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공수사단 이끌고 7월 투입… 카불 철수작전 진두지휘
탈레반이 밀려오는 가운데 ‘최후의 수송기’ 카불공항 이륙
당초 철군시점서 하루 당겨
미군이 20년 동안 머무른 아프가니스탄 전장(戰場)을 가장 마지막으로 떠난 군인은 미 육군 82공수사단장인 크리스토퍼 도너휴 소장(52·사진)이었다. 도너휴 소장은 지난달 30일 군장을 메고 오른손에 총을 든 채 탈레반이 통제하는 수도 카불공항 건물을 뒤로하고 미군의 C-17 수송기에 마지막으로 올랐다. 야간투시장치로 이 모습을 촬영한 사진은 아프간전쟁의 끝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도너휴 소장은 1992년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병 소위로 임관했다. 아프간을 포함해 시리아와 이라크 등 중동, 동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작전에 참여했고 국방부 합참의장 특별보좌를 지냈다. 7월 아프간에 투입돼 8월 14일부터 철수 작전을 지휘했다. 특히 철수 직전까지 탈레반 지휘관들과의 조정 역할을 맡았다. 미 국방전문매체 디펜스원은 도너휴 소장이 카불을 떠나기 직전 부대원들에게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모두 자랑스럽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최종 철수 현장은 긴박했다. NYT에 따르면 마지막 수송기에 도너휴 소장과 부대원들이 오를 때 탈레반은 ‘마치 (1836년 멕시코군이 텍사스 주민을 포위 공격한) 알라모 전투처럼’ 점차 활주로 주변 경계선을 좁혀 왔다고 미군 관계자는 말했다. 탈레반이 복수를 벼르는 전 아프간 정부군 특수부대원 가운데 일부 인원도 이날 미군의 공항 대피 작전을 도우며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가족과 함께 수송기에 탑승했다.
도너휴 소장과 부대원이 탄 ‘최후의 수송기’가 이륙한 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59분이었다. 미국이 사전 예고했던 시한(8월 31일)보다 24시간 앞서 철수가 끝난 것이다. 미군은 철수 막판 안전 문제가 발생하거나 비행기가 고장 날 경우 대응할 시간이 있어야 했기에 철수를 하루 앞당겼다고 한다. 31일에는 탈레반의 카불 점령 직후 탈출하려는 수많은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몰리며 인명 피해를 낳았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루 더 카불에 머물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 그만큼 더 노출되는 것도 부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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