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색깔론 우상호에 “당신 소속은 北 아니다”…피살공무원 아들 분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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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20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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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아버지 잃은 가족들의 처참한 고통 아나”
“김정은이 사과했나? 무슨 자격으로 사과 받았다고 하나”
유족측 “서훈-이광철-김종호 고발할 것”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의 아들 이모 군이 20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또다시 2차 가해가 진행된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측이 이날 공개한 A4용지 2장짜리 편지에서 이 군은 우 위원장을 향해 “하루 아침에 남편과 아버지를 잔인하게 잃은 가족들의 처참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느냐”며 “적국에 의해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한 가정의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익에 따른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것에 국회의원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뒤집힌 것을 두고 우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를 ‘신색깔론’으로 비판한 데 분노를 표한 것이다. 앞서 우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서해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며 총공세에 나서자 “민생에 주력하기보다는 (민주당 정권이)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신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이 군은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거냐. 월북이라는 두 글자로 저와 어머니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다.

이 군은 이어 “사과를 받고 북한을 굴복시켰으니 된 것 아니냐?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거냐.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 제가 용서를 했나.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든 책임이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북한을 굴복시킨 거냐”면서 “우상호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사과받았으니 된 것 아니냐는 말을 내뱉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월북자 가족이라는 끔찍한 죄명을 주려면 확실하고 명확한 증거를 가족들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무조건 믿어라’ 이거냐. 이것은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 군은 “떳떳하시면 판사가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때 왜 가만히 계셨느냐”며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해 아버지의 월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들었다. 확신하시면 아버지의 모든 정보를 지금이라도 공개하시면 된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정보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봉인됐다. 이를 공개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등이 필요하다. 이 군은 우 위원장을 향해 “우 의원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이 아님을 기억하길 바란다”면서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또다시 2차 가해가 진행된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눈물 흘리는 유족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이대준 씨의 아내 권영미 씨(오른쪽)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 씨의 형 이래진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눈물 흘리는 유족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이대준 씨의 아내 권영미 씨(오른쪽)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 씨의 형 이래진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편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이날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오는 22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 전 실장은 미국으로 출국이 예정돼 있어서 바로 진행한다”고도 부연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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