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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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여행43%
칼럼27%
경제일반10%
문화 일반7%
산업7%
국제일반3%
메이저리그3%
  • “동서양 문화 결합된 호텔 리조트 천국, 마카오로 오세요”

    “코로나 기간 마카오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도시’로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미식과 쇼핑의 1번지인 마카오로 오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마카오가 올해 1월 8일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로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달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5년 만에 마카오 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마리아 헬레나 드 세나 페르난데스 마카오관광청장(사진)도 내한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팬데믹 기간 마카오는 새로운 호텔과 시설을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고 소개했다. 런더너(Londoner), 리스보에타(Lisboeta), 래플스(Raffles at Galaxy Macau), 안다즈(Andaz Macau), 모르페우스(Morpheus) 등 새로운 호텔이 개관해 2019년에는 총 4만100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현재는 4만7000개로 늘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지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유작으로, 굉장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핑몰이 들어오고, 카를 라거펠트 호텔과 베르사체 호텔 등이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카오는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동양과 서양 문화가 잘 결합된 여행지다. 마카오의 대표 관광지인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카오는 전 지역이 면세 지역으로, 호텔 아래에 대형 쇼핑몰이 있어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2019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74만여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중국, 2위가 홍콩, 3위가 대만이다.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인 중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셈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특징은…. “한국은 마카오의 인바운드 관광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년 한국인 관광객 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한국인들이 약 3시간 반의 비행 시간으로 세계적 수준의 호텔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또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행객들은 새로운 호텔이나 어트랙션이 나오면 앞다퉈 직접 경험해 보려고 한다. 최근 오픈한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teamLabSuperNatureMacao)와 리모델링한 그랑프리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Hong Kong-Zhuhai-Macao Bridge)’ 개통은 마카오 관광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8년 10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5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훨씬 편하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수 있게 됐다. 24시간 버스 이용이 가능하며 40분(요금 약 1만 원) 정도 걸린다. 페리(약 70분·3만 원)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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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사랑의 절벽’

    괌의 에메랄드빛 투몬비치가 내려다보이는 ‘사랑의 절벽’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 괌의 원주민인 차모로 추장의 딸과 남자친구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하트 모양 자물쇠가 매달린 난간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투몬비치, 건비치, 이파오비치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해변에는 남성의 왼쪽 얼굴이 보이고, 절벽에는 여인의 옆모습과 똑 닮은 지형이 있다. 해변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남국의 푸른 물빛에 빠져들게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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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의 문화가 잘 어우러지는 마카오에서 호캉스를 즐기러 오세요.”[전승훈의 아트로드]

    “코로나 기간 동안 마카오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도시’로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미식과 쇼핑의 1번지인 마카오로 오세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마카오가 올해 1월8일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로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달 13일 웨스틴조선서울에서 국내여행사들을 대상으로한 ‘트래블 마트(Travel Mart)’와 일반 여행객들을 위한 ‘로드쇼(Road Show)를 열었다. 마카오는 팬데믹기간 중 새로운 호텔과 관광시설의 문을 열었고, 기존 관광지도 업그레이드하고 관광객 맞이에 한창이다.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마카오 관광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알리기 위해 마카오의 호텔과 에어마카오 등 총21개 업체가 내한했다. 마리아 헬레나 드 세나 페르난데스(Maria Helena de Senna Fernandes) 마카오관광청장도 내한해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마카오의 관광산업은 어떠했나.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3년 간 마카오 관광청의 주요 업무는 격리 호텔방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마카오에 있던 객실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1000개의 객실이 격리 시설로 쓰인 것이다. 3년 간 힘든 시간을 거쳐 이렇게 다시 일반적인 업무를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팬데믹 이후에 마카오가 다시 오픈하면서 달라진 점은?“마카오는 팬데믹 기간 중에도 그냥 잠자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호텔과 시설을 새롭게 오프닝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마카오에는 2019년에는 4만 100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지금은 4만 7000개로 늘었다. 약 5000~6000개 객실이 추가됐다. 팬데믹 기간 중 호캉스의 도시 마카오에서는 런더너(Londoner), 리스보에타(Lisboeta), 래플스(Raffles at Galaxy Macau), 안다즈(Andaz Macau), 모르페우스(Morpheus) 등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개관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동대문DDP를 지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유작으로, 광징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핑몰이 들어온다. 또한 칼 라거펠트 호텔 오프닝이 6월에 있었고, 앞으로도 베르사체 호텔과 다양한 로컬브랜드 호텔이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카오는 한국과 가깝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했으며, 동양과 서양문화가 잘 결합된 여행지다. 또 호텔 휴양을 원하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풍부한 문화 유산과 미식, 쇼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의 대표 관광지인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VR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가족 여행객을 위한 라인프렌즈 시설을 선보이고 있고, 옛 조선소를 관광시설로 탈바꿈했으며, 집라인과 윈드터널도 즐길 수 있다.”2019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74만여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중국, 2위가 홍콩, 3위가 대만이다.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인 중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특징은? “한국은 마카오의 인바운드 관광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년 한국인 관광객 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게 목표다. 한국인들은 여행의 욕구가 강하고, 마카오 여행에서는 미식 활동을 즐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숙박하는 가족 휴가를 선호한다. 한국인들은 럭셔리 호텔에서 휴가 경험을 찾고 있는데, 약 3시간 반의 비행시간으로 가까운 거리에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호텔과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개관했는데, 일부러 신규 호텔리조트에서 숙박을 즐기려는 수요도 많다. 마카오관광청은 한국의 커플이나 가족 관광객을 타겟으로한 호텔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한국 관광객들의 안목 높은 입맛에 맞춘 음식을 제공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한국인 관광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상품은.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행객들은 새로운 어트랙션이 나오면 많은 앞다퉈 직접 경험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마카오를 아무리 여러번 찾아온 여행객이라도, 늘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시설과 어트랙션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teamLabSuperNatureMacao)와 리모델링을 한 그랑프리 박물관을 추천한다.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는 인터랙티브 체험이 가능하며,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랑프리 박물관에는 8명의 유명 레이서 밀랍 인형을 전시해 인기가 있다. 한국 여행자들을 사로잡기위해 마카오는 소셜미디어에 적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방송 프로그램 촬영 지원 등 다양한 채널과 콜라보를 하고있다.” ―마카오 관광산업에서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마카오는 전 지역이 면세지역이다. 마카오의 호텔들은 밑에 대부분 대규모 쇼핑몰이 있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창의적인 소품을 파는 작은 숍들도 많이 열었다. 대형 쇼핑몰이나 유명 브랜드 뿐 아니라 로컬 샵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관광청이 서베이한 결과 마카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분야 1위가 쇼핑, 2위가 숙박, 3위가 식사로 나타났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Hong Kong-Zhuhai-Macao Bridge)’ 개통은 마카오 관광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55km인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다. 양방향 6차선 도로(너비 33.1m)의 대교는 시속 100km까지 달릴 수 있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 셴젠(深圳)에서는 보트를 타고 강주아오대교 밑에서 강주아오 대교를 관광하고 돌아오는 투어상품도 생겼다. ―강주아오 대교가 마카오 관광에 끼치는 영향은. “마카오로 올 수 있는 방법이 더 다양해졌다. 특히 홍콩에서 오기가 더 편해졌다. 지금 사실 홍콩 시장은 거의 90% 이상 회복이 됐는데, 대교가 생기면서 더 편하고 저렴하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홍콩과 마카오는 페리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버스가 가장 중요한 교통편이다. 여행객들은 24시간 운영하는 HZM 버스를 이용해 홍콩과 마카오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홍콩~마카오를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편도 약 40분으로, 페리(약 70분)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비용도 여행은 약 1만원(65 홍콩달러)으로, 페리(3만원) 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마카오와 인근 도시와의 관광협력은? "8월부터는 홍콩에 내려서 입국신고를 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짐과 함께 바로 마카오로 바로 와서 입국 신고를 할수 있고, 마찬가지로 마카오에서도 버스를 타고 홍콩 공항에 가서 입출국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그래서 마카오는 홍콩의 항공사들인 케세이퍼시픽, 그레이터 베이 항공(GBA)을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등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광둥의 9개 도시와도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센젠은 공항과 크루즈 터미널이 있고, 광저우는 국제공항이 있다. 광저우, 마카오, 홍콩 등 다양한 도시와 협력해 기회를 넓히려 한다.” ―마카오가 관광산업 중에서 앞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이려하는 분야는. “마이스(MICE) 산업이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마이스로 들어오시는 관광은 더 많은 체류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6개의 대형 복합 리조트를 포함한 숙박시설과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MICE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포상관광(I)를 담당하고, 마카오무역투자촉진국(IPIM)이 기업회의(M)과 컨벤션(C)을 담당하고 있다. 2025년 포르투갈여행사협회가 마카오에서 MICE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마카오는 ‘투어리즘 플러스’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에 마이스 관련 상품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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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안반데기 배추밭

    평창에서 출발해 대관령을 넘어 강릉시 왕산면으로 향하다 보면 해발 1100m 태백산맥 험준한 산 능선에 드넓은 배추밭이 나타난다. 국내 대표 고랭지 채소 재배지인 안반데기다.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통나무 받침판 ‘안반’에 평평한 땅을 뜻하는 우리 말인 ‘덕’을 붙인 이름이다. 1960년대 화전민들이 산을 깎아 개간한 땅으로 축구장보다 280배나 큰 배추밭이다. 최고 등급의 안반데기 배추는 국내 배추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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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학생들은 어디로 간 걸까? 산과 계곡, 바다에서 야외 활동 중[전승훈의 아트로드]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이틀간 다녀왔다. 세계잼버리 대회는 크게 새만금 간척지에 설치된 텐트촌에서 벌어지는 ‘영내 활동’과 전북 14개 시군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에서 펼치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폭염 속 텐트촌의 높은 기온 때문에 새만금 텐트촌의 영지내 프로그램은 첫날 50%로 축소했다가, 다음날부터는 낮시간대 모든 야외 프로그램이 100% 금지가 됐다. 그래서 인지 4일 새만금 야영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텐트촌은 텅 비어 있었다. 햇빛이 내려쬐는 영지 내에 돌아다니는 대원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몽골텐트 밑이나 그늘막 밑에 몰려 있을 뿐이었다. 보라색, 분홍색, 파란색의 텐트 속에도 남아 있는 학생들은 없었다. 4만 명 가까운 참가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잼버리 참가자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전북 각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 전시장, 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떠난 것이다. 폭염이 내리쬐는 낮시간에 영지내 활동이 금지되자 영외활동을 크게 늘린 것이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부안, 김제, 군산, 전주, 순창, 무주 등 전북 14개 시군의 산과 계곡, 바다 곳곳에서 체험활동 중이었다. 영외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하루에 약 1만2000여명 규모. 새만금 영지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한국문화와 산사, 자연을 체험하는 각국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잼버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영지 내 땡볕에 노출돼 하루종일 갇혀 지내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보니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영지 내부의 시설 문제만 집중 제기되다 보니, 학생들이 낮시간대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야외활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자연을 만끽하며 체험하고 있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을 취재해보았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변산국립공원에 있는 직소천 계곡에서 패들보드와 뗏목을 타고, 야외 수영장 물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뗏목체험장 건물 앞에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들이 쉴새 없이 도착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조별로 뗏목을 타고 놀았다. 뗏목을 흔들고, 물에 풍덩 빠지고, 수영을 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계곡에 울려퍼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뗏목체험을 마친 학생들에게 호스를 통해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주며 계곡물을 씻게 해주었다. 당시는 아직 영국 참가자들도 떠나지 않았던 상태. 뗏목체험을 마치고 나온 영국 학생 대원들은 “계곡이 너무 아름답다” “재밌다” “새만금 야영지는 너무 더웠는데, 이곳은 너무 시원하다”라며 ‘원더풀(Wonderful), 뷰티풀(Beautiful), 퍼니(funny)’를 연발했다. 전북 부안 내소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염주알을 실에 꿰어 손목 팔찌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절을 해보고, 명상도 체험해보는 과정을 즐겼다. K푸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염전으로 유명한 부안의 곰소 젓갈 발효식품 센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곰소 젓갈을 활용한 김치담그기와 김치부침개 먹기를 하고 있었다. 체험 도중 강남스타일 음악이 나오자 학생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했다.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고추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부안청자박물관은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돼 학생들이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였다. 학생들은 청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난 뒤 도예를 체험했다. 직접 물레를 돌리기도 하고, 흙을 빚은 판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며 진지하게 체험에 임했다.부안영상테마파크는 영화 ‘왕의 남자’ ‘불멸의 이순신’ ‘변산’, 드라마 ‘킹덤’ ‘미스터선샤인’ 등을 촬영했던 명소. 학생들은 이 곳에서 한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과 강강수월래를 함께 하고, 씨름과 민속놀이를 즐겼다. 자원봉사자들은 학생들을 위해 호스로 수시로 물을 뿌려주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 해보니 날씨에 대해선 영국 학생들은 “새만금 영지는 너무 덥다. 그러나 야외 활동을 다니는 것은 시원하고 좋다”고 대답했다. 일본에서 온 참가자는 “여름날씨로는 일본이 더 덥고 습도가 높다”는 반응이었다. 이밖에도 스카우트대원들은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유적과 고창 고인돌 유적 역사 기행, 전주한옥마을과 완주BTS로드 등 한류 문화 체험, 군산 선유도 집라인과 고창 갯벌 체험, 임실 치즈테마파크 슬로 투어 등 전라북도 각지에서 한국문화를 체험 중이다. 6일 새만금 영지내에서 예정된 K팝 콘서트는 일단 취소됐다. 영지 내에서 대규모로 모이는 것은 아무래도 장소도 좁고, 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K팝 콘서트는 대회장을 떠난 영국, 미국 학생들도 참가하지 못해 매우 아쉬워했을 정도로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던 만큼, 새만금 야영지 보다는 제대로 시설을 갖춘 운동장이나 실내 공연장으로 분산해서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새만금 야영지 상황이다. 개영식 직후 초반의 혼란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물이 덜 빠진 갯벌에 텐트를 치고, 화장실 청소도 불결하고, 식사도 문제가 발생했다. 대회 조직위 측은 “8000명 오기로 했던 자원봉사자들 중 2000명이 오지 않아 인력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조직위 측에서 화장실을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청소하는 것으로 업체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일반 업무용 건물의 화장실 청소처럼 생각했던 탓이다. 잼버리 대회 특성상 저녁시간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24시간 이용하는데, 오후 6시 이후로는 청소가 이뤄지지 않아 밤부터 아침까지 화장실이 불결해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부안군청 공무원들이 동원돼 화장실 청소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는 청소업체 상주인력을 늘려, 1시간 단위로 청소하는 것으로 바꾼 뒤에는, 문제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뒤늦게나마 새만금 야영지의 질서는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야영지에서 학생들과 함께 야영을 하고 있는 김관영 전북지사는 “새만금 야영지는 해가 지면 좀 선선해지는데, 밤에는 텐트에서 한기를 느껴 이불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낮의 폭염을 피하는 것. 영지내 활동은 폐쇄하고, 산과 계곡, 박물관과 전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외활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참가자 중 새만금 영지를 벗어나 야외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하루 약 1만 2000여 명 규모.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의 참가자 5000여 명이 대회장을 떠났지만, 모든 참가자가 야외 활동에 참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5일 잼버리 대회 참가국 대표자들이 회의한 결과 ‘새만금 잼버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K문화를 체험하는 영외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계종은 전국의 사찰을 잼버리 대원들의 템플스테이 장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부산에서는 1만 명 규모의 학생들의 야외 체험을 지원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전도 벌이기로 했다. 속초, 충청도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전라북도가 낮시간대 모든 학생들의 영외활동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난 만큼, 개최지로서의 프리미엄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전북은 버스를 타면 쉽게 타 시도로 이동할 수 있어 전국의 지자체가 함께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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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뉴질랜드 스카이파우치 프로모션

    에어뉴질랜드는 31일 하루 동안 ‘스카이카우치’ 좌석 지정을 천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이 프로모션은 일반석 왕복 항공권을 신규 예약 및 구매한 승객에게 적용되며, 여행 기간은 2023년 8월 1일부터 2023년 12월 7일까지이다. 인천-오클랜드 직항 항공편만 해당하며, 2인 혹은 소아를 포함한 3인 항공권 구매 시 편도 당 1,000원의 추가 요금만 지불하면 일반석 ‘스카이카우치’를 구매할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의 특별한 좌석인 이코노미 스카이카우치는 이코노미 3개 좌석의 다리 받침대를 올려서 넓고 평평한 소파처럼 만들어, 일반석에 럭셔리함을 추가한 실속있는 옵션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성인 2명도 편하게 누울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또 31일까지 인천 직항편의 특가를 진행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관문 오클랜드를 비롯하여, 인기 도시 퀸스타운, 크라이스처치, 타우랑가 등 뉴질랜드 모든 도시를 오클랜드와 동일한 운임으로 예약할 수 있다. 일반 운임에서 최대 32%까지 할인된 특가는 이번 스카이카우치 프로모션과 함께 이용 가능하다. 에어뉴질랜드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기종으로 ‘인천-오클랜드’ 간 직항편을 주 3회(월/목/토) 운항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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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입구에는 대형 인물 조각상이 서 있다. 은빛 덩어리인 DDP와 황금빛으로 빛나는 8m 높이의 대형 인체 조형물은 은근 잘 어울린다. 원로 조각가 김영원(전 홍익대 조소과 교수)의 ‘그림자의 그림자-길’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지나면 구불구불한 건물 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미래로’가 나온다. 우주선을 타고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은 DDP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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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강에서 수영을? 파리 도심은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신 중[전승훈의 아트로드]

    내년 제33회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프랑스 파리는 현재 공사 중이다. 2019년 불이 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거대한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과 카루젤 개선문에도 가림막을 쳐놓은 채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7월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과패럴림픽의 주요 경기가 바로 파리의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딱 1년 앞두고 경기장으로 쓰일 파리의 유서깊은 랜드마크를 돌아보았다.●센강에서 개막식과 수영 경기를내년 파리 올림픽의 중심은 센강이다. 센강 변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는 임시 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들 계단에 앉아 보수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파리 올림픽은 기상천외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160여 척의 배들이 각국 대표 선수단을 태우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수상행진을 벌인다.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배가 파리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 곡예사, 댄서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무료로 개회식을 지켜보는 사상 최대의 올림픽 개막식이다.파리시는 수천억원의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대신, 파리 도심에 랜드마크 건물 앞에 임시 경기장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에펠탑 아래 마르스 광장에는 1만2860석 규모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들어선다. 파리 군사학교(에콜밀리테르) 건너편에는 유도와 레슬링 경기장이 들어서고,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북쪽의 잔디 공원에선 한국의 태극 궁사들이 금빛 과녁을 겨눌 예정이다.센강에서는 야외 수영대회도 열린다. 그랑팔레와 앵발리드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무대다. 황금빛 날개달린 페가수스 상이 서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곳. 이 다리 밑에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의 수영경기가 펼쳐진다. 110명의 남녀 선수들은 센강 1.5km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 구간까지 7바퀴(총 40km)를 달리고, 마라톤 10km를 달려 다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골인하게 된다. 1923년 수질 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0년 만에 다시 공식 수영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난 7년간 14억 유로(약 2조원)을 들여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고, 폐수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작업을 펼쳐왔다. 과연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해진다.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는 1900년 파리 박람회 당시 전시관으로 쓰였던 건물. 에펠탑처럼 철골구조물로 된 천정에 유리를 끼운 당시로선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던 이 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진다.마라톤 경기코스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 관광코스와 일치한다. 파리시청인 ‘오텔 드 빌’에서 출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됐던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을 거쳐 베르사유궁전을 찍고 앵발리드에 도착하는 코스다. 17세기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도 펼쳐진다. 베르사유 운하 옆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공원을 연결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올림픽 기간 중 어반 스포츠의 주무대로 탈바꿈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피의 광장이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케이트 보드부터 BMX프리스타일, 3X3 농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까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젊고 새로운 스포츠의 무대로 바뀐다.프랑스 파리는 1855년부터 1937년 사이에 8차례의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324m의 에펠탑(1889년) 등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파리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움을 TV생중계를 통해 전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백화점, 미술관으로 복원된 옛 건축물올림픽을 앞둔 파리에서는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명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파리 1구 퐁피두센터 근처인 레알 지역에 있는 ‘라 부르스 드 꼬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의 옛 유적을 현대적인 감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주는지를 보여준다.로마의 판테온처럼 돔과 돌로 지어진 건물은 원래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집 온 카트린 드 메디치 왕비의 저택이었다. 18세기에는 곡물거래소, 19세기에는 원자재 상품거래소, 20세기에는 파리 상공회의소로 쓰이기도 했다.밀과 같은 곡물을 저장하기 위해 강철구조물과 유리로 만든 돔과 넓은 내부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은 3년간의 공사 끝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 명품 브랜드 구찌, 프렝탕 백화점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와 피노(케어링 그룹 대표)의 5000여 점에 이르는 근현대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리모델링을 맡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역사적인 건물 내부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높이 10m, 직경 30m의 원통모양의 구조물을 집어 넣는 실험적 디자인을 감행했다.원통모양의 구조물 내벽은 자연스럽게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외벽엔 계단이 설치돼 5층 높이의 각 층의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천정까지 올라가면 돔 유리창 밑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1889년 화가 알렉시스 조제프 마제롤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러시아 등 전세계의 민속과 무역의 현장을 그린 그림은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를 담은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파리 센강에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 네프 앞에 있는 사마리텐(Samaritaine) 백화점도 15년 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150여 년전에 지어진 아르데코, 아르누보 양식의 기둥과 손잡이, 천장의 벽화까지 하나하나 원래대로 복원을 끝낸 것이다.2005년 붕괴위험이라는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폐점된 지 15년 만이었다. 이 백화점을 인수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백화점 문을 닫고 1조원 가량을 쏟아부어 대규모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아르누보 양식의 명작으로 꼽히는 5층 유리 천정 밑 공작새 프레스코화와 파사드를 비롯해 철제 기둥을 리벳으로 연결한 에펠 구조물, 계단과 문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세심하게 복원됐다. 총 280개 업체와 30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리노베이션 작업이었다.또한 기존 건물 옆에는 우아한 파도처럼 물결치는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인 리볼리(Rivoli)관도 새롭게 공개됐다.수백년 전의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 근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복원해내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백화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5층에 올라가 보아주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아르누보 양식 유리 지붕과 공작새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1970년대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는데, 관광객의 동영상을 촬영해 광고에 합성해주는 코너도 있다. 킹콩의 손에서 붙잡힌 사람이 몸을 흔들며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기념영상을 얻는 비결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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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막식 열리는 센강에서 수영을… 파리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신 중[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내년 제33회 여름올림픽을 치르는 프랑스 파리는 현재 공사 중이다. 2019년 불이 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거대한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과 카루젤 개선문에도 가림막을 쳐놓은 채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주요 경기가 바로 파리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딱 1년 앞두고 경기장으로 쓰일 파리의 유서 깊은 랜드마크를 돌아보았다.● 센강에서 개막식과 수영 경기를내년 파리 올림픽의 중심은 센강이다. 센강 변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는 임시 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이 계단에 앉아 보수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파리 올림픽은 기상천외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160여 척의 배가 각국 대표 선수단을 태우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수상 행진을 벌인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배가 파리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 곡예사, 댄서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무료로 개회식을 지켜보는 사상 최대의 올림픽 개막식이다. 파리시는 수천억 원의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대신 파리 도심 랜드마크 건물 앞에 임시 경기장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에펠탑 아래 샹드마르스 광장에는 1만2860석 규모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들어선다. 파리 군사학교(에콜 밀리테르) 건너편에는 유도와 레슬링 경기장이 들어서고,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북쪽의 잔디 공원에선 한국의 태극 궁사들이 금빛 과녁을 겨눌 예정이다. 센강에서는 야외 수영대회도 열린다. 그랑팔레와 앵발리드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무대다. 황금빛 날개가 달린 페가수스상이 서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곳. 이 다리 밑에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의 수영 경기가 펼쳐진다. 110명의 남녀 선수들은 센강 1.5km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 구간까지 7바퀴(총 40km)를 달리고, 마라톤 10km를 달려 다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골인하게 된다. 1923년 수질 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0년 만에 다시 공식 수영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난 7년간 14억 유로(약 2조 원)를 들여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고, 폐수 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펼쳐 왔다. 과연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는 1900년 파리 박람회 당시 전시관으로 쓰였던 건물. 에펠탑처럼 철골 구조물로 된 천장에 유리를 끼운, 당시로선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던 이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진다. 마라톤 경기 코스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 관광코스와 일치한다. 파리시청인 ‘오텔 드빌’에서 출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됐던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을 거쳐 베르사유 궁전을 찍고 앵발리드에 도착하는 코스다. 17세기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도 펼쳐진다. 베르사유 운하 옆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공원을 연결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올림픽 기간에 어반 스포츠의 주무대로 탈바꿈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피의 광장이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부터 BMX프리스타일, 3×3 농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까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젊고 새로운 스포츠의 무대로 바뀐다. 프랑스 파리는 1855년부터 1937년 사이에 8차례의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324m의 에펠탑(1889년) 등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파리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움을 TV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 백화점, 미술관으로 복원된 옛 건축물올림픽을 앞둔 파리에서는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명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파리 1구 퐁피두센터 근처인 레알 지역에 있는 ‘라 부르스 드 코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의 옛 유적을 현대적인 감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주는지를 보여준다. 로마의 판테온처럼 돔과 돌로 지어진 건물은 원래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집온 카트린 드메디시스 왕비의 저택이었다. 18세기에는 곡물거래소, 19세기에는 원자재 상품거래소, 20세기에는 파리 상공회의소로 쓰이기도 했다. 밀과 같은 곡물을 저장하기 위해 강철 구조물과 유리로 만든 돔과 넓은 내부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은 3년간의 공사 끝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 명품 브랜드 구치, 프랭탕 백화점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아 피노(케링 그룹 대표)의 5000여 점에 이르는 근현대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리모델링을 맡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역사적인 건물 내부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높이 10m, 지름 30m의 원통 모양의 구조물을 집어 넣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감행했다. 원통 모양의 구조물 내벽은 자연스럽게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외벽엔 계단이 설치돼 5층 높이의 각 층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천장까지 올라가면 돔 유리창 밑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1889년 화가 알렉시조제프 마즈롤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러시아 등 전 세계의 민속과 무역의 현장을 그린 그림은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를 담은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 파리 센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뇌프 앞에 있는 사마리텐 백화점도 15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150여 년 전에 지어진 아르데코, 아르누보 양식의 기둥과 손잡이, 천장의 벽화까지 하나하나 원래대로 복원을 끝낸 것이다. 2005년 붕괴 위험이라는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폐점된 지 15년 만이었다. 이 백화점을 인수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는 백화점 문을 닫고 1조 원가량을 쏟아부어 대규모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아르누보 양식의 명작으로 꼽히는 5층 유리 천장 밑 공작새 프레스코화와 파사드를 비롯해 철제 기둥을 리벳으로 연결한 에펠 구조물, 계단과 문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세심하게 복원했다. 총 280개 업체와 30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리노베이션 작업이었다. 또한 기존 건물 옆에는 우아한 파도처럼 물결치는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인 리볼리관도 새롭게 공개됐다. 수백 년 전의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 근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복원해 내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백화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5층에 올라가 보아주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아르누보 양식 유리 지붕과 공작새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1970년대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는데, 관광객의 동영상을 촬영해 광고에 합성해 주는 코너도 있다. 킹콩의 손에 붙잡힌 사람이 몸을 흔들며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기념 영상을 얻는 비결이다. 파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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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오륙도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조용필의 노래에 나오는 오륙도(五六島)는 부산항을 드나드는 각종 배들이 반드시 지나야 하기 때문에 부산의 상징이다. 오륙도는 용호동 앞바다에 솟아있는 6개의 바위섬이다.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에 “오륙도는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라고 이름의 유래가 설명돼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 오륙도 위에 짙은 구름이 끼어 더욱 신비스럽게 보였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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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고교생이 크루즈 여행객을 열렬히 환영하는 이유[전승훈의 아트로드]

    지난달 부산항에서 출발해 일본 규슈지방을 다녀오는 3박4일짜리 크루즈선 여행을 했다. 나가사키와 구마모토에서 각각 하루씩 기항을 하고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나가사키는 1571년에 포르투갈선이 처음 입항했던 항구로, 쇄국정책을 펼치던 에도시대 때 유일하게 외국에 개방한 도시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서양인들의 주거지였던 글로버가든, 유황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운젠지옥계곡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구마모토에서는 가토 기요마사의 성으로도 유명한 구마모토성과 수전사 공원 등이 관광 포인트다. 기항지 항구에 내려서 자유롭게 시내를 도보로 걸으면서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고, 관광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점심식사가 포함된 패키지 여행을 하기도 한다. 나가사키 항구에 배가 정착하니 유서깊은 서양식 석조건물과 근대적인 항구도시 유적이 어우러져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가운데 크루즈선에서 입국수속을 끝내고 관광버스를 타러 가는데, 일본의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 연주자들이 환영의 음악을 연주했다. 보라색 의상을 입은 남자는 북을 치면서 쇠를 울리고,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은 피리와 나팔, 서양의 관악기까지 불어가며 나긋나긋한 음조의 노래를 연주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온 크루즈 관광객들을 향해 “안녕하세요~” “곤니치와~”하며 손을 흔든다. 비가 오는 날에도 밝게 웃으며 연주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인사성이 밝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가사키 관광을 마치고 오후 5시경 다시 크루즈선인 코스타세레나호로 돌아오는 데 이번에는 현지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마중나왔다.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의 앞 마당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수십명이 트럼펫, 호른, 트럼본 등 금관악기와 팀파니, 드럼, 베이스 등 타악기와 전자악기를 갖춘 밴드를 형성해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고교생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커다란 깃발을 휘두르며 춤을 추고,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뮤지컬 음악과 팝송까지 연주하며 흥겹게 율동을 선보였다. 크루즈 승객들은 객실 창문 발코니에서, 갑판 위에서 일본 고교생들의 공연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드는 의문. 고등학생 밴드들까지 동원해서 왜 이렇게 친절하게 환영을 해주는거지? 다음날 구마모토에 기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하선할 때는 현지 주민 수십명이 나와서 구마모토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곰돌이 ‘구마몽’ 인형을 흔들며 승객들을 환영했다. 또한 오후에 관광을 마치고 다시 크루즈선에 승선하러 왔을 때도 어김없이 동네주민들로 구성된 20여 명의 관악 오케스트라가 ‘뿜뿜~ 빵빵~’하는 소리를 내며 환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크루즈선이 기항하는 일본의 지자체와 항구도시의 주민들은 왜 이렇게 크루즈 승객들을 극진히 환영의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크루즈의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기항지에 내린 승객들은 적게는 200~3000명, 많게는 5000명이 넘는 승객이 동시에 내려서 5~7시간 동안 짧고 굵게 돈을 쓰고 간다. 크루즈선 1대가 기항지에 입항하면 승객 200여 명이 타는 대형 비행기 10대 이상에 맞먹는 효과를 낳게 된다. 크루즈 승객들은 이름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만 관광하고 가는 것이 아니다. 나가사키, 구마모토의 관광코스 곳곳에는 면세점과 쇼핑센터가 활황이다. 크루즈의 특성상 공항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배에 오르기 전에 쇼핑센터에 들러 과자, 초콜릿, 사케, 위스키, 건강식품, 전자제품 등을 구입해 양손 가득 선물을 사서 배에 오른다. 또한 수천명의 기항지 관광객들은 시내 곳곳으로 퍼져 점심식사를 한다. 나가사키에서는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보고, 구마모토에서는 지역의 명물인 ‘말고기 스시’를 맛보는 것이다. 이렇게 크루즈선이 도착하면 그날 하루는 온 시내가 관광객들로 들썩들썩한다. 크루즈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평균 지출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들이 기항지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1인당 평균 700달러(약 90만원) 이상이다. 이는 비행기 등 다른 여행수단을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탐험 크루즈’로 불리는 초대형 크루즈를 이용해 여행하는 고객들은 기항지에서 1인당 평균 1500달러(약 195만원)를 소비하는 것을 집계됐다. 이 뿐 아니다. 세레나 코스타 크루즈선에서는 매일 3000여 명의 승객과 1400여 명의 승무원들이 식사를 해야 한다. 엄청난 양의 채소와 달걀, 닭고기, 생선 등의 식자재와 물, 전기와 연료가 필요하다. 크루즈선은 기항지에 들를 때마다 물과 식자재를 보충하고, 엔진에 들어가는 기름을 보충해야 한다. 또한 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기항지에 맡겨 처리해야 하기도 한다. 크루즈선이 기항지의 프로비저닝(식품, 음료 조달)을 맡는 전문 팀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지자체의 경우 관광수입 뿐 아니라 프로비저닝 수입이 지방경제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 인천, 속초, 여수, 제주, 서산 등 6개 지자체에서 크루즈선 입항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 국내 크루즈선 입국자는 2019년 한해에만 27만 명을 기록했지만,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크루즈선 입항 전면금지로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에서 크루즈 여행이 다시 본격화하자 아시아 시장에서도 각국 지자체들의 기항지를 선점하려는 유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아시에서는 현재 엔저를 타고 일본이 기항지로 가장 인기라고 한다. 대만~오키나와를 오가는 크루즈는 벌써 활황이고, 한국~일본~대만을 오가는 노선,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도 본격적인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 크루즈선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 제주, 인천, 속초, 여수, 서산 등 6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부산은 올 하반기 대형 국제크루즈선이 40여 차례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최근 국제크루즈 포럼을 열었다. 국제 크루즈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색다른 도시를 가고 싶어하므로, 한국의 K팝과 K드라마 열풍에 따라 한국의 항구도시에 대한 국제 크루즈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본 나가사키, 구마모토의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처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관광객을 맞아주는 친절함도 필요할 것 같다. ●크루즈 여행정보올해 여름과 가을 시즌에는 부산, 속초, 제주 등지에서 일본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가는 다양한 크루즈선이 출발한다. 겨울 시즌에는 따뜻한 홍해 크루즈가 인기다.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하는 코스다. 출발은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항공편으로 카이로로 이동한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체험한 뒤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여행을 시작한다. 요르단의 페트라와 알아카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이집트 룩소르 등지를 여행한다. 9만2000t 규모에 길이가 290m에 이르는 ‘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나가사키·구마모토=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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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시작된 크루즈 여행, 선내에서 100배 즐기는 방법[전승훈의 아트로드]

    크루즈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국내 크루즈 여행이 3년 8개월 만에 부산항, 속초항 등지에서 본격 시작됐다. 그런가하면 홍해와 지중해 등 해외 크루즈 여행 상품도 본격적으로 손님을 모집하고 있다. 크루즈는 배라기 보다는 바다 위에 떠나니는 거대한 리조트. 선내에서 숙식은 물론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은 가족과 친지, 동창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단체 여행의 백미다. ●크루즈 선내에서 100배 즐기기지난달 초 KTX 부산역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10분만에 도착하는 부산항국제여객선터미널. 1700여 명의 승객과 1400명의 승무원이 탄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라기 보다는 11층 높이의 호텔 수십채가 연결돼 있는 바다 위의 리조트를 연상케했다. 승객들이 승선 수속을 마치자 크루즈선은 부산항대교 아래를 미끄러지듯 통과하며 출항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크루즈 운항이 중단된지 3년8개월여 만에 다시 시작된 국내 항구에서 출발하는 전세 크루즈선 여행이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이 배는 일본 규슈(九州) 지방의 나가사키(長崎)와 구마모토(熊本)에서 기항지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3박4일짜리 코스였다. 크루즈 여행의 특징은 직접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관광지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숙소를 고르고,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갑판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깅을 하고, 밤에는 달과 별을 구경하기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야외 수영장에서 설치돼 있는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물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크루즈 여행에 온 사람들은 부모님 환갑, 칠순을 맞아 형제, 자매가족끼리 온 사람도 있고, 동창회와 향우회, 동호회원들끼리 단체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았다. 세 형제가 가족들과 함께 여행 온 김현수 씨(52)는 “가족끼리 여행을 해봤어도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 배를 타고 여유있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묘미”라고 말했다. 11만4500톤 급의 코스타세레나호는 전장이 289.6m. 최대 3617명의 승객에 1200여 명의 스태프를 포함해 최대 480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배 안에는 대극장과 카지노, 면세점, 마사지숍, 8개의 수영장과 자쿠지, 8개의 레스토랑과 스낵바, 10개의 바와 라운지가 있는 거대한 리조트다. 특히 승객들이 기항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시간부터 선내에서의 이벤트는 하이라이트를 맞는다. 승객들은 선내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인 정찬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저녁을 먹을 즈음, 배는 벌써부터 출항을 시작한다. 내일 새로운 기항지 관광을 할 도시로 밤새 이동하기 위해서다. 저녁을 먹자마자 배가 떠나는 이유는 또 있다. 항구에서 벗어나 공해상으로 배가 나가게 되면 면세점과 카지노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기항지 국가와 맺은 협약 때문에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 있을 때에는 면세점과 카지노는 문을 열 수 없다. 크루즈 안의 면세점에는 보석, 시계, 화장품, 가방 등 럭셔리한 브랜드 제품 쇼핑객으로 가득찬다. 이슬람국가를 여행할 때 가장 큰 제약은 술을 마시는 걸 금지하거나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의 이슬람국가들을 여행하는 홍해크루즈의 경우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는 술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러나 공해상으로 배가 빠져나오면 해당 국가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술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연과 댄스, 타로점이 있는 파티크루즈 선에서 저녁을 먹고 쇼핑까지 마쳤다면, 이제는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 입을 차례다. 부산항에서 출발해서 일본 규슈 지역을 다녀오는 크루즈선이라 승객의 90% 이상이 한국인 관광객들인 전세 크루즈선이었음에도, 저녁시간 대 수많은 여성들이 세련된 드레스 차림으로 갈아 입고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성들은 아직까지 아웃도어 차림으로 저녁 파티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여성들은 미리 이브닝 드레스를 준비해 와 파티 분위기를 한껏 냈다. 저녁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대극장이다. 3,4,5층까지 이어지는 대극장에서는 매일 밤 오후 8시반부터 1시간 가량 메인 공연이 펼쳐진다.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 남녀 무용수들이 펼치는 아크로바틱 댄스, 서커스와 마술, 뮤지컬과 콘서트 공연에 사람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날에는 이탈리아인 선장과 스태프들이 샴페인잔을 들고 승객들에게 환송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파티를 연다. 대극장 공연이 끝나면 크루즈선 곳곳에서 파티가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전국에서 온 라틴 댄스동호회 회원들이었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회원들은 메인 홀 에서 자리를 잡았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출신 악단이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왈츠부터 바차타, 탱고까지 날아갈 듯 가볍게 댄스를 선보였다. “라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크루즈 선에서 춤을 추는 것은 평생의 로망입니다. 취미로 댄스를 배우던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선상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은 가슴 벅찬 순간이죠. 언젠가 크루즈선에서 춤을 추기 위해 댄스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임상용 씨는 10여 년 전부터 동호회원들과 함께 지중해, 북유럽, 알래스카, 멕시코 등을 다녀오는 크루즈 여행을 주최해왔다고 한다. 그는 서양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지중해, 홍해, 유럽과 미주의 장거리 크루즈선에서는 밤마다 댄스파티가 열리기 때문에, 크루즈 관광객에게 춤추기 능력은 여행의 기본적인 준비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댄스 동호회원들과 함께 여행하다보면 외국인들과도 댄스로 교류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여행은 더욱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선상의 다른 쪽의 무대에서는 부산에서 온 노래강사가 이끌고 온 동호회원 40~50명이 노래자랑 대회를 열었다. 그런가 하면 한쪽 테이블에는 ‘타로와 함께 하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타로 동호회원들이 승객들에게 1만원을 받고 상담을 해주며 함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기자도 타로 점이 처음이라 한번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양력생일로 별자리를 찾고, 카드를 3장을 뽑았다. 우연히 뽑은 카드에 나온 그림들이 현재의 내가 처한 상황과 묘하게 연결되고, 특히 마지막 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실마리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아 신기했다. 타로카드는 미래의 운세를 점친다기 보다는, 현재의 내 고민을 들어주고 잘 설명해주는 심리상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끼리 크루즈 여행을 왔다면? 갑판부터 수영장 주변, 홀 곳곳에 있는 바를 돌며 한 잔씩 하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 한 잔 한 잔 주문할 경우 맥주와 와인, 위스키 한잔이 5달러 정도하지만, 35달러 정도를 내면 3박4일간 음료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젊은 승객들도 디스코텍이나 바에서 밤늦게까지 모임을 가지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힐링의 크루즈 여행크루즈선에서는 이렇게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밤에 출발해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아침, 기항지 관광이 없을 때에는 선내 곳곳에서는 요가 레슨과 건강한 걸음걸이, 전문의와 함께 하는 건강강좌가 펼쳐진다. 또한 부동산 전문가가 해설해주는 부동산 투자 특강도 펼쳐지기도 한다. 이렇게 오늘 선내에서 어떤 파티와 공연, 강좌 등 이벤트가 열리는지 알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객실 문 앞에 꽂히는 ‘크루즈 신문’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참석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밑줄 쫙~. 크루즈 여행을 홀로 왔거나 커플끼리만 와서 서먹서먹하다면? 이들을 위해 분위기를 띄워주고, 주변과 함께 어울리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애니메이터(Animator)’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인도시아, 필리핀,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다국적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메인 로비에서 환영파티 때 춤을 추기도 하고, 밤마다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 입고 승객들과 사진을 찍어준다. 애니메이터 중에는 어린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사람들도 있다. 낮에 기항지 관광에 가지 못하는 유아나, 저녁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은 전용공간에서 게임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유아 전용풀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크루즈 선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사우나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폴, 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크루즈 여행을 확대해온 코스타세레나호는 9층과 10층에 대형 스파시설을 갖추고 있다.바다를 바라보며 실내자전거와 러닝머신을 탈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 옆에는 대형 자쿠지 풀이 있고, 일본식, 중국식 건식사우나 시설과 핀란드식 습식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타일이 붙어 있는 따뜻한 돌로 된 릴렉스 의자에 누워서 가운을 입고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데, 유리창을 통해 바다에 떠 있는 섬들 사이로 햇살이 부서진다. 마사지의 경우에는 1회 받는데 200달러 가량하기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다. 그런데 사우나는 사흘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99달러다. 객실의 샤워실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호텔보다는 좁은 부스에서 간단히 샤워를 해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사우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끊은 후로 크루즈에서의 삶이 달라졌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사우나로 달려간다. 바다를 바라보며 피트니스센터에서 러닝머신으로 간단하게 몸을 푼다. 물론 본격적인 운동을 하고자 함은 아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런닝머신을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기항지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돌아온 후에도 바로 사우나로 향한다. 여행의 피로를 넓은 자쿠지 풀에서 수압으로 근육마사지로 풀어낸다. 하얀색 수건으로 된 가운을 입고 사우나에 가서 따뜻한 타일이 붙어 있는 돌의자에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스르르 감기는 눈. 적당히 따뜻한 온도에 땀이난다. 한층 더 올라가면 마사지실 밖으로는 카페처럼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다. 티백에 담긴 녹차와 홍차, 꽃차 중에 하나를 골라 컵에 뜨거운 물을 따르고 차를 우려낸다. 릴렉스 의자 위에서 발을 뻗고 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신다. 크루즈 여행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힐링의 순간이었다. ●크루즈 여행정보올해 여름과 가을시즌에는 부산, 속초, 제주 등지에서 일본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대만 타이페이 등으로 가는 다양한 크루즈가 출발한다. 겨울시즌에는 따뜻한 홍해 크루즈가 인기다. 11월24일, 12월8,22일, 내년 1월26일 등 4차례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3개국을 10일간 여행하는 코스다. 항공편 카이로로 이동한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체험한 뒤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여행을 시작한다. 요르단의 페트라와 알아카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이집트 룩소르 등지를 여행한다. 9만2000톤 규모에 길이 290m에 이르는 ‘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나가사키·구마모토=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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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상에서 감상하는 일출… 다시 시작된 크루즈 여행[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크루즈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국내 크루즈 여행이 3년 8개월 만에 부산항, 속초항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런가 하면 홍해와 지중해 등 해외 크루즈 여행 상품도 본격적으로 손님을 모집하고 있다. 크루즈선은 배라기보다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거대한 리조트다. 숙식은 물론이고 화려한 이벤트가 가득한 크루즈 여행은 가족과 친지, 동창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단체 여행의 꽃이다. ● 크루즈 선상에서 댄스를 지난달 초 KTX 부산역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10분 만에 도착하는 부산항국제여객선터미널. 1700여 명의 승객과 1400명의 승무원이 탄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라기보다는 11층 높이의 호텔 수십 채가 연결돼 있는 바다 위의 리조트를 연상케 했다. 승객들이 승선 수속을 마치자 크루즈선은 부산항대교 아래를 미끄러지듯 통과하며 출항했다. 코로나19로 크루즈선 운항이 중단된 지 3년 8개월여 만에 다시 시작된, 국내 항구에서 출발하는 전세 크루즈선 여행이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이 배는 일본 규슈(九州) 지방의 나가사키(長崎)와 구마모토(熊本)에서 기항지 여행을 하고 되돌아오는 3박 4일짜리 코스였다. 크루즈 여행의 특징은 직접 운전하거나 대중 교통을 타고 관광지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숙소를 고르거나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갑판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깅을 하고, 밤에는 달과 별을 구경하기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선상 야외 수영장에서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물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크루즈 여행은 부모님 환갑이나 칠순을 맞아 형제 자매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있고, 동창회와 향우회, 동호회원들끼리 온 단체 여행객들이 많았다. 세 형제가 부양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온 김현수 씨(52)는 “가족끼리 여행을 해봤어도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배를 타고 여유롭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묘미”라고 말했다. 11만4500t급의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는 전장이 289.6m로 최대 3617명의 승객에 약 1200명의 스태프를 포함하면 최대 480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대극장과 카지노, 면세점, 마사지숍, 8개의 수영장과 자쿠지, 8개의 레스토랑과 스낵바, 10개의 바와 라운지가 있는 거대한 리조트다. 승객들이 기항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 선내에서는 멋진 하이라이트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와인 한잔을 곁들인 저녁을 먹을 즈음 배는 출항을 시작하는데, 다음 날 새로운 기항지 관광 도시로 밤새 이동하기 위해서다. 배가 항구를 벗어나면서 면세점과 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인 오후 8시 반에는 3, 4, 5층에 걸쳐 있는 대극장에서 화려한 뮤지컬, 서커스, 마술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선내 곳곳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도 파티가 이어진다. 남성들은 여전히 아웃도어 차림이 많은 반면에 여성들은 대부분 파티용 드레스를 챙겨 와 갈아입고 나온 모습이 놀라웠다. 그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온 라틴댄스 동호회 회원들. 이들은 필리핀 악단이 직접 연주하는 탱고, 바차타, 왈츠 음악에 맞춰 날아갈 듯 춤을 추었다. 10여 년 전부터 동호회원들과 함께 아시아뿐 아니라 지중해, 알래스카, 멕시코 등 크루즈 여행을 주최해온 임상용 씨는 “크루즈선에서 춤을 추는 것은 라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로망”이라며 “취미로 댄스를 배우던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선상 무대에서 춤을 추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말했다. 선상의 다른 쪽 무대에서는 부산의 노래강사가 이끌고 온 동호회원 40∼50명의 노래자랑 대회가 열렸다. 그런가 하면 한쪽 테이블에는 ‘타로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타로 동호회원들이 승객들에게 1만 원을 받고 상담을 해주며 함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이 밖에도 크루즈선에는 건강강좌와 요가클래스, 부동산 투자, 어린이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선내에서 오늘 어떤 파티와 공연, 강좌가 열리는지 알기 위해선 매일 아침 객실 문 앞에 꽂히는 ‘크루즈 신문’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크루즈선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을 꼽는다면? 단연 사우나였다. 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타일이 붙어 있는 릴랙스 의자에 누워 사우나를 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2개 층에 있는 사우나는 일본식, 중국풍 사우나, 핀란드식 습식사우나, 자쿠지 풀까지 다양하다. 마사지는 1회에 200달러 가까이 하지만, 사흘간 사우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는 99달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피로를 풀 수 있고, 바다가 보이는 넓은 카페 같은 공간에서 여유 있게 차를 마시는 것은 크루즈 여행 최고의 힐링 순간이었다. ● 크루즈 승객들에 대한 열렬한 환영부산항에서 출발한 크루즈선은 일본의 나가사키와 구마모토에서 각각 하루씩 기항지 관광을 한다. 나가사키는 1571년에 포르투갈선이 입항했던 항구로, 쇄국정책을 펼치던 에도시대 때 유일하게 해외에 개방한 도시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서양인들의 주거지였던 글로버가든, 유황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운젠지옥계곡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구마모토에서는 가토 기요마사의 성으로도 유명한 구마모토성이 관광 포인트다. 그런데 항구에서 승하선을 할 때 일본 현지인들의 열띤 환영·환송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나가사키 항구에 내릴 땐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전통 의상을 입은 연주자들이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며 환영의 음악을 연주하더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악단이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다음 날 구마모토에 기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승하선 시 구마모토시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곰돌이 ‘구마몬’ 인형과 깃발을 흔드는 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20여 명의 관악 오케스트라가 “뿜뿜∼ 빵빵∼” 환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크루즈선이 기항하는 일본의 지자체와 항구도시 주민들은 왜 승객들을 극진히 환대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크루즈의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크루즈선 1대가 기항지에 입항하면 2000∼3000여 명의 승객이 동시에 내려 식사와 쇼핑 등으로 돈을 쓰고 간다. 이는 200여 명이 탑승하는 대형 비행기 10대에 맞먹는 효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들이 기항지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1인당 평균 700달러(약 90만 원) 이상이다. 이는 비행기 등 다른 여행수단을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이뿐 아니다. 크루즈선은 기항지 항구에서 정박할 때마다 물과 식자재, 연료를 보충하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막대한 수입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 크루즈선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 인천, 속초, 여수, 제주, 서산 등 6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크루즈 여행 정보올해 여름과 가을 시즌에는 부산, 속초, 제주 등지에서 일본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가는 다양한 크루즈선이 출발한다. 겨울 시즌에는 따뜻한 홍해 크루즈가 인기다. 11월에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하는 코스다. 항공편으로 카이로로 이동한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체험한 뒤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 여행을시작한다. 요르단의 페트라와 아까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이집트 룩소르 등지를 여행한다. 9만2000t 규모에 길이가 290m에 이르는‘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출발은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문의는 크루즈여행닷컴.글·사진 나가사키·구마모토=전승훈 기자raphy@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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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중 마주치는 ‘바위에 새긴 불상’ 마애불 [전승훈의 아트로드]

    여행을 하다보면 숲이나 계곡, 바닷가에서 마애불(磨崖佛)을 심심찮게 만난다. 마애불은 바위에 새긴 불상이다. 절에 있는 불상이 목조나 철, 청동, 금동으로 조각돼 있거나 탱화로 그려져 있다. 절에 모셔진 불상은 엄격한 도상학적 의미에서 그려지기 때문에 손가락의 모양이나 눈빛, 미소, 의상까지 완벽한 비례와 형식미를 갖추고 있다.그러나 산속이나 바닷가 돌과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은 그렇지 않다. 절이 없는 깊은 산이나 동네 마을 뒷산에 마애불을 모시고, 백성들이 기도하는 민간신앙의 현장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애불의 부처님은 좀더 친숙한 우리네 한국인의 얼굴을 닮았고, 천진난만한 아기의 미소를 짓는 경우도 많다. 엄격한 부처님 대신에 생활 속에 가까이 하고 싶은 얼굴을 새겨넣어서인지도 모른다. 온갖 비바람과 눈보라, 뜨거운 햇볕과 같은 풍상을 겪으면서도 마애불은 우리 곁을 지켜왔다.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마애불의 거칠거칠한 질감은 박수근 화백의 화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화강암은 새기기도 어렵지 않기만, 보존도 잘 되는 편이어서 현재까지 수많은 마애불이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마애불은 기원전 2,3세기 인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아잔타, 에룰라 등 석굴사원의 입구나 주벽에 새겨져 있다. 탈레반이 파괴했던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산맥 절벽에 조성됐던 바미안 석불도 마애불이다. 마애불은 중국을 거쳐서 국내로도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7세기 백제에서부터 마애불이 시작됐다고 한다. 백제시대의 작품인 서산마애삼존불을 비롯해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28개나 된다. 경주 남산에는 마애불군이 있는데, 쓰러진 채 600년을 버틴 마애불의 오똑한 콧날이 땅과의 5cm의 틈사이로 보존돼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수묵화가 호림 남행연 작가가 평생 사랑해왔던 ‘마애불’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7월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루벤이다. “3년 전 전북 고창 선운사에 한 1주일간 머물 때, 매일 두번씩 도솔암에 올라가 마애불을 보고 왔어요.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서 만든 마애불의 크기가 어마어마했지요. 사람이 개미만해 보일 정도였어요. 도솔암에서 마애불을 만난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마애불의 존재가 내 가슴을 달구었습니다. 그래서 마애불을 그리게 됐고, 마애불과의 사랑이 시작됐습니다.”남 작가는 이후 전국의 마애불상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마애불이 있고, 보물로 지정된 마애불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온갖 풍상과 시련에도 당당하게 견뎌온 마애불을 수묵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붓에 먹물을 묻혀 수백 번, 수천 번의 점을 찍어 마애불의 화강암 질감을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해맑은 미소를 담아내야 했다. 그는 “하나하나 점을 찍어 마애불을 그리면서 내 자신이 돌처럼 단단해져 감을 느꼈다”며 “그것은 마애불이 견뎌온 긴 세월을 몸소 체험해보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남 작가의 마애불 그림을 보면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처럼 수많은 점들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심지어 먹물로 찍은 점 위에 돌가루와 호분(바닷가 모래사장의 굴, 대합 등 조개를 빻아 만든 흰색 안료)을 뿌려 마애불의 질감을 표현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운주사 석불, 내금강 삼존 마애불 창군,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좌상 등의 그림이 전시된다. 그 중에서도 경주 불국사 석굴암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본존불(국보 24호) 그림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경주 불국사 주지 스님의 배려로 저녁 노을 속 토굴에서 석굴암 부처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신라시대에 조성된 부처님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삼배를 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여행을 다니다보면 만날 수 있는 마애불 중에는 장난꾸러기처럼 해학적인 모습의 부처님도 있다. 사람 얼굴처럼 생긴 돌이나 바위 중에는 미륵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함께 답사를 다니는 지인 중에 전국에 있는 수령 수백년이 넘는 노거수를 찾아 답사하는 나무 전문가가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친구는 돌과 바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나무를 보러다니면서도, 마애불도 함께 챙겨보는 여행을 다닌다. 산과 들에 꽃도 피고, 나무도 자라고 있지만, 숨어 있는 마애불을 찾고 감상하는 일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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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한계령 휴게소

    강원 인제와 양양을 잇는 국도 44호선을 넘어가는 고개 정상의 ‘한계령 휴게소’는 드라이브할 때 꼭 들르는 명소다. ‘올림픽 주경기장’과 ‘공간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81년에 지은 작품이다. 설악산 능선을 따라 그대로 이어진 지붕선이 자연의 풍경에 녹아든다. 기암괴석 칠형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을 즐기며 먹는 황태해장국이 별미다. 또 16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드는 약차도 이 휴게소의 명물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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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활래정

    강원 강릉시 300년 전통의 한옥 선교장에 들어서면 초록 연잎들이 가득한 연못에 고풍스러운 정자 활래정(活來亭·사진)이 떠 있다. 7월이면 연꽃이 솟아올라 8월 중순쯤 절정을 이룬다. 1816년 지은 활래정은 주자의 시 ‘위유원두활수래(爲有源頭活水來)’에서 따왔다. 샘이 있어 맑은 물이 솟아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선교장 앞까지 호수여서 배를 타고 건너다녔기에 동네는 ‘배다리마을’로 불렸고 여기서 선교장(船橋莊)이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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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방스 햇살 품은 돌이 포도를 익히는 곳… 14세기 교황의 별장으로 타임슬립[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아비뇽에 교황청이 있던 14세기. 당시 아비뇽 교황청 궁전에는 67년간(1309~1377년) 7명의 교황이 재위했다. 대부분 프랑스인 출신의 교황들이었으니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에서 와인을 공수하기 보다는 가까운 지역에 새로운 포도밭을 만들어 와인을 마시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비뇽에서 론강을 건너 북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언덕 마을에 새롭게 생긴 교황이 마시는 전용 와인을 생산하던 마을이 ‘샤토 네프 뒤 파프’다. 론 지역을 대표하는 ‘샤토 네프 뒤 파프’(Chateau Neuf du Pape)는 교황(Pape)의 새로운(Neuf) 성(Chateau)이라는 뜻이다. 아비뇽 교황청 자체도 로마 바티칸과 다른 새로운 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성은 아비뇽에서 두번째 탄생한 교황인 요한 22세가 여름 별장으로 지은 궁전이었다. 아비뇽 교황청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인 셈이다. 렌터카를 타고 ‘샤토 네프 뒤 파프’ 주차장을 찾아가니 반쯤 부서진 벽돌로 쌓인 거대한 문이 나온다. 폐허가 된 문을 차를 타고 통과하니 언덕 위에 넓은 포도밭이 나타난다. 저 멀리 론강 유역부터 360도의 평야지대가 보이는 전망이 탁월한 그림같은 포도밭이다. 절반쯤 무너져 내린 샤토 네프 뒤 파프 성 앞에서 난 마리 조제 씨(오랑쥬-샤토네프뒤파프 관광사무소)는 손에 커다란 열쇠를 들고 있었다. 둥근 고리 끝에 요철 문양의 키가 달린 고색창연한 열쇠다. “철커덩!” 그녀는 굳게 잠긴 성문 열쇠구멍에 이 열쇠를 넣어 문을 열었다. 14세기로 교황의 별장 안으로 타임슬립을 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문을 열자 와인잔이 놓여 있는 넓은 연회장이 나타났다. 마리 조제 씨는 “이 성은 원래 4개의 탑과 연회장, 화려한 장식이 있는 방이 있는 건물이었다”며 “교황이 여름에 이 성에 올 때는 100~200여 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왔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성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이 점령군 사령부로 쓰다가 떠나면서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켰다. 그래서 북쪽 절반이 파괴된 채 텅빈 폐허로 남아 있다. 이 지역은 원래 포도주를 생산하던 마을이었지만 요한 22세 교황이 새로운 성을 지으면서부터 인근 포도밭에 본격적으로 최고급 품질의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샤토 네프 뒤 파프 와인은 ‘교황의 와인’으로 알려졌다. 샤토 네프 뒤 파프 지역의 포도밭을 걸어보니 밭에 감자만한 둥글둥글한 차돌이 가득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아비뇽으로 유유히 흘러 지중해로 가는 론강을 따라 알프스에서 쪼개진 돌들이 이곳에사 자갈 마당을 이뤄놓아 포도밭에도 온통 자갈 투성이다. 그런데 작은 몽돌이 아니라 전남 해남 보길도의 ‘공룡알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공용알이나 타조알 만큼 큼직한 차돌이었다. ‘갈레 훌레(Gallet Roulet)’라고 불리는 이 돌들은 낮에 프로방스의 강렬한 햇볕에서 받은 열기를 해가 지고 난 후 한밤까지도 유지하며, 반사열을 나무에 전달한다고 한다. 이렇듯 샤토네프 뒤 파프는 돌멩이가 포도를 익히는 특이한 토양이 개성이다. 샤토 네프 뒤 파프 와인의 깨끗하면서도 강렬한 맛의 비밀이 담긴 테루아(Terroir)인 셈이다. 샤토 네프 뒤 파프는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시라 등 13가지 현지 토착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든다. 성 밑 마을의 중앙 광장 부근에 있는 ‘라 비나데아’(La ViNADEA)에서는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 페구(Domain du Pegau), 클로 생 장(Clos St. Jean) 등 샤토 네프 뒤 파프 지역의 다양한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있다. 대표 와이너리 중 하나인 도멘 페구의 이름은 교황 궁전 유적 발굴 중 발견된 와인용 항아리를 따서 만든 것이라 한다. ‘페구(Pegau)’는 14세기부터 내려온 테라코타 와인 저그(손잡이가 담긴 항아리)다. 샤토 네프 뒤 파프 와인에는 화이트도 있지만 95%가 레드 와인이며 로제는 만들지 않는다. 비나데아(VINADEA) 직원 엘자 씨는 “인근 타벨(Tavel) 지역에서 레드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대신, 로제 와인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샤토 네프 뒤 파프는 로제를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샤토 네프 뒤 파프 지역의 최고급 와인은 전통있는 가문이 세대를 거쳐 생산하고 있다. 언덕 위 교황의 성채가 보이는 포도밭이 있는 ‘샤토 드 라 가르딘(Chateau de la Gardine)’도 그 중 하나다. 본래 교황청 소유였다가 몇 년째 주인 없던 포도밭을 가스통 브루넬이 1945년 구입하면서 라 가르딘의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는 그의 아들인 파트리크와 손자 기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샤토 라 가르딘의 와인 저장창고 앞에는 목조로 만든 교황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이 와이너리에는 방문객을 위해 품격있게 장식된 별도의 방에 시음장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서 6종의 화이트와 레드와인을 맛을 보았다. 샤토 드라 가르딘의 와인병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다른 와인과는 다르다. 수제로 병을 만든 듯 병이 옆으로 살짝 눌리고, 병목도 약간 휘어진 비정형의 형태가 특이함을 자아낸다. 이 와이너리의 초창기 선조들의 얼굴과 이름을 넣은 ‘제네라시옹 가스통 필립(Gaston Philippe)’은 수령 60년 이상의 나무에서 수확한 그르나슈와 시라, 무르베드르를 블렌딩해서 만든다고 한다. 2003년 빈티지는 보르도 와인처럼 바디감이 강하면서도, 부르고뉴 와인처럼 부드럽고 깨끗한 맛과 긴 여운이 인상적이었다.또한 이 와이너리의 최고급 라벨 중에는 또 ‘임모텔(l’Immortelle)‘이라는 와인이 있다. Immortel은 프랑스어로 ’불멸‘이라는 뜻이다. “임모텔은 최고급 포도를 엄선해서 수작업으로 만든다. 매해 나오지 않으며, 최상급 품질의 포도가 나온 해에만 생산한다. 기계나 펌프보다는 완전 핸드메이드로 만든다. 포도가 와인으로 숙성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인공적인 손길을 없애고, 포도 자체를 존중한다. 임모텔은 우리가 와인을 만드는 방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기욤 브루넬)임모텔의 병을 장식하는 라벨은 다른 와인과 달리 매우 특이한 그림으로 돼 있다. 와인 메이커인 파트릭 브루넬 씨의 친구인 한 예술가가 그려준 그림이라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라벨을 선물해주었던 예술가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 이 와인의 이름은 영원한 친구를 기리는 마음에서 ‘불멸(L’Immortelle)‘로 지었다고 한다. “라벨에 보면 씨앗이 발아해서 꽃이 피고, 비가 오고 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요. 처음 이 와이너리를 인수했을 때 들판에 가득 피어있던 꽃을 그린 그림입니다. 포도도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고, 양조가 되는 것을 상징하는 라벨입니다.”론강 유역 덩텔르 드 몽미라 지역의 쉬제트 마을의 ‘페름 드 생 마르탱(Ferme de Saint Martin)’은 요즘 프랑스를 휩쓸고 있는 새로운 내츄럴 와인을 제조하는 와이너리다. 와인메이커인 소피 줄리앙 씨는 “오래 전부터 와인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황 등 화학물질을 전혀 넣지 않는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해왔다”며 “밭에서도 말을 이용해 물건을 옮기고, 염소가 잡초를 뜯어먹게 하는 농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대 로마의 도시, 오랑쥬샤토 네프 뒤 파프에서 북쪽으로 약 11km 떨어진 오랑주는 고대 로마 유적의 보고다. 기원전 52년부터 로마제국의 현재 프랑스(갈리아)로 와서 점령한 이후로 약 400여 년 동안 로마가 직접 통치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프랑스인(골루아인)들에게 건축과 도로, 수로, 와인 담그는 기술 등 다양한 문명을 전수하며 융화정책을 폈다. 오랑주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기원전 49년에 세워진 로마시대 개선문이다. 높이 18m, 폭 19m, 두께가 9m의 이 개선문은 세 개의 아치로 구성돼 있다. 앞 뒷면에는 카이사르의 전승을 기념하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 2000년이 훌쩍 넘은 오랑주 개선문은 아직도 당당하게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로마 황제의 전승을 알리고 있다. 개선문에서 빅토르 위고 거리를 계속 걸어가 구시가지를 지나면, 오랑주의 명물인 고대극장이 나타난다. 현대식 건물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보존상태가 좋은 거대한 돌벽이 인상적이다. 이 고대극장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때 지어진 것으로, 198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극장 주변에는 로마에 있는 포룸처럼 사원과 회당 등의 건물 유적지가 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반원형 계단과 무대가 있는 거대한 극장이 나타난다. ​​오랑주 시는 1950년 중앙벽면의 움푹 들어간 곳에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조각상을 다시 재건축함으로써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게 만들었다. 2000년이 넘은 요즘에도 공연이 벌어지는 살아 있는 극장이다. 매년 7~8월에 열리는 오랑주 오페라 페스티벌의 주요 무대다. 1869년에 시작된 오랑주 오페라 페스티벌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다. 약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원형 극장의 전면에는 두께 1.8m의 거대한 벽면이 있어 영상을 쏘아 무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야외 공간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놀랄만큼 명료한 소리를 낸다. 비밀은 바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부조상이 내려다보고 있는 무대 뒷편의 거대한 벽. 높이 38m, 가로 103m의 이 돌벽이 가수들의 노래를 효과적으로 반사시켜 객석 어디에서나 풍요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프로방스의 아를에서도 로마시대 검투사 경기장이 투우 경기와 오페라, 콘서트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오랑주의 고대극장도 오페라 뿐 아니라 록음악, EDM 등 다양한 현대 음악축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새삼 로마시대 건축의 위대함을 생각해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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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제와 와인, 교황의 도시 아비뇽[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10여 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새벽 4시쯤에 출발해 자동차를 타고 남부 도시 아비뇽까지 간 적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김밥에 컵라면을 먹어가며 쉬엄쉬엄 13~14시간을 달려 저녁 해질 무렵에 아비뇽에 도착했다. 아비뇽의 성채를 지나 교황청 밑 도심 지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광장으로 올라오니 거대한 고딕건물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마침 세계 최대의 연극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 이 열리던 7월이어서 교황청 앞 광장에서 밤늦게까지 현대무용과 마임 등 길거리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아비뇽 교황청 내부까지 들어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프로방스 취재길에 교황청에 들러 내부까지 꼼꼼히 둘러보았다. 아비뇽은 론 와인의 수도이자, 세계적인 축제의 도시이지만 세계사적으로는 ‘교황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중세 로마 교황권과 프랑스 왕권간의 충돌로 교회가 대분열하고 ‘아비뇽 유수’가 벌어진 현장이었던 아비뇽 교황청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비뇽 교황청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의 궁전’이라고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 그 말대로 아비뇽의 ‘팔레 데 파프(Palais des Popes, 교황의 궁전)’는 면적 1만5000㎡에 이르는 웅장하고 육중한 석조 건물이다. 성벽의 높이가 50m, 두께는 4m에 이른다. 뾰족한 탑과 망루가 세워진 성채가 그야말로 도시를 감싸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비뇽 교황청은 14세기 67년간(1309~1377년) 7명의 교황들이 살던 곳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병영으로 변모됐으며, 19세기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됐다. 그래서인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미술품으로 화려한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 비해 아비뇽 교황청 내부에는 남아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 당시 ‘성상 파괴 운동’의 피해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황청 옆에 있는 아비뇽 대성당 입구의 성상은 아직도 머리 부분이 부서진 채 그대로 있다. 프랑스 제11대 왕 필리프 4세(1268~1314) 때 당시 교황청은 교황권의 우위를 주장하면서 왕권과 대립했다. 필리프 왕은 교황의 양해 없이 프랑스 내의 교회에 ‘임시세‘를 부과했고, 이탈리아 로마 남동쪽 ‘아나니’에 있는 교황 보니파시오 8세를 급습해 3일 동안 투옥시켰다. 아나니는 보니파시오 교황의 탄생지며 별궁이 있던 곳이다. 교황은 시민들의 협력으로 구출됐으나 1년 후에 병사하고 만다. 아나니 사건 이후 왕권은 신장되고, 교황권은 쇠퇴하면서 교황청은 로마에서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기게 된다. 1305년 프랑스인 클레멘스 5세(1264~1314)가 교황이 된 이후로 교황청은 67년간 프랑스에 있게 된다. 아비뇽에 거주한 교황들은 클레멘스 5세에서 시작해 요한 12세, 베네딕토 12세, 클레멘스 6세, 이노센트 6세, 우르반 5세 그리고 그레고리오 11세까지 7대의 교황으로 이어지는데, 이로써 아비뇽은 제2의 로마로서 부각된다. 아비뇽 유수 시절 네번째 교황으로 재직했던 클레멘트 6세(재위 1342~1352)는 1348년 시칠리아 여왕으로부터 아비뇽을 사들여 교황청 궁전을 건축했다. 교황청 안으로 들어가면 대연회실을 비롯해 기도실, 예배실, 회랑, 회의실, 주방 등 20여 개가 넘는 방을 관람할 수 있다. 내부의 화려한 장식과 가구는 대부분 사라지고 없는 데, 입장할 때 주는 태블릿PC를 빈 벽에 비추면 중세시대 모습을 3D 증강현실 기술로 실감 나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교황의 예배당과 침실에는 13~14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 화가들의 프레스코화 그림이 벽에 남아 있고, 바닥의 모자이크 타일도 오랜 세월에 퇴색된 채 남아 있다. 성 마르샬, 성 요한, 대강당의 벽화는 이탈리아 화가 마테오 지오바네티의 프레스코화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교황의 침실 벽의 프레스코화는 하늘색 배경 위에 포도 덩굴과 떡갈나무 잎사귀 그림이 섬유의 텍스타일 디자인처럼 새겨져 있다. 식물 사이사이로 새와 다람쥐가 묘사돼 있는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빛이 들어오는 창문의 틀은 밖으로 갈 수록 좁게 만들어져 있어 원근법을 활용한 장식으로 보인다. 벽체의 아랫부분은 커튼모양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바티칸 교황청의 내부 방들 아랫부분이 명암과 원근법을 활용한 그림으로 장식돼 입체처럼 보이는 눈속임을 활용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교황의 방에서 나오면 클레멘트 6세의 서재인 ‘사슴의 방(Chambre de Cerf)’으로 연결되는 좁은 복도가 있다. 이 벽에는 1343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화가에 의해 그려진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눈길을 끈다. 자연의 농장 안에서 사냥과 낚시, 과일따기 등 전원 속 즐거움을 그린 그림이다. 연못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흰담비를 이용해 사냥을 하고, 허브, 꽃이 피어 있는 숲 속에서 과일을 따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이 방의 천정 밑에는 화려한 레임 밑으로 붉은색 배경에 낚시, 사냥, 동물들이 나오는 프리즈(frieze) 장식도 둘러싸고 있다. 교황청 벽화라면 바티칸의 ‘천치창조’나 ‘최후의 만찬’과 같은 성화를 떠올리는데, 아비뇽 교황청에는 전원 속에서 매우 세속적인 즐거움을 표현한 그림이 그려 있어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밖으로 나오면 교황의 정원이 펼쳐진다. 요한 22세, 베네딕트 12세, 클레멘스 6세, 우르비노 5세 교황은 분수와 나무, 꽃이 있는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었다고 한다. 요한 22세는 곰, 사자, 낙타, 멧돼지, 사슴, 토끼 등 방대한 동물을 우리에서 길렀고, 후계자들은 타조와 공작도 정원에서 보고 즐겼다고 한다. 베네딕트 12세는 정원에서 교황의 식탁에 오르는 채소를 기르게 했다고 한다. 양배추, 시금치, 양파, 콩, 가지, 단호박 등의 야채와 마조람, 보리약초, 파슬리, 황소반 등 의약용 약초도 길렀다고 한다. 아비뇽시는 옛 문헌을 참고해 베네딕토 12세와 클레멘스 6세의 상부 정원과, 우르바노 5세의 하부정원의 꽃과 나무, 분수 등을 복원하고 있다. 현재 정원에는 포도나무, 꽃, 채소, 향신료 허브 등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교황청의 지붕으로 올라가면 뾰족탑과 요철 문양의 성채, 활을 쏘는 십자가 모양의 틈 넘어 아비뇽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교황청 오른편에 12세기에 세워진 아비뇽 대성당(노트르담 데 돔)이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비뇽 대성당은 머리 꼭대기 돔 위에 4.5톤 무게의 황금빛 성모상이 햇빛에 비쳐 빛나고 있다.팔레 데 파프 광장의 한쪽에는 프티팔레 미술관이 있다. 아비뇽 유수 기간인 1320년에 지어진 옛 대주교의 궁전이었다. 현재 이곳은 보티첼리, 비토레 카르파초 등 13~16세기 이탈리아 종교화, 교황청 유물 등 뛰어난 종교 예술 컬렉션을 보유한 아비뇽의 대표 미술관 중 하나다.아비뇽 대성당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로쉐 데 돔 공원(Rocher des Doms)’이 나온다. 절벽으로 이뤄진 언덕 위에 만들어진 영국식 정원으로 아기자기한 연못도 있고, 인공 동굴도 있다. 공원의 정상 부근의 파노라믹 전망대에서는 붉은색 지붕이 모여 있는 아비뇽 시가지와 론 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둥근 탑 아래로 론강에 놓여 있는 생베네제교가 입체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언덕 위 전망대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오면 생베네제(Saint Benezet) 다리가 나온다. ‘아비뇽 다리 위에서’(Sur le Pont d‘Avignon)이라는 프랑스 민요로 유명한 다리다. 파리에서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쉬를 퐁 다비뇽 오니 덩스~, 오니 덩스~‘(아비뇽 다리 위에서 다함께 춤추자)하며 입에 달고 살던 동요였다. 아비뇽 페스티벌이 열릴 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만들며 춤을 추거나, 한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부르는 노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며 ’강강술래‘ 를 부르던 것과 같이 프랑스인들에게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다.생베네제 다리는 12세기 양치기 소년 베네제가 신의 계시를 받고 하나하나 돌을 쌓아 만들기 시작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베네제는 론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어야 한다는 강렬한 영감을 받고 계획을 실행하려 하지만 아비뇽 사람들은 비웃고 손가락질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베네자가 천사의 도움으로 서른 명의 장정들 힘으로도 들 수 없는 거대한 바위를 들어서 옮기는 종교적 기적을 보여주게 된다. 이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가 사람들은 다리 놓기에 참여하게 된다. 1177년에 시작된 대공사는 1185년에 마침내 완성된다. 베네제는 이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성인품을 받아 생(Saint) 베네제라 불리게 된다. 프랑스 아비뇽은 프로방스에 위치한 보클뤼즈의 중심이다. 알프스에서 발원해 지중해로 흘러드는 론 강이 아비뇽 생베네제 다리 밑으로 흐른다. 생베네제 다리는 원래 22개의 아치로 이뤄진 길이 920m의 다리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1226년 루이 8세가 아비뇽에 쳐들어온 전투 때 다리의 4분의 3이 파괴됐다. 이후 로마식 교각으로 겨우 재건했으나 17세기 초에 잦은 강의 범람과 홍수로 다리가 또 붕괴됐다. 현재는 4개의 아치만 남아 있다. 다리 중간 1,2층에는 생니콜라스 예배당과 생베네제 예배당이 있다. 강과 어부의 수호자인 성 니콜라스를 위한 예배당이자 천사의 계시를 받은 생베네제의 무덤이 있던 곳이다. 생베네제 다리가 끊긴 마지막 지점에 가면 론강 건너편에 바스텔라스 섬이 보인다. 야생적인 론강은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섬을 만들어왔는데, 아비뇽 올드타운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바스텔라스섬은 면적이 700ha나 된다. 프랑스의 강 주변 섬 중에 가장 면적이 크다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되면 자동차를 타고 다리를 건거나 배를 타고 바스텔라스 섬으로 건너가보자. 아비뇽 시민들이 와인 한병과 과일, 샌드위치를 싸들고 피크닉을 떠나는 장소다. 바스텔라스 섬 쪽의 강변에 서서 아비뇽 구시가지를 바라보는 풍경이 기가 막히다. 육중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교황청과 아비뇽 대성당에서 이어지는 생베네제 다리까지… 론강 물 위에도 아비뇽의 역사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이 비치는 것이 포인트다. 석양에는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하는데, 푸른색으로 넘실 거리는 론강의 숨결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교황청 역사지구를 둘러보다가 지친다면 교황청 바로 뒷편 골목에 있는 5성급 호텔 라 미랑드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좋다. 14세기 추기경의 궁전이었던 곳을 새단장한 호텔로, 창문으로 교황청 궁전이 내려다보이는 18세기 스타일의 앤티크 객실이 인상적이다. 1층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과 함께 분위기 있는 살롱 스타일의 카페가 있다. 이 곳 레스토랑의 19세기 키친에서도 호텔 셰프가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가 열린다. 프로방스의 미식과 요리를 직접 만들고 체험하면서,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비뇽 구시가의 중심에는 시계탑 광장이라는 뜻의 ‘오를로쥬 광장’(Place de l‘horloge)이 중심이다. 오를로쥬 광장 왼편에는 아비뇽 시청사와 오페라 극장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광장에는 꼭 있는 회전목마가 놓여 있다. 애잔한 배경음악의 영화에 나올 법한 회전목마다. 노천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 광장 오른편에는 1968년 프랑스 학생운동에 뿌리를 둔 예술 영화관 유토피아(Utopia)가 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비스트로도 있다. 아비뇽 구시가를 걷다보면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건물을 발견한다. 프라이빗 호텔로 쓰이는 ‘라 디빈 코메디(La Divine Comédy)’의 정원에는 프로방스의 명물인 사이프러스 나무가 우거진 숲 속을 거닐며 산책할 수 있다. 연못과 수영장, 대나무숲으로 구성된 프로방스의 정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라 디빈 코메디’는 이탈리아 대문호 단테의 ‘신곡(神曲)’이다. 이 정원을 걷다보면 단테가 두루 여행했던 천국과 지옥의 진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리라. 프로방스 보클뤼즈 지역의 중심도시인 아비뇽은 론(Rhone) 와인의 수도이기도 하다. 구시가지 골목길에 있는 ‘르 방 드봉 스와(Le vin devant Soi)’는 론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와인샵이다. 이 샵의 이름이 흥미롭다.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소설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을 패러디해 ‘자기 앞의 와인’이라고 붙인 이름이다. ‘자기 앞의 생’이 앞으로의 여생을 의미한다면, ‘자기 앞의 와인’은 내게 남은 여생에 즐길 와인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인가. 이 와인샵에서는 일정액의 카드를 구입하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취향 껏따라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이 눈에 띈다. 주인장은 지도를 펼쳐놓고 코트 뒤 론 부터 샤토 네프 뒤파프, 타벨, 바케라스, 지공다스, 에르미타쥬, 생조셉, 코트 로티, 콩드리유 등 론 지역의 명품 와인들의 포도 품종과 맛, 향기 등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아비뇽 교황청에서 가까운 골목길에 있는 ‘라 푸르셰트(La Fourchette)’는 미슐랭가이드가 추천하는 아비뇽 10대 레스토랑 중 하나다. 입구부터 메인홀까지 레스토랑 벽면에는 아비뇽 페스티벌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다. 축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식당이기 때문이다. 1982년부터 40년 넘게 운영해온 이 레스토랑에서 맛볼 요리로는 프로방스 아비뇽식 소고기찜 요리인 ‘도브(Daube de Boeuf)’를 추천한다. 국물이 자작한 소고기 스튜요리로 마치 갈비찜과도 유사한데, 레드와인과 토마토, 올리브, 아티쵸크, 그리고 허브를 넣어 5~6시간 익혀내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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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방스 햇살 품은 돌멩이가 포도를 익히는 곳[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프랑스 남부 아비뇽은 14세기에 로마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이전해 7명의 교황이 재위했던 도시다. 인근 론강 유역에는 교황의 와인을 만들던 포도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매년 7월이면 세계적인 연극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프로방스 도시로 와인 여행을 떠나 보자.》 ●사냥 그림이 그려져 있는 교황청7월의 아비뇽은 축제의 도시다. 건물 곳곳에는 오페라, 연극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길거리와 광장 곳곳에서 마임과 무용 공연이 펼쳐지는 아비뇽은 론 와인의 수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비뇽이 세계사에 기록된 ‘아비뇽 유수’와 교황의 도시라는 점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로마 바티칸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아비뇽 교황청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도 색다를 수밖에 없다. 아비뇽을 둘러싸고 있는 성채 밑으로 들어가면 교황청 밑 도심에 대형 주차장이 있다. 차를 세우고 광장으로 올라오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딕 건물이 당당하게 서 있다. ‘팔레 데 파프(Palais des Papes·교황의 궁전)’. 면적 1만5000㎡에 이르는 육중한 석조 건물이다. 뾰족한 탑과 망루가 설치된 건물의 높이는 50m, 두께는 4m에 이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비뇽 교황청은 14세기 68년간(1309∼1377년) 7명의 교황이 살던 곳이다. 프랑스 왕권과 로마 교황권의 대립 끝에 가톨릭 교회가 로마와 아비뇽으로 대분열했던 시기의 중심 도시다. 아비뇽에 거주한 교황들은 클레멘스 5세에서 시작해 요한 22세, 베네딕토 12세, 클레멘스 6세, 이노센트 6세, 우르반 5세 그리고 그레고리오 11세까지 7대의 교황으로 이어졌다. 교황청 안으로 들어가면 대연회실, 기도실, 예배실, 회랑, 주방 등 20개가 넘는 방을 관람할 수 있다. 교황청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병영으로 변모하고, 19세기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면서 성상과 장식품 등이 대부분 파괴됐다. 그런데 입장할 때 주는 태블릿PC를 빈 벽에 비추면 중세시대 모습을 3D 증강현실 기술로 실감 나게 살펴볼 수 있다.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교황의 침실과 예배당, 대강당 등에 남아 있는 프레스코화가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화가 마테오 조바네티 등 13∼14세기 화가들의 작품이다. 특히 교황의 침실 벽을 장식하는 포도 덩굴과 떡갈나무 잎사귀 문양 속에는 다람쥐와 새들이 숨어 있고, 클레멘트 6세 교황의 서재로 연결되는 복도에는 사냥과 낚시, 꽃과 과일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바티칸의 ‘천지창조’나 ‘최후의 심판’과 같은 성화에 비해 아비뇽 교황청에는 세속적인 즐거움이 담긴 현대적 벽화가 그려져 있어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밖으로 나오면 교황의 정원이 펼쳐진다. 교황청 옆에 12세기에 세워진 아비뇽 대성당의 꼭대기에 4.5t 무게의 황금빛 성모상이 도시의 수호자처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아비뇽 대성당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론강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면 ‘아비뇽 다리 위에서’라는 프랑스 민요로 유명한 다리가 나온다. ‘생베네제 다리’다. 12세기 양치기 소년 베네제가 천사의 도움으로 장정 서른 명의 힘으로도 들 수 없는 거대한 바위를 들어서 옮기는 기적을 보여준 후 사람들이 동참해서 놓은 다리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원래 길이 920m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였는데, 현재는 22개 아치 중 4개만 남아 있다. 느릿느릿 아비뇽 역사지구를 걷다가 지칠 즈음 교황청 바로 뒤편 골목에 있는 5성급 호텔 라 미랑드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쉬어가도 좋다. 14세기 추기경의 궁전이었던 곳을 새 단장한 호텔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과 살롱 스타일의 카페가 있다. 19세기풍의 키친에서는 호텔 셰프가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가 열린다. 아비뇽 구시가를 걷다 보면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라 디빈 코메디(La Divine Comédy)’를 만난다. 프로방스의 명물인 사이프러스 나무가 우거진 정원을 거닐며 산책할 수 있다. ‘라 디빈 코메디’는 이탈리아 대문호 단테의 ‘신곡(神曲)’이다. 이 정원을 걷다 보면 단테가 여행했던 천국과 지옥의 진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리라.●교황의 와인, 샤토네프뒤파프 “철커덩!” 아비뇽에서 북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언덕 마을인 ‘샤토네프뒤파프(Châteauneuf-du-Pape)’다. 절반쯤 무너져 내린 성 앞에서 만난 마리 조제 씨(오랑주 샤토네프뒤파프 관광사무소)는 손에 둥근 손잡이가 있는 고색창연한 열쇠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굳게 잠긴 성문 구멍에 열쇠를 밀어넣자 붉은색이 칠해진 나무 문이 열렸다. 14세기 교황의 별장 안으로 타임슬립을 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성은 원래 4개의 탑과 연회장, 화려한 장식이 있는 방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교황이 여름에 이 성에 올 때는 100∼200여 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왔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했지요.”론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인 ‘샤토네프뒤파프’는 교황(Pape)의 새로운(Neuf) 성(Château)이라는 뜻이다. 아비뇽에서 두 번째 교황인 요한 22세가 여름 별장으로 지은 궁전이었다. 주변의 포도밭은 교황 전용 포도주를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됐다. 그러나 교황의 별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이 폭파시켜 북쪽 절반이 파괴된 채 텅빈 폐허로 남아 있다. 주변 포도밭을 걸어 보니 밭에 감자만 한 둥글둥글한 차돌이 가득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아비뇽으로 유유히 흘러 지중해로 가는 론강을 따라 알프스에서 쪼개진 돌들이 이곳에서 자갈 마당을 이뤄 놓은 것이다. 작은 몽돌이 아니라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공룡알 해변’에서나 볼 수 있는 큼직한 차돌이었다. ‘갈레 룰레(Gallet Roulet)’라고 불리는 이 돌들은 낮에 품은 프로방스의 강렬한 햇볕을 한밤까지도 유지하며, 반사열을 나무에 전달한다고 한다. 이렇듯 샤토네프뒤파프는 돌멩이가 포도를 익히는 특이한 토양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시라 등 13가지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드는 샤토네프뒤파프 지역의 최고급 와인은 대를 이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샤토 드 라 가르딘(Château de la Gardine)’도 그중 하나다. 본래 교황청 소유였던 포도밭을 가스통 브루넬이 1945년 구입하면서 라 가르딘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초창기 선조들의 얼굴과 이름을 넣은 ‘가스통 필리프(Gaston Philippe)’와 ‘리모르텔(L’Immortelle)’은 수령 60년 이상의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엄선해서 만든다고 한다. 리모르텔의 라벨은 와인 메이커의 친구 예술가가 그려준 그림인데, 안타깝게도 이 화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와인메이커 파트리크 브뤼넬 씨는 “완전 수작업으로 와인을 만드는 리모르텔은 친구를 기리기 위해 ‘불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고대 로마의 도시, 오랑주샤토네프뒤파프에서 북쪽으로 약 11km 떨어진 오랑주는 고대 로마 유적의 보고다. 오랑주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기원전 49년에 세워진 로마시대 개선문이다. 높이 18m, 폭 19m, 두께 9m의 이 개선문은 세 개의 아치로 구성돼 있다. 개선문에서 빅토르 위고 거리를 계속 걸어가 구시가지를 지나면, 오랑주의 명물인 고대극장이 나타난다. 이 고대극장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때 지어진 것으로, 198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매년 7∼8월에 열리는 오랑주 오페라 페스티벌의 주요 무대다. 약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원형 극장이다. 무대 전면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부조상이 내려다보는 돌벽(높이 38m, 가로 103m)이 있어 객석 어디에서나 풍요한 반사 음향을 들려준다.글·사진 아비뇽=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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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담양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

    전남 담양의 양곡수매창고를 개조한 문화예술공간 ‘담빛예술창고’에는 국내 유일의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높이 4m, 폭 2.6m의 오르간 제작에는 담양의 명물인 대나무 700여 개가 쓰였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이 악기는 일반 파이프 오르간에 비해 더 따뜻하고 아늑한 소리가 난다고 한다. 주말마다 열리는 연주회에서 높은 천장을 가진 내부 공간을 울리는 오르간 소리는 담양 사람들에게 최고의 힐링이 되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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