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北인권단체 위주로… 문재인 정부는 北교류-지원에 방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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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정부의 시민단체 지원 분석
북한 관련 단체 지원 비교


“자유북한운동련합 대표 박상학과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 리민복을 비롯한 인간쓰레기들은…불순 기억매체들을 넣어 우리 쪽으로 흘러 보내는 망동을 부렸다.…판문점 선언 리행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될 수 있다.”(15일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북한인권 단체들이 12일 경기 파주에서 대북 전단과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북으로 날려 보낸 데 대한 북한의 사흘 뒤 반응이다. 16일엔 국민주권연대 등 남북 교류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파주에서 대북 전단 반대 시위를 벌였고, 통일부는 “전단 살포는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은 단속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남북 교류 단체, 북한인권 단체 간의 미묘한 대립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근혜 정부(571개)와 문재인 정부(218개)가 자금을 지원한 시민단체 789개를 비교해보면 이 같은 갈등 양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현 정부의 대북 단체에 대한 상반된 태도로 인해 북한 관련 단체의 ‘흥망성쇠’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 북한인권 위주로 지원했던 朴정부


박근혜 정부 5년간 1회 이상 지원을 받은 북한 관련 단체는 47개였다. 이 중 3분의 2 가까운 30개 단체(64%)가 북한인권 단체였다. 나머지는 탈북자 지원 단체(6개, 13%)와 남북교류·대북지원 단체(11개, 23%)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대북 전단을 자주 날렸거나 이를 지지·지원해온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남북동행(옛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블루유니온, NK지식인연대 등 북한인권 단체가 대거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단체들은 4, 5차례씩 지원을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1차례 시민단체들을 심사해 지원 단체를 선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정부 5년 내내 정부 자금을 받은 셈이다. 한 단체에 한 번 지원한 금액은 대체로 3000만∼5000만 원 안팎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북한인권학생연대, 북한자유연맹,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 남북언론연구회 등도 1∼3회씩 지원금을 받는 등 박근혜 정부 내내 북한인권 단체들이 ‘득세’했다. 북한 이슈에 특화된 단체가 아닌 종합형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도 대북 전단을 날리며 북한 인권운동을 하기도 했는데, 이 단체 역시 지난 정부에서 5차례나 보조금을 받았다.

블루유니온은 고 김영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수첩에 재미 종북 인사 노길남 씨 사건과 관련해 등장했던 단체이기도 하다. 수첩의 2014년 10월 9일자엔 ‘미시USA? 노길남 해외국익 훼손 불순분자, 인적사항 확인. VISA 거부 등 입국 차단 등 응징 필요, 법무부 출입국? 국정원 연계’라고 적혀 있고, 10일자엔 “블루유니온? 입국거부 청원서 법무부 제출? 미시USA”라고 돼 있어, 블루유니온과 국정원의 연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블루유니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찾아가는 나라사랑 서비스 안보콜’이란 사업 아이템으로 지원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 文정부, ‘北인권’은 축소-‘北교류·지원’ 대세

박근혜 정부의 주요 지원 대상이었던 30개 북한인권 단체 중 상당수(21개)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애초에 행안부에 신청조차 하지 않은 단체도 많은데, 상당수 단체는 미신청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 기조를 볼 때 줄 것 같지도 않아 애초에 신청할 생각도 없었다” “자립하는 방향의 재정전략을 세웠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북한 관련 단체이거나 북한 아이템으로 문재인 정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단체는 총 34개. 이 중 남북교류·대북지원 활동 관련 단체는 22개(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해온 단체는 8곳(23%), 탈북자 지원 단체는 4곳(12%)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에선 국제푸른나무(사업명 ‘미래 통일 대비 평화코딩 교육교사 양성 아카데미’), 통일교육개발연구원(백두에서 한라까지 하나 되는 상상), 통일전략연구소(국제 통일공감 ‘청년, 통일을 디자인하다’) 등 남북교류·대북지원 단체들이거나 이런 취지의 사업 아이템을 제출한 단체가 대거 선정됐다.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처럼 과거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해온 단체이긴 하나 올해는 남북교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선정된 사례도 있었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One Korea 피스로드 2018 통일대장정), 평화한국(통일 이음프로젝트: 평화통일과 글로벌 평화체제) 등 박근혜 정부 때도 선정된 적이 있지만 남북 교류를 강조해온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때도 계속 지원되는 경향을 보였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은 박근혜 정부인 2015년엔 ‘평화통일 기반 구축과 국제평화 증진을 위한 70개국 평화의 자전거 통일대장정’을, 평화한국은 2017년 ‘통일대한민국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3.0프로젝트’를 제출해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정된 북한 단체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스카우트연맹, 흥사단 등 북한에 특화되지 않은 단체도 대거 북한 아이템을 제출해 선정됐다는 점이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평화통일의 꿈을 걷다―휴전선 155마일 횡단’, 흥사단은 ‘모의 6자회담 및 모의 남북고위급회담’, 한국YMCA전국연맹은 ‘지역사회 풀뿌리 평화통일 기반 구축’, 우리역사바로알기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미래세대 통일교육’ 등을 추진 사업으로 제출했다.

전현 정부의 북한 관련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 배분 변화에 대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좌파정권과 우파정권의 정책이 천양지차로 달라 정권에 따라 탈북자 단체들이 수혜를 입거나 타격을 입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는 10년간 힘들게 시민후원금 등으로 자수성가했지만 미국민주주의발전기금(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같은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박근혜 정부#문재인 정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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