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스포츠천국 ‘반다비 센터’… 평창 패럴림픽 사후 레거시 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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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전국 150곳 건립… 30곳은 이미 설계까지 마쳐
비장애인도 이용, 통합시설 운영

지방의 한 복지시설에서 장애인들이 패럴림픽 종목인 보치아 강습을 받고 있다. 바닥에 노끈으로 임시 라인을 만들어 놨다. 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반다비 체육센터는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150곳이 설립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방의 한 복지시설에서 장애인들이 패럴림픽 종목인 보치아 강습을 받고 있다. 바닥에 노끈으로 임시 라인을 만들어 놨다. 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반다비 체육센터는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150곳이 설립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95%의 후천적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장애인의 목표는 재활을 통해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겁니다. 목표가 뚜렷한 스포츠와 재활을 접목하면 수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어요.”(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국내 등록 장애인은 2018년 12월 현재 약 259만 명이다. 인구 20명당 1명 이상이다. 지난해 장애인 생활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주 2회, 1회 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장애인은 23.8%였다. 전년보다 3.7%포인트 늘었고, 2009년의 7%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60%가 넘는 비장애인의 참여율에 비하면 3분의 1에 그친다.

반다비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이 낮은 주된 이유는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주로 이용하는 체육시설은 등산로나 공원(61.5%)이었고 장애인 체육시설은 14.9%에 불과했다. 헬스클럽들은 고객 유치 경쟁을 할 정도로 넘쳐 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런 현실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의 레거시(유산)로 2025년까지 전국에 150개의 ‘반다비 체육센터’가 세워지기 때문이다. 반달가슴곰의 ‘반다’에 비석 비(碑)자를 합해 만든 반다비는 평창 패럴림픽 마스코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반다비가 장애인체육의 상징이자 레거시로 생명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반다비 체육센터는 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비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는 통합시설로 운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설 확충에 발맞춰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도 대폭 늘리고 스포츠강좌 이용권도 지원하는 등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선정돼 설계를 마친 30곳(표 참조)의 유형을 보면 체육관형이 17곳, 수영장형이 12곳, 종목특화형이 1곳이다. 종목특화형은 볼링, 골볼 등 지역에서 원하는 종목을 정할 수 있다. 문체부는 반다비 체육센터에 도서관이나 육아시설 등을 함께 마련할 경우 추가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단순 체육시설이 아닌 장애인 커뮤니티센터 및 복합 문화체육시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정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30곳 가운데 장애인 인구가 많은 서울과 부산 등에는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대도시는 땅값이 비싸 용지 선정부터 쉽지 않기에 유치 신청을 한 시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넓은 캠퍼스를 보유한 대학 등이 땅을 제공하고 정부가 건설비를 지원해 반다비 체육센터를 만들고, 이곳을 장애인과 학생들이 함께 이용한다면 사회통합의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일부 시설의 경우 ‘법적 기준’만 맞추다 보니 폭이 넓은 스포츠용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등의 문제가 있다. 장애인체육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 및 운영 가이드라인’이 먼저 마련돼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장애인 체육#반다비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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