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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북한 매체들은 전날 통일각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처음으로 6월 12일로 북-미 정상회담 날짜를 적시해 보도했다. 노동신문(사진)은 “최고 영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는 6월 12일로 예정된 조미수뇌회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면서, 역사적인 조미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미 회담 날짜를 공식 언급하지 않았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신문은 1, 2면에 18장의 사진과 기사를 실어 회담 분위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신문은 “(4월 27일 열린) 제3차 북남수뇌상봉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과…조미수뇌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군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민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을 교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의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 현지지도 보도에서 ‘총정치국장 육군 대장 김수길’이 수행했다고 밝혔다. ‘올드보이’ 격인 김정각이 임명 4개월 만에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것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행정안전부는 ‘비영리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지원 심사를 맡는 공익사업선정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지만 위원을 외부에 공개한 적은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의 선정위원회 명단 공개 요청에 행안부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행안부 규정에 근거해 비공개 정보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청탁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임기 만료 뒤에는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지원에 들어가는 올해 사업 예산은 총 70억800만 원으로, 선정 단체 1곳당 평균 3200만 원을 지원한다. 한 해 수십억 원의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심사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국민이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명단 비공개가 오히려 ‘은밀한 뒷거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갑자기 지원이 끊어진 단체들의 문제 제기도 만만찮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지원이 끊긴 보수성향 단체들은 “수년간 똑같이 서류를 제출했는데 무슨 이유로 지원을 끊는지 모르겠다. 우파 단체는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보수성향 단체인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이제 우파 단체는 끝났다”며 “좌파 정권에서 우파 단체에 돈을 안 주는 것은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원을 끊는 객관적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한 심사가 의심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 운동 단체들은 “남북 화해 무드가 지속될 경우 북한 인권 및 탈북자 지원 단체들은 당분간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야말로 문재인 정권의 블랙·화이트리스트”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출신인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여권은 박근혜 정부에서 지원을 받은 시민단체들을 화이트리스트라고 부르면서 이들이 관제시위 또는 관제데모를 했다고 몰아붙였다”며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 전 정권을 비판했던 것과 똑같이 입맛에 맞는 단체들에 ‘코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시민단체의 자립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비정부기구(NGO)가 정치에 이용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신뢰할 수 있는 단체 선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선정위원회를 만들어 공정한 지원 지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적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시민단체들이 정부 정책에 이용되거나 편승하는 모습을 지양하고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자유북한운동련합 대표 박상학과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 리민복을 비롯한 인간쓰레기들은…불순 기억매체들을 넣어 우리 쪽으로 흘러 보내는 망동을 부렸다.…판문점 선언 리행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될 수 있다.”(15일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북한인권 단체들이 12일 경기 파주에서 대북 전단과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북으로 날려 보낸 데 대한 북한의 사흘 뒤 반응이다. 16일엔 국민주권연대 등 남북 교류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파주에서 대북 전단 반대 시위를 벌였고, 통일부는 “전단 살포는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은 단속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남북 교류 단체, 북한인권 단체 간의 미묘한 대립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근혜 정부(571개)와 문재인 정부(218개)가 자금을 지원한 시민단체 789개를 비교해보면 이 같은 갈등 양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현 정부의 대북 단체에 대한 상반된 태도로 인해 북한 관련 단체의 ‘흥망성쇠’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인권 위주로 지원했던 朴정부 박근혜 정부 5년간 1회 이상 지원을 받은 북한 관련 단체는 47개였다. 이 중 3분의 2 가까운 30개 단체(64%)가 북한인권 단체였다. 나머지는 탈북자 지원 단체(6개, 13%)와 남북교류·대북지원 단체(11개, 23%)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대북 전단을 자주 날렸거나 이를 지지·지원해온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남북동행(옛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블루유니온, NK지식인연대 등 북한인권 단체가 대거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단체들은 4, 5차례씩 지원을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1차례 시민단체들을 심사해 지원 단체를 선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정부 5년 내내 정부 자금을 받은 셈이다. 한 단체에 한 번 지원한 금액은 대체로 3000만∼5000만 원 안팎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북한인권학생연대, 북한자유연맹,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 남북언론연구회 등도 1∼3회씩 지원금을 받는 등 박근혜 정부 내내 북한인권 단체들이 ‘득세’했다. 북한 이슈에 특화된 단체가 아닌 종합형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도 대북 전단을 날리며 북한 인권운동을 하기도 했는데, 이 단체 역시 지난 정부에서 5차례나 보조금을 받았다. 블루유니온은 고 김영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수첩에 재미 종북 인사 노길남 씨 사건과 관련해 등장했던 단체이기도 하다. 수첩의 2014년 10월 9일자엔 ‘미시USA? 노길남 해외국익 훼손 불순분자, 인적사항 확인. VISA 거부 등 입국 차단 등 응징 필요, 법무부 출입국? 국정원 연계’라고 적혀 있고, 10일자엔 “블루유니온? 입국거부 청원서 법무부 제출? 미시USA”라고 돼 있어, 블루유니온과 국정원의 연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블루유니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찾아가는 나라사랑 서비스 안보콜’이란 사업 아이템으로 지원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 文정부, ‘北인권’은 축소-‘北교류·지원’ 대세 박근혜 정부의 주요 지원 대상이었던 30개 북한인권 단체 중 상당수(21개)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애초에 행안부에 신청조차 하지 않은 단체도 많은데, 상당수 단체는 미신청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 기조를 볼 때 줄 것 같지도 않아 애초에 신청할 생각도 없었다” “자립하는 방향의 재정전략을 세웠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북한 관련 단체이거나 북한 아이템으로 문재인 정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단체는 총 34개. 이 중 남북교류·대북지원 활동 관련 단체는 22개(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해온 단체는 8곳(23%), 탈북자 지원 단체는 4곳(12%)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에선 국제푸른나무(사업명 ‘미래 통일 대비 평화코딩 교육교사 양성 아카데미’), 통일교육개발연구원(백두에서 한라까지 하나 되는 상상), 통일전략연구소(국제 통일공감 ‘청년, 통일을 디자인하다’) 등 남북교류·대북지원 단체들이거나 이런 취지의 사업 아이템을 제출한 단체가 대거 선정됐다.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처럼 과거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해온 단체이긴 하나 올해는 남북교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선정된 사례도 있었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One Korea 피스로드 2018 통일대장정), 평화한국(통일 이음프로젝트: 평화통일과 글로벌 평화체제) 등 박근혜 정부 때도 선정된 적이 있지만 남북 교류를 강조해온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때도 계속 지원되는 경향을 보였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은 박근혜 정부인 2015년엔 ‘평화통일 기반 구축과 국제평화 증진을 위한 70개국 평화의 자전거 통일대장정’을, 평화한국은 2017년 ‘통일대한민국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3.0프로젝트’를 제출해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정된 북한 단체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스카우트연맹, 흥사단 등 북한에 특화되지 않은 단체도 대거 북한 아이템을 제출해 선정됐다는 점이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평화통일의 꿈을 걷다―휴전선 155마일 횡단’, 흥사단은 ‘모의 6자회담 및 모의 남북고위급회담’, 한국YMCA전국연맹은 ‘지역사회 풀뿌리 평화통일 기반 구축’, 우리역사바로알기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미래세대 통일교육’ 등을 추진 사업으로 제출했다. 전현 정부의 북한 관련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 배분 변화에 대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좌파정권과 우파정권의 정책이 천양지차로 달라 정권에 따라 탈북자 단체들이 수혜를 입거나 타격을 입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는 10년간 힘들게 시민후원금 등으로 자수성가했지만 미국민주주의발전기금(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같은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간 계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후보 등록 마감 하루 전날인 24일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사진)이 돌연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혼선이 발생한 탓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 위원장이 ‘박주선 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로부터 (당을 위해 출마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서울 송파을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도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자신의 공천에 대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 손 위원장이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손 위원장의 출마를 주장하는 안 후보 측과 경선에서 1위를 한 박종진 당협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는 유 대표 측이 대립해 왔다. 최고위원회의 참석자 8명도 양측이 절반씩 4명으로 나뉘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유 대표는 “손 위원장이 박 위원장을 설득해 사퇴시켜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위원장이 먼저 전화해 ‘당을 위해 나를 희생하기로 결심했으니 양보해 달라’고 했지만,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유 대표가 손 위원장과 박 위원장을 만난 뒤 이날 오후 4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견해차만 확인했다. 25일 오후 6시가 후보등록 마감인 만큼 오전 8시 30분 최고위원회를 열어 공천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막판까지 결론을 못 내면 무공천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자유한국당이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20년 만에 광주·전남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지 못했다. 지난 9년간 집권여당이었던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호남권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찾지 못한 것이다. 한국당은 24일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 3곳 중 전북도지사 후보로 신재봉 후보를 공천하고, 나머지 2곳의 광역단체장 후보는 결국 발표하지 못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호남 지역에서 후보자를 많이 배출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쓰인다. 앞으로 호남에 더욱 다가가 진정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김대중 정부 출범 후 100여 일 만에 치러진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 호남 지역 3곳에 광역단체장 후보를 못 냈지만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후보를 냈다. 당 관계자는 “15% 이상 득표해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으니 후보를 구하지 못했다. 두 곳 중 한 곳은 후보를 아예 찾지 못했고 다른 한 곳은 출마를 고민하던 인사가 끝내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당이 호남 지역을 무주공산으로 뒀던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당을 탈당했지만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전남 순천에서 국회의원에 두 번 연속 당선됐고, 탄핵 전까지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도 전주 지역구 의원이다. 호남 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이제는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호남 땅에서 한국당은 떠나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은 25일 오후 6시까지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각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교육의원 5명 등 4016명의 지역일꾼을 선출한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총 12곳이다. 25일 오후 6시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되면 이달 31일부터 정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날부터 선거 전날인 다음 달 12일까지 선거 유세차를 사용하거나 공보물 발송, 선거 홍보물 벽보 부착 등을 할 수 있다.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공표는 선거 일주일 전인 내달 7일까지 가능하다. 선거인 명부 확정 이후에는 6월 8, 9일 양일간 사전 투표를 한다. 선거 당일에는 오전 6시∼오후 6시까지 투표한다.최고야 best@donga.com·박훈상 기자}
자유한국당이 24일 당 홈페이지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형과 형수에게 욕설을 하는 음성파일 5건을 공개했다. 2013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처음 공개된 뒤 논란이 됐고, 이듬해 법원이 이 후보의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파일들이다. 한국당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이 후보의 욕설 파일 공개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한국당은 홈페이지에 개설한 ‘지방선거 후보자검증 시리즈’ 코너에 파일을 올리면서 ‘직접 듣고 국민께서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는 문구를 게시했다. 한국당은 이 후보와 관련해 욕설 파동 의혹, 성남FC와 네이버의 유착관계 의혹, 채용 비리 의혹, 측근 비리 의혹, 막말 의혹 등 6대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음성파일은 이 후보가 형수, 형과 각각 통화한 파일 원본과 증폭버전 등 총 5건, 전체 38분 58초 분량이다. 해당 파일에는 이 후보의 원색적인 욕설과 막말이 담겨 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욕설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이미 인정하고 충분히 해명했다. 가정사를 선거에 악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녹음파일 공개는 지난 판례에서 보듯 명백한 불법이다. 한국당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 후보의 음성파일은 SNS를 통해 공개돼 2013년 12월 성남 지역 언론에 보도됐다. 이 후보는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4년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휴전선 접경지대인 강원도는 국회의원 8명 중 7명, 18개 기초단체장 중 16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3선 도전에 나서는 독특한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동아일보 분석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상위에 오른 관심 이슈 키워드는 평창 올림픽(1위), 올림픽(2위), 북한(3위) 등이었다. 여당은 남북 평화 무드를 앞세워 지역 경제와 연계한 안보 공약에 방점을 찍는다는 전략이다. 겨울아시아경기대회의 남북 공동 개최, 남북 평화 산업단지 조성, 통일을 대비한 동서 교통망 확충(춘천∼속초 구간 고속철 착공) 등을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인 심기준 의원은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접경지역 구석구석까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강원도당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은 “평창 올림픽 이후 사후 시설 관리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결할 것처럼 했지만 지금까지 구체화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당은 1000억 원대 부채를 지고 7년째 교착 상태에 빠져 ‘제2의 알펜시아’라 불리는 춘천 레고랜드와 강원도민 취업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강원랜드의 시장형 공기업 전환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제주도는 태풍(1위), 제2공항(2위), 관광객(3위) 등 지역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광 관련 주제들이 상위 관심 키워드로 선정됐다. 개발 및 일자리 이슈와도 연관되는 개발공사(13위), 카지노(28위), 호텔(34위), 부동산(37위) 등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안정적 도정 능력을 강조하며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 해소와 청년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난개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지표인 ‘제주도민 관광행복지수’ 도입과 원 지사가 추진하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 부작용을 해소할 단계별 버스공영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공기청정기 보급이나 지방 고속도로 건설 등 ‘선심성 사업’이 끼어들면서 추경의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당초 정부안보다 218억 원 줄어든 3조8317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처리했다. 지난달 6일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된 지 45일 만이다. 추경 심의 과정에서 국회는 정부가 책정한 사업예산 3985억 원을 감액한 반면 민생과 지역 현안과 관련된 3766억 원어치의 사업을 늘렸다. 문제는 ‘일자리 만들기’라는 추경의 취지에 맞는 사업이 많이 줄어든 반면 향후 본예산에 편성해도 상관없는 사업이 대거 포함된 점이다. 교통이 불편한 산업단지 재직 중소기업 청년들에게 주는 교통비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서 976억 원이 책정됐지만 심의 과정에서 절반이 줄어든 488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혔지만 1인당 교통비 규모(10만 원→5만 원)와 지급 기간(9.5개월→6개월)이 모두 후퇴했다. 중기 재직 청년들에게 연 1.2%의 낮은 이율로 전세보증금을 1인당 최대 3500만 원까지 빌려주려 했던 정부의 주거안정 대책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사용될 주택도시기금이 당초 3000억 원 규모였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2000억 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고졸 취업자에게 주는 ‘취업 축하금’ 역시 240억 원 감액됐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이번 심의를 통해 상당수 사업의 예산이 줄어들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각 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예산은 사업 성격과 관계없이 이번 추경에 새로 포함됐다. 경로당과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사업에 각각 314억 원, 248억 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다. 당초 청년 실업 극복을 구호로 한 정부 추경안에 없던 내용이다. 이는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이날 “우리 당의 주장으로 미세먼지 사업 증액을 이뤄냈다”고 말하는 등 한국당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예산이라는 평가다. ‘드루킹’ 특별검사 법안 협상 당시 협상 조건으로 지역예산 편성을 내걸었던 민주평화당은 정부안에 없던 전남지역 예산을 따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목포·영암 관련 예산이 대부분이지만 △광주∼강진고속도로(100억 원) △보성∼임성리 철도사업(100억 원) 등 추경 목적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업도 적지 않게 포함됐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최고야 기자}

여야가 진통 끝에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규모에 사실상 합의했다. 여야는 21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과 ‘드루킹’ 특검 법안을 동시에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일 오후 예산조정소위를 열어 3조88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본회의 직전인 21일 오전 8시 30분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추경 협상 내용의 변동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새벽에 이뤄진 감액 심사에서 당초 정부가 제출한 총액(약 3조9000억 원)의 10%인 약 3900억 원을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오후에 이뤄진 증액 심사에서는 3700억 원을 늘리기로 했다. 윤 의원은 “증액된 재원은 대부분 고용위기 지역에 재투입됐다”며 “정부안 3조9000억 원 중에 2조9000억 원이 청년 일자리, 1조 원이 고용위기 지역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 가운데 200억 원 정도가 순감됐다”고 말했다. 추경안에는 초등생 돌봄 사업, 어린이집 보조교사 임금 현실화 재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여야는 청년 일자리 예산 삭감을 두고 정면충돌하며 본회의를 두 차례나 연기했다. 여야는 18일 본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19일로 미뤘고, 19일에서 다시 21일로 연기했다. 특히 야3당은 인건비 및 교통비 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10여 개 항목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청년에게 교통비 월 10만 원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고용주는 10원도 쓰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교통비와 교육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이런 책임을 어떻게 물려줘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액 삭감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교통비 5만 원으로 절충했다. 교통비 지급기간도 9.5개월(올해 3월 중순∼12월분)에서 6개월로 타협했다. 다만 해당 예산을 전부가 아닌 일부만 삭감한 데 대해 야당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예결위 관계자는 “세금으로 민간에 월급을 주는 예산을 제대로 손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한국당 홍문종, 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도 진행된다.최고야 best@donga.com·박성진 기자}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정확히 41글자의 법률안 합의를 놓고 물리적인 충돌까지 갈 뻔했던 여야가 14일 의사일정에 합의하면서 국회가 42일 만에 정상화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 의사를 밝힌 동료 국회의원 4명의 사직서 처리 마감일 당일 이뤄진 극적 합의였다. ○ 문재인 정부의 첫 특검, 지방선거 이후 본격 수사할 듯 여야는 지난달 2일 방송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놓고 처음 충돌했다. 10여 일 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연루된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자유한국당 등은 장외투쟁과 단식농성을 하며 대여 투쟁 강도를 높였다. 특히 여야는 그동안 특검의 법안명과 추천 방식, 수사 범위 등을 놓고 최종 합의에 번번이 실패했다. 야3당은 지난달 23일 공동 발의한 특검법안에 명시한 대로 수사 범위를 포괄적으로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특검 수사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대선 불복 등으로 번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을 법안에 넣기로 하는 등 여당의 양보로 이날 오후부터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특검 추천 방식과 제목은 야당이 한발 물러섰다. 한국당은 ‘김경수’나 ‘민주당’ ‘대선’ 등을 법안명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사람 이름 등은 빼고, ‘댓글 조작과 관련된 진상규명’으로 결론 내렸다. 특검 추천 방식에 관해 한국당 등은 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자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이에 반발하면서 최종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4명을 추천받아 야3당이 2명으로 후보를 추리고,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선택하도록 합의했다. 통상 특검 임명 직후 2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지방선거 후에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선진화법 이후 첫 충돌 직전 네 차례 회동 끝에 극적 합의 한국당은 정세균 의장이 사직서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후 2시 소집하자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총동원령’을 내리고 오전 9시경 로텐더홀에 집결했다. 민주당이 본회의 개의를 강행할 경우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참이었다. 비슷한 시간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선 사직서 처리, 후 특검 논의’란 입장을 고수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후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첫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야는 오전 10시 40분경 정 의장 주재로 첫 원내대표 회동에 나서는 등 이날 4차례에 걸친 협상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정 의장은 이 과정에서 4월 세비 1040만 원을 반납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정치권을 압박했다. 첫 결렬 이후 정 의장은 오후 4시 본회의 소집을 예고했고, 이어 다시 오후 6시로 협상 시한을 늦췄다. 사실상 여야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 이후 오후 7시 30분경 여야 원내대표들은 합의문을 발표하며 국회 정상화를 공식화했다. 한편 6·1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양승조, 박남춘, 김경수 의원, 한국당 이철우 의원 등 4명의 사직서를 처리함에 따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구는 8곳에서 12곳으로 확정됐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행사하는 입법권을 보장하기 위해 회기 중일 때의 사직서 처리는 본회의 때 무기명 투표로 결정한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한국당 홍문종, 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자동으로 본회의에 보고됐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18일 본회의에서 특검 법률안, 추경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드루킹 특검 여야 합의사항 ::▽법안명―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추천 방식―대한변호사협회 4인 추천 → 야3당 교섭단체가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 → 대통령이 1명 임명▽수사 범위1. 드루킹 및 드루킹 연관 단체 회원의 불법 여론 조작 행위2. 1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 행위3. 드루킹의 불법 자금 관련 행위4. 1∼3호까지의 의혹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박성진 psjin@donga.com·최고야 기자}

《#1 올해 봄 여당 A 의원과 야당 B 의원은 7박 9일의 중남미 출장 과정에서 이틀 동안 공식 일정에 불참하고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관광을 떠났다. 두 의원은 “주말을 이용해 자비로 다녀왔다”고 해명했지만 재외 공공기관 측에서 마련한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브라질 교민들은 허탈해했다고 한다. #2 여당 중진 C 의원은 2016년 미국 출장 과정에 부인과 동행했다. 공식 일정 중 딸이 살고 있는 도시에 하루 더 머물렀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은 “출장비를 사적으로 전용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해외출장은 20대 국회의원의 ‘오아시스’ 요즘 국회의원들에게 해외출장은 일종의 오아시스로 통한다. 한 재선 의원은 “이른바 청탁금지법 통과 이후 해외 시찰 기회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회 입성 후 의원에게 주는 혜택을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게 해외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의원은 해외출장을 위해 공항에 들어선 순간부터 특별대우를 받는다. 공항 귀빈실과 VIP 출입구를 이용할 수 있다. 출국 때 공항수속과 보안검색도 약식으로만 받는다. 의원 눈치를 봐야 하는 피감기관에서는 의원 항공기 좌석도 비즈니스석을 마련해 둔다. 현지에 도착하면 더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국회의원의 일정은 국회 파견관, 현지 대사관 직원들은 물론이고 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 공공기관 직원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통상 현지 대사관 직원이 의원을 영접하며, 현지 주재 기업 법인장 등과의 오·만찬과 관광 일정도 포함된다. 의원 여러 명이 동반하면 일부는 공식 일정에서 빠지고 개인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 공공기관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20대 국회 들어서도 출장 온 의원들이 ‘방을 바꿔 달라’ ‘식사에 한식을 꼭 넣어라’ 등과 같은 민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해외출장 규정은 무용지물 지난달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전까지 국회에는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조차 없었다. 1991년 ‘국회의원 윤리강령’이 제정됐지만 ‘의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공익 우선, 청렴, 적법절차의 준수’ 같은 추상적인 문구로 채워졌다. ‘국회의원 윤리 실천규범’에는 ‘국회의원은 직무상 국외활동을 할 경우 성실히 보고 또는 신고해야 한다’(제13조 1항), ‘국회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의 해외활동이나 체류를 해서는 안 된다’(제13조 2항)란 조항이 있다. 그러나 관련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처벌 근거가 전혀 없다. 사실상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을 제한할 강제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비용 지급처에 따른 출장 허용가능 기간, 사후 출장보고서 및 비용 명세서 제출 의무, 서류 허위 제출 시 처벌 규정까지 명시한 미국 하원윤리지침서와는 대조적이다. 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해 3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4촌 이내 친인척 보좌관 채용을 금지하려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문제는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 김 전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 직후 여야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의원 해외출장에 대해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여야 모두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간 사례가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이 자체 조사 결과로 드러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19, 20대 국회의원이 300여 개 공공기관의 지원으로 235건의 출장을 갔고, 출장비만 약 15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뒤늦게 사전 승인제 도입했지만… 20대 국회는 김 전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의원 출장제도 사전 승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피감기관 비용으로 국회의원이 해외출장을 가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가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사전 승인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 승인제만으로는 국회의원의 일탈을 제대로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처럼 사후 비용 명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허위 사실을 기재했을 때는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외부기관 비용이 아니라 자비로 간 해외출장도 국회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의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매년 정기적으로 해외출장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규정이 개선됐지만 국회의원들의 자정 노력 없이는 소용이 없다. 결국 국민들에게 출장비 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근형 noel@donga.com·최고야 기자}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3선의 홍영표 의원(61·인천 부평을)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홍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투표에서 78표를 얻어 비주류로 분류되는 노웅래 의원(38표)을 40표 차로 제쳤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재수 끝에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홍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당이 이제 국정을 주도해야 하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강력한 견인차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모든 정당이 이 시대의 경쟁자이면서 미래로 가는 동반자다. 더 크게 포용할 통 큰 정치로 여의도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드루킹 특검’ 도입 여부에 막혀 있는 국회 파행 사태를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고, 지난해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문제’를 책임지는 선대위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홍 원내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조만간 보자”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1983년 신분을 속인 채 대우자동차 용접공으로 취업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5년 대우차 파업을 주도하면서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과 담판을 벌여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같은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새벽까지 소통해 화제가 됐다. 홍 원내대표는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김 원내대표를 곧바로 찾았다. 김 원내대표의 손을 잡은 그는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기니 빨리 국회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자”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같이 노동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진정성을 갖고 풀면 못 풀 게 없다”고 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최고야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6·13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출마 국회의원의 사직서 처리 시한인 14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뜻을 10일 밝혔다. 정 의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특정 지역을 공백 상태로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는다. 여러 정당과 의논해 14일까진 결심 하겠다”고 말했다. 사직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 해당 국회의원 지역구 4곳(충남 천안병, 인천 남동갑, 경남 김해을, 경북 김천)의 보궐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년 4월로 10개월 정도 늦춰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역구 4곳 중 3곳이 소속 의원 지역구라 국회 운영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121명) 외에도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20명), 바른미래당 소속인 평화당 성향 의원(3명), 의장을 포함한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3명)들에게 14일 본회의에 참석한 뒤 투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직서는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 상태로 장외투쟁 중인 자유한국당의 동의 없이도 표결처리가 가능하다. 국회 과반 출석(현재 147명)에 과반 찬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 의장은 원내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쉬운 문제부터 하고 추가적인 것은 나중에 하는 게 협상의 기술인데 이번 협상은 그런 점에서 빵점이다”라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협상을 중단한 채 공방만 이어갔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라는 발언을 한 것을 문제 삼아 “대선 불복 의도의 특검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직서가 처리되면) 더 극단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박성진 psjin@donga.com·최고야 기자}
“적폐 청산에 동의하는 야권과는 연정이 가능하고,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과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상설화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협치 구상을 밝혔다. 당선 뒤인 지난해 9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선 ‘여야정 국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1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협치 구상은 표류하고 있다. 높은 지지율에 기댄 청와대 주도 국정 운영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청와대 구상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국회는 장기 표류하고 있다. 개헌안, 권력기관 재편 등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국가혁신의 핵심 정책들도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은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고도 제대로 된 국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현안마다 여야가 충돌하면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대화는 부족하다 못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듯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동안 청와대에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단 두 차례(3월 7일 5당 대표 회동, 4월 13일 영수회담)만 만났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이 촛불정치 하나로 모든 것을 끌고 가려 한 것 같다. 영수회담에서도 두 사람이 자기주장만 했지 생산된 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 드라이브도 결과적으로 한국당과의 협치를 어렵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시 수감으로 이들을 배출한 한국당과의 협상 가능성이 차단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폐청산 기조를 적정한 선에서 끊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했는데, 이에 실패하면서 적폐청산 자체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희석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 참사’는 현 정부가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이다. 1년 사이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9명이 낙마했다. 취임 초반이던 지난해 6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지난달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 논란으로 사퇴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김 전 원장 사례에서는 청와대가 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두세 차례 ‘감싸기’ 모습을 보이는 등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최고야 기자}

바른미래당은 6·13지방선거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에 각각 김영환,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을 확정했다. 8일 바른미래당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공천관리위원회의를 열고 김 전 의원과 문 전 의원을 상대로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 면접을 실시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두 후보가 그동안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으나, 당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경기 안산지역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문 전 의원은 인천 부평지역에서 재선했다. 그동안 인물난을 겪었던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에 나설 수도권 후보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당초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영입 대상 1호였던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이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지난달 불출마를 결심하면서 후보 물색에 난항을 겪어 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파란색 스머프(더불어민주당)는 떼 지어 다니며 ‘문재인 정부 성공’ 이야기만 한다. 녹색 슈렉(민주평화당)은 혼자 다니는데 스머프보다 잘하겠다고 한다. 빨간색이나 다른 색은 아예 안 보인다.” 광주 시민인 회사원 이재도 씨(43)는 6·13지방선거 후보들이 지역 사회 맞춤 공약 마련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남은 이번 선거에서 어느 때보다 민주당의 약진이 예상되는 지역. 민심도 이번에야말로 낙후된 지역 사회를 발전시킬 기회라는 분위기다. 여당 후보들은 이를 의식해 공공기관과 사회간접자본(SOC) 유치 공약을 쏟아내지만 정작 주민들은 지역 맞춤형 공약에 더 신경 써달라고 입을 모았다. ○ 광주, 자동차-일자리 신성장동력 관심 전남, 전북은 고령화 비율이 각각 21.5%, 18.5%(2018년 3월 통계청 발표)로 전국 최고령 지역 1, 2위다. 반면 산업구조는 취약하고 지역경제는 낙후했다. “호남에서 돈 버는 사람은 장례식장 업주뿐이다. 병원은 적은데 정작 요양병원만 늘었다”는 자조가 많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광주와 전남·전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미래 성장동력 육성’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실한 지역 과제”라고 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대 한규섭 교수 팀(폴랩·pollab)이 최근 4년간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광주의 신성장동력에 대한 갈망은 ‘청소년’(2위·1248회), ‘일자리’(5위·957회), ‘자동차’(8위·786회), ‘혁신도시’(742회) 등으로 표현됐다. 기아자동차 완성차 공장, 삼성전자 에어컨 공장은 광주 선거의 주요 이슈다. 광주에선 기아차 공장과 협력업체가 밀집한 광산구(57위)와 서구(60위)가 특히 자동차 이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는 광주 동구(6위)와 북구(9위)가 높은 빈도였다. 다만 친환경 자동차 생산 산업 육성, 연간 생산량 100만 대 달성은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구호지만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전기차, 수소차 확충을 언급하지만 인프라 구축에는 인색했다는 지적이 많다. ‘도시철도’(18위·660회), ‘2호선’(20위·556회) 등 SOC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선관위 홈페이지의 ‘우리 동네 희망공약’ 광주 게시판에는 “마을 도서관, 횡단보도를 늘려 달라” “학교 화장실을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올라와 있다. ○ 혁신도시 이슈, 광주·전남북 관통 키워드 ‘혁신도시’는 광주, 전남, 전북에서 모두 톱10 안에 들었다. 동일한 키워드로 세 지역 모두 10위권(전남 8위, 전북 9위, 광주 10위)에 든 것은 혁신도시가 유일했다. 혁신도시의 연관 검색어는 ‘이전 기관’ ‘채용’ ‘지역 인재’ ‘본사’ ‘채용’ 등으로 일자리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전남에서는 한국전력 본사가 입주한 광주·전남혁신도시가 ‘에너지 밸리’ 틀을 갖추고, 전북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이 자리 잡고 지역인재 채용 비율도 점차 늘리고 있다. 한전에 대한 관심도 커 광주 550회(22위), 전남 2115회(12위)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공사는 ‘공대’ ‘본사’ ‘투자유치’ ‘공과대학’ 등이 연관 검색어다. 이런 사정 속에 민주당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후보는 물론이고 기초자치단체장 후보까지 서로 ‘한전 공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큰 틀에서 한전과 정부 결정을 따르기로 한 사안이어서 “광주 전남 상생의 분위기를 깨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남에서는 ‘국비’(23위·1619회), ‘코레일’(36위·1169회)도 키워드다. 호남선 KTX 2단계 사업 조기 완공, 전라선 고속 전철화 추진 등은 여전히 관심이 높다. ‘조류독감’도 전북(3위·2764회)과 전남(4위·3812회)이 모두 높은 관심을 보인 이슈다. 전남 중에서도 구례, 장성, 곡성을 포함한 시군 12곳이 특히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조류독감의 연관 검색어는 ‘고병원성’ ‘농장’ ‘바이러스’ ‘농림축산식품부’다. ○ 군산-전주, ‘기업’ 일자리 경고등 전북에서는 ‘중소기업’이 13위(1482회), ‘기업’이 20위(1179회)를 기록했다. 전북 내에선 다른 시보다 전주(22위), 군산(24위), 익산(24위)이 기업 이슈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두 지역 모두 일자리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철수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도 폐쇄되면서 지역 경제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전주도 일자리 사정이 녹록지 않다. 탄소산업 육성에도 산업군 형성이 아직 더디고 서비스업에 의존도가 높아 인구 유출 부담이 크다. 대통령 공약이지만 법안 처리가 늦춰진 연기금전문대학원 신설, 중소기업연수원 유치 등 공공기관 유치도 주요 이슈다. ‘국가예산’(28위·933회), ‘코레일’(53위·634회) 등 SOC 확충 요구도 여전하다. 송모 씨는 선관위 희망공약 게시판에 “선거철만 되면 김제역 KTX 정차를 추진한다는 공약이 등장하지만 바뀌는 게 없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

“호남은 지금 갈라파고스섬과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면 뭘 해도 당선이 어렵다.” 한 호남지역 야당 의원은 6·13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어떤 변수로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한 호남의 민주당 지지세를 꺾기 어렵다는 것. 지난달 3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67.3%였다. 자유한국당(6.8%), 바른미래당(3.6%), 민주평화당(4.5%)을 다 합쳐도 민주당의 4분의 1이 안 된다. 민주당에서는 ‘호남지역 공천=당선’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다. 지난달 전남도지사(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전북도지사(송하진 현 지사), 광주시장(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이번이야말로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릴 적기”라며 일자리, 사회간접자본, 농촌 경제 등 호남을 관통하는 신성장동력 개발 공약을 앞세워 힘 있는 여권 후보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호남지역 한 여당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실망한 부분도 있지만, 호남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인물난이 극심해 아직 3개 광역단체장 후보조차 못 냈다. 민주당의 견제세력을 자처하는 평화당이 3일 전북지사 후보(임정엽 전 완주군수)를 발표한 정도다. 후보를 구하지 못하면서 아직 공약은 준비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의당과 민중당도 각각 전북과 광주, 광주와 전남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했지만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호남의 한 야당 의원은 “야당은 호남 지지율이 워낙 낮아서 후보가 안 오려고 한다. 영입 얘기가 오가다가 엎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선거 과정에서 사용한 돈을 절반이라도 돌려받는 기준인 득표율 10%를 넘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여당 독주로는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경각심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견제했듯 이번에도 견제 세력이 필요하다. 양손에 떡을 쥐고 있어야 지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28일 북한 매체가 일제히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했다. 방송, 라디오,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서 판문점 선언 전문을 소개하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대내외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처음으로 회담 내용을 담은 영상을 33분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가운데 7분 동안 ‘판문점 선언’의 전문을 소개하며 “북과 남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조선 반도(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전했다. 북남수뇌회담(남북 정상회담), 삐라 살포(전단 살포), 장령급 군사회담(장성급 군사회담) 등 북한식 표현으로 일부를 수정한 것을 제외하면 회담 당일 발표된 선언문 내용과 동일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차를 타고 판문점으로 향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등을 시간 순서대로 소개했다. 두 정상의 포옹과 도보다리 회담 등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관례대로 문 대통령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은 실리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1면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 악수 사진을 싣고 “민족의 화해단합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놓은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6개 면 가운데 4개 면에 61개 사진과 판문점 선언문 전문을 게재해 회담 분위기를 상세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선언문 전문을 자세히 전했다. 이는 20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지를 기습 선언하며 경제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한 의지를 다시 한번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동신문은 29일 ‘미국식 민주주의의 허황성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제목의 정세논설을 실었다. 논설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민대중의 지향과 요구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가장 반동적이고 반인민적인 통치체제이며 침략과 간섭의 도구”라고 비판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이뤘지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공포감이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합의문 전문을 공개한 것은 비핵화 자체가 선대의 유훈이기 때문에 대내 통치용으로도 크게 무리될 것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은 하지만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일으켰듯 외부 시류에 흔들리지 않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남북 정상이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2007년 ‘10·4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닻이 올랐다. 관심을 모았던 남북연락사무소는 개성에 설치하기로 하면서 각종 제재로 발이 묶여 있던 개성공단도 재가동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제재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 남북 관계 개선 관련 6번째 합의로 등장한 경협은 당초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풀지 못하면 논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날 선언문에 명시되면서 단순한 남북 관계 개선을 넘어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염두에 두고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7년 10·4공동선언에서 합의했던 남북 경협사업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문제 협의 및 추진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등 협력사업 진행 등이다. 이 중 이번 선언에서 1차적으로 동해·경의선을 복구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개성공단은 언급이 없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 등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강경 대응하면서 2016년 2월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 전체 부지(66.1km²) 가운데 3.3km²만 개발됐고, 입주하기로 한 기업의 절반도 채 입주를 못 했다. 그럼에도 남북의 재가동 의지는 개성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문구로 확인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언문 서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 조사 연구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욱 인천대 중국학술원장도 “개성으로 연락사무소 설치를 협의한 것은 개성공단과 별개로 해석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굵직한 경협, 비핵화 북-미 회담에서 빅딜 가능성 개성공단을 다시 돌리는 일은 남북 간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엔이 북한에 대량 현금 제공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냈고, 지난해 회원국의 북한 내 금융 업무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청와대가 이날 회담 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현 상황에서 추진 가능한 사업이 무엇인지, 아울러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북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 것도 난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협은 대북제재, 더 나아가 비핵화 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재의 키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핵화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남북 간 다양한 경협 중 굵직한 것들은 결국 비핵화와 연결돼 있어 양자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만약 북한이 먼저 경협을 논의하자고 제시했다면 북한이 필요한 게 뭔지를 가장 여실히 보여준다”며 “비핵화를 하면 우리는 경제 개발을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제재가 있기 때문에 문제지만 제재 공조를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그게 또 문제가 돼서 북-미 대화가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북-미 간 빅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SOC 경협 의지 밝힌 김정은 이번 공동선언문에 유일하게 적시된 경협사업은 동해북부선 및 경의선 철도를 복구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평창 올림픽에 다녀온 사람들 얘기로 남측의 철도와 교통편이 아주 잘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교통이 불편해서 걱정이다”라고 솔직히 밝힌 것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경의선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산∼개성(27.3km) 구간이 이어지면서 물리적인 철로 연결이 마무리돼 가장 먼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부산으로부터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동해북부선은 철로를 새로 깔아야 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강성휘·최고야 기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남북 정상회담 시작 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자필로 이렇게 썼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위로 올라가는 전형적인 필체였다. 2016년과 지난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지시할 때마다 공개된 글씨가 오른쪽으로 45도나 올라간 것에 비하면 각도가 20∼30도로 다소 내려갔다.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 때문인지 외국인들처럼 1자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7자 가운데 선을 그은 대목도 눈에 띈다. 북한에선 김일성의 필체를 ‘태양 서체’로, 김정일의 필체를 ‘백두산 서체’로 명명하고 있다. 북한의 월간지 ‘조선예술’은 2014년 김정은이 아버지의 필체를 따라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올해 2월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김씨 일가 특유의 글씨체로 글을 남겼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김정은의 필체가 과거와 달리 가로선이 길어진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가로선은 참을성을 상징하는데, 과거에 비해 가로선이 조금 길어진 듯하다. 김정은의 인내심이 늘어났다는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이원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