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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변에서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백이 지리멸렬한 모습이었지만 백 ○로 뚫는 수를 두게 돼 우변 흑 진은 사실상 무너졌다. 그렇다면 흑은 초반 백 진이었던 좌하 쪽에서 대가를 얻어야 한다. 그에 앞서 흑 41로 중앙을 막은 게 두터운 수. 알파고는 이런 두터움을 챙기는 것을 즐긴다. 물론 실리로만 따지면 참고도 흑 1로 뚫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흑 11까지 우상 귀에 두툼한 집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백도 12까지 우변이 매우 두터워진다. 지금까지 봐온 알파고는 상대를 두텁게 해주는 진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흑 41이면 백은 당연히 42로 보강하는 게 정수. 흑 알파고는 내친김에 43까지 선수하고 45로 드디어 좌하 귀에 손을 댔다. 아까는 세력으로 보였던 하변 백 넉 점이 좌하 백과 끊어진 형태여서 백도 부담스럽다. 백 46 때 흑 47, 49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알파고가 둔 수이니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다. 이런 게 강자가 갖는 프리미엄이다. 백 50의 반발은 당연하다. 51의 곳에 물러서 흑을 넘겨주는 진행은 너무 싱겁다. 흑도 51로 끊어 바둑은 급전의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좌하 귀의 공방이 이 바둑의 골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변에서 타개를 해야 하는 백이 ○의 기발한 붙임을 선보였다. 그러고 보면 초반 신선한 수라고 평가받았던 백 ◎와 지금 둔 백 ○ 모두 붙임이다. 인간에겐 그다지 선호되지 않던 붙임이 알파고를 통해 새롭게 조명받는 느낌이다. 흑 29로 늘어서 두는 게 침착하다. 백은 30으로 붙여 연결 자세를 취한다. 흑 알파고는 31로 또 한 번 참는다. 흑이 강한 곳에서 섣불리 젖히면 오히려 백의 수습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백이 32로 어느 정도 연결의 모양을 취할 때 흑 33, 35로 강렬한 역습의 자세를 취한다. 백 36으로 하나 단수하는 것은 당연한데 백 38이 인간이 보기엔 엉뚱한 곳을 들여다보는 수. 이 수의 숨은 뜻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 수가 꼭 필요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흑 알파고는 참고도 흑 1처럼 잇지 않고 39로 중앙을 뻗었다. 흑 알파고는 백이 참고도 8까지 선수하고 10으로 우변에서 저공비행하면 흑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백은 굳이 38로 들여다보지 않고 참고도 백 2를 먼저 두면 되지 않을까. 이 대목은 많은 연구가 필요한 미스터리다. 어쨌든 흑 39로 중앙을 보강하고 백 40으로 우변을 뚫어 상전벽해가 일어났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봤듯 흑 A로 젖히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21로 차분히 넘어가는 것이 정수다. 여기서 백 알파고는 A로 막지 않고 손을 돌려 백 22로 좌하 흑 한 점부터 공략하고 나선다. 알파고의 특징 중 하나가 ‘손 빼기’다. 바둑은 부분의 합이 아니라 전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기에 어느 한 곳의 변화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알파고의 손 빼기는 그동안 입증된 알파고의 넓은 시야와 관련 있어 보인다. 한 부분을 미리 결정짓지 않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다. 백 22에 흑 알파고도 23의 손 빼기로 응수한다.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백 알파고는 24, 26으로 좌하 귀의 품을 넓히고 흑 알파고는 27로 우변의 품을 넓힌다. 상대의 수에 반응하면 주도권을 빼앗긴다고 보는 것일까. 그 비밀은 알파고만이 알고 있다. 여기서 또 알파고의 기상천외한 수가 나온다. 백 28이다. 물론 참고도 백 1처럼 평범하게 두면 흑 2로 좋지 않긴 한데 그렇다고 백 28을 인간은 떠올릴 수 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붙임을 본 프로기사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백 ◎는 맥락만 다를 뿐 가끔 나오는 수니까 이해할 수 있지만 백 ○는 듣도 보도 못한 수다. 알파고의 자유로운 발상이 돋보인다. 물론 상대도 알파고니까 백 ○를 예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백 ○는 흑의 응수에 따라 변화하겠다는 일종의 응수타진. 참고 1도 흑 1로 젖히면 백 8까지 예상된다. 백이 흑 진에서 잘 수습한 형태. 흑의 미니중국식을 효과적으로 견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흑 13은 정수. 백 14, 16의 젖힘을 선수하고 백 18로 발 빠르게 두는 알파고. 물론 백 ◎와 ○로 이어지는 수순이 이득인지 인간으로선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그간 보여준 알파고의 실력을 감안할 때 충분히 둘 수 있는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흑 19는 큰 곳이고 백 20의 붙임도 당연하다. 여기서 참고 2도 흑 1로 젖히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백 10까지 흑이 크게 당한 형태. 흑 알파고는 다른 길을 모색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국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커제 9단에게 3-0 완승을 거둔 알파고가 바둑계를 은퇴했다. 대신 마지막 선물로 알파고끼리 둔 셀프 대국 50국을 공개했다. 이를 본 프로기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인간의 통념과 바둑 격언을 깬 수들이 무수히 등장했기 때문이다. 워낙 처음 보는 수법이어서 비밀을 완전히 푸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프로기사들은 ‘바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셀프대국 긴급 해설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그 신선함을 느껴 보길 바란다. 흑 5, 7의 미니중국식 포석은 최근의 알파고 대국에서는 드물게 나온다. 이때 백 10이 눈을 의심케 하는 한 수. 초반에 팻감이나 축머리도 아닌데 귀에 걸치지 않고 이렇게 붙이는 건 상상하기 힘든 수다. 흑 11은 당연한 젖힘. 여기서 인간은 참고도 백 1을 떠올렸을 것이다. 백 7까지 우상 백 한 점과 호응해 백 모양이 비교적 양호하다. 하지만 흑 8이 두터워 흑 만족이라는 평가. 여기서 알파고는 또 한 번 깜짝 놀랄 수를 던진다. 백 12. 이런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백 10, 12가 알파고의 새로움을 웅변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

커제 9단은 현재 세계 1위라고 할 수 있다. 2위권을 꼽으라면 세계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 온 박정환 9단과 탕웨이싱 9단을 꼽을 수 있다. 알파고는 그런 탕 9단을 이 바둑에서 꼼짝 못하게 묶어버렸다. 초반 참고 1도 백 1(실전 36)이 사실상 이 대국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수였다. 탕 9단은 미처 이 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흑은 하변 돌이 약해 시원하게 받아칠 수 없었고, 알파고는 백 13(실전 48)의 결정타를 날렸다. 여기서 흑이 실전처럼 두지 않고 참고 2도 흑 1로 막아 백 석 점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흑은 백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백 13까지 흑 집은 납작해지고 미생마도 생긴다. 결국 백은 흑 넉 점을 잡는 큰 이득을 보면서 크게 앞서기 시작했다. 알파고에게 이 정도의 우세를 주면 역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흑이 좌상 귀 백 진에 침투했으나 알파고가 맹공해 그 돌을 잡으면서 승부가 끝났다. 149=131, 150=130. 186수 끝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65는 체념 상태에서 두었다고 봐야 한다. 백 68은 “이겼습니다”라는 선언. 손을 빼도 수는 나지 않는다. 반면 흑 69에 백 70은 필요한 응수. 참고 1도 흑 1로 끊는 수가 있다. 탕웨이싱 9단은 아직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흑 71부터 75까지가 무심한 수순 같지만 사실은 우변부터 흘러나온 거대한 백 대마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대마가 100% 살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역시 방심하지 않는다. 백 76으로 젖혀 선수 겸 집 모양을 만든다. 흑 77은 손 뺄 수 없다. 참고 2도 백 1로 나오면 백 11까지 좌중앙 흑 석 점이 잡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백 78부터 84까지 선수로 끝내기를 한 뒤 86으로 확실히 백 대마를 살렸다. 여기서 탕 9단은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돌을 거뒀다. 초반 좌하귀에서 흑이 한번 삐끗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 됐고 알파고가 역전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좌상 흑은 갇혔다. 결국 흑은 45로 막아 귀의 백과 수상전을 벌여야 하는데 백이 46, 48로 먼저 귀를 선점해선 백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이 됐다. 흑 49로 백 두 점을 따내도 백 50(◎의 곳)으로 되따냈다. 얼핏 봐도 백의 수가 흑보다 한참 많다. 참고 1도 흑 1로 수상전을 계속하려고 해도 백 10까지 간단히 흑이 잡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 2도 흑 3을 선수하고 5로 둬 패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게 까다로운 진행. 하지만 백 6, 8을 선수하고 백 16까지 되면 역시 흑이 잡힌다. 패가 나는 듯해도 뒤에서 수를 메우면 된다. 탕웨이싱 9단은 눈물을 머금고 흑 51, 53을 선수하는 정도로 좌상 귀 접전을 마무리한다. 결국 흑의 좌상 3·3은 대실패로 끝난 셈이다. 백 58도 보강할 필요가 없으나 알파고는 몸조심한다. 백 62에는 원래 A에 막아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흑 63으로 손을 돌려본다. 하지만 백 64가 침착해 그만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와 같은 3·3 침입은 원래 최소 패가 난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백이 너무 두텁다. 탕웨이싱 9단으로선 패만 나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알파고도 패가 나면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흑 ●를 잡는 작전이 올바른 길. 흔한 3·3 침입이 생사를 건 전쟁터로 변했다. 백은 일단 30으로 막고 흑은 31로 젖힌 뒤 33으로 밀어간다. 보통 패를 내려면 흑 33으로는 참고 1도 흑 1에 둔다. 하지만 지금은 백 2로 전체를 잡으러 가는 수가 있다. 주변 백이 두텁기 때문에 성립한다. 백 6까지 흑의 탈출로는 보이지 않고 백 10까지 안에서도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게 흑 33인데 백 34, 36이 연이은 살수(殺手). 이 대목에서 알파고는 물러서면 진다고 판단한 듯 거세게 흑을 잡으러 간다. 백 40까지 외부로 연결되는 길은 사실상 끊겼다. 흑 41이 탕 9단이 그 나름대로 준비한 맥점. 백이 참고 2도 1로 두면 흑 4까지 사선(死線)을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흑의 단꿈은 백 42, 44로 단숨에 깨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커제 9단에게 3연승을 거둔 알파고가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라기보다는 구글 딥마인드가 더 이상 바둑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일 게다. 바둑계에 68승 1패의 전적을 남기고 퇴장한 알파고는 바둑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었다. 딥마인드는 알파고 대 알파고가 둔 자체 대국 50국 중 10국을 공개했는데 파격적인 수법이 연속돼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알파고는 상변에서 더 좋은 수순을 놔두고 외길 수순을 걷도록 상황을 만들었다. 흑도 15로 단수치고 17로 백 한 점을 잡는 게 정확한 수순이다. 백 20으로 참고도 1로 이어 상변 2점을 살리는 건 좋지 않다. 흑 2로 거북등 빵따냄을 허용하는 게 너무 두텁다. 물론 백 3까지 상변을 차지하면 실리로 이득이겠지만, 흑이 두터워져 흑 4, 6으로 백 집을 파호하거나 좌상 귀에 침입해 패를 만드는 수 등이 가능해진다. 두터움을 선호하는 알파고로선 있을 수 없는 진행이다. 백은 흑 27까지 두 점을 내줬지만 두터움을 쌓고 백 28에 선착해 좌상 귀를 독식하려 한다. 당연히 흑은 좌상 귀를 다 내주면 승산이 없다. 바로 흑 29로 쳐들어갔는데 이곳의 전투가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 같다. 백은 어떻게 응수할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는 백 2로 우변 흑을 계속 공격한다. 흑 3에 참고 1도 백 1로 두는 게 더 강력한 공격이다. 바깥 탈출이 막힌 흑 대마는 참고 1도 흑 4, 6으로 두면 살 순 있다. 하지만 우상 귀 흑 진에 뒷문이 열린 셈이어서 흑이 괴롭다. 알파고는 유리해진 형세를 의식한 듯 백 4, 6으로 두텁게 두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실전 백 8, 흑 9는 서로 당연한 곳이다. 여기서 알파고의 작전이 주목되는데 백 10으로 젖혀 활용 수단을 노린다. 그런데 흑 11 때 백 12가 검토실 기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웬만한 프로기사라면 백 12 대신 참고 2도 백 1로 붙여 가는 맥을 구사한다. 흑 2, 4로 받는 것은 백 7까지 흑이 당한 모습이다. 여러 변화가 있지만 모두 흑이 당하는 형태다. 하지만 알파고는 하수처럼 백 12, 14로 우직하게 밀어간다. 왜 그럴까. 알파고는 복잡한 것이 싫었던 것이다. 실전처럼 두면 외길 수순이 이어진다. 유리할 때는 간명한 길을 택하는 알파고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23, 25일 열린 알파고와 중국 커제 9단의 대결에서 예상대로 알파고가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해외 언론들은 승패보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가 이번 대국에 활용한 TPU에 더 관심을 보였다. TPU는 인공지능에 특화된 처리장치로 AI 기능을 처리할 때 CPU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딥마인드는 이번 대결에서 과거 이세돌 9단 때 썼던 TPU를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TPU의 성능과 안정성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다. 새로운 TPU는 학습과 실행이 동시에 가능한 것으로 이번 커 9단과의 대국에서 안정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 처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흑 ●에 응수하지 않고 백 84로 다가서 우변 흑부터 공격한다. 흑은 93까지 부지런히 선수하며 활로를 마련하려고 한다. 그러자 알파고는 백 94로 패를 걸어간다. 한때 알파고가 패를 피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쑥 들어갔다. 백 98 때 흑 99가 좋은 수. 만약 백이 참고도 1로 둬 패를 따내는 것은 흑이 2로 뚫고 4로 살아 잘 수습된 모양. 그래서 백 100으로 잇고 흑은 패를 해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변 흑은 살지 못한 모양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에서 백은 15집이 넘는 큰 집을 만들고 선수까지 잡아 백 ○를 둔 반면 흑은 실리를 거의 챙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중앙에 쌓은 두터움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알파고가 불과 60여 수 만에 대세를 거머쥐었다. 백 68 때 흑 69는 불리한 형세를 의식해 버틴 수. 평소라면 72의 곳에 한 칸 뛰어 받는 것이 보통이다. 흑 69는 부족한 실리부터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 70의 양걸침도 당연한 자리. 흑은 73까지 백을 갈라 공격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백 74의 어깨 짚음에 이어 78로 한 칸 뛰어나가자 백이 공격당하는 건지, 흑이 공격당하는 건지 애매하다. 수순 중 흑 75로는 참고 1도 흑 1로 먼저 미는 게 일반적인데 백 12까지 백이 두터워 수순을 비튼 것. 하지만 백 ○로 이어지는 우하 백 세력 때문에 백 82까지의 결과는 오히려 흑이 궁지에 몰린 듯하다. 흑 83은 시급한 곳. 흑이 손을 빼 백이 먼저 참고 2도 1을 두면 6까지 예상되는데, 실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를 돌보지 못하고 흑 ●로 물러서야 하는 탕웨이싱 9단의 심정은 착잡했을 것이다. 백 54로 한 번 더 나가는 게 포인트. 백 54로 바로 좌하 흑을 잡으면 편하긴 하지만 흑이 54의 곳을 막는 것이 생각보단 크다. 좌하 귀를 모두 내주면 실리로 따라갈 수 없기에 탕 9단은 흑 55의 비상수단을 들고나온다. 백이 참고 1도 1로 두면 흑 2로 패를 결행하겠다는 뜻. 흑이 팻감으로 4, 6을 연타하면 좌하 손실을 얼추 만회할 수 있다. 알파고는 영리하다. 좀처럼 인간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다. 백 56으로 좌하 귀에서 손을 뺀 것이 만점짜리 답. 어차피 좌하 귀는 한 수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흑의 움직임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흑 63으로 아까처럼 참고 2도 1에 둬 패를 하는 것은 이제는 무리다. 백이 만패불청할 경우 참고 1도보다 흑의 손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백 64까지 흑 넉 점을 잡았는데, 원래 좌하 귀는 흑이 양걸침을 한 곳임을 감안하면 백이 큰 이득을 얻은 결과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정상급 프로기사에게 백 ○로 붙여 활용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수가 아니다. 하지만 탕웨이싱 9단은 이 수를 깜빡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실전 진행을 피했을 것이다. 알파고의 강점은 바로 ‘깜빡 까먹는’ 일이 없어 기복이 없다는 것이다. 백 38로 끊어 두는 게 적시의 응수타진. 흑이 42의 곳에 두면 좌변은 깔끔하게 정리되지만 중앙에서 여러 활용을 당하게 되고 하변 흑 말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흑 39로 받았지만 좌변에서 실리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백 48 때 좌변만 놓고 본다면 참고 1도 흑 1로 백 석 점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백 10으로 젖히는 수가 기분 좋고, 백 12까지 흑을 관통한 모양이어서 백이 우세하다. 그래서 흑은 51로 물러섰다. 흑 51도 참고 2도 흑 1로 둘 수도 있다. 이러면 아까처럼 중앙 활용을 당하지 않고 좌변까지 잡지만 백이 축머리를 이용해 4, 6을 연타하는 것 역시 아프다. 흑 51로 두는 탕 9단의 속은 적잖이 쓰렸을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탕웨이싱 9단은 흑 17로 즉각 움직여 바둑이 급박해졌다. 흑 21이 기억해둘 만한 수다. 이렇게 둬야 확실히 선수를 잡을 수 있다. 백 22의 연결이 불가피할 때 쌍방 요처인 흑 23을 차지한다. 백 24, 26 때 흑의 다음 수는 참고 1도 흑 1이 당연해 보이는데 탕 9단은 뜻밖에도 흑 27로 손길을 돌렸다. 참고 1도 백 2, 4의 활용이 싫었던 것이다. 흑 27의 의도는 이렇게 튼튼히 지켜 놓으면 좌하 흑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그게 흑의 착각이었다. 검토실 결론은 참고 1도 흑 1이 역시 평범한 정수였다는 것이다. 백은 30∼34로 우하귀에서 선수 활용을 한 뒤 아까 흑 27을 단죄하는 수를 날린다. 백 36. 탕 9단도 이 수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만약 미리 알고 있었다면 흑 27은 두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 2도 흑 1이 제일 무난한 수인데 백 2가 적시타다. 집으로 손해 보지 않으려면 흑 3으로 둬야 하는데 백 4, 6으로 흑 말이 곤경에 처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탕웨이싱 9단은 2016년 응씨배 우승자. 특히 삼성화재배에서는 우승과 준우승을 연속으로 달성한 일류 기사다. 흑 5의 걸침에 프로기사들은 대부분 7의 곳에 받아 둔다. 그러면 흑은 A의 ‘고바야시 포석’이나 B의 ‘중국식 포석’을 펼친다. 그런데 알파고의 포석 특징 중 하나가 양걸침을 아파하지 않고 쉽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대의 양걸침을 유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백 8로 참고 1도 백 1로 붙인 실전도 있다. 알파고가 백으로 중국의 창하오 9단과 둔 것인데 초반 50수 만에 승기를 잡았다.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붙여간 것. 흑 11은 13의 곳에 늘어두는 것보다 적극적인 수법. 백 14로 참고 2도 백 1로 두는 수도 있다. 흑도 좌하귀에 꼭 응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흑 2로 먼저 협공에 나선다. 하지만 단단하게 백 14로 이으면 흑은 15를 두거나 하변을 둬야 한다. 흑은 15를 선택했고 백 16의 협공은 당연한 수.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180수 언저리에서 이미 승부가 결정됐지만 천야오예 9단은 100수 가까이 더 두면서 계가까지 마쳤다. 끝내기에 집중했다기보다는 초중반 알파고의 수법을 떠올리며 어떻게 두는 게 좋았나를 되새김질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참고 1도 백 1(실전 22)은 알파고가 그동안 자주 보여준 걸침이다. 이어 3, 5가 초반에 늘 치열하게 두는 알파고의 기풍(?)을 보여주는 수다. 알파고가 잘 둔 수를 하나 꼽으라면 참고 2도 백 1(실전 74). 우변에 뛰어든 흑 한 점을 공격하지 않고 이곳을 들여다보면서 전선을 확대한 것이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얌전히 이어주는 것은 당했다고 본 천 9단은 흑 14까지 반격을 감행했지만 결국 백 25까지 알파고가 주도권을 잡았다. 달리 말하면 천 9단이 못 뒀다기보다 알파고가 잘 둬서 이겨간 것이다. 알파고를 이기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120=113, 180=115, 269=259, 270=265, 271=262, 277=70. 277수 끝 백 4집 반 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우하 백 5점을 살려서 백의 우세가 확연해졌다. 알파고가 쓱쓱 마무리 지은 것 같은데 어느새 역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유리해져 있다. 불가사의하고 두려운 상대다. 흑 59는 61을 두기 위한 선수 교환. 백이 손 빼면 흑 A로 붙이는 수가 있어 백이 낭패를 본다. 흑 61로 우변 백을 차단하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흑 65로 끊어 백의 연결을 방해했는데 백도 66∼70으로 우변을 수습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백이 안전 제일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백 74는 뒷맛이 좋은 큰 곳.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면 ‘가’로 붙이는 수가 있어 실리로 상당히 큰 곳이다. 흑 75는 반상 최대의 곳. 하지만 백 76, 78로 우변 백을 살려서 백의 승리는 확실시되고 있다. 흑 79는 참고 2도 백 1을 선수하고 3으로 붙이는 수를 방비한 것. 흑이 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많이 당한 모양이다. 백 80(●의 곳)을 두어 사실상 승부가 확정됐다. 이후 수순은 총보로 미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흑의 희망을 꺾는 수. 우하와 중앙에서 백이 ‘쉽게 쉽게’ 처리한 것은 바로 여기를 두기 위해서였다. 흑 41로 백 한 점을 잡을 때 백 42가 멋진 콤비 블로. 흑은 참고 1도 흑 1로 막을 수가 없다. 백 2∼6으로 흑 귀가 잡혀 버린다. 흑 43은 눈물겨운 후퇴. 백 44로 좌상 흑 집이 쑥대밭이 됐다. 그 여파로 좌상 흑의 생사도 불투명해졌다. 흑 49에 백 50이 은근히 흑 대마의 생사를 추궁하는 수. 흑은 목숨을 구걸해야 할 형편이다. 흑 51로 궁도를 넓힐 때 흑을 잡으러 가지 않고 백 52로 실속부터 챙긴다. 만약 백 52 대신 참고 2도 백 1로 막았으면 흑이 더 곤란했다. 흑은 목숨을 부지하려면 2, 4로 패를 할 수밖에 없다. 참고 2도가 흑을 더 곤경으로 몰아넣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리할 때’ 알파고는 안전하게 실속을 얻는 데 만족한다. 실제 백 54로 우하 백 5점을 살리는 것으로 충분히 우세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