트라이앵글 등 연방정부 건물이 몰려 있는 지하철역은 인파가 한 차례 빠져나가자 마치 주말처럼 한산해졌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박물관, 링컨기념관, 워싱턴 국립미술관 등 관광명소 앞에는 ‘정부 폐쇄로 문을 열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노란색 출입금지 테이프를 쳐 놓았다. 아예 불이 꺼진 곳도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19개 건물 안내소인 스미스소니언 캐슬 앞에서 만난 대니 아이엘로 씨는 발길을 돌리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에서 아내와 딸 사위와 함께 휴가를 내 처음 워싱턴에 왔다는 그는 “셧다운 소식을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왔다”며 “워싱턴이 인적이 끊긴 ‘고스트 타운(유령 도시)’ 같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경 내셔널몰 제2차 세계대전 참전기념비 앞. 2차 대전에 참전했던 80, 90대 노병 수십 명이 기념비를 방문하려다 입구에서 막혔으나 의원들까지 나서 공원 경찰을 설득해 예외적으로 입장시켰다. 이들은 테네시 주 미시시피에서 먼 길을 왔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도 푸에르토리코 출신 참전 용사들이 헌화하기 위해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릴 뻔했지만, 특별 배려로 출입이 허용됐다. 시민들은 “연방정부는 폐쇄됐지만 미국까지 폐쇄되면 안 된다”며 “미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념관 박물관 국립기록보관처 등은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 당국은 정부 폐쇄로 인해 관광 수입이 하루 평균 2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 폐쇄를 초래한 의회도 폐쇄의 직격탄을 맞았다. 의사당 관광 코스가 중단됐다. 상하원 의원 집무실이 몰려 있는 의사당 주변 6개 건물에는 평소 로비스트들이 북적거렸으나 이날은 한산했다. 의원 보좌관의 3분의 2가 일시 해고됐으며 이들은 의회가 지급한 휴대전화도 반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의회 경찰 인력은 크게 줄었고 지하 식당까지 일찍 문을 닫아 의원들은 샌드위치를 사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일부 정부 기관의 인터넷 업무도 중단됐다. 백악관 웹사이트 첫 화면에는 ‘정부의 예산안 처리 합의 실패로 사이트의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없다’는 공지사항이 게재됐다. 트위터 계정에도 ‘정부 폐쇄로 당분간 트위터 글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편 6일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아시아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먼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방문을 취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4개국 중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만 방문할 예정이지만 정부 폐쇄가 장기화하면 이 일정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이설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연방정부 폐쇄를 촉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이 1일부터 개인 보험 가입자를 등록하는 등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미국 시민 100만여 명이 한꺼번에 건강보험거래소 홈페이지에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되거나 속도가 너무 느려 가입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인들이 오바마케어 시행 예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이 싸운 결과 연방정부가 폐쇄됐지만 이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케어 가입 사이트에는 첫날부터 신청자들이 폭주했다. 보험 가입자를 처음 접수한 이날 280만 명이 연방정부의 보험 가입 사이트를 방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이트에서 ‘시스템이 고장났다’거나 ‘보험 계정을 만들 수 없다’와 같은 에러 메시지를 받았다. 미 보건복지부는 “접속자가 한꺼번에 100만 명이 넘어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 조만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명했다. 2010년 의회를 통과한 오바마케어는 가입자, 병원,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복잡한 시행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핵심인 개인의 건강보험 가입 절차는 이날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무보험자 4800만 명은 인터넷에 개설된 건강보험거래소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정부가 중개하는 건강보험거래소는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여러 보험 상품을 모아놓고 개인이 골라 구매하는 온라인 장터다. 연방정부의 통합 웹사이트에 들어가 가입하거나 주 정부가 자체 개설한 웹사이트를 통해 가입한다. 무보험자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비싼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내년 3월까지 가입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65세 이하 국민의 약 75%가 1일부터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당수 주정부들은 건강보험거래소를 일부러 개설해 놓지 않는 식으로 오바마케어 시행을 방해하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한미동맹의 뿌리가 안보(국방)라면 외교는 줄기다. 한미 양국의 외교 협력이 동맹의 양적, 질적인 발전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안보와 외교는 뿌리와 줄기처럼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한미 외교의 최전선에 섰던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와 토머스 허바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에게 한미동맹의 성과와 전망을 들었다. 》▼ “민주-시장경제 가치 공유하며 상호간 국익 창출에 도움줘야” ▼■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북한의 재침을 막았고 한국의 경제 발전, 민주화를 이뤘으며 동북아 평화 안정에도 기여했습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지 못하고 민주화 개방으로 이끌지 못해 감점을 하더라도 (한미동맹 성적표는) 최소한 B+는 됩니다.”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1일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에 대해 이런 성적표를 매겼다. 교수답게 점수는 냉정하게 매겼지만 “미국의 다자동맹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것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면 양자는 단연 한미동맹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한 명예교수는 동맹 40주년이 되는 1993년 외무부 장관에 취임했고 50주년인 2003년 주미 대사로 부임했다. 10년 단위로 한미 외교 현장의 최선두, 최전선에서 일할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그는 소련이 해체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미동맹의 필요성 인식이 낮아져 보인 적도 있지만 실제로 동맹은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고 말했다. 심지어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노무현 정부도 말과 달리 행동으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당국자는 당시 주미 대사였던 그에게 “노 대통령의 언사는 과격하나 행동은 믿을 만하다(his deeds are better than his words)”고 평가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것도 한미동맹 강화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미동맹은 한평생(60년)을 같이했지만 양국 외교 현안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적지 않다. 각자의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농축·재처리 권한 부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일본에는 농축·재처리를 허용한 것을 놓고 ‘한미동맹이 미일동맹보다 못한가’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한 명예교수는 “한미 이슈는 어느 일방이 독식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며 ‘동맹이 그것도 못 들어주느냐’고 마음 상할 필요도 없다”며 “서로 협의를 통해 명분을 만들고 합의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을 일본보다 차별하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한국이 핵무기 개발 전용 의사가 없음을 설득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명예교수는 내다봤다. 한국 사회 일각의 반미 감정에 대해 한 명예교수는 “영어에도 ‘너무 친해지면 혐오감이 생긴다’는 표현이 있다”며 “한미 당국 모두 과거 사례에서 교훈을 많이 얻어 ‘효순·미선 사건’처럼 반미 감정이 분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핵 문제는 한미동맹 앞에 놓인 지난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외무부 장관 취임 직후 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자 ‘미국에 가서 북한을 폭격하지 말게 설득하라’고 요구하던 여론이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가 체결되자 ‘왜 북한에 유화적으로 대하나’라며 비난으로 돌아섰다”고 회고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는 북핵 담당자들이 열심히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한국에서는 핵실험 때만 반짝 관심이 높아졌다가 곧바로 잦아드는 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100% 같을 수 없고 서로의 관심사와 필요성이 일치하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그 시각차가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양국 정부의 보조가 잘 맞춰져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명예교수는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면서 상호 국익도 키워 나가는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 공유가 없는 동맹이 ‘속빈 강정’이라면 상호 국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동맹은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효순·미선사건 이후 反美 이해… 미군기지 이전 추진하게 된 것” ▼■ 토머스 허바드 前 주한 미대사“한미동맹은 저절로 강화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70)는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양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한미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2001∼2004년 그의 대사 재직 기간에 한국에서는 ‘효순·미선 사건’으로 반미(反美) 감정이 분출됐다. 허바드 전 대사는 “그 비극적 사건을 통해 나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정책 결정자들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한미동맹은 영원할 것이라는 자기만족감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효순·미선 사건 이후 주한미군 기지의 한강 이남 이전 계획이 본격 추진되고 해외 주둔 미군의 지역 이해 교육이 강화되는 등 미국은 배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대사로서 겪은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대미(對美)관에는 차이가 있다. 일부에서 김 전 대통령을 반미 성향으로 보기도 하지만 확고한 대미 공조를 유지했고 미국과의 관계도 좋았다는 것이 허바드 대사의 평가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항상 미국을 지지했다고 할 수 없다”고 둘러 말해 당시 갈등 요소가 많았음을 시사했다. 또 “노 대통령 당시 한국 사회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한미동맹에 대해 ‘팔방미인 동맹(well-rounded alliance)’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도발 억제를 위한 군사동맹에서 출발했지만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정치동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경제동맹으로 두루 확장되면서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범 동맹으로 성장했다는 것. 그는 “이제 한미동맹은 ‘소프트파워’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 군사 경제 분야를 넘어 문화 교육 국제협력 등의 분야에서도 양국 간 동맹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소프트파워 동맹을 위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처럼 미국에 한국을 다방면으로 소개하는 외교 단체가 많이 생겨 났으면 한다는 기대를 피력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핵화에 대한 생산적인 조치를 내놓기 전까지는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야만 북한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 그는 김정은 리더십에 대해 “몇 달 전까지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서는 등 도발을 일삼더니 최근에는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는 데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 개정은 한미관계에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전작권보다 원자력 협정이 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양국 간 합의 도달이 어려운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관계에서 군사적 입장 차는 빨리 해결하려는 양국의 의지가 있는 반면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핵정책, 민간 분야 협력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장기화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바드 전 대사는 ‘한미동맹은 그냥 강한 동맹이 아니라 최강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관계가 쉽지만은 않았던 시절 주한 미 대사를 지내며 잠 못 드는 밤도 많았지만 다시 한번 주한 미 대사를 하라면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다”는 농담을 건네 한국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을 보여 줬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정치권이 2014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극한 대립을 펼치다가 처리 시한을 넘기면서 연방정부의 일부 기능이 1일 0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1일 오후 1시)를 기해 잠정폐쇄(Shut Down)됐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는 핵심 분야를 제외하고 일제히 중단됐다. 군인 경찰 우편 항공 기상예보 등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만 수행한다. 연방정부 잠정폐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이던 1995년 12월∼1996년 1월 약 3주간 중단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200만 명의 공무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만∼100만 명이 일시 해고됐다. 백악관은 즉각 ‘질서정연한 셧다운’을 지시했으며 각 기관은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로 주요 변동 사항들을 공개했다. 미 정치권은 예산 협상 외에도 현재 16조7000억 달러(약 1경7915조7600억 원)에 이르는 국가부채 한도 상향조정 협상을 벌여야 한다. 미 재무부가 국가부도에 빠질 수 있는 시기로 못 박은 17일까지 채무 상한을 올리지 않으면 미국은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에 빠져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출범한 한미동맹은 이런 평가를 받아왔다. 한미동맹 60년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며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왔다. 든든한 한미동맹은 ‘한강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3회에 걸쳐 국방 외교 경제 분야에서 한미동맹의 발전, 한미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했던 두 나라 주역들을 만난다. 이들에게 한미동맹 60년의 의미와 미래를 함께 물었다. 》 “한미동맹, 전쟁억제 역할 넘어… 이젠 평화통일의 길 함께 가야” ■ 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한미 양국이 한반도 통일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해 이를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해야 합니다.”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64·육사 30기)은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의 미래 역할로 ‘통일에 대한 기여’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이 이제는 통일이라는 한민족의 염원을 달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안보동맹을 강화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사령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제20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2008년 3월∼2009년 9월)을 지낸 대표적인 미국통. 부사령관 시절 군사적 사안뿐만 아니라 정무적 현안까지 미국 측에 조언해 미군들이 한국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역 후에도 한미군사연습의 멘토단장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각종 한미우호협회에 참여해 한미 신뢰 증진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한미동맹의 가장 큰 성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왔던 점을 꼽았다.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동북아 ‘힘의 균형’이 유지돼 왔으며, 우리 군이 주한미군과의 협력을 통해 작전 수행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점도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최근 군 일각에서는 ‘중국이 일본을 넘어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라서고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한 만큼 한미동맹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미국과 중국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접근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중국과 상호 호혜적이면서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갖는 것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국제질서와 동북아 정세 변화 속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는 한미동맹의 위기 순간으로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촉발된 이후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 감정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한 상황을 들었다. 이 전 사령관은 “미국도 자신들이 피를 흘려 싸워 지킨 노력과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감정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한미 간 핫이슈인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해선 “양국이 협의를 진행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동북아 정세는 불안정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특정 시점으로 못 박지 말고 매년 안보상황을 포괄적으로 평가해 융통성 있게 조절해야 합니다.” 방위비 분담금 역시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미동맹 60주년의 성과와 미국의 국방비 삭감,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위중한 안보상황 등을 고려해 한국 측이 좀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의 사용에 대한 투명성은 보장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령관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국지도발과 같은 무력도발 △북한 정권의 급변 사태 △핵무기 개발 △사이버 공격, 테러 등 4세대 전쟁 등 4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특히 “북한이 4세대 전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중간 목표가 주한미군 철수”라며 한미동맹을 흔드는 세력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동맹의 발전에 도전요소도 만만치 않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반미감정을 확산시키는 급진 종북 좌파의 정치세력화는 우리 국민의 결집된 노력으로 막아야 합니다.”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한미는 깨지지 않는 ‘바위동맹’ 강한 군사력 바탕 北과 대화를” ■ 존 틸럴리 前 주한미군 사령관“한미 동맹은 깨지지 않는 ‘바위동맹(rock alliance)’이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72)은 1일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1996∼1999년 제23대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지냈다. 그는 “미국이 동맹을 맺은 국가는 많지만 한국처럼 6·25전쟁이라는 치열한 전장에서 양국 군인이 흘린 피를 바탕으로 맺어진 ‘혈맹’은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점수로 치면 100점 만점에 120점을 줘야 하는 최상의 동맹이라는 것. 주한미군사령관을 마지막으로 2000년 전역한 뒤 군사안보 컨설팅업체 사이프레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그는 “경사를 맞아 한국인들에게 꼭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지난달 27일 워싱턴 근교 알렉산드리아의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에서 출발해 정치 경제 분야로 확장됐다”며 “북한 도발에 대응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60년간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 한미 양국은 언제나 공동 이해에 부합되는 접근을 해왔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정체된 동맹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동맹”이라며 “최근 논란이 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再)연기 문제도 이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작권 논란을 한미 결속을 저해하는 갈등 요소가 아닌 동맹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 재연기 필요성을 인식한 한국이 먼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양국 군 지휘부의 논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미국의 국방예산이 향후 10년간 최대 1조 달러 축소되는 진통을 겪을 예정이지만 주한미군 감축은 없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며 미군 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에서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유지는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연평해전 당시 주한미군을 통솔했던 틸럴리 전 사령관은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서 보듯이 북한의 도발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며 최근 급작스러운 이산가족 상봉 연기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신뢰하기 힘든 상대”라고 말했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여 핵과 미사일 위협을 중단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은 언제나 강한 군사적 억지력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동에 밀려 아시아, 특히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는 장기적 평화와 안정이 최고 목표인 반면에 중동에서는 급박한 분쟁 해결이 목표이기 때문에 중동에 일차적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한국은 언제나 미국 군사안보 정책의 최고 순위(top priority)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서툰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쓰는 문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주한미군 사령관 때부터 이 문구를 자주 써 자신이 선배라고 농담을 했다. 그는 “지난 60년간 한미동맹은 굴곡이 있었지만 미국은 민주주의 수호의 최전선에서 헌신해온 한국인들에 대해 존경심을 잊지 않았다”며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수백 년 동안 지속될 동맹”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유엔 총회 참석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역사적인 전화 통화를 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이 귀국 후 성난 군중으로부터 신발 세례를 받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의 강경 보수파 시위대는 28일 테헤란 공항에 도착한 로하니 대통령의 탑승 차량에 신발과 계란을 던지며 대미(對美) 유화 정책에 강하게 저항했다. 반(反)로하니 시위대 60여 명은 “미국에 죽음을” “핵협상은 미국의 선동 기만 술책이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반미(反美) 구호를 외쳤다. 반면 200∼300명의 친(親)로하니 시민들은 “고마워요” “당신을 지지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 시위를 벌이는 등 로하니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한 이란 국민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15분간의 통화에서 이란 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 간 접촉은 1979년 이란 혁명 후 34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이날 통화는 로하니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유엔 총회 참석을 마치고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으로 향하던 로하니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의지만 있다면 핵문제를 빠른 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며 “핵협상이 진전되면 시리아 등 다른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이 핵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맞았다”며 “이란은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에게 이란 핵 프로그램의 폐기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양국 정상은 트위터를 이용해 전화 회담 내용을 신속하게 전하고 안부 인사까지 주고받아 눈길을 끌었다. 로하니 대통령이 회담 내용을 소개하는 10여 개의 트위터 메시지를 연달아 올리자 오바마 대통령도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란인을 존경한다” 등의 메시지를 수차례 올렸다. 마지막으로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라는 로하니 대통령의 메시지에 오바마 대통령이 페르시아어로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Khodahafez)”이라고 화답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24, 25일 공개된 3개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이끌어내는 등 외교적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일 진행된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49%)이 ‘지지한다’는 응답(47%)보다 높았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지지 비율을 역전한 것은 2009년 1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율(68%)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율(25%)보다 월등히 높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만을 집중 조사한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49%)이 찬성(40%)보다 높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對)이란 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유권자는 5명 중 1명 정도(22%)에 불과했다.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합의안도 마련했지만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비율(66%)이 ‘폐기할 것’이라는 응답(33%)보다 두 배 높았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계층인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도 지지율이 78%로, 2011년 9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근본적으로 외교보다 국내 문제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 경제위기 대응력이 취약하고 정부 폐쇄, 채무한도 조정 등을 놓고 의회와 매번 극한 대립하는 모습에 미국인들이 지쳤다는 것. 외교정책에서도 시리아와 이란 경우처럼 근본적 원칙 없이 ‘닥치면 해결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강경책과 협상론을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분석했다. 한편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뉴욕 유엔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측의 거부로 회동이 무산된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실망하지 않았다”며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로하니 대통령이 회동을 거부한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이 ‘죽음의 키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적성국 정상들은 권좌에서 쫓겨나거나 병사(病死)하는 등 끝이 좋지 않아 로하니 대통령이 만남을 회피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