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피플]조용원/'비운의 배우' 당찬 벤처인으로…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0분


‘변신’이라.

만나자마자 ‘돈 좀 벌 것 같은지’를 짓궂게 묻는 기자에게 ‘돈 좀 될 것 같다’고 조목조목 대답하는 조용원(33·원앤원픽처스 대표)씨는 지금 분명 벤처사업가다.

하지만 그는 영화배우일때도 벤처인이었고 지금까지 영화인이다. ‘짠’하고 변신하는 단절보다 인생내내 이어진 연속성이 조씨를 더 잘 설명해 주지 않을까.

‘땡볕’으로 대종상을 받은지 얼마안된 18세에 교통사고를 당해 꿈을 접었던 비운의 배우, 일본 와세다대 석사를 마친 영화평론가, 손정의 펀드에서 1호투자를 받아낸 문화벤처기업인 등 흔치 않은 이력을 한꺼번에 가진 조씨에게 사업이야기를 들어봤다.

“웹진 씨네버스(www.cinebus.com)는 올 1월에, 종이주간지 씨네버스는 이번 달에 나왔어요. 웹진 보는 사람도 책을 사고, 책 산 사람도 웹진에 들어오게 온―오프를 차별화하면서 연결고리를 갖는게 관건이죠. 온라인만으로는 돈을 못버니까 종이잡지로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고요.” ‘온―오프라인의 상승효과’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조씨는 이후 사업계획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미리 말했다가 도용당한 아이디어도 많다며 ‘진짜 계획’은 아직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10월에 일본어교육사이트 에듀버스(www.edubus.co.kr)를, 12월에 한일문화커뮤니티사이트 자코버스(www.jakobus.com)를 열어요. ‘버스’돌림은 원래 씨네마옴니버스 또는 비즈니스(business)의 준말이죠. ‘시내버스’랑 발음이 비슷해 사람들 속을 누비며 편하게 다가가는 대중교통 같은 느낌도 들잖아요.”

‘대중화’에 대한 조씨의 철학이 이어졌다. “사람들을 대거 ‘관객’으로만 만드는 대중화가 아니라 평론 제작 유통 등에서도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뤄내는 영화대중화랄까. 영화배우 처음하던 때부터 막연히 가진 꿈이었죠. 물론 ‘벤처’라는 사업 패러다임이 없던 때라 이걸로 회사차릴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러한 진정한 대중화가 갖는 문화적 확장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씨에게 7월 1호로 투자를 받아낸 경위는 의외로 간단했다.

“일본문화는 90년 와세다대학 석사과정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접했어요. 이후에 PC통신에 일본영화 콘텐츠도 제공하기도 했죠. 일본문화와 접목하는 사업구상에 도움이 됐어요. 손정의씨의 소프트뱅크 투자를 유치한 건 에듀버스와 자코버스의 사업모델이 관심을 끈 것 같아요. 일본에서 먼저 접촉을 해왔거든요. 에듀버스는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를 사이버 안에 옮겨놓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일본어’를 가르치는 거죠. 캐릭터로 만들어진 반친구들과 담임선생님 등 화려한 그래픽도 동원할 생각이구요.”

원앤원은 요즘 자코버스용으로 한―일 채팅이 가능하도록 언어를 실시간 번역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영화 패션 등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일본젊은이들이 최소 50만은 되니까 자코버스는 상당한 잠재적 시장이 있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 에듀버스는 유료고 씨네버스도 2년내에 유료화 할 예정이다.

33년 조씨 인생의 연속성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화.

“98년에도 영화찍었는데 개봉은 안됐어요. 영화로 인해 울고 웃고 좌절하고 희망에 젖고 했으니 영화는 저에겐 생활이고 꿈이고 일상이에요. 나란한 철로처럼 함께 걸어온 거죠. 영화에 대해서라면 배우 관객 평론가 사업가 연구자 제작자 등 고루 해본 셈이네요. 각각이 독특한 매력이 있지만 지금은 사업에 집중하려고 해요.”

상처는 꿈으로 치료한다는 것이 조씨가 터득한 비법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너무 어렸죠. 세상은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에만 관심이 있더군요. ‘마음’이란 걸 떼놓을 수만 있다면 없애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상처가 컸어요. 하지만 ‘꿈’은 세상을 살아볼 만하게 하는 데 확실히 위력이 있더라고요. 지금도 많은 꿈을 꾸면서 살아요. 소녀같다구요? 하하, 이 나이에 ‘꿈꾸는 노처녀’죠.”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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