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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무용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무용수들이 고국 무대에 오른다. 올해 14회를 맞은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이 21, 22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효정을 비롯해 스페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세연, 프랑스 마르세유발레단 이지영, 미국 조프리발레단 솔리스트 정한솔, 미국 컬럼비아클래시컬 발레 수석무용수 진세현 등 5명이 출연한다. 강효정과 김세연은 ‘다시 보고 싶은 해외스타’로 다시 초청됐고, 이지영, 정한솔, 진세현은 처음으로 이 무대에 선다. 국내 초청 무용수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국립발레단의 황금 콤비로 명성을 누렸던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오랜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모던테이블 김재덕 대표는 초청 안무가로 선정됐다. 해외 무용단 진출이 유력한 조은수(서울예고), 박한나(선화예중)가 영스타 무용수로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박세은 등이 영스타 무용수로 선정된 뒤 해외 발레단으로 진출했다. 2만∼9만 원. 02-3674-221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클래식, 애니메이션, 내레이션 등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가 국내에서 아시아 초연된다.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는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어린이를 위해 1936년 쓴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를 피터가 잡기까지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음악과 영상, 내레이션 등으로 펼쳐낸다. 거대한 로봇이 있는 미스터리한 빌딩,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헬리콥터 추격 장면 등이 담겨 있다. 미국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멀티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자이언츠 아 스몰(Giants Are Small)’의 신작이다. 올해 5월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을 가진 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서울에서 열린다. 내레이션은 한국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가 맡는다. 한대수는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내가 징검다리가 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퍼커션 그룹 ‘스톰프’의 제이슨 밀스가 무대 위에서 음향, 효과음 등을 즉석에서 들려준다. 공연 주최사 피터앤더울프의 김인현 음악감독은 “늑대가 오리를 잡아먹는 장면에서 제이슨 밀스가 바나나를 먹으며 음향 효과를 내고, 연못 장면에서는 물이 담긴 소형 튜브에 들어가 소리를 낸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리(이병우)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담당한다. 2만∼12만 원. 02-747-7790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리코더(피리)로 ‘학교종이 땡땡땡’ 음악을 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리코더는 친숙한 악기다.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악기 중 하나다. 하지만 리코더 전문 연주자를 이야기하면 의아한 눈빛을 보낼지도 모른다. 리코더리스트 염은초(25)는 남들과 같이 ‘학교종’을 리코더로 불기 시작하다 리코더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박사학위까지 따고 전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리코더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외에서는 대학마다 전문과정이 있을 정도로 리코더는 중요한 악기예요. 바로크 시대 때 주요 악기 중 하나였죠. 국내에서는 음악 입문용 악기라는 인식이 강해 전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는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지만 리코더의 매력에 빠져 열 살 때 리코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11세 때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영재로 데뷔한 그는 5년 뒤 스위스 취리히 국립음대 최연소 입학에 이어 2014년 영국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에 관악기 최초로 입학해 이듬해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땄다. 2012년 독일 니더작센 국제 리코더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리코더에 관한 전문적인 과정을 밟은 그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대중적인 행보 때문이다. 그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또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리코더 강의도 펼치고 있다. 최근 그가 직접 만든 리코더 교재가 3000부 넘게 팔리기도 했다. 12, 14, 26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애니메이션, 가요, 영화 음악 등을 들려주는 ‘판타스틱 리코더’란 무대도 갖는다. “리코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기에는 원래 리코더가 대중 악기예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리코더를 제대로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공연 때마다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 등을 연습해서 들려주고는 해요. 아이들이 저를 좋아해서 민망하게도 ‘리코더계의 아이돌’이라고도 불려요.(웃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기 위해서라도 리코더만큼 싸고, 작고, 쉬운 악기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리코더 가격도 1만 원 내외다. “프로 연주자가 왜 아이들 앞에서 연주를 하냐고 하지만 제가 프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리코더를 통해 클래식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 연주하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광명동굴 바비인형전’이 10월 31일까지 경기 광명시 광명동굴 라스코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프랑스 장식미술박물관에 소장된 바비인형 147점을 비롯해 바비인형 제조사인 미국 마텔사가 소유한 한정판 에디션 바비인형 등 74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바비인형의 소개, 역사, 다양한 직업들, 제작 과정, 예술가의 컬래버레이션 작품, 패션 등 7개 섹션으로 구성돼 바비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어른 1만 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 070-4277-8902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 6월 19,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죽음과 여인’이라는 신작 발레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38)의 안무 데뷔 작품입니다. 데뷔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김세연은 “‘죽음과 여인’은 죽음 자체에 천착하는 작품은 아니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시간이 좀더 의미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춤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눈길을 끈 무용수는 발레리나 임혜경(46)입니다. 1998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다 2010년 39세의 나이로 은퇴했습니다. 그 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무대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현역 때보다 많은 무대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무대에 올랐습니다. 출연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임혜경은 작품의 무게를 잡아주었습니다. 풍부한 경험과 그 나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간 위에 춤추는 듯한 우아함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2 김주원(40)은 6월 8~1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컨택트’에 출연했습니다. 작품의 가장 중심 배역인 ‘노란 드레스 여인’을 맡았습니다. 컨택트는 김주원에게 2010년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신인상을 안겨준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김주원은 “몸의 언어를 통해 다른 장르의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다음에도 몸 관리가 잘 된다면 또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다”고 말했습니다. 뉴욕의 성공한 광고인이지만 속마음을 나눌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남자주인공은 수차례 자살 시도 끝에 절망과 우울함으로 방황하다 우연히 들어간 한 재즈바에서 꿈의 이상형, 춤추는 노란드레스의 여인을 만난다는 내용입니다. 노란드레스로 분한 김주원은 신비하면서도 고혹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대사 없이 춤으로만 보여줍니다. 존재감이 꽤 강렬해서 공연이 끝난 뒤 생각나는 것은 ‘노란드레스’밖에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3 지난달 25일까지 열렸던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안무가 김용걸(44)의 ‘스텝 바이 스텝’(6월 17, 18일)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무용단에서 주역이 아닌 군무로 활동했던 한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올해 3월 국립발레단에서 주로 군무를 맡다 은퇴한 발레리나 이향조(38)가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발레에 입문한 이향조는 성실함 덕분에 국내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며 2003년 국립발레단 정단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15년간 주로 군무로 활동하다 은퇴했습니다.이향조는 “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여러 번 주저했다. 이 작품을 만들며 내가 발레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 무용수로서 무대에 설 일이 많진 않겠지만 계속 발레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4 지난달 23일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에서는 주역 중 하나인 프리기아 역으로 김지영(39)이 나섰습니다. 올해 프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지영은 고난도 기술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는 손끝, 발끝의 선과 동작 하나하나가 정확했습니다. 프리기아 연기는 절제미와 담백함이 돋보였습니다. 겉으로는 정숙함이지만 내면의 섹시함을 표현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김지영은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발레다. 지금도 좀 더 춤을 잘 추고 싶다. 내가 이렇게 오래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나도 춤을 오래 출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발레를 비롯해 무용은 ‘젊음의 예술’로 불립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서 활동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앞에서 얘기한 김세연, 임혜경, 김주원, 이향조, 김지영은 흔치 않은 30대 후반 40대 무용수들입니다. 비록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을지라도 이들의 원숙함과 노련함, 그리고 춤과 몸에 대한 깊이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클래식 음악과 마찬가지로 무용도 시간의 예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꾸준한 자기관리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후배 무용수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 한 달 동안 이들을 무대에서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는 군무를 추는 발레리노 45명의 꿈틀대는 근육과 남성적인 에너지가 압권인 작품이다. 이 때문에 남성 무용수에게 초점이 맞춰지지만 여성 무용수의 비중도 크다. 특히 주역 1, 2명이 도드라지는 다른 작품과 달리 네 명의 주역, 노예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아내 프리기아, 로마 장군 크라수스와 그의 애첩 아이기나 모두 거의 동등하게 등장한다. 4명의 주역이 상반된 캐릭터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긴장감이 달라진다. 23일 서울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무대에는 이재우(스파르타쿠스), 김지영(프리기아), 변성완(크라수스), 박슬기(아이기나)가 등장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김지영이다. 올해 프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지영은 고난도 기술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깔끔하게 처리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는 손끝, 발끝의 선과 동작 하나하나가 정확했다. 3막에서 이재우와의 2인무는 교재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주역들 사이에서 김지영의 프리기아 연기는 절제미와 담백함이 돋보였다. 겉으로는 정숙함이지만 내면의 섹시함을 표현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그 중간을 김지영은 잘 알고 있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지난해 녹음 음악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담당했다. 앞으로 국립발레단이 스파르타쿠스를 언제 다시 무대에 올릴지 알 수 없다. 이 무대가 김지영의 마지막 프리기아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한 번, 아니 앞으로도 계속 김지영의 프리기아를 보고 싶다면 욕심일까?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몇 년 뒤 부채라는 단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채는 우리 선조들이 애용해온 생활의 소품이자 풍류의 상징이었다. 특히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부터 한여름을 나기 위한 필수품이며 선물로도 주고받았다. 최근 부채의 자리를 휴대용 선풍기가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뿐 아니라 거리의 많은 가게가 휴대용 선풍기를 팔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에 캐릭터 상품까지 등장해 초등학생부터 40, 50대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휴대용 선풍기의 매출은 40∼80%까지 늘었다. 자연스럽게 거리에서 휴대용 선풍기를 든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격도 1만 원 안팎으로 비싸지 않아 센스 있는 선물용으로도 인기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는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채를 부치는 풍경으로 여름이 왔음을 실감하던 세상은 옛 풍경이 됐다. 얼마 전 지하철역 부근에서 알록달록한 무늬의 부채를 팔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지나치지 못하고 부채 한 개를 사왔지만 한 달째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현수 셰프(39)에게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레스토랑과 셰프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는 2005년 미슐랭 가이드를 손에 들고 일본, 호주, 미국으로 떠났다. 5년간의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레스토랑과 셰프들을 찾아다니며 요리를 배웠다. 그리고 11년 뒤. 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에 그의 이름을 실었다. “미슐랭 가이드는 제게 선생님이었습니다. 이 책에 제 이름이 실린 것은 그동안의 작업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난 2년간 한식 레스토랑 ‘이십사절기’를 이끌며 미슐랭 가이드 별 1개를 받았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종로구에 자신의 이름을 건 한식 파인다이닝(고급식당) 레스토랑 ‘두레유’를 열었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그는 생애 첫 ‘오너 셰프’라는 직함에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전에도 오너 셰프처럼 일해 왔지만 지금은 직원들 월급도 주고 경영도 해야 하니 조금 더 바빠졌어요. 그래도 원하는 음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에는 총 24곳이 별을 받았다. 그중 13곳이 한식 또는 모던 한식이었다. 모던 한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두고 외국인 시각에서의 선정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모던 한식이 많아 저도 충격을 받았죠. 그만큼 우리가 갖고 있는 한식에 대한 자산이 별로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외국인 시각이라고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가 한식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요리의 길에 뛰어들었다. 한식당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한식, 일식, 양식 등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유명 한식집을 돌아다니며 경력을 쌓았고 5년간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웠다. “해외 생활에서 얻은 결론은 한식입니다. 점점 외면당하는 전통 한식이 안타까웠어요. 한식이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한식의 모던화와 고급화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2010년부터 줄곧 그는 한식 파인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다. 1세대 한식 파인다이닝 셰프다. 틈만 나면 전국 5일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매달 메뉴를 바꾸며 새 요리를 내놓는다. 한식 보급을 위해 올해 초부터는 한 방송사의 음식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식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또 TV에 출연하는 셰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송을 통해 한식이 친근하고 어렵지 않은 요리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최근 '타이거 맥주' 주최로 태국 스트리트 푸드와 한식 파인다이닝의 만남에 대한 행사에 참석했다. 앞으로 단품 요리와 길거리 음식까지 한식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한식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해요. 최근 젊은층에서 한식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파인다이닝은 문턱이 높은 편이지만 단품이나 길거리 음식 등을 개발해 더 많은 사람이 한식을 즐기고 요리했으면 좋겠습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콩쿠르에 한두 번 참가한 것도 아닌데 꽤 긴장했나 봐요. 제 이름이 불릴 때 긴장이 풀리면서 넘어질 뻔했어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은 이달 10일 폐막한 북미 최고 권위의 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결선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콩쿠르를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야 여유롭게 웃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한 달 전만 해도 그는 커다란 부담감에 시달렸다. “콩쿠르 준비 자체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줘요. 주위의 응원마저도 스트레스로 다가오죠. 콩쿠르 기간에는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 지인들과의 연락도 끊었어요.” 그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다른 콩쿠르보다 연주 분량이 많아 체력적으로도 힘든 대회였다고 말했다. “결선까지 독주곡 2번을 포함해 6번을 연주해야 했어요. 곡당 45분 정도로, 2주 동안 4시간 넘게 연주를 했어요. 이틀에 한 번꼴로 연주를 했는데 거의 체육인과 다를 바 없었죠.(웃음)”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출신인 그는 16세 때부터 1년에 2번에서 4번씩 크고 작은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왔다.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2015년) 등 8개 대회에서 우승해 ‘콩쿠르 부자’로 불리기도 했다. “콩쿠르에 출전한 게 단순히 경력을 쌓고 우승 특전으로 주어지는 연주 기회를 얻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집에서 금전적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연주를 계속하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콩쿠르에 참가해야 했죠.” 음악회 때마다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단벌 신사’로 유명한 그는 콩쿠르를 ‘졸업’할 만한데 늦은 나이에 다시 콩쿠르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라고 답했다. “제 나태함으로 인한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2015년 쇼팽 콩쿠르(조성진 우승)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예선 탈락했어요. 이번에는 더 부지런히 일찍 준비했고 다른 때보다 5∼6배 이상 연습했죠. 그렇게 일찍 준비하면 지치지 않겠냐고 주변에서 말릴 정도였어요.” 그는 앞으로는 콩쿠르에 도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른 콩쿠르에 비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우승자에 대한 지원이 많아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도 열렸어요. 충분히 노력했고 이제 후회는 없어요.” 올해 그는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미국 등에서 연주회를 열고 11월에 한국에 돌아와 세종문화회관 40주년 기념공연 협연과 12월 20일 독주회를 가진다. 이미 독주회는 매진돼 추가 공연(12월 15일)을 준비 중이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연주자로서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는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걸어왔지만 음악으로 위로와 치유를 받고 행복을 느껴왔어요. 그런 느낌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0일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이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연주했던 2곡을 연주했습니다. 세미파이널 연주곡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듀엣 주제의 사랑을 말하다’와 예선전 연주곡인 슈베르트-리스트의 가곡 ‘라타나이’는 8월에 발매 예정인 콩쿠르 우승 실황음반에서 각각 2번째와 6번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소개합니다.Q. 이번 콩쿠르가 유독 힘들었다는데….A. 꽤 많은 콩쿠르를 나갔는데 모든 것을 통틀어서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총 6번을 연주했어요. 한 곡이 45분 정도여서 시간으로 따지면 4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이죠. 짧은 기간에 콩쿠르가 이뤄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Q.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가 있는 콩쿠르인 것 같아요.A.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제 나이도 이제 콩쿠르 참가에 제한이 걸리는 거의 마지막 시기죠. 음악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감사하게도 좋은 상을 많이 받았었지만 나태함 때문에, 예를 들어 콩쿠르 일주일전 프로그램 곡을 바꾸는 등 개인적으로 소홀하게 준비했던 때도 있었어요. 이번 콩쿠르 때는 특별히 후회 없이 준비를 해서 나가고 싶었어요. 준비도 많이 했어요. Q. 대회 직전까지 다른 연주회도 많았는데….A. 항상 콩쿠르 준비는 연주회를 준비할 때처럼 해요. 조금 다른 점은 치밀하게 준비한다는 것이죠. 모든 음악적 표현에서 조금 더 느슨해지거나 소홀해지면 안되니 그런 점에 중점을 뒀어요. 연주 일정이 있다고 콩쿠르에 크게 지장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연주에만 집중하려고 했어요. 예전과 다르게 부지런히 준비를 했기 때문에 콩쿠르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어요. Q. 콩쿠르 나가기 전까지 고등학교 3학년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잖아요.A. 준비 과정은 힘들었죠. 콩쿠르를 준비하는 동안은 지인들과 연락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어머니와도 문자메시지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니 이해를 해주시죠. 저도 스트레스 받을 때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힘든 상황을 얘기해요. 잘 받아줘서 고맙죠. 콩쿠르를 준비하고 참가한다는 건 정신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은 일이에요. 다른 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Q. 많은 콩쿠르에 참가했는데 이번 콩쿠르도 긴장됐나요?A. 긴장감은 점점 커져요. 부담감도 커지죠. 이번 콩쿠르 세미파이널 결과 발표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 이름을 듣고 일어나면서 휘청거렸어요. 머리를 의자에 부딪쳤죠. Q. 이번 콩쿠르처럼 큰 대회에서는 흠을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나요?A. 콩쿠르 연주와 연주회에서의 연주에 많은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올해 4월 독일의 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많이 깨달았어요. 심사위원이라는 자리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요. 참가자들이 아무리 결점 없는 연주를 하더라도, 무결점보다는 흡입력이 있는 연주에 끌리게 돼요. 저도 이번 콩쿠르 뒤 심사위원들에게 들었던 얘기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이 “당신의 연주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설득력이 있었다”라는 말이었어요. 연주자에게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Q. 이번 콩쿠르에서 프로그램을 다른 참가자와 차별화를 했나요?A. 평소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와 같아요. 조금 더 다양한 맛을 들려주고 싶었고 제 장점을 표출할 수 있는 곡들을 선택했어요.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들려준 두 곡도 짧은 곡이지만 프로그램 상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도움이 됐어요. 제가 앙코르 때 자주 연주하는 곡이기도 하죠. 다양성에 중점을 두었어요. 콩쿠르에서 많이 연주되는 곡들은 심사위원들이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어요. Q. 이번 콩쿠르 전과 후에 변한 것은 있나요?A. 연주 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조금 더 많아졌다는 점이죠. 우승 직후부터, 우승했다는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미팅과 일정이 너무 많았어요. 4시간 동안 사진 촬영도 하고 다음날 미팅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했죠. 정신적으로 피곤하긴 했지만 제가 간절히 원했던 일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A. 올해 말까지 미국 등에서 연주회를 열고 11월에 한국에 돌아와 세종문화회관 40주년 기념공연 협연과 12월 20일 독주회를 가져요. 이미 독주회는 매진돼 추가 공연(12월 15일)을 준비 중이죠. Q.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다 콩쿠르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A. 제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 동안 많은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지만 후회가 있었죠. 저의 나태함 때문에 일주일만 연습하고 콩쿠르 참가하기도 했어요. 30세가 넘으면 콩쿠르 참가도 하기 힘드니 이번 콩쿠르에서는 후회나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Q. 이번 콩쿠르는 얼마나 착실하게 준비해갔나요?A. 다른 콩쿠르와 비교했을 경우 5~6배 이상 준비했어요. 주변에서는 그렇게 일찍 준비해서 지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죠. 저는 후회가 없는 연주를 하려면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콩쿠르는 2주 반 정도 진행됐는데 제가 순서가 뒤쪽이라 이틀에 한번 꼴로 연주를 했어요. 결승전에서도 순서가 뒤쪽이었는데 앞으로 당겨져서 거의 체육인 수준으로 연주했죠. Q. 앞으로 콩쿠르에 더 도전을 할 것인가요?A. 하하.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다른 콩쿠르에 비해 연주자에게 전폭적인 지원도 해주고 연주 일정도 많아요. 유럽 쪽으로도 연주할 길이 열렸어요. 콩쿠르 도전은 이제 끝이에요. 후회는 없어요. 그만큼 준비와 노력을 했기 때문이죠.Q. 지금까지 출전한 콩쿠르는 몇 번인가요? 이번 콩쿠르 특전은 무엇인지요?A. 이번 콩쿠르 끝나고 주최 측에서 1만 달러를 지원해줘서 양복을 맞췄어요. 수선을 해야 해서 아직 받지 못했죠. 셔츠와 신발 위주로 쇼핑을 했어요. 2015년 조성진이 우승했던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는 후회가 많이 남아요. 4월에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자만했어요. 다른 오디션과 겹쳤던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제 게으름 때문에 연습을 소홀히 했어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콩쿠르에 참여한다는 것이 말이 안됐죠. 큰 실수였어요. 국제 콩쿠르에 처음 출전한 것은 16세였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매년 2~4개의 크고 작은 국제 콩쿠르에 출전했죠. 당시에는 커리어를 쌓고 우승해서 특전을 얻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었어요. 절실했거든요. 선택권이 없었죠. Q. 앞으로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나요?A. 우선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돼 고맙죠. 많은 분들이 연주회를 찾아주는 것 같아서 또 고맙고요. 연주자로서 이 보다 더한 행복은 없어요. 저는 진심이 담겨 있는, 가슴으로 와 닿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음악을 하면서 치유와 위로를 받고 행복감을 느꼈어요. 조금이나마 그런 감정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전달하고 싶어요. Q. 이번 콩쿠르에서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요?A. 1차 예선을 하기 며칠 전 부담이 많았어요. 슈베르트 곡을 연주했는데 연주하면서 약간 제 자신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냥 음악에 맡기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곡이 마음에 남아요. 실내악 라운드에서 드보르작을 연주했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연주했어요. 악단과 호흡이 잘 맞았고 연주 뒤 이메일을 받기도 했어요. 혼자가 아니라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음악을 했기 때문에 행복하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어요.Q. 최근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한국인처럼 피아노 잘 치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했는데….A. 저도 동의해요. 결과 자체만 봐도 한국인들이 많은 콩쿠르에서 파이널까지 올라가요. 모든 콩쿠르에서 그래요. 일부에서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집착한다고 하는데 외국인 연주자들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죠. 이번 콩쿠르에서도 많은 해외 연주자들이 두 번째 이상 참가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모든 연주자가 똑같아요. 국적에 관계없이 음악에 대한 갈망은 같죠. 한국인 연주자들이 좋은 점은 교류를 많이 한다는 것이죠. 서로 다른 악기라도 공유를 해요. 그러면서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도 주고요. 꼭 연주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술 한 잔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많아요. 그런 덕분인지 최근 한국이 연주자들이 잘되는 것 같아요. Q. 후배 연주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A. 조언을 할 위치는 아닌 것 같지만 만약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자체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고 보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천천히 여유를 갖는 것도 좋고요. 사람은 누구나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조급하게 생각해서 빨리 달려간다면 그대로 음악에 나타나요. 음악 그 순수함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아요.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 동영상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아니스트 임동혁(33)을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다. 반항과 예민, 까다로움….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각종 콩쿠르 수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한국인 최초 입상(공동 3위),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4위 등 유명 국제 콩쿠르에서 모두 입상했다. 다만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판정에 불복해 수상 거부를 한 사건은 그에게 ‘반항적’ 이미지를 붙여 주었다. 25일 경기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그는 쇼팽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열었다. 자신이 독일 현지에서 직접 고른 피아노로 무대에 올랐다. 27일에는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과 함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연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았던 그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자신에게 덧칠된 이미지에 대해 부담스러움을 나타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기가 죽고 내성적으로 변해가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정말 반항적이고, 잘난 척하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죠.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전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가 부담스러워요. 신비주의도 아니에요.” 지난해 11월 워너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쇼팽 전주곡 전곡 음반을 발매한 그는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도 쇼팽을 연주했다. 가장 잘 맞는 음악이 쇼팽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 쇼팽이 편하긴 해요.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하긴 쉽지 않죠. 다만 같은 레퍼토리를 오래 연주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은 있어요. 고전 레퍼토리는 원하는 대로 연주가 잘 안 나오니 힘들어요. 잘 안 되는 걸 하려니 자학하는 것밖에 안 될 때도 있어요.” 2016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최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등 후배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콩쿠르로 이름을 알린 그는 “다 같이 잘돼야 한다”며 웃었다. “누누이 말해 왔지만 한국 사람만큼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없어요. 기교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적인 부분까지 흠잡을 곳이 없죠.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갑자기 잘 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잘 쳐왔어요.” 앞으로 그는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정도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제가 피아노 빼고는 손으로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요. 글씨도 악필이고 그림도 잘 못 그려요. 클래식 연주자로 더 많이 연주하고, 성공하고, 바빠지는 게 앞으로 제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죠.”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낮 동안 몸을 불살라 더위를 내뿜던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산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텐트처럼 생긴 공연장은 사방이 트인 덕분에 실내에서도 산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귀를 기울이자 각종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클래식 선율과 자연의 소리가 하나가 된다. 이곳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열리는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의 뮤직텐트 공연장. 공연 중 풀벌레 소리와 자연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제14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다음 달 18일부터 8월 8일까지 알펜시아 리조트 콘서트홀 등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매년 특정한 주제를 잡아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위대한 러시아의 대가들’이다.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등 위대한 작곡가들을 배출한 러시아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제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러시아 음악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대가’일 것이다. 러시아 출신 작곡가들의 위대한 명곡들이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마린스키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자우르베크 국카예프 지휘로 프로코피예프의 코믹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7월 29일)을 한국에 처음 선보인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인 보로딘 콰르텟(7월 27, 29일, 8월 3일)도 처음 참여한다. 개막 공연(7월 26일)은 ‘한중일 콘서트’라는 부제로 열린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 아시아에서 이어지는 올림픽 대회를 문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바람을 담았다. 김택수의 ‘평창을 위한 팡파르’(8월 2일) 등 위촉곡 3곡도 소개된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2004년 겨울올림픽 유치 목적으로 처음 시작됐다. 내년 올림픽 이후에도 음악제는 계속 열릴 예정이다. 겨울에 열리는 평창겨울음악제는 내년 3회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정명화는 “처음에는 음악가 초청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축제가 됐다”며 “올림픽 이후에도 음악제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게 아이들 책이야?” 아이에게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디즈니 동화를 읽어주다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독을 먹이고 밀어서 죽이는 등 아이들에게 부적합한 내용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줄거리는 또 어떤가. 주인공들은 왕자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어렸을 때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펼치긴 하지만, 과연 이런 책을 읽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TV에서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사진)란 만화를 우연히 보게 됐다. 엄마와 왕의 재혼으로 갑자기 공주가 된 소녀. 다른 디즈니 공주들과는 출신부터 다르다. 지혜롭고 진취적이고 용감한 캐릭터다. 돈이 되는 ‘공주 산업’을 버릴 수 없었던 디즈니의 고육지책이긴 하겠지만 나름 시대에 잘 맞췄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존경받는 공주가 되기 위해 애쓰는 소피아 공주를 볼 때마다 안쓰러움을 감출 수 없다. 시대가 바뀌어도 공주는 공주인가 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우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황수미(31)와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72)의 듀오 무대.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황수미가 앙코르 곡을 부르다 흥에 겨워 핑그르르 한 바퀴 무대를 돌았다. 객석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성악 리사이틀 도중 감탄사가 나오기는 흔치 않다. 공연 뒤 황수미는 “더 돌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황수미와 ‘성악 반주의 왕’이라 불리는 도이치의 2년 만의 국내 무대로 브람스, 브리튼, 리스트, 슈트라우스 등의 노래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황수미는 도이치가 추천한 브리튼의 노래들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농익은 재능을 드러냈다. 황수미는 2014년 세계 3대 성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도이치다. 요나스 카우프만, 이언 보스트리지, 디아나 담라우, 마티아스 괴르네 등 세계 최고 성악가들의 반주를 맡은 거물 피아니스트다. 2013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황수미를 처음 만난 그는 콩쿠르가 끝난 뒤 이메일로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그는 2015년 서울 공연을 비롯해 런던의 위그모어홀 등 유럽 주요 공연에서 황수미의 반주자가 됐다. “동양인 음악가들이 감정 표현을 두려워하는데 황수미는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죠. 계속 발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도이치) “선생님이 ‘이제 너는 파트너’라고 했을 때 정말 고마웠어요. 독일어에도 존칭이 있는데 편하게 반말을 쓰라고 하셨어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죠. 호호.”(황수미) 황수미는 2014년부터 독일의 본 오페라 극장의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솔리스트 15명 중 소프라노는 황수미를 포함해 3명뿐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데뷔한 뒤 투란도트, 리날도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아왔다. “배역을 맡는 데 동양인이라서 한계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마술피리는 독일인들이 대본 전부를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작품인데 주인공을 맡아서 영광이었죠. 앞으로도 좋은 배역을 맡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는 8월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등 올해도 유럽에서 바쁜 나날을 보낼 계획이다. 지금껏 리사이틀로만 국내 관객 앞에 섰던 그는 앞으로 오페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제 이름을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좋은 일이지만 콩쿠르 우승자 타이틀을 넘어서는 게 숙제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성악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9세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3년 뒤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무려 2개 받아냈다. 4년 뒤인 2015년에는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따냈다. 일본 최연소 미슐랭 별 3개 일식 레스토랑 ‘고하쿠(虎白)’의 고이즈미 고지(小泉功二·38) 셰프.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참가한 그를 만났다. 젊은 나이에 일식 거장이 된 그지만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작은 체구에 수줍은 미소를 지닌 그의 외모는 학생처럼 느껴졌다. 9년째 그가 운영하고 있는 ‘고하쿠’는 일본 도쿄 신주쿠 가구라자카에 있다. ‘누보 가이세키(새로운 일본 정식)’라 불리는 그의 요리는 계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요리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트러플, 푸아그라 등 일본 밖의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각국의 식재료들은 지금까지 일본 요리에 없었던 새로운 경험과 맛을 줍니다. 정통 일본 요리도 훌륭하지만 일본 요리의 정신을 해치지 않으면서 약간의 놀라움을 주는 요리를 선호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뒤 그는 친구를 따라 요리전문학교에 들어갔다.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그는 단지 기술을 익히고 싶은 생각이 전부였다. 졸업 뒤 학교 선생님의 동료였던 이시카와 히데키(石川秀樹·53) 셰프가 차린 레스토랑 ‘이시카와’에 주방장으로 취직하면서 진지하게 요리를 공부했다.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이시카와에서 그는 셰프로서의 자세, 재료의 사용법 등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일식 요리를 하지만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자주 가서 먹어봅니다. 외식을 자주 하면서 다른 음식점의 요리뿐만 아니라 스타일, 분위기 등을 느끼죠. 미술관, 박물관, 사찰 등 주방 밖에서 요리의 발상을 얻으려고 노력해요.” 한식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가장 인상 깊은 음식으로 간장게장을 꼽았다. 김밥, 찌개, 부침개 등의 한식을 직접 요리해 본 경험도 있다. “한식은 제게 매우 친숙하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해요.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하고 많은 반찬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한식 외에는 쉽게 느껴보기 힘든 경험이죠.” 한 달에 한 번꼴로 메뉴를 바꿀 정도로 그는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 정통 요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어디까지나 추구하는 것은 정통적 일본 요리다. “다양한 식재료를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본 요리로서의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돼요.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의미 없는 조합은 절대 하지 않아요. 새로운 맛과 감동이 있어야만 새 요리로 가치가 있어요.” 앞으로 그의 목표는 주머니가 얇은 젊은층도 기꺼이 찾아올 수 있는 부담 없는 일본 가이세키다. 그는 일본 요리가 더 발전하기 위해 젊은 요리사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수성과 감정입니다. 주방 밖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해요. 요리사가 힘든 직업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기여할 수 있고, 본인의 창의력과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입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이 서울에 모였다. 제품 판매가 아니라 전시가 목적이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관련된 예술작품과 역사 속의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장소도 백화점이나 매장이 아닌 박물관, 미술관을 택했다.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카르티에는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 세계 작가 25명의 회화와 설치 등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은 8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여행과 연관된 루이뷔통 제품 1000여 점을 공개하고 있다. 샤넬은 23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 D뮤지엄에서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샤넬 N˚5’ 향수부터 의류, 주얼리 컬렉션까지 브랜드 역사를 둘러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린다니 일단 반갑다. 그만큼 한국, 서울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다. 부럽기도 하다. 제품에 예술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세계적인 권위의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첫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 박선미(18·한국예술종합학교·사진)는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여자 주니어부 듀엣 부문에서 공동 1위에 올랐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김기민이 2009년 남자 주니어부 듀엣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한국 무용수가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 여자 시니어 부문 우승을 차지한 이수빈(19·한예종)은 여자 주니어부 솔로 부문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상민(19·한예종)은 남자 시니어 듀엣 부문에서 디플로마상(장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라트비아 출신의 에블리나 고드노바(26)가 여자 시니어 솔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한국 참가자들의 우수한 기량과 아주 높은 예술성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1969년 창설돼 4년마다 열리는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는 스위스 로잔, 미국 잭슨,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 등과 함께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로 꼽힌다. 올해 콩쿠르에는 세계 27개국에서 200여 명이 참가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애를 키우다 보니….” 음악가의 입에서 음악보다는 ‘애’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 “어쩔 수 없죠. 애를 누가 키워요? 제가 키울 수밖에. 한국에서 애를 키우며 활동하는 피아니스트는 거의 없어요.” 피아니스트 백혜선(52)은 엄마이자 교육자이자 연주자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1인 3역을 해내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수님이란 호칭을 듣는 것이 여전히 어색할 때가 있어요. 아직도 학생 같은 기분이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삶을 살면서 연주를 계속 해나가기도 쉽지 않아요. ‘난 왜 이렇게 편하지 못한 삶을 살까?’ 싶을 때도 있지만 이 질문을 계속 저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것이 있어요.” 백혜선의 음악 인생은 초반부터 탄탄대로였다.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1위 없는 3위를 비롯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잇달아 입상했다. 한국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EMI와 음반 발매 계약을 맺었다. 1995년에는 29세의 나이로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연주하면서 두려움이 컸어요. 이렇게 쉽게 올라가도 되는지, 이렇게 올라가서 꼭짓점을 치면 내려가는 길만 남은 건 아닌지 불안했어요.제가 너무 쉽게 포장되는 것을 보며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죠.” 2005년 서울대 교수 자리를 내놓고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에서 살며 현재 15세, 13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독주회 등 연주활동을 하면서 2013년부터는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초의 동양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제가 엄마라는 것을 부각시키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제 인생에서 아이와 음악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걸요. ‘보통의 삶을 사는 내가 연주인 맞아?’라는 생각도 들지만 인간이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경험하고 고민했고, 따뜻함과 소통의 길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는 10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큰 공연장 무대에 서는 것은 4년 만이다. 베토벤과 리스트의 작품으로 공연을 구성했다. “노력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죠. 저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매일매일 힘들게 살아왔어요. 무섭고 두렵지만 해봐야죠. 음반 작업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 달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2017 원먼스 페스티벌’이 7월 1일부터 열린다. 2015년 시작해 올해 3회째를 맞은 원먼스 페스티벌은 7월 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프롬나드 콘서트’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열린다. 개막공연에는 지휘자 진솔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아르티제의 공연을 중심으로 30여 개의 클래식 연주팀이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펼친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피아니스트 이경숙,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비올리스트 김사라, 호르니스트 김홍박, 바수니스트 유성권, 색소포니스트 강태환, 해금 연주자 강은일, 철현금 연주자 유경화, 소리꾼 장사익, 송인섭 재즈 트리오,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연극인 심철종 등 클래식, 국악, 무용, 연극 분야의 예술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2002년부터 하우스콘서트를 열며 전국에 작은 음악회 열풍을 일으킨 더하우스콘서트의 주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영국 스페인 미국 등 전 세계의 다양한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들이 연합된 프로젝트다. 해외에서는 주영국 한국문화원,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주필리핀 한국문화원을 비롯해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뉴욕 타임스스퀘어광장, 볼리비아 테아트로 그랑 마리스칼 등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혹은 현지 아티스트들에 의해 공연이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 함안문화예술회관, 울주문화예술회관 등을 비롯해 전국 24개의 초등학교와 갤러리, 스튜디오, 집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이 오른다. 직접 공연을 보러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생중계도 할 예정이다. 페스티벌에 동참하길 희망하는 사람들은 7월 31일까지 누구나 장소와 시간, 형식의 제한 없이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자세한 공연 일정과 장소, 출연자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축가를 부르고, 2014년 클래식 음악가 최초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미국 국가를 노래한 가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58)은 미국을 상징하는 목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레밍이 7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02년 첫 내한독주회 이후 15년 만이다. 반주자 하르트무트 횔과 함께 푸치니, 보이토의 오페라 곡을 비롯해 브람스, 생상스가 작곡한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와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클래식 성악가이지만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유명인이다. 광고는 물론이고 어린이 프로그램, TV쇼 등 대중매체에 자주 얼굴을 비췄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즐기길 바라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계속 하고 있어요. 슈퍼볼 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는데 1억 명 정도가 시청했어요. 아마 성악을 처음 들은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그들 중 일부라도 제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서라도 콘서트홀을 찾아주길 바라요.” 플레밍은 지금까지 55편이 넘는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서 마르샬린 역은 무려 70회 넘게 했다. “제 목소리와 어울리는 것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베르디의 오페라의 데스데모나, 비올레타 역할도 좋아하고 마스네의 ‘타이스’ ‘마농’, 드보르자크의 ‘루살카’도 좋아합니다. 차이콥스키 ‘예브게니 오네긴’의 타티야나도 빼놓을 수 없죠.” 최근 많은 오페라 프로덕션과 극장에서 성악가의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날씬한 여성 성악가를 선호하는 곳도 많아지는 추세다. “여자 가수들의 외모가 너무 중시된다면 그건 부당하고, 바뀌어야 해요. 무엇보다 오페라에서는 음악적 가치가 최우선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영화관에 가면 되죠.” 그는 앞으로 고전적인 레퍼토리보다 새로 작곡된 현대곡을 부르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겠다고 했다. “최근 음악과 예술이 인간의 건강과 뇌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력에 무척 관심이 많아요. 음악과 예술에 관한 제 흥미는 공연을 넘어 관객 개발에까지 미치곤 하죠. 성악가가 되지 않았다면 전 사업가가 됐을 거예요.” 그는 한국 가수들과의 인연도 깊다. 소프라노 신영옥, 박미혜, 홍혜경과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함께 다녔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세계 3대 소프라노’ 자격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초청돼 무대에 함께 섰다. “신영옥과 함께 줄리아드 음악원을 다녔던 시간은 정말 소중했어요. 최근 한국 학생들과 마스터 클래스를 갖기도 했어요. 뛰어난 한국 성악가에게 늘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