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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30일 처리됐지만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쟁점 법안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처리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의 숙원을 풀어줬다며 반대급부를 받아내겠다는 태세다. 문재인 대표는 30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새누리당은 야당에 큰 빚을 진 만큼 앞으로 예산안 심사라든지 법안 심사를 할 때 그 빚을 꼭 갚아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여야는 여당의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야당의 대리점거래공정화법 제정안(‘남양유업방지법’)을 ‘주고받기’ 식으로 합의했다. 여당이 추진해온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제정안과 야당이 요구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전공의특별법 제정안도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야당 일부 의원이 관광진흥법을 놓고 ‘교육금지법’이라며 반대하는 등 내부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여당의 나머지 ‘경제활성화법’과 야당의 ‘경제민주화법’도 견해차가 크다.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제정안도 처리를 설득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고집하고 있다. 한편 예산안(정부 원안)은 1일 자정 본회의에 자동부의 됐다. 여야는 이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해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이 결국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처리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의 판단 착오로 당초보다 총 사업비가 2억 달러(약 2320억 원) 가량 늘어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KF-16 134대의 성능개량은 주로 레이더와 내부 컴퓨터에 집중돼 있다. 미 정부는 이 레이더를 전략무기로 정해놓고 있어 계약을 할 때 미 정부가 업체와의 계약을 보증해 줘야 한다. 2012년 그 계약업체는 BAE가 됐다. 통상 전투기 제작업체 및 미국 정부와 계약을 진행할 때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경쟁 입찰에 부친다. 방사청은 낮은 가격을 써낸 BAE로 결정했지만 BAE가 지난해 위험관리 비용이 늘어났다며 돌연 8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결국 계약은 해지됐다. 이후 록히드마틴으로 업체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의 판단 착오로 1억4800만 달러(약 1717억 원)의 정산비용이 초래됐다. 게다가 BAE는 “방사청의 입찰보증금 660억 원도 줄 수 없다”고 버티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소송에 질 경우 세금을 2억 달러나 추가로 쏟아 부어야 하는 셈이다. 국회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기관장 등 발언에 대한 경위를 포함해 이 사업을 지휘·감독·집행할 책임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비용의 발생 및 사업 착수 지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국방위의 감사요구안 의결은 여야 간 이견이 팽팽해 연기됐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내년도 나라살림 규모가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안 예산안보다 1000억 원 안팎 순감(純減)된 386조6000억 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원내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29일 국회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은 가까스로 지킬 것으로 보이나 국회선진화법상 30일까지 마쳐야 하는 심사 기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장했다. 예결위는 1, 2차례 감액 심사를 거치며 현재까지 정부 원안에서 3조 원가량 삭감했다. 하지만 6000억 원 정도를 추가 삭감하겠다고 한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가뭄 예산’ ‘취약계층 예산’ 등 함께 늘리려는 예산뿐만 아니라 각 당의 ‘텃밭 예산’, 개별 의원들의 지역 예산을 새로 반영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 반영하려는 예산의 총 규모는 3조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증·감액 규모가 이 수준에서 최종 확정된다면 내년도 예산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2015년도 예산 때보다 더 많이 깎고 더 많이 넣는 게 된다. 지난해 통과한 올해 예산은 정부 원안(376조 원)에서 3조6000억 원을 깎고 3조 원을 늘렸다. 결국 약 6000억 원이 순감됐다.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4000여 건 접수됐고, 예결위원장이나 여야 간사는 지금도 하루에 30∼40건씩 민원 문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쟁점 예산’에 대한 삭감에서도 여야가 여전히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서울 광화문 도심 시위 관련 경찰의 살수차 예산, 새마을운동 세계화사업 등에 대해 “대통령 꼬리표가 붙은 예산”이라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조사하겠다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예산을 일부 삭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3∼5세 보육비 지원 사업) 국고 지원을 반대하는 여당에 대해 야당은 ‘진보 교육감 옥죄기’로 규정하고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반영하고, 학교시설 개선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틀어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은 △아시아문화전당 콘텐츠 개발 및 운영 △서울시 싱크홀 대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주거급여 확대 예산 등 10개 사업에 대한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여야는 ‘무늬만 회사차’에 대해 탈세를 묵인해준다는 논란을 빚은 업무용 차량 과세에 대해 연간 800만 원씩 경비 처리를 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고가 외제차나 무늬만 회사차에 대해 혜택을 준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기획재정부는 경비 처리의 연간 인정 한도를 1000만 원으로 제안하는 대안을 냈다. 하지만 여야는 심의 과정에서 이를 연간 800만 원으로 더 줄인 것. 또 카메라, 향수, 녹용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폐지하기로 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예정이지만 총선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과세를 하는 쪽으로 투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 2013, 2014년에 이어 올해도 종교인 과세는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내년에 도입되는 ‘만능 계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정부안 연간 200만 원)를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합의하지 못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6월 국회에 제출된 뒤 8월 31일 여당 단독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상정됐다. 국회에 제출된 뒤 5개월간 비준안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여야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을 놓고 충돌하는 바람에 보완대책을 논의할 여야정협의체도 이달 중순에야 가까스로 가동됐다. 연내에 발효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떠밀려 여야는 26일 저녁에 이어 27일에도 릴레이 협상을 이어갔다. 여야 협상이 진통을 겪는 배경엔 다른 현안과 연계하려는 야당의 협상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 최대 뇌관 중 하나는 누리과정 예산(3∼5세 보육비 지원 사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지방교육청이 아니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015년도 예산을 짜면서 누리과정 예산 2조220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5064억 원을 목적예비비 명목으로 지원했다. 새누리당은 내년 예산에도 이 정도 수준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액(2조4000억 원)까진 아니지만 지방 교육재정을 압박하지 않을 정도는 확보돼야 다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은 ‘문재인표 정책’인 청년채용할당제(전체 고용자 중 3% 이상 청년 채용 의무화)를 민간 대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청년고용특별촉진법 개정안도 연계 카드로 내놓았다. 현행 2년의 전월세 계약기간을 4년(2+2년)으로 연장하면서 재계약할 때는 임대료 인상률의 상한선을 두는 전월세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본회의가 30일로 늦춰진 데 대해 여당에선 “야당의 사정이 있다”고 말한다. 내부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 FTA 피해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당의 기반인 호남의 농어촌 민심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농민단체가 다음 달 5일 궐기대회를 하는데 자칫 새정치연합 규탄대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원내 지도부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개최되는 파리 기후변화 총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로 돼 있다”며 “청와대가 급하니까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여야 협상에 직접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은 다음 달 2일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까지 최대한 버티며 여당에 얻어낼 부분을 최대한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 기자}

“맹순아(명순아), 맹순아∼” 경상도 섬 사나이는 아내를 ‘맹순이’라고 불렀다. 아내가 “애들도 있는데 왜 자꾸 이름을 부르느냐”고 하면 “내가 안 불러주면 누가 맹순이 이름 불러 주노. 니도 내한테 ‘영삼아, 영삼아’ 해라”라고 농 섞인 말을 했다. 잠자리에 함께 누울 때는 늘 “맹순이 잘 자라” 하며 손을 꼭 잡았다. 동갑내기 아내는 그런 그에게 늘 깍듯한 존댓말을 했다. 손명순 여사는 26일 64년 동안 해로한 남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국회 영결식장을 80분 동안 묵묵히 지켰다. 대형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손 여사는 묵념을 위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눈을 감았다. 서거 이후 애통한 마음을 애써 감추던 그의 오른쪽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 여사는 조용한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대통령 부인일 때엔 참모 부인들과의 모임을 모두 없애고, 입는 옷의 상표를 모두 떼고 입을 정도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했다. 그러나 ‘정치 9단’ 옆에는 늘 아내가 있었다. 상도동에서 멸치가 들어간 시래깃국을 끓여 손님을 맞고 지지자들을 다독이며 민주화의 길을 걷는 남편을 도왔다. 고집쟁이 기질의 YS이지만 손 여사의 작심한 ‘반말 담판’이 남편의 고집을 꺾기도 했다. 손 여사는 중요한 약속을 받아낼 때 저녁상을 물린 직후 “니, 이리 온나!” 하면서 담판을 지었다. 손 여사가 “니, 꿈이 대통령 아이가”라며 이렇게 반말로 내지르면 YS도 꼼짝 못하고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영결식이 진행될수록 손 여사는 힘에 부친 듯 휠체어 한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부부의 연을 맺어 반세기 넘게 물심양면 내조한 손 여사는 그렇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배웅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세비 동결 또는 삭감을 외치던 국회의원들이 은근슬쩍 내년도 봉급을 3.0% 올리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내년도 국회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4년 만에 세비가 인상되는 것이다. 25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에는 의원 세비를 구성하는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중 일반수당을 3.0% 올리고, 입법활동비를 동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로 구성된 국회 운영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세비 인상안을 담은 예산안을 그대로 의결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결국 여야가 은근슬쩍 세비 인상에는 뜻을 모은 셈이다. 여야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약속했던 세비 삭감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화 논의가 진척되지 않아 흐지부지된 것과는 다른 모습니다.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면 의원의 일반수당은 월 646만 원에서 665만 원으로 19만 원 오른다. 전체 세비는 올해보다 2.0% 오른 1억4024만 원이 된다. 운영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인건비 총액으로 올라와 (세비 인상을) 인식하지 못했고, 사무처안을 그대로 의결했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장면1. 2002년 4월 30일. “여당 후보 되는 게 보통 험한 일이 아닌데….”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을 찾은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YS가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발탁한 인물. 노 후보는 “총재님이 생각날 때는 꼭 차고 다녔다”며 손목시계를 내보였다. 1989년 일본을 다녀온 YS가 건넨 선물이었다. #장면2. 2011년 7월 6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현 경남지사)는 취임 직후 YS에게 가장 먼저 가 넙죽 큰절부터 올렸다. 그러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큰절(하는 사람)은 밖에서는 각하뿐”이라고 말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던 홍 지사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한 ‘YS 키즈’다. 이처럼 YS는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물급 정치인들을 대거 등용했다. 동시에 수많은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열어줬다. ‘정치 9단’ YS의 용인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 “돈보다 사람 욕심 컸던 지도자” YS는 돈보다 사람 욕심이 많았다.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지론으로 필요한 사람은 반드시 데려다 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광폭 인사’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첫 청와대 참모와 내각 인선을 발표했을 때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김정남 대통령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을 비롯해 통일부총리에 한완상 서울대 교수, 교육부 장관에 오병문 전 전남대 총장 등 재야 고수들이 대거 발탁됐기 때문. 김 수석은 김지하 시인의 구명운동을 배후에서 주도하며 ‘민주화 운동의 비밀병기’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첫 조각 당시 실무진이 추천한 리스트의 절반은 YS가 ‘모르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YS는 이를 받아들였다. YS 정부의 개혁 청사진을 입안했던 전병민 씨는 24일 “대한민국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인 ‘지인지감(知人之鑑)’이 가장 뛰어난 지도자였다”고 회상했다. 사람 구하는 데 경계선은 없었다. YS 주변에선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이 김 전 고문의 사면복권을 요청하자 YS는 이를 수용했다. 한 측근은 “YS는 김 전 고문에게 축하할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를 걸 정도로 좋아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YS 측근들은 김 전 고문 영입 작전에 나섰으나 막판에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YS가 1994년 민중당 출신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우재 전 의원을 여당에 입당시켜 당내 보수 진영은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인사가 만사’ YS 키즈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YS는 영원한 맞수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인재 수혈 경쟁을 벌였다. YS는 회고록에서 “나는 공천의 전 과정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 당에서 추천한 단일후보까지 바꿀 정도로 직접 최종 인선했다”고 적었다. 여권에선 ‘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검사 출신인 홍 경남지사,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 의사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때 국회에 입성했다. YS는 당시 공천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퇴임 후 회고록에 그 명단을 전부 싣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이 대표적인 야권의 YS 키즈다. YS는 인사에서 철저한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1993년 12월 국무총리로 기용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4개월 만에 경질했다가 2년 뒤 15대 총선의 지휘봉을 맡겼다. 이 전 총재의 ‘대쪽 이미지’가 총선 승리에 절실했기 때문. 공보수석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4일 라디오에서 “문제가 생겨 여론이 좋지 않으면 해결(경질)하는 것도 번개 같았다”고 말했다. YS는 ‘인사가 만사(萬事)’임을 몸소 보여줬던 셈이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왜 이렇게 자주 장관을 바꾸셨어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집필을 도운 김동일 씨가 회고록 자료를 정리하다가 YS에게 물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김영삼 정부에선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이 11.6개월로 1년이 채 안 됐다. YS는 이렇게 답변했다. “큰일이 일어나면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무조건 죄송한 거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내선 안 된다. 나를 자를 순 없으니 내가 믿고 의지한 수족을 잘라 국민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 한 것이다.” 김 씨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YS와 나눈 대화를 전하며 “지도자로서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자세를 봤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시 회고록 정리를 위해 많은 재야인사를 만났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YS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도 훗날 YS 비판에 앞장선 인사도 꽤 있었다. 이들의 행적을 회고록에 담자고 하자 YS는 곧바로 “쓰지 마라”라고 엄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회고록을 쓰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남기려는 것이다. 그들도 나와 함께 고생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YS 재임 기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도 비슷한 일화를 전했다. 몇 년 전 YS가 부산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했을 때다. 한 의원이 1987년 대선 당시 YS가 부산 수영만에서 100만 명을 모아놓고 유세를 한 일화를 꺼내자 YS는 “주변 사람들이 고생 많이 했대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예전에 상도동 집에 가면 YS는 늘 ‘밥 묵고 가래이’ ‘고생 많재’라며 다독여줬다”며 “서슬 퍼런 시절 상도동계를 움직인 것은 YS의 인간미”라고 말했다. 부인 손명순 여사에 대한 YS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일화도 많다. 퇴임 이후 YS 부부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외환위기로 국가가 휘청거린 데다 아들 현철 씨는 재판 중이었다. YS는 우울해하는 손 여사를 위해 “같이 노래하자”며 장난스럽게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고 한다. YS가 재임 기간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2003년경 일본 경제인이 YS에게 했다. 당시 YS는 일본 와세다대 특명교수로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이때 YS를 수행한 임수택 씨는 “YS는 ‘1994년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극대화됐을 때 전쟁을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치사에 숱한 기록을 남긴 YS가 가장 애착을 느낀 것은 ‘26세 최연소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33세에 당선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YS를 만나 “선거 때 ‘너무 어리다’고 하기에 ‘김영삼 대통령은 26세에 국회의원을 했다. 나는 너무 늦었다’고 말하니 다들 수긍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YS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고 한다.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에 대해 인간적인 사과와 법률적인 사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해 야당의 사과 요구에 ”인간적으로는 ‘안타깝고 쾌유를 빈다’는 사과를 충분하게 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도의적 유감을 표명할 수는 있지만 법률적 사과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계속 문제 삼자 강 청장은 ”좀 더 명확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률적용 문제에 대해 결정이 나면 그에 상응하는 사과나 책임(문책)까지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화문 집회에 동원된 횃불은 130개로 추정된다“며 ”그런 공공장소에서 쇠파이프, 각목, 횃불 등이 있는 것은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광화문 시위를 두고 여야의 초점은 평행선을 달렸다. 여당 의원들은 ‘불법·과격시위’라며 엄벌을 주문했고,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우리가 민주화 운동을 할 때는 한 번도 도구를 이용한 적이 없다. 맨 몸으로 시위했다“며 ”시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오죽했으면 경찰 부모들이 나와서 시위를 못하도록 막고 있겠느냐“며 폭력시위를 문제 삼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차벽 설치는 위헌이라고 판정했다“며 차벽이 폭력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차벽설치에 대해 헌재는 2011년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8월 ”일반 시민의 통행권을 막지 않은 차벽 설치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홍수영기자 gaea@donga.com}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직설적인 화법으로 수많은 말을 남겼다. 그 말은 그 자체로 ‘반세기 한국 정치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1979년 10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에서 제명된 직후) 박정희 정부 시절 여당인 공화당은 당시 신민당 총재이던 YS의 제명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했다. 서슬 퍼런 유신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계속 하던 야당 당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YS는 “국회 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는 저 절두산(순교의 언덕)이 준 역사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정당의 대통령 지명대회는 초상집에서 춤을 추는 격이다”(1987년 국회 의사당 단식농성 중) 1987년 5월 박종철 고문 치사 및 축소·은폐 사실이 폭로됐을 당시 단식투쟁 중이던 YS가 민정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민정당이 6월 10일 노태우 대표를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강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YS는 노태우 민정당 후보를 “쿠데타 한 사람이 대권을 잡는 건 군정의 연장”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1990년 1월 3당 합당을 하며)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이던 YS는 노태우 대통령,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 함께 3당 합당을 결행하면서 군사정권과의 합당이라는 비난에 이같이 응수했다. 결국 YS는 여권의 대선 후보가 됐고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군부 세력과의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문민정부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우째 이런 일이…”(1993년 민자당 최형우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 사건 소식을 듣고) YS는 집권 첫해인 1993년 최측근인 최 사무총장 관련 사건을 접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YS는 이후 “환부 하나를 찾아내 도려내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한다”며 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1994년 6월 16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긴급 전화통화에서) 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반도는 전쟁 일촉즉발 상황까지 치달았다. 북한의 영변을 직접 폭격하겠다는 미국에 대해 YS는 클린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설득했다. 그해 6월 김일성이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핵을 동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뒤 사태는 일단락됐다.“개가 짖는다고 달리는 기차가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다”(1994년 ‘하나회’ 척결 등 개혁 반발 관련) YS는 1994년 ‘개의 해’를 맞아 “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사랑을 받지만, 또 한편으로는 달리는 기차를 보고도 짖는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육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등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반발을 겨냥한 말이었다.“이번에 기어이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도 갖지 말도록 지시했다”(1995년 11월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YS는 에토 다카미(江藤隆美) 일본 총무청 장관의 망언에 분노하며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진전하는 단초도 마련했다. 앞선 1993년 3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직접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며 일본은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후세에 교육할 것을 요구했다.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아버지)의 허물로 여기고 있다”(1997년 차남 현철 씨의 한보사태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 YS는 ‘소(小)통령’으로 통했던 차남 현철 씨가 수뢰 혐의로 구속되자 이 같은 내용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YS는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에 빠졌고 그해 대선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준다. “단식해봤지만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2003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 중단을 종용하며) YS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 통과를 관철하기 위해 10일간 단식하던 최 대표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YS는 전두환 집권 3년 차인 1983년 가택연금된 뒤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며 신군부에 온몸으로 대항했다.홍수영 gaea@donga.com·우경임·조숭호 기자}

‘반기문 상륙작전’이 임박했다. D데이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말 또는 연초가 유력해 보인다. 상륙 지점은 북한의 수도 평양.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후 수도 없이 타진해 왔던 평양행 비자에 스탬프를 찍을 기회가 무르익고 있다. 유엔 수장에게 마지막으로 문호를 개방한 것이 1993년이니 22년 만의 일이 된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나는 첫 해외 정상급 인사가 될 가능성도 높다. 평양 상륙작전 1년 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차 작전이 시작된다. 70억 자구촌의 난제를 다루는 탓에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the most impossible job)’이라고 불리는 총장직을 10년 동안 대과 없이 마무리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그는 2017년 대선 레이스를 강타할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 총장의 방북 카드는 ‘반기문 대망론’을 구체적 시나리오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그가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유력 변수(變數)를 넘어 상수(常數)가 됐다고 단언한다. 반 총장의 국내 최측근으로 통하는 한 인사는 “한국인으로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총장직 9년의 과정을 거쳐 그가 세계 최고지도자급(world-class leader) 인사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유엔에서 깊은 인연을 맺은 다른 인사도 “본인 성격상 퇴임 후 손자나 보면서 소일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국가를 위해 더 큰 기여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에 대한 소명의식을 반 총장 정치 참여의 대의명분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반 총장 본인은 여전히 정치와는 선을 긋는다. 관심도 없고 너무 바빠 관여할 여력도 없다는 것이 반 총장의 공식 해명이다. 하지만 반 총장은 본인 입으로 “나는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도 바쁘다. 특히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나 야당 비노(비노무현)계는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친박 핵심 인사는 “20대 총선이 끝나고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선출되는 내년 5∼9월을 주목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뉴욕 유엔본부와 여의도 정치권, 청와대, 그리고 반 총장의 국내 측근 그룹들을 밀착 취재했다.▼ 대선 맛본 친박-친노 일각, 서로 뒷주머니에 ‘반기문 카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이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묻겠습니다. 반 총장 임기가 2016년 12월에 끝나 시간상 다음 대선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장.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물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 정치인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면서 꺼낸 얘기였다. 1년 전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누리던 인기에 버금가는 것이었다.여야, 경쟁적으로 반기문 대망론 불지피다 공식 석상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거론된 첫 순간이었다. 김 의원의 질문에 당시 유기준 외통위원장은 “미주 국감에 가 반 총장을 만나 대선에 대해 물어보니 ‘정치에 몸담은 사람도 아닌데 잘 알면서 왜 물어보느냐. 몸을 정치 반, 외교 반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 이렇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총장 임기가 끝나면 차기 대선에 나서겠다는 뉘앙스로 해석했다. 친박계는 기름을 부었다. 이틀 뒤인 10월 29일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포럼 간사였던 유기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7년 대권지형 분석’이라는 주제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에게 기조 발제를 맡겼고, 이 대표가 여러 변수를 살피는 발제를 하는 과정에서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이 튀어나온 것이 일이 커졌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포럼에는 서청원, 홍문종, 김태환, 안홍준, 윤상현 의원 등 친박 주류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정치권에서는 친박이 조직적인 ‘반기문 띄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5일 뒤에는 야당도 반기문 대망론에 가세한다.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당시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공개했다. 실제로 2013년 8월 당시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는 충북 충주시에서 열린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막식을 찾아가 반 총장을 만나 그에 대한 야당의 관심을 전달했다. 야권 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했던 원조 친노 그룹이 친문(문재인) 그룹에서 분화해 반기문 옹립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해찬 전 총리와 노 전 대통령의 ‘우(右) 광재’로 불렸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몸담고 있다고 한다. 사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반 총장을 옹립하는 킹메이커를 꿈꾸기도 했다. 성 회장은 자신이 주도하는 충청 출신 명망가 3500여 명의 모임인 ‘충청포럼’을 통해 충청대망론을 꿈꿔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은 자신이 반 총장 당선의 일등공신 중 하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누가 潘을 돕는가 정치권에는 고위 외교관, 충청권 인사, 전직 국회의원 등을 중심으로 ‘반기문 자문그룹’이 형성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반 총장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 총리 장녀 결혼식의 주례를 맡기도 했던 한 전 총리는 차관에서 물러난 직후 오갈 곳이 없던 반 총장에게 외교안보연구원에 방을 마련해 주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배정받은 차량을 내주기도 하는 등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언니인 육인순 혜원학원 설립자의 딸이 한 전 총리의 부인이기도 하다. 외교관 그룹에서는 김원수 유엔 군축 고위대표 대행이 최측근으로 꼽힌다.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 특보를 지냈고 반 총장 취임과 함께 총장비서실 차장, 총장특별보좌관를 역임하며 반 총장의 그림자 실세가 됐다. 하지만 아직 정치권에 조직적인 참모 그룹이 형성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 의원은 “그런 그룹이 있다 해도 반 총장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기보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지지 그룹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 총장 재임 시절 유엔대사를 지낸 박인국, 김숙 전 대사와 오준 현 유엔대사 역시 측근 그룹의 핵심으로 꼽힌다. 반 총장이 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됐을 때 그를 실무적으로 보좌한 문하영 주체코 대사, 김봉현 주호주 대사, 윤여철 외교부 의전장 등도 친분이 두텁다.뜻밖의 낙마… 우연히 찾아온 반전의 기회 반기문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은 일대 사건인 총장 등극 과정을 살펴보자. 외교부에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다. ‘반(潘)의 반(半)’만 하라는 것. 그만큼 외교관으로서의 반기문은 탁월했고 1970년 입부 이래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2001년 2월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1972년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과 관련된 우리의 대응으로, 반 총장은 영원히 공직과 이별할 뻔했다. 사연은 이렇다. 새로 출범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 서울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과 러시아는 ABM 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라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하지만 국가미사일방어(NMD) 체계를 구축하려 했던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 한국의 ABM 인정은 노골적 러시아 편들기로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을 설명하면서 김정일을 지도자로 인정할 것을 호소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싸늘했다. 엉뚱하게 희생양이 된 사람은 반기문이었고 관가에는 “반기문은 끝났다”는 말이 퍼졌다. 마음고생 탓에 몸무게가 10kg 이상 줄었다고 한다. 반전의 기회는 그리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ABM 사태 직후 외교통상부 장관이 된 한승수 전 총리가 유엔총회 순번제 의장(2001년 9월∼2002년 9월)으로 선임된 것. 한승수는 주미대사시절 공관에서 같이 일했던 반 총장을 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훗날 반 총장은 한 전 총리를 유엔기후변화특사로 발탁하면서 보은(報恩)한다. 결과적으로 반 총장의 총회의장 비서실장 경력은 훗날 총장에 당선되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중앙일보 남정호 기자가 펴낸 책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에 따르면 반 총장은 당시 주유엔대표부 임시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대외 활동을 시작해 유엔 주재 각국 대사들과의 만남을 위해 밤낮없이 뛰었다고 한다. 한 달 만에 180여 개 유엔 회원국 중 120여 개국 대사와의 면담을 마친 것인데 주말을 빼면 하루 평균 6개국 대사를 만난 꼴이다.노무현 정부 회심의 카드 반기문 이후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외교보좌관(차관급)에 발탁돼 화려하게 컴백했고, 자주파(노 대통령의 386참모)와 동맹파(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외교부 관료 그룹)의 대결 구도 속에 낙마한 윤영관의 후임으로 외교부 수장이 된다. 반기문의 ‘컴백’에는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이던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고향은 충북 제천이며 반 총장은 충북 음성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등을 제외하고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미주 등 4개 지역이 돌아가며 맡는 관례가 있는 만큼 당시 노무현 정부는 한국이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됐던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일찌감치 낙마했고 한승수 전 총리에 대한 논의도 흐지부지됐다. 결국 선택은 반기문이었고 2005년 10월경 이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수행하는 기회를 십분 활용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선거전이 한창 진행될 때 노 대통령은 반 총장에게 현직을 떠나 선거운동에 전념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지만 반 총장이 단호히 거절했다. 역대 유엔총장 중에 현직 장관이나 유엔 대사 등의 직을 유지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다는 논리를 펼쳤다. 결국 반 총장은 2년 10개월을 재직해 역대 최장수 외교부 장관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반기문은 2006년 10월 4차 투표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반 총장 필생의 과업, 방북 반 총장에게 북한은 특별하다. 총장을 선출하는 유엔 안보리 본회의가 소집된 2006년 10월 9일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차기 유엔 총장 당선자이면서 한국의 외교사령탑인 반 총장에게 주어진 첫 임무가 된 것. 북한은 2009년과 2013년 추가적인 핵실험 도발에 나섰고 반 총장은 그때마다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로 대응했다. 유엔 소식통은 반 총장에 대한 북한의 인식을 이렇게 전했다. “북한도 반 총장 취임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반 총장 취임 뒤 대북제재가 오히려 대폭 강화된 것에 대해 큰 실망감을 느꼈다. 한마디로 ‘도와준 것이 없다’는 것이다. 관영 통신 등을 통해 ‘미제의 앞잡이’ 등 인신공격하는 성명이 종종 나오는 것은 그 같은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다.” 반 총장이 방북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2009년 7월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으며 평양을 방문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한 것. 이 발언은 여전히 유엔본부가 사용하는 반 총장의 방북 관련 ‘공식 코멘트’다. 실제로 당시 반 총장과 북한 간에는 구체적인 방북 날짜까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톰 플레이트 ‘반기문과의 대화’ 192∼194페이지). 하지만 북한은 이틀 전 급작스럽게 그의 방북을 취소했고 그 이유는 김정일의 뇌중풍(뇌졸중) 악화 탓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5월 개성공단 방문은 이례적으로 공개적으로 추진됐다. 뉴욕 북한대표부와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청와대와 일정도 상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당시 방북 예정일 하루 전에 반 총장의 방북을 취소했다. 반 총장으로서는 두 번째 ‘퇴짜’를 맞은 셈이다. ▼ 潘총장 선출 굳힌 날 핵실험 한 北… 임기말에 손 내밀어 ▼이번 방북 성사는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반 총장의 진짜 고민은 방북 성사보다는 오히려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과의 만남 성사가 필수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떤 주제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가 역사적인 방북의 성패를 가늠할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반기문 측근 그룹은 “어차피 두 번 갈 수는 없는 것이니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고 향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중요한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출신 한 인사는 “결국 최대의 성과는 남북 정상회담 중재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 총장은 22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방북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나서는 것이 껄끄러웠던 것으로 보인다.‘모태 여권’ vs 야권이 키운 인물 반 총장은 죽기 살기로 노력한 끝에 총장의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지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반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한 인사는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권에서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인다면 총장 선출과정에서의 스스로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야권에서는 공직 생명이 거의 끝난 반 총장을 기사회생시켜 총장후보로 만든 뒤 노무현 정부가 정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반 총장이 탄생할 수 있었겠느냐는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여권은 시각이 다르다. 그의 정치적 지향을 고려하면 당연히 ‘모태(母胎) 여권인사’라고 보는 것. 특히 새누리당 친박계의 경우 현재 차기 대선주자들이 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모두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인 데다 김 대표의 입지가 공고해져 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대안’이 절실하다. 반 총장과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충청표에 새누리당 성향의 영남표를 결집할 수 있고, ‘안철수 현상’을 낳은 젊은층과 중도층 표를 흡수하면서도 안철수와 비교할 수 없는 경력과 경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의 직통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1년에 몇 차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다. 최근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에 불을 지피면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론’을 들고 나온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홍 의원은 당 사무총장인 2013년 5월 반 총장의 측근을 통해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말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반기문發 정치권 빅뱅론 하지만 김 대표 측은 반 총장의 방북설이나 친박계에서 불거진 개헌론에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심 불쾌한 표정도 역력하다. 반 총장을 지렛대 삼아 ‘김무성 흔들기’를 하려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비박계 측에서도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게 된다면 김 대표로서 불리할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 경험도 조직력도 없는 반 총장이 치열한 경선 과정을 이겨낼 수 있겠냐는 시각이다. 한 여권 인사는 “장외에 있을 때와 정치권이라는 ‘정글’로 들어온 뒤는 상황이 확연히 달라진다”며 “때로는 지저분하기까지 한 검증 공세를 과연 반 총장과 그 가족이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편집자 주: 반 총장 측에서는 “대한민국 정치 풍토로 볼 때 추대 형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안다. 꽃가마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들어온다면 우리로서도 ‘생큐’”라며 “야당은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나와 시끌벅적 경선을 하는데 반 총장이 참여할 경우 모든 관심이 새누리당으로 쏠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빅뱅에 관한 전망도 나온다. ‘반기문 대망론’이 반 총장이 퇴임하는 내년 12월까지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경우 현재의 여야 구도가 아닌 제3지대에 반 총장을 중심으로 여러 세력이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새정치연합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인물보다 반 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게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의 여야 구도에서 ‘헤쳐 모여’가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했다.문제는 반기문의 권력 의지 아직 반기문 카드는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임박한 내년 4월 총선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데다 그의 총장 임기도 1년 1개월 남짓 남았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반 총장은 숨겨 뒀다가 결정적 시기에 내놓아야 하는 카드”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다른 중진 의원도 “현재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는 없지만 친박계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맞다. (언론도) 지켜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반 총장의 진짜 정치행보는 새 사무총장의 윤곽이 드러나는 내년 4월에서 9월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정치참여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유엔 안팎에선 “총장이 임기 마치면 한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하는 얘기가 더욱 만연해졌다고 복수의 유엔 관계자들이 전했다. 기자가 최근 유엔에서 만난 러시아의 한 외교관조차 첫 인사가 “반 총장이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었다. 뉴욕 유엔본부에 있는 반 총장 주변 사람들의 생각도 복잡 미묘하다. 요약하면 ‘반 총장이 정치에 뜻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반 총장이 대통령 될 수만 있다면 나쁠 것도 없지 않느냐’는 식이다. “반 총장 부인(유순택 여사)은 진심으로 반 총장이 정치하는 걸 반대하는 것 같더라. 그러나 반 총장은 일이 없으면, 그것도 온몸을 불사를 ‘큰일’이 없으면 못 견디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는 반 총장 오랜 지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에게 ‘대단히’ 호의적이라는 사실은 반 총장의 도전에 호재인 것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대통령 취임 이후 매년 두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반 총장과 독대하고 있다. 9월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기간에는 나흘간 7차례나 만남을 가졌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형성과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어젠다와 반 총장의 한반도 평화구상이 윈윈하는 접점에 반 총장의 방북 카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통일을 이루는 결정적 요인은 남북교류가 아니라 외교라는 말이 돈다고 한다. 반기문 상륙작전의 성패도 결국은 그의 권력의지에 달려있을 것 같다.하태원 triplets@donga.com·홍수영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만나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문 대표와 박 시장이 손잡고 안철수 의원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당내에선 3자 공동지도부 구성이 ‘비주류 쳐내기’의 신호탄 아니냐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박 시장의 합류가 선거 개입 시비를 촉발할 것으로 보고 쟁점화할 태세다.○ 박 시장, ‘선거법 위반’ 논란 전날 ‘광주 메시지’를 던진 문 대표는 19일 서울시청에서 곧바로 박 시장을 만났다. 청년들과의 간담회 자리였지만 사실상 ‘문-안-박 공동지도부’ 제안을 굳히기 위한 후속 행보였다. 두 사람은 40분간 별도로 만나 당 혁신과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는 3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특히 “안 의원의 혁신방안 실천이 중요하다”고 못 박았다. 박 시장은 이날 “현직 시장임을 감안해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박 시장을 정조준했다. 3자 공동지도부 참여 자체가 정치적 중립 훼손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노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자 연대 제안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거여서 선거 과정 전반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자치단체장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문 대표 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다. 문 대표는 전날 “박 시장은 지자체장으로 (선거법상) 앞으로 공동선대위에는 참여하기 어렵지만 (당) 지도체제에 들어오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당 관계자도 “2·8 전당대회 당시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장고에 들어간 안철수, 비주류는 강력 반발 공은 안 의원에게 넘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시장이 현직 시장으로 정치적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3자 연대의 핵심은 문 대표와 안 의원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오영식 최고위원 등 의원들과 자문 교수 그룹 등의 의견을 듣고 있다. 주변 의견은 제안 수용부터 탈당 불사라는 강경론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안 의원 측은 “다음 주초에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은 광주 메시지를 놓고 충돌했다. 문희상 김성곤 최재성 노영민 등 3선 이상 친노 성향 의원 18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문-안-박 체제 제안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며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비노 성향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를 향해 “정치적 협상의 룰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문 대표의 현실인식은) 호남 민심에 대한 모독이며 호남 민심을 기득권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 기자}
4대강 사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진 빚 8조 원에 대한 상환 예산이 국회 문턱에서 또다시 걸렸다. 4대강 물을 끌어다 쓰는 ‘가뭄 예산’은 여야 합의로 증액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과 비교하면 야당의 ‘이중 잣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부채 상환 예산의 전액 삭감을 강하게 요구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이자 비용 3010억 원과 처음으로 원금 상환분 390억 원(총 3400억 원)이 함께 편성됐다. 이는 정부가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수공이 진 4대강 사업 부채 8조 원의 30%인 2조4300억 원을 2031년까지 재정을 투입해 갚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 현재는 매년 3000억 원 수준의 이자만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소 뜬금없는 질의 내용도 논란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제로금리 시대에 이자가 3.5%? ▽국토교통부 관계자=(시장) 조달금리다. ▽이상직=정부가 충분히 힘이 있으면서 눈먼 돈인가. 은행들과 금리 조정할 수 있잖아요. ▽기획재정부 관계자=이자 3010억 원은 이미 발행한 확정금리 수공채다. ▽이상직=정부가 보증해서 (수공이) 8조 원 갚아 버려라. 금리가 3.5%라면 저라도 거기에 예금을 다 하겠다. 수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93억 원이다. 수공의 자구 노력만으로 원금 8조 원을 갚는 게 불가능한데도 금리가 비싸다거나 갚으면 끝 아니냐고 지적한 것은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리한 방식으로 4대강 사업 재원을 조달했다는 지적이야 일리가 있지만 해법 찾기보다는 ‘트집 잡기’로 비칠 만한 경우도 있었다.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원금) 390억 원이 통으로 나가는 것은 이자만 나가는 것하고는 다르다. ▽국토부 관계자=그러면 원금이 줄어들지 않겠느냐.(원금 상환을 해야 이자도 줄일 수 있다는 뜻)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해당 상임위에서 엄청나게 논란이 있었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원금 상환 지원이) 결정됐다. ▽이인영=이렇게 한 나라에서 이자로만 3000억 원이 들어가는 정책이 정상인가. 결국 4대강 사업비의 원금 상환 예산은 보류됐다. 뒤이어 다뤄진 62개 국가하천 유지보수 예산 1600억 원도 삭감 대상에 올랐다. 국회 관계자는 제방을 보수·보강하는 사업에 쓰이는 예산인데 4대강 사업과 관련돼 있다는 야당의 ‘의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0년간 부모를 모신 무주택자는 5억 원 이하의 집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않고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17일 무주택자가 부모와 동거하던 주택을 상속받을 때 적용하는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행 40%에서 100%로 확대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것을 장려하고, 집값의 명목가치가 오른 것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상은 한 주택에서 상속 개시일(부모 사망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이상 계속 부모를 모시고 산 무주택자다. 부모도 물려줄 주택 한 채만 보유해야 한다. 현재는 공시가격 5억 원의 주택을 상속받을 경우 40%인 2억 원을 공제받고 나머지 3억 원에 대해 상속세를 물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00% 공제돼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나머지 3억 원에 대한 상속세 약 5000만 원이 절감되는 셈이다. 주택 공시가격이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부터 상속세가 과세된다. 이 개정안은 기재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홍종학 의원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식의 효(孝)를 장려하기 위해 야당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또 상속 재산에 대한 자녀 공제 한도를 1인당 현행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연로자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연령도 현행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조정해 공제 한도를 1인당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정부가 공포한 날부터 곧바로 혜택을 볼 수 있다.홍수영 gaea@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1년 2개월 남았는데 일이 잘 풀린다면 그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20일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연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북한의 돌연 입장 번복으로 무산된 이후 반 총장이 임기 내 방북을 재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안 된 16일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보도됐다.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권 주류 일각의 ‘반기문 대통령-친박 국무총리’ 개헌 시나리오가 불거진 직후여서 더욱 그랬다.○ 반 총장, 지속적인 방북 추진 반 총장은 2007년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방문할 생각이 있다”고 말해 왔다. 실제 방북을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톰 플레이트 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도 반 총장과의 대담을 펴낸 책에서 반 총장이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뒤에도 성사 노력은 계속됐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반 총장은 뉴욕 유엔 사무총장실과 북한 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에 방북 의사를 타진했고 방북 시점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전문가는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요구보다 반 총장의 방북 의지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첫 방북은 꺼지지 않는 ‘반기문 대망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남북 관계에서 업적을 쌓아 대권 초석을 다지려는 일련의 ‘정치 플랜’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반 총장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다면 ‘통일·외교’를 콘텐츠로 차기 대선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특히 뚜렷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친박계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반기문 띄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망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 총장 주변에서는 외교 그룹을 주축으로 고위 관료 출신과 일부 전직 국회의원들이 가세해 자문그룹을 구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실제 대권에 도전할 것인지와 별개로 ‘반기문 카드’가 내년 총선 이후 여권 내에서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회담 나오라”는 메신저 되나 북한은 최근 북-중·남북 관계 등에서 대외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반 총장을 통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부도 반 총장의 방북이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이기는 하지만 반 총장이 남북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수차례 얘기해 온 만큼 김정은을 남북 당국 간 대화로 이끌어낼 대북 메신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주부터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논의가 본격화되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직접 유엔을 향해 인권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면서 북한이 인권 유린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현재 북한 인권 결의안을 논의 중이며 빠르면 18일 채택할 예정이다. 결의안은 그동안의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압력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결의는 내달 18∼22일 유엔 총회로 넘겨져 공식 채택된다.홍수영 gaea@donga.com·윤완준 기자}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는 대구경북(TK)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공천의 벽이 더 높다. ‘공천=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특혜’ 지역인 만큼 여권 수뇌부와의 인연으로 ‘혜택’을 받은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배제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바람 속에 대표적인 ‘박근혜 사람들’, ‘김무성 측근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이곳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남 벨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외교특보인 정옥임 전 의원은 서초을에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18대 비례대표를 지낸 정 전 의원은 19대 총선 때는 서울 강동을에 출마했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인 안형환 전 의원은 송파갑에 출사표를 낼 태세다. 18대 당시 자신의 지역구(서울 금천)에서 말을 바꿔 탔다. 서초갑에 출마하려는 이혜훈 전 의원과 강남 분구 지역을 노리는 비례대표 류지영 의원도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로 꼽힌다. 김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서초갑에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 지역에는 청와대 참모나 내각 인사들이 출전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상향식 공천’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픈프라이머리 바람 속에 당원과 주민 지지도가 승부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지명도가 있으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된 것. 특히 김 대표가 “전략공천은 단 한 석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강남이나 TK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체급이 높은 ‘선수’들이 텃밭에 뛰어들면서 과거처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15일 블로그에 “고관으로 임명돼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다시 국회의원으로 ‘임명’돼 그 부귀영화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2년 19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은 ‘현역 물갈이’ 바람 속에 △강남갑·을 △서초갑·을 △송파갑·을 △양천갑 △분당갑·을 등 9곳과 TK 지역에서 현역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을 배제했다. 이 때문에 공천 룰을 논의할 당 특별기구가 이번에도 강남 3구 등을 ‘우선추천지역’(중앙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곳)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는 서로 상대방 핑계를 대며 오픈프라이머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초 여당에서 기세등등했던 오픈프라이머리가 내부 반격에 주춤해지는 반면 야당에선 비주류를 중심으로 불씨를 되살리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한 방송에서 “새정치연합이 오픈프라이머리가 불가능한 당론을 채택했으니 새누리당도 새로운 공천 룰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야당의) 많은 의원들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뜻을 갖고 있었다”며 “새누리당과 저희가 같은 취지의 공통적 내용들로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이 당초 15명에서 17명으로 ‘꼼수 증원’된 과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밀실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예산안 심사 기한(30일)까지 갈 길 바쁜 예산소위의 가동이 또다시 미뤄졌다. 여야는 12일 예산소위 첫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위원 수를 15명으로 다시 줄여오라”고 여야 원내지도부에 주문하면서 첫 회의는 무산됐다. 예산소위는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사업을 빼거나 새로 넣는 역할을 한다. 지역을 대표해 ‘쪽지 민원’을 취합해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꽃보직’으로 통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예산소위에 끼려는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당초 예결위는 9일 전체회의에서 소위를 예년대로 총 15명(새누리당 8명, 새정치연합 7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11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 이후 새정치연합이 당초 의결된 안에서 한 명 늘린 안을 공개했다. 이어 새누리당도 오후 늦게 슬며시 이정현 최고위원을 추가한 안을 발표했다. 여야가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선 ‘짬짜미’한 것이다. 예산소위 위원 수를 17명으로 늘리려면 다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만큼 내년 예산안 심사 일정도 지연되는 셈이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꼼수 증원’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 실질적인 정상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논공행상’식 증원에는 쉽게 손을 잡았기 때문. 특히 새정치연합에서 최원식 의원이 새로 이름을 올린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최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까운 비주류의 핵심 의원으로 꼽힌다. 당장 예산소위 가동이 지연됐는데 여야는 이날 해법을 찾기보다 책임을 미루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야당 측은 김 위원장 등 여당 예결위원의 반발에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 알아서 풀라”는 태도를 보였다. 여당 측은 “야당의 증원 요청이 컸던 만큼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이 김 위원장을 설득하라”고 나왔다.홍수영 gaea@donga.com·한상준 기자}
여야가 12일 선거구 획정 담판에서도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공직선거법을 공개적으로 위반하게 된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법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셈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구는 선거일 5개월 전(13일)까지 확정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선거구 획정은 이번에도 19대 총선 때처럼 선거가 임박한 내년 2월에나 확정될 거다. 지역구 폐지 위기에 몰린 싸움꾼들이 곳곳에 버텨 난리 날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정치권의 ‘밥그릇’이 걸렸거나 정쟁에 휩싸일 경우 입법부가 법 규정을 무시하는 행태는 19대 국회의 고질병이었다. 19대 국회는 개원부터 ‘위법 국회’로 전락했다. 여야가 상임위원회 배분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국회 개원 법정시한(2012년 6월 5일) 내에 임시국회를 열지 못한 것. 국회법 제5조 3항에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최초의 임시국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연다’고 규정돼 있다. 결산안의 법적 처리시한도 4년 회기 내내 단 한 차례도 지키지 못했다. 국회법 제128조 2항은 결산안 심사 기한을 정기국회 시작 이전(8월 31일)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처리 시한은 △2012년(9월 3일) △2013년(11월 28일) △2014년(10월 2일)에 이어 올해(9월 8일)도 기한을 넘겼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지역 행사에 얼굴을 내밀면 ‘선거구 획정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촐싹거린다’고 욕이나 먹고 답답한 노릇이죠. 아직까지는 엄연히 남의 선거구니까.” 충청권에서 표밭을 갈고 있는 한 전직 의원은 10일 이같이 토로했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접 선거구와의 통합이 확실시되는 답답한 상황 때문이다. 통합이 이뤄질 옆 지역구에는 같은 당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어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선거구 획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계속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여의도 바깥은 문자 그대로 아우성이다. 선거구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 속에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시로 의정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시작한 현역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수능 과목 모르는 수험생 처지” 예비후보자 등록(12월 15일)을 한 달여 앞둔 정치 신인은 그야말로 ‘아노미’(무규범, 무질서) 상태다. 지역에 부지런히 얼굴을 알리고 1차 관문인 공천 경쟁 통과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지만 어디서 누구와 대결을 벌여야 하는지 ‘대진표’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출마를 준비해 온 새누리당 지상욱 당협위원장은 “당장 수능을 치르는데 국영수 외에 과학을 더 볼지, 역사를 더 볼지 안 정해진 상태”라며 “시험 과목도 모르고 시험을 준비하는 꼴”이라고 푸념했다.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중구는 인접한 성동구나 종로구, 용산구와 합쳐져야 하는데 어떤 조합이 이뤄질지는 안갯속이다. 지역에서 만나는 유권자들 반응도 시큰둥하다고 한다. 합구 예정 선거구에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한 원외 인사는 “지역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도 ‘과연 내가 당신의 유권자가 맞느냐’는 식의 말을 듣는다”라며 “잘 부탁한다고 해도 ‘당신 찍을 수 있게 되면 도와주겠다’는 식의 냉소적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인구 증가로 분구가 불가피한 경기 수원에서 출사표를 낸 새누리당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선거구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엔 좀 낫지만 새로 편입되는 경우엔 그 지역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으니 마음이 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넘기면 ‘예비후보’ 자격 상실 원외 인사들도 다음 달 15일 기존 선거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해 홍보물이나 문자메시지 발송, 명함 배부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될 경우 이후에 들이는 시간도, 돈도 공중에 날릴 수가 있다. 분구가 예상되는 대전 유성구에서 표밭을 갈고 있는 새정치연합 최명길 전 공보특보는 “제일 갑갑한 점 중 하나가 홍보물”이라며 “선거구 획정이 안 될 경우 유성구 전체에 뿌려야 하는데 제작, 우편 발송 등 비용이 2배가 든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이 올해를 넘기면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 기존 선거구가 없어지며 예비후보자라는 법적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제한적으로 허용된 선거운동이 모두 금지된다. 강원 원주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박정하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지역 행사에 가면 기초의원까지 소개해도 원외 인사는 완전히 찬밥”이라며 “그나마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어깨띠를 하고 명함을 돌릴 수 있는데 이마저 금지되면 깜깜하다”라고 말했다. 현역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을 선거일 전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안을 냈다.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여야 갈등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총선이 코앞에 왔다. 여당의 한 원외 인사는 “현역 의원들은 정치 신인들의 발목을 잡아 놓고 자신들은 구의원이 가도 되는 지역의 작은 행사에까지 얼굴을 들이미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홍수영 gaea@donga.com·한상준·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