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용하]독도기점 포기 땐 독도 빼앗긴다

  • 입력 2006년 5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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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획정 협상이 5월 중에 열린다. 한국 외교통상부 인근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종래의 울릉도 기점 유지 주장과 독도 기점 채택 주장으로 나뉘어 있다. 일본 측은 관료를 파견하면서 종래의 방침 유지를 교섭한다고 한다.

한국이 이번에 한국 EEZ의 독도 기점을 취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독도를 침탈당한다. 그러나 한국이 독도 기점을 택하면 한국은 궁극적으로 독도를 지킬 수 있다. 왜냐하면 EEZ 기점이 자기 영토를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6년 한국의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동해 쪽 일본 EEZ의 기점을 독도로 취하여 한국 울릉도와 ‘다케시마(독도)’ 사이의 중간선을 한일 EEZ 경계선으로 한국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독도를 한국 EEZ 기점으로 택하여 한국 독도와 일본 오키 섬 중간선을 한일 EEZ 경계선으로 제안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외무부는 이 당연한 대응을 하지 않고 1997년 해양법 전문가라는 자문위원의 조언에 따라 독도 기점을 포기하고 한국 울릉도와 일본 오키 섬의 중간선을 한일 EEZ 경계선으로 일본 측에 제안했다.

독도는 무인 암석이기 때문에 EEZ 기점을 취할 수 없고, 울릉도 기점을 취해도 독도가 한국 EEZ 안에 들어온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었다. 이 조언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로 일본이 독도 기점을 택하지 않아야 하고, 둘째로 일본이 한국의 EEZ 경계선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매우 잘못된 조언과 결정이었다. 첫째, 이미 1년 전에 일본이 먼저 독도를 일본 EEZ 기점으로 취한 다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석학의 EEZ 해석에 따르면 독도는 EEZ 기점으로 취하고도 남는 작은 ‘섬’이다. 일본은 이미 1996년 멀리 태평양 쪽에 있는 30cm ‘바위’인 오키노도리(沖ノ鳥)에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해 독도보다 훨씬 작은 인공 섬을 만들어 EEZ 기점으로 공포했다.

둘째, 일본이 즉각 한국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후 2000년까지 4차례 EEZ 경계 획정 협상이 있었지만 일본은 한국 제안을 거듭 거부하고 ‘다케시마’와 한국 울릉도 사이의 중간선을 주장하고 있다.

완전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본은 독도를 기점으로, 한국은 울릉도를 기점으로 EEZ를 주장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생각해 보라. 국제사회는 법리상 독도는 일본 영토이고, 울릉도는 한국 영토라고 판단하기 쉬울 것이다. 실효적 점유도 국제법의 옹호를 받아야 튼튼하다.

한국이 독도 기점을 택하면 일본이 제주도 남방 도리시마 기점과 태평양 오키노도리 기점을 취하여 남해 쪽의 한국 EEZ 수역이 축소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견해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에 이들을 기점으로 취했다.

EEZ 기점은 각국이 자기 영토 해안별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이웃 나라의 이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만 협상하는 것이다. 동해의 사안이 남해나 동중국해 태평양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유엔의 승인을 받는 사항도 아니다. 한국의 독도 기점 채택은 한국 정부의 자유 선택이며 일본과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번부터는 독도 기점을 택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와 국제법이 한국의 기존 독도 영유권을 옹호해 줄 수 있다. 이번 정권에서 반드시 경계선에 합의할 필요도 없다. 독도 기점 채택을 통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먼저 국제사회에 명백히 선언하고, 영토 주권을 당당하게 지키면서 꾸준히 일본과 협상해야 한다.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 독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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