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눈높이 육아]'오냐 오냐' 하다보면 버릇없어져

  • 입력 2004년 2월 22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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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 특기는 말대꾸다.

엄마가 한마디 하면 “엄마 마음대로야, 전에는 그러라고 했으면서 왜 이제는 이러라고 해”라며 곧장 반격한다.

엄마는 영아를 말로 당할 수 없게 되면 “너 한 대 맞을래?”라는 고함으로 대응하다가 이제는 아예 아이를 때리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시킨다.

엄마는 고민한다. ‘아이를 때리지 말라던데, 이러다가 아이에게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영아의 저항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부모가 아이에게 상식적이고, 쉽고, 구체적이며 일관적인 규칙과 그에 따른 상벌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양육 방식은 아이의 성격을 꼬이게 하는 지름길이다.

불행히도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설명만으로도 말을 잘 듣는 키우기 쉬운 아이들도 있지만 약 20% 정도는 설명만으로는 통제가 되지 않고 5% 정도는 벌을 세워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매를 버리고 말로만 하는 자유주의적인 육아방법을 전파하던 전문가들의 아이들이 엉망으로 크자 ‘권위를 가진 부모가 되자’는 회귀운동이 한창이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매를 드는 부모를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매는 필요하다.

매를 버리라는 이상주의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항상 매로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된다. 먼저 설명을 하고, 안 되면 벌을 주고, 그래도 계속 저항을 할 때 매를 들어야 한다. 부모의 권위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한 번 무너진 권위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의 권리와 요구사항을 인정해주되 아이의 억지에 규칙을 바꾸면서까지 아이를 만족시키려 하지 않는다.

아이가 억지를 부리면 “그래, 그렇지? 그렇지만…”의 절차를 거치며 두 차례 아이의 입장을 들어주고, 쉽고 짧게 설명을 해준다.

그래도 억지를 부리면 더 이상 듣지 않고 벌을 줄 것임을 한 번 경고한다. 벌을 서면서도 계속 징징거린다면 매를 들 것임을 한 차례 경고한 후, 그래도 아이가 멈추지 않으면 약속했던 대로 아이를 때려야 한다.

매를 때리는 부위는 부상의 위험이 없는 엉덩이가 가장 적합하며 때리려면 매우 아프게 때려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의 감정을 자제하는 것이다. 부모가 흥분하지 않고 이런 과정을 거쳐 매를 들면 아이는 억지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물론 부모는 생활의 모범을 보여야 하고 벌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상을 줄 때도 일관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영아는 몇 차례 된통 맞았다. 그러나 이제는 매를 들어야 할 필요가 거의 없다. 따라서 부모가 영아에게 더 잘해 줄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잘 키우기 위해 모질어져야 할 필요도 있다. 어릴 때 엄하게 키우고 아이가 커가면서 조금씩 규제를 완화시켜 줄 때 부모와 아이 간의 갈등이 가장 적다.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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