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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사이에서도 피부과 등 ‘비필수’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의란 의대 졸업 이후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지 않아 내과, 외과와 같은 세부 전공을 받지 않은 의사를 뜻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일반의가 새로 개원한 의원(일반 의원)은 총 979곳이었다. 이 중 86%에 해당하는 843곳이 ‘피부과 진료를 본다’고 신고했다. 1차 의료(동네 의원급)에서 피부과는 미용 시술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비필수 과목’으로 꼽힌다. 전문의 자격을 따겠다는 의대 졸업생은 점점 줄고 있다. 2013년 3414명이던 전공의 1년 차 모집인원은 지난해 2877명으로, 537명이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의 ‘1차 관문’ 역할을 해야 할 동네 병원들이 비필수, 미용 분야에만 쏠리면서 필수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레지던트 수련 도움 안돼”… 9년새 537명 줄어 필수의료 적신호의대 졸업생 일반의 개원 확산86% 피부과, 42%는 성형에 몰려산부인과 6%, 소아과 23% 그쳐동네의원 필수의료 확충에 경고등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A의원은 보톡스, 필러, 리프팅 등 피부 미용 시술 위주로 진료를 보는 곳이다. 빌딩 2개 층을 전부 사용하는 이 의원에는 원장을 포함해 의사 10명이 근무 중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명 중 피부과 전문의는 한 명도 없다. 모두 의대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다. 한 블록 건너에 있는 B의원도 의사 9명 중 6명이 일반의다. 나머지 3명은 전문의지만 피부과가 아닌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A, B의원은 피부과 진료를 하고 있지만 정작 피부과 전공을 한 의사는 없는 셈이다. 이처럼 일반의가 운영하는 의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5년 새 개원한 일반 의원 10곳 중 8곳 이상이 ‘피부과 진료’를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동네 의원도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고 미용 분야로 쏠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신규 일반 의원 86% “피부과 진료” 내걸어전문의가 연 의원들이 ‘○○내과’ ‘○○이비인후과’와 같이 과목명을 간판에 쓰는 것과 달리 일반 의원은 병원 이름에 과목명을 쓸 수 없다. 그 대신 일반 의원은 ‘○○의원’ 혹은 ‘○○클리닉’이라고 쓴 후 그 옆에 어떤 과목을 진료하는지 몇 개든 표시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새로 개원한 일반 의원 총 979곳 중 86%인 843곳이 진료과목으로 피부과를 내걸었다. 의원 1곳당 표시된 복수의 진료과목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신규 개원 일반 의원 또한 2018년 179곳에서 지난해 215곳으로 20.1% 증가했다. 피부과와 함께 대표적인 ‘비필수 미용’ 분야로 분류되는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표시한 곳도 414곳으로, 전체의 42%에 달했다. 반면 최근 병의원 부족 문제가 불거진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진료가 가능하다고 내건 곳은 각각 59곳(6%), 224곳(23%)에 그쳤다. 일반 의원들이 미용 분야에서 개원하는 건 결국 수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용 시술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시술 비용이 고가로 책정되는 반면, 감기 환자 등을 주로 보는 가정의학과나 소청과는 대부분 건보가 적용돼 환자 1명당 진료비가 적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피부과 의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평균 연소득은 3억263만 원으로, 소청과 의원 의사(1억875만 원)의 3배 수준이었다.● 필수의료 ‘1차 관문’ 부족 우려전문가들은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고난도 수술을 하는 의사들뿐만 아니라 일반의들도 필수의료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의들이 운영하는 동네 의원들은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진료하고, 큰 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선별해 상급 병원으로 보내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일반 의원들이 이렇게 ‘1차 관문’ 역할을 해주면 상급 병원에 경증 환자가 쏠려 정작 꼭 필요한 환자가 제때 진료를 못 받는 문제도 자연히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문의를 포기하는 일반의가 늘고, 더욱이 일반의들이 미용 등 비필수 분야로만 쏠리면 필수의료 인력 확충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동네 의원서 상처 봉합 수술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대형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도 동네 외과가 줄고 일반의 개원이 늘어난 데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가 아닌 ‘미용 일반의’로 쏠린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미용 시술을 주력으로 하는 일반 의원이 늘수록 환자가 받을 의료 서비스의 질이 들쑥날쑥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의원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박리다매식으로 많은 환자를 받아 수익을 내는 이른바 ‘공장형’ 의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하은 대한피부과의사회 홍보이사는 “피부과에 대한 전문적인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의 경우 혹시 모를 부작용 등이 발생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트 없어” 수련 꺼리는 의대생 늘어 10년 전만 해도 의대생이 졸업 후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며 수련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수련병원에서 모집한 신규 전공의는 3414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신규 전공의는 2013년보다 537명 줄어든 2877명에 불과했다. 한 해 의대 정원이 3058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에 의대를 졸업한 후 추가 수련을 받지 않고 일반의로 남기를 선택한 젊은 의사가 180명이 넘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수련 과정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 의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병원들이 전공의를 교육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보다 보니 교육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이 때문에 일찍 개원가로 나가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의술을 배우는 게 낫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 C 씨는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를 따고 나가도 최소 1, 2년 동안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는 예고에 ‘제로 음료’를 즐기던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막걸리 업계는 막걸리에 첨가되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전면 교체를 검토하기로 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14일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지정할 예정이다. 2B군은 인간 혹은 동물실험 결과가 제한적인 경우를 의미한다. 담배, 우레탄 등이 속한 A, 2A군보단 단계가 낮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다. 저칼로리 열풍이 불자 설탕 대신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를 넣은 무설탕 음료나 사탕 등이 인기를 끌어 왔다. 국내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판매하는 펩시 제로와 서울 장수막걸리 등에 아스파탐이 쓰여 왔다.아스파탐이 발암 물질로 지정 예고됐단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발암 물질 등급 2A인 야근보다 덜 위험하며 적정량 이하로 섭취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과 함께, 찜찜한 물질은 아예 기피하는 게 낫다는 반론도 나온다.소비자 불안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2일 서울장수는 “업계 관계자들이 공동 대응 기준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외부 전문 기관 등의 하위 기준이 명확해지면 (아스파탐의) 전면 교체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장수는 국내 막걸리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오리온은 과자 제품에 첨가된 아스파탐을 다른 재료로 대체하기로 했다.제로슈거를 성공 공식으로 받아들여온 식음료업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처음처럼, 진로 등 소주부터 칠성사이다, 맥콜, 비타500까지 업체마다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의 제로슈거 버전을 내놓으며 저칼로리 경쟁에 합세해왔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903억 원에서 지난해 3000억 원대로 커졌다. 음료업체 관계자는 “국내 식약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안전하다고 얘기한 상황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자칫 ‘제로’ 식음료 시장 자체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아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동아일보가 2019년 1월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숨진 지 7년 뒤에야 존재가 알려진 ‘투명인간 하은이’ 사례를 보도하고 당시 정부가 출생통보제 도입 방침을 밝힌 지 약 4년 반 만이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가 학대받거나 방임되는 등의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출생통보제를 합의 처리했다. 해당 법안은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은 국무회의에서 공포되고 1년 뒤 시행된다. ‘투명인간 하은이’ 사례 등으로 출생통보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국회와 정부는 병원 밖 출산 증가 가능성 등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출생 미신고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달아 드러나자 여야는 법 개정에 속도를 냈다. 다만 출생통보제 보완책인 보호출산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로 아이를 숨기려 병원 출산을 기피할 산모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여당은 보호출산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은 영아 유기 증가 부작용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다.‘병원이 출산기록 의무 통보’ 출생통보제, 본회의 통과땐 1년뒤 시행 개정안 법사위 소위 통과당정 “보호출산제 입법에도 총력”“익명출산 장려 우려” 野반대 변수 2236명.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 수로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긴 숫자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예방접종을 위한 임시신생아번호로 이들을 찾아냈다. 이처럼 1년에 평균 300명 가까운 출생 미신고 아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부모가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신생아의 존재를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 아이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한 조치에 나설 수도 없다. 감사원이 찾아낸 아이들 중 최소 5명이 사망한 배경이다.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 1년 뒤 시행되면 이 같은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처리한 출생통보제 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출산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전달하고 심평원에서 이를 지자체에 통보한다. 지자체는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의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독촉해야 하고, 부모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발의한 분만을 조력한 119구급대원의 출동기록 사본 등으로도 출생신고를 허용하도록 한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국회가 뒤늦은 입법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동아일보가 ‘투명인간 하은이’ 보도로 출생 미신고 아이들의 존재를 알렸고, 관련 법 발의도 이어졌지만 국회와 정부는 최근까지도 입법에 나서지 않았다. 그사이 최소 22명이 학대를 당한 뒤 존재가 알려졌다는 점이 법원 판결문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앞으로 정부와 여당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가 병원 밖 출산을 강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출산제 입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당정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정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같이 도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보호출산제는 익명 출산을 보호, 장려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게 변수다. 민주당은 전날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1소위 회의에서 법사위가 출생통보제 법안을 처리한 뒤 보호출산제를 논의하자며 심사를 미뤘다. 그러나 출생 미신고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야당 내에서도 보호출산제 도입을 찬성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법사위도 이날 출생통보제를 처리하며 복지위에 “보호출산제 도입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정점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는 1년 이내에 보호출산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법적 근거 마련과 별개로 복지부는 이날 출생 미신고 아이들의 소재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그간 출생신고가 이뤄진 아동 등을 제외한 총 2123명이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1차로 조사를 진행한 뒤, 필요시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식이다. 또 경찰은 이날 지자체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출생 미신고 아이 12명 중 7명의 안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서울대병원이 20일 이영술 씨(사진)로부터 외과 우수 전공의 수련 기금 10억 원을 전달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이 씨는 2015년 작고한 모친 고(故) 김용칠 여사의 뜻을 이어 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기부를 포함해 외과 우수 전공의 수련 기금 25억 원, 고 김용칠 어워드 우수 전공의 수련 기금 15억 원, 내과 우수 전공의 수련 기금 15억 원, 간호사 교육연수 기금 10억 원 등을 서울대병원에 기탁했다. 지금까지 모친과 함께 기부한 금액이 총 75억 원에 이른다. 서울대병원은 이번에 이 씨로부터 전달받은 기부금을 매년 선발하는 우수 전공의들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쓸 예정이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사람을 향한 뜻있고 아름다운 투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후원인의 뜻에 따라 서울대병원의 우수한 전공의들을 대한민국 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의사로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전공의가 해외 선진 의료시스템을 경험해 생명을 살리는 훌륭한 외과 의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2005년 발전후원회를 창립한 이후 모집된 후원금을 각종 건립 사업과 국내외 공공의료 사업, 환자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타르 4.0mg, 니코틴 0.35mg.’ 국내서 판매되는 담뱃갑엔 이런 표시가 적혀 있다. 흡연자들은 이 두 가지 수치를 보고 특정 담배 제품이 얼마나 독한지를 가늠한다. 건강을 위해 평소 피우던 담배 대신 상대적으로 타르와 니코틴 수치가 낮은 제품으로 바꿔 피우는 흡연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함량 표시만으로는 특정 담배 제품이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초담배의 연기 속에는 발암물질이 70여 가지, 화학물질이 7000여 가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담배에 포함된 전체 화학물질 중에 소비자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까지 알 수 있는 건 0.0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담뱃갑에 표시되는 발암물질은 이 외에도 니켈, 벤젠 등 6종이 더 있지만 함량까지는 표시되지 않는다.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3년 대한금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이렇듯 불충분한 담배 성분정보 공개 현황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같은 담배라도 해외선 성분 공개“우리가 붕어빵을 사도 이 안에 붕어가 들어 있는지, 안 들어 있는지 물어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담배 성분에 대해선 사람들이 왜 알려고 하지 않을까요?”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럼에서 청중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유 교수는 담배회사들에 돈을 주고 구매하는 제품인 담배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아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호주 등 대부분의 해외 주요국은 보건당국 홈페이지를 통해 담배에 들어 있는 성분의 목록은 물론 이들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러한 정보가 담배회사의 영업비밀로 간주돼 공개되지 않는다. 이에 똑같은 담배 제품에 대해서도 해외에선 성분이 공개되지만 국내에선 비밀인 어처구니없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182개국이 비준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정부가 담배제조사로부터 성분 정보를 제출받고 이를 검증해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 흡연 쉽게 하는 첨가제 규제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담배 생산 과정에서 들어가는 첨가제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첨가제는 담배의 ‘목 넘김’을 좋게 하거나 맛과 냄새를 좋게 하는 한편, 중독과 독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첨가제는 600여 종이 있는데, 개별 브랜드별로 40여 종이 첨가제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첨가제는 성분 자체도 문제지만 담배 특유의 ‘역함’을 줄여 흡연을 더욱 쉽게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브라질은 설탕 등 몇 종류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첨가제를 금지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담배에서 특정 향이 나게 하는 가향 담배를 금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필터 안에 캡슐을 넣고 그 안에 첨가물을 넣은 형태의 담배가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가향 캡슐을 터트리는 건 화학물질 폭탄을 터트리는 것과 같다”며 “세계적으로 담배 제조 시 캡슐을 허용하는 국가가 이제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의료기관이 건강심사평가원을 거쳐 아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동아일보가 2019년 1월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숨진 지 7년 뒤에야 존재가 알려진 ‘투명인간 하은이’ 사례를 보도하고 당시 정부가 출생통보제 도입 방침을 밝힌 지 약 4년 반 만이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가 학대받거나 방임되는 등의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출생통보제를 합의 처리했다. 해당 법안은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은 국무회의에서 공포되고 1년 뒤 시행된다.‘투명인간 하은이’ 사례 등으로 출생통보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국회와 정부는 병원 밖 출산 증가 가능성 등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출생 미신고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달아 드러나자 여야는 법 개정에 속도를 냈다. 다만 출생통보제 보완책인 보호출산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보호출산제는 출산통보제로 아이를 숨기려 병원 출산을 기피할 산모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여당은 보호출산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은 영아 유기 증가 부작용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다. ‘병원이 출산기록 의무 통보’ 출생통보제, 본회의 통과땐 1년뒤 시행2236명.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 수로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긴 숫자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예방접종을 위한 임시신생아번호로 이들을 찾아냈다.이처럼 1년에 평균 300명 가까운 출생 미신고 아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부모가 주민센터에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신생아의 존재를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 아이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한 조치에 나설 수도 없다. 감사원이 찾아낸 아이들 중 최소 5명이 사망한 배경이다.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 1년 뒤 시행되면 이같은 사각지대가 해소될 전망이다. 28일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처리한 출생통보제 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출산 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전달하고 심평원에서 이를 지자체에 통보한다. 지자체는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 부모에게 출생 신고를 독촉해야 하고, 부모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발의한 분만을 목격하거나 분만을 조력한 119구급대원의 출동기록 사본 등으로도 출생신고를 허용하도록 한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국회가 뒤늦은 입법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동아일보가 ‘투명인간 하은이’ 보도로 출생 미신고 아이들의 존재를 알렸고, 관련 법 발의도 이어졌지만 국회와 정부는 최근까지도 입법에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최소 22명이 학대를 당한 뒤 존재가 알려졌다는 점이 법원 판결문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앞으로 정부와 여당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가 병원 밖 출산을 강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출산제 입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당정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정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같이 도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보호출산제는 익명 출산을 보호, 장려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게 변수다. 민주당은 전날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1소위 회의에서 법사위가 출생통보제 법안을 처리한 뒤 보호출산제를 논의하자며 심사를 미뤘다. 민주당 관계자는 “출산통보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고 입법 공백을 해소하는 게 맞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그러나 출상 미신고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야당 내에서도 보호출산제 도입을 찬성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법사위도 이날 출생신고제를 처리하며 복지위에 “보호출산제 도입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건의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정점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는 1년 이내에 보호출산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법적 근거 마련과 별개로 보건복지부는 이날 출생 미신고 아이들의 소재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그간 출생 신고가 이뤄진 아동 등을 제외한 총 2123명이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1차로 조사를 진행한 뒤, 필요시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식이다.또 경찰은 이날 지자체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출생 미신고 아이 12명 중 7명의 안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국적 여성 A 씨가 2015년 경기 안성에서 낳은 영아는 A 씨의 지인과 베트남으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0대 B 씨가 출산한 아기는 서울 관악구 소재 베이비박스에 맡겨 안전에 이상이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사망이 확인된 2명을 제외하면 생사가 불투명한 아이는 3명 남았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을 매년 5%씩 늘려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이 정부 주최 포럼에서 나왔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문가 포럼을 통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의사 규모를 추계해 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구체적인 증원 규모가 언급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포럼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참석했다.● “2030년까지 매년 5% 늘려야”복지부는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부터 18년째 그대로다. 최근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 떠도는 ‘표류’ 현상과 소아청소년과 대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량 수준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2050년이 되면 국내에 의사가 약 2만2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량을 ‘수요’로, 의대에서 배출되는 의사 수를 ‘공급’으로 두고 추산한 결과다. 권 연구위원은 “필요한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서 일정 기간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부터 의대 정원을 5%씩 확대해서 2030년에 정원이 4303명이 되도록 하고 이를 유지한다면 2050년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수(2만2000여 명)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앞서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번 늘린 의대 정원을 무조건 고정하자는 것은 아니고 향후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도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국내 의료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고 의사 수 부족이 지역 간 의사 인력의 불균형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복지장관 “의대 정원 논의에 환자 참여해야” 반면 발제를 맡은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이 같은 예측과 제안을 반박했다. 우 원장은 “국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현재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6명)보다 적지만, 지금의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2047년에는 5.87명으로 OECD 국가 평균(5.82명)을 넘어서게 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현재 정부 정책의 방향은) 필수의료 분야 진료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전문의를 더 많이 양성하자는 것으로 더 많은 의사가 환멸을 느끼고 해당 분야를 떠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의협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현안협의체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도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의협은 “의료계와의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구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환자·소비자 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이에 대해 의협은 “앞으로 이뤄질 정부와의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 중구가 최근 폐원이 결정된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하는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도심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중구는 이날 이 부지를 도시계획시설 규칙상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기 위해 기초조사, 계획안 작성 등의 절차를 가능한 한 빠르게 진행하고 이르면 연내에 시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결정되면 다른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김길성 중구청장도 전날(22일) 기자 간담회에서 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쓰게 만들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대해 “공공복리를 위해 추진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추진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며 “중구가 입안하고 시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행정 절차를 밟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인제학원 이사회는 20일 경영난을 이유로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했다. 서울백병원 측은 폐원이 결정된 만큼 관련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백병원 관계자는 “서울시와 중구로부터 부지를 병원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아직 공식 전달받지 못했다”며 “문을 닫기로 한 건 기본적으로 환자가 안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중구의 계획대로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되면 8월 말 병원이 문을 닫고 부지가 매각되더라도 상업시설 등으로는 개발할 수 없게 된다. 서울백병원 부지는 서울 중구 명동과 붙어 있는 노른자위 땅으로 개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이’ 2236명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 중 23명을 추려 살펴봤는데 이미 여러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모든 어른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과연 위험에 처한 아이는 2236명뿐일까.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 아이들은 안전해질까. 아이가 태어나면 총 18가지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때맞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면 무료로 접종해주고, 건강검진도 해준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세 이하 아이 중 1만1000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제때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출생신고를 하고도 방치된 아이가 1만 명이 넘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부터 영유아 살해 사건이 잇달아 터지자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도 뒤늦게 착수됐다. 이 연령대 아이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 복지부 통계가 보여준다. 2021년 한 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2세 이하 영유아는 19명에 이른다. 전체 아동학대 사망자(40명)의 거의 절반이다. 같은 해 아동학대 피해 사실이 드러난 영유아는 총 1793명인데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는 영아들이 많아 학대를 당해도 외부에서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일 보도되는 영유아 학대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2236명을 찾기 위해 분석한 원자료는 보건당국이 갖고 있던 신생아 B형 간염 접종 자료다. “개인정보를 활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던 복지부는 비판이 커지자 22일 “적극 행정을 펼쳐 전수조사하겠다”며 ‘소극 행정’을 자인했다. 국회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무심했다.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자동으로 출생등록이 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왔다. 의료계에서 “행정적 부담이 크다”며 반발해왔던 탓이다. 의료계는 힘이 센데 아이들 손엔 투표권조차 없으니 부담 없이 계류시켜온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아동정책의 입법과 예산 투입이 가장 더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를 다 세어도 25만 명이 되지 않는데, 어렵게 우리에게 온 귀한 아이들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출생통보제 법제화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삶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방치하거나 버리는 부모가 없도록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이지운 정책사회부 easy@donga.com}

“2년째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못 잤거든요. 상담을 받아 보니 그간 성과에 대한 압박이 너무 컸던 게 문제였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홍용우 씨(30)는 불면증 상담을 받고 싶어 ‘2023 서울헬스쇼’가 열리는 서울광장을 14일 찾았다. 홍 씨는 이날 수면 코치 유튜버 ‘브레이너제이’에게 1시간가량 상담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수면장애로 진료 받은 인원은 109만7282명으로, 2017년 84만2856명 대비 30.2% 늘었다. 서울헬스쇼가 ‘릴랙스존’을 중심으로 참여자들의 ‘꿀잠’을 돕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 건 이렇듯 수면의 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과 수면 서비스 연구개발 기업 에스옴니는 시민들이 안대와 헤드폰을 쓰고 빈백 소파에 누워 짧지만 달콤한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숙면 체험존’을 운영했다. 편안한 잠과 휴식을 도울 다양한 제품 소개 행사도 열렸다. LG전자와 세라젬은 시민들이 무료로 안마의자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운영했다. LG전자 부스를 찾은 최송옥 씨(66)는 “안마의자에 앉아본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더 시원해 놀랐다”고 했다. 세라젬은 540만 원 상당의 척추온열 의료기기를 행사 참여자들을 위한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아마존 판매 1위인 매트리스 제조업체 지누스는 시민들이 매트리스에 누워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휴식을 돕는 세러피 향수를 시민이 직접 만들어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동화약품은 서울헬스쇼 참여자들에게 구강세정제와 틀니세정제를 무료로 배포했고, 유한양행도 자사 유산균 제품을 나눠줬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4일 ‘2023 서울헬스쇼’ 행사장에는 전기자동차와 이동형 병원차량이 등장했다. 기아는 사전계약 중인 플래그십 전기차 ‘The Kia EV9’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점심시간 무렵에는 EV9을 시승해 보려는 직장인들이 몰려 길게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 EV9은 총 10가지 친환경·업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옥수수 전분과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폴리우레탄(PU) 소재를 활용해 차량 내부를 꾸몄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과 폐그물을 재활용해 내장재로 썼다. 또 차량 내부에서 탑승자의 몸에 닿는 부분에는 친환경·바이오 페인트를 활용했다. 기아 부스 현장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를 적극 활용해 환경 보호는 물론이고 탑승자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아는 이후 출시할 신차에도 이러한 친환경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고려대의료원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환자에게 방문 진료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의료기기 이동형 병원’을 선보였다. 겉보기엔 평범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차량이지만 음압장비와 이동식 침대, 혈액분석 기기, 초음파 검사 기기 등이 탑재돼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8월 파일럿 테스트 사업을 시작해 요양원 입소 환자와 의료 취약지역 거주자 등 고령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전날 서울헬스쇼 행사장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페스티벌 개막식을 열었다.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초 국내 의료기관 중 최초로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탄소중립전략보고서를 발간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더 나은 처우를 찾아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로 ‘취업 이민’ 가는 사례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선진국의 간호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안 그래도 부족한 국내 간호 인력이 대거 유출되면서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NCSBN)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인 ‘엔클렉스(NCLEX)’에 응시한 한국인 수는 1816명에 달했다. 2018년 783명이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 1∼3월 응시자 수만 1758명에 달해 연간 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이 통계는 처음 응시한 이들을 기준으로 집계돼 2차례 이상 시험을 본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응시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이 미국 등 해외로 취업을 나서는 것은 국내의 경우 보수 대비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취업에 성공한 A 씨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 강도는 절반가량인데 연봉은 4배나 된다”고 했다. 또 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 문화인 이른바 ‘태움’ 때문에 못 견디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의료 현장에선 “간호사 구인난이 응급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의 한 중소병원은 2년 전 간호사 인력난으로 중환자실을 폐쇄했다. 병원 관계자는 “추가 간호사 채용이 어려워 여전히 중환자실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간호사들 “美업무량 韓의 절반, 연봉은 4배”… 이탈 늘어 의료공백 뉴욕 병원에 취업한 한국 간호사…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 없어”주60시간 넘는 근무에 처우는 열악간호인력 유출로 중소병원들 타격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하기도“한국에서 일할 때는 앉아서 점심을 먹은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어요.” 지난해 말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 취업한 이모 씨(29)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국내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3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간호사가 됐지만 과중한 업무와 선배 간호사들의 폭언 등으로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 강도는 절반에 불과한데 연봉은 4배 가까이 높다”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에 해외로 떠나는 간호사들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 취업을 택하는 것은 국내 병원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과중한 반면 처우는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2년간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를 하다 지난해부터 호주 멜버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이모 씨(33)는 “한국 병동에선 간호사 한 명당 한 번에 환자를 20명씩 담당할 때도 있었는데 호주에선 4명만 돌본다”며 “그만큼 환자 한 명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업무 피로감도 적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직 간호사의 42.5%가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는 주 60시간 근무를 넘기는 것도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간호사 비율이 74.1%나 됐다. 반면 업무량 대비 보상은 적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한국 간호사 평균 연봉은 4675만 원으로 연봉이 9000만∼1억 원 안팎인 미국의 절반 남짓이다. 또 한국에선 3교대 근무가 대부분인 반면 미국 간호사들은 주 3일을 2교대로 일하고, 4일은 휴식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또 미국의 경우 정년이 따로 없고 ‘전담 간호사 제도’가 정착돼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올 3월 미국 간호사 시험에 합격해 이민을 준비 중인 오모 씨(26)는 “한국에선 3교대인데도 연장근로가 당연하게 여겨져 하루 12시간씩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진료 차트로 머리 맞는 일 비일비재” 병원 내 엄격한 조직 문화도 간호사들이 국내 병원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간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년 차 간호사 신모 씨(27)는 “실수를 하면 선배들에게 진료 차트로 머리나 등짝을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0.1%나 됐다. 괴롭힘의 유형은 폭언(77.8%)이 제일 많았고, 업무 몰아주기(36%), 따돌림(34.5%) 순이었다. 간호 인력의 사직과 해외 유출이 이어지면서 중소 병원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형 병원이 퇴사자 대체를 위해 신규 간호사를 대거 채용하다 보니 중소 병원에서 간호 인력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 박모 씨(57)는 “젊은 간호사가 자꾸 빠져나가 정년퇴직한 60대 간호사를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량이 늘면서 연차를 하루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부족으로 응급구조사 등이 간호사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유출을 막으려면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는 “처우 개선을 위해선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료법에 관련 규제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금선 고려대 간호학과 교수는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일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처우를 개선해야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도심속 건강축제 ‘서울헬스쇼’ 오늘 개막… 서울광장서 3일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각종 건강 지표가 나빠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1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에서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첨단 헬스케어 기술을 체험하는 한편 유명 운동전문가로부터 건강 관리법도 배울 수 있다.》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가 13∼1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서울광장을 방문하는 시민들은 첨단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헬스케어 산업과 서비스를 만나 볼 수 있다. △스마트헬스케어존 △릴랙스존 △메디컬존 △금융존 △공공라이프존 등 5개 카테고리에서 총 41개 기업과 기관이 행사 부스를 운영한다.● AI가 내 몸에 맞는 운동 추천 스마트헬스케어존에서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부터 운동 코칭까지 각종 최신 건강 관리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가 선보이는 유전자 검사 키트는 타액만으로 혈당과 같은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피부 노화, 탈모 진행 정도 등 미용 정보도 알려준다. 한국신체정보가 운영하는 ‘리얼PT’ 부스에선 모션 인식 기술을 활용한 자세 검사, 관절 가동 범위 검사, 체력 검사를 체험하고 참여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운동을 AI로 추천받을 수 있다. 피트니스101 부스에서는 3차원(3D) 체형 분석기를 통해 골반 틀어짐, 거북목 같은 체형 문제를 진단해 보고 운동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 부스에서는 인터넷TV(IPTV)와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홈트레이닝 서비스 ‘코코어짐’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을 통해 40㎉를 소모한 참여자에겐 비치백 등 경품이 주어진다. 삼성전자 부스는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5’를 선보인다. 1:1 맞춤형 건강 코칭부터 암환자 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양한 서비스를 둘러볼 수 있다. 기아는 옥수수 전분 등 친환경 소재의 내장재와 페인트를 활용한 최신 전기자동차 ‘EV9’을 전시한다. 릴랙스존은 지친 몸과 마음에 잠시 휴식을 선사하는 체험 공간 위주로 꾸려진다. AI를 활용한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에이슬립의 수면 체험존에선 65만 유튜버 ‘브레이너 제이’의 수면 코칭을 받아 볼 수 있다. LG전자와 세라젬의 안마의자와 척추 마사지 기기부터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의 토퍼와 매트리스까지 다양한 휴식 공간이 마련돼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 갈 수도 있다.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의 프로바이오틱스 음료 ‘스트레스케어 쉼’도 무료로 시음해 볼 수 있다. 롯데웰푸드가 가정간편식(HMR)인 쉐푸드 제품을 마치 고급 레스토랑처럼 꾸며진 버스에서 무료로 맛볼 수 있는 ‘버슐랭’ 버스를 운영한다.● 병원 옮겨 온 서울광장서 건강검진 건강 축제답게 여러 병원이 모여 메디컬존을 꾸린다. 고도일병원 부스를 방문하면 물리치료사가 직접 아픈 부위에 테이핑을 해 주며, 통증 완화 운동법도 알려준다. 밝은성모안과 부스에선 간단한 시력검사를 받고, 착용하고 있는 안경의 상태도 확인받을 수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전기자동차에 이동형 침대, 음압장비, 혈액분석기, 소변검사기, 초음파 등을 탑재해 도서 산간지역 등을 누빌 수 있는 ‘이동형 병원 차량’을 소개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부스에선 자신의 악력과 심폐지구력을 측정해 적합한 운동을 추천받을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기관들은 공공라이프존을 꾸린다. 보건복지부 부스에서는 ‘비만 조끼’를 입어 봄으로써 비만일 때 자신의 체형을 확인해 볼 수 있고, 금연 상담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부스에선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손목닥터9988’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다. 금융존에서는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이색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들을 체험할 수 있다. KB헬스케어 부스에선 직장인 건강 관리 앱 ‘오케어(O’CARE)’에서 제공하는 성격유형검사를, 하나손해보험 부스에선 가상현실(VR) 게임을 활용한 인지 재활 학습이나 스트레스 검사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자체 육성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푸짐한 경품은 ‘덤’이다. 이벤트를 통해 세라젬의 540만 원 상당 척추온열 의료기기부터 한국의료재단 건강검진권, 야마하 골프채, 삼성 갤럭시 버즈 이어폰 등 총 1억4000만 원 상당의 경품이 제공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중증외상을 입은 어린이 4명 중 1명만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중증외상 환자의 손상 후 내원 소요시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권역외상센터 응급실에 들어온 9세 이하 중증외상 환자 122명 중 ‘다친 후 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건 30명(24.6%)에 불과했다. 2018년 31.3%에서 3년 만에 6.7%포인트가 되레 떨어졌다. 중증외상이란 교통사고나 낙상사고 등으로 생명이 위독해질 정도의 부상을 입은 경우를 뜻한다. 의료계에선 통상 중증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을 ‘1시간’으로 본다. 특히 소아 중증외상 환자는 성인에 비해서도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받는 비율이 더 낮았다. 전 연령대 중증외상 환자의 1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비율은 34.6%였다. 어린이 환자의 경우보다 10%포인트 더 높다. 이처럼 소아 중증외상 환자가 성인에 비해 응급실을 찾기 더 어려운 건 소아외과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린이는 성인과 신체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외과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추가 수련을 통해 소아외과 전문의가 되지 않으면 소아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응급실 자체에는 병상이 있더라도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소아 중증외상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을 갖춘 병원 중 소아외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31곳에 불과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다리에 생긴 피부염이 잘 낫지 않는다면 정맥류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40세 이상 여성에게서 발병 확률이 높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세미나실. 서울에서 흉부외과 의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이 단상에서 ‘하지정맥류’를 설명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의사들은 열심히 메모해가며 A 원장의 노하우를 경청했다. 자리가 모자라 강연장 맨 뒤 임시 의자에 앉은 의사도 있었다. 여느 의료 학술대회와 다르지 않은 광경이었지만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객석의 의사들은 흉부외과가 아니라 전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문의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연 이날 학술대회 명칭은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였다. 어린이 진료로는 병원 유지가 힘든 소청과 전문의들이 다른 진료과목을 배우는 자리다. 소청과 내용 대신 ‘고지혈증 1타 강사의 족집게 강의’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등 소위 ‘돈 되는’ 과목 관련 강연이 이어졌다. 여기에 소청과 전문의 800여 명이 몰렸다. 경기 파주에서 소청과를 운영 중인 A 씨는 “‘10년 뒤에도 소아 환자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강연을 찾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소청과 개원의 연봉(평균 1억875만 원)은 모든 진료과 중 가장 낮았다. “소아과 환자수 하루 10명 안팎… 보톡스 시술로 전업 생각”소아과 탈출 학술대회초저출산 추세에 환자 수 급감비급여 적어 진료비 최하위 수준소아과 의사 20% 간판 바꿔 일해 “(보톡스 시술로) 의미 있는 수익이 창출된다면 소아청소년과(소청과) 간판을 내리고 완전히 ‘전업’할 생각도 있습니다.” 11일 ‘소아청소년과 탈출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 현장에서 보톡스 강연을 들은 B 원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서울 구로구에서 15년째 소청과 의원을 운영해 온 ‘베테랑’ 의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환자 수가 10명 안팎으로까지 떨어지며 소청과 ‘탈출’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B 원장은 “경영난으로 병원이 존폐 위기”라고 털어놨다.● “간판 바꿔야 할지” 소청과 의사들 고민이날 학술대회가 열린 강당은 오전 9시 첫 세션 ‘고지혈증 핵심정리’ 강의부터 772석 규모의 객석이 가득 들어찼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10년째 소청과 의원을 운영 중인 C 원장은 “소아과 타이틀을 꼭 유지하고 싶지만 지난 2년간 영업 이익이 거의 없다 보니 수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C 원장은 소청과를 유지하면서 만성질환이나 미용 환자도 추가 진료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종의 ‘부업’이다. 다른 소청과 전문의는 “일부에서 소아과 오픈런 같은 현상도 있지만 독감 유행 등 특정 시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이고,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몰린다”며 “동네 의원들은 소아 환자가 너무 적어 병원 운영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이날 강연에 앞서 “우리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소청과를 선택했지만 도저히 우리 과를 운영할 수 없게 돼 이런 학술대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몇 년 전부터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령화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네 의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운영 중인 의원은 3만5225개로, 10년 전 2만8328개에 비해 24.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소청과 의원은 2200개에서 2147개로 오히려 2.4% 감소했다. 주요 과목 중 의원 수가 줄어든 건 소청과와 산부인과뿐이다. 이미 소청과를 ‘탈출’한 전문의도 적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소청과 전문의 중 20%(3338명 중 667명)는 소청과가 아닌 다른 과 간판을 내걸고 일하고 있다. ● 의사들 중 최하위 연봉… “악순환 반복”소청과 의원들의 형편이 어려워진 건 기본적으로 초저출산으로 환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4만9000명이다. 86만 명이 넘었던 1980년의 3분의 1 미만으로 줄었다. 소청과 의사들은 “환자 수는 급감하는데 환자 1명을 봐서 벌 수 있는 돈도 업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소청과 진료는 대부분이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비교적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비급여’ 항목도 적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맞는 예방 접종이 비급여 항목이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며 건보 적용 대상이 됐다. 임 회장은 “아이 1명당 진료비가 1만3000원 안팎인데, 이 정도면 의사 1명이 하루에 환자 100∼200명을 봐야 직원 월급을 주고 병원 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진료비에 대한 소아 가산율이 2∼9% 수준이다. 소아 가산율이란 소아 환자를 진료했을 때 성인 환자 대비 추가로 얹어주는 진료비 비율을 뜻한다. 일본은 소아 가산율이 26∼100%에 달하고, 3세 미만 영아를 야간에 진료하면 진료비를 3∼5배까지 높게 쳐준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은 “한계에 도달한 아동병원들이 진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소아 진료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정부와 의료계가 2년 9개월 만에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양측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확대 규모에 대한 견해차가 커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8일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회의 후 “필수의료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하는 데 합의했다”라며 “이를 위해 이달 중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의사 인력이 확충되면 늘어나는 인력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유입될 구체적인 방안과 전공의 수련·근무 환경을 개선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한 건 2020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다만 적정 의사 규모에 대한 양측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이날 회의에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두발언에서 “의협은 더 이상 논의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의협이 산적한 의료 현안에 대응할 해법을 국민 앞에 제시하지 못하면 전문가 단체로서의 신뢰와 존경은 더 이상 의협의 것이 아닐 수 있다”라며 의협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젊은 의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적인 (면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마치 의대 정원 증원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이지만, 의대생이 필수의료 진료과목에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맞섰다. 양측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가 2차례 중단될 정도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의협은 의사 재배치에 방점을 두며 의견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필요 의사 인력의 수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추계하자”며 이달 안에 관련 전문가 포럼을 열기로 했지만, 기존 국책연구원 등의 추계 자료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다만 양측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이를 2025학년도에 반영하자는 기본적인 ‘논의 시간표’에는 일정 수준의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는 14일 개최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스토킹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다음 달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이 크게 부족해 법이 시행돼도 실질적인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3조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 즉 피해자용 임시 거처를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10곳에 아직 스토킹 피해자용 임시 거처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스토킹을 비롯한 ‘5대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법만 만들 게 아니라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인프라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 가장 많은 경기도 보호시설 없어 정부가 스토킹 피해자를 위해 지원하는 임시 거처는 크게 ‘긴급 주거지원’과 ‘임대주택 주거지원’ 등 2가지다. 긴급 주거지원은 피해자가 스토킹 신고를 한 직후 등 급하게 가해자로부터 피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7일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단기 시설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형태로 제공된다. 반면 임대주택 주거지원은 상대적으로 장기 보호시설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이사를 준비할 때와 같이 좀 더 긴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집으로, 기본 3개월을 머무르게 된다. 두 시설이 이름은 비슷하지만 용도가 다른 만큼 두 가지 시설이 모두 갖춰져야 기본적인 ‘안전망’이 완비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7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러한 장·단기 임시 거처를 모두 마련해둔 지자체는 부산과 전남 등 2곳에 불과하다. 이 외에 충남과 전남에는 긴급 주거지원(단기) 시설만, 대전과 강원에는 임대주택 주거지원(장기) 시설만 각각 마련돼 있다. 서울은 이와 별개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중 3곳을 스토킹 피해자 전용 시설로 마련했다. 나머지 지자체 10곳에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스토킹 피해자 임시 거처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특히 지난해 경찰의 스토킹 범죄 검거 건수가 2385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경기 지역도 준비된 임시 거처가 ‘0곳’이다. 검거 건수 748건으로 전국에서 3번째인 인천도 마찬가지다.● “가폭-성폭 보호시설, 스토킹 피해자에 안 맞아” 스토킹 피해자 거주 지역에 전용 임시 거처가 없는 경우 피해자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피해자들의 특성이 다른 만큼 이들 시설은 스토킹 피해자가 머무르기에 부적합하다고 말한다.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가해자가 시설 위치를 알아채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입소 기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킹 피해자의 경우 신고 이후에도 회사나 학교 등 사회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비율이 높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고립된 시설에는 머무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가부도 스토킹 피해자용 임시 거처를 더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달 말까지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보호시설 시범사업 참여 추가 공모를 받았고, 다음 주중 보호시설을 운영할 지자체 5곳을 추가로 선정해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17개 시도 전체에 보호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재정 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지호(가명) 씨, 김지호 씨, 계신가요? 우체국입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허름한 4층짜리 원룸 건물 계단. 서울 용산우체국 소속 집배원 유인준 씨(57)는 무더위 속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낡은 철문을 향해 여러 번 외쳤다. 반응은 없었다. 문에 귀를 바싹 갖다 대고 숨을 죽여도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문을 손으로 여러 번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안에 누군가 있는데 대답할 힘이 없는 것일까’. 유 씨는 문 틈새로 가만히 코를 갖다 댔다. 냄새를 맡기 위해서다. 그 1, 2초 동안 적막과 긴장이 흘렀다. 혹시라도 ‘낯선 악취’가 코끝에 도달한다면…. 생각하긴 싫지만 그것은 위험 신호다. 굳게 닫힌 철문 너머에서 누군가 쓸쓸하게 홀로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다는, 말하자면 ‘고독사’다. 이날 유 씨가 생면부지의 김 씨를 찾아다닌 건 ‘복지등기’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복지등기 우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주민 중 누군가 전기요금을 장기간 체납했거나 병원비 지출이 급증했거나 하는 위기 징후가 보이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포착하고 해당 가구에 복지등기를 발송한다. 그러면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지역 집배원이 이 등기를 들고 직접 그들을 찾아간다. 집배원 유 씨의 가방에는 구청에서 보낸 복지등기 봉투가 가득 들어 있었다. 봉투 속에는 마스크, 관절 통증용 파스 등 기본 의약품,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신청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정리된 팸플릿 등이 있었다. 하지만 유 씨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물품을 전달하는 것보다도, 직접 수취인을 만나 눈으로 그들의 생사(生死)를 확인하고, 위기에 처해 있진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21년 3378명이 고독사했다. 한 해 전체 사망자 100명 중 1명꼴이다. 서울 용산구와 강원 삼척시 등 8개 지자체에서 복지등기를 시범 운영한 결과 9개월 동안 위기 가구 1100여 곳을 발견했다. 4월부터는 참여 지자체가 47곳으로 늘었다.“인기척 없는 쪽방촌에 TV소리만 들릴때 고독사 위기 직감” “복지등기 왔습니다” 고독사 막는 집배원들복지등기 배달 현장복지 안내문-기본 의약품 등 배달연락처도 없고 주소도 불분명해집배원 유 씨는 이날 김 씨를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유 씨가 전날 김 씨의 집 문에 붙여둔 스티커도 그대로였다. ‘우편물 도착안내서’라고 적힌 스티커에는 ‘5월 24일 13시 04분 방문하였지만 부재중인 관계로 배달 안내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집에 다녀갔는데 스티커를 못 본 것일까, 봤는데도 떼지 않은 것일까.’ 유 씨는 동행한 동아일보 기자에게 “한 번 나올 때마다 5가구 중 1가구만 직접 만날 수 있어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밖으로 나온 뒤 건물 1층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어가 주인 이모 씨(45)를 불렀다. 이 씨는 이 건물의 건물주이자 부재중인 수취인 김 씨의 ‘30년 지기’다. 이 씨는 친구의 사연을 털어놨다. 김 씨는 1년 전부터 친구 이 씨의 건물에 있는 한 원룸에서 혼자 지내왔다고 한다. 몇 년 전 뇌혈관 수술을 받았고,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에 실패해 신용 불량 상태에 빠졌다.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고 했다. 이 씨는 “친구가 평소 혈압이 200mmHg(수축기)를 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혹여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에서 슈퍼를 운영한 5년간 어렵고 외로운 분들을 많이 봤다. 그나마 유 씨 같은 집배원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와 준다니, 이웃으로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집배원이 ‘위기가구 체크리스트’ 작성 베테랑 집배원인 유 씨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과 동자동 일대 우편 배달을 30년간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 지도 없이 봉투에 적힌 주소만 보고도 담당 구역 내 모든 집을 척척 찾아다닌다. 웬만한 주민들은 그와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사이다. 용산우체국 관내에선 매달 200여 통의 복지등기 우편물이 배달된다. 그중 절반 이상은 ‘쪽방촌’으로 불리는 후암동과 동자동 일대로 배달된다. 저소득층 가구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날 유 씨는 김 씨 외에도 다른 4명에게 복지등기를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만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배원이 근무하는 낮 시간 동안 복지등기 대상자(수취인)들은 주로 무료 급식소에 가서 줄을 서 있거나, 폐지 줍기 등 경제 활동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 씨는 다른 수취인들을 찾아다니며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했고, 그들이 사는 집의 문을 두드렸고, 그들의 우편함에 우편물이 쌓여 있지는 않은지 살폈다. 운 좋게 이웃들을 마주치면 “아무개 씨 혹시 본 적 있으시냐”며 행방을 물었다. 유 씨는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복지등기 수취인을 찾아 나섰다. 그가 도착한 곳은 ‘○○여인숙’이었다. 한 사람이 걷기도 비좁은 여인숙 입구를 지나자 33㎡(약 10평) 남짓한 복도에 공용 세탁실과 화장실을 둘러싼 방 5개가 보였다. “이태우(가명) 씨 계십니까.” 유 씨가 큰 소리로 불렀다. 그의 시선은 문 옆의 우편함, 쓰레기통, 주변 집기들을 빠르게 훑었다. 복지등기 담당 집배원은 우편물을 배달할 때 수취인이 수령하지 않은 우편물이나 재활용품이 많이 쌓여 있진 않은지, 악취가 나진 않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파악한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6개 항목 ‘체크리스트’로 작성해 지자체로 보낸다.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위기 가구를 파악하고, 필요한 공공과 민간 복지서비스로 연계해 지원한다. 이번에도 유 씨의 부름에 응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 씨는 “쪽방촌은 주소지가 하나인데, 한 층에 수십 가구씩 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는 집주인을 통해 전달하거나 우체통에 넣어두고 근처에 올 때마다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을 마칠 때쯤 유 씨의 얼굴은 땀범벅이 돼 있었다.● “우체국이 외로웠던 내게 손 내밀어줘” 복지등기 덕분에 어려운 상황을 빠져나온 사람들도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주거급여(기초생활수급의 한 종류)를 받으며 살고 있던 이은종(가명) 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자신들에게 복지등기를 배달하러 온 집배원을 처음 만났다. 부부를 본 집배원은 체크리스트에 ‘수취인의 거동이 불편하다’고 기록을 남겼다. 다리에 장애가 있었던 것을 관찰한 것. 이윽고 집배원은 이 씨 부부에게 “어디가 편찮으시냐, 좀 어떠시냐”고 말을 걸으면서 안부를 물었고 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주민센터는 이 씨에게 보행기 등 보조기구를 지원했다. 광주 북구 오치동에 혼자 살던 차윤택(가명) 씨는 실직 후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구직에 실패했다.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자 점점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사회적 관계도 단절됐다. 올 1월 그의 집을 방문했던 복지등기 집배원은 차 씨의 집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맡았고, 위기 징후를 포착했다. 그 후속 조치로 복지담당 공무원이 차 씨의 집을 방문했다. 차 씨는 저소득 구직자에게 생계비와 일자리를 알선하는 국민취업지원 신청을 안내받았고, 최근에는 취업에 성공해 집 밖으로 나왔다. 차 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정말 막막하고 외로워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먼저 손을 내밀어준 우체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총 7434가구에 복지등기가 배달됐다. 지자체는 이 중 719가구가 생계급여 등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도왔고, 443가구에는 생활필수품 지원 등 민간서비스를 연결해 줬다. 복지등기를 받은 가구 중 15.6%(1162가구)가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은 것이다. 김경일 용산우체국 집배실장(49)은 “복지서비스 연계율이 언뜻 낮아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는 다르다”며 “2주 동안 100가구에 복지등기를 배달했을 때 복지서비스가 절실한 위기가구 15가구가 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복지등기 우편에는 연락처는 물론이고 정확한 주소조차 적혀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단순히 일반 우편물처럼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취인의 위기 징후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4, 5배 더 걸린다. 김 실장은 “복지등기는 배달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일일이 대상자를 살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배달한다”고 말했다. ● 2030 젊은 ‘위기 가구’ 늘고 있어 복지등기를 배달하는 현장에서는 2030세대, 즉 젊은 청년들이 위기에 처해 있는 모습도 최근 많이 포착되고 있다. 용산우체국 소속 집배원 심현석 씨(41)는 용산구 청파동 일대에서 복지등기 배달을 담당한다. 이 지역은 숙명여대 인근이어서 20, 30대 자취생들이 많이 산다. 지난달 24일 오후 심 씨는 복지등기 수취인으로 선정된 20대 초반 이지우(가명) 씨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복지등기 봉투를 받아 든 이 씨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눈으로 심 씨를 쳐다봤다. ‘이게 무슨 우편물이냐’는 뜻이었다. 심 씨는 이 씨에게 복지등기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하며 눈으로는 재빨리 집 안쪽을 살폈다.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지는 않은지, 쓰레기가 쌓여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이 씨도 조곤조곤 이어지는 심 씨의 설명에 조금씩 경계를 풀었다. 이 씨가 개인용디지털단말기(PDA)를 받아들고 우편물 수령 확인 사인을 하는 동안 심 씨는 “요즘 잘 지내시냐, 본가에는 자주 가시냐”라며 안부를 물었다. 수취인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지는 않은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배달을 마친 심 씨는 건물 밖으로 나온 뒤 PDA로 복지등기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복지등기를 받아 든 젊은이들은 자신이 대상자로 선정된 것 자체를 의아해하거나 “내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체크리스트도 복지등기 대상자가 기분 나빠 하지 않도록 배달을 마치고 나와서 작성한다. 심 씨는 “보통 위기가구는 누가 봐도 감이 온다. 집 안팎과 우체통, 재활용통 등을 먼저 살피고, 인기척이 없는데 TV가 켜져 있진 않은지 등의 위기 징후를 철저하게 체크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위험한 고독사 위험 징후는 인기척 없는 주택이나 쪽방촌 같은 곳에 TV 소리가 새어나오거나 불빛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수취인이 병으로 쓰러졌거나 최악의 경우 이미 사망한 상태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30대 이하 청년 219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독사자의 6.5%에 해당한다. 복지등기 서비스를 통해 실제 청년 위기가구를 찾아낸 적도 있다. 서울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장재헌(가명) 씨는 지난해 10월 핼러윈 참사 이후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으며 생계가 막막해졌다. 장 씨는 구직활동을 계속했지만 일자리가 잘 구해지지 않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시름에 잠긴 그를 본 집배원이 위기 징후를 포착해 복지등기 대상자로 선정됐고, 집배원의 도움을 받아 국가 긴급복지 생계지원 신청 및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위기가구 발굴 ‘총력’, 우리 동네 사회복지사 정부는 지난해 8월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던 ‘수원 세 모녀’가 외롭게 세상을 등진 사건이 알려진 뒤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단전이나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생계가 어려워진 가구를 찾기 위해 수집하는 위기 정보를 34종에서 39종으로 늘렸고, 12월부터는 44종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전산망에 뜨는 수치화된 정보를 아무리 많이 수집하더라도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집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어떤 쓰레기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등은 반드시 현장에 사람이 직접 가야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복지등기 서비스를 시작한 건 이러한 ‘현장의 위기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민간 인력을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 활성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지역 주민이 이웃에서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위기가구 중에선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럴 때는 오히려 공무원이 아닌 ‘이웃 사람’이 다가가는 게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인천 연수구에서 7년째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하고 있는 서인숙 씨(60)는 “위기가구를 처음 방문할 때는 마음을 닫고 대화를 거부하는 분이 많은데, 실없는 담소도 나누고 전화도 드리면 차차 얼음이 녹듯 문이 열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동네에선 ‘희망텃밭 가꾸기’ 사업으로 홀몸노인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자리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민간에 일선 복지 서비스를 일부 맡기는 것은 효율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활동비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충남 아산에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하고 있는 박충서 씨(62)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오랫동안 지역 복지 일선에서 어려운 일들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협의체 회원들이 사비를 걷어가며 활동을 하고 있다”며 “복지 일선에서 봉사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주민자치회처럼 식대나 교통비만 지원해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등기 우편서비스집배원이 단전, 단수, 체납 등에 처한 위기의심 가구를 방문해 복지정보 우편물을 전달하면서 생활 상태 등을 파악해 지방자치단체에 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 복지서비스 연계 지원으로 이어진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넘게 이어온 ‘일일 확진자 발표’가 3일부로 끝난다. 2020년 1월 20일 시작된 지 1231일 만이다.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1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면서 사실상 ‘엔데믹’(풍토병화) 단계로 접어든 데 따른 조치다.2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누리집을 통해 매일 오전 9시 반에 제공하는 확진자 집계를 3일로 마치고 5일부터는 주간 단위로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마다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일부터는 확진자 수를 일주일 단위로 모아서 매주 월요일 발표한다. 다만, 질병청 내부적으로는 연말까지 일일 확진자 현황을 계속 집계할 방침이다. 외부 발표만 안 하는 것. 혹시 심각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등 변수가 생기면 대유행이 찾아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정부가 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미국 보스턴은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이 밀집해 있는 세계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제5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해 ‘혁신 클러스터’에 바이오를 포함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클러스터 조성 시 입주 업종 제한 규제를 완화해 법률, 회계, 벤처캐피털(VC) 등 사업지원 서비스기업도 입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간 클러스터 성격에 맞지 않는 기업은 입주가 제한돼 클러스터 내에서 투자 및 컨설팅 기관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체계 법제화,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풀고, 시장에 활력을 주는 정책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 재정으로 선도적 투자를 함으로써 민간의 관심과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바이오 클러스터로 육성할 수 있는 핵심 분야인 디지털바이오의 인프라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바이오 인재 양성 및 글로벌 협력 강화 방안 등이 주요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연구기관과 보스턴의 선도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서울대병원의 의료 빅데이터와 MIT의 연구역량을 더해 암 조기진단 연구를 하거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등의 협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디지털바이오 인재 양성을 위해 바이오 특화 인공지능(AI) 대학원을 신설하고 의과대학 내 의료 AI 정규과정 개설도 추진한다. 바이오 전문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모두 갖춘 ‘양손잡이형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신약을 설계하는 ‘항체설계 AI’, GPT를 활용한 ‘마음건강앱’ 등 AI를 활용한 7대 연구개발(R&D) 선도 프로젝트도 지원한다. 향후 3∼5년 내에 선도 기술을 개발해 산업계와의 연계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디지털바이오 외에도 동물세포 배양과 정제기술 등 바이오의약품 관련 핵심기술도 육성할 방침이다. 연내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핵심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 설비투자 기업에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제공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료 임상, 유전체 정보 등 바이오 빅데이터를 2032년까지 100만 명 규모로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이 갖고 있는 진료기록 등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환자의 동의하에 민간 기관에 전송할 수 있게 하는 ‘제3차 전송요구권’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