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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9월까지 설비투자가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전기차·자율주행 등에 투자가 늘어난 자동차와 초호황기에 들어선 반도체가 이런 흐름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국가데이터처의 산업활동 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산업 설비투자지수(원지수)는 1년 전 동기 대비 4.3% 올랐다. 동기 기준으로 2021년(11.3%) 이후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투자 증가세는 자동차와 반도체가 이끌었다. 올해 1∼9월 자동차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5.6% 늘었다. 증가율이 2000년(33.9%)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 대기업들이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도 15.7% 증가했다. 이는 2021년(57.2%) 이후 최대 폭이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라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최근 더 거세지고 있다. 올해 9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2.7% 늘었다. 이는 올해 2월(21.3%)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8%, 올해 1분기(1∼3월) ―1.7%로 부진했다가 2분기(4∼6월)엔 보합으로 개선됐고 3분기(7∼9월)에는 5.8% 증가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극적으로 관세협상을 타결한 한미가 30일 대미(對美) 투자펀드 세부실행 방안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 하루 만에 반도체 관세 인하 여부와 대미 투자펀드 투자처 선정, 농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드러낸 것. 이에 따라 관세합의에 대한 조인트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와 투자 양해각서(MOU) 조율 과정에서도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 합의 이후 “국력을 키워야겠다”라며 “이 협상에 만족하지 않는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美 반도체 관세·투자처 두고 딴소리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30일 X(옛 트위터)에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세협상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직접 설명에 나선 한국과 달리 미국은 러트닉 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합의 개요를 공개한 것. 러트닉 장관은 이 글에서 한국에 적용될 관세율에 대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15%로 맞춰졌다”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어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이번 딜(deal·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철강처럼 반도체에 별도의 품목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전날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러트닉 장관은 다른 설명을 내놓은 것. 가장 먼저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유럽연합(EU)은 반도체에 대해 15%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일본은 EU와 같은 수준을 의미하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러트닉 장관의 주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의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산 반도체 제품에 적용할 관세율이 미정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투자처를 두고도 엇갈린 설명을 내놨다. 김 실장이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가운데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첨단 제조, AI 및 양자 컴퓨팅을 포함한 미국 내 프로젝트에 2000억 달러 (투자)를 지시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정부가 대미 투자펀드를 한국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이차전지, 원전, 바이오 등의 분야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참여 여부가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두고도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며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에서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한국 정부와는 다른 주장을 이어 갔다. 이에 대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이번 합의에서 농산물을 포함해 추가적인 관세 철폐나 시장 개방을 약속한 것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정치인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자국민을 위해 한 말에 대해 저희가 하나하나 논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일도 투자액 1000억 달러 차이 나 강 비서실장은 “수일 내에 문서화로 정리되면 논란은 잦아들 것”이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각오로 국익에 부합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 MOU가 발표되더라도 한미 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합의의 핵심으로 꼽히는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두고도 한미 간 이견이 돌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연 200억 달러 한도로 분할 투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은 매년 200억 달러가 모두 투자돼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각각 발표한 대미 투자 관련 문서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30일 보도했다. 일본 측 문서에는 21개 사업에 대해 총 4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미국이 공개한 문건에는 5000억 달러가 투자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경주=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국세청이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개통하고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세 행위 차단에 나선다. 탈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보할 경우 1000만 원에서 최대 40억 원까지의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탈세 거래를 신속히 잡아내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도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30일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31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부동산 취득이나 보유, 양도 등의 과정에서 진행한 탈세 행위를 알고 있을 경우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첨부해 국세청 홈페이지나 ARS(국번 없이 126), 우편 및 방문 등의 방법으로 제보하면 된다. 제보자가 세금 추징에 ‘중요한 자료(탈루 수법, 내용, 규모 등 정황상 중요한 자료)’를 제출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추징세액이 5000만 원 이상 납부된 경우에는 탈세 제보 포상금도 지급된다. 포상금은 추징세액 규모에 따라 최소 1000만 원에서 40억 원까지 주어진다.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거래를 신속히 잡아내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6억 원 이상이거나 규제 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 부동산 취득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적어 관할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서류다. 관할 지자체는 이를 국토교통부와 공유하고, 국토부는 이상 거래로 판단될 경우 국세청에도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국세청은 전달받은 자료를 재산·소득 과세자료와 교차 검증해 탈루 세금을 추징해 왔지만 앞으로 지자체가 받는 자금조달계획서를 국토부와 마찬가지로 모두 공유받아 자금 조달 계획의 적정성과 탈세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갭투자 거래가 증가하고, 개인 간 채무 등 ‘부모찬스’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도 늘고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부모로부터 취득자금을 편법 증여받았거나 매출누락 등 소득신고를 누락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것이 30대 사회초년생 A 씨의 사례다. A 씨는 서울 소재 초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기존에 보유한 아파트 처분 대금을 자금 원천으로 자금조달계획서에 기재했는데 조사 결과 기존 아파트를 분양받아 취득할 당시 모친으로부터 분양대금 전액을 현금 증여 받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증여세를 추징당했다.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의심거래를 적시성 있게 포착하고, 자금출처 분석체계를 한층 고도화해 탈루혐의자를 정교하게 선별해 탈세에는 강력 대응하고 성실 신고하는 납세자의 불편은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합의 후속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으로 수출 시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던 25%의 고율 관세가 15%로 낮아지게 됐다.또 다른 한국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로 합의됐다. 7월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합의에선 한발 물러선 조치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日-EU처럼…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자동차 관세율 인하 적용 시점은 11월 1일이 유력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하 시점은 미국과 세부 협의를 거쳐 최종 문서화 작업이 완료돼야 알 수 있다”면서도 “유럽연합(EU)은 의회에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았는데, 우리도 EU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금 신설이나 보증채 발행 등에 관한 (대미 투자) 법이 제정돼야 한다”면서 “그 법안이 마련되면 우리는 11월 중순쯤 법안을 제출하고, 제출 사실을 미국에 알릴 것”이라며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만약 법안의 국회 제출이 12월로 넘어가면 인하 시점이 12월 1일로 밀릴 수도 있다.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짐에 따라 월 5000억 원에 달하는 수출 피해를 봐왔던 자동차 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상호관세는 올해 7월 말 한미 무역합의 직후부터 15%가 적용되고 있지만 미국이 앞서 경쟁국인 일본, EU와 15% 자동차 관세에 합의하면서 우리 기업은 경쟁사들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을 감수하던 상황이었다.미국이 품목관세를 매기기 전에는 일본이나 EU 자동차 대미 관세는 2.5%,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였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율이 12.5%가 돼야 과거와 같은 경쟁 조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간 수출 피해가 막대했던 자동차 업계는 일본 EU 수준으로 내려간 것만으로도 우선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23억8000만 달러로 3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 수준’,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다른 품목들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하게 됐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 목재 제품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대만은 한국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으로 묶여 있는 협업 관계이면서도 파운드리 반도체 최대 경쟁국이다. 미 행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해외 기업의 반도체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가 아닌 ‘대만 수준’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7월 한미 관세합의 당시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U와 일본 등은 미국과 반도체 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약속받았다. 향후 일본이나 EU 대비 불리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올해 6월부터 부과된 철강 관세도 50%로 유지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무역 합의를 환영한다면서도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돼 관련 중소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후속 보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경제인 행사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29일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밋 연설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위기 순간마다 서로 손잡고 연대하는 상호 신뢰가 번영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다자주의적 협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이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며 협력·상생·포용성장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위기일수록 APEC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20년 전 부산 APEC에서 단결된 의지를 모아냈던 대한민국이 다시 APEC 의장국으로서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개회식에는 이 대통령과 CEO 서밋의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도 자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서밋 특별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매우 특별한 유대를 가지고 있고 조선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미국이 번영하면 우리의 파트너들도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글로벌 기업 투자 파트너십’에서는 미 AWS와 프랑스 르노 등 7개 글로벌 기업이 향후 5년간 한국에 총 9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등 한국 정부가 중점 육성하는 전략산업에 집중된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AWS의 맷 가먼 대표는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31년까지 5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르노의 니콜라 파리 한국 대표도 “한국은 미래차 전략에 매우 중요한 위치”라며 “기존 생산라인을 전기차 신차 생산설비로 전환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경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경주=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가격 유지하며 양 축소) 방지를 목적으로 34년 만에 계량법 손질에 나선다. 오차 허용 범위 내에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를 개선하기 위해 ‘평균량’ 방식을 도입하고, ‘정량표시제도’의 적용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28일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량표시상품 관리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량표시상품의 정확한 계량과 표시 관리를 통해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다. 정량표시상품이란 길이·질량·부피 등으로 표시된 상품 중 용기나 포장을 개봉하지 않고는 양을 증감할 수 없게 한 제품을 말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곡류, 채소, 우유, 과자류 등 27종이 대상이다. 정량표시상품 관리 제도는 1991년 계량에 관한 법률(계량법)을 통해 도입됐다. 계량법에 따르면 정량표시상품 사업자는 제품 포장에 정량을 표시해야 하며 실제 내용량이 해당 정량의 ‘허용 오차’를 초과할 수 없다. 국표원이 10년간 6985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전체 상품의 21.7%는 실제 내용물이 표시량보다 적었다. 또 이런 상품의 79.8%는 법적 허용 오차 범위 내에서 용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자들이 법에서 허용하는 오차 한도 내에서 용량을 줄이는 꼼수로 이득을 봐왔다는 의미다. 국표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균량 방식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상품당 3개 샘플을 검사할 때 개별 제품의 용량만을 기준으로 허용 오차를 계산했다. 300mL 우유 한 팩당 9mL의 오차를 허용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3개 샘플의 평균 용량이 해당 제품의 표시 정량보다 적을 경우에도 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정량표시상품 관리 제도 적용 대상도 길이·질량·부피·면적·개수 등을 표시하는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1년 전보다 소득이 늘면서 소득 분위 계층이 상승한 국민은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득 하위 80%에 속한 국민이 소득 상위 20%로 진입하는 비율은 3.5%에 그쳤다. ‘부(富)의 사다리’를 오르기 어려워지며 소득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득 분위 이동 비율 3년째 하락 27일 국가데이터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소득이동 통계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통계에서 ‘소득’은 개인의 근로·사업 소득을 의미한다. 재산·이전 소득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소득 분위가 전년 대비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이동성’은 34.1%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35.8%) 이후 3년째 떨어지고 있다. 벌이가 늘면서 소득 분위가 높아진 국민은 17.3%였고, 소득 분위가 낮아진 사람은 16.8%였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39세)의 소득 이동성이 40.4%(상향 23%, 하향 17.4%)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중장년층(40∼64세)은 31.5%(상향 14.7%, 하향 16.8%), 노년층(65세 이상)은 25.0%(상향 9.9%, 하향 15.1%)로 나이가 들수록 소득 이동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층 고착화에 경제 역동성 저하 우려 소득 이동성이 낮아지는 흐름은 상·하위 계층의 고착화로 연결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1년 뒤에도 같은 소득 분위에 머무른 사람들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분위 유지율은 5분위(소득 상위 20%)와 1분위(소득 하위 20%) 순으로 높았다. 2022년 5분위에 속했던 사람이 2023년에도 5분위에 머무른 비율은 85.9%에 달했고, 1분위 유지율은 70.1%로 집계됐다. 중산층인 4분위와 3분위 유지율은 각각 66.0%, 56.0%였고 2분위는 51.4%였다. 특히 노년층은 빈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분위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79.4%는 2023년에도 빈곤층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1분위 유지율이 각각 12.0%, 35.8%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이동성 둔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의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에 활력이 돌 텐데 지금처럼 계층 고착화가 계속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겠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각종 투기를 통해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행태가 만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1년 전보다 소득이 늘면서 소득 분위 계층이 상승한 국민은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득 하위 80%에 속한 국민이 소득 상위 20%로 진입하는 비율은 3.5%에 그쳤다. ‘부(富)의 사다리’를 오르기 어려워지며 소득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득 분위 이동 비율 3년째 하락27일 국가데이터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소득이동 통계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통계에서 ‘소득’은 개인의 근로·사업 소득을 의미한다. 재산·이전 소득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소득 분위가 전년 대비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이동성’은 34.1%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35.8%) 이후 3년째 내리막이다. 벌이가 늘면서 소득 분위가 높아진 국민은 17.3%였고, 소득 분위가 낮아진 사람은 16.8%였다.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39세)의 소득 이동성이 40.4%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중장년층(40~64세)은 31.5%, 노년층(65세 이상)은 25.0%로 나이가 들수록 소득 이동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층 고착화에 경제 역동성 저하 우려소득 이동성이 낮아지는 흐름은 상·하위 계층의 고착화로 연결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실제로 1년 뒤에도 같은 소득 분위에 머무른 사람들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분위 유지율은 5분위(소득 상위 20%)와 1분위(소득 하위 20%) 순으로 높았다. 2022년 5분위에 속했던 사람이 2023년에도 5분위에 머무른 비율은 85.9%에 달했고, 1분위 유지율은 70.1%로 집계됐다. 중산층인 4분위와 3분위 유지율은 각각 66.0%, 56.0%였고 2분위는 51.4%였다.특히 노년층은 빈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분위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79.4%는 2023년에도 빈곤층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1분위 유지율이 각각 12.0%, 35.8%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이동성 둔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의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에 활력이 돌 텐데 지금처럼 계층 고착화가 계속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겠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각종 투기를 통해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행태가 만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다가 ‘유턴 기업’으로 선정돼 2023년 한국으로 돌아온 한 부품업체 대표 A 씨는 “다시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정착할 예정이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당초 예정됐던 공장 설비 계획이 틀어지면서 아예 지원을 받지 못했다. 민간 투자자 이탈로 일부 사업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자체 예산이 확정돼 당초 신청 사업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며 “외부 환경에 따라 사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다음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뿐이니 보조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마련해 놓은 설비로 몇 년을 버틸 순 있겠지만 관세와 인건비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 “이미 산단 텅텅… 혼자 어떻게 돌아오나” 국내 복귀를 준비하는 기업 수는 매년 줄고 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4년 27곳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됐지만 이후 2021년(26곳)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11곳만 선정되면서 규모가 더 쪼그라들었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200개 기업 가운데 87곳(43.5%)은 국내 투자 계획을 완료하지 못해 여전히 국내로 복귀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했던 한 화학업체는 2020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후 정부로부터 2400만 원의 컨설팅 비용도 지원받았지만 ‘내부 투자 계획 변경’을 이유로 지금도 미복귀 상태다. 국내 제조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이유다. 2023년 중국에서 복귀를 시도하다가 포기한 부품업체 대표 B 씨는 “황폐해진 산업단지에 혼자 불 켜고 들어가 봐야 소용이 없다”며 “기업이 생산을 하려면 협력사 등 여러 업계가 함께 모여 생태계를 이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복귀 메리트가 없었다”고 했다. 정부 지원의 실효성이 부족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감면 혜택이다. 현행 기준 유턴 기업은 법인세를 7년간 100%, 이후 3년은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 유턴 기업이 받은 법인세 감면액은 약 81억 원에 불과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첨단 산업처럼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은 법인세를 감면해줘도 실제 감면 혜택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국내 복귀 초기 비용을 절감해주는 등 복귀 혜택을 미리 앞당겨서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진출 기업 10곳 중 9곳 “유턴 계획 없다” 해외로 이전한 국내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8월 해외 진출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5%가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국내 사업 환경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근로시간, 임금 등에 대한 노동 규제를 꼽았고, 두 번째는 법인세 등 세제였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7월 첫 세제 개편안을 내놓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4%로 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 때였다. 3년이 지난 지금 국내 기업 환경은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세제를 ‘정상화’하겠다며 법인세율을 다시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첫 세제 개편안에 담았다. 근로시간에 대한 논의는 주 52시간에서 더 나아가 주 4.5일제로 확대됐다. 산업재해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2차에 걸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미국 관세 등 대외적 불확실성과 함께 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규제 등 한국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유턴 기업 경쟁력 활성화를 위해 복귀 지역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보조금을 파격적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해외 투자로 빠져나간 기업이 2400곳이 넘지만 국내로 복귀한 ‘유턴 기업’은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이 상호관세를 본격화한 4월 이후 해외에 투자한 기업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에 신규로 진출한 법인 수는 2437곳으로 전년 동기(1488곳) 대비 63.8% 증가했다. 해외 신규 법인 수는 보통 분기마다 600∼700곳이었는데 올 2분기(4∼6월)엔 1745곳이었다. 지난해 2분기(732곳)와 비교하면 138.4% 급증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난 건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 2일(현지 시간) 한국과 세계 각국에 전례 없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들은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올 2분기 미국에 신규 설립된 법인 수는 264곳으로 1년 전(149곳)보다 77.2% 늘었다. 미국의 현지 투자 압박과 관세 장벽으로 향후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해외에 나가는 기업은 늘어나는데 돌아오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유턴 기업 현황’에 따르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상반기 5곳이 전부였다. 3분기(7∼9월) 6곳이 추가됐지만 올해도 전년(20곳) 대비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턴 기업’은 정부가 해외로 나간 기업의 복귀를 위해 지원하는 기업을 말한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다 해도 상당수가 국내로 돌아올 마음을 접고 있다. 2013년 ‘유턴 기업 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200곳 가운데 한국에 정착한 기업은 68곳뿐(34%)이었다. 나머지 87곳(43.5%)은 국내 투자 계획을 완료하지 못해 미복귀 상태고, 45곳(22.5%)은 자격 요건을 맞추지 못해 중도에 선정이 취소됐다. 계속해서 해외로 나가는 기업은 느는데 들어오는 기업이 줄어들면 산업 공동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보호무역주의 추세 강화로 세계 주요국이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진출 기업 대부분은 비용 경쟁력 때문에 해외 이전을 택했다”며 “미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낮은 인건비, 완화된 규제, 혹은 복귀에 따른 파격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KAIST 가을학기 원자력 전공 지원자가 4년 만에 ‘0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원자가 끊긴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를 뒷받침해야 할 주요 에너지원인 원전 기술의 인재 저변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KAIST에 따르면 올해 2학년이 되는 학부생 가운데 가을학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망생은 0명으로 지난해 4명에서 급감했다. 가을학기 신청자가 0명이 된 것은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이 학교 원전 전공생은 봄학기 지원자 4명에 그치게 됐다. KAIST 신입생은 ‘무학과(무전공)’ 전형으로 들어와 2학년에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한다. 학계는 향후 원전 연구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발 전력 수요 폭증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까지 원전 건설 및 연구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탓이다. 정부는 최근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며 ‘감(減)원전’ 기조를 사실상 확인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며 “이대로 가면 20년 후 제대로 된 원전 기술자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AI 전력수요 느는데… 탈원전→부흥→감원전에 전문인력 줄어KAIST 원전 전공 신입생 0명… 국내 원전전공 지원 8년새 23% 뚝학과 폐지로 이어져… 15개교만 남아2030년엔 인력 4500명 부족 전망“담당 부처 이원화, 사실상 수출포기”… 정권마다 정책 급변 산업 붕괴 우려국내 원자력 인재 저변이 약화된 건 K원전이 겪고 있는 혼란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8년 동안 탈(脫)원전→원전 부흥→감(減)원전으로 정권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이 급변해 원전 생태계가 이미 흔들려 왔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속에 세계 각국이 미래 원전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원전 전문 인력 감소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8년 새 원전학과 입학생 23% 줄었다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선택한 2학년은 매년 20명을 넘겨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2017년 진입생이 9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2년에는 4명까지 줄었다. 2023년에 다시 10명으로 늘었지만 올 들어 다시 4명으로 떨어진 것이다.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545명에 달했던 국내 대학 원자력 전공 입학생(학사 기준)은 지난해 418명으로 23.3% 줄었다. 학·석·박사를 합친 원자력 전공 재학생 규모 역시 2016년 2543명에서 지난해 2156명으로 15.2% 감소했다.입학생 감소는 학과 폐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 전공 학과가 있는 대학은 2016년 전국 18개교였지만, 2018년 영남대 기계공학부를 시작으로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2020년), 위덕대 에너지전기공학부(2023년)가 연이어 사라지면서 지금은 15개교만 남았다.울산과학기술원(UNIST) 관계자는 “지난해 1학년 정원 440명 중 올해 2학년이 되면서 원자력공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9명뿐”이라며 “원전 업계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원전 경쟁 치열한데 韓은 인력 부족국내 원전 전공생 급감은 원전이 정치 이슈화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7년 탈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는 일감 부족으로 와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출범 직후 산업 부흥을 외치다 다시 이재명 정부 들어 감원전으로 급변하는 등 8년간 정책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이달 초부터는 원전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 혼선은 국정감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3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서라도 원전은 필요하다”고 한 반면 1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확정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대해 “필요성이 없다면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담당 부처를 이원화한 것은 사실상 원전 수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문제는 최근 글로벌 원전 건설 및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한국만 정책 혼선 속에 미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450여 기에 달하는 전 세계 가동 원전 규모가 2050년에는 최대 1000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매출액은 2023년 24조3000억 원에서 2030년 32조8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인력 수요 역시 3만7500명에서 5만15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2030년 공급 인력은 4만7000명에 그치는 등 인력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 저변 약화로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미래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원전 기업들도 국내 일감이 끊긴 상태에서 해외 수출로 원전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전 주기기 제작 및 보조기기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원전 산업 공급망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원전 정책이 필수”라며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공학적인 판단으로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3분기(7∼9월)까지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이 1년 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미국 시장에 집중한 탓으로 풀이된다. 15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FDI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FDI(신고 기준) 금액은 206억5000만 달러(약 29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0% 줄었다. 투자 유형별로는 인수합병(M&A)이 28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4.0% 급감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형 인수 건이 줄었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해 운영하기 위한 목적의 그린필드 투자도 177억7000만 달러로 6.1% 감소해 전체 투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투자 신고(49억5000만 달러)가 전년 대비 58.9% 늘었다. 화공·유통·정보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반면 유럽연합(EU·―36.6%), 일본(―22.8%), 중국(―36.9%) 등에서의 투자는 줄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 경제·통상 사령탑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당국자들과 회동에 나서면서 한미 관세 협상이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미(對美) 투자펀드에 대한 태도를 바꿔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방미 협상 결과에 따라 교착돼 있던 한미 관세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국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의 대미 투자펀드를 일시에 현금으로 투자하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와 관련해 달러가 아닌 원화 계좌를 통한 투자 방안 등 여러 안전장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美, 외환시장 ‘안전장치’ 견해차 좁힌 듯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미 CNBC 방송 대담에서 ‘중국 외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을 꼽았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과의 협상은 곧 마무리(finish up)될 것 같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지금 디테일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주간의 장점은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라며 “그때 그 문제를 두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방미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협상을 예고한 것이다.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부는 한미 간 관세 협상에 있어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라며 “시한을 두고 서두르기보다는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미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앞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5일 “최근 미국이 우리 수정안에 상당히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고 새로운 대안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이 말하는 상황을 이해했다”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은 물론이고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방식의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통화스와프 요구에 대한 확답 없이 한국 외환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원화를 넣을 수 있는 계좌를 만들어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 등 우리 달러 보유량에 큰 타격이 덜할 대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화스와프와 사실상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한미 간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정부 안팎에선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으로 투자금을 확보하거나 외환보유액을 담보로 특수목적펀드(SPV)를 세워 간접 투자하는 방안 등 외환보유액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국가 부채가 급증하거나 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 유지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어떻게든 대미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금을 분할 납부하는 식의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한목소리로 “APEC서 관세 합의 목표”한미는 이날 한목소리로 APEC 정상회의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실질적 목표 시점으로 내걸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추가 무역 합의 발표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으로 이동해 APEC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정상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김 실장도 이날 “(협상) 데드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그렇게 자주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APEC이 실질적으로 큰 목표”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금융적 베이스에 대한 양측 공감대가 마련되면 후속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다만 직접 투자·대출·보증 등 3500억 달러 운용 방식 및 수익 배분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투자 분산 등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가 일시에 나갈 수는 없다. 합당한 사업이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 제조업 부흥에 필요하고, 100% 한국 기업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사업이 한꺼번에 될 수 없으니 일거에 그 돈이 갈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 중 순이익을 한 푼도 거두지 못한 곳이 47만 개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4만6000여 개 늘어난 수치로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9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105만8498개) 중 법인세 산정 사업연도의 당기순이익이 ‘0원’ 이하인 기업은 47만1163개로 전년보다 4만5933개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실적이 급감했던 2021년 증가 폭(4만4394개)보다도 크다. 법인세 신고 법인 중 순이익이 0원 이하인 이들 법인 비중도 44.5%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법인세수는 지난 몇 년간 급감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 반도체 경기 불황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2022년 103조5000억 원이던 실적은 2023년 80조4000억 원, 지난해 62조5000억 원으로 줄었다.경기 부진 장기화에 순이익 규모가 큰 기업 수도 줄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납부 기업 중 1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신고한 법인은 3776개로 전년 대비 296개 줄었다. 순이익 100억 원 초과 법인이 줄어든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3대 용역 중개 플랫폼(재능마켓)의 이용자 대상 불공정 약관 수십 건을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 9일 공정위는 숨고, 크몽, 탈잉 등 3개 재능마켓 플랫폼의 약관을 심사한 결과 프리랜서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10개 유형의 26개 불공정 조항을 발견해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재능마켓은 인테리어, 수리 등의 기술을 가진 프리랜서와 이를 필요로 하는 고객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3개 회사의 소비자 피해 구제 규모는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249건으로 확대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높은 중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및 입점 프리랜서에 대한 보호 장치 미흡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으로는 중개 과정에서 ‘이용자 손해에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등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면제하는 조항이 꼽혔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고의나 중과실 범위 안에서 일정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약관을 자진 변경하도록 했다.개인정보 유출 피해로 발생한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조항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사업자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하게 했다. 이 밖에 고객의 금전적 권리나 사이버머니 환불 같은 원상회복 의무 제한 등의 불공정 조항도 수정됐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고사 상태에 빠진 국내 제조업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자제 등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업계는 “경쟁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에 국가 지원까지 받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강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8%다. 2021년엔 12%가 넘었지만 2022년 이후 수치가 급감했다. 중국에서 내수용으로 생산하던 철강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저가 공세’가 시작되면서 가격 경쟁을 위해 이익을 희생한 결과다. 여기에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연합(EU)에서 7일(현지 시간) 관세율 50%를 적용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더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산업용 전기요금 때문에 에너지 비용이 증가해 더욱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21년 1kWh당 105.5원 수준이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81.8원까지 급등했다. 3년 새 70% 이상 인상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철강업계의 총매출 대비 전기요금 비율도 약 15%에서 25%까지 급등했다. 1억 원어치 제품을 팔면 이 중 2500만 원을 전기요금으로 내는 셈이다. 반면 경쟁국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요금은 1kWh당 112원, 중국도 116원 수준이다. 여기에 이들 국가는 석탄 고로를 전기 고로 등으로 바꾸는 탈탄소 경영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도 받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해 2024년 기준 독일은 10조2000억 원, 일본 3조5000억 원, 미국 2조8000억 원, 중국은 1조5000억 원 수준의 지원이 제공된다”며 “반면 한국은 2700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에너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해외에 생산 시설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될 경우 국내 고용 시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각종 지원을 통해 국내에서 안정된 생산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목소리에 정부도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수출입 물류의 수도권 관문인 인천항을 찾아 “10월 중 관계 부처 합동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차관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한 품목별 대응 방향 정립,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수소 환원 제철·특수탄소강 등 철강산업의 저탄소·고부가 전환 투자 확대 지원, 안전관리·상생협력 강화 등이 포함될 것”이라며 “철강기업, 금융권,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약 4000억 원의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철강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상품’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넉 달여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선 6·27, 9·7 대책에도 집값이 좀처럼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추가 대출 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확대 등과 함께 세제 개편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출 한도 추가로 옥죌 듯 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추가 부동산 안정화 대책’(가칭)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가 가계부채 대책은 준비돼 있고 언제든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종합대책으로 발표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저울질하는 것은 주요 지역의 집값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0.19%) 대비 0.27% 상승했다. 정부의 9·7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상승 폭이 오히려 커진 것이다. 우선 금융당국의 추가 대책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내가 번 돈 중 대출 갚는 데 쓰는 비중’이다. 그동안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전세대출은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규제를 받지 않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DSR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9·7 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전세대출의 DSR 적용을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올려뒀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40%인 DSR 한도가 35% 안팎으로 낮아지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총소득의 40%를 원금, 이자 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현재 6억 원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4억 원으로 하향 조정 △일정 수준 주택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 적용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규제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도 정부의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 공정비율 높여 보유세 강화 거론 정부가 결국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유세 규모를 결정짓는 기준 중 하나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다시 높여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다. 보유세를 산정하는 과세표준은 시세에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출하고, 여기에 공정비율을 곱한 값이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이며 공정비율은 60%(1주택자 대상)이다. 시세로 10억 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 과세표준은 약 4억1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높이려면 과표 산출 방식을 변경하거나 과표 구간에 따른 세율을 올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낮아진 공정비율을 다시 80%로 복구하면 과표가 올라가 보유세 부담도 커진다.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세법 개정도 필요하지 않다. 반면 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은 최근 언론에서 많이 거론됐던 방식 중 하나”라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수단 중에 하나인 만큼 논의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제를 활용하는 것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는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금융위나 국토부 입장과 대비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는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을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최근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넉 달여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선 6·27, 9·7 대책에도 집값이 좀처럼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추가 대출 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확대 등과 함께 세제 개편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출 한도 추가로 옥죌 듯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추가 부동산 안정화 대책(가칭)’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가 가계부채 대책은 준비돼 있고 언제든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면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종합 대책으로 발표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저울질하는 것은 주요 지역의 집값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0.19%) 대비 0.27% 상승했다. 정부의 9·7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상승 폭이 오히려 커진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오름폭이 모두 커졌으며 이른바 ‘한강벨트’라 불리는 성동구(0.78%), 마포구(0.69%), 광진구(0.65%) 등의 지역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경기도에서는 성남시 분당구(0.97%)와 과천시(0.54%)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우선 금융당국의 추가 대책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동안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전세대출을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9·7 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전세대출의 DSR 적용을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올려뒀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현행 40%인 DSR 한도가 35% 안팎으로 낮아지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총소득의 40%를 원금, 이자 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현재 6억 원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4억 원으로 하향 조정 △일정 수준 주택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 적용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규제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도 정부의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 공정비율 높여 보유세 강화 거론 정부가 결국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유세 규모를 결정짓는 기준 중 하나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다시 높여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다. 보유세를 산정하는 과세표준은 시세에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출하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값이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주택자 대상)다. 시세로 10억 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 과세표준은 약 4억1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높이려면 과표 산출 방식을 변경하거나 과표 구간에 따른 세율을 올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낮아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80%로 복구하면 과표가 올라가 보유세 부담도 커진다.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세법 개정도 필요하지 않다. 반면 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은 최근 언론에서 많이 거론됐던 방식 중 하나”라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가지 수단 중에 하나인 만큼 논의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제를 활용하는 것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는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금융위나 국토부 입장과 대비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는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을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정부 조직개편의 ‘숨은 승자’가 될 것이라 여겨졌던 기획재정부가 막판 반전에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법안’을 철회하면서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금융 관련 업무를 넘겨 받기로 한 계획이 무산된 탓입니다. ‘부총리’라는 경제 컨트롤타워 지위는 유지했지만, 부처 기능은 반쪽으로 쪼그라들면서 위상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정부 조직개편안의 윤곽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달 7일입니다.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해 재경부는 세제·금융·경제정책 등을 담당하고 예산처는 예산편성과 재정정책,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기능을 맡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더해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타 부처에서 “기재부에 집중된 권한을 나누기 위한 조직개편인데 오히려 더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예산을 넘기고 국내 금융을 받는 것은 재경부의 규모나 위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열린 긴급 당정대 회의 결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조직 개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세종 관가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조직개편에 반발하는 거센 시위에 나선 데다 야당인 국민의힘마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한 반대를 예고하자 최초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재부는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신설될 재정경제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확정 시 경제정책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점심시간 직전에 관련 결과를 들었는데 조직개편이라는 중요한 방안을 3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송두리째 바꾸나 싶었다”며 “당혹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습니다.기재부가 사실상 ‘빈털털이’가 됐다는 분노도 큽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도 금감원처럼 상복 입고 시위하면 들어주는 건가’라는 분위기가 가득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조직개편 과정에서 뺏기기만 한 것 같은 상실감이 든다”며 “부총리 입장에서도 업무가 줄어든 만큼 힘이 줄었다고 느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근 5년간 조부모가 자녀를 건너뛰고 미성년 손주에게 물려준 부동산이 1조5000억 원대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돌도 안 된 0세에게도 1년에 약 40건, 평균 2억 원의 증여가 이뤄졌다.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299건의 세대생략 증여로 미성년자가 1조5371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대생략 증여는 조부모가 부모를 거치지 않고 직계비속(손자·손녀)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방식을 뜻한다. ‘조부모→부모→손주’라는 두 단계를 거치지 않고, ‘조부모→손주’로 바로 증여하기 때문에 부모 대에서 내야 할 증여세를 아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다만 세대생략 증여는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경우 산출세액의 30%, 미성년 손주가 20억 원을 초과해 증여받으면 40%를 가산한다. 만약 10억5000만 원의 아파트를 부모에게 물려주고, 이를 또 다시 손주에게 증여하는 두 단계를 거칠 경우 총 증여세는 4억80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조부모가 해당 아파트를 직접 손주에게 물려주면 증여세는 3억1200만 원으로 줄어든다.증여받은 미성년자는 연령대별로 중·고등학생인 만 13∼18세가 43.7%(금액 기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0세에게도 5년간 188건의 세대생략 증여가 이뤄졌다. 이들이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 재산 금액은 371억 원으로 건당 평균 2억 원 수준이다.민 의원은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에 대한 할증과세 제도가 있음에도 본 취지와 달리 부자들의 절세 편법으로 활용돼 제 기능을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증여 과정에 편법행위는 없었는지 확실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