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려 피 흘리는데…“이름, 생년월일” 물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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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23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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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동두천시 지행동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30대 남성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피해자에게 경찰이 인적사항 등을 묻고 있다. SBS뉴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 19일 동두천시 지행동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30대 남성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피해자에게 경찰이 인적사항 등을 묻고 있다. SBS뉴스 방송화면 캡처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는 피해자를 앞에 두고 경찰이 응급조치 없이 인적사항 확인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두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시경 동두천시 지행동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30대 남성 A 씨가 흉기를 휘두르며 정비소 사장과 직원들을 위협하다 50대 남성 직원 B 씨의 얼굴 등을 다치게 했다.

A 씨는 그날 오전 어머니와 함께 이 정비소에서 엔진오일 교체 등 정비를 했다. 그는 3시간 뒤 다시 정비소를 찾아 “엔진오일을 교체해 달라고 한 적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더니 갑자기 흉기를 꺼내 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접수 서류를 보면 A 씨가 자필로 엔진오일을 갈아달라고 요청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사고로 직원 B 씨는 얼굴과 목에 심한 상처를 입어 6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으며, 사장은 늑골 골절 등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지난 21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출동한 경찰의 초동조치를 두고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피해자가 피를 흘려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경찰이 신원 확인 등을 위한 질문만 했다는 것이다.

B 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봐도 다쳐서 앞쪽 입 쪽으로 이렇게 지혈하고 있는 정돈데 (경찰이) 이름하고 생년월일 그런 거 물어봤다”며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잖나”고 토로했다.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경찰이 지혈 중인 B 씨를 상대로 인적사항 등을 받아 적고, 구급대원이 도착하기까지 10여 분 동안 별다른 응급조치를 하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사장은 “경찰관들 중 누구 하나 와서 (B 씨에게) 붕대나 거즈를 대주면서 지혈하라고 해줘야 하는데 (안 해줬다)”고 YTN에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경찰은 “피해자의 의식이 명료해서 거동과 진술이 가능했고 119가 오는 동안 원활한 인계를 위해 기본적 인적사항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름과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항으로 절차에 따라 제대로 한 초동조치”라며 “현장 경찰관의 판단하에 피해자의 이름 등을 물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도착 당시 피해자가 수건으로 지혈하고 있었고 의식이 있으며 혼자 거동이 가능한 상태로,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경찰의 추가적인 구호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리하게 신원정보나 사건 내용을 문의한 것은 아니었고 인적사항도 피해자가 답하지 않아 옆의 동료 여직원에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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