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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2016∼2020년·3차 기본계획)에는 신혼부부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한도 확대 같은 ‘결혼 연령 낮추기’와 ‘결혼 비용 부담 줄이기’ 외에도 다양한 계획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노인 연령 기준을 현재 65세에서 70세 수준으로 올리는 것. 정부는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연령 기준 올리기 논의가 본격화되면 복지 정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 수급 시기(현재는 65세)와 정년 연령(2016년부터 60세) 등을 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고, ‘고령층 증가와 청년층 감소’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주요 노인단체 중 하나인 대한노인회도 5월 ‘국가와 후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수명은 늘었지만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통상 50대 초중반에 퇴직하는 현실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지금보다 높이는 게 맞느냐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전반적인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 연령 기준이 올라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이미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노인 연령 올리기 논의가 근본적인 대안 없이 자칫하면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차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는 저비용 결혼식 확대와 임신·출산 비용 줄이기를 위한 각종 지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를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인 ‘양질의 일자리’와 관련한 내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공공부문 관련 청년 일자리를 4만 개 이상 창출한다는 것 외에 일자리 대책은 없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입전형 간소화, 대입 심층상담 서비스 제공, 맞춤형 대입전형 정보 제공 같은 원론적인 대책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정책)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결국 고용과 사교육비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세자금 대출 등 주요 제도와 관련된 예산 협의가 정부 부처 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변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수도권 대출한도 내년 1억→1억2000만원으로정부가 2013년 기준 1.19명인 합계 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결혼 연령 낮추기’에 초점을 맞춘 저출산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국내 여성 중 25세 미만에 결혼한 사람은 평균 2.03명의 아이를 낳고 있지만 35세 이상에 결혼한 사람은 평균 0.84명으로 ‘1명의 아이’도 안 낳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조치다. 18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2016∼2020년·3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3차 기본계획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결혼을 앞둔 무주택 예비부부와 결혼 5년 이내 무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비 지원.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수도권은 1억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비수도권은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신혼부부 전세 임대주택’의 지원 자격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가구 소득의 50%(2인 가구 기준 190만 원) 이하인 부부에서 70%(266만 원) 이하인 부부로 완화했다. 또 전세 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과정에서 순위가 같을 경우에는 나이가 어린 부부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염민섭 복지부 인구정책과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청년층은 주거비 부담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초음파 등 진료비 2018년부터 사실상 전액지원정부는 기존에 추진해 왔던 임신·출산 비용 줄이기 정책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건강보험(건보)이 적용되지 않는 초음파 검사와 상급 병실의 경우 임신·출산과 관련해서는 내년부터 건보 적용 항목으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일반적으로 임신·출산 과정에서 20∼30% 수준인 본인 부담률을 2017년 5%, 2018년에는 행복카드(임산부에게 의료비로 50만 원 지원)를 이용할 경우 추가 비용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는 대부분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난임 관련 검사와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2017년부터는 모두 건보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면 휴직 첫 달만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던 것을 3개월로 연장한다. 정부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와 국무회의를 통해 주요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양성 재판정을 받은 80번 환자(35)가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병원 측의 안이한 대응으로 감염 전파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메르스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던 이 환자는 11일 새벽 고열 증상이 나타나자 119 구급차를 불러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구급대원에게는 자신이 메르스 감염으로 치료받고 퇴원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병원에 도착해서야 이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렸다. 병원 측은 이 환자의 말과 삼성서울병원 도착 후 감염병 선별 진료소의 환자 등록시스템을 통해서 이 환자가 실제 메르스 감염으로 치료를 받은 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발열 등 감염별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도착 즉시 선별진료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차 진료를 맡은 응급실 의료진은 이 환자의 메르스 감염 전력을 알았지만 메르스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D레벨의 보호장구가 아닌 N-95 등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료를 했다. 병원 측은 “메르스 음성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였고 발열 이외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원래 앓고 있던 암 때문에 열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이 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응급실로 이송한 후에도 같은 상태로 치료했다. 하지만 20여 분 후 전문의가 진료를 맡으면서 N-95 대신 D레벨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변경했다. 이 전문의가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한 점 등을 고려해 환자에 대한 격리 조치와 의료진의 D레벨 보호장구 착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 이후 이 환자는 응급실에서 격리병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병원 도착 후 D레벨 보호장구 착용과 격리병실 이송 때까지 걸린 20∼30여 분에 병원 의료진과 응급실에 있던 다른 환자와 환자 보호자 등 30여 명이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 대상이 됐다. 병원 측이 1차 진료에서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줄일 수 있는 감염 우려 대상자들이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들과 환자 가족 등 80번 환자로 인한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 대상자는 129명(12일 기준)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80번 환자는 국제기준에 맞춰 음성 판정이 났고,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세밀한 시스템과 의료진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감염병 전력이 있는 환자라면 자신의 상태를 먼저 고지해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세형 기자}

최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으로 취임한 김준기 교수(대장항문외과)는 대장암 관련 복강경 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절개하지 않고 복부에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고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과 수술 도구 등을 집어넣어 종양 등을 제거하는 수술 방식. 5∼20cm 내외의 큰 흉터를 남기는 개복 수술에 비해 보통 3, 4곳에 1cm 내외만 절개를 하면 되기 때문에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통증도 적다. 또 개복 수술에 비해 감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회복시간도 개복 수술에 비해 짧다.김 교수는 1994년 처음 복강경 수술을 시도한 뒤 3000건이 넘는 대장암 관련 복강경 수술을 진행했다. 이 중에는 2011년 12월 시행한 102세 할머니(대장암 2기)에 대한 수술도 포함돼 있다. 그는 “국내 대장암 복강경 수술은 이제 국제적으로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며 “최근에는 일본 같은 세계적인 의료 선진국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복강경 수술문화 바꾸는 ‘3D 복강경’ 복강경 수술과 관련해 산전수전을 겪은 김 교수가 최근 새로운 기술에 푹 빠져 있다. 바로 ‘3D 복강경 수술’이다. 현재 주로 쓰이는 2D 복강경 수술은 입체적인 환자의 배속을 평면의 모니터에 의존하며 수술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모니터의 화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됐지만 평면의 한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것. 환자에게 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섬세하게 손을 움직여야 하는 외과의사들에게 복강경 수술에서 장기와의 거리감과 깊이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강경 장비에 3D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고, 3D 기술로 병변의 깊이나 눈에 보이는 조직과 장기 간의 거리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개복 수술 때의 시야로 수술 부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일본의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복강경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올림푸스가 개발한 3D 복강경을 총 5번 사용했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2D 복강경에 비해 덜 익숙하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다. “제가 나름대로 새로운 기술 배우는 데 적극적이에요. 또 빨리 배우는 편이고요. 그래서 어지간한 신기술 아니면 감동을 잘 안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3D 복강경은 쓰는 순간부터 ‘신기하다’ ‘정말 도움 된다’는 말이 그냥 나오더라고요.” 김 교수는 3D 복강경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장의 혈관과 굴곡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대장암 수술에서 중요한 혈관 찾기 과정이 2D 복강경을 이용할 때보다 크게 단축된다는 것. 그는 “2D 복강경에서는 살짝 올라와 있거나 장간막에 묻혀서 제대로 안 보이는 혈관도 확연히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3D 복강경이 가져온 큰 변화”라며 “미세한 혈관을 찾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전체 수술 시간도 짧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교수팀이 2D 복강경으로 180분(3시간) 정도 걸렸던 대장암 수술이 3D 복강경을 이용하면 145∼160분 정도로 10∼20% 단축됐다. 이 과정에서 ‘수술실 내 의사의 심리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도 3D 복강경의 장점이다. 김 교수는 “2D 복강경에서는 잘 안보여 어려움을 겪는 혈관을 찾는 고민을 덜어주는 만큼 의사의 마음 상태도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며 “환자와 의사에게 모두 뚜렷한 혜택을 주는 게 3D 복강경의 특징”이라고 말했다.지속적인 성장 전망 암병원장으로서 김 교수는 향후 3D 복강경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응이 쉽고, 효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도 3D 복강경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대장뿐 아니라 간 관련 수술에서도 3D 복강경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도 미세한 혈관이 많은 대표적인 장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의 수술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3D 복강경의 확산이 결국 비용과 공급 시스템에 달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복강경 시스템을 개발하는 모든 기업이 경쟁적으로 3D 복강경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술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초기 대응 실패로 비난을 받았던 삼성서울병원이 제10대 병원장으로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58·사진)를 임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국내 폐암과 결핵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권 신임 원장은 삼성서울병원 진료의뢰센터장, 적정진료운영실장, 기획실장, 성균관대 의대 학장 등을 지냈다. 권 원장은 “임직원과 뜻을 모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진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한국 의료계의 동반 성장에 기여하는 새로운 삼성서울병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전임 송재훈 원장이 메르스 사태 중 감염자 다수 발생과 이로 인한 병원 부분 폐쇄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면서 이뤄졌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뒤 이뤄진 첫 병원장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에서는 올해 말로 예정된 삼성 정기 인사 방침이 ‘신상필벌’로 정해진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지현 기자}
국내 마지막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양성 반응 환자로 1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던 80번 환자(35)가 다시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따라 이달 28일이 지나는 29일 밤 12시로 예정돼 있던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시점(세계보건기구의 국제적인 종식 기준)’도 11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12일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1, 2차 바이러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던 80번 환자가 고열로 11일 입원했고 검사 결과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80번 환자는 8일 림프종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가 11일 오전 고열 증세를 보여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에 격리 입원 중이다. 보건당국은 80번 환자와 접촉한 가족, 의료진, 병원 내 환자와 보호자 등 총 129명에 대해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에 들어갔다. 80번 환자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앓던 중 메르스에 감염됐다. 6월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16일 동안 면역 저하로 메르스 양성 반응을 유지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체내에 잠복해 있던 극소량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보이며 감염력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양이 적어 검출이 안 된 상태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양성’이었을 확률이 높다”며 “림프종 치료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약해지자 호전됐던 병세가 다시 악화되어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 2년 전 폐가 딱딱하게 굳는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심모 씨(64)는 올해 7월 급성 호흡곤란 증세를 겪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은 심 씨에게 에크모(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시행을 결정했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가 정상 기능을 사실상 거의 할 수 없을 때 그 기능을 대신해 주는 의료 장치다. 이산화탄소를 다량 함유한 정맥혈을 사타구니 쪽에서 뽑아낸 뒤 산소공급기에서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교환하고, 산소를 녹인 피를 동맥혈로 다시 집어넣어 주는 게 에크모의 작동 원리다. 인공호흡기를 통한 산소 공급으로는 환자의 생명 유지가 어려울 때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에크모로 19일간 버틴 끝에 심 씨는 뇌사자로부터 폐를 기증받았고 현재는 퇴원해서 외래를 다니며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급성심근경색과 호흡곤란증후군에 주로 적용 심 씨 사례처럼 최근 에크모를 이용한 치료 성공 사례가 잇달아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에크모는 심각한 심장과 폐 질환에 주로 쓰인다. 심장 질환과 관련해선 △급성 심근경색 △심근염 △심실성 부정맥 △심인성 쇼크 환자에게 많이 적용된다. 폐 질환의 경우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기관지 손상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질환) 환자에게 주로 쓰인다.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동반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에도 에크모가 유용하게 쓰였다.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메르스 환자 중 많은 이가 에크모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는 젊은 나이에 기존에 앓던 질환도 없었던 상태에서 위독했다 현재는 메르스를 이겨내고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의사 출신인 35번 환자(38)도 포함돼 있다. 보건당국은 35번 환자가 에크모 치료를 통해 상태가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시행 6, 7년 전만 해도 에크모는 단순히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에크모를 이용한 치료 노하우가 크게 개선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에크모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성인 에크모팀장(흉부외과 교수)은 “요즘은 생존 가능성이 50% 미만일 때부터 에크모 시행을 검토한다”며 “인공호흡기나 진정제 투여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보일 때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에크모 시술 1000건을 달성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에크모 시술을 진행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2012년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44%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60%까지 올라갔다. 특히 최근에는 기도에 관을 넣고 인공호흡기를 활용하는 ‘기도삽관’ 치료보다 △감염에 의한 패혈증 △폐 손상 △호흡 근육 약화 같은 부작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국내외에서 에크모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임상 시도가 되고 있고 다양한 장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기에 신장 투석이나 인공호흡같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준 치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몸이 무겁습니다.” “오후 3∼5시경에는 뒷골이 뻐근하고 당길 때가 많습니다.” “가슴도 자주 답답하고요….” 스스로를 만성피로증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원 이승준 씨(37)가 털어놓는 주요 증세다. 직장생활만 11년 차인 이 씨는 3, 4년 전부터 이런 증세를 경험해 왔다. 그에겐 특별한 만성질환도 없다. 평소 주 1, 2회 헬스클럽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 왔다. 술도 주 1번 정도만 마시는 ‘바른 생활’ 스타일의 보유자다. 수면 습관도 규칙적이다. 오후 11시 반∼밤 12시경에 잠자리에 들고 평균 6시간 30분 정도 잔다.○ 정신적 긴장상태가 만성피로 원인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피로를 느끼는 이 씨. 그를 진단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30, 40대들의 경우 체력적인 요인 못지않게 정신적인 원인으로 인해 만성피로를 경험하는 이가 많다”며 “이 씨의 경우도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장박동과 신경계의 활동량을 측정해 긴장도 수준을 평가하는 ‘심박 변이도 검사’ 결과, 이 씨는 △각성 △긴장 △불안감 등을 이완시키는 기능을 하는 부교감 신경계의 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부교감 신경계의 활동 수준은 36%로 3040세대 기준으로 하위 15%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더 자세한 내용은 정밀 검사와 장기간 상담을 해야겠지만 이 씨의 스트레스가 전형적인 만성피로 증세의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건 확실히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50, 60대의 경우 앓고 있는 만성질환이 악화하거나 근력이 급격히 떨어져 나타나는 체력 저하가 가장 많다. 그래서 50, 60대를 대상으로 한 만성피로 처방은 체력 키우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30, 40대는 단순히 체력 저하가 만성피로의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이 경우 아직 젊기 때문에 비교적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이 씨처럼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요인이 원인일 경우는 장기간 상담과 생활습관 개선 같은 처방이 필요하다.○ 나도 모르게 ‘앉으나 서나 업무 생각’ 이 씨는 금융계통에서 일을 한다. 오후 4시까지는 고객을 상대하면서 금융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출근길, 점심 식사 뒤 자유시간, 퇴근길, 잠자리 들기 전 같은 상황에서 주로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회사와 업무’라고 답했다. 최근의 습관 변화를 묻자 ‘하루에 두세 번(아침, 점심시간 등) 마시던 커피를 아침에 한 번만 마신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바뀐 업무 때문에 책상에 복귀하는 시간이 좀더 빨라졌기 때문이다’고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이 씨 같은 상황에 처한 30, 40대는 자신도 모르게 사실상 하루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일 생각하기’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 덜어내는 ‘3W 습관’ 1시간 반 정도 이 씨에 대한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 김 교수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생각을 리디자인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정확히는 회사와 업무에 대한 생각을 인위적으로라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당장 시작하면 좋은 리디자인 방법으로 김 교수는 ‘3W 습관’을 제시했다. ‘감각 느끼며 걷기(Walking)’ ‘걱정 정리하는 시간 갖기(Worry Time)’ ‘자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Warm Shower)’ 등을 습관화하라는 것이다. 먼저 감각 느끼며 걷기는 걷는 중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내기 위한 시도다. 한창 직장생활을 활발히 하는 30, 40대의 경우, 업무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은 걷고 있을 때다. 식사 뒤 산책, 퇴근길 등에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발바닥 감각 △피부에 닿는 바람 △나뭇잎 색깔 같은 평소 관심을 가지지 않던 감각을 느끼는 데 최대한 집중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매일 다른 감각을 느끼며 걷는 것이 부교감 신경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걱정 정리하는 시간 갖기는 잠들기 1시간 전에 그날과 다음 날 자신의 스트레스 요인을 간단한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이다. 스스로 ‘이때만 걱정한다’는 식의 자기 암시를 주고, 생각 속 걱정을 털어놓는 조치다. 잠자기 전 따뜻한 샤워하기는 체온을 올려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게 목적이다. 김 교수는 “‘3W 습관’은 30, 40대가 생활습관을 통해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업무, 부서, 회사 등이 바뀌어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높다고 스스로 느낄 때 곧바로 시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체력 관리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전체적인 체중 특히 뱃살 등이 많이 늘었다고 느껴질 땐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거나 자신감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 [주치의 한마디]술로 푸신다고요? 체력 떨어져 더 피로해집니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30, 40대 환자들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체력 저하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겪는 사람이 많다. 상당수는 이른바 좋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동시에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안타까운 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 40대 환자 중 많은 수는 스트레스와 피로해소법으로 ‘친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와 ‘주말에 누워서 편하게 쉬기’ 등을 꼽는다. 문제는 이 방법이 실제로는 스트레스와 피로해소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것이다. 술, 특히 한국식 회식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음은 오히려 체력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또 술은 실질적인 긴장 완화 효과도 크지 않다. 주말에 누워서 편하게 쉬는 것도 마찬가지다. 몸 자체는 편하게 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신은 계속 기존의 걱정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대기업에서 빠르게 책임자급으로 승진한 뒤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만성피로 때문에 상담을 받고 있는 환자가 주변에 몇 명 있다. 하나 같이 주말 주요 일과 중 하나로 ‘하루 종일 누워서 쉬는 것’을 꼽았다. 이들에게 ‘누워서 무슨 생각을 주로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회사와 업무’라고 답했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상 휴식이 없다. 오직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로도 특히 정신적인 피로도는 계속 올라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만성피로를 경험하고 있는 30, 40대, 특히 사회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기를 원하는 사람일수록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전략도 세우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스트레스 때문에 만성피로를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30, 40대라면 회사에서 식사 뒤 30분 정도, 퇴근길에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걷는 시간이어도 좋고, 가볍게 운동하는 시간이어도 된다. 그 대신 이때만큼은 회사나 업무 생각은 하지 말고 몸의 감각을 느끼는 식으로 생각을 완전히 돌려보자. 30, 40대가 비교적 쉽게 시도할 수 있고 동시에 효과도 맛볼 수 있는 ‘생각 리디자인’ 방법 중 하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병수·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

올해 노벨상의 첫 테이프는 감염병 퇴치에 힘쓴 과학자들이 끊었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회충약 개발에 기여한 아일랜드 출신의 윌리엄 C 캠벨 미국 드루대 명예교수(85),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大村智·80) 기타사토대 명예교수와 말라리아 퇴치 신약을 개발한 중국의 투유유(屠ff·85) 중국중의과학원 종신연구원 등 3명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세 과학자 모두 보건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저개발 국가들을 주로 괴롭히는 감염병 분야에서 획기적인 약물을 개발한 공로가 인정됐다.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세 과학자는 모두 유명 제약회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던 제3세계의 감염병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며 업적을 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대 출신으로 야간고 교사를 지낸 일본 노과학자 오무라 교수와 중국 과학계에 중국 국적으로 최초로 노벨상을 안긴 투 연구원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무라 교수는 수상소감에 대한 첫 일성으로 “미생물에게 이 영광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일생 동안 흙과 나뭇잎, 하천의 물을 채집해 미생물이 만드는 화합물에서 지금까지 480종의 신물질을 발견해 왔다. 그중 하나가 방사균이 만드는 항생물질인 ‘아버멕틴’이다. 미 제약회사인 머크와의 공동연구로 1974년 시즈오카 현의 한 골프장 근처 토양에서 발견했다. 오무라 교수는 1958년 야마나시대 자연과학과를 졸업한 후 야간고 교사를 지내다가 어려운 여건에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자극을 받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유기화학 미생물학 생화학을 배워 유용한 물질을 찾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 특허로 올린 수입으로 방사균 게놈 해독 등 첨단 연구도 추진했고 1989년에는 사이타마 현에 병원을 짓기도 했다. 그의 신조는 “다른 사람과 같은 일은 안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며 지갑 안에 손바닥만 한 샘플 봉지 2장을 항상 넣고 다닌다. 중국도 잔치 분위기이다. 신화통신과 관영 중국중앙(CC)TV 등 언론은 특집 방송까지 내보내며 투 연구원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투 연구원은 오랫동안 동서양 약품을 결합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다며 그가 개발한 약품으로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중국이 투 연구원의 수상에 환호하는 것은 중국계 출신은 8차례나 과학 계통 노벨상을 받았으나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 국적의 노벨상 수상자는 2010년 평화상을 수상한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와 2012년 문학상을 수상한 모옌(莫言) 2명뿐이었다. 2000년 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高行健)은 프랑스 국적이다. 투 연구원은 베이징대 의대를 다니던 시절 식물 등 천연약물에 대한 연구개발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분야와 인연을 맺었고 1955년 위생부 산하 중의연구원에 들어간 뒤 수십 년 동안 한 분야에 몰두했다. 중국 언론은 “투 연구원이 근무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연구원은 통풍구조차 없는 열악한 시설이었다”며 “수시로 발생하는 연소된 화학물질에 상처를 입었고 한 번은 중독성 간염을 앓기도 했다”고 전했다. 투유유 연구팀은 1971년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는 100%의 ‘칭하오(靑蒿·개똥쑥) 추출물’을 발견하기까지 190차례나 실패를 경험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이를 통해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중국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 권위인 원사(院士) 선정에서 낙선했고 박사학위가 없으며 외국 유학 경험도 없어 ‘삼무(三無) 과학자’로 불렸다. 한편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상(6일), 화학상(7일), 평화상(9일), 경제학상(12일), 문학상(미정) 순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도쿄=배극인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건강보험료(건보료)는 제대로 납부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는 체납하고 있는 사람이 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20만2557명이 건보료는 성실하게 내면서도, 국민연금은 6개월 이상 안 내고 있었다. 이 중에는 건보료로 월 100만 원 이상을 내는 고소득자도 59명이나 포함돼 있다. 하지만 건보료는 안 내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는 제대로 내는 사람은 7050명에 그쳤다. 최동익 의원실은 “건보료의 경우 6개월 이상 안 내면 병원 이용에 제한을 받는 등 눈에 보이는 불이익이 금방 나타난다는 점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보다 성실하게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경우 만 60세가 넘어야 받을 수 있는 데다 향후 재정 안정성도 의심돼 체납하는 이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체납 얌체족’은 2013년 6월(3만2148명)에 비해 6.3배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 체납 금액도 1989억 원에서 6389억 원으로 3.2배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의 수급액이 너무 적은 것도 이런 체납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는 “‘용돈연금’ 수준의 지급액으로는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불면증과 코골이 같은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중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2∼2014년 수면장애 진료환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1만4524명으로, 2012년 35만8062명에 비해 15.8%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비 역시 359억6630만 원에서 463억4590만 원으로 29.9%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인구 10만 명당 수면장애 환자 수가 2012년 495명에서 지난해에는 591명으로 19.4%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30대 중에서는 수면장애를 겪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았다. 지난해 기준 30대 여성 환자는 2만8930명으로 남성(1만8806명)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30대의 경우 남녀 모두 직장과 육아로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큰 시기라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좋은 여건”이라며 “특히 여성은 어린아이에 대한 육아 부담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커 안정적인 수면을 취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사회적 네트워크를 위한 술자리, 야근 중 피할 수 없는 야식,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자극적인 음식들….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3040세대(30대와 40대)에게 ‘먹는 활동(식습관)’은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술, 고기, 국물 중심인 ‘한국형 식사 및 회식 문화’에서는 특히 그렇다. 식습관 개선과 비만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울ND의원의 박민수 원장(가정의학)은 “‘술 끊고, 채소 중심으로 철저히 짜인 식습관을 유지하라’는 처방은 이미 건강이 많이 상했거나 사회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5060세대용이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3040세대에게는 남의 이야기”라며 “3040세대는 고기, 국물, 짠 음식 등을 먹지만 최대한 몸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먹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젓가락만으로 식사를 하라 재테크 강사인 이재철 씨(44)는 건강에 나름대로 자신 있는 3040세대다.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없고, 술은 주 2회, 맥주 2병 정도를 마신다. 주말마다 직장인 야구 경기도 한다. 평균적인 3040세대에 비해 술을 즐기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혈관 건강과 식습관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에서 경계선상에 있다. 올해 초 받았던 종합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92mg(dL당 100mg 미만이 정상),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128mg(dL당 130mg 미만이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역류성 식도염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할 때가 많다. 박 원장은 이 씨의 식습관을 분석한 뒤 ‘젓가락만으로 식사를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이 씨의 식습관에 ‘국물’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거의 매끼 동태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어묵탕 등 맵거나 짠 국물이 중심인 음식을 즐기는데, 이로 인해 나트륨 과다 섭취, 소화기관 자극, 혈관 훼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박 원장은 “술을 적게 마시고, 과식을 하지 않는데도 경계선상의 혈당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 복부비만,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이 나타나는 건 결국 ‘짜고 자극적인 국물’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좋아하는 국물류의 음식을 끊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숟가락 없이 젓가락만으로 건더기만 먹으라”고 조언했다.○ 소변 색깔이 ‘물색’ 아니면 물 마셔라 짠 음식을 즐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 섭취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성인의 경우 하루 약 2L의 물을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짠 음식을 많이 먹거나 업무가 많아 체력 소모가 클수록 물 섭취는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3040세대들은 사무실 등에서 커피 등은 많이 마시면서도 정작 목이 마르기 전까지는 물을 마시는 경우가 드물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탈수 증세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박 원장은 “약간이라도 입이 마르거나 갈증이 느껴질 땐 곧장 물을 마시고, 소변 색깔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말했다. 소변 색깔이 물처럼 투명하지 않을 경우 수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소변 색깔이 물같이 투명하지 않다면 곧장 충분하게 물을 마시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고기는 꼭 채소에 싸서 먹어라 직업 특성상 잦은 음주(안주류는 주로 삼겹살 등 고기류)를 하는 기자(37)도 식습관 평가를 받았다. 기자도 종합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95mg(dL당 100mg 미만이 정상), LDL 콜레스테롤 131mg(dL당 130mg 미만이 정상) 등의 결과를 받은 ‘커트라인 지표’ 보유자다. 기자의 식습관 중 당장 개선해야 하고, 동시에 3040세대에게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나쁜 습관’은 술자리에서의 고기와 채소 섭취 비율. 기자는 통상 고기 5, 6점을 먹을 때 1점 정도만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는다. 또 된장보다는 기름장(참기름과 소금)과 그냥 소금에 고기를 찍어서 먹는 편이다. 박 원장은 “회식이나 술자리 등에서 고기를 먹을 땐 최대한 채소(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고, 소금 대신 된장에 찍어 먹으라”고 조언했다. 고기를 채소에 싸서 먹으면 포만감이 더 느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고기 섭취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몸에 좋은 섬유질 섭취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밥을 빨리 먹는 습관도 문제로 꼽혔다. 기자는 15∼20분 안에 식사를 마칠 때가 많다. 박 원장은 “3040세대는 소화력이 좋고, 바쁘기 때문에 1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포만감을 느껴 음식 섭취를 자제하게 해주는 호르몬인 렙틴은 식사를 시작한 지 약 15분 뒤부터 나오기 때문에 급하게 마친 식사는 배고프다는 느낌을 유지시켜 다음 식사 때 과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주치의 한마디]“젊을때 먹는 습관 개선해야 노후 ‘헬스 푸어’ 막아” ▼‘지금 이대로 가면 헬스 푸어(Health Poor)가 됩니다.’ 건강을 개선하고 싶어 병원을 찾는 3040세대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노년기가 시작되는 5060시기에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3040시기에 자산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3040시기에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없다’는 착각 속에 지속적으로 몸을 망가뜨리고 결국 노년기에는 만성질환에 노출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040시기는 노년기에 ‘헬스 푸어’가 되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투자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야 된다. 하지만 3040세대에게 건강관리의 기본 중 하나인 식습관을 개선하라는 주문은 잘 먹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특별한 건강관리 없이도 종합건강검진에서는 ‘정상’ 판정이 나오고 생활하는 데 불편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또 먹는 즐거움에 손을 댄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3040세대에게는 현실을 반영한 식습관 전략을 세우라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정상적으로’ 먹더라도 최대한 몸에 덜 부담되게 먹는 습관을 만들라는 뜻이다. 이번 식습관 리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이재철 씨와 이세형 기자처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3040세대들에게 단지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술, 고기, 국물 등을 최대한 멀리하라고 주문하는 식습관 전략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런 음식을 섭취하지만 먹는 방식을 조금만 다르게 하면 지금보다는 나은 식습관을 갖출 수 있다.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그리고 먹는 즐거움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는 상태로 식습관을 더 바람직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종합건강검진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고 해도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간기능 등이 아슬아슬하게 정상권에 있는 3040세대에게 특히 현실적인 식습관 개선 전략을 실천해 보라고 하고 싶다. 아직 위험단계에 가지 않은 이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에 나설 때 10년, 20년 뒤의 헬스 푸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민수·서울ND의원 원장}
지난달 16일 출범한 국회의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사회적 기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월 소득 2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18만 원(50%인 9만 원은 회사가 부담)의 국민연금을 내고 있다. 사회적 기구는 여당과 야당 의원들과 추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로 이달 말까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본인의 평균소득 대비 연금지급액 수준)을 40%에서 50%로 인상’과 ‘국민연금 사각지대 축소’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1일 사회적 기구에 참여하는 복수의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기금 안정성도 확보하려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야에서 모두 나오고 있다”며 “2일 열리는 공청회를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재정추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고, 2100년 이후에도 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8.85% 수준까지 올려야 된다고 보고 있다. 여야 모두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도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를 어느 수준으로 올릴지에 대해선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 측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큰 폭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 반해 야당 측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에서 약간만 보험료율을 올려도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5만 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증상이 생긴 뒤 병원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평균 시간은 ‘골든타임(부작용을 최소화시키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20분 이상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5만2186명이며,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 도착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심근경색 2시간 20분, 뇌중풍(뇌졸중) 3시간 24분으로 골든타임(심근경색 2시간, 뇌졸중 3시간)에 비해 20분 이상 늦었다. 심장동맥이 막힌 심근경색과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상태인 뇌중풍은 심뇌혈관 질환 중 가장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질환이다. 병원 도착 시간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로는 초기 증세를 감기 몸살, 피로 누적, 소화불량 등과 관련된 단순 증세로 받아들여 병원에 바로 가지 않은 게 꼽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심뇌혈관 질환의 심각성과 초기 증세를 숙지하고 있는 사람 수가 많지 않고, 일부 환자는 응급진료 기능이 부족한 동네 의원부터 찾아서 시간을 허비할 것으로 드러났다”며 “평상시에도 심근경색과 뇌중풍의 초기 증세를 숙지하고, 관련 증상이 느껴지면 일단 119에 도움을 청한 뒤 대형 병원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심근경색의 초기 증세로는 가슴통증 구역질 현기증 식은땀 등이 있으며 뇌중풍은 부분적인 마비, 극심한 두통, 언어 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세계 심장의 날(29일)’을 맞이해 ‘심뇌혈관 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9대 생활 수칙’을 발표했다. 9대 생활 수칙에는 △금연 △절주 △적절한 음식 섭취와 운동법 △심뇌혈관 관련 건강지표 측정 △뇌졸중, 심근경색증 관련 응급 증상 숙지 등이 포함돼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부가 최근 유사 중복 성격이 강하다며 잠정적 정리 대상으로 분류한 지방자치단체의 대형 사회보장사업 중 절반 정도가 이미 중앙정부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추가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자체가 시행하는 대형 사회보장사업들 중 많은 수가 중앙정부 사업을 보완하기보다 그대로 따라 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 범위 밖에 있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9일 동아일보는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가 복지사업 정비 및 복지재정 효율화 과정에서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으로 분류한 지자체의 1496개 사업 중 연간 예산 규모가 5억 원 이상인 283개 사업을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복지정책)팀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134개(47.3%) 사업이 복지 사각지대나 새로운 수혜자 발굴 및 지원 기능은 거의 없고, 중앙정부의 유사한 사회보장사업 대상자들에게 추가 비용이나 서비스를 지자체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지원하는 게 목적이었다. 정 교수는 “134개 사업은 사업 대상자나 취지 측면에서 중앙정부의 사업들과 ‘완전히 중복’되는 성격이 강하다”며 “완전 중복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대승적 자세로 실효성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조정할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안팎에서도 이런 완전 중복 유형의 지자체 사회보장사업들이 ‘정리 대상 리스트’에 오른 사업들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완전 폐지가 아닌 일부 조정만 이루어져도 비용 절감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 중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38개(28.3%)나 된다는 건 큰 부담으로 꼽힌다. 사회 취약계층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형편이 더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그동안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복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 연금도 2010년에야 정식으로 도입됐다. 다양한 맞춤형 지원제도로 운영되는 저소득층 관련 사업(37개·27.6%), 실생활과 밀접한 보육(19개·14.2%) 관련 사업에도 완전 중복 성격이 강한 게 많다는 점도 심각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사회보장사업들이라 이를 조정해야 할 경우 ‘선거’와 ‘민심’에 민감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을 조정할 땐 원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현금 지급형 사업은 축소하고 사람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은 유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복지 합리화와 지자체의 포퓰리즘 막기에만 연연한 나머지 지나치게 성급하게 조정 대상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사회보장위원회의 한 위원은 “현재 주어지고 있는 복지를 줄이는 작업은 어떤 형태로든 상당한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더 커지고 있는 면도 있다”며 “정부가 체계적인 실태조사와 현장 점검을 한 뒤 구체적인 기준과 방침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황성호 기자}

《 “건강 어떠세요?” 온 가족이 모이고, 평소 자주 못 만났던 친지들도 만나는 추석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인사말 중 하나다. 추석 같은 명절은 가족의 건강을 확인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의 국립유전연구기관(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NSGC)은 추수감사절(미국의 추석) 같은 명절을 가족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을 위한 정보를 교환하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동아일보는 추석을 맞아 종합편성TV 채널A의 인기 건강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에서 다룬 건강관리법 중 가족들과 함께 따라 해볼 수 있는 ‘건강관리법 베스트 3’를 선정해 소개한다. 》○ 톡톡 셀프 건강법 1분 만에 5개로 뭉친 손가락으로 팔과 다리의 몇 개 지점(일명 헬스 포인트)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으로 목, 어깨, 허리, 무릎 등의 통증을 줄여주는 ‘톡톡 셀프 건강법’도 추석 때 가족들과 시도해 볼 수 있는 건강관리법이다. 이 건강법을 고안한 무술인 임헌석 씨는 “무술을 통해 상대방을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 혈자리에서 착안해 자극을 주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리인 헬스 포인트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톡톡 셀프 건강법은 오른쪽 어깨가 아프면 왼쪽 팔의 헬스 포인트를 두드리는 식이다. 통증 부위의 반대편에 자극을 주는 것. 하지만 특별한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양쪽에 시행해도 무방하다.○ 숟가락 발마사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혹사당하는 부위 중 하나로 꼽히는 발. 발은 오장육부의 건강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인체의 축소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발을 건강하게 관리하면 관절과 관련된 통증은 물론이고 두통, 생리통, 변비 등도 개선할 수 있다. 발마사지 전문가인 전대박 씨가 고안한 ‘숟가락 발마사지’는 숟가락으로 발의 특정 부분을 3∼10분 정도 문지르거나 누르는 방식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간편 건강관리법이다. 허리 통증의 경우 복숭아뼈 아래 볼록 나온 부분을 3분 정도 숟가락으로 문지르는 것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변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발뒤꿈치 바로 위에서 발 가운데 부분을 10분 정도 문지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성들을 괴롭히는 생리통은 발뒤꿈치 부분을 5분 정도 지그시 눌러주는 게 좋다. 발뒤꿈치는 생식기와 관련 있는 부위다. 남성의 경우도 이 부분을 숟가락으로 눌러주면 전립샘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해독주스와 오색 해독밥상 1970년대 인기 여배우였던 문숙 씨의 ‘해독 건강비법’은 식품을 음과 양으로 나눠 음양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매크로 바이오틱’ 이론을 활용한 음식 섭취에 초점을 맞췄다. 매크로 바이오틱 이론을 바탕으로 마련된 음식은 가수 마돈나, 영화배우 톰 크루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씨가 소개한 해독주스 중 레몬과 강황을 이용한 ‘레몬강황 해독주스’는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반대로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사과와 식초로 만든 ‘사과식초 해독주스’가 좋다. 빨강, 노랑, 초록, 검정, 하양 등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효능을 가진 재료들이 어우러진 ‘오색 해독밥상’은 만들 때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게 단점. 하지만 현미, 채소, 해조류 등 ‘건강 재료’를 다양하게 쓰기 때문에 소화기관에 부담을 안 주고 해독 효과도 뛰어나다. 맛과 모양새에서 사찰음식이 연상되기도 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추석을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보내고 싶다면 시도해 볼 만한 음식이다. 한편 28일 오후 3시 반에 방영되는 ‘나는 몸신이다-완전정복’ 편은 그동안 다뤘던 건강법 중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소개할 예정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한 적이 거의 없어요.” “거의 매일 오후 2시 정도 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집니다.” 출판사 대표인 김홍민 씨(39)와 회사원 김효진 씨(34)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잠’과 관련된 고민거리다. 두 사람은 ‘건강한 3040세대’다. 만성질환도 없고, 종합건강검진에서 특별한 문제를 지적받은 적도 없다. 하루에 6시간 정도 자고, 과음도 잘 하지 않는다. 운동도 주 2∼3회 정도 꾸준히 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으로 꼽히는 잠에서 두 사람 모두 만족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최근 진행한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SQI·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설문 결과 홍민 씨는 21점 만점에 8점, 효진 씨는 7점을 받았다. PSQI는 5점 이상부터 ‘질 낮은 수면’ 상태로 평가한다. 두 사람 모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지만 개선점이 분명 있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대와 잠에 집중하는 침실 환경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두 사람의 PSQI 결과를 토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먼저 홍민 씨의 경우 전형적인 3040세대의 ‘야근형’ ‘올빼미형’ 생활습관이 있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반∼10시 정도로 약간 늦고 퇴근은 오후 10∼11시에 할 때가 많다. 보통 오전 2시경에 잠자리에 들어 8시경에 일어난다. 홍민 씨는 “늦게 자는 게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만 회사 업무 패턴이 야근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취침 습관을 고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교수의 진단은 조금 달랐다. 그는 “뇌는 규칙적인 습관에 익숙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들쭉날쭉한 시간에 잠을 자는 것보다는 늦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일정한 시간대에 잠자리에 드는 게 낫다”며 “가급적 밤 12시 전에 자는 게 좋지만 ‘오전 2시 취침’ 자체를 심각한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 대신 홍민 씨의 문제로 지적된 건 잠에 집중하기 어려운 침실 환경이었다. 침대에 누워 TV 또는 스마트폰을 보다 잠드는 습관은 당장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리와 빛(화면)은 집중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뇌를 자극해 깊은 잠에 빠지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자기 전에는 최대한 뇌를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침대 위에서는 책도 안 보는 게 좋고, 침실에서 TV를 없애고 스마트폰 화면 밝기만 낮게 조절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 자세보다 모로 누운 자세가 더 좋다 효진 씨의 경우 코골이와 자고 난 뒤에도 몸이 뻐근한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아침에 일어나면 근육통이 느껴질 때도 많다. 우선 코골이의 정확한 원인과 증세의 심각도를 파악하려면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뇌파 검사, 안전도, 호흡 신호, 소음 측정 등을 하는 ‘수면 다원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뻐근함, 나아가 근육통은 잠자는 자세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진은 효진 씨의 평소 자세부터 체크했다. 효진 씨는 밤 12시 정도에 취침하고 반듯이 누워 자는 편이다. 하지만 남편의 팔을 벤 채로 잠들 때가 많다. 효진 씨는 “침대에 누워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습관적으로 팔베개를 한 상태에서 잠이 든다”고 말했다. 팔베개를 할 경우 삐딱하거나 불안정한 자세가 되기 쉬워 척추와 근육 등에 무리가 생긴다.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면 몸 전체적으로 뻐근함 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오 교수는 코골이 또는 자고 일어났을 때 근육통이 있는 사람들에게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추천했다. 옆으로 몸을 구부린 상태로 무릎에 베개나 쿠션을 받치고 자면 척추와 근육에 훨씬 무리가 덜 간다는 것이다. 또 침대에서 배우자와 약간 공간을 두고 자는 것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잠자기 전 운동, 몸매 관리에 별 도움 안 된다 몸매와 건강 관리 차원에서 3040세대가 적극적으로 하는 운동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꼭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흔히 운동은 언제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많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운동은 질 높은 수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홍민 씨와 효진 씨는 모두 회식을 하거나 저녁을 많이 먹은 뒤에 1∼2시간 정도 빠르게 뛰는 경우가 많았다. 둘 모두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오히려 몸매 관리에 해가 될 수 있다. 뇌를 활성화하고, 긴장시켜 숙면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혈액순환이나 소화를 돕는 효과도 떨어진다. 오 교수는 “운동은 낮이나 이른 저녁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고, 잠자기 전에는 긴장도 높은 액션영화나 운동 경기 등을 보는 것도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주치의 한마디]“주말에 몰아 자도 피로 안 풀려” ▼각종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3040세대를 진료하다 보면 식사, 음주, 운동 등에 비해 ‘잠’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 잠에 대해 먼저 고민 상담을 하거나, 질문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재충전 활동이다. 직장생활과 육아 등으로 한창 바쁜 3040세대가 사실은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3040세대 중 많은 수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다. 잠은 개개인의 주요 생활습관 중 공통점이 가장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식사와 음주의 경우 사람마다 선호도와 섭취량에 차이가 크다. 운동도 즐기는 종목과 방식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통상 직장생활을 하는 3040세대의 경우 밤에 짧게는 5∼6시간, 길게는 7∼8시간 정도를 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만큼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면 질 높이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3040세대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매일 7시간 정도는 자라는 것이다. 성인은 7∼8시간 정도 자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대부분은 이보다 적은 시간을 잔다. 야근을 비롯한 사회활동으로 늦은 귀가와 늦은 취침 시간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취침 시간이라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많은 3040세대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그냥 푹 자면 되는 것 아니냐’, ‘낮에 짬을 내서 잠깐 자면 된다’, ‘주말에라도 몰아서 자면 된다’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수면의 질이 절대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대, 같은 양의 잠을 자는 게 바람직하다. 또 낮에 잠시 잠을 자는 것도 뇌의 규칙적인 반응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이런 행동은 지양하는 게 좋다. 좋은 음식과 운동 등에 투자하는 만큼 잠자리 습관과 침실 환경에 투자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잠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생활습관이기 때문이다. 잠자리 자세를 교정하고 침실의 조명과 전자기기만 조정해도 수면의 질은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수면 습관을 전문가를 통해 진단 받은 뒤 1∼2주 정도만 노력해도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양=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근 의학계에서는 국내 여의사 양성에 앞장섰던 미국인 여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음 달은 홀 여사가 한국에 온 지 125주년이 되는 때이기도 하다. 1890년 10월 한국에 도착한 홀 여사는 ‘남성 의사’에게서는 진료를 받을 수 없던 여성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봤다. 그녀는 김탁원, 길정희 부부 등 민족 선각자들과 함께 여의사 양성 기관 설립을 추진했고, 1928년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설립했다.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당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던 여성들을 진료할 수 있는 여성 의사를 양성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여성의 건강은 여성의 손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1938년 우석 김종익 선생의 기부를 바탕으로 경성여의전, 서울여자의과대학, 수도의과대학로 발전하고, 이후 우석대를 거쳐 현재의 고려대 의대으로 이어진다. 국내 메이저 의대 중 하나로 꼽히는 고려대 의대 역사의 출발점이 바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인 것이다.소외계층 우선시하는 전통과 문화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을 위해 탄생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의 전통과 박애정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의료 소외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구로공단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인근에 대형 부속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정신의 일환. 또 고려대 부속병원들은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전통이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단원재난의학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또 고려대 구로병원은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을 때 국가 거점 병원이 아닌 상황에서도 메르스 환자들을 맡아서 치료했다. 안암병원은 북한과 관련된 의료활동에 적극적이다. 1000명 이상의 북한 이주민에 대한 무료 검진을 진행했고,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설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헌정 고려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활동을 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전통은 고려대 의대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라며 “이 같은 고려대 의대의 정신과 전통을 학교 안팎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첨단 연구시설 구축 통한 다양한 연구 성과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전통과 문화뿐 아니라 고려대 의대는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고려대 의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두 곳의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한 의학 교육기관이다. 최근에는 ‘KU-MAGIC(Medical Applied R&D Global Initiative Center)’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의대 △보건과학대 △생명과학대 △이과대 △공과대 △약학대 △간호대 등과 안암병원을 잇는 최첨단 융복합의료센터 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KU-MAGIC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킹스칼리지, 싱가포르 A-STAR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과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예방의학, 생화학, 약리학, 해부학, 미생물학 같은 기초의학 분야 연구실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문숙의학관 역시 고려대 의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3개 센터’를 통한 연구·교육 지원 의학교육센터, 의과학연구지원센터, 실험동물연구센터 등 ‘3개 센터’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연구·교육 인프라도 고려대 의대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의학교육센터는 강의, 임상실습, 학생연구지원 사업 등을 지원한다. 교수들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의과학연구지원센터는 약 1100개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실험동물연구센터는 의학 연구에 필수인 양질의 동물을 관리 공급한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최고 수준의 바이오-메드 융합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시설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내 암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국가 암 검진 권고안 제정·개정 위원회’가 최근 ‘7대 암 조기 검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존 5대 암(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검진 기준을 일부 수정했고, 폐암과 갑상샘암에 대한 검진 권고안을 추가했다. 이에 위원회의 도움말로 일반인들이 오해하기 쉽거나 새롭게 추가된 중요한 내용들을 ‘○×’ 형태로 정리했다.○ 대장암…“내시경 검사부터 하라”(×) 대장암의 경우 특별한 의심 증세가 없을 때는 대변을 통해 출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분별 잠혈 검사’부터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검사는 종합병원에서 이뤄지는 정기 건강검진의 대변 검사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대장 내시경의 경우 진행 과정 중 출혈이나 천공(穿孔·대장막이 내시경에 의해 찢어져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번 권고안은 기존 안보다 5세 낮은 45세부터 분변 잠혈검사를 1년 또는 2년마다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 위암…“내시경이 가장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특별한 증세가 없으면 위장 조영 촬영 검사와 위 내시경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 내시경을 이용한 위암 검진이 위암 사망률을 54∼65% 정도 감소시킬 수 있지만, 위 조영 검사는 36% 정도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이 간단해 출혈 같은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위 내시경의 장점으로 꼽힌다.○ 자궁경부암…“예방 백신 접종했다면 검진 안 받아도 된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대부분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14종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 16번, 18번 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유형이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16번과 18번 유형이 아닌 인유두종의 바이러스를 통한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 뒤에도 지속적으로 검진받아야 한다. 임신 중에도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게 좋다. ○ 폐암…“과거 흡연자 누구나 검진받아야 한다”(×) 금연한 지 15년이 넘었다면 폐암 검진 필수 대상이 아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폐암 검진을 받아야 할 대상은 30년간 하루 한 갑씩 꾸준히 흡연한 55∼74세.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폐암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간암…“간경화 진단받으면 모두 검진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40세 이상의 B형과 C형 간염 보균자와 간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중심으로 간암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새로운 권고안에는 간경화 환자의 경우 연령대에 상관없이 6개월마다 간암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갑상샘암…“위험도 낮으니 꼭 검진받지 않아도 된다”(○) 전이 위험이 낮고, 진행도 느려 갑상샘암은 ‘착한 암’으로도 불린다. 그런 만큼 적극적인 검사는 불필요하다고 권고안은 설명한다. 목에 혹이나 이물질이 만져지는 것 같은 의심 증상이 없는 한 갑상샘암 검진을 위한 초음파 검사는 받지 않아도 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이른바 국내 ‘빅5 병원’의 응급실이 보건 당국의 평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보건복지부의 ‘2014년 응급의료센터 평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전국 20개 권역 응급의료센터 중 17위를 기록했다. 120개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평가를 받은 나머지 병원들도 △삼성서울병원 104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105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08위 △서울아산병원 111위 등으로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빅5 병원이 응급의료센터 평가에서 저조한 결과를 낸 이유는 주요 평가 지표 중 하나인 응급실 병상 포화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응급실 병상 포화 지수에서 서울대병원은 175.2%, 삼성서울병원 133.2%,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10.8% 등 빅5 병원 모두 100%를 넘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도 유명 대형 병원부터 일단 찾는 현상이 강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