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기자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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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산업48%
건설23%
칼럼13%
부동산10%
운수/교통3%
경제일반3%
  • 한우물 파던 시대 갔다… 신사업에 투자해 미래 개척

    원자재 가격 인상과 고금리 등으로 건설 산업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많은 건설사가 새로운 영토 개척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탈탄소 기반 친환경 에너지 관련 신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 공공기관과 손잡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사업에 나서거나 본연의 주택 건설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원전 산업에 주목하는 건설 업계 현대건설은 원전과 전력 거래 분야 등 최근 탈탄소, 에너지 전환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SMR, 원전 해체 사업,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핵심 역량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력중개사업을 정관에 반영하고 전력 거래 자동화 플랫폼 구현에 나서는 등 전력 중개 거래 분야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4월에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해 SMR을 건설하는 협력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측은 “다각적 방안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RE100 가입에 따른 탄소중립 및 친환경 경영 행보에 발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기존 대형 상용 원전과 연구용 원자로 등 기존 노하우가 쌓여 있는 분야는 물론 차세대 원전인 SMR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3632억 원 규모의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공사를 수주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한빛3·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공사를 완료하기도 했다. ‘월성 1호기 해체공사 및 공정설계’를 수행하는 한편 신한울3·4호기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 한국에서 개발된 SMR인 SMART100을 기반으로 체코, 인도네시아 등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또 현재 혁신형 SMR(i-SMR) 개발 사업 참여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도 신한울3·4호기 주설비 공사 수주전에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서는 등 원자력 사업으로 영역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원자력사업 전문 조직 ‘원자력사업추진반’을 구성해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원자력 이용 시설인 가속기 연구시설 건설 분야에서 2016년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공사를 수행하는 등 기술력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오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사업에도 입찰할 계획이다.친환경 신사업 박차 가하는 건설사들 올해 DL이앤씨는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경영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특히 친환경 신사업 중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과 활용 분야에서 관련 국책 연구과제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3000t 규모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탄소 감축 솔루션을 제안하는 토털 솔루션 기업 ‘카본코’를 설립하는 한편 인도네시아의 복합 화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소로 운송 및 저장하는 약 18억 t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허브 건설 프로젝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신사업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 속도가 빠르다. 특히 세계적인 수처리 업체인 GS이니마를 앞세워 기존 건축 토목 노하우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GS이니마의 수처리 기술, 폐수 처리에 관한 ICT 등을 결합한 스마트 양식 사업이 대표적이다. 또 미리 생산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주택, 2차전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에도 나서며 사업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폐어망 재활용 전문 스타트업인 넷스파와 손잡고 동남아시아에서 폐어망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ESG 이니셔티브 예비 사업으로도 선정돼 총사업비 100억 원 중 50억 원을 코이카에서 지원받게 됐다. 폐어망 재활용 사업은 버려지는 폐어망에서 재생 나일론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2028년까지 연간 약 8000t의 폐어망을 재활용해 탄소 5만 t을 줄이고 직간접 고용을 1000명 이상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질에 충실’ 시공-시행 역량 다지기 올해 시공 능력 평가 4위에 오른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과 오피스텔, 업무 시설 등 국내 사업은 물론 말레이시아 SK넥실리스 동박 공장, 캄보디아 이온몰 등 해외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2016년 이후 꾸준히 경영평가액이 증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 순위 상승으로 신규 사업 참여 기회가 늘어나는 등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초소형모듈원전(MMR)과 전기차 충전 시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자원화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종합 부동산회사 우미건설은 부동산 생애주기 전 과정에 진입할 수 있는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주택사업, 건축사업은 물론 부동산 자산운용사 투자, 프롭테크 투자, 해외 투자, 비주거용 부동산 투자, 상업 시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사업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현재 콘테크, 부동산 거래·중개, 공유경제,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롭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미국 자회사를 설립해 아마존·페덱스 물류창고의 개발 펀드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부동산 투자 트렌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방건설은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 경영과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사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특허 또는 신기술을 보유한 협력 업체와의 하도급 시공을 통해 동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안전 조직을 확대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최근 주거 브랜드 ‘We’ve’ 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We’ve got everything’이라는 슬로건과 5개 콘셉트를 재정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설문 조사에서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각각의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단지 내에 도입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휴게 시설, 맞춤형 옵션, 첨단 보안 시설, 보행 공간 내 장애물 제거, 모바일 하자 접수 시스템 운영 등 주거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건설은 인천 미추홀구 학익4구역을 재개발한 ‘포레나 인천 학익’ 공급에 나섰고, 호반건설은 경기 오산세규 2지구에서 ‘호반써밋 라프리미어’를 분양한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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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 동유럽서 소형모듈원전 본격 세일즈

    현대건설이 올해 안에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하고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 대상 소형모듈원전(SMR)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현대건설은 14일(현지 시간) 폴란드 크리니차 경제포럼에 참여해 동유럽 주요국과 향후 SMR 등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동유럽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연내 바르샤바에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현지 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주변 국가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미국 측 원전 파트너인 홀텍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SMR-160 파일럿 배치에 이어 20기 건설을 추진하는 등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에도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도 향후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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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3조원 규모 우크라 긴급재건 사업 참여한다

    한국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 복구 사업을 비롯해 철도, 전력, 공항, 상하수도 등 재건이 시급한 인프라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한국이 6·25전쟁 이후 재건에 나섰던 경험을 살려 향후 10년간 9000억 달러(약 12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우크라이나 전후(戰後)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5일 한국 민관 합동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동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우크라이나 재건협력 포럼’을 열고 양국 정부가 중점 추진할 6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KT 등 18개 공공·민간기업을 이끌고 13, 1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국내 민간기업 등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약속하고, 이달 1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23억 달러(약 3조 원) 지원을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6대 프로젝트의 재원이 바로 이 3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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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우크라 댐 복구-스마트시티 건설 등 참여… 우크라 정부와 공감대

    15일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재건 6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댐과 철도, 공항 등 인프라 시설뿐 아니라 스마트시티 건설 등의 사업에 뛰어들어 우크라이나 재건을 도우면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현지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인프라 복구가 시급하고, 한국 기업의 솔루션과 각종 노하우가 ‘리빌딩’을 넘어 ‘뉴 빌딩’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정부 수요에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6대 프로젝트는 양국 정부가 3개월간 10여 차례 화상회의를 거쳐 함께 발굴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5월 앞으로 추진을 원하는 재건 사업 5000여 개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한국에 전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 생존을 위해 시급한 인프라부터 빠르게 복구되도록 우크라이나 측에서 먼저 요청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전후가 아닌 지금 당장 재건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기존 인프라를 단순 복구하는 것을 넘어 업그레이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수도 키이우 및 인근 지역 스마트 교통 마스터플랜 수립의 경우 전쟁으로 파괴된 교통시설을 스마트·저탄소 기반 모빌리티 인프라로 복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의 수도권과 유사하게 광역교통망 구축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교통망과 이어지는 주요 지역 복합 개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만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한국의 신도시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체 마스터플랜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토지 이용 계획이나 주택 공급 계획, 교통 계획 등은 물론 금용 조달 비용 등 경제적 타당성까지 함께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 복구 사업에는 한국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댐과 발전소 재건을 위한 기술 지원에 나선다. 보리스필 국제공항의 경우 한국공항공사가 참여해 시스템 현대화 및 안전 관련 시설 정비, 활주로 정비 및 확장까지 아우르는 종합계획 수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가철도공단이 중심이 돼 수도 키이우와 폴란드 국경을 잇는 노선을 중심으로 노선 고속화 및 각종 시설 개선에 나선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부차시에 대한 하수처리시설 재건을 지원한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당장 구체적인 재원 규모를 파악하고 향후 사업계획 등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한다. 한국이 6대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짜는 만큼 향후 입찰에서도 국내 기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실제로 HD현대건설기계는 방문 기간 중 우크라이나 건설협회 및 미콜라이우주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건설장비 공급 및 교육과 관련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KT는 재건 협력 포럼에서 정부 전용 재난안전 통신망(PS-LTE), 국방 전용망(M-BcN) 구축 등을 제안했다. KT는 향후 협력 방안을 앞으로 우크라이나 정부 측과 논의하기로 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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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형 건축비 1.7% 인상… 분양가 더 오른다

    최근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 주택 기본형 건축비가 15일부터 1.7% 인상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주택(16∼26층 이하, 전용면적 60∼85㎡, 지상층)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1㎡당 194만3000원에서 197만6000원으로 인상해 15일 고시한다”고 14일 밝혔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상제 주택의 분양가 상한을 정하기 위한 항목 중 하나로 매년 3월과 9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고시한다. 지난해 3월 182만9000원, 지난해 9월 190만4000원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인상은 지난번 고시 이후 레미콘 7.84%, 창호유리 1.00% 등 원자재값이 오르고 철근공 5.01%, 보통 인부 2.21% 등 건설 근로자 임금 역시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인상된 건축비는 15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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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때 공무원 12.6% 늘고, 규제량은 14.7% 증가”

    문재인 정부 당시 공무원 수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규제 장벽이 늘어나는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민간 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 전문 민간 연구소인 파이터치연구원은 12일 ‘공무원 수 증가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 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공무원 수는 12.6%(13만266명) 증가했으며, 이는 2000년대 이후 집권한 정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공무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규제량 역시 14.7%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연구원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공무원 비중 변화와 상품시장규제 지수 변화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공무원 수가 늘어날수록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원 측은 보고서에서 공무원 수 증가에 따라 문재인 정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3%(23조1000억 원), 민간 일자리가 0.7%(18만8000개) 감소하는 등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통과하는 중소기업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재화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하락하는 등 경제 활력을 저하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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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 임대인 4년새 30% 증가… 年 평균 1748만원 벌어

    미성년 임대인 수가 최근 5년 새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31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인당 한 해에 평균 1748만 원을 임대로 벌어들였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미성년 임대인은 3136명으로 2017년(2415명)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2017∼2021년 미성년 임대인은 한 번도 감소하지 않고 계속해서 늘었다. 이들이 벌어들인 임대소득은 5년간 총 2716억3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504억1900만 원, 2018년 548억8600만 원, 2019년 558억8100만 원, 2020년 556억1800만 원, 2021년 548억3000만 원이었다. 2021년 미성년 임대인 3136명 중 상가 임대 인원은 2820명이었다. 이들의 임대소득은 연평균 1770만 원이었다. 주택을 임대한 미성년자는 144명으로 평균 1528만 원을 벌었다. 양 의원은 “미성년자 부동산 상당수가 부모의 부동산일 가능성이 큰 만큼 탈세나 편법 증여 또는 상속 등이 없도록 국세청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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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새샘]규제개혁 성공 위해선… 현장 ‘불통’ 해결해야

    2018년경 한 의료분야 벤처기업을 취재한 적이 있다. 생명윤리와 관련이 있다 보니 기술 적용 대상을 확대할 때 정부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분야였다. 당시 기업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 뭘로 돈을 벌지 사실상 위원회가 정해주는 셈인데 위원 중에 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모두 의료계나 법조계 인물뿐”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이 정부 위원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5년 전과 위원 구성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여는 등 대대적인 ‘킬러 규제’ 혁파에 나서고 있다. 산업단지 업종 규제나 외국인 고용 규제 등 복잡하고 시대에 맞지 않았던 많은 규제가 혁파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동아일보 ‘킬러 규제에 무너지는 중기 생태계’ 시리즈를 통해 취재한 기업들 상당수는 여전히 ‘규제개혁의 효과를 아직까지 체감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취재 대상이 됐던 기업이 기업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익명을 보장하고 지역 정보 등을 최대한 가리겠다고 해도 취재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속내를 들어보면 ‘앞으로도 계속 관련 기관과 얘기할 것이 많은데 괜히 껄끄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두 번째는 규제 기관과 기업 간에 말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기관에서는 ‘(기업이) 규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하고, 기업에서는 ‘물어봤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하는 식이다. 규제 기관에서는 기업에 제대로 설명했고 이해를 받았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기업은 관련 공문만 한 장 받았을 뿐 별도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권력의 불균형에서 오는 ‘불통’이 여전히 현장에서는 걷어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인력도, 네트워크도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벤처·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인허가권 같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 ‘안 된다’고 했을 때 ‘왜 안 되냐’고 꼬치꼬치 물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걱정되고, 기업 경영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 시간도 없다. 반면 관에서는 나름대로 설명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규제가 만들어지거나 조정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관행 아닌 관행’은 규제개혁의 1순위 과제로 꼽혀 왔다. 입법 부처가 규제영향평가서를 쓰고,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조차 거치지 않으려고 국회에 바로 ‘우회 입법’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에 규제개혁위원회가 처음 생긴 것이 1998년이니 벌써 25년째 규제개혁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규제개혁은 역대 정부의 1순위 과제이자, 반드시 실패하고 마는 과제로 남아 있다. 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센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뭘 원하는지 직접 현장을 찾아가 듣고 소통할 때 규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정부가 기억하길 바란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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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企 힘들게 하는 규제 개혁엔 ‘뒷심’ 필요… 90%는 정부, 10%는 국회가 없앨 수 있어”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규제의 90%는 정부가 시행령을, 나머지 10%는 국회가 법을 고치면 없앨 수 있습니다. 규제개혁에서 진짜 중요한 건 ‘뒷심’입니다.”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만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것이 규제개혁이다. 공무원이 판사 노릇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중기중앙회도 규제 발굴에 꾸준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20, 30년 전에 만들어 놓고도 안 쓰는 법이 많다. 이런 것들을 다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고도 전했다. 김 회장은 올해 5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기인대회’에서 “경제 부처 장관들이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속도감 있는 규제 해결을 해달라”고 제안하는 등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최근엔 중소기업 현장의 킬러 규제를 발굴해 정부에 전달하고 ‘중소기업이 선정한 킬러 규제 톱 100’이란 책자를 내기도 했다. 그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규제개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나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 킬러 규제는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규제개혁 이전에 규제를 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인 기업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고 뚝딱뚝딱 법을 만들어 중소기업은 아무것도 모른 채 피해를 입는 일이 많다”며 “오죽하면 일본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 국회는 그렇게 법을 빨리 통과시키느냐며 벤치마킹을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 1건당 투입한 평균 심사시간은 20대 국회 기준 13분에 그친다. 정부 입법은 규제영향분석과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 입법은 이런 절차가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회를 통해 법안을 제출하는 이른바 ‘우회 입법’ ‘청부 입법’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 회장은 “의원 입법에도 규제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선 덕분에 산업단지나 환경 규제 등에서는 기업 숨통이 트일 수 있을 정도의 규제개혁 방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그린벨트 규제에 묶여 있었던 경기 하남시 ‘K-스타월드’ 조성사업을 꼽았다. 지난해 8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K-스타월드의 환경 규제를 풀어 대형 스튜디오가 들어서게 해 달라”는 건의가 나온 바 있다. 이후 정부가 관련 규제 개선을 검토해 올해 7월 국토교통부가 수질 1∼2등급 지역도 오염 방지대책을 수립할 경우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반면 아직 어려움이 남아 있는 분야로는 노동 분야를 꼽았다. 외국인 고용 규제의 경우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주 52시간 근무나 중대재해법 개편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이 당장 내년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데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80% 이상이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며 “유예기간을 2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용두사미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對)정부, 대국회 창구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애로가 있어도 기업 활동 하느라 바빠 그냥 넘어가거나 투자나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정부가 먼저 현장을 찾고, 기업이 규제개혁 효과를 체감하는지 피드백하는 현장 목소리 수렴 체계가 있다면 이번 정부가 ‘규제개혁 DNA’를 가진 정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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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버티다 폐업했지만… “PC방 접고 ‘웰다잉’ 영상 업체로 재기”

    임종을 앞둔 어르신, 퇴임하는 기업체 대표, 은퇴한 육상 선수 등을 위해 인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필름 유월’의 김상수 대표(49). 그는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월 1000만 원을 버는 ‘동네 PC방 사장님’이었다. 대학 시절 영화를 전공한 그는 30대에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영화 시나리오를 쓰려 관두자 고정 수입이 없어졌다. 그야말로 굶어 죽겠단 생각에 PC방을 차렸는데, 손님들과의 수다에 재미를 붙이며 금세 단골이 많아졌다. PC방도 3곳으로 늘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쳤다. 영업 제한에 손님이 끊기며 고정비만 월 700만~800만 원을 내다 결국 접었다. 현금도 바닥났다.2021년 6월이었다. 절망에 빠졌지만, 주저앉을 순 없었다. 방송국 근무 때 한 출연자가 ‘죽기 전 손주에게 할아버지를 소개하는 영상을 남기고 싶다’며 영상 제작을 부탁해 왔지만, 부업은 못 해서 거절했던 일이 떠올랐다. 고령화 시대에 ‘웰 다잉(Well Dying)’이 더 중요해질 것 같았다. 마침 폐업한 소상공인이 재창업하면 정부가 최대 2000만 원(‘희망리턴패키지’)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했다.2022년 6월 그는 영화판에 있던 대학 후배 3명과 의기투합했다. 지원 대상에 선정돼 종잣돈을 받자마자 ‘필름 유월’을 차려 바로 작업실을 구하고 홍보 영상과 책자를 만들었다. 죽을 각오로 영업을 뛰며 어느덧 고정 거래처를 확보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영상에 담을 때 일의 보람과 의미를 느낀다”며 “이제야 천직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지만, 업종을 발 빠르게 바꾸거나 새로운 역량을 갖춰 위기를 극복하려는 소상공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내수가 회복될 거란 기대감과 달리 소상공인 경영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며 정부 지원을 매개로 성장하는 소상공인들이다.●올해 소상공인 폐업 최소 7만4000건…역대 최대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소상공인을 위한 퇴직금으로 통하는 ‘노란우산 공제의 폐업 공제금’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만4191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였던 2021년 지급 건수가 9만9388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지급 건수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폐업한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노란우산 공제는 소상공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다가 폐업할 때 기존에 납입한 돈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는 제도다. 노란우산 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소상공인들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소상공인 폐업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자립을 위해서는 ‘준비된 소상공인’에게 목돈을 제때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북 정읍시에서 컴퓨터 학원을 20년 넘게 운영해 온 손경호 씨(51)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폐업 위기에 몰렸던 경우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19 이전 60여 명이던 학원 학생이 코로나 확산 첫해인 2020년 3월부터 10명 아래로 줄며 3개월 만에 한 해 수익이 날아갈 정도로 손해가 불어났다. 그가 ‘기사회생’한 건 지난해 여름 시작한 온라인 강의 덕분이다. 당시 정부에서 지급한 손실보전금 600만 원으로 웹캠 등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사서 학원에 못 오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전의 방역지원금으로는 급한 불만 껐지만, 손실보전금은 신청 하루 만에 목돈으로 나와 과감하게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중기부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난해 5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372만7000개 업체에 손실보전금 총 22조6000억 원이 지급됐다. 업종마다 지원액이 같은 방역지원금과 달리 손실보전금은 개별 업체마다 분기별 손실액을 산정하고 이에 비례해 지원해 한 번에 600만 원 이상을 지급하기도 했다.재창업이나 업종 전환이 아니더라도 소상공인 스스로 준비돼 있다면 현금 지원이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광주에서 프랜차이즈 꽈배기집을 운영했던 정미숙 씨(49)는 코로나19 때 매출이 바닥을 치자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전금으로 받은 2100만 원으로 간판 등 인테리어를 바꿨다. 이후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떼서 가맹비를 아끼고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매출도 회복했다. 정 씨는 “제때 개인사업으로 바꾸지 못했다면 진부한 메뉴 탓에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단순 현금 지원은 한계…“업종 전환 도와 경쟁력 높여야”하지만 이미 포화 상태로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 현금 지원도 극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뒤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 빵집을 10년 넘게 운영해 온 이모 씨(57)는 코로나19 시기 손님이 줄며 누적된 적자를 재난지원금과 은행 대출로 메우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설탕 등 재료값이 코로나 이전보다 50% 이상 올라 손해가 쌓이고 있지만 제품 가격은 그대로다. 그는 “주변에 경쟁업체가 많아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다”며 “코로나19가 끝나 손님이 늘고 있지만 앞길이 막막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선진국은 재교육 체계와 고용 유연화 등으로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경쟁에서 밀려난 소상공인이 재취업할 사회 안전망이 열악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과감하게 폐업하고 충분한 재창업, 재취업 준비 기간을 가지려면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정부에서 현금 지원을 받더라도 액수가 크지 않은 데다 소상공인 과밀·과다 경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부는 업체별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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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상공인 폐업 올 7만건… “PC방 접고 ‘웰다잉’ 영상 업체로 재기”

    임종을 앞둔 어르신, 퇴임하는 기업체 대표, 은퇴한 육상 선수 등을 위해 인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필름 유월’의 김상수 대표(49). 그는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월 1000만 원을 버는 ‘동네 PC방 사장님’이었다. 대학 시절 영화를 전공한 그는 30대에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영화 시나리오를 쓰려 관두자 고정 수입이 없어졌다. 그야말로 굶어 죽겠단 생각에 PC방을 차렸는데, 손님들과의 수다에 재미를 붙이며 금세 단골이 많아졌다. PC방도 3곳으로 늘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쳤다. 영업 제한에 손님이 끊기며 고정비만 월 700만∼800만 원을 내다 결국 접었다. 현금도 바닥났다. 2021년 6월이었다. 절망에 빠졌지만, 주저앉을 순 없었다. 방송국 근무 때 한 출연자가 ‘죽기 전 손주에게 할아버지를 소개하는 영상을 남기고 싶다’며 영상 제작을 부탁해 왔지만, 부업은 못 해서 거절했던 일이 떠올랐다. 고령화 시대에 ‘웰 다잉(Well Dying)’이 더 중요해질 것 같았다. 마침 폐업한 소상공인이 재창업하면 정부가 최대 2000만 원(‘희망리턴패키지’)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2022년 6월 그는 영화판에 있던 대학 후배 3명과 의기투합했다. 지원 대상에 선정돼 종잣돈을 받자마자 ‘필름 유월’을 차려 바로 작업실을 구하고 홍보 영상과 책자를 만들었다. 죽을 각오로 영업을 뛰며 어느덧 고정 거래처를 확보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영상에 담을 때 일의 보람과 의미를 느낀다”며 “이제야 천직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지만, 업종을 발 빠르게 바꾸거나 새로운 역량을 갖춰 위기를 극복하려는 소상공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내수가 회복될 거란 기대감과 달리 소상공인 경영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며 정부 지원을 매개로 성장하는 소상공인들이다.● 올해 소상공인 폐업 최소 7만4000건…역대 최대 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소상공인을 위한 퇴직금으로 통하는 ‘노란우산 공제의 폐업 공제금’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만4191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였던 2021년 지급 건수가 9만9388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지급 건수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폐업한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노란우산 공제는 소상공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다가 폐업할 때 기존에 납입한 돈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는 제도다. 노란우산 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소상공인들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소상공인 폐업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자립을 위해서는 ‘준비된 소상공인’에게 목돈을 제때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북 정읍시에서 컴퓨터 학원을 20년 넘게 운영해 온 손경호 씨(51)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폐업 위기에 몰렸던 경우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19 이전 60여 명이던 학원 학생이 코로나 확산 첫해인 2020년 3월부터 10명 아래로 줄며 3개월 만에 한 해 수익이 날아갈 정도로 손해가 불어났다. 그가 ‘기사회생’한 건 지난해 여름 시작한 온라인 강의 덕분이다. 당시 정부에서 지급한 손실보전금 600만 원으로 웹캠 등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사서 학원에 못 오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전의 방역지원금으로는 급한 불만 껐지만, 손실보전금은 신청 하루 만에 목돈으로 나와 과감하게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난해 5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372만7000개 업체에 손실보전금 총 22조6000억 원이 지급됐다. 업종마다 지원액이 같은 방역지원금과 달리 손실보전금은 개별 업체마다 분기별 손실액을 산정하고 이에 비례해 지원해 한 번에 600만 원 이상을 지급하기도 했다. 재창업이나 업종 전환이 아니더라도 소상공인 스스로 준비돼 있다면 현금 지원이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광주에서 프랜차이즈 꽈배기집을 운영했던 정미숙 씨(49)는 코로나19 때 매출이 바닥을 치자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전금으로 받은 2100만 원으로 간판 등 인테리어를 바꿨다. 이후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떼서 가맹비를 아끼고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매출도 회복했다. 정 씨는 “제때 개인사업으로 바꾸지 못했다면 진부한 메뉴 탓에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단순 현금 지원은 한계…“업종 전환 도와 경쟁력 높여야” 하지만 이미 포화 상태로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 현금 지원도 극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뒤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 빵집을 10년 넘게 운영해 온 이모 씨(57)는 코로나19 시기 손님이 줄며 누적된 적자를 재난지원금과 은행 대출로 메우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설탕 등 재료값이 코로나 이전보다 50% 이상 올라 손해가 쌓이고 있지만 제품 가격은 그대로다. 그는 “주변에 경쟁업체가 많아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다”며 “코로나19가 끝나 손님이 늘고 있지만 앞길이 막막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선진국은 재교육 체계와 고용 유연화 등으로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경쟁에서 밀려난 소상공인이 재취업할 사회 안전망이 열악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과감하게 폐업하고 충분한 재창업, 재취업 준비 기간을 가지려면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정부에서 현금 지원을 받더라도 액수가 크지 않은 데다 소상공인 과밀·과다 경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부는 업체별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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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박-음식점 5년새 10만개 늘어 영업익 13→5%… 포화상태 자영업, 구조변화 없으면 韓경제 부담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퇴사한 강모 씨(46)는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9년 유아용 매트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층간소음이 사회 이슈가 되며 장사가 잘됐지만 곧 경쟁업체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매출이 줄고 경영이 어려워진 그는 결국 정부의 경영개선 지원금을 받아 홈페이지 제작 등 마케팅과 홍보에 투입하고서야 매출을 다시 높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영업자·소상공인 시장의 문제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창업에 뛰어들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고질적인 과당 경쟁과 경영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분야의 구조적, 체질적 변화가 없으면 향후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6일 통계청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숙박 및 음식점업의 사업체 수는 2020년 기준 86만5333개로 2015년(76만7483개)보다 10만 개가량 늘었다. 하지만 2015년 13.1%였던 영업이익률은 2020년 5.2%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팬데믹 시기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큰 타격을 입은 숙박업의 경우 아예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자영업 경영난의 요인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는 2010년대부터 꾸준히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 규모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2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2001년 28.1%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영업 비중이 높은 만큼 정부가 경제 거시지표를 관리하는 것처럼 자영업 분야를 관리해야 한다”며 “결국 근본 문제가 시장 포화로 인한 출혈 경쟁에 있기 때문에 준비 안 된 창업, ‘묻지 마 창업’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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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소비촉진 ‘2023 황금녘 동행축제’ 개막

    전국의 90개 지역 행사와 연계하고 45개 민간 온라인몰이 참여하는 대규모 소비촉진 행사인 ‘2023 황금녘 동행축제’가 개막 행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일 대구 동성로 거리에서 ‘황금녘 동행축제’ 개막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동행축제는 지난달 30일부터 27일까지 29일간 진행된다. 개막 행사에서는 패션쇼와 전통놀이 체험 등 이벤트 외에도 동행축제 참여 기업과 백년가게 등이 참여하는 판촉 행사도 함께 열렸다. 동행축제 기간에는 쿠팡, 지마켓, 오아시스 등 민간 온라인 쇼핑몰 45개와 정부 지자체 운영 공공쇼핑몰 54개에서 최대 50% 할인쿠폰 발행, 특별기획전 등을 진행한다. 또 경남 창원시 진해구 ‘군항 상권 블라썸거리 활성화 판매전’(15, 16일) 등 전국 90개 지역 행사와 연계해 판촉 행사 등을 벌인다. 대전 성심당, 대구 삼송빵집 등 17개 지역 23개 향토기업도 제품 할인, 축제 홍보 등에 동참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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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미리보기]인천 검단에 분상제 아파트 1400채 분양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대단지 아파트가 공급된다. 인천도시공사와 DL이앤씨 컨소시엄은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AA10-1블록에서 이달 중 분양한다고 4일 밝혔다. 14개 동(지하 2층∼지상 25층), 총 1458채(전용면적 59∼104㎡) 규모다. 전용면적별로는 △59㎡ 583채 △84㎡ 583채 △104㎡ 292채다.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는 인천도시공사와 DL컨소시엄(DL이앤씨 외 5개 업체)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단지는 전용 85㎡ 이하 국민주택(전용 59㎡, 84㎡)은 전체의 70%가 신혼부부,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특공으로 분양된다. 일반공급도 만 19세 이상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서 청약통장 가입 후 12개월·납입 횟수 12회 이상이면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전용 104㎡인 민영주택 일반공급도 청약통장 가입 12개월 경과, 면적 및 지역별 예치 금액만 충족하면 유주택자이더라도 1순위가 된다.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는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연장선 101역(가칭)의 역세권 단지다. 개통되면 환승역인 계양역(공항철도·인천지하철 1호선)을 기점으로 김포공항역까지 10분 이내, 서울역까지 30분대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원당∼태리 간 광역도로’ 건설 사업도 내년 7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단지 바로 앞에 강남, 서울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가 운행 중이고, 단지에서 약 2km 거리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을 이용하면 지하철 5·9호선, 공항철도, 서해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김포공항역까지 1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서쪽에는 검단신도시에서 가장 큰 중심 상권이 있어 음식점, 병원, 은행 등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반경 2km 내에 홈플러스 김포풍무점,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김포점, CGV 김포점 등 대형마트와 문화시설이 있다. 또 단지에서 300m 내에 이음초와 병설유치원이 있어 어린 자녀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다. 이음중, 검단2고교(예정) 등도 도보권이다. 주변으로 계양천이 흐르고 산들바람공원, 맑은물빛공원, 풀무골공원 등 공원도 가까워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단지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검단신도시 특별계획구역 중 한 곳인 특화3구역 ‘넥스트 콤플렉스’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멀티플렉스, 문화센터, 대형서점, 컨벤션, 키즈 및 스포츠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공간이 2027년 준공될 계획이다. 인천 서구에는 주안국가산업단지, 검단일반산업단지 등을 포함해 총 7개 산업단지가 있어 배후 수요도 풍부하다. 인천지법 북부지원, 인천지검 북부지청 등 인천 법조타운도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다.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는 4베이 판상형 위주 구조를 적용했고, 넉넉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e편한세상의 프리미엄 조경 브랜드인 ‘드포엠(dePoem)’을 적용해 약 1만6000㎡의 넉넉한 면적에 다양한 녹지 공간이 조성된다. 실내 골프연습장, 건식 사우나, 키즈 라운지(다함께 돌봄센터), 어린이집, 시니어 라운지 등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도 조성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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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크리트 강도 두 배 넘게 높인 무량판 아파트 나왔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로 무량판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콘크리트 기둥을 사전 제작하는 등 콘크리트 강도를 올리고 슬래브 두께를 높인 신공법으로 부실 우려를 차단한 무량판 구조의 공공 아파트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이다. 9월에 후분양하는 1227채 규모의 대단지로 무량판 구조는 지하 주차장에 적용됐다. 31일 GH에 따르면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 현장에는 PC(Precast Concrete) 공법이 사용됐다. 말 그대로 콘크리트 기둥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시공하는 방식. 일반 콘크리트는 현장에서 타설하는 특성상 날씨나 작업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품질 관리(Quality Control)가 제대로 안 되면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PC 공법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기 때문에 품질이 균일하다. GH 관계자는 “콘크리트 강도가 일반 기둥보다 1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쓰는 와이드 슬래브 구조와 달리 주두(기둥의 끝머리)가 있는 PC 기둥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와이드 슬래브는 기둥 부분의 슬래브 두께가 450mm이지만 동탄레이크파크에서 주두가 있는 기둥은 슬래브 두께가 700mm가량으로 훨씬 두껍다. 그만큼 하중을 견디는 힘이 더 강해 지는 셈이다. GH 측은 “이 같은 공법을 통해 펀칭전단(슬래브가 기둥에 의해 뚫리는 것처럼 파괴되는 현상)을 견디는 힘이 24∼32%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철근 누락’을 방지하는 공법도 적용됐다. 바로 D자 모양의 입체트러스 구조를 적용한 보강철근을 시공한 것. 일반적인 무량판 구조 보강철근은 ‘ㄱ’ 모양으로 꺾여 있는 철근을 기둥과 슬래브가 연결되는 부분에 일렬로 시공해 펀칭전단이 일어나지 않게 지탱해준다. 하지만 이번에 적용된 입체트러스 보강철근은 D자 모양의 사전 제작 철근을 기둥과 슬래브 연결 부위 사방에 시공하는 형태다. GH 관계자는 “미리 제작된 일체형 철근을 시공해 철근 누락 자체가 일어날 수 없는 셈”이라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공법을 쓸 수 있는 건 민간 건설사가 새로운 공법이나 특허 기술을 제안하는 민간 사업자 공모 방식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GH에 따르면 시공사인 DL이앤씨가 당시 PC 공법과 입체트러스 전단 보강철근 도입을 제안하고 전체 기술제안서 평가위원 10명이 이를 심사해 채택됐다. 특히 이 단지는 60∼70% 공사가 진행된 뒤 분양하는 후분양 방식이어서 시공 이후의 안전을 분양 시점에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후분양된 아파트 중 유일한 공공분양 아파트다. GH는 최근 이 단지의 무량판 구조 주차장에 철근 탐사, 콘크리트 강도 조사 등 안전진단과 외부 구조 전문가를 통해 구조 적정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구조적으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GH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는 시각적으로 공간이 트여 보이고, 배관이나 소방시설 등을 설치하기 용이해 여러 장점이 많은 구조”라며 “제대로 시공하기만 하면 안전한 구조이고, 동탄 현장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된 다양한 공법을 적용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고 강조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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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절 특사’ 이중근 부영 창업주, 3년만에 경영 복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사진)가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20년 10월 회장직을 내려놓은 지 약 3년 만이다. 30일 부영그룹에 따르면 이 창업주는 이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회장으로 취임하며 공식 업무를 재개했다. 이 회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을 섬기는 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윤리경영을 실천해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의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통념과 기대에 부응하면서 존재해야 (기업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형기가 만료됐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다 이달 14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취업 제한이 풀렸다. 부영 관계자는 “그룹의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중근 회장의 경영 복귀로 그동안 미진하던 사업들이 활력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창업주인 이 회장은 그룹 지분의 93.79%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룹 주력 사업인 건설 분야에서 임대주택 공급 및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경영 공백 속에 부영그룹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재계 순위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룹을 이끈 이희범 현 회장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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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X이용객 10억명, 지구 1만5500바퀴 달려

    고속열차(KTX) 이용객이 2004년 4월 1일 첫 운행 이후 19년 5개월 만에 1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31일 KTX 누적 이용객이 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15년 누적 이용객 5억 명을 돌파한 지 약 8년 만이다. KTX 누적 운행 거리는 지구 둘레(4만 km)를 1만5500바퀴를 돈 것에 해당하는 6억2000만 km로 분석됐다. 올해 KTX 하루 평균 이용객은 22만6000명으로 2004년 7만2000명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증가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은 서울∼부산(하루 평균 1만7000명)이고, 가장 이용객이 많은 역은 서울역(하루 평균 9만4000명)이다. 코레일 측은 “정기승차권 이용객이 404만 명에 이르는 등 KTX를 이용한 ‘장거리 출퇴근족’도 늘고 있다”고 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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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인증 지연-산단 업종 제한… 중기 성장 막는 ‘킬러규제 톱100’

    광주의 매출 약 40억 원 규모의 방역장비 제조업체. 친환경 해충퇴치기 등 여름용 제품이 주력 상품이다. 계절을 타기 때문에 제때 신제품을 내놔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전기안전인증이다. 관련 시험기관이 3곳밖에 없는 데다 한번에 통과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인증에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신청서 접수 뒤 45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인증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신산업, 입지 등 7대 분야 100대 중소기업 킬러규제를 발굴한 결과를 담은 ‘중소기업이 선정한 킬러규제 톱100’ 책자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올해 5, 6월 기업 현장에서 접수된 251개 애로 중 규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크지 않거나, 중복된 건의를 제외하고 킬러규제 100건을 선정한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책자에서 산업단지 입주업종 규제 철폐, 내국인에 비례한 외국인 고용한도 폐지 등의 규제 10건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킬러규제 톱10’으로 꼽았다. 이 중 일부는 24일 열린 ‘제4차 민관 합동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정부에서 노력해준 덕분에 화학물질등록평가법의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이 8년 만에 완화되고, 산업단지 입주업종 제한 완화와 외국 인력 도입 규모도 대폭 확대돼 기업들의 숨통이 트였다”며 “국회에서도 올해 내로 관련 입법을 완료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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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곳 또 없다’ 생각했던 집… 사기꾼이 놓은 덫이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퇴근길이었다. 우편함에서 낯선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 우편물은 임대인 김용현 소유 주택에 살고 있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발송됐습니다. 전세금 미반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두 눈을 의심했다. 한 언론사가 취재하고 싶다며 보낸 편지였다. 전세 계약서를 다시 꺼냈다. 집주인 이름과 출생연도가 편지 내용과 일치했다. ‘설마’란 생각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보기로 했다.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손이 떨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가압류 81억 원.’ 분명 근저당 없이 깨끗했던 등본이 달라져 있었다. 계약서에 적힌 집주인 번호로 전화했지만, 통화 연결음만 이어졌다. 전세 세입자 온라인 커뮤니티는 김용현 세입자들의 글로 난리 나 있었다.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수백 명이 속속 합류했다. 2021년 6월, 장희정 씨(40)는 그렇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그저 평범한, 꿈 같았던 집“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는 10년간 목돈 7000만 원을 만들었어요. 반지하 2년, 옥탑방 5년을 전전하며 ‘평범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2020년 6월 1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찾은 신축 빌라 ‘혜성빌’(가명)은 희정 씨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드림 하우스였다. 보증금은 2억4500만 원. 인근 빌라보다 5000만 원 이상 쌌다. 공인중개사는 서류상 불법 건축물이라 보증금이 낮다고 했다. 대신 집주인 대출이 없고 전세대출도 걱정 말라고 했다. 불법 건축물 벌금도 집주인이 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다른 집은 보증금이 저렴하면 집이 낡거나 작았고, 집이 괜찮으면 보증금이 비쌌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한 ‘깡통전세’도 흔했다. 혜성빌의 매매 호가는 3억1000만 원. 보증금보다 6000만 원 이상 비싸 일단 안심했다. 계약 당일인 2020년 6월 26일. 공인중개업소엔 김용현의 대리인이 나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친절하기까지 했다. “집주인이 ‘큰손’이라 바빠 직원을 대신 보냈어요.” 공인중개사 말에 희정 씨는 ‘집주인이 부자라 보증금 떼일 일은 없겠구나’ 했다. 전세대출도 일사천리였다. 이미 H은행 대출설계사가 와 있었다. 연 2.275%에 1억8000만 원 대출이 가능했다. 희정 씨는 마지막까지 등본에 문제가 없는지 살폈다. 계약과 동시에 전월세 거래를 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2020년 7월 23일, 입주할 때도 짐 정리보다 전입신고를 먼저 챙겼다. 전세살이를 오래 하며 확정일자와 전입신고가 보증금을 지킬 안전장치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다그랬던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된 뒤 김용현에게 매일 전화했다. “매번 통화 연결음만 들렸어요. 피가 말랐죠.” 한 달쯤 지난 2021년 6월 28일. 퇴근길 우편함에 편지가 꽂혀 있었다. 편지는 ‘임대인 김용현입니다’로 시작했다.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며 고생하실 임차인분들께 … 현재 거의 모든 부동산이 가압류된 상태로 자금이 막히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편지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어깨에서 힘이 쫙 빠졌다. ‘임차인분들께서는 매수도 고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경매로 (보증금을) 반환받으실 수 있습니다.’ 편지엔 죄송하다, 필요하면 직접 만나 설명하겠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증금을 갚겠다는 말은 없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 집주인 연락처만 7개“두들겨 맞았는데 아픈 줄 모르는 상태였죠. 편지 읽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어요.” 그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집주인 빚이 81억 원이나 있는 집에 세입자가 들어올 리 없었다. 그나마 집이 경·공매로 넘어가 낙찰자가 나오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전세 계약 종료를 6개월 앞둔 지난해 1월, 계약 해지를 김용현에게 통보해야 했다. 피해자 카톡방에 수소문해서 김용현 연락처를 구했다. “카톡 프로필만 7개에, 주소는 3곳이나 됐어요. 보증금도 못 준다는 사람이 상가에 주상복합에….”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내용증명을 보내고 두 달여 지난 지난해 4월 20일, 희정 씨에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낸 ‘공매 대행 통지서’가 왔다. 김용현이 세금을 체납해 곧 공매가 시작된다는 것. 희정 씨는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도 해서 그나마 ‘우선변제권’(보증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은 갖췄다. 전셋집이 낙찰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 희망이 겨우 생겼다.● 정부도 나를 외면했다지난해 7월. 전세 계약이 끝났다. 연장한 전세대출 금리가 연 5%대로 오르며 이자도 월 80만 원으로 두 배로 뛰었다. 보증금 2억45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짜리 빌라에 살게 된 셈. 계약 기간은 낙찰자가 나타날 때까지 무기한 연장. ‘언제쯤 이 빌라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탈출이 가능하긴 한 걸까.’ 암담하기만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카톡방에서 만난 피해자 8명과 김용현을 형사고소했다. 법무법인 계약금만 15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8월, 피해자 카톡방에서 경찰이 김용현 사건을 수사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희정 씨는 바로 경찰에 연락했다. 난생처음 ‘피해 진술’이라는 걸 했다. 올 초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등으로 세상이 떠들썩해졌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해 보였다. 피해 진술 이후 약 8개월, 담당 형사는 두 번이나 교체됐다. 그래도 언젠가 김용현을 처벌할 수만 있다면 괜찮았다. 그랬던 희정 씨도 결국은 무너졌다. 올해 4월 공매 중단 통보를 받고 나서다. 정부는 당시 경·공매로 집이 넘어가 쫓겨날 위기인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모든 공매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필요한 조치였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절차를 늦추는 ‘걸림돌’이 됐다. “세무서에 공매 재개를 해달라고 매달렸어요. 저도 피해자인데 나라가 외면한다는 생각에 막막했어요. 사기를 당하고 처음으로 펑펑 울었어요.”● 봉천동 탈출 시나리오 다행히 공매는 재개됐다. 동시에 탈출은 까마득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첫 공매 최저 낙찰가는 2억2000만 원. 낙찰자가 나타나도 2500만 원을 더해 희정 씨에게 보증금 2억4500만 원을 줘야 했다. 불법 건축물이라 이행강제금도 내야 했다. 올해 5월 18일 혜성빌 공매가 23회 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명도 응찰하지 않았다. ‘기대를 말자’고 마음먹었어도 막상 유찰 결과를 보면 허탈했다. 전세대출이 연장되며 올해 5월까지 낸 대출이자만 1000만 원. 이자 부담보다도 전세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 더 괴로웠다. “남은 선택지는 직접 낙찰받는 것뿐이었어요. 월세 세입자를 구해 이자와 이행강제금이라도 내야겠다 싶었죠.” 그는 엑셀 파일로 ‘봉천동 탈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공매 일정과 이자, 관리비 지출을 따져봤다. 빨리 낙찰받을수록 그나마 돈을 아낄 수 있었다. 5월 30일 24회 차 공매에서 희정 씨는 직접 입찰에 나섰다. 최저가는 1375만 원. 낙찰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차라리 마음은 편했다. 그런데 공매 결과 발표일인 6월 1일, 낙찰자는 희정 씨가 아니었다. 그는 1380만 원을 써냈는데, 낙찰 금액 옆에 낯선 숫자가 보였다. 1789만9999원. 공매 24회 만에 나온 첫 응찰자였다.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받으면 꿈에 그리던 전세사기 탈출이었다. 하지만 며칠 만에 낙찰 포기 연락이 왔다.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있는지 모르고 응찰했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헛된 기대였다.● 다시,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다지난달 14일, 다음 공매를 기다리는 사이 관악구에서 등기가 왔다. 6월 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청에 낸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에 대한 결과 통지였다. ‘본 신청인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한다.’ 짧은 문장 한 줄이 담긴 서류. ‘국가 공인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희정 씨는 다음 공매를 기다리는 중이다. 공매에서 집을 낙찰받아도, 그 집이 최소한 원래 가격에라도 팔려야 전세대출을 갚고 차곡차곡 모은 70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23년 8월 21일, 피해 1125일째. 희정 씨는 오늘도 전세사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히어로콘텐츠팀▽기획·취재: 정순구 soon9@donga.com 최동수 이축복 송진호 이새샘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위은지 기자▽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ND)▽디자인: 차설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제임스네이션’ 일당의 치밀한 전세사기 행각과 피해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현한 ‘어느 날 내 집에 81억 가압류가 걸렸다’()로 연결됩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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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손이라던 그놈, 2000억 ‘먹튀’ 한 간만 큰 놈이었다

    ‘㈜제임스네이션은 주택 매입을 통해 합리적 임대중개를 제공, 주택보수를 직접 해결해 임차인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택임대 기업입니다.’일명 제임스로 불리는 김용현(44)이 대표인 부동산 임대업체 ‘제임스네이션’이 중견 회계법인에 의뢰해 만든 사업계획서다. 투자자와 은행 등에 돌린 이 문서에는 그가 주택관리업체와 인테리어, 가전·가구 렌털 자회사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깔끔한 외모에 뿔테 안경, 깅엄체크 셔츠에 버건디색 행커치프와 넥타이까지 한 김용현은 성공한 젊은 사업가로 자신을 포장했다.여기서 팩트에 가까웠던 것은 그가 매입한 주택 규모뿐이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용현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제임스네이션 직원과 지인을 동원해 수도권 전역에서 주택 1093채를 사들였다. 전세보증금만 총 2190억 원. 그는 영업팀과 중개팀, 홍보팀까지 두고 임직원 약 30명 규모의 업체를 운영했다.반지하와 옥탑방을 벗어나 그저 평범한 집에서 살고 싶던 장희정 씨(40) 역시 2020년 6월 26일, 김용현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빌라 전세 계약을 했다. 전세살이만 10년째, 전입신고도, 확정일자도 칼같이 챙겼다. 계약 당일 확인한 등기부등본은 깨끗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를 직접 고용해 중개사무소까지 차린 ‘기업형 전세사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셋집에 81억 원 가압류가 걸렸다.5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된 지 약 석 달 됐다. 그사이 희정 씨를 포함한 3508명이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만 4688억 원. 피해자의 68.2%는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딘 20, 30대였다.김용현 일당은 지난달에야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김용현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김용현(수감 중)을 이달 9일 범죄집단조직 및 활동,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첫 재판은 다음 달 11일 열린다.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지 1125일째인 이날 희정 씨가 사는 빌라는 여전히 공매가 진행 중이다. 2억2000만 원이었던 입찰가는 1300만 원으로 떨어져 전세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말한다. “이제 겨우 전세사기 탈출의 출발선에 왔다”고. 제임스네이션, 치밀한 ‘마수’클럽 ‘가드’ 출신… 무자본 갭투자HUG 보증보험 활용해 규모 늘려가… 전세사기 치며 외제차 8대 굴려대기업 계열사 두듯 수십명 직원… 수수료 미끼로 일반 중개사도 꾀여金 “정상적인 임대사업” 혐의 부인●‘성공한 젊은 사장’ 김용현“집주인이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 엄청난 사람인 줄 알았죠.”김모 씨(40) 부부는 2016년 11월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신축 빌라를 계약했다. 위치와 구조가 마음에 들었고 보증금도 1억9500만 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500만 원 이상 쌌다. 2년 뒤인 2018년, 계약을 연장하려고 집주인인 김용현에게 연락하자 대리인이 계약서를 들고 집 근처 카페로 찾아왔다. 김 씨는 ‘대리인까지 부리는구나. 대단하다’고만 여겼다.2020년 여름, 김 씨는 남편 직장 근처로 이사하려 했지만 대리인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대로 보증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젊은 사장’ 김용현을 믿고, 살던 빌라에 임차권 등기만 해놓은 채 경기 김포시 아파트로 이사갔다. 3년이 지난 현재 김 씨는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다. 그는 “빌라 전세대출 9000만 원과 아파트 전세대출 4억 원에 대한 이자만 매달 200만 원”이라며 “2세 계획은 포기했다”고 했다.주식 투자로 수익률 1000% 달성, ○○ 지역 최초 태권도 5단 최고 합격, A댄스 아카데미 프랜차이즈 가맹점 4곳 운영…. ‘제임스네이션’ 대표 김용현의 사업계획서 속 프로필이다.세입자들은 김용현이 ‘젊은 나이에 성공한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에 따르면 김용현은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에서 가드를 하다 부동산 컨설팅업자 2명과 만난 2016년부터 전세사기를 본격 공모했다. 그는 2015년 4월 이미 은행 빚 등으로 개인회생 인가를 받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용현은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직업이 뚜렷하지 않고 돈도 없었다”며 “당시 이미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자금력이 부족했던 김용현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을 활용해 주택 수를 늘렸다. 경찰에 따르면 김용현 일당이 보증금을 떼먹어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240억 원, 140건에 이른다. 검찰 수사에서 김용현은 HUG로부터도 악성 임대인으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2019년 4월 바지 사장을 구해 전세사기를 이어가고, 직원들에게는 비밀유지 확약서를 받는 등 치밀한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에 따르면 김용현에게 전세금을 떼였다는 세입자는 2018년부터 나왔다. 하지만 김용현 일당은 올해 7월에야 덜미를 잡혔다.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피해자는 346명, 총 피해 보증금은 694억 원이다. 이를 통해 김용현 일당이 리베이트로 가져간 금액은 18억 원으로 조사됐다.경찰이 파악한 제임스네이션 매입 주택 규모보다 피해 규모가 적어진 건 피해자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가 일단 확인된 경우만 봤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용현가 전세금 돌려막기 할 때 전세금을 받고 이사간 세입자도 있는데 이들은 피해 진술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김용현은 무리한 주택 매입으로 국세와 지방세 70억 원을 체납했다. 그런 상황에도 김용현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중대형 주상복합에 보증금 1억 원, 월세 150만 원을 내고 거주했다. 법인 리스로 BMW, 레인지로버 등 고급 외제 차량 8대를 보유하고 아버지와 누나, 지인,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30대 주부 김모 씨는 2018년 3월 김경수가 보유한 수도권의 한 신축 빌라에서 2억3000만 원 보증금을 내고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방 3개, 화장실 2개의 신축 빌라 전세금치고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 차례 계약을 갱신한 김 씨는 2021년 5월 어느날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을 보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2000만 원이면 신축 빌라 갭투자 가능’이라는 온라인 매물 광고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올라온 것. 뉴스로만 보던 ‘무자본 갭투자’였다. 수소문해 보니 이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피해 사실을 깨달은 2021년 5월부터 2년 3개월이 지났지만 김 씨는 전세 사기 빌라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됐는데 잔금 낼 돈이 없다”며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 ‘전세 사기 제국’ 구축하다경찰에 따르면 김용현은 다른 전세사기 사건과 달리 공인중개사 등을 직접 채용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개업하는 등 대기업이 계열사를 두듯 사업체를 운영했다. 회계법인에 의뢰해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투자자나 세입자, 임대인 등에게 홍보용으로 배포하기도 했다.보통 신축 빌라가 지어지면 건축주는 집을 분양해 줄 분양대행사와 계약한다. 분양대행사는 매매·전세 컨설팅업자에게 각각 연락한다. 매매 컨설팅업자가 ‘매수인’을, 전세 컨설팅업자가 ‘세입자’를 구해 수수료를 받아간다.이때 전세사기 조직은 통상 매수인을 구하는 조직과 세입자를 구하는 조직이 따로 있다. 그런데 김용현은 두 조직을 합한 법인을 세워 양쪽 업자가 받는 리베이트를 모두 챙기고, 그럴싸한 사업체를 만들어 전세사기판을 키웠다. 김용현 일당이 분양대행사에 가서 “빌라 매물을 우리한테 넘기면 세입자는 알아서 맞추겠다”고 분양 계약을 했다고 한다.이를 위해 김용현은 제임스네이션에 영업팀(15명), 중개팀(8명), 홍보팀(4명), 회계팀(1명) 등을 따로 뒀다. 이들은 부장과 과장, 팀장 등으로 직급도 나눴다. 영업팀은 분양대행업체와 매수 계약을 했다. 김용현과 함께 구속된 부동산 컨설팅업자 2명이 영업팀을 이끌었다.영업팀이 빌라를 사들이면 중개팀을 투입했다. 공인중개사 5명을 채용해 마포구 합정동에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차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구로구, 경기 부천, 인천 등에 지사를 두기도 했다. 이 중개사무소는 영업팀이 계약한 매물을 홍보해 이를 보고 찾아온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중개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직원들이 세입자들에게 무자본 갭투자인 사실을 알리지 말도록 하고, 중개보조원에게까지 중개 업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더 많은 세입자를 끌어들이려고 홍보팀도 운영했다. 홍보팀은 “계약 성사 시 수수료로 200만~500만 원씩 줄 테니 세입자만 구해 달라”며 빌라 매물 주변 현지 공인중개사무소를 돌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실적대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포상과 성과급을 지급했다.직장인 최모 씨(40)는 2017년 10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를 갔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중개사무소는 “방 3개에 준공 2년 된 신축 빌라가 있는데, 보증금은 1억6000만 원밖에 안 된다”며 “중개수수료는 안 받겠다”고 했다. 집주인과 친해서 매물을 전담하는 대신 세입자에겐 수수료를 안 받는다는 것. 그는 현재 매달 전세대출 이자만 100만 원 넘게 내고 있다.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 경매를 신청했지만 올해에만 3번 유찰됐다. 그는 “공인중개사가 수수료 대신 리베이트를 받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경찰에 따르면 현장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한 계약도 다수 이뤄졌지만, 중개팀 공인중개사를 빼고는 수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1~2건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들이 ‘잘 모르고 중개했다’고 잡아떼니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끝나지 않은 피해제임스네이션 사건 피해자 상당수는 장희정 씨처럼 피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지옥션과 함께 2017년 이후 김용현 일당의 이름으로 경매나 공매에 나온 물건 650채를 분석한 결과 낙찰된 물건은 총 286건(44%)에 그친다. 평균 5.11회 유찰됐다가 낙찰됐다. 27회까지 유찰된 경우도 있었다. 절반 이상은 경매가 취소되거나 진행 중이어서 전세사기 피해가 현재 진행 중이다. 경매 개시 전이거나 피해 구제 포기의 경우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설사 낙찰되더라도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온전히 되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무리 유찰을 거듭해도, 낙찰자 입장에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줘야 해서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네이션 물건의 낙찰액은 감정가에 못 미치는 64.6% 수준이었다. 장희정 씨처럼 불법 건축물에 사는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탈출이 더 힘들다.제임스네이션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 씨(48)가 사는 서울 송파구 빌라 역시 올해에만 5번 경매가 진행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도로 변경한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 그는 “자포자기했다”고 했다. 김용현 등 피의자들에게 보증금을 받을 길도 막막하다. 법원은 김용현 일당이 부동산과 예금 등을 재판 전까지 처분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재판 후 이를 채권자(세입자)들이 나눠 일부라도 전세금을 보전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김용현의 사기 혐의가 확정될지도 미지수다. 김용현은 경찰 조사에서 “정상적 과정을 지킨 임대사업이었다”며 “리베이트라고 문제 삼고 있는 보증금 수입 역시 정당한 사업 수익”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콘텐츠팀▽기획·취재: 정순구 soon9@donga.com 최동수 이축복 송진호 이새샘 기자▽인터랙티브 기획: 위은지 기자▽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ND)▽디자인: 차설 인턴QR코드를 스캔하면 ‘제임스네이션’ 일당의 치밀한 전세사기 행각과 피해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현한 ‘어느 날 내 집에 81억 가압류가 걸렸다’()로 연결됩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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