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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그림은 (흡연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혐오스럽기만 하다면 조만간 그 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데이비드 스웨너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부 교수(62·사진)는 5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웨너 교수는 금연정책 개발에 앞장서 온 공공보건 전문가다. 캐나다 내 정책은 물론이고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 범미국 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등 수많은 정부, 재단, 비정부기구와 협력해 흡연율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강구해 오고 있다. 캐나다는 담배 경고그림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다. 스웨너 교수는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전문가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제도의 효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서 스웨너 교수는 경고그림의 효용을 높이려면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배 경고그림은 흡연자에게 공포를 주는 게 목적인데, 흡연의 공포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면 막다른 길에 몰린 흡연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림이 주는 위협을 무시하게 된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끊을 순 없기에 의식적으로 위험을 무시하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담배의 경고그림을 키우는 게 최선은 아니라고 스웨너 교수는 강조했다. 담배별 유해성에 따라 차별화한 경고그림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가장 위험하고 중독성이 강한 건 일반 담배인데, 종류별로 유해성이 다른 담배에 모두 동일한 (크기, 종류의) 경고그림을 부착할 경우 일반 담배도 다른 담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계속 피울 수 있다”며 “위험도 차이에 따른 차별화한 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스웨너 교수는 “담배의 피해는 주로 ‘흡연’(연기를 흡입하는 것)에서 발생한다”며 “연기를 통해 니코틴을 흡입하는 이들을 내버려둘 경우 매일 전 세계에서 약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중독 증상을 불러일으키는 흡연은 줄이되 니코틴은 흡수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체재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한 것’만 찾을 게 아니라 ‘덜 위험한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중보건의 핵심은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이모 씨(47)는 요즘 ‘스마트폰 붙박이’인 중학교 1학년 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딸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보니 하루 이용 시간이 무려 3∼4시간에 이르렀다. 이 씨는 “친구들과 SNS를 나누고 방탄소년단 등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확인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더라”며 “10세인 아들은 오히려 게임을 조금 할 뿐 스마트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학생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남학생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남성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중독되기 쉬울 것이라는 인식과 반대되는 결과다. 곽혜선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 팀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고교 재학생 1796명(남성 820명, 여성 976명)을 조사해 5일 이같이 밝혔다. 중독 위험성이 큰 청소년을 선별하는 방식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개발한 평가 방법을 따랐다. 조사 대상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비율은 여학생이 23.9%로 남학생의 15.1%보다 훨씬 높았다. 여러 변수를 평준화해 상대적인 위험도를 비교하니 여학생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남성의 2배에 이르렀다. 여학생들의 SNS와 메시지 사용률이 월등히 높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남학생의 SNS 사용률은 전체의 26.5%인 데 반해 여학생은 41.2%에 이르렀다. 메시지 앱 사용률도 여성 23.6%, 남성 12.8%로 여학생이 2배가량 높았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이게 뭐지’라며 다가선다. 그림을 본 뒤 다들 얼굴부터 찌푸린다. 목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모습을 보면 누군들 인상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대학생 김민지 씨(23)를 비롯한 대다수 시민들은 단호했다. “혐오감보다 더 중요한 건, 담배를 끊게 하는 거 아닌가요? 가장 큰 경고그림을 선택한 이유에요.” 동아일보 취재팀은 4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담뱃갑 경고그림 인식조사에 나섰다. ● 시민 10명 중 8명 “경고그림 역겨워도 흡연보다는 낫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12월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12월 도입된 현재의 경고그림들이 오래 사용돼 효과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부가 현행 담뱃갑 면적의 30% 크기인 경고그림(경고문구 포함 시 50%)을 50% 이상(경고문구 포함 시 70%)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지금도 충분하다”란 흡연자들과 “그림이 더 커져야 한다”는 비흡연자들의 찬반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취재팀은 이날 ①경고그림 크기가 담뱃갑 면적의 30%인 현행 담뱃갑 ②50%인 담뱃갑 ③70%인 담뱃갑 ④70%에 담뱃갑 디자인의 규격·색상을 일원화한 ‘규격화 무광고 포장’(Plain packaging) 담뱃갑 등 4종류 담뱃갑 그림을 시민 100명에게 보여준 후 ‘담배를 끊는데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담뱃갑’을 고르게 했다. 담뱃갑 그림이 들어간 게시판을 세우자 사람들은 호기심에 발걸음을 멈추고 네 가지 담뱃갑 중 하나를 골랐다. 그 결과 100명 중 9명만이 ①번 담뱃갑을 선택했다. ②번 담뱃갑을 고른 경우도 12명에 그쳤다. 경고그림이 너무 무서워 지금 크기도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63명은 ④번 담뱃갑을 골랐다. 회사원 최영주 씨(31)는 “그림이 커질수록 혐오스럽지만 금연효과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경고그림 크기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경고문구를 포함한 경고그림 면적이 50% 이하인 국가는 한국 칠레 스페인 아이슬란드 등 4개 국가 뿐이다. 태국과 인도는 85% 이상, 호주와 뉴질랜드, 우루과이 등도 80%가 넘는다. 복지부가 담뱃갑 경고그림 크기를 키우려는 이유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아이코스와 글로, 릴 등 궐련형과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이 들어간다”며 “장기적으로는 담뱃갑에 브랜드 이름 이외의 로고, 색상, 브랜드 이미지, 판촉 정보 등을 넣지 못하는 ‘규격화 무광고 포장’ 도입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프랑스, 영국은 이 제도를 시행해 흡연율을 낮추는데 큰 효과를 봤다. ● 경고그림 효과 막는 꼼수 여전, 벌금 등 제재 필요 전문가들은 담뱃갑 경고그림이 금연효과 뿐 아니라 ‘흡연으로의 진입’을 막는데도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중풍(뇌졸중) 등 흡연으로 유발되는 질환의 위험성이 경고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각인되고 이는 흡연율 감소로 이어진다”며 “경고그림 크기를 더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2017 청소년건강행태’ 조사를 보면 담뱃갑 경고그림을 본 청소년 10명 중 8명(83.1%)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캐나다 정부 조사결과 경고그림은 흡연자의 금연 시도를 33%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비흡연자가 담배를 필 확률을 12.5% 감소시켰다. 12월 교체되는 담뱃갑 경고그림 10종 역시 금연효과 뿐 아니라 △비흡연자 흡연예방 효과 △담배에 대한 거부감 △주위 금연권유 의향 등을 고루 평가해 선정했다 문제는 경고그림이 아무리 커져도 ‘꼼수’로 효과를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에 가면 진열대에 담뱃갑이 뒤집어져 전시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혐오스런 경고그림을 최대한 가리려는 점주들의 조치다. 일명 ‘매너라벨’, 즉 경고그림을 가리는 스티커를 무료로 나눠주는 편의점들도 적지 않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0월 전국 담배소매점 2941곳을 조사한 결과 825곳(28.3%)이 담뱃갑을 뒤집어 전시했다. 339곳(11.6%)은 경고그림 가림용 케이스와 스티커 등을 무료로 배포하거나 판매했다. 국내는 경고그림을 가리는 편법을 써도 제재 방법이 없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40개국에서는 경고그림을 가릴 시 벌금 등으로 규제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선필호 책임연구원은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의 건강증진법 개정이 이뤄져야 경고그림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웨너 교수 “담배 경고그림 키우는 게 최선은 아냐” ▼“경고그림은 (흡연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혐오스럽기만 하다면 조만간 그 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데이비드 스웨너(62)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부 교수는 5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웨너 교수는 금연정책 개발에 앞장서온 공공보건 전문가다. 캐나다 내 정책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 범미국 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등 수많은 정부, 재단, 비정부기구와 협력해 흡연율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강구해오고 있다. 캐나다는 담배 경고그림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다. 스웨너 교수는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전문가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제도의 효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서 스웨너 교수는 경고그림의 효용을 높이려면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배경고그림은 흡연자에게 공포를 주는 게 목적인데, 흡연의 공포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면 막다른 길에 몰린 흡연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림이 주는 위협을 무시하게 된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끊을 순 없기에 의식적으로 위험을 무시하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담배의 경고그림을 키우는 게 최선은 아니라고 스웨너 교수는 강조했다. 담배별 유해성에 따라 차별화된 경고그림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가장 위험하고 중독성이 강한 건 일반담배인데, 종류별로 유해성이 다른 담배에 모두 동일한 (크기, 종류의) 경고그림을 부착할 경우 일반담배도 다른 담배와 마찬가지라 생각해 계속 피울 수 있다”며 “위험도 차이에 따른 차별화된 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면 담배 종류별 정확한 유해성, 안전성 조사가 기반이 돼야 한다. 스웨너 교수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궐련형, 액상형 등 새로운 전자담배에 대한 상세한 과학적 분석이 진행 중”이라며 “(한국 정부가) 적절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유해성을 산출하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스웨너 교수는 “담배의 피해는 주로 ‘흡연(연기를 흡입하는 것)’에서 발생한다”며 “연기를 통해 니코틴을 흡입하는 이들을 내버려 두는 경우 매일 전세계에서 약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중독증상을 불러일으키는 흡연은 줄이되 니코틴은 흡수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체제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한 것’만 찾을 게 아니라 ‘덜 위험한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중보건의 핵심은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서울 중구 제일병원에서 8일 둘째 아이를 분만할 예정이던 임신부 장모 씨(32)는 4일 오전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날부터 병원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직원들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하니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얘기였다. 새로 옮긴 병원에 낼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기 위해 제일병원을 찾은 장 씨는 “분만을 나흘 앞두고 처음 본 의사에게 아이를 맡기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 해 4500여 명이 분만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병원인 제일병원이 대규모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임신부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일병원지부는 4일 “지난달 직원들의 임금 15∼50%를 일방적으로 삭감한 경영진 전원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조합원 500여 명 중 필수 근무인력을 제외한 250여 명의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당장 이 병원에서 분만할 예정이었던 임신부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병원 측은 주말부터 진료를 앞둔 임신부들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피치 못할 응급수술이 아니라면 분만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고려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날 오후 병원을 찾은 임신부 김모 씨(30·임신 28주)는 “분만까지 쭉 같은 병원에서 진료받을 요량으로 지난주에 제일병원으로 왔는데 또다시 병원을 옮겨야 하는 거냐”고 말했다. 제일병원을 찾는 임신부 중엔 특히 35세 이상 고령임신과 이른둥이(미숙아) 등 고위험군이 많다. 출산이 코앞일 때 병원을 옮겨 의료진을 바꾸면 분만사고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높다. 출산을 한 달 앞둔 김모 씨(36·임신 33주)는 “제일병원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해도 (일손이 부족해)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맡겨야 할 수도 있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밝혔다. 노사는 이날 두 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삭감 철회와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기홍 제일병원노조 사무장은 “경영진은 재정이 어려워 직원 임금을 깎는다면서도 새 건물을 지으려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 관계자는 “경영이 악화된 근본 원인은 2012년 6800건이던 병원 내 분만이 2016년 4500건으로 줄어드는 등 신생아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미지 기자}

앞으로 개인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소규모 집단도 온실가스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연간 감축량이 적은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연간 온실가스 감축량 100t 이하인 극소규모 감축 사업자 또는 개인이 배출권을 판매할 경우에는 검증절차를 간소화하고 검증비용 부담도 완화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고 4일 밝혔다. 더 많은 국민이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도 온실가스 할당 대상이 아닌 소규모 기업이나 단체,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이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그 양만큼 배출권으로 인정받아 할당대상업체에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하지만 이런 소규모 사업체들이 배출권을 인정받을 때 거치는 검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감축량 인증을 받으려면 한국표준협회, 한국품질재단 등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현장 감사를 받는 등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검증 비용도 건당 평균 300만 원에 이른다. 연간 100t을 감축해도 배출권 판매 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200만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극소규모 사업자가 들어올 유인이 없는 셈이다. 환경부는 현재 간소화된 절차와 비용을 산정하는 용역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이 밖에 다른 외부사업의 배출권 거래시장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외부사업이란 배출권거래제 대상이 아니지만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이에 대한 배출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기업이나 사업을 뜻한다. 극소규모 사업자 등 비할당 업체지만 배출권을 판매하는 경우도 이에 속하고 할당 대상업체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에너지 소비효율화 사업 등도 외부사업에 들어간다. 이런 외부사업 온실가스 감축실적은 올해까지 139건, 2200만 t 규모에 이른다. 김정환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외부사업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을 활성화하고 거래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좋음’ 수준(㎥당 16μg)에 가까웠던 1일 백령도의 하늘은 기대만큼 맑았다. 인천 옹진군에 속한 우리나라 최서북단인 이 섬에는 국외발 대기오염물질을 정밀 분석하기 위한 측정소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에서 170km, 중국(산둥반도)에서 180km 거리로 한국과 중국 중간에 위치한 백령도대기오염집중관측소는 서쪽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가장 먼저 맞는 국외 미세먼지 관측의 전초기지다. 섬에서도 가장 서쪽 끝에 자리한 관측소는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이민도 소장을 비롯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파견된 연구관 7명이 근무한다. 이 소장은 “다양한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36종의 장비가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상시 근무하며 점검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2층 오염물질자동측정실에서는 각종 오염물질을 분석하는 컴퓨터 작업이 한창이었다. 위치도 위치지만 섬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적은 백령도는 배경농도를 파악하고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감시에 최적의 장소다. 배경농도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뺀 자연 상태에서의 기본 농도를 뜻한다. 이상보 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인근 군용장비나 선박, 자연배출 등 백령도의 자체오염원 기여율이 전체 미세먼지의 26%가량 되지만 자동차, 산업체, 가정 등 오염발생원이 많은 육지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곳 관측소는 측정한 미세먼지의 성분과 농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과학원에 전송할 수 있는 대기오염집중측정소 중 한 곳이다. 2016년 한해동안 분석한 백령도 미세먼지의 구성을 살펴보니 62%가 150km 이상 거리에서 날아온 국외 미세먼지로 나타났다. 중국, 몽골 등에서 날아온 것으로 평소 우리나라 자체오염원 배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중국 미세먼지가 전체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62% 정도 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영향도 12%로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산업시설에서 발생해 곧바로 날아온 미세먼지로 분석됐다. 이 과장은 “북한 산업시설이 열악해 아무래도 방진시설이 잘 안 갖춰져 있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생긴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측정소는 최근 기기들을 보강했다. 현재 불화수소, 염화수소, 시안화수소 등 유독성 가스 물질들을 측정하는 4개 추가장비가 시범가동 중이다. 이 소장은 “2004년 중국 충칭 시 염소가스 누출 사고, 2015년 텐진 폭발사고 등 중국에서 유독가스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가스가 편서풍을 타고 곧바로 우리나라로 날아오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측정·분석할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백령도관측소는 최근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 연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동북아시아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공동연구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일본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장은 “현재 백령도를 포함해 전국 6곳인 대기오염집중측정소를 2019년엔 8곳으로 늘려 미세먼지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백령도=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앞으로 경주·포항 지진처럼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관측 후 20초 내로 기상청으로부터 이를 알리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받게 된다. 기상청은 규모 3.0 이상의 지진에 한해 전 국민에게 발송하는 지진·지진해일 긴급재난문자를 4일부터 직접 발송한다고 31일 밝혔다. 현재는 기상청이 지진을 관측·분석해 행정안전부에 통보하면 행안부가 문자를 발송한다. 행안부를 거치는 단계가 사라지면서 문자 전달 시간이 1∼5초 짧아진다. 현재 규모 5.0 이상 지진은 관측 후 25초, 3.5 이상은 100초, 3.0 이상은 5분 이내 문자를 발송하도록 돼있다. 2년 전 9월 경주 지진 때는 재난문자 수신까지 10분이 넘게 걸렸지만, 지난해 포항 지진 때는 지진 관측 후 23초(발생 후 26초)만에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2G 휴대전화의 재난문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행안부가 발송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최근 서울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홍역에 걸린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역학조사에 나섰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이다. 면역력이 높지 않은 사람이 홍역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홍역에 걸리게 된다. 이 때문에 감염병 관리법에 따라 홍역 환자는 발진 발생 후 나흘간 등교나 등원을 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홍역은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호흡기나 분비물을 통해 전염된다.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평균 10∼12일이다. 발병하면 3∼5일간 열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발진이 목 뒤나 귀 아래에서 시작해 몸통, 팔다리 순서로 퍼지고 손바닥과 발바닥에도 발생해 약 사흘간 지속된다. 이 기간에 고열도 동반한다. 홍역은 대개 특별한 치료 없이 안정을 취하면 나아진다. 하지만 중이염, 폐렴, 설사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입원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홍역 예방접종을 받았다면 감염되지 않거나 감염되더라도 경미한 증상에 그칠 수 있다. 홍역 예방접종(MMR 백신)은 영유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생후 12∼15개월과 만 4∼6세 때 각각 1회 맞아야 한다. 예방 효과는 1회 접종 시 93%, 2회 접종 시 97%에 이른다. 만약 영유아 시기에 접종을 완료하지 못했고 과거 홍역 병력이 없다면 성인이라도 1회 접종을 받는 게 좋다. 의료인이나 해외여행 예정자라면 예방접종 이력을 확인해 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접종을 받으면 된다. 해외여행자에게 특별히 접종을 권하는 것은 홍역의 발병처가 주로 해외이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8년 3월까지 발병한 홍역 환자 중 해외 유입이나 해외 유입 1차 감염자에게 전염된 경우가 전체의 96%였다. 최근 3년간 유럽에선 홍역 환자가 연 4000명 넘게 발생했다. 브라질과 일본 등에서도 홍역이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역 환자는 주로 4∼6월에 집중되는데, 이 시기 여행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다녀왔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홍역 증상이 의심되면 관할 보건소나 보건복지부 콜센터(1339)에 문의하고, 의료기관은 의심환자를 반드시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홍역의 전염성이 높고 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므로 기침예절을 지키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기침을 할 때는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그런 게 없을 때는 팔꿈치를 들어 옷소매로 가려야 한다. 기침을 한 뒤에는 손을 흐르는 물에 씻는 게 좋다. 손을 씻을 때는 손바닥뿐만 아니라 손등, 손가락 사이, 손톱 밑 등을 꼼꼼히 씻어야 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28일 환경부 직원은 고양이를 키운다는 한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분변처리용 모래로 판매되는 벤토나이트 제품에서 라돈 수치가 높게 측정됐으니 조사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직원은 “모래이긴 하지만 공산품으로 판매됐다면 환경부 소관이 아니다”라고 안내했다. 대진침대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시민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침대뿐 아니라 다른 제품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나아가 자연방사성 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담당 부처가 여기저기 나뉘어 있다보니 종합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칙적으로 자연방사성 물질이 가공제품에 들어있으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공기나 토양 등 자연물에 있으면 환경부가, 화장품을 비롯한 식·약품에 들어있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할한다. 하지만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제품이 흙이나 목재 등 자연물을 그대로 함유하고 있거나 이들이 방출하는 방사선이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민들은 어느 기관에서 담당하는지 알기 어려워 기관마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민원이 적지 않다. 화분용 마사토의 경우 토양이면서도 엄격한 의미에선 제품이어서 원안위 소관이지만 환경부로 조사 요청이 빗발쳐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에 나섰다. 다행히 라돈 수치는 기준치 미만이었다. 환경부는 대진침대를 사용한 가구에 한해 무료 측정도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에 따라 신청을 받았다”며 “1600가구를 선정해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 라돈 및 자연방사성 물질에 대한 조사도 중복적으로 이뤄져왔다. 원안위는 지각 내 자연방사성 물질 분포를 그린 전국 지도를 만들고 있다. 환경과학원과 환경부 역시 전국 토양 라돈 함유량을 조사한 라돈 전국 지도와 함께 라돈이 실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영향 지도를 만들기 위한 용역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영향 지도 사업은 중복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중단하기로 했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은 “자연방사성 물질은 인공방사성 물질과 달리 절대다수의 일반인에게 상시적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은 국립라돈안전위원회를 세워 라돈 조사와 기준 설정, 대책 마련을 총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담당 인력이 5명에 불과한 원안위가 총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 향후 자연방사성 물질을 종합 관리할 기구나 법 등을 포괄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불법 노천소각 행위가 대거 적발됐다. 불법소각은 소규모로 이뤄져 잡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물질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파악도 쉽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과 노천소각 현장 5만7342곳을 점검한 결과 총 4만6347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돼 377건을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 했다고 30일 밝혔다. 적발 건 중 97.3%는 농·어촌 등에서 이뤄진 불법소각이었다. 주로 비닐하우스 폐비닐이나 생활쓰레기를 태우는 경우였다. 폐목재나 폐자재를 태운 사업장도 일부 적발됐다. 노천 불법소각은 미세먼지와 함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같은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여과 없이 배출한다. 폐비닐 소각 시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인적이 없는 공터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하기 어렵고 집계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상당할 거라 추산한다. 환경부는 불법 소각 대부분이 폐기물 처리가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서 발생함에 따라 폐기물 공동집하장 등 적정처리시설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드론 등 최신기술을 활용한 단속도 확대할 예정이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대진침대에서 검출돼 큰 파문을 일으킨 방사성 물질 라돈이 수돗물 수질감시항목에 들어간다. 환경호르몬 물질 과불화화합물 3종도 추가된다. 환경부는 현재 28종인 수돗물 수질감시항목에 7월부터 라돈과 PFOS, PFOA, PFHxS 등 과불화화합물 3종을 추가한다고 29일 밝혔다. 수질감시항목이 되면 지방자치단체나 수자원공사 같은 수도사업자가 주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환경부가 2007∼2017년 지방상수도가 없는 도서·산간지역 소규모 수도시설 4736개를 조사한 결과 805곳의 라돈 수치가 미국의 권고치를 넘겼다. 앞으로 이런 소규모 수도시설과 정수장은 매년 2회 이상 수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과불화화합물 3종은 정수장에서 검출되는 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감시 항목에 선정됐다. 수질감시항목의 검사 결과는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초여름같이 덥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자외선지수가 연일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자외선은 한여름(7, 8월)에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늦봄과 초여름에 오히려 더 강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9일 자외선지수는 전국이 ‘나쁨’ 수준에 들고, 수도권을 제외한 중부와 남부, 강원영동 지방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30일도 경기북부와 강원영동, 제주는 ‘매우 나쁨’, 나머지 지역은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월별 자외선지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자외선이 가장 강했던 달은 5월이었다. 5, 6월에는 피부 깊숙이 침투해 노화를 일으키는 자외선A가 상대적으로 강해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차단제에 표기된 ‘PA’는 자외선A 차단지수, ‘SPF’는 자외선B 차단지수를 뜻한다. 자외선이 가장 강한 시간은 낮 12시∼오후 1시이므로 오전에 차단제를 발랐더라도 점심 먹기 전 한 번 더 덧발라주면 좋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오는 느낌이다.’ 내가 들은 출산의 고통을 표현한 말 중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 흔히 인간이 느끼는 최고 고통을 10이라 할 때 출산이 9 정도에 이른다고들 한다. 평소 작디작은 구멍에서 작은 수박에 비견될 만한 아이 몸을 빼내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첫 아이 임신 때 이런 류의 표현들을 읽으며 설레는 한편으로 두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다수가 제왕절개수술이나 무통주사 분만을 한다지만 불행히도 나는 세 아이 출산 때 모두 무통주사를 맞지 못했다. 출산이 너무 빨리 진행됐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행운이고 어찌 보면 불운이다. 그 덕분에 나는 세 번의 출산에서 모두 ‘콧구멍에서 수박이 나오는 고통’을 온전히 겪었다. 첫 아이 때는 경황 중에 출산을 맞았다. 아이는 드라마틱하게도 출산휴가 D-1일 아침 바깥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초산치고 이례적으로 빠른 출산이었다. 전날 밤새 회사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고 사무실 짐을 챙겨오려고 가방을 준비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 배에 살짝 통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책에서만 읽던 ‘가진통’인 줄 알았다. “나 말로만 듣던 가진통 오나봐. 그래도 병원 한 번 가봐야겠지?” 신랑이랑 이런 잡담을 나누며 떨렁떨렁 걸어서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상태를 확인해본 분만실 간호사에게 “이미 자궁문이 3cm 열렸다”는 말을 듣고야 나도 신랑도 심각성을 인지했다. 출산은 급속히 진행됐고 우물쭈물하다가 무통주사 맞을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몇 시간 진통하고 아이가 나오는 느낌을 온전히 느끼며 첫 애를 만났다. 둘째와 셋째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진통 초기엔 진행이 느려 유도분만 주사를 맞았다. 자궁이 이미 1cm가량 열렸다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록 도통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유도제를 맞은 지 2시간여 만에 출산이 진행되는 바람에 또 무통주사를 맞지 못했다. 남편은 “유도제를 맞지 않아야 회복도 빠르대”라며 진통 중인 내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남은 아파 죽겠는데. 합리화하는 남편이 때려주고 싶게 얄미웠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경험 탓인지 네번째임에도 여전히 출산은 두렵다. 한 번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옛날 아이 낳다가 그렇게들 많이 죽었다는데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여성, 그 중에 또 절반가량은 애를 낳기에 누구나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임신·출산은 여성에겐 정말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래도 비교적 쉽게 임신하고 출산한 경우에 속한다. 임신 중 입덧도 전혀 없었고 약간의 빈혈이 있긴 했지만 비만, 임신성 고혈압, 당뇨 등 심각한 질환도 전혀 겪지 않았다. 셋째 임신 때는 조금 고생을 하긴 했다. 산달이 한여름이었는데 만삭기간 더위 탓에 피부질환과 질 내 염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에 회사를 일찍 쉴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려움 때문에 한 달여간 잠도 잘 못 자고 일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넷째를 임신한 요즘은 그동안의 임신에서 겪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바로 허리 통증이다. 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의사는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며 누적된 게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하긴 임신기간 동안 내 몸무게의 4분의 1에 이르는 배를 달고 다닌 데다 출산 후엔 일하랴 아이들 바라지하랴 단 하루도 뒹굴거려 본 기억이 없다. 이제쯤 허리가 ‘아프다’고 아우성 칠 때도 됐다. 생전 내 돈 주고 병원이란 걸 거의 가 본 일 없는 ‘강골’이었는데. 요새는 매주 침을 맞기 위해 한의원에 간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잔심부름 시키는 일도 부쩍 늘었다. “엄마 리모컨 좀 갖다 줄래?” “코 풀어줄 테니 휴지 가져와.” “장난감 비닐은 부엌 분리수거함에 각자 알아서 넣으렴.” 이렇게 허리 움직임을 최소화하는데도 워킹맘의 신세인지라 집에서든 밖에서든 움직일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외가친척 모임에 참석했는데, 자녀들이 모두 초등학생인 사촌언니, 오빠들과 달리 나는 식사시간 내내 엉덩이를 5분 붙이기도 어려웠다. 아이 3명이 돌아가며 “쉬야가 마렵다” “스파게티가 더 먹고 싶다”(그 식당은 뷔페였다) “음식을 뱉었다”며 엄마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도 어김없이 허리를 붙잡고 드러눕고 말았다. 이번 임신 땐 유달리 배도 더 큰 느낌이다. 네 번의 임신을 겪으며 자궁도, 뱃살도 탄력을 잃었나 보다. 신랑도 “만삭되면 얼마나 더 커지는 것이냐”며 놀랄 정도니 단순한 착각은 아닌 듯하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오래 앉아있으면 횡격막이 눌리는지 숨이 찬다. 차라리 서 있는 게 편해 대중교통에서 자리 양보를 받으면 외려 난감할 때도 있다. 나도 이럴진대 임신 기간 내내 입덧, 출혈에 조산 위험으로 몇 달을 누워 지낸다는 임신부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일부 보건소나 기관은 임신부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아빠들이나 임신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체험해보라 권하고 싶다.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지면 전화 걱정보다는 몸을 굽혀 주울 생각에 한숨이 나고, 양말 하나를 신다가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이유를 비임신부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단다. 많은 여성들은 그런 힘듦과 고통을 겪으며 한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보내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비롯한 모든 임신부들에게 응원과 경의의 박수를 보내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중년 남성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통풍’이 20, 30대 남성들에게서 크게 늘고 있다.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등 서구화된 식습관 확대와 스트레스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26만5065명에서 2017년 39만5154명으로 5년 새 49% 증가했다. 환자의 90%는 남성이다. 40, 50대 환자수가 많긴 하지만 증가폭은 20, 30대가 훨씬 컸다. 20, 30대 남성 환자는 5년 새 각각 82%, 66% 늘었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의미의 통풍은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면서 아픈 질환이다. 통풍은 신체 대사과정에서 단백질의 찌꺼기인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발생한다. 기름진 음식과 술에는 체내 요산 합성을 촉진하는 퓨린이라는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 특히 술은 요산과 함께 젖산을 축적시켜 요산 배출을 더욱 어렵게 한다. 고은미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기름진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치맥은 통풍을 부르는 최악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중년 남성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통풍’이 20~30대 남성들에서 크게 늘고 있다.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등 서구화된 식습관 확대와 스트레스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26만5065명에서 2017년 39만5154명으로 5년 새 49% 증가했다. 환자의 90%는 남성이다. 40~50대 환자수가 많긴 하지만 증가폭은 20~30대가 훨씬 컸다. 20, 30대 남성 환자는 5년 새 각각 82%, 66% 늘었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의미의 통풍은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면서 아픈 질환이다. 처음에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귓바퀴 등 신체 말단 부위 관절이 저리거나 붓다가 점차 다른 관절로 증상이 옮겨간다. 심하면 통증도 커지고 관절 변형, 신장 결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긴다. 통풍은 신체 대사과정에서 단백질의 찌꺼기인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발생한다. 기름진 음식과 술에는 체내 요산 합성을 촉진하는 퓨린이라는 성분이 다량 들어있다. 특히 술은 요산과 함께 젖산을 축적시켜 요산 배출을 더욱 어렵게 한다. 고은미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기름진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치맥은 통풍을 부르는 최악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101세 모친상, 가족끼리 모여 조용히 2일장 지난해 인상 깊은 장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 선생님의 모친상이었는데 가족끼리만 모여 2일장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부고조차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니 노모가 101세에 돌아가신 데다 본인도 팔순이 넘어 번잡스럽게 알릴 필요 있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는 먼저 세상을 떴고, 고령의 올케와 본인만 남아 가족끼리 작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더군요. 식구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하고 다음 날 화장을 하니 자연스럽게 2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 은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장까지 지낸 분이라 충분히 많은 문상객이 올 수 있었을 텐데, 남들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평소 성품대로 장례를 치른 셈이죠. 한편으론 ‘이게 고령화시대의 장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대로 모셔야지, 빈소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하지만 화려하게 꽃 장식을 하고 손님을 많이 받는 3일장을 한다고 장례의 의미가 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소한 장례는 불효일까요? ■ 3일 내내 허둥지둥… 추모할 틈 없어올 초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김모 씨(39)는 아버지를 3일장으로 모셨다. 3일장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김 씨는 “한국에서 장례는 무조건 3일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께 올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부고도 많이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정작 안치실의 아버지 얼굴은 몇 번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밤낮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지인만 모여 뜻깊은 예식을 올리는 간소한 장례식도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마지막에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막상 내가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법의 의미보다 형식과 크기에 치중하는 한국의 장례는 조문객에게도 부담이다. 영업직인 김진표(가명·37) 씨는 매주 한두 번은 꼭 문상을 간다. 그는 “내가 가는 상가 중 고인을 직접적으로 알거나 유족과 친밀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부의 봉투를 내고 ‘얼굴도장’을 찍으러 간다. 일의 연장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환(가명·32) 씨는 “얼마 전 혼자 지방의 상가에 갔는데 조문객들이 계속 이어져 정작 상주를 위로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혼자 민망하게 육개장 한 그릇 먹고 얼른 일어섰다”고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고인의 추모와 유족의 위로’라는 장례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살리려면 손님 받기 위주로 진행되는 3일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우리처럼 3일장을 치르지만 조문객을 받는 시간을 제한한다. 서동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소장은 “일본에 가보니 3일장의 첫날은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을 정해 조문객을 받더라”며 “초청 규모도 50∼100명 정도로 적었다. 추모예식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내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우리나라 특유의 장례 문화인 셈이다. 본래 장례식장 식사 문화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여를 나를 때 상여꾼들과 멀리서 온 조문객에게 밥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장례 한 건당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식대”라며 “식사 문화만 바꿔도 장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의금을 받지 않고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자연스레 장례 기간이 2일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을 할 수 있다. 2일장은 가장 짧은 형태의 장례인 셈이다. 서울 한 중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고모 씨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늘다 보니 현재 우리 병원 장례 10건 중 1건은 빈소를 차리지 않는 1박 2일장”이라며 “조문객 없이 3일장을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가족장이나 장례식 없이 곧바로 화장만 하는 직장(直葬)이나 1일장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2일장 등 ‘간소한 장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장례 기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장례 예식 문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한국 공동취재단이 방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23일 우여곡절 끝에 북한 원산에 도착했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이벤트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5개국(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기자단은 이날 오후 원산에서 풍계리행 특별열차에 탑승했다. 핵실험장 폐기는 이르면 24일 오후 전문가 없이 기자단 참관 아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열차 이동 중에 블라인드 걷지 말라” 한국 취재단은 23일 낮 12시 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인 ‘공군 5호기’를 타고 출발해 오후 2시 48분에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 북측은 공항에서 짐을 꼼꼼히 뒤지며 방사능 측정기, 위성전화기, 블루투스(무선) 마우스를 압수했다. 마우스를 압수한 것은 혹시 있을 전파간섭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취재단은 갈마호텔에서 외신 기자단과 합류한 뒤 오후 7시경 원산역에서 특별전용열차를 타고 풍계리로 떠났다. 기자들은 왕복 열차표를 사는 데 75달러(약 8만1000원)를 냈고, 열차 내 매끼 식사비는 20달러(약 2만2000원)였다. AP통신은 “취재진에 침대 4개가 놓인 열차 칸이 배정됐는데,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도록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기자들에겐 ‘블라인드를 걷지 말라’란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열차 출발을 저녁 시간으로 잡은 건 군사시설 노출을 감추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기자단은 풍계리에 인접한 재덕역에 24일 오전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원산∼풍계리 현장까지 직선거리는 270km 정도지만 철로와 도로를 통하면 437km에 달한다. 북한은 철로 사정도 좋지 않아 이동 시간만 최소 12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재덕역에 도착해 다시 버스와 도보로 2시간가량을 이동해야 마침내 길주군 시내에서 약 42km 떨어진 만탑산(해발 2205m) 계곡에 위치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닿을 수 있다.○ ‘죽음의 땅’에서 야간 폭파쇼 펼쳐지나 풍계리에서 기자단 눈앞에 펼쳐질 첫 번째 광경은 ‘시꺼먼 입’을 벌린 갱도 입구일 것으로 보인다. 기자단은 북한이 마련한 4단짜리 전망대에 서서 풍계리 내 1∼4번 갱도 폭파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1차 핵실험을 진행한 1번 갱도와 2∼6차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는 물론이고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3, 4번 갱도까지 모두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핵실험장 폭파는 24일 오후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북한은 23∼25일 중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 하루 여유를 두고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일단 24, 25일 모두 구름만 조금 낄 뿐 대체로 맑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4일 밤부터 25일 새벽 사이 구름이 많고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은 있다. 북한은 3, 4번 갱도의 경우 갱도 맨 안쪽부터 순차적으로 재래식 TNT 폭약 등을 이용해 폭파할 것으로 보인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이후 이미 붕괴된 만큼 별도의 폭파 절차도 필요 없지만 2번 갱도의 경우 폭파 작업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 자체가 구불구불한 데다 기폭실 주변 차단벽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게 정교한 사전작업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야간 폭파’를 감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08년 영변 냉각탑은 덩치가 커서 무너져 내리는 게 보이는데 이번은 동굴 폭파로 외부로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유일한 건 폭파로 인한 불꽃인데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야간에 ‘폭죽놀이’를 하듯 폭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북측이 폭파 전 기자단에 갱도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북한에서 고위급 인사가 함께 참관할지도 관심사다. 방사능 누출 우려가 높은 현장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찾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이미지 기자 / 원산=외교부 공동취재단}

임신부 사망 원인 1위는 무엇일까? 바로 ‘임신중독증’이다. 22일은 세계 모자보건단체들이 정한 ‘세계 임신중독의 날’이다. 매년 전 세계 임신부 7만6000명과 태아 50만 명이 임신중독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연간 약 1만 명의 임신부가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중독증은 임신으로 인한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혈압이 올라가면서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단백뇨(소변에 정상 범주 이상의 단백질이 섞여 나옴)가 나타나는 병이다. 의학에서는 임신성 고혈압 혹은 자간증이라고 부른다. 고혈압만 나타나면 임신성 고혈압, 경련 발작 의식불명 증상이 동반되면 자간증이다. 최근 만혼과 노산의 영향으로 고위험 임신부가 늘면서 임신중독증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만 35세가 넘어 임신하면 고령 임신이라고 한다. 대한주산의학회 보고에 따르면 고령 임신부는 젊은 임신부에 비해 임신성 당뇨는 약 2배, 고혈압은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임신중독증의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미숙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산모에게 시력 장애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심하면 태아와 산모가 사망에 이른다. 심성신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므로 증상이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중독증은 보통 3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임신성 고혈압이다. 임산부 10명 중 9명은 임신 중 혈압이 올라도 분만 후 12주가 지나면 정상 혈압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고혈압 진단 기준(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을 넘길 정도로 높다면 임신중독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때는 항고혈압 제제를 주입해 혈압을 낮춰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단백뇨다. 고혈압이 어느 이상 진행되면 이 단계로 넘어간다. 혈소판 감소, 간 기능 저하, 신장 기능 악화, 폐부종 같은 증상이 급격히 진행될 수 있어 34주 이후 산모라면 곧바로 분만을 해야 한다. 34주 이전이라면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을 쓴다. 마지막 단계는 경련이다. 임신중독증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다. 부종이 심해지고 소변량이 줄며 두통과 상복부 통증, 시야 장애까지 나타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34주 이전이라도 무조건 분만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증상이 단계별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신중독증으로 경련과 발작을 일으킨 환자의 38%가 고혈압과 단백뇨를 보이지 않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두통, 상복부 통증,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은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임신의 일반적인 증상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꾸준한 산전(産前) 진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임신중독증 진단이 가능하다. 임신 32주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32주 이후에는 2주에 한 번 산전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심 교수는 “정기 산전 진료에서 반복적으로 혈압 상승과 체중 증가가 나타나는 임신부라면 임신중독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임신 초기인 12∼36주에는 아스피린 치료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중독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고른 영양 섭취가 기본이다. 임신 전 당뇨나 고혈압, 비만이 있는 여성이라면 미리 치료해 두는 것이 좋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23일 밤 한반도에 상륙한 중국발 황사가 24일까지 이어진다. 일부 남부지방은 25일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1, 22일 중국 북부지방과 고비사막에서 이틀 연속으로 발원한 황사가 기압골 후면을 따라 남동진하면서 24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이날 전국 19개 권역 미세먼지(PM10) 농도가 모두 ‘나쁨’ 수준(m³당 81μg 초과)을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일부 권역에서는 ‘매우 나쁨’ 수준(151μg 초과)의 농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3일에도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황사가 발원했지만 이 황사는 한반도까지 내려오지는 않을 거라고 국립기상과학원은 예측했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에 남아 있던 황사가 기류 변화에 따라 일부 남부 지방에 영향을 미치면서 25일까지 황사 영향을 받는 곳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황사는 올해 수도권에 영향을 미치는 3번째 황사다. 지난해에는 4월까지 2회, 5월 한 달 동안만 5회의 황사가 발생했다. 황사는 비교적 알갱이가 큰 먼지라 코에서 거의 걸러지고 초미세먼지(PM2.5)처럼 폐까지 도달하진 않는다. 하지만 노약자나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황사 발생 시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해 인상 깊은 장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 선생님의 모친상이었는데 가족끼리만 모여 2일장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부고조차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니 노모가 101세에 돌아가신 데다 본인도 팔순이 넘어 번잡스럽게 알릴 필요 있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는 먼저 세상을 떴고, 고령의 올케와 본인만 남아 가족끼리 작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더군요. 식구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하고 다음 날 화장을 하니 자연스럽게 2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 은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장까지 지낸 분이라 충분히 많은 문상객이 올 수 있었을 텐데, 남들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평소 성품대로 장례를 치른 셈이죠. 한편으론 ‘이게 고령화시대의 장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대로 모셔야지, 빈소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하지만 화려하게 꽃 장식을 하고 손님을 많이 받는 3일장을 한다고 장례의 의미가 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소한 장례는 불효일까요?올 초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김모 씨(39)는 아버지를 3일장으로 모셨다. 3일장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김 씨는 “한국에서 장례는 무조건 3일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께 올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부고도 많이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정작 안치실의 아버지 얼굴은 몇 번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밤낮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지인만 모여 뜻깊은 예식을 올리는 간소한 장례식도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마지막에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막상 내가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법의 의미보다 형식과 크기에 치중하는 한국의 장례는 조문객에게도 부담이다. 영업직인 김진표(가명·37) 씨는 매주 한두 번은 꼭 문상을 간다. 그는 “내가 가는 상가 중 고인을 직접적으로 알거나 유족과 친밀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부의 봉투를 내고 ‘얼굴도장’을 찍으러 간다. 일의 연장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환(가명·32) 씨는 “얼마 전 혼자 지방의 상가에 갔는데 조문객들이 계속 이어져 정작 상주를 위로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혼자 민망하게 육개장 한 그릇만 먹고 얼른 일어섰다”고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고인의 추모와 유족의 위로’라는 장례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살리려면 손님 받기 위주로 진행되는 3일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우리처럼 3일장을 치르지만 조문객을 받는 시간을 제한한다. 서동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소장은 “일본에 가보니 3일장의 첫날은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을 정해 조문객을 받더라”며 “초청 규모도 50~100명 정도로 적었다. 추모예식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내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우리나라 특유의 장례 문화인 셈이다. 본래 장례식장 식사 문화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여를 나를 때 상여꾼들과 멀리서 온 조문객에게 밥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장례 한 건당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식대”라며 “식사 문화만 바꿔도 장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의금을 받지 않고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레 장례 기간이 2일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을 할 수 있다. 2일장은 가장 짧은 형태의 장례인 셈이다. 서울 한 중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고모 씨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늘다 보니 현재 우리 병원 장례 10건 중 1건은 빈소를 차리지 않는 1박 2일장”이라며 “조문객 없이 3일장을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가족장이나 장례식 없이 막바로 화장만 하는 직장, 1일장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2일장 등 ‘간소한 장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장례 기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장례 예식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