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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대립 중인 백해룡 경정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과 사건 기록을 공개했다. 백 경정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 8월과 10월 임 지검장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 내용을 게재했다. 대화에는 임 지검장이 “외압수사는 고발인인 백 경정님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절차적 한계를 짚자, 백 경정이 “꼼수로 꾸려진 합수팀(합수단)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대검 국수본 모두 수사 대상”이라며 반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백 경정은 대화를 공개하며 “대검과 동부지검이 제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두기 위한 작업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이어 임 지검장의 인사 배경과 관련해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배후 세력의 빌드업”이라며, 검찰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임 지검장이 결론을 내리면 의혹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검찰 수뇌부가 계산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백 경정은 같은 날 저녁에는 마약 수사 관련 검찰 사건 기록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적발 사진 등을 공개하며 검찰이 수사를 무마·은폐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 연이은 폭로는 이날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이 백 경정의 파견을 조기에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앞서 백 경정은 17일에도 자신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합수단이 기각했다며 영장과 검찰의 기각 처분서 등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동부지검은 입장문을 내 피의사실과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수사 서류 유포가 반복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련 기관에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통일교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추진 재단의 명칭 변경을 도왔다는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이 확인됐다. 경찰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임 전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건넸다는 진술과 별개로, 이미 수년 전부터 행정 현안을 해결해주는 유착 관계가 형성된 정황으로 보고 대가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국토부 불허 사안, 임 의원 협조로 승인” 21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통일교 내부 문건인 ‘TM 특별보고’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17년 11월 말 한학자 총재에게 “세계평화터널재단의 명칭은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변경하도록 승인받았다”며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명칭) 변경을 불허하던 상태였는데 임종성 의원 협조로 어제 승인받았다”고 보고했다. TM은 한 총재를 가리키는 ‘참어머니(True Mother)’를 뜻한다. 통일교 간부들은 시력이 좋지 않은 한 총재에게 구두 보고를 하기 전 주요 내용을 이처럼 문건으로 정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단은 통일교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사업 연구와 지원을 담당하는 단체로, 2008년 국토부 허가를 받아 설립됐다. 재단 명칭 변경은 정관 변경 사항으로 주무 관청인 국토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명칭 변경 시 재단의 설립 목적이 변질될 수 있다’며 거부 기조를 유지했으나 2017년 11월 입장을 바꿔 이를 승인했다. 당시 임 전 의원은 국토부를 관할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경찰은 국토부의 행정적 판단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뒤집혔을 가능성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임 전 의원은 2016년 12월에도 해당 재단의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했다.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재단 명칭 변경 전후로 임 전 의원과 접촉한 기록이 상세히 담겼다. 2017년 10월 윤 전 본부장은 임 전 의원과 함께 대만을 방문해 현지 국회의원들과 만찬을 한 내용을 보고하면서 “임 의원이 국회 국토위 소속이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내) 천원단지 건설에 힘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재단 명칭이 변경된 후 임 전 의원이 재단에서 직책을 맡은 정황도 문건에 적혀 있다. 2017년 12월 한 통일교 간부는 “국회에서 한일 (해저)터널 실현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다”며 “이날 임 의원과 OOO 의원이 세계평화도로재단 고문을 수락해 위촉패를 드린다”고 보고 문건에 적었다.● 경찰, ‘재단 승인↔자금 전달’ 대가성 수사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이러한 2017년의 행보가 2020년 총선 전후 전달된 수천만 원 상당 금품의 ‘대가성’을 뒷받침하는 고리라고 의심한다. 윤 전 본부장이 선거자금을 건네기 훨씬 전부터 통일교가 임 전 의원을 ‘민원 해결사’로 활용하며 장기적인 유착 관계를 구축해 왔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수사팀은 2020년 2월 문건에 임 전 의원이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함께 ‘총선 관리 대상’으로 명기된 점도 이러한 장기 유착의 연장선으로 의심하고 있다. 본보는 임 전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임 전 의원은 이달 18일 ‘돈봉투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한일 해저터널 관련) 한두 번 행사에 참석했는데 제 생각과 좀 다르다 싶어 그다음부터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19일 대면 조사한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전 의원은 2018년 통일교로부터 현금 2000만 원과 고가 명품 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데, 전 의원이 받은 금품 액수가 3000만 원을 넘지 않을 경우 공소시효가 연내 완성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3000만 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경찰은 전 의원과 임 전 의원이 각각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시기의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한편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2021년 4월 20일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인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신통일한국시대’ 콘퍼런스에 영상 축사를 보내 “UPF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일 해저터널을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어 의원은 최근 전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사퇴한 후 후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취재팀은 이날 어 의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대립 중인 백해룡 경정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과 사건 기록을 공개했다. 백 경정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 8월과 10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 내용을 게재했다. 대화에는 임 지검장이 “외압수사는 고발인인 백 경정님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절차적 한계를 짚자, 백 경정이 “꼼수로 꾸려진 합수팀(합수단)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대검 국수본 모두 수사 대상”이라며 반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백 경정은 대화를 공개하며 “대검과 동부지검이 제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두기 위한 작업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이어 임 지검장의 인사 배경과 관련해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배후 세력의 빌드업”이라며, 검찰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임 지검장이 결론을 내리면 의혹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검찰 수뇌부가 계산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백 경정은 같은 날 저녁에는 마약 수사 관련 검찰 사건 기록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적발 사진 등을 공개하며 검찰이 수사를 무마·은폐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연이은 폭로는 이날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이 백 경정의 파견을 조기에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앞서 백 경정은 지난 17일에도 자신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합수단이 기각했다며 영장과 검찰의 기각 처분서 등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동부지검은 입장문을 내 피의사실과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수사 서류 유포가 반복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련 기관에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반발해 영장 청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사 실무자가 영장 반려에 불복해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고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이를 “중대한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17일 백 경정은 “합수단 구성 후 첫 영장 신청이었고 여러 증거를 분석해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함부로 기각했다”며 영장 청구서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의 기각 처분서를 공개했다. 그는 “채수양 합수단장이 수사가 아닌 재판을 하려 한다”며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뒤에나 수사를 개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백 경정 팀은 관세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합수단은 “혐의에 대한 객관적 자료 등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동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객관적·합리적 의심이 충족돼야 하는데, 백 경정 본인의 추측과 의견 외에 피의사실을 소명할 자료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단순 정보 수집을 위한 이른바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세관 압수수색 요청에 대해서도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과 중복되는 수사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일축했다. 또 백 경정이 영장 청구서와 기각 처분서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유포한 수사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 경정이 입장문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정인 측은 백 경정이 지난달 5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연가 사용 내역과 가족사진, 주거지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반발해 영장 청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사 실무자가 영장 반려에 불복해 수사 문건을 직접 공개하고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이를 “중대한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17일 백 경정은 “합수단 구성 후 첫 영장 신청이었고 여러 증거를 분석해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함부로 기각했다”며 영장 청구서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의 기각 처분서를 공개했다. 그는 “채수양 합수단장이 수사가 아닌 재판을 하려 한다”며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뒤에나 수사를 개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백 경정 팀은 관세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합수단은 “혐의에 대한 객관적 자료 등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동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객관적·합리적 의심이 충족돼야 하는데, 백 경정 본인의 추측과 의견 외에 피의사실을 소명할 자료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단순 정보 수집을 위한 이른바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세관 압수수색 요청에 대해서도 “이미 무혐의 처분된 사건과 중복되는 수사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일축했다.또 백 경정이 영장 청구서와 기각 처분서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유포한 수사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백 경정이 입장문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경찰관의 수사 중 취득한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침해’라는 제목의 진정이 접수됐다. 진정인 측은 백 경정이 지난달 5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연가 사용 내역과 가족사진, 주거지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경찰이 15일 통일교 천정궁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 등 10곳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미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내놨던 진술을 12일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면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통일교 측 회계 자료와 정치인들의 출입기록 등을 확보해야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저수지’로 거론된 한학자 총재의 개인금고에 있던 280억 원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警, 천정궁 출입기록 등 물증 확보에 주력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일대에 모여 있는 통일교 천정궁과 예배당인 천원궁 성전, 사무국 격인 천승전 등에 수사관을 보내 금품 수수 의혹이 있었던 2018년경의 통일교 내 보고·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히 천정궁 압수수색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2006년 완공된 천정궁은 한 총재가 거주지로 사용한 공간으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유력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다. 경찰은 이곳의 출입기록을 확보해 전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실제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게 2018년 9월 10일 특별보고에서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 의원’이란 표현과 함께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은 바 있다. 한 총재를 지칭하는 ‘TM(True Mother·참어머니)’을 언급한 또 다른 보고 문건에는 전 의원,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과 각각 만났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은 그간 한 총재의 면담 상대 등을 기록해 보관해 왔다고 한다. ● 천정궁 금고 속 280억 원 뭉칫돈 정조준 천정궁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개인금고가 보관된 곳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7월 통일교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면서 금고에서 관봉권이 포함된 원화와 엔화, 달러로 이뤄진 현금 뭉치 280억 원어치를 발견했다. 다만 특검은 금고 관리인을 조사한 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 총재 금고에 있던 뭉칫돈이 정치권 로비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총재 금고 속 현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사용된 만큼, 여야 정치인에게 전달된 정치자금이나 고가 선물의 자금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5일 만에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발생한 불법 행위는 올해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전 의원이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 1개를 수령’했다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영장에 적시된 점 역시 변수다. 형법상 뇌물죄는 수수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특가법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기존 7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시계 가액이 1000만 원 이하로 산정되면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도 2020년 4월 총선 무렵 각 3000만 원을 받았다고 영장에 나와 있다.● 한학자 등 윤영호 윗선 조사 예정 경찰은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인 2018∼2020년 당시 윤 전 본부장 외에도 한 총재와 정치권의 접촉 창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모 전 부회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김건희 여사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인물로 전해진다. 경찰은 또 통일교 내 의사 결정이 한 총재의 재가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고 압수물을 분석한 뒤 한 총재 역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한 총재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며 한 총재 접견을 시도했지만, 한 총재의 특검 관련 재판 일정으로 무산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고도 2시간 넘게 지나서야 전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과 국회는 관례상 국회의장에게 수사 착수를 알리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경찰이 15일 통일교 천정궁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 등 10곳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미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내놨던 진술을 12일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면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통일교 측 회계 자료와 정치인들의 출입기록 등을 확보해야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저수지’로 거론된 한학자 총재의 개인금고에 있던 280억 원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警, 천정궁 출입기록 등 물증 확보에 주력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일대에 모여 있는 통일교 천정궁과 예배당인 천원궁 성전, 사무국 격인 천승전 등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자료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특히 천정궁 압수수색에 공들였다고 한다. 2006년 완공된 천정궁은 한 총재가 거주지로 사용한 공간으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유력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다. 경찰은 이곳의 출입기록을 확보해 전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실제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앞서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한 총재에게 2018년 9월 10일 특별보고에서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 의원’이라는 표현과 함께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은 바 있다. 통일교 측은 그간 한 총재의 면담 상대 등을 기록해 보관해왔다고 한다.● 천정궁 금고 속 280억 원 뭉칫돈 정조준천정궁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개인금고가 보관된 곳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7월 통일교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면서 금고에서 관봉권이 포함된 원화와 엔화·달러로 이뤄진 현금뭉치 280억 원 어치를 발견했다. 다만 특검은 금고 관리인을 조사한 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한 총재 금고에 있던 뭉칫돈이 정치권 로비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총재 금고 속 현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사용된 만큼, 여야 정치인에게 전달된 정치 자금이나 고가 선물의 자금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경찰이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5일 만에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발생한 불법 행위는 올해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전 의원이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 1개를 수령’했다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영장에 적시된 점 역시 변수다. 형법상 뇌물죄는 수수금액이 3000만 원 이상이어야 특가법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기존 7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이에 시계 가액이 1000만 원 이하로 산정되면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한학자 등 윤영호 윗선 조사 예정경찰은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인 2018~2020년 당시 윤 전 본부장 외에도 한 총재와 정치권 접촉 창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모 전 부회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김건희 여사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또 통일교 내 의사 결정이 한 총재의 재가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고보고 압수물 분석 후 한 총재 역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한 총재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며 한 총재 접견을 시도했지만, 한 총재의 특검 관련 재판 일정으로 무산됐다.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고도 2시간 넘게 지나서야 전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찰과 국회는 관례상 국회의장에게 수사 착수를 알리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세관 직원이 해외 범죄조직의 대규모 필로폰 밀수를 도왔다는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실체가 없는 마약 사범의 자작극”이라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가 사건을 덮으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관련 의혹을 제기해 온 백해룡 경정은 즉각 반발하며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냥 연기해” 허위 진술 종용한 마약범 9일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특정범죄가중법상 향정 혐의로 입건된 인천국제공항 세관 직원 7명을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은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필로폰 24kg을 밀반입할 때 보안검색대를 통과시켜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수사의 발단은 2023년 9월,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백 경정이 확보한 말레이시아인 마약범 C 씨(39)의 진술이었다. 백 경정은 “1월 밀수 당시 세관 직원이 보안검색대를 통과시켜줬다”는 C 씨 진술과 현장검증 등을 토대로 세관 연루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 진술이 허위일 뿐 아니라 경찰이 이를 일부 유도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2023년 9월 경찰이 인천국제공항 1층 검사·검역대 구역에서 실시한 범행 현장 실황 조사 영상에 따르면 C 씨가 “밀수 당시 8, 9번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지목하자, 현장 공항경찰단 관계자가 “여기는 의미가 없고, 갈 수가 없다”며 제지했다. 그러자 C 씨는 곧바로 말을 바꿔 세관 직원이 있는 4, 5번 검색대를 지목했다. 특히 C 씨가 공범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고 지시하는 장면도 영상에 포착됐다. 당시 경찰은 중국어 통역만 대동해 이들의 ‘작당 모의’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세관 직원의 알리바이도 제시했다. 연루자로 지목된 직원은 당일 연가였으며 스마트워치 분석 결과 범행 시간에 수면 중이었다. C 씨가 옥중에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도 “세관 관련해 ‘기억 안 난다’고 했는데 경찰이 진술을 못 바꾼다고 해서 그냥 연루됐다고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검찰은 백 경정에게 참고인 출석을 요청했으나 그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도 ‘혐의 없음’검찰은 백 경정이 주장해 온 ‘용산(대통령실) 외압설’도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백 경정은 “2023년 9월 22일 언론 브리핑을 하려다 지휘부로부터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제지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6명과 전 인천공항세관장 등 2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관련자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한 결과, 당시 경찰·관세청 지휘부와 대통령실 간의 연락이 0건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이 사건을 대통령실에 최초 보고한 시점은 10월 10일로, 백 경정의 주장과 맞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세관 의혹은 허위 진술에 근거해 개시된 수사로, 경찰이나 관세청 지휘부가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김건희 여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백 경정은 검찰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합수단 내 별도 수사팀을 운영 중인 그는 이날 인천공항세관과 대검찰청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며 “세관이 밀수에 가담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사건을 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에서 각각 세관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총 두 명을 입건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범죄 인지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관 직원 개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라며 “(백 경정은)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 말씀하셔야 한다”고 적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허위 망상을 유포해 저의 명예를 손상시킨 백 경정과 뒷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스폰 가능. 월 4번 500(만 원).” 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5세 여중생’이라고 글을 올리자 1분 만에 날아온 메시지다. 상대는 30대 회사원이었다. 5분도 되지 않아 ‘중딩(중학생)도 만남하나?’ ‘얼마예요?’ 같은 메시지 14건이 줄줄이 도착했다. 카카오톡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픈채팅방에서 ‘여중딩 놀아줄 사람?’ ‘전화할 오빠 구해요’ 등 대화방에 별다른 인증 없이 바로 들어가 익명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방패 뒤에 숨은 오픈채팅 3일 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여중생 김모 양(15) 등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표모 씨(26)가 피해자를 유인한 ‘덫’도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이었다. 그는 2016년과 2019년에도 채팅 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성년자를 꼬드겨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전력이 있었다. 누구나 접속 가능한 익명 채팅방이 성범죄자의 ‘안전한 사냥터’로 방치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아동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카카오톡마저 성인의 무분별한 접근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선 한 남성이 ‘심심한데 전화할 사람’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뒤 13세 여학생을 유인해 강제추행했다. 카카오톡의 경우 성범죄 관련 신조어 등 금칙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채팅방 이름이나 닉네임에 유해한 단어가 노출되지 않도록 제어하고 있다. 또한 오픈채팅에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법정대리인의 요청 또는 만 19세 미만 이용자 본인의 요청 있는 경우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보호조치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대화 및 오락을 표방하는 채팅방을 개설한 뒤 들어오는 미성년 이용자를 노리거나, 채팅방 이름에 유해 단어를 노출하지 않았지만 ‘여중딩’ 같은 키워드를 통해 미성년자 채팅방에 성인이 접근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성을 악용해 미성년자 방에 침입한 뒤 ‘한 명만 걸려라’ 식으로 시도하는 디지털 그루밍(길들이기)은 신고 전까지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조건만남’ 등 금지어나 이를 우회하는 채팅방 제목을 적발하도록 모니터링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채팅방 내 대화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 이용자 신고가 들어올 때만 한다”고 밝혔다.● 중소 앱은 ‘조 건 만 남’ 띄어 쓰면 못 잡아내 중소 채팅 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취재팀이 다운로드 10만 회 이상인 앱 10개를 점검해 보니, 전부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부모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라면 다른 절차 없이 성인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다. 10개 중 6개는 ‘조건만남’ ‘15세’ 같은 부적절한 키워드조차 검열하지 않았다. 키워드 필터링이 있는 나머지 4곳도 ‘ㅈㄱㅁㄴ’(조건만남) ‘용돈 만남’ 같은 변형어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심지어 한 앱에서는 44세 남성이라는 이용자가 ‘조건만남’이라는 단어가 검열되자 “띄어 써야지. ‘조 건 만 남’”이라며 훈수까지 뒀다.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랜덤 채팅 앱 내 성매매 암시 정보 등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한 사례는 2021년 6653건에서 지난해 1만7377건으로 2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9148건에 달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1187건 중 960건이 채팅 앱과 SNS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규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플랫폼에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플랫폼이 아동 성착취 정황을 인지하고도 ‘아동성착취중앙신고센터’에 신고하지 않으면 민사 제재는 물론이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플랫폼이 강제적으로 ‘1차 보호막’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성년자 채팅방에 성인 접근을 막는 등 강력한 사전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오래 연락할 아저씨 구함” “애정결핍 여중딩”. 8일 취재팀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여중딩’(여중생)을 검색하자 이런 제목의 대화방 수십 개가 스마트폰 화면을 뒤덮었다. 몸매를 드러낸 여성 사진도 게재돼 있었다. 대화방에 입장할 땐 프로필과 대화명을 익명으로 설정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3일 경남 창원시 모텔에서 중학생 2명을 살해한 아동 성범죄자 표모 씨(26)가 피해 여중생들을 유인한 곳도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종결됐지만 제2, 제3의 표 씨가 활보하는 ‘사냥터’는 여전히 성업 중인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8일 10만 회 이상 내려받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10개를 점검한 결과 6개는 ‘조건만남’ 등 부적절한 키워드를 검열조차 하지 않았다. 나머지 4개도 ‘용돈’이나 ‘ㅈㄱㅁㄴ’(조건만남) 등 초보적인 변형어로 손쉽게 필터링을 피해 미성년자와 성인 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마저도 같은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점이다. 대화방을 개설할 때 노골적인 성착취 제목은 제재하지만, 입장 후 대화엔 관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의 성착취 위협을 방치하는 플랫폼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경찰이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과 관련해 사건 당일 모임을 촬영한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28일 경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촬영된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장 의원과 고소인 A 씨 등이 함께 있었던 자리로, 경찰은 촬영자를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상황을 확인할 방침이다.A 씨는 해당 자리에서 장 의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며 이달 25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모임에는 장 의원 외에도 다른 정당 의원실 보좌진 등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사건으로 지목된 시점 이후 심리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치료 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할 계획이다. A 씨 측은 “사건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서 근거 없는 의혹과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피해자를 향한 무분별한 공격은 멈춰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반면 장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전날 일부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 대해 “고소인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남성이 저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장면(이며), 그리고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소장에 적혔다고 하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또 “(고소인 일행 중) 한 분은 그 남성(고소인 남자친구)의 폭력적 행동으로 인해 제게 벌어진 불미스러운 상황을 오히려 걱정해 주기까지 했다”면서 “모든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덧붙였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자유한국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공동폭행)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모두 벌금형을 구형했다.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정곤)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에게 벌금 400만 원, 같은 당 박주민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일반 형사사건은 금고 이상 확정 시 의원직이 상실되는데, 검찰이 벌금형만 구형하면서 두 의원은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함께 기소된 이종걸 표창원 김병욱 전 의원과 보좌진 등에게는 벌금 200만∼1200만 원을 구형했다. 전날 검찰은 같은 사건으로 재판받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 26명에 대한 1심 벌금형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달러가 비싸지면서 사무실 운영비를 줄였어요. 해외 구독형 프로그램 이용료를 대느라고요.”서울 강남구의 한 광고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 김상호(가명·33) 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의 회사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해외 프로그램 구독료로 월 2000만 원 넘게 쓰는데,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정 지출이 더 커졌다. 김 씨는 “한 달 지출이 수백만 원 늘어났다”고 말했다.달러를 포함한 환율이 전방위로 오르면서 외화 결제와 투자에 익숙한 20, 30대는 더 큰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해외 직구·여행 등 소비에서 외화 비중이 높고 달러 예금, 미국 주식 등 해외 투자도 활발한 이들이 이른바 ‘달고나’(달러에 고통받는 나) 세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구 끊고 여행 취소해요”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소비다. 2023년 관세청 분석에 따르면 해외 직구 결제액에서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었다. 즐겨찾기에 국내 쇼핑몰 대신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사이트를 먼저 등록한 젊은층일수록 생활물가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28일)를 맞아 겨울옷을 직구하려던 최해인 씨(27)는 마음을 접었다. 최 씨는 “환율 때문에 가격 이득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여행 계획을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나온다. 회사원 이지윤 씨(28)는 넉 달 전부터 세운 미국 뉴욕 여행 계획을 포기했다. 이 씨는 “예산이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늘어 감당이 안 됐다”고 말했다.특히 외화 재테크가 일상인 서학개미는 환율 변동성의 ‘유탄’을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부터 살펴보는 회사원 김다민 씨(31)의 관심사는 정부의 환율 방어책이다. 김 씨는 “국내에는 투자하고 싶은 종목이 많지 않아 미국 주식을 계속 보고 있는데, 고환율 장기화가 투자자에게 ‘불똥’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서학개미 송명오 씨(30)는 “국내 주식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환율이 치솟는 원인을 서학개미로 돌리니 억울하다”며 “원화로 다시 바꾸는 게 부담돼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이 해외주식 보유자 69만5060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30대가 33.2%로 가장 많았다.● 달러-위안화 쓰는 청년 자영업자도 타격고환율은 초기 자금이 취약한 청년 창업·자영업자에게 특히 부담이다. 해외 원료를 들여와 가공하는 식품 스타트업 대표 전모 씨(34)는 “카카오 가격이 지난해보다 25% 넘게 올라 원료를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소매점도 식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배건욱 씨(34)는 “한 가마에 40만 원 하던 중국산 참깨가 지금은 50만 원이 넘는다”며 “콩은 비싸져 아예 수입 자체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도봉구 마트에서 베트남 식품 등을 파는 채모 씨(39)는 최근 소매가를 2배로 올렸다. 채 씨는 “손님 발길이 끊길까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전문가들은 국내 수출 경쟁력 강화는 물론 고환율 국면에 큰 영향을 받는 청년층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국내 투자 유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원화를 안정시키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외국계 서비스·시장 접근성이 높고, 적은 자금으로 사업과 투자를 병행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고환율 국면에서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경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달러가 비싸지면서 직원 채용을 줄였어요. 해외 구독형 프로그램 이용료를 대느라요.”서울 강남구의 한 광고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 김상호(가명·33) 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의 회사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해외 프로그램 구독료로 월 2000만 원이 넘게 쓰는데,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정 지출이 더 커졌다. 김 씨는 “한 달 지출이 수백만 원이 늘어나는 바람에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달러를 포함한 환율이 전방위로 오르면서 외화 결제와 투자에 익숙한 20, 30대는 더 큰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해외 직구·여행 등 소비에서 외화 비중이 높고 달러 예금·미국 주식 등 해외 투자도 활발한 이들이 이른바 ‘달고나’(달러에 고통받는 나) 세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구 끊고 여행 취소해요”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소비다. 2023년 관세청 분석에 따르면 해외 직구 결제액에서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었다. 즐겨찾기에 국내 쇼핑몰 대신 아마존이나 알리 등 해외 사이트를 먼저 등록한 젊은 층일 수록 생활물가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28일)를 맞아 겨울옷을 직구하려던 최해인 씨(27)는 마음을 접었다. 최 씨는 “환율 때문에 가격 이득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여행 계획을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나온다. 회사원 이지윤 씨(28)는 넉 달 전부터 세운 미국 뉴욕 여행 계획을 포기했다. 이 씨는 “예산이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늘어 감당이 안 됐다”고 말했다.특히 외화 재테크가 일상인 서학개미는 환율 상승의 ‘유탄’을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부터 살펴보는 회사원 김다민 씨(31)의 관심사는 정부의 환율 방어책이다. 김 씨는 “국내에는 투자하고 싶은 종목이 많지 않아 미국 주식을 계속 보고 있는데, 고환율 장기화가 투자자에 ‘불똥’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서학개미 송명오 씨(30)는 “국내 주식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환율이 치솟는 원인을 서학개미로 돌리니 억울하다”며 “원화로 다시 바꾸는 게 부담돼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이 해외주식 보유자 69만5060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30대가 33.2%로 가장 많았다.● 달러-위안화 쓰는 청년 자영업자도 타격고환율은 초기 자금이 취약한 청년 창업·자영업자에게 특히 부담이다. 해외 원료를 들여와 가공하는 식품 스타트업 대표 전모 씨(34)는 “카카오 가격이 지난해보다 25% 넘게 올라 원료를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소매점도 식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배건욱 씨(34)는 “한 가마에 40만 원 하던 중국산 참깨가 지금은 50만 원이 넘는다”며 “콩은 비싸져 아예 수입 자체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도봉구 마트에서 베트남 식품 등을 파는 채모 씨(39)는 최근 소매가를 2배로 올렸다. 채 씨는 “손님 발길이 끊길까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전문가들은 국내 수출 경쟁력 강화는 물론 고환율 국면에 큰 영향을 받는 청년층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국내 투자 유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원화를 안정시키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외국계 서비스·시장 접근성이 높고, 적은 자금으로 사업과 투자를 병행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고환율 국면에서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경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내년 9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나모 씨(30)는 웨딩드레스를 고르느라 최근 대여 업체를 7곳이나 돌았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여료를 비교해 방문할 곳을 미리 추리려 했지만, 대다수가 선택품목(옵션)을 뺀 ‘최소 가격’만 적어놔서 소용이 없었다. 실제 업체들은 작은 장식 하나만 추가해도 ‘디자인 추가’라며 웃돈을 불렀다. “아직 다른 신부가 한 번도 입지 않은 신상”이라며 ‘퍼스트 드레스(신상품 착용비)’ 요금 100만 원을 요구한 곳도 있었다. “당일 계약 시 10% 할인” 같은 말이 따라붙으면서 계산은 더 복잡해졌다. 나 씨는 “조건별 가격을 미리 확인할 수 없어 결국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격 공개 의무화했더니 “추가금 55만∼330만 원”‘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시장은 오래전부터 옵션별 가격이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8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결혼 서비스 옵션은 54개에 달했다. 이달 결혼하는 김동우 씨(34)는 “혼주 한복을 고른 뒤에 갑자기 추가금 이야기가 나왔다”며 “기본 가격 외에 옵션은 상세히 알 수 없어 결국 수십만 원의 ‘추가금 폭탄’을 맞았다”고 했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2일부터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해 웨딩업체가 서비스 항목과 요금, 위약금 등을 ‘최소∼최대’ 범위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6개월 계도 기간 이후 이를 어기면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그런데 취재팀이 25일 한국소비자원 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비용을 공개한 업체 117곳을 살펴본 결과, 32곳이 여전히 최소 금액이나 기본 금액만 표시하고 있었다. 몇 곳에 추가금을 문의하자 “직접 오셔야 알려드릴 수 있다”며 방문 상담을 유도했다. 22곳은 아예 가격을 표시해 두지 않았다. 업체의 46%가 규정을 어긴 채 영업하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63곳은 공정위 규정대로 최소∼최대 가격을 기재했다. 하지만 가격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드레스 업체는 추가금 범위를 55만∼330만 원으로 기재해 둔 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만 설명했다. 올해 말 결혼하는 송정규 씨(38)는 “가격 폭이 너무 넓어서 예산을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 전문가 “평균값이라도 공개하게 해야” 규정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가격을 미리 비교해 보려면 맞춤형 가격을 공개해야 하는데, 업계 편의에 맞추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규제만 추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중, 주말 등 조건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고 업계 불만이 심해 현재로선 ‘최소∼최대’ 방식의 가격 공개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웨딩업체 관계자는 “계절과 옵션, 투입되는 인력의 경력에 따라 가격 조합이 10가지가 넘는데 모든 경우의 수를 정리하고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격 요소가 복잡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예상 지출을 대략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비교 서비스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숙박이나 항공권은 지역과 날짜, 옵션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만 손쉽게 최저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자동차도 옵션별 금액이 크게 차이 나지만, 온라인 셀프 견적을 통해 대략적인 금액은 파악할 수 있다”며 “스드메 시장에서도 예상 금액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당장 맞춤형 견적 시스템 도입이 어렵다면 ‘최소∼최대’ 대신 평균값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기본 요소 항목이라도 평균값을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계약 조건을 누설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가격 투명성을 낮추는 ‘독소 조항’도 손봐야 한다”고 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신예린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수료}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하기 전 ‘바다의 관제탑’인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상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유를 해양경찰이 수사하는 가운데, VTS 관제사 1명당 책임져야 하는 해역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관제사 과실 여부를 넘어 업무 과중, 장비 활용 방식 등 관제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 크기의 해역을 1명이 감시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19일 오후 8시 13분경 통상 항로에서 벗어나 약 1.6km 항해하다가 3분 후인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충돌했다. 하지만 담당인 목포 VTS 관제사는 이를 경고하지 않았고, 배가 좌초한 뒤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과 충돌 위험을 선박에 경고하는 VT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경은 “사고 당시 이미 경로를 이탈한 또 다른 선박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담당 관제사의 진술을 토대로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 목포 VTS는 선박이 족도에서 300m 이내로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파악 중이다. 목포 VTS 측은 “항로 준수 의무가 없는 소형 선박에 대한 경보가 너무 자주 울려서 정상적인 관제에 방해가 돼 평소 끄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제사 사이에서는 ‘1명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론도 나온다. 목포 VTS의 관제 범위는 진도에서 목포까지 총 352㎢로 하루 평균 260척이 오간다. 이 중 사고 지점이 포함된 3번 섹터는 147.2㎢²로 경기 성남시(141㎢)보다 넓다. 이 섹터를 관제사 2명이 1시간 30분마다 교대로 관제한다. 즉, 성남시보다 넓은 해역을 관제사 1명이 맡는 구조다.● 세월호 이후 관제사 1명당 해역 1.3배로관제사 1명이 담당하는 해역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감시 대상을 지속해서 넓혀 왔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총 1만9336㎢였던 전국 VTS 관제 면적은 이달 기준 4만3908㎢로 2.3배로 넓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관제사 인력은 347명에서 611명으로 1.8배로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관제사 1명당 평균 담당 해역은 55.7㎢에서 71.9㎢로 1.3배로 늘었다. 관제사들은 “담당 해역 내 모든 상황을 분초 단위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신호등도 없이 조류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해상에서 급정거하는 선박이나 탐지가 어려운 소형 배 등 수십 척이 뒤엉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려면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기준에 따르면 관제석 1개당 최소 9.4명의 관제사가 필요하지만 목포 VTS는 6명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제사를 늘리지 않고 감시 해역을 넓히는 것은 업무 과중을 발생시켜 해상교통안전 역할 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한국은 VTS 관할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넓다”며 “중점 감시 해역 지정이나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관제사의 피로도를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타실 비운 선장에게도 구속영장 신청 한편 해경은 23일 중과실치상과 선원법 위반 혐의로 퀸제누비아2호 선장 김모 씨(6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난 곳처럼 좁은 수로에서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법령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특히 김 씨가 최근 2년 동안 좁은 해역을 통과할 때 조타실에서 선박 조종을 한 번도 지휘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습관적인 이탈이 사고의 배경이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에 앞서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1)는 사고 당시 각각 휴대전화와 전자 나침반을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하기 전 ‘바다의 관제탑’인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상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유를 해양경찰이 수사하는 가운데, VTS 관제사 1명당 책임져야 하는 해역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관제사 과실 여부를 넘어 업무 과중·장비 활용 방식 등 관제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 크기의 해역을 1명이 감시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19일 오후 8시 13분경 통상 항로에서 벗어나 약 1.6km 항해하다 3분 후인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충돌했다. 하지만 담당인 목포 VTS 관제사는 이를 경고하지 않았고, 배가 좌초한 뒤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과 충돌 위험을 선박에 경고하는 VT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해경은 “사고 당시 이미 경로를 이탈한 또 다른 선박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담당 관제사의 진술을 토대로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 목포 VTS는 선박이 족도에서 300m 이내로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파악 중이다. 목포 VTS 측은 “항로 준수 의무가 없는 소형 선박에 대한 경보가 너무 자주 울려서 정상적인 관제에 방해가 돼 평소 끄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관제사 사이에서는 ‘1명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론도 나온다. 목포 VTS의 관제 범위는 진도~목포까지 총 352㎢로 하루 평균 260척이 오간다. 이 중 사고 지점이 포함된 3번 섹터는 147.2㎢로 경기 성남시(141㎢)보다 넓다. 이 섹터를 관제사 2명이 1시간 30분마다 교대로 관제한다. 즉, 성남시보다 넓은 해역을 관제사 1명이 맡는 구조다.● 세월호 이후 관제사 1명당 해역 1.3배로관제사 1명이 담당하는 해역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감시 대상을 지속해서 넓혀 왔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총 1만9336㎢였던 전국 VTS 관제 면적은 이달 기준 4만3908㎢로 2.3배로 넓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관제사 인력은 347명에서 611명으로 1.8배로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관제사 1명당 평균 담당 해역은 55.7㎢에서 71.9㎢로 1.3배로 늘었다.관제사들은 “담당 해역 내 모든 상황을 분초 단위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신호등도 없이 조류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해상에서 급정거하는 선박이나 탐지가 어려운 소형 배 등 수십 척이 뒤엉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려면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기준에 따르면 관제석 1개당 최소 9.4명의 관제사가 필요하지만 목포 VTS는 6명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제사를 늘리지 않고 감시 해역을 넓히는 것은 업무 과중을 발생시켜 해상교통안전 역할 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한국은 VTS 관할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넓다”며 “중점 감시 해역 지정이나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관제사의 피로도를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타실 비운 선장에게도 구속영장 신청한편 해경은 23일 중과실치상과 선원법 위반 혐의로 퀸제누비아2호 선장 김모 씨(6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난 곳처럼 좁은 수로에서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법령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특히 김 씨가 최근 2년 동안 좁은 해역을 통과할 때 조타실에서 선박 조종을 한 번도 지휘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습관적인 이탈이 사고의 배경이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그에 앞서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1)는 사고 당시 각각 휴대전화와 전자 나침반을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이 벌어진 지 6년 7개월 만에 나온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을 겨냥해 20일 이렇게 말했다. 법원이 현직 의원 6명과 전직 의원 17명, 보좌진 등 총 26명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원 유죄로 판단하면서 야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1심에선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지만 항소심 이후 결과를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 法 “패스트트랙 충돌, 면책특권 대상 아냐”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3명에 대해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송언석 김정재 윤한홍 이만희 이철규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벌금 400만∼1000만 원을, 국회법 위반 혐의는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현직 의원들이 모두 벌금형에 해당하는 유죄를 선고받으며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질 경우 의원직이 박탈되지만 국회법 위반은 벌금 5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날 재판부는 국회 본관 7층에 있는 의안과 앞에서 몸싸움을 벌인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국회법상 회의방해죄를 분리해 선고했다. 회의방해죄는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회의를 방해해야 성립하는데, 회의장이 본관 2, 4층에 있어 검찰이 장소별 충돌 사태를 분리해서 기소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전현직 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여야 4당 측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방해하고, 국회 의안과 직원 및 경위 등의 공무 수행을 방해했다”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저항권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행사한 물리력이 비교적 중하지 아니하고 대체로 상대방의 출입 등을 막아서는 등 간접적인 형태로 진행됐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 총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 선고까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26명이고, 검사 제출 증거 수가 2000개가 넘으며, 관련 증인이 50명이 넘는 등 방대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檢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 검토”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9월 나 의원 등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는 등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보다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에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날 판결 직후 송 원내대표는 “대장동 범죄 일당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의 이 사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법에서 금지하는 폭력 행위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정치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야 4당이 불법적으로 패스트트랙 상정을 강행하려 했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 저항한 것뿐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재판부도 이날 “피고인들은 이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선고 직후 나 의원은 “(유죄 판결은) 아쉽지만 지금 민주당의 의회독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저지선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법원의 호된 꾸짖음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3명이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2000만 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벌금 150만 원을,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는 벌금 1500만 원과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나머지 피고인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마련한 국회의 방침을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쟁점 법안의 정당함을 떠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회에서 벌어졌던 충돌 상황에 대해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며 저항권 행사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고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2013년 8월부터 시행된 국회법상 회의방해죄로 현역 의원이 유죄를 선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현직 의원 6명은 모두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형 이상,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데, 전현직 의원 23명 모두 기준 이하로 선고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다수당 폭거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이 국회 안에서 더 날뛰게끔 국회 폭력을 용인한 꼴”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검색 엔진을 열고 ‘옛날식’으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오후 11시까지 야근해야 했죠.” 19일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강모 씨(31)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날 사내 발표를 준비하던 중 챗GPT가 먹통이 되자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AI를 사용하기 이전보다 자료 검색과 검증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18일 오후 8시 30분경(한국 시간) 글로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문제로 챗GPT 등 주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약 3시간 동안 마비되자 “큰 불편을 겪었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회사원 심준영 씨(32)는 “챗GPT로 해외 영업 제안서를 작성하려는데 갑자기 오류가 나 당황스러웠다”며 “평소 AI로 처리하던 작업이 모두 멈춰 불편함이 컸다”고 했다. 노무사 김모 씨(27)도 의뢰인 서류를 챗GPT 없이 직접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피해는 개인을 넘어 기업 단위로도 확산됐다. 챗GPT를 기본 업무 도구로 제공하는 한 중견 금융사 관계자는 “자료 작성 등 필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평소 쓰지 않던 다른 AI 서비스로 대체하느라 업무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 역시 “상품 코드 생성·처리 작업에 챗GPT 의존도가 높은데, AI 없이 진행하느라 업무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과제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학생들도 혼란을 겪었다. 서울의 한 대학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3)는 “의약품 정보와 성분 정리를 도와주던 챗GPT가 멈추니 ‘생각을 대신해 주던 비서가 사라진 느낌’이었다”며 “일상이 멈춰 선 것 같았다”고 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FERC는 주(州) 간 가스, 석유, 전력의 수송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FERC 웹사이트가 먹통이 돼 기업, 법조계, 규제 당국 등이 규제 관련 문서와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의 신용평가 서비스 웹사이트도 접속 에러가 발생했고, 미국 뉴저지주 교통국과 뉴욕시 비상 관리국도 문제를 겪었다. 유럽에선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 웹사이트가 영향을 받았다. SNCF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철도 운행 관련 정보와 일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해 사례가 한때 1만1000개까지 보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높은 의존성에 대해 경고했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회장은 “AI가 먹통이 됐을 때 복구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인간의 능력이 축소된 상태를 방증한다”며 “소수 대형 기업의 AI 사용이 확대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