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문구점서 시작한 ‘티파니의 보석’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지난해 9월 이탈리아 행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주문형 비디오(VOD) 버튼을 누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석 브랜드 ‘티파니 앤 코’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습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검은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오드리 헵번이 선글라스를 낀 채 티파니 보석 상점의 진열대를 들여다보는 장면을 누구나 기억하실 겁니다. 헵번의 아름다운 자태는 물론 그가 바라보는 티파니에 대한 선망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장면이죠.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니 티파니의 출발은 문구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 세계 여성의 선망인 보석 브랜드와 문구점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됐습니다.

티파니를 세운 찰스 루이스 티파니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면화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사업 수완을 익혔다고 합니다. 그는 25세가 되던 1837년 큰돈을 벌려면 대도시로 가야 한다며 아버지에게서 1000달러를 빌려 학교 친구인 존 영과 함께 뉴욕에 ‘티파니 앤 영’이라는 문구점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티파니에게 문구점은 도전을 위한 도약대였습니다.

그는 문구점을 하며 뉴욕 거리를 오고가는 미국 신흥 부호들을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19세기 당시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금광과 광산으로 엄청난 부를 거머쥘 때입니다. 이들은 유럽 귀족처럼 자신의 신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은그릇, 보석, 집 인테리어에 돈을 물 쓰듯 했습니다.

이들의 속내를 읽은 티파니는 1789년 프랑스혁명 때 흩어졌던 보석들을 유럽을 돌며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습니다. 미국 신흥 부호들은 가난했던 과거를 잊고 싶었던지 프랑스 왕실 보석을 사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1861년 발발한 남북전쟁 때 티파니는 진열대에 목걸이나 반지 대신 화려한 보석이 박힌 십자가를 내걸었습니다. 이 십자가는 전쟁에서 유명을 달리한 가족과 친척을 기리는 애도용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위축된 사회 분위기에 맞춰 곡선만으로 절제된 미를 표현하는 아르데코 풍 디자인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지금 보면 티파니는 ‘영업의 귀재’였던 셈입니다. 한국도 10여 년 만에 다시 몰아닥친 경제 한파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읽어낸 티파니의 지혜가 국내 유통가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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