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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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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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10%
복지7%
미담3%
기타3%
  • 교사추천제 폐지하고 블라인드 면접 도입

    세종대는 9월 11∼14일 2019학년도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한다. 모집인원은 1630명으로 전체의 61.6%다.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전형을 운영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교사추천서는 폐지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다. 농어촌학생 전형을 정시모집에서 수시모집으로 전환하고, 창의인재 전형의 모집인원을 대폭 확대하며 서해5도학생 전형을 신설한다. 학생부 교과(학생부우수자·농어촌학생·국방시스템공학·항공시스템공학)와 학생부 종합(창의인재·고른기회·서해5도학생·사회기여 및 배려자·특성화고교졸재직자), 논술우수자, 실기·특기 등 크게 네 가지 전형으로 나뉜다. 수험생 부담을 덜기 위해 논술우수자 전형과 국방시스템공학 특별전형, 항공시스템공학 특별전형을 제외한 나머지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는다. 학생부 교과전형 중 학생부우수자 전형은 학생부 교과성적 100%를 반영한다. 전년도 대비 57명이 감소한 415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국방시스템공학 특별전형으로 28명을, 항공시스템공학 특별전형으로 14명을 선발한다. 이 두 전형의 1단계는 학생부 교과성적 100%, 2단계는 1단계 성적 및 해·공군본부 주관 전형으로 구성된다. 항공시스템공학 특별전형에서는 올해 최초로 여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창의인재(475명)와 고른기회(47명), 서해5도학생(3명), 사회기여 및 배려자(20명), 특성화고교졸 재직자 전형(정원내 3명, 정원외 63명)으로 구성됐다. 지원자격이 각기 다르니 꼼꼼히 검토하는 게 좋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 제출서류를 기반으로 교내활동 중심의 서류평가를 진행하며 이후 면접고사를 실시한다. 창의인재 전형은 당일 제시하는 주제 발표 및 서류종합평가 연계 질의응답 등으로 구성된 심층면접을 시행한다. 창의인재 전형을 제외한 학생부 종합전형은 일반면접으로 이뤄진다. 논술우수자 전형은 전년도 대비 42명이 감소한 392명(인문계열 132명, 자연계열 260명)을 선발한다. 작년과 동일하게 논술고사성적 60%, 학생부 교과성적 40%를 반영하여 총점을 산출한다. 인문계열은 통합교과형, 자연계열은 수리논술로 출제된다. 학생부 교과반영방법은 전년도와 같이 인문계열은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교과를 반영한다. 자연계열은 국어와 영어 수학 과학교과이며, 예체능계열은 국어와 영어교과다. 전 계열 모두 석차등급 평균에 의한 가중치 외에 학년이나 교과에 따른 가중치는 두지 않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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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국가 지급 명문화땐 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가가 (국민연금의) 지급 보장을 분명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가입자들 사이에서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0월에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지급 보장 조항을 담을 예정이다. 문제는 문구 내용이다. 현행법에는 “국가는 연금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정부 예산으로 국민연금 적자를 보전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공무원연금법에는 “기여금(공무원이 재직 중 낸 돈)으로 급여를 충당할 수 없으면 부족액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에 따라 매년 국민 세금으로 2조∼3조 원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일각에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국민연금법에도 ‘국가의 적자 보전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자 보전을 명시하는 게 자칫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연금 재정은 2057년 바닥난 뒤 매년 300조 원씩 적자를 내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주기적으로 연금 보험료나 수령액, 수급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 만약 적자 보전이 명문화되면 “어차피 부족분은 정부가 부담할 텐데, 왜 지금 보험료를 올리느냐”며 저항이 심해져 연금 개편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실한 연금 재정의 부담을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할 개정법에 ‘적자 보전’이라는 문구는 넣지 않되 국가의 지급 책임을 추상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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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세부터 지급 유지… 늦추려면 정년연장과 연계를”

    “연금만 내다 죽으란 말이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개편안에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만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내용이 포함되자 국민연금 가입자 사이에선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연금 수령 시기는 가입자들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다. 연금은 빨리 받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 부담은 미래세대에 전가된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몇 살이 적절할까?○ 당장은 65세에 힘 실려 동아일보가 16∼19일 연금전문가 20인을 설문조사한 결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계획대로 ‘65세로 고정해야 한다’는 의견(10명)이 가장 많았다. 이유는 국내 노동환경과 은퇴자의 소득 공백 때문이다. 우선 현재도 대다수 가입자가 은퇴 후 바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수급 개시 연령은 60세였다. 하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 안정 차원에서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졌다. 2033년 이후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는다. 올해 연금 수령 개시 나이는 62세다. 반면 국내 직장인 평균 퇴직연령은 ‘53세’(2015년 기준)다. 이 나이에 은퇴하는 1957년 이후 출생자는 근 10년간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퇴직 후 연금을 탈 때까지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소득 크레바스(절벽)’가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노인빈곤율(45.7%·2015년 기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만약 수급 연령을 변경하려면 △근로자 정년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 △노동시장 실질은퇴 연령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 고교생들이 오히려 반발한다”며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춘다는 건 기성세대의 은퇴 연령을 높인다는 뜻이고, 이는 곧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일단 수급 연령 변경은 배제한 상태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현재도 2033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있는 상태”라며 “수급 연령 조정은 9월 나올 정부안에 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급 연령 인상 불가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연령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연금 전문가 20명 중 절반인 10명은 66세(1명), 67세(4명), 68세(2명) 등으로 수급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4.2%(711만5000명)다. 이 비율은 2035년 28.7%, 2065년 42.5%로 폭증한다. ‘국민의 절반’이 노인이 되는 반면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젊은층은 급감한다. 배준호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인 최장수 국가여서 67세 이상으로 수급 연령을 높이는 건 불가피하다”며 “평균 수급기간이 20년을 넘으면 지속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앞서 도입한 선진국들도 68세 전후로 수급 연령을 늦추고 있다. 가입자 기대여명(65세인 사람이 생존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간)과 연금 지급액수, 기간을 제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65세 여성의 기대여명은 2000년 18.2년에서 2016년 22.6년으로 늘어났다. 기대여명이 길어지면 국민연금 수급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재정 부담도 커진다. 핀란드의 경우 고령 인구가 늘어 연금 재정이 불안해지자 2005년 기대여명계수(LEC·Life Expectancy Coefficient)를 도입했다. 기대여명이 길어지면 연금 수령액과 수급 개시연령을 자동으로 깎거나 늦추는 제도다. 제도발전위도 17일 개편안에 2030년 이후 LEC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받는 연금 총량은 같게 하되 가입자에게 수급 연령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일찍 은퇴해 소득이 없는 퇴직자는 연금을 남들보다 일찍 받는 대신 나중에 받는 연금이 줄어드는 식이다. 반면 직장을 오래 유지하거나 근로소득이 있어 연금을 늦게 받으면 추후 더 많이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개인의 역량이나 가계 상황, 근로소득 등을 감안해 연금 수급 시기를 선택하게 하는 유연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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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암물질 검출 고혈압약 1종 추가 판매금지

    국내 고혈압 환자 4000여 명이 복용 중인 혈압약에서 추가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명문제약이 중국 제약사 장쑤중방으로부터 수입한 원료물질 발사르탄으로 제조한 ‘발사닌정80mg’에서 기준치(0.3ppm)를 초과한 발암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잠정적으로 제조 및 판매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발사닌정80mg을 복용 중인 국내 환자는 4048명이다. 팜스웰바이오가 스페인 제약사 키미카 신테티카로부터 수입한 발사르탄에서도 NDMA가 검출됐지만 이를 이용해서 만든 혈압약 5개는 지난달 이미 판매 중단 조치됐다. 식약처는 지난달 7일 중국 제약사 저장화하이의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되자 이를 이용한 혈압약 115개를 판매 중단시킨 뒤 국내 유통 중인 모든 발사르탄 이용 혈압약을 조사해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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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국회 벽 막혀 16년간 지지부진… 日, 온라인 진료후 약 배달 서비스

    원격의료란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의 진료, 자문 등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즉 의사와 환자 간 직접 대면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1988년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보건소 간에 이뤄졌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나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게 판독, 처치방법 등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0년에는 원격진료의 핵심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시 야당(현 여당)과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더 심화되고, 대면 없는 진료로 인한 오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가 영리병원의 전단계라며 반대한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원격의료를 통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격의료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수도권에 병원이 집중됨으로써 나타나는 의료불균형을 막고,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의료산업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차단하는 것은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2015년 후생노동성 고시를 개정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올해 4월부터는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격의료를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6개월 동안 대면진료를 받아온 환자에 한해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20∼30분 내로 대면진료가 가능해야 한다. 일본은 원격으로 약 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업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온라인 서비스’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초기에 대면진료를 한 뒤 원격진료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원격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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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대체율 올려도 저소득층 혜택 미미… 양극화만 커질 위험”

    국민연금 보험료와 수령액은 동전의 양면이다. 소득대체율(가입자의 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면 노후에 받을 돈은 늘지만 젊은 시절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보험료를 덜 올려도 되지만 ‘용돈 연금’으로 전락해 노후가 불안해진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현재 45%에서 2028년 40%로 축소하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되 ‘용돈 연금’조차 손에 쥐지 못하는 사각계층을 국민연금 제도 안으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균 가입기간 짧아 70년 후에도 ‘푼돈’ 신세 17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소득대체율을 45%로 맞추는 ‘노후보장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재정균형안’을 내놓았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연금 전문가 20명 중 절반인 10명은 소득대체율을 40%나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상당수 전문가가 소득대체율을 점차 줄이는 현행 방식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현 소득대체율이 허울뿐이란 지적과 무관치 않다. 소득대체율을 높인들 대다수 은퇴자의 노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45%로 맞추면 월평균 227만 원(최근 3년간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을 버는 근로자가 20세부터 59세까지 40년간 한 달도 빠지지 않고 보험료를 냈을 경우 노후에 월 102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 근로자는 40년간 꾸준히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 첫 취업이 늦고 실업이 잦은 데다 은퇴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들의 평균 보험료 납입기간은 17년에 불과했다. 이들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4%다. 은퇴 전 평균 월급이 227만 원이었다면 연금으로 매달 54만 원을 받는 셈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70년 뒤인 2088년이 돼도 신규 연금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27년에 그친다. 이 경우 실질 소득대체율은 27%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전업주부나 이름만 걸어둔 장기 체납자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18∼59세 총인구 3282만5000명 중 비경제활동 인구와 국민연금 장기체납자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은 45.3%에 이르는 1488만7000명이다. 2050년에도 이 비율은 4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소득대체율 논쟁이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오히려 ‘양극화’ 심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무작정 높이기보다 국민연금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포용하는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금 수급 자격이 주어지는 최소 가입기간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하면 연금 수급자를 10% 이상 늘릴 수 있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기금운용평가단장)는 “국가가 소규모 사업장에 각종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지역가입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노후소득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연금 수령액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과 연동한 ‘균등급여’(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연금)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따라 지급하는 ‘비례급여’를 절반씩 합해 계산한다. 돈을 잘 벌어서 보험료를 많이 냈다면 그만큼 연령 수령액도 커진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은퇴 전에 고연봉을 받은 가입자는 연금이 크게 오르지만 저소득층은 연금 인상 효과가 미미하다. 소득대체율이 45%인 경우 월 468만 원(소득상한액)을 번 가입자는 연금액이 17만 원 늘어나는 반면 월 30만 원(소득하한액)을 번 가입자는 6만 원 오르는 데 그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은 “소득대체율만 올리면 더 오래 안정적으로 일한 고소득자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져 ‘소득재분배’라는 국민연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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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20명중 11명 “국민연금 10∼12%로 올려야”

    노후생활의 마지막 버팀목인 국민연금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빠른 시간 내에 현행(소득의 9%)보다 1∼3%포인트 올리고, 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중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을 40%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리모델링에 들어간 국민연금의 개편 방향을 찾기 위해 16∼19일 연금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적정 보험료율을 두고 절반이 넘는 11명이 “10∼12%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5명은 “13∼15% 인상이 적정하다”고 했다. 소득대체율은 40%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지만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부터 40%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연금 수급 시작 연령은 현행대로 만 65세로 고정해야 한다는 의견(10명)이 많았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17일 제시한 더 내고 더 받는 ‘노후보장안’(①안)과 더 내고 덜 받는 ‘재정균형안’(②안)의 절충안이 된다. 보험료율 인상 폭은 ①안(내년 11%, 2034년부터 12.3% 인상)과 유사한 반면 소득대체율은 ②안(①안은 45%)과 같다. 하지만 ②안은 2043년부터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조정하도록 돼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연금 수령 연령을 조정한다면 구체적 로드맵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다수 은퇴자들이 기본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연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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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하지만 당장 13% 이상은 충격 커 무리”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보험료 인상을 담은 국민연금 개편안 내용이 일부 공개되자 이같이 강조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17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내년 11%, 2034년 12.3%’로 인상(①안)하거나 ‘2029년까지 13.5%’로 인상(②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5년 전 예측보다 3년 앞당겨진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정한 보험료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전문가 대다수 “10%대 초반 인상 불가피” 연금을 덜 받든, 더 받든 보험료를 더 낼 수밖에 없다는 데엔 연금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한다. 연금 가입자 수는 내년 2187만 명으로 정점에 오른다. 이후 저출산에 따라 2060년 1328만 명으로 급감한다. 반면 수급자는 올해 441만 명에서 매년 증가해 2060년 1706만 명으로 4배 가까이로 증가한다. 결국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얼마나 올리느냐’다. 동아일보가 16∼19일 전문가 20명에게 ‘적정 보험료율’을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11명이 ‘10∼12%’, 5명이 ‘13∼15%’를 선택했다. 12∼13%로 인상은 제도발전위의 ①, ②안 인상 폭과 유사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 정서와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12∼13% 정도가 최대 인상치”라고 말했다.○ 당장 13% 초과 인상은 무리 사실 보험료율 13%는 충분한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충분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보험료율 평균은 22.9%(2016년 기준)다. 독일(18.7%)이나 일본(17.8%) 등 선진국 대부분이 한국(9%)의 2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당장 13% 이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노후 보험료율은 17.3%로 선진국과 비슷하다”며 “현재 보험료율(9%)이 아주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월 소득 300만 원인 경우 국민연금으로 매달 27만 원을 낸다. 직장인이라면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해 본인은 13만5000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퇴직연금(8.3%) 24만9000원이 월급에서 공제된다. 건강보험(6.24%) 18만7200원(본인 부담 9만3600원), 노인장기요양보험 6900원을 내면 전체 월급의 약 16%인 48만4500원이 노후 관련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4%포인트 넘게 올리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회사가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내주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보험료의 100%를 내야 하는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훨씬 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1%포인트 올리면 기업의 추가 부담이 연간 4조 원가량 늘어난다”고 밝혔다.○ 소득 계층별 보험료율 현실화 필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이 많아 보험료를 더 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소득상한액’이 있어서다. 현재 연금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상한은 월 468만 원이다.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468만 원의 9%인 42만1200원만 내면 된다. 직장가입자는 이 중 절반인 21만600원을 회사가 부담한다. 월 소득 1000만 원의 9%라면 90만 원을 내야 하지만 42만1200원을 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보험료가 월 소득의 4.2%에 그친다. 이렇게 소득 상한액으로 인해 자신의 소득보다 보험료를 적게 내는 가입자는 전체의 14%(약 242만 명)에 이른다. 소득 상한액을 정해놓은 건 소득에 제한 없이 보험료를 내면 나중에 돌려받는 연금도 그만큼 많아져 연금의 ‘부익부 빈익빈’이 커지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라면 보험료가 많아지면 기업의 부담도 같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누구나 보험료를 실제 소득의 9%씩 내면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3∼4%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20명) (★표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용하(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김원섭(고려대 사회학과) 김원식(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김진수(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태일(고려대 행정학과)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배준호(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신성환(홍익대 경영학과·전 기금운용평가단장) 이정우(인제대 사회복지학과) 이한상(고려대 경영학과) 정창률(단국대 사회복지학과)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최영준 교수(연세대 행정학과)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유희원(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전광우(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병목(조세재정연구원 조세재정융합연구실장)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김하경 기자}

    •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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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반발 클것” 국민연금 대폭 인상 공개 안했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제도발전위)가 재정 고갈을 막을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최고 25%까지 올리는 세부안을 마련하고도 의도적으로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막대한 보험료 부담을 떠안을 20, 30대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다. 제도발전위의 한 위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원회 내부 계산 결과 2개의 개편안 가운데 ‘노후보장안(①안)’을 적용하면 2039년부터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5%까지 인상하거나 정부 예산으로 연금 재정을 메워야 2088년까지 연금 적립금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 결과는 ‘최고 25%까지 인상’이 나왔지만 지금도 반발이 큰데 불을 붙이는 격이 될 수 있어 자료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 “불투명한 정보공개 국민연금 불신 키워” ▼ 제도발전위가 17일 공개한 2개의 개편안 가운데 ①안은 연금 수령액을 은퇴 전 소득의 45%(소득대체율)까지 보장하도록 했다. 그 대신 ‘보험료율을 2034년 12.3%로 올린 뒤 재정계산을 할 때(5년)마다 조정한다’고만 명시했다. 관건은 2034년 이후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려야 소득대체율 45%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하지만 제도발전위는 이 대목을 쏙 빼놓았다. 월소득 300만 원인 가입자에게 보험료율 25%를 적용하면 매달 75만 원(직장가입자면 회사가 절반 부담)을 내야 한다. 2038년 이전에 보험료 납입이 끝나는 현재 40대 이상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20, 30대의 부담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제도발전위의 또 다른 안인 2029년까지 보험료율을 13.5%로 올리고 2043년부터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연장하는 ‘재정균형안(②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①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민감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김상균 제도발전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은 “20년 이후 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굳이 지금 시점에서 밝힐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어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세대가 반발하더라도 모든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궁극적으로 연금제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2001년 연금개혁을 단행하며 젊은 세대의 불안을 고려해 “2020년까지 보험료율을 20% 초과해 올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보험료 인상폭을 투명하게 공개하되 ‘이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상한을 약속해야 각자 이에 맞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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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내고 더 받는 노후보장안 유력… 젊은세대 부담 커져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운영하면 2057년 완전 고갈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인구 증가, 낮아진 경제성장률에 따라 5년 전 전망치보다 3년 더 앞당겨진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17일 연금 적립금을 2088년까지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①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내년 11%로, 2034년 12.3%로 각각 올린 뒤 이후 5년마다 급격히 올리되 소득대체율(가입자의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45%로 유지하는 안이다. 더 내고 더 받는 ‘노후보장안’인 셈이다. ②안은 소득대체율을 2030년까지 40%로 유지하되 이후 필요하면 더 낮춘다. 2029년까지 보험료를 13.5%로 인상하고 2043년 이후 수급 개시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안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재정균형안’인 셈이다.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각각의 안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세대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40대 이상은 ①안이 유리 시뮬레이션 조건은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월평균 소득은 300만 원이고 25세부터 59세까지 보험료를 납입해 82세(기대수명)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①안을 택하면 2034년부터 5년마다 보험료율이 단계적으로 21%까지 인상되고 ②안이면 2058년 소득대체율이 38%로 떨어진다고 가정했다. ▽이청년(가상인물·25) 씨=올해 취업해 월 27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 중 절반은 회사가 낸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앞으로 총 1억1340만 원을 납입한 뒤 65세부터 82세까지 1억8815만 원을 받게 된다. 낸 돈에 비해 받을 돈(수익비)이 1.6배 많다. ①안을 적용하면 이 씨가 앞으로 내야 할 보험료는 1억7875만 원으로 현행보다 57.6%(6535만 원) 늘어난다. 이는 ①안이 현 중장년층의 반발을 감안해 보험료율 인상폭을 당분간 억제하다가 2034년 이후 급격히 올리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 제도발전위 위원은 “보험료율을 높게는 25%까지 올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많이 내는 대신 이 씨가 수령할 연금 총액은 2억1167만 원으로 현재보다 12.5%(2351만 원) 증가한다. ②안을 적용하면 이 씨가 앞으로 부담할 보험료는 1억5660만 원이고 연금 수령액은 1억5882만 원이다. 사실상 낸 만큼 받는 셈이다. 이 씨가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부터 수령액이 줄어드는 탓이다. ②안은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수령액을 깎는 핀란드식 ‘기대수명 연동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씨가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 기대수명이 지금보다 길어지면 수령액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김연금(가상인물·40) 씨=①안을 적용하면 앞으로 20년간 보험료 부담이 1675만 원 늘어나지만 연금 수령액은 2351만 원 증가한다. 반면 ②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이 1890만 원 늘어나는데 수령액은 오히려 2324만 원 줄어든다. 김 씨가 51세가 될 때까지 보험료는 줄곧 인상되는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67세로 늦춰지기 때문이다. ▽지천명(가상인물·55) 씨=①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이 360만 원 늘지만 연금으로 2536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어 상당한 이득이다. ②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은 180만 원 증가하지만 수령액은 차이가 없다. 지 씨 생전엔 수령액이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①안에 무게 보건복지부는 이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말까지 정부안을 만들어 10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게 될지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이뤄진다. 당초 복지부 안에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당장 비판을 받더라도 ②안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연금 수령 시작 나이를 67세로 늦추는 ②안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노후소득 보장을 확대해 나가는 게 우리 정부 복지정책의 중요 목표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정부가 사실상 ①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공약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로만 개편하는 현행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과 함께 묶어 큰 틀에서 노후소득 보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 201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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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홀 안경, 시력 교정” 온라인 광고 속지마세요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핀홀 안경’(불투명 렌즈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낸 안경)을 검색하면 ‘근시든 난시든 상관없이 시력이 교정된다’는 광고 문구가 나온다. 이는 거짓광고다. 핀홀 안경은 의학적 효능이 입증된 의료기기가 아닌 일반 공산품이다. 오래 착용하면 동공을 커지게 해 오히려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월 온라인 쇼핑몰 6624곳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의료기기 거짓·과대광고를 1832건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았음에도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를 표방한 거짓광고가 11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산품인 신발 깔창을 팔면서 ‘족저근막염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거나 팔찌에 ‘혈액 순환 및 면역력 강화 효과’ 문구를 붙이는 식이다. 의료기기 본연의 기능과 무관한 효능을 표시한 과대광고도 575건에 달했다. 근육 안마용 저주파 자극기를 “비만 해소와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며 판매하거나 음경 확대기를 마치 전립샘 질환 치료용인 것처럼 광고한 경우다. 거짓광고를 일삼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복 적발되지 않으면 대개 시정명령에 그친다. 상반기 온라인 의료기기 거짓·과대광고 적발 건수는 2016년 658건, 지난해 1020건, 올해 1832건 등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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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응급실 폭행 근절 대책을” 정부에 건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은 최근 잇따르는 의료인 폭행 사건과 관련해 16일 정부의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의료인 폭행 처벌 강화법이 통과되도록 노력 △의료계와 협의의 장 마련 등을 촉구했다. 지난달 전북 익산시 익산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한 환자가 의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에도 전국에서 비슷한 사건이 이어졌다. 현행 응급의료법상 응급실 의사나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다른 환자의 진료를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집행유예나 500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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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소득 500만원 부부, 1억5672만원… 138만원 부부는 3억 육박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세금을 발라낸 앙상한 월급 명세서를 보면 무심코 이런 한탄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소득 재분배에 중점을 둔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올해 144조7000억 원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도대체 그 많은 세금을 다 어디에 쓰느냐”며 의아해 한다. 그렇다면 국민 한 사람이 정부로부터 평생 받는 현금은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10일 각 부처의 복지사업 406건 중 수혜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는 35건의 사업을 바탕으로 실제 수령액을 추산해봤다. ‘주택구입 디딤돌 대출’과 같은 저금리 혜택이나 건강보험료 감면과 같은 간접 지원, 에너지바우처 등 이용권은 계산에서 뺐다. 물론 각자의 소득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은 현금엔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중산층이라고 해도 평생 받는 돈이 상당했다.○ 월 소득 500만 원이면 평생 1억5672만 원 혜택 자녀 2명을 둔 김보편 씨(가상인물) 부부는 한 달에 500만 원을 번다. 복지 대상 선정기준으로 주로 쓰이는 중위소득(전국 근로자를 소득에 따라 줄 세울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보다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4인 가구 중위소득은 월 461만3536원이다. 따라서 김 씨 부부는 대다수 현금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래도 다음 달 도입되는 ‘아동수당’을 탈 수 있다. 아동수당은 소득 하위 90% 가정의 6세 미만 아동 1명당 월 10만 원씩 지급한다. 4인 가구는 월 소득이 1436만 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자녀 2명분의 아동수당을 각 72개월씩 모으면 총 1440만 원이다. ‘가정양육수당’도 자녀 앞으로 나오는 대표적 현금 복지다. 2명을 모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면 84개월 동안 총 204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김 씨가 34세 이전에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취업해 월 16만5000원씩 3년간 꾸준히 저금하면 기업이 600만 원, 정부가 1800만 원을 각각 더해 준다. 정부가 5월 추경을 편성해 도입한 ‘3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이다. 김 씨 부부가 은퇴 후 특별한 일자리를 갖지 않아 월 소득이 209만 원 이하로 줄어들면 65세부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올해 9월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내년 30만 원(부부 48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김 씨 부부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인 82세까지 산다면 총 9792만 원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하면 김 씨 부부가 평생 국가로부터 받는 현금은 총 1억5672만 원이 된다.○ 중위소득 30%인 저소득층 수혜액 3억 원에 육박 월 소득이 적다면 복지 혜택은 크게 늘어난다. 김 씨 부부처럼 자녀 2명을 둔 이선별 씨(가상인물) 부부의 월 소득은 138만 원이다. 중위소득의 30%에 살짝 못 미친다. 김 씨 부부가 받는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 청년내일채움공제 기초연금 등은 당연히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자녀 2명 앞으로 나오는 현금 복지제도가 다섯 가지 추가된다. 자녀를 출산하면 나오는 출산비가 자녀 한 명당 60만 원이다. 이는 임신·출산 진료비로만 쓸 수 있도록 임신부 누구에게나 바우처 개념으로 주는 60만 원 상당의 ‘국민행복카드’와 별개다. 만약 이 씨 부부의 재산이 2억 원을 넘지 않으면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자녀장려금’이 연 70만 원씩 나온다. 18세 미만 자녀가 월 4만 원을 저축하면 같은 액수를 정부가 보태주는 ‘디딤씨앗통장’도 있다. 자녀가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사이일 땐 ‘취약계층 우수인재 육성’ 장학금을 월 30만 원씩 받는다. 초중고교 재학 때 기초생활 ‘교육급여’로 나오는 학용품비와 부교재비 명목의 지원금은 1명당 229만 원이다. 이 씨가 취업을 위해 정부가 정한 직업훈련을 받으면 ‘취업성공패키지Ⅰ’ 제도에 따라 참여수당 등으로 50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취업에 성공해 일하는 동안 월 10만 원씩 3년간 꾸준히 저축하면 정부가 ‘희망키움통장Ⅰ’ 근로소득장려금 2240만 원을 더해준다. 만약 회사에 다니다가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이유로 이직하게 되면 새 직장을 구하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루 최대 6만 원씩 240일간 받는다. 이 씨 부부가 받는 현금 복지제도 12종을 모두 더하면 총 2억8283만 원으로, 중산층인 김 씨 부부보다 1억2611만 원을 더 받게 된다. 만약 한부모 가정이거나 범죄 피해자, 장애인 등이라면 평생 정부로부터 받는 현금 지원은 4억 원이 넘을 수 있다.○ 수억 원의 현금 지원,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나라의 현금 복지 비율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기초연금 등 각종 현금 복지의 절대적 금액만 놓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을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의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무상복지가 빠르게 확대된 데다 현금 복지 외에 각종 비용 감면 등 소득 보전 혜택이 많아 무조건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현금 지원 기준과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순천향대 김용하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인데, 정부는 소득이 있는 청년이 저축하면 현금을 더 보태주는 소득보조정책을 주로 펴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일자리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어린이집 지원, 누리과정 등 정부가 책임보육을 하는 상황에서 아동수당 10만 원은 정책적 효과가 없다”며 “이 예산을 초등학교 취학 후 아이 돌봄에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의 정책적 목표가 노인 빈곤을 없애는 것이라면 절대빈곤에 빠진 노인을 중심으로 연금을 차등 지원해야 정책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한국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노동시장도 급변하고 있다”며 “현금성 복지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당초 정책 타깃 층의 안전망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본인 부담 진료비 지원… 임신부-장애인 바우처 등 ‘비용감면’ 복지도 상당수▼정부가 실시하는 복지사업 중에는 ‘비용 감면성’ 혜택이 적지 않다. 현금으로 직접 주지는 않지만 수혜자가 꼭 지갑을 열지 않아도 의식주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으로 지원되지 않는 본인 부담 진료비를 덜어주는 의료비 혜택이다. 국가 암 검진에서 위·간·유방·대장·자궁경부암 등 5대 암 중 하나로 확인되면 한 해 진료비 200만 원(의료급여 수급자는 220만 원)을 3년간 지원한다. 월 소득이 461만3536원(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4인 가구가 연 소득의 20% 이상 진료비를 부담하게 되면 이를 ‘재난적 의료비’로 보고 연간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해준다. 일반적으로 입원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은 20% 수준이지만 15세 이하 아동이 입원하면 부담률이 5%가 넘지 않도록 해준다. 이 밖에 난임 부부의 체외수정 시술비를 1회당 최대 50만 원 범위에서 4회 지원하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과 임플란트 1개당 14만 원가량을 감면해준다. 건강보험 진료비를 깎아주는 게 아니라 임신부가 정부 지정 병·의원이나 조산원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주는 제도도 있다. 국민행복카드로 발급되는 60만 원 상당의 ‘임신·출산 진료비’ 바우처다. 쌍둥이를 임신했거나 인천 옹진군 등 분만 취약지에서 이용하면 20만∼40만 원을 얹어준다.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료(월 25만∼44만 원)와 3∼5세 누리과정 비용 일부(5만∼22만 원)는 아이행복카드로 지원한다. 장애인은 가사활동 보조나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받는다. 장애 1등급은 월 127만 원, 4등급은 50만6000원 등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홀몸노인이면 최고 293만8000원이 추가된다. 반년 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질환자나 소년소녀가장 가정도 가사 및 간병 서비스를 월 최대 27시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은 문화 및 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 바우처를 받는다. 1명당 영화나 도서, 여행사, 야구 경기 관람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가 7만 원어치 지급된다. 5∼18세 아동 청소년에겐 월 8만 원의 스포츠(태권도 수영 축구 등) 강좌 수강료를 따로 준다. 자연휴양림 등 산림복지 서비스에 쓸 수 있는 이용권도 연 10만 원어치 지급된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 201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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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복” 아우성인데 경영부담 키우는 최저임금 시행령

    정부가 개별 사업장이 최저임금을 지켰는지 따지기 위해 월급이나 주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만 주휴수당(근로자가 일주일 개근하면 주는 유급휴일수당)을 포함시킬 것을 법령에 못 박았다. 최저 ‘시급’의 산입범위(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시키는 임금 항목)에도 주휴수당을 정식으로 넣어야 한다는 경영계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체감 최저시급이 이미 1만 원을 넘은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소정근로시간 외에도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일 입법 예고했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근로자가 하루 3시간, 한 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유급휴일에 해당하는 하루(8시간) 치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가 받는 월급이나 주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유급휴일을 계산에 넣을지가 법령에 명확히 적혀 있지 않아 혼란이 컸다. 예컨대 근로자 A 씨의 월급 170만 원을 소정근로시간(주 40시간×4.35주)인 174시간만으로 나누면 A 씨의 시급은 9770원으로 계산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많다. 하지만 이날 고용부가 명문화한 공식에 따라 유급휴일(주 8시간×4.35주)까지 분모에 넣어 총 209시간으로 나누면 A 씨의 시급은 8134원이 된다. 이에 따라 A 씨를 고용한 사업주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간 고용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단속할 때 자체 행정 해석에 따라 ‘209시간 공식’을 적용해 왔고 이번에 이를 명문화했다. 이번 조치는 사업주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사업주가 체감하는 최저시급은 이미 1만30원이니, 차라리 주휴수당을 산입범위에 정식으로 넣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9일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최저시급 계산 방식을 수정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은택 기자}

    • 201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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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도 땀범벅… 15분 휴식? 꿈같은 얘기”

    햇볕에 달궈진 콘크리트 위 온도는 수은주의 측정 한도인 50도를 가리켰다. 금세 옷이 땀에 젖어 축축해졌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3일 오후 1시경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근로자 40여 명은 공사 자재를 어깨에 이고 나르거나 레미콘을 거푸집에 부으며 쉼 없이 움직였다. 30여 m 떨어진 그늘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는 아무도 없었다. ‘열사병 예방을 위해 1시간마다 15분 이상 쉬어야 합니다’라고 쓰인 공사장 곳곳의 현수막이 무색했다.○ 전혀 지켜지지 않는 ‘의무 휴식시간’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와 함께 해당 현장을 점검한 결과 근로자 40여 명 중 현장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 4곳을 이용한 사람은 6명뿐이었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 근로자들은 일손을 잠시도 놓지 못했다. 레미콘을 초당 10kg씩 쏟아내는 차량이 10대 이상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건설 근로자처럼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이들에겐 적절한 휴식시간과 그늘로 된 휴게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처벌이 무거운 이유는 건설현장에서 폭염으로 숨지는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4∼2017년 산업현장에서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4명은 모두 건설 근로자였다. 하지만 건설사 상당수는 이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권고한 휴식시간(폭염경보 시 1시간마다 15분 휴식)을 일일이 지키면 완공과 분양 등 후속 일정에 차질이 생겨 손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취재팀이 찾은 현장사무소 안에는 타워크레인 전복을 막기 위한 풍속 감시계만 있을 뿐 현장의 기온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시스템은 없었다. 남궁태 건설산업노조 경기남부지부장은 “결국 건설사는 근로자가 폭염으로 쓰러지는 것보다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공사 기한이 늘어나는 걸 더 우려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9층에서 작업하는데 휴게공간은 1층” 6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선 건물 외벽에 대리석을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9층 높이 비계(飛階)에서 작업하는 석공의 목덜미에 강한 햇볕이 내리 쪼였다. 건물 안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먼지가 가득했다. 한 석공은 “1층에 선풍기를 설치한 휴게공간이 있지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시간이 없어 그냥 여기(고층)서 쉰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이날 마곡지구 일대 오피스텔 건설현장 10곳을 둘러보니 작업장 가까이에 휴게공간을 만든 현장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곳 중 5곳엔 휴게공간이 아예 없었고, 3곳의 휴게공간은 작업장과 멀어 근로자가 이용하기 어려웠다. 탈의실이 멀어 길가에서 바지를 갈아입는 근로자도 있었다. 휴게공간이 없는 현장에서 일하는 서모 씨(56)는 “현장소장이 안 보는 곳에서 잠깐씩 더위를 식히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폭염이 지속되면 지진처럼 ‘국가재난’으로 보고 공사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다만 민간 건설공사의 경우 공공부문과 달리 공사 기한 연장을 강요하기 어려운 만큼 ‘폭염경보 시 1시간마다 15분 휴식’을 법령에 못 박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화성=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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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간마다 15분 휴식? 50도 넘는 건설현장 가보니…

    햇볕에 달궈진 콘크리트 위 온도는 수은주의 측정 한도인 50도를 가리켰다. 금세 옷이 땀에 젖어 축축해졌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3일 오후 1시경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은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근로자 40여 명은 공사 자재를 어깨에 이고 나르거나 레미콘을 거푸집에 부으며 쉼 없이 움직였다. 30여 m 떨어진 그늘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는 아무도 없었다. “열사병 예방을 위해 1시간마다 15분 이상 쉬어야 합니다”라는 공사장 곳곳의 현수막이 무색했다.● 전혀 지켜지지 않는 ‘의무 휴식시간’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와 함께 해당 현장을 점검한 결과 근로자 40여 명 중 현장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 4곳을 이용한 사람은 6명뿐이었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 근로자들은 일손을 잠시도 놓지 못했다. 레미콘을 1초당 10㎏씩 쏟아내는 차량이 10대 이상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건설 근로자처럼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이들에겐 적절한 휴식시간과 그늘로 된 휴게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처벌이 무거운 이유는 건설현장에서 폭염으로 숨지는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4~2017년 산업현장에서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4명은 모두 건설 근로자였다. 하지만 건설사 상당수는 이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권고한 휴식시간(폭염경보 시 1시간마다 15분 휴식)을 일일이 지키면 완공과 분양 등 후속 일정에 차질이 생겨 손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취재팀이 찾은 현장사무소 안에는 타워크레인 전복을 막기 위한 풍속 감시계만 있을 뿐 현장의 기온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시스템은 없었다. 남궁태 건설산업노조 경기남부지부장은 “결국 건설사는 근로자가 폭염으로 쓰러지는 것보다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공사기한이 늘어나는 걸 더 우려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9층에서 작업하는데 휴게공간은 1층” 6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선 건물 외벽에 대리석을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9층 높이 비계(飛階)에서 작업하는 석공의 목덜미에 강한 햇볕이 내리쬈다. 건물 안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먼지가 가득했다. 한 석공은 “1층에 선풍기를 설치한 휴게공간이 있지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시간이 없어 그냥 여기(고층)서 쉰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이날 마곡지구 일대 오피스텔 건설현장 10곳을 둘러보니 작업장 가까이에 휴게공간을 만든 현장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곳 중 5곳엔 휴게공간이 아예 없었고, 3곳의 휴게공간은 작업장과 멀어 근로자가 이용하기 어려웠다. 탈의실이 멀어 길가에서 바지를 갈아입는 근로자도 있었다. 휴게공간이 없는 현장에서 일하는 서모 씨(56)는 “현장소장이 안 보는 곳에서 잠깐씩 더위를 식히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폭염이 지속되면 지진처럼 ‘국가재난’으로 보고 공사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다만 민간 건설공사의 경우 공공부문과 달리 공사기한 연장을 강요하기 어려운 만큼 ‘폭염경보 시 1시간마다 15분 휴식’을 법령에 못 박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화성=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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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설계사 등 고용보험 의무화 강행… 재계 “일자리 쇼크 우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연극배우 등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 오히려 ‘일자리 쇼크’가 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임금근로자처럼 실업급여를 받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6일 밝혔다. 특수고용직은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처럼 근로자 성격이 강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특수고용직은 47만∼49만 명, 예술인은 39만 명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직 전 24개월 동안 12개월(예술인은 9개월) 이상 고용보험료를 낸 비자발적 이직자를 실업급여 대상으로 보기로 했다. 월 지급액은 이직 전 월평균 보수의 50%(하루 상한액은 6만 원), 지급기간은 가입기간과 나이에 따라 90∼240일로 임금 근로자와 같다. 아이를 낳거나 유산하면 출산휴가 급여에 상응하는 돈을 준다. 단 육아휴직 급여는 육아 기간 정말로 돈을 벌지 못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지급 대상에서 뺐다. 경영계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를 제외시킨 뒤 경영계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특수고용직의 70%가 몰려 있는 보험업계는 회사가 부담해야 할 고용보험료만 435억 원에 이른다며 오히려 보험설계사들의 일자리 쇼크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수고용직 입장에서도 고용 불안과 실적 압박이 커질 수 있어 고용보험 의무 가입은 혜택이 아닌 부담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들을 봐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2016년 8월) 당시 74.6%가 고용보험 가입을 희망했지만 보험연구원 조사(2017년 8월) 때는 거꾸로 83.5%가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하거나 설계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고용부는 연내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할 직종과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률을 확정할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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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있는 삶은 늘었지만… 업무성과 부담에 “일 싸들고 집으로”

    #1. “오빠 정말 불쌍하다. 퇴근했는데 이게 뭐야….” 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커피숍에서 20대 후반 여성이 맞은편에 앉은 남자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셔츠와 정장 차림의 이 남성은 퇴근 후 업무용 PC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자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성은 “주 52시간 근무제는 무슨…”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2. 쿠팡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홍모 씨(45).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뒤에도 웹사이트 개편 등으로 바쁜 시기에 야근을 하는 건 예전과 똑같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덕에 근로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됐다. 홍 씨는 “야근을 하고 나면 반차가 생기기 때문에 주말 앞뒤로 붙이면 사흘 이상 연휴가 될 수도 있어 나들이를 떠나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7월 1일 300명 이상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상당수 근로자들은 “과로에서 탈출했다”며 반기지만 일부에선 퇴근 후 커피숍을 전전하면서 ‘몰래 야근’을 한다는 탄식도 들린다. 동아일보는 직장인 20명에게 주 52시간제의 본격적인 시행 이후 직장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어봤다.○ 업무 집중도 높아졌지만 성과 부담도 커져 대기업 사무실이 몰린 서울 중구와 강남구 일대의 커피숍은 한 달 새 풍경이 확 달라졌다. 올해 초만 해도 업무 미팅을 하는 인근 회사원과 외부 인사로 평일 오후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지만 이제 낮에는 한가해졌다. A보험에 다니는 김모 씨(42)는 “회사가 야근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후 2∼4시를 각자 자리를 지키는 ‘업무 집중시간’으로 정했다”며 “이 시간엔 인근 커피숍에서 회의를 하는 것도 자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후 6시가 넘은 커피숍엔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콘센트를 찾는 회사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량은 그대로지만 정시 퇴근 압박 때문에 커피숍으로 이동해 야근을 하는 이른바 ‘근로시간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모 씨(26·H그룹)는 “일과 내에 처리하지 못한 일을 종종 집으로 싸들고 간다”고 했다. 업무 성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하는 장소만 바뀐 ‘비자발적 재택근무’가 이뤄지는 것이다.○ “저녁 있는 삶이 생겼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에 맞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게 된 근로자들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해졌다. 중견 제약회사에 다니는 장모 씨(29·여)는 지난달 초 집 근처 체육관에 수영 강습을 등록하려다가 수강 정원이 이미 마감됐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콘텐츠 제작업체에서 일하는 홍모 씨(26·여)는 서울로 돌아오는 퇴근 버스에서 큰 변화를 느꼈다. 오후 6시 반경이 돼야 가득 차곤 했던 버스는 이제 6시만 되면 빈자리가 없다. 불필요한 업무를 ‘다이어트’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김모 씨(32)가 일하는 KB국민은행에선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긴 업무 공백의 일부를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메우고 있다. 그날의 영업 실적을 직원이 일일이 세지 않아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시스템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후 7시가 넘으면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지고, 대형 프로젝트 때문에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면 그 다음 달에 몰아서 쉬기로 했다. 대한적십자사 직원 A 씨(27·여)도 수개월 전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비해 쓸데없는 서류 작업 등을 조사해 없앤 뒤 연장근로가 줄었다. ○ “흡연, 티타임도 근로시간 아닌가요” 현장 혼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흡연, 티타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각 회사의 지침이 엇갈려 근로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이모 씨(27·삼성전자)는 “업무 공간이 전부 금연구역이라서 담배를 피우려면 회사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출입카드 기록이 남으니 당분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고모 씨(27·여)는 “회식은 근무가 아니라는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번개 회식’이 더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달라진 제도에 맞춰 직장 문화도 차근차근 바꿔야 한다는 게 직장인들의 공통된 얘기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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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숍 전전하며 ‘몰래 야근’…주 52시간 근무, 어떻게 달라졌나

    #1“오빠 정말 불쌍하다. 퇴근했는데 이게 뭐야….” 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커피숍에서 20대 후반 여성이 맞은편에 앉은 남자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셔츠와 정장 차림의 이 남성은 퇴근 후 업무용 PC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자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성은 “주 52시간 근무제는 무슨…”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2쿠팡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홍모 씨(45).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뒤에도 웹사이트 개편 등으로 바쁜 시기에 야근을 하는 건 예전과 똑같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덕에 근로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됐다. 홍 씨는 “야근을 하고 나면 반차가 생기기 때문에 주말 앞뒤로 붙이면 사흘 이상 연휴가 될 수도 있어 나들이를 떠나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7월 1일 300명 이상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상당수 근로자들은 “과로에서 탈출했다”고 반기지만 일부에선 퇴근 후 커피숍을 전전하며 ‘몰래 야근’을 한다는 탄식도 들린다. 동아일보는 직장인 20명에게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 이후 직장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 지 들어봤다.● 업무 집중도 높아졌지만 성과부담도 커져 대기업 사무실이 몰린 서울 중구와 강남구 일대의 커피숍은 한 달 새 풍경이 확 달라졌다. 올해 초만 해도 업무 미팅을 하는 인근 회사원과 외부 인사로 평일 오후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지만 이제 낮에는 한가해졌다. A보험에 다니는 김모 씨(42)는 “회사가 야근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후 2~4시를 각자 자리를 지키는 ‘업무 집중시간’으로 정했다”며 “이 시간엔 인근 커피숍에서 회의를 하는 것도 자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후 6시가 넘은 커피숍엔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콘센트를 찾는 회사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량은 그대로지만 정시 퇴근 압박 때문에 커피숍으로 이동해 야근을 하는 이른바 ‘근로시간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모 씨(26·효성)는 “일과 내에 처리하지 못한 일을 종종 집으로 싸들고 간다”고 했다. 업무 성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하는 장소만 바뀐 ‘비자발적 재택근무’가 이뤄지는 것이다.● “저녁있는 삶이 생겼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에 맞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게 된 근로자들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해졌다. 중견 제약회사에 다니는 장모 씨(29·여)는 지난달 초 집 근처 체육관에 수영 강습을 등록하려다 수강 정원이 이미 마감됐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콘텐츠 제작업체에서 일하는 홍모 씨(26·여)는 서울로 돌아오는 퇴근 버스에서 큰 변화를 느꼈다. 6시 반경이 돼야 가득 차곤 했던 버스는 이제 6시만 되면 빈 자리가 없다. 불필요한 업무를 ’다이어트‘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김모 씨(32)가 일하는 국민은행에선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긴 업무 공백의 일부를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메우고 있다. 그날의 영업 실적을 직원이 일일이 세지 않아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시스템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후 7시가 넘으면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지고, 대형 프로젝트 때문에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면 그 다음달에 몰아서 쉬기로 했다. 대한적십자사 직원 A 씨(27·여)도 수개월 전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비해 쓸데없는 서류 작업 등을 조사해 없앤 뒤 연장근로가 줄었다. ● “흡연, 티타임도 근로시간 아닌가요” 현장 혼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운 시간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는 흡연, 티타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각 회사의 지침도 엇갈려 근로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이모 씨(27·삼성전자)는 “업무공간이 전부 금연구역이라서 담배를 피우려면 회사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출입카드 기록이 남으니 당분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보험사에서 근무하는 고모 씨(27·여)는 “회식은 근무가 아니라는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번개 회식‘이 더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달라진 제도에 맞춰 직장문화도 차근차근 바꿔야한다는 게 직장인들의 공통된 얘기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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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기업 경영참여’ 길 열어놨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30일 확정했다. 국민연금은 당초 이사 추천, 위임장 대결 등 경영권 참여에 해당하는 활동을 제외했지만 이날 “기업 경영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에 경영참여권을 행사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업 가치 훼손’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밝히지 않아 사실상 경영권 참여의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했다. 최대 논란이었던 경영 참여에 대해선 “관련법 개정 등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에 이행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면서도 “그 이전에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하면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정 기업에 이사 선임 및 해임을 요구하거나 다른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영 참여가 언제든 가능해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와 관련해 ‘관치’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초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서 해당 내용을 뺐다. 하지만 26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근로자와 시민단체 대표 측이 “경영 참여를 명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반발해 스튜어드십 코드 의결이 무산되자 30일 회의에선 “원칙적으로는 배제하되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사한다”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특정한 경우에, 기업의 경영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해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면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해서 경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타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한 경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엔 “(기금운용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국내 주식 투자액이 131조 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경영 참여가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따라 정부 의도대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의 경영에 개입할지를 결정할 땐 해당 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속적인 분석 등 고도의 투자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이 그런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우며, 결국 기업의 가치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경영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공단,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 지침. 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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