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살 빼려고 한 달간 닭가슴살 먹었더니…진짜로 변한 건 [헬!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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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16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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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야. 바지가 왜 이래?’

큰일 났다. 바지가 잠기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입었던 옷이 맞질 않는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나잇살’을 느끼게 됐다. 예쁜 몸매는 아니었지만 여자 연예인들이나 입는다는 44사이즈를 입고 다녔고 뭘 먹어도 체중의 변화는 없었기에 평생 살이 찌지 않을 몸이라고 자부하고 다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체중계에 올라서면 숫자가 계속 올라가기 시작했다. ‘좀 덜 먹으면 또 빠지겠지’라며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어버렸고 그날 즉시 헬스장에 들어가 PT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 다이어트 해야겠어요.”

가장 어려울 줄 알았던 식단,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30일간 체중감량에 도전하며 가장 걱정됐던 것은 다름 아닌 ‘식단’이었다. 맛이 없을 것 같은 닭가슴살, 고구마 등을 먹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윽고 PT선생님께 받은 30일간의 식단 목록은 이랬다.


더 먹어서도 안 되고 덜 먹어서도 안 되는 30일간의 나의 식사였다. 심지어 삼시세끼 모두 사진을 찍어서 PT 선생님께 보내야 하니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목록을 보자 못 할 것 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맞지 않는 내 바지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포기할 때 하더라도 해보고 하자는 의지가 생겼다.

식단 첫 주는 솔직히 말하자면, 무척 힘들었다. 달걀말이, 닭가슴살 샐러드 등은 가끔 먹어야 맛있는 음식 아닌가. 이것을 매일 먹으니 ‘이러다 내가 알을 낳겠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일반식보다는 현저히 낮은 칼로리를 섭취하다보니 평소보다 배고파지는 시간이 빨랐다. 하지만 끼니와 끼니 사이의 시간은 최소 4시간 이상이었다.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부여잡고 식사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30일간의 식사.
30일간의 식사.

둘째 주는 무난했다. ‘배고픔’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그사이 위가 적응했는지 식단처럼 먹어도 첫째 주보다는 배고픔이 덜했다. 그런데 삼시세끼 채소는 늘 생으로 먹으니 위에 부담이 느껴졌다. 그래서 샐러드보다는 양배추, 당근을 삶거나 양파 등은 살짝 굽는 방식으로 대체해 먹었다.

그런데 최대의 위기는 ‘셋째 주’였다. 체중 감량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 하나는 ‘신체 에너지’라는 것을 실감한 한 주였다. 먹는 칼로리가 줄어든 상태에서 운동을 하려니 신체 피로도가 상승했다. 낮이든 밤이든 늘 피곤해 졸음이 쏟아져 하는 일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결국 이른바 ‘멘탈 붕괴’가 오는 지경이 됐다. 도저히 이 정신으로는 식단을 할 수가 없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치킨과 맥주를 시켜버렸다.

그렇게 찾아온 네 번째 주. 다시 마음을 먹고 식단을 시작했다. 다행히 그동안 적은 칼로리를 먹었기 때문에 치킨과 맥주는 체중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적게만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 운동 나올 거예요?”

식단계획표를 짜면 그다음은 운동 계획을 짠다. 다이어트 중 걱정되는 건 식단이지만 귀찮은 건 운동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을 꼽자면 ‘퇴근 후 운동하러 가는 길’일 것이다. 먹는 양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운동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가는 횟수를 늘렸다. 평소라면 운동을 일주일에 2번 정도 갔지만 체중 감량 기간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3번 많으면 5번을 가기도 했다.

운동 시간은 1회에 약 2시간. 10분은 스트레칭, 50분은 근력 운동, 그리고 60분은 유산소로 계획했다. 평소였다면 유산소 운동을 30~40분을 했지만 체지방 감소를 위해 20분을 늘렸고 먹는 양이 줄어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기에 50분의 근력 운동은 필수였다.

근력 운동은 하체는 스쿼트나 런지, 기구를 이용할 때는 레그프레스를 주로 했다. 맨몸이 쉬워지면 케틀벨이나 덤벨 등을 들거나 스미스 머신을 이용해 운동 강도를 조금씩 높여갔다. 상체 운동은 대부분 운동 기계를 이용해 등 근육을 사용해 줄을 당기는 운동인 ‘시티드 로우’나 상체를 뒤로 젖히고 등의 힘으로 막대기를 수직으로 당기는 운동인 ‘랫풀 다운’ 등을 했다.

식단을 하며 운동을 병행한 이유는 원래 나의 체중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함이었다. 체중계로 보이는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식단을 하고 적당한 움직임으로도 체중 감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체중 유지를 위해 죽을 때까지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고 살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원하는 체중을 만들었다가 원래 식습관대로 돌아가면 ‘요요현상’이 올 것이 뻔하다. 그러기 위해선 살이 안 찌는 체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0일간의 다이어트, 그 결과는?



30일간의 체중 감량을 마친 후 인바디 기계에 올라섰다. 숫자로 표시된 체중은 생각만큼 크게 줄지 않았다. 근육량도 빠진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체중 감량 때는 근육량도 같이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어서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그런데 몸의 변화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딱 맞았던 바지가 헐렁거렸고 작았던 바지는 몸에 딱 맞았다. 미미하지만 보디라인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생각만 해왔던 체중감량을 행동으로 움직이니 마음가짐도 변하게 됐다. 식단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는지 찾아보고 그렇게 먹으려 노력했고 저번에는 할 수 없었던 운동 동작을 조금씩 익히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또한 체력도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예상외의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늘씬한 몸’이 아닌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선 운동하는 습관과 건강한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기자의 몸무게는 어떻게 변화됐을까. 현재까지는 잘 유지하고 있다. 꾸준함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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