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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남성 A 씨는 뒤통수가 뻐근하고 두통이 심해 새벽에 눈을 떴다. 상당히 어지러웠다. 말도 어눌해졌다.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잘 움직일 수 없었다. 급히 응급실로 갔다. 의료진은 급성 뇌경색 진단을 내렸다. 젊은 나이인 데다 술 담배도 안 하는지라 A 씨는 의아했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뇌전증·수면센터 센터장)는 원인을 찾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면장애가 뇌경색의 원인으로 판명됐다. 수면장애 하면 가장 먼저 불면증을 떠올린다. 불면증의 경우 수면제(수면유도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이 처방이 전혀 효과가 없을 때도 있다. 이 교수는 “불면증이 아닌, 다른 수면장애일 때는 수면제만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 원인을 찾아, 그에 맞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면 여러 수면장애를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중증질환 유발하는 수면무호흡증A 씨의 체중은 90kg에 육박했다. 체질량지수(BMI)는 30.1이었다. 고도비만에 가깝다. 코골이도 심하다고 했다. 의료진은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A 씨는 1시간에 평균 87회 호흡을 하지 않았다. 혈중산소포화도는 59%까지 떨어졌다. 각각 35회 이상이거나 75% 미만이라면 중증 수면무호흡증으로 규정한다. 젊은 뇌경색은 바로 이 수면무호흡증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교수는 “매일 새벽마다 산소가 부족해지니 저산소증이 생겼고, 그때마다 혈압이 불안정하게 상승했으며, 그 결과 뇌경색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대 후반 여성 B 씨는 폐경 이후로 코를 심하게 곯았다. 남편이 불평을 늘어놨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목과 가슴 부위가 답답해지면서 속이 메스꺼운 증세가 나타났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후 왼쪽 어깨와 팔이 뻐근하게 아파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협심증일 수 있으니 심장혈관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검사 결과 관상동맥 2곳이 심하게 좁아져 있었다. B 씨 또한 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무호흡증이 확인됐다. 그는 1시간에 평균 78회 무호흡이 나타났고, 혈중산소포화도는 73%까지 떨어졌다. A 씨가 그랬듯 수면무호흡증이 B 씨의 협심증을 유발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양압기 치료를 받았다. 양압기는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의료 기기로, 잠을 잘 때 부착한다. 이 교수는 “두 사람 모두 양압기 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체중 조절 등을 병행한 덕분에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잠자다가 배우자를 때린다?60대 초반의 남성 C 씨는 평소에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꿈을 많이 꾼다고도 했다. 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편이었다. 손발을 허우적댈 때도 많았다. 심지어 가끔은 함께 자는 아내를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 단순한 불면증은 아닌 것 같았다. 검사 후 렘수면행동장애 진단이 떨어졌다. 렘수면은 하루에 3∼5회 반복된다. 이때 안구가 급속히 움직여서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이라 부른다. 렘수면일 때의 뇌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꿈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렘수면일 때 꿈을 더 자주 꾸는 건 아니다. 자꾸 깨기 때문에 꿈을 더 많이 기억할 뿐이다. 대체로 새벽으로 갈수록 렘수면 횟수가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면 대뇌는 꿈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뇌를 제어한다. 뇌가 아무런 기능을 못 하니 격렬한 꿈을 꾸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렘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뇌가 제어받지 않고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C 씨처럼 잠을 자면서 꿈꾸는 행동을 실제로 옮긴다. 이것이 렘수면행동장애다. 렘수면행동장애를 방치하면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악화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교수는 “고령이 되면서 뇌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거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C 씨도 실제로 몇 년 후 파킨슨병에 걸렸다. 간혹 10대 후반에도 렘수면행동장애가 생긴다. 뇌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교수가 치료한 10대 후반 환자 중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원인을 찾다가 뇌간에서 종양을 발견한 것. 이 경우 종양을 치료해야 렘수면행동장애가 사라진다. 심한 잠꼬대도 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찾는 게 좋다. ● 수면 리듬 깨지면 약도 안 들어10대 여학생 D 양은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일찍 자려고 잠을 청해도 정신만 또렷해질 뿐이었다.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는 게 어려워졌다. 학교 가는 게 큰 고역이 돼 버렸다. 이 때문에 수면제도 먹어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D 양의 어머니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마다 딸을 깨우느라 진이 다 빠졌다. 학교에 보내는 게 전쟁통이었다. 게다가 D 양은 주말이 되면 하루 종일 잠만 잤다. 학교에서도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는 것 같은데 확인하기 어려워 속만 끓여야 했다. D 양이나 어머니 모두 불면증으로 여겼다. 이 교수를 만나고 난 후에야 수면일주기장애라는 사실을 알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수면 주기가 뒤로 밀린 것이다. 이 경우 수면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 수면 주기를 정상화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집에서는 쉽지 않기에 5일 동안 입원해 치료했다. 이 교수는 D 양의 취침과 기상 시간을 모두 당겼다. 수면이 부족해지지 않고 일찍 잠들 수 있도록 멜라토닌 약물을 취침 2∼5시간 전에 투입했다. 원래 멜라토닌 호르몬은 잠이 들면 2∼3시간 만에 최고치에 이르고, 잠이 깰 때는 최저치로 떨어진다. 이 주기에 맞춰 인위적으로 멜라토닌을 공급한 것이다. 덕분에 D 양의 수면 주기는 어느 정도 정상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오전 8시에 일어나고 새벽 한두 시에 자는 수면 리듬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학생들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이를 피하려면 주중과 주말의 기상 시간 격차를 1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 잠을 보충한다며 주말에 몰아서 자면 수면 리듬은 더 망가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부터 안대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빛을 차단하는 게 멜라토닌의 분비와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바람이나 물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약하게 틀어놓는 것도 좋다. ● 다리 떨림이 불면증 유발40대 후반 여성 E 씨도 꽤 오랫동안 밤잠을 설쳤다. E 씨 또한 불면증이라 생각하고는 수면제를 먹었다. 처음에는 효과를 봤다. 약을 먹을 때는 잠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항우울제까지 처방받았다.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 이후 E 씨는 밤잠을 자기 위해 약의 용량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불면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원인을 알게 됐다. 바로 하지불안증후군. 잠들 무렵, 다리를 심하게 떨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가렵거나 찌릿찌릿한 증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병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체로 도파민 호르몬의 균형이 흐트러지거나 철분 결핍 등이 원인일 때가 많다. 또는 다른 병이 원인이 돼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원인을 해결해야 하지불안증후군은 개선된다. E 씨의 경우 혈액검사에서 철분 부족과 만성 빈혈이 확인됐다. 빈혈의 원인 질환을 파악하다 보니 자궁의 막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자궁내막증도 발견됐다. 이 교수는 “E 씨에게는 주사를 통해 철분을 보충했더니 하지불안증후군도 저절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하지불안증후군은 생각보다 빨리 치료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정상 간이라면 지방의 비율은 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음주나 폭식, 비만 등으로 지방이 과도하게 낄 수 있다. 지방간이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조금 더 많다. 다만 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술보다는 비만이 지방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또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질환이 있으면 간에서 지방이 더 만들어지거나 덜 배출돼 지방간이 되기도 한다. 지방간은 50대 이후에 발병률이 특히 높지만 30, 40대에도 증가 곡선은 꽤 가파르다. 중년 언저리에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 중 하나란 뜻이다. 이처럼 중년을 위협하는 흔한 병은 또 있다. 바로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다. 목디스크 환자도 증가 추세다. 의사라고 해서 이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다. 간경화, 간암 등 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42)도 지방간에 목디스크까지 경험했다. 그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 잦은 야식과 간식, 17kg 불어성 교수의 현재 체중은 76kg이다. 체질량지수(BMI)는 정상 수준이다. 하지만 몇 년 전에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심한 비만이었다. 그는 2016년 전공의 과정을 모두 마친 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연구에 몰입하느라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 쌓인 스트레스는 음식으로 풀었다. 간식에 야식까지 먹기 시작했다. 살이 찌기 시작했다. 전공의 때까지 76kg을 유지했던 체중이 85kg을 웃돌았다. 짧은 기간에 무려 9kg이 불어난 것.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와 전임의 과정을 밟았다. 새 일터에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체중부터 줄이기로 했다. 쉽지 않았다. 오히려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체중은 93kg까지 불어났다. 바지의 허리둘레는 33인치에서 38인치로 늘었다. 고도 비만에 가까운 몸이 돼 버린 것이다. 돌이켜보면 살찐 이유는 분명했다. 우선, 운동을 하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심적 여유도 없었다. 당시 그는 병원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업무가 끝나면 극도로 피곤해 집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져 잤다. 잠을 늦게 잘 때는 편의점에 들러 야식거리를 사 갔다. 치킨, 순댓국과 같은 고열량 야식을 즐겨 먹었다. 낮에도 간식을 즐겼다. 오전 회진을 마치면 컵라면을 먹었다. 그러고도 입이 심심하면 빵과 같은 간식을 먹었다. 회식도 많아졌다. 술을 많이 마셨고, 안주도 그만큼 많이 먹었다.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성 교수는 간 전문가다. 간 건강이 걱정됐다. 스스로 검사해 봤다. 간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지방간이 발견됐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아니었다.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운동 부족과 잦은 야식, 회식, 비만이 원인이었다. ● 식이요법으로 지방간 탈출그 무렵 피로감도 극심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마침 은평성모병원 개원 멤버로 2019년부터 1년 동안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근무 환경이 바뀌는 시점.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성 교수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지방간을 없애려면 비만부터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식이나 야식 등 과도한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 대신 단백질이 많은 식품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운동도 충분히 해야 한다. 성 교수 또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식이요법에 돌입했다. 우선 식습관부터 바꿨다. 그전에는 주로 편의점 음식을 먹었다. 먹는 시간도 불규칙했다. 이를 바꿔 밥과 국, 여러 반찬을 조금씩 담은 한식을 먹기 시작했다. 가급적 하루 세 끼, 규칙적 식사를 유지했다. 식욕을 조절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참았다. 밥은 밥공기의 3분의 2만 먹었다. 반찬은 덜 먹었다. 야식은 완전히 끊었다. 회식 자리도 줄였다. 회식에 가더라도 덜 먹었다. 간식의 유혹은 컸다. 이를 없애기 위해 성 교수는 채소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간식이 생각나면 연구실 냉장고에 있는 샐러드를 꺼내 먹었다. 이때도 열량이 높은 마요네즈 드레싱 대신 열량이 낮은 오리엔털 드레싱을 뿌려 먹었다. 식단을 조절한 결과, 체중이 쑥 줄었다. 그러더니 2020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80kg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76kg까지 줄었다. ● 효과 유지하려면 운동 필수성 교수는 “음식 섭취를 줄인 덕분에 체중이 줄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초기에 체중을 줄였어도 지속적인 운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체중이 다시 증가한다는 것. 성 교수는 체중을 줄인 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주 2, 3회 퇴근 후 아파트 주변을 30분씩 달렸다. 병원에서 작은 산을 넘으면 그의 집이 나온다. 그는 매일 등산하는 마음으로 이 산을 넘어 출퇴근했다. 하루 30분씩 등산하는 효과를 본 것. 그는 아파트 7층에 산다. 집에 갈 때는 계단을 이용한다. 병원에서도 외래 진료실까지 항상 계단으로 오른다. 성 교수는 “계단 오르기는 유산소 운동이면서, 동시에 하체 근육을 강화해 주는 근력 운동”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성 교수는 2년째 이 운동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1년 전부터 체력이 달리는 걸 느꼈다. 체력 보강을 위해 성 교수는 추가로 집 근처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 운동량을 늘렸다. 가급적 주 4회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일단 헬스클럽에 가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20분씩 배분해 한다. 성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에 신경 쓸 것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다이어트를 할 때 근육도 같이 빠진다. 만약 근육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육까지 같이 빠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성 교수는 지방간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물론 혈압이나 혈당 모두 지극히 정상이다. ● 지방간 사라지니 목디스크 와약 4개월 전, 왼쪽 팔이 찌릿찌릿해졌다. 엄지손가락에서 시작해 팔 전체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성 교수는 그 순간 목디스크임을 짐작했다. 사실 선배 의사에게서 거북목을 한 채로 진료를 본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진료실에서 환자는 늘 왼편에 있었다. 정면의 모니터를 응시하다 환자와 이야기할 때는 항상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아직 젊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증세는 더 심해졌다. 더 찌릿찌릿해졌다. 살을 에는 것처럼 통증의 강도도 커졌다. 성 교수는 “너무 아파서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성 교수는 외래 환자를 보던 중에 짬을 내 검사를 받았다. 예상했던 대로 목디스크였다. 다행스럽게도, 수술하지 않아도 자세 교정만 하면 증세가 좋아질 것이란 소견이 나왔다. 성 교수는 목디스크 치료를 위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시간만 나면 스트레칭을 했다. 요즘도 하루에 5회 이상, 10∼15분씩은 스트레칭을 한다. 4개월 동안 스트레칭을 했더니 통증과 찌릿찌릿함이 거의 사라졌다. 성 교수는 “지금은 일상 생활을 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아주 가끔 약하게 증세가 나타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완치되지는 않았다. 성 교수는 “스트레칭을 하면 그 다음 날에는 확실히 증세가 약해진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거나 회식에서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증세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꾸준히 운동해야 목디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성 교수는 자주 하는 스트레칭 동작 3개를 추천했다. 틈날 때마다 자주 해 줄 것을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16년 8월, 초등학교 체육 교사 손정원 씨(40)가 김정은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를 찾았다. 손 씨의 병명은 ‘중증 건선’. 10년 이상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치료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악화했다. 건선은 각질이 은백색 비늘 혹은 붉은색 발진 형태로 전신을 덮는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1∼2% 정도에서 나타난다. 구체적 원인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각질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은 단순히 피부 질환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고혈압과 같은 대사 질환이나 류머티즘을 동반할 수도 있다. 외모로 인해 대인 관계에도 큰 지장을 초래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건선=건성 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김 교수는 “요즘도 환자의 90%는 건성 피부가 심하면 건선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대체로 피부병이 빨갛고 각질이 돋아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워 그러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다른 질병”이라고 했다. ● 삶의 질 크게 떨어뜨리는 건선26년 전, 손 씨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손 씨는 풍진에 걸렸다. 얼굴과 몸에 발진이 나타났다. 치료를 받자, 발진은 곧 사라졌다. 하지만 얼마 후 좁쌀처럼 작은 발진들이 다시 올록볼록 튀어나왔다. 동네 의원에 갔더니 태열(胎熱)이라고 했다. 태열은 아토피피부염으로,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들에게 주로 쓰는 병명이다. 의사는 약을 처방해 줬다. 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얼굴에서 시작한 발진은 팔과 몸통 쪽으로 번져 나갔다. 그제야 이상하다 싶어서 다른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가 건선이라고 했다. 어린 손 씨는 물론 손 씨의 부모도 그때 건선이란 병을 처음 알았다. 사춘기 시절, 건선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손 씨의 경우 각질이 두꺼웠고, 각질이 하얀 딱지처럼 몸 여기저기를 덮었다. 친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앞에서는 대놓고 뭐라 하지 않았지만, 뒤에서는 이렇게 수군댔다. “같이 있기 찜찜하다” “옮을 수 있으니 조심해라”. 그들의 대화 내용이 손 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픈 마음은 운동으로 달랬다. 다행히 운동하는 선배들은 손 씨의 피부를 놓고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어른이 된 후에도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막 체육 교사가 됐을 무렵이었다. 피부에 좋다는 한 온천에 갔다. 정말로 그 온천이 건선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며칠은 해 봐야지’ 하는 생각에 며칠 후 다시 온천에 갔다. 업소 사장이 손 씨를 기억해 냈다. 그는 다른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낀다며 문 닫기 30분 전에 오면 따로 받아주겠다고 했다. 정중한 말투였지만 씁쓸하게 느껴졌다. 손 씨는 그날 이후로 온천에 가지 않았다.● 여러 병원 다녔지만 개선 안 돼처음 건선 진단을 받았을 때 손 씨는 연고를 받았다. 그 연고를 바르고 나니 각질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건선 부위가 더 커졌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보인다. 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비타민D를 섞어 쓰는데, 당시에는 스테로이드제만 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두 성분을 하나로 합친 연고를 주로 쓴다. 손 씨는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받기로 했다. 하지만 수월하지 않았다. 새벽 기차를 타고 상경한 뒤 치료를 받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광선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받을 수 없었다. 광선치료는 자외선 중에서 특수 파장만 쏘아 건선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다 보니 3년 동안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 다녔으면서도,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결국 손 씨는 대학병원 치료를 중단했다. 이어 알로에나 목초액을 바르는 식의 민간요법에 의존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알로에는 보습에는 도움이 되지만 병의 악화를 막을 순 없다. 목초액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손 씨의 피부 상태는 더 나빠졌다. 손 씨는 다시 고향에 있는 개인 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광선치료도 받았다. 연고도 발랐고, 처방해준 약도 먹었다. 하지만 건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다. 서울에 있는 동네 의원을 다니다가 한양대병원으로 옮겼다. 이때 김 교수를 만났다. 이 무렵 건선은 얼굴은 물론 전신에 퍼져 있었다. 측정해 보니 체표면적의 35%를 건선이 덮고 있었다. 김 교수는 “중증도를 측정하는 평가에서 10점 이상이면 중증으로 보는데, 손 씨는 24점이 나왔다. 중증 중에서도 중증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신약 사용 후 증세 급격하게 호전김 교수는 먹는 약, 바르는 약, 광선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후에는 증세가 호전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약효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약효가 떨어졌고, 건선 부위는 다시 넓어졌다. 객관적 수치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일단 중증도 점수가 40점을 넘어섰다. 건선은 체표면적의 45%까지 넓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인 셈. 이제 기존의 약물로는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대체할 약이 없는 건 아니었다. 중증 건선 환자에게 잘 듣는 신약이 있기는 했다. 생물학적 제제인데, 주사제 형태의 약물이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1회 주사를 맞는 데 2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그러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 7월, 중증 건선 환자에게도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된 것이다. 산정특례제도는 암, 중증질환, 희귀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고가의 진료비를 줄여주는 제도다. 보통은 본인부담금의 10%만 낸다. 손 씨도 대상자로 선정됐다. 덕분에 20만 원으로 주사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눈에 띄게 건선 부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약도 얼마 후 효과가 좀 지체됐다. 2019년 4월, 생물학적 제제를 다른 걸로 바꿔 치료를 이어갔다. 2020년 12월에도 다시 약물을 바꿨다. 이런 식으로 신약 치료를 이어갔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건선이 다시 악화하지 않은 것이다. 꾸준히 증세가 개선됐고, 피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결과 중증도는 0.8점으로 줄었다. 건선이 체표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로 줄었다. 기적에 가까운 호전이었다. 김 교수는 “3개월마다 주사를 맞고, 바르는 약을 쓰고는 있지만 사실상 완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 “환자 성실함이 완치 비결”건선에서 해방된 요즘, 손 씨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일단,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눈치 보지 않고 탈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단다. 건선이 심할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아무리 더워도 소매가 짧은 옷은 입지 못했다. 팔을 모두 가리려면 땀에 찌들지언정 긴소매 옷만 입어야 했다. 이불도 깨끗해졌다. 손 씨는 “예전에는 잘 때 가려워서 나도 모르게 긁다 보니까 이불에 피가 묻곤 했는데, 그런 게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고통을 겪다가 완치에 이른 비결이 무엇일까. 김 교수는 “환자인 손 씨가 성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긴 시간을 꾸준히 치료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산정특례 제도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2주 이상 치료를 중단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치료를 한 번이라도 거르면 안 된다. 손 씨는 주변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손 씨는 가장 성공적이면서도 모범이 될 만한 치료 사례로 꼽힌다. 김 교수는 다른 환자를 진료할 때 손 씨를 참석시켜 경험담을 들려주도록 했다. 대한건선학회 수기 공모전에서 그의 투병 수기는 대상으로 선정됐다. 학회는 그의 치료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홍보용으로 보급했다. 손 씨는 “조금이라도 나와 같은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손정원 씨 건선 투병일지1997년 건선 발병 사실 확인1997∼2001년 지방 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약 처방(초기 반짝 효과, 이후 악화하는 경향 반복)2001∼2003년 서울 A대학병원에서 건선 치료(큰 효과 보지 못하고 치료 중단) 2004∼2016년 지방 병원과 의원에서 간헐적 치료민간요법 치료도 시도했지만 효과 못 거둠2016년 8월 한양대병원 피부과 첫 치료건선 중증도 20점, 체표면의 35% 차지(먹는 약, 바르는 약, 광선치료 시작)2017년 1∼12월 기존 치료 반복, 효과 정체 보임(건선 중증도 40점 이상 체표면적 45% 이상)2017년 12월 생물학적 제제 신약 주사 치료 시작2019년 4월 생물학적 제제 1차 교체2020년 12월 생물학적 제제 2차 교체 2023년 12월(현재) 사실상 완치, 3개월마다 주사, 바르는 약 사용(건선 중증도 0.8점, 체표면적 1.0%로 급감)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50대 여성 A 씨는 5층에 산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오른다. 언젠가부터 4층까지 오르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심장마비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은 ‘아무도 내 시신을 찾지 못해 백골이 되어서야 발견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이어졌다. 이후 A 씨는 웬만하면 외출을 삼갔다. 50대 남성 B 씨는 얼마 전에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바닥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사물의 경계가 뭉개졌다. 멀미와 구역질이 느껴졌다. 말도 어눌해진 것 같았다. B 씨는 뇌졸중(뇌중풍)이나 심장질환을 의심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후 증세가 천천히 사라지면서 B 씨는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A 씨와 B 씨가 보인 증세는 비슷하지만 병명은 다르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 씨는 공황장애다. B 씨는 불안증일 수도 있고, 자율신경계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발작이 공황장애로 이어지진 않아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며, 두통이 생기거나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것은 모두 ‘발작’ 증세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반응 자체가 병은 아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 몸이 취하는 정상적인 ‘전투태세’이기도 하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면 잘 관찰해야 한다. 모든 발작이 공황장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자. 13개의 발작 증세 가운데 4개 이상이 나타나고,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며, 30분 이내에 사라지면 공황과 관련된 ‘공황발작’이다. 공황발작은 증세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 응급실에 도착하면 사라질 때가 종종 있다. ‘공황발작 자가진단표’를 참고하면 된다. 다른 병이 원인이 되어 공황발작과 유사한 형태의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최 교수는 “천식, 갑상샘(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 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활성화해서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의 발작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도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공황발작과 유사한 발작이 일어난다. 다만 이 경우에는 감염, 눈물이나 땀 마름, 기립성 저혈압 등이 동반한다. 따라서 공황발작인지, 다른 질병에 의한 발작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 공황장애 핵심은 ‘가짜에 대한 두려움’공황발작이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건 아니다. 공황발작이 한 달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공황장애로 진단한다. 최 교수는 “발작도 문제지만, 발작이 생길까 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다가 결국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최 교수는 곰을 만난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 경우 심장이 뛰는 건 당연하다. 그것은 전투태세를 갖추라는 뇌의 정상적인 경고음이다. 하지만 곰을 만나지 않았고, 만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곰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심장 박동이 치솟는다면? 그것이 바로 공황발작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가짜’ 현실에 대해 경고음이 울린 것. 최 교수는 “이처럼 경고음 장치가 고장 나 두려움을 느끼는 게 공황장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두려움과 공포는 행동을 위축시키고 변화시킨다. 그 결과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질식할 것 같은 공황발작을 여러 번 했다면 지하철 탑승을 꺼리게 되고, 나중에는 ‘지하철을 타면 죽어’라고 생각하며 공포에 빠진다. A 씨가 외출을 삼가고 자신을 방 안에 스스로 가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면 B 씨는 점차 증세가 개선됐고, 발작이 반복되지 않았기에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따라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것이다. 최 교수는 “공황장애 환자의 상당수가 광장공포증에 빠진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섣불리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발작이 일어나는 상황이 창피해서 그럴 수도 있고, 쓰러진 자신을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해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이들은 영화관이나 콘서트장에 가도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맨 바깥 자리에만 앉는다. 이런 상태인지라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이 무척 어려워진다. ●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요소들한때 연예인들이 이 병에 많이 걸렸기에 ‘연예인 병’이라 여겨졌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병에 걸릴 수 있다. 다만 20대와 30대의 젊은층, 40대의 중년 초반에 많이 발병하는 편이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다. 왜 공황장애에 걸리는지, 공황발작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다만 공황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를 경험한 비율이 70%를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스트레스와 피로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술은 공황장애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이 뇌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술 먹으면 목소리가 커지니까 뇌가 활발히 활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경고음 장치가 고장 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환경에서 잠을 못 자거나 초조한 순간,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공황발작이 일어난다. 1회 발생하면 반복될 가능성은 커져서 공황장애로 악화할 확률이 높다. 다이어트약을 먹을 때도 신중해야 한다. 이런 약물이 교감신경계를 지나치게 활성화하면서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약물을 끊었을 때 발작 증세가 사라진다면 불안증에 더 가깝다. 그래도 증세가 계속된다면 이미 공황장애로 악화했다고 볼 수 있다. 신경안정제를 먹다가 끊을 때도 금단 증세와 함께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음료를 자주, 많이 마실 때도 똑같은 이유로 공황발작이 생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집중력을 높이거나 살을 빼겠다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남용할 때도 뇌에 영향을 미쳐 공황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최 교수는 “불필요한 음식이나 약물은 무조건 피해야 공황장애의 발생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약물 치료가 일반적이다. 대체로 한두 달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다만 이후로도 6개월 정도는 용량을 낮춰서 약을 먹어야 한다. 최 교수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주는 약을 계속 먹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 증세가 심했다면 약 복용 기간은 1년 내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외에 인지행동치료도 함께 한다. ‘가짜’에 대한 두려움이 병의 원인이란 점을 환자 스스로 인식하게 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A 씨에게도 이 치료가 꽤 도움이 됐다. A 씨는 계단 오를 때 발작이 일어나자, 그 후로 ‘계단 오르기=심장마비’라는 식으로 왜곡되게 인지했다. 급기야 외출을 포기했다. 최 교수는 A 씨에게 △평소에도 활동하면 심장 박동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 △계단 오를 때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 또 의료진이 함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오르면서 A 씨가 불필요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치도록 했다. 이런 훈련을 통해 A 씨는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공황장애 탈출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 최 교수는 “공황장애 환자의 30%가 치료 후에 확실히 좋아진다. 나빠지는 확률은 10%가 안 된다”고 말했다. 공황장애의 경우 경증이냐 중증이냐를 구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방치한 기간이 길면 치료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는 점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21년 2월, 이태현 씨(51)는 A병원 응급실에서 눈을 떴다. 몸은 병상에 묶여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통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기억을 되짚으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족에게 물었다. 방 여러 곳에 구토한 뒤 화장실에서 기절했다고 한다. 가족이 119에 전화를 걸었고, 병원에 실려 왔다. 이 씨는 병원에서도 난동을 부리고 고함을 질러댔다. 이 때문에 묶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흘째 이런 상태로 지냈다. 정신이 든 후에는 일반 병실로 옮겼다. A병원 의사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머리에 달걀노른자 크기의 ‘혹’이 있다고 했다. 핏덩어리처럼 보이는데,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일단 시간을 두고 관찰하자고 했다. 일단 의사는 한 달 치 약을 처방해 줬다.●“전혀 다른 사람이 돼 버렸다”약을 먹으니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의사 진단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약이 동난 후부터 이 씨의 성격이 변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옛날 같지 않게 화를 많이 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중에 이 씨의 뇌 수술을 집도한 이원재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의사가 뇌를 안정시키는 약물을 처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경우 증세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 자신도 화를 자주 내고 괴팍해졌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했다. 술을 마실 때 더 심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툭하면 화를 냈다. 욕설을 퍼붓고 시비를 걸었다.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사람들과 멀어졌다. 몇몇 고교 동창생과는 의절하기까지 했다. 주변 사람들과 싸우는 일이 잦아지자, 이 씨의 형이 술자리에 늘 동석했다. 싸움이 생기면 형이 말렸다. 이 씨는 반도체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근무했었다. 경력을 살려 2022년 7월에는 한 기업 연구부장으로 재취업했다. 업무 스트레스는 컸다. 입사할 때의 계약 조건은 지켜지지 않았다. 근무 환경은 열악했다. 매일 소주 두 병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사장에게 문자로 욕설을 퍼부었다. 다음 날 ‘왜 그랬지?’라며 후회했지만, 다시 술이 들어가면 본심을 숨길 수 없어 욕설 문자를 보냈다. 점차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혈관종, 진단 어려운 병”이 씨가 여러 병원에 다니다 삼성서울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정서적으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 교수는 “충동 조절이 안 되고 있었다. 과장된 말투에다, 말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으며, 묻기 전에 대답부터 했고, 잘 흥분했었다”고 말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뇌의 혈관 기형인 ‘해면상 혈관종’이 원인이란 사실을 말이다. 해면상 혈관종은 기형적으로 자라던 뇌의 모세혈관이 터져서 생긴 덩어리다. 구멍이 숭숭 뚫린 벌집 모양(해면)과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줄여서 혈관종이라고도 부른다. 뇌 동맥과 정맥 사이에 비정상 혈관이 자라나는 ‘뇌동정맥 기형’과 비슷하지만 다른 병이다. 언뜻 보기에는 혹과 같아서 뇌종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혈관종을 뇌종양의 한 종류로 구분하기도 했다. 혈관종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대체로 30대와 4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씨 또한 49세에 처음 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했다. 발작 증세도 동반됐다. 다만 혈관 기형이 있다고 해서 모두 혈관종으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이 교수는 “기형 혈관이 있는 10명 중 1명꼴로 혈관이 파열하며 9명 정도는 무증상으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는 2∼3년마다 혈관 상태를 확인한다. 사실 발작 증세가 나타나도 혈관종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 씨가 그런 사례다. 이미 혈관이 터진 상태였지만 A병원 의사는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듬해인 2022년 11월, 2차 출혈이 일어났다. 당시 B병원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그 사이에 혹이 더 커져 있었다. 의료진은 뇌종양 혹은 기생충 감염으로 판단했다. 이번에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셈이다. B병원 의료진은 수술하자고 했지만, 이 씨는 의료진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 후로 증세는 더욱 악화했다. 구토하고 온몸에 힘이 빠질 때가 많아졌다. 앉아 있을 힘도 없어 드러눕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구급차를 불렀다. 응급실을 수시로 드나들게 됐다. ● 수술 성공 후 옛 인상-성격 회복올해 1월 찾아간 C병원 의사도 뇌종양 같다며 수술하자고 했다. B병원 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 이 씨는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그때 이 교수를 만났다. 이 씨는 “이 교수가 진료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30여 분 동안 충분히 설명했다. 뇌종양인지, 혈관종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수술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신뢰가 가더라”고 말했다. 2월 수술대에 올랐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시작했다. 흉터가 보이지 않도록 머리 윗부분을 절개했다. 이마뼈와 뇌를 둘러싼 뇌막을 절개했다. 반복적으로 출혈이 일어나는 혈관종을 제거했다. 혈관종 때문에 뇌부종도 생긴 상태였다. 부어오른 주변 조직까지 들어냈다. 4시간이 걸리는 수술이었다. 3일 정도가 흘렀다. 날카롭고 뚝뚝 끊어지던 이 씨의 말투가 부드럽게 변했다. 성난 것처럼 잔뜩 찌푸렸던 인상도 온화해졌다. 이 교수는 “사실 더 악화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완벽하게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성격이 난폭하게 변한 것은 혈관종이 인접한 전두엽(이마엽)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대뇌 앞쪽에 있는 전두엽은 기억, 사고, 감정, 운동 등의 능력을 관장한다. 구토, 실신, 무기력 등의 발작 증세가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혈관종이 뇌 신경세포가 척수로 가는 통로인 뇌간에 발생했다면 두통, 마비, 저림, 복시 등의 증세가 많이 나타난다. 이 씨의 경우 혈관종이 상당히 컸던 게 증세를 더욱 악화시켰다. 보통 1mm 정도면 관찰만 한다. 이 씨의 경우 혈관종은 점점 커져 3cm를 넘었고, 삼성서울병원 진료를 받을 무렵에는 5cm까지 커져 있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 이 교수는 “만약 그 상태에서 출혈이 다시 발생했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 새로 얻은 인생, 다시 바빠진 일상요즘 이 씨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일단 이미 벌여 놓았던 사업들을 추스르고 있다. 혈관종이 생기기 전에 골프, 스키, 스킨스쿠버를 가르치는 레저 사업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가 돼 버렸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차분했던 과거로 돌아갔다. 이 씨는 “나 자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라고 했다. 이 씨는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주말에 외국인에게 스키를 가르친다. 점차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것을 느낀다. 평일에는 보험회사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자산관리 상담을 하고 있다. 새롭게 연기에도 도전했다. 최근까지 연기 수업을 받았고, 지금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이 씨가 여러 병원 중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선택해 수술받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씨는 ‘신뢰’를 강조했다. 이 씨는 “다른 병원에서는 자세한 설명 없이 수술 날짜만 정하자고 했다. 환자는 돈벌이 대상이 아닌데, 자꾸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교수가 환자 편에서 꼼꼼히 봐 줬기에 신뢰가 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향경 이대목동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46)는 매일 오전 5시 반 이전에 집을 나선다. 병원에 출근하면 대략 6시 정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병원 앞으로 흐르는 안양천 산책길로 간다. 스트레칭부터 하고 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10∼13㎞의 거리를 약 1시간∼1시간 반에 걸쳐 달린다. 김 교수가 이대목동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긴 지 약 1년이 됐다. 이 기간에 달리기를 거른 날은 단 며칠에 불과하다. 가랑비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는다. 겨울에도 폭설로 달리기 불가능한 날만 빼고는 웬만하면 달린다. 이처럼 달리기는 그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 돼 버렸다. 사실 김 교수는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활동적이지도 않았다. 주로 앉아서 음악을 듣는 식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진 걸까. ●‘의사 체력’ 키우려고 달리기 시작의대 본과 4학년 때였다. 의사 국시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던 그가 처음 자발적으로 운동에 입문한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김 교수는 “외과 분야에서 일할 계획이었다. 외과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했다. 그러니까 내 미래를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클럽에서 매일 운동했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10㎞는 꼭 달렸다. 근력 운동도 했다. 스스로 조금 벅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 운동 강도를 높였다. 인턴이 되자 운동을 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싹 사라졌다. 다행히 앞선 1년 동안 고강도로 운동했던 게 체력적으로 조금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여전히 운동을 할 여유는 없었다. 운동은 전공의 3년째로 접어들 무렵 다시 할 수 있었다. 시간 날 때 해 두자는 심정으로 2년 동안 다시 고강도 운동을 했다. 덕분에 나중에 전임의 과정 때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전임의 때는 1년에 365일 당직을 선다고 말할 정도로 바빴다. 체력이 약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소한 1년 이상 꾸준히, 높은 강도로 운동하면 그 효과가 1∼3년 정도는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10년 전임의 과정을 끝냈다. 비로소 살짝 여유가 생겼다. 김 교수는 다시 운동부터 시작했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김 교수는 운동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 재미 느낄 수 있는 운동에 도전김 교수는 그전까지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장비를 사용해 근력 운동을 했고, 트레드밀 위에서만 달렸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운동이라지만 사실 지루했다. 운동을 더 오래하기 위해서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종목을 찾아야 했다. 당시에 근무하던 병원 앞에 검도 체육관이 있었다. 운동 효과를 충분히 보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훈련은 매주 2회. 출근하기 전에 검도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후 2∼3년 동안 김 교수는 검도를 충분히 즐겼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수영도 시작했다. 수영은 주로 퇴근한 후에 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자 스쿠버다이빙도 배웠다. 하지만 얼마 후 수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 물에 들어 있는 소독약에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면서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영을 관두고 나서는 헬스클럽을 다시 다녔다. 실내 자전거를 빠른 속도로 타는 ‘스피닝’에 입문했다. 실내 자전거를 타다 보니 ‘진짜’ 자전거에 끌렸다. 자전거를 장만했다. 주말에는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고 나서는 서울 근교로 자주 라이딩을 떠났다. 강원 춘천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니 산에도 눈이 갔다. 주말 등산을 시작했다. 이후 수도권에 있는 여러 산에 올랐다. 여러 레저를 즐기느라 주말은 거의 야외에서 지냈다. 김 교수는 “솔직히 처음에는 싫었다. 운동마니아인 남편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시작했다”라고 했다. 김 교수 자신은 평일 근무가 고돼서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고 싶었다는 것. 김 교수는 “그래도 남편 덕분에 운동 습관을 들이게 됐으니, 결과적으로는 고마운 일”이라며 웃었다. ● 코로나19 이후 야외 달리기 시작주중 헬스클럽, 주말 야외 레저를 즐기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021년 2월, 다니던 헬스클럽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평일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됐다. 그토록 오랫동안 했던 달리기를 할 수 없으니, 몸이 근질거렸다. 겨울이라 춥긴 했지만, 밖에서라도 달려 보기로 했다. 따로 시간을 낼 수는 없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집에서 당시 근무하던 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8㎞였다. 김 교수는 오전 5시경에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출근길이 그에게는 첫 야외 달리기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내내 달릴 수 없었다. 달리다가 걷기를 반복했다. 간신히 병원에 도착하면 숨을 헐떡거렸다. 김 교수는 자신이 ‘저질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첫날 출근 달리기는 약 1시간 10분이 걸렸다. 이후로 체력이 좋아지면서 시간이 단축됐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출퇴근 달리기를 고수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매일 왕복 16㎞를 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야외 달리기가 새로운 운동 습관으로 정착한 셈이다. 막상 밖에서 달려보니 실내 달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느껴졌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달릴 때는 왠지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느껴졌는데, 야외에서는 생동감이 확 와닿았다”고 말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맞바람과 산들바람이 있었다. 태양이 한강 위로 솟아오르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 해에만 3700㎞ 정도를 달렸다. 올해 초 새 일터가 된 이대목동병원은 집에서 너무 멀어 출퇴근 달리기가 불가능했다. 그 대신 새벽에 출근해 병원 앞 안양천 산책로를 달린 것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3500㎞에 가까운 거리를 달렸다. ● 달리기 효과 좋아… 평생 계속할 것달리기 시작하고 2년 동안은 힘이 들었다고 한다. 매일 달리는데도 체력이 좋아지지 않았다. 맥박 수는 높았고, 숨이 찼다. 야외 달리기가 재미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을 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올해 건강검진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빈혈이 있었던 것. 이후 6개월 동안 철분제를 먹었더니 빈혈은 사라졌다. 달리기 덕분에 병을 찾아 고치게 된 셈이다. 약 3년 동안 달리다 보니 몸 여기저기에서 삐걱대는 소리도 들렸다. 한때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다.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엉덩관절(고관절) 부위가 아팠다. 뛰기만 하면 무릎 주변이 아프기도 했다. 관절 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근육통이었다. 그제야 김 교수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평소 시간 날 때마다 10여 분씩 하체를 풀어준다. 달리기 전에도 최소한 5분 정도는 충분히 몸을 풀어준다. 덕분에 요즘에는 부상 없이 달리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지난해에만 10㎞ 혹은 하프 코스 마라톤대회에 20회 이상 참가했다.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내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에도 도전한다. 달리기의 이점이 뭘까. 김 교수는 “확실한 점은, 건강해졌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회진을 돌 때나 계단을 오를 때 다른 사람들은 헉헉대는데, 자신은 멀쩡하단다. 게다가 예전에는 예민해서 장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불면증이 있었는데, 그런 증세가 모두 사라졌다. 김 교수는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달리다 보면 저절로 모든 게 정리된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또 “달리기는 혈관 건강에도 좋다. 어르신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축구, 농구처럼 격한 운동을 하던 중 무릎에서 ‘뚝’ 하는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생기면 십자인대 파열일 확률이 높다. 무릎 관절이 꺾이거나 뒤틀릴 때, 상대방과 충돌했을 때, 혹은 높이 뛰었다가 착지를 잘못할 때 발생한다. 인대가 약간만 손상됐다면 냉찜질하면서 충분히 쉬면 괜찮아진다. 하지만 심하게 파열됐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부상이라면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간다. 반면 걷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산과 같은 운동을 할 때는 무릎이 아파도 그냥 넘겨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장기모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스포츠의학센터 센터장)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면 근육통과 염증이 만성화해 큰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평소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릎 통증 부위 따라 질병 달라튀어나온 무릎 부위 자체가 아프면 단순한 근육통은 아니다. 일단 운동을 중단하고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3∼4일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관절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무릎 위 뼈와 아래 뼈가 만나는 지점, 그러니까 손으로 만졌을 때 살짝 오목하게 들어간 부위가 아프다면 연골판 손상일 가능성이 있다. 연골판은 관절을 보호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계단을 내려가거나 하산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 이런 경우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장 교수는 “40대 이후를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해 보면 20∼30%에서 연골판 파열이 발견된다”며 “심각하지 않다면 수술보다는 재활 치료가 원칙”이라고 했다.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연골판을 보존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것. 증세를 완화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먹으면서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치료를 병행한다. 운동을 오래 했을 때 반복적으로 무릎 바깥쪽이 아플 때가 있다. 이런 증세는 허벅지 옆을 따라 내려온 인대(장경인대)가 무릎뼈와 마찰해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이를 장경인대 증후군이라고 한다. 운동을 끝낸 후 냉찜질을 해 주고 소염제를 먹도록 한다. 무릎이 접히는 곳 안쪽이 아플 때는 쭈그려 앉아 보면 질병을 구별할 수 있다. 이때 통증이 있다면 연골판 손상일 확률이 높다. 통증이 없다면 힘줄 부위 염증이 원인일 수 있다. 힘줄 염증의 경우 쉬면서 소염제를 복용한다. 이런 염증은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방치하면 만성화할 수 있다. 따라서 증세가 3일 이상 지속된다면 이 또한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무릎보다는 무릎 주변, 그러니까 허벅지나 종아리 쪽이 아프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다.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움직이면 해당 부위가 자극받아 통증이 나타난다. 스트레칭을 할 때도 통증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1∼2일 쉬면 사라진다. ● 관절염에 좋은 근력 운동만성 관절염 환자, 혹은 연골이 다 닳은 고령자의 경우 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장 교수는 “아니다. 무릎을 안 쓰면 오히려 더 굳어 버린다. 그 경우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려면 무릎을 90도, 욕조에 들어가려면 120도를 구부려야 하는데, 관절을 쓰지 않다 보면 이게 어려워진다는 것. 장 교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관절염 환자일수록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이 약하니 주변 근육을 강화해서 그 기능을 보강해 줘야 한다는 것. 장 교수는 만성 관절염 환자들에게 좋은 무릎 운동 네 가지를 추천했다. 대체로 무릎에 하중이 가해지지 않도록 누워서 하는 동작이 많다. 이 운동은 관절 환자가 아닌 사람이 해도 근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발목에 고무 밴드를 차고 하면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다음 동작들은 가능하다면 매일 5회 이상 해 주는 게 좋다. ①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채로 10초 정도 버틴다. 이때 무릎을 구부리면 안 된다. 동작이 제대로 됐다면 앞쪽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3세트를 마친 후 반대쪽 다리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②옆으로 누워서 발을 들어 올린다. 운동하는 방법은 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발을 높이 들어 올리기보다 오래 버티는 게 중요하다. 보통 30∼45도 정도만 들어 올리면 된다. 허벅지 옆쪽 근육이 강화된다. ③엎드려서 같은 방식으로 운동한다. 특히 발을 들어 올릴 때 무릎을 구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이 강해진다. ④벽에 등을 댄 채로 스쾃 자세를 취한다. 관절 환자들은 무릎을 90도까지 구부려선 안 된다. 50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약간은 엉거주춤한 정도까지만 무릎을 구부린다. 2, 3초 그 상태로 있다가 무릎을 편다. 10∼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 운동 끝나면 꼭 해야 할 스트레칭무릎 부상을 방지하려면 평소에 운동을 끝낸 후 10∼15분 동안 냉찜질을 해 주는 게 좋다. 염증을 완화하고 흥분된 근육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다만 너무 오래 하면 혈관이 수축하고 조직 회복력이 떨어진다. 온찜질은 평소에 하거나 운동 전에 10분 정도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뻣뻣한 관절이 유연해진다. 장 교수는 특히 스트레칭을 강조했다. 운동 후 스트레칭 요령만 제대로 알고 따라 해도 만성 무릎 병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 장 교수는 “날씨가 추울수록 스트레칭 시간과 양을 늘려주는 게 무릎 관절 보호에 좋다. 다만 이 스트레칭은 관절염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⑤벽을 향해 옆으로 눕는다. 위쪽 발을 손으로 잡은 뒤 당기면서 누른다. 그 상태로 10∼15초 멈춘다. 3세트를 반복한다. 이어 좌우를 바꿔 같은 요령으로 반복한다. 앞쪽 허벅지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⑥발을 쭉 펴고 앉는다. 오른손으로 오른 엄지발가락을 잡고 상체를 앞으로 숙인다. 이때 무릎이 굽혀지지 않도록 왼손으로 오른 무릎을 꾹 누른다. 10∼15초 유지한다. 3세트 반복. 다음에는 좌우를 바꿔 반복한다. 뒤쪽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⑦천장을 보고 눕는다. 왼발을 천장 쪽으로 들어 올린 후, 다리를 양손으로 붙잡는다. 그 상태에서 왼발을 지면과 평행하게 구부린다. 가급적 천천히 동작을 반복한다. 10∼15 회씩 3세트를 반복한 뒤 발을 바꿔 시행한다. 앞쪽 허벅지 근육을 키우면서 동시에 스트레칭 효과를 얻는 동작이다. 무릎에 통증이 있을 때 효과가 좋다. ⑧어깨보다 조금 넓은 폭으로 벽을 짚고 선다. 이어 오른발을 왼발 뒤쪽으로 꼰다. 오른쪽 엉덩이가 삐죽 튀어나오는 느낌으로 골반 부위만 밀어준다. 그 상태로 10∼15초 유지한 뒤 3세트를 반복한다. 이어 좌우를 바꿔 시행한다. 튀어나온 부위인 골반에서부터 허벅지, 무릎, 종아리의 옆쪽이 이완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최희원 씨(47)가 30대 후반이던 10년 전. 어느 날 만난 지인이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인다”고 했다. 당시 최 씨는 다이어트 중이었다. 실제로 체중이 짧은 시간에 5kg이 빠졌다. 최 씨는 다이어트가 효과를 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무렵부터 배가 자주 아팠다. 동네 의원에 갔다. 장염 같다며 약을 처방해 줬다. 약효는 없었다. 시간이 좀 흐르면 저절로 증세가 사라졌을 뿐이다. 그러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드문드문 의원에 갔고, 그때마다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얼마 후에는 화장실에 들어가도 제대로 용변을 보지 못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있었던 변비 증세가 심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변비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갑자기 체중이 빠진 것이나 변비가 심해진 것은 모두 대장암으로 인해 나타난 증세였다. 하지만 동네 의원 의사도, 최 씨도 대장암일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 대장암 수술 후 항암 치료 돌입어느 날 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그 무렵부터 복통의 강도도 심해졌다. 배가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제야 최 씨는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최 씨의 대장암 수술을 집도한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당시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심한 변비, 혈변, 통증이 나타난다면 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이다. 최 씨의 경우 이런 증세가 나타나기 1, 2년 전에 이미 대장암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암은 나이 들어서야 생기는 걸로만 알았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대장암에 걸렸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 또한 “맞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젊은 환자가 증가했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장암은 60대 이후에 주로 걸렸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집에서 가까운 인천성모병원으로 갔다. 최 씨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림프샘으로 전이된 대장암 3기 진단이 떨어졌다. 서둘러 수술해야 하는 상황. 이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기로 했다(이 교수는 나중에 서울성모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2013년 8월, 최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이 교수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3시간 정도 소요됐다. 암은 대장의 중간 부위인 결장에 있었다. 이 부위를 제거하고 대장의 위와 아래쪽을 연결하는 수술이었다. 대장과 연결된 림프샘도 절제했다. 수술은 잘 끝났다. 암은 완벽하게 제거된 것 같았다.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한 항암 치료에 돌입했다. 항암 치료는 2주마다 한 번씩, 꼬박 6개월 동안 12회에 걸쳐 진행됐다. ● 대장암 이겨내니 간에 전이이제 모든 치료가 끝났나 싶었다. 안심하려던 찰나, 최 씨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4개월 후였다. 몸 상태를 살피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는데, 간에서 암이 발견됐다.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이다. 암이 원격 전이됐기에 병기는 대장암 3기에서 대장암 4기로 조정됐다. 이 교수는 “3기 대장암의 경우 수술을 끝낸 후 1, 2년 이내에 전이가 생기는 확률은 30∼40% 정도”라고 했다. 60∼70%는 재발하지 않고 완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최 씨는 행운보다는 불운에 더 가까운 사례인 셈이다. 최 씨는 “젊은 나이에 암이 생겨서 전이가 생긴 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죽는 게 아닐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간으로 전이된 암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에 돌입했다. 수술에 앞서 선행 항암 치료를 3회 진행했다. 이어 암이 있는 간의 오른쪽 부위를 제거하는 간 절제 수술을 시행했다. 4, 5시간이 소요된 큰 수술이었다. 이번에도 수술은 잘 끝났다. 다시 항암 치료가 이어졌다. 추가로 9회의 항암 치료를 마쳤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2019년 9월, 대장과 간에서 암세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비로소 최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교수는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암이 재발할 확률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굳이 비교하자면 암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과 똑같은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재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대장암의 경우 일단 완치하면 다른 암에 비해 재발 확률이 낮다. 만약 전이됐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다시 완치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 씨는 매년 병원을 찾아 몸 전체를 살피는 CT 검사와 종양표지자 검사를 받는다. 3년 혹은 4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도 한다. 이렇게 하면 설령 암이 재발 혹은 전이되더라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 운동하며 24회의 항암 치료 버텨항암 치료를 받으면 속이 좋지 않아 음식 섭취가 힘들어진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권하지만 식사를 제대로 하는 환자들이 오히려 드물다. 최 씨도 마찬가지였다. 속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무엇이든 먹으려고 했다. 과일을 자주 먹었다. 팥이 든 도넛이 그나마 괜찮아 1주일 내내 도넛만 먹은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기왕이면 영양이 더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좋았겠지만, 어떻게든 음식을 먹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운동도 암 환자들의 완치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최 씨도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2시간씩 집 주변을 걸어 다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전반부 12회의 항암 치료를 수월하게 견딜 수 있었다. 간으로 전이된 후 다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수술 전에 3회, 수술 후에 9회를 받았다. 다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 경우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 최 씨도 그랬다. 게다가 항암제는 더 강했다. 손으로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왔다. 이를 견딜 수 없어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 버렸다. 메슥거림도 더 심해졌다. 이번에도 먹는 게 고역이었다. 암에 걸리기 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고기는 아예 먹을 수 없었다. 밥 냄새도 맡지 못했다. 그래도 최 씨는 참고 먹었다. 이때는 주로 사과와 바나나, 고구마를 먹었다. 양배추도 데친 후 갈아서 먹었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4, 5년이 지난 후까지 음식 냄새에 민감했다.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정상을 되찾았다. ●“긍정적 태도가 치료에 도움”완치 비결을 묻자, 이 교수는 “환자인 최 씨가 아주 밝고 긍정적이다. 그런 면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최 씨는 처음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아직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단다.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울면 아이들이 속상해할 테니까. 이후 최 씨는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찡그리거나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암 환자란 사실조차 몰랐다. 최 씨는 또 고치면 나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했다. 최 씨는 “수술하고 치료하면 될 것이고, 내가 죽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간 전이 판정을 받았을 때는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간 수술을 집도할 의사를 처음 만났을 때도 환하게 웃었다. 최 씨가 너무도 의연해서 당시 의사가 “혹시 환자 당사자 맞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이처럼 밝은 성격의 최 씨이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암이 완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암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평생 경계한다는 뜻이다. 최 씨는 “완치됐다고는 하나 무서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 때문에 매일 3시간씩 집 주변에 있는 산을 오르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 유발 요소인 비만을 막기 위해서다. 젊은 나이에 대장암에 걸렸을 때 자녀가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은 2∼3배 높아진다. 최 씨는 이 점이 신경이 쓰인다. 그 때문에 큰아들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입학 선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켰다. 이 교수는 “대장암 환자였다면 최 씨처럼 자식들을 20대 때부터 관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50대 중반의 여성 A 씨는 추석 명절 때 과식했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전을 많이 먹었다. 갑자기 체한 것처럼 배가 아프고 답답해졌다. 소화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나중엔 온몸에서 열이 났다. 증세가 나타나고 4∼5시간 만에 병원에 갔다. 급성 담낭염이었다. 의료진은 우선 담낭 안의 고름을 빼내고 항생제를 투여했다. 염증이 가라앉은 후에는 복강경을 이용해 담낭을 들어냈다.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집도했다. 담낭을 제거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담석, 여성과 노인에 많아담낭은 간에 인접해 있다. 다른 말로는 쓸개라고 한다. 간은 매일 500∼1000mL의 담즙(쓸개즙)을 만들어 낸다. 이 담즙은 콜레스테롤이나 빌리루빈(수명이 다한 헤모글로빈) 같은 노폐물을 처리하고 십이지장에서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담낭은 담즙을 일시 보관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담즙에 들어있는 담즙산은 지방질인 콜레스테롤을 물에 녹도록 변화시킨다. 간에서 담즙산이 덜 분비되면 콜레스테롤은 굳는다. 담낭 기능이 떨어지면 제대로 수축하지 않아 담낭 안에 담즙이 고여 굳는다. 이렇게 굳은 결정체들에 점액이나 칼슘 등이 엉겨 붙어 담석이 된다. 담석 성분에 따라 크게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눈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말 그대로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아 굳은 결정이다. 색소성 담석은 빌리루빈이 늘어나면서 굳은 결정으로, 갈색이나 흑색을 띤다. 세균이나 기생충 감염으로 인해서도 색소성 담석이 생긴다. 송 교수는 “과거에는 담석 환자의 60% 이상이 색소성이었지만, 서양식 식습관, 비만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콜레스테롤 담석이 75∼80%로 더 많다”고 말했다.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담석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출산을 여러 번 했거나 피임약을 복용한 경우 에스트로겐 호르몬 약물을 복용한다면 담석이 있는지 살피는 게 좋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노인들에게서 담석이 더 많이 발견된다. 담낭의 기능이 떨어진 게 원인이다. 송 교수는 “70대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며 이때부터는 남녀 환자 비율이 거의 같다”고 말했다. ● 무증상 담도 담석, 합병증 위험 커생기는 위치에 따라 담낭 담석과 담도 담석으로도 나눈다. 담낭 담석은 성인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된다. 대부분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없다면 ‘일단 관찰’이 기본 원칙이다. 송 교수는 “담낭 담석 환자의 30% 정도에서 증세가 나타난다. 또 매년 100명 중 2명 정도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급성 증세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담낭 담석을 제거할 때는 보통은 A 씨처럼 담낭을 절제한다. 담낭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서 그냥 두면 50∼70%는 재발하는 데다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담낭을 제거한 직후에는 지방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설사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 담도가 늘어나 괜찮아진다”고 말했다. 담즙이 흐르는 통로인 담도에 담석이 생기면 대처법은 달라진다. 담도 담석이 췌장 입구를 막을 경우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6시간 이상 지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아무리 늦어도 24시간 이내에 담석을 제거해야 한다. 담즙이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면 복통, 고열, 황달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송 교수는 “대체로 담도 담석 환자의 20% 정도는 합병증이 생기므로 가급적 빨리 담석을 제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담도 담석은 담도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담도 담석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10% 정도는 암이 된다. 또 담도 담석 환자는 담도암이 발생할 위험성이 10배 정도 높아진다. 송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담도 담석은 무증상이라도 제거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간경화 진단을 받은 70대 초반의 여성 B 씨가 무증상 담도 담석을 그냥 뒀다가 악화한 사례다. 송 교수는 “담도 담석이 간경화의 출발점이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B 씨는 강가 근처에서 살아왔다. 예전부터 민물고기를 날로 많이 먹었다. 기생충이 간에 달라붙어 담석이 생겼고, 이 담석이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해 간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강가에 사는 고령자 중에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담석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복통의 양상, 면밀히 살펴야담석은 담즙의 흐름을 막는다. 이때 담낭과 담도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서 복통이 발생한다. 하지만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문제를 찾지 못한다. 송 교수는 “담석증의 복통에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담석증이라면 복통이 주로 식후 30분 무렵부터 나타난다. 담즙은 섭취한 음식이 십이지장까지 내려왔을 때 다량 분비된다. 이때가 식후 30분 무렵인 것. 둘째, 복통이 나타나는 부위도 제한적이다. 담낭과 담도가 있는 복부의 오른쪽 윗부분에서 주로 통증이 발생한다. 심하면 복통이 주변 부위로 확산한다. 이 경우 오른쪽 어깨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콕콕 찌르는 식의 복통은 별로 생기지 않는다. 급체한 것처럼 꽉 막힌 느낌의 복통일 때가 많다. 평소 체한 증세와 소화불량이 자주 나타나는데 소화기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면 담석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담석증에 의한 복통은 최소한 30분에서 길게는 3∼4시간까지 계속된다. 담석으로 막힌 부위가 풀리면 복통도 사라진다. 만약 막힌 부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복통은 그 후로도 계속될 수 있다. 이 경우 세균 감염이 일어나면서 담즙이 고름으로 변한다. 그러면 급성 담낭염이나 담관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송 교수는 “담석증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급성 담낭염이다. 그러니 증세가 악화하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섯째, 만약 담석증이 심해지고 합병증까지 발생했다면 호흡 곤란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송 교수는 특히 담석이 담도를 막은 경우가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경우 온몸으로 세균 감염이 퍼져 패혈증까지 나올 수 있다”며 신속한 치료를 당부했다.● 지나친 다이어트-금식은 피해야담석이 생기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부터 조심하는 게 좋다. 우선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과당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고지방·고열량 식품은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만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담석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해야 담낭이 주기적으로 수축하면서 담즙을 잘 배출한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담석이 생길 위험도 떨어진다. 비만은 담석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다. 살이 찌면 담즙으로 콜레스테롤 분비가 늘어나고, 담낭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담즙의 흐름이 느려지고, 담낭에서 점액질과 같은 물질도 더 많이 분비된다. 담즙이 더 잘 굳는 환경이 되는 것. 따라서 운동이 필수다. 운동을 자주 하면 담즙이 원활하게 배출되고, 콜레스테롤도 줄어든다. 하지만 과도하고 급격한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단시간에 몸무게를 빼거나 금식을 오래 하면 담석이 더 잘 생길 수 있다. 다이어트를 급격하게 하면 간에서 담즙을 분비할 때 콜레스테롤과 점액질이 더 많이 분비되고 담낭 기능이 떨어지는 것. 이런 다이어트를 하는 4명 중 1명꼴로 콜레스테롤 담석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금식하는 동안에는 담낭이 수축하지 않기 때문에 담석이 생길 위험이 더 커진다. 이 밖에도 고지혈증과 당뇨병도 담석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다. 평소에 과음하면 색소성 담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 담석 발생 확률은 2배 높아진다. 따라서 수시로 담석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 담낭 담석의 90%는 발견할 수 있다. 담도 담석도 초음파 검사로 발견할 수 있지만, 관찰이 어려운 부위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야 한다.담석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1.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덜 먹는다.2.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인다.3. 비만이 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4. 적절한 운동을 일상적으로 한다.5. 과도한 다이어트나 금식은 피한다. 6. 고지혈증과 당뇨병을 예방한다. 7. 과음은 금물이다. 최대한 절주한다. 8. 여성호르몬 제제 사용 시 의사와 상의한다. 자료: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최중섭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5)는 40대 때까지만 해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본업인 의사 업무에만 전념했다. 수술이 끝나면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폭탄주’를 마시고 바로 쓰러져 잤다. 업무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 이러니 건강이 좋을 리 없었다. 지방간이 무척 심했다. 간 건강의 척도가 되는 간 수치(AST, ALT)가 300U/L(L당 유닛)을 넘어섰다. 간 수치의 정상 범위는 최대 40U/L 정도다. 고혈압약을 먹은 후의 수축기 혈압이 140㎜Hg였다. 체중은 115㎏에 이르렀다. 초고도 비만이었다. 서 있으면 튀어나온 배에 가려 발끝을 볼 수 없었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최 교수는 “이대로 간다면 50대 중반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랬던 최 교수의 운명이 6년 전 바뀌었다. 지금은 전국의 명산을 모두 오른 ‘전문 산꾼’이 됐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산, 힘들지만 또 가고 싶어져”2017년 5월, 고교 동창회가 열렸다. 학창 시절 막역지우(莫逆之友)를 30여 년 만에 만났다.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침샘암에 걸렸다. 최 교수는 동료 교수를 추천했고, 친구는 무사히 치료를 끝냈다. 친구가 고마워서 충고 하나 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너, 그러다가 큰일 나.” 친구는 20년 넘게 전국의 산을 다닌, ‘전문 산꾼’이었다. 그는 최 교수를 북한산으로 데리고 갔다.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세 명이 해발 400여 m의 영봉을 올랐다. 초보자도 2시간 이내에 오를 수 있다는데,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최 교수는 “숨이 목까지 찼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도중에 몇 번이나 주저앉으며 포기하려 했다. 친구들이 간신히 말린 덕분에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최 교수의 첫 산행은 그렇게 끝났다. 그날 저녁 최 교수는 끙끙 앓아누웠다. 최 교수는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뜻밖에도 이 결심은 이틀 만에 무너졌다. 산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정상에서 드러누웠을 때 얼굴을 스쳤던 바람이며,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풀의 향기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친구가 다시 주말 산행을 제의했다. 최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그러자”고 했다. 불암산으로 두 번째 산행을 떠났다. 이번에도 힘들었다. 최 교수는 “내가 미쳤지. 다시는 산에 오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산에 올랐다. ● 2년 만에 100대 명산 오르다며칠이 지나면 산이 궁금해지고, 막상 산에 오르면 후회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토요일에 산에 가면 일요일에는 온종일 끙끙대며 누워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점차 산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 주로 수도권에 있는 낮은 산을 다녔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정말로’ 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이때부터는 산에 오를 때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퇴근하다가 방향을 바꿔 산으로 가기도 했다. 혼자 산행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서너 명의 고교 동창생과 함께 다녔다. 이 무렵부터는 지방에 있는 산을 찾아다녔다. 보통은 토요일 새벽에 모여 승용차 한 대로 지방으로 향했다. 4시간 남짓 이동한 뒤 첫 번째 산에 올랐다. 해가 질 무렵 하산하고 근처 숙소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상경하다가 두 번째 산을 올랐다. 최 교수는 “토요일 새벽에 출발해 일요일 늦은 밤에 집에 도착하는 게 거의 일상이 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아웃도어 업체의 등산 애플리케이션을 알게 됐다. 전국의 명산 100개를 등산할 때마다 스탬프로 인증하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최 교수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2021년 3월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미 다녔던 산이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올랐다. 풍경과 느낌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되도록이면 매주 두 곳의 산을 올랐다. 어떨 때는 일주일에 세 개의 산을 오르기도 했다. 올 6월, 경남 합천과 경북 성주의 가야산을 오름으로써 전국의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꼬박 841일 걸렸다.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최 교수는 “산은 다시 올라도 느낌이 다르다. 그 산을 다시 하나씩 오를 생각”이라며 웃었다. 그동안 다녔던 산 중에서 가장 아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단다. 최 교수는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는 12시간 정도 걸리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치명적일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 1년 산행, 몸이 가뿐해졌다산행하다 보니 저절로 건강 관리가 됐다. 산행을 시작하고 딱 1년 만에 간 수치가 완벽히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세 자리였던 체중은 88㎏까지 떨어졌다. 오히려 급격하게 체중이 빠지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최 교수는 “체중이 많이 빠지니 당장 수술하는데 체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체중 감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 무렵 병원 회식이 있었다. 대리운전 서비스를 신청하고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회식 장소에서 주차장까지는 약 15분 거리. 경사가 워낙 가팔라서 평소에도 별로 걷던 구역이 아니었다. 최 교수는 “후배와 이야기하면서 올라갔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후배들이 오히려 뒤처졌다”라고 했다. 이후 최 교수가 달라졌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보니 6개 층까지는 전혀 헉헉대지 않았다. 수술을 앞두고는 일부러 병원 밖 커피 맛집에 가서 커피를 사 오기도 했다. 이제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면 발끝이 보였다. 다시 1년이 지나자 모든 건강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에게는 고혈압 가족력이 있었다. 약을 먹어도 혈압은 140㎜Hg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110㎜Hg까지 떨어졌다. 틈틈이 퇴근 후에 집 근처 양재천 산책길도 걷는다. 최 교수는 “운동이 습관이 되다 보니 밥맛이 너무 좋아졌다. 살찔까 봐 걱정”이라며 웃었다. ● 무릎 근육 보호하려 틈틈이 운동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산에 오르면 무릎이 다칠 수 있다. 최 교수도 그랬다. 1년 6개월 만에 무릎 통증이 나타났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실제로 관절 손상이 확인됐다. 최 교수는 재활의학과 의사인 동생에게 해법을 물었다. 동생은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 조언에 따라 연구실에 무릎 운동 기구를 들여놓고 매일 100회씩 꾸준히 운동했다. 종아리 근육 운동도 추가했다. 최 교수는 “특히 하산할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평지의 4배 정도는 된다. 종아리 근육이 강해야 부상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연구실에서 최소한 100회 이상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 다닌다. 이 동작이 종아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 이 재활 훈련을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무릎 통증이 크게 줄었다. 이후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한 결과 2개월 만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최 교수는 “친구들이 특효 주사 맞았느냐고 묻더라. 재활 훈련만 충실히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밖에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가방을 메고 다닌다. 가방에는 얼린 물병 6개 정도를 넣는다. 이 경우 가방 무게는 최대 20㎏ 정도가 된다. 배낭이 무거워지면 코어 근육에 그만큼 힘을 더 주게 된다. 최 교수는 “생활 속에서 근력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일부러 팔굽혀펴기와 같은 운동을 하면 오히려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 훈련을 하면서까지 산에 다니는 이유가 뭘까. 최 교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좋다”라고 했다. 그는 이를 ‘건강한 중독’이라 표현했다. 물론 지금도 산에 오르는 순간에는 힘이 들고 숨도 찬다. 그런데도 한 주일이 시작되면 주말 산행부터 떠올리는 것은, 산의 향기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등산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단다. “속도 경쟁은 하지 마세요. 천천히 산에 올라야 부상의 우려도 적습니다. 또 입산 금지 구역에는 가지 말고, 공중도덕은 지켜주세요. 그래야 모든 사람이 쾌적하게 산에 오를 수 있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채순분 씨(68)는 젊었을 때부터 체한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러다가 10년 전에는 처음으로 조금 심한 소화 불량 증세를 경험했다. 간혹 동네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심장 판막증의 초기 증세였다. 판막에 이상이 생겨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물론 채 씨는 그런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이 있으면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떠올린다. 채 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 씨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유재석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그 경우는심장 판막증이 많이 진행돼 심부전 증세가 나타나는 상태”라고 했다. 오히려 심장 판막증 초기에는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 불량 등 얼핏 보면 소화기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채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년 전에야 심부전, 심장 판막증, 심장세동, 대형 혈전 등을 최종 진단받았다. 그러니까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8년이 지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 것이다. ●8년 만에 심장 질환 판정채 씨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심장 상태는 나빠지고 있었다.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다. 물만 먹어도 체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복부 팽만감도 나타났다. 명치 부위가 꽉 막히고 살짝 숨이 차는 느낌도 생겼다. 피로감도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채 씨는 이 모든 증세의 원인이 심장 판막증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가는 판막에 손상이 생기면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또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액이 전신으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8년 정도가 흘러갔다. 2021년 초, 갑자기 복통이 시작됐다. 근처 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의료진은 소화기 계통의 약을 처방해줬다.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추가로 심장 검사를 진행했다. 심부전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은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그해 4월, 채 씨는 A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사 결과 심부전 진단이 떨어졌다. 추가로 X레이 검사에서 심장이 커져 있는 점이 확인됐다. 심장 비대증이다. 심장이 붓기 시작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보통은 이때부터 몸이 붓는 증세도 생긴다. 채 씨도 그랬다. 종아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튀어나오지 않고 눌린 자국 그대로 남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초대형 혈전 발견그해 12월 전후로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무엇보다 숨이 차는 증세가 심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가파르지 않은 평지인데도 5분을 걷지 못했다. 도중에 꼭 쉬어야 했다. 담벼락이 있으면 손바닥으로 짚고 걸어갔다. 유 교수는 “심부전이 상당히 진행돼서 나타나는 증세”라고 말했다. 얼마 후 채 씨는 B 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다. 심전도와 심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심부전, 판막증, 심방세동의 진단이 떨어졌다. 특히 판막의 손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좌심방에서 큰 혈전이 발견됐다.의료진은 일단 약물을 처방했다. 놀랍게도 숨찬 증세가 개선됐다. 채 씨는 “약물만으로 완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물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다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이뇨제 성분의 약물은 염분과 수분을 배출시켜 일시적으로 심장의 떨어진 기능을 보완할 수 있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B 병원 의료진은 이미 수술 시기를 넘겼고, 따라서 판막 수술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채 씨에게 인공심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심장 수술은 심장이식 전 단계에 행하는 치료법으로 여겨진다. 채 씨는 앞이 캄캄해졌다. ●정확한 진단-1회 수술로 해결채 씨는 혹시 대안이 있을까 해서 다른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진료를 받게 된 의사가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다. 채 씨는 “교수님이 ‘인공심장 안 하고도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을 때 병과 싸울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채 씨는 이어 “환자들에게 의사의 격려와 확신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밀 검사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심부전은 예상대로 심한 상태였다. 심장 크기가 가슴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게 정상인데, 채 씨는 60% 정도였다. 이러니 심장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심장 안에 있는 혈전의 크기는 2㎝에 이르렀다. 수술을 집도한 유 교수는 특히 혈전에 주목했다. 혈전이 심장에서 떨어지면 혈관을 타고 전신 어디로든 흘러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그 혈관이 뇌를 막으면 뇌졸중이 된다. 장 혈관을 막아버리면 장이 썩기 시작한다. 이때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일단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 교수는 “혈전의 크기가 5㎜만 돼도 위험한데, 채 씨의 경우 4배에 이르는 크기였다. 수술을 서둘러야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유 교수가 협의한 끝에 최종 수술 범위가 결정됐다. 이어 2월 수술이 진행됐다. 병든 판막(승모판막)은 인공 판막으로 교체했다. 늘어난 판막(삼첨판막)은 성형을 통해 줄였다. 심방세동(심방에 불규칙하게 잔 떨림이 나타나는 병)은 냉각 소작기로 불필요한 미세혈관을 냉동함으로써 해결했다. 대형 혈전은 완전히 긁어냈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하려면, 가슴뼈를 절단해야 했다. 채 씨의 경우 옆구리 상단 갈비뼈 사이로 3~4㎝만 절개했다. 3차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을 진행했다. 이 모든 수술에 3시간 반가량 소요됐다. 가슴뼈를 절단할 경우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채 씨는 뼈를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염증 우려도 적고, 상처가 아무는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통증도 적었다. 채 씨는 회복 기간 중에 ‘무통 주사’라 부르는 일종의 진통제도 거의 쓰지 않았다. 게다가 수술 후 10일 만에 퇴원했다. 간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걸리는 바람에 1인실에 격리되지 않았다면 더 일찍 퇴원할 수 있었다. ●“숨찬 증세 완벽히 사라져”앞으로 채 씨는 평생 ‘와파린’ 성분의 약을 먹어야 한다. 와파린은 혈액 응고를 막음으로써 혈전의 생성을 억제한다. 외부에서 균이 침투할 경우 인공 판막이 감염될 위험도 남아있다. 만약 감염이 발생하면 인공 판막을 교체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판막 수술을 한 환자들은 3개월마다 와파린의 양과 판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 혈액 응고를 돕는 비타민K의 함량이 높은 바나나, 청국장, 시금치 등의 음식은 피해야 한다. 2년 정도가 지나면 심장 초음파 검사로 전반적인 상황을 살핀다. 채 씨도 3개월마다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몸 상태를 살피고 있다. 물론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수술 후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퇴원하고 1주일 동안은 기침이 많이 나왔다. 일종의 수술 후유증인데, 1주일 만에 거의 사라졌다. 그때부터는 전철을 타고 시내를 활보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숨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채 씨는 “약간만 걸어도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아무런 제약 없이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체한 증상도 없어졌다. 덕분에 예전에는 밥 반 공기를 간신히 먹었는데 요즘에는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피로감도 사라졌다. 덕분에 요즘에는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채 씨는 집에 실내 자전거를 두고 매일 40~50분 동안 탄다. 이제는 산에 오르고 싶단다. 가능할까.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근력 운동이든 산행이든 상관없다. 다만 출혈이 있으면 피가 잘 안 멎을 수 있다. 상처가 나지 않게, 넘어지지 않게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채순분 씨의 심장 질환 투병 일지2013년 소화불량 증세 처음 발생(심장 판막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2013~2021년 심부전, 판막질환 등 심장 질환 악화2021년 초 갑작스런 복통(심작 판막 질환이 원인)위-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원인 못찾음 추가 심장 검사에서 심부전 의심 소견2021년 4월 A 대학병원 진료. 심부전 진단 X레이 검사에서 심장비대증 추가로 확인 2021년 가을 숨찬 증세 급격히 악화. 걷기도 힘들어짐.2021년 12월 B 대학병원 진료심부전, 심장비대증, 심방세동 진단 및 혈전 발견 약물 처방. 일시적 호전2022년 1월 B 대학병원 인공심장 수술 권유 서울아산병원, 인공심장 수술 대신 긴급 판막 수술 결정 2022년 2월 판막교체 및 성형, 심방세동, 혈전제거 수술 동시 시행2023년 10월 현재 완치 상태. 3개월마다 건강 상태 체크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채순분 씨(68)는 젊었을 때부터 체한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러다가 10년 전에는 처음으로 조금 심한 소화 불량 증세를 경험했다. 간혹 동네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심장 판막증의 초기 증세였다. 판막에 이상이 생겨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물론 채 씨는 그런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이 있으면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떠올린다. 채 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 씨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유재석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그 경우는 심장 판막증이 많이 진행돼 심부전 증세가 나타나는 상태”라고 했다. 오히려 심장 판막증 초기에는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 불량 등 얼핏 보면 소화기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채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년 전에야 심부전, 심장 판막증, 심장세동, 대형 혈전 등을 최종 진단받았다. 그러니까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8년이 지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 것이다. ● 8년 만에 심장 질환 판정채 씨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심장 상태는 나빠지고 있었다.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다. 물만 먹어도 체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복부 팽만감도 나타났다. 명치 부위가 꽉 막히고 살짝 숨이 차는 느낌도 생겼다. 피로감도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채 씨는 이 모든 증세의 원인이 심장 판막증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가는 판막에 손상이 생기면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또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액이 전신으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8년 정도가 흘러갔다. 2021년 초, 갑자기 복통이 시작됐다. 근처 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의료진은 소화기 계통의 약을 처방해 줬다.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추가로 심장 검사를 진행했다. 심부전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은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그해 4월, 채 씨는 A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사 결과 심부전 진단이 떨어졌다. 추가로 X레이 검사에서 심장이 커져 있는 점이 확인됐다. 심장 비대증이었다. 심장이 붓기 시작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보통은 이때부터 몸이 붓는 증세도 생긴다. 채 씨도 그랬다. 종아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튀어나오지 않고 눌린 자국 그대로 남기 시작했다. ● 심장에서 초대형 혈전 발견그해 12월 전후로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무엇보다 숨이 차는 증세가 심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가파르지 않은 평지인데도 5분을 걷지 못했다. 도중에 꼭 쉬어야 했다. 담벼락이 있으면 손바닥으로 짚고 걸어갔다. 유 교수는 “심부전이 상당히 진행돼서 나타나는 증세”라고 말했다. 얼마 후 채 씨는 B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다. 심전도와 심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심부전, 판막증, 심방세동의 진단이 떨어졌다. 특히 판막의 손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좌심방에서 큰 혈전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일단 약물을 처방했다. 놀랍게도 숨찬 증세가 개선됐다. 채 씨는 “약물만으로 완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물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이뇨제 성분의 약물은 염분과 수분을 배출시켜 일시적으로 심장의 떨어진 기능을 보완할 수 있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B병원 의료진은 이미 수술 시기를 넘겼고, 따라서 판막 수술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채 씨에게 인공심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심장 수술은 심장이식 전 단계에 행하는 치료법으로 여겨진다. 채 씨는 앞이 캄캄해졌다. ● 정확한 진단-1회 수술로 해결채 씨는 혹시 대안이 있을까 해서 다른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진료를 받게 된 의사가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다. 채 씨는 “교수님이 ‘인공심장 안 하고도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을 때 병과 싸울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채 씨는 이어 “환자들에게 의사의 격려와 확신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밀검사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심부전은 예상대로 심한 상태였다. 심장 크기가 가슴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게 정상인데, 채 씨는 60% 정도였다. 이러니 심장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심장 안에 있는 혈전의 크기는 2㎝에 이르렀다. 수술을 집도한 유 교수는 특히 혈전에 주목했다. 혈전이 심장에서 떨어지면 혈관을 타고 전신 어디로든 흘러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그 혈관이 뇌를 막으면 뇌중풍(뇌졸중)이 된다. 장 혈관을 막아버리면 장이 썩기 시작한다. 이때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일단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 교수는 “혈전의 크기가 5㎜만 돼도 위험한데, 채 씨의 경우 4배에 이르는 크기였다. 수술을 서둘러야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유 교수가 협의한 끝에 최종 수술 범위가 결정됐다. 이어 2월 수술이 진행됐다. 병든 판막(승모판막)은 인공판막으로 교체했다. 늘어난 판막(삼첨판막)은 성형을 통해 줄였다. 심방세동(심방에 불규칙하게 잔떨림이 나타나는 병)은 냉각 소작기로 불필요한 미세혈관을 냉동함으로써 해결했다. 대형 혈전은 완전히 긁어냈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하려면, 가슴뼈를 절단해야 했다. 채 씨의 경우 옆구리 상단 갈비뼈 사이로 3∼4㎝만 절개했다. 3차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을 진행했다. 이 모든 수술에 3시간 반가량 소요됐다. 가슴뼈를 절단할 경우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채 씨는 뼈를 절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염증 우려도 적고, 상처가 아무는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통증도 적었다. 채 씨는 회복 기간에 ‘무통 주사’라 부르는 일종의 진통제도 거의 쓰지 않았다. 게다가 수술 후 10일 만에 퇴원했다. 간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1인실에 격리되지 않았다면 더 일찍 퇴원할 수 있었다. ● “숨찬 증세 완벽히 사라져”앞으로 채 씨는 평생 ‘와파린’ 성분의 약을 먹어야 한다. 와파린은 혈액 응고를 막음으로써 혈전의 생성을 억제한다. 외부에서 균이 침투할 경우 인공판막이 감염될 위험도 남아있다. 만약 감염이 발생하면 인공판막을 교체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판막 수술을 한 환자들은 3개월마다 와파린의 양과 판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 혈액 응고를 돕는 비타민K의 함량이 높은 바나나, 청국장, 시금치 등의 음식은 피해야 한다. 2년 정도가 지나면 심장 초음파 검사로 전반적인 상황을 살핀다. 채 씨도 3개월마다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몸 상태를 살피고 있다. 물론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수술 후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퇴원하고 1주일 동안은 기침이 많이 나왔다. 일종의 수술 후유증인데, 1주일 만에 거의 사라졌다. 그때부터는 전철을 타고 시내를 활보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숨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채 씨는 “약간만 걸어도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아무런 제약 없이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체한 증상도 없어졌다. 예전에는 밥 반 공기를 간신히 먹었는데 요즘에는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피로감도 사라졌다. 덕분에 요즘에는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채 씨는 집에 실내 자전거를 두고 매일 40∼50분 동안 탄다. 이제는 산에 오르고 싶단다. 가능할까.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근력 운동이든 산행이든 상관없다. 다만 출혈이 있으면 피가 잘 안 멎을 수 있다. 상처가 나지 않게, 넘어지지 않게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채순분 씨의 심장 질환 투병 일지2013년 소화불량 증세 처음 발생(심장 판막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2013∼2021년 심부전, 판막 질환 등 심장 질환 악화2021년 초 갑작스러운 복통(심장 판막 질환이 원인)위-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원인 못 찾음추가 심장 검사에서 심부전 의심 소견2021년 4월 A대학병원 진료. 심부전 진단X레이 검사에서 심장비대증 추가로 확인 2021년 가을 숨찬 증세 급격히 악화. 걷기도 힘들어짐.2021년 12월 B대학병원 진료심부전, 심장판막증, 심방세동 진단 및 혈전 발견 약물 처방. 일시적 호전2022년 1월B대학병원 인공심장 수술 권유서울아산병원, 인공심장 수술 대신 긴급 판막 수술 결정 2022년 2월 판막 교체 및 성형, 심방세동, 혈전 제거 수술 동시 시행2023년 10월 현재 완치 상태. 3개월마다 건강 상태 체크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70대 부부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찾아왔다. 아내 A 씨의 치매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남편 B 씨가 보기에 아내 A 씨는 치매 초기였다. 최근 들어 A 씨가 자주 깜빡깜빡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뭘 집어넣었는지 까먹는 일도 많아졌고, 음식을 태우는 횟수도 늘어났다고 했다. 아내 A 씨도 자신이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이 되던 차였다. A 씨는 남편에게 병원에 가 보자고 했고, 이날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은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 아내 A 씨에게서 치매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오히려 치매 판정은 남편 B 씨에게 떨어졌다. B 씨가 평소 치매로 의심될 만한 증세를 보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진단이 떨어진 걸까. 전 교수는 “이 부부처럼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고, 아무런 증세도 없는데 치매 판정이 나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문제는, 병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울증 환자가 치매 치료제를 먹는다고 해서 증세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 부부의 경우 아내 A 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한 후 증세가 크게 개선됐다. 남편 B 씨도 초기에 치매를 발견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우울증일까? 치매일까?노인 우울증인지 치매인지는 뇌 MRI 검사를 받으면 알 수 있다. 뇌의 해마와 측두엽 부위가 위축돼 있다면 치매 초기다. 그런 조짐이 없다면 치매일 가능성은 다소 낮다.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부부의 경우 치매로 의심되던 아내 A 씨는 뇌의 상태가 건강했다. 반면 남편 B 씨는 해마가 위축돼 있었다. 이 때문에 B 씨에게만 치매 판정이 떨어진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으면 두 질병을 구분할 수 없을까. 전 교수는 “노인 우울증과 치매를 두부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 다만 증세를 세심하게 살피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우울증이라면 걱정이 많아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내가 치매가 아닐까’라는 식의 걱정을 자주 한다. 전 교수는 “우울증과 치매 증세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매라고 자가진단을 내리면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본인이 직접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치매인 경우는 정반대다. 자신이 치매 혹은 인지장애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매 확진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둘째, 방향감각에서 차이가 난다. 치매에 걸리면 길이 헷갈린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우울증이라면 길을 찾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목적지까지 잘 찾아간다면 치매보다는 우울증에 가깝다. 그 대신 우울증의 경우 더하기와 빼기 같은 계산 분야에서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셋째, 기억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다르다. 치매는 대체로 오래전의 일은 기억하면서도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예전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 우울증은 시간보다는 감정에 더 연결돼 있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 중에 특히 아프고 슬픈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린다. 이런 게 반복되면 우울증은 더 심해진다. ● 젊은 우울증과 중년 우울증우울증에 걸리면 당연히 우울한 느낌이 강해진다. 하지만 다른 증세도 나타난다. 전 교수는 “나이에 따라 우울증이 발현되는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그 차이를 알아두는 게 좋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한 게 특징이다. 타인의 말투나 표정에 예민하고, 마음의 상처도 잘 생긴다. 밤에 뇌가 각성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주로 밤에 먹으며, 폭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학교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젊은 우울증의 경우 초기에는 자각하지 못하다가 중간 단계 이후 우울함을 느낀다. 이때부터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고,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집 안에 자신을 가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40대 이후의 ‘중년 우울증’ 양상은 다소 다르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우울한 느낌이 강하고 의욕도 크게 떨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가 많다. 젊은 우울증과 달리 식욕이 떨어져 먹는 것도 변변찮다. 대체로 오전에 증세가 심하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오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원은 오전 출근을, 주부는 오전 가사 노동을 무척 힘들어한다. 중년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 염려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체 증세의 원인을 찾지 못하니 중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사실 우울증에 걸리면 나이에 상관없이 두통, 통증, 전신 쇠약감, 가슴 답답함, 미세한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젊은 나이에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덕분에 이런 증세를 덜 느낄 뿐이다. ● 노인 우울증, 신체 증세 많아노인 우울증은 ‘신체화’의 경향이 강하다. 만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에 따라 두통, 요통, 전신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이를 전 교수는 “슬픈 기운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세도 다른 연령대보다 심하다.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바람에 폐렴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이 심해지는 점도 노인 우울증의 큰 특징이다. 변덕이 심해진다. 갑자기 화를 버럭 내거나 짜증을 낼 때도 많다. 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치매 초기와 비슷해 세심하게 관찰하거나 검사가 필요하다. 건강염려증도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다. 신체 증세가 나타나니까 병원을 찾아다니고, 약을 찾아 먹는다. 주관적으로 실제 통증보다 과하게 느끼는 경향도 강하다. 진통제도 더 많이 먹는다. 하지만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운동하는 것도 싫어진다. 나중에는 밖에 나가기도 싫고, 실제로 나가지도 못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년 때까지 우울 증세가 전혀 없다가 노인으로 접어든 후에 우울증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치매 환자의 30% 정도에서 우울증이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부모 상태 2주마다 살펴야전 교수에 따르면 국내 노인 100명 중 5∼10명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는 환자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방치돼 있는 셈이다. 전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라며 “노인들은 우울증이 생겨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들의 역할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식들이 정기적으로 부모 상태를 살펴야 한다. 전 교수는 “2주마다 한 번씩은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부모님의 증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의욕 저하 △기억력 저하 △불면증 △식욕부진 등 네 가지 증세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세가 2주 동안 일관되게 나타났거나 더 심해졌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경우 불면증이나 식욕부진 증세는 비교적 덜한 편이다. 다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식욕부진을 동반할 수 있다. 체중 변화도 살펴야 한다. 노인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이 떨어지면서 만사에 흥미가 떨어진다. 집 밖에도 잘 나가려 하지 않는데 먹는 것마저 부실해서 체중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우울증 초기에는 대략 3개월 사이에 체중이 5∼10㎏ 정도가 빠진다. 이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대략 2∼4주 후부터 의욕이 살아난다. 다만 젊은 우울증과 비교했을 때 치료 기간은 긴 편이다. 전 교수는 “최소한 6개월, 보통은 1∼2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70대 부부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찾아왔다. 아내 A 씨의 치매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남편 B 씨가 보기에 아내 A 씨는 치매 초기였다. 최근 들어 A 씨가 자주 깜빡깜빡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뭘 집어넣었는지 까먹는 일도 많아졌고, 음식을 태우는 횟수도 늘어났다고 했다. 아내 A 씨도 자신이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이 되던 차였다. A 씨는 남편에게 병원에 가 보자고 했고, 이날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은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 아내 A 씨에게서 치매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오히려 치매 판정은 남편 B 씨에게 떨어졌다. B 씨가 평소 치매로 의심될 만한 증세를 보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진단이 떨어진 걸까. 전 교수는 “이 부부처럼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고, 아무런 증세도 없는데 치매 판정이 나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문제는, 병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울증 환자가 치매 치료제를 먹는다고 해서 증세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 부부의 경우 아내 A 씨는 우울증약을 복용한 후 증세가 크게 개선됐다. 남편 B 씨도 초기에 치매를 발견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우울증일까? 치매일까?노인 우울증인지 치매인지는 뇌 MRI 검사를 받으면 알 수 있다. 뇌의 해마와 측두엽 부위가 위축돼 있다면 치매 초기다. 그런 조짐이 없다면 치매일 가능성은 다소 낮다.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부부의 경우 치매로 의심되던 아내 A 씨는 뇌의 상태가 건강했다. 반면 남편 B 씨는 해마가 위축돼 있었다. 이 때문에 B 씨에게만 치매 판정이 떨어진 것이다.병원에 가지 않으면 두 질병을 구분할 수 없을까. 전 교수는 “노인 우울증과 치매를 두부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 다만 증세를 세심하게 살피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우울증이라면 걱정이 많아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내가 치매가 아닐까’라는 식의 걱정을 자주 한다. 전 교수는 “우울증과 치매 증세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매라고 자가진단을 내리면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본인이 직접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치매인 경우는 정반대다. 자신이 치매 혹은 인지장애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매 확진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둘째, 방향 감각에서 차이가 난다. 치매에 걸렸다면 길을 헷갈린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우울증이라면 길을 찾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목적지까지 잘 찾아간다면 치매보다는 우울증에 가깝다. 그 대신 우울증의 경우 더하기와 빼기 같은 계산 분야에서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셋째, 기억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다르다. 치매는 대체로 오래전의 일은 기억하면서도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예전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 우울증은 시간보다는 감정에 더 연결돼 있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 중에 특히 아프고 슬픈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린다. 이런 게 반복되면 우울증은 더 심해진다. ●젊은 우울증과 중년 우울증우울증에 걸리면 당연히 우울한 느낌이 강해진다. 하지만 다른 증세도 나타난다. 전 교수는 “나이에 따라 우울증이 발현되는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그 차이를 알아두는 게 좋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한 게 특징이다. 타인의 말투나 표정에 예민하고, 마음의 상처도 잘 생긴다. 밤에 뇌가 각성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주로 밤에 먹으며, 폭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학교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젊은 우울증의 경우 초기에는 자각하지 못하다가 중간 단계 이후 우울함을 느낀다. 이때부터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고,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집안에 자신을 가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40대 이후의 ‘중년 우울증’ 양상은 다소 다르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우울한 느낌이 강하고 의욕도 크게 떨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가 많다. 젊은 우울증과 달리 식욕이 떨어져 먹는 것도 변변찮다. 대체로 오전에 증세가 심하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오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원은 오전 출근을, 주부는 오전 가사 노동을 무척 힘들어한다. 중년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 염려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체 증세의 원인을 찾지 못하니 중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사실 우울증에 걸리면 나이에 상관없이 두통, 통증, 전신 쇠약감, 가슴 답답함, 미세한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젊은 나이에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덕분에 이런 증세를 덜 느낄 뿐이다. ●노인 우울증, 신체 증세 많아노인 우울증은 ‘신체화’의 경향이 강하다. 만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에 따라 두통, 요통, 전신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이를 전 교수는 “슬픈 기운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 표현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세도 다른 연령대보다 심하다.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바람에 폐렴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이 심해지는 점도 노인 우울증의 큰 특징이다. 변덕이 심해진다. 갑자기 화를 버럭 내거나 짜증을 낼 때도 많다. 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치매 초기와 비슷해 세심하게 관찰하거나 검사가 필요하다. 건강염려증도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다. 신체 증세가 나타나니까 병원을 찾아다니고, 약을 찾아 먹는다. 주관적으로 실제 통증보다 과하게 느끼는 경향도 강하다. 진통제도 더 많이 먹는다. 하지만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운동하는 것도 싫어진다. 나중에는 밖에 나가기도 싫고, 실제로 나가지도 못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년 때까지 우울 증세가 전혀 없다가 노인으로 접어든 후에 우울증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치매 환자의 30% 정도에서 우울증이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부모 상태 2주마다 살펴야전 교수에 따르면 국내 노인 100명 중 5~10명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는 환자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방치돼있는 셈이다. 전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라며 “노인들은 우울증이 생겨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들의 역할이 무척 크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자식들이 정기적으로 부모 상태를 살펴야 한다. 전 교수는 “2주마다 한 번씩은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부모님의 증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의욕 저하 △기억력 저하 △불면증 △식욕부진 등 네 가지 증세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세가 2주 동안 일관되게 나타났거나 더 심해졌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경우 불면증이나 식욕부진 증세는 비교적 덜한 편이다. 다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식욕부진을 동반할 수 있다. 체중 변화도 살펴야 한다. 노인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이 떨어지면서 만사에 흥미가 떨어진다. 집 밖에도 잘 나가려 하지 않는데 먹는 것마저 부실해서 체중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우울증 초기에는 대략 3개월 사이에 체중이 5~10㎏ 정도가 빠진다. 이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대략 2~4주 후부터 의욕이 살아난다. 다만 젊은 우울증과 비교했을 때 치료 기간은 긴 편이다. 전 교수는 “최소한 6개월, 보통은 1~2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한 지침1. 고립이 우울증을 키운다. 사람들과 어울리자.2. ‘나 홀로 식사’는 줄이고, 2인 이상 식사를 하자.3.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잘 관리하자.4. 의욕 저하를 막기 위해 평소 활동량을 늘리자.5. 노인에게 근력은 필수. 근력 운동을 꼭 하자.6. 자식들은 2주마다 부모님 상태를 체크하자.자료 :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성환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48)는 키가 190cm에 이르는 거구다. 얼핏 보기에도 건강해 보인다. 실제로 질병을 의심할 만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40대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한 적이 거의 없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 등산을 하는 게 전부였다. 교수 대부분이 즐기는 골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요즘은 운동에 푹 빠져 산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종목도 한둘이 아니다. 김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나서야 자신이 그토록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운동이 재미있고 하나씩 늘리다 보니 생활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주 2회 이상 미니벨로 타고 출퇴근김 교수는 집에서 병원까지 11km의 거리를 종종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그날 저녁 약속이 있으면 자전거 퇴근은 다음 날로 미룬다. 이런 식으로 최소한 주 2회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지킨다. 매주 44km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셈이다. 자전거는 7년 전에 처음 탔다. 당시 영국에서 연수 중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없었다. 자전거를 장만했다. 그 후로 매일 20여 분씩 자전거로 통학했다. 딱 한 달 만에 체중이 11kg 줄었다. 허리띠 몇 칸을 더 졸라매야 했다. 얼굴이 반쪽이 됐다는 농담도 들었다. 그래도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일단 가벼웠다. 아침에도 저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김 교수는 “누구든 한 달만 꾸준히, 제대로 자전거를 타면 이런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전거를 들고 귀국했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려봤다. 한강 풍경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운동도 하고, 풍경도 즐길 겸해서 자전거 출퇴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전거 출퇴근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의 자전거는 ‘미니벨로’ 모델이다. 몸체가 작다.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기어도 3단에 불과하다. 먼 거리를 가려면 그만큼 힘이 더 든다. 그런데도 그 자전거를 택한 것은 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페달이 빡빡하면 근력 운동 효과가 커지고, 접을 수 있으면 어디든 들고 다니며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교수는 주말에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가족들과 서울 시내 여러 곳을 다녔다. 날을 잡아서 강원 속초시에 가서 탄 적도 있다. 제주도로 건너가 해안가를 달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 “조정, 나이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약 5년 전 김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조정을 시작했다. 선배의 제안으로 조정 동호회를 꾸렸다. 주말마다 오전 6시부터 2∼3시간씩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 훈련했다. 조정 경기장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말 자전거 타는 횟수가 줄었다. 그래도 조정을 못 하는 날에는 다시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보니 주말 이틀 내내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운동량이 더 늘어났다. 김 교수는 “오전에 운동을 끝내기 때문에 오후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조정 보트는 1인용, 2인용, 4인용, 8인용이 있다. 김 교수는 주로 2인용과 4인용 보트를 탄다. 혼자 균형을 잡아야 하는 1인용의 난도가 가장 높다. 언젠가 1인용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곧 물에 빠지고 말았다. 김 교수는 좀 더 훈련해서 1인용 보트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김 교수는 조정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전신운동이라고 했다. 얼핏 보면 팔로 노 젓는 동작만 보이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 발로 보트 밑바닥을 밀면서 몸통에 힘을 줘야 한다. 또 노를 끌어당길 때는 허리를 펴야 한다. 상체를 비트는 동작이 없어 척추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양쪽 팔과 다리를 모두 쓰기 때문에 평형감을 키우기에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힘든 운동도 아니란다. 김 교수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보니 70대와 80대는 흔하고 90대 노인도 있었다. 자기 체력에 맞게 조절하면 조정은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조정 운동의 장점은 또 있다. 김 교수는 “확 트인 공간에서 보트를 타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트 장만 비용은 부담일 수 있다. 보트를 대여해주는 업체가 없어 직접 구매해야 한다. 김 교수가 속한 동호회도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중고 보트를 샀다. ● “달리기와 등산은 신중하게”3년 전부터 달리기도 시작해 지금까지 10km 마라톤 대회를 6회 나갔다. 김 교수는 달리기를 무척 좋은 운동으로 평가했다. 운동량이 많고, 땀을 통해 노폐물도 배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은 쾌감도 느낀다. 김 교수는 요즘도 해외 학회에 가면 아침 일찍 반드시 달린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달리기가 썩 재미 있지는 않다고 했다. 혼자 달리는 게 외로운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도 동료들이 함께 있었으니 출전한 것이다. 나 혼자였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 점은 자전거와 다르단다. 자전거는 자기 체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며 풍광도 즐겨야 하기에 혼자가 더 좋다는 것이다. 등산은 그가 대학생 때부터 즐겨 온 취미다. 국토 종주에 도전한 적도 있다. 해외의 유명한 산에도 몇 차례 올랐다. 히말라야산맥을 오르고 싶다는 욕망을 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꿈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산에 가는 횟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산행은 무척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자신도 언젠가 산행 중에 큰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게다가 험한 지역을 오르내리다가 잘못하면 발목이나 무릎에 큰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달리기나 등산이 키가 큰 사람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압박이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 이런 점만 잘 보완한다면 운동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달리기는 동료가 있다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등산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위험도가 커지는 것 같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 필요”김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 기술이 좋아진 덕분에 수명은 늘었지만 삶의 질까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근육량이 떨어지면 노인의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다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김 교수의 아버지와 친척이 병에 걸렸다. 그제야 자신을 돌아봤고, 근력 운동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끔은 팔굽혀펴기를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제대로 근력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제대로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선 자신의 근력 상태를 체크했다. 하체 근력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상체 근력은 많이 약했다. 더 건강해지려면 골고루 근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 내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한다. 벤치프레스, 스쾃, 철봉 등 몸의 큰 근육과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주로 한다. 3개 혹은 4개의 기구를 12회 3세트씩 이용한다. 되도록 평일에는 매일 근력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매주 4회 정도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김 교수는 “운동도 습관”이라고 했다. 운동하면 더 운동을 찾게 되고, 하지 않으면 더 멀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3일 혹은 4일 정도만 운동을 중단해도 이 습관이 깨진다. 배가 나오고 허리띠의 구멍이 하나 더 밀린다. 피로감도 커진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며 웃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성환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48)는 키가 190㎝에 이르는 거구다. 얼핏 보기에도 건강해 보인다. 실제로 질병을 의심할 만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40대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한 적이 거의 없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 등산하는 게 전부였다. 교수 대부분이 즐기는 골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요즘에는 운동에 푹 빠져 산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종목도 한둘이 아니다. 김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나서야 자신이 그토록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운동이 재미있고 하나씩 늘리다 보니 생활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 2회 이상 미니벨로 타고 출퇴근김 교수는 집에서 병원까지 11㎞의 거리를 종종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그날 저녁 약속이 있으면 자전거 퇴근은 다음 날로 미룬다. 이런 식으로 최소한 주 2회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지킨다. 매주 44㎞ 이상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셈이다.자전거는 7년 전에 처음 탔다. 당시 영국에서 연수 중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없었다. 자전거를 장만했다. 그 후로 매일 20여 분씩 자전거로 통학했다. 딱 한 달 만에 체중이 11㎏ 줄었다. 허리띠 몇 칸을 더 졸라매야 했다. 얼굴이 반쪽이 됐다는 농담도 들었다. 그래도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일단 가벼웠다. 아침에도 저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김 교수는 “누구든 한 달만 꾸준히, 제대로 자전거를 타면 이런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전거를 들고 귀국했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려봤다. 한강 풍경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운동도 하고, 풍경도 즐길 겸 해서 자전거 출퇴근을 하자 마음먹었다. 자전거 출퇴근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의 자전거는 ‘미니벨로’ 모델이다. 몸체가 작다.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기어도 3단에 불과하다. 먼 거리를 가려면 그만큼 힘이 더 든다. 그런데도 그 자전거를 택한 것은 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페달이 빡빡하면 근력 운동 효과가 커지고, 접을 수 있으면 어디든 들고 다니며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교수는 주말에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가족들과 서울 시내 여러 곳을 다녔다. 날을 잡아서 강원도 속초에 가서 탄 적도 있다. 제주도로 건너가 해안가를달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정, 나이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약 5년 전, 김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조정을 시작했다. 선배의 제안으로 조정 동호회를 꾸렸다. 주말마다 오전 6시부터 2~3시간씩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 훈련했다. 조정 경기장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말 자전거 타는 횟수가 줄었다. 그래도 조정을 못 하는 날에는 다시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보니 주말 이틀 내내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운동량이 더 늘어났다. 김 교수는 “오전에 운동을 끝내기 때문에 오후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조정 보트는 1인용, 2인용, 4인용, 8인용이 있다. 김 교수는 주로 2인용과 4인용 보트를 탄다. 혼자 균형을 잡아야 하는 1인용의 난도가 가장 높다. 언젠가 1인용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곧 물에 빠지고 말았다. 김 교수는 조금 더 훈련해서 1인용 보트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김 교수는 조정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전신운동이라고 했다. 얼핏 보면 팔로 노 젓는 동작만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발로 보트 밑바닥을 밀면서 몸통에 힘을 줘야 한다. 또 노를 끌어당길 때는 허리를 펴야 한다. 상체를 비트는 동작이 없어 척추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양쪽 팔과 다리를 모두 쓰기 때문에 평형감을 키우기에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힘든 운동도 아니란다. 김 교수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보니 70대와 80대는 흔하고 90대 노인도 있었다. 자기 체력에 맞게 조절하면 조정은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조정 운동의 장점은 또 있다. 김 교수는 “확 트인 공간에서 보트를 타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트 장만 비용은 부담일 수 있다. 보트를 대여해주는 업체가 없어 직접 구매해야 한다. 김 교수가 속한 동호회도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중고 보트를 샀다. ●“달리기와 등산은 신중하게”3년 전에는 달리기도 시작했다. 지금까지 10㎞ 마라톤 대회를 6회 나갔다. 김 교수는 달리기를 무척 좋은 운동으로 평가했다. 운동량이 많고, 땀을 통해 노폐물도 많이 배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은 쾌감도 느낀다. 김 교수는 요즘도 해외 학회에 가면 아침 일찍 반드시 달린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달리기가 썩 재미는 있지 않다고 했다. 혼자 달리는 게 외로운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도 동료들이 함께 있었으니 출전한 것이다. 나 혼자였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 점은 자전거와 다르단다. 자전거는 자기 체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며 풍광도 즐겨야 하기에 혼자가 더 좋다는 것이다. 등산은 그가 대학생 때부터 즐겨온 취미다. 국토 종주에 도전한 적도 있다. 해외의 유명한 산에도 몇 차례 올랐다. 히말라야산맥을 오르고 싶다는 욕망을 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꿈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산에 가는 횟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산행은 무척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자신도 언젠가 산행 중에 큰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게다가 험한 지역을 오르내리다가 잘못하면 발목이나 무릎에 큰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달리기나 등산이 키가 큰 사람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압박이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 이런 점만 잘 보완한다면 운동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달리기는 동료가 있다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등산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위험도가 커지는 것 같아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 필요”김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 기술이 좋아진 덕분에 수명은 늘었지만. 삶의 질까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근육량이 떨어지면 노인의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다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김 교수의 아버지와 친척이 병에 걸렸다. 그제야 자신을 돌아봤고, 근력 운동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끔은 팔굽혀펴기를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제대로 근력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제대로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우선 자신의 근력 상태를 체크했다. 하체 근력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상체 근력은 많이 약했다. 더 건강해지려면 골고루 근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 내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한다. 벤치프레스, 스쾃, 철봉 등 몸의 큰 근육과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주로 한다. 3개 혹은 4개의 기구를 12회 3세트씩 이용한다. 되도록 평일에는 매일 근력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보통 매주 4회 정도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김 교수는 “운동도 습관”이라고 했다. 운동하면 더 운동을 찾게 되고, 하지 않으면 더 멀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3일 혹은 4일 정도만 운동을 중단해도 이 습관이 깨진다. 배가 나오고 허리띠의 구멍이 하나 더 밀린다. 피로감도 커진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숙자 씨(67)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였다. 콩팥 기능이 6%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가 올해 4월 말에 콩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민상일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집도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 씨는 새 콩팥을 얻었으니 만성 신부전증에서 해방될 거라고 믿었다. 아니었다. 김 씨는 33일 동안 퇴원하지 못하고 제2의 투병을 해야 했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던 것. 자칫 새 콩팥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김 씨와 민 교수는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 ● “당뇨병 때문에 콩팥 질환 악화 가능성”2005년 소변에서 거품이 생겼다. 가까운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라고 했다.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약은 거르지 않았고, 매일 1시간 반 남짓 걷기 운동도 했다. 김 씨는 당뇨병이 만성 신부전증의 징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는 “당뇨병이 생기고 평균 15년 후에 콩팥 질환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때 이미 콩팥이 손상되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2010년에는 고혈압 진단도 받았다. 지나치게 높은 고혈압 또한 콩팥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만, 약간 혈압이 높은 정도는 무방할 수도 있다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로도 겉으론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 적도 없다. 4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콩팥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목이 마르고 물을 많이 먹게 됐다. 다리가 붓고 온몸이 가려울 때도 있었다. 민 교수는 “노폐물이 빠지지 못해 나타나는 증세”라고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대처했다. 운동은 더 충실하게 했다. 식단에도 신경 썼다. 쌀밥은 잡곡으로 바꿨다. 나트륨과 칼륨은 콩팥 질환자가 특히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런 성분이 많은 바나나, 아보카도, 토마토 같은 과일과 채소는 먹지 않았다. 김 씨는 이렇게 대처하면 몸이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콩팥 상태는 더 나빠졌다. 민 교수는 “콩팥이 일단 손상되면 식단 관리나 운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 ● 투석 버티다 시동생 콩팥 이식지난해 2월, 김 씨는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6%만 남아있었다. 말기 신부전증 진단이 떨어졌다. 투석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입원을 기다리던 4월 말, 갑자기 음식을 토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드러누워 있지 못할 정도로 옆구리 통증이 심했다. 응급실로 직행했다. 신우신염이라고 했다. 치료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 일단 감염부터 잡은 뒤 혈액투석 준비에 들어갔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한 뒤 다시 몸 안으로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투석을 하려면 혈액의 이동 통로를 먼저 만들고, 4∼8주 후에 투석을 시작한다. 김 씨는 5월 말부터 투석을 매주 3회씩 받았다. 투석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투석을 한다고 해서 콩팥 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민 교수는 “투석할 때 콩팥 기능의 10∼15%만 작동한다. 투석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태는 더 안 좋아지고 환자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일한 해법은 콩팥 이식이다. 7월에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코노스)에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대기자가 워낙 많아서 순번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었다. 10월, 김 씨의 시동생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시동생은 지인이 투석하는 것을 지켜보니 정말 힘들 것 같더라며 말을 꺼냈다. 이어 김 씨에게 콩팥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다. 가족이 무척 화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곧바로 이식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김 씨와 시동생의 혈액을 섞어 거부반응을 살폈다. 수혜자인 김 씨의 혈청에 들어 있는 항체가 시동생의 백혈구를 공격하지 않았다. 일단 합격점이다. 김 씨의 혈액형은 B형, 시동생은 A형이었다. B형에는 A형을 공격하는 항체가 있다. 다만 김 씨의 경우 이 항체 수치가 낮았다. 이식에 큰 문제가 없을 수준까지 항체 수치를 떨어뜨렸다. 모든 작업이 끝난 올해 4월, 콩팥 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수술은 로봇을 사용해 3시간 만에 끝냈다. 콩팥을 이식한 경우 보통은 10일 이내에 퇴원한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러지 못했다. 또 다른 투병을 시작해야 했다. ● 33일 동안의 두 번째 투병수술 후 소변이 잘 나오면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다. 보통은 수술 후 1시간당 400∼500cc의 소변을 본다. 하지만 김 씨는 300cc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곧 나오지 않았다. 민 교수는 초음파로 이식된 콩팥을 살폈다. 혈액이 잘 공급되고 있었다. 수술에는 확실히 문제가 없다는 증거.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 항체 거부 반응일 확률이 높았다. 투석과 같은 방식으로 혈액을 꺼내 문제가 될 만한 항체 수준을 낮추고 다시 혈액을 집어넣는 ‘혈장 교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첫 일주일 동안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씨는 여전히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을 또 해야 했다. 이식받은 콩팥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김 씨는 “시동생 생각만 하면 너무 미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악의 경우 김 씨 자신은 다시 투석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콩팥을 내어준 시동생의 헌신은 아무런 보람도 없이 끝나게 된다는 사실이 내내 걱정됐다는 것이다. 민 교수의 걱정도 커졌다. 이식받은 콩팥의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항체 거부 반응이 확실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곧이어 항체의 정체도 알아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보고된 특이 항체였다. 이 항체의 공격으로 콩팥이 기능을 못 하고 있었던 것. 민 교수는 이 항체를 다루는 외국 기업 국내 지점과 접촉해 이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어 그 항체의 수치를 낮춰갔다. 김 씨는 이식 수술 후 33일 동안 입원하면서 15회의 혈장 교환술을 받았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도 3회 시행했다. 혈장 교환술과 투석 모두 4시간이 소요된다. 김 씨는 그 고통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덕분에 20여 일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33일이 지난 6월 1일, 마침내 김 씨는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 “의사의 격려가 큰 희망이 됐다”김 씨는 한 번도 ‘완치’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민 교수님이 와서 ‘걱정하지 마시라. 다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의사의 헌신 또한 완치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민 교수는 김 씨가 입원한 기간 내내 휴일을 포함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태를 체크했다. 휴일인데도 민 교수가 직접 김 씨 병상을 찾는 날도 많았다. 요즘 김 씨는 2주 혹은 3주마다 민 교수를 만나 몸 상태를 살핀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한 달 혹은 두 달마다 병원에 오면 된다. 또 하루에 2회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약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운동도 마찬가지. 김 씨는 “매일 1시간 반씩 걷는다. 비가 와도 걷는다. 요즘 몸 상태는 최상이고, 무척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재발 우려는 없을까. 민 교수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을 되찾은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콩팥 이식 환자도 감기약은 먹어도 된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는 면역억제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11월, 김 씨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민 교수도 “이제 마음껏 다니셔도 된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숙자(67) 씨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였다. 콩팥 기능이 6%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가 올 4월 말에 콩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민상일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집도했다.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 씨는 새 콩팥을 얻었으니 만성 신부전증에서 해방될 거라고 믿었다. 아니었다. 김 씨는 33일 동안 퇴원하지 못하고 제2의 투병을 해야 했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겼던 것. 자칫 새 콩팥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김 씨와 민 교수는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 ● “당뇨병이 콩팥 질환 악화 가능성”2005년 소변에서 거품이 생겼다. 가까운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라 했다.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약은 거르지 않았고, 매일 1시간 반 남짓 걷기 운동도 했다. 김 씨는 당뇨병이 만성 신부전의 징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는 “당뇨병이 생기고 평균 15년 후에 콩팥 질환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때 이미 콩팥이 손상되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2010년에는 고혈압 진단도 받았다. 지나치게 높은 고혈압 또한 콩팥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만 약간 혈압이 높은 정도는 무방할 수도 있다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로도 겉으로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 적도 없다. 4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콩팥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목이 마르고 물을 많이 먹게 됐다. 다리가 붓고 온몸이 가려울 때도 있었다. 민 교수는 “노폐물이 빠지지 못해 나타나는 증세”라고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대처했다. 운동은 더 충실하게 했다. 식단에도 신경 썼다. 쌀밥은 잡곡으로 바꿨다. 나트륨과 칼륨은 콩팥 질환자가 특히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런 성분이 많은 바나나, 아보카도, 토마토와 같은 과일과 채소는 먹지 않았다. 김 씨는 이렇게 대처하면 몸이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콩팥 상태는 더 나빠졌다. 민 교수는 “콩팥이 일단 손상되면 식단 관리나 운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극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 ● 투석 버티다 시동생 콩팥 이식지난해 2월, 김 씨는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6%만 남아있었다. 말기 신부전 진단이 떨어졌다. 투석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입원을 기다리던 4월 말, 갑자기 음식을 토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드러누워 있지 못할 정도로 옆구리 통증이 심했다. 응급실로 직행했다. 신우신염이라 했다. 치료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 일단 감염부터 잡은 뒤 혈액투석 준비에 들어갔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한 뒤 다시 몸 안으로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투석하려면 혈액의 이동 통로를 먼저 만들고, 4~8주 후에 투석을 시작한다. 김 씨는 5월 말부터 투석을 매주 3회씩 받았다. 투석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투석한다고 해서 콩팥 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민 교수는 “투석할 때 콩팥 기능의 10~15%만 작동한다. 투석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태는 더 안 좋아지고 환자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일한 해법은 콩팥 이식이다. 7월에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코노스)에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대기자가 워낙 많아서 순번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었다. 10월, 김 씨의 시동생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시동생은 지인이 투석하는 것을 지켜보니 정말 힘들 것 같더라며 말을 꺼냈다. 이어 김 씨에게 콩팥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다. 가족이 무척 화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곧바로 이식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김 씨와 시동생의 혈액을 섞어 거부반응을 살폈다. 수혜자인 김 씨의 혈청에 들어있는 항체가 시동생의 백혈구를 공격하지 않았다. 일단 합격점이다. 김 씨의 혈액형은 B형, 시동생은 A형이었다. B형에는 A형을 공격하는 항체가 있다. 다만 김 씨의 경우 이 항체 수치가 낮았다. 이식에 큰 문제가 없을 수준까지 항체 수치를 떨어뜨렸다. 모든 작업이 끝난 올 4월, 콩팥 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수술은 로봇을 사용해 3시간 만에 끝냈다. 콩팥을 이식한 경우 보통은 10일 이내에 퇴원한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러지 못했다. 또 다른 투병을 시작해야 했다. ●33일 동안의 두 번째 투병수술 후 소변이 잘 나오면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다. 보통은 수술 후에 1시간당 400~500cc의 소변을 본다. 하지만 김 씨는 300cc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곧 나오지 않았다. 민 교수는 초음파로 이식된 콩팥을 살폈다. 혈액이 잘 공급되고 있었다. 수술에는 확실히 문제가 없다는 증거.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항체 거부반응일 확률이 높았다. 투석과 같은 방식으로 혈액을 꺼내 문제가 될 만한 항체 수준을 낮추고 다시 혈액을 집어넣는 ‘혈장 교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첫 1주일 동안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씨는 여전히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을 또 해야 했다. 이식받은 콩팥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김 씨는 “시동생 생각만 하면 너무 미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악의 경우 김 씨 자신은 다시 투석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콩팥을 내어준 시동생의 헌신은 아무런 보람도 없이 끝나게 된다는 사실이 내내 걱정됐다는 것이다. 민 교수의 걱정도 커졌다. 이식받은 콩팥의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항체 거부반응이 확실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곧이어 항체의 정체도 알아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보고된 특이 항체였다. 이 항체의 공격으로 콩팥이 기능을 못 하고 있었던 것. 민 교수는 이 항체를 다루는 외국 기업 국내 지점과 접촉해 이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어 그 항체의 수치를 낮춰갔다. 김 씨는 이식 수술 후 33일 동안 입원하면서 15회의 혈장 교환술을 받았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투석도 3회 시행했다. 혈장 교환술과 투석 모두 4시간이 소요된다. 김 씨는 그 고통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덕분에 20여 일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33일이 지난 6월 1일, 마침내 김 씨는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의사의 격려가 큰 희망이 됐다”김 씨는 한 번도 ‘완치’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병상에 누워있을 때 민 교수님이 와서 ‘걱정하지 마시라. 다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라고 말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의사의 헌신 또한 완치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민 교수는 김 씨가 입원한 기간 내내 휴일을 포함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태를 체크했다. 휴일인 데도 민 교수가 직접 김 씨 병상을 찾는 날도 많았다. 요즘 김 씨는 2주 혹은 3주마다 민 교수를 만나 몸 상태를 살핀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한 달 혹은 두 달마다 병원에 오면 된다. 또 하루에 2회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약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운동도 마찬가지. 김 씨는 “매일 1시간 반씩 걷는다. 비가 와도 걷는다. 요즘 몸 상태는 최상이고, 무척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재발 우려는 없을까. 민 교수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관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을 되찾은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콩팥 이식 환자도 감기약은 먹어도 된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는 면역억제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11월, 김 씨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민 교수도 “이제 마음껏 다니셔도 된다”며 웃었다. 김숙자 씨의 만성 신부전증-장기이식 투병일지2005년 당뇨병 진단(콩팥 질환이 시작됐을 가능성 있음)2010년 고혈압 진단2019년 건강 검진결과 콩팥 질환 확인2022년 2월 만성 신부전증 진단4월 신우신염으로 응급 치료혈액투석 시작(주 3회, 4시간씩 진행)7월 뇌사자 장기 이식 대기자 등록10월 시동생 장기 기증 의사 밝혀장기 이식 전 항체 검사 등 이식 사전 작업 시작2023년 4월 장기 이식 수술 시행4~5월 특이항체로 인한 거부 반응 치료(15회 혈장교환술, 3회 투석 진행)6월 사실상 완치, 퇴원2023년 9월(현재) 2주 혹은 3주마다 건강 상태 확인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성인 중에 허리가 한두 번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척추 질환자는 1131만 명이다. 10명 중 2명 이상은 허리 때문에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는 뜻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척추 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의 평균 나이는 41.8세였다. 2021년에는 36.9세로 낮아졌다. 젊은 척추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2021년 신규 환자의 40%가 20대와 30대였다. 가장 환자가 많은 척추 질환은 척추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이다. 다만 모두가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제대로만 관리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다. 양재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나 허리 질환을 자가 진단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허리 질병 상식부터 알아 두자양 교수는 “허리가 아프다고 모두 ‘디스크’는 아니다”라고 했다.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 양 교수는 근육통을 척추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각 질병은 어떻게 다를까. 척추추간판탈출증을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한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구조물인 추간판을 가리킨다. 디스크는 원래 젤리처럼 부드럽다. 탄력성이 있어 외부 충격을 잘 흡수한다. 하지만 퇴행적 변화가 일어나면 딱딱해지면서 탄력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디스크가 비어져 나오거나 파열되는 것이다. 척추추간판탈출증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50대에 많이 발생한다. ‘아직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잘못된 자세로 생활하는 경우, 허리에 무리하게 힘이 가게 근력 운동을 하는 경우 허리 디스크 환자가 될 확률이 높다.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추관이 좁아진 질병이다. 척추관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다. 여기가 좁아지면 신경이 눌리며 통증을 유발한다. 어느 부위의 신경이 눌리느냐, 얼마나 많은 신경 다발이 눌리느냐에 따라 증세가 나타나는 부위와 강도가 달라진다. 척추관협착증은 40대에도 발생한다. 다만 의료적 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경우는 주로 60대 이후일 때가 많다. 노인들에게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두 질병과 무관하게 허리가 아플 때도 있다. 단순 근육통일 때가 많다. 이 경우는 근육이 뭉친 게 원인이다. 즉, 뭉친 근육만 풀어주면 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통증은 대체로 7일 이내에 사라진다. ● 통증 양상-강도 잘 살펴야통증이 심해지면 병원에서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 그렇다면 어떤 통증이 나타날 때 병원에 가는 게 좋을까. 질병별로 통증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척추 디스크라면 허리 통증이 가장 흔하다. 허리와 엉덩이의 연결 부위가 주로 많이 아프다. 통증은 다리로 확산하기도 하는데, 다리 통증의 경우 칼로 벤 것처럼 예리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척추 질환 중에 요통 강도가 가장 높다. 양 교수는 “가장 통증이 심한 상황을 10점이라고 했을 때 척추 디스크의 통증 강도는 7∼8점이다.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 디스크일 때는 가만히 있을 때나 움직일 때 모두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디스크가 신경에 눌렸을 때 발생하는 통증이기 때문에 똑같은 자세를 취할 때 똑같은 양상의 통증이 발생한다. 이런 증세가 3∼7일간 이어지면 척추 디스크일 확률이 매우 높다. 허리 통증이 있다 해도 매번 부위가 다르거나, 똑같지 않은 자세에서도 나타난다면 근육통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의 통증은 강도도 낮고, 예리하기보다는 쥐어짜는 느낌이 강하다. 평소보다 일이나 운동을 많이 한 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급성 통증은 3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진통제를 먹고 쉬면 대부분 7일 이내에 좋아진다. 심한 경우에도 3∼6주를 넘기지는 않는다. 척추관협착증일 때도 통증은 척추 디스크일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에서 시작하고, 다리로 확산한다. 다만 요통의 범위가 엉덩이 아래쪽까지로 더 넓어진다. 통증 강도는 4∼5점 정도다. 통증이 주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게 척추 디스크와 다르다. 가령 가만히 있을 때는 아프지 않은데 걷기 시작하면 5∼10분 만에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 그러다 앉아서 쉬면 1∼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진다. 양 교수는 “활동을 시작하면 눌린 신경으로 공급되는 에너지가 줄어들었다가, 쉬면 다시 에너지 공급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이라면 상체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척추 디스크와 완전히 다르다. 척추 디스크의 경우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면서 통증이 더 심해진다. ● 운동도 질병에 맞춰 달리해야평소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 다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척추를 망칠 수 있다. 양 교수는 “질병에 따라 운동 시기와 요령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일단 척추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면 걷기와 같은 운동은 상관없지만 근력 운동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 양 교수는 “급성기일 때는 디스크가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4∼6주는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근력 운동을 해도 될까. 이에 대해서도 양 교수는 부정적이다. 통증이 80% 이상 줄어들었다고 느꼈을 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물론 허리를 펴는 ‘신전 운동’을 자주 해 주는 게 좋다. 의도적으로 상체를 세우고 허리를 펴며, 배를 내미는 듯한 느낌으로 걷도록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운동 부족으로 병이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충분히 근력 운동을 해 줘야 한다. 신전 운동 외에도 특히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게 좋다. 양 교수는 “40대와 50대라면 스쾃, 플랭크, 팔굽혀펴기 등 세 종목만 열심히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반복적으로, 혹은 30분 이상 걸었을 때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확률이 높다. 다만 이 경우 당장 치료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 운동을 해 주는 게 좋다. 가령 아침에는 누운 상태로 허리를 펴 주는 동작을 10∼15분 한 뒤 천천히 일어나거나, 상체를 펴고 걷는다면 증세는 많이 사라진다. ● 허리·엉덩이·종아리 근육 키워야양 교수는 “엉덩이와 종아리 근육을 함께 강화해야 허리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할 수 있는 다섯 동작을 추천했다. 운동 후에는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근육도 성장할 수 있다. ① 손으로 책상을 짚은 상태에서 뒷발을 들어 까치발 자세를 한다. 이때 배를 살짝 내밀면서 상체를 뒤로 젖히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또 엉덩이에 의도적으로 힘을 준다. 이 자세를 3초 유지한다. 틈날 때마다 이 동작을 하는 게 좋다. ② 책상을 바라보며 서거나 옆으로 선다. 한쪽 팔로 책상을 짚은 상태에서 제자리 걷기를 한다. 이때 무릎이 직각이 되도록 들어올려야 한다. 배는 약간 내미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 동작도 틈날 때마다 하는 게 좋다. ③ 머리는 든 채로 바닥에 엎드린다. 이어 양손으로 바닥을 밀며 상체만 일으킨다. 이때 하체가 바닥에서떨어지면 안 된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하체에 집중한다. 15회씩 2, 3세트를 반복한다. ④천장을 보고 눕는다. 팔과 다리를 모두 들어 올린다. 이때 무릎은 직각이 되도록 한다. 그 상태에서 팔과 다리를 번갈아 휘젓는다. 왼팔을 머리 쪽으로 뻗었다면 오른팔은 발 쪽으로 쭉 뻗는 식이다. 배에 힘을 주고 바닥을 누르는 느낌이어야 한다. 15회씩 2, 3세트 반복. ⑤ 기어가는 자세를 취한다. 이 상태에서 왼팔은 정면, 오른발은 뒤쪽으로 뻗는다. 5초 정도 있다가 팔과 다리를 바꿔 같은 요령으로 반복한다. 15회씩 2, 3세트 반복.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박선화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37)는 근력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루하고 힘들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종목의 운동에 도전했다. 운동량이 많은 덕분에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에 비해 근육량이 많았다. 체력도 강하다고 자부했다. 이러니 굳이 근력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달라졌다. 박 교수는 다른 운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대신 근력 운동에 특히 신경을 쓴다. 박 교수는 “평생 재미있게 운동하면서 살려면 근력 운동부터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스키와 테니스, 특히 즐겨”박 교수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포츠 종목을 즐겼다. 걷기나 달리기처럼 유산소 운동의 요소를 갖고 있고, 근력도 강화할 수 있는 데다,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스키를 가장 오래 즐겼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을 따라 스키장에 갔다가 푹 빠졌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아예 겨울방학 때 스키장에서 숙식하며 응급 환자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 2교대 근무라 다소 힘이 들었지만, 비번일 때 스키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스키는 지속하기에 한계가 너무 많았다. 업무는 갈수록 많아졌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개인 시간은 더 줄었다. 차츰 스키장에서 멀어졌다. 박 교수는 “요즘에는 겨울에도 아주 가끔 스키장에 간다. 사실상 스키를 관둔 셈”이라고 말했다. 그 후로 수영을 시작했지만, 곧 관뒀다. 일부러 멀리 있는 수영장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기 때문. 마라톤에도 도전해 10㎞ 코스 단기 마라톤을 두 번 완주했다. 하지만 마라톤도 관뒀다. 박 교수는 “역동적이고 승부 욕구를 자극하는 운동을 더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년 전, 가족과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레슨을 받고 나서 연습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5년 정도 배우고 나니 능숙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 레슨이 끝나면 30분∼1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 코트를 뛰어다니다 보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흘렀다. 운동을 끝내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개운해졌다. 박 교수는 “테니스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재미 세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근육량 많아도 무릎 아파 운동 중단”박 교수는 테니스를 무척 즐겼다. 병원 테니스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실력이 늘면서 동작도 커졌다. 코트도 더 많이 뛰어다녔다. 이런 동작은 무릎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박 교수는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체력적으로나 몸의 근육량으로나 또래 여성의 평균 수준은 넘었기 때문. 6개월 전, 문제가 생겼다. 테니스를 끝내고 나면 무릎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는 운동하지 않을 때도 무릎이 시큰거렸다. 그제야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무릎 주변 근육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근육량은 많지만, 무릎 주변 근육량은 적었던 것. 이런 사례는 흔하다. 무릎 관절이 손상되지 않더라도 그 주변 근육이 약하면 운동할 때 통증이 나타난다. 그대로 놔둔 채로 운동을 계속하면 통증이 더 심해지며, 무릎 관절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테니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근력 운동이 필요했다. 마침 병원 지하에 직원들을 위한 체력단련실이 있었다. 4개월 전, 박 교수는 그 체력단련실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매주 2회, 점심시간을 이용해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했다.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헬스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초기에는 무릎을 포함해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다. 달리거나,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동작은 일절 취하지 않았다. 평생 처음 시작한 근력 운동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딱 한 달 만에 운동 효과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무릎이 욱신거리거나 시큰거리는 등의 통증이 사라졌다. 무릎 통증이 사라지니 전반적으로 피로도 덜 쌓였다. 몸도 훨씬 가벼워졌다. 그전까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꽤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됐단다. ●“하루씩 번갈아 상·하체 근력 운동”박 교수는 요즘도 주 2회 근력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릎 주변 근육이 어느 정도 강해진 후로는 상체와 하체 근력 운동을 골고루 하고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반드시 처음에는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박 교수도 먼저 5∼10분 동안 상체와 하체를 골고루 풀어준다. 사실 스트레칭은 집에서도 자주 한다. 박 교수는 “업무 때문에 어깨가 뭉칠 때가 많은데, 폼롤러를 이용해 30∼40분 스트레칭을 해 주면 훨씬 편해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에 이어 근력 운동을 시작하는데,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우선 하나의 운동 기구를 15분 이상 쓰지 않는 것이다. 길어 봐야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같은 운동 기구만 이용하면 운동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근력 운동은 자신에게 맞게 중량을 설정한 뒤 10∼15회를 한다. 이를 1세트로 하고, 총 3세트를 이어서 한다. 이 또한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 하루는 상체, 하루는 하체 중심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같은 부위를 거푸 운동하면 근육이 더 뭉칠 수 있고, 근육통이 생길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전문 트레이너에게 제대로 운동법을 배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구 없이도 근력 운동이 가능하다. 박 교수가 가장 좋아하고, 틈날 때마다 하는 동작이 플랭크 자세다. 1분∼1분 30초 이상 플랭크 자세만 취하면 끝이다. 보기보다 상당히 어렵단다.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머잖아 다시 테니스를 할 생각이다. 더 나중에는 암벽등반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근력 운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 박 교수는 “무슨 운동이든, 부상 없이 즐기려면 충분한 근력 운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는 평생 운동 습관”박 교수의 전공은 산부인과다. 임신부에게 규칙적인 운동을 자주 권한다. 임신했을 때 운동하면 허리 통증, 변비,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 위험을 줄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매주 15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그는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방법을 택했다. 박 교수는 살짝 속도를 내고 자전거를 타면 병원에서 10∼15분 이내에 닿는 거리에 살고 있다. 의대에 다닐 때부터 병원 근처에 살았고, 신접살림도 병원 근처에 차렸다. 자전거 출퇴근은 의대생 때 시작했다. 어느덧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취미이자 운동 습관이다.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는 목적이 컸다. 버스 정거장까지 가서,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보니 재미도 있고, 운동 효과도 작지 않은 것 같았다. 박 교수는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 도로가 비어 있어 약간 속도를 내서 달리는데, 이 경우 운동 강도는 중등도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가끔 맞바람이 강할 때는 페달을 밟는 하체에 힘이 더 들어가 운동 효과도 커진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나이가 된 후로는 주말에 왕복 1시간 거리를 가족이 함께 다녀온다. 박 교수는 “아이가 더 크고 육아 문제가 해결되면 좀 더 멀리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싶다”며 웃었다. 박 교수는 평소 활동량을 늘리는 데도 신경을 쓴다. 굳이 운동이라 생각하지 않더라도 많이 움직이면 저절로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계단 오르기다. 박 교수는 매일 최소한 10개 층 이상은 반드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덤으로 하체 근력도 강해진단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