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처럼… 국세청, 가상화폐 거래차익에 과세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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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포럼’서 과세 제안
“주요 선진국 양도세-거래세 부과… 투기과열 방지 위해서도 필요”
국세청 “법령정비 기재부와 협의”… 거래소 등록제-본인확인제 검토

국세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고팔아 생긴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금 부과를 위해 국세청이 개인 간의 가상화폐 거래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실제 과세를 하려면 세법을 고쳐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 자문기구인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7년 국세행정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상화폐 과세 기준 정립 및 과세 방향을 제안했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날 나온 방안을 정부 정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미국 등 해외 가상화폐 과세 현황 분석을 토대로 “개인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가상화폐를 사고팔아 매매차익을 거뒀다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는 가상화폐를 주식 등과 같은 자산으로 보고 관련 소득이 발생하면 양도세를 매기고 있다.


김 교수는 “가상화폐 투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세금 부과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4월 말 1비트코인당 약 140만 원(국내 거래소 빗썸 기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말 약 890만 원으로 7개월 동안 6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양도세 부과를 위해 소득세법을 개정하든지, 양도세를 매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거래세라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매매차익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세금을 매길 뜻을 내비쳤다. 양도세와 거래세 중 구체적으로 어떤 세금을 부과할지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다.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려면 우선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파악해야 한다. 한경수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장은 “거래소가 거래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법에 규정해 어떤 사람이 거래를 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 부과를 하려면 법령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재부와 전반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거래소 등록제 도입, 본인확인제 실시 등도 검토한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내년에 법을 개정해 2019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정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정부가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자산인지조차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서 세금부터 매기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 틀 안에서 과세를 추진해 나가야 조세 저항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럼에선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세회피가 의심되는 거래의 경우 사전에 과세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사전보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회계법인 등이 조세회피 거래로 의심되면 신고하거나 또는 정부가 의심 거래를 고시하면 신고할 의무가 부여되는 제도다. 오 교수는 “도입 시기는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의 도입 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하고 도입하게 되면 국제 거래에 한해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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