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와인 한 모금, 빵 한입… 행복은 바로 여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소믈리에 챔피언 푸시에 씨가 추천하는 와인과 빵의 ‘마리아주’

간소하게 차린 테이블에서 와인의 안주라면 치즈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치즈 말고도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 적지 않다. 빵이 대표적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최후의 만찬’에서도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빵과 와인을 나눠 먹는 모습이 나올 만큼 유럽에서는 와인과 빵을 곁들여 먹는 게 대중화됐다.

세계 소믈리에 챔피언인 올리비에 푸시에 씨는 “빵과 와인은 자연스러운 마리아주(marriage·조합)”라며 “빵의 재료나 제조법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도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비싼 식당이 아니어도, 고급 요리가 없어도, 함께하는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 휴일 아침 늦잠 자고 일어나 와인 한 모금과 함께 무심한 듯 빵을 베어 물어 보자. 소박한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게 실감날 것이다. 푸시에 씨에게 추천받은 빵과 프랑스 와인의 마리아주를 소개한다.

크랜베리 치킨롤 샌드위치+샤르도네 품종의 화이트와인


닭고기의 식감이 부드럽기 때문에 와인도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게 좋다. 샌드위치에서 나오는 마요네즈의 느끼함을 산도가 다소 강한 샤르도네가 잡아주기 때문에 샤르도네 품종의 화이트와인을 먹었을 때 샌드위치의 맛이 더 살아난다.

-추천 와인: 토크 에 클로셰 오세아니크(Toques et Clocher Oceanique)

-품종: 샤르도네 100%

-양조: 섬세하면서도 균형이 잘 잡힌 샤르도네. 9개월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

-맛: 신선한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메인 요리를 먹기 전 즐기는 애피타이저로도 제격. 생선이나 파스타와도 잘 어울림

-화이트와인 산지로 유명한 남프랑스의 리무에서 생산된 와인. ‘2012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의 53개국 정상 만찬 및 고위급 만찬에 제공되기도 했다.

칠리 핫도그+메를로 품종의 레드와인

심플한 음식엔 심플한 와인이 제격이다. 메를로의 풍부한 과일향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칠리소스와 잘 어우러진다. 핫도그의 식감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타닌의 떫은맛이 가볍게 나는 부드러운 와인을 권한다.

-추천 와인: 에글 다므리 메를로(Aigle d'Amery Merlot)

-품종: 메를로 100%

-양조: 리무에서 재배된 메를로. 30%는 프랑스산 오크통, 70%는 스테인리스 통에서 숙성

-맛: 부드러운 타닌과 적절한 구조감이 편안한 느낌을 선사한다. 마시기 부담 없는 스타일로 신선한 과일 맛이 유쾌하게 전달된다.

멕시칸 그릴 치킨 케사디야+시라 품종의 레드와인

매운맛의 닭고기와 어울리는 건 역시 강한 느낌의 레드와인이다. 빈티지가 오래된 와인보다는 젊은 빈티지에서 나오는 생동감이 필요하다. 지중해의 따뜻한 느낌을 담은 남프랑스 와인이라면 최고의 궁합이다.

-추천 와인: 레 소르시에르(Les Sorcieres)

-품종: 시라 30%, 그르나슈 35%, 카리냥 30%, 무르베드르 5%

-양조: 8개월간 탱크에서 숙성. 효모의 풍미를 담기 위해 효모 찌꺼기까지 함께 숙성

-맛: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감과 블랙베리나 블랙체리 등 검은 과실유의 아로마가 입안 가득 퍼진다.

치즈케이크+달콤한 스파클링와인

레몬향이 나는 상큼한 와인은 치즈케이크의 짠맛을 잡아주며 감칠맛을 더한다. 당도가 있으면서 아로마가 가득한 스파클링와인을 권한다.

-추천 와인: 블랑케트 드 리무 브뤼 블랑(Blanquette de Limoux Brut Blanc)

-품종: 모자크 90%, 슈냉 5%, 샤르도네 5%

-양조: 12개월간 병 속에서 2차 숙성을 거쳐 질감이 섬세함

-맛: 풍부한 오크향과 함께 고소한 풍미가 느껴짐. 감귤, 사과류의 신선한 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있어 와인의 보디감을 완성

생크림케이크+상큼한 로제와인

디저트 와인은 맛뿐 아니라 색깔의 조화도 중요하다. 생크림케이크 위에 얹어진 딸기의 색감을 닮은 로제와인이 가장 잘 어울린다. 달콤하면서 산도가 튀는 와인이 생크림의 부드러운 식감을 더욱 살려줄 것이다.

-추천 와인: 샤토 시몬 로제(Chateau Simone Rose)

-품종: 그르나슈 45%, 무르베드르 30%, 생소 5%, 시라 카스테 마노스캥 카리냥 뮈스카 20%

-양조: 상태가 좋은 앙금(fine lees)을 남겨둔 채로 오크통에서 숙성

-맛: 빛에 비춰 봤을 때 로제와인 특유의 짙은 루비색의 빛을 발산하는 게 특징. 신선한 과실의 아로마가 산뜻한 느낌을 주며 맛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 올리비에 푸시에 씨는… ▼

올리비에 푸시에 씨(사진)는 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 ‘라투르 다르장(La Tour d'Argent)’에서 1982년 견습사원으로 일을 시작했으며 현재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인 에콜 르노트르의 수석 소믈리에와 프랑스 호텔체인 아코르그룹의 와인 고문을 맡고 있다.

200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에어프랑스 항공사의 기내 와인 선정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와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이번에 SPC그룹과 에콜 르노트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정규 교육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다.

▼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 와인공식 무조건 따를 필요없어” ▼

한국에서 와인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와인에 대한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스테이크 같은 육류에는 레드 와인을,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것. 하지만 올리비에 푸시에 씨는 “무조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며 “요리의 소스나 함께 곁들이는 음식 등에 따라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한다. 푸시에 씨에게서 와인을 잘 음용할 수 있는 법과 최근 와인의 동향 등을 들어봤다.

―육류엔 레드 와인, 생선 요리엔 화이트 와인을 권하는 사람이 많다.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는 요리 재료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무조건 따라야 할 마리아주는 없다. 고기인지 생선인지보다는 소스나 가니튀르(요리에 곁들이는 음식) 종류 등에 따라 와인을 택할 때도 많다. 생강이나 향신료, 땅콩 등으로 맛을 돋운 매콤한 쇠고기 샐러드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 입안 가득 향이 퍼져 아로마가 강한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또 그릴에 바싹 구워 간장 소스를 곁들인 연어 요리는 생선인데도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린다. 간장 소스와 잘 어울릴 수 있게 은은한 나무 향을 내는 신선한 레드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입안에서는 레드 와인의 타닌 성분이 연어살의 지방을 잡아줄 것이다.”

―한국에서 프랑스 와인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고가의 와인은 나조차도 낯설다. 한국에서 와인에 붙는 세금이 다소 높아서 와인 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닌가 한다. 프랑스 와인은 비싸다기보다는 다양하다는 게 특징이다. 호주나 아프리카 등 신대륙에서는 10여 개의 품종을 중심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반면 프랑스는 클리마(기후)가 다양해 300개 이상의 품종이 존재한다. 지역에 따라 토착 품종이 다채롭기 때문에 와인의 맛도 다양하다.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가격대별로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 새로운 경향은….


“와인과 경제가 무관할 수 없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 프랑스에서도 새로운 와인과 가격 대비 맛이 우수한 와인을 추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워틀랜드, 뉴질랜드의 센트럴오타고, 스페인의 카스티예만차, 이탈리아의 알토아디제, 스위스 발레 지역의 와인을 꼽을 수 있다.”

―당신에게 최고의 와인이란….

“그 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