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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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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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4~2024-04-23
여행40%
칼럼30%
문화 일반7%
경제일반7%
산업7%
국제일반3%
메이저리그3%
미술3%
  • [바람개비]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요즘 파리는 공사 중이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곳곳에서 문화유산 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다. 2019년 4월 화재 피해를 본 노트르담 대성당도 공사가 한창이다. 프랑스 정부는 5년 만에 재개관을 목표로 매일 500명의 인력을 투입해 공사를 벌이고 있다. 복구 작업에는 수령 150년이 넘은 참나무 1000여 그루가 들어갔다. 지난달 현장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12월 우리는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 있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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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예술의 날개 단 디자인, K-컬처의 신성장 엔진”

    “디자인은 세상을 바꿉니다. 디자이너는 낡은 질서를 깨고, 세상을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재구성합니다. 대한민국의 매력과 품격은 K-디자인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K-디자인 비전 선포식’을 열고 “K-디자이너의 빼어난 미학적 독창성과 상상력, 파격과 투혼이 K-컬처의 신성장 엔진으로 본격 등장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날개를 단 디자인, K-컬처의 신성장 엔진’을 주제로 한 비전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날 ‘공공디자인 선도도시’를 지정해 K-디자인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버스정류장 등에 한정됐던 공공디자인은 공원, 광장으로 확장되고, 디자이너의 시선이 쏠린 순간 처박혀 있던 공간의 가치는 급속히 상승한다”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바꾼 가우디의 도전과 모험, 감수성과 창의력이 K-디자인의 비전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장관은 “K-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혁신적인 미래를 집약한 ‘국립디자인 박물관’을 2026년 세종시에 개관할 예정”이라며 “디자인 한국을 만든 원로·중견 디자이너들에게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공간이,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꿈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중 각계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국립디자인박물관 개관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공공디자인 건축 패션 분야 관계자, 신진 디자이너 및 문체부 MZ드리머스(2030자문단)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건축가 이타미 준의 딸인 유이화 씨(ITM 건축사무소 대표)가 ‘K-건축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발표했고,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의 공공디자인 모범 사례인 ‘장수의자 개발 스토리’ 발표가 이어졌다. “2018년 남양주 별내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때 무단횡단하는 어르신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사망 사고도 있었죠. 양로원을 찾아가 어르신들께 이유를 여쭤보니 ‘무릎과 허리가 아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릴 수 없어 그냥 건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내신도시 17개 교차로에 60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했더니,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어르신 횡단보도 사망 사고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후 전국 70여 개 자치단체에서 약 2500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해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유창훈 남양주경찰서 112치안상황실장)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공공디자인 사례가 소개됐다. 현대백화점은 점포에서 발생한 폐지를 수집해 만든 100% 재생종이 친환경 쇼핑백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나무 1만3200그루(약 2000t)를 보호하고, 3298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효과를 얻었다. 시각장애 학생의 학업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교재를 만든 국립한경대 임진이 교수팀, 청각장애인과 승객 간의 의사소통 솔루션을 개발해 청각장애인 14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고요한 M택시’도 소개됐다. 문체부는 K-디자인 비전 선포식에서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 규모를 곳당 4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8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특히 국제행사 개최 도시의 경우 안내 체계와 시각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사업을 다년도 지원 방식으로 확대해 개최지의 매력을 높일 예정이다. 국제행사 개최 도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의 지원 규모는 총 17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19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증액하고, 관광마케팅도 지원한다. 박 장관은 “횡단보도 앞에서 쉬어가는 ‘장수의자’처럼 디자인은 사고 위험을 줄이고 사회를 밝게 한다”며 “국민 안전, 인구 고령화, 환경, 지역 소멸, 스마트 기술, 라이프 스타일 등 당면한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소셜 디자인’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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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예술의 날개을 단 디자인, K-컬처의 신성장 엔진”

    “디자인은 세상을 바꿉니다. 디자이너는 낡은 질서를 깨고, 세상을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재구성하고, 문제해결로 세상의 중심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매력과 품격이 K-디자인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이 3일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K-디자인 비전 선포식’을 열고 “K-디자이너의 빼어난 미학적 독창성과 상상력, 파격과 투혼이 K-컬처의 신성장 엔진으로 본격 등장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날개를 단 디자인, K-컬쳐의 신성장 엔진’을 주제로 한 비전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날 ‘공공디자인 선도도시’를 지정해 K-디자인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버스정류장 등에 한정됐던 공공디자인은 공원, 광장으로 확장되고, 디자이너의 시선이 쏠린 순간 처박혀 있던 공간의 가치는 급속히 상승한다”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바꾼 가우디의 도전과 모험, 감수성과 창의력이 K-디자인의 비전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박 장관은 또 “K-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혁신적인 미래를 집약한 ‘국립디자인 박물관’을 2026년 세종시에 개관할 예정“이라며 ”디자인 한국을 만든 원로·중견 디자이너들에게는 자긍심이,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꿈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중 각계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국립디자인박물관 개관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공공디자인, 건축, 패션분야 관계자, 신진 디자이너 및 문체부 MZ드리머스(2030자문단)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건축가 이타미 준의 딸인 유이화 씨(ITM 건축사무소 대표)가 ‘K-건축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별내신도시의 공공디자인 모범사례인 ‘장수의자 개발스토리’ 발표가 이어졌다. “2018년 남양주 별내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때 무단횡단하는 어르신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사망사고도 있었죠. 양로원을 찾아가 어르신들께 이유를 여쭤보니 ‘무릎과 허리가 아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릴 수 없어 그냥 건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내신도시 17개 교차로에 60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했더니,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어르신 횡단보도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후 전국 70여개의 자치단체에서 약 2500여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해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유창훈 남양주경찰서 112치안상황실장)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공공디자인의 사례가 소개됐다. 현대백화점은 점포에서 발생한 폐지를 수집해 만든 100% 재생종이 친환경 쇼핑백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나무 1만3200그루(약 2000여 톤)를 보호하고, 329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효과를 얻었다. 시각장애 학생의 학업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3D프린팅 교재를 만든 국립한경대 임진이 교수팀, 청각장애인과 승객 간의 의사소통 솔루션을 개발해 140명의 청각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한 ‘고요한 M택시’도 소개됐다. 문체부는 K-디자인 비전선포식에서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규모를 개소당 4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8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특히 국제행사 개최도시의 경우 안내 체계와 시각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사업을 다년도 지원방식으로 확대해 개최지의 매력을 높일 예정이다. 국제행사 개최도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의 지원 규모는 총 17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19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증액하고, 관광마케팅도 지원한다.박 장관은 “횡단보도 앞에서 쉬어가는 ‘장수 의자’처럼 디자인은 사고 위험을 줄이고 사회를 밝게 한다”며 “국민 안전, 인구 고령화, 환경, 지역 소멸, 스마트 기술, 라이프 스타일 등 당면한 사회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소셜 디자인’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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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프랑스, 미슐랭 스타 기내식 제공 비즈니스 클래스 도입

    에어프랑스가 최신 영상미디어 프로그램과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했다. 에어프랑스는 2일 하계 시즌을 맞아 인천∼파리 노선에서 보잉 777-300 항공기 12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는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 소믈리에가 선정한 와인과 샴페인,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제공한다. 새롭게 단장된 비즈니스 클래스는 180도 완전 수평으로 펼쳐지는 ‘풀 플랫(Full Flat)’ 침대형 좌석(길이 약 2m)으로, 모든 자리가 기내 복도로 연결돼 이동이 편리하다. 개별 슬라이딩 도어와 중앙 패널이 탑재돼 프라이빗한 공간을 선사한다. 버튼을 눌러 중앙 패널을 내리면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며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영상미디어 프로그램으로는 눈부심 방지 기능이 적용된 17.3인치(약 44cm) 4K 스크린을 통해 350여 편의 영화, TV 시리즈, 음악, 팟캐스트 방송이 12가지 언어로 서비스된다. 소음 차단 헤드셋이 제공되며, 개인 헤드셋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연결 기능도 마련됐다. 또한 파리를 출발하는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프랑스 유명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협업한 기내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레지스 마르콩, 안소피 피크, 미셸 로트를 비롯한 요리 거장들이 생선, 고기, 채식 요리를 제공한다. 요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마리 마소가 디자인한 식기에 담겨 제공된다. 와인과 샴페인은 세계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파올로 바소가 직접 선별한 목록으로 준비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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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 기내식 제공하는 비즈니스 클래스 도입

        에어프랑스가 최신 영상미디어 프로그램과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했다. 에어프랑스는 2일 하계 시즌을 맞아 인천~파리 노선에서 보잉 777-300 항공기 12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는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 소믈리에가 선정한 와인과 샴페인,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제공한다. 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은 지난해 가을 첫 투입 후 국제선 노선에 점진적으로 도입됐다. 새롭게 단장된 비즈니스 클래스는 180도 완전 수평으로 펼쳐지는 ‘풀 플랫(Full Flat)’ 침대형 좌석(길이 약 2m)으로, 모든 자리가 기내 복도로 연결돼 이동이 편리하다. 개별 슬라이딩 도어와 중앙 패널이 탑재돼 프라이빗한 공간을 선사한다. 버튼을 눌러 중앙 패널을 내리면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며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영상미디어 프로그램으로는 눈부심 방지 기능이 적용된 17.3인치(약 44cm) 4K 스크린을 통해 350여 편의 영화, TV 시리즈, 음악, 팟캐스트가 12가지 언어로 서비스된다. 소음 차단 헤드셋이 제공되며, 개인 헤드셋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연결 기능도 마련됐다. 장거리 비행 중 피로를 풀 수 있는 명상, 좌식 요가 프로그램, 어린이 승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또 파리 출발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프랑스 유명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협업한 기내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레지스 마르콩, 안소피 피크, 미셸 로트를 비롯한 요리 거장들이 생선, 고기, 채식 요리를 제공한다. 요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마리 마소가 디자인한 식기에 담겨 제공된다. 와인과 샴페인은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파올로 바소가 직접 선별한 목록으로 준비된다. 에어프랑스 측은 “전 객실에는 비행 중에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인 ‘에어프랑스 커넥트’가 제공된다”며 “카카오톡, 아이메시지 등의 메신저 앱을 통해 비행 중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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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안도 다다오의 ‘푸른 사과’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에 있는 뮤지엄 ‘산(SAN)’ 입구에 푸른색 사과 조형물이 등장했다. 4월 1일 개막한 뮤지엄 개관 10주년 기념전 ‘청춘’에 선보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청춘의 사과’라고 이름 붙인 조각품의 높이는 3m다. ‘청춘’ 전시회에는 안도 다다오가 평생 동안 건축해 온 작품 자료가 전시돼 있다. 81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10대, 20대만 청춘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은 모두가 청춘”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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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왕복 비행기 표 끊으면 미국 내 2개 도시까지 무료 기착 가능”

    “한미 양국의 우호 증진 분위기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교류가 일어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본격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노선 확장에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월터 디아즈 유나이티드항공 아시아 영업 총괄 본부장) 유나이티드항공이 매일 인천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항공편을 대폭 증편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7일 낮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부터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12회로 증편하고, 6월부터는 매일 2차례(주14회) 운항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월터 디아즈 아시아 영업 총괄 본부장과 나가타 고지 아시아·태평양 홍보총괄 본부장, 박범준 한국영업총괄매니저 등이 참석했다. 월터 디아즈 본부장은 “새롭게 확장된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샌프란시스코 허브를 통해 시카고, 뉴욕, 워싱턴 D.C 등 미국 본토 주요도시와 멕시코시티, 칸쿤 등 중남미와 캐나다의 약 70개 도시로 쉽고 연결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유나이티드항공은 코로나 이후 여행수요 회복을 예상하고 지난 팬데믹 기간에도 대형 항공기와 조종사를 전부 그대로 유지했다”며 “덕분에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팬데믹 이전 수준 이상의 항공편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오전 미국 도착과 오후 미국 출발의 효율적인 일정, 모두 4가지의 좌석 선택, 왕복 시 무료 스톱오버(기착) 혜택 등을 특장점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최대 2개 도시에서 추가 비용 없이 무료로 기착이 가능한 점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주목된다.  박범준 한국 영업 총괄 매니저는 “최종 목적지 이전과 이후의 기착 도시에서 몇개월이라도 머무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시하는 한국 승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증편된 UA806편은 매주 월, 수, 금, 토, 일요일 오전 11시 35분에 인천 국제 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6시 15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 그리고 UA805편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오후 11시 45분에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출발, 이틀 뒤인 오전 4시 20분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한다. 증편된 항공편의 기종은 B777-200ER으로 폴라리스 비즈니스 객실 50석, 프리미엄 플러스 객실 24석, 이코노미 202석을 제공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 해안에 있는 유나이티드의 가장 큰 허브 공항이자 아시아 태평양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매일 200회 이상 출발하고 있으며, 26개의 주요 국제 도시를 포함한 전세계 100개 이상의 목적지로 운항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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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봄학교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 MZ세대 학부모 큰 관심”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갖게 하고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얻을 수 있어 정말 중요합니다.”(발레리나 김주원) 이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의 주관으로 김주원 발레리나, 학교 관계자와 MZ세대 학부모가 참여하는 ‘모든 아동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에서는 이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한 ‘늘봄학교’ 등과 연계해 모든 아동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늘봄학교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활용해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로, 올해 214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해 문체부가 지원한 ‘꿈의 댄스팀’ 앰배서더로 활동했던 김주원 발레리나는 좌담회에서 전국 늘봄학교에서 양질의 예술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무용(발레)교육 가이드’ 개발 계획을 밝혔다. 다양한 공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발레교육 과정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늘봄학교 교사 및 강사 대상 워크숍을 통해 발레교육 가이드의 현장 활용 방안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그는 늘봄학교 학생들에게 특별한 예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마스터클래스’를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출신인 김 씨는 “꿈의 댄스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영유아기·아동기의 문화예술교육이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주고 삶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걸 느꼈다”며 “누구나 공평하게 사각지대 없이 문화예술교육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늘봄학교를 통해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보급하는 데 애쓰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에서 추진한 ‘2022 국민문화예술교육 조사’ 연구의 학부모 문화예술교육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자녀를 문화예술교육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의향은 매우 높았으며, 음악·미술 다음으로 무용교육(43.5%)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간 1인 강사, 장르 중심의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보다 발전된 형태의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학부모 박소희 씨는 “딸아이가 지난해 ‘꿈의 댄스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로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되었고, 학교 수업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표하는 어린이가 됐다”며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에게 꿈과 자신감,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장현아 씨는 “김주원 발레교실처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명 예술가와의 만남이 공교육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늘봄학교가 단순히 ‘돌봄’을 넘어서 질 높은 예술교육의 경험으로 이어질 것 같아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 용문면 조현초등학교는 문체부의 대표적인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인 ‘예술꽃 씨앗학교’ 14기로 선정됐으며, 늘봄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 학교 이동준 교감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가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며 “약자들을 감싸주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힘”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문체부와 교육진흥원은 김주원 발레리나의 무용교육 가이드 개발을 시작으로 저명 예술가를 통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학교에 선제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꿈의 오케스트라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전국 모든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교육 실행 기반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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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파리의 구사마 야요이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 앞에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93)의 대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구사마가 붓을 들고 특유의 알록달록한 물방울무늬를 건물 벽체에 그리는 모습이다. 루이비통은 올해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구사마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을 출시했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에도 검은색 물방울무늬가 찍힌 호박 가발을 뒤집어쓴 구사마 모습의 로봇이 세워져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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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 문화콘텐츠의 보고 ‘삼국유사’ 품어낸 비슬산, 분홍빛으로 물들다[전승훈의 아트로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김동환 ‘봄의 오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이원수 ‘고향의 봄’),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김소월 ‘진달래꽃’). 진달래는 우리나라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 수많은 시와 동요, 가곡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박힌 꽃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는 이른 봄에 피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는 지금이 제철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 축제’가 열린 대구 비슬산에 다녀왔다. ●참꽃을 먹고 즐기는 화전놀이 대구·경북에서는 진달래보다 ‘참꽃’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란 의미다.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되는 이름이다. 철쭉은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이 오면 음력 삼월 삼짇날에 경치 좋은 곳에서 진달래꽃을 찹쌀가루에 반죽해서 부쳐 먹는 ‘화전(花煎)놀이’를 즐겼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은 99만여 ㎡(약 3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참꽃 군락지다. 비슬산은 해발 1000m 고지대여서 진달래가 늦게 핀다. 산 아래쪽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에는 벌써 철쭉이 피어나고 있지만, 산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꽃이 주단을 펼쳐 놓은 듯 장엄하게 피었다. 14, 15일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문화제가 열렸다.그러나 참꽃 군락지에 가까이 가서 보니 군데군데 꽃이 시들어 말라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꽃이 만개하기 직전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일부 진달래가 꽃봉오리째 얼어버리는 동해(凍害)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견사에서 대견봉에 이르는 능선 전체를 뒤덮은 꽃대궐 속에서 사진을 찍는 상춘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비슬산은 ‘비파 비(琵)’에 ‘큰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불린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이 산 정상의 바위 모양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비슬산 정상 부근에 대견사(大見寺)가 있다.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는 뜻의 사찰 이름이다. 대견사 주변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비슬산 암괴류’가 여러 갈래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부처 모양의 바위와 3층 석탑이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끝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온 우주를 품고 있는 형상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견보궁 왼쪽에는 산신각과 암굴이 있는데, 암굴에 새겨진 작은 마애불의 미소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암굴 옆에 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대견사 뒷마당에 본격적인 꽃대궐이 펼쳐진다. 비슬산을 오르려면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주차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휴일에는 1시간 이상 탑승을 기다려야 한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원한다면 유가사 쪽에서 대견사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삼국유사의 땅 비슬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서기 810년) 때 보당암(寶幢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일연은 22세 때 승과에 합격한 뒤 22년 동안 보당암(대견사), 묘문암, 무주암 그리고 인흥사와 용천사를 거쳤는데 이 모두가 비슬산에 있다. 비슬산은 일연의 득도처이자, 삼국유사가 구상되고 집필된 곳이다. 일연은 중국과 국내의 고전 역사서, 비문(碑文)과 옛 문서까지 총망라하고 전국의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이야기를 채집해서 삼국유사를 썼다.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의 저자인 한양대 고운기 교수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연대별 사건 서술에 주력한 반면, 일연은 하찮은 현장이라도 직접 둘러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며 삼국유사를 ‘길 위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삼국유사’는 지배층의 정치사뿐 아니라 당시 고려 백성의 염원과 신화, 전설을 폭넓게 담아 한민족의 정서와 세계관을 집대성한 역사서”라며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연극과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흥사’는 현재 3층 석탑이 있는 절터로만 남아 있다. 인흥사지는 고려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왔던 문익점(1329~1398)의 18대손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남평 문씨 세거지가 되었다. 인흥마을에 주차하면 가장 먼저 문익점 동상이 눈에 들어오고, 뒤편에는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 지난가을 열매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눈처럼 하얀 목화솜이 가득한 밭이 인상적이다. 인흥마을의 첫머리에 있는 수백당(守白堂)은 봄이면 매화와 산수유, 여름에는 능소화가 멋들어지게 피어나는 집이다. 요즘 마당의 담장 밑에는 모란꽃이 활짝 폈다. 김영랑이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노래했는데, 사월에 이미 활짝 폈다. 수백당 오른쪽의 협문을 통과하면 약 2만 권의 서책과 책판이 보관돼 있는 ‘인수문고(仁壽文庫)’가 있다. 수백당 담장을 끼고 오른쪽에 있는 광거당(廣居堂) 안에도 1만 권의 책을 비치한 ‘만권당’이 설치돼 전국의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토론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광거당 누마루에는 추사가 적은 ‘수석노태지관(壽石老苔池館)’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수석과 묵은 이끼와 연못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연못이 메워지고 없지만, 광거당 앞에 분홍빛 꽃을 피운 모과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만으로도 운치가 넘친다. 올해 9월 대구시에 편입될 예정인 경북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하고 삶을 마무리한 인각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각사 주변 해발 800m 정상에 자리 잡은 화산마을의 행정구역 이름도 군위군 ‘삼국유사면’이다. 마을에는 1709년 조선 숙종 때 병마절도사 윤숙이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고자 쌓기 시작한 화산산성 일부가 남아 있다. 고랭지 채소 재배로 살아가는 이 농촌 마을은 요즘 군위댐과 풍력발전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동화 속 풍경처럼 빨간색 지붕의 풍차가 세워져 있는가 하면, 캠핑장에는 일출과 일몰, 운무와 새벽하늘 별빛이 이루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군위 한밤마을은 돌담이 쌓인 골목길 산책을 하기에 좋다. 제주가 현무암 돌담이라면, 한밤마을의 돌담은 화강암에 낀 이끼가 고색창연한 빛을 발한다. 부림 홍씨(缶林洪氏)의 집성촌인 한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은 남천고택(南川古宅)이다. 고택 옆에 있는 정면 5칸, 옆면 2칸짜리 ‘대율리 대청’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맛집=대구는 ‘교촌치킨’ ‘멕시칸치킨’ ‘페리카나치킨’ ‘처갓집 양념통닭’ 등이 탄생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메카이다. 또한 막창, 납작만두도 요즘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막창 가게는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거리’에 몰려 있다. 앞산의 수려한 경치를 함께하고 있는 대구의 대표 곱창거리다. 치즈곱창, 매운불곱창, 막창, 염통, 볼살 등 다양하게 개발된 메뉴를 가게마다 차별화된 비법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막창에 소주’는 옛말이다. 이 거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맛의 수제맥주 ‘안지랑이’는 화끈한 불곱창 맛과 잘 어울린다.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대구의 또 다른 명물은 ‘납작만두’다. 분식으로 유명한 대구에서는 서문시장 칼국수와 떡볶이가 인기였다. 대구가 다음으로 찾아낸 메뉴는 대구 사람들이 ‘납딱만두’라고 부르는 음식. 밀가루만 얇게 부치거나, 당면과 부추를 최소한으로 넣어 얇게 부친 만두다. ‘대구판 또띠야(토르티야)’ ‘대구판 월남쌈’처럼 만두피처럼 얇은 만두에 떡볶이를 싸 먹거나, 빨갛게 양념을 한 회무침, 오징어무침을 싸 먹기도 한다. 대구, 군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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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유사 품어낸 비슬산, 분홍빛으로 물들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김동환 ‘봄이 오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이원수 ‘고향의 봄’),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김소월 ‘진달래꽃’). 진달래는 우리나라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 수많은 시와 동요, 가곡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박힌 꽃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는 이른 봄에 피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는 지금이 제철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 축제’가 열린 대구 비슬산에 다녀왔다.》 ●참꽃을 먹고 즐기는 화전놀이대구·경북에서는 진달래보다 ‘참꽃’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란 의미다.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되는 이름이다. 철쭉은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이 오면 음력 삼월 삼짇날에 경치 좋은 곳에서 진달래꽃을 찹쌀가루에 반죽해서 부쳐 먹는 ‘화전(花煎)놀이’를 즐겼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은 99만여 ㎡(약 3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참꽃 군락지다. 비슬산은 해발 1000m 고지대여서 진달래가 늦게 핀다. 산 아래쪽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에는 벌써 철쭉이 피어나고 있지만, 산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꽃이 주단을 펼쳐 놓은 듯 장엄하게 피었다. 14, 15일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문화제가 열렸다. 그러나 참꽃 군락지에 가까이 가서 보니 군데군데 꽃이 시들어 말라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꽃이 만개하기 직전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일부 진달래가 꽃봉오리째 얼어버리는 동해(凍害)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견사에서 대견봉에 이르는 능선 전체를 뒤덮은 꽃대궐 속에서 사진을 찍는 상춘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비슬산은 ‘비파 비(琵)’에 ‘큰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불린다.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비슬산 정상 부근에 대견사(大見寺)가 있다.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친다’는 뜻의 사찰 이름이다. 대견사 주변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비슬산 암괴류’가 여러 갈래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부처 모양의 바위와 3층 석탑이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끝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온 우주를 품고 있는 형상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견보궁 왼쪽에는 산신각과 암굴이 있는데, 암굴에 새겨진 작은 마애불의 미소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암굴 옆에 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대견사 뒷마당에 본격적인 꽃대궐이 펼쳐진다. 비슬산을 오르려면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주차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휴일에는 1시간 이상 탑승을 기다려야 한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원한다면 유가사 쪽에서 대견사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삼국유사의 땅비슬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810년) 보당암(寶幢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일연은 22세 때 승과에 합격한 뒤 22년 동안 보당암(대견사), 묘문암, 무주암 그리고 인흥사와 용천사를 거쳤는데 이 모두가 비슬산에 있다. 비슬산은 일연의 득도처이자, 삼국유사가 구상되고 집필된 곳이다. 일연은 중국과 국내의 고전 역사서, 비문(碑文)과 옛 문서까지 총망라하고 전국의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이야기를 채집해서 삼국유사를 썼다.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의 저자인 한양대 고운기 교수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연대별 사건 서술에 주력한 반면 일연은 하찮은 현장이라도 직접 둘러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며 삼국유사를 ‘길 위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삼국유사’는 지배층의 정치사뿐 아니라 당시 고려 백성의 염원과 신화, 전설을 폭넓게 담아 한민족의 정서와 세계관을 집대성한 역사서”라며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연극과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흥사’는 현재 3층 석탑이 있는 절터로만 남아 있다. 인흥사지는 고려 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왔던 문익점(1329∼1398)의 18대손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남평 문씨 세거지가 되었다. 인흥마을에 주차하면 가장 먼저 문익점 동상이 눈에 들어오고, 뒤편에는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 지난가을 열매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눈처럼 하얀 목화솜이 가득한 밭이 인상적이다. 인흥마을의 첫머리에 있는 수백당(守白堂)은 봄이면 매화와 산수유, 여름에는 능소화가 멋들어지게 피어나는 집이다. 요즘 마당의 담장 밑에는 모란꽃이 활짝 폈다. 김영랑이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노래했는데, 사월에 이미 활짝 폈다. 수백당 오른쪽의 협문을 통과하면 약 2만 권의 서책과 책판이 보관돼 있는 ‘인수문고(仁壽文庫)’가 있다. 수백당 담장을 끼고 오른쪽에 있는 광거당(廣居堂) 안에도 1만 권의 책을 비치한 ‘만권당’이 설치돼 전국의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토론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광거당 누마루에는 추사가 적은 ‘수석노태지관(壽石老苔池館)’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수석과 묵은 이끼와 연못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연못이 메워지고 없지만, 광거당 앞에 분홍빛 꽃을 피운 모과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만으로도 운치가 넘친다. 올해 9월 대구시에 편입될 예정인 경북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하고 삶을 마무리한 인각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각사 주변 해발 800m 정상에 자리 잡은 화산마을의 행정구역 이름도 군위군 ‘삼국유사면’이다. 마을에는 1709년 조선 숙종 때 병마절도사 윤숙이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고자 쌓기 시작한 화산산성 일부가 남아 있다. 고랭지 채소 재배로 살아가는 이 농촌 마을은 요즘 군위댐과 풍력발전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동화 속 풍경처럼 빨간색 지붕의 풍차가 세워져 있는가 하면, 캠핑장에는 일출과 일몰, 운무와 새벽하늘 별빛이 이루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군위 한밤마을은 돌담이 쌓인 골목길 산책을 하기에 좋다. 제주가 현무암 돌담이라면, 한밤마을의 돌담은 화강암에 낀 이끼가 고색창연한 빛을 발한다. 부림씨(缶林) 홍씨의 집성촌인 한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은 남천고택(南川古宅)이다. 고택 옆에 있는 정면 5칸, 옆면 2칸짜리 ‘대율리 대청’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맛집=대구는 ‘교촌치킨’ ‘멕시칸치킨’ ‘페리카나치킨’ ‘처갓집 양념통닭’ 등이 탄생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메카이다. 또한 막창, 납작만두도 요즘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막창 가게는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거리’에 몰려 있다. 앞산의 수려한 경치를 함께하고 있는 대구의 대표 곱창거리다. 치즈곱창, 매운불곱창, 막창, 염통, 볼살 등 다양하게 개발된 메뉴를 가게마다 차별화된 비법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막창에 소주’는 옛말이다. 이 거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맛의 수제맥주 ‘안지랑이’는 화끈한 불곱창 맛과 잘 어울린다.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대구의 또 다른 명물은 ‘납작만두’다. 분식으로 유명한 대구에서는 서문시장 칼국수와 떡볶이가 인기였다. 대구가 다음으로 찾아낸 메뉴는 대구 사람들이 ‘납딱만두’라고 부르는 음식. 밀가루만 얇게 부치거나, 당면과 부추를 최소한으로 넣어 얇게 부친 만두다. ‘대구판 또띠야(토르티야)’ ‘대구판 월남쌈’처럼 만두피처럼 얇은 만두에 떡볶이를 싸 먹거나 빨갛게 양념을 한 회무침, 오징어무침을 싸 먹기도 한다. 글·사진 대구·군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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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전승훈] 수백당 모란꽃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수백당에 모란꽃이 활짝 폈다. 고려 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남평문씨 인흥 세거지다. 김영랑 시인이 ‘모란이 피기까지’에서 모란이 피는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노래했는데, 4월에 벌써 폈다. 꽃 모양이 비슷한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다. 모란은 풍요로움과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라 신부의 예복인 원삼, 활옷에 수놓았고, 궁중 장식화와 민화로도 많이 그려졌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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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전승훈]방돔광장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과 튈르리 정원 사이에 있는 방돔광장(Place de Vendôme)의 한가운데에는 나폴레옹의 기둥이 세워져 있다. 대포 133개를 녹여 만든 44m 높이의 청동 기둥에는 나폴레옹의 승리를 묘사한 76개의 부조가 새겨졌다. 방돔광장 주변에는 명품 보석 부티크 매장이 즐비하다. 쇼메 매장이 있는 12번지 아파트 1층은 피아니스트 쇼팽(1810∼1849)이 39세에 숨을 거둔 곳이라 클래식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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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세이퍼시픽, 호주-홍콩 방문 캠페인

    캐세이퍼시픽항공(사진)은 호주관광청과의 협업을 통해 14일까지 멜버른 등 호주 전 노선에 대한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캐세이퍼시픽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되는 이번 프로모션에서는 호주의 주요 도시인 멜버른, 시드니, 퍼스 등 3개의 인기 도시 노선의 전 좌석 5% 특별 할인을 진행한다. 프로모션 기간 중 판매되는 티켓의 여행 일정은 출발일을 기준으로 10월 31일까지이다. 멜버른 인, 퍼스 아웃 등 3개의 도시 중 도착과 출발지를 다르게 선택해 예약해도 비행기 티켓 값을 깎아준다. 홍콩에서 호주까지는 8시간 걸린다. 홍콩국제공항엔 캐세이퍼시픽 럭셔리 라운지가 △더윙(The Wing) 일등석·비즈니스석 △더피어(The Pier) 일등석·비즈니스석 △더 덱(The Deck) 등 다섯 곳 있다. 라운지에서는 휴식을 취하거나 비즈니스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으며, 요가 및 명상, 샤워실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캐세이퍼시픽항공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홍콩 여행 캠페인 ‘헬로 홍콩’이 3월부터 시작돼 무료 항공권, 여행 할인권을 배포한다. 홍콩 민관은 20억 홍콩달러(약 3117억 원) 규모의 프로모션을 통해 무료 항공권을 50만 장을 배포해 한국민의 홍콩 방문을 독려할 예정이다. 무료 항공권은 ‘원 플러스 원’이나 행운권 추첨, 게임 대회, 프로모션 패키지 등의 형태로 배포된다. 캐세이퍼시픽은 또한 자매 항공사인 홍콩익스프레스를 통해 부산∼홍콩, 제주∼홍콩 노선의 코드셰어 운항을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했다. 이로써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과 제주에서도 캐세이퍼시픽이 취항해 편리하게 연결이 가능해졌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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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달마산 도솔암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해남 달마산(489m)의 기암괴석 끝자락. 작은 암자가 새집처럼 매달려 있다. 하늘 끝 신비로운 암자인 도솔암이다. 암자 마당은 어른 몇 명이 서면 꽉 찰 정도다. 그러나 전망만큼은 최고다. 땅끝마을과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달마산 둘레길로 조성된 ‘달마고도’엔 요즘 진달래가 한창 피어나고 있다. 봄꽃을 감상하는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길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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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홍빛 동백꽃 융단에 취해 바닷가 숲속에서 길을 잃었네[전승훈의 아트로드]

    1층엔 동백꽃, 2층엔 벚꽃 터널. 지난 주말(3월 26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도로변에는 나무들이 본격적인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제주 동백꽃은 늦가을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한겨울에 절정기를 맞지만, 보길도 선운사 등 남도의 동백꽃은 늦겨울과 초봄에 피어 4월 중순까지 오랫동안 지속된다. 붉은 잎과 노란색 꽃밥 수술을 가진 동백꽃은 한복을 입은 여인처럼 단아한 모습이다. 동백꽃은 땅밑에도 통째로 떨어져 있어 보길도의 길가엔 온통 붉은 융단이 깔렸다. 길을 가는 아주머니는 차마 꽃을 밟지 못하고 조심조심 걸어간다.● 자연의 무대 연출가 윤선도 전남 완도에서 남서쪽으로 18.3km 떨어진 보길도(甫吉島)는 땅끝 해남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노화도 선착장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1587~1671)가 홀딱 반해 자신만의 이상향으로 꾸미고 늙어 죽을 때까지 은거했던 섬이다. 고산은 병자호란 소식을 듣고 배를 타고 강화도로 향하던 중 인조가 이미 남한산성에서 적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고산은 세상을 버리고 제주도에 은거하려고 배를 타고 가다가 보길도를 발견하고 터를 잡게 된다. 1637년(인조 15년) 보길도에서 가장 높은 격자봉(해발 435m)에 오른 고산은 ‘물외가경(物外佳境)’이라 감탄했다고 한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절경이란 뜻이다. 그는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산은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 하여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을 짓고, 낙서재와 세연정, 동천석실 등의 건물을 지었다. 이후 두 차례 귀양과 벼슬을 하면서 85세까지 이 섬에서 은둔하며 살았다. 그가 보길도에서 살면서 이름 붙인 경승대 명칭은 모두 25개소에 이른다. 낙서재에 머물렀던 윤선도는 아침이면 닭 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후학을 가르치고, 날씨가 좋으면 수레를 타고 악공을 거느려 세연정이나 동천석실에 가서 자연을 벗 삼아 즐겼다고 한다. 밤에 낙서재에 돌아오면 달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낙서재 앞마당에는 고산이 달을 감상할 때 앉았던 거북 모양의 평평한 바위인 ‘귀암(龜巖)’이 놓여 있다. 고산 윤선도는 보길도에서 ‘오우가’와 ‘어부사시사’ 등 시조 75수를 지었다. 사대부의 주류 문화였던 한시(漢詩)에 비해 홀대당하고 있는 시조에 우리말의 감성과 서정성을 불어넣은 그의 작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단골 출제된다. 고산은 부용동의 본래 있던 물과 바위 등을 절묘하게 활용하고 최소한의 인위적인 개입만으로 주변 대자연을 모두 품은 장대한 원림을 만들어냈다.그가 꿈꾼 이상향의 건축적 주제는 바로 시조 ‘오우가(五友歌)’에 나오는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이라는 다섯 친구들이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그 중 으뜸은 물이다. 조선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세연정’은 바로 ‘물의 정원’이다. 세연(洗然)은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해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 담양 소쇄원에 있는 ‘제월당’ ‘광풍각’이 ‘비가 그친 후 맑게 갠 하늘에 뜬 달과 청량한 바람’을 뜻하는 것처럼 마음을 맑게 수양하고자 하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담은 정원이다. 세연지는 개울에 보를 막아 ‘논에 물을 대는 원리’로 만든 인공연못이다. 물을 막는 ‘판석보(板石洑)’는 가뭄 때는 돌다리가 되고, 비가 많이 올 때는 폭포로 변신해 수량을 조절한다. 윤선도의 심미안과 과학적 지식이 돋보이는 장치다. 세연지에는 7개의 바위가 용틀임하며 놓여 있고, 정자 주변에는 거대한 소나무가 심어졌다. 고산은 연못에 작은 배를 띄우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연밥을 따기도 하며 물을 즐겼다.고산 윤선도는 요즘으로 치면 최고의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했다. “하루도 음악이 없으면 성정을 수양하며 세간의 걱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한 고산은 연못과 정자, 축대와 절벽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자연의 대극장을 만들어냈다. 정자 위에서 관현악 연주에 맞춰 ‘어부사시사’를 부르면 물길 너머 돌로 쌓은 무대인 동대와 서대에서 무희들이 군무를 추었다고 한다.또한 서쪽 산 중턱에 있는 바위인 옥소대 위에서도 군무를 추었는데, 세연지 연못 위로 춤사위가 비쳤다고 한다.정자는 자연의 종합예술을 감상하는 최고의 객석이다. 정자는 1칸의 온돌방과 대청마루로 이뤄져 있는데, 사면을 둘러싼 ‘들어열개문’을 모두 올리면 기둥 사이로 액자 속의 명화 같은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조선의 정원건축 원리인 ‘차경(借景)’이다. 정자는 작지만 사방으로 물소리와 바람 소리, 음악과 새소리, 달빛이 흐르며 무한히 넓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 보길도는 극심한 봄철 가뭄으로 세연정의 물도 메말라 커다란 바위가 밑동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자연은 위기에서 더욱 강해진다고 했던가. 세연정의 동백꽃은 더욱 붉게 피었다. 얕은 연못 위로 떨어진 붉은 동백꽃 잎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고산이 낙서재에서 마주 보이는 앞산 바위 절벽에 지은 동천석실의 주제는 ‘돌’이다.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한 칸 정자 주변엔 석문, 석담, 석천, 석폭, 석전 등 자연석으로 만든 연못과 돌다리 등이 있다. 특히 석담에는 수련을 심고 못을 둘로 나누어 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구멍을 파고 다리를 만들었다. 동천이란 하늘로 통하는 곳, 신선이 사는 곳이다. 석실은 책을 보존해둔 곳이니, 하늘 공부방인 셈이다. 고산에게 동천석실인란 서책을 즐기며 신선처럼 소요하는 은자의 처소였다. 석실 앞에는 도르래를 걸어 음식을 올려서 먹었다는 용두암과 차를 끓여 마신 차바위가 남아 있다. 차바위와 승룡대에서 바라보니 격자봉 아래 연꽃모양이라는 부용동 전체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낙서재 건너편 ‘곡수당(曲水堂)’에는 개울의 물을 끌어들여 인공폭포까지 만들어 놓았다. 곡수당 옆 계곡에는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유상곡수(流觴曲水)를 즐길 수 있는 바위가 있다. 맑은 물소리가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같다고 하여 낭음계(朗吟溪)라고 불렀다. 물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사랑한 윤선도의 풍류가 그대로 담겨 있는 곳이다. 보길도에는 윤선도에게 시련을 안겨 주었던 우암 송시열(1607~1689)의 흔적도 남아 있다. 섬 동쪽 끝자락 백도리 해안 절벽에 있는 ‘송시열 글씐 바위’다. 남인이었던 윤선도는 서인 송시열과 맞서다가 수차례 삭탈관직되고 유배를 떠나야 했다. 윤선도가 세상을 떠난 지 18년 후인 1689년. 우암이 제주도로 유배 가던 중 풍랑으로 보길도에 기착한다. 우암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하듯 왕을 그리워하며 신세를 한탄하는 시를 보길도 끝 암벽에 새겨놓았다. 남인과 서인의 영수로 대결하던 두 거물이 보길도에서 남긴 흔적을 보면서 권력과 풍류, 인생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 공룡알해변과 뾰족산보길도의 서남쪽 끝에 있는 보옥리 공룡알해변은 한적하게 하룻밤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보길도에서 가장 유명한 예송리 해수욕장에는 매끈하고 작은 몽돌이 있는 반면 공룡알해변에 있는 둥글둥글한 차돌은 아기 머리통만큼 커다랗다. 파도가 칠 때마다 ‘촤르르’ 하며 돌 굴러가는 소리가 이채롭다.공룡알해변 옆으로는 ‘뾰족산(보죽산)’이 그야말로 원뿔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 이 마을에 있는 보옥민박은 정원이 아름다운 바닷가 민박이다. 1인당 1만 원이면 저녁 식사로 ‘보길도 어촌 백반’을 내준다. 그날 잡힌 물고기로 찌개를 끓이고, 싱싱한 바다 내음이 살아 있는 파래와 톳, 젓갈과 돌김까지 소박하지만 음식 솜씨가 대단한 주인장의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 아침에 주는 전복죽에도 보길도 특산품인 전복이 가득 들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7시에 뾰족산 산행을 시작했다. 동네에서 키우는 흰둥이 개가 등산로 입구로 달려오더니 앞장서 길을 인도한다. 뾰족산은 온통 동백나무가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이다. 흰둥이가 인도하는 등산로에는 선홍색 동백꽃이 점점이 떨어져 있다. 마치 누군가 ‘꽃길만 걷게 해줄게’ 하면서 나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 같다. 아침의 동백나무 숲속에서는 수많은 작은 새들이 지저귀며 울어댄다. 뾰족산은 해발 195m에 불과해 30~40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바닷가 산이라 해가 떠오르는 공룡알해변과 보옥리 마을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은 일등급이다. 하산길에 흰둥이가 먼저 온 다른 등산객과 함께 내려간 듯 보이지 않았다. 약간 서운한 마음에 올라온 것처럼 동백꽃이 떨어진 길을 따라 하산했다. 그런데 아뿔싸. 동백꽃만 따라갔는데 어느샌가 등산로가 사라졌다. 눈을 들어보니 등산로뿐만 아니라 온 산이 동백꽃 세상이 아닌가. 원시림과 덤불, 바위를 헤치고 겨우 마을로 내려왔다. 야트막한 동네 산이라 꽃에 취해 한 번쯤 길을 잃어도 좋은 봄날의 시간이었다.글-사진 보길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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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홍빛 동백꽃 융단에 취해 바닷가 숲속에서 길을 잃었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1층엔 동백꽃, 2층엔 벚꽃 터널. 지난 주말(3월 26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도로변에는 나무들이 본격적인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제주 동백꽃은 늦가을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한겨울에 절정기를 맞지만, 보길도 선운사 등 남도의 동백꽃은 늦겨울과 초봄에 피어 4월 중순까지 오랫동안 지속된다. 붉은 잎과 노란색 꽃밥 수술을 가진 동백꽃은 한복을 입은 여인처럼 단아한 모습이다. 동백꽃은 땅밑에도 통째로 떨어져 있어 보길도의 길가엔 온통 붉은 융단이 깔렸다. 길을 가는 아주머니는 차마 꽃을 밟지 못하고 조심조심 걸어간다.》●자연의 무대 연출가 윤선도 전남 완도에서 남서쪽으로 18.3km 떨어진 보길도(甫吉島)는 땅끝 해남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노화도 선착장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1587∼1671)가 홀딱 반해 자신만의 이상향으로 꾸미고 늙어 죽을 때까지 은거했던 섬이다. 고산은 병자호란 소식을 듣고 배를 타고 강화도로 향하던 중 인조가 이미 남한산성에서 적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고산은 세상을 버리고 제주도에 은거하려고 배를 타고 가다가 보길도를 발견하고 터를 잡게 된다. 고산은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 하여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을 짓고, 낙서재와 세연정, 동천석실 등의 건물을 지었다. 이후 두 차례 귀양과 벼슬을 하면서 85세까지 이 섬에서 은둔하며 살았다. 낙서재에 머물렀던 윤선도는 아침이면 닭 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후학을 가르치고, 날씨가 좋으면 수레를 타고 악공을 거느려 세연정이나 동천석실에 가서 자연을 벗 삼아 즐겼다고 한다. 밤에 낙서재에 돌아오면 달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그는 보길도에서 ‘오우가’와 ‘어부사시사’ 등 시조 75수를 지었다. 사대부의 주류 문화였던 한시(漢詩)에 비해 홀대당하고 있는 시조에 우리말의 감성과 서정성을 불어넣은 그의 작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단골 출제될 정도로 국문학사에서 최고봉에 위치해 있다. 고산은 부용동의 본래 있던 자연에 최소한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자연을 품은 장대한 원림을 만들어냈다. 그가 꿈꾼 이상향의 건축적 주제는 바로 시조 ‘오우가(五友歌)’에 나오는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이라는 다섯 벗이다. 먼저 조선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세연정’은 바로 물의 정원이다. 세연(洗然)은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해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 담양 소쇄원에 있는 ‘제월당’ ‘광풍각’이 ‘비가 그친 후 맑게 갠 하늘에 뜬 달과 청량한 바람’을 뜻하는 것처럼 마음을 맑게 수양하고자 하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담은 정원이다. 세연지는 개울에 보를 막아 ‘논에 물을 대는 원리’로 만든 인공연못이다. 물을 막는 ‘판석보(板石洑)’는 가뭄 때는 돌다리가 되고, 비가 많이 올 때는 폭포로 변신해 수량을 조절한다. 윤선도의 심미안과 과학적 지식이 돋보이는 장치다. 세연지에는 7개의 바위가 용틀임하며 놓여 있고, 정자 주변에는 거대한 소나무가 심어졌다. 고산은 연못에 작은 배를 띄우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연밥을 따기도 하며 물을 즐겼다. 고산 윤선도는 요즘으로 치면 최고의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했다. “하루도 음악이 없으면 성정을 수양하며 세간의 걱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한 고산은 연못과 정자, 축대와 절벽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자연의 대극장을 만들어냈다. 정자 위에서 관현악 연주에 맞춰 ‘어부사시사’를 부르면 물길 너머 돌로 쌓은 무대인 동대와 서대에서 무희들이 군무를 추었다고 한다. 또한 서쪽 산 중턱에 있는 바위인 옥소대 위에서도 군무를 추었는데, 세연지 연못 위로 춤사위가 비쳤다고 한다. 정자는 자연의 종합예술을 감상하는 최고의 객석이다. 정자는 1칸의 온돌방과 대청마루로 이뤄져 있는데, 사면을 둘러싼 ‘들어열개문’을 모두 올리면 기둥 사이로 액자 속의 명화 같은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조선의 정원건축 원리인 ‘차경(借景)’이다. 정자는 작지만 사방으로 물소리와 바람 소리, 음악과 새소리, 달빛이 흐르며 무한히 넓어지는 공간이다. 고산이 낙서재에서 마주 보이는 앞산 바위 절벽에 지은 동천석실의 주제는 ‘돌’이다.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한 칸 정자 주변엔 석문, 석담, 석천, 석폭, 석전 등 자연석으로 만든 연못과 돌다리 등이 있다. 석실 앞에는 도르래를 걸어 음식을 올려서 먹었다는 용두암과 차를 끓여 마신 차바위가 남아 있다. 낙서재 앞마당에도 고산이 달을 감상할 때 앉았던 거북 모양의 평평한 바위인 ‘귀암(龜巖)’이 있고, 건너편 ‘곡수당(曲水堂)’에는 개울의 물을 끌어들여 인공폭포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현재 보길도는 극심한 봄철 가뭄으로 세연정의 물도 메말라 커다란 바위가 밑동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자연은 위기에서 더욱 강해진다고 했던가. 세연정의 동백꽃은 더욱 붉게 피었다. 얕은 연못 위로 떨어진 붉은 동백꽃 잎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보길도에는 윤선도에게 시련을 안겨 주었던 우암 송시열(1607∼1689)의 흔적도 남아 있다. 섬 동쪽 끝자락 백도리 해안 절벽에 있는 ‘송시열 글씐 바위’다. 남인이었던 윤선도는 서인 송시열과 맞서다가 수차례 삭탈관직되고 유배를 떠나야 했다. 윤선도가 세상을 떠난 지 18년 후인 1689년. 우암이 제주도로 유배 가던 중 풍랑으로 보길도에 기착한다. 우암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하듯 왕을 그리워하며 신세를 한탄하는 시를 보길도 끝 암벽에 새겨놓았다. 남인과 서인의 영수로 대결하던 두 거물이 보길도에서 남긴 흔적을 보면서 권력과 풍류, 인생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공룡알해변과 뾰족산보길도의 서남쪽 끝에 있는 보옥리 공룡알해변은 한적하게 하룻밤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보길도에서 가장 유명한 예송리 해수욕장에는 매끈하고 작은 몽돌이 있는 반면 공룡알해변에 있는 둥글둥글한 차돌은 아기 머리통만큼 커다랗다. 파도가 칠 때마다 ‘촤르르’ 하며 돌 굴러가는 소리가 이채롭다. 공룡알해변 옆으로는 ‘뾰족산(보죽산)’이 그야말로 원뿔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 이 마을에 있는 보옥민박은 정원이 아름다운 바닷가 민박이다. 1인당 1만 원이면 저녁 식사로 ‘보길도 어촌 백반’을 내준다. 그날 잡힌 물고기로 찌개를 끓이고, 싱싱한 바다 내음이 살아 있는 파래와 톳, 젓갈과 돌김까지 소박하지만 음식 솜씨가 대단한 주인장의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 아침에 주는 전복죽에도 보길도 특산품인 전복이 가득 들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7시에 뾰족산 산행을 시작했다. 동네에서 키우는 흰둥이 개가 등산로 입구로 달려오더니 앞장서 길을 인도한다. 뾰족산은 온통 동백나무가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이다. 흰둥이가 인도하는 등산로에는 선홍색 동백꽃이 점점이 떨어져 있다. 마치 누군가 ‘꽃길만 걷게 해줄게’ 하면서 나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 같다. 아침의 동백나무 숲속에서는 수많은 작은 새들이 지저귀며 울어댄다. 뾰족산은 해발 195m에 불과해 30∼40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바닷가 산이라 해가 떠오르는 공룡알해변과 보옥리 마을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은 청량하기 그지없다. 하산길에 흰둥이가 먼저 내려간 듯 보이지 않았다. 약간 서운한 마음에 올라올 때처럼 동백꽃이 떨어진 길을 따라 하산했다. 그런데 아뿔싸. 동백꽃만 따라갔는데 어느샌가 등산로가 사라졌다. 눈을 들어보니 등산로뿐만 아니라 온 산이 동백꽃 세상이 아닌가. 원시림과 덤불, 바위를 헤치고 겨우 마을로 내려왔다. 야트막한 동네 산이라 꽃에 취해 한 번쯤 길을 잃어도 좋은 봄날의 시간이었다.글·사진 보길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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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상족암

    경남 고성군 상족암에 가면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볼 수 있다. 1982년에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약 250개로 1999년 천연기념물 411호로 지정됐다. 1억5000만 년 전 새겨진 공룡 발자국을 따라 상족암 해안 산책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남해안 한려수도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암벽 깊숙이 미로 같은 굴이 뚫려 있다. 간조 시간 전후로 1시간 반 정도 상족암에 방문하면 해식동굴에서 멋진 동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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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마천루 빌딩 위를 날며 일출을 감상하는 열기구 여행[전승훈의 아트로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은 ‘남반구의 런던’이라고 불린다. 멜버른 인근에서 1850년대 금광이 발견돼 전세계에서 이민자들이 찾아오는 골드러시로 일약 금융의 중심지로 떠오른 도시였기 때문이다. 시내에는 영국 빅토리아풍의 건물이 곳곳에 남아 있고, 고풍스러운 아케이드에는 세계 각국의 미식(美食)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맛집이 가득하다. 문화도시 멜버른의 미술관과 광장, 시장에서는 이벤트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 최첨단 도시에서 즐기는 슬로우 여행 멜버른 도시는 시내를 관통하는 야라(Yarra)강을 주변으로 마천루의 유리창이 햇빛을 받아 번쩍인다. 그 중 남반구 최대인 89층 높이의 ‘유레카 타워’에 올라가면 멜버른 도심과 바다까지 360도 전망을 볼 수 있다. 노천카페가 즐비한 야라강가에는 이른 새벽부터 젊은이들이 노를 젓는 날렵한 조정 경기정들이 떠다니는데, 밤이 되면 크라운 카지노 앞에서 불꽃쇼가 펼쳐지는 등 아름다운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최첨단 마천루 빌딩에서 살짝 비껴나면 영국 빅토리야 양식의 중후한 건물들을 배경으로 낡은 트램열차(무료)가 천천히 다니는 시티 지역이 나온다. 마치 중세 런던을 지구 반대편에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 그래서 비와 구름, 햇빛이 오락가락하는 날씨마저 변화무쌍한 멜버른은 ‘남반구의 런던’이라고 불린다. 그래피티로 유명한 호시어 레인(Hosier Lane) 골목길은 ‘미사 거리’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소지섭, 임수정이 주연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촬영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류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외국인들도 이 곳에서 인증샷을 남기느라 골목길은 늘 북적인다. 1870년에 문을 연 ‘로열 아케이드(Royal Arcade)’는 1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로 고전적인 건축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호주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아케이드로서, 기다란 통로 양옆으로 초콜릿, 아이스크림, 양말, 커피 등을 파는 우아한 상점이 주욱 늘어선 회랑이다. 로얄 아케이드와 함께 멜번의 역사적인 건축물로 등록돼 있는 블록 아케이드 내부에는 3대째 운영되는 애프터눈 티 카페 ‘홉툰티룸(Hopetoun Tea Room)’이 있다. 딸기 케익, 바닐라 슬라이스, 초콜릿 타르트 등 디저트와 함께 커피와 차를 마시기 위한 손님들이 긴 줄을 서는 곳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리트와 빅토리아 스트리트의 모퉁이에 있는 퀸 빅토리아 마켓은 가장 활기찬 멜버른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매일 새벽에 문을 여는 이 곳은 과일과 식료품 뿐 아니라 의류와 잡화까지 다 판다. 심지어 캥거루 고기, 악어 고기, 타조알도 구할 수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인도네시아, 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상인으로 일하고 있는 퀸 빅토리아 마켓은 그야말로 다문화의 용광로다. 여름철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야시장(Night Market)에서는 지구촌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야시장에서는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날 수 있는 ‘회오리 감자’ 코너에도 긴 줄이 섰다. 이러한 멜버른의 도심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열기구를 타고 도심의 하늘을 나는 것이다. 터키의 카파도키아, 이집트 룩소르처럼 한적한 초원이나 사막 위에서 풍선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도심의 최첨단 마천루 빌딩 위를 날으면서 일출을 감상하는 체험이다. 드론 비행도 통제하는 서울 하늘에서는 상상도 못할. 새벽 5시50분. 멜버른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 앞으로 ‘글로벌 벌루닝(Global Ballooning)’이란 이름이 새겨진 승합차가 왔다. 트레일러에는 대형풍선이 실려 있었다. 조종사가 건넨 브로슈어에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대도시 열기구 체험”이라고 씌여 있었다.차량은 멜버른 서쪽 야라강 하구 뉴포트 파크에 멈춰섰다. 함께 떠오를 대형풍선 5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풍선의 입구를 붙잡은 뒤 바람을 밀어넣고, 가스 불꽃을 만들어내니 풍선이 똑바로 서기 시작한다. 차량에 연결된 밧줄을 풀자 승객들이 탄 바구니는 그야말로 사뿐하게 떠오른다. 점차 시야에 들어오는 항구의 컨테이너, 정박돼 있는 크루즈선, 그리고 저멀리 도심의 마천루와 바다…. 남서풍을 타고 날아가는 열기구는 바다에서 요트를 타는 것과 비슷했다. 어떤 기계적 동력장치가 아니라 순수하게 바람에 온 몸을 맡기는 체험이다. 요트를 타고 갈 때 엔진소리 없이 산들산들 전진하는 것처럼, 풍선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고요하게 바람에 실려갔다. 그러면서도 드론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광활한 뷰가 눈 앞에 펼쳐졌다. ‘시네마 모드’로 촬영할 때처럼 천천히 시야가 확대돼가는 감동 말이다. 저 멀리 멜버른 도심의 빌딩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내리비치는 붉은 햇살이 마치 ‘지구 종말의 날’을 그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롭다. 도심의 빌딩의 유리창에 붉은 아침 노을이 반사돼 반짝거렸다. 열기구는 유레카 타워를 비롯해 70~80층 건물이 즐비한 멜버른 도심을 관통하며 야라강 상공 위를 날아간다. 아침부터 강물 위에서 조정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 다리 위로 분주하게 오가는 차량들, 트램과 열차…. 간 밤에 기자가 묵었던 호텔의 간판까지 하늘 위에서 확인하니 더욱 반가웠다. 열기구를 운전하는 호주의 베테랑 조종사는 주택가 수영장이 다 보일 정도로 낮게 날다가도, 빌딩이 가까워지면 가스불을 켜서 열기구를 상승시켰다. 풍선의 천장을 막고 있는 구멍을 열어 열기를 빼내면 풍선은 내려앉았고, 줄을 당기면 풍선이 회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종사는 단순히 열기구를 올리고 내리고, 제자리 회전을 할 수는 있지만 바람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날의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서 착륙지점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조종사는 열기구의 줄에 매단 고프로 카메라를 이용해 바구니에 탑승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고층빌딩 위를 날아가는 대형풍선과 함께 찍힌 탑승객의 모습은 합성사진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약 1시간의 비행을 마친 풍선은 멜버른 시내 동북쪽 외곽의 크리켓 경기장 잔디밭 위로 착륙했다. 조종사는 열기구가 땅에 닿는 앞부분을 살짝 들어올려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성공했다. 반면 다음에 내린 또다른 풍선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바구니가 몇 미터나 끌려가는 경착륙으로 잔디밭에 심하게 긁힌 자국을 남겨두었다. 하차한 뒤 모든 탑승객들이 힘을 합쳐 풍선에 가득한 바람을 빼고, 접어서 차에 싣는 것을 도왔다. 21세기 인공지능(AI) 기술의 시대에 즐기는 아날로그 체험은 멜버른 외곽 단데농 국립공원의 퍼핑빌리에서도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토마스 기차’와 똑같이 생긴 증기기관차가 우거진 원시림 사이를 구불구불 달려간다. 기관실에는 실제로 화부가 석탄을 삽으로 퍼붓고, 굴뚝에서는 하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퍼핑빌리 계곡에는 100년이 훨씬 넘은 나무로 만든 다리가 놓여 있다. 그 목재 다리 위로 증기기관차가 지나간다. 창틀에 앉은 승객들은 창밖으로 다리를 내놓고 활짝 웃고 있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 풍경이다.● 호주 와인과 온천 호주는 칠레, 프랑스 등과 함께 세계적인 와인 생산국이다. 청정자연에서 생산된 자연포도로 만든 와인은 깊고 부드럽다. 멜버른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빅토리아주의 야라밸리는 호주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와인산지다. 호주 최고의 피노누아와 스파클링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야라밸리에는 50여 개의 와이너리, 40개 이상의 와인 저장고가 마련돼 있다. 빅토리아주의 모닝턴반도에 있는 몬탈토(Montalto) 와이너리는 포도원과 레스토랑, 카페, 야외조각과 습지대 등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피노누아와 시라즈, 사르도네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있고, 포도원 투어와 점심식사도 즐길 수 있다. 모닝턴 페닌슐라 온천은 자연의 숲 속에서 천연 미네랄 성분의 노천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규모 욕탕같은 온천이 아니라 우거진 숲 속에 10명 미만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노천 온천이 그림처럼 놓여 있다. 수영복 차림에 하얀색 가운만 걸치면 온천을 즐기면서 숲 속을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힐탑 온천. 가장 높은 언덕 끝까지 올라가면 광활한 호주의 초원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을 갖춘 노천탕이 나온다. 멜버른의 초록색 자연이 온 몸으로 들어오는 이 곳은 인생샷 명소이기도 하다. 글·사진 멜버른=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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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위를 나는 슬로 여행… 요정 펭귄과 흑조의 매력에 빠지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은 ‘남반구의 런던’이라고 불린다. 멜버른 인근에서 1850년대 금광이 발견돼 전 세계에서 이민자들이 찾아오는 골드러시로 일약 금융의 중심지로 떠오른 도시였기 때문이다. 시내에는 영국 빅토리아풍의 건물이 곳곳에 남아 있고, 고풍스러운 아케이드에는 세계 각국의 미식(美食)과 커피, 차를 즐길 수 있는 맛집이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도심 외곽으로 1, 2시간만 벗어나면 광활한 대자연이 펼쳐진다. 호주에서만 살고 있는 희귀 야생동물을 길거리에서 만나는 진귀한 체험이다.》멜버른 시내 89층 높이의 ‘유레카 타워’에 올라가면 도심 마천루 빌딩부터 바다까지 360도 전망이 가능하다. 시내를 관통하는 야라강 가에는 이른 새벽부터 젊은이들이 노를 젓는 조정 경기정들이 떠다닌다. 그런가 하면 빅토리아 양식의 기차역과 아케이드가 있는 시티 지역에는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트램(노면 전차)이 다닌다.●최첨단 도시에서 즐기는 슬로 여행그라피티로 유명한 호저레인 골목길은 ‘미사 거리’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소지섭, 임수정 주연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촬영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1868년 개장한 퀸 빅토리아 마켓은 가장 활기찬 멜버른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매일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이곳은 과일과 해산물, 의류와 잡화까지 다 판다. 심지어 캥거루 고기, 악어 고기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멜버른의 도심을 감상할 수 있는 더욱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열기구를 타고 도심의 하늘을 나는 것.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 이집트 룩소르처럼 한적한 초원이나 사막 위로 나는 풍선이 아니라 마천루 빌딩 위를 비행하며 일출을 보는 풍선이다. 오전 5시 50분. 멜버른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 앞으로 ‘글로벌 벌루닝(Global Ballooning)’이란 이름이 새겨진 승합차가 왔다. 차량은 멜버른 서쪽 야라강 하구 뉴포트파크에 멈춰 섰다. 풍선의 입구에 바람을 밀어넣고, 가스 불꽃을 뿜어대니 풍선이 똑바로 서기 시작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시야에 들어오는 항구의 컨테이너, 크루즈선, 도심의 빌딩 숲, 그리고 바다…. 남서풍에 실려 가는 풍선은 바다에서 요트를 타는 것과 비슷했다. 기계적 동력장치가 아니라 순수하게 바람에 온몸을 맡기는 체험이다. 요트를 탈 때 엔진 소리 없이 산들산들 미끄러져 가는 것처럼, 풍선도 조용히 바람에 실려 갔다. 도심의 빌딩 너머로 해가 떠오르자 구름 사이로 붉은 햇살이 내비친다. 열기구는 70∼80층 건물이 즐비한 멜버른 도심 위를 날아 약 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멜버른 동북쪽 크리켓 경기장 잔디밭 위로 착륙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즐기는 아날로그 체험은 멜버른 외곽 단데농 국립공원의 퍼핑빌리 열차에서도 할 수 있다. 1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증기기관차가 원시림 사이를 구불구불 달려 나간다.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모태가 됐다는 증기기관차의 기관실에서는 실제로 화부가 땀 흘리며 삽으로 석탄을 퍼붓고 있다. 열차를 탄 후 야라밸리의 몬탈토 와이너리를 방문하거나, 모닝턴 페닌슐라 온천에서 천연 미네랄 성분의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멜버른의 초록색 자연을 한층 더 깊게 느낄 수 있다.●필립섬에서 만난 펭귄과 블랙스완멜버른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40분 거리의 ‘필립아일랜드’는 자연이 잘 보전된 섬이다. 이곳에서는 펭귄과 캥거루, 코알라, 왈라비, 흑조, 가시두더쥐 등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동물을 야생에서 만날 수 있다. 필립섬의 대표적인 명물은 바로 ‘리틀펭귄’. 키 30cm, 몸무게는 약 1kg. 지구에서 가장 작은 펭귄 종으로, 별칭은 ‘페어리(요정) 펭귄’이다. 서멀랜드비치에 가면 매일 평균 2000여 마리의 펭귄이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2박 3일간 바다에서 먹이활동 후 일몰 시간대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바닷물 속에서 리더 펭귄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수십 마리의 펭귄이 뭍으로 올라온다. 이후 적게는 5∼10마리씩 뒤뚱뒤뚱 집을 찾아가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바닷가 근처에 굴을 파놓은 펭귄은 금세 집을 찾아가지만, 산비탈을 넘어가는 펭귄은 멀게는 2km나 걸어서 집으로 간다. 배가 불룩한 펭귄 2마리가 고갯길에서 힘겨웠는지 배를 깔고 엎드려 쉬어 간다. 집에 있는 어린 자식을 먹이려고 배 속에 물고기를 가득 채워 놨을까. 직장인 엄마, 아빠의 고단한 퇴근길이 떠올라 울컥한 장면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가족을 부르는 소리에 고요하던 필립섬은 펭귄 울음소리로 가득 찬다. 필립섬 백조의 호수(Swan Lake)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호수 위에는 S자로 굽은 긴 목을 가진 새가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모양은 영락없는 백조인데 몸이 온통 검은색이었다. 말로만 듣던 ‘블랙 스완’, 흑조였다.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 3막에서는 백조 오데트로 변장한 흑조 오딜이 지그프리트 왕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내털리 포트먼이 완벽하게 연기하고 싶어했던 1인 2역 변신 장면이다. 경제 용어로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 유럽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특산종인 검은 백조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랐을지 이해가 가는 용어다. 스완레이크에 있는 조그만 통나무 집에 들어가면 완벽하게 숨어서 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에 망원경도 필요 없다. 호숫가 주변 풀밭에는 왈라비가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왈라비는 캥거루와 비슷하게 생긴 유대류인데, 몸집이 좀 작고 털 색깔이 짙다. 또 길쭉한 주둥이에 등에 뾰족한 바늘이 촘촘히 박힌 ‘가시두더지’도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통나무집에서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힐링의 호숫가였다.●그레이트오션로드 호주 멜버른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그레이트오션로드’는 총 241km에 이르는 해안도로다. 주변에는 도보 트레일 코스인 ‘그레이트오션워크(Walk)’도 있다. 빅토리아주 어촌 마을인 아폴로베이에서 시작되는 100km 구간으로, 해안 절벽과 숲, 바위를 통과하며 바닷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트레일의 마지막 목적지는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다. 구불구불한 해안 절벽을 따라 서 있는 12사도 바위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전 세계 50곳’에 늘 거론되는 곳이다. 파도의 침식으로 석회암 12사도상이 하나둘씩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트캠벨 국립공원에 있는 ‘런던아치(런던브리지)’에 가보니 파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런던아치는 1990년 1월 육지와 연결된 곶이었는데 파도의 침식으로 아치가 무너져 내려 섬이 됐다. 그레이트오션로드를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헬리콥터를 타는 것이다. 12사도 바위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하는 헬기를 타면 약 16분 동안 45km를 날아서 로크아드 협곡, 런던아치, 코끼리바위 등을 돌아볼 수 있다. 1919년에 시작된 그레이트오션로드 건설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후 귀향한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사업으로 시작됐다. 총 3000여 명의 참전 군인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건설에 참여했는데, 그들을 위한 기념비도 서 있다. 멜버른 현지 여행 가이드인 대니얼 서 씨는 “그레이트오션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쟁기념물”이라고 말했다. 여행 정보=한국에서 멜버른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이용하면 인천∼홍콩 3시간, 홍콩∼멜버른 8시간 걸린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인천∼홍콩 노선을 주 24회 운항하며, 홍콩에선 호주 3개 도시(시드니, 멜버른, 퍼스)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16분 동안 진행되는 12사도상 헬기 투어는 165호주달러(약 14만 원), 열기구 체험은 495호주달러(약 43만 원), 퍼핑빌리 증기기관차는 왕복 61호주달러(약 5만 원)다. 글·사진 멜버른=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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