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사학 代父 ‘조용한 세상이별’ 최태영 박사 타계

  • 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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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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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법학자 겸 한국 상고사학자 최태영(崔泰永·사진) 박사가 지난달 30일 타계했다. 향년 105세.

그러나 최 박사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주변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2일 오전 조용히 장례를 치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빈소가 설치됐던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질까봐 유가족이 빈소 앞에 상주명도 써 붙이지 않았다”며 “지인들은 물론 친척 조문객도 없이 가족만 10여 명 모여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술원도 최 박사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지 못했고 동료 회원들도 조문을 하지 못했다.

1900년 황해도 장련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학술원 창립 때부터 활동해 온 최장수 학술원 회원이다. 1921년 일본 메이지(明治)대 예과를 졸업하고, 1921∼24년에는 같은 대학 법학부에서 법철학과 상법, 법학사를 전공했으며 1958년 중앙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25년에 보성전문(고려대 전신) 교수로 부임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법학 정교수가 되었다.

광복 뒤에는 법전 편찬위원, 고시 전형위원이 되어 헌법을 제외한 각종 법과 고시령을 제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서울대와 부산대 개교에도 참여했다. 서울대 법대 학장과 중앙대 법정대학장도 지냈다.

고인은 한국 근대 법학사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지만 노년에는 한국 상고사(上古史) 연구에 매진함으로써 이른바 ‘재야 사학의 대부’로 널리 알려졌다. 고대사 연구 성과로는 ‘한국상고사’ ‘인간 단군을 찾아서’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 등의 저서가 있다.

유족으로는 아들 원철(77·의사), 딸 정철(70), 사위 서권익(70·변호사) 씨가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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