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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일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SK가 챗GPT 개발업체인 오픈AI의 초대형 AI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뒤 “막대한 투자 재원을 조달해야 할 텐데 규모가 워낙 커서, 독점의 폐해가 없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밝혔다. 김 실장은 “2029년 기준이지만, 지금 삼성과 SK의 월 생산 웨이퍼양과 거의 버금가는 양을 한 회사가 사겠다고 의향을 밝혔다”고 말했다.오픈AI와 삼성, SK는 이날 5000억 달러(약 702조 원) 규모의 미국의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관련한 메모리 반도체 협력 파트너십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웨이퍼 기준 월 90만 장 규모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준으로 현재 생산량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김 실장은 “지금 SK와 삼성이 운용하는 공장을 이론적으로 봐도 2배 정도 새로 지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산업 정책이나 제조업 및 실물경제에도 너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천문학적 재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는 규제다.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지배해 편법 승계 등에 악용하는 것 등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됐지만 AI 등 첨단 산업을 위한 막대한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구글이나 소프트뱅크 산하 펀드처럼 기업 주도 초대형 펀드를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현행 금산분리 제도는 또 금융계열사와 비(非)금융계열사 간의 대출과 투자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선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달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 참석했던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기업 펀드 운용사(GP)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기업 GP를 금융업으로 간주해 금산분리 규제에 위반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은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어도 유망 스타트업을 보는 선구안이 부족한데 선구안을 가진 대기업이 주도해 기업 GP가 허용되면 은행들이 믿고 같이 투자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같이 키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21년 대기업 지주회사 소속 CVC 설립을 허용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소속 CVC는 100% 자회사 형태로만 설립할 수 있다. 또 외부 자금 조달 역시 총출자액의 40%만 할 수 있어 수백억 원 수준의 소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기업 임원은 “대규모 투자에 나설 때 자금 조달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며 “CVC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 검토에 대해 “AI 투자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해 삼성과 SK 등 개별 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풀어주겠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대통령실은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30조 원 이상을 AI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번에 만든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이런 메가 프로젝트의 에너지나 반도체 같은 중요한 전략 산업에 조인트(합작)로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민성장펀드가) 12월 출범할 때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이날 올트먼 CEO와의 접견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AI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르기 때문에 다시 한번 한국은 모범적인 AI 선도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I 확산은 반도체 없이 불가능하고 반도체는 삼성과 SK가 글로벌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만큼 세 기업이 체결한 LOI는 글로벌 시장을 이끌 상생의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픈AI와의 협업이 국내 수출 확대, 고용 창출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면서 “삼성과 SK가 오픈AI와 함께 글로벌 AI 확산의 핵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올트먼 CEO는 “한국 제조업 베이스가 세계 최고고, 전 세계가 한국 없이는 AI를 발전시킬 수 없다”며 “한국과 함께 성공을 써 나가고 싶다”고 답했다.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픈AI와 국가 AI 대전환 및 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 AI 생태계 지원, AI 기반의 지역경제 발전, 공공 AI 전환(AX) 촉진, AI 인재 및 스타트업 육성 등을 통해 한국이 AI 허브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해 가기로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사진)이 30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주장에 대해 “아무리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출 권력 우위’ 발언에 대해선 “권력기관의 서열이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그 표현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 정서와 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여권의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을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해서도 “청문회의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왜 그렇게 서둘러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민주당이) 입법 만능주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간청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5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왜 속전속결로 처리했느냐”면서 “국가의 앞날에 큰 영향을 주고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있을 것을 알면서 왜 그렇게 빨리 처리했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지점이 오늘의 사법 불신 및 이 사태에 이르는 단초가 된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 국민도 최소한의 입장 표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고 권력은 국민, 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과 간접 선출 권력”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선 “헌법에 권력기관의 서열 규정은 없고, 저도 서열이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헌법 편제상의 순서는 있다. 대통령도 그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내란전담재판부 논의를 두고선 “대법원을 상고심으로 하고 그 재판부의 법관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구도, 법관의 자격과 법원 조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위헌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란 주장에 대해선 “검사들의 허탈감은 이해하지만, 검찰청 조직 폐지가 헌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보완 수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에 대한 ‘정치 보복’ 논란에 대해서도 “헌정질서 파괴 세력에 대한 단죄는 정치 보복이 아니다”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 측근’으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대통령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통령은 29일 김 부속실장의 이동과 함께 윤기천 제2부속실장을 총무비서관에, 김남준 1부속실장을 대통령실 대변인에 임명하는 내용의 대통령비서실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을 경기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좌했던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 핵심 측근들이 연쇄 이동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 부속실장의 국회 출석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림자 대통령(김 부속실장)’이 전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부속실장은 국회 출석 여부에 대해 “보직과 상관없이 국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고리 권력’ 부속실장으로 이동한 김현지이번 인사로 인사, 예산, 조직, 시설 관리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직을 수행해 왔던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게 됐다. 일정 관리와 수행, 대외 접촉 일정 등을 총괄하는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공개·비공개 회담에 배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관과 핵심 참모들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사전에 확인하고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파하는 역할을 맡아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다. 김 부속실장은 1998년 성남시민모임 창립 때부터 이 대통령을 30년 가까이 보좌해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다. 이날 인사는 국민의힘이 최근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 비서관을 통한다)이라며 김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30여 년간 국감에 총무비서관이 나오지 않은 전례가 없다”며 반발해 왔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인사 발표 이후 “국정감사에 총무비서관을 출석시킨다고 했더니 갑자기 자리를 바꿔 버렸다”며 “다른 사람이 총무비서관으로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설명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김현지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총무비서관과 달리 부속실장은 대통령 가까이서 보좌하는 참모라는 이유로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직에 상관없이 (출석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게 김 실장의 입장”이라고 전했다.일각에선 강선우 이진숙 장관 후보자 낙마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달 부활시킨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 조직 개편과 연동해 인사 시스템 전반을 쇄신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사수석 산하에 인사비서관과 균형인사제도비서관을 두는 방안도 이날 발표됐다. 2부속실장에서 총무비서관으로 이동한 윤기천 신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임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던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면서 일정과 행사 기획, 메시지 등을 전담하는 2부속실장은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된다.● 대변인은 강유정·김남준 투톱 체제… “金 지방선거 차출 포석” 분석도이날 인사로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은 기존 강유정 대변인과 김남준 대변인 ‘투톱 체제’가 됐다. 대변인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변인을 추가해 대국민 소통을 늘리겠다”며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대통령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좌하고 유능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조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을 지내던 시절부터 대변인을 맡으며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김 대변인 기용이 내년 6·3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에선 김 대변인의 지방선거 차출설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및 정당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권순정 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을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밑으로 이동시키고 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실과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실을 통합하기로 했다. 이규연 대통령홍보소통수석비서관 산하에 있던 김남국 대통령디지털소통비서관을 강 실장 직속으로 이동시켰다. 강 실장은 “디지털 소통 기능을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비서실장 직속으로 국정기획자문단도 운영키로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 측근’으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대통령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통령은 29일 김 부속실장의 이동과 함께 윤기천 제2부속실장을 총무비서관에, 김남준 1부속실장을 대통령실 대변인에 임명하는 내용의 대통령비서실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을 경기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좌했던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 핵심 측근들이 연쇄 이동한 것이다.국민의힘은 김 부속실장의 국회 출석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림자 대통령(김 부속실장)’이 전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부속실장은 국회 출석 여부에 대해 “보직과 상관없이 국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고리 권력’ 부속실장으로 이동한 김현지이번 인사로 인사, 예산, 조직, 시설 관리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직을 수행해 왔던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게 됐다. 일정 관리와 수행, 대외 접촉 일정 등을 총괄하는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공개·비공개 회담에 배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관과 핵심 참모들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사전에 확인하고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파하는 역할을 맡아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다. 김 부속실장은 1998년 성남시민모임 창립 때부터 이 대통령을 30년 가까이 보좌해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다.이날 인사는 국민의힘이 최근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 비서관을 통한다)이라며 김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30여 년간 국감에 총무비서관이 나오지 않은 전례가 없다”며 반발해 왔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인사 발표 이후 “국정감사에 총무비서관을 출석시킨다고 했더니 갑자기 자리를 바꿔 버렸다”며 “다른 사람이 총무비서관으로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설명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김현지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총무비서관과 달리 부속실장은 대통령 가까이서 보좌하는 참모라는 이유로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직에 상관없이 (출석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게 김 실장의 입장”이라고 전했다.일각에선 강선우 이진숙 장관 후보자 낙마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달 부활시킨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 조직 개편과 연동해 인사 시스템 전반을 쇄신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사수석 산하에 인사비서관과 균형인사제도비서관을 두는 방안도 이날 발표됐다. 앞서 이달 9일 대통령실은 인사수석에 조성주 한국법령정보위원장을 임명했다. 총무비서관을 지내며 주요 인사를 총괄해온 김 부속실장은 주변에 주요직 인선이 마무리되면 자리를 옮기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2부속실장에서 총무비서관으로 이동한 윤기천 신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임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던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면서 일정과 행사 기획, 메시지 등을 전담하는 2부속실장은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된다.● 대변인은 강유정·김남준 투톱 체제…“金 지방선거 차출 포석” 분석도이날 인사로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은 기존 강유정 대변인과 김남준 대변인 ‘투톱 체제’가 됐다. 대변인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변인을 추가해 대국민 소통을 늘리겠다”며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대통령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좌하고 유능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조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을 지내던 시절부터 대변인을 맡으며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김 대변인 기용이 내년 6·3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에선 김 대변인의 지방선거 차출설이 나온다.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및 정당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권순정 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을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밑으로 이동시키고 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실과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실을 통합하기로 했다. 이규연 대통령홍보소통수석비서관 산하에 있던 김남국 대통령디지털소통비서관을 강 실장 직속으로 이동시켰다. 강 실장은 “디지털 소통 기능을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비서실장 직속으로 국정기획자문단도 운영키로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현역 의원 41명이 포함된 여당 친명(친이재명)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금 3500억 달러(약 494조 원)는 ‘선불(up front)’이라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27일 논평을 내고 “무도한 관세 협상으로 국민주권을 훼손하는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정부 주장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 직접 투자 방식으로 이행한다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곧장 바닥을 드러내 국제통화기금(IMF)의 힘을 빌려야 하는 ‘제2의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며 “미국·일본과 무제한 통화 스와프 등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채널A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우리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며 “협상 전술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3500억 달러(약 49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불(up front)’ 언급과 관련해 “우리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위 실장은 이날 채널A에 출연해 “협상 전술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건 대한민국의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라며 “여야를 떠나 누구라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갖고 얘기하려 하고, 대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위 실장은 “우리가 하나의 목표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차기 정상회담 계기”라면서 다음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때를 향해 (타결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협상을 논의한 것과 관련해선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협상장이 아니었고 단지 우리의 입장을 좀 더 명확하고 비중 있게 전달하는 자리였기에, (앞으로의) 협상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APEC 정상회의 계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기보다는 아직은 그냥 상상의 영역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될 개연성이나 조짐이 보이는 건 아직은 없다”고 했다.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 당시 제시한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른바 엔드(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국민이 END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냐, 비핵화(D)가 맨 나중 아니냐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글자를 쓰다 보니 그런 것이지 (중요도) 순서나 우선순위가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비핵화 포기는 절대 맞지 않는 말”이라며 “비핵화를 포기한 적도, 포기할 생각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엄중한 위기 인식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씀이 ‘지금 이대로 가면 (북한의) 핵무기가 매년 15∼20개씩 늘어나는 것 아니냐. 이 상황을 방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위 실장은 엔드 이니셔티브 개념에 대한 아이디어는 통일부가 냈다며 “통일부의 제안인데, 대통령실에 올라온 틀을 그대로 받아 조금 수정을 가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군사력, 국방력, 국력을 갖고도 외국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과의 동맹과 공조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우리가 재래식 전력 부분에서 해야 할 도리에 대해선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자신감을 갖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 자주국방의 정도를 높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에 인태연 전 대통령자영업비서관(62·사진)이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 전 비서관은 친여 유튜버 김어준 씨의 처남이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인 전 비서관을 중기부 2차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검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을 담당하는 2차관 자리는 해당 분야의 네트워크나 전문성이 중요한 만큼 후보군이 많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인 전 비서관을 1순위로 인사 검증하는 중”이라며 “다만 김어준 씨의 손위 처남이라는 점 등에 대해 여론을 좀 의식하면서 다른 인사 풀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중기부 제2차관은 소상공인 지원·육성과 보호 등 소상공인 관련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인 전 비서관은 한국외국어대 독일어학과를 졸업한 뒤 인천 부평구 문화의거리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며 상인회장을 지낸 자영업자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대통령자영업비서관을 지냈다. 인 전 비서관은 2012년 사채를 써서 빚으로 고통받는 사람 대신 빚을 갚아주는 사단법인 ‘희망살림’ 설립을 주도했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던 성남FC를 후원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에는 이 대통령과 함께 당 민생연석회의 공동의장을 맡았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민생연석회의가 제안한 지역화폐 발행 확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제한 등의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난 것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대미 투자 펀드의 운용 방식을 둘러싼 한미 협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미 투자 ‘안전장치’를 위해 요구한 한미 통화 스와프 등 쟁점이 좁혀지면서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 정부는 다음 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 전 접점을 찾기 위해 협상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다만 여전히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 미국과 대출·보증 중심이라는 한국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선트, 통화스와프 요구 트럼프에 전달키로 이 대통령은 이날 베선트 장관에게 직접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외환시장 문제는 한미 논의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 사안”이라며 “오늘 접견은 이후 협상에 있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관세 협상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외환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며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해 왔다. 이 협정을 맺으면 원화를 미국에 맡긴 뒤 미리 정한 환율로 이를 달러로 맞바꿀 수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선 금융위기의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 대통령의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 펀드의 첫 관문인 통화스와프 문제를 외환시장 주무 장관인 베선트 장관과 직접 논의한 만큼 꽉 막힌 실무협의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문제가 진전되더라도 러트닉 장관이 총괄하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운영 방식에 대한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통화스와프가) 안 되면 충격이 너무 크다. 해결되지 않으면 도저히 다음으로 나가지 못하는 필요조건”이라며 “그것이 해결된다고 해서 당연히 미국이 요구하는 에퀴티(equity·현금투자) 형태로 3500억 달러 투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국내법과 국회 동의를 ‘충분조건’에 비유하며 “(양국 간 합의가) 중요한 부담이 된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수출입은행법을 고치거나 정부의 보증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면, 국회에 가서 보증동의안을 받아야 된다”고 했다.● “美가 보낸 투자 문서 예상과 판이하게 달라”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상업적 합리성’ 역시 충분조건이라며 “최소한 그에 대한 미국의 해답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말한 것이고, 충분조건까지 다 갖춰져야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할 것이냐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요구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선 “(7월 관세 합의) 이후 미국이 양해각서(MOU)라고 보낸 문서에 판이한 내용이 있었다”며 “우리는 3500억 달러를 상한선(ceiling) 개념으로 생각했고, 통상적인 국제 투자나 상례에 비춰 볼 때 대부분은 대출이고 아주 일부분 투자라고 예상을 했다”고 했다. 이를 관세 합의 당시 비공식 문서인 ‘비망록’에도 기록했으나, 미국은 사실상 3500억 달러 전부에 대한 현금 투자를 요구했다는 것. 김 실장은 “미국은 캐시플로(cash flow·현금흐름)라는 말을 썼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에퀴티(현금 투자)에 가깝게 주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최대한 캐시플로가 대출에 가까운 속성을 가지도록 문안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또 김 실장은 대미 투자 이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수익을 한미가 9 대 1로 나누자는 제안을 했다고도 설명했다. 투자 펀드 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갖되 원금 회수 이전엔 한국이 수익의 90%를 가져 단기간 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 투자 위험을 낮추는 방식을 제안했다는 것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뉴욕=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을 마친 뒤 뉴욕에서 주최한 정상 및 배우자 만찬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짧게 만나기보다는 이미 약속된 일정을 소화하는 게 의미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관세 협상 등 중요한 현안이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45명의 각국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30분 정도 머물며 참석자들과 대화했다. 일부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같은 시각 이 대통령은 뉴욕에서 강경화 주미 대사 내정자와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등 외교안보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해당 만찬은 개별 초청이 아니라 올 사람들은 오라는 식이었다”면서 “오피니언 리더 초청 만찬 일정이 먼저 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불과 지난달 한미 양자회담을 가졌고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또 볼 텐데 만찬 장소에 가서 몇 초를 만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셀프 왕따 인증”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대통령이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설득하고 관세 협상을 매듭지어야 하는 우리 현실을 외면했다”며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140여 명의 전 세계 주요 정상과 외교 인사들이 모였다면 무조건 참석해서 대한민국 외교 지평을 한 단계 넓혀야 했지만, 이마저도 스스로 포기했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혁 주일대사 내정자가 최근 일본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 동의)를 받았다고 외교 소식통이 25일 전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 주일 대사에 내정한 뒤 아그레망 절차에 착수한 지 약 한 달만이다. 이 내정자는 이달 말로 조율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부산 방한 일정 등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내정자는 지난달 23일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한일 정상회담에 배석한 바 있다.한일 정부는 이시바 총리가 다음달 말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는 방안을 유력하게 조율 중이다. 당초 이시바 총리의 방한 장소로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 등 복수의 후보지가 한일 간 논의됐으나 부산으로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 방한이 성사되면 총리로서 사실상 마지막 외국 방문이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다음달 4일 실시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세 가지 요소는 각각이 하나의 과정으로 서로 간 우선순위나 선후 관계가 있는 건 아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른바 ‘엔드(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추진해 가면서 선순환을 이끌겠다는 것.‘엔드 구상’은 비핵화를 대북 제재 완화나 북-미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뒀던 기존 대북 접근법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과 비핵화 사이 ‘중간지대’로 핵 동결을 “현실적 대안”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자칫 비핵화 합의 없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추진되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비핵화 목표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 관계 정상화가 비핵화보다 앞설 수도”‘엔드 구상’은 남북 교류(E), 북-미 및 남북 관계 정상화(N), 비핵화(D)를 포괄적으로 추진하되 먼저 진전을 보이는 분야부터 집중 추진·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엔드 구상’을 내놓는 과정엔 통일부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공식화한 ‘(핵 개발) 중단-축소-폐기’ 3단계 구상이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방법론이라면 ‘엔드 구상’은 비핵화를 포함하는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이 종합된 것. 위 실장은 “(두 구상이) 배치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엔드 구상’은 역대 대북 접근법이 모두 실패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된 남북 및 미-중-러-일이 참여한 6자 회담은 9·19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비핵화 이후 경제 지원과 북-미 수교 등이 단계적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과 비핵화 과정에 보상이 병행돼야 한다는 북한 간의 이견으로 결렬됐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1항), 평화체제 구축(2항), 비핵화(3항) 등이 담긴 싱가포르 선언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포괄적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빅딜(Big deal·일괄 타결)’ 제안을 거부하면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귀결됐다. 이재명 정부는 ‘엔드 구상’을 통해 기존의 ‘선(先) 비핵화, 후(後) 관계 정상화’ 공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핵 고도화로 시간이 많지 않아 포괄적으로 같이 해나가자는 것”이라며 “북-미 수교 등 관계 정상화가 비핵화보다 앞설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의 대남 단절로 남북 교류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상대적으로 대화 가능성이 열린 북-미가 관계 정상화나 비핵화 논의에 진전을 보일 수 있도록 한국이 이를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 교류, 관계 정상화가 먼저 추진된다면 북한의 핵 보유만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교류와 관계 정상화는 북핵 문제 해결의 순서가 반대로 된 것”이라며 “상대의 선의에 기대하는 외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미 정부 차원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계속 재확인하고 있다. 비핵화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PEC 전 한미 관세 협상 접점 찾으면 타결 가능”위 실장은 이날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선 “미국이 대화를 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서로 간 구체적인 움직임은 파악된 게 없다”고 했다. 또 21일 이 대통령의 ‘자주국방’ 발언에 대해선 “우리가 방위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라며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고 우리는 핵을 갖고 있지 않다. 비대칭적 분야에서 억지력을 위해선 미국의 확장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한 한미 협상에 대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이 됐으면 좋겠고, 그 전에라도 접점을 찾으면 타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엔드(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른바 ‘엔드 이니셔티브’를 꺼내들었다. 남북 교류,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해 비핵화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정책 구상을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포기를 전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사실상 ‘북-미 대화 판 깔기’에 나선 것.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직접 대화를 한미 공조로 지원하는 것에 더해 다음 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페이스메이커(pace maker)’ 구상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李 “실용적 비핵화 방안 모색해야” 이 대통령은 이날 190여 개국 정상 중 7번째로 유엔총회 연단에 올라 “민주 대한민국은 평화 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겠다”면서 “그 첫걸음은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조했던 상대 체제를 존중하면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할 뜻이 없다는 3대 대북 원칙을 언급했다.이 대통령은 “교류와 협력이야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굴곡진 남북 관계의 역사가 증명한 불변의 교훈”이라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과 비핵화 사이 ‘중간지대’로 북핵 동결을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힌 가운데 일단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중단-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강조한 것.‘엔드 이니셔티브’ 구상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를 뒤로 미루자는 것이라기보다는 제재 완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3단계 비핵화 로드맵과 포괄적으로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엔드 이니셔티브’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러브콜에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 격) 연설로 호응한 가운데 나왔다.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의 소통 가능성엔 선을 그었지만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9년 6월처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한국이 북-미 간 교두보(bridge)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역사는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에 쉼 없이 맞서 온 유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의 미래를 논의할 유엔총회에서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했다. 한국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빠르게 극복하고 국가 정상화를 이뤄냈음을 전 세계에 천명한 것이란 평가다.● 한미일 외교장관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다만 한미 정부는 일단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북한과 한미 간 북핵 협상 목표에 대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백악관도 김 위원장 연설이 공개된 지 하루 만인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세 차례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반도를 안정화시켰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달성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대화하는 데 계속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미일 외교장관도 22일 뉴욕에서 회담을 가진 후 공동성명을 통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전방위적 핵전쟁연습”이라고 비판한 한미일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의 정기적 시행을 통한 안보 협력 증진도 공동성명에 담겼다. 다만 외교부는 23일 한미일 회담 별도 보도자료에서 ‘북한 비핵화’ 표현을 ‘한반도 비핵화’로 대체하며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뉴욕=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포함한 3박 5일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뉴욕 방문에선 한미·한미일 정상회담이 따로 예정되지 않은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은 유엔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회의를 갖고 3각 안보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22일 뉴욕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후 미국 상하원 의원단을 접견하고, 동포간담회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이 대통령은 23일 190여 개국 정상 중 7번째 순서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키워드로 한국이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돌아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공존과 북한을 향한 대화 촉구 메시지도 기조연설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기조연설 후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이 대통령은 24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9월 한 달간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으면서 회의를 주재하게 된 것. 이 대통령은 ‘모두의 AI’를 주제로 국제사회의 평화, 번영을 위한 공동 대응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일정 마지막 날인 25일엔 ‘대한민국 투자 서밋’ 행사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 정책과 ‘코리아 프리미엄’을 알릴 계획이다.이 대통령 뉴욕 방문에 동행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외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북한 핵·미사일 대응 등을 논의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외교 수장이 마주 앉는 건 처음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동결에 대해 “잠정적 응급조치로서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 개발과 비핵화 사이 북-미가 협상 가능한 이른바 ‘중간지대’를 구체화한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비핵화 협상 절대 불가’ 원칙을 강조하며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핵 고도화와 북한의 남북, 북-미 대화 거부로 한미가 유지해온 비핵화 목표가 흐릿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李 “핵 동결이 현실적 대안” 이 대통령은 1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핵화 약속을 하지 않은 북-미 합의를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일종의 잠정적 응급조치로서 핵·미사일 개발을 현 상태에서 멈추는 것 자체도 군사안보, 평화 측면에서 유익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게 ‘최종 합의’라면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잠정적으로야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면서도 “북한은 체제 안정이라는 현실적 목표 때문에 결코 핵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1년에 15∼20기 정도의 핵무기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면서 “완전한 최종 목표를 위해 성과 없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냐,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라도 그 목표를 이뤄낼 것이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핵 고도화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북-미가 추진했던,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및 제재 완화를 한 번에 맞교환하는 빅딜(big deal)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을 내비친 것이다. 취임 이후 ‘핵 개발 중단-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공식화한 이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해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북한이 남북 대화 재개에 호응하지 않는 가운데 향후 소통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북-미 대화 기준점을 제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핵 협상을 추동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비핵화 없는 핵 동결 수용, 北 핵보유국 인정 신호 줄 수도”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 동결을 포함한 3단계 로드맵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한국 국회 격) 연설에서 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3단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우리와 마주 앉을 수 있는 명분과 기초를 제 손으로 허물어 버렸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핵 보유를 그 어떤 경우에도 다칠 수 없고 변화시킬 수 없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공화국의 최고법에 명기한 것”이라며 “이제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위헌 행위를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비핵화가 의제에서 제외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가 북한에 핵 동결 및 군축 협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국제사회가 그간 유지해온 비핵화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북핵 협상 구도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단계별 비핵화는 결국 그 중간 과정에서 북한에 퍼주고 싶다는 뜻이며 문재인 정부처럼 자진해서 속아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김정은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가 바라던 방향 그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미중 정상이 함께 방한하는 건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고율 관세를 주고받던 미중 무역전쟁이 일시 휴전 상태인 가운데 경주 APEC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나 관세, 수출 통제, 희토류 등 핵심 현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이른 시기에(in the early part of next year·통상 1∼3월을 의미)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중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선 무역 의제보다 민감한 대만 문제 등 안보 이슈도 논의될 수 있고, 경주 APEC에선 이와 관련된 전초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중 정상, 다음 달 경주 APEC과 내년 초 중국에서 만날 예정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통화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무역, 펜타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종식 필요성, 틱톡 매각 승인 등 여러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경주 APEC 방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미중 정상 간 통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최근 양국 협상은 평등, 존중, 호혜의 정신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여러 차례의 협상을 통해 이룬 성과를 훼손하지 않도록 일방적인 무역제한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올 들어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던 양국은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을 11월 10일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미중 정상이 관세 유예 종료를 열흘가량 앞두고 경주에서 만나는 만큼 이 자리에서 관세, 반도체 관련 기술 통제,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의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미중 정상이 경주 APEC에서 만나게 된 것을 두고 내년 1분기(1∼3월)로 예상되는 베이징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회동 성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APEC이 다자 경제 협의체인 만큼 경주에선 양국 간 무역 문제에 집중하고 대만, 남중국해 등 민감한 안보 이슈들은 베이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조건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를 원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올 2월 미 국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만 관련 공식 설명 자료를 갱신하면서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뺐다. 일각에선 중국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면 북한의 핵 개발과 북-미 대화 같은 이슈도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韓 정부 “미중 간 만남 최대한 지원” 한국은 경주 APEC에서 미중 정상 간 만남을 환영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는 건 우리한테도 나쁘지 않다”며 “미중 간의 협력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게 될 한중 정상회담을 풀어내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교두보(bridge)’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13년 만에 미중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두 나라의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뜻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2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다. 취임 직후인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이은 두 번째 다자외교 무대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성장 등을 키워드로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일곱 번째 순서로 기조연설을 한다. 올해 유엔 총회 주제는 ‘더 나은 함께: 평화, 개발, 인권을 위한 80년과 그 너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돌아왔다(Korea’s democracy is back)는 메시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19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다자 무대에 서는 만큼 한국이 평화, 개발, 인권을 위해 기여한 내용도 연설문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떤 구상을 밝힐지도 관심이 모인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핵 개발 중단-축소-폐기’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연설에 비핵화 구상이 담길 순 있지만 한반도에 국한해선 안 된다”며 “유엔 80주년 주제의 연장선에서 한반도 문제 평화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당부하면서 비핵화 구상은 간접적으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보다 진전된 대북 메시지는 담기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공존과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는 광복절 경축사 수준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구상을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이것이)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선(先) 비핵화 조치, 후(後) 종전선언’ 원칙을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러-북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에 대한 직접적 도발”이라며 북-러 밀착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모두의 AI’를 기조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대응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주한미군 없이는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굴종적 사고”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한미가 논의하고 있는 ‘동맹 현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 확보 등 주한미군의 역할·규모 조정과 한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강하다”는 표현을 두 번 반복하며 한국의 첨단 군사력 증강과 자주국방 의지를 강조한 것.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청구서’에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로 한국이 중국과의 분쟁에 말려들지 않도록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자주국방 강조하며 “외부 군사충돌 휘말리면 안 돼”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상비군 감소 추세 및 남북 군 병력 비교 관련 기사를 인용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국력을 키우고, 국방비를 늘리고, 사기 높은 스마트 강군으로 재편하며, 방위산업을 강력히 육성하는 등 다시는 침략받지 않는 나라, 의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1.4배인 점 등 북한과의 경제·군사력을 비교하면서 “인구 문제는 심각하고 당장의 병력 자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비 병력 절대 숫자의 비교만으로 우리의 국방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병력 수가 국방력’이란 일각의 평가가 잘못됐다면서 본인의 자주국방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날 발언이 한미 간 동맹 현대화 협의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메시지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미 협상에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니까 그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이 요구해온 동맹 현대화는 조만간 한미 관세 협상과 함께 한미 간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국가방위전략(NDS)과 미군재배치계획(GPR)을 발표한 후 본격적인 주한미군 재편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우리 정부도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주한미군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대북 연합대비태세 약화나 양안 문제를 둘러싼 미중 분쟁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대립적인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듯 “전 세계가 갈등 대립을 넘어 극단적 대결과 대규모 무력 충돌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외부의 군사 충돌에 휘말려서도 안 되고,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현 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한 것도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가 한국의 필요에 의해,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의지 강조 이 대통령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전작권 전환을 임기 내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면서 국방비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에서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고 했다. 앞서 2006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별들 달고 꺼드럭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말한 노 전 대통령 연설을 언급한 것. 정부는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에 따라 인상하기로 한 국방비를 토대로 대북 역량 구비 등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해 나가면서 임기 내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동맹을 굴종으로 매도한 안보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단순히 ‘외국 군대’로 격하한 대통령의 발언은 안보 근간을 무너뜨리는 망상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미중 정상이 함께 방한하는 건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고율 관세를 주고 받던 미중 무역전쟁이 일시 휴전 상태인 가운데 경주 APEC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나 관세, 수출 통제, 희토류 등 핵심 현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이른 시기에(in the early part of next year·통상 1~3월을 의미)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중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선 무역 의제보다 민감한 대만 문제 등 안보 이슈도 논의될 수 있고, 경주 APEC에선 이와 관련된 전초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중 정상, 다음달 경주 APEC과 내년 초 중국에서 만날 예정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통화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무역, 펜타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종식 필요성, 틱톡 매각 승인 등 여러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앞서 시 주석은 2023년 11월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당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후로는 미중 정상 간 통화만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6월에 시 주석과 처음 통화했다.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경주 APEC 방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미중 정상 간 통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최근 양국 협상은 평등, 존중, 호혜의 정신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여러 차례의 협상을 통해 이룬 성과를 훼손하지 않도록 일방적인 무역제한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올 들어 관세 폭탄을 주고 받았던 양국은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11월 10일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미중 정상이 관세 유예 종료를 열흘가량 앞두고 경주에서 만나는 만큼 이 자리에서 관세, 반도체 관련 기술 통제,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의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미중 정상이 경주 APEC에서 만나게 된 것을 두고 내년 1분기(1~3월)로 예상되는 베이징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회동 성격이 될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APEC이 다자 경제 협의체인 만큼 경주에선 양국 간 무역문제에 집중하고 대만, 남중국해 등 민감한 안보 이슈들은 베이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조건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를 원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올 2월 미 국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만 관련 공식설명 자료를 갱신하면서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뺐다.요미우리는 “중국과 거래를 추구하는 트럼프는 군사 지원 승인을 미루는 등 대만에 대한 관여를 줄이려는 조짐을 보인다”며 “이를 호기로 보는 중국이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중국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면 북한의 핵개발과 북미 대화 같은 이슈도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韓 정부 “미중 간 만남 최대한 지원”한국은 경주 APEC에서 미중 정상 간 만남을 환영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는 건 우리한테도 나쁘지 않다”며 “미중 간 협력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게 될 한중 정상회담을 풀어내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교두보(bridge)’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13년 만에 미중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두 나라의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뜻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와 관련해 “내가 동의하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이 대통령은 이달 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인 대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미국이 지정한 투자처에 한국이 현금을 지원하고,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안미경중)한다는 전통적 방정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면서도 미중 사이 ‘교두보(bridge)’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로 13년 만의 미중 정상 동시 방한이 유력한 가운데 미중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중단-감축-비핵화’ 3단계 북핵 로드맵을 위한 “부분적인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 또 “(북핵 용인과 비핵화 사이) 중간 지점(middle ground)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핵개발 중단 조치에 대해 일부 보상을 해줄 수 있을 것이며, 그 후에 군축 및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약 9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가 해킹으로 297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발표했다. 유출 데이터는 첫 신고 규모의 100배가량인 200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 이 중 28만 명은 카드 결제의 핵심정보인 CVC(카드 뒷면 숫자 3자리)까지 유출돼 부정 결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 여러분과 유관 기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번 사고로 발생한 피해는 책임지고 피해액 전액을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출된 회원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가상 결제코드 등 온라인 결제 과정에서 생성되거나 수집된 데이터다. 조 대표는 “카드 부정 사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은 28만 명으로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 등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갈수록 진화하는 해킹 범죄에 맞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보안 대책을 서둘러야 되겠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비밀번호-CVC까지 털린 롯데카드 28만명, 즉시 재발급 받아야해킹에 297만명 고객 정보 유출 정보 직접 입력 결제때 피해 우려 주민번호만으론 불법사용 못해… 유출 여부 확인에 앱 접속 지연 정부 “보안사고땐 징벌적 과징금”롯데카드 해킹 사고로 전체 회원의 3분의 1가량인 297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카드 결제에 핵심적인 ‘CVC’(카드 뒷면 3자리 숫자)가 털린 회원도 28만 명이나 돼 부정 결제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CVC가 유출된 건 2014년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해킹 사태 때 이후 11년 만이다.롯데카드는 금융당국에 사고를 처음 신고했을 때 유출 규모를 실제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약 1.7GB(기가바이트)로 보고했다. 롯데카드는 해킹 사실을 사건 발생 17일이 지난 뒤에야 인지한 데다 해커가 그새 이 유출분을 아예 삭제해 누구의 어떤 정보가 털렸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만 명, 부정 결제 피해 가능성18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킹 침해 관련 경위와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유출이 확인된 고객 정보는 온라인 결제 서버(WAS 서버)에서 생성되고 수집된 데이터로 고객의 성명은 유출되지 않았다.28만 명의 고객은 카드번호와 비밀번호(2자리), CVC, 고객 정보(주민등록번호 등) 등이 유출돼 부정 결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단말기에 카드 정보를 직접 입력해 결제하는 ‘키인(Key-In)’ 거래는 국내외 일부 가맹점을 통해 부정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330만 개의 전체 가맹점 중 0.15% 정도에서 키인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롯데카드는 키인 결제 시도가 이뤄지면 우선 차단하고, 승인 요청이 오면 소명 후 결제되도록 조치 중이다. 조 대표는 “키인 거래의 경우 부정 사용 가능성이 존재하나 현재까지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롯데카드는 28만 명의 고객을 ‘최우선 카드 재발급 대상’으로 분류하고 안내 문자를 발송하면서 전화로 알리고 있다.고객들은 롯데카드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롯데카드 앱은 접속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지연됐다. 카드번호 전체와 CVC, 유효기간, 비밀번호 등이 노출된 고객은 롯데카드에 빠르게 연락해 탈퇴하거나 카드 재발급을 신청해야 한다.유출된 고객의 대다수인 269만 명은 고객 정보(주민번호 등), 가상 결제코드 등이 유출됐다. 해당 정보들만으로는 카드를 불법으로 사용할 수 없다.롯데카드는 해킹 사고로 발생한 피해액(2차 피해 포함) 전액을 보상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정보가 유출된 고객 전원에게는 연말까지 무이자 10개월 할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금융 피해 보상 및 카드 사용 알림 서비스도 연말까지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선 재발급 대상인 고객 28만 명에게는 카드 재발급 시 이듬해 연회비를 한도 없이 면제한다.● “해커, 조금씩 여러 차례 교묘하게 유출”롯데카드의 신고로 수사당국이 해커의 실체를 수사하고 있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해커는 2017년 롯데카드가 48개 서버의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보강 작업을 누락한 1개를 파고들었다.롯데카드는 이달 초 당국에 유출 규모를 1.7GB로 잘못 신고한 이유에 대해 해킹이 워낙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교묘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처음에 1.7GB 서버 파일을 압축해서 들고 나간 흔적을 발견했는데, 파일들을 교묘하게 지워 어떤 정보가 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200GB 데이터를 짧게 잘라 4700개 정도로 가져간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업계에서는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면서 보안 투자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용평가사인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가 이번 사고로 부담해야 할 과징금은 최대 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중대 보안사고 발생하면 징벌적 과징금”금융당국은 18일 롯데카드 해킹 사고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금융사의 보안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보안사고가 발생할 때 금융사에 일반적 과징금 수준을 뛰어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보안 시스템 개선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금융사에는 ‘이행 강제금’도 부과할 예정이다.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보안 투자를 비용이나 가외 업무로 인식하는 안이한 태도가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최고경영자(CEO) 책임 아래 전반적인 정보 보호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