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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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2~2025-12-12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베토벤과 봉준호 감독의 공통점은?

    “베토벤이 매일 갈아 마신 커피의 양은?” “정확히 세어 60알!” 올해는 고전음악의 완성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 최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이름을 바꾼 경기아트센터가 베토벤의 표정처럼 심각하지는 않게, 때로는 포복절도하며 그의 예술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동영상 시리즈를 시작했다. 경기아트센터 미디어창작소가 만드는 정규 프로그램 ‘경기필포유’의 첫 번째 시리즈 ‘베토벤과 커피를’. 유튜브 채널 ‘꺅! tv경기아트센터’를 통해 매주 공개하고 있다. 출연자는 세 사람. 최종혁 경기아트센터 PD와 정나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가 베토벤의 집안 내력부터 영향력까지 매주 1회 25편의 영상으로 들여다본다. 프롤로그 ‘커피홀릭 베토벤’부터 21일 업데이트한 4화 ‘세기의 대결! 모차르트 vs 베토벤’까지 다섯 편이 전하는 주요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Q: 베토벤이 사생아였다는 설이 있는데, 맞나. A: 아버지가 별다른 재능이 없는 음악가였는데 갑자기 천재 아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베토벤 자신도 그 루머를 즐겼지만 어머니의 명예를 걱정한 나머지 떠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Q: 베토벤의 아버지는 술고래였다고 하던데…. A: 베토벤의 할아버지가 양조장을 해서 집안 내력이었다. 베토벤의 할머니도 알코올의존증으로 숨졌고 베토벤도 간경화로 몸을 해쳤다. 당시 라인강 주변 포도주가 유명해서 와인을 물처럼 마셔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Q: 아버지는 소문처럼 베토벤을 학대했나. A: 주변의 증언으로는 그렇다. 지하실에 가두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교육 관행으로 심했다고 하긴 힘들다. 아버지 장(요한)은 베토벤의 교육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 Q: 베토벤의 예술적 이상이 봉준호 감독과 닮았다고? A: 베토벤은 “좋은 음악이란 극단적인 개인의 무한한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봉 감독의 (마틴 스코세이지를 인용했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Q: 베토벤은 모차르트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A: 연주회에서 모차르트 작품을 자주 연주하고 그를 주제로 변주곡을 쓰는 등 존경을 표시했지만 주변에 “모차르트 음악은 잘게 썰어놓은 음악 같아. 내 취향 아냐”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런 깨알 화제가 앞으로도 20편 넘게 남아있다. 세 사람의 풍성한 입담뿐 아니라 정 지휘자의 둥근 머리를 한글 ‘ㅇ’(이응)으로 활용하는 등 재치 있는 자막도 재미를 더한다. 최 PD는 “내가 간략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공유해 준비하지만 녹화에 들어가면 시나리오와 다른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데, 나도 모르게 푹 빠질 만큼 재미있는 화제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베토벤으로 25회를 마치면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소개하는 등 화제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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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너와 브람스… 서로를 인정한 라이벌[거실에서 콘서트]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종종 ‘마이스터징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1악장 시작 부분 선율의 느낌이 바그너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마지막 막에 나오는 주인공 발터의 노래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의아하게 느껴진다. 19세기 말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음악계는 ‘종합예술’ 음악극을 꿈꾸는 바그너파와 ‘순수한 형식의 음악’을 중시하는 브람스파로 나뉘어 있었고, 양쪽의 찬미자들은 서로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명가수’에는 야비한 평론가 베크메서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브람스파의 실제 평론가 이름과 같은 ‘한슬리크’로 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브람스가 바그너와 비슷한 선율을 의식적으로 넣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은 어떤가. 브람스는 동시대나 윗세대 작곡가의 악보를 모으고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그가 수집한 악보 중에는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오는 ‘사랑의 죽음’ 마지막 부분도 있었다. 어떤 음악학자는 브람스 교향곡 1번 2악장의 마지막 부분이 이 악보 부분과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해석은 듣는 사람의 몫. 브람스는 지인들 앞에서 바그너의 작곡 솜씨를 자주 칭송했다. 두 사람의 추종자들이 날카로운 입으로 대리전을 펼쳤을 뿐이다. 양쪽이 상대방의 예술적 이상과 목표까지 공감한 것은 아니었지만, 바그너도 브람스의 작품을 존중했다고 한다. 대립하고 경쟁하는 두 진영도 서로 본받을 것은 본받고 칭찬할 것은 칭찬할 때 성장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금호아트홀연세는 이 공연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 4월 순서를 네이버 V라이브 금호아트홀 채널을 통해 무관객 온라인 콘서트로 꾸리고 있다. 23일 오후 8시에는 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규민이 피아니스트 문재원과 협연한다. ‘마이스터징거’ 소나타로도 불렸던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바흐 파르티타 1번 등을 연주한다. 네이버 검색어 ‘V Live 금호아트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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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중세시대 책은 곧 보물이었다

    “어떤 악마가 내 목숨과 힘을 빼앗은 뒤 물로 적신 다음 다시 물속에 집어넣는다. 새의 기쁨이 표면을 달리면서 검은 흔적과 나무의 염료를 남기며, 그 전체는 나무판자와 가죽으로 덮는다. 그러면 그것은 위대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 자체로 거룩해진다.” 10세기 필사본 책에 나오는 수수께끼다.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책’이다. 오늘날 책은 하루의 용돈을 아껴서 장만할 수 있는 마음의 양식이다. 하지만 인쇄술 이전의 책은 수많은 장인의 노고가 투입되는 사치품이었다. 군주들은 책 제작을 지시할 때 사치와 부의 과시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책은 황금으로 채색되고, 때로 보석으로 장식되었다. 25년간 소더비에서 필사본 경매를 담당한 저자는 유럽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매혹적인 채색 필사본 책 열두 권을 소개한다. 읽기에 앞서 수많은 화려한 도판들이 눈을 압도한다. 필사본들을 ‘인터뷰하는’ 기분으로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들은 쉽사리 방문을 허용하지 않으며 그 절차는 섬세하고 까다롭고 정중했다. 복음서에서 기도서, 문학, 천문학, 병법서를 망라하는 각각의 책마다 남다른 주장과 사연을 굽이굽이 풀어놓는다. 이 책들은 먼저 그 ‘물성(物性)’으로 사람을 매혹한다. 기사 서두에 인용한 ‘목숨과 힘을 빼앗김’은 동물이 죽어 양피지가 되는 과정을 뜻한다. 양피지는 동물 한 마리에서 두 장만 나왔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가죽은 냄새도 다르다. 보관소 밖으로 나오면 이 ‘가죽 종이’들은 부풀거나 쪼그라들어 사람을 놀라게 한다. ‘새의 기쁨’은 필사 장인의 깃털 펜을 말할 터. 두 번째의 매혹은 이 책들에 실린 내용에서 온다. 천문학 책 ‘레이던 아라테아’에 실린 천문도가 816년 3월의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은 조선조의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가 1세기 고구려 하늘을 나타낸다는 사실에 버금가는 호기심을 불러온다. ‘잔 드 나바르 기도서’에 나타나는 기도의 내용들은 외로운 여군주가 치통까지 앓았음을 알려준다. 병법서 ‘비스콘티 세미데우스’에 나오는 전쟁의 그림들은 필사본 성서에 나오는 거룩한 사도들의 모습과 또 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필사본 책들 각각이 겪어온 사연은 이 책이 주는 세 번째 매혹이다. ‘잔 드 나바르 기도서’는 나치 공군 책임자였던 헤르만 괴링이 약탈한 것을 프랑스군이 다시 빼앗았다. 그러나 있어야 할 자리를 책이 되찾기까지는 지루한 소송전이 필요했다. ‘요한계시록’의 주석서인 ‘모건 베아투스’가 19세기 유명한 사기꾼의 손에 들어갔다가 은행가 J P 모건의 소유가 되는 과정도 사뭇 흥미진진하다. 어떤 책들은 그대로 보고 베껴 쓰는 모본(母本)이 있다. 내용이 달라지거나 빠지고 새 내용이 들어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책들의 ‘계보학’이 드러난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과정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출연자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울려 퍼지는 카를 오르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는 수도원에서 발견된 같은 이름의 필사본 책 속 노래들에 곡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TV에서 들리는 ‘오 포르투나’가 원래 책에 들어있던 것이 아니라 후세에 누군가가 써넣은 부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풍성한 사연과 압도적일 만큼 아름다운 글씨, 그림으로 가득한 이 책은 2016년 출간된 이후 ‘더프 쿠퍼 논픽션상’과 여러 학술상을 수상했다.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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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졌는가

    ‘클래식 음악’이라면 심각하고 진지하며, ‘고귀한’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 이유가 뭘까. 언제부터 그런 걸까. 한 피아니스트의 강의 겸 리사이틀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피아니스트 허효정은 이달 초 유튜브에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과 대구, 광주에서 개최한 ‘허효정의 인문학 리사이틀―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졌는가?’를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작곡가와 피아니스트 등 음악가들이 SNS에 공유하면서 음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한 작곡가는 “재미있는 데다 뭉클하다. 격이 다르다”고 평했다. 콘서트에서 허효정은 “클래식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는 신념으로 음악을 해왔지만 음악도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생각에, ‘클래식=고매함’이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왔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19세기 악보 출판이 늘고 예전에 연주한 음악을 다시 연주하게 되면서 음악은 ‘역사적인, 가치 높은’ 것이라는 관념을 갖게 됐다. ‘클래식’이란 표현도 이 무렵 생겨났다. 또 당시 서양 철학계에 유행했던 ‘숭고’ 담론이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롱기누스의 ‘숭고론’이 번역되면서 ‘숭고’ 담론은 철학의 중요한 주제가 됐고 작곡가들도 ‘숭고함’을 음악에 담으려 노력하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 철학자 버크의 “숭고함이란 폭풍우를 멀리서 보는 것처럼 공포와 즐거움이 섞인 감정”이란 이론은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쳐 음악에 어두움과 격렬함이 표현됐다. 철학자 칸트는 철학을 통해 닿을 수 없던 무한한 존재가 ‘숭고함’ 같은 미학적 과정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베토벤도 작업 테이블에 칸트의 “하늘에는 빛나는 별, 내 마음에는 도덕률”이라는 구절을 간직했다. 허효정은 “오늘날의 음악가도 숭고함이란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붙들고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결론지었다.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효정은 “즐거움과는 또 다른 클래식 음악의 정체성인 ‘숭고’를 청중과 함께 알아보면서, 우리 시대 음악의 가치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리사이틀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의 ‘인문학 리사이틀’은 앞으로 1년에 2회쯤 총 7회를 열 계획이다. 허효정은 서울대 기악과와 미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피아노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에서 서양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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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랑자’의 모습으로 찾아온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26·사진)이 ‘방랑자’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서울과 유럽 곳곳, 미주를 오가며 활동해온 그는 다음 달 8일 발매되는 네 번째 앨범 타이틀곡으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선택하고 음반 제목도 ‘방랑자’로 지었다. 앨범에는 베르크와 리스트의 소나타 및 ‘방랑자 환상곡’의 원곡인 슈베르트 가곡 ‘방랑자’(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협연)도 수록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조성진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에는 ‘방랑자 환상곡’을 무조건 넣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거기 맞춰 다른 곡들을 선곡했다”고 밝혔다. 이 곡과 베르크, 리스트의 소나타는 모두 악장마다 쉬지 않고 연주되어 하나의 악장처럼 들린다. 조성진은 리스트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듣고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할 정도로 매료되었다며 이번 앨범에 실린 리스트의 소나타도 ‘방랑자 환상곡’에서 영향 받은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낭만주의 시대 예술가들에게 방랑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죠. 저도 세계를 다니지만 혼자 있는 게 힘들거나 외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연주를 다니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지는 편이에요.” ‘방랑자 환상곡’은 이 곡을 작곡한 슈베르트조차 “어려워 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곡은 테크닉이 어려운 걸 감추는 게 제일 어려워요. 듣는 사람에겐 연주자의 어려움을 느끼기 전에 곡의 아름다움이 먼저 들려야죠. 그러려면 연주자가 자신이 편할 정도로 연습해야 합니다.” 세계 공연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온라인 콘서트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성진도 지난달 28일 ‘세계 피아노의 날’에 괴르네와 함께 슈베르트 가곡을 연주했다. 그는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걸 보여준 건 처음이었는데, 피아노를 조율한 지 오래돼 아쉬웠다”며 “요즘은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상의 중요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녹음이나 혼자서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 연주자도 있지만 저는 관객이 있는 게 편합니다. 콘서트하듯 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음악 팬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을 묻자 그는 “그냥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으세요”라고 짧은 답을 주었다. 그의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 앨범에는 쇼팽의 작품들을 담을 거라고 귀띔한 그는 7월에 서울 예술의전당과 울산, 천안 등에서 리사이틀을 열 계획이다. “그 공연들이 꼭 열리기 바랍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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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시대에 보는 위험한 사랑이야기 3편[거실에서 콘서트]

    독일 낭만주의 문호, E T A 호프만(1776∼1822)은 여러 후배 예술가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모래요정’의 일부는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가 됐다. 그의 소설은 동시대 다른 문인들처럼 요정, 악마, 사람 같은 동물들이 나오는, 동화적인 것이 많다. 그래도 그 시대 문학에 독일인들은 자부심을 가졌다. 반 세대쯤 뒤의 시인 하이네가 “독일은 꿈의 세계에서 세상을 지배한다”고 말한 것은 독일의 분열과 낭만주의 문학가들의 인기를 한데 묶어 한 얘기였다.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1881년)는 호프만의 단편소설에서 추린 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남자 주인공은 호프만 혼자이지만 세 막에 각각 다른 여주인공이 나온다. 1막에서 남주인공은 ‘인형’ 올랭피아를 진짜 여성으로 여기고 사랑에 빠진다. 2막에서는 폐병에 걸려 죽어가는 안토니아를 사랑한다. 3막에서는 남자들의 그림자(영혼)를 빼앗는 ‘나쁜 여자’ 줄리에타가 사랑의 대상이다. 이 세 이야기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대’ 사랑의 위험과도 통할지 모른다. 직접 접촉을 꺼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상화된’ 이성만 접하면 올랭피아 같은 가공의 존재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2013년 영화 ‘그녀(Her)’가 그런 사랑을 그린 바 있다. 호흡기 질환에 걸린 2막의 여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다. 3막에 나오는, 이익을 위한 기만적 사랑은 ‘관계, 연애’가 피상화되는 시대에 더욱 위험하다. 종종 ‘호프만의 이야기에 호프집은 언제 나오지?’라는 농담을 듣는다. 나온다. 이 오페라의 서막(프롤로그)과 에필로그는 배경이 ‘뉘른베르크의 선술집’이다. 국립오페라단이 6일부터 제공하고 있는 ‘집콕! 오페라 챌린지’는 이 오페라단이 공연한 오페라 전막 영상을 한 주에 한 편씩 보여준다. 이번 주(19일까지)에는 지난해 공연한 ‘호프만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남주인공 호프만에 테너 장프랑수아 보라스, 세 여주인공으로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가 출연했다. 유튜브 검색어 ‘국립오페라단’.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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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뚝딱뚝딱 아련한 기억, 다듬이질을 소환하다[거실에서 콘서트]

    다듬이질 소리를 들어본 지도 수십 년이다. ‘라떼는’(나 때는) 어린 시절 옷이나 이불보를 펴기 위해 다듬잇돌 위에 천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들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골목에서 두 집 이상 다듬이질을 할 때는 ‘뚝딱뚝딱’ 하는 다듬이질 소리가 박자를 맞춰 ‘싱크로’되어 들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미국 작곡가 스티브 라이시(84)의 ‘나뭇조각들’을 들으면 어릴 때 듣던 다듬이질 소리가 생각난다. 라이시는 미니멀리즘 계열에 속한 작곡가다. 미니멀리즘 작곡가들은 박자 음계 같은 음악의 기본 요소를 단순화한 뒤 계속 변주해 나간다. 라이시가 다듬이질 소리를 듣는다면 “이거 제대로 미니멀리즘이네!”라고 탄복했을 것이다. 물론 라이시의 곡에는 다듬이질 소리에 없는 고도의 계산된 변주들이 있다. 그 대신 다듬이질이 가진 즉흥성의 묘미는 없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열기 시작한 온라인 음악회 ‘내 손 안의 콘서트’ 네 번째 순서에서 이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연주자 다섯 명을 소개한다. 10일 오후 7시. 마르코비치 ‘팀워크’로 콘서트를 시작해 네 번째 곡으로 ‘나뭇조각들’을 연주한다. 이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소개된 아르메니아 작곡가 하차투리안의 화려하면서도 친숙한 작품 ‘칼의 춤’으로 콘서트를 마친다. 올해 인류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해에는 세계의 나무들이 위기를 맞았다. 호주와 아마존강 유역의 삼림이 대형 산불로 흔적 없이 사라졌고, 지난해 이맘때는 강원 속초 근방도 불길에 휩싸였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 전체가 아프다. ‘나뭇조각들(Pieces of Wood)’은 타악기 연주자들이 ‘클라베스’라는 나무 봉 모양으로 단순하게 생긴 타악기를 들고 연주한다. 이 곡을 들으며 숲의 평화(Peace of Woods)를 기원해 본다. 유튜브 검색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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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대의 디아벨리’ 어느 변주가 더 멋지나

    ‘우리 시대의 디아벨리 변주곡’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최근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했다. 첫 번째 CD는 베토벤이 1823년 발표한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디아벨리 변주곡)을 담았다. 두 번째 CD에는 셰드린, 탄둔, 브렛 딘 등 오늘날을 대표하는 작곡가 11명이 쓴 변주 하나씩을 담았다. 부흐빈더는 “새 변주곡을 통해 다른 세대와 배경에서 자란 작곡가들이 베토벤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앨범엔 슈베르트, 크사버 모차르트(모차르트의 아들) 등 베토벤 시대 작곡가 8명이 쓴 ‘디아벨리 변주곡’도 실렸다. 부흐빈더는 지난달 28일 조성진 등이 참여한 DG의 ‘세계 피아노의 날’ 온라인 콘서트에서도 이 앨범 일부를 연주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타계한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에게도 변주 작곡을 부탁했지만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다. 국내 피아니스트와 음악 칼럼니스트들에게 새 ‘디아벨리 변주곡’에서 인상적인 변주와 한 줄 평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세 사람이 호소카와 도시오의 상실(Verlust), 두 사람은 브렛 딘의 ‘루디(부흐빈더의 애칭)를 위한 변주’를 추천했다. (답 도착 순)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비트만 ‘디아벨리 변주’. 원 주제 위에 현대적인 화성을 장식한 케이크.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에 보이는 부기우기 리듬과 라데츠키 행진곡도 들어 있어 다채로운 맛. 김원철(음악 칼럼니스트·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 호소카와 ‘상실’. 통곡하는 고음, 영혼을 뒤흔드는 저음, 바로크와 우리 시대가 공명하는 우울한 화음, 음과 음 사이에 슬프게 번지는 향기. 황진규(음악 칼럼니스트): 요스트 ‘Rock it Rudi’.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처’에서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면서 신시사이저를 두들기던 베토벤이 떠오른다. 김주영(피아니스트): 마누리 ‘200년 후에’. 주제의 핵심 성격인 ‘무한증식’하는 음악적 꾸러미를 물음표로 가득 채웠다. 허명현(음악 칼럼니스트): 호소카와 ‘상실’. 작곡가의 확고한 세계를 디아벨리 주제와 영리하게 조화시킨다. 곡 안의 여백이 가진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강효정(세광음악출판사 교육연구소장): 딘 ‘루디를 위한 변주’. 악센트의 펌핑(pumping)에서 생동하는 에너지를 얻는다. 쉼표의 효과로 울림은 더욱 풍부한 색채로 흩어진다.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호소카와 ‘상실’. 기법은 보수적이되 작품 기저의 정서를 신중히 응시하면서 베토벤 만년의 깊은 비애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변주를 빚어냈다. 장일범(음악평론가): 딘 ‘루디를 위한 변주’. 빠른 템포의 생동감 넘치는 곡. 빈 왈츠를 떠올리게 하는 희열을 품으면서 저음을 칠 때 얼음에 닿는 듯한 차가움도 준다. 코로나19로 입원한 딘이 이 기운찬 곡처럼 일어났으면 좋겠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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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억압과 색출… 중국 현대사의 불편한 진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불거졌을 때 중국 당국이 취한 행동은 이를 알린 의사를 체포하는 일이었다. 이후 중국은 이 전염병 진압의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있지만 그 실상에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가 중국과 그 지도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등 지구촌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발언도 잇따른다. 주요 2개국(G2)을 넘어 세계 ‘원톱’을 꿈꾸는 이 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중국의 오늘을 알기 위해서는 현대 중국을 만든 근원을 들여다봐야 한다. 두 책은 저자의 국적도 강조점도 다르지만 시계열적으로 이어진다. 옥스퍼드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쓴 ‘중일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태평양의 전쟁에 가려 망각된 전쟁의 실체를 다룬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인 저자의 신간 ‘슬픈 중국’은 국공(國共)내전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이 나라를 격랑에 빠뜨린 문화대혁명의 전야까지를 다룬다. ‘슬픈 중국’이란 제목에서 이미 저자의 관점은 대부분 드러난다.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적 인민 통제에는 그 성립 과정에서부터 비롯된 역사적 기원이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앞선 왕조들처럼 내전을 통해 성립됐다. 국민총선거처럼 그 합법성을 뒷받침할 절차는 없었다. 국공내전 중 공산군의 비인도성에도 저자는 돋보기를 들이댄다. 12만∼30만 명이 봉쇄에 따라 굶어죽은 ‘창춘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중국 인민의 처지는 ‘해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토지개혁 과정에서 최소 30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0∼1953년 반혁명 진압 운동에서는 70만∼200만 명이 처형되었다. 이는 서론에 불과했다. 자립을 통한 경제성장을 충동질한 1958∼1960년의 대약진운동에서는 최대 4500만 명이 굶어죽었다. 토론의 자유를 일시 허용했던 ‘백화제방’ 운동은 반항자를 색출할 쉬운 도구가 되었다. 이 비극들의 배경에는 인권을 ‘사악한 이기심의 발로’로 치부하는 원천적 비인간성이 깔려 있다는 게 이 책의 시각이다. 지금도 중국은 인간을 ‘인민’과 ‘적인(敵人)’으로 구분한다. 사회에 암세포처럼 퍼져 있다는 적대세력을 늘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개인숭배가 재연되고 마오쩌둥이 다시 소환되는 오늘날, 억압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이 책은 질타한다. 저자는 문화대혁명기와 그 이후의 중국을 조명하는 책 두 권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중일전쟁’의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나아가 오늘날 세계를 규정한 중일전쟁의 세부와 중국인들의 영웅적인 투쟁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전쟁 발발부터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기까지 4년간, 중국은 일본의 80만 병력을 묶어두었다. 연합군의 승리는 중국의 희생 없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슬픈 중국’과의 연결고리는 중일전쟁의 중국 측 지도자였던 세 사람을 살펴보면 견고해진다. 처음 일본과 맞설 유일한 주인공으로 여겨진 장제스는 대만으로 쫓겨 갔다. 마오쩌둥은 승자로서 ‘슬픈 중국’의 주인공이 되었다. 저자는 또 한 사람, 왕징웨이(汪精衛)에게 주목한다. 그는 전면전이 승산이 없다고 보고 친일외교의 주역이 되었지만 결국 배신자로 역사 속의 운명을 다했다. 그 또한 전쟁의 모습을 규정한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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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러는 알고 있었다, 오늘날의 ‘위기’를[거실에서 콘서트]

    《국내외 연주가의 온라인 콘서트를 소개하는 ‘거실에서 콘서트’ 코너를 매주 한 번씩 싣습니다. ‘거실에서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이 잦아들 때까지 계속됩니다. 어려움 속에서 예술혼을 펼치는 아티스트들에게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전 세계 콘서트홀뿐 아니라 음원서비스와 유튜브에서도 베토벤과 대등하거나 그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이상(理想)의 세계를 그려낸다면, 말러의 교향곡은 이상(異常)한 세계를 그릴 때가 많다. 표현주의 문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의식 저편의 어두운 세계를 탐구하던 19세기의 세기말적 분위기에 걸맞다. 그의 아홉 교향곡 중에서 2번과 3번은 대규모 합창단과 솔로 성악가들이 나오는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4번은 마지막 악장에 소프라노 솔로만 나오고 관현악 크기도 대폭 줄었다. 5번에서 7번까지는 성악 없이 오케스트라만 연주한다. 인기 높은 5번은 4악장에 그의 신부 알마에게 주는 연애편지 격인 ‘아다지에토’가 들어 있다. 이어지는 5악장은 자연에 대한 찬가로 화창하게 곡을 마친다. 하지만 이 곡의 앞부분은 어둡고 비극적이다. 말러가 수술을 받다가 과다 출혈로 죽음 너머를 내다보았던 경험이 들어 있다. 6번은 제목이 ‘비극적’이다. 영웅이 투쟁을 거쳐 파멸에 이르는 모습이 묘사된다. 5, 6번에 비해 4번은 모차르트적인 화창한 느낌이 짙다. 독일 민요집에서 가사를 가져온 마지막 악장은 소프라노가 천국의 모습을 노래한다. 고기가 필요하면 양이 제 발로 걸어와 머리를 내놓는다. 인간에게는 천국이지만 다른 피조물에게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비롯한 여러 음악가들은 말러의 음악에 ‘오만해지는 인류에 대한 경고’가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비롯한 문명의 병폐를 미리 내다보고 음악에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큰 위험에 처한 오늘날, 말러가 그려낸 이상(異常) 세계 속에 문제를 풀어갈 단서가 있지는 않을까. KBS교향악단이 새로 선보인 ‘디지털 K-hall’은 전 상임지휘자 요엘 레비가 재직 시절 지휘한 말러 중기 교향곡들의 공연 영상을 공개한다. 다음 달 1일 4번, 3일 5번, 6일 6번 ‘비극적’으로 이어진다. 공개 시간 오후 8시. 유튜브 검색어 ‘KBS교향악단’.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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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압격리병동에 울려퍼진 바이올린 선율…코로나19 환자들 위로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구노의 ‘아베마리아’ 선율이 병원 복도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음압격리병동 침상에 누운 가족 세 사람은 때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귀를 기울였다. 27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한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이 운영되고 있는 이곳을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린덴바움 페스티벌 음악감독)이 찾았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베드사이드 콘서트’ 현장이었다. 연주는 음압격리병상 옆의 간호사 데스크에서 열렸다. ‘아베마리아’와 엘가 ‘사랑의 인사’ 등 두 곡의 연주는 10여 분 동안 병원 모니터를 통해 음압병동 침상으로 전달됐다. 음압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 아홉 명 중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한 방의 가족 세 사람이 연주를 감상했다. 이 가족은 동남아에서 결혼해 이주해온 엄마와 한국인 아빠, 아이가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친정에서 달려온 외할머니도 함께 투병 중이다. 아빠는 다른 병원에서 투병 중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콘서트를 감상한 가족들은 “병원 생활이 지루하고 특히 세상에서 고립돼 있다는 두려움이 컸는데 아름다운 연주를 통해 힘을 얻었고 세상이 우리를 배려해 준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원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이 병원 1층 로비에서도 ‘코로나19 박멸 로비음악회’를 열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고립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유지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콘서트를 함께 기획하고 이날 디지털 피아노 반주도 맡은 이소영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은 “답답한 격리병실 속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환자들의 안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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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광복’ 그려낸 교향곡 5번 작곡… 폴란드 음악 거성 펜데레츠키 별세

    현대 폴란드 작곡계를 대표하는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사진)가 29일(현지 시간) 폴란드 크라쿠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7세. 펜데레츠키는 1991년 한국 정부 위촉으로 한국 광복을 그려낸 교향곡 5번을 작곡해 KBS교향악단을 직접 지휘해 발표했다. 2013년 독창자 5명과 대규모 합창이 등장하는 교향곡 7번 ‘예루살렘 일곱 개의 문’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초연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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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무용-국악 샛별 발굴… K컬처 꽃을 피우다

    “천재적인 작곡가, 연주가들의 등용문으로서 본사가 창설한 제1회 전국음악경연대회는 악단 및 음악도들의 드높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다가오고 있다. … 음악도들의 의욕을 한층 고무할 것이다.” 1961년 7월 15일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동아일보 주최 전국음악경연대회(1964년 ‘동아음악콩쿠르’로 개칭) 예고다. 오늘날 전 세계 공연장을 휘어잡는 ‘K클래식’ ‘K발레’ 열풍은 60년간 이어온 동아일보사의 과감한 예술계 신인 발굴 및 육성 의지가 밑받침이 됐다. 6·25전쟁의 참화가 휩쓸고 지나간 지 8년이 지나도록 재능 있는 한국 음악가를 부각시키고 격려할 콩쿠르는 없었다. 문교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전국음악경연대회’가 열렸지만 부실한 진행으로 항의를 받는 상황이었다. ‘책임 있는 기관에 넘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동아일보가 나섰다. 동아일보 사내에서는 “적자가 누적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당시 전무이사 겸 발행인이던 일민(一民) 김상만 전 동아일보 회장은 “동아일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며 임원들을 설득했다. 첫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신수정(78·서울대 명예교수)은 “한국 연주자들의 기량이 성장하고 세계에 그 실력을 알리게 된 배경에는 한국 대표 콩쿠르인 동아음악콩쿠르의 꾸준한 공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주희성 김정원 손민수 김태형, 지휘자 임헌정, 성악가 신영옥 연광철 임선혜 황수미 정호윤 양송미,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강동석 유시연, 첼리스트 송영훈 김두민 등 한국 음악계의 스타들을 배출했다. 1964년에는 동아무용콩쿠르가 창설됐다. 세계 국제무용콩쿠르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랜 불가리아의 바르나 콩쿠르와 같은 해에 만들어졌다.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첫 금상을 받았고 발레리노 이원국 김용걸 김현웅 이동훈 엄재용,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 박세은 한서혜, 안무가 홍승엽 차진엽 등의 큰 별이 이 대회를 통해 나왔다. 1985년에는 동아국악콩쿠르가 탄생했다. 당시 김병관 동아일보 전무(전 동아일보 회장)는 “고유의 문화유산이 설 땅이 없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판소리의 왕기석 왕기철 유태평양 남상일 박애리 김준수, 가야금 김일륜 민의식, 해금의 정수년 강은일을 비롯해 1000명 가까운 국악인을 배출해 왔다. 동아의 콩쿠르는 1996년 창설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를 통해 세계 예술인에게도 그 문을 열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3개 부문을 매년 번갈아 주최하며 2007년부터 ‘서울국제음악콩쿠르’로 명칭을 바꾸어 개최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이스라엘·서울대 교수), 알레시오 백스(이탈리아), 안티 시랄라(핀란드), 샤를 리샤르아믈랭(캐나다), 한지호 신창용(한국)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 리비우 프루나루(루마니아·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악장) 클라라 주미 강, 이지윤 김동현, 성악계 스타로 발돋움한 스테판 포프(루마니아), 김주택 등이 이 콩쿠르 출신이다. 올해 피아노 부문으로 개최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으로 예년의 3월에서 7월 5일로 개막일을 옮겼다. 2017년에는 예술 영재를 위한 도전의 장을 한층 넓혔다. K팝 열풍과 함께 그 가능성이 주목받는 뮤지컬 예비스타를 위해 동아뮤지컬콩쿠르를, 조기 발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클래식 영재를 위해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를 신설했다. 이 대회들은 올해 각각 4회째를 맞아 다음 세대 주인공을 기다린다. 세계적인 문화예술단체의 무대를 소개하는 데도 동아일보는 앞장섰다. 1974년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협연으로 열렸고, 1975년과 1978년에는 영국 로열발레단이 내한해 유럽 본고장의 발레를 한국인에게 선보였다. 1984년에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이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졌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세계 발레계의 신화로 불리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이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 냉전시대가 막 내리기 직전 열린 이 공연은 광복 이후 최대의 문화적 사건으로 평가됐다.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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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음악 작곡가 중 베토벤 영향력이 가장 컸다”

    26일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음악의 성자’ 베토벤의 서거 193주년 기념일. 4월 1일은 후기낭만주의 작곡 거장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47주년 기념일이다. 지난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 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전음악 작곡가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작곡가는 베토벤,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는 라흐마니노프’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 왜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일까. 20일 전화로 만난 박 교수는 “같은 음이 동시에 울리는 한순간의 화음(chord)이 그 다음 화음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리듬이나 음색 같은 요소는 계산하지 않았다. 새로운 화음 연결을 많이 시도할수록 혁신적인 작곡가, 새로운 화음 연결의 시도를 후배 작곡가들이 많이 따라할수록 영향력이 큰 작곡가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여러 조(調·key)의 화음을 하나의 조로 맞추는 평균화(normalization)는 하지 않았다. 음악 팬들에게는 대체로 ‘음악의 천재는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는 센티멘털리스트이고 혁신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번 결과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이유다. 박 교수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같은 고전주의 작곡가들은 기존의 음악문법에 따라 작곡한 경향이 짙고 새로운 화음은 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라흐마니노프 같은 후기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음악문법을 창안하려는 경향이 짙어 화음의 혁신성이 크게 나타난다는 것.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신(新)빈(Wien)음악파’로 대변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아예 새로운 음악문법을 각각 사용하기 때문에 연구에서 제외했다고 그는 말했다. 수많은 음악가의 화음을 일일이 입력하려면 힘이 많이 들지 않았을까. 박 교수는 “컴퓨터 음악에 사용되는 미디(MIDI)파일로 편곡된 악보가 많아 방대한 양의 입력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혁신성과 영향력에서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 다음은 누구일까. 혁신성은 라흐마니노프 바흐 멘델스존 브람스, 영향력은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순으로 나타났다. 단, 영향력의 경우 ‘선배’일수록, 20세기 초에서 더 먼 작곡가일수록 후배에게 미친 영향이 높게 나타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그는 2015년 ‘같은 음반에 함께 작품이 들어가는 작곡가들 네트워크’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원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클래식과 팝, 가요 등 여러 음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저는 통계물리학자죠. 과학의 창의성과 예술의 창의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도 예술을 즐기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런 연구를 통해 정교한 예술기법에 정통하지 않은 일반인도 꽤 완성도 높은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 기술’을 만드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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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은 스스로가 인류 문제 해결의 본보기”

    지난해 초,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에 홍콩인 지휘자 윌슨 응(31)이 선정위원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서울시향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최한 3·1절 10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지휘하며 데뷔한 그는 1년이 지나 13일 서울시향 온라인 콘서트 ‘영웅’을 지휘하며 음악 팬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콘서트는 서울시향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베토벤은 인류가 자신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20일 서울시향 회의실에서 만난 윌슨 응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언급했다. “환희의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인류는 하나가 된다고 노래하고 있죠. 베토벤이 난청을 비롯한 여러 문제와 싸우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그는 1년간 서울시향의 여러 무대에 섰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6월 강변음악회, 9월 전국체전 기념공연 등을 지휘했다. “오케스트라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작은 행사들도 중요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11월 27일에는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를 처음으로 지휘한다. 올해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광주시립 교향악단 지휘 무대도 갖는다. 그러나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방랑’은 잠시 중단이다. 고향 홍콩에서의 콘서트와 다음 달 중국 본토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투어가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요즘은 서울시향이 연주할 모든 작품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모든 연습을 참관합니다. 예정된 지휘자가 입국이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작품 연구하기에는 좋은 때죠.” 그가 생각하는 서울시향은 어떤 악단일까. “나는 행복한 지휘자입니다. 이렇게 수준 높은 악단을 늘 대면하는 귀한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까요.” 그는 “그저 그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 연주자 탓을 할 수 있지만 서울시향 같은 오케스트라라면 나 자신의 약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에 그는 늘 붉은색 바지를 입고 다닌다. “플루티스트로 음악생활을 시작했는데 돈이 늘 부족했어요.” 옷가게에 갔더니 좋은 새 바지는 빨간 것뿐이었다. 할 수 없이 사서 입은 뒤 계속 운이 따랐다며 웃었다. “한국의 수준 높은 음악 팬을 만난 것도 행운입니다. 한국도, 홍콩도 세계의 다른 부분과 다름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이 인류를 하나로 묶고, 음악이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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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리시차, 내한 공연 도중 눈물 쏟아…“어머니 생각에”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내한 리사이틀에서 리시차가 연주 도중 오열하면서 한동안 연주가 중단됐다. 공연기획사 오푸스 관계자와 관객들에 따르면 리시차는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준비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하다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연주를 멈췄다. 리시차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연주했다. 오푸스 관계자는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의 우수에 찬 부분을 연주하던 리시차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코로나19의 위험 속에 홀로 있는 어머니 생각이 나서 오열했다고 연주 뒤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리시차는 이날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를 마무리짓지 못했지만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 3개 악장 전곡을 비롯한 다섯 곡이나 되는 앙코르를 쏟아내며 리사이틀을 마무리했다. 리시차는 예정된 미국 공연이 취소되면서 23일 출국해 우크라이나로 가기를 원하고 있지만 비행편이 모두 취소돼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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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바지의 사나이’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 “음악은 ‘사이’의 예술”

    지난해 초,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에 젊은 홍콩인 지휘자 윌슨 응(31)이 선임됐다. 응모한 국내외 지휘자 113명 가운데 선정위원 만장일치의 결과였다. 서울시향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3·1절 10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지휘하며 데뷔한 그는 1년이 지난 최근 다시 ‘영웅’으로 음악 팬의 시선을 모았다. 서울시향이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마련한 온라인 콘서트 ‘영웅’을 그는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지휘했다. 콘서트는 생중계됐다. 지금은 서울시향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인류가 위협에 직면해 있죠. 베토벤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20일 서울시향 회의실에서 만난 윌슨 응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쓰인 실러의 시 ‘환희에의 송가’를 언급했다. “환희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는 곳에 인류는 하나가 된다고 노래하고 있죠. 베토벤이 난청을 비롯한 인생의 여러 문제와 싸우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그의 음악이, 마음의 장벽을 쌓는 인류를 다시 묶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는 지난 1년간 서울시향의 크고 작은 무대를 지휘했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6월 시향 강변음악회, 9월 전국체전 기념 특별공연 등에서 지휘봉을 들었다. “오케스트라는 정기 연주회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 연계된 작은 행사도 중요합니다. 이런 자리가 클래식 음악을 이 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과 음악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구요.” 올해 11월 27일에는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를 처음으로 지휘한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 올해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협연하는 쇼팽의 협주곡,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프로그램으로 골랐다. “음악은 ‘사이’의 예술이죠. 음표와 음표 사이, 마디 사이, 섹션들 사이의 관계가, 서로 이어주는 ‘다리’가 필요합니다. 세 곡은 각각 체코 폴란드 독일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드보르작의 이 교향곡은 ‘기차의 도착’을 묘사하며 멘델스존의 곡은 항해를 그려내죠. 저 스스로 여러 나라를 다니는 방랑자 같은 모습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올해 그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광주시립 교향악단 지휘 무대도 갖는다. 그러나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방랑’은 잠시 중단이다. 고향 홍콩에서의 콘서트와 4월 중국 본토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투어가 예정돼 있었지만 모두 취소됐다. 그 밖에 생활이 달라진 것? “서울시향이 연주할 모든 작품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모든 연습을 참관합니다. 예정된 지휘자가 입국이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작품 연구에는 더 좋은 때죠.” 그렇지만 여러 연주 기회가 취소됐기에 예정에 없던 여유가 생긴 셈이다. 그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 “오페라 지휘로 영역을 넓혀보고 싶어요. 독일 오페라를 할 수도 있고, 언젠가 독일에서 오페라를 지휘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는 이탈리아 작곡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다. “어떤 슬프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공연은, 예술은 계속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오페라죠. 요즘 상황하고도 잘 맞네요.” 그 밖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휘자가 화려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악보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요.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악보를 들여다보는 데 쓰죠.” 그는 서울시향이 마련한 세종문화회관 근처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서울시향은 어떤 악단일까. “나는 행복한 지휘자입니다. 이렇게 수준 높은 악단을 늘 대면하는 귀한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까요. 젊은 지휘자의 성장에 특히 중요한 일이죠.” 그는 “그저 그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연주자 탓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향 같은 오케스트라라면 자신의 약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자신에게 정직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향의 개성? 한국은 전통이 살아있는 나라고 사람들의 감정이 풍부하죠. 서울시향도 감정이 풍부한 악단입니다. 어떨 때는 악단이 느끼는 ‘감정’이 저와 다를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분명한 감정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늘 두 생각 사이에서 합의가 나옵니다.”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두 수석지휘자의 리허설을 보면서도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운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오케스트라를 믿고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이 거장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있습니다.” 그에게 늘 궁금한 점이 있었다. 평소에 그는 늘 붉은 바지를 입는다. 이유가 뭘까. “플루티스트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어요. 플루트 레슨을 했지만 돈이 부족했죠. 옷가게에 갔더니 좋은 새 바지는 빨간 것 단 한 벌뿐이더군요. 할 수 없이 사서 입었죠.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보기 좋다고 했고, 그 뒤로 운이 계속 따랐어요. 행운의 표시 같아서 늘 붉은 바지를 입죠.” 홍콩에서는 붉은 바지를 쉽게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어디서든 붉은 바지가 눈에 뜨일 때마다 산다. 이제 열 벌이 있다. “한국의 수준 높은 음악 팬들을 만난 것도 제 행운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국도, 제가 자란 홍콩도 세계의 다른 부분과 다름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이 인류의 마음 속에 차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기 바라고, 음악이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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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보수적인 유럽인은 이민을 어떻게 볼까

    당분간 유럽에서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급증할 것이다. 전에 없던 사회적 긴장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2017년에 나온 이 책은 유럽이 이민자 문제로 자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유럽이 이민에 ‘중독되는’ 일은 미숙련 분야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려다 일어났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구 식민지인들에 대한 죄의식이 깔려 있으며, 좌파 정부 집권 시에는 우호적인 유권자층을 늘리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결과 유럽은 ‘세계인 전체의 고향’이 되었지만 정작 유럽인은 고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해외 언론들은 저자에 대해 대부분 ‘우파’ ‘보수파’라는 수식어를 동반했다. 통계를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민족주의적 또는 자(自)문화중심적인 지식층이 이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집약적으로 알려준다. 설득될지는 읽는 이의 몫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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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음악공연, 집에서 공짜로 즐기세요

    이번 학기 독일 본대학에서 교환학생 과정을 이수하는 유모 씨(22)는 개강이 연기되고 상점들도 문을 닫자 우울함을 이기기 힘들었다. 뉴스를 검색하다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온라인 감상 사이트인 디지털 콘서트홀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알게 됐다. 유 씨는 “콘서트를 보고 국내 대학 음악 감상 동아리 회원들과 메신저로 소감을 나누면서 일상의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세계 일류 공연장들이 세계를 상대로 무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를린 필의 DCH는 31일까지 웹사이트를 무료로 연다. 접속 아이디 대신 ‘BERLINPHIL’을 입력하면 된다. 1960년대 수석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영상부터 최신 영상까지 수백 편의 콘서트와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앞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매일 공연 한 편을 제공하는 ‘나이틀리 메트 오페라 스트림스(Nightly MET opera streams)’ 서비스를 15일 시작했다. 미국 동부 시간 매일 오후 7시 반(한국 시간 다음 날 오전 8시 반)부터 20시간 동안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현지 시간으로 18일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19일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20일 도니체티 ‘연대의 아가씨’ 등이 이어진다.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빈 국립오페라도 무료 공연 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연 길이에 따라 중부 유럽 시간 오후 7시 또는 5시(한국 시간 다음 날 오전 3시 또는 1시)부터 바그너와 푸치니 등의 오페라 영상을 24시간 무료 제공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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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계의 악동’ 쿠렌치스 내한 공연, 코로나19로 무산

    4월 7,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테오도르 쿠렌치스 & 무지카 에테르나’ 내한공연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취소됐다. 무지카 에테르나 측은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세계 상당수 국가가 시행 중인 입국 후 의무적 자가격리 등 입국 제한 조치 때문에 한국 투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예매 티켓은 전액 자동 환불된다.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환불에는 4,5일이 소요될 예정이며 무통장 입금의 경우 각 예매처 웹사이트나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계좌를 입력해야 환불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휘계의 악동’ ‘클래식계의 구원자’로 불려온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의 내한공연은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클래식계 화제로 기대를 모아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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