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상근]연세대 의대의 NIE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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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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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옛날에는 정보를 대중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단순하고 노골적인 검열방법을 사용했다. 체제에 도전하는 서적들을 간행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검열의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정보를 차단하지 않고 정보를 범람시킴으로써 검열을 한다.(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신문이라는 창 통해 세상 이해폭 넓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 신문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연세대 의대 예과 1학년에게 들었다. 국내 의대로는 처음으로 신문활용교육(NIE)을 체험한 67명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한 학기 동안 동아일보를 의무적으로 읽고, 신문 내용으로 만든 퀴즈 시험을 매주 치렀다. 기자는 한 달에 한 번, 인천 송도의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가서 신입생들을 만났다. 신문에 대한 느낌, 신문을 읽고 달라진 점을 주제로 과제를 냈더니 처음에는 낯설었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를 펼쳤을 때 막막했다. 첫 면부터 한자가 여러 개 나오고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하루치를 읽는 데 몇 시간이나 걸렸다.’(김애희) ‘인터넷 기사에서는 시사 스포츠 연예가 중심이다. 신문을 펼쳤을 때 국제 경제 특집기사 오피니언 등의 부분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권성찬)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신문이 전하는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깊이 있는 정보 획득을 통해 사회를 보는 눈이 길러졌다.’(오연우) ‘비중이 크고 중요한 정보를 비교적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제공해 준다. 독자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권혁)

학생들은 무엇보다 언론, 특히 신문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며, 자신이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라고 느낀 점을 의미 있는 변화로 꼽았다.

‘10월 26일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매주 신문을 읽는 연습을 하지 않았더라면 각 후보의 공약을 검토해 보는 기사를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최수이) ‘누군가는 우리 사회의 머리가 되어 무언가를 하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다니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이용석)

신문 읽기가 지식의 폭을 넓히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더 많이 노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많은 용어와 개념을 익히면서 다른 도서를 읽는 것에도 흥미를 찾았다.’(박덕영) ‘신문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에, 정보의 갈증 상태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받는다.’(이영채)

소감문에는 신문을 의무적으로 읽게 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도 있었다. 신세대답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SNS 맹위 떨쳐도 신문은 여전히 유용

‘과제로, 부담감으로 다가온 순간 신문을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졌다.’(김광현) ‘사건의 한 면만 보여주거나 기사를 차별적으로 선정하여 독자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는 듯하다.’(김동규)

개인적으로는 ‘컴퓨터를 끼고 사는 우리 세대들에게 신문이란, 뭔가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고 모니터에 길들여진 우리 눈을 쉬게 해주는 쉼터 같은 역할도 해 주는 것 같아 좋다’(조성재)는 글이 맘에 들었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맹위를 떨치는 시대에도 신문은 여전히 유용한 매체라고 예과 1학년생들은 말한다. 똑똑한 대학생, 교양 있는 의료인을 만들기 위한 연세대 의대의 NIE 실험이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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