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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멋지게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리 장례 절차를 정하고 주변 정리를 하는 ‘슈카쓰(終活·임종을 준비하는 활동)’가 유행이다. 한국에선 아직 임종 준비가 익숙한 개념은 아니지만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 10년 뒤에는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서 있게 임종을 준비해야 하는 인구가 5명 중 1명꼴이 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맞이할 수 있을까. 남은 삶을 어떻게 보람 있게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시간을 갖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남겨질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346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7.3%다. 노인이 늘어난 만큼 사망자도 많아지자 ‘다사(多死) 시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엔딩 노트(ending note)와 유언장 작성법, 연명 치료 피하는 법, 지혜롭게 상속하는 법 등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슈카쓰는 과거 장례식에 초점이 맞춰졌던 장의 사업의 영역을 현재 연 5조 엔(약 54조 원) 규모의 ‘라이프 엔딩 서비스’로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머지않아 맞게 될 세상이다. ● 상속-장례절차까지 직접 준비… “죽음 아닌 삶의 문제” 지난달 21일 일본 지바(千葉) 현 유카리가오카의 대형 쇼핑몰에서 장의사업 회사 이온라이프 주최로 열린 슈카쓰(終活·임종을 준비하는 활동) 페어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부부 동반으로 나온 고령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부모의 슈카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50대 주부들도 보였다. “‘아직 건강한데 무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장례 같은 화제는 심각한 병에 걸린 뒤에는 오히려 꺼내기 힘듭니다. 건강할 때 가족과 얘기해야 합니다.” 강사는 아무 준비 없이 장례를 치르게 된 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망한 와중에 주위에서 “고인을 위해서” 또는 “남들도 그 정도 한다”라고 말하면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슈카쓰 페어를 방문한 사람들은 상속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2억 엔의 재산을 부인과 두 자녀에게 한꺼번에 상속한다면 상속세는 4000만여 엔입니다. 하지만 20년에 걸쳐 매년 1인당 110만 엔씩 나눠줬다면 상속세는 절반 이상 줄어듭니다. 재산 일부를 생명보험으로 들어 두면 더 가벼워지죠.” 강의를 듣던 고령자들의 눈빛이 빛난다. 그나저나 너도나도 절세의 요령을 알게 되면 전체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기자의 이런 궁금증에 대해 세키구치 히로아키(關口裕章) 이온라이프 고객개발부 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일본의 고민은 가장 돈이 많은 고령자들이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돈이 젊은층으로 흘러가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일본 정부는 80, 90대 고령의 부모가 자연사한 뒤 60, 70대 자식에게 상속하는 ‘노노(老老)상속’이 사회 문제가 되자 증여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뜯어고쳤다. 연간 110만 엔(약 1188만 원)까지는 누구에게 증여해도 세금을 물지 않게 됐다. 이온라이프는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슈카쓰 페어를 연 100여 차례 열고 있다. 이날도 강사들은 △‘엔딩 노트’ 쓰는 법 △상속 증여 등 재산관리법 △생전에 집안 정리하는 법 △자신에게 맞는 장의·묘지 고르는 법 △후손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후견인 제도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선 즉석 상담 코너가 마련됐다. 입관 체험 행사도 열렸다. 오후 2시부터 2시간 반 동안 5가지 강연이 쉬는 시간 없이 이어졌지만 참가자 대부분이 꼼짝 않고 자리를 지켰다. 남편(74)과 함께 강연을 듣던 가키다키 다에코 씨(73)는 기자가 가장 유익했던 강연이 무엇이냐고 묻자 “살아 있는 동안 집안 정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요령을 알려줘 도움이 됐다”며 “상속 문제도 남의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입관 체험은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해서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이날 관 속에 처음 누워봤다는 50대의 호리에 씨는 “묘하게 편안함을 느꼈다. ‘죽고 싶다’가 아니라 ‘어떻게 살까’를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온라이프에 등록된 슈카쓰 회원은 12만 명이 넘는다. 세키구치 부장은 “슈카쓰는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득이 된다”며 “인생 후반전을 즐기기 위해서도 노후의 삶, 상속, 장의 등에 대한 걱정은 덜어버려야 한다”고 했다.‘장의 서비스’에서 ‘라이프 엔딩 서비스’로 슈카쓰 붐을 타고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야노(矢野)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일본의 장례식 관련 시장 규모는 연간 1조7000억 엔(약 18조3600억 원) 선에 머물러 있다. 사망자가 늘었어도 경기 침체로 절약심이 강해졌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슈카쓰와 관련된 ‘라이프 엔딩 서비스’로 범위를 넓히면 연간 5조 엔(약 54조 원) 시장에 육박한다. 여기에는 사전 사후 자산 운용과 △상속, 의료 간병 등의 정보 제공 △엔딩 노트 유언 등의 작성 지원 △장의나 묘지 등의 생전 계약 지원 △제사나 유품 정리 대행 △성묘 △유족에 대한 정신적 지원 등이 포함된다. 8월 하순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엔딩산업전 2016’에도 수만 명이 다녀갔다. 장인이 만든 장의용품, 작가가 디자인한 유골함 등 고급화를 꾀한 상품들이 선을 보였고, 장례의 상식을 깨는 아이디어 상품들도 적잖이 등장했다. 유족이 크루즈를 타고 고인의 뼈를 바다에 뿌리는 행사를 주관하는 ‘해양 산골’이나 대형 풍선에 유골을 넣어 30∼35km 높이 성층권에 쏘아 산골하는 ‘풍선 우주장’ 등 묘를 쓰지 않고 유골을 처리하는 장례 상품들이 그런 예다. 한 업체는 2017년에는 유골을 달 표면으로 옮기는 ‘월면장’도 기획하고 있다며 “밤하늘을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최고의 장례가 될 것”이라고 권했다. 장의회사가 개인 인생사를 정리한 홈페이지 꾸미기, 사망 후 지인에게 보낼 동영상 제작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사후 특정 시기에 자녀가 묘를 찾아오면 고인이 미리 찍어둔 모습으로 등장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됐다. 예를 들어 곧 성인식을 맞는 딸이 찾아오면 “우리 딸, 곧 성인식이네. 얼마나 예쁠지…. 엄마가 함께 못 해서 미안해”라는 영상 메시지를 스마트폰에 띄우는 식이다. 차분하게 죽음을 준비하며 남겨진 가족들을 배려하는 고인의 마음이 가족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종말 치료 방법 미리 상의해야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130만여 명이다. 일본의 연간 사망자는 2003년 100만 명을 넘어선 뒤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부터는 650만 명에 이르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75세에 접어든다. 현재는 사망자의 80%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지만 고령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는 이것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종말 치료와 임종을 자택에서 하는 ‘홈 다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자택에서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는 것은 많은 일본인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환자 또는 가족과 종말기 치료 방법에 대해 상의하는 ‘어드밴스 케어 플래닝(ACP)’이 확산되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최후’를 실현하기 위해 의사 표시가 가능한 상태부터 ‘만약의 경우’에 대해 대화하고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다. 주로 고령자나 암 환자가 대상이다. 연명을 위해 인공호흡기를 단다면 어떤 상황이 되는지, 스스로 음식을 삼킬 수 없게 되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집, 병원, 시설 중 어디에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는지도 확인한다. 의사 베니야 히로유키(紅谷浩之) 씨는 “본인 의사를 제대로 알아둬야 가족과 의료진이 난처해지지 않는다”며 “병세가 나빠질수록 말하기 어려워지니 병이 악화되기 전에 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강승현 기자}
21일 오후 2시 7분경 일본 중서부 돗토리(鳥取)현 구라요시(倉吉)시, 유리하마(湯梨浜) 정 에서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0㎞로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지진해일)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지진으로 돗토리 현과 교토(京都), 효고(兵庫), 오카야마(岡山)현 등지에서 진도 4~6약의 진동이 감지되며 부상자가 발생했다. 진도 6약은 사람이 서 있기 힘들고 가구의 절반 안팎이 쓰러질 정도의 흔들림이다. 내진성이 부족한 건물은 붕괴할 위험도 있다. NHK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오카야마(岡山)시에서 고령 여성이 넘어지면서 부상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부상 신고가 10여건 접수됐다. 모두 경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리하마 정에서는 3층 청사의 타일 벽이 일부 떨어졌고, 가옥 1채가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현 호쿠에이(北榮町) 정에서도 도로 곳곳에 금이 갔고, 가옥 지붕의 기와가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돗토리 현에서는 3만9000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오카야마 공항이 활주로를 일시 폐쇄했고 신칸센도 운행을 일시 정지했다. 원자력발전소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규모 6.6의 강진 이후 진도 3~4의 다소 강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안전한 장소에 머물며 향후 1주일 정도는 상황을 주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각 부처에 조속히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재해응급대책에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장관은 "현 단계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북한은 필사적이었고, 국제사회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북한 제재 유엔전문가패널’ 위원을 맡아 대북제재 최전선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49·사진) 씨는 4년 반의 활동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자신이 전문가패널에 참가한 이유는 유엔에서의 활동으로 북한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유엔이 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7월 파나마 정부가 쿠바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청천강’호를 적발한 것을 계기로 북한 최대의 선박기업인 오션마리타임 매니지먼트(OMM)의 국제 네트워크를 파헤쳐 2014년 7월 OMM을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의 안보 전문가인 그는 1990년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와 1998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01년 미국 몬터레이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2004년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연구원을 지냈다. ―OMM 제재의 성과는…. “세계 각지에서 OMM 선박이 다수 폐기되는 등 북한이 꽤 많은 수입원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엔 보고서에 명기된 것 외에 드러나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은 부지기수다. 북한의 무기 거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무기 운반은 OMM, 결제는 ‘단천(端川)상업은행’이 중심이 돼 왔다. 이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외국인 대리인을 내세워 뒷거래를 해왔다. KOMID의 경우 중국 시리아 이란 나미비아 이집트 미얀마 등에, 단천상업은행은 베트남에도 대표자가 있었다. OMM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스 싱가포르 이집트 등에 있다. 이들이 상대국 정부나 기업과의 창구가 돼 불법 거래를 주도하고 있었다. 모두 유엔 제재 대상이 됐다.” ―하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계속 진행해왔다.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해 오해가 많다. 매스컴만 해도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면 국제사회는 모두 열심히 제재에 참여하고 중국만 안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유엔 회원국 중 제재에 협조적인 국가보다 비협조적인 국가가 많은 게 현실이다.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에서 제재 위반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몽골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협조적이다. 실제 안보리 결의에 기초해 제출 의무가 있는 ‘제재 이행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나라가 회원국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대다수 국가는 왜 비협조적인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시리아 이집트 이란 등은 북한과 군사 경제면에서 깊이 연결돼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도 그렇다. 아프리카에서는 해군 선박의 보수를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에 위탁하거나 자국 무기 공장 신설을 북한 기업에 맡기는 국가도 있다. 많은 국가에서 위법 활동을 단속할 담당자가 안보리 결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발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북한 기술진은 수입 시판품의 부품을 인두나 접착제를 사용해 로켓에 조립해 넣고 있다. 수출 규제에 엄격한 미국 일본 유럽으로부터 갖가지 부품이 조달되는 셈이다. 북한이 얼마나 참을성 있게 제재를 회피하며 미사일 개발을 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성공하지 않았나.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 이란은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인 데다 경제 규모가 커 제재의 영향도 크다. 국제사회의 관심도도 전혀 달랐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리뷰 회의에 가보면 모두가 열심히 논의하는 것은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문제였다. 북한 핵문제는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에서 뒷전에 있었다. 또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제재와 병행해 외교적인 대화가 계속돼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만 있었고 외교는 거의 없었다.” ―역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인가. “평양 디즈니랜드에 은둔한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현실을 깨닫게 할 계기가 필요하다. 우선은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하고 현실적 외교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제재를 가능한 한 제대로 강화하되 대화를 향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제재란 본래 대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제재에 무슨 효과가 있나. “국제사회의 제재는 ‘다층 방위’ 시스템이 돼야 한다. 골키퍼가 미덥지 않을 경우 그 앞의 수비팀이 제대로 기능해 골키퍼를 커버해야 한다. 중국의 문제는 북한의 불안정화를 피하기 위해 제재에 구멍을 냄으로써 북한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랴오닝훙샹그룹에 제재를 가한 것처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중국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유엔 회원국 각자가 독자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각료 2명과 총리보좌관이 19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1억총활약담당상은 이날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소재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17일부터 시작된 추계 예대제 기간에 현직 각료가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다카이치 총무상은 그동안 패전일이나 봄·가을 제사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다. 가토 1억총활약담당상은 1년 전 야스쿠니 신사 가을 제사 때 참배했다. 두 사람 모두 아베 총리의 친위대로 불리는 측근이다.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아베 총리보좌관도 이날 오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참의원 의원 총리보좌관 에토 세이이치’라고 적었다. 그는 또 사비로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냈다. 에토 보좌관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희생된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진혼(鎭魂·죽은 이의 넋을 달램)을 생각하며 참배했다. 일본과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17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인 ‘마사카키’를 봉납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방송 프로그램의 TV·인터넷 동시 전송을 막는 규제를 풀기로 해 이르면 2019년부터 TV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도 동시에 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TV로 방영한 내용의 일부만 인터넷에 시차를 두고 공개하고 있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공영방송 NHK가 TV와 인터넷에 프로그램을 동시 공개하는 것을 제한한 방송법을 개정하고 민영 방송사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주요 방송국들은 영상이나 음성을 TV에 한정해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출연자나 음악 저작권 단체와 계약하고 있다. 인터넷 동시 전송을 위해서는 계약을 변경해야 한다. TV와 인터넷의 저작권 계약을 단일화하는 규정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으로 NHK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에겐 수신료를 받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실제 방송을 시청한 이들에게만 요금을 매기거나 요금을 내면 과거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하기로 했다. 방송 행정을 총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심의회로부터 준비 작업에 관한 의견서를 받아 제도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인터넷 동시 전송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사진)이 18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 국장이 미국 인사들과의 비공식 대화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한 국장이 만날 미국 인사들이 누구인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전직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나 북한 문제 연구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 국장과 미국 인사가 만난다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핫이슈로 떠오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이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장은 2002∼2006년, 2009∼2013년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내면서 미국과 협상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외교관이다. 한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 국장이 최근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했으며 후임 미국 국장으로 외무성에서 대미 교섭을 담당해온 최선희 미국 부국장이 취임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전임 외무성 부상인 궁석웅은 최근 퇴임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달 9일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미 태평양군이 전략폭격기 B-1B를 한국에 파견할 때, 한국 상공에서 한미일 3국 부대가 편대비행하는 방안을 미국이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과 미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이 북한에 대해 한미일 3국의 결속을 보여주기 위해 물밑에서 이 같은 방안을 타진했지만 한국 측은 “국민감정상 자위대 항공기가 한국 상공을 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B-1B 2대는 괌 공군기지를 이륙해 규슈(九州) 상공에서 일본의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고 한국으로 이동한 후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부근을 한국 공군 F-15 전투기 등과 저공비행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공군의 F-15 전투기가 이달 미국 알래스카 상공에서 다국적 공군연습에 참가할 때는 일본 영공을 통과하지 못했다. 일본이 주둔군지위협정이 있는 미군 이외의 군용기가 영공을 통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측에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이 자위대 항공기 수용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통과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미 양국 군은 이달 10∼15일 한국 근해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했으나 자위대는 옵서버로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대해 “미 전략자산 전개 시 일본 군용기의 KADIZ 내 진입비행과 관련해 한미가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은 한국을 계속 방어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인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20년 이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은 북한 측 인사가 할 수 있는 ‘공갈’의 한 가지를 이렇게 꼽았다. 2020년이면 북한이 (괌과 오키나와 등) 태평양의 미군 기지나 본토 서부해안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6·25전쟁 이후 숙원인 한미동맹의 종식을 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를 포함해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사실상 핵 보유 국가가 된 북한이 추구할 목표로 ‘한미동맹의 교란과 와해’를 들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핵을 가진 김정은은 자신의 권위를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끝장내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북한은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또 핵을 가진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과감한 무력시위나 공세를 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을 계속하면서 정치와 군사를 혼합시킨 복잡한 도발을 시도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도 “북한은 핵 위협이 우리(미국과 한국 등)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데 좌절한 나머지 군사적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며 “전술핵무기의 배치는 특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교수는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서는 반드시 최악의 준비와 계산을 해야 한다”며 “이것이 최근 수년간 중국, 미국, 한국 3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 협력 및 교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닉시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란에 핵미사일 기술을 제공해 외화 획득에 나설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북한을 통해 대리 핵개발을 하고 있으며 중국 은행을 통해 북한에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도쿄=서영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일본 방위성이 점증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방어체계(MD) 능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내년도 예산 2000억∼3000억 엔(약 2조1911억∼3조2866억 원)을 당겨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방위성은 현재 편성 중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방위성이 집행을 앞당기려는 예산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지대공유도탄 패트리엇(PAC3)의 개량형 PAC3-MSE 도입 관련 경비다. PAC3-MSE는 기존 PAC3에 비해 방호 범위와 고도가 2배에 달한다. 방위성은 PAC3나 해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SM3의 개량형 외에 신장비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탄도미사일 요격을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올해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지상 배치형 이지스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조사 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 추경예산안에 관련 조사비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아울러 동중국해 일대에서 중국군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과 관련해 F-15전투기의 레이더 성능 개량 사업에도 예산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16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새로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단계”라며 “양과 질, 모두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위대 수장(首長)인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도 이날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은 새로운 차원에 와 있으며 사드 등 새로운 미사일방어 장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보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첫날인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비쭈기나무로 만든 제사 물품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 등 국내외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 제사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으나 지지 기반인 보수·우파의 이해를 얻기 위해 공물을 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래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해왔다. 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예대제를 계기로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이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예정이다. 아베 내각의 일부 각료도 참배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의 참배 여부가 주목된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6000여 명을 신으로 모시고 있으며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비롯한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윤재명 한일문화친선협회 회장(84)은 자타가 공인하는 ‘왕인(王仁) 전도사’다. 다음 달 25일 창립 40주년을 맞는 한일문화친선협회를 이끌며 양국에 왕인 박사 알리기에 힘써왔다. 왕인 박사는 4, 5세기경 일본에 한자와 논어를 전해줘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게 한 백제의 학자다. 일본에서는 왕인을 ‘학문의 시조’로 추앙한다. 14일 오후 3시 일본 오사카(大阪) 부 히라카타(枚方) 시에 자리한 왕인묘역에서 백제문(百濟門) 건립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윤 회장은 12일 도쿄 우에노(上野) 공원에서 왕인박사청동각화비 제막식을 마치고 이날 오전 11시경 행사장에 일찌감치 도착해 준비 상황을 챙겼다. 오사카 시내에서 50분 거리의 한적한 묘역에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1976년 당시 일한친선협회장을 맡았던 사토 메구무(左藤惠) 전 법무상(10선 의원)은 93세 고령에도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왔다. 그는 “오사카에 왕인묘역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라며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인 박사 고유제(告由祭·신령에게 고하는 제사)에서 그는 헌관(獻官·제관)의 옷을 입고 왕인 묘에 술잔을 올렸다. 백제문 건립에 가장 많이 후원한 재일 기업인 신해성 산쿄(三共)그룹 회장은 허리가 아파 주사까지 맞고 참석했다고 했다. “11년 전 윤 회장을 만나 왕인 박사를 알고 감동했습니다. 이후 조금씩 성의를 표한 것을 매번 저렇게 고마워하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행사에서는 인근 주민인 요시토메 가즈오(吉留一夫·83) 씨가 감사장을 받았다. 그는 1985년부터 ‘왕인묘역 환경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묘역을 청소하고 주변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했다. “1988년이 왕인묘역이 오사카 사적(史蹟)으로 지정된 지 50주년 되는 해였는데 주변엔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묘역 청소부터 시작했지요.” 윤 회장은 3선 의원이다. 1967년과 1971년 전남 영암-강진에서 당선됐으나 1972년 유신으로 국회가 해산하자 9대 국회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그 대신 1976년 한일문화친선협회를 창립했다. 1978년 제10대 의원에 당선됐고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삽교천 행사를 수행했다. 그날 밤 박 대통령이 서거하자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때 40대였다. 이때부터 그의 왕인 박사 알리기는 속도가 붙었다. 1986년 소설 ‘왕인 박사’를 출간하고 1988년 왕인박사묘역 오사카 사적 지정 50주년을 기념해 묘역 주변을 단장하는 사업을 벌였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에 1989년 ‘왕인 박사 일대기’를 펴내 3000부를, 2002년 ‘왕인 박사와 일본문화’를 일본어판으로 출간해 1만 부를 기증했다. “가난한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나 천자문과 논어를 배우며 컸습니다. 1967년 영암에 갔다가 처음 왕인 박사를 알게 됐으니 50년 가까이 됩니다. 먼 옛날 논어와 천자문을 들고 일본에 가 학문을 전파한 왕인 박사의 마음과 일본인들이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기렸던 역사를 보면 양국 관계는 잘 풀려야 마땅합니다.” 윤 회장은 행사를 마치고 오사카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죽을 때까지 ‘왕인, 왕인’ 하다가 갈 테니 끝까지 잘 부탁한다”고 했다. 전동평 영암군수와 왕인문화원 회원 등 30여 명은 “한중일 새 천년 시대를 맞아 가장 필요한 것이 왕인 정신”이라고 화답했다. 히라카타(오사카)=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의 전현직 정치 원로들이 19세기 후반 정한론(征韓論·조선 정복 주장)을 주창한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등을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할 것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12일 야스쿠니 신사에 냈다. 신청서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모리 요시로(森喜郞),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등 역대 총리 4명을 비롯해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 도지사,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중의원 의원 등 정치인과 경제인 9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2018년이면 메이지(明治) 유신으로부터 150년을 맞는다”면서 “근대 일본을 위해 뜻을 가지고 행동한 것은 승자 패자의 구분 없이 인정해야 한다”며 이들의 합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사이고 다카모리 외에 신센구미(新選組)와 뱍코타이(白虎隊)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내용의 의견 광고를 13일자 산케이신문에 게재하고 “천황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국가 안녕을 위해 필수라고 믿는다”며 일왕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재개를 요구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12일 오후 도쿄 우에노(上野) 공원의 왕인(王仁) 박사 기념비 주변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단법인 한일문화친선협회(회장 윤재명)가 왕인 박사를 기리는 새 기념비를 설치하고 제막식을 갖는 자리였다. 왕인 박사는 4∼5세기경 일본에 한자와 논어를 전해줘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게 한 백제의 학자로 일본에서 ‘학문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 일본 역사서인 고지키(古事記)와 니혼쇼키(日本書紀) 등에 그 공적이 기록돼 있다. 일본 곳곳에 그를 기리는 신사나 유적지가 남아 있는데 우에노 공원에는 1939년에 기념비가 세워졌다. 그로부터 77년 만인 이날 한일문화친선협회는 왕인 박사의 모습을 청동판에 새긴 새 기념비(높이 155cm)를 오른쪽에 설치했다. 새 기념비는 청동에 박사의 초상을 부조로 새기고 그 아래에 일본어와 한국어로 설명문을 붙이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또 협회는 비석으로 향하는 입구에 ‘왕인박사비’라 적힌 안내 돌기둥을, 기념비 근처에는 화강암 벤치 2개를 각각 설치해 도쿄 도에 기증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한국에서 윤재명 한일친선협회 회장, 신경식 대한민국헌정회장, 전동평 전남 영암군수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도 이시이 가즈미(石井和美) 일한문화친선협회 이사장, 하정웅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오공태 민단중앙본부 단장, 김현환 한국문화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왕인 박사의 고향인 영암에서 온 유림 전교가 천자문과 논어를 낭독했고, 전남 터울림 전통예술원 단원들은 아리랑 가락 속에 무용을 선보였다. 윤 회장은 “왕인 박사는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라며 “평생 왕인 박사를 알리는 데 힘써 왔는데, 도쿄의 심장인 우에노 공원에 우리 힘으로 기념비를 설치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이시이 이사장은 “박사의 뜻을 기려 한일 양국이 마음을 합쳐 문화 교류를 촉진한다면 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를 맡았던 하정웅 위원장은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념비를 만드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이(북한) 정부는 자국 아이를 키우기보다 무기를 키우는 정부다.” 한국을 방문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9일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위협하는 것과 자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별개 사안처럼 보이지만 국제적 기준에 대한 경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북한을 비난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동1가 주한미국대사관 공보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파워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과 함께 다른 회원국을 상대로 한 외교적 압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뒤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에 쓰이는 물질과 현찰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미국은 모든 도구(tools)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워 대사는 안보리의 북한 압박, 북한을 고립시키도록 각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압박, 미군이 제공하는 군사적 억지력 등을 이런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반도와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한국만큼 북한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미 동맹은 흔들림이 없고 철벽(ironclad)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 수해 지원 필요성과 관련해 파워 대사는 “대북 원조는 공여된 물품이 실제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에게 잘 전달된다는 확신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경기 안성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방문해 종교행사를 참관한 뒤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어둠에 빛을 비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한미 장병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군사분계선을 직접 둘러본 그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개방과 고립 사이의 큰 대조를 목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파워 대사는 기자들에게 “북한 정권의 통치하에서 고통받아 온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 그들의 얘기를 듣길 원하고 그런 경험을 갖고 뉴욕으로 돌아가 결의안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입국 소감을 말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이후 답보 상태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논의에 인권 요소를 가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북제재 협상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안보리 이사국이 지지하는 안이 돼야 해 기술적 협의와 더불어 고위 정치인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를 예방한 파워 대사는 10일에는 탈북자 대안학교인 ‘다음학교’를 방문한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각각 면담할 예정이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4일간의 일정으로 10일 방한해 미국의 대북 인권 압박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파워 대사는 8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국가와 조직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예외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며 대북제재 예외 대상을 좁혀 빠져나갈 구멍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제재 결의 채택에 대해선 “내용을 희생하면서까지 서둘 생각은 없다”고 밝혀 철저하게 북한을 압박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임을 시사했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사단법인 한일문화친선협회(회장 윤재명·사진)는 12일 일본 도쿄 우에노(上野) 공원에서 왕인(王仁) 박사 청동 흉상(부조)비 제막식을 열고 한일 문화교류의 선구자가 된 박사의 뜻을 기린다. 왕인 박사는 4∼5세기경 일본에 한자와 논어를 전해 줘 일본에서 ‘학문의 시조’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지금도 일본 전역에 왕인 박사를 기리는 신사와 유적이 남아 있고, 왕인 박사 출생지인 전남 영암에도 문화 유적이 보존돼 있다. 우에노 공원에 세워지는 청동 흉상비는 왕인 박사의 초상화를 청동판에 부조로 새기고 설명을 붙인 석비로 1937년에 세워진 왕인 박사 공적비 오른쪽에 설치된다. 제막식에는 사토 아키라(左藤章) 일한문화친선협회장(중의원 4선 의원)과 하정웅 왕인박사청동각화비건립자문위원장, 신경식 대한민국 헌정회장, 이준규 주일 대사, 오공태 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 전동평 영암군수 등이 참석한다. 현장에서 천자문 낭독이 이뤄지고 전남도립국악합창단이 아리랑을 합창한다. 협회는 14일에는 일본 오사카(大阪) 부 히라가타(枚方) 시 왕인 묘역에서 백제문(百濟門) 건립 10주년 기념식을 연다. 백제문은 한일문화친선협회가 2006년 왕인 묘역 입구에 기와와 단청을 이용해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세웠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당초 6년 임기를 마치고 2018년 물러날 예정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21년까지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는 데 사실상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도 자신의 손으로 치를 수 있게 됐다. 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은 전날 열린 당 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 회의에서 현재 ‘연속 2기 6년’으로 제한돼 있는 총재 임기를 ‘연속 3기 9년’으로 연장하거나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방안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연장 지지 의견만 이어졌고 이렇다 할 반론은 없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아베 총리의 임기는 최소 2021년 9월까지 3년 더 늘어나게 된다. 총재의 임기 관련 결정은 내년 3월 당 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7년 8개월(1964년 11월∼1972년 7월) 동안 장기 집권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를 뛰어넘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재임하는 일본 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부터 1년간 재임한 뒤 물러났다가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3년 10개월 동안 집권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평화헌법을 뜯어고치려는 개헌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개헌 세력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국회헌법심사회가 개헌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다. 당초 아베 총리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당내 일각에선 신중론이 제기됐다. 특히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담당상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시기상조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아베 총리에 맞설 대항 세력이 없는 ‘아베 1강(强)’ 체제가 굳어져 있어 반대 의견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20일 실행본부가 총재 임기 연장 논의를 정식으로 시작한 지 2주 만에 결론이 났다”며 반대론이 없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3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40년간 효모 연구 외길을 걸었다. 노벨상 수상으로 큰 결실을 거뒀지만 그의 연구 인생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조교수가 된 것은 만 43세이고, 교수가 된 것은 만 51세였다. 다른 연구자에 비하면 아주 늦은 편이었다. 그래도 연구비를 얻기 쉬운 분야나 논문을 쓰기 쉬운 쪽으로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남들과 경쟁하는 걸 싫어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는 편이 즐겁다”고 즐겨 말해왔다. 그의 이런 태도가 이번 노벨상 수상 분야인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연구에서 일본을 독보적인 지위로 올려놓았다.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퇴화한 단백질, 소기관을 재활용하는 오토파지 현상은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주제였다. 1988년 6월 도쿄대 조교수가 된 그는 연구실에서 액포(液胞)라는 세포 내 소기관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수많은 작은 알갱이가 춤추듯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오토파지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찰한 순간이었다. 오토파지는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미 교수는 수상 확정 후 “젊은 사람들에게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이 정말로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100년 뒤가 될지도 모른다. 미래를 내다보며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서 인정해주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벨상 상금으로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는 “이 나이에 호화 저택에서 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외제차를 타고 싶은 생각도 없다. 후진 양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오스미 교수의 인간적인 면모도 관심을 끈다. 도쿄대 대학원 시절 연구실 2년 후배였던 부인 마리코(万里子·69) 씨는 “남편은 상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효모 연구자라 술을 좋아한다”고 농담하곤 하는 그는 밤새워 마시며 토론하는 자리를 가끔 가진다. 술을 좋아하는 연구자 6명과 함께 ‘7인의 사무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젊은 연구자를 격려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강연회를 열고 있다. 일본이 2001년 이후 과학 분야에서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16명으로 미국(55명) 다음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아낌없는 지원, 자신의 분야에 매진하는 특유의 장인정신, 기업의 첨단 기술력이 어우러져 일군 결과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 정부는 기초과학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과학에 승부를 걸겠다’는 신념을 갖고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졌다. 일본은 2001년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24조 엔을 투자해 앞으로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는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미 절반을 달성했다. 일본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2013년 기준 약 368억 달러로 한국의 3배 가까이 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 많다. 좋아하는 일에 빠져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인 특유의 ‘오타쿠(마니아)’ 문화도 우수한 과학자를 배출하는 거름이 됐다. 오스미 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남들과 다른 것을 해라. 자신이 흥미 있는 것에 열중해라”라고 자주 말한다. 일본이 22개의 노벨 과학상을 받는 동안 한국은 단 1개도 받지 못했다. 단기 실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연구개발 풍토 탓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연구 주제를 끈기 있게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저널 네이처도 올 6월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현황을 분석한 뒤 한국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로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 투자에 인색한 점과 경직된 연구실 문화를 꼽았다. 선진국들에 비해 기초과학 연구비 규모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연구비 배분 방식도 문제다. 정부가 미리 정한 ‘제안요청서(RFP) 주제’에 맞춰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 자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연구비를 신청하면 심사를 받게 되는데 인력풀이 좁다 보니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 연구자금이 여러 기관이나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나눠 먹기’ 형태로 지급되는 것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점 지원 분야가 바뀌면서 생기는 비효율성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할 과학자들 중 일부는 자리를 얻기 위해 정권에 줄 대기 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 시간)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해 오스미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하는 현상으로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포함하면 3년 연속 노벨과학상 수상이다.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이날 “세포의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현상을 발견해 각종 질병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스미 교수는 도쿄대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4년 미국 록펠러대에서 유학했다. 이때부터 빵 반죽에 쓰이는 효모를 이용한 세포 내부 움직임을 조사하는 연구를 시작해 오토파지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1993년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이날 수상 소식을 들은 뒤 “저처럼 기초적인 생물학을 계속해 온 사람이 이런 형태로 평가받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젊은이들에게 과학은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도전이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토파지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자신’을 뜻하는 ‘Auto’와 ‘먹는다’를 뜻하는 ‘phagein’이 합쳐져 ‘스스로를 먹는다’는 의미다. 세포는 오토파지를 통해 빠르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세포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도 있다. 최근에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에 공통된 신경세포에서의 이상단백질 축적을 막는 역할을 하며 암세포 증가를 막거나 노화 억제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오토파지 분야는 일본의 주도로 연구가 시작됐고, 또 이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오스미 교수가 수상한 건 당연해 보인다”며 “생물학 연구부터 의학적 치료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앞으로도 연구될 것이 많은 분야”라고 말했다. 오스미 교수는 총 800만 크로나(약 10억 원)의 상금과 메달, 상장을 받는다. 이번 수상은 특히 2011년 노벨화학상 이후 5년 만의 단독 수상이다. 노벨상은 최대 3명까지 받을 수 있으며 보통 2, 3명이 공동으로 수상하지만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은 오스미 교수 혼자 받았다. 이번 수상을 포함해 일본은 지금까지 물리학상(11명), 화학상(7명), 생리의학상(4명), 문학상(2명), 평화상(1명) 등 총 25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한편 일본 열도는 2000∼2002년에 이어 14년 만에 3년 연속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환호에 휩싸였다. NHK는 이날 오후 9시 메인뉴스를 30분 연장한 특집 방송을 내보냈으며 신문들은 일제히 호외를 만들어 뿌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며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빛을 주었다”고 밝혔다.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는 3일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털끝(毛頭)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민진당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의원이 지난해 12월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를 거론하며 ‘일본 측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합의 내용을 양국이 성실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편지는 합의) 내용 밖”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총리 명의로 사죄 편지를 보내야 한다는 일본 시민단체 등 국내외 일각의 요구를 정면 거부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해 8월 14일 전후(戰後) 70년 담화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과거형 사죄’에 그쳤다. 올해 패전일에도 일본의 가해 책임은 언급하지 않는 등 2012년 말 취임 이후 4년째 일본의 가해 책임을 외면해 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도 이날 예산위원회에서 “한일 외교장관에 의한 공동발표 내용이 전부”라며 “추가 합의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71·사진)이 25일 “북한은 3∼5년이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미국 본토 서해안의 시애틀에 발사할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CIA 국장을 지낸 그는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며 국제사회가 대북정책을 서둘러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체결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일시적으로 늦추기는 했지만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모두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현행 정책과는 별도로 플랜 B(대체안)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플랜 A(현상 유지)가 도달할 곳은 명백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일본만이 아니라 북미에도 쏘게 된다는 것이다. 플랜 B를 고려하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선택도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북핵과 관련해 중국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축했다. 당면 대책으로 한국이나 일본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등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싫으면 북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신문은 헤이든 전 국장이 이처럼 북한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은 미국 정부의 안보정책을 지원하는 정보기관에서 핵무장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한 위기감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2008년 동아시아 정세에 밝은 CIA 전 간부가 “이대로라면 미 정부는 조만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지 말지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일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헤이든 전 국장의 지적대로 역대 미국 정권은 북한의 핵 보유 야심에 대해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며 제재 압력을 축으로 한 현행 정책에서 좀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을 각오한 ‘플랜 B’가 필수적이라고 보도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2006년 5월∼2009년 2월 부시 행정부에서 CIA 국장을 지내며 ‘테러와의 전쟁’을 지휘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