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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유벨디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무차별 총격 사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쯤 총기 로비에 맞설 것이냐”고 격분하며 강력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24일(현지 시간) 한일 순방을 마친 뒤 귀국길에 사건 소식을 접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하자마자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분노와 절망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끊이지 않는 총기 사건에 대해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가 난다(sick and tired of)”며 “더 이상 (총기 규제가) 학살을 막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고 격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숨진 학생들은) 아름답고 무고한 2, 3, 4학년 학생들이었다. 자식을 잃는 것은 영혼 일부가 뜯겨지는 기분”이라고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18세 아이가 가게에 들어가 총기를 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다. 사람 죽이는 것 말고 총기가 필요할 일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자신이 부통령이던 2012년 벌어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열흘 전 뉴욕주 버팔로시 총격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총기 난사 사건은 세계 어디에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런 대학살(carnage)과 함께 하려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산업의 의회 로비에 맞서 행동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총기) 로비에 맞서 싸울 용기를 지닌 우리의 기개(backbone)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며 “이제는 이 고통을 행동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차로 10분 거리인 10km 떨어진 곳의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15일 동안 3700km를 이동한 우크라이나 남성 포커 선수 세르히 벨랴예우 씨(32) 사연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2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벨랴예우 씨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동부 하르키우 외곽, 약혼녀 나탈리 드로즈드 씨는 하르키우에 거주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올 2월 24일 하르키우 일대를 점령하면서 벨랴예우 씨 집에서 드로즈드 씨 집으로 가는 길목이 끊겼다. 약혼녀가 보고 싶었던 벨랴예우 씨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이동이 어렵다고 느낀 그는 대신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통과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37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달 4일 그는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했다. 우선 70km를 이동해 러시아로 넘어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군은 벨랴예우 씨 일행이 민간인인지 우크라이나 군인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속옷까지 벗겨 몸을 수색했다. 그의 일행은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10일 만인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도착했다. 이후 수도 키이우를 거쳐 나흘 뒤인 같은 달 18일 마침내 약혼녀가 살고 있는 하르키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혼녀의 집에서 불과 50m의 거리에서 다시 검문을 받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약혼녀를 향해 ‘보고 싶다. 기다려 달라’고 되뇌면서 힘든 여정을 버텨냈다고 회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차로 10분 거리인 10km 떨어진 곳의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10일 동안 3700km를 이동한 우크라이나 남성 포커선수 세르히 베라예프 씨(32)의 사연이 화제다. 22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라예프 씨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동부 하르키우 외곽, 약혼녀 나탈리 드로즈드 씨는 하르키우에 거주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침공 당일인 올해 2월 24일 하르키우 일대를 점령하면서 베라예프 씨의 집에서 드로즈드 씨의 집으로 가는 길목이 끊어졌다. 약혼녀가 보고싶었던 베라예프 씨는 중대결단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이동이 어렵다고 느낀 그는 대신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통과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37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달 4일 그는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했다. 우선 70km를 이동해 러시아로 넘어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군은 베라예프씨 일행이 민간인인지 우크라이나 군인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속옷까지 벗겨 몸을 수색했다. 일부 일행은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여권이 모두 불타버리는 바람에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심문을 받았다.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들이 탄 차량의 바퀴와 브레이크는 모두 망가져 있었다. 베라예프 씨는 여정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건강도 악화됐다. 하지만 약혼녀를 만나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의 일행은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10일 만인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도착했다. 이후 수도 키이우를 거쳐 나흘 뒤인 같은 달 18일 마침내 약혼녀가 살고 있는 하르키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혼녀의 집에서 불과 50m의 거리에서 다시 검문을 받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약혼녀를 향해 ‘보고 싶다. 기다려 달라’고 되뇌면서 힘든 여정을 버텨냈다고 회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8년차 유아 특수교사 크리스티나 실 씨(41)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슬리델에 있는 헌혈센터에 들어섰을 때 이날도 대기실은 만석이었다. 벽면에 ‘헌혈 4회 할 때마다 기름값 20달러(약 2만5000원) 추가 제공’이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실 씨는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매주 2회(화, 목요일) 혈장을 기증해 왔다. 그렇게 월 400∼500달러(약 50만∼63만 원)를 벌었다.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물가 급등으로 미국인 수백만 명이 새로운 한계에 직면했다며 공립초등학교 교사인 실 씨의 사연을 전했다. 생활비는 거의 배로 뛰었고 빚도 1만 달러(약 1270만 원) 가까이 늘었다. 동료 교사들은 과외로 ‘투잡’을 뛰기도 했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실 씨는 여력이 없었다. 결국 최후 수단으로 ‘혈장 판매’에 나섰다. 미국 적십자사가 권고하는 혈장 기증 횟수는 28일에 한 번, 1년에 최대 13회다. 실 씨는 주 2회 기증하다 보니 단백질 수치가 너무 떨어져 ‘기증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단백질 음료를 마셔 가며 3주 만에 정상 수치로 끌어올린 뒤 다시 기증을 이어갔다. 지난달 극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도 너무 비싸 치료를 포기했다. 실 씨는 “내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혈장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줄은 몰랐다”며 “이것이 내 인생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독일 정부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78·1998∼2005년 집권·사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노골적인 친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임 총리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제공했던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독일은 전직 총리에게 국비로 사무실 및 보좌관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폐쇄가 확정되면 슈뢰더 전 총리는 연간 40만7000유로(약 5억3000만 원)에 준하는 혜택을 잃는다.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은 18일(현지 시간) 집권 사회민주당,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수도 베를린 연방의회 건물에 있는 슈뢰더 전 총리의 사무실을 폐쇄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3당은 “그가 전임 총리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친러 노선을 묵과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 겸 자민당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로비를 벌이는 전직 총리가 세금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슈뢰더 전 총리가 속했던 사민당 내에서는 출당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줄곧 푸틴 대통령을 ‘친구’라고 칭하며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등 곳곳에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을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 공격을 명령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불렀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미국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앞으로는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18일(현지 시간)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거 민주당은 (대체로) 친절함을 지닌 정당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투표했다”며 “그러나 지금 그들은 분열과 증오의 정당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지지하지 않으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반발을 예측하듯 “그들이 나에 대해 추잡스럽고 속임수가 담긴 캠페인을 펼치는 것을 지켜봐라”고 덧붙였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머스크가 이미 16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테크 컨퍼런스 행사에서 앞으로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머스크는 “민주당은 노조에 의해 과도하게 통제되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노조에 사로잡혀 있다”며 “민주당은 당 지지자들 대신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트위터 인수를 발표한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 복구 문제로 민주당 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 그가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할 것을 암시하자 백악관은 “온라인 플랫폼이 허위 정보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머스크는 13일 “트위터의 스팸 및 가짜 계정이 전체 사용자의 5% 미만이라는 계산의 구체적인 근거가 나올 때까지 인수를 일시 보류한다”고 돌연 발표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독일 정부가 친러시아 성향으로 유명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78)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친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임 총리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제공돼 온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폐쇄가 확정되면 슈뢰더 전 총리는 연간 40만7000유로(약 5억 3000만 원)에 달하는 지원 혜택을 잃게 된다. 다만 연간 10만 유로(약 1억 3000만 원)씩 제공되는 연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은 18일(현지 시간) 집권 사회민주당,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녹색당, 자유민주당 3개 당이 베를린 연방의회 건물에 있는 슈뢰더 전 총리의 사무실을 폐쇄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3당은 폐쇄 이유에 대해 “그가 전임 총리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의 친러 노선을 묵과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은 임기를 마친 총리에게 정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무실과 보좌관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모두 국비 지원이다. 슈뢰더 전 총리의 사무실이 폐쇄되면 각종 자료 파일들은 국가 기록보관소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계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친구’라고 칭했다. 러시아 가스기업의 고위직을 유지하며 거액의 급여를 받는 등 친러 행보를 이어가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그는 지난달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보로댠카 등 곳곳에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을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해 큰 논란을 불렀다. 당시 그는 “부차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는 푸틴 대통령이 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해 호된 비판을 받았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푸틴을 위해 공개적으로 로비 활동을 펼치는 전직 총리가 여전히 시민 세금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퇴임 직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드스트림 2’ 송유관 사업을 승인했으며 2005년 퇴임 후 해당 사업 파이프 라인 운영사의 이사장직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정유사 로스네프트의 고문을 맡고 있다. 그가 받는 연봉은 87만 달러(약 11억 원)에 달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인간에 대한 증오는 지나갈 것이고 독재자는 죽을 것이며 그들이 빼앗은 권력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는 한 자유는 결코 소멸될 수 없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깜짝’ 연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걸작 ‘위대한 독재자’(1940년) 대사를 인용해 세계 영화계가 다시 한번 전쟁 반대, 러시아 규탄의 한목소리를 내 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채플린의 독재자는 진짜 독재자(히틀러)를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영화계는 침묵하지 않았다”며 “또 한번 독재자가 등장했고 자유를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채플린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의 독재자에 함께 맞설 것을 호소했다. 그는 “매일매일 수백 명이 죽는다. 그들은 (영화처럼) ‘컷’ 소리를 들어도 다시 살아날 수 없다”며 “영화는 언제나 자유의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칸 영화제는 주요한 테마로 전쟁을 다루고 있다. 21일에는 우크라이나 영화인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날’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칸 영화제 측은 이번 영화제에 러시아 대표단 및 정부 관계자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럽 최대 음악제전 ‘2022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밴드 멤버들이 고국을 지키기 위해 곧바로 우크라이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팀 ‘칼루시 오케스트라’ 리더 올레흐 프슈크 씨(사진)는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15일(현지 시간) 택시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남성 6인조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특별 임시 허가’를 받아야 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올 2월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려 징집 대상자인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우승 멤버들은 16일까지 우크라이나로 복귀해야 한다.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고국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프슈크 씨는 14일 우승 기자회견에서 “우승 축하 무대를 끝내고 고국으로 복귀하겠다. 다른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처럼 우리는 끝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푸틴의 이너서클(inner circle·최측근)은 누구인가?”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두 달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당초 72시간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겠다던 전쟁이 길어지는 원인으로 외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꼽습니다. 푸틴의 눈과 귀를 막은 그들이 전황(戰況)을 잘못 예측해 보고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푸틴이 그들의 꼭두각시일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이너서클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푸틴 최측근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푸틴의 고향이자 정치 행보를 시작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입니다. 한때 러시아에서는 “피테르(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줄임말) 출신이면 글을 읽고 쓰기만 해도 고위직에 오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정치 경제 산업 등 전방위 요직을 차지했기 때문이죠. 이들 가운데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이 세운 ‘오제로 다차(별장) 집단농장’을 함께 운영한 극소수는 최측근 중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들 대다수는 실로비크(silovik·복수로 실로비키)입니다. 러시아어로 ‘강한 사람들(strongmen)’을 뜻하는 실로비키는 정보기관, 군대, 경찰 혹은 관련 기관 출신을 뜻합니다. 현재 핵심 실로비키는 푸틴처럼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입니다. 그 중 일부는 푸틴과 함께 1980년대 동독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레닌그라드 트리오’197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입니다. 푸틴은 막 KGB에 들어가 레닌그라드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의 옆에는 동료 3명이 있습니다. 이 3명을 뜻하는 ‘레닌그라드 트리오’는 지금까지 푸틴과 가장 오래한 심복입니다. 강경파 중 강경파로 통하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위원회 비서관은 핵심 외교 참모입니다. 1975년 푸틴과 같은 해에 KGB에 들어왔고 1999년 푸틴 후임자로 KGB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에 임명됩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그가 주도해 결정했다고 분석합니다. 파트루셰프는 미국과 자본주의 체제에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분리시켰고 자본주의가 국가를 부패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정권을 무너뜨린 유로마이단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열린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에서 푸틴에게 “똑바로 대답하라”는 말까지 들으며 혼쭐난 인물이 있었죠. 세르게이 나리쉬킨 해외정보국(SVR) 국장입니다. 하원 두마 의장까지 맡은 그는 푸틴 집권 초부터 그의 그림자 같은 인물입니다. 러시아 ‘역사적 진실 위원회’ 위원장이자 국영방송 채널1 이사회 의장까지 하고 있는 그는 이번 침공의 이념적 근거를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현 FSB 국장 알렉산더 보르트니코프는 파트루셰프와 마찬가지로 푸틴의 KGB 동료입니다. 푸틴에게 그는 최고의 정보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그가 러시아 ‘반(反)푸틴 세력’이 점찍은 후계자라고 공개했습니다. 쿠데타로 푸틴이 축출될 경우 그가 새로운 지도자를 맡아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중론입니다. ● 푸틴의 올리가르히올리가르히(Oligarch)는 러시아어로 신흥 재벌을 뜻합니다. 옛 소련 해체 직후인 1990년대 초반 민영화 과정에서 국유기업을 손아귀에 넣은 재벌을 의미합니다. 푸틴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대통령 때부터 올리가르히는 정치권과 강력하게 유착했습니다. 집권 후 푸틴은 올리가르히 길들이기에 나섭니다. 푸틴에 협력하길 거부한 일부 재벌은 배임이나 횡령 등 이유로 체포됩니다. 그 빈자리를 푸틴의 새로운 올리가르히가 채우게 됩니다. “러시아 2인자는 누구인가?” 러시아의 2인자가 만약 존재한다면 먼저 석유 재벌 이고리 세친을 떠올리는 서방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세친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입니다.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앉히고 슬쩍 총리를 맡은 2008년~2012년 부총리를 지냈습니다.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1990년대 초반 세친은 그의 비서실장에 오릅니다. 2004년 푸틴은 당시 러시아 2위 국영회사 로스네프트 대표로 세친을 임명합니다. 러시아 경제 핵심인 에너지를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러시아 언론은 세친을 다스베이더, 또는 ‘지구상 가장 무서운 인물’이라고 표현합니다. 영국 정부는 세친을 ‘푸틴의 오른팔’이라고 공개적으로 칭했습니다. 2016년 11월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경제장관이 뇌물 혐의로 체포됐을 때 세친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세친이 회의가 있다며 울류카예프를 불러 놓고 거액의 현금을 건넸고 받자마자 체포했다는 것입니다. 세친이 경제와 정치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회자됩니다. 아르카디와 보리스 로텐베르크 형제는 푸틴의 죽마고우입니다. 형 아르카디는 12세 때 유도 수업에서 푸틴을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이후 셋은 서로서로 유도 파트너를 하며 성장합니다. 로텐베르크 형제는 현재 러시아 최대 규모 가스관 및 송전선 건설 회사 스트로이가스몬타슈를 공동 소유하고 있습니다. 푸틴의 죽마고우라는 이유로 여러 국영사업을 수주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형제는 대표적 ‘유도크라시(judocracy·judo+bureaucracy)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도광인 푸틴과 함께 유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 파벌을 뜻합니다. 러시아 고위 정치인이나 관료 중에는 유도가 취미인 사람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푸틴과 한 판 ’제대로‘ 붙기만 하면 고위직에 오를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게나디 팀첸코는 푸틴의 숨은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러시아 ’석유 황제‘입니다. 1990년대 초반 청년 석유 무역상과 정치 샛별은 손을 잡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교위원회 위원장이던 푸틴은 팀첸코에게 석유 수출 허가증을 내줍니다. 둘의 관계가 본격화합니다. 팀첸코는 스위스에 러시아산 석유 수출업체 ’군보르‘를 공동 설립하며 억만장자로 부상합니다. 이에 군보르의 배후에 푸틴이 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됩니다. 미국 재무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푸틴이 군보르에 비공개 투자했다는 이유로 팀첸코를 제재 대상에 올립니다. 다만 팀첸코는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기 전날 자신의 모든 군보르 지분을 스위스의 동업자에게 넘기며 제재를 피합니다.● 친구보다는 각자도생 이너서클로 알려진 인사 중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대표적 인물이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 알파방크 공동 설립자 미카일 프리드먼입니다. 프리드먼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영국 소재 투자회사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쟁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혈사태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뿐”이라고 밝힙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이번 전쟁을 비극이라고 말합니다. 러시아 알루미늄 올리가르히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좀 더 대담했는데요. 공개적으로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텔레그램에 “이 세계는 매우 중요하다! 가능한 빨리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립니다. 원치 않은 ’손절‘을 해야만 했던 인물도 있습니다. 프로축구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 구단주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론을 의식한 듯 첼시 구단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위한 구호재단을 설립해 매각 순수익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힙니다. 20년 우정 ’덕분에‘ 도주해야만 했던 인물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친(親)러시아 정치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브로커‘ 역할을 맡아 온 메드베드추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푸틴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푸틴이 메드베드추크 막내딸의 대부라는 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소치에서 함께 F1 경기를 관람하는 등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자주 목격됐습니다. 메드베드추크는 이번 러시아 침공이 성공했을 시 ’꼭두각시 정권‘을 이끌 유력한 인물로 거론됐습니다. 그는 앞서 2016년 한 인터뷰에서 “크름반도는 법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불행하게도 사실상 러시아에 속한다”고 말하며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의 고립 정책을 비난했습니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던 그는 젤렌스키 정권이 들어온 후 2021년 반역 혐의로 가택 연금에 처해집니다. 그리고는 이번 침공이 발발한 지 사흘 만인 2월 27일 도주했습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는 우크라이나 군복을 입은 채로 체포됐습니다. 러시아는 그를 두고 포로 교환을 하자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우리 시민이 아니다”라며 단칼에 거절합니다. 전쟁 초기 마리우폴에서 폭격을 맞아 죽은 어린 소녀에 대한 기사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죽은 소녀를 끝내 놓지 못하던 의사는 “이 소녀의 눈을 푸틴에게 보여줘라!”고 절규했습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전쟁, 매일같이 참혹한 사진들과 마주하지만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언제나 그 소녀입니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푸틴의 최측근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소녀의 눈, 그리고 수많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눈물을 그 누군가는 푸틴에게 똑똑히 보여줬으면 합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 4일(현지 시간)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AP통신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일반적인 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이라 불리는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시점은 정보기술(IT) 기업의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5월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8.5%를 기록하는 등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2년 만에 공격적인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진 상태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보유자산의 축소(양적 긴축)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매입했던 채권 등을 다시 팔아 시중 유동성을 조인다는 의미다. ○ 6월 FOMC서 0.75%포인트 인상 전망도연준이 22년 만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초 1%대에 불과했던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로 치솟은 데다 향후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전 세계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연준이 이달은 물론 다음 달 FOMC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두 달 연속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6월 FOMC에서 빅스텝을 넘어선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즉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금리를 0.75% 올릴 확률이 90%에 근접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 노무라홀딩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6, 7월에 모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0.75%포인트 인상에 대해서는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긴축 선호(매파)로 유명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준은행 총재는 “물가를 잡기 위해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준은행 총재는 “연준의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미 국채금리도 3년 반 만에 최고연준의 긴축 강화에 따라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일 장중 한때 2018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에 3% 선을 넘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1.5%가 채 안 됐지만 불과 넉 달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다가 경기 경착륙이 나타난 사례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22일 CNBC 방송에서 “지금 단계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내년에 침체가 올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풀렸던 ‘쉬운 돈(이지 머니·easy money)’의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항전 중인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두 달 넘게 러시아군에 고립돼 있다 최근 탈출한 시민들이 끔찍했던 피신 상황을 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마리우폴에서 탈출한 시민 100여 명은 우크라이나 군이 통제하는 자포지라 난민센터에 도착했다. 어린 아들과 함께 탈출한 옐레나 기베르트 씨는 “고립된 주민들이 극단적 선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마리우폴은 절망뿐”이라고 토로했다. 식량을 빌미로 러시아에 충성 맹세를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다. 기베르트 씨는 “매일 오전 6시 러시아군이 나눠주는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며 “식량을 받으려면 먼저 러시아 국가(國歌), 그 다음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가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배급한 식량도 먹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세니아 자포노바 씨는 “러시아군 인도적 지원이라면서 나눠준 통조림은 침공 한 달 전인 올 1월에 유통기한이 만료한 것이었다”고 했다.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 포격이 줄어들면서 소규모 시장을 중심으로 러시아군이 배급한 식료품이 천정부지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탈출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일종의 사상 검증을 했다고 밝혔다. 자포노바 씨는 “검문소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치며 우리 반응을 살폈다”면서 “‘(우크라이나)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라고 외쳤다면 끝이 분명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협조를 받아 이날 이뤄지기로 예정된 추가 민간인 탈출은 러시아군 폭격이 재개되는 등 상황이 악화돼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민간인 10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주주총회를 개최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사진)가 미 금융시장이 단기 투자가 성행하는 카지노처럼 변했으며 월가 금융사가 투자자들의 투기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버크셔 본사가 있는 미 중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등장한 버핏은 “주식 거래자들이 마치 주식을 포커판의 칩을 다루듯 대하도록 월가가 장려하고 있다. 미 금융시장이 사실상 카지노로 변했다”고 질타했다. 금융사에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안겨주지만 개인투자자에겐 위험한 콜옵션 같은 파생상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월가는 사람들이 ‘투자’보다 ‘도박’을 할 때 더 많은 돈을 번다. 자본주의라는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들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이라는 도박판의 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월가의 주류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기존 입장 또한 고수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생산적인 자산이 아니다”라며 “어떤 가치도 창출해 내지 못한다. 그저 속임수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마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농지는 식자재를 생산하고 아파트는 임대료를 벌게 해주지만 비트코인은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 또한 “어리석은 것, 악한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이 세 가지를 다 가졌다”고 가세했다.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유명 록페스티벌)’으로 불리는 버크셔 주총에는 매년 전 세계 유명인, 주주, 버핏의 투자 조언을 들으려는 일반인 수만 명이 몰린다. 올해에도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배우 빌 머리 등 약 4만 명이 참석했다. 버핏은 올해 1분기(1∼3월)에 510억 달러(약 64조26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셰브론,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등 미 에너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비디오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9.5%를 보유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1분기 주식 투자에서 16억 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1분기 버크셔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급감한 54억 달러에 그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주주가 실망스러운 실적 때문에 버핏의 퇴장을 원하지만 그의 스타 파워는 건재하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주주총회를 개최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가 미 금융시장이 단기 투자가 성행하는 카지노처럼 변했으며 월가 금융사가 투자자들의 투기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버크셔 본사가 있는 미 중부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등장한 버핏은 “주식 거래자들이 마치 주식을 포커판의 칩을 다루듯 대하도록 월가가 장려하고 있다. 미 금융시장이 사실상 카지노로 변했다”고 질타했다. 금융사에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안겨주지만 개인 투자자에겐 위험한 콜옵션 같은 파생상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월가는 사람들이 ‘투자’보다 ‘도박’을 할 때 더 많은 돈을 번다. 자본주의라는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들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이라는 도박판의 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월가의 주류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기존 입장 또한 고수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생산적인 자산이 아니다”라며 “어떤 가치도 창출해내지 못한다. 그저 속임수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마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농지는 식자재를 생산하고 아파트는 임대료를 벌게 해주지만 비트코인은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 또한 “어리석은 것, 악한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세 가지를 다 가졌다”고 가세했다.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유명 록페스티벌)’으로 불리는 버크셔 주총에는 매년 전 세계 유명인, 주주, 버핏의 투자 조언을 들으려는 일반인 수만 명이 몰린다. 올해에도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배우 빌 머레이 등 약 4만 명이 참석했다. 버핏은 올해 1분기(1~3월)에 510억 달러(약 64조260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셰브론, 옥시덴텔 페트롤리움 등 미 에너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비디오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9.5%를 보유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1분기 주식 투자에서 16억 달러 손실을 보면서 1분기 버크셔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급감한 54억 달러에 그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주주가 실망스런 실적 때문에 버핏의 퇴장을 원하지만 그의 스타 파워는 건재하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18세 하고도 74일. 최근 세계 최고령자였던 119세 일본인 여성이 숨지면서 프랑스의 앙드레 수녀(사진)가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으로 등극했다고 세계기네스협회가 2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앙드레 수녀는 올 2월 118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유럽 현존 최고령자이자 역대 세계 4번째 최고령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10년 전인 1904년 2월 프랑스 남부 알레스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18번 바뀌었고 영국에서는 24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앙드레 수녀는 또한 세계 최고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이기도 하다. 그는 117세 생일을 몇 주 앞둔 지난해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별다른 이상 없이 3주 만에 회복했다. 당시 그는 “여러분과 함께 있는 것도 행복하지만 (나보다 먼저 사망한) 큰오빠와 할머니도 만나고 싶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는 12세에 가정교사로 일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때에도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쳤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1년 전인 1944년 수녀가 됐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28년간 비시의 한 병원에서 고아와 노인을 돌봤다. 1979년 75세에 은퇴했고 2009년부터 13년 동안 툴롱의 요양원에서 거주하고 있다. 현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앙드레 수녀는 장수의 비결로 “매일 드리는 기도와 코코아 한 잔”을 꼽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로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미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초콜릿과 와인 한 잔은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뜨릴 수 없는 ‘행복’이라고도 밝혔다. 118세 생일을 맞이했을 때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런데 주님이 나를 까먹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고령자로 등극한 후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앙드레 수녀는 기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요양원 대변인은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령 기록인 122세를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18세 하고도 74일. 최근 세계 최고령자였던 119세 일본인 여성이 숨지면서 프랑스의 앙드레 수녀가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으로 등극했다고 세계기네스협회가 2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앙드레 수녀는 올 2월 118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유럽 현존 최고령자이자 역대 세계 4번째 최고령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10년 전인 1904년 2월 프랑스 남부 알레스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18번 바뀌었고 영국에서도 24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1918년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을 숨지게 한 스페인 독감도 그가 태어난 후 발생했다. 앙드레 수녀는 또한 세계 최고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이기도 하다. 그는 117세 생일을 몇 주 앞둔 지난해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별다른 이상 없이 3주 만에 회복했다. 당시 그는 “여러분과 함께 있는 것도 행복하지만 (나보다 먼저 사망한) 큰오빠와 할머니도 만나고 싶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는 12세에 가정교사로 일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때에도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쳤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1년 전인 1944년 수녀가 됐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28년간 비시의 한 병원에서 고아와 노인을 돌봤다. 1979년 75세에 은퇴했고 2009년 이후 13년까지 툴롱의 요양원에서 거주하고 있다. 현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앙드레 수녀는 장수의 비결로 “매일 드리는 기도와 코코아 한 잔”을 꼽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로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미사를 드리고 아침을 먹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초콜릿과 와인 한 잔은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뜨릴 수 없는 ‘행복’이라고도 밝혔다. 118세 생일을 맞이했을 때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런데 주님이 나를 까먹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고령자로 등극한 후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앙드레 수녀는 기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요양원 대변인은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령 기록인 122세를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다른 나라 대법원과 달리 최종심과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모두 담당하는 데다 대법관 9명이 종신직이어서 대체 불가의 막강한 권위를 누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1789년 설립 후 233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 커탄지 브라운 잭슨 워싱턴 항소법원 판사(52)가 7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 종신직인 대법관 9명 중 약 절반인 4명이 여성으로 채워진다. 역대 대법관 116명 중 108명(93.1%)이 백인 남성일 정도로 소수계가 넘보기 어려웠던 유리천장에 상당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백인 여성 샌드라 데이 오코너(92)는 불과 41년 전인 1981년에야 미 최초의 여성 대법관에 올랐다. 2006년 그가 치매 남편을 돌보기 위해 자진 사퇴한 후 2009년 상반기까지는 ‘미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대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가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었다. 같은 해 8월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68)가 취임했고 엘리나 케이건(62), 에이미 코니 배럿(50)에 이어 잭슨까지 등장했다. 미 대법원의 변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생전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명 전부”라고 했다. 대법관 9명이 모두 남성일 때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여성 9명이 무슨 문제냐는 의미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최초의 여성 부통령, 최초의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등이 탄생했고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아시아계 대법관의 탄생 등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 최후의 인종장벽 붕괴잭슨은 흑인으로는 남녀 통틀어 세 번째, 여성으로는 여섯 번째 대법관이다. 미 대법원에 최초의 흑인 판사 서굿 마셜이 등장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7년. 1991년 두 번째 흑인 판사 클래런스 토머스가 취임한 지 31년이 흐른 후에야 잭슨이 발탁됐다. 그는 고령을 이유로 종신 임기를 지키지 않고 6월 퇴임 예정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잭슨은 인준 다음 날 바이든 대통령,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대동한 채 백악관에 나타났다. 그는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애호하는 흑인 여성 시인 마야 앤절루의 시구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을 인용하며 자신의 조부모 세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날 거의 모든 미 언론이 1면에 그의 인준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에 남아 있던 가장 중요한 인종적 장벽이 무너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에서 흑인 여성 법조인, 특히 흑인 여성 판사는 그야말로 희귀한 존재다. 미 연방판사 중 여성 비율은 35.7%이지만 흑인 여성만 놓고 보면 5.7%에 그친다. 3억3000만 명 인구 중 흑인 여성 비율(11.4%)보다 훨씬 낮다. 이종곤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잭슨의 후임인 워싱턴 항소법원판사에도 흑인 여성이 발탁됐다. 소수계가 한번 발탁되면 그 후임 또한 소수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 법조계의 인종 다양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식 조선대 교수(공공인재법무학) 또한 “그냥 여성 대법관 한 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흑인 여성 대법관의 탄생은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인종과 성별을 제외해도 하버드대 학사, 하버드대 로스쿨 우등 졸업,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원, 지방법원 및 항소법원 판사, 연방 국선변호인 등을 지낸 엘리트 법조인 잭슨이 대법관에 오른 것은 이상하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잭슨이 특히 형사 사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고 호평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지방법원 판사로 일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 측근들이 의회 증언을 거부하자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며 출석해 증언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야당 공화당은 줄곧 그를 ‘좌파 급진주의자’로 평가하며 인준을 반대했다. 수전 콜린스(메인)를 포함한 공화당 내 중도 성향 의원 3명이 지지해 간신히 인준은 통과했지만 초당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 오코너의 인준 당시 표결에 참여한 의원 99명이 전원 찬성했고, 두 번째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 또한 불과 3명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배럿과 대조잭슨과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은 인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탁한 배럿 대법관이다. 10대 자녀를 둔 워킹맘이라는 점, 각각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대를 받았다는 점이 공통점이고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는 점이 다르다.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인 배럿은 미 법조계의 보수 대부 고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를 지냈다. 모교 노터데임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사람의 인생은 잉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낙태 반대 논문을 써서 유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대법관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발탁됐고 차기 대선이 불과 한 달 남은 2020년 10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으로 타계하자 곧바로 배럿을 지명했다.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했고 긴즈버그 또한 생전 “대선 전에는 나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보수 대법관을 늘릴 기회라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다. 당시 미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이었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콜린스 의원이 반대해 찬성 52표, 반대 48표로 인준을 통과했다. 야당으로부터 단 1명의 찬성표도 얻지 못한 대법관은 미 역사상 배럿이 처음이다. 그는 7명의 자녀를 뒀다. 이 중 2명은 아이티에서 입양했고 직접 낳은 막내아들 벤저민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의 지명 당시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배럿이 학령기 자녀를 둔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며 적극 홍보했다. 강경 보수 대법관의 탄생을 우려하는 진보 진영에 ‘모성애’로 맞선 것이다. 잭슨 또한 보스턴 명문가의 후손인 백인 의사 남편과의 사이에 각각 21세, 17세의 딸을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럿이 강조했던 모성애가 잭슨의 인준 과정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했다.○ 오바마는 여성 대법관 2명 임명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여성 대법관 2명을 임명한 최초의 미 대통령이다. 이 중 푸에르토리코계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현 대법관 9명 중 진보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판사 시절 “현명한 라틴계 판사가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할 수도 있다”며 사법부의 인종차별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보수 텃밭인 남부 텍사스주가 주법으로 ‘낙태금지법’을 강행한 후 대법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다수 대법관이 현실을 외면했다”며 동료를 비난했다. 대법원에서 금기시하는 동료 비판을 꺼리지 않은 것이다. 그의 급진 성향이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생지인 뉴욕 브롱크스는 빈민가이며 알코올에 의존하던 부친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친의 높은 교육열과 본인의 의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법관까지 올랐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폭발적인 불화로 계속된 긴장 상태’로 묘사할 정도로 아픈 기억이 많다. 2010년 임명된 케이건은 진보 성향이지만 보수와 진보 양측의 견해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는다. 별명 또한 좌우를 잇는다는 뜻의 ‘교량 건설자(bridge builder)’.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교수로 일했고 2003년 여성 최초의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이 됐다. 다른 대법관과 달리 판사 경력이 전무한데도 대법관으로 뽑혔다.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로 활동할 당시 지역의 유명 인사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우위 대법원과 충돌하는 바이든여성 대법관의 증가가 성소수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잭슨은 인준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이 ‘여성의 정의’에 관해 묻자 “답하지 않겠다. 난 생물학자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가 성소수자를 옹호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 또한 2020년 ‘기업이 특정 직원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끈 바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인 현 대법원과 거듭 충돌하는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텍사스주의 ‘낙태 제한법’ 시행을 중지해 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임신 6개월 이전의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매우 우려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법원은 올 1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민간기업의 백신 의무 접종 조치 또한 개인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무효화했다. 3월에는 집권 민주당 소속인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가 흑인 인구가 늘어난 선거구를 분할해 기존 6개에서 7개로 늘리자 “위헌”이라며 불허했다. 개별 주가 획정한 선거구를 대법원이 뒤집은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대법관 개개인의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대법관의 부인이자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로비스트 지니 토머스는 2020년 대선 기간 중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29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법관의 배우자가 대선에 개입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긴즈버그 대법관 또한 생전 변호사 남편의 관련 소송에서 남편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 구설에 올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중립성과 신뢰도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결이 헌법에 근거해 중립적으로 내려지지 않고 법관 개인이 선호 또는 지지하는 진영에 유리한 쪽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미 그리넬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대법원 판결은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정치에 좌우된다”고 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오늘날 대법관들이 스스로를 일종의 정치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치기관으로 전락하면 헌법을 지탱하는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감안할 때 대법원의 자정 기능 강화, 더 많은 다양성이 추가된 대법관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관에게 종신 임기를 보장해준 것 또한 낙태, 대학 입시 등에서의 소수계 우대(어퍼머티브 액션), 총기, 투표법, 성소수자, 종교 자유, 사형제, 인종차별 등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의제에 대해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20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잘못된 경보로 대피령이 내려지는 소동이 빚어졌다. 의회 경찰이 인근 야구장에서 진행된 ‘낙하산 시범’ 행사를 오인한 것이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의회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위협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가 발견돼 추적 중”이라며 의사당 내 직원들에게 즉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경찰은 20여 분 만인 오후 6시 50분 “위협이 없다”며 상황을 종료했다. 의회가 11일부터 2주간 부활절 휴회에 들어가 의사당 내에 머무는 상·하원 의원과 직원이 평소보다 적어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소동은 의회 경찰이 인근 야구경기장에서 진행된 낙하산 시범 행사를 위해 동원된 군용기를 수상한 항공기로 오인하면서 발생했다. 이날 ‘군 감사의 밤’을 맞아 의사당에서 약 1.6km 떨어진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는 경기 전 미 육군 낙하산 시범단 ‘골든 나이츠’의 공중 낙하 시범이 진행됐다. 대피령 발령 당시 이 군용기는 비행이 금지된 의회 상공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미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비행 일정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용기 조종사가 FAA에 이륙 보고를 하지 않았거나, 비행 허가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인근 경기장에서 미리 준비된 상공 비행 계획을 의회 경찰에게 알리지 않은 이 명백한 실수는 터무니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FAA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동은 1월 6일(미 의사당 습격 날)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직원들에게 특히 상처를 줬다. 책임 소재를 면밀히 따지겠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무섭냐고요? 당연하죠. 이것은 전쟁입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저희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러시아의 계속되는 포격에도 미국의 유명 요리사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50일째 이어가고 있다. 미슐랭 2스타 보유자이자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설립자인 호세 안드레스(53)와 직원들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약 1200만 명분의 식사를 현지 주민들에게 제공했다고 미국 뉴욕포스트가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CK는 우크라이나에서 키이우, 마리우폴, 부차 등 90여 곳에서 주방을 운영하고 있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근 국경 지대에도 난민들을 위한 주방이 열려 있다. 이들은 하루에 약 30만 명분의 식사를 만들고 직접 배달한다. 요리가 가능한 주민들에겐 11kg 상당의 식료품이 담긴 가방도 나눠 준다. 안드레스와 WCK의 직원들은 2월 러시아의 침공 소식이 들려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당시 미국 마이애미주의 한 행사에 참석 중이던 안드레스는 저녁에 예정된 연설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착 후 이들은 빈 창고 등을 부엌으로 개조하거나 현지 레스토랑과 푸드트럭 등을 빌려 음식을 만들고 있다. 15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현지 요리사들도 함께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점령으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봉사는 이어졌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이 한 달 넘게 이어진 마리우폴에서는 요리사들이 직접 사슴을 사냥해 지하 방공호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퇴각한 부차와 이르핀에서도 퇴각 날부터 수백 인분의 식사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에 상시 노출돼 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있는 한 WCK 주방은 16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현장에 있던 협력 직원 4명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당한 직원들은 “(포격으로 인한) 화상이 다 나으면 다시 부엌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계기로 설립된 WCK는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자선단체다. 전쟁 현장에서 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드레스는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고 사이렌이 계속 울리는 곳에서 음식을 배달하면 이전과는 다른 상황임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들이 여기 있는 이상 우리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제정한 ‘용기와 정중’상의 첫 공동 수상자인 안드레스는 당시 상금으로 받았던 1억 달러(약 1230억 원)를 우크라이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2014년 6월.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굼(GUM)’ 백화점 앞으로 수백 명이 사람들이 몰립니다. 이 날 열린 ‘깜짝 가게’ 때문인데요, 각양각색의 티셔츠 속에 공통적으로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패션이 곧 애국’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합병 이후 역설적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푸틴 굿즈’ 열풍이 일어납니다. 특히 ‘가장 정중한 사람들(Самый вежливый из людей)’ 문구는 유행처럼 번집니다. 언뜻 칭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2014년 크름반도를 점령한 러시아군을 지칭합니다. 총을 쏘지 않고 크름반도를 장악했다는 이유로 러시아는 자국 군인들에게 ‘정중한 사람들’이라는 호칭을 부여한 것입니다. 말 위의 영웅, 유도 마스터, 팔씨름 제왕, 하키 천재…집권 초부터 ‘강한 지도자’ 이미지에 집착한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기점으로 ‘구원자’ 이미지를 추가합니다. 서방 국가들의 탄압 속에 오직 본인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미-러 동상이몽2008년 4월 3일. 이날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나토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염원을 환영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비록 양국은 나토 가입의 첫 법적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지위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열린 결말’은 푸틴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당시 우크라이나 내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여론은 30%에 불과했습니다. 가스와 원유 등 러시아에 의존하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푸틴의 ‘친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임기 마지막 정상회의에 참여한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며 “러시아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사실,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는 탈냉전 이후 최전성기인 ‘9.11 신혼(honeymoon)’에 돌입합니다. 테러 이틀 전 부시에게 아프가니스탄 국방장관의 암살 소식을 전하며 “낌새가 이상하다”고 경고한 것도 푸틴이었습니다.푸틴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옛 소련 영토 내 러시아의 패권 회복과 이에 대한 미국의 인정이었습니다. 데탕트를 이끌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처럼 미국과 서방 국가의 존중을 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러시아의 ‘뒷마당’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진압해준 것, 거기에 자국 내 비판도 무릅쓰고 푸틴 대통령의 체첸 전쟁을 묵인한 것으로 ‘감사 표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내 패권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친구가 되고, 서로에게 솔직해집시다” 러시아 대통령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은 나토의 노골적인 확장 계획에도 침착한 어조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도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국가로 인정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2008년=2022년잠깐! 2008년 조지아 침공이란2008년 8월 8일 러시아군은 전날 조지아가 분리 지역인 남오세티야를 침공하자 자국민 보호를 주장하며 조지아를 침공했다. 이후 러시아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조지아는 단 5일만에 항복을 선언한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친(親)러시아계 자치 공화국이었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한다.조지아의 나토 가입이 논의됐던 그 순간부터 푸틴의 조지아 침공은 예견된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부쿠레슈티 정상회의가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푸틴은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지역에 병력 배치를 지시합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 역시 “러시아가 지난 몇 달간 이번 작전을 준비했다”고 비판하죠. 그러나 푸틴은 대선을 앞두고 있던 미국이 조지아를 꾀어내면서 이번 전쟁이 발발했다고 반박합니다. 당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신(新)냉전의 기류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또 푸틴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전쟁을 방치했다고 비판합니다. “남오세티야에 탱크를 배치시키기 전 나는 그(부시)에게 조지아의 선제공격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참모들은 전쟁을 막을 생각이 없어보였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한편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2008년 조지아 침공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입니다. ▽이전부터 분리 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제공한 점 ▽침공 직전 병력 일부를 철수하며 가짜 화해 신호를 보낸 점 ▽상대방이 무력 도발을 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점 ▽민간인 피해와 대피를 주장한 점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침공을 시작한 점 모두 2008년 그대로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의 ‘트로이 목마’ 돈바스잠깐! 2014년 러시아 크름반도 강제 합병2014년 2월 유로마이단 시위로 우크라이나 내 친러 정권이 축출되자 위기감을 느낀 친(親)러시아 성향이 크름 자치공화국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 이후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을 점거한다. 3월 주민투표를 실시한 크름 자치공화국은 독립을 선포, 러시아에 편입됐고 현재 이 지역은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지배 중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푸틴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희한한 것은 푸틴은 크름반도 강제 합병 직후인 2014년 5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주민들의 요청에도 이들의 독립 승인을 보류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압도적인 찬성률로 독립을 지지하는 주민투표를 거친 후였습니다(푸틴은 생각보다 ‘공식 절차’를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이는 2022년 ‘미치광이 블라드(블라디미르의 줄임말)’와 2014년 ‘합리주의자 푸틴’이 현격히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DPR과 LPR이 포함된 돈바스 지역은 2011년 기준 우크라이나 GDP의 16%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경제 중추였습니다. 이곳을 무리하게 점령하다간 자칫 지금처럼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쟁’을 직면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푸틴이 두 분리주의 세력을 인정하지 않은 데는 철저한 계산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우선 돈바스 지역과 크름반도는 러시아에게 ‘의미’가 다릅니다. 크름반도는 최초로 러시아 정교회를 국교로 인정한 블라디미르 1세 키예프 공국 대공이 세례를 받은 지역으로 전해집니다.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성지이자 정체성이 담긴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 역시 58.3%(2001년 기준)에 달합니다. DPR과 LPR의 러시아계 주민 비율 역시 50%에 가깝지만, 돈바스 지역 전체로 봤을 때는 38%에 불과합니다. 푸틴의 계산에는 돈바스 지역의 갈라진 정체성도 고려됩니다. 2014년 돈바스 지역의 북서부 일대에서는 DPR과 LPR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맞선 ‘통합’ 주민투표가 진행됐고, 주민 약 70%는 우크라이나에 남아있길 희망합니다. 게다가 푸틴 역시 친서방 국가로 돌아선 우크라이나와 직접 국경을 맞대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푸틴은 의도적으로 돈바스 지역의 독립 승인을 보류하며 ‘버퍼 존(buffer zone)’으로 남겨둔 것으로 여겨집니다.그랬던 푸틴은 8년이 지난 올해 2월, 갑작스럽게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합니다. 이어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영토에 본격 침공을 감행합니다. 푸틴은 왜 갑자기 변한 것일까요? 다음 주는 ‘푸틴 vs. 우크라이나’로 찾아뵙겠습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