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지는 무대의상… 공연이야 패션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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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이 17일 무대에 올리는 판타지 무용 활극 ‘토너먼트’의 백미는 화려한 의상이다. 왼쪽부터 비숍 역을 맡은 국립무용단 단원 이윤정, 디자이너 정민선, 나이트역의 박지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립무용단이 17일 무대에 올리는 판타지 무용 활극 ‘토너먼트’의 백미는 화려한 의상이다. 왼쪽부터 비숍 역을 맡은 국립무용단 단원 이윤정, 디자이너 정민선, 나이트역의 박지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공연 무대의상이 날로 화려해지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고 의상 제작비의 비중도 전체 제작비의 20% 선으로 커졌다. 관객들은 “패션쇼 못지않은 무대 의상쇼를 보는 재미가 있다”며 반긴다. 올가을엔 무대의상에 특히 힘을 준 작품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국립무용단의 ‘토너먼트’,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유니버설발레단의 ‘춘향’이다.

분홍 흰색 청색이 묘한 조화를 이룬 색감, 패션쇼 모델이 입고 나올 법한 세련된 디자인. 와이어를 이용한 ‘허리 잘록, 하의 풍만’ 드레스. 지난달 18일 토너먼트 포스터가 공개되자 무용계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의상 진짜 잘나왔네.” “공연 내내 몸을 움직여야 하는 무용수들이 저 옷을 입고 춤을 춘다고? 공연이 무슨 패션쇼야?”

토너먼트의 화려한 의상은 개막 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역시 정구호’라는 말이 나왔다. 디자이너 정구호(49)는 토너먼트의 대본을 직접 쓰고, 무대의상의 전체 콘셉트를 잡았다. 구체적인 의상 디자인과 제작은 디자이너 정민선(37)이 맡았다.

토너먼트는 무용수 32명이 인간계와 천상계로 팀을 나눠 춤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의 컨템포러리 작품. 무대에서 선보이는 의상은 모두 16종. 남성 무용수로 이뤄진 인간계는 청색 계열의 의상을, 여성 무용수들의 천상계는 붉은 계열을 입어 보색 대비를 이룬다. 나일론 스판, 실크, 자카르, 망사 등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질감의 소재를 사용했다. 정민선 디자이너는 “움직임이 많은 부분은 스포츠웨어에 사용되는 신축성이 강한 소재를 쓰고, 무용수들의 동선을 고려해 최대한 가벼운 탄성 소재의 천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의상 제작비는 기존 공연보다 2배 정도 더 들었다.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셰익스피어 탄생 140주년을 맞아 다음 달 2일 시작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의상 30여 벌은 영국 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60)이 맡았다. 그는 세계적인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호두까기인형’을 비롯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아르미나’ 등의 무대의상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킹’의 무대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는 “무대의상은 배우, 무용수, 가수들을 위한 특수 기능복이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오페라 의상의 경우 가수들이 노래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목과 배 주변을 꽉 조이지 않게 하고, 장식도 최대한 배제한다”고 했다. 7월 입국한 그는 서울 동대문 원단 시장을 직접 돌면서 울과 면, 코듀로이 등 100여 종의 옷감을 골라 의상을 만들었다.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춘향’의 무대의상은 한복디자이너 이정우(57)의 작품이다. 그는 기존 ‘춘향’에 쓰인 170벌의 의상 가운데 90벌을 새롭게 손봤다. 대표적인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의 딸인 그는 “‘이영희 파리 컬렉션’처럼 전통 한복을 기본으로 하되 모던한 느낌을 가미했다”며 “소재도 고급 한복에 사용되는 실크 오간자를 써서 세련된 멋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로미오와 줄리엣#리처드 허드슨#토너먼트#정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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