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냈지만…G20 정상회의, 트럼프의 판정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일 2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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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미국과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타협안을 마련하고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미국은 처음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견제하는 틀을 마련함으로써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G20 정상들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무역과 투자는) 성장, 생산성, 혁신, 일자리 창출, 발전의 중요한 엔진”이라면서도 “(다자무역) 시스템은 현재 목적에 미달하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 우리는 다음 정상회담에서 진전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G20이 처음으로 WTO 개혁에 동의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간 국제 무역질서의 근간인 WTO에 대한 미국의 개혁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미국은 WTO 설립과 중국의 WTO 가입을 주도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는 WTO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나 보조금 지급 등의 우회적인 위반 행위를 방관하고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조치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WTO 회원국 간 분쟁에 대한 최종심(2심)인 분쟁해결기구(DSB)의 상소위원 7명 중 4자리도 미국의 반대로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공석으로 남아 있다.

G20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WTO 개혁에 처음으로 동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개혁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호베루트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개혁에 대한 대화가 이제 시작됐다”며 “지금까지 G20에서 대화는 WTO의 개혁이 필요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것이었다. G20 국가들은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채택이 어려운 것으로 전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동성명 참여 거부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밤샘 회의 끝에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타협안이 도출되면서 공동성명 채택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기피하는 ‘보호무역의 폐해’나 중국이 반대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비판’이 빠졌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는 미국을 제외한 19개국은 “되돌릴 수 없다”며 완전한 이행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하겠다는 계획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 자원과 기술을 이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기술해 미국의 체면도 살려줬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이민자의 이동과 난민 지원을 위한 공동 노력과 이들을 해외로 내몬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G20 공동성명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미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오늘은 미국에 매우 훌륭한 날”이라며 “G20 컨센서스는 미국이 갖고 있는, 많은 큰 목적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G20이 WTO가 주어진 임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중국이 G20 회의에서 처음으로 개발도상국의 부채 수준을 지속가능하지 않도록 하게 하기 위해 투명한 계약에 따라 인프라 대출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제공한 부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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